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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오브 파이]를 보기 전부터 엄청난 호평이 밀려왔습니다. 시사회에 참석한 사람들은 일제히 입을 모아 이안 감독은 정말 최고다, 그 중에서도 이 영화는 최고다, 어디 한 군데 흠잡을 데가 없다.... 이 정도로 호평 일색인 평가는 그야말로 오랜만이었습니다.

 

하지만 은근히 불안하기도 하더군요. 스스로 그리 일반적이지 않은 취향인 것도 잘 알고 있는데다 지나친 호평은 기대를 낳고, 역시 과도하게 부풀려진 기대는 항상 실망을 낳는다는 것도 이미 익숙해진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불허전. '라이프 오브 파이'는 반드시 보아야 할 영화로 꼽기에 조금도 손색이 없었습니다. 특히나 많은 사람들이 '반드시 3D IMAX, 최소한 반드시 3D로는 보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는데 그 말에 동의합니다. 수많은 액션 대작들, 심지어 '호빗'과 비교해 보더라도, 이 영화만치 3D가 효과적인 작품도 드물 듯 합니다.

 

 

 

 

일단 줄거리. 영화는 얀 마텔의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파이 이야기'를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원작은 읽어보지 않았지만, 대략 크게 벗어나는 내용은 없는 듯 합니다.

 

소재 고갈에 시달리던 작가는 인도 폰티체리에서 만난 노인의 조언에 따라 캐나다에 살고 있는 인도인 파이(이르판 칸, 연령대에 따라 여러 배우가 연기합니다)를 찾아갑니다. 거기서 파이는 '신의 존재를 믿게 할만한 이야기를 해 주겠다'며 자신의 어린시절을 이야기하기 시작합니다.

 

폰티체리에서 동물원 주인의 아들로 태어난 파이의 본명은 피신 몰리토 파텔. 파리의 한 수영장 이름에서 따 온 것이지만 피신(pscine: 프랑스어로 '수영장'이란 뜻이더군요)이란 이름이 영어의 오줌싸기(pissing)과 비슷하다는 이유로 놀림을 받고, 스스로 자신의 이름을 원주율을 뜻하는 파이로 개칭합니다.

 

힌두교와 기독교, 이슬람까지 모든 종교에 빠져들던 소년 파이는 부모의 캐나다 이주 계획에 따라 일본 화물선을 타고 긴 항해를 시작합니다. 하지만 배는 필리핀을 지나 태평양 한복판에서 침몰해 버리고, 우여곡절 끝에 파이는 얼룩말, 오랑우탄, 하이에나, 그리고 벵갈 호랑이 '리차드 파커'와 함께 구명보트에서 위험천만한 동거를 시작하게 됩니다.

 

 

 

 

예고편에서도 보여지듯, 영화의 3/4 정도는 망망대해 위의 배 안에서 파이와 호랑이가 서로 대치하고 있는 내용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영화를 보기 전 궁금해합니다. 대체 좁디 좁은 배 안에서 어떻게 호랑이와 소년이 공존할 수 있단 말인가? 어떻게 호랑이에게 잡아먹히지 않고 자신을 지킬 수 있지? 당연히 드는 생각일 겁니다. 물론 그 내용은 이 영화의 가장 큰 볼거리이기 때문에 굳이 거론하지는 않겠습니다.

 

한 지인은 '이 영화의 진짜 주인공은 바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보고 나니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였죠. 영화 속의 바다는 그야말로 환상의 대우주입니다. 특히 수천마리의 해파리가 이뤄내는 바닷 속 장관, 고래의 등장, 해뜰 때와 해질 때의 수평선, 날치떼의 습격 등은 그야말로 CG의 영상미를 최고조로 끌어올린 장면들입니다. 이런 장면들만으로도 '라이프 오브 파이'를 충분히 즐길 수 있습니다.

 

물론 이안 감독의 영화답게, '라이프 오브 파이'는 표면적인 이야기 속에 또 한 층의 이야기를 깔아 두고 있습니다. 그것도 매우 정교하게. 다만 이 이야기는 아직 안 본 분들의 영화 감상에 방해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따로 떼어 놓고 하고자 합니다. 나머지 부분은 반드시 영화를 보신 뒤에 와서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분명히 경고!

 

 

 

 

 

 

 

 

 

소설가가 파이를 찾아가 만나는 첫 장면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작품은 웨인 왕 감독의 '스모크'입니다. 폴 오스터의 '오기 렌의 크리스마스 이야기'를 모태로 하고 있는 바로 그 영화죠.

 

물론 소설가들은 언제나 소재를 찾아 해메기 마련이고, 소설가가 누군가로부터 독특한 이야기를 듣는 데서 시작하는 스토리는 매우 흔합니다. 그런데 '스모크'의 마지막 장면에서 소설가는 오기 렌에게 말하죠. "자네는 정말 타고난 이야기꾼이야." 그리고 '라이프 오브 파이'의 엔딩 역시 이 장면을 연상시키게 합니다. 마지막 장면, 멕시코의 병원에서 파이는 실제로 '그 자리에서 생각해 낸 그럴싸한 이야기'로 위기를 벗어나기 때문입니다.

 

 

 

 

상황은 이렇죠. 멕시코의 병원에서 파이는 사고 수습을 위해 찾아온 일본 해운회사 직원들에게 시달립니다. 이들은 "호랑이나 식인 섬이 등장하는 황당무계한 이야기 말고, 납득할만한 '진짜 이야기'를 해 달라"며 파이를 괴롭히죠. 파이는 이들에게 전혀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런데 과연 이게 파이가 '그냥 생각해 낸 이야기' 일까요?

 

지금까지 관객이 본 영화와는 달리 이 이야기에는 동물들이 등장하지 않습니다. 다리 다친 얼룩말은 실제로도 다리를 다친 선원으로, 오랑우탄은 파이의 엄마로, 하이에나는 배 위에서도 파이 가족을 괴롭혔던 주방장으로 묘사됩니다.

 

원작은 어떤지 모르겠으나... 이안 감독은 이 대목에서 의도적으로 제2의 해석을 열며 관객의 의심을 자극합니다. 파이는 정말 배 위에서 동물들과 살았던 것일까. 아닐 수도 있습니다. 구명 보트 위에서 서로 죽고 죽인 것은 실제론 사람들이었지만 차마 인간들이 이런 짓을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파이는 자신의 기억 속에서 그들을 모두 동물로 바꿔 놓았는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대체 호랑이 리차드 파커는 누구일까요. 파이 자신이 아니라면 답이 있을 수 없습니다. 미친 주방장이 선원과 엄마를 죽이자 파이는 내면의 야수성이 폭발하며 주방장을 죽여 응징합니다. 하지만 파이는 자신이 살인을 저질렀다는 사실 역시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에, 사람을 죽인 자신을 호랑이로 삼아 본래의 자아와 떼어놓습니다.

 

파이의 분열된 자아는 배 안과 배 밖에 있습니다. 참극이 일어난 배를 떠나 구명대 위로 피신한 파이는 자신의 야수성을 배 안에 남겨두고 왔다고 생각합니다. 현장을 찾기 싫은 파이는 '보트로 돌아가면 호랑이가 나까지 해칠 수도 있다'고 스스로를 설득합니다.

 

(이안 감독은 이것이 '논리적으로 맞는 해석'임을 강조하기 위한 장치를 여기 저기 깔아 두고 있습니다. 호랑이는 하이에나가 얼룩말과 오랑우탄을 살해하기 전까지 '존재하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조용히 숨어 있습니다. 심지어 같은 공간에 하이에나와 공존하기도 하죠. 진짜 호랑이라면 하이에나가 '죄'를 지어 응징해야 할 때까지 가만히 살려두어야 할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그리고 호랑이가 실제로 존재한다면, 파이가 배 안의 식량과 물을 모두 구명대 위로 옮겨 놓을 때까지 잠자코 기다릴 이유 또한 없겠죠.

 

물론 이안 감독은 '실제로 일어난 일은 이거였어'라고 강하게 주장하고 싶은 의도도 없기 때문에 모든 것은 그냥 암시되어 있을 뿐입니다. 실제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 심지어 파이 자신도 - 분명하게 기억하지 못합니다. 모든 것은 그냥 가능성일 뿐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에 집착하는 것은 이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를 제대로 감상하는 태도가 아닙니다. 어쨌든 이야기는 계속.)

 

 

 

 

그러던 어느날, 파이는 우연한 사고로 보급품을 모두 잃고, 마침내 '리처드 파커'와 공존해야 할 필요를 깨닫습니다. 채식을 포기하고 야수성을 받아들여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죠. 그래서 파이는 자신 안에 존재하는 파괴적인 본능을 달래기 시작합니다. 고기 한점 한점을 먹이며(먹으며) 말이죠.

 

식인의 섬은 참 기묘한 상징입니다. 특히나 미어캣으로 가득 찬 섬이라니... 파이의 환상 치고는 참 희한합니다. 정답이라는 근거는 없지만(다시 한번 말하지만, '정답'이라는 말 자체가 이 영화에서는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그냥 한가지의 가능성일 뿐입니다), 어쩌면 파이는 바다 위에서 또 다른 표류자를 만나거나, 인간이 살고 있는 어떤 섬에 도착했었는지도 모릅니다. 굳이 그 존재들이 미어캣으로 표현된 것은, 자신에 의해 희생된 - 자신의 먹이가 된 - 존재들이 자신과 똑같은 인간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심리의 발현일 수 있습니다.

 

그 존재를 인간이라고 보는 것은 미어캣 - 두 다리로 걷는 동물 - 이라는 형상에서 추정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어린 아이였는지도 모르지요.

 

 

 

 

여기서 파이는 꽃인지, 과일인지 모를 덩어리 안에서 인간의 이빨을 발견합니다. 끼워 맞추자면 이건 파이 자신의 용변일 수도 있습니다(적절한 비유가 아닐 수도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오래 전에 용변을 매화라고 부르기도 했지요^^). 자신이 저지른 행위의 결과와 마주치는 순간입니다만, 파이는 역시 현실을 직시하려 하지 않습니다.

 

나쁜 것은 자신이 아니라 섬(식인이 일어난 공간)이며, 그 섬을 떠나면 자신은 더 이상 자신의 죄악과 마주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이는 섬을 떠나는 배 안에 '리차드 파커를 위한 식량(미어캣)을 챙기는' 이중성을 보이기도 합니다.

 

마침내 인간이 사는 문명의 땅에 도착한 파이. 이제 더 이상 야수성과 공존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파커는 밀림 속으로 떠나갑니다. 다시는 볼 일이 없겠죠. 파이가 또 한번 야만의 환경에서 생사의 기로에 놓인다면 언제든 호랑이가 다시 돌아올 수도 있겠지만.

 

이렇게 되고 나면 '파이 이야기'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됩니다. 많은 한줄 평들은 '자연과 소년의 아름다운 조화' '공존의 미학'에 대해 찬사를 보내고 있지만, 이면은 무시무시한 이야기거든요. 마지막 장면, 파이가 평범한 가장으로 단란한 가정을 꾸민 장면은 인간이 얼마나 다층적인 존재인지를 드러내 주는 장치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여전히 채식주의자인 '온화한 파이'의 모습도.

 

인간은 문명을 발달시키면서 실제로 일어난 일을 후대에 전하기 위해 비유와 상징이라는 기법을 발전시켰습니다. 사건을 그대로 서술해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것 보다는 실제 일어난 일을 다른 사물이나 동물에 비유해 우회적으로 표현하곤 했죠. 넓게 보면 인격화된 신의 존재도 결국은 이런 비유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읽으면 영화 '파이 스토리'는 인류가 어떻게 해서 우화라는 것을 탄생시켰는지, 혹은 어떻게 해서 비유법과 과장법을 발달시켜 왔는지에 대한 깔끔한 설명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아름답다기보다는 소름끼치는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대자연 전체를 대상으로 볼 때 삶이라는 것은 항상 우아한 행위로만 설명할 수는 없는 법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파이의 교훈은 오히려, '삶이라는 것은 인간이 만들어 낸 사소한 교훈이나 도덕, 가치나 율법 따위보다 항상 상위에 있다'는 준엄한 가르침일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모든 문명은 낳은 자와 태어난 자, 부모와 자식 간의 유대와 섬김에 대해 가르치지만 여왕개미는 위기에 놓이면 자기가 낳은 알과 애벌레를 먹고 생존하라는 본능에 따릅니다. 이것은 선악 이전에 존재하는 생명의 법칙이죠. 자연은 본래 도덕 이전에 존재합니다. 이른바 노자가 말한 천지불인(天地不仁)의 가르침입니다.

 

'라이프 오브 파이'는 파이가 망망대해에서 야수의 공포를 길들이며 자연과 함께 호흡하는 물아일체의 경지(크리쉬나의 입안에 있는 우주처럼..) 를 보여주는 아름다운 작품입니다. 그렇지만 어느 한켠에서는 그 이면에 엄연히 존재하는 치열한 생존의 원칙을 - 인간들이 문명을 앞세워 가끔 부정하곤 하는 - 일깨워주기도 하는 매혹적인 작품입니다. 어쩌면 이런 감춰진 이야기가 없었다면, '라이프 오브 파이'는 흔한 어린이용 영화에 지나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는 더없이 매력적이고, 감동적입니다. 이른바 '우화의 탄생에 대한 우화'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P.S. 인도 철학...까지는 몰라도 인도 신화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 본다면 훨씬 더 재미있는 영화입니다. 그런데 그 전까지 온갖 신들을 주워섬기던 파이는 정작 번개를 보면서 인드라를 떠올리지는 않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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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연애대전]이라는 새 프로그램이 나왔습니다.

 

새로운 아이디어의 프로그램을 짜내라는 압박은 창작자들에겐 천형과도 같은 것입니다. 특히나 예능 프로그램 프로듀서와 작가들에겐 더없이 무거운 압박입니다. 그렇게 기를 쓰고 '새롭고 재미있는 것'을 연구하는데도 사실 수많은 프로그램들 가운데 그다지 특이하다거나 창의적이라고 생각되는 것은 많지 않습니다. 그만치 시청자들의 눈도 높아지고, 경쟁도 치열하다는 뜻이 되겠죠.

 

JTBC의 '상상연애대전'은 일단 '새롭다' '참신하다'의 차원에서는 종래의 어떤 프로그램과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는 프로그램입니다. 물론 새로운 것이 모두 좋은 것은 아니죠. 못 보던 것이라고 해서 죄다 사람들의 눈길을 끌 수 있는 것도 결코 아닙니다. 그런데 이게 보다 보면 빠져드는 중독성이 있습니다.

 

굳이 솔로대첩이 벌어지고 있는 날 이런 포스팅이라니, 분개하실 분들도 있겠지만 항상 우리에겐 '정신승리'라는 비전이 있지 않습니까. 어떤 프로그램인지 일단 한번 감상.

 

 

 

 

프로그램의 핵심은 '어떻게 하면 미녀 연예인 여자친구의 마음에 드느냐'입니다. 세트에 네 명의 젊은 일반인 남성이 출연합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모니터를 통해 여자 연예인 출연자와 1:1로 소통을 하면서(물론 이건 상상이구요^^) 연애 현장에서 수시로 맞닥뜨릴 수 있는 디테일한 상황에 대한 질문에 대답을 합니다.

 

최종 우승자에게 돌아가는 포상은 그 미녀를 직접 만날 수 있다는 것. 첫회에는 다비치의 강민경이 등장했습니다.

 

 

 

 

그러니까 이런 세트에서 문제를 풉니다.

 

 

 

문제는 이런 식.

 

 

물론 당연히 고르는 답변에 따라 점수가 다르게 적용됩니다.

 

점수의 기준은? 그건 당연히 데이트 상대인 강민경의 취향이죠.

 

말이 안 되는 것 같기도 하지만, 사실 실제로 데이트를 한다 해도 남자들은 똑같은 입장입니다. 앞에 있는 여자분이 '대다수 일반적인 여자들과 비슷한 취향을 가진 상식적인 여자' 라는 것을 전제로 데이트를 진행하지만, 사실 이 여자분이 어떤 특정 분야에서는 '아주 독특한 비상식적 취향의 소유자'가 아니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복불복은 아닙니다. 대부분은 상식선에서 판단이 이뤄집니다.

 

그렇지만 어려운 문제가 분명 있죠.

 

 

예를 들면 이런 경우. 상대방의 성격에 따라 답에 큰 변화가 있습니다.

 

 

 

이렇게 비교적 정상적인 문제도 있는 반면, 무서운 문제도 있죠.^^

 

바로...

 

 

 

이렇게 온 세상 남자들을 전율에 떨게 하는 문제도 나옵니다. "오빠, 오빠는 내가 몇번째 여자친구야?"

 

(참고로 말씀드리면 강민경양은 "네가 세번째지만, 난 네가 마지막이었으면 좋겠어"라고 말하는 타입을 좋아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여자들은 "난 네가 처음이야. 정말이야. 무조건 네가 처음이야"라는 답을 정답으로 생각한다...는 설이 있습니다.)

 

어쨌든 그래서 처음에는 이렇게 당당했던 선수들이

 

 

 

 

 

 

 

이런 선언을 받고 나면

 

 

 

이렇게 좌절하는게 보통입니다.

 

 

 

이렇게 노골적으로 배신감을 드러내기도...

 

 

 

 

 

아무튼 세 차례의 대결을 통해 최종 승자가 된 1인은 강민경양과 커피 한 잔을 나누는 영광을 누렸습니다. 민경양은 손수 케이크를 떠 먹여주고, 미스트를 뿌려 주는 등 치하(?)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40이 넘은 남녀 시청자들에겐 어쩌면 '이게 뭐 하자는 짓'인지 모를 뜨악한 프로그램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주위의 아직 피가 뜨거운 남자 시청자들은 뜨거운 성원을 보냈다고 합니다. '나도 모르게 문제를 따라 풀고 있더라'는 남자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아무튼 '마음이 젊어지는 프로그램'이라고나 할까요.

 

 

 

세 MC들의 입담도 보는 재미에 한몫을 합니다.

 

주로 남자 출연자들을 질타하는 쪽이지만, 어느새 도저히 남자로서 이해할 수 없는 강민경양의 만행(?)에 분개해 '나 같으면 안 만나고 그냥 집에 가겠어요!'라고 외치고 있는 MC들을 발견하게 됩니다. 뭐 시청자들의 충실한 대변자라고나...

 

표면을 볼 때 누가 뭐래도 남성 취향의 프로그램이라고 해야겠지만 여자분들이 보시기에도 쏠쏠한 재미가 있습니다. '아니 어떻게 저기서 저걸 고를 수가 있지?'라며 경악하는 동안, 어느새 당신은 남자들이 특정 상황에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꿰뚫게 됩니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불태. 어느새 당신은 연애 고수가 되어 있습니다.

 

 

 

 

두번째 출연자는 시스타의 다솜입니다.

 

 

 

 

이번 주 토요일부터 3주간. 누가 다솜과의 만남에 성공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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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미제라블]을 극장에서 보기를 무척이나 기다렸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클로드 미셸 숀버그의 [레미제라블]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뮤지컬입니다. 대체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무대에서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원작의 스펙터클은 어떻게 구현됐을까, 일단 이름값으로는 최강인 스타들이 어떤 식으로 노래를 소화할까. 당연히 궁금했죠.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얘기는 톰 후퍼 감독의 고민과 노력에 대한 칭찬입니다. 이번 영화 [레미제라블]을 보고 나면, 왜 여태까지 이 뮤지컬의 영화화가 이뤄지지 않았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빅토르 위고 원작 소설 '레미제라블'은 최근 5권으로 완역본이 나왔을 정도의 대작입니다. 이미 수차례 영화화됐지만 만만찮은 규모의 물량이 투입되어야 하는 대작이죠. 이런 규모의 작품과 무대용 뮤지컬을 조화시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닙니다. '시카고'나 '아가씨와 건달들'과는 다른 작품이라는 얘기죠.

 

물론 '그래서 그 결과물이 보는 이를 압도하는 걸작이었느냐'는 질문을 받으면 대답을 좀 망설이게 됩니다만. 

 

 

 

 

'레미제라블'을 모르는 분은 없겠지만 - 오래 전 이 뮤지컬에 대해 처음 글을 썼을 때도 했던 얘기지만 - 우리나라의 많은 분들은 '레미제라블'이 그냥 "미리엘 주교가 전과자 장발장에게 '자네 왜 은식기만 가져가고 은촛대는 놓고 갔나'라고 말해 그를 새 사람으로 만드는 이야기"라고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진짜 이야기는 거기서부터 시작입니다.

 

프랑스 혁명이 절반의 성공으로 끝난 19세기 초, 한마디로 격동의 시대를 힘겹게 살아가던 하층민들의 세계를 진지하게 그려보려 했던 작품이었기 때문이죠. 결국 이 작품의 클라이막스는 1832년 6월 파리 슬럼에서 일어난 학생들의 봉기로 이어집니다. 물론 민중의 힘에 기반한 혁명이 아니고 일부 학생들의 봉기였기 때문에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고 찻잔 속의 태풍에 그쳤죠.

 

 

 

 

뮤지컬에서도 수많은 명곡들이 있지만 스토리의 진행상 가장 중요한 노래는 학생들이 봉기를 결의하고 부르는 'Do you hear the people sing'과 봉기 전날 밤, 등장인물 전원이 다음날 아침 각자의 운명이 어떻게 갈릴까를 놓고 부르는 'One Day More'입니다. 각자 흩어져 자기의 삶을 살던 인물들이 이 봉기를 통해 같은 시공간에 모이고, 새로운 운명을 맞이하게 되죠.

 

(그 결과도 대단히 현실적입니다. '레미제라블'에서도 이 봉기의 핵심 지도자인 앙졸라는 실패와 함께 이슬로 사라지지만 본래 명문가의 후손인 마리우스는 장발장에 의해 구조되어 본가로 돌아가 코제트와 함께 행복한 삶을 살게 되죠. 여담이지만 80년대 운동권 학생들 중에서도 비슷한 궤적을 걸은 분들이 적지 않다는...)

 

 

 

 

아무튼 이 작품을 영화화하기 위해 톰 후퍼 감독은 깊은 고민을 한 흔적이 역력합니다. 그 결과 내린 결정은 '아무래도 영화라는 장르의 특징을 살리기 위해 노래를 희생시키자'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무대 뮤지컬에 익숙한 분들이 팡틴 역의 앤 해서웨이가 부르는 'I Dreamed a Dream'이나 에포닌 역의 사만사 바크스가 부른 'On my own'을 들으면 뭔가 아쉽고 싱겁다는 인상을 받게 됩니다. 자베르 역의 러셀 크로가 부른 'Stars'는 더 말할 것도 없을 정도.

 

많은 분들이 '아무래도 영화배우들이 전문 뮤지컬 배우들보다 노래를 못 하는 건 당연한 것 아니냐'고 합니다. 게다가 무대 뮤지컬에서 당연히 사용하는 전용 극장의 울림(심지어 노래방 마이크도 에코 빼고 들으면 이상하죠^^)이 사라진 노래들이라 더욱 박력 없게 들리기도 합니다. 사만사 바크스는 레미 25주년 기념 공연에도 출연한 정통 뮤지컬 배우 출신이지만 이 영화에선 완전히 힘을 빼고 부릅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영화 전편을 볼 때 톰 후퍼 감독은 이 작품을 제대로 영화화하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무대 뮤지컬을 그대로 가져와서는 안된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 판단은 영화 전반부까지는 매우 성공적입니다. 앤 해서웨이가 부르는 'I Dreamed a dream'은 무대 뮤지컬과는 기능이 다릅니다. 무대에선 이 노래가 공연 시작 후 40분 가량이 경과된 상황에서 관객들을 강하게 움켜쥐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당연히 관객을 압도하는 파워가 필요합니다.

 

(아래 예고편에서 그 노래의 하이라이트를 들을 수 있습니다. 저도 처음 노래만 따로 들었을 때에는 '고작...?'이란 생각이 들었지만, 영화 속에서 들으면 확 달라집니다.)

 

 

 

무대 뮤지컬과는 달리 톰 후퍼의 영화에서 이 노래는 배우의 가창력이 아니라, 영화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이어 주는 역할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또 무대판에서 이 노래의 시점은 팡틴이 창녀가 되기 전이지만, 영화에서는 창녀가 된 뒤에 신세한탄을 하는 시점으로 바뀌어 있습니다. 감독은 그 상황에서 무대의 배우들이 부르듯 절규하는 팡틴의 모습을 그리는 것은 어색하다고 판단한 듯 합니다. 

 

의도야 어떻든 해서웨이의 가창은 매우 성공적입니다. 이 노래는 영화 '레미제라블'을 대표하는 트랙으로 손색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런 감독의 선택은 뒤로 가면서 조금씩 문제를 드러냅니다. 중간 휴식도 없이, 모든 대사가 노래로 처리되는 영화를 계속 본다는 것은 일반 관객들에게 상당한 부담이 되기 때문입니다. 무대라면 관객들도 박수를 쳐야 할 노래와 쉬어 갈 노래 사이에서 나름 체력관리(?)를 하겠지만 상대적으로 훨씬 생동감이 떨어지는 영화 관객들은 90분쯤 지나면 눈에 띄게 지쳐갑니다. (제 옆자리의 중년 남성 관객은 어찌나 한숨을 크게 쉬던지...)

 

무대든 극장이든 가장 힘을 줘야 할 부분인 바리케이트에서의 대치 장면도 그리 매끄럽지 않습니다. 그래도 극장용 영화에서 뭔가 민중 봉기를 그려내려면, 관객들이 기대하는 최소한의 스펙터클이 있기 마련인데, 그렇게 배경을 펼쳐 놓으면 톰 후퍼 감독이 기대하는 '배우들이 현장에서 노래하며 연기하는' 뮤지컬로 그려내기가 어려워진다는 문제가 생깁니다. 결국 극장용 영화인데도 불구하고 바리케이트 장면은 골목 하나를 배경으로 한 초 미니 사이즈로 표현됩니다.

 

 

(위 사진의 거대한 바리케이트는 엔딩 신에만 잠깐 등장할 뿐입니다. 오해 금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레미제라블'은 매우 강렬한 인상을 남깁니다. 일단은 워낙 음악적으로 완성도 높은 원작의 힘이 크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고, 그 다음엔 정상급 배우들의 열기 넘치는 호연 때문이죠. 톰 후퍼 감독은 노래 하나 하나에 클라이막스를 두기 보다는 캐릭터를 설득력있게 표현하는 데 역점을 뒀고, 배우들은 그 연출에 맞춰 최고의 기량을 뽐냈습니다.

 

주요 배우별로 얘기하자면 최고의 캐스팅은 아무래도 앤 해서웨이입니다. 노래로 전설적인 브로드웨이 스타들과 경쟁하는 대신 팡틴의 캐릭터를 최고조로 끌어올려 영화 전체를 견인하는 역할을 해냈다고 할만 합니다.

 

 

 

 

휴 잭맨도 노래와 캐릭터 모두 AA급으로 매길만 합니다(사실 장발장 역은 노래에 큰 비중이 있는 역할은 아니죠^^). 반면 러셀 크로. 연기야 흠잡을 데가 없지만 노래는 이래저래 아쉬움이 많습니다. 기본은 해 줬어야 하는데 말이죠. 아만다 사이프리드는... 좀 아깝습니다. 코제트 역 같은 단역을 이런 배우에게 맡기는 건 누가 뭐래도 낭비죠.

 

 

 

 

결론적으로 '레미제라블'을 보고 나서, 뮤지컬의 영화화가 성공적이려면 노래/춤의 비율이 최소한 6:4 정도는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시카고'나 '그리스'같은 작품이죠. '레미제라블' 처럼 노래와 춤의 비율이 9:1 이고 처리해야 할 드라마의 볼륨이 큰 작품을 '뮤지컬 영화'로 만들기 위해선 타협이 불가피합니다. 어떻게 해도 입체감이 희생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감독이 숭숭 생략하고 넘어가는 무대 뮤지컬과는 달리 원작의 스토리를 최대한 반영하겠다는 의지까지 갖고 있다면 더욱 더 힘든 작업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면에서 톰 후퍼의 '레미제라블'은 최고라고 하기엔 좀 아쉬움이 남지만 그래도 최선의 영화화였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누가 만들었어도 '뮤지컬 레미제라블'을 영화화한다는 전제 하에서는 이보다 더 잘 만들 것을 기대하기는 힘들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단서를 달자면, '뮤지컬 레미제라블'을 제대로 느끼기 위해선 아무래도 무대 공연을 봐야 할 것 같군요.

 

 

 

P.S. 사실 콤 윌킨슨의 출연은 전혀 모르고 영화를 봤기 때문에 매우 충격적이었습니다. 물론 이 영화에 정통성을 부여하기 위해서 윌킨슨이 출연해 줘야 한다는 걸 모르는 바는 아닙니다. 그런데 미리엘 주교 역이라니.^^

 

오리지널 웨스트엔드의 장발장으로 유명한 윌킨슨이지만 아무래도 그에게 가장 어울렸던 역할은 '맨 오브 라만차'가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지금까지 국내건 국외건, 누구도 그가 불렀던 'The Impossible Dream'을 능가하지는 못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안 들어주면 또 서운하겠죠.^^)

 

 

 

P.S. 가장 감독에게 불만이 컸을 것 같은 배우는 앙졸라 역의 아론 트베잇. 훌륭한 목소리와 외모를 보여줬지만, 앙졸라 역의 핵심인 'Do you hear the people sing'의 앞부분 독창을 없애 버렸으니, 발코니 신이 없는 로미오가 된 셈이죠.

 

앙졸라 뿐만 아니라 이 노래의 배경을 야외로 끌고 나오자는 발상은 오랜 고민의 결과인 듯 하지만 그리 만족스럽지는 않았습니다. 역시 카페를 배경으로 했을 때 훨씬 효과적이었을 거라는 생각. 뭐 이 장면도 영화로 이 작품을 처음 접한 분들에겐 매우 인상적이었다고 전해지지만, 그런 분들에겐 반드시 무대 공연의 박력을 느껴 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무대 뮤지컬 '레미제라블'에 대한 글:   http://fivecard.joins.com/130

현재 국내에서 투어 중인 '레미제라블'에 대한 글:   http://fivecard.joins.com/10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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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매체에 새로운 방식으로 기여하는 건 참 즐거운 일입니다.

 

최근 중앙일보에서 새로 '매거진M'이라는 주간 영화전문지가 새로 나왔습니다. 물론 계열사에서 나오는 기존의 '무비위크'가 건재하지만 이건 약간 스타일이 다릅니다. '무비위크'가 5000cc급 벤츠 세단이라면 '매거진M'은 2000cc 이하의 보급형 2인승 스포츠카라고나 할까요. 가볍고, 부담없는 편집입니다.

 

뭐 이렇게 길게 이런 얘기를 하는 건 제가 여기에 기여를 하기 때문이라는 걸 다들 눈치채셨을 겁니다. 고정란 제목은 '10만원으로 즐기는 *월의 문화 가이드'. 그러니까 예산이 10만원이라는 전제하에 대체 이 예산을 어떻게 집행할 것이냐에 대한 고민을 덜어 주는 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10만원은 꽤 큰 돈입니다. 특히 남자의 경우라면 대부분 이 돈에 x2를 해야 하기 때문에 20만원이 될 공산이 크죠. 물론 x2를 하지 않더라도 이 돈을 쓰기 위해 써야 하는 돈, 즉 교통비/식사비/커피값 등은 추가로 써야 하기 때문에(아, 물론 "자기가 공연을 보여주니까 밥은 내가 살게"라고 말하는 관대한 여자친구를 두신 분들은 예외겠죠. 하지만 현실은 "나는 자기 만나려고 머리도 하고 화장도 하고 구두도 샀으니 데이트 비용은 자기가 내"라고 말하는 여자들의 세계...) 10만원의 문화 예산은 실제 집행시에는 2배 이상으로 불어나 있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문화란 어디까지나 공유가 기본. 추가 지출(?)이 두려워서 혼자 공연 보고, 혼자 책 사 읽고 하다 보면 어느새 주위에서 피하는 종류의 사람이 되기 십상입니다. 안 그래도 춥고 외로운 계절, 널리 함께 나누도록 하세요. ("누가 나누기 싫대? 나도 나누고 싶다고!"라고 울부짖는 분들, 죄송합니다.;;; 하지만 그런 분들일수록 정서를 가다듬기 위한 문화 소비가 필수적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긴 솔로생활이야말로 당신의 정신 세계를 황폐화시킬 수 있으니.)

 

한가지 죄송한 건 글을 써 놓고 나서 실제로 책이 나올 때까지 예기치 못한 시간이 소요되는 바람에 글 머리에 나오는 서울시향의 '레퀴엠'은 이미 과거 얘기가 돼 버렸습니다. 하지만 그 밖의 이야기들은 모두 지금도 유효.

 

책보다 블로그가 좋은 점이라면 일단 '1) 길이 제한이 없다' '2) 동영상을 첨부할 수 있다'를 꼽을 수 있을 겁니다. 본책에서는 잘린 부분들을 일단 원문 그대로 소개합니다. 

 

그럼 시작. 

 

 

 

 

10만원으로 즐기는 문화생활 가이드

 

사실 요즘 같은 세상에 문화비라는 지출 항목을 갖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주위 사람들로부터 놀림을 당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 영화는 다운받아 보거나 케이블TV에서 보고, 음악은 다운받아 듣고그래. 나도 알아. 돈 쓸데가 좀 많겠어. 핸드폰 할부금 내야지, 맛집 순례도 해야지, 옷도 사 입어야지. 안다고.

 

한달에 10만원, 꽤 많은 돈이긴 해. 이 돈을 1년 모으면 120만원, 3년쯤 모으면 샤넬 클래식 백 하나쯤 살 수 있을거야. , 이제부터 선택이야. 이 돈을 3년 모아 명품 백 하나를 사는 것과 다양한 문화 체험을 통해 정서적인 충족감을 느끼는 일. 당장 모르겠다고? 그럼 차근 차근 읽고 나서 판단해도 늦지 않아.

 

12. 공연도 많고 이벤트도 많아. 사실 10만원은 뽀대나게 쓰기에 그리 많은 돈은 아니야. 연말 기분 낸다고 이승철 이승환 콘서트를 가겠다면 표 한장 사기도 모자라. 그런데 이 글의 취지는 아까부터 얘기하듯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 다양한효용을 누리는 데 있어. 뭐 굵고 짧게 쓰겠다면 그것도 방법이니 말리진 않겠어.

 

일단 12월에 가장 추천하고 싶은 공연은 6일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는 서울시향의 레퀴엠이야. 레퀴엠이 뭔지 얘기하자면 하루 종일 할 수 있지만 여기선 그런 지면이 허락되지 않았으니 자세한 설명은 생략할게. 아무튼 정명훈이 지휘하는 서울시향과 임선혜(소프라노) 같은 솔리스트들이 공연하는 모짜르트의 레퀴엠 3만원에 볼 수 있다는 건 신의 은총이라고 생각해. 모짜르트 교향곡 41주피터까지 덧붙여서 말이야.

 

이 공연은 원래 127일 하루 공연이었는데, 지난 7월에 이미 매진돼 버렸어. 한국에서 클래식 공연이 매진 된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아는 사람은 알 거야. 표 못산 사람들이 아우성치는 바람에 6일 공연이 추가된 거지. 물론 R석은 12만원이지만 3만원짜리 표도 결코 후지지 않아. 1층 사이드 자리면 충분히 행복할 수 있을 거야.

 

레퀴엠의 감동을 제대로 느끼려면 꼭 봐야 할 영화가 있어. 바로 밀로스 포먼 감독의 아마데우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터넷 망 덕분에 한국의 DVD 시장은 빈사상태고, 그 덕분에 이런 소장가치 200점의 걸작을 9900원에 살 수 있어. 그것도 코멘터리까지 들어있는 2 DISK 버전을 말이야. 절대 후회하지 않을 거야.

 

 

영화 후반부, 죽어가는 모짜르트와 살리에리가 서로 협력해 가며 레퀴엠의 콘푸타티스(Confutatis)와 라크리모사(Lacrimosa) 부분을 작곡하는 장면을 본 뒤에 6일 예술의 전당으로 가서 전곡을 들으면 만점짜리 코스야. 생각만 해도 가슴이 벅차네.

 

아직도 6만원이나 남았으니 연극도 한편 보면 어떨까 싶어. 좀 올드하긴 한데, ‘돌아서서 떠나라라는 작품이 12월 말까지 대학로 예술마당 3관에서 공연 중이야. 박신양 전도연 주연 영화 약속의 원작이라면 대략 무슨 내용인지 짐작이 갈 거야. 이번 출연진은 상당히 젊은데, 강영구-이만희 콤비의 작품이라면 믿어도 좋아. 추운 날, 가슴 뭉클한 얘기를 권하고 싶었어. 참고로 남자들한테 하는 얘긴데, 이 연극 같이 보고 안 우는 여자는 계속 사귈지 말지를 심각하게 다시 한번 고민해 봐.

 

뮤지컬은 대부분 고가라 추천하기가 쉽지 않네. ‘오페라의 유령같은 작품은 내년 1월 공연의 싼 표는 지금 사면 4만원 정도에도 구할 수 있는데 블루스퀘어홀의 악명 높은 2,3층 좌석 배치를 생각하면, 차라리 몇 달치 예산을 묶어서라도 꼭 좋은 자리를 사라고 권하고 싶어.

 

그보다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12월 영화로 개봉할 뮤지컬 레미제라블을 예습하는 거야. 국내에선 20년 전에 무허가(라이선스 없이) 공연한게 전부였으니 그동안 해외 공연 팀의 내한 공연을 보거나 해외에서 보지 않았다면 전막을 본 사람은 거의 없겠지.  일단 DVD를 사. 두가지가 있는데 새로 나온 25주년 기념 공연은 9900, 15년 전에 나온 10주년 기념 공연은 3900원에서 7500원쯤 해. 대체 어떻게 이 가격에 판매가 가능한지는 나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합법적으로 만원 이하에 살 수 있어.

 

왜 미리 보고 가야 하느냐고? 뮤지컬이나 오페라는 작품에 대한 지식이 감상의 폭을 좌우해.

 

 

 

둘의 차이는 리아 살롱가(Lea Salonga)‘I Dreamed a Dream’을 부르느냐(25주년), ‘On My Own’을 부르느냐(10주년)로 요약할 수 있어. 뭘 고를지는 취향인데 굳이 권한다면 후자 쪽. 여유 있으면 둘 다 사.

 

(참 15년 간격인데... 살롱가도 정말 놀라운 방부제 복용자...)

 

단 두 DVD 모두 뮤지컬 공연이 아니라 뮤지컬 콘서트(의상을 입고 무대에서 노래를 하되 연기는 하지 않음) 형식이라는 건 염두에 둬야 해. DVD 보고 영화도 보고, 욕심이 나면 지방을 돌아 내년 4월 서울에서 공연될 정성화 주연의 레미제라블도 질러 보는 거야.

 

그리고 마지막. 원래 이 난에서 개봉 영화 얘기는 안 하기로 했어. 하지만 약간 경우가 다른 작품이 있더라고.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가 극장 상영중이야. 영화로 개작된 건 아니고, 무대 공연을 촬영한 버전인데 그래서 더 괜찮을 것 같아.

 

이 뮤지컬에 대해 전혀 모른다면 일단 유튜브로 가. 마커스 로빗(Marcus Lovett)이 부르는 수퍼스타(Superstar)’나 스티브 발사모(Steve Balsamo)가 부르는 게세마네(Gethsemane)’를 들어. 이렇게 친절하게 스펠링을 써 주는 건 이걸로 검색해 보란 뜻이야.

 

 

 

 

 

아무튼 들어. 그럼 한번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 거야.

 

마지막으로 전시 하나. 12월 전시로는 바티칸 박물관전이 눈길을 끌지만 이 난을 볼 사람이라면 서울시립미술관(서소문 본관)팀 버튼 전(12.12~)’을 권하고 싶어. 버튼의 드로잉, 스케치, 의상 등등 영화적 상상력의 근간이 된 작품들이 전시된대. 가격은 아직 미정인 듯 한데 시립미술관이니 비싸도 만원 안팎일 거야. 버튼 팬이라면 한번 가봐야겠지.

 

12월은 여기까지야. , 12월엔 술 약속도 많을 테니 여기까지.

 

요약

126일 예술의 전당 모짜르트 레퀴엠     B 3만원

연극 돌아서서 떠나라                      S 3만원

영화 아마데우스(SE)’ DVD                      9900

뮤지컬 레미제라블 DVD                      3900~9900

극장 상영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9000

1212~ 시립미술관 팀 버튼 전             1만2000원

대락 9만 3천~ 7천원 정도..?

 

 

갑자기 반말이라 놀랄 분들도 있겠군요.^^ 평소 너무 공손했던 것 같아서 이미지를 바꾸는 중입니다. 새로운 컨셉트. 책에는 이렇게 들어갔습니다. 뭐 책 나오고 나니 바로 1월 문화생활 가이드 마감 직전이군요.

 

아무튼 앞으로 열심히 해 보겠습니다.

 

P.S. 돌이켜 생각해 보니 제가 처음 본 '돌아서서 떠나라'는 한명구-정경순 주연이었군요. 세월이란 참.

 

P.S.2. 지금 메가박스 홈페이지에서 신청하시면 매거진M을 1년간 무료로 정기구독하실 수 있습니다. 놀랍지만 사실! http://www.megabox.co.kr/Event/EventsMegaDetail.aspx?eventkind=1&eventid=1763&rownum=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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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빗: 우연한 여행(이하 '호빗')]은 개봉 전 말이 많았던 영화입니다. [호빗]을 본 많은 사람들이 - 심지어 시사회에 참석한 사람들 가운데서도 - 이 영화가 3부작으로 기획됐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도 큰 작용을 한 듯 합니다. '뭐야, 왜 이렇게 끝나?'에서부터 '아니 왜 사건의 진도가 이렇게 안 나가?' 까지 다양한 불만이 나왔습니다.

 

사실 '호빗'이 3편의 영화로 만들어진다는 건 좀 무리로 보이긴 합니다. '반지의 제왕'이야 원작이 3권(한국에선 6권)이니 3부작이라도 뭐랄 사람이 없겠지만 '호빗'은 원작도 그리 두껍지 않은 1권인데 대체 그걸로 어떻게 영화 세 편을 만들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거죠.

 

하지만 그런 혹평들이 기대를 털어내게 해 준 덕분인지, 직접 본 '호빗'은 전혀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아울러 피터 잭슨은 '호빗'을 원작 그대로 3부작으로 쪼갤 생각은 애당초 없었던 모양입니다. 큰 줄거리는 소설 '호빗'을 따라가되, 원작에 나오지 않는 부분들을 자신의 상상력으로 메꿔 넣어, '반지의 제왕' 마니아들이 즐거워할 만한 프리퀄의 요소를 훨씬 풍성하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의도적으로 '반지의 제왕'의 구도를 재현하려 한 근거는 바로 이런 인물에서 드러납니다. 사진상으로는 전혀 알 수 없지만, '난쟁이' 킬리입니다.

 

...이런게 난쟁이라니! 이건 사기야! 게다가 활도 잘 쏜다니. 아무래도 이건...^^

 

 

 

일단 간단한 줄거리.

 

전혀 모험 따위는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고 살아온 호빗 빌보 배긴스(마틴 프리먼)은 어느날 회색 마법사 간달프(이언 맥캘런)의 방문을 받습니다. 빌보는 '함께 모험을 떠나자'는 간달프의 제안을 일언지하에 거절하지만, 바로 다음날 '참나무 방패 소린'(리처드 아미티지)이 이끄는 열 세 난쟁이들의 방문을 받습니다.

 

난쟁이들의 목표는 강력한 용 스마우그에게 빼앗긴 난쟁이들의 도시 예레보르를 탈환하겠다는 것. 난쟁이들의 먹성에 식품 저장고가 텅 비는 참사가 벌어지지만, 곡절 끝에 빌보는 소린 원정대의 일원이 됩니다. 그리고 그들이 가는 길은 초원, 눈덮인 벼랑, 오크, 고블린, 트롤, 엘프 등등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사실 영화는 아주 친절한 편은 아닙니다. '본래 호빗들은 손님 접대를 좋아한다' '호빗들은 요리를 잘 한다' '난쟁이들은 매우 조용히 움직이고, 호빗들은 그보다 더 조용히 움직이기 때문에 은밀한 행동을 하는 데에는 호빗만큼 이점을 가진 종족이 없다'는 등의 설명이 있다면 영화 '호빗'을 이해하는 데 상당히 도움이 되겠지만, 이런 설명들은 영화에선(대화 중에 나오긴 합니다만...) 전혀 중요하지 않은 말로 그냥 스쳐 지나갈 뿐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이 영화를 아무런 부담 없이 받아들입니다. 온 국민이 다 극장에서 본데다 기회만 있으면 케이블TV 영화 채널에서 시도 때도 없이 틀어 준 결과, 초등학생에서 할아버지까지 전 세대가 너무나 친숙하게 여기게 된 '반지의 제왕' 3부작 덕분이죠. 영화의 국적을 불문하고 국내에서 개봉된 영화 사상 이보다 더 친숙한 영화는 없을 지경이니 말입니다.

 

 

(게다가 이 분까지 나오시니 뭐 친숙함은 이루 말할수가...)

 

영화의 흐름은 어쩌면 피치 못하게 '반지의 제왕' 1편의 진행을 그대로 따라갑니다. 원정대가 조직되고, 주인공 호빗이 예기치 못하게 그 일원이 되고, 험한 길을 가면서 괴물들과 싸운다는 이야기이니 말입니다.

 

게다가 원정대의 실질적인 리더는 (그때나 지금이나) 간달프. 그리고 원정대의 표면적 리더는 (그때나 지금이나) 카리스마 넘치는 미중년 전사. 그리고 (그때나 지금이나) 원정대에 활기를 불어 넣는 꽃미남 궁수가 있습니다. 아라곤이 했던 역할을 소린이, 레골라스가 했던 역할은 킬리가 한다고 보면 딱 떨어질 구도입니다. 김리 역할은.... 뭐 10명이나 있습니다.

 

한마디로 '반지의 제왕'의 구도를 그대로 재현하려는 속셈이 너무 보인다는 얘기.

 

 

(카리스마틱 리더 소린 역의 리처드 아미티지,)

 

 

(기형 난쟁이 킬리 역의 에이단 터너. 이제 올란도 블룸은 끝난 거죠.)

 

 

(열 세 난쟁이 중 하나인 이분은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주역 김리의 아버지인 글로인입니다. 배우 이름은... 근데 알아서 뭐 하실라구요?)

 

이런 구도는 사실 약간 위험하기도 합니다. 많은 관객들이 편안하고 당연하게 받아들인다는 면도 있지만, '뭐야, 재탕이야?'라는 느낌을 줄 여지도 충분히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상당히 많은 관객들이 지루하다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많은 관객들은 '고작 세 편'으로 끝난 '반지의 제왕'을 좀 더 오래 오래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환영하는 분위기입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영화 '호빗'을 세 편으로 만든다는 의도 자체가 바로 이런 관객들을 위한 서비스라고 봐야 할 겁니다.

 

 

 

'호빗'의 주인공 마틴 프리먼이 엘라이자 우드만큼의 인기를 얻기는 쉽지 않을 듯 하지만, 의외로 대사도 별로 없는 킬리 역의 에이단 터너가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다른 난쟁이들이 체형 비율에서도 난쟁이 표준인 4~5등신을 유지하는 반면 킬리는 키만 작을 뿐 신체 비율도 8등신입니다. 여성 관객들을 위한 서비스 캐스팅의 냄새가 뚜렷합니다.

 

'호빗'을 보기 위해 원작 '호빗'을 새로 사서 읽을 필요는 별로 없어 보입니다(사실 원작을 읽어도 큰 방해는 되지 않습니다. '반지의 제왕'의 경우와는 달리 원작보다 영화가 훨씬 풍성하니까요). 그냥 편안한 마음으로 극장에 앉으시면 다른 고민은 전혀 필요 없습니다. 다만 다소 쫓기듯 진행됐던 '반지의 제왕'에 비해 '호빗'은 훨씬 여유있고, 느긋한 영화라는 점만 기억하시면 세 시간이 짧게 느껴지실 겁니다.

 

 

단지 이렇게까지 '반지의 제왕'의 주역들이 다 나와버리면 전편의 아라곤과 아르웬이 참 그리워진다는 부작용이 있습니다. 케이트 블랜칫이 시리즈 최고의 미녀라는 건 아무래도 '호빗'의 최대 약점이라고 할 수 있을 듯. (그렇다고 수염 난 드워프 여주인공을 등장시킬 수도 없고...^^)

 

시리즈 2편에 가면 타우리엘이라는 새로운 엘프가 나올 듯 한데 그거나 기대해봐야겠군요.

 

 

 

 

P.S.1. HFR(High Frame Rate)을 적용한 초당 48프레임의 3D로 봤는데 기존의 영화와는 확실한 차이가 느껴졌습니다. 가장 큰 차이는 아무래도 '너무 선명해서 영화같지 않다'는 점입니다. 즉 판타지 영화 특유의 약간 부드러운 터치와 몽환적인 영상이 사라지고, 장시간 카메라를 고정하고 찍는 자연 다큐멘터리에서나 볼 수 있는 화면이 이어지다 보니 오히려 영화의 현실감이 떨어졌다고나 할까요.

 

(그런데 반면 HFR을 먼저 보고 그냥 디지털 2D로 다시 보신 분은 '두번째는 화면이 뿌예서(?) 도저히 못 보겠더라'고 하시는 걸 보면, 역시 적응하기 나름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아무튼 전체적으로 영화가 아니라 자연 다큐 혹은 전편을 거대한 세트에서 촬영한 시트콤 같다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특히 낮 장면이.)

 

P.S.2.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절대 알아볼 수 없는 두가지 역으로 모두 합해 약 20초간 나옵니다. 출연료를 받았을지가 매우 궁금.^^ 아무튼 셜록과 왓슨의 대결은 1편엔 없습니다.

 

P.S.3. 과이히르(영화에 이름은 나오지 않지만, '호빗' 후반부를 보시면 누군지 저절로 아시게 됩니다)를 불렀으면 좀 더 태워달라고 하지 그렇게 엉뚱한 데에 내려주면...^^

 

 

 

 

P.S.4. 본래 북유럽 신화에 나오는 드워프 종족의 특징은 '키가 작고, 손재주가 뛰어나고, 협동심이 강하고, 배타적이며, 보기보다 싸움도 잘 한다'는 것인데 일각에서는 이 드워프가 어찌어찌해서 북유럽 지역으로 흘러들어온 아시아 계 민족일 것이라고 해석하기도 합니다. 물론 톨킨이나 잭슨의 해석과는 아무 상관 없는 얘깁니다. (그냥 그렇다구요.^)

 

어쨌든 피터 잭슨, 마틴 프리먼, 엘라이자 우드는 현실에서도 호빗 사이즈 인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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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형사다]라는 프로그램이 방송됐습니다. 정식 명칭은 JTBC TV '당신을 구하는 TV - 우리는 형사다'입니다. 사실 모든 사람이 만족했던 제목은 아닙니다.

 

방송이 나가기 전, 개인적으로도 '왜 이렇게 길고 설명적인 제목이 필요할까'하는 의문을 가졌습니다. 기본적으로 예능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인 만큼 좀 더 감각적인 제목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제목은 경찰들의 일상이나 수사 과정을 6mm 카메라로 추적하는 다큐멘터리 같다는 느낌이 너무 강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제작진은 제목, 특히 '당신을 구하는 TV'에 강한 애착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방송을 보고 나니 그 이유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사람의 목숨을 왔다갔다 하게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던 겁니다.

 

 

 

'우리는 형사다'는 한국 최초(그리고 제작진의 주장에 따르면 '세계 최초'^^)로 형사들이 직접 스튜디오에 나와 범죄 현황과 그 예방법에 대해 설명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이 프로그램 첫회 후반부에는 실제 범죄 상황에서의 행동 요령을 알려주는 '긴급전화 SOS' 코너가 방송됐습니다. 오래 전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인생극장' 코너를 연상시킵니다. '한밤에 택시를 타는 경우'에 대한 안전 대처법입니다.

 

예를 들어 한밤중 길에 나선 여성 출연자 앞에 두 대의 택시가 서 있습니다. 1번 택시에는 온화한 얼굴의 운전기사가, 2번 택시에는 다소 험상궂은 운전기사가 타고 있습니다.

'당신이라면 어느 택시를 타시겠습니까'라는 질문입니다.

 

자, 1번 차

 

 

 

 

2번 차입니다.

 

 

 

어떤 차가 더 안전한 차일까요?^^

(정답은 저 아래쪽으로 내려가시면 있습니다.)

 

아무튼 프로그램에 대한 소개를 조금만 더:

 

'우리는 형사다'의 스튜디오에는 강력, 사이버, 성폭력, 조직폭력, 장기미제 사건, 프로파일링 등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보였던 대한민국 최고의 형사들이 직접 출연해 시청자들에게 범죄 예방에 대한 지식을 전달합니다.

 

물론 그렇게만 있으면 너무 딱딱해 질 것을 대비해 MC는 이휘재가 기용됐습니다.

 

 

그리고 뭐니뭐니해도 대한민국에서 가장 형사들에 대해 잘 아는 연예인,

 

 

 

지금은 손 씻은(?) 왕년의 스트리트파이터 김창렬도 스튜디오에 나왔습니다.

 

첫회의 주제는 성범죄. 폭증하는 성범죄에 대한 다양한 지식들이 소개됐습니다.

 

 

 

 

가장 핵심적인 주제는 '천사가 되려고 하지 마라'.

 

여성들의 동정심을 이용해 못된 짓에 사용하는 흉악범들이 늘고 있는 상황. 예를 들어 길을 잃은 척 하는 어린이의 집을 찾아 준다며 어린이가 이끄는대로 으슥한 뒷골목으로 갔다가 범죄의 위기에 노출됐던 여성의 사례가 소개됐습니다.

 

이밖에도 '요 옆 건물 3층까지만 짐을 좀 거들어 달라'는 할머니의 청을 들어 줬다가 위에서 기다리고 있던 공범에게 노출된 사례도 있었죠.

 

 

 

또 여성들의 노출이 성범죄의 온상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전문가가 등장, "실제 사건 발생 비율을 보면 바지 입은 여성들의 피해 사례가 오히려 더 많은 경우도 있다"고 설명합니다.

 

 

 

서구에 비해 한국의 성범죄 재범률이 높은 것은 낮은 형량과 합께, 성범죄자들이 교도소에서는 위축되어 조용한 생활을 하므로 모범수로 감형되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

 

한마디로 성범죄의 주역들이 얼마나 비열한 존재들인지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자기보다 약해 보이는 여성에게는 못된 짓을 하지만 자기보다 강한 남자 죄수들 사이에서는 기가 죽어 지낸다는 얘기죠.

 

 

 

 

 

 

 

후반부. 위에서 소개했던 택시 퀴즈가 포함된 '긴급전화 SOS' 코너입니다.

 

 

한밤중에 혼자 택시를 타는 상황에 대해 막연한 불안감을 느끼는 여성들이 꽤 있을 겁니다. 실제로 꽤 많은 사건 사례들이 보고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 1번과 2번 택시 중 상대적으로 더 안전한 택시는 무엇일까요?

 

 

 

 

현장 방청객 중 약 75%가 '1번 택시'를 선택.

 

아무래도 운전기사의 인상이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하지만 핵심적인 부분을 간과했습니다. 한국에서 합법적인 택시는 모두 번호판의 가나다라 표지가 '아, 바, 사, 자' 로 되어 있다는 것. 그 밖의 번호판은 모두 무허가 택시입니다. 1번 택시의 번호판은 '가'로 되어 있죠.

 

정식 등록된 택시가 아닌 만큼, 범죄에 이용될 확률이 매우 높다는 것이죠.

 

 

 

 

 

즉 택시 기사의 인상을 보기 전에 일단 번호판을 확인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밖에도 달리는 차에서 음료를 권하는 기사, 휴대전화를 빌려 달라는 기사에겐 절대 응하지 말아야 한다는 교훈도 나왔습니다. 상황에선 기사가 통화를 하다가 "내 전화기의 배터리가 다 닳았다"며 손님에게 전화기를 빌려달라고 합니다. 하지만 전화기를 건네자 기사는 창을 열고 밖으로 전화기를 던져 버린 다음 광란의 질주를 시작합니다.

 

특히나 휴대전화는 한밤의 생명줄과 같다는 지적. '강호순도 위장 택시를 몰면서 피해 여성들에게서 제일 먼저 전화기부터 빼앗았다'는 설명이 이어집니다. 방청객들의 얼굴에도 충격이 스쳐갑니다.

 

한밤에 택시를 타는 경우엔 누군가와 통화를 하면서 자신의 행선지나 현재 위치등을 이야기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는 설명. 그리고 여자 승객은 무조건 뒷자리에 타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물론 대다수 선량한 택시기사들께서 이런 프로그램을 보시면 '우리가 무슨 범죄집단이냐'고 불쾌하게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이런 상황을 이용한 범죄들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를 예방하기 위해 택시 승객들이 조금은 예의에서 벗어난 행동을 하더라도 이해해 주시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이를테면 택시를 탄 승객이 다른 사람과 통화하면서 자기가 탄 택시 번호를 불러 준다든가 할 경우에 말입니다.

 

 

 

 

첫회가 방송됐을 뿐이지만 실시간으로 SNS 반응이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정말 필요하고 유익한 프로그램이 생겼다는 느낌.

 

범인 체포에는 귀신이지만 방송에는 초보인 형사님들이 긴장이 좀 풀리시면 좀 더 '재미있는' 이야기도 많이 소개될 거라는 생각입니다.

 

(당연히 놀자판이 되면 안 되겠지만.^^)

 

 

 

매주 목요일 밤 11시.

 

'무릎팍 도사'가 당신의 생명을 좌우하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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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거의 대부분의 드라마들에서 주역은 청춘들입니다. 아무리 '제빵왕 김탁구'같은 드라마에서 '실질적인 주연'은 전인화와 정성모 같은 중년 배우들이었다고 해도 제목이 '김탁구'인 이상 김탁구 역의 윤시윤이 드라마의 중심에 있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마찬가지. '우리가 결혼할수 있을까'(이하 우결수)도 실질적인 주인공은 한 딸의 이혼과 한 딸의 결혼을 온 몸으로 추진하고 있는 억척 엄마 들자 역의 이미숙이지만 아무리 그래도 드라마의 핵심은 정훈(성준)과 혜윤(정소민) 커플입니다. 이 두 젊은이의 가파른 결혼 길이 드라마의 갈 길이고 말입니다.

 

이렇게 해서 이 두 사람이 드라마의 커플 1번, 그리고 공기준(김영광)-동비(한그루) 커플이 2번으로 드라마를 진행시키고 있습니다. 당연히 이혼 위기에 있는 혜윤의 언니 혜진(정애연) 부부가 3번이죠. 그런데 4번 커플이 드라마 전면으로 죽죽 치고 나오고 있습니다. 바로 민호(김진수)와 들래(최화정)의 중년 커플입니다.

 

 

극중 민호는 세 번의 이혼 경력을 갖고 결혼생활에 질려 할리 데이비슨 모터사이클 타는 취미로 사는 40대 중년남입니다. 그래도 '건물 하나 정도 갖고 있는' 재력 덕분에 사는 데 지장 없고, '20대 아니면 여자로 보이지 않는' 생활을 계속해 왔습니다.

 

반면 혜윤의 이모 들래는 50세의 노처녀 어린이집 교사. 예전엔 예쁘다는 말도 수없이 들었고, 소녀적인 정서를 아직 갖고 있는 탓에 이상형의 남자는 어디까지나 미소년-미중년으로 진화했을 뿐 무식하고 교양없는 중년의 아저씨에겐 눈길조차 줄 생각이 없었던 인물입니다.

 

그런데도 참 사람 일이라는게, 하다 보니 들레가 모터사이클에 대한 묘한 동경을 갖고 있고, 그러다 보니 민호와 들래 사이가 남녀 사이가 됩니다. 과연 이런 일이 있을까 싶지만 실제론 꽤 있습니다.

 

 

들레 같은 스타일의 노처녀들은 점점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이 분들의 특징은 몸도 늙고 마음도 늙어가는데, 유독 취향은 늙지 않는다는 겁니다. 자신들의 현실과는 아무 상관 없이, 이 분들의 이상형은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만 발견됩니다. 

 

전문직 종사자들이 많은 만큼 대부분 먹고 사는데에는 큰 지장이 없지만, 현실에서의 로맨스는 그만치 멀리 있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소녀시절의 판타지가 날이 갈수록 공고해지는 분들이기도 합니다.

 

 

 

 

이런 분들에 대한 하명희 작가의 시선은 코믹하지만 냉엄합니다. 이미 지난주 10회에서 드러났듯, 나이 50에 생물학적으로 처녀인 들레의 꿈 속에서 저승사자로 변한 언니 들자(이미숙)는 "사랑하지 않는 자 유죄라는 말 알죠? 아직까지 성경험이 미개봉 상태이기 때문에 그 몸으론 저승에 갈 수 없어요. 영원히 구천을 떠돌게 될 거에요"라고 악담을 던진 뒤 주저없이 들레의 관 위로 삽질을 해 댑니다.

 

 

 

"언니 나는 어디로 가?"

 

 

"생전에 날 알던 사람인가본데, 난 저승사자가 되어 전생의 기억이 없어요."

 

 

"어디보자. 혼전순결이 미개봉 상태라서 이 상태론 저승에 갈 수가 없어요. 사랑하지 않은 자 유죄란 말 알죠?" 

"...그럼 전 어떻게 되나요?"

"이대로 구천을 떠돌게 되는 거죠."

 

 

이 뒤로는 이런 상상에 충격을 받은 들래가 민호에게 "중간 과정 생략하고 빨리 자자"고 재촉하는 코믹한 장면이 이어집니다. 아무리 농담이라도, 나이 50에 처녀라는게 생매장당할 죄라고 한다면 분노하실 분들도 있을 겁니다. 세상이 그럴 기회를 주지 않았다고 하실 분도... 뭐 따지다 보면 정말 억울한 분들도 있겠죠.;; (이런 얘기는 여기까지.)

 

사실 민호-들레 커플이 인기를 얻는 것은 실제 생활에서 그런 처지에 있는 분들이 이 커플을 좋아하시기 때문은 아닐 겁니다. 반대로 그와는 전혀 거리가 먼 분들에게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훨씬 높아 보입니다.

 

그리고 다른 무엇보다, 이 커플에 대한 하명희 작가의 따뜻한 시선이 눈길을 끕니다. 아마도 이 커플이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이런 마음이 담겨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겉으로는 자신만만한 척, 언제라도 젊은 여자들과 어울리면서 센 척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사실은 민호도 외롭습니다. 남자 생각 따위는 전혀 없는 것처럼 행세하지만 들레가 외로운 건 굳이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눈에 보입니다.

 

그런 두 사람이 서로의 외로움을 자신의 외로움에 겹쳐 보면서, 두가지 외로움이 서로 닮아 있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민호의 별스러운 모습을 보면서 들레는 생각합니다. "이 사람은 이렇게 외롭구나. 이렇게 같잖은 짓을 하면서까지 친해지고 싶어하는구나. 내가 뭐 잘났다고. 나도 아는데. 외로운 게 뭔지."

 

여기서 핵심은 바로 '내가 뭘 잘났다고'.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마음을 여는 데에는 사실 긴 시간이나 논리적인 설득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대개는 첫 눈에 서로 눈이 맞아 뭔가가 시작됩니다.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즉 일단 한쪽이 다른 한쪽에게 먼저 호감을 갖기 시작한 경우라면 바로 이 과정이 필수적입니다. '내가 뭘 잘났다고.' 거기서부터 공감과 대화가 시작되는 것이죠.

 

그러고 보면 '우결수'는 결혼적령기의 젊은이들이 보게 만들어진 드라마인 듯 하지만 사실은 퍽 어른용 드라마입니다. 대사 하나 하나마다 통찰이 숨어 있고, 인생이 녹아 있습니다. 웃음 속에 페이소스가 있고, 한숨 속에 지혜가 있습니다. "나에 대해 속속들이 알게 하고, 이해를 구한게 잘못이야?" "잘못이지. 그럼. 왜 다 알게 해. 생각만 복잡해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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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미제라블] '인생의 뮤지컬'이라는 표현을 쓰기는 우습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본 뮤지컬 중 최고의 작품을 꼽으라면 '레미제라블'을 꼽게 됩니다. 앤드류 로이드 웨버님의 수많은 걸작들이 눈에 밟히지만, 그래도 전체적인 음악의 완성도나 구성을 볼 때 '레미제라블'을 능가할 작품은 아직 인류의 뮤지컬 역사에 나오지 않았다는 생각입니다.

 

클로드 미셸 숀버그(오스트리아 출신의 유명한 현대 음악 작곡가 아르놀트 쇤베르크와 같은 이름이고, 한때 친척이라는 정체불명의 소문이 돌았지만, 본인이 직접 아무런 혈연 관계가 아니라고 해명한 바 있습니다)과 알랭 부브릴이 만들어 낸 이 위대한 작품은 1985년 초연 이후 한국과는 별 인연이 없었습니다.

 

1980년대 후반에 라이센스와 무관하게 해적판(?) 공연이 이뤄진 적이 있었고, 1996년과 2002에 해외 공연진의 방문이 있었을 뿐입니다.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를 갈 기회가 있었던 일부 운 좋은 사람들 외에 대다수 국내 팬들은 이 공연을 볼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10주년 기념 DVD에는 '레미제라블'이 공연된 17개국에서 온 각국의 장발장들이 등장하지만 그 가운데 한국은 포함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한국 공연이 이뤄지게 됐습니다. 그것도 묘하게 할리우드 영화판 '레미제라블' - 물론 수십번 영화화된 작품이지만 이번엔 영화 '오페라의 유령'과 마찬가지로 뮤지컬 영화입니다 - 의 개봉과 비슷한 시기에 말입니다.

 

 

 

일단 이 작품 자체에 대한 이야기는 2008년 포스팅에 있으니 관심 있는 분은 그쪽으로 가 보시기 바랍니다. 똑같은 동영상을 자꾸 퍼 오거나, 똑같은 얘기를 자꾸 할 필요는 없을 듯 합니다.^

 

http://5card.tistory.com/130

 

지난주 용인 포은아트홀까지 한걸음에 달려갔습니다. 제작사의 방침...이라고는 하지만 왜 용인에서 초연을 하고 지방 순회를 한 뒤 다시 서울에서 공연을 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하루 빨리 이 공연을 봐야겠다고 몸이 달아오른 사람들은 많았고, 평일인데도 객석은 빽빽했습니다.

 

그리고 3시간의 공연. 만약 이 공연을 통해 처음으로 '레미제라블'을 접한 사람들이라면 당연히 가슴이 벅차오를 만큼 훌륭한 공연이었습니다. 본래 '레미제라블'의 상징으로 꼽혔던 회전무대는 사라졌지만 무대의 깊이며 볼거리에서는 조금도 손색이 없었고, 역시 이 작품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거대한 앙상블은 관객의 전율을 자아낼 만 했습니다.

 

예를 들어 1막의 끝곡인 'One Day More'나 두 차례의 'Do you hear the people sing'에서 잘 조율된 파워풀한 합창은 왜 사람들이 '레미제라블'을 사상 최고의 뮤지컬이라고 부르는지 충분히 보여줬다고 할만한 위력을 발휘했습니다. 아마도 이런 몇몇 장면만으로도 대부분의 관객들은 '정말 대단한 공연을 보았다'고 느낄 것이고, 평생을 잊지 못할 감동을 간직하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일부 '레미제라블' 마니아들에겐 역시 약간의 아쉬움이 남을 듯 합니다. '레미제라블'은 웅대한 합창과 비주얼 외에도, 수많은 뮤지컬 스타들이 일생을 두고 부르고 싶어하는 솔리스트용 명곡들로 채워진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장발장의 'Bring him home', 팡틴의 'I dreamed a dream', 자베르의 'Stars', 에포닌의 'On my own' 같은 곡들이 그렇죠. 또 중반의 'Do you hear the people sing'을 들어 보면 앙졸라라는 배역이 왜 젊은 뮤지컬 지망생들의 피를 끓게 하는지 금세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 최고의 배우들을 모았다는 캐스트가 이런 명곡들을 얼마나 소화했나를 생각하면 아무래도 아쉬움이 남습니다. 물론 이건, 사람들이 알피 볼이나 코엄 윌킨슨, 리아 살롱가나 마이클 볼 같은 일세를 풍미한 명가수들의 목소리로 이 노래들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다시 태어난다면 앙졸라를 한번 시도해 보련만, 아저씨의 로망은 역시 자베르가 부르는 Stars...정말 한번 도전해 보고 싶은 노래.)

 

게다가 아무리 관대하게 보려 해도, 이번 '레미제라블'의 가사 번역은 매우 실망스럽습니다. 영어 가사에 맞게 만들어진 노래를 다시 한국어 가사에 맞추는 일이 쉬울리는 없습니다만, 그동안 수없이 많은 공연들이 번안 공연되었다는 점에 비쳐 생각할 때, 이번 공연의 한국어 가사는 아무래도 많은 부족함이 느껴집니다.

 

일각에서 '한국어 가사가 좋았다'는 리뷰들을 볼 수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음표에 맞게 가사를 꽉꽉 채워넣다 보니 한국어의 특성에 맞는 의미 전달은 무시된 부분이 한두군데가 아닙니다. 관객들이 가사를 제대로 듣지 못하게 된 데에는 뭔가 아직 박자가 맞지 않는 듯한 음향 조절에도 책임이 있겠지만, 절대적으로 큰 책임은 한국어 가사에 있습니다.

 

(물론 모든 노래의 가사에 문제가 있는 것은 당연히 아닙니다. 하지만 이 뮤지컬이 오페라처럼 송스루 스타일이다 보니, 오페라의 레시타티보에 해당하는 부분의 한국어 가사에서 집중적으로 문제가 노출됩니다. 끊어읽기라는 한국어의 특징이 전혀 고려되지 않은 가사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제작진은 상대적으로 가사가 자연스러웠던 떼나르디에 부부에게 관객들의 호응이 매우 컸다는 점을 눈여겨 봐야 할 듯 합니다.)

 

 

 

어쨌든 이런 저런 문제들을 고려한 다음 '레미제라블'의 주역들이 살려 줘야 할 핵심적인 명곡들의 처리를 놓고 평가하자면, 역시 장발장 역의 정성화가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주더군요. 공연 전에는 '과연...?'하는 약간의 의구심이 있었지만, 공연을 보고 나니 정성화야 말로 최선의 캐스팅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초반 서막 부분에서는 미묘한 조바꿈에서 섬세함이 부족한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었지만 후반부, 특히 'Bring him home'에서 정성화는 '국가대표 장발장'으로 손색없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런 대작을 이끌어가는 주인공으로서의 카리스마도 다른 배우들을 압도했습니다.

 

 

 

팡틴 역의 조정은은 오케스트라에 묻혀 'I dreamed a dream' 후반부의 노랫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았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깁니다. 배우의 음량을 고려해 전체 음향을 조절하는 데 실패한 것이 분명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에포닌 역에 더 어울리는 배우라는 생각이 들지만(몇년 전에 이 공연이 들어왔다면 단연 조정은이 에포닌 역으로 관객의 눈물을 쪽 빼는 명연을 보여주지 않았을까요), 노랫소리가 들리지 않아 낮은 평가를 받는다면 개인적으로 참 아쉬울 듯 합니다. 이번 공연의 에포닌 박지연도 물론 매우 훌륭합니다.

 

(아쉬움에 올려 보는 조정은의 On my own)

 

 

반면 앙졸라, 마리우스, 코제트 역할은 여러가지로 아쉽습니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저는 앙졸라 역에서 좀 더 남성적이고 결의에 찬 목소리를 기대했습니다. 앙졸라가 마리우스 같아선 곤란하지 않을까요. 아울러 전체적으로 너무 많은 배우들이 '뽕끼 있는 발성'에 의존하고 있다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물론 전체 공연의 틀 안에서 보면 위에 든 아쉬움은 정말 소소한 아쉬움에 불과합니다. 일단 공연을 보신 분이라면 무슨 말인지 심히 공감하실 것으로 믿습니다. 또 사소한 문제는 다 덮을 수 있을 정도로 원작이 매력적입니다.

 

지난 6월 뮤지컬 어워즈에서 갈라 형태로 보여진 One Day More 입니다. 아마도 많은 분들이 이 출연진을 더 사랑하실지도 모르겠지만, 만약 포은아트홀로 지금 가신다면, 이 버전의 One Day More는 학예회라고 생각하시게 될 겁니다. 그만치 현재 공연 팀의 밸런스가 훌륭합니다.

 

 

 

 

용인이 너무 머신 분은 내년을 기약하시길. 뭐 앞으로는 국내에서도 꽤 자주 볼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만, 뮤지컬 팬이라면 어쨌든 한번은 봐야 할 작품이니 말입니다.

 

 

P.S. 곧 개봉할 영화판의 예고편입니다. 앤 해서웨이가 부르는 'i dreamed a dream'이 나옵니다만, 글쎄 그닥 인상적이지는 않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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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결수]라는 드라마가 있습니다. 본래 긴 제목은 '우리가 결혼할수 있을까' 입니다. 많은 분들이 보고 계시지만, 아직도 모르는 분들이 더 많습니다.

 

이 드라마는 지난주부터 매주 월,화요일 저녁 9시50분에 방송됩니다. 10시대는 본래 KBS 2, MBC, SBS 지상파 3사의 드라마가 격돌하는 시간이죠. 그런데 과감하게 그 시간에 뿌리를 박았습니다.

 

사실 근거 없는 자신감은 아니었습니다. 그만치 드라마의 품질에는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죠. 여러가지 이유로 힘들긴 하지만 어지간한 드라마들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건 분명했습니다. 지금도 기대 이상의 성원을 받고 있습니다. 아울러, 이만한 성원을 받게 된 것은 바로 SNS 덕분이라는 것도 드러나고 있습니다.

 

 

 

'우결수'는 처음부터 온라인을 통한 다양한 홍보에 힘을 기울인 작품입니다. 방송 1주일 전, 포털사이트 다음을 통해 '우결수' 1회가 먼저 공개됐습니다. 그러니까 정규 편성으로 방송되기 1주일 전에 드라마 1회를 인터넷으로 먼저 볼 수 있게 한 것이죠. 예고편이나 편집본이 아니라 정규 1회를 말입니다.

 

 

 

그리고 1회 영상을 SNS로 공유하기만 해도 선착순으로 캔커피를 그냥 드리는 이벤트를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방송 전 1주일간 이 1회는 13만회나 플레이됐습니다. 지금까지 총 20만 네티즌이 이 1회 영상을 보셨습니다.

 

방송이 시작된 뒤, 출연진들이 적극적으로 SNS를 통해 자신의 출연작 홍보에 나섰습니다.

 

남자 출연진 중 최고참이라고 할 수 있는 김진수.

 

 

 

물론 가장 영향력 크고(?) 열심한 사람은 정훈 역으로 출연중인 성준입니다.

 

 

 

성준의 가장 큰 위력은 파급력. 성준이 한번 트위터에 글을 남기면 수많은 팔로워들이 그 글을 널리 퍼뜨립니다. 그런데 성준 팔로워들은 "오빠, 키스신이 너무 많아서 못 보겠어요"라는 하소연을 할 때도 있더라는...^^

 

뒤늦게 트위터 활용에 나선 김영광.

 

 

 

이 역시 300여회가 넘는 리트윗을 기록하는 위력이 엿보입니다.

 

성준-김영광 투톱의 힘은 SNS에서 두드러집니다.

 

그리고 정애연,

 

 

한그루도 열심입니다.

 

 

 

지금까지 여러 편의 드라마를 방송했지만 이렇게 출연진이 자기 드라마에 애정을 갖고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경우는 처음 보는 듯 합니다.

 

이렇게 출연진이 열심이다 보니 다른 쪽으로도 전파됩니다.

 

이 드라마와 전혀 상관 없는 김수로도.

 

 

 

지금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을 이용해 '우결수'를 검색해 보시기 바랍니다.

 

출연진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남긴 호평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어떤 전문가가 쓴 리뷰보다 생생합니다. 그만치 이 드라마가 볼만한 작품이라는 걸 알 수 있게 해 주죠.

 

결론은: 얼른 동참하십쇼.^^ 지금부터 보셔도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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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자식 상팔자]라는 드라마가 조용히 시청자들을 흔들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미 보고 계십니다. 하루가 다르게 반응의 크기가 달라지고 있죠. 이 드라마가 붐을 일으키고 있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김수현이라는 작가의 힘을 가장 먼저 꼽지 않을 수 없죠. 이건 어찌 보면 너무 당연한 얘기입니다.

 

그렇다면 김수현이라는 작가는 대체 어떻게 해서 이런 무소불위의 위력과 권위를 갖게 된 것일까요. 일단 대본만 읽어 봐도 그 깨알같은 설정과 마약같은 감칠맛에 감탄하게 되지만, 촬영장에 가 보면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정을영 감독을 비롯한 현장 스태프들이 그 대본을 영상화하는데 얼마나 심혈을 기울이는지 느낄 수 있습니다.

 

아마도 시청자들 가운데 아래 나오는 세 장의 졸업사진을 보신 분은 안 계실 겁니다.

 

 

 

 

김수현 작가가 '무자식 상팔자' 전에 마지막으로 집필한 미니시리즈는 수애 김래원 주연의 '천일의 약속'입니다. 나날이 치매로 시들어가는 수애의 가련한 모습이 많은 시청자들을 안타깝게 했던 작품이죠.

 

이 드라마 방송 도중 주제와는 아무 상관 없이 디테일에 대한 문제가 제기된 적이 있었습니다. 수애가 요리하는 장면이었죠.

 

 

 

수애가 손에 들고 있는 마늘통을 냉장고 냉동실에서 꺼내고, 끓고 있는 찌개에 넣는 대목입니다. 이게 왜 문제일까요. 마늘을 빻아 놓고 냉동실에 넣고 쓰는 분들은 한둘이 아닌데.

 

한 시청자가 "냉동실에서 꺼낸 마늘이 너무 부드럽다. 그냥 찌개에 떠 넣을 정도일 리가 없다"고 문제제기를 했습니다. 생각해 보면 그렇습니다. 얼어 있어야죠. 이런 경우를 대비해 빻은 마늘을 아예 각설탕처럼 깍둑썰기를 해서 쓰시는 분들도 있죠.

 

아무튼 이 지적에 대한 김수현 작가의 반응(당시에는 트위터를 하고 계셨습니다)은 이랬습니다. "나도 열 받아 머리가 뜨끈했었어요. 아이고 음식 소품 담당이 제대로 챙겼어야 했는데. 그런 실수 나올 때마다 끔찍해요"

 

 

 

사실 모든 드라마가 찍다 보면 이런 사소한 실수를 하지만, 모든 작가가 이렇게 '머리가 뜨끈해 질 정도로' 민감하게 반응하지는 않습니다. 드라마 현장이 얼마나 군사 작전처럼 움직이는 지 다들 잘 알기 때문에 웬만한 건 그냥 넘어가게 돼 있죠. 그런데 '김수현 드라마의 디테일'은 그냥 디테일이 아닙니다. 그 디테일이 바로 드라마가 갖는 힘의 일부죠.

 

일단 '무자식 상팔자' 스튜디오로 한번 가 보시겠습니다.

 

 

 

JTBC 사옥 지하로 내려가면 이런 긴 복도가 있고,

 

 

그 끝에 J2 스튜디오가 있습니다.

 

 

스튜디오 바로 앞 부조에선 연출부의 지휘가 한창입니다. 가운데 팔을 높이 드신 분이 바로 연출자인 정을영 감독. 살짝 보이는 자양강장제 상자가 제작진의 노고를 엿볼 수 있게 합니다.

 

 

이건 스튜디오 안의 세트 모습. 마침 슛이 진행중이라 들어갈 수 없습니다. 멋모르고 문을 열었다간 정면에 앉아있는 저 연출부 스태프의 따가운 눈총을 받을 겁니다.

 

안으로 들어가면 집안 방 방이 모두 세트로 설치되어 있습니다. 그중에서 할아버지(이순재) 할머니(서우림)의 방.

 

 

 

 

 

바로 이런 장면이 연출되는 공간입니다. TV 화면으로도 어렵풋이 보신 분이 있겠지만, 사진으로 보면 문 위쪽에 졸업사진이 죽 붙어있는게 눈에 띕니다.

 

 

네. 이 세 손자 손녀의 졸업사진입니다.

 

 

그 옆의 큰 가족사진. '산수연'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산수(傘壽)는 80세를 가리키는 이름이죠. 드라마에서 두 분의 나이를 직접적으로 거론하는 일은 없지만, 어쨌든 이 사진으로 보아 팔순의 나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무자식 상팔자'가 처음 기획되고 배우들이 모두 소집됐을 때, 제일 먼저 한 작업이 바로 이 가족사진 촬영이었습니다. 몇가지 버전의 가족사진이 촬영돼 목적에 따라 조금씩 수정을 거쳐 이렇게 쓰이고 있습니다.

 

화면에 저 깨알같은 사진 하나 하나가 비쳐질 일은 아마도 없을 겁니다. 예전에는 저 자리에 그냥 느낌이 비슷한 가족사진을 붙여 놓는 일도 적지 않았죠. 그렇다고 이 사진이 드라마 설정상 사용할 일도 아마 없을 것이고. 하지만 이런 디테일 하나 하나가 '김수현의 드라마'를 만들어 온 힘인 것입니다.

 

 

 

방 앞쪽에 보이는 할머니의 화장대. 할머니들이 쓰실법한 노인용 화장품 세트(아마도 자녀들 중 누군가가 사다 드린 것이겠죠) 앞에 정말 할머니 풍의 반달 빗 하나가 놓여 있습니다. 빗 하나까지도 어찌나 서우림 할머니 느낌인지.

 

아무튼 이런 것이 바로 디테일이고, 디테일이 곧 힘입니다.

 

 

다음엔 이 출연진들이 어떻게 드라마 속에 녹아드는지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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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자식 상팔자]라는 드라마를 모르는 사람은 있어도 [유동근] 이라는 배우를 모르는 한국인은 거의 없을 겁니다. 근 10년 이상 각종 여론조사에서 '왕 역할이 가장 어울리는 연기자' 순위의 1위를 석권해온,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연기자 중 하나죠.

 

그런 유동근이 최근 JTBC 주말드라마 '무자식 상팔자'에서 또 한번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면서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습니다. 그것도 지금까지 주로 맡아 온 역할과는 전혀 다른 이미지로 말이죠. 생각해 보면 이 배우야말로 변신의 대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현재 '무자식 상팔자'는 부모도 감쪽같이 모르게 미혼모가 된 소영(엄지원)을 중심으로 한창 이야기가 진행중입니다. 소영도 소영이지만 그 소영을 바라보는 아버지(유동근)와 어머니(김해숙)의 마음고생이 많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사고 있습니다.

 

 

 

위의 모습이 감동적인 것은 저 역할을 하고 있는 배우가 웬만하면 왕 아니면 대기업 회장 역만 하던 배우라는 것이 가장 크게 작용하는 듯 합니다.

 

한국 드라마에서 '유동근=왕'이라는 공식은 매우 선명하지만 사실 유동근이 왕 연기를 그리 많이 한 것은 아닙니다. 곰곰 생각을 해 봐도 '용의 눈물'에서 태종 역할, '장녹수'에서의 연산군 역할 외에는 똑부러지게 왕이라고 할만한 역할이 거의 없었다고나 할까요. 더 거슬러 올라가면 왕년의 '파천무'라는 드라마에서 세조 역을 한 적이 있지만 이걸 기억하시는 분은 거의 없을 겁니다.

 

 

 

 

물론 '명성황후'에서 대원군 역, 그리고 '연개소문'에서 연개소문 역 등이 있지만 이건 엄밀히 말해 왕 역은 아니죠. 어쨌든 '굉장히 많이 한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리 왕 역을 많이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유동근=왕'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은 매우 의미가 깊습니다. 횟수와는 무관하게 카리스마와 남성적인 힘 부문에서 비교할 만한 경쟁자가 없을 정도로 독보적인 연기를 보여줬기 때문일 겁니다.

 

또 유동근은 '무자식 상팔자' 이전에도 몇 차례 전혀 다른 모습으로 시청자들을 놀라게 한 전력이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황신혜와 공연했던 드라마 '애인'.

 

 

 

 

불륜에 대한 새로운 조명으로 장안의 화제가 됐던 드라마입니다. 더구나 '유동근의 멜로드라마'라는 점이 관계자들 사이에선 특히나 화제가 됐죠. 잉크색 셔츠나 멜빵 바지처럼 그 전까지 '아저씨'들에게선 전혀 볼 수 없었던 차림새가 이 드라마를 계기로 유행할 정도로 반향이 컸습니다.

 

아마도 이 '애인'을 유동근의 첫번째 변신이라고 봐도 좋을 듯 합니다.

 

 

 

반면 유동근의 코믹 연기는 주 무대였던 드라마에서는 거의 볼 수 없었습니다. 영화 쪽에서는 두어 차례 선보인 적이 있었죠. 차태현 손예진과 공연한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에서 유동근은 말이 선생님이지 사실상 건달 두목같은 연기로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어쩌다 보니 이 영화가 사실상의 데뷔작이라 청룡영화상 신인상까지 손에 쥐었습니다. 

 

그 다음엔 '가문의 영광'의 건달 가문 장남 역이 생각납니다. 제왕의 품격은 어디로 갔는지 영화 속 건달 연기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녹아들었습니다. 그 뒤로 이 '가문' 시리즈는 지금 5탄이 제작중일 정도로 한국 영화사에서 보기 드문 연작 성공사례가 됐습니다. 그 기틀을 닦은 것이 유동근의 건달 연기였다고 봐도 좋을 듯 합니다.

 

이것이 두번째 변신이라고 봐도 좋을 듯.

 

 

그런데 '무자식 상팔자'에서 유동근은 또 한번 변신했습니다. 그가 연기하는 희재는 호식(이순재)의 삼형제 중 장남. 평생 고등학교 국어 교사로 일하다 정년퇴직했고, 당뇨와 혈압이 지병이라 '절대 흥분하지 말자'를 좌우명으로 삼은 인물입니다. 더구나 천성이 우유부단(좋게 보면 그냥 온유)이라 이 말을 들으면 이 말이 옳고 저 말을 들으면 또 솔깃한 양반.

 

어디를 보나 평소 유동근이 자랑하던 카리스마와는 거리가 먼 인물이지만, 놀랍게도 유동근이 이 역할을 맡고 나자 너무나 입던 옷처럼 잘 어울리는 마술이 펼쳐집니다. 어려서부터 유난히 총명했고 커서 기대대로 판사가 된 딸(엄지원)이 어느날 갑자기 만삭이 되어 나타났을 때, 딸에 대한 배신감도 배신감이지만 무엇보다 딸의 남은 인생이 걱정되어 눈물을 흘리는 아버지의 모습에서 많은 시청자들이 감동을 경험했습니다.

 

 

 

게다가 그 딸이 낳은 아기를 어떻게 처리하느냐를 놓고, 이 말도 들었다 저 말도 들었다 흔들리며 결정하지 못하는 희재의 모습은 과연 유동근이 이 역할을 맡지 않았으면 어떻게 됐을지 궁금할 정도입니다.

 

사실 체격은 크지만 소심하고 우유부단한 남자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캐릭터입니다. 그리고 그런 캐릭터를 구상하고 드라마에 세운 것은 누가 뭐래도 김수현 작가의 힘이죠. 여기에 그 캐릭터가 유동근의 손에 들어가니 너무나 생기넘치는 모습으로 형상화됐고, 그것이 '무자식 상팔자'라는 드라마의 상승세에 큰 원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지금 드라마의 중심은 아무래도 아이를 낳은 소영 본인이고, 그 뒤로는 아내와의 갈등을 견디지 못하고 가출하는 희명(송승환) 쪽으로 서서히 주도권이 넘어갈 전망입니다. 여기에 아직은 고양이와 개처럼 싸우고만 있는 성기(하석진)과 선배(오윤아) 사이, 그리고 졸지에 애아버지가 된 준기(이도영)와 도저히 어른들이 이해할 수 없는 신인류 수미(손나은)도 충분히 흥미를 자아낼 듯 합니다.

 

 

 

하지만 모든 것이 기초가 있어야 가능한 법. 초반 이 드라마가 이만한 화제를 모으게 된 데에는 누가 뭐래도 유동근의 역할이 가장 컸다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그 연기가 다른 사람 아닌 유동근의 놀라운 변신에서 나왔다는 것 또한 다시 한번 감탄을 자아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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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박치기]라는 프로그램을 보신 분들이 얼마나 계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울러 [장성규]라는 신인 아나운서의 이름 역시, 들어 보신 분이 얼마나 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지난해 초, MBC TV '일밤'의 '신입사원'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물론 '패밀리가 떴다'나 '남자의 자격', '1박2일'같은 동시간대 프로그램에 밀려 큰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했지만 신입 아나운서를 뽑는 오디션 과정을 예능 프로그램화 한다는 발상은 꽤 신선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유난히 튀던 장성규라는 친구가 있었습니다. 아쉽게도 이 친구는 그 발랄한 끼에도 불구하고 '너무 설친' 탓인지 최종 선발자에 들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 친구를 원하는 회사는 따로 있었습니다. 이 친구는 현재 JTBC 아나운서로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습니다.

 

 

 

물론 요즘은 연기도 합니다.;

 

 

현재 이 친구가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있는 프로그램은 '김국진의 현장박치기'입니다. 물론 당연히 JTBC 프로그램입니다(직원이라 다른 데에는 못 나갑니다). 제목은 '김국진의 현장박치기'지만, 최근에는 거의 '장성규의 현장박치기', 혹은 '김장(김국진+장성규) 박치기' 정도로는 불러야 하는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 정도로 요즘 비중이 큽니다. '현장박치기'라는 프로그램은 다른 설명 다 필요 없이, 제작진이 다소 무모할 정도로 이슈의 현장에 뛰어드는 프로그램입니다. 그러니까 '그것이 알고 싶다'나 '추적 60분'에서 '스폰지'에 이르는 폭넓은 화제 속으로 들어가 현재의 상황을 '예능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프로그램이죠.

 

지금까지 다룬 소재들을 보면 정말 다양합니다. 연애 못하는 남자, 무속의 세계, 성교육, 중년 여성의 일탈, 욕, 성형수술 등등입니다. 그리고 최근 방송에선 '뽕필(트로트)의 세계'로 가 보기도 했습니다.

 

뭐 직접 이 친구의 스타일을 보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정말 망가지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장성규군. 저돌적입니다.

 

몸에 약물 넣기(?)도 주저하지 않습니다.

 

 

 

 

물론 도구나 별다른 액션 없이도 웃길 수 있다는 것이 장성규의 강점.

 

전혀 웃음기 없이, 아무 일 아닌 듯 얘기하는 게 더 웃깁니다.

 

 

 

 

 

이렇게 몸으로 뛰다 보니 노력이 슬슬 인정받기 시작했습니다.

 

시청률도 서서히 오르고 있고, 인터넷에서도 반응이 보입니다.

 

사례: [추천프로그램] 김국진의 현장박치기!!

http://blog.naver.com/vlftkak9592?Redirect=Log&logNo=169576712

 

 

 

 

이 글 제목에서 '생계형 아나운서'라는 표현을 쓴 것은 당연히 한때 '생계형 아이돌'이라는 말을 들었던 카라의 한승연(당연히 위 사진 오른쪽)이 떠올라서였습니다.

 

구하라와 강지영이 합류하기 전의 1대 4인조 카라 시절, 데뷔 앨범은 스르르 묻혔고 카라 멤버들의 인지도도 형편없었습니다. 이때 한승연의 활약은 정말 눈부셨죠. 온갖 버라이어티 예능에서 망가지기를 두려워하지 않았고, 프로그램의 대소도 구별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노력이 어느새 팬들을 만들기 시작했고, 그래서 '한듣보'라는 이상한 별명이 비아냥 아닌 칭찬으로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나선 누가 만들었는지 모를 '생계형 아이돌'이라는 표현이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았고, 오늘날 카라의 전성기가 열리게 된 것이죠.

 

 

 

 

아무쪼록 저희의 꿈나무 장성규군도 쑥쑥 성장하고, 저희 방송국도 하루빨리 자리잡기를 바라는 뜻에서 '생계형 아나운서'라는 제목을 달아 봤습니다.

 

장성규군은 '현장박치기' 외에도 다음주부터 신설 프로그램 '스토리 셀러, 당신의 1분'에도 출연합니다. 메인 MC는 신동엽. 아직도 장성규는 어린 시절부터의 스타와 함께 방송할 때 감동할 줄 아는 청년입니다.

 

그의 페이스북입니다.

 

 

 

그가 앞으로 그의 멘토인 박수홍, 김국진, 신동엽을 넘어서는 최강의 예능 MC가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으며, 많은 분들이 그의 성장을 함께 지켜봐 주셨으면 합니다. 참. '김국진의 현장박치기'는 매주 목요일 밤 11시에 방송됩니다.^^

 

 

깜빡 잊었는데 장성규 트위터https://twitter.com/jangsk83   (@jangsk83)

그리고 '현장박치기' 프로그램 트위터입니다.  https://twitter.com/jtbckim  (@jtbc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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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퍼]라는 제목은 아무래도 '무한 루프'라는 말을 느끼게 합니다. 끝없는 순환의 고리를 가리키는 말이죠. 타임 머신을 다룬 SF 팬들에게는 그리 멀게 느껴지지 않는 말이기도 합니다.

 

라이언 존슨 감독의 '루퍼'는 그동안 '터미네이터' 이후 수백편 쯤 등장했던 '미래에서 온 킬러'에 대한 영화입니다. 이런 영화의 성패는 당연히 얼마나 참신한 상상력에 기초하고 있느냐에 달렸습니다. 그런 면에서 '루퍼'는 근래 나왔던 몇몇 영화들 가운데서 단연 첫손에 꼽힐 만한 매력적인 요소들을 갖고 있습니다.

 

혹시 라이언 존슨 감독의 데뷔작 '브릭'을 보신 분이라면 이 감독의 기발함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기억하실 겁니다. 금주법 시대의 시카고나 1950년대 LA 암흑가를 배경으로 할 만한 이야기를  한 고등학교를 무대로 바꿔놓았던 희한한 영화였죠. 그리고 그 주인공이 바로 10대를 갓 지난 조셉 고든 래빗이었습니다.

 

 

("대체 누가 고든 래빗이라는 거야?"라고 말해도 이상하지 않을 특수분장의 힘.^^)

 

먼저 '루퍼'의 기본 설정.

 

근미래인 2044년. 이 시기에는 30년 뒤인 2074년의 악당들과 손잡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태깅 기술(?)의 발달로 시체의 완벽한 처리가 힘들어진 2074년의 범죄조직은 그들의 죽여야 하는 사람들을 타임 머신 기술을 이용해 2044년으로 보내고, 2044년의 악당들은 미래에서 전달되는 살해 대상들을 죽이고 시체를 정리하는 일을 맡습니다. 그 댓가로 은괴를 받죠. 이 일을 해서 먹고 사는 자들을 루퍼(looper)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에는 미래의 조직이 이 루퍼들과의 관계를 부담스러워 하고, 2074년의 루퍼들을 2044년의 그 자신에게 보내게 됩니다. 이걸 '해고'라고 부르죠. 얼굴을 가린 채 미래에서 날아오는 살해 대상에게 샷건을 날린 뒤, 평소 '동봉되어' 오던 은괴 대신에 금괴 뭉치를 발견하면 그건 죽은 사람이 그 자신이라는 뜻입니다.

 

영화의 앞부분은 이 설정을 관객에게 가르쳐 주는데 소요됩니다. 사실 이런 설정이라면 그 다음에 진행될 과정은 뻔한 셈이죠. 루퍼로 살아가고 있는 주인공 조(조셉 골든 레빗) 앞에 미래의 자신(브루스 윌리스)이 나타나고, 순간 당황한 조가 미래의 자신을 제거하는 데 실패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루는 영화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그 다음은 그리 뻔하지 않습니다.^^

 

 

 

 

타임머신을 다루는 영화 가운데 몇몇은 평행우주론을 받아들이고 있지만, 대부분은 단선적인 시간 개념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대개 과거를 바꿔 놓으면 바로 현재에 영향을 미친다는 쪽이 스토리를 만들어내기기 때문일텐데, '루퍼'의 경우도 그렇습니다. 예를 들어 조의 친구 세스(폴 데이노)가 미래의 세스를 죽이는 데 실패했을 때, 조직은 미래의 세스를 굳이 찾아다닐 필요가 없습니다. 현재의 세스를 죽이면 미래의 세스는 아무리 멀리 도망가도 바로 소멸되어 버립니다.

 

그러니까 2044년의 시공간에 '현재의 조(젊은 조)'와 '미래의 조(늙은 조)'가 동시에 존재하는데, 현재의 조는 미래의 조에 대해 모르지만 미래의 조는 현재의 조에 대해 잘 알고 있습니다. 그건 현재의 조가 미래의 조에게 있어 '기억'의 대상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30년 전의 기억이라 약간 희미할 수도 있겠지만.

 

이 기본 설정에서 더 나아가 '루퍼' 속 세계에서는, 현재의 조가 그때 그때 하는 행동이 모두 미래의 조의 기억에 영향을 미칩니다. 심지어 젊은 조가 어디 가서 무슨 행동을 하고 있든, 늙은 조는 거의 실시간(약간의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나옵니다)으로 젊은 조가 보고 느끼는 것을 바로 알게 됩니다. 젊은 조의 모든 행동은 늙은 조의 '기억'이기 때문이 그렇다는 얘기죠.

 

두 사람이 같은 시공간에서 살아 움직이는데도 그 '기억'의 매커니즘이 작동한다는 게 어찌 보면 말이 안 되기도 하지만, 물리학자들에 따르면 과거로의 시간 여행 자체가 모순이라고 하니, 까짓 '어차피 말이 안 되는 이야기인데 받아들이자'는 마음이 들게 됩니다.

 

그리고 이 '기억의 작용'은 '루퍼'의 가장 중요한 특징 중 하나입니다. '루퍼'를 매력있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라고나 할까요.

 

(사실 이 부분 외에도 '루퍼'의 시간 여행 설정에는 상당히 허점이 많지만,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진행하는 데에는 별 상관이 없습니다. '중요한 건 그게 아니야'인 상황이죠. 그리고 따지자니 우리가 시간여행을 해본 것도 아니고...^^)

 

 

 

라이언 존슨의 영화 두 편('브릭'과 '루퍼')을 보고 나면, 그는 좋은 시나리오 작가이긴 하지만 아직 좋은 감독으로는 부족한 면이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말하자면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지만 구변은 좀 모자란 친구'와 같다고나 할까요. 화면 속 사건들은 재기넘치고 흥미롭지만 이야기를 끌고 가는 감독으로서의 스킬은 아직 더 갈고 닦아야 할 듯 합니다.

 

간혹 '루퍼'를 지루하다고 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이야기에 완급 조절이 없기 때문입니다. 존슨의 이야기는 그냥 고저장단 없이 계속 일정한 톤으로 관객에게 전달됩니다. (이게 '그만의 스타일'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겠지만, 스타일이라면 좀 곤란한 스타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루퍼'를 칭찬할 수밖에 없는 것은, 너무나 독특한 방식으로 상상력을 자극하기 때문입니다. 오늘날의 젊은 내가 30년 뒤의 세게에서 날아온 '내일의 나'를 죽여야 하는 상황. 그러니까 이 영화는 관객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당신에게 꽤 많은 돈을 주면서, '이 돈은 30년 뒤에 당신이 죽는다는 것을 전제로 한 퇴직금'이라고 말하는 상대가 있다면 과연 당신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이런 질문이죠.

 

'30년 뒤에 죽는 대신 거금을 받을래, 아니면 그냥 목돈 없이 살래?'라는 선택이 주어진다면 더 좋았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사실 인생에서 일어나는 큰 사건의 대부분은 개개인의 선택 밖에서 결정되곤 합니다. 그리고 '루퍼'의 경우에는, 그 자신이 현재의 세계에서 루퍼로 일하고 있다는 것이 하나의 선택인 셈이죠.

 

그 일을 해서 현재의 세계에서 먹고 사는 이상 딱 30년이든, 그보다 약간 긴 시간이든 자신의 인생이 어떻게 끝나게 될 것이라는 것을 대략은 짐작하게 되니 말입니다. 다시 말하면 루퍼들은 '언제든 남이 아닌 바로 자신의 미래를 향해 총을 쏘게 될 사람들'로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사뭇 상징적입니다.

 

어찌 보면 오늘 벌어 내일을 사는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미래를 향해 총질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개개인을 봐도 그렇고, 인류 전체를 봐도 역시 마찬가지. (물론 어찌 보면 직장생활에 대한 우화로 읽히기도 합니다.^^)

 

 

 

'루퍼'의 세계관에서 또 한가지 매력적인 점은 모든 인물들이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상황에서의 대립을 그려내고 있다는 점입니다. 각자의 인물에게 분명한 명분이 있고, 그 명분의 성취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주인공과 상대역(악역?)이 경쟁할 때, 싸울 이유가 한 쪽에만 있거나, 승부가 어느 한 쪽의 태만이나 무능으로 결정된다면 참 그보다 맥빠지는 일도 없죠.

 

하지만 '루퍼'의 주역들은 모두 마음 한 구석에서 '내가 정말 이래도 될까. 나 하나 잘 되자고 이렇게 남을 희생시켜도 되는 걸까'라는 의구심을 갖고 있으면서도 '이건 나 자신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일'이라며 전력을 다합니다. 자연스럽게 설득력이 솟아납니다.

 

 

 

 

물론 '루퍼'의 성취는 좋은 배우들의 가세 덕분이라는 점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브루스 윌리스와 닮아 보이기 위한 특수분장으로 아예 인상을 바꿔 버린 조셉 고든 래빗은 다소 나약해 보이는 평소 이미지를 벗고 또 한번 연기 폭을 넓혔습니다.

 

 

 

 

에밀리 블런트도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때만 생각해선 큰일 날 변화를 보여줍니다.

 

 

'루퍼', 아무튼 자신있게 권할만한 작품입니다. 상영관이 얼마나 남았는지 모르겠지만.

 

라이언 존슨의 전작 '브릭'도 은근히 볼만한 작품입니다. 특히 '밀러스 크로싱'이나 '말타의 매' 같은 작품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빠져들 법 합니다. 꽤 오래 전에 썼던 리뷰입니다.

 

'브릭'을 보면 '말타의 매'가 보인다 http://blog.joinsmsn.com/fivecard/9125446

 

P.S. 브루스 윌리스의 아내 역으로 나온 중국 여배우는 허청(許晴, Xu Qing)입니다. 진개가의 왕년 역작 '현위의 인생' 등에 나왔다는데 그 뒤로는 TV 활동에 더 주력한 모양이군요.

 

아, '코요테 어글리'로 깜짝 스타가 될 줄 알았던 파이퍼 페라보는 갈수록 역할이 작아지고 있습니다. 이번 영화에선 젊은 조가 은근히 좋아하는 애 딸린 스트리퍼 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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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결수] 두 편의 따끈따끈한 드라마가 방송 대기중입니다. 그중에도 '무자식 상팔자'는 전 방송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신상품입니다. 삼척동자도 다 아는, 작가이면서 연기자의 지명도를 능가하는 유일한 작가, 김수현 작가의 신작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배우들까지 이순재, 유동근, 김해숙, 송승환, 임예진, 윤다훈 등등등 이름만 대도 모르는 사람이 없는 연기 9단들로 포진해 있습니다. 한마디로 국가대표 드라마라고 해도 손색이 없습니다.

 

사실 그런 가운데서 찜찜했던 것은 다른 한 편의 드라마, 바로 '우리가 결혼할 수 있을까(이하 우결수)'였습니다. 전사적으로 '무자식 상팔자'를 지원하는 분위기라 거의 비슷한 시기에 방송되면서도 안팎의 관심이 덜 몰릴 수밖에 없었던 상황. (개인적으로는 '엄마 왜 나는 학원 안 보내줘?'라고 묻는 둘째의 눈망울을 보는 듯한 느낌이랄까...)

 

하지만 그런 미안한 마음을 물리쳐주는 계기가 있었습니다. 바로 23일의 온라인 공개.

 

 

 

사실 두 편의 드라마 모두 1회를 인터넷을 통해 선공개하면서도, 아무래도 더 큰 관심이 몰렸던 쪽은 '무자식 상팔자'입니다. 위에서도 말했듯 작가와 배우들의 지명도에서 비교가 안 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죠. 공개의 장이 된 포털사이트 다음에서도 '무자식 상팔자' 쪽에 훨씬 큰 관심을 기울였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아무래도 온라인에서 힘을 발휘할 쪽은 '우리가 결혼할 수 있을까' 쪽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유는 말할 필요도 없는 성준/김영광 투탑. 10대와 20대 여성층을 사로잡을 수 있는 모델 출신의 두 신인이 어지간히 위력을 발휘해 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그리고 그 기대대로, '우결수'는 방송 첫날 이미 3만 뷰를 넘기며 돌진하고 있습니다. 어디까지 갈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아래 보시는 바와 같이 첫 방송 당일인 29일에는 12만 뷰를 바라볼 정도로 열기가 뜨겁습니다. 너무 많이 보시는게 아닌가 우려될 지경입니다.^^)

 

 

 

물론 다른 무엇보다 연출 김윤철 PD와 하명희 작가가 전력의 핵심입니다. 김윤철 감독은 누가 뭐래도 당시의 국민 드라마였던 '내이름은 김삼순'의 연출자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하명희 작가는 지명도에서는 다소 뒤질지 몰라도 매주 금요일 밤 주부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던 '사랑과 전쟁'을 오랫동안 지휘한 베테랑입니다.

 

스토리라인도 20대에서 50대까지 여성 시청층의 관심을 끌 만 합니다. 여기 한 엄마가 있습니다. 이름은 들자(이미숙). 남자 하나 잘못 만나 인생을 망쳤다고 생각하는 탓에 두 딸의 결혼에 자신의 인생을 겁니다. 애들 시집 잘 보내는 것이 인생의 목표죠.

 

 

 

그런 소신 덕분에 큰 딸 혜진(정애연)을 의사 남편(김성민)에게 시집보내는 데 성공합니다. 물론 정상적인 방법은 아니죠. 아무튼 그러고 나니 눈에 걸리는 것이 둘째 혜윤(정소민)입니다. 탐문해 본 결과 혜윤이 사귀고 있고, 결혼하겠다고 나선 상대는 겉보기에 그냥 그저 그런 정훈(성준)입니다. 아버지가 소아과 의사라는 것 외에는 탐탁치 않습니다.

 

당연히 들자의 평소 성격대로 갈라놓기에 들어갑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정훈네 집이 그렇게 희망 없는 집은 아니라는 정보가.... 이때부터 '그렇다면 너는 내 사위' 작전이 시작되겠죠?

 

 

 

이런 들자와 두 딸 커플 사이로 들자의 동생 들레(최화정)과 40대 후반 노총각 민호(김진수), 그리고 정훈의 선배이며 둘도 없는 '원조 나쁜 남자'인 레스토랑 사장 기종(김영광)과 겉보기에만 여권론자인 동비(한그루) 커플들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한마디로 바람기 있는 의사 남편과 재혼한 커플, 그저 사랑밖에 믿는게 없는 젊은 커플, 뒤늦게 사랑에 눈뜬 중년 처녀총각 커플, 그리고 나쁜 남자인 걸 뻔히 알면서도 헤어지지 못하는 겉으로만 쿨한 커플까지 네 커플이 포진해 있습니다. 이 네 커플이 서로 죽이네 살리네, 오만가지 사랑의 양상을 그려내는 드라마가 바로 '우리가 결혼할 수 있을까', 줄여서 '우결수' 입니다.

 

 

 

 

물론 이 드라마에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사람은, 비록 자신은 연애 상대가 없지만 온 커플을 다 휘젓는 엄마 들자입니다. 두 딸, 여동생, 그리고 둘째딸의 친구까지 네 커플의 여자 쪽은 모두 들자의 영향권에 있는 인물들이죠.

 

그런 들자 역을 맡은 이미숙의 목소리는 여느 때보다 훨씬 크고 우렁찼습니다. "난 겁날게 없는 사람이야! 남자 없는 집이라고 우습게 볼 생각이거들랑 애저녁에 집어 치워! 내 딸 해치는 놈은 난 죽을 때까지 쫓아가서 끝장을 봐!" (뭐 정확하진 않지만 대략 이런 내용입니다) 이런 대사를 이미숙보다 더 잘 소화할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싶습니다.

 

('신데렐라 언니'에서보다 전투적이고, '천일의 약속'에서보다 딸 사랑이 지극합니다. 그리고 1부 엔딩의 바나나 우유 신... 압권입니다.^^)

 

 

 

 

23일 시사회장에서 유리알같이 매끄러운 '우결수' 1회를 봤습니다. 영상미 하나만큼은 정말 대한민국 어떤 드라마에 비겨도 부족함이 없는 장인 정신이 돋보입니다.

 

 

솔직히 말해, 같은 편이지만 흠을 잡자면, 약간 아쉬웠습니다. 대본으로 보았을 때의 재미가 95라면 드라마로 느낀 재미는 88 정도? 그만큼 대본으로 만들어 놓았을 때의 완성도가 높았던 반면, 역시 20대 초반 연기자들의 대본 구현 능력은 좀 떨어졌다고 볼 수 밖에 없을 듯 합니다. 이쪽에서 퉁 때리면 길지도 짧지도 않은, 아주 적절한 간격을 두고 저쪽에서도 퉁 때리며 대사의 랠리가 이어지는 리듬감, 그 화려한 리듬감까지 기대하기엔 성준-김영광-정소민-한그루 라인은 아직 더 많은 숙련이 필요할 듯 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게 그렇게 중요한 게 아니라는 듯, 네 젊은 배우들은 비주얼의 위력을 뽐냈습니다. 그 중에서도 굳이 꼽자면 어린 시절의 송승헌을 연상시키는 성준이 역시 발군.

 

 

 

 

또 하루 종일 정애연과 함께 검색어 순위를 오르내리던 한그루도 차세대 베이글녀 자리를 내놓지 않을 분위기였습니다.

 

아무튼 여기 저기서 하명희 작가의 '대삿발'은 불을 뿜었습니다. "내가, 니가 며칠 안에 다시 나 찾아온다는데 10원 건다." "돈 잘버는 아들은 며느리 거, 똑똑하고 학벌좋은 아들은 장모 거, 그리고 신용불량자 아들만 내 거라더라" 같은 대사는 쉽게 잊혀지지도 않습니다.

 

여자가 살아가는 데 있어 신경써야 할 돈이라면 두 가지가 있습니다. 뭣보다 첫째는 혼수, 그리고 둘째는 위자료일 겁니다. 결국 '우결수'는 그 두 가지 돈에 대한 드라마가 될 전망입니다.

 

 

 

20대라면 '바로 내 연애' 이야기, 30대라면 '내가 왜 연애에서 성공하지 못했나'하는 이야기, 40대라면 '내가 노처녀라면 겪었을 법한 이야기', 50대라면 '내 딸들이 내 속 썩였던 이야기'를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예전에 '아내의 자격'이 방송되던 시절, 많은 20대, 30대 미혼녀들이 "내가 결혼하면 겪게 될, 너무 리얼한 이야기라고 생각하니 호러 같더라"는 애기를 했습니다. '우결수'도 그 못잖은 리얼한 이야기지만 호러보다는 웃음이 넘칩니다. 일단 1회를 보시고 직접 느껴 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는... 매주 월,화요일 11시를 기다리시면 됩니다. 물론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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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자식상팔자] 새 드라마 '무자식 상팔자' 첫회가 27일 방송됐습니다. 물론 이미 지난 22일, 제작발표회와 함께 온라인으로 1회가 선공개된 터라 미리 보신 분들도 적지 않겠지만, 역시 드라마는 본 방송으로 봐야 제맛인 듯. 방송 시간에 맞춰 여러 포털의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는 모습이 역시 믿음직 합니다.

 

'무자식 상팔자'는 방송 전부터 한국 드라마를 대표하는 김수현 작가의 집필로 가장 큰 관심을 모아 왔습니다. 굳이 설명이 필요 없을 겁니다. 한류라는 말이 생기기 전부터 이미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로 한국 드라마가 해외에서 통한다는 것을 증명한 분이기도 하죠.

 

그리고 오랜만에 자신의 본 영역이라고 할 수 있는 주말형 홈 드라마로 돌아왔습니다. 일찌기 '사랑이 뭐길래', '목욕탕집 남자들', 그리고 최근에는 '인생은 아름다워'로 건재를 과시했던 장르죠. 이번에는 '무자식 상팔자'.

 

대본을 보는 순간 '이것이 최고 작가의 관록'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대사의 위력.

 

 

 

 

사실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가 어떤 스타일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겠고, 어지간한 배우들은 아예 그 대본을 소화하지 못한다는 것도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대본을 먼저 보고 드라마를 보면 제아무리 최고의 연기자들이라고 하더라도 그 대본을 100% 살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그러니까 눈으로 대본을 읽으면 10초 정도에 뇌에서 처리하게 될 정보를 드라마로 보게 되면 4~5초에 지나가게 됩니다. 대부분 작가들의 드라마는 그 속도에 맞춰 쓰여지는게 보통이죠. 하지만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는 꼬박 10초를 써야 처리할 수 있는 정보량이 꽉 채워져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드라마로 만들어진 상태에선 대사의 맛이 100% 살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이런 건 드라마를 먼저 보고 대본으로 나중에 보는 분들도 공통적으로 느끼곤 합니다. '아, 그때 그 대사에 이런 의미가 또 들어 있었구나'하는 걸 발견하게 된다는거죠. 재방송을 봐도 재미있게 느껴지는 이유랄까요.^^)

 

 

 

 

'무자식 상팔자' 첫회는 그 '대사의 신'이 또 한번 화력시범을 시작했다는 걸 느끼게 합니다. 서울 근교의 지방 소도시. 아직도 정정한 80대 부모와 세 아들 부부, 그리고 손자들이 한 동네 이웃 사이에 모여 살고 있습니다. 첫회에선 일단 이렇게 '어른들'의 캐릭터가 소개되고, 장남의 맏딸이며 판사인 소영(엄지원)이 느닷없는 임신으로 평지풍파를 일으키는 내용이 등장했습니다. 정말이지 속도감이며 말맛이 지금까지의 대표작들에 비쳐 손색이 없습니다.

 

 

 

 

김수현 선생의 작품이 늘 그렇듯 이번 드라마도 마땅히 딱 꼬집어 누가 주인공이라고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사건으로 보면 핵심 인물은 혼전 임신으로 초점이 된 엄지원이라고 봐야겠지만, 세 형제와 며느리 사이에 이야기가 충분히 분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무자식 상팔자'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아버지와 세 형제의 캐릭터입니다. 특히 아버지 역의 이순재. 언제 어떤 작품에서든 진가를 드러내는 한국 드라마의 간판답게 이번 작품에서도 빛을 발합니다. 이번 캐릭터는 '잔소리 폭격기'.

 

수돗물 한방울에서 더덕구이에 붙은 고추장 양념까지 어느 것 하나 눈에 거스르면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습니다. 따지고 보면 다 맞는 말이라 뭐라 반박하기도 쉽지 않지만, 원래 잔소리는 맞는 말이 더 지긋지긋하 법이죠. 게다가 한번에 끝나는 법도 없고, 한번 꼬투리를 잡히면 죽을 때까지 되풀이하는 집요함까지 갖춘 캐릭터.^^

 

평생을 같이 살아 온 할머니(서우림)는 이제 습관이 됐을 법도 하지만, 60년을 함께 있어도 잔소리는 역시 잔소리. 서서히 할머니도 이 끝없는 잔소리에 대대적인 반격을 준비합니다.

 

 

 

 

장남 희재 역의 유동근은 속없는 무골 호인. 이 말을 들으면 이 말이 맞는 듯, 저 말을 들으면 저 말이 맞는 듯. 일생을 조용조용 지내온 소심한 장남이지만 한 순간에 일생의 수양이 물거품이 됩니다. 시집 안 간 딸이 만삭이 되어 온 광경을 보면 아니 그럴 수가 없겠죠.

 

 

 

둘째 희명 역의 송승환. 중견 기업 임원으로 일하다 정년퇴직한 인물. 회사 생활에선 유연하고 원만한 사람이지만 그런 사람들이 막상 출근할 일이 없으면 급속도로 위축된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특히나 경제권을 아내(임예진)에게 빼앗긴 뒤라 더욱 심합니다.

 

 

 

세째 희규 역의 윤다훈. 두 형에 비해 공부도 짧고 생각도 짧은 막내. 대신 가족에 대한 사랑이 깊고 나이에 비해 생각도 젊은 인물입니다. 사실 어찌 보면 '김수현 드라마'에서 윤다훈이 계속 유지해 가고 있는 그런 캐릭터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거기에 추가된 건 '닭살 부부'. 슬하에 아이 없는 커플로, 아내 역의 견미리와 나이를 잊고 펼치는 닭살 행각이 웃음을 자아냅니다.

 

 

첫회의 엔딩은 다시 한번 갈등이 폭발한 희명 부부가 신음에 가까운 비명을 지르는 데서 끝났습니다. '인생은 아름다워'의 엔딩 때 등장인물들이 번갈아 가며 넘어졌던 걸 생각하면 이번엔 혹시 매회 비명을 지르는 장면이 마지막이 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만...^^ 아무튼 대본을 다 읽어 본 저로서도 2회가 어떻게 만들어져 나올지 궁금합니다.

 

 

이번 작품을 앞두고 이번달 여성중앙과 함께 하신 인터뷰입니다. 흥미롭습니다.

http://woman.joinsmsn.com/article/article.asp?aid=1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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