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꾀병 덕분에 '하이킥' 본방 사수가 가능했습니다. 일단 관심의 초점은 '갑자기 밝아진 세경'입니다. 96회로부터 이어지는 내용인 97회에서는 이제 세경의 짝사랑이 정리되는 듯한 느낌을 줬습니다. 대신 이제부터는 준혁이 어떻게 세경을 위로하는지가 관심의 대상이 될 듯 합니다.

하지만 눈물을 흘리고 사진 한장 찍어 핸드폰에 남기는 걸로 과연 세경의 짝사랑은 끝났을까요? 사람의 마음이라는 게 그렇게 쉽게 정리될 수 있을까요? 얼핏 보기에는 지훈을 짝사랑하는 세경이나 세경을 짝사랑하는 준혁이나 엇비슷한 심정일 것 같지만, 사실은 그리 단순하지 않습니다. 준혁에겐 있고 세경에겐 없는 것을 생각해 보면, 세경의 마음 속 병이 더욱 깊어질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세경이 마음을 정리하게 된 계기는 우연히 보게 된 지훈과 정음의 포옹 장면입니다. 준혁에게 이끌려 미술관을 나서던 세경은 미술관 정문 로비에서 지훈과 정음이 껴안고 있는 장면을 보고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죠. 그리고는 막연히 준혁과 함께 걸어나오다 갑자기 잊어버린 게 있다며 사라집니다.

밤늦게까지 세경을 걱정하며 기다리던 준혁에게 세경은 아까와는 전혀 달라진 모습으로 웃음을 지으며 나타납니다. 다음날 아침에는 온 식구들에게 큰 소리로 신나게 아침 인사를 하고, 갑자기 힘이 넘치는 듯 온 집안의 먼지를 털어 내고 대청소를 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실연을 경험한 사람에게 이런 류의 행동은 매우 흔합니다. 애써 강한 표정을 지으며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상처를 숨기고, 일거리를 찾아 몰두하면서 아픔을 잊으려 합니다. 이러다 보면 실연의 상처는 빨리 잊힐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장애가 있습니다. 세경은 거의 매일 지훈과 정음을 봐야 하는 처지입니다. 아예 성북동 집을 떠난다면 모르겠지만, 그 집에 발붙이고 사는 한은 매일 두 사람을 지켜봐야 합니다. 세월이 흐르면 세경의 독백대로 '이 시간도 다 추억이 되겠지만', 그것도 사람이 안 보일때 얘기죠. 바로 뻔히 보이는 '그 사람'이 내 마음은 전혀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환장할 겁니다.

게다가 마음을 정리하는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자신을 빼고 사귀는 두 사람을 혐오하는 거지만 세경은 두 사람을 미워할 수도 없습니다. 사실 지훈의 죄라야 세경을 불쌍히 여기고 옷이며 목도리며 사주고 공부하라고 격려해준 것 뿐입니다. 정음 역시 세경이 서울에서 거의 처음으로 정을 준 사람이죠. 네. 통속적으로 말하자면 '차라리 미워할 수라도 있으면' 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리고 결정적으로, 세경에게는 다른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마음을 털어 놓을 수 있는 상대가 아무도 없다는 점입니다. 최소한 준혁에게는 '베프' 세호가 있죠. 제대로 이해를 해 줄 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자기의 고민을 얘기하고, 다른 사람에게 소문나지 않게 할 수는 있는 상대입니다.

하지만 세경에겐 세상에 단 둘뿐, 어린 신애와 자신 뿐입니다. 아무리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아도 혼자 이겨내야 합니다. 이건 스무살 남짓한 사람에겐 어쩌면 실연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죠. 술잔을 기울이며 하소연할 상대도 없다는 건.

결국 세경은 지훈에 대한 마음을 정리하기로 결심하고, 온 집안을 대청소하는 걸로 자신의 뜻을 다졌습니다. 하지만 밖으로 배출하지 못하고 응어리진 마음은 언젠가 다시 터지고 말 겁니다. 그리고 그때는 지금보다 훨씬 더 충격이 클 것이라는 점도 자명합니다. (어떻게 아냐구요? 살아 보면 여러분도 알게 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런 면에서 남은 '하이킥'의 애정전선은 준혁이 어떻게 세경의 응어리를 풀어 줄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질 듯 합니다. 지금 세경이 웃을 때 마음 속으로는 울고 있다는 걸 아는 사람도, 일시적이나마 그런 세경에게 위안을 줄 수 있는 사람도 역시  세상에서 준혁 하나 뿐이기 때문이죠. 과연 준혁이 그 짐을 질 수 있을 정도로 성숙한 모습을 보여줄지가 궁금합니다.


P.S. 물론 3월말 종방이면 아직 시간이 충분하기 때문에, 지훈과 정음 사이에 문제가 생기고 지훈이 세경 쪽을 돌아보게 될 여지도 충분합니다. 진짜 심각한 갈등은 그때 발생할 수 있겠죠. 세경이 행복해지길 바라는 마음은 굴뚝같지만 어쨌든 남은 30여회 동안 세경의 앞날은 그리 편치 않을 듯 합니다. (할일이 태산인데 시트콤 러브라인에 빠져 있는 이런 중년 아저씨라니!)


공감이 가시면 왼쪽 아래 손가락을 눌러 주시기 바랍니다.


728x90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커피프린스 1호점'에서 고은찬 역을 통해 윤은혜는 톱스타로 발돋움할 수 있었습니다. 박신혜도 '미남이시네요'를 통해 이제껏 듣지 못했던 좋은 평가를 얻었습니다. '지붕뚫고 하이킥'에서의 황정남씨도 폭소를 자아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너무 남장이 남용되고 있습니다. 아무리 '무조건 화제를 만들어라'가 21세기 연예계의 대세라고는 하지만, 그저 예쁜 여자들이 남장만 하고 나오면 화제가 될 거라는 생각부터 좀 안이하게 느껴집니다. 이번에는 송혜교까지 CF 에서 남장을 하고 나왔더군요. 이건 한마디로 아이디어 부족의 결과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습니다. 채플린 느낌이 나지도 않는데 말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커피프린스 1호점'이나 '바람의 화원' 같은 작품이야 워낙 여자의 이중생활을 원작으로 한 작품인 만큼 남장이 안 나올 수가 없겠죠. '미남이시네요'도 처음부터 그런 기획이니 그냥 그러려니 합니다. 선덕여왕에서 덕만의 남장도 좀 아슬아슬하긴 했지만, 어쨌든 '남자들의 세계로 들어가고 싶었던 덕만'이라는 주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만큼 필요했던 장면이라고 인정할 수 있겠습니다. 다만 그 남장이라는 소재의 처리는 그리 매끄럽지 않았다는 데 한표.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하지만 요즘은 어지간한 드라마며 CF에 걸핏하면 콧수염을 단 미녀들이 등장합니다. 너무 자주 나온다는게, 그리고 별다른 개연성 없이 그냥 '남장 한번 보여주자'는 식으로 서비스처럼 등장한다는게 그리 보기 좋지는 않습니다.

아직까지는 '아무개 남장' 같은 얘기가 어느 정도 인터넷에서 먹히는 화제거리라는 점 때문에 더욱 남용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를테면 '탐나는도다'에 갑자기 등장한 서우의 남장신이 그렇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또 엊그제 '제중원'에 나온 한혜진의 남장 신.

사용자 삽입 이미지

광고까지 포함하면 더 많아집니다. 한 술 광고에서 선우선의 남장 신.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실 여장이라고 다 똑같은 여장은 아닙니다. 만약 현실이라면, 지금 위에서 든 수준의 미녀들이 남장을 한다고 해서 사람들이 여자인지 알아보지 못할 확률은 민소희가 점 찍는다고 남편이 못 알아볼 확률이나 그게 그거일 겁니다.

'지붕킥'에 나왔던 황정남 에피소드는 그런 여장 붐에 대한 일침이기도 합니다. 누구나 다 알아보는데 혼자 그 남장이 통할거라고 생각했던 정음이 다 탄로났는데도 끝까지 우기는 눈물겨운 노력(;;)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웃음을 자아내는 것이죠. (물론 같은 시트콤에서도 이나봉-이나영이 등장했을 때에는 다들 속아 넘어갑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에 비해 다른 남장들은 그냥 '남들이 하니까 우리도 한 번 해 볼까' 수준을 넘지 못합니다. 그래서 식상한 느낌을 주는 것이고, 이젠 제발 그만좀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비교하자면 개그 프로그램에서 수많은 개그맨들이 기회 있을 때마다 들고 나오는 여장 에피소드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수백명의 개그맨들이 수백개 코너에서 여장을 하고 나왔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황마담 외에 여장으로 살아남은 캐릭터가 뭐가 있을까요. 남장도 이미 그렇게 되어 가고 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웬만하면 앞으로는 좀 신선한 아이디어로 승부했으면 합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P.S. 너무나 당연한 얘기지만, 이 글은 송혜교에게 무슨 문제가 있다거나, 남장 여자 역할을 한 것이 송혜교의 책임이라거나 하는 얘기가 아닙니다. 요즘 남장여자 느낌의 설정이 너무 남용되고 있다는 것을 지적한 것 뿐입니다. 그러니 '송혜교가 무슨 잘못?' 류의 댓글은 그만 달아 주시기 바랍니다.


공감하셨으면 왼쪽 아래 손가락을 눌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728x90

본래 잘때 걸려오는 전화는 아예 배터리를 빼 버릴지언정 안 받는게 인생의 지침이었는데, 어쩌다 전화를 받았습니다(생각해보니 아이폰은 배터리를 뺄 수가 없군요^^). 요즘 '지붕뚫고 하이킥'으로 시트콤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는 김병욱 감독님, "요즘 낮에 자고 밤에 깨서 일하는 생활을 계속하다 보니 내 시간으로 생각하고 전화를 했다"며 정말 미안해 하시더군요.

어젯밤 보도된 '하이킥' 관련 기사 가운데 엔딩과 관련된 언급이 있는데, 전혀 하지 않은 이야기가 보도됐다는 겁니다. 하이킥이 '다소 슬픈 결말이겠지만 작가들과 상의중이니 지금 유행하는 괴담처럼 황당무계하지는 않을 거다'라는 식으로 얘기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인터넷으로 보신 거죠. 감독님은 "이런 얘기는 한 적이 없다. 지금같이 시청자들이 민감할 때 내가 왜 이런 얘기를 하겠느냐"며 난감해 하시더군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일단 주무시고 내일 아침에...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나왔지만 워낙 다급하신 목소리였습니다. "지금이라도 해명 인터뷰를 좀 할 수 있겠느냐"는 거였죠. 뭐 이미 잠도 다 달아났고, 이 시간에 다른 후배를 깨울 수도 없고, 오랜만에 기사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톡톡톡.

http://isplus.joins.com/article/article.html?aid=1314605

그리고 나서 이쪽으로 왔습니다.

새벽 세시. 본인에게는 한낮이라고 하시지만 목소리에서는 피로감이 역력했습니다. "요새 정말 시간이 부족해요. 그래서 잠을 잘 못 자요. 내가 그래서 정신도 오락가락 하나봐. 이 시간에 전화해서 깨우고 정말 미안해요." 그렇게 피곤하신 분이 왜 전화 인터뷰까지 하셨냐고 하니 대답도 그렇습니다. "그래도 전화하신 분들 입장도 있지, 어떻게 그냥 끊어요. 뭐라도 얘기를 해야지." 참 기자 입장에서 보면 눈물겨운 봉사정신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실 25분짜리 주 5회. 125분이면 70분짜리 미니시리즈 2회 방송분이나 비슷한 분량입니다. 특히 시트콤이라지만 세트 촬영 못잖게 야외 촬영이 많은 김병욱표 시트콤임을 생각하면 노동강도는 비슷하죠. 이야기를 뽑아내는 시간은... 뭐 상상에 맡길 일입니다.

문제는 미니시리즈라면 통상 16회, 8주면 끝나지만 현재 '하이킥'은 20주째 방송되고 있다는 거죠. 그야말로 농담이 아니라 살인적인 노동 강도입니다. 그런 스케줄에서도 현재 퀄리티의 방송을 뽑아내고 있다는 건, 일반인보다 방송 관계자들에게 더욱 놀라운 일입니다. 개인적으로 제가 체크해 본 결과, '대장금'의 이병훈 감독님이나 최완규 작가 같은 양반들도 이 시트콤을 열심히 보고 있습니다.

그 결과 종영을 두달 앞둔 현재 제작진의 에너지는 고갈 직전이라는 얘깁니다. 아무리 이 분이 '스텐레스 김'이라고 해도 이런 상황이면 쓰러지기 마련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엔딩 부분에 대해 우려하는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서 얼마 전에도 슬쩍 여쭤본 적이 있습니다. "슬프게 끝나는 건 아니겠죠?" 그런데 철통같은 방어에 부딪혔습니다. "지금은 그런 얘기 하면 안돼요. 뭐라고 한마디만 하면 난리가 나요."

이런 상황에서 인터뷰 기사에 '슬프게 끝나긴 하겠지만...'이라고 말한 것으로 보도된걸 보고 아이쿠 하신 모양입니다. 벌써부터 하이킥 게시판이며 댓글이며 난리가 났더군요.

물론 제가 입장이 입장인 터라 기사를 쓴 분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항상 인터뷰라는 걸 하고 나면 크건 작건 그런 말을 햇네 안 했네 하는 시비는 있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사람이 대화를 하다 보면 뉘앙스라는 것이 있어서, 평소 잘 아는 두 사람이 이야기를 하더라도 말한 사람이 a라고 한 얘기를 듣는 사람은 b라고 듣기도 합니다. 아무튼 기사를 쓴 입장에서는, 지금의 상황에서 '지붕뚫고 하이킥'의 연출자가 '슬픈 결말'이라는 식으로 말했다는 기사가 나가면 당사자 입장에서는 상당히 곤혹스러울 수 있다는 것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못한 듯 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시트콤의 엔딩은 개인적으로도 관심사인 터라 "세경이가 불쌍해지지 않게 끝내 주세요"라고 당부하긴 했지만 저도 내심 불안합니다.^ 안 그래도 피곤해 죽을 지경이라는 분을 괴롭힐 수도 없고... 뭐, 어떤 결말이든 그건 만든 사람의 몫입니다. 아무튼 가장 아쉬운 건, 어쨌든 3월 19일이면 이 사랑스러운 등장인물들, 특히 저 자매와 헤어져야 한다는 점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P.S. 지난번 '거침없이 하이킥'의 엔딩에서 최대의 관심사는 민호(김혜성)과 유미(박민영), 윤호(정일우)와 민정이 어떤 결말을 맞느냐였습니다. 특히 저는 전자 쪽이 궁금했습니다. 결국 꿈처럼 유미가 민호의 눈앞을 스치고 지나가고, 민호는 언제든 다시 유미를 만날 수 있다는 기대(혹은 다짐)를 하죠. 이번 '지붕킥'에서도 그런 희망을 보여주는 결말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P.S.2. 얼마전 이 분으로부터 "혹시 요즘 재미없어졌다는 생각 들지 않아요?"라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소신을 담아 "절.대. 아니니 그냥 하던 대로 하시라" 고 말씀드렸습니다. 제기 꼭지가 빠진 이수근의 표정을 볼 때처럼 찢어지는 웃음이 없어도 저는 세경이의 짝사랑을 보는 재미에 푹 빠져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다른 드라마건 시트콤이건 어디서 대체 이런 작품을 보겠습니까. (혹시 "안 웃겨서 싫다"는 분들이 생긴 데에는 제가 책임의 일부를 져야 하는게 아닌가 하는 불길한 예감이... 하지만 현재대로의 '지붕킥'을 좋아하는 분들도 많으실 거라고 확신합니다.)


공감하셨으면 왼쪽 아래 손가락 모양에도 하이킥을 날려주시기 바랍니다.

 

728x90
'남자의 자격' 팀이 지리산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더군요. 20여년 전에 딱 한번 가본게 전부지만, 지금도 지리산이라는 말을 들으면 그 장엄한 광경이 눈에 선합니다.

요즘은 어떤지 모르지만 제가 학생이던 시절만 해도 '지리산 종주'는 남자들의 로망이었습니다. 특히나 화엄사에서 시작해 천왕봉에 오른 뒤 중산리로 내려오는 '정통 코스'를 뛰어 봐야 진정한 지리산을 경험했다고 할 수 있다는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언제고 나도 한번 가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그리고 비록 방송에서처럼 겨울은 아니었지만, 종주를 해 봤습니다.

그런데 '남자의 자격'팀이 새해 첫 사업(?)으로 지리산 종주를 선언하기에 내심 관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사실 말이 좋아 지리산 종주지 40대의 체력으로는 꾸준히 준비를 해 온 분들이 아니라면 꽤 무리인 코스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차에 최근 '남자의 자격' 팀에서 비주얼을 담당하고 있는 비덩 이정진을 만나 그 뒷얘기를 들어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물론 인터뷰를 하거나 한 건 아니고 편한 자리에서 나온 얘기지만, 아무튼 지리산에 관련된 몇가지 이야기만 소개하겠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방송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남자의 자격'팀은 화엄사에서부터 걸어 올라가기 시작합니다. 이 부분에서는 기후가 큰 몫을 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당초 제작진이나 출연진이 생각했던 것과 상당한 차이가 발생합니다.

지리산에 가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지리산 종주를 시도할 때에는 어느 쪽부터 올라가건 본래 첫날이 가장 난코스에 해당합니다. (물론 저도 지리산 전문가는 절대 아니고, 20여년 전 종주를 한번 해본 것이 전부입니다. 제가 모르는 편하게 오르는 코스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저는 이번 방송에서도 소개됐던 화엄사-노고단-세석-천왕봉-중산리 코스를 기준으로 말씀드립니다.) 일단 첫날을 고생하고 그 다음날부터는 비교적 평온한 코스가 이어집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특히나 화엄사에서 노고단에 이르는 길은 현지인들이 '코재'라고 부르는 난코스 중의 난코스입니다. 길 이름이 '코재'인 이유는 바로 걸어 올라가면 바로 앞 땅에 코가 닿을 지경이기 때문이라는 것이죠. 그 정도로 경사가 가파른 길입니다. 체력이 좋은 사람도 세시간은 걸어야 노고단에 이르는 길인데, 그렇게 내내 경사로를 오르다 보면 녹초가 되기 십상입니다. (더구나 눈길이니 8시간도 무리는 아니겠죠.)

그런데 90년대 이후에는 '종주'라고 주장하지만 사실은 종주가 아닌 사람들의 경험담이 대다수였습니다. 왜냐하면 노고단이 관광지로 개척되면서 도로가 정비된 후에는 많은 사람들이 화엄사가 아닌 노고단에서 차를 내려 '종주'를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가장 힘든 코스인 코재는 생략하게 되는 것이죠. 그 전에 지리산에 오른 적이 있는 사람들은 '코재도 오르지 않고 무슨 종주냐'고 항변하지만, 어쨌든 세상이 좋아진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죠.

이런 상황에 맞춰 당초 '남자의 자격' 팀도 노고단에서 행보를 시작하려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폭설로 상황이 바뀌어버린 것이죠. 평지에서 노고단에 오르는 도로가 막혀 버렸고, 결국 '남자의 자격'팀은 예정에도 없던 코재를 걸어서 올라가게 된 겁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런 저런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가 "코재가 만만치 않았을텐데"하자 이정진은 대뜸 "아, 코재를 아시는군요"하고 반가움을 표시했습니다. (사실 90년대 이후에 지리산에 간 사람들 중에는 앞서 말한 이유로 아예 코재가 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상당수더군요. 그 때문일 겁니다.) 아무튼 방송에서 보듯 중산리로 간 윤형빈과 김국진을 제외한 나머지 구성원들은 화엄사에서 노고단으로 고행에 도전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스포츠 마니아답게 이정진은 장비부터 다른 멤버들과 달랐습니다. 아이젠을 비롯한 동절기 장비는 물론이고 하체용 방습방한복까지 모두 자기 것을 사용했다는군요. 겨울 산행에 필수인 보온병을 보유한 사람도 이정진 하나 뿐이었다고 합니다. (방송을 보면 거의 전원에게 물이 얼어서 마실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그리고 위 자막에서도 보듯 거의 모든 보급품을 다 갖고 있는 바람에 전 대원의 보급창 구실을 하죠.)

그러다 보니 당시 배낭 무게는 30kg. 기본 짐에다 일행이 먹을 쌀을 모두 짊어지는 바람에 무게가 대폭 늘어났다고 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 후미에서 자칫 포기할 멤버들을 독려하는 책임을 졌습니다.

산에 가면 '초보자나 체력이 약한 사람일수록 앞에 세우라'는 말이 있습니다. 숙련자들은 누가 재촉하지 않아도 점점 빨라지게 되어 있는데 초보자가 뒤에 있으면 점점 거리가 벌어지게 되고, 자칫 등정을 포기할 수 있는 사태가 벌어집니다. 차라리 초보자를 앞에 세우고, 뒤에서 숙련자들이 뒤를 쫓듯 올라가면 초보자의 페이스를 기준으로 속도가 조절되기 때문에 낙오자가 생기는 일은 막을 수 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런 속설대로 '남자의 자격'팀은 이윤석의 바로 뒤에 이정진을 배치했고, 예상대로 힘들어하는 이윤석은 이정진의 독려로 무사히 노고단에 오르게 됩니다. 이정진의 소감은 이랬습니다.

"사실 노고단 대피소에 올라갔는데 다리는 괜찮았지만 오른 팔이 아팠다. 윤석이형을 뒤에서 밀고 올라가야 했기 때문이다. 오른팔을 거의 들고 있다시피 하고, 팔뚝으로 등을 밀면서 올라갔다(웃음). 나중엔 부축해서 올라가야 했다. 아무튼 전원이 다 올라가서 정말 다행이다." (아마도 직접 들어보진 못했지만, 김태원을 뒤에서 밀고 올라간 김성민도 비슷한 심정이었을 겁니다.)

악천후로 인한 조건의 악화로 결국 노고단 팀은 천왕봉에 가지 못했습니다. 대신 상대적으로 상태가 양호한 이정진 이경규가 비교적 가까운 반야봉에 오르는 걸로 등정을 마무리하려 했지만 그것도 조건 때문에 여의치 않았던 모양입니다.

이정진은 "노고단 대피소까지 가 보니 체력이 남은 사람이 나와 (이)경규형밖에 없는 것 같았다. 더 가고 싶었고, 갈 수도 있을 것 같았지만 경규형이 몰래 말리더라(웃음). 날씨만 좋았어도 더 갈 수 있었을텐데 안타깝다"고 하더군요. 결국 천왕봉 일출은 엄홍길 대장과 함께 간 윤형빈, 김국진 조의 몫이 됐습니다.

"재미있게 말을 하지 못해서" 화면에는 그리 많이 나오지 않지만^^ 아무튼 이정진도 비주얼만 담당하고 있는 건 아니었습니다. 네. 리얼 버라이어티는 정말 날로 먹을 수 없는 것이더군요. 다들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어떤 분들에게는 요즘 방송되고 있는 '남자의 자격'이 '산에 눈 온 그림만 나오는 지루한 프로그램'일 수도 있었겠지만, 겨울 산에서 눈꽃을 보신 분들이라면 한번쯤 다시 옛날 생각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기회가 되셨을 겁니다.

비록 지금은 산에 한번 올라가려면 무릎 걱정부터 해야 하는 처지가 됐지만 언제고 다시 눈 녹은 물로 분유를 끓여 먹고 비료푸대로 봅슬레이를 하던 겨울 설악산의 기억을 되살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불쑥 불쑥 고개를 드는 지리산 등정편이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P.S. 요즘은 어떤지 모르지만 아직도 어두워진 다음에 도착한 세석평전의 그 많던 텐트 불빛들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과연 그런 광경을 다시 볼 수 있을지...



느낌이 있었으면 왼쪽 아래 손가락 추천을 눌러 주시기 바랍니다.


728x90
영화 '러브 스토리'를 아는 분들이라면 당연히 어제, 1월20일 '러브 스토리'의 원작자인 소설가 에릭 시걸이 별세했다는 소식을 접하셨을 겁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국내 어느 방송에서도 하지 않은 추모 방송이 바로 MBC TV '지붕뚫고 하이킥'에서 방송되더군요.

바로 20일 방송된 '지붕뚫고 하이킥'에서 현경과 보석이 하루 종일 티격태격하다가 눈밭에서 결전(?)을 벌이는 그 장면입니다. 정작 내용은 친구들 앞에서 남자로서의 체면이 깎인 보석이 분을 참지 못하고 하루 종일 복수를 꿈꾸다가 마침내 현경을 향해 분풀이를 하는 내용이죠.

그런데 이 장면은 멀리서 보면 연인들이 눈밭에서 사랑을 발산하는 장면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이들의 생사를 건 대결을 멀리서 잡는 화면에는 너무도 유명한 곡, 영화 '러브 스토리'의 테마 중 하나인 'Snow Frolic'이 흘러나옵니다. 물론 절대 의도적인 곡 삽입은 아니겠지만, 아무튼 에릭 시걸의 사망일에 방송에서 이 곡을 듣는 기분은 참 묘하더군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뭐 잘 아시겠지만 Snow Frolic은 바로 이 곡입니다. '러브 스토리'에서 라이언 오닐과 알리 맥그로가 눈밭에서 유치하게^ 뛰노는 장면의 배경으로 깔린 곡이죠. 이 장면과 이 음악은 너무나 유명해서 지금까지 1000번 이상은 패러디와 리메이크로 이용됐을 겁니다. 특히 눈을 씹어먹는 알리 맥그로의 야수적인^^ 장면이 인상적이죠.



배경음악에 따라 같은 장면도 다르게 보인다는 것은 이미 주지의 사실. 목소리를 죽이고 음악을 바꾸면 격투 장면은 저절로 눈밭에서 뛰노는 연인들의 모습으로 보입니다.

이 광경을 바라보던 어떤 노부부도 부러운 듯 웃으면서 "거 참, 한창 때구만"이라고 중얼거립니다. 뭐 정말 멀리서 보기에는 두 사람이 알콩달콩 사랑을 속삭이는 광경으로 보일 뿐입니다. 그리곤 너무나 적절하게, '인생은 가까이서 보기엔 비극, 멀리서 보기엔 희극'이라는 찰리 채플린의 명언이 깔립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영화와 소설 '러브 스토리'는 지금은 50대를 넘어 60대를 바라보는 분들의 청소년기를 달뜨게 했던 작품입니다. 제 경우에는 이런 역할을 한 작품이 프랑코 제피렐리 감독의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작품이겠습니다만, 저보다 한 10년 정도 연상인 분들은 이 작품 때문에 잠을 설치고, 얼른 어른이 되어서(?) 저런 사랑을 해 봐야겠다고 다짐했다고 전해집니다. 요즘의 청소년들에겐 어떤 작품이 이런 역할을 할까요. '뉴 문'?

어쨌든 에릭 시걸의 기일이 된 20일, '하이킥'에서 '러브 스토리'의 주제음악을 듣게 된 것은 참 뜻하지 않은 경험이었습니다. 물론 의도적으로 맞출 수 있는 일은 아니죠. '하이킥'의 방송 내용이 그날 그날 정해지는 것은 결코 아니니 말입니다. 우연의 일치 치고는 참 대단한 우연의 일치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고 보니 왕년에 영화 '러브 스토리'에 대해서도 썼던 글이 있군요.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 이후, 그리고 '꽃보다 남자'와 함께 한껏 떠올랐던 프레피 룩과 관련된 이야기(?) 입니다.



20일 방송된 '하이킥'은 'Snow Floric' 외에도 추억을 자극하는 음악 한 곡을 소개했습니다. 바로 Velvet Underground의 'Pale Blue Eyes'죠. 90년대의 화제작 영화 '접속'에 삽입돼 국내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켰던 곡입니다. 문득 걸작으로 꼽히는 '접속'의 사운드트랙 앨범이 생각나는군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Pale Blue Eyes의 내용은 대략 짝사랑하는 남자의 넋두리 같은 것으로 여겨집니다만(하긴 부르는 목소리가 남자일 뿐, 꼭 주인공이 남자라는 법은 없겠군요), 이날 '하이킥'에서는 지훈을 그리는 세경의 심경을 대변하는 노래로 쓰였습니다.

지훈이 90년대 중반 의대를 다녔다고 생각하면 LP 전문 레코드점이나 벽에 가득 낙서가 쓰인 카페 같은 소품들은 지훈의 나이에 비해 너무 과장되게 옛날 것이라는 느낌도 들지만, 아무튼 지훈이 세경에게 추억을 보여주고 '지나고 나면 지금 이 순간도 추억이 될 것'이라고 말해주는 장면은 어떤 멜로드라마에서도 보지 못했던 아련함을 안겨주더군요.

아무튼 영화 '접속'에 쓰인 노래 가운데서도 'Pale Blue Eyes'가 사용된 것은 왠지 지훈과 세경은 현실에선 이뤄질 수 없는 사이라는 느낌을 자아내 더욱 처연하게 들리기도 했습니다. 벌써부터 제작진은 체력과 지구력의 고갈을 호소하고 있던데, 과연 이 시트콤이 어떻게 끝날지 궁금하기만 합니다.

Pale Blue Eyes, 가사와 함께 들어 보시겠습니다.



재미있게 보셨으면 왼쪽 아래의 추천도 한방 날려주십셔.





728x90

MBC TV '지붕뚫고 하이킥' 91회는 정음과 인나가 각각 남자친구들에게 상대를 바꿔 유혹을 시도하는 이야기로 진행됩니다. 뭐 보나 마나 될 게 없는 승부지만, 그리고 누가 봐도 정음과 인나의 수준에서 진행되는 일인 만큼 성공할 가능성은 별로 크지 않지만 아무튼 쏠쏠한 재미가 있는 에피소드였습니다.

특히 절친한 두 친구가 서로의 남자친구를 유혹하기 위해 대시하는 장면은 어디서 많이 본 듯 한 장면이더군요. 바로 지난해 케이블TV의 인기 프로그램이었던 '연애불변의 법칙'입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이 프로그램은 서로 사귀고 있는 커플 가운데 한 쪽(왜 그런데 항상 여자 쪽인지도 의문입니다)이 방송 제작진에게 남자친구의 정조를 시험해달라고 부탁하는 프로그램입니다.

많은 분들이 '하이킥' 91회를 보셨겠지만, 이날 방송의 의도에 대해서는 살짝 오해하신 듯한 분들이 많은 것 같아서 한줄 적어 봤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프로그램은 설정부터 참 어처구니없다는 생각이 들게 했습니다. 특히나 제작진이 의뢰인의 남자친구를 유혹하기 위해 투입하는 '유혹녀' 캐릭터부터가 상식을 벗어납니다.

이 프로그램을 보다 보면 유혹녀는 상대방 남성을 유혹하기 위해 선정적인 옷차림을 하고, 그 남자에게 끌린 척 연기를 합니다. 그리고 밤이 깊어 술자리가 진행될수록, 유혹은 수위가 높아갚니다. 유혹녀가 상대 남성과 키스를 하는 것 정도는 보통이고, 그 이상의 신체 접촉도 진행되곤 합니다.

이쯤 되면 대체 이 사람들은 뭐 하는 사람들인지 의문스러워집니다. 배우가 멜로드라마에 출연한 거라면 연기라고 이해를 하겠지만 직업이 연기자도 아닌 사람들이, 다른 여자의 남자친구를 유혹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생판 처음 보는 사람과 키스까지 한다는 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얘기였기 때문입니다. 많은 시청자들이 '술집 여자냐' 고 궁금해 하기도 했지만 예전에 취재를 시켜 본 결과 멀쩡한 일반인들인 걸로 밝혀지기도 했습니다.

혹시 '연애불변의 법칙'의 현장에 대해 궁금하신 분이 있으면 참고하실만한 기사입니다.
http://isplus.joins.com/article/article.html?aid=1170783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무튼 '하이킥' 91회에서 펼쳐진 정경은 전형적인 '연애불변의 법칙'과 똑같이 진행됩니다. 노래방에서 노래로 마음(?)을 표현하고, 바싹 붙어 앉아 속닥이는 것도 같죠. 물론 정음과 인나가 친구라는 것을 지훈이 안다는 점이 좀 다를 뿐('연애불변의 법칙'에서는 전혀 모르는 매력적인 여자가 우연히 친구의 친구, 혹은 후배의 친구라며 갑작스럽게 호감을 표현합니다), 비슷하게 진행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하이킥' 91회가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도대체 어떻게 여자친구가 있는 사람들이 저런 식으로 간단하게 유혹에 넘어가 망신을 당하느냐는 거죠. 여기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음모설도 있습니다. 이를테면 두 연인이 공모를 한 상태로 '연애불변의 법칙'에 유혹을 의뢰한다는 것입니다. 프로그램의 성공을 위해 남자친구는 대략 유혹에 넘어간 척 해 주고, 여자친구도 격분한 척 하다가 '그래도 만나온 세월이 있는데'라며 용서해주는 걸로 끝을 낸다는 음모설입니다. 물론 사실로 밝혀진 적도 없고, 밝혀질 수도 없는 얘기지만 아무튼 이런 음모설이 나온 배경에는 '그러지 않고서야 저렇게 하나같이 다들 금세 유혹에 넘어가고, 거의 대부분이 그냥 슬쩍 용서해버리는거냐'는 세태에 대한 의문이 있습니다.

솔직히 '연애불변의 법칙'이라는 프로그램이 그 정도로 유명해진 마당에, 어떤 남자친구든 갑자기 인생에서 별로 볼 일이 없었던 매력적인 여자들이 나타나 유혹을 펼친다면 의심을 하지 않을 수가 없을 겁니다. 그 남자친구들이 모두 절세의 훈남들이거나 왕자병 환자들이라면 모를까, 누구라도 마음 속으로는 '이거 몰래카메라 아니야?'라는 의문이 들텐데 말입니다.^

아무튼 '하이킥' 91회는 그런 상황에 대한 패러디를 통해 이렇게 얼토당토 않은 일이 일어나는 세상에 대해 조소를 날리고 있습니다. 그냥 제 의견이지만, 김병욱 감독의 연출 의도도 바로 이쪽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입니다.

(유혹하는 장면이 평소 '하이킥'의 톤과는 달리 좀 끈끈하긴 했지만, 비현실적이어서 오히려 효과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노가리 먹어도 돼요?" 같은 코믹한 멘트는 유인나의 캐릭터를 살리는 효과를 낳았죠.^^)

물론 누구나 예상할 수 있었듯 결과는 해피엔딩. 지훈은 바보가 아니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P.S. 이날 '하이킥'은 '연애불변의 법칙' 패러디에 이어 두 가지를 살짝 인용했습니다. 광수가 정음에게 보낸 장문의 편지를 읽다가 질린 정음이 하품하는 장면은 시트콤의 클래식인 '프렌즈'에서, 레이첼이 자신에게 돌아오겠다는 로스에게 보낸 장문의 편지를 읽다가 로스가 잠들어 버리는 장면을 연상시키더군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또 보석이 진저리처던 뱀이 혹시 알을 낳은 게 아닌가 의심하는 장면은 스릴러의 대가 프레드릭 포사이스의 명작 단편인 '아일랜드에는 뱀이 없다'의 결말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 느껴졌습니다.^^ 이 책을 안 보신 분이 있을까봐 더 자세히 말씀드리긴 그렇고, 아무튼 '아일랜드에는 뱀이 없다'나 '제왕' 등이 실린 포사이스의 단편집은 꼭 읽어보시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공감하셨으면 왼쪽 아래 손가락 마크 추천도 부탁드립니다.

 

728x90

어째 그린데이(Green Day) 공연장에 가 보고 싶더라니, 그새 큰 사건이 있었군요. 90년대 세계를 뒤흔들었던 그 수많은 펑크/얼터너티브 밴드들 가운데 지금까지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밴드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 중에서도 그린 데이는 최고라고 꼽을 만 하죠.

그런데 18일, 서울에서 열린 그린 데이 공연장에서 한 여학생이 무대로 뛰어올라 멤버 빌리 조와 열렬히 키스를 나누는 장면이 포착됐습니다. 어느 관객이 촬영한 걸로 보이는 동영상(물론 공연중 촬영은 불법입니다만^^)이 유튜브에 올라와 있더군요. 참 뭐랄까... 놀랐습니다. 직접 보시고 한번 평가해 보시기 바랍니다.

키스 후 이 학생은 “I deserve to die today. Because I kissed you”라고 말했고, 빌리 조가 "OK. You deserve a stage dive today"라고 대답했다는군요(영어도 잘 하는 학생입니다.^^). 그리고 나서 바로 정말 다이빙을 하는군요.

물론 세상이 어떻게 됐네 어쨌네 호들갑을 떠시는 분들도 있지만 뭐 그리 큰 일이라는 생각보다는 '참 많이 과감해졌구나...'하는 정도의 생각이 들더군요. 좀 어린 여학생인 듯 합니다만, 저런 짓을 벌일 수 있는 정열이 오히려 부럽다고나 할까요.

부디 더 자라서 나이를 먹더라도 저 정열을 그대로 간직한 사람이 되길 바랍니다. 그리고 부모님이 걱정하시지 않도록, 가끔은 좀 신중해지는 지혜도 배우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린 데이가 대체 어떤 밴드이길래 저런 일까지 생겼나 싶은 분들을 위한 참고 자료: 이들의 초기작이자 최고 히트곡인 Basket Case 입니다.




어쨌든 당연한 결과로, 저 사건을 보고 나니 14년 전, 마이클 잭슨의 공연장에서 일어난 사건이 생각났습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전해 듣거나 기억하고 계실 겁니다.

1996년 마이클 잭슨의 첫 내한공연 때에도 무대에 뛰어오른 젊은이가 있었죠. 물론 2010년 그린 데이의 공연장에 올라간 '키스녀(벌써 이렇게 불린다더군요)'는 멤버들에 의해 불려 올라간 것이었지만, 당시의 한 청년은 삼엄한 경호원들의 경계를 뚫고 단신으로 무대에 올라 마이클 잭슨에게 매달려 크레인 위로 둥실 떠올랐습니다.

다음의 광경이 그때의 영상입니다. 시작후 3분50초 무렵에 문제의 장면이 나옵니다. 행여라도 청년이 떨어질까봐 꼭 붙들고 있는 잭슨의 모습이 눈길을 끕니다.




당시의 정황을 더 자세히 보고 싶은 분은 예전에 썼던 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얼마 전에 마이클 잭슨과 한국에 관련된 사연을 총정리한 적이 있습니다.




어쨌든 콘서트 현장의 열기를 아는 분들이라면, 젊은이들의 저런 돌발 행동을 너무 심하게 꾸짖거나 비난하시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해보고 나니 그린 데이 콘서트를 못 간게 더 아쉽군요.

아쉬운 김에 라이브 영상을 몇개 올립니다. 어제 그린 데이가 한국 팬들을 매료시키고 있을 때 저는 이런 영상을 보고 있었습니다. Muse의 Knights of Cydonia 2007년 라이브 영상입니다. 생각해보니 Muse 공연도 못 갔군요.




그리고 강추작인 Robbie Williams의 Let Me Entertain You. 지금 사무실이라면 얼른 이어폰을 끼시고, 여유있는 공간이라면 볼륨을 한껏 올려 보시기 바랍니다. 정말 신납니다.

뭐 30일 여러분과 함께 볼 수도 있겠군요.^



P.S. 예전에 '저 남자분이 누군지 아시는 분이 있으면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썼더니 어떤 분이 "개인 프라이버시가 있는 부분이라 자세히는 말씀 못드리지만 그 분도 오랜 시간 동안 가수가 되길 꿈꾸었다고 알고 있습니다"라는 메일을 보내 주셨더군요.



잘 보셨으면 왼쪽 아래 손가락을 눌러 주시기 바랍니다.^

 

728x90

정확하게 열흘 전에 뭔가 하나 써 달라는 요청을 받고 당연히 올해 최대의 화제를 주제로 골랐습니다. 그 다음날인 4일, 두 사람이 열애를 인정하는 걸 보고 원고를 마감했죠. 그리고 나서 일주일 동안, 정말 수도 없는 주장과 발언들이 쏟아져 나오더군요. 네. 유해진-김혜수 커플 얘깁니다.

입 있는 사람들은 거의 다 한마디씩 언급을 했지만, 모든 사람에게 가장 궁금했던 것은 이번 사태^^의 당사자인 두 사람의 말이었을 겁니다. 그런데 사실 이 두 분이 지금까지 생활해온 분위기를 볼 때 뭐든 공개적으로 입장을 표명할 거라는 기대는 거의 할 수 없었죠.

당사자들의 코멘트를 듣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쳤을 때, 제게 두번째로 궁금했던 코멘트는 과연 '개그콘서트'의 박성광은 뭐라고 할까였습니다. 이미 장동건-고소영 열애 때 "1등끼리만 사귀는 더러운 세상!"이라고 외쳤던 박성광인 터라...^^  그리고 박성광은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더군요. 지난 주말 '개그콘서트'에서 박성광은 "나 같은 놈도 1등과 사귈 수 있는 아름다운 세상!"이라고 외쳤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시점상 질문과 대답이 이미 나와버린 글이지만, 주제는 아직 의미가 있을 것 같아서 옮겨옵니다.


제목: 이젠 송승헌과 박지선이 나설 차례다.

요즘 '개그콘서트(KBS2)'에서 한창 뜨고 있는 코너 중에 ‘나를 술푸게 하는 세상’이 있다. 경찰 이광섭이 당직을 서고 있는 야심한 파출소에 끌려온 취객 박성광 허안나가 한바탕 주정과 한풀이로 웃음을 주는 코너다. 특히 박성광이 외치는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국가가 나한테 해준 게 뭐가 있냐!”는 발빠르게 유행어가 됐다.

이 코너에서 장동건-고소영 열애설 인정에 대한 박성광의 코멘트는 이랬다. “1등끼리만 연애하는 더러운 세상!” 그리고 그 적절함에 포복절도하지 않을 수 없었던 사람들에게 새해 벽두, 정말 놀라운 열애설이 사실로 확인됐다. 대한민국에서 포털 사이트 검색창에 ‘섹시한 여자’라고 치면 저절로 연관 검색어로 뜬다는 김혜수가, ‘박지성’과 연관 검색어인 배우 유해진과 사귄다는 것이다. 제아무리 박성광이라도 할 말이 없어질 상황이다.

물론 여기서 유해진이 얼마나 훌륭한 배우인지, 또 이번에 새롭게 알려진 대로 그가 얼마나 지적이고 우아한 품성을 가진 사람인지, 촬영장에서 얼마나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좋은 친구인지를 강조할 필요는 없다. 중요한 건, 어머니들도 이제 유난히 작은 눈과 검은 얼굴 때문에 학교에서 놀림 받는 어린 아들에게 위로 삼아 해줄 얘기가 생겼다는 것이다. “너도 착하고 성실하게 자라면, 나중에 김혜수 같은 여자와 연애할 수 있단다.” 하지만 그런 아들을 둔 어머니조차 김혜수와 유해진의 열애를 상상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누구나 답안지가 앞에 놓이면 ‘외모지상주의는 나쁘다’에 자신 있게 동그라미표를 치지만, 실생활에서는 ‘기왕이면 다홍치마’라는 속담이 먼저 와 닿는다. 이것이 생각과 실전의 차이다. 게다가 사람이란, 특히 한국 사람이란 본래 주위의 눈치를 살피게 되어 있다. ‘이 남자(혹은 이 여자), 외모는 변변치 않지만 정말 끌려’라고 생각해도 ‘내가 이 남자랑 다니면 내 친구들(혹은 우리 엄마, 내가 그동안 찼던 남자들)은 나를 뭐라고 생각할까’ 한 번쯤 생각해 보게 되어 있다. 이게 바로 통념의 무서움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런 상황을 제대로 짚어냈던 영화가 패럴리 형제의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다. 주인공 잭 블랙은 자고로 미녀가 아니면 사람으로 치지 않는 속물. 그런 그가 어느 날 심리치료사의 마법 덕분에 사람의 성품을 미모로 보는 눈을 갖게 되고, 미녀 기네스 팰트로(물론 그의 눈에만 그렇게 보인다)를 만나 꿈같은 사랑을 나누게 된다. 하지만 물색없는 친구의 쓸데없는 간섭 때문에 그 미녀가 성격은 좋지만 자신보다 두 배 이상 무거운 ‘뚱녀’라는 사실을 알아차리게 된다. 그 사랑을 깨뜨리는 것이 바로 ‘친구의 눈’이라는 것이 의미심장하다. 그래서 우리는 더욱 더 유해진-김혜수 커플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내게 된다.

아직 끝난 건 아니다. 김혜수의 소신에 찬 선택(물론 본인에겐 당연한 선택이겠지만)이 이 땅의 소심한 남자들, 특히 ‘루저’라는 말뚝이 아직 가슴에 박힌 남자들에게 다시 일어날 용기를 줬다면, 그 반대편에도 누군가 구원의 빛을 던져주어야 하지 않을까. 이번 사건만큼의 위력을 발휘하려면 애인이 생긴 장동건이나 현빈은 틀렸고, 송승헌이나 김현중이 박지선과 사귄다는 정도의 뉴스는 나와야 할 것 같다.

P.S. 물론 알고 보니 박지선네 뒷마당에서 유전이 나왔다든가 하면 무효다. <끝>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영화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에 나온 잭 블랙은 누구보다 심한 외모지상주의 신봉자였죠. 하지만 그는 최면술의 효과 때문에 사람의 외모 아닌 내면을 보는 눈을 갖추게 되죠. 즉 진짜 예쁜 여자도 예쁘게 보이지만, 외모는 부실하되 내면이 아름다운 사람이 진짜 미남 미녀로 보이는 상태가 됩니다.

그래서 사람됨은 아름답지만 엄청난 뚱녀인 여주인공이 잭 블랙의 눈에는 기네스 팰트로로 보이고, 두 사람은 행복해집니다. 다만 이걸 받아들일 수 없던 것은 잭 블랙의 친구죠. 그의 뇌리에 박혀 있었던 것은 바로 "저런 여자와 다니는 걸 보면 사람들이 내 친구를 어떻게 보겠어!"라는 것 뿐입니다. 이 얘기는 바로 지난번에 썼던 글과 이어집니다.

지난번 유해진/김혜수 커플에 대한 글을 썼을 때 반응 중에는 '여자는 원래 인물 별로 안 따졌다' '남자들이나 여자 인물 따지지 말아라' 라는 내용이 적지 않았습니다. 뭐 충분히 공감합니다. 너무 당연한 얘기라 언급할 필요가 없기도 했지만, 또 그때는 이 글을 써 놓은 다음이기 때문에 따로 언급하지 않았을 뿐입니다.

그리고 이떤 반응을 보면 박성광의 "나같은 놈도..." 발언이 유해진에 대한 매도라고 분개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그런 분개는 한편으론 박성광에 대한 매도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박성광이 유해진에게 무슨 악의를 갖거나, 유해진을 우습게 봐서 그런 얘기를 하는 게 아니라는 건 다들 아실 겁니다. 부디 농담은 농담으로 이해하시기 바랍니다. 아울러 주제와 상관없이 누가 더 아깝네 어쩌네 하는 얘기는 이제 그만 하시는게 좋을 듯 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드라마 속 커플은 이제 더 이상 필요 없습니다. 이젠 실제로.^^

공감하시면 왼쪽 아래 손가락을 눌러 주시기 비랍니다.

 

728x90
이나영이 MBC TV '지붕뚫고 하이킥'에 나온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내심 반가웠습니다. 일단 '지붕뚫고 하이킥'의 위상이 그만치 올라갔다는 얘기기 때문이죠. 이 시트콤이 인기가 없었다면 이나영 정도의 스타가 출연할 이유가 없다는 건 당연한 얘깁니다. 물론 이번 출연은 아주 노골적으로 영화 '아빠가 여자를 좋아해'의 홍보를 위한 것이지만 말입니다(물론 영화 홍보를 위해 주인공들이 TV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온게 어제 오늘 얘기도 아니고, 이걸로 시비를 걸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얼마나 노골적이냐 하면... 영화 속 남장 캐릭터를 가져와 남장 여자 연기를 한다는 거였죠. 뭐 이미 황정남씨의 등장이 대단히 큰 웃음을 준 뒤라 과연 이번엔 어떤 남장 캐릭터가 나올까 궁금했는데 결과적으로 실망이 매우 컸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러니까 내용인즉, 지훈(최다니엘)이 일하는 병원에서 정음(황정음)이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가운데 지훈을 자기 군대 후배 아니냐고 우기는 이상한 남자 이나봉(이나영)이 나타납니다. 이 남자는 지훈에게 친구가 되자는 둥, 삼겹살을 구워 먹으러 가자는 둥 이상한 행동을 잇달아 벌입니다.

이나봉에게 '어디선가 본 듯 하다'고 말했던 지훈은 술에 취하자 '그러고 보니 내가 죽어도 못 잊는 사람과 닮았다'고 한마디 합니다. 그리고 정음은 우연히 다음날 이나봉이 여자였다는 걸 알게 됩니다. (물론 이순재의 반지 에피소드가 있지만 여기선 생략)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나영은(정확하게 말하면 '아빠가 여자를 좋아해' 제작사 측은) 이번 출연으로 큰 손실을 입었습니다. 시트콤 한 회가 재미가 없었다는 점에서 출발해 이 한 회의 출연분이 '아빠가 엄마를 좋아해'에 대한 기대를 확 떨어뜨리는 효과를 낳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 한편을 갖고 이나영이 연기력이 없는 배우라고 말할 생각은 없습니다. '아는 여자'나 드라마 '내멋대로 해라'의 이나영은 훌륭한 배우였죠. 하지만 이날 '지붕뚫고 하이킥'에서 이나영이 보여준 남장 여자 연기는 찬물에 담근 라면 면발처럼 겉돌기만 했습니다. 에피소드 역시 급조된 느낌이 강했고, 평소의 '하이킥'에 비해 설득력도 영 떨어졌습니다.

어딘가 조승우 강혜정 주연 영화 '도마뱀'의 냄새를 풍기려고 한 듯한 흔적이 있지만 이나영의 어색한 남장 연기 때문에 앞부분의 코미디는 완전히 사그라들었고, 뒷부분의 아련한 느낌 역시 전혀 살아나지 않았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물론 이날 한 편 때문에 '하이킥'의 명성에 금이 가거나 하지는 않을 듯 합니다. '하이킥'의 입장에서야 이나영은 그냥 한번 지나가는 등장인물이기 때문이죠. 그냥 '한번 나왔다'는 정도의 의미 이상은 갖지 못합니다.

하지만 기껏 공을 들여 영화 홍보에 나서려 했던 입장에선 문제가 그리 가볍지 않습니다. 그저 인기 있는 프로그램에 나와 한껏 영화에 대한 기대치를 높이려던 계획이 그리 큰 효과를 얻은 것 같지는 않으니 말입니다.

그리고 비슷한 방식으로 영화 홍보 효과를 노리던 사람들의 입장에선, 앞으로 이런 경우에 꽤 신중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을 듯 합니다. 출연하려는 프로그램의 분위기에 확실하게 젖어들지 않으면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는 교훈 말입니다.


P.S. 이건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감상일 뿐입니다. 물론 어제 에피소드를 아주 재미있고 감동적으로 보신 분들도 있을 겁니다. 그런 분들은 조금도 주저하지 말고 '아빠가 여자를 좋아해'를 보러 가시기 바랍니다.




728x90
많은 사람들이 김혜수에게는 '소신 지원'이라는 칭찬을, 유해진에게는 '남자의 희망'이라는 부러움 섞인 박수를 보내고 있습니다. 참 이렇게 국민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커플은 정말 오랜만입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더 일찍 세상에 널리 알려지지 않은게 안타까울 지경입니다.

물론, 대전제는 '누가 누구를 사귀고 말고 하는 문제로 다른 사람들이 왈가왈부하는 것' 자체가 반칙이라는 겁니다. 소신 어쩌고 하는 얘기를 들으면 다른 사람보다 김혜수 본인이 기가 막힐 것이고, 유해진에게는 남달리 실례가 될 겁니다. 그들 스스로는 서로 마음에 맞는 사람들끼리 사귀는 것 뿐인데, 칭찬이며 감탄이며 하는게 더 어색하겠죠. 그런데 사람들이 처음에 언급한 반응을 보이는 게 사실 이상한 건 아닙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남들은 대부분 그렇게 하지 않는데'라는 것이죠.

그럼 '남들은 왜' 그렇게 하지 않을까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지하철에서 선로에 떨어진 어린이를 구한 행인, 길에 쓰러진 취객을 일으켜 집에 보내준 사람, 달아내는 소매치기의 다리를 걸어 체포될 수 있게 한 사람, 거액이 든 지갑을 주워 주인을 찾아 주고 사례를 마다한 사람, 목숨을 걸고 불타는 건물에서 잠자던 노인을 업고 나온 소방관. 모두 신문 사회면의 미담 기사에 실리는 사람들인데, 이 사람들의 인터뷰 소감에는 거의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말이 있습니다.

"당연히 할 일을 한 것 뿐인데..."

그렇습니다. 당연한 일을 한 것 뿐이라고 하지만 실은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 세상엔 널려 있습니다. 윤리 시험 문제라면 누구나 선택할 수 있는 답이지만, 같은 상황에서 주저없이 그런 행동을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죠.



사람은 누구나 어떤 상황에서 행동 양식을 선택할 때, 자기와 비슷한 사람들을 기준으로 삼습니다. 특정 상황에서 박지성의 선택은 박주영이나 기성용의 선택에 영향을 줄 것이고, 도요타는 현대차의 결정을 참고하겠죠. 이번 사건^^이 사람들의 입에 유난히 많이 오르내리는 것은, 김혜수가 흔히 김혜수와 비슷한 사람들이 하지 않는 선택을 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비슷한 환경에서 '유난히 튀는 선택'을 한 사람이 김혜수뿐만은 아닙니다만, 그런 선택들이 모두 환영받지는 못했습니다. 차이는 어디서 온 것일까요. 그것 역시 자명합니다. 김혜수의 선택에서는 '상대인 남자', 그 사람 개인 이외의 다른 요소들이 개입된 흔적을 발견할 수 없다고 많은 사람들이 인정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다른 요소'에는 여러 가지가 들어갈 수 있습니다. 외모, 사회적 지위, 재산, 명예, 가문, 학벌 등등의 소위 '조건'들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여기서 다시 지난해 한때 뜨거웠던 '미수다'의 '루저의 난' 사태를 되새겨보게 됩니다. 당시 출연자들은 '여자는 몸을 꾸미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데이트비용을 내지 않아도 되며' '연애 상대와 결혼 상대가 다른 건 당연하며' '아무리 멋진 남자라도 원룸에서 라면을 먹으며 사회 출발을 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때 독일 출신 미르야가 '그렇게 자신이 없느냐'고 일갈을 날려 이들을 평정(?)하기도 했죠.

이 대목에서 왜 많은 다른 사람들은 '그냥 자기가 좋은 사람'과 사귀지 못할까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제목은 '다른 여자들은...'이라고 달았지만 사실 남자나 여자나 마찬가지입니다. 여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조건은 바로 '다른 사람의 눈'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이 남자와 결혼하면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내가 이런 여자와 다니면 남들은 날 어떻게 볼까. 이런 생각으로부터 자유롭지 않기 때문에 소위 '객관적인 조건'에 매달리는 겁니다.

이 '남들의 눈'은 더 폭넓게 적용될 수 있습니다. 남들의 눈이란 조건이 사라져도 과연 지금처럼 명품 백이나 구두에 여자들이 목을 맬지, 남자들이 무리해서 눈만 오면 무용지물이 되는^^ 거대한 후륜구동 수입 세단을 사는데 매달릴 지 한번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일각에서는 '김혜수나 되니까...'라는 얘기를 하기도 합니다. 그 자신이 부와 명예를 이미 갖고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눈에 구애받지 않는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주장이죠.

하지만 이런 주장은 쉽게 뒤집힐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재벌가나 명문가 자제들은 대개 그 비슷한 문벌 안에서 상대를 찾습니다. 회장 아들과 가난한 신입사원의 결합은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는 얘기일 뿐입니다. 세상을 보면 볼수록 0.1%에 드는 사람들도 결코 '남의 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걸 알 수 있게 됩니다. 소위 스스로 갖고 있는 '객관적 조건'은 소신있는 선택의 전제가 아닙니다. 중요한 건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일 뿐입니다.

누군가 부동산 거래를 할 때, 100억원을 주고 25평짜리 아파트를 샀다는 얘기를 들으면 상관 없는 사람도 혀를 끌끌 찹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연애나 결혼 상대의 선택에도 비슷한 경제 논리를 들여다 설명을 한다는 것이 세상의 비극이죠.

이런 주제로 얘기를 하자면 정말 끝이 없겠지만, 여기선 일단 끝을 맺겠습니다. 오늘의 결론은, 온갖 조건으로 도배된 상대라야 만족할 수 있다는 사람에게 던지는 미르야씨의 한마디로 대신하겠습니다. "그렇게 자신이 없으세요?"



공감하시면 왼쪽 아래 손가락을 눌러 주세요.


728x90
2010년 현재 최고의 예능 프로그램을 뽑으라면 '남자의 자격'과 '1박2일'이 포진한 KBS 2TV '해피선데이'를 꼽지 않을 수가 없을 듯 합니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는 '1박2일'의 앞 코너가 SBS TV '패밀리가 떴다'에 약세를 보인 탓에 '1박2일'의 분전에도 불구하고 일요일 시청률 톱을 기록하지 못했지만, 최근 들어 두 코너 모두 활기를 띠면서 무려 29%라는 시청률을 기록했습니다.

(물론 그동안 '패밀리가 떴다'가 일요일 예능 1위를 달린 비결에도 사실은 집계 방법의 함정이 있습니다. KBS 2TV '해피선데이'는 2시간 넘게 방송되는 전체 프로그램을 1,2부로 나누지 않고 통으로 시청률을 기록하는 반면, SBS TV '일요일이 좋다'는 '패밀리가 떴다'를 1부, '골드미스가 간다'를 2부로 나누어 시청률을 집계했습니다. 그래서 2009년 상반기까지 '패밀리가 떴다'의 전성기 때에는 늘 일요일의 최고 인기 프로그램은 '일요일이 좋다 1부(즉 패밀리가 떴다)'였던 것이죠. '1박2일'이 아무리 시청률이 높아도 그 앞 코너가 시청률을 깎아먹는 이상 '해피선데이'가 '일요일이좋다 1부'를 이길 수 없었던 겁니다. 하지만 지금은 '남자의 자격'이 '1박2일' 못잖은 시청률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둘을 합해도 1위에 나선 것입니다.)

그럼 '21세기 최고의 예능 프로그램'을 꼽으라면 무엇을 들 수 있을까요. '무한도전'이나 '1박2일'을 꼽을 분들도 많겠지만 저는 아무래도 '개그콘서트'를 꼽게 됩니다. 과연 5년 뒤나 7년 뒤의 '무한도전'이나 '1박2일'이 어떤 모습일지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21세기를 여는 '개그콘서트'의 중심은 전통의 '봉숭아학당'보다 조금 앞쪽으로 옮겨갔습니다. '봉숭아학당'이 살짝 힘이 빠진 가운데(농담이 아니라 허경환이 정말 봉숭아학당을 살리고 있습니다), '커플지옥 솔로천국', '남보원', '나를 술푸하게하는 사회'의 3부작이 현재 개콘의 무게중심입니다. 그리고, 이 세 코너를 보면 너무도 선명하게 공통된 주제가 보입니다. 바로 '루저를 위한 위안'이죠.

(물론 여기서의 '루저'는 '키가 180이 안되는 남자'라는 뜻은 아닙니다. 이 글에서의 정확한 의미는 지난번에도 말했듯, '스스로 자신을 패배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에 가깝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커플지옥 솔로천국'의 핵심은 교주와 '성녀 오나미'입니다. 특히 교주 역에 개인적으로는 처음에 나왔던 교주 한민관이 더 신선했다고 생각합니다. 박지선도 물론 대단히 좋지만 이미 '봉숭아 학당'에서 이 소재를 너무 우려먹은 뒤끝이기 때문입니다. 박지선은 목소리나 몸짓에서 '출산드라' 김현숙의 냄새가 좀 짙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어쨌든 재미있는 코너이고, 호응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 분명합니다. 이미 인터넷으로 유행했던 '솔로부대'의 정서는 영원한 것이니까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남보원'의 인기는 굳이 더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겠죠. 특히나 박성호의 울분을 달래는 황현희의 '뾰로롱' 요술봉의 마력은 매번 봐도 질리지 않습니다. 사실 이 팀이야말로 의도적으로 '찌질해 보이기'를 유별나게 강조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들이 정말 남녀간에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는 소재, 즉 군 가산점 같은 문제를 짚고 나선다면 정말 시끄러워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문제는 '남보원' 팀이 알아서 피해 가고 있는 걸로 알려졌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미수다'에서 '루저' 파문이 일었을 때 이 팀은 침묵을 지켰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최근 가장 각광받는 코너는 박성광과 허안나의 열연이 돋보이는 '나를 술푸게하는 사회'입니다. '국가가 나한테 해준게 뭐가 있냐'와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은 발빠르게 유행어가 돼 버렸습니다. 지난밤에도 '왜 2008년 신인왕인 나를 기억하지 못하느냐'고 소리치는 박성광의 모습을 보면서 떼굴떼굴 굴렀습니다.

이 세 코너가 가리키고 있는 사람들은 각각 '애인 없는 남녀' '애인이 있어도 질질 끌려다니며 해달라는대로 다 해주고도 눈치만 보고 있는 남자' 그리고 '어디 하나 큰소리 칠 구석이 없어 술추해 파출소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 입니다. 모두 세상에서 곧잘 무시당하고, 인터넷에서나 익명으로 큰 소리를 낼 수 있는 바로 그런 사람들이죠. 그리고 세상을 냉정하게 훑어보면 아무래도 0.1%의 승자 외에는 모두들 어느 정도씩 루저의 느낌을 갖고 살아가기 마련입니다. (혹시 모르겠습니다. 그 0.1%마저도 0.001%에 대해서는 루저의 느낌을 갖는지도...^)

아무튼 88만원 세대라는 말의 등장 이후로 서로 서로 '루저임'을 내세우며 위로하고 위로받는 것은 국민 대다수의 공통된 정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 개그 코너들을 보면서 '에이, 나는 저 정도로 찌질하지는 않아' 하면서 위로받는 사람들을 포함해서 말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런 만큼 2010년 '개그 콘서트'의 대 루저 전략은 매우 훌륭하다고 생각됩니다. 하긴 전통적으로 개그맨들은 사회의 힘없는 사람들을 대변해왔죠. 따지고 보면 봉숭아학당의 '행복전도사' 최효종도 역발상으로 루저 정서에 부응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P.S. '개콘'보다 늦게 '개콘'의 스타일을 모방했다가 현재 어두운 그늘을 걷고 있는 '개콘'의 경쟁자들에게도 이렇게 세상의 흐름을 읽는 눈이 있는지를 살펴보면, 어디서 승부가 갈리는지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이렇게 단순하지는 않겠지만 말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P.S.2. 대체 이 코너의 제목이 왜 '드라이 클리닝'인지 아시는 분? (니가 말한 그 빵이 선빵은 아니겠지~~~ 워어어~~)


고개를 끄덕이셨으면 왼쪽 손가락을 눌러주세요.^


728x90
유재석과 강호동의 '2009년 연말 지상파 3사 연예대상 대결'이 1.5:1로 유재석의 우세승으로 끝났습니다. 2:1이 아니라 1.5대 1이라고 쓴 것은 - 이효리와의 공동 수상이라는 점에서 살짝 의미가 바래기 때문입니다. 물론 전체 수상 회수로 따진다면 유재석은 2009년 2개, 강호동은 1개의 대상을 받았다고 해야 하겠지만 강호동과의 상대 점수로 따지자면 2009년의 성적은 1.5:1 정도라고 보는 게 좋을 듯 합니다.

어쨌든 지난해 강호동에게 대상 개수에서 2대1로 밀렸던 유재석은 다시 우세를 회복했습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건 현재 연예 버라이어티 쇼의 세계가 강/유, 혹은 유/강의 천하라는 데에 아무도 이론을 제기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1년 후가 되건 2년 후가 되건 언제쯤 이렇게 두 사람이 한국 예능을 좌우하는 판도에 변화가 올 지, 누가 그런 변화를 몰고 올 지 전혀 예측할 수 없다는 거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

2007년 이후 지상파 3사의 예능대상 수상 판도를 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MBC         KBS        SBS
2007   유재석(*)  탁재훈     강호동
2008   강호동      강호동     유재석
2009   유재석      강호동     유재석/이효리

(*= 무한도전 팀 전원+이순재 공동 수상)

2007년을 기준으로 삼은 것은 SBS가 2007년부터 연예대상을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2006년을 보자면 MBC는 유재석이, KBS는 김제동이 대상을 차지했습니다. 유재석은 2005년 KBS 연예대상을 차지했으므로 지금까지 통산 6개의 대상을 손에 쥐었습니다.

위의 표를 보면 알 수 있지만 진정한 유/강의 양강체제가 성립된 것은 2007년 이후의 일입니다. 두 사람은 2007년 이후 9개의 대상 가운데 사이좋게 4개씩을 나눠가졌습니다. 굳이 승부를 가리자면 2개의 공동수상을 가진 유재석에 비해 4개 모두 단독 수상인 강호동이 조금 앞선다고 볼 수도 있을 듯 합니다만, 공평하게 따져 진정한 승부는 2010년 연말이라고 할수 있겠죠.

그럼 2010년 연말에는 상황이 좀 달라질까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일단 변하지 않는 것부터 보겠습니다. 강호동과 유재석은 각각 지상파에서만 매주 4개씩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주중에는 서로 승부하지 않습니다.^^

월 : 놀러와(M, 유재석)
화 : 강심장(S, 강호동)
수 : 황금어장-무릎팍도사(M, 강호동)
목 : 해피투게더(K, 유재석)
금 :
토 : 무한도전(M, 유재석), 스타킹(S, 강호동)
일 : 일요일이 좋다-패밀리가 떴다(S, 유재석), 해피선데이-1박2일(K, 강호동)

참 골고루 퍼져 있습니다. 개인별로 보면 유재석이 MBC에서 2개, 강호동이 SBS에서 2개를 하고 있습니다. 방송사별로 보면 토요일 KBS, 일요일 MBC가 강/유의 혜택을 보지 못하고 있죠. 전통의 '일밤'이 무너진 것이 어찌 보면 유/강의 위력을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는 현상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새해에 달라질 부분은 그럼 어떤 쪽일까요. 일단 둘 모두 프로그램을 늘리는 쪽으로 움직일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주 4개의 프로그램은 사실상 포화라고 할 수 있죠. 이미 두 사람 모두 '돈도 좋지만 사람이 살자' 상태입니다.

변동 가능성이 없는 쪽부터 말하자면 '무한도전'과 '1박2일'은 한동안 변화가 없을 전망입니다. 두 프로그램 모두 MC들이 자신들의 간판으로 생각하는 프로그램들입니다. 유재석의 경우에는 "만약 시청률이 10% 이하로 떨어진다 해도 '무한도전'은 계속하고 싶다"고 얘기했다고 전해집니다.

이밖에도 강호동의 경우에는 시작한지 얼마 안 된 '강심장'에 애착을 보이고 있고,  양쪽 모두 출연량을 줄인다면 2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방송사에서 하나를 줄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유재석은 MBC에서 2개, 강호동은 SBS에서 2개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말은, 유재석이 한창 논란이 되고 있는 SBS TV의 '패밀리가 떴다'에서 하차한다 하더라도, SBS에서는 새로운 프로그램에 출연해 줄 것을 강력하게 요청하고 나설 것이라는 뜻입니다. 어떤 방송사라도 강/유 중 하나를 놓친 상태에서 편성을 짜고 싶어 하지는 않을 겁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리고 앞으로 누가 신흥 세력이 되어 유/강의 아성을 무너뜨릴까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이미 답이 나와 있습니다. 사실 두 사람 모두 서로가 존재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누가 보더라도 한 사람이 1주일에 진행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4개를 넘기 힘듭니다.

강호동과 유재석 중 어느 하나가 연예계의 단독 지존으로 우뚝 선다 해도, 위에서 보기로 든 8개 프로그램 가운데 4개는 누군가에게 내줄 수밖에 없다는 뜻입니다. 반면 두 사람이 양강으로 버티고 있으면, 그만큼 새로운 경쟁자의 유입을 강력하게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뜻입니다. 다시 말해 혼자보다 둘이 나눠 가진 상태가 현재 상태를 유지하는 데에는 훨씬 좋은 건이라는 얘깁니다.

따라서 틈은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언제든 좀 쉬고 싶을 때 생긴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울러, 유/강의 성장 과정에 비쳐 볼 때 차세대 주자는 누가 되건 아이들 스타들과 친분이 두터운 사람일 것이라는 점을 간과해선 안됩니다.

유재석과 강호동을 비롯해 현재 톱클래스를 형성하고 있는 MC군은 모두 신화/핑클/H.O.T/젝스키스 등 90년대 후반의 아이들 스타들과 깊은 친분을 쌓으며 함께 성장했죠. 그리고 알게 모르게, 이들 아이들 그룹 멤버들과 브라운관 안팎에서 끈끈한 관계를 맺어갔습니다. 이 시절의 아이들 스타들은 데뷔 이후 줄곧 예능 프로그램 속에서 성장했으므로 소위 '예능 감'이 뛰어나고 아이들 활동이 별로 없을 때에도 버라이어티 쇼의 게스트 활동으로 인기를 이어갔습니다. 다시 말해 21세기 이후의 버라이어티 무대는 이 시절의 아이들 그룹 멤버들 없이 존재할 수가 없었던 셈입니다. 그럼 그들과 가깝고, 그들에게 실력을 인정받는 사람이 최고 MC가 될 수밖에 없다는 건 너무도 당연한 일이 아닐까요.

결국 '사람을 얻는 자가 천하를 얻는다'는 것은 '선덕여왕' 뿐만 아니라 예능계에서도 반드시 기억해 둬야 할 교훈이 아닐까 싶습니다. 과연 누가 '사람'들을 아우르며 차기 천하의 대권을 준비하고 있을까요. 두고 볼 일입니다.





728x90
마침내 2010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다들 복된 새해를 맞으졌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눈을 떠 보니 참 놀라운 뉴스가 세상을 강타하고 있더군요.



문득 머리 속으로 몇가지 영상이 스쳐갑니다.

뭐 특정 뉴스와 너무 깊은 관계는 없습니다.

당연히 인권침해하려는 생각 없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씰(Seal)과 슈퍼모델 하이디 클럼 커플입니다. 씰을 모르시나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왕년의 지존(?) 커플. 라일 로빗과 줄리아 로버츠.

사용자 삽입 이미지

역시 왕년 커플인 제임스 블런트/ 페트라 넴코바.


사용자 삽입 이미지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조던 브래트먼.

사용자 삽입 이미지

추성훈/ 야노 시호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리고 여기는... 남자 이름을 잘 모르겠군요.

뭐 그렇다는 얘깁니다. 댓글에서 특정 이름이 나오면 삭제합니다.^^

다들 즐거운 연휴 보내시기 바랍니다. 해피 뉴이어!


728x90

MBC 연예대상과 연기대상을 이틀에 걸쳐 잇달아 보면서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역시 상이 참 많구나...하는 생각은 연기대상에서 극에 달했습니다. 후보가 세 명인 남자 최우수 연기상에서 후보가 3명인데 그중 윤상현과 엄태웅이 공동 수상하는 걸 보고 '이준기 혼자 빠지면 참 속상하지 않을까...' 뭐 이런 생각을 했더랬습니다.

그리고 나서 어쨌든 하이라이트인 대상. '고현정이 시상식장에 나타나면 대상 단독수상의 가능성이 80%'라고 공언해 놓은 터라 살짝 긴장하면서 봤지만, 여자 최우수상을 김남주와 이요원이 공동 수상하면서 결과는 너무 불보듯 뻔해지더군요. 이제 남은 관심사는 고현정의 수상 소감.

결정적인 말은 살짝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아이들도 보고 있으면... 좋겠고."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고현정의 사연을 모르는 사람은 대한민국에 그리 많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저 말 뒤로 바로 MC 이휘재는 "부모님은 언급하지 않느냐"고 물었고, 고현정은 "네, 전화 드려서 아마 지금 보고 계실 거에요"라고 대답했습니다.

이 두 마디를 종합해 보면 현재 그녀와 '아이들' 사이에 놓인 상황을 충분히 읽을 수 있습니다. '엄마가 상 받으러 나올테니 보라'는 말 한마디도 전달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 그 짧은 한마디 속에 여운으로 남게 된 거였죠.

아무튼 수상소감이 예상보다 너무 짧아 방송에 살짝 차질이 왔고, 현장에서는 아마 조연출이 양손으로 허공에다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엿가락을 죽죽 잡아 당기며 MC 이휘재에게 사인을 보냈을 겁니다. 그러니 '할말이 없다'는 고현정을 자꾸 마이크 앞으로 밀어낼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이런 현장 상황 때문에 '애들' 얘기가 나올 때 고현정의 눈가에 살짝 비쳤던 물기는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물론 이날 고현정의 매너가 아주 칭찬받을만 한건 아니었죠. 이휘재/박예진과의 중간 인터뷰 때에는 문제의 '미친 거 아냐?'가 나올 정도로 생방송과 사석을 구별하지 못하는 발언(물론 '분장실의 강선생'에 나오는 안영미의 패러디였다지만 분위기로 볼 때 그리 매끄럽지는 않았습니다)이 있었고, 굳이 대상 수상 소감을 말하는 자리에서 '선덕여왕의 촬영 과정이 뭐 그리 썩 좋지만은 않았다'는 식으로 얘기하는 건 여러 사람에 대한 결례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저 '애들' 발언 만큼은 기억에 남더군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와 함께 곱씹어 볼만한 게 전날 연예대상에서 있었던 이경실의 수상 소감이었습니다. 이경실의 수상 소감은 거칠게 요약하면 '엉엉 흑흑' 이었지만, 그 사이에 꽤 귀담아 들을 말들이 있었습니다.  '한때 다시는 이런 자리에 올라와 보지 못할 줄 알았다'는 말이 특히나.

지난해, 옛날 블로그를 쓸 때 '걸 스카우트'라는 영화의 리뷰를 쓴 적이 있었습니다. 저는 상당히 재미있게 본 작품이었는데, 의외로 엉뚱한 댓글이 많이 달리는 걸 보고 좀 놀랐습니다(http://blog.joins.com/fivecard/9648849). '이경실이 나와서 아예 안 보려고 했다'는 식의 댓글들이었습니다. 이 사회의 편견이라는 것이 이렇게 강한 것이었나 하는 느낌이 스치더군요.



굳이 고현정과 이경실을 함께 거론하는 이유를 모르실 분은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바로 이틀 전, 고현정의 연기대상 수상 가능성과 관련된 글을 썼을 때에도 '이혼'이라는 주제로 댓글을 다는 분들이 있더군요. 물론 극소수의 정신나간 사람들일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그런 말을 하면서 부끄러운 줄 모르는 사람들이 있다는 건 아직 우리 사회가 갈 길이 많이 남아 있다는 걸 보여주는 듯 합니다.

고현정도 고현정이지만, 이경실의 경우에는 '그 꼴(?)을 당하고도 나와서 웃기려고 하느냐'는 이상하게 비틀린 사람들의 꼬투리 잡기가 정말이지 너무나 잔혹하게 여겨졌습니다. 물론 김미화도 비슷한 과정을 겪었고, 앞으로 정선희가 또 겪을 일들입니다. 언제까지 이런 일들이 반복되고, '여운이 남는 수상수감'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겠지만, 누구나 그렇듯 앞으로 다시 보고 싶은 광경은 아닙니다. 과연 언제쯤 이런 편견이 사라질 날이 올까요.



공감하신다면 왼쪽 손가락을 눌러 주시기 바랍니다.


 

728x90
MBC 연예대상이 유재석의 대상 수상으로 끝났습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각 지상파 방송사의 연예대상은 강호동/유재석의 양강 대결이었는데 KBS는 강호동에게 2연패의 영광을 안긴 반면 MBC는 다시 유재석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물론 대상 수상자야 그 둘 중의 하나라는 것을 모를 사람은 없었을테고, '지붕뚫고 하이킥' 출연자들이 거의 전 부문에서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점을 모른 사람도 없었을 겁니다. 일각에서는 개그맨들이 배제된 시상식이라는 점을 비난하고 있지만, 올 한해 MBC 코미디 프로그램들이 부진했다는 것을 모를 사람은 아마 없을 겁니다.

그래서 이런 저런 부분을 고려해 볼 때, MBC 연예대상은 국내에서 진행되는 모든 연예 관련 시상식에 모범을 보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수상자의 결정도 그렇지만, 자리를 지킨 참가자들의 면면을 봐도 그렇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가장 눈길을 끄는 사람은 이경규였습니다. 굳이 말하자면 이경규는 좀 묘한 입장입니다. MBC 예능의 터줏대감이자 이날 방송에서도 소개됐지만 연예대상을 역대 최다인 총 6회나 수상한 이경규. 하지만 MBC를 떠나 KBS에 자리를 잡았고, 어느새 '남자의 자격'으로 20%대 시청률을 올리고 있습니다. 특히 '남자의 자격'은 MBC의 간판 주말 예능 프로그램이자 이경규의 텃밭이던 '일요일 일요일 밤에'와 정면 대결을 벌이고 있는 프로그램이죠.

그런 이경규가 MBC 연예대상에 모습을 나타낸다는 것은 어찌 보면 껄끄러운 상황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MBC 연예대상은 그런 이경규를 조금도 어색하지 않게 포용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경규 자신도 그 무대가 한때 자신의 무대였고, 지금도 그 무대가 낯설지 않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더군요. 특히 이경규에게 대상 수상자 발표의 기회를 준 것은 MBC 예능의 자존심과 이경규의 아량이 빚어낸 명품 무대라고 생각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또 하나, 수상자로 무대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눈길을 끈 사람은 김제동입니다. 물론 김제동은 올해 여러 차례 MBC 예능 프로그램을 진행했기 때문에 참가 자격이 있습니다. 하지만 김제동이 받을 상이 보이지는 않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제동은 자리를 지키며 끝까지 박수를 보냈습니다. (물론 KBS 연예대상에는 참가하지 않았습니다. 그것까지 참석하는 건 아무래도 무리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대상 수상자라기에는 너무나 어두운 표정으로 무대에 오른 유재석은 김제동을 특별히 거론하며 "너는 웃고 있지만 나는 가슴이 아프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아무튼 이날 김제동의 참석과 박수는 많은 사람들에게 귀감이 될 듯 했습니다.

물론 다 언급하자면 끝이 없겠지만, 이혼 등 사생활로 인한 여파로 한동안 마음 고생을 했던 이경실이 이번 수상을 '복권'으로 여기며 감격이 북받치는 모습을 보인 것도 시상식의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를 포함해 이날 연예대상 테이블에는 상을 받건 받지 못했건, 올해 예능 프로그램을 이끈 수많은 출연자들이 자리를 메웠습니다. 다른 수상자의 수상에도 다들 일어서 축하해주는 분위기가 전체 시상식장을 감쌌습니다. 이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이건 우리의 시상식이고, 우리의 무대다'라는 의식이었습니다. 내가 상을 받건, 내 동료가 상을 받건, 이 시상식은 '우리'가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분명하게 읽혔습니다.

그리고 이런 의식은, 영화계건 드라마건, 어떤 형태의 연기상 시상식에서도 볼 수 없던 광경입니다. 어떤 시상식이건 '내가 상을 받으면 시상식, 내가 상을 못 받으면 쳐다보지도 않을 그런 행사'라고 치부해버리는 그런 사람들에게선 절대 이런 시상식의 분위기가 나올 수 없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나라에는 왜 권위있는 시상식이 없을까'라고 개탄합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시상식도, 받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바닥, 자신들이 속해 있는 업계에 대해 '우리가 지켜 나갈 바닥'이라는 애정이 없는 한 의미를 갖기 힘듭니다. 많은 사람들이 '수상자가 참가하지 않는다고 상을 주지 않는 시상식의 부당함'에 대해 말하곤 합니다. 하지만 반대로, 수상자가 상을 받으러 나오지 않고 경합을 벌이던 경쟁자가 박수치지 않는 시상식을 과연 누가 인정해 주겠습니까. 그런 의미에서 2009 MBC 연예대상은 여타 시상식의 귀감이 될 만 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P.S 이날 시상식에서 수상 여부와 무관하게 가장 큰 몫을 한 사람은 김구라로 꼽을 만 합니다. 이경실 이후 '김구라의 턱'은 행운의 부적 대접을 받더군요. 강호동/유재석을 향해 말한 "유재석씨, 강호동씨, 이제 '일밤'을 살리는게 어때요?"같은 코멘트도 시원하더군요. (물론 두 사람은 각각 KBS와 SBS에서 '일밤'의 경쟁 프로그램들을 진행하고 있죠)

반면 마지막 순간 이경규에게 "월드컵은 이경규 아니면 안된다고 하시더니, 올해도 '일밤'에서 월드컵을 갈 수 있을 것 같습니까?"라고 물은 이혁재의 질문은 좀 무신경하게 읽혔습니다. 이경규는 이미 KBS 2TV '남자의 자격'에서 그 멤버들과 2010 월드컵 기간 중에 남아프리카 공화국으로 가겠다고 공언한 바 있죠. 그걸 알고 그랬는지, 모르고 그랬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떤 경우든 재미도 없고 질문 받은 사람도 난처해하는 이상한 질문이더군요. (그리고 과연 '일밤'은 이경규 아닌 다른 카드로 어떻게 2010 월드컵을 치를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뭐니뭐니해도 가장 사랑스러운 수상자들은 -

사용자 삽입 이미지



공감하셨으면 왼쪽 손가락을 꾹!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