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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라는 이름만으로도 소년시절의 추억이 무럭무럭 솟아나는 분들이 있을 겁니다. 요즘도 국내에서 방송되는 BBC의 수사드라마들을 볼 때마다 저 나라에서는 아직도 이렇게 셜록 홈즈의 후예들을 길러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죠. 모리스 르블랑은 '괴도 루팡' 시리즈 중 한 권인 '기암성'에서 영국이 자랑하는 영웅 셜록 홈즈를 패러디해 '해록 숌즈'라는 이상한 영국인 탐정을 루팡의 경쟁자로 등장시킵니다. 결론은 루팡의 완승. 르블랑의 이런 비겁한 반칙 때문에 '영국이란 나라에 대한 호감'과 '프랑스란 나라에 대한 반감'이 동시에 생긴 분이 또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그 셜록 홈즈를 영화로 만든 감독이 가이 리치라는 것은 정말 뜻밖이었습니다. 비록 가이 리치의 걸작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스'를 너무나 너무나 사랑하는 팬이긴 하지만, 가이 리치의 세계와 셜록 홈즈의 세계는 아무래도 뭔가 어울리지 않는 느낌입니다. 주인공까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물론 좋아하는 배우고 좋아하는 감독이긴 한데, 이건 뭐랄까... 김병욱 감독님이 줄리엔 강을 주인공으로 안중근 의사 이야기를 만든다는 느낌이었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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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줄거리.

런던 베이커가 221B에 사는 탐정 셜록 홈즈(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단짝 친구 왓슨(주드 로)과 함께 사이비종교 교주 풍의 흑마술사인 블랙우드 경(마크 스트롱)을 체포합니다. 그와 동시에 홈즈는 이제 상대할 범죄자가 없다는 허무에 빠지고, 왓슨은 메리 몰스턴을 만나 결혼을 약속합니다. 그러는 사이 홈즈의 한때 애인이자 매력적인 도둑 아이린 아들러(레이첼 매커덤스)가 갑자기 나타나죠.

하지만 교수형을 앞둔 블랙우드는 홈즈를 불러 면회를 신청하고, 곧 세상이 멸망할 것이라는 무시무시한 예언을 합니다. 그리고 당연히... 예언은 적중되고 블랙우드는 묘지에서 사라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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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셜로키언'이라고 자처할 정도로 열성 팬은 아니지만, 홈즈의 추억을 소년 시절의 중요한 부분으로 갖고 있던 사람들에게 이 영화는 참 황당무계하게 여겨집니다. 물론 홈즈는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는 것 이상으로 터프한 남자고, 한때 권투 경력도 갖고 있었으며, 사건을 해결하고 나서 잠수를 탔을 때는 마약굴에서 발견되기도 하는 괴짜스러운 사람이긴 합니다. 하지만 왓슨에 비해 똑부러진 영국 신사의 이미지는 아니라고 해도, 이 영화에 나오는 것 처럼 수다스럽고 온 사방에 농담을 뿌리고 다니는 남자의 이미지는 결코 아니죠.

왓슨 역시 잘생기고 꼿꼿한, 튼튼하고 용감한 남자의 이미지이긴 하지만 이렇게 액션을 뿌리고 다니는 남자는 아니었습니다. 게다가 "아니 홈즈, 자네는 대체 그런걸 어떻게 다 알지?"가 고정 대사인 원작의 왓슨과는 달리 이 영화의 왓슨은 홈즈의 가장 중요한 조언자이며 초보 법의학자이기까지 합니다. 한마디로 장족의 발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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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이 영화의 분위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코난 도일 경이 만들어 낸 세계와는 달리 장난기가 흘러 넘칩니다. 당연히 빅토리아 시대의 런던이라고 하기는 좀 힘들 정도입니다. 아주 아슬아슬하게 '와일드 와일드 웨스트'처럼 막 나가지 않는 정도라고나 할까요.

아무튼 이 영화를 접했을 때, 홈즈의 세계에 익숙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중 어느 쪽의 호응이 훨씬 클 지는 자명합니다. 당연히 후자 쪽이죠. 그리고 아마도, 2010년의 영화 관객 중에는 후자 쪽이 훨씬 더 많을 것도 분명한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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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글의 제목이 '셜록 홈즈를 읽지 않는 사람들을 위한...'이라고 해서, 이 영화를 만든 사람들이 셜록 홈즈가 나오는 작품들을 읽지 않았다고 말할 생각은 없습니다. 오우삼이나 '적벽대전' 관게자들이 -심지어 출연하는 배우들까지도- 아무도 '삼국지연의'를 읽지 않은 것 처럼 보이는 것과는 반대로, 가이 리치와 '셜록 홈즈' 제작진들은 홈즈의 세계를 속속들이 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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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아이린 아들러라는 여성 캐릭터가 나오는 작품은 '보히미아의 추문' 단 한 편 뿐이지만, 아마도 전편을 통틀어 유일하게 홈즈에게 '여성'으로 그려지는 중요한 존재입니다(언급되는 작품은 훨씬 더 많죠). 홈즈의 로맨스가 언급된다면 아들러를 빼놓고 얘기할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이 영화의 모태라고 할 수 있는 '네 사람의 서명'은 왓슨이 첫 아내인 메리와 맺어지는 사건이기도 하죠. 이런 식의 구성을 보면 결코 이 영화를 만든 사람들이 홈즈의 세계를 모르고 있다고 생각할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가이 리치의 태도는 "이봐, 솔직히 당신들 홈즈 홈즈 이름은 너무나 잘 알지만 책은 안 읽어 봤지? 괜찮아. 어쨌든 재미있게 만들어 주면 될 것 아냐!"라는 식으로 느껴집니다. 사실 재능있는 배우들 덕분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영화는 지루하지 않고 상큼합니다. 좀 지나친 개그가 부담스러울 때도 있지만, 보는 내내 지루하지 않다는 건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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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어느 케이블 TV에선가 줄곧 틀어 주다가 사라진, 제레미 브렛의 TV판 셜록 홈즈 시리즈가 그립습니다. 브렛이 연기하는 홈즈는 어딘가 좀 다른 듯도 하면서도 '그래, 저런게 바로 홈즈야'라는 생각이 들게 했는데 말입니다.

P.S. 미국에서도 '아바타'에 밀려 한번도 박스 오피스 1위는 차지하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1억달러를 넘는 흥행을 기록했습니다. 이런 정황을 볼 때 아마도 속편이 나오고, 그때는 영원한 악당 모리어티 교수와의 한판승부가 예상됩니다. 과연 그때는 누가 모리어티를 연기할까요. (이번 영화가 재미없다는 건 아니었지만, 그때도 이 영화를 볼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P.S.2. 닥터 하우스의 원작(?)이 홈즈 시리즈라는 건 이미 다 알려진 사실이지만, 그래서인지 유독 이 영화를 보다 보면 홈즈가 하우스처럼, 왓슨이 윌슨처럼 보이곤 합니다. 아, 물론 전편에서 계속 그런 건 아니고 어떤 장면들이 그렇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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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만 관객 동원을 향해 가고 있는 '전우치'를 뒤늦게 봤습니다. 최동훈 감독에 대한 신뢰야 여전했지만 연말연시엔 도무지 짬이 나질 않더군요. 기대대로 영화는 재미 만발. 제작비를 물 쓰듯(그래 봐야 '아바타'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쓸 수 있게 된 최감독이 마음대로 하고 싶었던 걸 다 한 듯한 느낌이 강하게 다가왔습니다.

'도사 전우치'라는 이름은 많은 사람들이 초등학교 시절에 들어보는 이름입니다. 홍길동만큼 친숙하지는 않지만 암행어사 박문수나 홍의장군 곽재우 정도로는 익숙하지 않을까 합니다. 아무튼 전우치는 홍길동 못잖게 도술과 해학으로 널리 이름을 떨친 것으로 알려져 있고, 또 고전소설 '전우치전'의 주인공이기도 합니다. 다만 홍길동과 차이가 있다면, 이 전우치는 실제로 있었던 인물이라는 점이죠. (홍길동 역시 홍길동이란 도둑이 조선 중기에 있기는 했습니다만, 소설 속 홍길동과는 스펙이 너무나 다릅니다)

실존인물 전우치가 궁금하신 분은 바로 맨 아래로 가시기 바랍니다. 일단 영화 얘기부터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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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의 수장 표훈대덕이 잡아 놓고 있던 요괴들이 어리숙한 세 제자 신선들의 실수로 풀려나고, 이들을 제압하고 있던 보물 피리(만파식적?)가 함께 사라져 인간 세상을 어지럽힙니다. 시대는 조선 중기. 세 신선은 당대 최고의 도인 화담(김윤석)을 찾아가 요괴를 잡고 피리를 찾아 줄 것을 요청하죠. 한편 천관도사(백윤식)의 제자 전우치(강동원)는 부적을 사용하는 재주를 이용해 가난한 사람을 돕고 온갖 장난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합니다.

우연히 요괴와 싸우던 전우치의 손에 피리가 들어가고, 화담은 피리를 찾아 전우치와 스승 천관도사가 살고 있는 선경으로 들어서게 됩니다. 그리고 나서 어찌어찌하다가 전우치는 요괴와 한 편으로 몰려 그림 속에 봉인된 채 500년의 세월을 보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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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최동훈 감독이 만들어 낸 전우치는 고대소설 '전우치전'보다는 '서유기'의 손오공에 가깝습니다. 말썽꾸러기 도사 전우치가 500년 세월을 봉인당했다가 새로운 시대에 풀려나 엎치락 뒤치락 코믹 액션을 펼치는 설정은 누가 봐도 손오공 이야기에서 따 온 것이죠. 중간에 벼슬을 주어 전우치를 달래자는 신선들의 이야기 역시 제천대성 이야기를 연상시킵니다.

어쨌거나 이 영화를 꿰뚫는 정서는 전복의 미학입니다. 갓 쓰고 도포 입은 전우치가 2009년의 서울 한복판에서 액션을 펼치는 것(의도적인지 모르겠지만 청계천과 한강, 남산타워 등 서울 시내의 볼만한 장소들이 특별히 강조되어 있습니다. 영화 전체가 서울의 홍보 역할을 하고 있죠)부터 이 전복은 시작됩니다.

전우치가 도술을 뽐내다 화담 서경덕에게 제압당하는 원작의 설정과는 달리 여기선 조선시대의 명 유학자로 이름을 날린 화담이 악당 중의 악당으로 등장하죠. 게다가 보쌈을 두려워해야 할 과부(임수정)는 오히려 20세기풍의 낭만적인 연애를 꿈꿉니다. 제자리에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습니다. 이런 면에서 보면 최감독이야말로 전우치보다 더 악동인 셈이죠.^ 모조리 자리를 바꿔 놓고, 마지막엔 초랭이의 정체(?)까지 뒤집어 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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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영화는 재미있습니다. 늘 얘기하는 거지만 '전우치'의 경우에도 영화를 볼만하게 만드는 건 현란한 특수효과가 아닙니다. 한 순간도 '저기서 왜 말도 안되게 저기로 넘어가?'라는 말을 허용하지 않는 탄탄한 구조와 속도감 높은 편집입니다.

사실 주인공 강동원은 물론이고 김윤석이나 임수정, 염정아, 도사 3인방 역의 주진모 송영창 김상호 등 연기력을 갖춘 배우들이 할 일도 별로 없어 보입니다. 쉴새없이 펼쳐지는 새로운 이야기 속에서 배우 하나가 '인상적인 장면'을 뽑아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일각에서 '배우들이 낭비됐다'고 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인 걸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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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가운데서도 김윤석은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사 하나를 살려 내는 솜씨를 보입니다. "더 살아 봐야 아무 것도 없단다." 대단합니다.)

요약해서 말하자면 당연히 강추작입니다. '어린이용 영화가 아닐까' 주저하셨던 분들, 어서 극장으로 달려가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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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머지는 제목에 대한 책임입니다. 실존인물 전우치는 어떤 사람이었을까요?

정확한 생몰연대는 밝혀진 데가 없지만 조선 중기에 실제로 활동한 사람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다만 출신지에 대한 기록은 황해도, 개성, 평안도 등으로 다양합니다.

이덕무의 청장관전서(靑莊館全書) 61권에 따르면 전우치는 '순오지'의 저자로 알려진 홍만종의 '해동이적(海東異蹟)'이라는 책에 한국 선도의 대표적인 인물 38인 중 하나로 소개되어 있다고 합니다. 물론 이중에는 한라선인, 지리선인 등 이름을 알 수 없는 도사들도 있지만 토정 이지함이나 남사고처럼 예언가로 후세까지 이름이 알려진 사람도 있고, 김시습 강감찬 서경덕 곽재우 등 도술을 썼거나 신선이 되었다는 소문이 있는 사람들도 소개되어 있습니다.

또 이기의 '송와잡설(松窩雜說)'에도 '명나라 세종 연간(16세기 중엽)에 해서(황해도) 사람 전우치가 도술로 역병을 치료하고 사람들을 도왔다'는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이밖에도 신선이 되어 하늘로 올라갔다, 죽은 뒤에도 나타났다는 기록 등이 여기 저기 남아 있습니다.

심지어 '홍길동전'의 저자 허균은 전우치의 시를 소개하기도 합니다.

늦가을 맑은 못에 서리 기운 해맑은데 / 秋晩瑤潭霜氣淸
공중의 퉁소 소리 바람 타고 내려오네 / 天風吹下紫簫聲
푸른 난(鸞)은 오지 않고 하늘 바다 넓으니 / 靑鸞不至海天闊
서른 여섯 봉우리에 가을 달은 밝도다 / 三十六峯秋月明

당대의 문장가인 허균이 '그의 시를 읽으면 시원하다'고 소개했을 정도입니다.

아무튼 행동거지가 남다른 사람이었던 것은 분명한 듯 하며, 이런 실재 인물을 배경으로 후세 사람들이 '전우치전'이라는 고대 소설을 남긴 듯 합니다. 다만 소설 속의 전우치는 실제의 행동보다 훨씬 과감해져서 임금을 희롱하기도 하고 군사를 지휘해 군공을 세우기도 합니다. 어쨌든 그때나 지금이나, 서민들의 마음을 달래는 영웅으로 묘사되는 데에는 차이가 없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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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도입부의 나레이션에서 '신선 표훈대덕'은 아마도 신라시대의 명승 표훈대사에서 따온 것이 아닌가 싶은데, 굳이 고승에게 붙이는 칭호인 '대덕'을 신선에게 붙인 것도 이상하고, 그 다음에 '미관 말직의 세 신선'이라고 한 것 역시 대체 왜 신선을 미관 말직이라고 부르는 지 알 수가 없더군요. 왕년의 명 논술 강사 최동훈 감독의 손이 간 작품 치고는 이런 부분이 좀 의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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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둘째주에 접어드는 상황에서 이제사 이런걸 추린다는게 좀 우습기도 하지만, 연말엔 나름 바빴습니다(네. 블로그상으로는 시상식 설거지하느라 바빴습니다.^).

2009년에도 꽤 많은 영화를 봤습니다만, 마음이 바빠서인지 생각만큼 많이 리뷰를 쓰지는 못했습니다. 꽤 좋은 인상을 받은 작품인데도(ex. 레볼루셔너리 로드) 이상하게 글이 나오지 않아서 다루지 못한 영화도 있습니다. 솔직히 케이트 윈슬렛에 별 호감을 갖고 있지 않았지만, 이 작품만큼은 강추하고 싶습니다. 흔히 호평을 받은 '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보다 이 영화 쪽이 훨씬 더 인상적입니다.

그리고 좀 늦게 꼽기를 잘 했다고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 막판에 튀어나온 것도 의미가 깊다고 생각합니다. '아바타'를 3D로 보기 전에 순위를 작성했다면, 그리고 '10대 영화'에 포함시키지 않았더라면 참 빈곤한 리스트가 됐을 것 같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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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아바타

카메론은 영화의 미래.
 
 


2. 국가대표

어떤 오글거림도 배우들이 하늘을 나는 순간 용서하게 된다.
 
 


3. 마더
 
제작자만 빼면 모두 행복한 영화.

 


4. 디스 이즈 잇

물론 다른 영화와 비교한다는 건 좀 무리일 수 있지만 - 어쨌든 편견이니까.
 
 

5.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 (Inglourious Basterds)

형, 멋져요. 형은 그래도 돼요.
 
 


6. 파주

"난 한번도 널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어." 2009년의 대사.
 
 


7. 스타트렉
 
이런게 바로 '전통의 창조적 계승'이라고!

 


8.7급 공무원

제발 5급 공무원도 만들어 주세요.
 
 


9. 박쥐
 
그런데 혹시 만들기 전에 '트와일라잇'을 보셨다면 어떤 영화가...^^

 


10. 슬럼독 밀리어네어
 
'어차피 운명이니까', 혹은 '어차피 대본에 그렇게 돼 있으니까'. That's entertainment.

 


그리고 '아바타' 때문에 두 편으로 늘어난 아차상.

*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CG나 모션캡처로도 이런 따스함이 나올 수 있다.
 
 


* 똥파리
 
새로울 건 없지만 어쨌든 새로웠던 영화.

 






다음은 2009년의 돈 아까웠던 영화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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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적벽대전2
 
...이건 나의 삼국지가 아니야!

 

2. 불꽃처럼 나비처럼

...도대체 사극을 뭐라고 생각하는 건지.
 
 

3. 터미네이터4
 
...세번째부터 이미 아니 만났어도 좋았을.

 


4. 트랜스포머2
 
...듣기 좋은 콧노래는 딱 한번?

 


5. 나는 비와 함께 간다

...애꿎은 비는 왜 들먹이고?
 


혹시 안 보신 작품들이 있다면 마지막 다섯 편은 절대 비추입니다.
(하긴 트랜스포머 시리즈 등은 '욕하더라도 보긴 보겠다'도 가능하겠군요.)




아, 추천창이 너무 많긴 하지만, 이번 포스팅에 대한 추천은 이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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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김혜수에게는 '소신 지원'이라는 칭찬을, 유해진에게는 '남자의 희망'이라는 부러움 섞인 박수를 보내고 있습니다. 참 이렇게 국민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커플은 정말 오랜만입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더 일찍 세상에 널리 알려지지 않은게 안타까울 지경입니다.

물론, 대전제는 '누가 누구를 사귀고 말고 하는 문제로 다른 사람들이 왈가왈부하는 것' 자체가 반칙이라는 겁니다. 소신 어쩌고 하는 얘기를 들으면 다른 사람보다 김혜수 본인이 기가 막힐 것이고, 유해진에게는 남달리 실례가 될 겁니다. 그들 스스로는 서로 마음에 맞는 사람들끼리 사귀는 것 뿐인데, 칭찬이며 감탄이며 하는게 더 어색하겠죠. 그런데 사람들이 처음에 언급한 반응을 보이는 게 사실 이상한 건 아닙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남들은 대부분 그렇게 하지 않는데'라는 것이죠.

그럼 '남들은 왜' 그렇게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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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에서 선로에 떨어진 어린이를 구한 행인, 길에 쓰러진 취객을 일으켜 집에 보내준 사람, 달아내는 소매치기의 다리를 걸어 체포될 수 있게 한 사람, 거액이 든 지갑을 주워 주인을 찾아 주고 사례를 마다한 사람, 목숨을 걸고 불타는 건물에서 잠자던 노인을 업고 나온 소방관. 모두 신문 사회면의 미담 기사에 실리는 사람들인데, 이 사람들의 인터뷰 소감에는 거의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말이 있습니다.

"당연히 할 일을 한 것 뿐인데..."

그렇습니다. 당연한 일을 한 것 뿐이라고 하지만 실은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 세상엔 널려 있습니다. 윤리 시험 문제라면 누구나 선택할 수 있는 답이지만, 같은 상황에서 주저없이 그런 행동을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죠.



사람은 누구나 어떤 상황에서 행동 양식을 선택할 때, 자기와 비슷한 사람들을 기준으로 삼습니다. 특정 상황에서 박지성의 선택은 박주영이나 기성용의 선택에 영향을 줄 것이고, 도요타는 현대차의 결정을 참고하겠죠. 이번 사건^^이 사람들의 입에 유난히 많이 오르내리는 것은, 김혜수가 흔히 김혜수와 비슷한 사람들이 하지 않는 선택을 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비슷한 환경에서 '유난히 튀는 선택'을 한 사람이 김혜수뿐만은 아닙니다만, 그런 선택들이 모두 환영받지는 못했습니다. 차이는 어디서 온 것일까요. 그것 역시 자명합니다. 김혜수의 선택에서는 '상대인 남자', 그 사람 개인 이외의 다른 요소들이 개입된 흔적을 발견할 수 없다고 많은 사람들이 인정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다른 요소'에는 여러 가지가 들어갈 수 있습니다. 외모, 사회적 지위, 재산, 명예, 가문, 학벌 등등의 소위 '조건'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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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다시 지난해 한때 뜨거웠던 '미수다'의 '루저의 난' 사태를 되새겨보게 됩니다. 당시 출연자들은 '여자는 몸을 꾸미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데이트비용을 내지 않아도 되며' '연애 상대와 결혼 상대가 다른 건 당연하며' '아무리 멋진 남자라도 원룸에서 라면을 먹으며 사회 출발을 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때 독일 출신 미르야가 '그렇게 자신이 없느냐'고 일갈을 날려 이들을 평정(?)하기도 했죠.

이 대목에서 왜 많은 다른 사람들은 '그냥 자기가 좋은 사람'과 사귀지 못할까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제목은 '다른 여자들은...'이라고 달았지만 사실 남자나 여자나 마찬가지입니다. 여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조건은 바로 '다른 사람의 눈'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이 남자와 결혼하면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내가 이런 여자와 다니면 남들은 날 어떻게 볼까. 이런 생각으로부터 자유롭지 않기 때문에 소위 '객관적인 조건'에 매달리는 겁니다.

이 '남들의 눈'은 더 폭넓게 적용될 수 있습니다. 남들의 눈이란 조건이 사라져도 과연 지금처럼 명품 백이나 구두에 여자들이 목을 맬지, 남자들이 무리해서 눈만 오면 무용지물이 되는^^ 거대한 후륜구동 수입 세단을 사는데 매달릴 지 한번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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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김혜수나 되니까...'라는 얘기를 하기도 합니다. 그 자신이 부와 명예를 이미 갖고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눈에 구애받지 않는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주장이죠.

하지만 이런 주장은 쉽게 뒤집힐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재벌가나 명문가 자제들은 대개 그 비슷한 문벌 안에서 상대를 찾습니다. 회장 아들과 가난한 신입사원의 결합은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는 얘기일 뿐입니다. 세상을 보면 볼수록 0.1%에 드는 사람들도 결코 '남의 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걸 알 수 있게 됩니다. 소위 스스로 갖고 있는 '객관적 조건'은 소신있는 선택의 전제가 아닙니다. 중요한 건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일 뿐입니다.

누군가 부동산 거래를 할 때, 100억원을 주고 25평짜리 아파트를 샀다는 얘기를 들으면 상관 없는 사람도 혀를 끌끌 찹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연애나 결혼 상대의 선택에도 비슷한 경제 논리를 들여다 설명을 한다는 것이 세상의 비극이죠.

이런 주제로 얘기를 하자면 정말 끝이 없겠지만, 여기선 일단 끝을 맺겠습니다. 오늘의 결론은, 온갖 조건으로 도배된 상대라야 만족할 수 있다는 사람에게 던지는 미르야씨의 한마디로 대신하겠습니다. "그렇게 자신이 없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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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공부의 신'이 반쪽 1위에서 2회만에 월화드라마 1위의 자리를 꿰찼습니다. 상당히 의미있는 성적입니다. 2010년 1월4일, 지상파 3사는 동시에 세 편(정확하게 말하면 네편이지만)의 월화드라마를 시작하면서 나름 칼을 갈았습니다. 그 동안 '선덕여왕'에게 밀려 기를 펴지 못했던 SBS와 KBS로서는 판도를 바꿔 놓을 기회라고 여겼을 것이고, MBC 역시 '선덕여왕'이 장기집권(심지어 연장방영까지)하는 동안 차기작을 준비할 충분한 여유가 있었죠.

그런 상황이었기 때문에 세 방송사 모두 내놓은 작품이 만만찮았고, 첫날은 오락가락, 세 드라마 모두 시청률 10%를 넘는 대혼전을 벌였습니다. 물론 시청률이라는 건 흔들리는 배 위에 놓인 물잔과 같아서 출렁하는가 싶으면 어느 한 쪽으로 쏠려 쓰러지게 되어 있죠.

'공부의 신'의 1회 포인트가 "너희같이 바보같은 놈들일수록 천하대(사실은 서울대)에 가야 한다!"고 외치던 김수로의 일장 연설이었다면 2회의 포인트는 뭐니뭐니해도 유승호의 눈물입니다. 특히 그 눈물의 매개가 할머니가 싸 준 도시락이라는 게 의미 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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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통학교' 병문고를 되살리기 위해 천하대 입시 특별반을 운영하겠다고 밝힌 강석호(김수로)에게 놓인 첫번째 미션은 이 특별반에 들어올 학생을 최소 다섯명은 모으는 것입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서로 눈치를 보며 냉담한 반응을 보이죠. (당연히 그렇겠죠.)

드라마의 진행상 반드시 특별반의 주역이 되어야 할 백현(유승호)는 할머니와 함께 사는 셋집에서 쫓겨날 상황입니다. 당연히 목돈이 필요하죠. 학교는 뒤로 미루고 중국집 철가방과 카센터 아르바이트로 돈벌기에 나선 백현에게 짠 하고 나타난 강석호는 말합니다. "대체 이렇게 푼돈 벌어서 어느 세월에 집을 구해 할머니를 모시겠느냐. 네가 지금 돈 버는 시간은 미래를 위해 투자할 시간인데"라며 질타합니다.

당연히 "상관 말라"며 버럭 화를 낸 백현은 학교를 땡땡이치고 알바를 하다가 공원에서 할머니가 특별히 싸 준 도시락을 까 먹습니다. (급식 세상이라 소풍날 아니면 보기 힘들어진게 도시락이지만 '손자가 특별반에 갔다는데'라는게 갑자기 도시락이 등장한 이유입니다) 여기서 눈에 띄는게 할머니의 편지. 그리고 강석호를 통해 할머니가 자기 몰래 고시원으로 방을 빼는 걸 알게 된 백현은 마침내 특별반에 도전하기로 결심합니다.

여기서 뜬금없이 남자가 밥을 먹다가 목에 걸리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던 영화 한 편이 떠올랐습니다. 벌써 24년 전 영화군요. 1986년작 '영웅본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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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 한 구석에서 도시락을 꾸역꾸역 삼키고 있는 소마(주윤발). 아호(적룡)의 복수를 위해 총격전을 벌이다 한쪽 다리를 못 쓰게 된 소마는 왕년의 자기 부하였던 아문(이자웅)의 차를 닦으며 용돈을 받아 쓰는 처지가 돼 있습니다. 오직 밥을 빨리 먹어 없애는 게 인생의 목표라는 듯 목구멍으로 아귀아귀 밥을 밀어넣던 소마에게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소마, 편지에는 잘 지내고 있다고 썼잖아."

그 순간 소마의 표정은 한 순간에 얼어붙습니다. 보고싶던 친구를 마주했건만 현재 자신의 처지에 대한 수치와 곤혹스러움이 짧은 시간에 교차합니다. 웃지도 못하고, 울지도 못하고, 입에 든 밥을 뱉지도 못하고, 삼키지도 못하고. 이 복잡한 순간을 표정 하나로 연기해내는 주윤발이라는 배우의 솜씨는 절묘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런데 여성 관객들은 이런 장면의 정서를 쉽게 이해하지 못하더군요. 심지어 이런 장면이 있었는지조차도 기억하지 못하는 분들이 대부분.^^)

아무튼 유승호군이 도시락 먹는 장면을 보면서 우연히 그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아직 '사나이 눈물'이라기엔 솜털이 보송보송한 얼굴이지만,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은 명품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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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갑자기 곁길로 샜지만, 할머니의 도시락과 유승호의 굵고 짠 눈물은 드라마의 흐름 속에서 충분한 효과를 냈습니다. 물론 일본판 드라마 '드래곤 사쿠라'에는 나오지 않는 장면이죠. 훨씬 한국적인 정서에 맞닿은 느낌입니다.

사실 이 드라마에 나오는 상황들이 그리 현실적이지는 않을 겁니다(앞으로 입시 훈련 과정이 나오면 당연히 더더욱 비현실적인 내용이 등장하겠죠^^). 그런 가운데서 과연 할머니와 단둘이 사는, 거의 생활보호대상급 고교생이 화려한 그래픽의 최신 휴대폰을 갖고 다녀도 될까 싶기도 하지만, 어떻게 보면 이런 부분이 현재 10대들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볼 수도 있을 듯 합니다. (물론, 드라마에 그런 장면이 나오는 이유가 따로 있다는 건 다들 아실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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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중년이 된 이 나이에도 강석호 쌤의 말씀들은 가슴에 콱콱 박힙니다. "너 같은 놈은 아직 자존심 세울 레벨도 안 돼. 아직 내가 도와줄 수 있다." 이렇게 어디서 짠 하고 나타나 도와줄 선생님도 없는 이 나이엔 뭘 어찌해야 할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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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화드라마가 갑자기 풍성해졌습니다. SBS TV '제중원'은 최초의 양의 병원을 그리는 사극+메디컬 드라마로, MBC TV '파스타'는 레스토랑을 무대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여배우 중 하나인 공효진이 주역으로 나선 코믹 터치로 승부를 걸었습니다. 하지만 역시 팔은 안으로 굽는 법이라, 저는 KBS 2TV '공부의 신'을 닥본사했습니다.

'공부의 신'은 잘 알려진대로 미타 노리후사의 일본 만화 '꼴찌 동경대가다'를 원작으로 한 작품입니다. 일본에서도 '드래곤 사쿠라'라는 제목의 드라마로 만들어져 꽤 인기를 모으기도 했죠. 이미 이 일본 드라마는 국내에서 방송된 적이 있습니다. 어쨌든 일본이나 한국이나, 서울대나 동경대나 비슷한 상황에 있는 것은 분명하다 보니 상당히 정서적으로 통하는 면이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아, 드라마에서는 서울대라는 이름을 피해 천하대라는 이름을 썼죠.

첫 방송이 나간 뒤로 두 군데의 시청률 조사기관에서 한쪽은 '제중원', 다른 한 쪽은 '공부의 신'을 1위에 내놓을 정도로 박빙의 승부가 펼쳐졌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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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드라마에는 수없이 많은 관전 포인트가 있겠지만,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유승호와 이현우입니다. 물론 출연 시기가 겹치지는 않았지만 두 배우 모두 월화드라마 부동의 강자였던 '선덕여왕'이 끝나기 무섭게 '공부의 신'으로 옮겨 탔죠.

알려진대로 유승호는 춘추 역을, 이현우는 유신의 아역을 맡았습니다. 초반 시청률을 견인하는데 이현우의 똘망똘망한 눈동자가 큰 역할을 했다면 유승호는 춘추 역으로 큰 기대를 모았지만 드라마 후반으로 갈수록 춘추의 입지가 좁아지면서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하지만 '공부의 신'은 본래 유승호가 연기하는 백현 역에 초점이 한껏 맞춰져 있기 때문에 유승호 팬들은 별로 걱정할 필요가 없을 듯 합니다.

유승호로서는 '선덕여왕' 때 못 다 푼 주역의 한을 풀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셈이죠. 다만 라이벌이 있다면 같은 학생들이 아니라 스승 김수로가 될 거라는 점을 생각해야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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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라인을 살짝 살펴보자면 이렇습니다. 일거리 없는 3류 변호사 강석호(김수로)는 어느날 주위 주민들의 골치거리가 되어가고 있는 '똥통' 병문고교를 정리하는 일거리를 맡습니다. 하지만 사실 병문고 출신이던 강석호는 이 학교를 어떻게든 일으켜 보려는 야심을 품죠.

그래서 하루빨리 학교를 정리할 생각 뿐인 쇼핑마니아 이사장 마리(오윤아)를 꼬드겨 1년간 천하대(물론 서울대를 말합니다) 입시 특별반을 운영해 다섯명의 합격생을 내면 학교를 훨씬 좋은 조건에 다른 운영자에게 넘길 수 있다고 설득합니다. 전인교육을 주장하는 교사 수정(배두나)은 강석호에게 학교를 입시학원으로 만들 셈이냐고 반발하지만 그럼 대안이 뭐냐는 말에 머쓱해집니다.

그리고 반항아 백현(유승호), 엄마가 술집을 하는 풀잎(고아성), 백현을 서방으로 모시는 현정(티아라 지연), 대기업 임원인 아버지에게 반감을 가진 찬두(이현우), 고깃집 아들로 공부와는 거리가 멀었던 봉구(이찬호) 등 다섯 아이들이 천하대에 가기 위한 특수훈련에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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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일만에 서울대가기'의 열풍이 보여주듯, '공부'와 '명문대'는 한국 학생들과 학부형의 천형과 같은 존재입니다. '서울대가 밥 먹여주냐'고 애써 부인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사실 밥 먹여 줍니다. 많은 사람들이 '서울대를 나왔다'는 것이 그저 성적이 좋다는 것을 뜻한다고 생각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서울대에 진학한다는 건 두뇌 외에도 여러가지 면을 복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이 됩니다.  

일단 제도와 시스템에 순응하려는 마음가짐이 있다는 것, 또 높은 성취 동기가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고, 천재보다는 부지런함을 요구하는 입시 제도상 최소한 목표가 있는 상태에서 일정 기간 이상 자신을 억제할 수 있는 사람임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이런 사람들은 당연히 기존 질서에도 동화되기 쉽고, 타인의 말을 흘려 듣지 않으며, 무엇이 중요한 부분인지를 정확하게 파악합니다. 이밖에도 객관식 시험문제에 맞는 사고방식은 다양한 의견 가운데서도 어떤 것이 최대 다수의 의견인지를 빠르게 파악하는 데에도 적당합니다. 물론 단점도 있겠지만, 여러 가지 면에서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상과 겹쳐집니다. (뭐 이런 얘기는 그냥 이 정도로.)

아무튼 이 드라마/만화/일본 드라마/의 1회에서 가장 중요한 건 변호사 강석호(김수로)의 일장 연설입니다. "너희같이 공부도 못하고 머리 쓰는게 귀찮은 놈들은 평생 남들에게 이용만 당하고 살 뿐이다. 왜? 항상 제도나 조건은 똑똑한 놈들이 만들기 때문이다. 그놈들이 고깝고 이 사회에 불만이 있으면 천하대를 가라. 가서 룰을 만드는 사람이 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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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말을 듣는 사람이 10대라면 불만이 있을 수 있지만 - 구구절절 맞는 말입니다. 세상을 바꾸려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죠. 아, 물론 현실에서는 여기에도 토가 계속 달립니다. 인성을 무시한 교육이 무슨 의미가 있냐, 서울대는 아무나 가냐, 어차피 돈 많고 과외 많이 하는 강남 부유층 아이들이 서울대에도 가장 많이 가는게 정상 아니냐, 요즘은 로스쿨 때문에 돈 없으면 변호사도 못 된다... 등등.

드라마에서도 이런 반론이 등장하지만 이건 현실이 아니라 드라마이기 때문에, 초현실적인 비법이 등장합니다. 그걸 미리 말하는 건 드라마의 재미를 깎는 부분이니... 그냥 보시면 압니다. 아무튼 그리 현실적이진 않지만, 재미는 있을 겁니다.

그리고 뭐라고 부정하건 현재 한국 사회에서 생활수준의 향상을 꾀하는 데 결국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공부라는 것 역시(로또는 그리 효율적이지는 않죠^^) 맞는 말인 건 분명합니다. 문제는 어떻게 공부를 하느냐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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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회를 봐선 유승호의 반항아 연기는 꽤 그럴싸 합니다. 할머니와 철거될 건물에서 둘이 사는 가난한 집 학생 치고는 너무 귀태가 난다는게 문제긴 하지만...^^ 이현우는 아직 출연 분량이 적어 뭐라 말하기 힘들 상황입니다.

'괴물'의 고아성이야 이미 연기력이 검증된 배우고, 티아라의 지연 - 한때 리틀 김태희라고 불렸죠 - 이 얼마나 연기에 적응하는지가 꽤 볼거리일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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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까지나 이 드라마는 '베토벤 바이러스'의 맥을 잇는 '외인구단' 형 드라마입니다. 루저들에게 강력한 지도자가 나타나 길을 열어주고 현실을 돌파하게 해 준다는 내용이기 때문이죠. 자연히 그 지도자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해집니다.

아무튼 김수로의 박력은 첫회 제대로 작렬. 드라마에 대한 기대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하더군요. '울학교 E.T'에서 교사 역을 연습한 게 큰 도움이 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김수로의 카리스마에 묻히지 않으려면 유승호도 꽤 노력해야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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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현재 최고의 예능 프로그램을 뽑으라면 '남자의 자격'과 '1박2일'이 포진한 KBS 2TV '해피선데이'를 꼽지 않을 수가 없을 듯 합니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는 '1박2일'의 앞 코너가 SBS TV '패밀리가 떴다'에 약세를 보인 탓에 '1박2일'의 분전에도 불구하고 일요일 시청률 톱을 기록하지 못했지만, 최근 들어 두 코너 모두 활기를 띠면서 무려 29%라는 시청률을 기록했습니다.

(물론 그동안 '패밀리가 떴다'가 일요일 예능 1위를 달린 비결에도 사실은 집계 방법의 함정이 있습니다. KBS 2TV '해피선데이'는 2시간 넘게 방송되는 전체 프로그램을 1,2부로 나누지 않고 통으로 시청률을 기록하는 반면, SBS TV '일요일이 좋다'는 '패밀리가 떴다'를 1부, '골드미스가 간다'를 2부로 나누어 시청률을 집계했습니다. 그래서 2009년 상반기까지 '패밀리가 떴다'의 전성기 때에는 늘 일요일의 최고 인기 프로그램은 '일요일이 좋다 1부(즉 패밀리가 떴다)'였던 것이죠. '1박2일'이 아무리 시청률이 높아도 그 앞 코너가 시청률을 깎아먹는 이상 '해피선데이'가 '일요일이좋다 1부'를 이길 수 없었던 겁니다. 하지만 지금은 '남자의 자격'이 '1박2일' 못잖은 시청률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둘을 합해도 1위에 나선 것입니다.)

그럼 '21세기 최고의 예능 프로그램'을 꼽으라면 무엇을 들 수 있을까요. '무한도전'이나 '1박2일'을 꼽을 분들도 많겠지만 저는 아무래도 '개그콘서트'를 꼽게 됩니다. 과연 5년 뒤나 7년 뒤의 '무한도전'이나 '1박2일'이 어떤 모습일지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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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를 여는 '개그콘서트'의 중심은 전통의 '봉숭아학당'보다 조금 앞쪽으로 옮겨갔습니다. '봉숭아학당'이 살짝 힘이 빠진 가운데(농담이 아니라 허경환이 정말 봉숭아학당을 살리고 있습니다), '커플지옥 솔로천국', '남보원', '나를 술푸하게하는 사회'의 3부작이 현재 개콘의 무게중심입니다. 그리고, 이 세 코너를 보면 너무도 선명하게 공통된 주제가 보입니다. 바로 '루저를 위한 위안'이죠.

(물론 여기서의 '루저'는 '키가 180이 안되는 남자'라는 뜻은 아닙니다. 이 글에서의 정확한 의미는 지난번에도 말했듯, '스스로 자신을 패배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에 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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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플지옥 솔로천국'의 핵심은 교주와 '성녀 오나미'입니다. 특히 교주 역에 개인적으로는 처음에 나왔던 교주 한민관이 더 신선했다고 생각합니다. 박지선도 물론 대단히 좋지만 이미 '봉숭아 학당'에서 이 소재를 너무 우려먹은 뒤끝이기 때문입니다. 박지선은 목소리나 몸짓에서 '출산드라' 김현숙의 냄새가 좀 짙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어쨌든 재미있는 코너이고, 호응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 분명합니다. 이미 인터넷으로 유행했던 '솔로부대'의 정서는 영원한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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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보원'의 인기는 굳이 더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겠죠. 특히나 박성호의 울분을 달래는 황현희의 '뾰로롱' 요술봉의 마력은 매번 봐도 질리지 않습니다. 사실 이 팀이야말로 의도적으로 '찌질해 보이기'를 유별나게 강조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들이 정말 남녀간에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는 소재, 즉 군 가산점 같은 문제를 짚고 나선다면 정말 시끄러워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문제는 '남보원' 팀이 알아서 피해 가고 있는 걸로 알려졌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미수다'에서 '루저' 파문이 일었을 때 이 팀은 침묵을 지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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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가장 각광받는 코너는 박성광과 허안나의 열연이 돋보이는 '나를 술푸게하는 사회'입니다. '국가가 나한테 해준게 뭐가 있냐'와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은 발빠르게 유행어가 돼 버렸습니다. 지난밤에도 '왜 2008년 신인왕인 나를 기억하지 못하느냐'고 소리치는 박성광의 모습을 보면서 떼굴떼굴 굴렀습니다.

이 세 코너가 가리키고 있는 사람들은 각각 '애인 없는 남녀' '애인이 있어도 질질 끌려다니며 해달라는대로 다 해주고도 눈치만 보고 있는 남자' 그리고 '어디 하나 큰소리 칠 구석이 없어 술추해 파출소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 입니다. 모두 세상에서 곧잘 무시당하고, 인터넷에서나 익명으로 큰 소리를 낼 수 있는 바로 그런 사람들이죠. 그리고 세상을 냉정하게 훑어보면 아무래도 0.1%의 승자 외에는 모두들 어느 정도씩 루저의 느낌을 갖고 살아가기 마련입니다. (혹시 모르겠습니다. 그 0.1%마저도 0.001%에 대해서는 루저의 느낌을 갖는지도...^)

아무튼 88만원 세대라는 말의 등장 이후로 서로 서로 '루저임'을 내세우며 위로하고 위로받는 것은 국민 대다수의 공통된 정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 개그 코너들을 보면서 '에이, 나는 저 정도로 찌질하지는 않아' 하면서 위로받는 사람들을 포함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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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만큼 2010년 '개그 콘서트'의 대 루저 전략은 매우 훌륭하다고 생각됩니다. 하긴 전통적으로 개그맨들은 사회의 힘없는 사람들을 대변해왔죠. 따지고 보면 봉숭아학당의 '행복전도사' 최효종도 역발상으로 루저 정서에 부응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P.S. '개콘'보다 늦게 '개콘'의 스타일을 모방했다가 현재 어두운 그늘을 걷고 있는 '개콘'의 경쟁자들에게도 이렇게 세상의 흐름을 읽는 눈이 있는지를 살펴보면, 어디서 승부가 갈리는지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이렇게 단순하지는 않겠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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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2. 대체 이 코너의 제목이 왜 '드라이 클리닝'인지 아시는 분? (니가 말한 그 빵이 선빵은 아니겠지~~~ 워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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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석과 강호동의 '2009년 연말 지상파 3사 연예대상 대결'이 1.5:1로 유재석의 우세승으로 끝났습니다. 2:1이 아니라 1.5대 1이라고 쓴 것은 - 이효리와의 공동 수상이라는 점에서 살짝 의미가 바래기 때문입니다. 물론 전체 수상 회수로 따진다면 유재석은 2009년 2개, 강호동은 1개의 대상을 받았다고 해야 하겠지만 강호동과의 상대 점수로 따지자면 2009년의 성적은 1.5:1 정도라고 보는 게 좋을 듯 합니다.

어쨌든 지난해 강호동에게 대상 개수에서 2대1로 밀렸던 유재석은 다시 우세를 회복했습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건 현재 연예 버라이어티 쇼의 세계가 강/유, 혹은 유/강의 천하라는 데에 아무도 이론을 제기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1년 후가 되건 2년 후가 되건 언제쯤 이렇게 두 사람이 한국 예능을 좌우하는 판도에 변화가 올 지, 누가 그런 변화를 몰고 올 지 전혀 예측할 수 없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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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이후 지상파 3사의 예능대상 수상 판도를 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MBC         KBS        SBS
2007   유재석(*)  탁재훈     강호동
2008   강호동      강호동     유재석
2009   유재석      강호동     유재석/이효리

(*= 무한도전 팀 전원+이순재 공동 수상)

2007년을 기준으로 삼은 것은 SBS가 2007년부터 연예대상을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2006년을 보자면 MBC는 유재석이, KBS는 김제동이 대상을 차지했습니다. 유재석은 2005년 KBS 연예대상을 차지했으므로 지금까지 통산 6개의 대상을 손에 쥐었습니다.

위의 표를 보면 알 수 있지만 진정한 유/강의 양강체제가 성립된 것은 2007년 이후의 일입니다. 두 사람은 2007년 이후 9개의 대상 가운데 사이좋게 4개씩을 나눠가졌습니다. 굳이 승부를 가리자면 2개의 공동수상을 가진 유재석에 비해 4개 모두 단독 수상인 강호동이 조금 앞선다고 볼 수도 있을 듯 합니다만, 공평하게 따져 진정한 승부는 2010년 연말이라고 할수 있겠죠.

그럼 2010년 연말에는 상황이 좀 달라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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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변하지 않는 것부터 보겠습니다. 강호동과 유재석은 각각 지상파에서만 매주 4개씩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주중에는 서로 승부하지 않습니다.^^

월 : 놀러와(M, 유재석)
화 : 강심장(S, 강호동)
수 : 황금어장-무릎팍도사(M, 강호동)
목 : 해피투게더(K, 유재석)
금 :
토 : 무한도전(M, 유재석), 스타킹(S, 강호동)
일 : 일요일이 좋다-패밀리가 떴다(S, 유재석), 해피선데이-1박2일(K, 강호동)

참 골고루 퍼져 있습니다. 개인별로 보면 유재석이 MBC에서 2개, 강호동이 SBS에서 2개를 하고 있습니다. 방송사별로 보면 토요일 KBS, 일요일 MBC가 강/유의 혜택을 보지 못하고 있죠. 전통의 '일밤'이 무너진 것이 어찌 보면 유/강의 위력을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는 현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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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 달라질 부분은 그럼 어떤 쪽일까요. 일단 둘 모두 프로그램을 늘리는 쪽으로 움직일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주 4개의 프로그램은 사실상 포화라고 할 수 있죠. 이미 두 사람 모두 '돈도 좋지만 사람이 살자' 상태입니다.

변동 가능성이 없는 쪽부터 말하자면 '무한도전'과 '1박2일'은 한동안 변화가 없을 전망입니다. 두 프로그램 모두 MC들이 자신들의 간판으로 생각하는 프로그램들입니다. 유재석의 경우에는 "만약 시청률이 10% 이하로 떨어진다 해도 '무한도전'은 계속하고 싶다"고 얘기했다고 전해집니다.

이밖에도 강호동의 경우에는 시작한지 얼마 안 된 '강심장'에 애착을 보이고 있고,  양쪽 모두 출연량을 줄인다면 2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방송사에서 하나를 줄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유재석은 MBC에서 2개, 강호동은 SBS에서 2개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말은, 유재석이 한창 논란이 되고 있는 SBS TV의 '패밀리가 떴다'에서 하차한다 하더라도, SBS에서는 새로운 프로그램에 출연해 줄 것을 강력하게 요청하고 나설 것이라는 뜻입니다. 어떤 방송사라도 강/유 중 하나를 놓친 상태에서 편성을 짜고 싶어 하지는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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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앞으로 누가 신흥 세력이 되어 유/강의 아성을 무너뜨릴까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이미 답이 나와 있습니다. 사실 두 사람 모두 서로가 존재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누가 보더라도 한 사람이 1주일에 진행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4개를 넘기 힘듭니다.

강호동과 유재석 중 어느 하나가 연예계의 단독 지존으로 우뚝 선다 해도, 위에서 보기로 든 8개 프로그램 가운데 4개는 누군가에게 내줄 수밖에 없다는 뜻입니다. 반면 두 사람이 양강으로 버티고 있으면, 그만큼 새로운 경쟁자의 유입을 강력하게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뜻입니다. 다시 말해 혼자보다 둘이 나눠 가진 상태가 현재 상태를 유지하는 데에는 훨씬 좋은 건이라는 얘깁니다.

따라서 틈은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언제든 좀 쉬고 싶을 때 생긴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울러, 유/강의 성장 과정에 비쳐 볼 때 차세대 주자는 누가 되건 아이들 스타들과 친분이 두터운 사람일 것이라는 점을 간과해선 안됩니다.

유재석과 강호동을 비롯해 현재 톱클래스를 형성하고 있는 MC군은 모두 신화/핑클/H.O.T/젝스키스 등 90년대 후반의 아이들 스타들과 깊은 친분을 쌓으며 함께 성장했죠. 그리고 알게 모르게, 이들 아이들 그룹 멤버들과 브라운관 안팎에서 끈끈한 관계를 맺어갔습니다. 이 시절의 아이들 스타들은 데뷔 이후 줄곧 예능 프로그램 속에서 성장했으므로 소위 '예능 감'이 뛰어나고 아이들 활동이 별로 없을 때에도 버라이어티 쇼의 게스트 활동으로 인기를 이어갔습니다. 다시 말해 21세기 이후의 버라이어티 무대는 이 시절의 아이들 그룹 멤버들 없이 존재할 수가 없었던 셈입니다. 그럼 그들과 가깝고, 그들에게 실력을 인정받는 사람이 최고 MC가 될 수밖에 없다는 건 너무도 당연한 일이 아닐까요.

결국 '사람을 얻는 자가 천하를 얻는다'는 것은 '선덕여왕' 뿐만 아니라 예능계에서도 반드시 기억해 둬야 할 교훈이 아닐까 싶습니다. 과연 누가 '사람'들을 아우르며 차기 천하의 대권을 준비하고 있을까요. 두고 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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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2010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다들 복된 새해를 맞으졌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눈을 떠 보니 참 놀라운 뉴스가 세상을 강타하고 있더군요.



문득 머리 속으로 몇가지 영상이 스쳐갑니다.

뭐 특정 뉴스와 너무 깊은 관계는 없습니다.

당연히 인권침해하려는 생각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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씰(Seal)과 슈퍼모델 하이디 클럼 커플입니다. 씰을 모르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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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년의 지존(?) 커플. 라일 로빗과 줄리아 로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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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왕년 커플인 제임스 블런트/ 페트라 넴코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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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나 아길레라/ 조던 브래트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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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성훈/ 야노 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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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여기는... 남자 이름을 잘 모르겠군요.

뭐 그렇다는 얘깁니다. 댓글에서 특정 이름이 나오면 삭제합니다.^^

다들 즐거운 연휴 보내시기 바랍니다. 해피 뉴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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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연예대상과 연기대상을 이틀에 걸쳐 잇달아 보면서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역시 상이 참 많구나...하는 생각은 연기대상에서 극에 달했습니다. 후보가 세 명인 남자 최우수 연기상에서 후보가 3명인데 그중 윤상현과 엄태웅이 공동 수상하는 걸 보고 '이준기 혼자 빠지면 참 속상하지 않을까...' 뭐 이런 생각을 했더랬습니다.

그리고 나서 어쨌든 하이라이트인 대상. '고현정이 시상식장에 나타나면 대상 단독수상의 가능성이 80%'라고 공언해 놓은 터라 살짝 긴장하면서 봤지만, 여자 최우수상을 김남주와 이요원이 공동 수상하면서 결과는 너무 불보듯 뻔해지더군요. 이제 남은 관심사는 고현정의 수상 소감.

결정적인 말은 살짝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아이들도 보고 있으면... 좋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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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현정의 사연을 모르는 사람은 대한민국에 그리 많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저 말 뒤로 바로 MC 이휘재는 "부모님은 언급하지 않느냐"고 물었고, 고현정은 "네, 전화 드려서 아마 지금 보고 계실 거에요"라고 대답했습니다.

이 두 마디를 종합해 보면 현재 그녀와 '아이들' 사이에 놓인 상황을 충분히 읽을 수 있습니다. '엄마가 상 받으러 나올테니 보라'는 말 한마디도 전달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 그 짧은 한마디 속에 여운으로 남게 된 거였죠.

아무튼 수상소감이 예상보다 너무 짧아 방송에 살짝 차질이 왔고, 현장에서는 아마 조연출이 양손으로 허공에다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엿가락을 죽죽 잡아 당기며 MC 이휘재에게 사인을 보냈을 겁니다. 그러니 '할말이 없다'는 고현정을 자꾸 마이크 앞으로 밀어낼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이런 현장 상황 때문에 '애들' 얘기가 나올 때 고현정의 눈가에 살짝 비쳤던 물기는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물론 이날 고현정의 매너가 아주 칭찬받을만 한건 아니었죠. 이휘재/박예진과의 중간 인터뷰 때에는 문제의 '미친 거 아냐?'가 나올 정도로 생방송과 사석을 구별하지 못하는 발언(물론 '분장실의 강선생'에 나오는 안영미의 패러디였다지만 분위기로 볼 때 그리 매끄럽지는 않았습니다)이 있었고, 굳이 대상 수상 소감을 말하는 자리에서 '선덕여왕의 촬영 과정이 뭐 그리 썩 좋지만은 않았다'는 식으로 얘기하는 건 여러 사람에 대한 결례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저 '애들' 발언 만큼은 기억에 남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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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곱씹어 볼만한 게 전날 연예대상에서 있었던 이경실의 수상 소감이었습니다. 이경실의 수상 소감은 거칠게 요약하면 '엉엉 흑흑' 이었지만, 그 사이에 꽤 귀담아 들을 말들이 있었습니다.  '한때 다시는 이런 자리에 올라와 보지 못할 줄 알았다'는 말이 특히나.

지난해, 옛날 블로그를 쓸 때 '걸 스카우트'라는 영화의 리뷰를 쓴 적이 있었습니다. 저는 상당히 재미있게 본 작품이었는데, 의외로 엉뚱한 댓글이 많이 달리는 걸 보고 좀 놀랐습니다(http://blog.joins.com/fivecard/9648849). '이경실이 나와서 아예 안 보려고 했다'는 식의 댓글들이었습니다. 이 사회의 편견이라는 것이 이렇게 강한 것이었나 하는 느낌이 스치더군요.



굳이 고현정과 이경실을 함께 거론하는 이유를 모르실 분은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바로 이틀 전, 고현정의 연기대상 수상 가능성과 관련된 글을 썼을 때에도 '이혼'이라는 주제로 댓글을 다는 분들이 있더군요. 물론 극소수의 정신나간 사람들일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그런 말을 하면서 부끄러운 줄 모르는 사람들이 있다는 건 아직 우리 사회가 갈 길이 많이 남아 있다는 걸 보여주는 듯 합니다.

고현정도 고현정이지만, 이경실의 경우에는 '그 꼴(?)을 당하고도 나와서 웃기려고 하느냐'는 이상하게 비틀린 사람들의 꼬투리 잡기가 정말이지 너무나 잔혹하게 여겨졌습니다. 물론 김미화도 비슷한 과정을 겪었고, 앞으로 정선희가 또 겪을 일들입니다. 언제까지 이런 일들이 반복되고, '여운이 남는 수상수감'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겠지만, 누구나 그렇듯 앞으로 다시 보고 싶은 광경은 아닙니다. 과연 언제쯤 이런 편견이 사라질 날이 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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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연예대상이 유재석의 대상 수상으로 끝났습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각 지상파 방송사의 연예대상은 강호동/유재석의 양강 대결이었는데 KBS는 강호동에게 2연패의 영광을 안긴 반면 MBC는 다시 유재석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물론 대상 수상자야 그 둘 중의 하나라는 것을 모를 사람은 없었을테고, '지붕뚫고 하이킥' 출연자들이 거의 전 부문에서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점을 모른 사람도 없었을 겁니다. 일각에서는 개그맨들이 배제된 시상식이라는 점을 비난하고 있지만, 올 한해 MBC 코미디 프로그램들이 부진했다는 것을 모를 사람은 아마 없을 겁니다.

그래서 이런 저런 부분을 고려해 볼 때, MBC 연예대상은 국내에서 진행되는 모든 연예 관련 시상식에 모범을 보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수상자의 결정도 그렇지만, 자리를 지킨 참가자들의 면면을 봐도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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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눈길을 끄는 사람은 이경규였습니다. 굳이 말하자면 이경규는 좀 묘한 입장입니다. MBC 예능의 터줏대감이자 이날 방송에서도 소개됐지만 연예대상을 역대 최다인 총 6회나 수상한 이경규. 하지만 MBC를 떠나 KBS에 자리를 잡았고, 어느새 '남자의 자격'으로 20%대 시청률을 올리고 있습니다. 특히 '남자의 자격'은 MBC의 간판 주말 예능 프로그램이자 이경규의 텃밭이던 '일요일 일요일 밤에'와 정면 대결을 벌이고 있는 프로그램이죠.

그런 이경규가 MBC 연예대상에 모습을 나타낸다는 것은 어찌 보면 껄끄러운 상황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MBC 연예대상은 그런 이경규를 조금도 어색하지 않게 포용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경규 자신도 그 무대가 한때 자신의 무대였고, 지금도 그 무대가 낯설지 않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더군요. 특히 이경규에게 대상 수상자 발표의 기회를 준 것은 MBC 예능의 자존심과 이경규의 아량이 빚어낸 명품 무대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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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수상자로 무대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눈길을 끈 사람은 김제동입니다. 물론 김제동은 올해 여러 차례 MBC 예능 프로그램을 진행했기 때문에 참가 자격이 있습니다. 하지만 김제동이 받을 상이 보이지는 않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제동은 자리를 지키며 끝까지 박수를 보냈습니다. (물론 KBS 연예대상에는 참가하지 않았습니다. 그것까지 참석하는 건 아무래도 무리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대상 수상자라기에는 너무나 어두운 표정으로 무대에 오른 유재석은 김제동을 특별히 거론하며 "너는 웃고 있지만 나는 가슴이 아프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아무튼 이날 김제동의 참석과 박수는 많은 사람들에게 귀감이 될 듯 했습니다.

물론 다 언급하자면 끝이 없겠지만, 이혼 등 사생활로 인한 여파로 한동안 마음 고생을 했던 이경실이 이번 수상을 '복권'으로 여기며 감격이 북받치는 모습을 보인 것도 시상식의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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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포함해 이날 연예대상 테이블에는 상을 받건 받지 못했건, 올해 예능 프로그램을 이끈 수많은 출연자들이 자리를 메웠습니다. 다른 수상자의 수상에도 다들 일어서 축하해주는 분위기가 전체 시상식장을 감쌌습니다. 이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이건 우리의 시상식이고, 우리의 무대다'라는 의식이었습니다. 내가 상을 받건, 내 동료가 상을 받건, 이 시상식은 '우리'가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분명하게 읽혔습니다.

그리고 이런 의식은, 영화계건 드라마건, 어떤 형태의 연기상 시상식에서도 볼 수 없던 광경입니다. 어떤 시상식이건 '내가 상을 받으면 시상식, 내가 상을 못 받으면 쳐다보지도 않을 그런 행사'라고 치부해버리는 그런 사람들에게선 절대 이런 시상식의 분위기가 나올 수 없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나라에는 왜 권위있는 시상식이 없을까'라고 개탄합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시상식도, 받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바닥, 자신들이 속해 있는 업계에 대해 '우리가 지켜 나갈 바닥'이라는 애정이 없는 한 의미를 갖기 힘듭니다. 많은 사람들이 '수상자가 참가하지 않는다고 상을 주지 않는 시상식의 부당함'에 대해 말하곤 합니다. 하지만 반대로, 수상자가 상을 받으러 나오지 않고 경합을 벌이던 경쟁자가 박수치지 않는 시상식을 과연 누가 인정해 주겠습니까. 그런 의미에서 2009 MBC 연예대상은 여타 시상식의 귀감이 될 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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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이날 시상식에서 수상 여부와 무관하게 가장 큰 몫을 한 사람은 김구라로 꼽을 만 합니다. 이경실 이후 '김구라의 턱'은 행운의 부적 대접을 받더군요. 강호동/유재석을 향해 말한 "유재석씨, 강호동씨, 이제 '일밤'을 살리는게 어때요?"같은 코멘트도 시원하더군요. (물론 두 사람은 각각 KBS와 SBS에서 '일밤'의 경쟁 프로그램들을 진행하고 있죠)

반면 마지막 순간 이경규에게 "월드컵은 이경규 아니면 안된다고 하시더니, 올해도 '일밤'에서 월드컵을 갈 수 있을 것 같습니까?"라고 물은 이혁재의 질문은 좀 무신경하게 읽혔습니다. 이경규는 이미 KBS 2TV '남자의 자격'에서 그 멤버들과 2010 월드컵 기간 중에 남아프리카 공화국으로 가겠다고 공언한 바 있죠. 그걸 알고 그랬는지, 모르고 그랬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떤 경우든 재미도 없고 질문 받은 사람도 난처해하는 이상한 질문이더군요. (그리고 과연 '일밤'은 이경규 아닌 다른 카드로 어떻게 2010 월드컵을 치를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뭐니뭐니해도 가장 사랑스러운 수상자들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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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연말이 되면 각 방송사는 연기대상과 연예대상을 발표합니다. 겹치는 출연자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지상파 3사가 날짜를 조금씩 변화를 두어 진행하죠. 올해는 MBC 연기대상이 30일이군요. 자동적으로 KBS는 31일에 연기대상이 진행됩니다.

올해 연기대상에서 가장 큰 관심사는 아무래도 '선덕여왕'과 고현정입니다. 올해 수많은 드라마들이 명멸했지만 이 드라마와 이 배우에게 비교할만한 대상은 아무래도 쉽게 떠오르지 않습니다. 게다가 연초에 방송됐더라면 시간의 흐름에 따라 기억에서 지워질 수도 있었겠지만, 연말 직전까지 드라마가 방송됐던 터라 아직 선명하기만 합니다.

하지만 전에도 얘기했다시피 각 방송사의 연말 연기/연예대상은 순수하게 시청자나 평론가의 입장에서 따질 수 있는 상이 아닙니다. 각 방송사가 그 한해 동안 각 연기자들이 자사의 이익에 얼마나 기여했는가를 따져서 주는 공로상이라고 보는 게 적당합니다. 그러다 보면 MBC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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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이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은 과연 최고 영예인 대상을 누가 차지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일단 몇몇 후보를 거론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제1후보는 고현정입니다. '선덕여왕'이 올해 최고의 화제작인 것은 분명하고, 그 화제를 이끌어낸 최고의 주역 역시 고현정이라는 건 아마 모르는 사람이 없는 얘기일 겁니다. 길게 거론할 필요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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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도전할 수 있는 가장 강한 후보는 '내조의 여왕'의 김남주입니다. 만약 상이 주어진다면 김남주 본인에게도 '재기상'이라는 이름이 붙여질 수 있을 정도로 오랜 동안의 공백을 깨고 출연한 작품인데다 이 작품이 사회적인 반향을 일으킬 정도로 크게 히트했습니다.

게다가 방송될 때의 시점에서 생각해보면 '내조의 여왕'의 분전은 더욱 눈부십니다. 같은 시간대에 이미 자리를 잡고 있던 강자가 바로 KBS 2TV '꽃보다 남자'였기 때문이죠. 이 강적과 3주 겹쳐 방송되면서도 결코 굴하지 않고 고정 시청층을 모아가다가 '꽃보다 남자'가 방송을 마치자마자 전세를 역전시켜 버렸습니다. KBS쪽에서도 '꽃보다 남자'의 폭발적인 인기를 이어가기 위해 노력했지만 '내조의 여왕'이 그걸 단칼에 잘라 버린 셈입니다.

그리고 출연작이 많지는 않지만 어쨌든 나올 때마다 제몫을 해줬던 김남주에 대한 감사의 표시가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죠. 아무튼 대상에 손색이 없는 후보인 건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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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MBC가 소흘히 대접할 수 없는 사람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선덕여왕'의 타이틀 롤을 연기한 이요원입니다.

분명히 이요원은 이 드라마에 캐스팅될 때, '선덕여왕'의 선덕여왕 역할이라는 프리미엄을 염두에 두었을 겁니다. '장희빈'이라면 장희빈 역할이, '명성황후'라면 명성황후 역할이 드라마의 핵심이고 가장 초점이 맞춰져야 할 역할임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불행히도 '선덕여왕'이 방송되는 내내 드라마의 초점은 고현정이 연기하는 미실에 맞춰져 있었습니다. 이요원이 연기한 선덕여왕은 아역 남지현 시절을 제외하곤 종영때까지 드라마를 주도한 적이 없습니다. 이것 역시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죠. 이게 누구의 책임이건, 이런 상황이 드라마가 끝날 때까지 - 심지어 미실이 죽은 다음까지도 - 개선되지 않았다는 것은 MBC가 이요원에게 그만큼 빚을 지고 있다는 얘기가 됩니다. 게다가 주연 대부분이 자리를 비웠던 '선덕여왕' 종방연 때에도 이요원은 사실상 혼자 자리를 지켰습니다. 이요원까지 불참했다면 제작진은 격려차 방문한 엄기영 사장 앞에서 낯을 들 수 없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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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말했듯 연기대상은 방송사가 연기자들에게 '드리는' 공로상 내지는 감사패입니다. 여기에 약간 부수적인 요소를 설명하자면 '그동안 잘 해 주셔서 고맙고, 앞으로도 우리 함께 잘 해보자'는 '우정상'이기도 하고, '여러가지 어려운 여건 속에서 서로 100% 만족하지 못했다는 점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이 상을 받고 기분 풀자'는 '위로상'이기도 합니다. 이런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서 수상자가 결정되는 것이 보통입니다.

(물론 이런 모든 요소를 넘어서서 가끔 지난해 문근영의 SBS 연기대상 수상처럼 이례적인 수상자가 나오기도 합니다. 이건 '방송사 이미지를 고려한다'는 경영 마인드에서의 결단이 가져온 결과죠. 그리고 그 판단은 큰 성공이었습니다. 특히나 지난해 MBC의 악명 높은 송승헌-김명민 공동 수상과 비교되면서 그 효과가 배가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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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이런 세 후보를 놓고 여러가지를 견줘 볼 때, MBC가 내릴 수 있는 가장 안전한 선택은 '고현정-김남주'의 공동 대상 카드입니다. 누구 하나 내려놓을 수 없는 카드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과연 이 카드를 연기자들이 받아들일지는 의문입니다. 특히나 자존심 강하기로 소문난 고현정이 공동수상을 받아들일지가 매우 궁금합니다.

따라서 그 다음 궁금증은 고현정이 이 행사에 참여하느냐로 넘어갑니다. 아시는 분은 다 아시겠지만 방송사 연기대상의 수상자가 현장에서 결정되는 경우는 없습니다. 그리고 거물급 스타일수록, 수상 여부를 확실히 약속받지 않은 상태에서는 모습을 드러내려 하지 않습니다. (시청자 여러분께는 참 안타까운 얘기지만, 특히나 방송사 연기대상의 경우엔 이게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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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연기대상에서 최대의 관심사는 배용준의 참석 여부였죠. '태왕사신기'의 배용준은 "떠들썩한 시상식에는 별로 가고 싶지 않다"는 입장에다 그해 12월 다리를 다치는 바람에 참가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게 중론이었습니다. 그때문에 '하얀 거탑'의 김명민이 대상 후보로 급격히 부상했죠. 그러나 배용준이 뒤늦게 참석을 선언하면서 대상은 배용준에게 돌아갔습니다.

(이런 과거가 있었기 때문에 MBC는 2008년 연기대상에서 김명민에게 대상을 주지 않을 수 없었던 겁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당시 최고의 인기작이던 '에덴의 동쪽'의 송승헌을 무시할 수는 없었죠. 일반 시청자들의 생각과는 달리 당시 MBC가 가장 고마워해야 할 사람은 송승헌이었습니다. 결국 공동수상은 이런 배경 속에서 결정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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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전에 이런 예상을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지만, 감히 예상해본다면 이렇습니다. 고현정이 현장에 모습을 드러낸다면 대상 단독 수상의 가능성이 80% 정도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반면 고현정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면 김남주의 단독 수상 가능성이 70%, 김남주/이요원의 대상 공동 수상 가능성이 20% 정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요원의 단독 수상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혹시라도 그런 결과가 나온다면 그건 이요원에게 큰 위안이 되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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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이상하게 잠이 잘 안 오더군요. 불면증이었나봅니다. 아무튼 억지로 잠을 청하고 있는데 웬 아저씨가 풀죽은 표정으로 턱을 괴고 머리맡에 앉아 있었습니다.

뭐 늘 있던 일이라 놀랍지도 않더군요. 이름을 물으니 형종이랍니다. 다른 분들은 전부 빙의로 찾아왔는데 왜 이렇게 직접 찾아왔느냐고 물으니 "남들은 잘 되던 모양인데 왜 난 안 되지?"하며 오히려 반문을 하더군요. 심정적으로 동의할 수 없는 사람에게는 빙의도 잘 안 되는 모양입니다.

아무튼 이 분도 뭔가 드라마에 할 말이 있는 것 같아서 받아 적어 봤습니다. 대신 빙의 상태가 아니라서 인터뷰 형식이 되더군요. 진짜 미실과 진지왕의 아들인지도 궁금했지만 거기에 대해선 별로 얘기하고 싶어 하지 않았습니다. <아무튼 김남길 인터뷰가 아니라 비담 인터뷰입니다. 착오 없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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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리 결정적인 건 아니지만, 앞선 '빙의' 시리즈를 보시는게 더 이해가 빠르실 듯.

 

 



그리고 비담과의 인터뷰입니다.

- 당신의 성은 무엇인가.
"당연히 김씨다. 그런걸 왜 물어보나. '선덕여왕'에 나온 사람 중 김씨 아닌 사람이 몇이나 되나."

- 그럼 이름은 정말 비담인가?
"이름이란게 뭔가. 남들이 자기를 그렇게 부르면 그 이름이 내 이름 아닌가? 다들 나를 비담이라고 부르니 나는 자연스럽게 비담이 됐다."

- 문득 '꽃'이란 시가 생각난다. 그렇게 얘기하니 갑자기 당신의 이름이 비담이 아니라 춘수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시 같은 걸 알 사람으로 보이나."

- 하긴. 스스로 생각하기에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
"흠... 초기의 나 말인가, 말기의 나 말인가?"

-그래도 그 드라마에서 당신은 비교적 캐릭터가 균등하게 유지된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 초기의 나는 약간 이중인격적인 캐릭터였다. 한마디로 선악을 초월한 캐릭터였지. 인간적이라기보단 동물에 가까웠다. 즐거우면 웃고, 좋으면 좋고, 대신 누군가 비위를 거슬리면 그 자리에서 검으로 베어 버리는 인물이었다. 머리가 좋긴 했지만 그건 순간적인 대처였기 때문이다. 초반의 비담이라면 오랫동안 고민하고 계획을 짜서 누군가를 무너뜨리고 할 인물이 못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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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듣고 보니 정말 그런 것 같다.
"그렇다. 그렇게 상황에 따라 휘딱휘딱 변하는 캐릭터였기 때문에 염종이 스승을 죽인 범인인 걸 알고도 다음 순간 염종을 살려 주는 행위가 가능한 거다. 그런데 후반으로 가면서 이상하게 성격이 왜곡됐다."

-어떻게?
"지나치게 머리를 많이 굴렸다. 한마디로 생각이 많아진 거다."

-나이를 먹으면 누구나 그렇게 되지 않나?
"하긴 그럴수도 있겠군. 아무튼 이번 기회를 빌어 작가들에게 고마운 점은 첫째, 내 역할에 미남 배우를 캐스팅해 준 것이고 둘째, 나를 검술의 명인으로 그려 준 점이다. 솔직히 내가 그 시절에 검을 잘 썼다면 화랑이나 장군으로 출세했겠지. 나는 본래 무인 기질은 없다."

-그럼 고맙지 않은 점은?
"칼을 잘 쓰는 대신 너무 머리가 나쁘게 그렸다. 일국의 상대등을 지낸 나를 그렇게 무식한 놈으로 그리다니. 거기다 귀는 왜 그렇게 얇은가. 누가 무슨 말만 하면 획획 돌아서고... 측근들에게 내가 정말 저렇게 변덕이 심했냐고 물어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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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다. 당신은 대체 왜 난을 일으켰나.
"아니 그렇게 드라마를 열심히 보고도 모르겠나."

-솔직히 잘 모르겠다. 당신은 선덕여왕이 당신을 죽이려고 한 걸로 알고 난을 일으킨 걸로 되어 있다. 그런데 당신이 난을 일으켜 정권을 잡으면 선덕여왕을 차지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기도 했다.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물론 나는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하지만이고 나발이고, 세상에 그런 말이 어디 있나."

-극중에서 당신의 마음 속 소리는 "내가 신국이 되어 너를 차지하겠다"는 걸로 나오던데. 대체 그럼 그 대사를 듣고 감동하고, 안타까운 눈으로 당신을 바라본 수많은 시청자들은 어쩌란 말인가.
"...그거 농담이다. 설마 그런 말을 진지하게 듣는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다. 내가 난을 일으켜 성공해서, 내가 왕이 된다 치자. 폐위된 여왕을 내가 마누라로 삼을 수 있겠나? 설사 여왕이 항복하고 내 마누라가 되어 살겠다고 한다고 치자. 우리 편들은 가만히 있을 것이며, 여왕을 위해 목숨 걸고 싸운 편은 또 가만히 있겠나?"

-그럼 대체 왜 난을 일으킨 건가?
"그렇게 모르겠다면 얘기해주지. 나는 독재를 막기 위해 싸운 거다."

-독재?
"그렇다! 진흥제 사후 진평-선덕 2대에 걸쳐 이 땅의 민주주의를 말살하려고 시도한 독재 정권에 저항하기 위해 싸운 거다. 우리 신국은 본래 화백회의라는 간접 민주주의가 발달한 나라였다. 어떤 군주도 자기 독단으로 나라를 이끈 적이 없다. 그런데 선덕여왕과 그 후계자로 사실상 지목된 김춘추가 아예 민주주의의 싹을 죽이려고 한 것이다.
내가 죽고 나서 진덕여왕때 김춘추는 집사부를 설치하고 화백회의를 무력화한 다음 권력을 자신이 독차지했다. 내가 우려하던 일이 바로 실현된거다."

-그건 당신을 만들어 준 작가의 생각과는 좀 다른 것 같다. 작가들에 따르면 이 드라마에 나오는 화백회의는 소수 귀족들의 이권을 대면하기 위해 존재하던 부패한 기관이던데.
"하하. 그건 요즘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7세기 신라에 덧씌우다 보니 일어난 코미디다. 화백회의에서 참가자들이 서로 물고 뜯고 싸우는 걸 오늘날 국회라는 곳에서 일어나는 것처럼 그리면 속없는 사람들이 '현실 정치에 대한 은유'라면서 칭찬을 해 대더라. 바보같은 짓이다. 그럼 물어보자. 화백회의가 없어지고 왕 혼자 권력을 독점하게 되면 좋은 점은 뭔가? 국회가 공전하면 아예 국회를 없애는게 나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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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만은 독재자라기보다는 민본정책을 실현하려 한 사람으로 그려졌다고 볼...
"그래서 사람들은 이율배반적이라는 거다. 극중에서 덕만도 우리 어머니를 존경한다. 왜? 똑똑해서 혼자 다 알아서 했기 때문이다. 자기 주장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적당하게 죽이고 처리해가면서 말이다. 말하자면 유신 체제나 다를 게 없다."

-유신이라니... 김유신 말인가?
"아니. 그 유신 말고. 그 왜 총 맞고 죽은 대통령 있잖나. 내가 보기에 드라마에 나온 우리 어머니의 모델은 바로 그 사람인 것 같다. 별로 인기는 없는 것 같던데, 희한하게 시청자들은 다들 미실 좋다고 난리더라."

-음... 아무튼 왕의 독재라기보다는 역사적으로 볼 때 '왕권 강화'라는 말이 더 적절할 것 같다. 국정이 효율화되어 그 이후 신라의 통일 사업에 국력이 집중됐다고 볼 수 있지 않은가.
"그렇게 효율이 좋으면 지금도 대통령인가 뭔가를 뽑아서 임기도 한 30년으로 하고, 국회 같은 건 없애 버리면 되지 않나? 독재자가 반드시 유능하고 똑똑할 거란 보장이 있나? 당신들은 요즘 '견제가 없는 독재 권력은 반드시 부패한다'고 배우는 것 같던데."

-별걸 다 안다. 죽고 나서 공부를 꽤 많이 한 것 같다.
"한번 죽어 봐라. 죽고 나면 남는게 시간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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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듣고 보니 좀 이상하긴 하다. 아무튼 그렇다 치고, 그럼 당신은 화백회의를 지키기 위해 싸운 것인가?
"그렇다."

-덕만을 좋아한 건 아니고?
"물론 덕만을 사랑했다."

-그럼 대체 왜 난을...
"나는 덕만을 사랑하지 않은 게 아니다. 신라를, 신라의 민주주의를 더 사랑했을 뿐이다."

-표절이다.
"알고 있었나? 사실 그 이야기도 덕만에게 들은 거다. 어려서 읽은 플란다스의 개인가 하는 책에 그런 얘기가 나온다고 하더라. 브루터스가 뽀빠이를 죽이고 나서 그런 말을 했다고..."

-플란다스의 개가 아니라 플루타크 영웅전이겠지. 그리고 뽀빠이가 아니라 케사르다.
"그게 뭐 중요하겠나. 아무튼 우리는 국왕의 전제에 도전한 민주 열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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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7세기 신라에서 민주주의 얘기 하는 건 좀 어색하다.
"뭐가 어색한가? 드라마 나도 열심히 봤는데 덕만이 미실과 6분토론인가 뭔가 하면서 '시대정신(Zeitgeist)' 어쩌고 하더라. 그럼 내가 민주주의 얘기하는 건 이상하고, 덕만이 19세기 철학자 헤세의 용어를 쓰면서 얘기하는 건 괜찮냐?"

-...헤세는 소설가고 시대정신을 말한 철학자는 헤겔이다. 그리고 헤겔보다 괴테가 더 먼저 그 말을 썼다. 인터넷만 보지 말고 책을 좀 읽지.
"미안하다. 인터넷으로 보는게 훨씬 편하고 빨라서... 아무튼 왜 나한테만 7세기 사람이 될 걸 강요하나? 나도 21세기식으로 멋지게 나오고 싶다. 독재자 덕만에 저항하다 죽은 낭만주의자 비담, 얼마나 멋진가."

-아니 그게 무슨 사극인가.
"...그럼 지금까지 '선덕여왕'이 사극인줄 알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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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계속 밤잠을 설치고 있습니다. 밤마다 이상한 어르신들이 꿈속으로 찾아오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는 웬 잘생긴 거구의 아저씨가 나타나셨더군요.

사실 누군지 알아보기 어렵진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오른손에 닭다리를 들고 계셨기 때문입니다. 요즘도 꿩 많이 드시느냐고 했더니 꿩은 구하기 힘들어서 치킨으로 바꾸셨답니다. 네. 바로 태종무열왕 김춘추였습니다.

역시 이분도 드라마 때문에 오셨더군요. 그럴만 합니다. 어찌나 말씀을 잘 하시는지 받아 치느라 죽을뻔했습니다(이젠 슬슬 기억이 납니다). 이것도 많이 압축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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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이 빙의상태에서 제가 태종무열왕의 심기를 대변한 거라는 걸 자꾸 의심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믿는 자에게 복이 있는 법입니다. 사실 자꾸 밤에 이분들이 찾아봐서 저도 피곤합니다. 제가 뭐 바라는게 있어서 그러는 것도 아니고 말입니다. 저 경주김씨 종친회와 무관합니다.

아무튼 이해를 위해선 앞의 글부터 보시는 것도 방법입니다.

선덕여왕, '선덕여왕'을 말하다

진짜 김유신이 '선덕여왕'을 봤다면

내 이름은 춘추다. 김춘추. 신라 최대의 정복군주인 진흥제와 진지제의 적통을 이은 왕손이다. 비록 할아버지 진지제가 명예롭지 못하게 왕위에서 밀려났다고는 하지만 부계와 모계 모두 손색 없는 왕실의 핏줄이다.

하지만 그때문에 나는 숨을 죽이고 살아야 하는 운명을 타고 태어났다. 미실은 진평제와 손을 잡고 할아버지 진지제를 폐위시켜 비참하게 죽게 내버려 두었다. 문제를 깔끔하게 해결하려면 할아버지의 두 아들인 내 아버지 용수와 용춘 숙부를 모두 죽여 없애야 했겠지만 우리 신국의 왕손은 아무나 해칠 수 없는 고귀한 핏줄이었다.

전례도 있었다. 일찌기 실성이사금은 내물이사금이 자신을 고구려에 인질로 보낸 보복으로 내물이사금의 세 아들을 모두 죽여 없애고 싶었겠지만, 그중 둘을 각기 고구려와 왜에 인질로 보내는 걸로 그쳤다. 스스로 목숨을 빼앗지는 않았다. 그만큼 신국의 왕손이 다른 왕손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금기 중의 금기였다.

대신 진평제는 아버지 형제에게 우호적인 손길을 뻗어 왔다. 아버지(용수)와 자신의 딸 천명공주를 혼인시켜 조카를 사위로 삼은 것이다. 그 사이에서 태어난 나는 진평제에게 아버지 쪽 촌수로 계산하면 당질이 되는 셈이지만, 진평제는 나를 한결같이 외손으로만 대했다. 마치 나와 진지제는 아무 상관이 없는 사람이란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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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큼 나의 장래는 신국의 평화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었다. 내가 진평제의 외손으로 대우받으며 멀쩡히 살아 있다는 것은 더 이상 진지제의 후손이나 그와 관련된 귀족들의 피를 흘릴 일이 없다는 보장 같은 것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진평제가 내게 자신의 왕위를 물려줄 리는 없었다. 만약 아버지, 혹은 용춘 숙부, 혹은 내가 왕위에 오르게 된다면 진지제의 축출을 주도했던 미실 새주와 그 가문은 처절한 복수의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버지와 숙부, 나는 모두 살아남기 위해선 절대로 권력욕을 드러내지 말아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대신 신국의 발전을 위해 열과 성을 다하고, 때로 목숨도 가볍게 버릴 수 있는 자세를 보여야 했다.

역시 총명했던 덕만 이모는 이런 나의 존재가 자신의 세력을 굳히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실 이모는 어찌 보면 나를 적으로 돌려야 할 사람이었지만, 오히려 나와 유신을 자신의 양 날개로 삼고 왕권을 강화하는데 남몰래 힘을 집중했다. 이모의 왕위는 짤짤이로 딴 게 아니었다. 우리가 무슨 팔푼이들도 아니고, 진평제가 아무리 원했다 한들 본인이 그만한 배포와 실력이 없었다면 누가 여자를 왕위에 올려놓았겠는가 말이다.

비담이 난을 일으킨 것은 솔직히 좀 의외였다. 그는 늘 우리에게 협조적이었기 때문이다. 비담이 우리 진영에 협조적이지 않았다면 그가 난을 일으키기 1년 전에 우리가 그를 상대등으로 삼았을 리가 없지 않은가. 하지만 그는 마지막 순간에 우리 편이 되기를 거부하고 난의 주역이 되어 버렸다.

그는 정말로 자신이 왕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걸까? 그가 왕이 된다 한들, 그런 나쁜 선례 이후에도 그가 왕으로서 권력을 유지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을까? 그랬다면 정말 실망이다. 최소한 나는 그가 훨씬 현명할 것이라고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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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서라벌의 귀족들을 거세하면서 우리는 젊은 화랑 출신의 인재들을 대거 등용했다. 유신을 처음 알아본 것은 나였다. 한번 대한 사람은 모두 자기의 수하로 만들어 버리는 그의 엄청난 흡수력에 반해버린 거다. 그가 나와 대등한 신분이었다면 나는 선뜻 그의 휘하가 되었을 것이다.

그 외에도 칠숙의 난 때 염장을 발견했고, 비담이 난을 일으켰을 때에는 천관이 화랑들을 거느리고 큰 공을 세웠다. 이들이 나의 사람들로 길러진 이상, 나의 권력에 도전할 사람은 없었다.

아무튼 그런데 왜 나중에 왕이 되었느냐고? 사실 내겐 반드시 왕이 되고야 말겠다고 결심한 순간이 있었다. 내 딸, 고타소가 그렇게 죽지 않았다면 나는 그냥 각간의 자리 정도로 일생을 마쳤을 지도 모른다. 백제 장군 윤충이 대야성을 공격했을 때 검일이라는 자가 성문을 열어 항복했고, 성주였던 사위 품석이 비겁하게 목숨을 구걸하다가 목이 잘렸다. 잔인한 백제 놈들은 그 아내인 고타소마저 내 딸이라는 이유로 참혹하게 죽였다.

이 소식을 듣고 나는 서서 혼절해 버렸다. 옆에서 누가 뭐라 해도 들리지 않는 상태가 꽤 오래 지속됐던 모양이었다. 어려서 어미를 잃은 내 딸 아이. 내 인생이 어떤 전란에 빠지더라도 그 아이만큼은 평화로운 삶을 살게 해 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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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석은 누가 봐도 서라벌에서 손꼽히는 신랑감이었다. 멀끔한 인물이며 빼어난 검술 솜씨, 거기에 가문까지 흠잡을 데가 없었다. 외양에 속아 놈이 그렇게 비루한 천성을 갖고 있었다는 걸 알아보지 못한 것이 안타까울 뿐이었다. 그런 놈에게 신라의 숨통인 대야성 성주라는 중책을 맡기다니, 이건 무엇보다 그런 놈에게 김춘추의 사위라는 간판을 달아 준 내 책임이었다.

일국의 재상으로서 딸 하나 보호하지 못하고 적군의 칼날 아래 목이 베이게 하다니. 백번을 후회하고 천번을 가슴을 찢어도 이제는 돌이킬 수 없었다. 품석의 아비는 부끄러움에 스스로 목에 칼을 꽂았다. 검일의 아비는 산으로 도망치다 맞아 죽었다. 유신이 아니었더라면 나도 자진했을 지 모른다. 이미 처남이 된 유신과 그날 밤 다시 한번 맹세했다. 둘 중 하나가 죽기 전에 반드시 사비성을 짓밟고 이 원한을 갚기로 말이다.

물론 사사로운 원한보다는 삼한일통이란 대의가 더 컸다. 그리고 이런 사업을 완수하는 데 있어 가장 효율적인 방안은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왕위에 오르는 것이었다. 덕만 이모의 죽음 이후에도 나는 한번 더 참았다. 나 대신 승만 이모를 추대했고, 두번째 여왕을 배경으로 삼아 비담과 염종의 무리를 제거했다. 그 뒤로 집사부를 설치해 화백회의를 무력화했고, 원로인 알천과 실질적인 군부의 1인자 유신의 동의하에 마침내 왕위에 올랐다.

드라마에서 내 역을 맡은 유승호라는 배우가 맡은 것에는 대단히 만족한다. '당서'와 '일본서기', '삼국사기'에 모두 미남에 달변이라고 기록된 나다. 이 정도 인물은 되어야 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 첫 등장도 나쁘지 않았다. 내가 수나라 유학을 다녀왔는지는 너무 오래 전 일이라 기억나지 않지만, 아무튼 드라마에서 어머니가 미실 새주에게 죽음을 당한 것으로 처리됐으니 가슴 속 깊은 곳에서 복수심을 품는 것이 당연한 일일 듯 했다.

하지만 내가 수나라에서 공부는 하지 않고 여색이나 밝히고 돌아다닌 호화 유학생처럼 그려지면서 뭔가 이건 아니다 싶었다. 물론 그 뒤로도 내 캐릭터는 꽤 똑똑해 보이긴 했다. 하지만 겉똑똑이일 뿐이었다. 비담에게 약점을 잡힌 불량학생처럼 보이기 시작하면서 이 드라마에 즐비한 바보들 중의 하나로 추락하고 있었다. 그 살벌한 진평제 치하에서 '왕위 계승권이 있다'고 설치다니. 내가 죽으려고 환장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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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실 새주의 죽음 이후 이 드라마의 제작진은 좀 지나치게 비담에게 집착하는 것 같았다. 그렇다고 제법 머리도 좋고 수하도 거느릴 줄 알았던 내가 이토록 하루 아침에 행여나 비담이 덕만 이모의 총애를 못 받을까봐 전전긍긍하는 질투 심한 꼬마로 전락할 줄은 몰랐다. 하긴, 유신이 보고 왔다는 검을 흑(黑)자가 부수라는 것도 알아내지 못할 정도로 바보가 돼 버린 내가 뭘 할 수 있었을까.

가장 짜증나는 건 642년, 대야성이 함락될 때까지 유승호군이 솜털 보송보송한 얼굴로 내 역할을 연기했다는 점이다. 당시 내 나이는 38세. 딸이 시집을 갔는데도 홍안의 미소년으로 버틴다는게 정말 말도 안된다. 내가 무슨 호빗이라도 되냐(사실 발을 잘 비추지 않을 때에는 나도 불안했다. 다행히 신발을 신고 다닌 것으로 보아 작가가 나를 호빗으로 묘사하려 한 건 아닌 듯 하다).

아무튼 이 드라마는 누가 봐도 앞부분 50회는 '여걸 미실'이었고, 뒤의 12회는 '풍운아 비담'이었다. 회를 거듭할수록 총기를 잃고 자신감도 잃은 김춘추는 결국 마지막회엔 아예 한 장면도 나오지 않는 개망신을 당했다.

결코 비담이 나보다 여자들에게 인기있어서 이러는 건 아니...
(여기서 꿈이 깨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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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이 드라마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에 다시 폭식을 시작했다. 한때 하루에 꿩 10마리를 먹던 시절로 되돌아간 느낌이다. 요즘은 꿩 구하기가 힘들어서 대신 프라이드 치킨을 8마리(양념 반, 프라이드 반)씩 먹는다. 이게 다 드라마 때문이다. 내 미남 이미지를 돌려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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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영화 '러브 액추얼리'를 떠올립니다. '러브 액추얼리'는 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한편의 영화 속에 수많은 사람들의 수많은 사랑 이야기, 때로는 기쁘고, 때로는 벅차고, 때로는 가슴아픈 정경들을 모아 담아 지금껏 성탄 영화의 걸작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짧은 시간 안에 이렇게 사랑의 요체들을 꼭꼭 찝어 모은 제작진의 능력에 감탄한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죠.

그런데 24일 방송된 MBC TV '지붕뚫고 하이킥'을 보면서, 두어 시간의 영화 상영시간도 긴 편이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하이킥'의 방송 시간은 25분 남짓. 하지만 그 안에 온 출연진을 사랑과 화해라는 주제 안에 하나로 묶은 솜씨는 가히 천의무봉이더군요. 모처럼의 성탄 전야, 인파 속으로 외출하길 포기하고 닥본사한 보람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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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매회마다 '하이킥'은 등장인물 가운데 두 명 정도가 주인공을 맡아 매회를 이끌어갔지만 이날은 누가 주인공이랄 것도 없이 온 출연진이 고른 활약을 펼쳤습니다.

예를 들어 순재와 자옥은 모처럼의 와인바 데이트를 하는데 자옥이 고향을 떠나온 줄리엔을 데리고 나오자 순재는 불같이 화를 냅니다. 하지만 자신을 '코리아 대디'로 여기고 있다는 줄리엔의 카드를 보고 금세 자신의 행동을 후회한 순재가 달려가 줄리엔을 다시 데려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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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현경 부부는 호텔 스위트에서 한밤을 보낼 꿈에 젖어 있다가 차가 밀려 길에서 김밥으로 허기를 때우지만 지나면 이게 다 추억이 될 거라며 웃습니다. 광수-인나 커플도 친구들과 파티를 하면서 즐거운 성탄을 보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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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회전목마 그룹은 정음이 지훈에게 마음을 열면서 균형을 깨뜨립니다. 하루종일 지훈의 전화를 기다리던 정음은 결국 꼼장어에 소주를 마시고 병원으로 지훈을 찾아가 내내 병원 일에 시달린 지훈과 늦게나마 성탄 데이트에 성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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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아무도 선물을 주는 사람 없는 성탄을 맞은 세경-신애 자매는 작은 화분에 폐품을 재활용한 장식을 달며 둘만의 트리를 만듭니다. 하지만 반짝이 전구에 불이 들어오지 않자 신애가 실망하죠. 이때 이들 자매의 일이라면 뭐든 참지 못하는 준혁이 집념으로 결국 트리에 불이 들어오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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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를 보고 마음이 풀린 해리도 전혀 예상할 수 없던 행동을 합니다. 매일 구박하고 무시하던 신애에게 자기 방으로 가서 함께 인형을 갖고 놀자고 한 것이죠. 신애가 "너 웬일이야?"하고 느닷없는 선심의 이유를 묻자 "크리스마스잖아, 이 빵꾸똥꾸야!"하고 대답한 건 너무나 평소의 해리 모습이지만 말입니다.

특히 부모와 떨어져 온 가족이 따로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집 안에서 신애가 있다는 걸 내심 기뻐하는 해리의 모습을 끌어 낸 것은 이번 크리스마스의 큰 성과라고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해리를 '빵꾸똥꾸 마녀'로 만든 것이 바로 어른들의 방치였다는 당초의 교훈이 점점 접근해가고 있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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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된 생활에 지친 세경은 "트리를 보면 모든 전구가 일제히 불이 켜지는 순간이 있다. 과연 내 삶에도 그런 순간이 찾아올까 하는 생각이 든다"며 눈물짓다가 준혁의 어깨에 기대 그대로 잠이 듭니다. 바라고 바라던 순간을 맞은 준혁은 당황하지만 행여나 세경이 깨어날까봐 조용히 숨을 죽입니다. 이 순간이 조금이라도 오래 이어지길 바라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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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면에서 많은 분들이 알퐁스 도데의 단편 '별'을 떠올리셨을 겁니다. 목동과 주인 집 스테파네트 아가씨의 순수한 사랑을 그린 어느 밤의 이야기죠. 이 이야기에서 집에 돌아가지 못하게 된 아가씨는 목동의 보살핌 속에서 함께 별을 바라보다가 어느새 목동의 어깨에 고개를 기대고 잠이 듭니다.

이때 목동은 혼자 생각하죠. "밤하늘의 저 숱한 별들 가운데 가장 가냘프고 가장 빛나는 별 하나가 길을 잃고 내 어깨에 내려앉아 곱게 잠들어 있노라"고. 어떤 사심도 없이 말입니다. 아마 세경을 어깨에 기대게 한 준혁의 심정도 바로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요. 이런 장면을 포함해 온 출연진을 성탄이라는 소재 안에 녹여 넣은 '하이킥' 팀의 솜씨에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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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지훈-정음 커플의 알콩달콩 모습도 보면 볼수록 즐겁지만 아저씨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무엇보다 불쌍한 세경이 행복해지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준혁이 그렇게 할 수 있을지..

P.S.2. 이날의 명대사는 뭐니뭐니해도 "크리스마스잖아, 이 빵꾸똥꾸야"와 병원 어린이들이 지훈에게 몰려와서 말한 "아저씨, 저 루돌프한테서 술냄새 나요." (이 대목에서 그냥 쓰러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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