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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1년이라면 벌써 29년 전의 일입니다. 당시에는 '나탈리 우드가 물에 빠져 죽었다'는 외신이 대단한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대강 그 무렵, 그리고 조금 윗세대까지도 '초원의 빛'이라는 영화와 나탈리 우드라는 진한 눈빛의 여배우는 너무도 선명한 우상이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 영화 '초원의 빛'은 1961년작이었고 나탈리 우드는 1981년에 이미 43세의 중년이었습니다. 로버트 와그너라는 일세를 풍미한 미남 스타를 남편으로 두고 있기도 했죠. 어쨌든 1981년 11월28일, 이 부부가 함께 요트로 여행을 떠났다가 나탈리 우드가 익사체로 발견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합니다.

그리고 29년이 지난 최근, CNN은 나탈리 우드의 동생 라나 우드가 '언니의 죽음은 사고가 아니다'라고 주장하며 로버트 와그너에게 책임을 물었다는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나름 그 시대를 아는 사람들에겐 참 충격적인 얘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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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내용을 전하고 있는 CNN 보도(
http://www.cnn.com/2010/CRIME/03/08/grace.coldcase.natalie.wood/index.html?iref=allsearch )는 그 시절을 아는 사람들에겐 참 놀랍기만 합니다.

물론 모르는 분들에게 나탈리 우드는 그냥 흘러간 옛날 배우 중 한명일 뿐입니다. 지금 살아 있다면 72세. 할머니 배우겠군요. 어쨌든 5세때 아역배우로 데뷔해서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마리아, 워렌 비티와 공연한 '초원의 빛'의 디니 역으로 60년대를 대표하는 청춘 스타의 자리를 굳혔고, 한동안 뜸했던 스타덤은 1979년 TV판 '지상에서 영원으로'를 통해 다시 한번 스타덤에 불을 붙인 상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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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세 연상인 남편 로버트 와그너는 50년대 서부극의 미남 히어로 배우 출신입니다. 80년대 국내에서 '부부 탐정'이라는 제목으로 방송된 TV 시리즈 'Hart to Hart'로 인기를 모았고, 젊은 관객들에게는 오스틴 파워즈 시리즈에서 닥터 이블의 부두목인 '넘버 투' 역으로 눈에 익은 배우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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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초원의 빛'이라는 영화 제목을 대면 잉걸스 가족 이야기를 다룬 홈드라마 '초원의 집'과 혼동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엘리아 카잔 감독의 영화 '초원의 빛'은 미국 중서부 지방의 청소년 성 문제를 다룬 당대의 화제작이었죠. '피서지에서 생긴 일' 등과 함께 시대를 한참 지나서도 온 세대의 청소년들에게 영감(?)을 전해준 작품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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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대부분의 어린 시절 명작들이 그렇듯 자라나서 생각해 보면 참 아이들의 이야기 치고는 너무도 무거운 이야기이기도 했습니다. 아무튼 주제야 어쨌든간에 워즈워드의 시 구절에서 따 온 제목, 그리고 어린 나탈리 우드와 워렌 비티의 미모는 참 전설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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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1년 당시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우드의 사망 당시 상황을 '우드의 마지막 몇 시간'이라는 제목의 특집 기사(
http://www.time.com/time/magazine/article/0,9171,925095-2,00.html)로 소개했습니다. 그 내용을 간략히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사고 당일인 11월28일, 이들은 와그너 소유의 요트 스플렌더(Splendour)호를 산타 카탈리나 섬 앞 바다에 정박시키고 3m 길이의 작은 보트를 이용해 섬의 레스토랑에서 저녁식사를 했습니다. 6시간에 걸쳐 만찬과 함께 와인 4병, 샴페인 2병을 마셨다니 꽤 걸찍한 자리였던 셈입니다. 그리고 이들은 다시 요트로 돌아왔습니다.

여기서 당시 검시관이었던 토마스 노구치는 "그리 심하지는 않았지만 열띤 논쟁이 벌어졌다"고 했지만 당시 수사 담당이었던 로이 해밀턴은 "논쟁이 있었다는 증거는 발견할 수 없었다. 아마도 검시관이 다소 과장되게 말한 것 같다"고 했습니다.

자정이 가까운 시각 우드는 두 남자(와그너와 월큰)를 남겨두고 자신의 방으로 갔다가, 나이트가운에 실내화를 신고 그 위에 오리털 파카를 걸친 뒤 갑판으로 올라갔습니다. 영상 10도 가량의 쌀쌀하고 맑은 날씨였다고 전해집니다. 그리고는 고무 보트를 묶은 줄을 푼 뒤 스플렌더의 뱃전에서 바다로 떨어져 빠졌습니다.

당시 노구치는 "살인도 아니고 자살도 아니다. 사고일 뿐"이라는 검시 보고서를 작성했습니다. 당시 우드는 7-8잔의 와인을 마신 상태였고 뺨에 멍이 들어 있었지만 이건 넘어지는 과정에서 생긴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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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배에서 약 90미터 떨어진 곳에 배를 띄우고 있던 한 여자는 당시 '살려줘'라는 여자의 목소리를 들었다고 증언했습니다. 이 소리는 15분 정도 지속됐고(15분이나 살려달라는 소리를 듣고도 내다 보지도 않았다는 뜻?), 그때 한 남자가 '걱정 마. 우리가 건져줄게'라고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는 겁니다. 이 여자는 구조에 응하지 않은 이유를 "외치는 소리에 전혀 위급함이나 다급함이 없었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물론 이 주장은 이 여자 혼자의 주장이었습니다.)

이 증언과는 별도로 와그너는 새벽 1시30분, 배에서 아내가 보이지 않고 보트가 풀려 있자 선착장 관리자에게 연락합니다. 이들은 수색을 개시하고, 오전 3시26분에 코스트가드가 요트에서 1마일 정도 떨어진 곳에서 우드의 시체를 발견합니다.

경찰은 '(1) 우드는 혼자 고무 보트를 타고 잠시 바다 위로 떠다니고 싶었을 것이다 (2) 고무 보트가 뱃전에 부딪혀 내는 소리가 시끄러워 보트가 묶인 위치를 옮기려 했을 것이다', 이 두 가지 중의 하나로 사고 원인을 추측했습니다. 하지만 우드는 생전에 "나는 물에 빠져 죽는 데 대한 공포를 갖고 있다. 수영도 좀 할 줄 알지만, 어둡고 깊은 물은 무섭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런 인물이 설마 혼자 밤 바다 위에 고무보트를 띄울 리가 있겠느냐는 의혹이 남은 셈이죠.

어쨌든 우드와 와그너가 결혼한 장소가 바로 산타 카탈리나 섬 인근에 정박된 이 요트 위였다는 점, 그리고 요트의 이름 '스플렌더'가 우드의 성공작 중 하나인 '초원의 빛(Splendour in the grass)'과 겹친다는 점 등이 묘한 아이러니를 느끼게 한 죽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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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최근 CNN 보도에 따르면 29년만에 우드의 죽음에 의혹을 제기한 사람은 우드의 동생인 라나 우드('다이아몬드는 영원히'의 본드걸 출신입니다)와 당시 요트의 선장이었던 데니스 데번입니다. 데번은 지난해 9월에 'Goodbye Natalie, Goodbye Splendour'라는 책을 내놨는데 이 책에서 데번은 사고 직전 우드와 와그너가 갑판에서 싸웠고, 이 싸움이 우드의 죽음의 원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물론 와그너도 지난해 출간된 책 'Pieces of my heart'에서 그날 밤 우드와 싸웠고, 원인은 자신이 월큰과 우드의 사이를 질투했기 때문이며, 분개해서 와인 병을 테이블에 부딪혀 깨기도 했다고 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다음부터 두 사람의 주장은 달라집니다. 와그너는 다툰 뒤 우드가 자기 방으로 갔고, 자신은 월큰과 화해하기 위해 갑판에서 찬 공기를 마시다가 우드의 방에 가서 우드가 사라진 것을 알았다고 합니다. 배 안에 우드가 없고 고무보트가 없어진 것을 안 뒤 포구로 전화해 수색의뢰를 했다는 것이죠.

반면 데번은 우드와 와그너가 갑판에 올라가서도 한참 계속 싸웠으며, 꽤 시간이 지난 뒤 와그너가 자신에게 와서 "아내가 안 보인다. 좀 찾아 보자"고 했다는 겁니다. 데번은 우드가 사라진것을 알고도 와그너가 즉시 수색을 의뢰하지도 않았다고 했고, 와그너는 이에 대해 "우드는 본래 혼자 빠져나가 다른 배의 파티에 참가하곤 했다. 이번에도 그렇겠거니 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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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참... 29년만에 새록새록 기억나는 엽기적인 사건이기도 하고, 과연 이제 와서 무슨 진실이 밝혀질까 싶기도 합니다. 그저 이런 일들을 누가 또 기억할까 싶어서 정리용으로 남깁니다.

P.S. 김수미씨가 "젊어서 사람들이 나한테 나탈리 우드와 닮았다고 하더라"고 하던 얘기가 문득 기억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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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남자의 자격' 팀이 '뭔가에 열광하자'는 주제로 팬 문화에 침투했습니다. 그리고 그 대상이 된 것은 수애(김태원) 카라(김성민 윤형빈) 소녀시대(나머지 전원+김태원)이었습니다.

'중년이 되어서도 향유할 문화가 있다'는 식의 프로그램이라면 기존 방송에서는 아무래도 뭔가 '중년의 품격'이 느껴지는 분야, 예를 들자면 해바라기나 한영애같이 기존 중년층의 선호가 두터웠던 스타들을 찾아가거나 이승철이나 신승훈 김건모처럼 비교적 긴 수명을 갖고 대중문화의 복판에서 활동했던 스타들을 떠올리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남자의 자격'은 과감하게 '내놓고 말하기 창피한' 아이들 스타 사랑을 전면에 부각시켰습니다.

그 핵심으로 다뤄진 것이 지난 2월28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소녀시대 앵콜 콘서트의 마지막 날. 절로 웃음이 나왔습니다. 그 자리에 저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홉 '소녀' 모두 훌륭했지만 그 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건 유리였습니다. '남자의 자격' 팀에서 가장 높은 인기를 자랑한 것이 유리였는데, 아마도 현장에서 이날 공연을 보신 분들이라면 충분히 공감하실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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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배운게 도둑질이라 잘 나오진 않았지만 사진을 몇장 찍었습니다. 입장하기 전부터 가방 검색을 통해 카메라를 찾는 등 대단히 사진에 민감한 모습을 보이더군요. 살짝 죄책감을 느끼기도 했지만 이 정도의 저화질 사진이 무슨 문제가 있을까 싶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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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비교적 앞쪽으로 다가온 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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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제가 갖고 있는 똑딱이로는 이 정도가 한계였습니다.

물론 아직 기자 직함을 한 부분에 달고 있긴 하지만 취재를 위해 꼭 가야 할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굳이 말하자면 '현장감각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라고나 할까요. 아이들 그룹의 콘서트는 어찌 보면 중년층에겐 좀 부담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8일 '남자의 자격' 방송중에도 '오글오글'이라는 자막이 뜨곤 했지만, 사실 엄밀히 말하면 현재의 중장년층에게 '열광' 자체가 어색하지는 않습니다. 특히나 한국 여성 팬들의 극성스러움은 60년대의 클리프 리처드, 80년대의 레이프 개릿, 90년대의 뉴 키즈 온 더 블럭을 거쳐 세계에서 가장 열기 넘치는 팬덤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연약한(?) 한국의 남성층도 열광할 때에는 열광하는 모습을 보여 왔습니다. 이미 70년대와 80년대에도 왜 한국에는 딥 퍼플이나 레드 제플린, 좀 더 뒤로는 오지 오스본이나 KISS, 아이언 메이든이나 주다스 프리스트가 오지 않는지에 울분을 토했던 기억을 갖고 있는 세대들이기 때문입니다. 메탈리카 첫 내한 공연 때 잠실 체조경기장이 2회 연속 매진됐던 것을 비롯해 록 콘서트에서의 열광은 이 세대에게도 그리 낯설지 않습니다.

단지 그 대상이 다소 간지러운 팝 아이들일 경우에는 그 열광이 매우 쑥스럽게 느껴진다는 겁니다. 중년 여성층이 일찌감치 2PM이나 SS501, 이민호를 향해 환호하는 건 어색하지 않은 분위기가 됐지만 중년 남성층이 반대의 경우에 환호하는 것은 SES나 핑클 때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고, 소녀시대나 카라의 등장 이후에 간신히 싹이 트고 있는 정도라고나 해야 할 듯 합니다.

당연히 역사적인 경험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일이기도 하죠. 현재 소위 소녀시대의 '삼촌팬'으로 불리는 사람들 중 대다수가 10년 전 청소년기에 핑클과 SES를 경험한 사람들이라는 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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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보면 이건 남보원(남성인권보장위원회) 소재로 등장할 법도 한 일입니다. 이미 여성들이 '꿀복근'과 '식스팩'을 거론하며 사심 충만한 눈빛으로 침을 튀길 때 남자들은 거기에 대해 군소리조차 할 생각을 못했지만, 유이의 '꿀벅지'가 유행어로 등장했을 때 일부 여성들은 성희롱이라며 목소리를 높인 것이 대표적인 현상입니다.

심지어 닉쿤의 탄탄한 복근과 소년같은 미소를 보고 넋을 잃고 있던 중년 여성들조차 남편들이 소녀시대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거나, '청춘불패'를 보면서 웃고 있는 걸 보면 쌍심지를 한껏 돋구곤 합니다. (네. 아마도 많은 가정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일 겁니다.)

만약 소녀시대나 원더걸스, 카라나 티아라를 향한 중년 남성들의 시선을 '음심'으로 규정한다면 그 반대편에 있는 동방신기나 빅뱅, 2PM 멤버들을 향한 여성들의 시선 역시 같은 차원으로 내려와야 하는게 당연한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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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28일의 콘서트는 중년층이 보기엔 상당한 체력을 요하는 것이었습니다. 무려 3시간30분에 걸쳐 30여곡이 불려지더군요. 물론 김종서나 이승환 같은 콘서트 중심의 가수들도 거의 30곡 가까운 노래를 부르기도 합니다. 게다가 소녀시대는 멤버가 9명이나 되니 중간 중간 쉬는 시간도 있어 30여곡이 그리 체력적으로 부담될 것 같지는 않더군요. 문제는 보는 사람의 저질 체력입니다.

그래서 중간 무렵, 공연이 약간 소강상태로 접어들었을 때 살짝 뒤로 기대 눈이 감길 위기에 놓인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중간 무렵, 전반적으로 살짝 처져 있던 팬들을 불타오르게 한 이벤트가 있었습니다. 바로 유리의 등장입니다.

단 한장의 사진으로 아마 모든 걸 설명할 수 있을 듯 합니다. 바로 이 모습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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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설명이 필요 없었습니다. 사실 이날의 관객들은 70% 정도가 다양한 연령층의 남자(10대/20대/30대가 사이좋게 30:30:30 정도?)였습니다만, 정말 양처럼 순한 관객들이었습니다. 나중엔 아예 소녀시대 멤버들이 객석 바로 앞에까지 와서 '일어나서 함께 놀아요'를 외쳤지만, 거기에 호응해 일어서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딱 보기에 소녀시대 멤버들을 2-3m 정도 거리에서 마주 보는 맨 앞줄 관객들도 '일어설까 말까'를 너무나 망설이는게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그만치 소심하고 얌전한 팬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유리의 단독 무대(아홉 멤버 모두 단독 무대를 가졌습니다)가 시작됐을 때 이 양떼는 사자처럼 환호하더군요. 그제사 왜 '현장에선 유리'가 진리인지 깨달았습니다. 어제 방송된 '남자의 자격'에서도 유리 팬은 3:1의 경쟁률을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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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다른 소녀시대 멤버들도 빛을 발했지만 아무튼 유리의 존재감은 현장에서 더욱 빛을 발했습니다. 며칠 전에는 유리를 '성인돌로 발돋움하고 있다'고 묘사한 글도 본 기억이 있는데, 그런 요소를 떠나 유리에 대한 열광에서는 '남자의 자격' 멤버들에게 심하게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아울러 이 아이들을 이렇게 잘 뽑고 키워 놓으신 이수만 회장님에 대한 감사가 무럭무럭 자라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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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TV의 새로운 대작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를 보다가 웃음이 절로 나왔습니다. 이 드라마의 경쟁작은 이미연이 타이틀 롤을 맡은 '거상 김만덕'. 아마도 이 드라마의 가상적은 바로 '거상 김만덕'과 그 드라마를 보는 시청층으로 가정되어 있을텐데, 막상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이하 신불사)'를 보고 나니 일단 내부의 적을 정리하는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박봉성 원작 만화의 스토리는 그리 탄탄하다든가, 치밀하다고 부를 요소는 없습니다. 어찌 보면 딱 황당무계하다고 할 수준이죠. 그런 만큼 영상으로 그대로 옮기기에 쉽지 않은 부분이 꽤 있을 듯한 작품입니다. 특히 미술 부문,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세트 디자인에서 상당히 큰 노력이 필요한 드라마인데, 첫회를 보고 나니 이 부분이 심각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나마 이 드라마 첫회 경쟁작을 시청률에서 앞설 수 있었던 것은 한고은의 절대적인 공이라고 해야 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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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회에서는 주인공인 강타(송일국)의 본부로 보이는 공간이 꽤 중요하게 등장했습니다. '보스'인 강타와 007 시리즈의 Q에 해당하는 박사님, 요즘 영화나 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는 해커 스타일의 남자 직원, 그리고 '보스'의 추종자인 비비안(한고은) 등이 이용하는 공간이었죠.

이 공간의 세트는 최악입니다. 전혀 세계를 움직이는 사람의 본거지라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 푸르스름한 조명과 조잡하게 은빛으로 칠해진 기둥, 싸구려 대리석 느낌의 벽 마감재는 약 20년 전쯤 서울 강남 지역에 생겨나던 호프집의 내장 수준이었습니다. ('신비로운 느낌을 자아내기 위한' 드라이 아이스는 왜 안 나오는지 궁금할 정도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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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게 생긴 조명기구와 벽에 붙어서 불빛이 번쩍이는 기계는 만약 미국 드라마에 나왔다면 '스타 트렉'같은 60년대 SF 드라마에 대한 오마쥬라는 평을 들었을지도 모르지만 2010년 한국 드라마에 등장하는 이유는 전혀 짐작할 수 없겠습니다. 아무튼 '대단히 고가의 기밀 장비가 설치되어 있는 방'이라는 느낌을 주려는 의도는 알겠으나 그 표현의 수준은 1980년대 초 이후로 본 기억이 없는 것들입니다. 그래서 무척 유쾌했다고나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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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악당이 여기자 한채영을 데리고 아랍 왕자의 배에 도착한 장면입니다. 뭐 기자를 데리고 이 배에 오르는 이유도 엉성하지만 대강 넘어가겠습니다. 중요한 건 배의 크기입니다. 잘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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뱃머리에 서 있는 송일국과 다음 사진을 보시면 대략 배의 크기를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심지어 이 배는 2층이 있을만한 크기도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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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배 안으로 들어가면 어마어마한 크기의 회의실이 나옵니다. 이건 들어갈땐 초가집인데 들어가 보니 농구 코트가 나오는 수준이란 생각이 듭니다.

세계적인 갑부로 설정된 아랍 왕자의 요트 치곤 일단 요트가 너무 작은데다 방의 꾸밈새 역시 지나치게 검소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물론 아랍 왕자라곤 단 한명도 만나본 적 없는 제가 그냥 통념으로 이런 얘길 하면 안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많은 아랍 왕자 중에도 근검 절약을 모토로 하는 분이 한두명은 있을 지도 모르니까요. (그런데 왜 하필 그런 분이 이 드라마에 나오는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이 배는 아라비안 나이트에 나오는 요술 배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배가 신기한 배라는 증거는 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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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 배의 가장 중요한 존재 이유는 이 장면을 찍기 위한 것이라는 점이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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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의 그 회의실만으로도 벅찰 것 같던 그 배 안에 이런 대형 침실도 있습니다(다목적 객실이라 순식간에 책상과 의자를 바다에 던져 버리고 침대를 펴서 만든 방인지도 모릅니다). 아무튼 방금 위에서 보듯 바다 속에서 뽀뽀를 하고 나온 두 사람인데 머리며 옷가지, 어디에도 물기 하나 없더군요. 그 침대 위에 아이라인도 지워지지 않은 한채영이 누웠습니다.

아랍 왕자의 요술 배에는 초대형 드럼 세탁기를 능가하는 탈수장치가 있는게 분명합니다. 일단 구해낸 사람을 침대에 눕히기 전에 깔끔하게 탈수를 시켜 주는 센스가 필요한 순간입니다. (네. 검소하신 아랍 왕자님도 필요한 장비 구입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 듯 합니다.)

물론 하와이 로케이션을 비롯해 돈 쓸 데가 꽤 많다 보니 사소한 부분(?)에는 제작비가 미치지 못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야외에서 보여지는 장면의 '가격'과 실내에서 촬영한 장면의 '가격' 차이가 너무 심하다는 것은 좀 실소를 자아내게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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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회 그래도 경쟁작을 뿌리치고 시청률 선두를 달린 것은 아무래도 한고은의 공로라고 봐야 할 듯 합니다. 한고은은 허경환풍으로 "내가 오늘 신불사 살렸다"고 말할 자격이 있습니다. 솔직히 하와이의 아름다운 해변보다는 한고은-한채영-유인영으로 이어지는 곡선에 끌려서 이 드라마를 보신 분들이 더 많을 겁니다. 이 중에서도 캐릭터로 보나 연기 적응력으로 보나, 결국은 한고은이 이 드라마를 이끌어 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어쨌든 첫회는 '세트 디자인이 받쳐주지 못해서' 라고 핑계를 댈 구석이 조금은 있는 듯 합니다. 과연 2회 이후에도 그런 핑계가 유효할지는 더 지켜 봐야 알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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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범의 영구탈퇴 처리와 2PM에 대한 팬들의 비난으로 이어진 사태가 참 점입가경입니다. 물론 현재 2PM의 재범을 뺀 나머지 여섯 멤버들과 소속사 JYP를 비난하고 있는 팬들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지만, 참 신기하다는 생각을 버릴 수 없습니다.

한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2PM의 잔류 멤버 6명은 대체 왜 그렇게 팬들의 눈에 '배신자'로 보일 정도의 태도를 드러낸 것일까요. 그들이 박재범과 함께 활동할 수 없고, 박재범을 제외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데에 혹시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닐까요? 어떤 식으로든 확실한 결론은 내릴 수 없겠지만 한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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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팬들이 의지하고 있는 것은 '어쨌든 박재범은 비난받을만한 행동을 하지 않았고,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들은 (무슨 이유에서건) 박재범을 2PM에서 제거하려는 JYP의 간교한 책동에 의해 조작된 일'이라는 믿음입니다.

하지만 단적으로 얘기해서, 정말로 박재범이 비난받을만한 행동을 했는지, 혹은 하지 않았는지에 대해 정확하게 아는 사람은 극소수일 뿐입니다. 그럼 박재범은 정말로 비난받을만한 행동을 했을까요, 혹은 하지 않았을까요?


일단 제가 알고 있는 지난해 12월 초까지의 상황을 공유하겠습니다. 지난 12월10일, 2009 골든디스크 시상식이 열렸습니다. 이때 주최측이었던 저희는 골든디스크 시상식장에서 재범과 여섯 멤버의 재결합이 이뤄지게 하는게 어떠냐고 JYP 측에 제의했습니다.

이렇게 제의할 수 있었던 것은, 당시 JYP가 이미 재범의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단지 시점이 문제였죠. 팬들은 당시에도 '복귀 시점을 명확하게 밝히라'고 주장하고 있었지만 그 시점을 밝힌다는 것은 '우리는 이미 재범의 복귀를 결정했다'고 선전하는 거나 마찬가지였습니다. 그건 이미 잠잠해진 재범에 대한 반대 여론을 다시 확산시킬 우려가 있는 행동이었으므로 대외적으로 신중할 필요가 있었을 뿐입니다.

(지난해에 썼던 박재범 관련 글들입니다.)

 




아무튼 골든디스크는 물론이고 지상파 3사의 연말 가요 프로그램, 케이블TV M-NET의 MAMA 시상식, 등등 연말에 몰린 거의 모든 행사 주최측은 '재범과 2PM의 재결합' 이벤트를 자기네 행사에 유치하려고 달려들었습니다. 이미 관계자들 사이에서 재범의 복귀는 기정사실이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어느 한 쪽을 선택할 수 없는 상황이었으므로 JYP 측은 "일단 연말까지는 복귀 계획이 없다. 복귀는 내년 상반기에 이뤄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JYP의 현재 주장에 따르면 재범이 '문제있는 행동'을 회사 측에 통보해 온 것이 12월22일, 그리고 회사와 2PM의 나머지 멤버들이 재범의 제명을 결정한 것이 1월초입니다. 12월22일 이전까지, 팬들은 몰랐을 수도 있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재범이 곧 돌아온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었습니다. 뭔가 그 분위기에 변화가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느낌이 감지된 것은 1월 중순 이후의 일이죠. 그러니까 12월말부터 1월 초 사이에 '뭔가'가 있었던 건 확실합니다.

그럼 이제부터 현재의 상황을 두가지로 나눠 생각해 보겠습니다. 물론 설명을 위한 것이고, 현재로서는 두 가지 모두 가정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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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 1. 재범은 아무런 문제될 행동을 하지 않았다. 회사가 재범에게 엉뚱한 혐의를 뒤집어 씌우고 그를 제거하기 위해 음모를 꾸민 것이다.

이 경우를 살펴보겠습니다. 모든 행위에는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대체 왜 JYP는 재범을 제거하려 한 것일까요? 그 전에 과연 재범을 2PM에 합류시키는 것이 JYP에 도움이 될지 안될지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일각에선 '6명만으로도 잘 나가는데 굳이 7명이 필요하겠느냐'고도 하지만 앞서 얘기했듯, 재범의 컴백은 모든 미디어가 앞장서서 기다리던 이벤트입니다. 이미 모든 분위기가 무르익어 있었고, '1:59' 앨범으로 정상에 올라선 2PM에게 감동적인 재회는 그동안 반신반의하고 있던 팬들을 폭발시킬 수 있는 엄청난 호재입니다. 기획사라면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유혹입니다.

일각에선 '7명이 나눠갖던 걸 6명이 나눠갖기 위해', 즉 멤버들이 돈 욕심으로 재범을 따돌렸다는 추정까지 나오는데, 이것 역시 업계 종사자의 생각으로는 말이 되지 않습니다. 재범이 추가된 7명의 2PM은 훨씬 더 폭발력있는 존재가 됩니다. 6명일때의 전체 수입 규모를 100으로 본다면 재결합 이벤트는 파이의 크기를 150이상으로 키울 수 있습니다. 즉 7로 나눠도 개개인의 몫은 훨씬 커집니다. 물론 6명이든 7명이든 멤버들에게 돌아갈 몫은 정해져 있으니 회사의 수입은 더더욱 커지죠.

그리고 또 한가지. 만약 재범에게 아무런 실수가 없는데 이런 일이 발생했다면, 재범은 가만히 있을 이유가 없습니다. 일단 '도의적인 책임'이라는 표현에 의한 명예훼손에 대해, 자신이 정당하지 않은 이유로 팀에서 제외됨에 따라 입는 피해를 보상받기 위해 법적인 권리를 내세울 수 있습니다. 실제로 그래야 마땅합니다.

하지만 전혀 그럴 움직임은 보이지 않습니다. 심지어 박재범의 모친이 밝혔다는 입장에도 '재범의 실수 없음' 에 대한 내용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저 '이렇게라도 끝나서 다행'이라는 얘기 뿐입니다. '그 아이들(나머지 멤버들)도 재범 때문에 고민 많았을 것'이라는 말은 '내 아들의 결백'을 주장하는 표현으로 해석하기 힘든 부분들입니다. 만약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이 아무 잘못 없이 회사로부터 해고되고, '해고 사유는 본인 사생활상의 도의적인 문제 때문'이라고 널리 알려진다면 이 정도로 가만히 있겠습니까?

여기에 대한 가장 쉬운 대답은 '돈을 써서 막았다'는 것일 겁니다. 그럼 대체 얼마나 큰 보상을 제시해야 이런 상황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요. 대체 얼마나 큰 돈을 들여야 '한창 정상에 서 있던 청년'이 '사생활의 문제'라는 근거 없는 불명예를 안은 채 톱스타의 꿈을 버리고 나설까요? 30억원? 50억원? 만약 여러분이면 대체 얼마를 받아야 '2PM의 리더 재범'의 자리를 포기하고 '뭔가 큰 잘못이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재미교포 전직 아이들 가수'로 물러나겠습니까? 아마도 상당히 큰 거액이 아니면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그럼 일단 '돈으로 입을 막는다'는 것이 가능하다고 치고, 여기서 다시 '대체 왜'의 문제가 떠오릅니다. 대체 왜 '돈에 환장한' JYP가 그렇게 막대한 손실(재범에게 줘서 입을 막는 돈 + 재범을 한국으로 데려왔을때 벌 수 있었던 돈)을 감수해가면서 재범을 제거하려 할까요? 단순히 박진영이 박재범을 싫어해서? 단지 '싫기 때문'이란 이유로 과연 수십억원의 손실을 감당할 수 있을까요?




가정 2. 재범은 뭔가 상당히 큰 실수를 저질렀다.

그럼 이런 가정 하에 현재 상황을 설명해 보겠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 하는 것은 여섯 멤버들이 팬들과의 간담회에서 보인 태도입니다. 팬들은 다들 '어제까지 형이었던 사람에게 너무 적대적인 태도라 놀랐다'고들 합니다.

그럼 대체 이들은 왜 팬들까지도 등질 수 있는 이런 위험한 태도를 보였을까요. 재범이 가장 인기가 많은 것을 질투해서? 재범에게 돌아갈 1/7의 수익이 탐나서? 솔직히 재범이 빠짐으로 인해 JYP가 입게 될 금전적인 손실을 설명하기엔 너무 약한 설명입니다. 하지만 '정말로 재범이 이들을 실망시킬만한 행동을 했을 것' 이라고 가정하면 그들의 행동은 훨씬 쉽게 설명됩니다.

물론 팬들은 '재범은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합니다만, 거기에 대해 뭔가 논리적인 증거가 뒷받침되고 있지는 않습니다. 재범이나 재범의 가족들이 그 주장을 반박하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리고 사람은 누구나, 악한 의도를 갖지 않았더라도 실수를 저지를 수 있습니다. 팬들은 '절대 그럴 가능성이 없다'고 말하지만, 냉정하게 보면 그건 그냥 기대의 표현일 뿐입니다.

그럼 왜 JYP는 재범의 '도의적인 잘못'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을까요. 일단 '재범이 뭔가 큰 실수를 했다'는 가정하에서 설명하자면, (1) 재범의 잘못이 낱낱이 공개될 경우, 본인에게 너무나 치명적인 사항이다 (2) 혹시 문제가 공개될 경우 추가로 피해를 보는 사람이 있다 (3) 문제 해결을 위한 모종의 합의(?)에 비공개 약속이 들어 있다 (4) 어쨌든 재범에 대한 마지막 의리다 등등의 이유를 가정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어쩌면 이중 1, 2, 3, 혹은 2, 3, 4 등 몇가지가 함께 해당될 수도 있겠죠.

마지막으로 그럼 왜 '도의적인 잘못'이라고 발표해 재범에 대한 의혹을 부추기느냐...는 의문이 있습니다. 이 답은 바로 팬들입니다. 그동안 줄기차게 재범의 복귀를 간청하고, JYP에 재범을 복귀시키려는 의사가 있느냐고 의심해 온 팬들을 설득하기 위해 '복귀가 좌절된 것은 회사의 책임이 아니라 재범의 책임'이라고 주장한 것일 가능성이 큽니다.

(지금까지 JYP는 몇몇 소속 그룹 멤버들을 바꾸고, 계약을 해지한 경우도 있었지만 '본인의 잘못'이라고 명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대개는 학업, 건강상의 이유, 본인의 의사 등으로 설명했었죠. 그 때문에 이번 경우가 훨씬 두드러져 보입니다.)

또 한번 가정해 봅니다. 만약 소속사가 아무런 설명 없이 '재범과 JYP의 합의로 재범은 JYP에서 자진 탈퇴하기로 했다. 본인이 국내 활동을 원하지 않고 있다'고 발표했으면 팬들은 과연 납득했을까요. 절대 그럴 리가 없다는 건 아마 팬들 스스로 잘 알고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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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으로 1의 경우와 2의 경우를 가정해서 설명해 봤습니다. 애써 여러 입장을 가정해 봤지만, 확실히 현재의 상황에서는 1보다 2쪽이 납득이 가는 설명인 게 분명합니다.

어쨌든 1이든 2든 모두 가정일 수밖에 없는 것은 사건의 한쪽 당사자인 재범이 입을 다물고 있기 때문입니다. 팬들이 어떻게 생각할 지 모르지만, 현재 상황에서 상대방의 주장을 반박하지 않는 것은 자신에게 지워진 책임을 인정하는 것으로 해석될 뿐입니다.

그럼 만약 박재범이 입을 연다는 것을 가정할 때, '나는 억울하다'고 주장하면 JYP는 어떻게 맞서게 될까요. 반대로 '내가 잘못한게 맞다'고 말하면 그때 팬들은 어떤 입장을 취할까요. 역시 궁금한 것 투성이입니다.


** 물론 댓글의 수준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기 때문에 이 글에는 댓글이 달리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이 글에 대해 찬성이든 반대든 할 말이 있는 분들은 트랙백을 이용하시기 바랍니다. 트랙백은 어떤 블로그에서도 걸 수 있고, 각종 포털 사이트의 블로그 개설 비용은 무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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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장동건과 고소영이 5월2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결혼할 모양입니다.

지난해 두 사람이 사귀고 있다는 얘기, 그리고 결혼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올 때부터 온/오프라인에서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아니, 장동건은 왜 고소영이랑 결혼하는 거에요?"라는 질문을 받아왔습니다.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이 바닥'을 이해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는 건너기 힘든 인식차이가 존재한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물론 저런 의문을 갖고 있는 사람들 중 많은 분들은 두 사람 중 한쪽(굳이 말하자면 장동건 쪽)에 과도한 애정을 갖고 있는 분들인 경우가 많습니다. 아, 물론 누가 더 낫고 누가 더 못하다는 차원으로 들어가면 정상적인 판단은 애당초 불가능해집니다.

제목을 '장동건은 왜 고소영과 결혼할까'로 단 것은 굳이 확대해서 읽으면 '장동건은 왜 일반인과 결혼할수 없을까' 정도의 의미라고 생각하시는게 좋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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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해 전, 소위 '한류스타'급으로 꼽히는 한 연기자에게, 누구나 부러워하는 톱스타로서의 삶을 살면서 남에게 차마 얘기할 수 없는 고충이 있다면 어떤 거냐고 물었습니다. 상당히 편한 자리였기 때문에 편안한 대답이 나왔습니다. '이성에 대한 욕구를 해결할 수가 없다'는 거였습니다.

물론 농담처럼 나온 얘기였지만 사실 생각해보면 심각한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할리우드 스타들은 매우 분방한 생활을 즐기는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뭐 그 나라의 일반적인 성의식 수준에 비하면 그리 과도하다고 볼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특히나 미혼인 경우에는 아무도 그 사생활에 대해 토를 달지 않습니다. 미성년자와 관계를 갖는다든가, 윤락가에서 상대를 산다든가 하는 경우라면 물론 예외적으로 논란이 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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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한국 팬들은 대단히 보수적(이라고 쓰고 위선적이라고 읽어도 좋을 듯 합니다)입니다. 남자든 여자든, 대다수 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에게 일반인 수준 이상의 청교도적인 생활을 기대합니다. 아니라고 자신있게 말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겁니다.

예를 들어, 일반인 가운데 '꽤 눈에 띄게' 매력적인 외모를 가진 사람은 20세에서 30세 정도 사이의 10년 동안, 10명 정도의 데이트 상대를 갖는다 해서 그리 이상하지 않을 겁니다. 1년에 1명 꼴이죠. 하지만 만약 한 스타가 25세에서 35세 사이에 10명 정도의 데이트 상대가 노출된다면, 그 즉시 '카사노바' '황소개구리' '*레' 등으로 불릴 공산이 큽니다.

특히 스타의 인기가 높아질수록 기대되는 순결의 강도는 더욱 강력해집니다. 최근에는 '한류 스타'라는 족쇄가 대단히 강력하게 작용하기도 합니다. 농담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겨울연가'를 보고 배용준에게 반한 일본 팬들 중에는 영화 '스캔들'이나 '외출'에 나온 배용준의 베드신을 보고 충격을 받은 분들도 적지 않다고 전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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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이런 분들에게 배용준이 휴 그랜트나 잭 니콜슨처럼 사창가에서 발견됐다(물론 가상 상황입니다. 배용준씨 죄송합니다.^^)는 뉴스가 전해진다면 그 결과는 상상을 초월할 겁니다. 이렇게 극단적인 상황이 아니더라도, 누구를 만나고 누구와 사귄다는 이야기는 대단히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물리적으로라도 새로운 사람을 만나 사귀는 것은 참 힘든 일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의지가 있다손 치더라도, 일단 만날 기회가 극히 제한됩니다. 톱스타들만큼 인의 장막에 둘러싸여 있는 사람도 없죠. 마음을 터 놓을 수 있는 최측근은 대단히 제한돼 있고, 일반인들처럼 누구로부터 이성 상대를 소개받거나 하는 일도 쉽지 않습니다.

(흔히 '기자들이 너무 쫓아다녀서'라는 말이 나오곤 하지만 요즘 연예인들은 '4천만이 기자'라는 우스개를 던지곤 합니다. 다음 텔레비존 같은 곳에 '내가 본 %%%의 데이트 장면 직찍'이라도 올려 놓으면 이건 어지간한 미디어에 등장하는 것과 아무 차이가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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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설적으로 말하면, 일반인 가운데서 톱스타들과 어울릴 수 있는 사람의 풀은 대단히 한정되어 있습니다. 톱스타들과 비슷한 디자이너 샵을 다니거나, 비슷한 메이크업 스튜디오를 드나들거나 하는 사람들로부터 비슷한 류의 생활수준을 유지하는 사람일 가능성이 많죠. 그러다 보면 상상할 수 없는 결과를 낳기도 합니다. '연예인들 사이를 누비고 다니는' 약간 기형적인 '한국형 그루피(Groupie)' 그룹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일반적으로 말하는 '빠순이'와는 다르게 상당한 재력과 미모를 발판으로 연예인들 주변에 진을 치고 있곤 합니다. 연예인들의 입장에서 볼 때에도 '장래를 함께 할 수 있는 상대'로 보일만 한 스펙을 갖추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이 상당히 한정된 숫자이기 때문에 한 사람이 여러 명의 스타들과 관계를 갖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실제로 상당한 수의 스타들이 적절한 상대라고 생각하고 데이트를 나누던 사람에 대해 "걔 얼마전까지 &&&, $$$ 이랑 사귀던 애야"라는 말을 듣고 좌절하곤 합니다.

이런 사람들을 몇차례 경험하다 보면 일부 연예인들은 스타들 주변으로 접근해 오는 일반인들을 상당히 경계하게 되기도 합니다. '내'가 아니라 '연예인'을 만나기 위해 진을 치고 있는 전문적인 '한국형 그루피'가 아닐까 하는 의심의 눈길을 계속 갖게 되는 거죠. 물론 1회성 만남이라면 별 상관이 없겠지만, 심각한 관계는 힘들어집니다.

아무튼 일반인들이 하듯 한 사람을 오랫동안 지켜보며 상대에 대해 파악하고, 혹은 데이트를 하면서 알아가고, 서로의 장단점에 눈을 뜨면서 관계를 지속하고 평생을 함께 할 것을 결심하는 과정은 톱스타일수록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 되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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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을 모르는 사람일수록 '노팅 힐' 처럼 스타와의 꿈같은 만남을 기대할 수 있지만 스타의 바쁜 스케줄과 보안 유지때문에 때로 애정 관계가 무시당할 수 있다는 현실을 생각하면, 역시 정상적인 '일반인'은 참아내기 힘든 고행의 길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사람은 누구나 '나를 알고, 내 생활을 설명할 필요도 없고, 나를 편안하게 해 줄 수 있는 사람' 쪽으로 기울게 됩니다. 일반인들의 경우라면 직장 동료, 어린시절부터의 친구, 스스럼없는 학교 동창 등등이 이 카테고리에 들어가겠죠. 그리고 그것이 장동건의 경우에는 고소영이 될 수 있습니다. 과연 누가 '장동건의 심정'을 고소영보다 잘 이해할 수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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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1. 이런 점들을 생각하면 과연 김연아는 대체 누구와 데이트를 할까...하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한창 나이 스무살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데이트를 하고 누구를 사귄다는게 전혀 이상할 일이 아닙니다만, 거기에 쏟아지는 세상의 관심을 뛰어넘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닐 겁니다. 김연아도 김연아지만 그 상대가 되는 남자 쪽에는 정말 상당한 시련일지도 모릅니다. (그 국민적 적대감^^을 이겨내려면 어지간한 내성으로는 힘들지도.)

P.S. 2. 물론 내용이 남자 톱스타의 경우로 한정되어 있는게 맞습니다. 여자들의 경우는 또 다른 기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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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밴쿠버 동계 올림픽 폐막식이 화려하게 치러졌습니다. 2시간이 넘는 행사가 좀 길게도 느껴졌지만 나름 특색있는 행사로 꾸미려 노력한 흔적이 많이 보이더군요. 캐나다가 자랑하는 셀린 디온이 나오지 않은게 좀 의아할 정도로 닐 영, 니클백, 에이브릴 라빈, 앨러니스 모리셋 등 캐나다가 낳은 세계적인 가수들이 총출동했고 거대한 하키선수와 비버 인형도 독특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폐막식을 중계로 지켜보던 시청자들에게는 아마도 비슷한 의문이 떠올랐을 듯 합니다. 도대체 한국 선수단은 폐막식에 참석하긴 한 겁니까? 이번 대회에서 메달을 14개나 딴 한국 선수단은 언제 입장해서 어디서 폐막식을 본 걸까요. 혹시 김연아가 피곤해서 폐막식은 건너 뛴 거였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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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아니었다는 건 수없이 올라온 폐막식 사진을 보고서야 알 수 있었습니다. 네. 물론 폐막식 중계 화면은 세계 어디서나 똑같습니다. SBS가 중계하건, NHK가 중계하건 세계 어디서나 개최국의 주관방송사가 만든 화면을 받아서 중계할 뿐입니다.

그런데 세시간 가까이 진행된 중계 화면에 한국은 물론이고 동양인 선수가 비친 것은 아마 모두 합해 1분이 안될 듯 합니다(제가 못 보고 지나갔을 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잠깐 스쳐 지나가는 화면으로 일본 선수단 한번, 중국 선수단 한번밖에 못 봤습니다. 둘 다 합쳐 봐야 10초 남짓 할 겁니다. 다른 분들은 얼마나 보셨는지 궁금합니다).

글 제목은 '한국은 들러리?'지만 실제론 '아시아는 들러리?'였던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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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중계방송에서 볼 수 없었던 화면입니다.

사실 동계올림픽은 전통적으로 북반구의 백인 잔치인 게 분명합니다. 동계 스포츠 자체가 북미 지역과 북유럽 각국의 잔치로 치러져 왔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이번 동계올림픽에서 아시아계 선수들을 무시할 수 없었던 건 한-중-일 선수들의 활약 때문입니다. 한국은 금6, 은6, 동2로 종합 5위권, 중국도 금5 은2 동4로 7위권, 일본도 은3 동2로 20위권의 성적을 냈습니다.

메달 숫자만 놓고 볼 때에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비중이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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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중국 시청자들도, 일본 시청자들도 역시 이런 광경은 폐막식 중계에서 전혀 볼 수 없었습니다. 이 점에선 한/중/일이 같은 입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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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중계 카메라는 종합 1위를 한 자국 캐나다의 성적에 도취됐는지 쉬지않고 캐나다 대표팀의 사슴 그림이 수놓인 상의를 뒤쫓느라 정신이 없더군요. 최대의 스폰서인 미국 선수단의 랄프 로렌 상의도 쉴새없이 화면에 등장했고 기타 유럽 국가들의 선수단은 어쨌든 거의 빠지지 않고 카메라의 세례를 받았습니다. 결국 아시아 선수단을 의도적으로 외면했다는 결론을 내리게 됩니다.

이런 중계가 계속되고 있는데 존 퍼롱 조직위원장은 폐막 연설에서 "누구도 소외당하지 않는 세계를 만들자는 것이 이번 동계 올림픽의 이상"이라고 역설하더군요. 참 공허하게 들리더군요. 중계 카메라가 당장의 잔치를 '백인들만의 축제'로 만들고 있는데 이런 식의 폐막 연설이라니. 좀 씁쓸했습니다.

당장 전 세계에 나가는 그 중계방송 화면이 아시아를 소외시키고 있는 걸 퍼롱 위원장은 아마도 짐작도 할 수 없었을 겁니다. 알았다면 참 낯이 뜨거웠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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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는 흔히 미국에 비해 인종차별이 없는 나라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개막식 때만 해도 소수민족인 인디언과 에스키모 부족들을 동원해 그들도 캐나다 국민이라는 의미를 굳이 강조하더군요.

하지만 폐막식에서 캐서린 오하라의 썰렁하기 짝이 없는 농담을 비롯해, 실제로 존재하지도 않는 '캐나다 민족주의'를 강조하는 듯한 분위기는 지금까지 알려져 있던 캐나다라는 나라의 좋은 이미지를 자칫 망치려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했습니다. (차라리 폐막식에서 '사우스 파크' 캐릭터들이나 나왔다면 이런 불쾌한 느낌은 들지 않았을텐데 말입니다.)

연출 책임자가 누구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시아 선수단에게도 어느 정도 예우를 베풀었더라면 이런 반응은 낳지 않을 수 있었을텐데 매우 아쉽습니다. 어쨌든 최근 지켜본 수많은 올림픽 개/폐막식 가운데서 이번 밴쿠버 동계올림픽 폐막식은 유난히 무신경하고 이기적인 행사였다는 기억이 남게 될 듯 합니다. 유난히 '중국 만세'를 지향했던 지난 베이징 올림픽 개막 행사의 악영향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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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형제'는 참 희한한 영화입니다. 어떤 사람은 이 영화가 두말할 나위 없이 '송강호의 영화'였다고 말하고, 어떤 사람들은 이 영화에서 강동원이 재발견됐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물론 두 말이 서로 상충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둘 다 맞는 말이고, 개인적으로 '의형제'라는 영화를 뒷날 기억할 때 어느 쪽이 더 의미가 더 각별하겠느냐고 묻는다면 후자라고 하겠습니다. 사실 송강호가 지금까지 출연한 작품 가운데 '송강호의 영화'가 아닌 영화가 몇 편이나 있겠습니까?
 
그리 긴 활동기간을 보낸 배우는 아니지만 강동원만큼 '재발견'이 많이 된 배우는 아마 없었을 겁니다. 팬들은 강동원의 작품이 새로 나올 때마다 '재발견'을 얘기했지만 냉정한 눈으로 볼 때에는 아직 '최강의 하드웨어를 가진 강동원'이 보일 뿐 '연기자 강동원'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의형제'에서는 마침내 때가 왔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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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 온 프로페셔널 킬러 그림자(전국환)을 마중나간 고정간첩 지원(강동원). 하지만 그 뒤에는 어느새 그를 바싹 쫓고 있는 국정원 팀장 한규(송강호)가 있습니다. 지원의 임무는 그림자의 암살 임무를 돕는 것. 한규는 그리 늦지 않게 현장을 덮치지만 그림자와 지원을 잡는 데에는 실패합니다. 결국 지원은 북한 당국으로부터 정보 유출의 혐의를 쓴 채 버림받고, 한규 또한 작전 실패의 책임을 지고 퇴직당합니다.

3년 뒤, 한규는 결혼했다가 도망친 베트남 여자들을 남편에게 다시 데려다주는 일로 입에 풀칠을 하다가 우연히 지원을 발견합니다. 서로 상대방은 자신에 대해 모를 것이라고 확신한 채 은근히 접근하는 두 사람. 속내를 감춘 채 두 사람의 새로운 관계가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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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이 영화가 간첩과 국정원 직원 이야기라는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봤습니다. 오랜 경험상, 정보가 많아서 도움이 된 기억은 한번도 없었지만, 어쨌든 영화를 본 뒤의 심정은 매우 흐뭇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송강호가 국정원 직원으로 나온다는 이유로 이 영화를 '쉬리'와 비교하곤 하지만 굳이 해야 한다면 이 영화와 비교해야 할 영화는 '공동경비구역 JSA'입니다. 생각해보면 'JSA'가 개봉한지 벌써 10년이 흘렀군요.

'의형제'는 그 10년 동안 남북관계에 대한 생각이 한번 더 유연해 질 기회가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JSA'와 '의형제'는 모두 1953년 휴전 이후 거의 60년째 남북간의 준 전시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서 양쪽의 사람들, 서로 다른 체제 속에서 훈련된 남자들이 어떻게 서로를 이해해가는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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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면 'JSA'의 이야기는 개인에게서 시작해 점점 줌 아웃되어 그들을 둘러싼 온 세상에서 끝납니다. 하지만 '의형제'는 다르죠. 역시 개인에게서 시작해 전체 틀을 보여주는 듯 하다가 다시 개인으로 환원되어 끝납니다. 다시 말해 'JSA'의 결말은 '그들을 둘러싼 전체 환경'을 고려하면 불가피한 것이었던 반면, '의형제'는 거기에 대한 반발로 볼 수 있습니다. '까짓 세상이야 아무렴 어때'라는 식이라고나 할까요.

이건 어찌 보면 10년 사이 생긴 여유라는 생각이 듭니다. 남북관계를 바라볼 때 뭔가 애틋하고 안타까운 사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사라진 영화라고나 할까요. (물론 '간첩 리철진' 이후 실제 상황에 대한 별 이해 없이 남북관계를 그저 코미디 소재로 사용한 수많은 영화들은 제외하고 하는 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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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영화의 초점은 서로 전혀 믿지 못하고, 상대방을 자신의 처지를 낫게 하는 데 이용하겠다는 생각뿐이었던 두 남자가 서로 이해해가는 과정입니다. 'JSA'에서는 네 인물이 모두 '자의와는 관계 없이 군대에 끌려와 있는' 상황이란 면에서 매우 제한되어 있으면서도 이해의 폭이 넓어지는 상황이었다면 '의형제'에서 두 사람이 놓인 환경에는 너무도 변수가 많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애당초 두 사람에겐 체제 따위는 별 의미가 없습니다. 한규에게 간첩 잡이는 일반 직장인들이 내는 '실적'과 마찬가지고, 지원에게 중요한 것은 자신이 북으로 돌아가든, 아내가 내려오든 가족과 다시 합치는 것 뿐이기 때문입니다. 'JSA'에서 수혁이 고민끝에 내린 결론이 '함께 (남으로) 내려가자'고 설득하는 것이고, 거기에 오중사(송강호)가 '야, 내 꿈은 공화국이 이 쪼꼬파이보다 더 맛있는 과자를 만드는 거이야'라고 대답하는 상황은 생길 여지가 없습니다.

이미 '의형제'의 세계 안에서 등장인물들은 '내가 잘 먹고 잘 사는게 중요하지 체제는 무슨 개뿔'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JSA'에서 어쩌면 다소 부담스럽게 여겨졌던 '먹물'이 쭉 빠진 셈이고, 관객들에게도 그걸 그냥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는 느낌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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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이 영화에서 송강호의 연기에 대해 다시 말할 필요는 없을 듯 합니다. 볼때마다 훌륭한 건 당연하지만 그건 매번 김연아의 연기에 대해 찬탄하는 거나 별 차이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눈에 띄는 건 강동원의 발전입니다.

바로 직전의 '전우치'도 재미있는 영화였고, 강동원의 연기도 뭐 나쁘달 순 없었지만 어쨌든 그건 누가 봐도 '전우치 분장을 한 강동원'이었지 전우치는 아니었습니다. 그밖에도 '우행시'의 강동원, '형사'의 강동원, '늑대의 유혹'의 강동원이 있었을 뿐입니다. 이전까지 가장 연기력이라는 면에서 가능성을 보인 작품은 차라리 '그녀를 믿지 마세요'였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번엔 강동원이 송지원으로 겹쳐지는 느낌을 갖게 됐습니다. 그 인간의 내부에서 요동치는 혼란(어쩌면 '대체 이 인물을 어떻게 연기해야 하나'하는 혼란일 수도...^^)이 송지원의 표정을 통해 생동감있게 전달됐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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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훈 감독에게 가장 큰 수확은 아마도 지난번 '영화는 영화다'보다 다섯배나 되는 제작비를 컨트롤할 수 있는 감독임을 확인시켰다는 것일 듯 합니다. 소형 영화일 때에는 펄펄 날다가도 막상 돈뭉치를 보면 뒷걸음질 치는 감독들도 많기 때문입니다. 영화의 규모가 커지다 보니 핵심적인 두 인물에게 집중하는 맛은 좀 떨어졌지만 어쨌든 시나리오 단계에서의 완결성이나 규모 큰 대중 신에서의 통제력은 매우 훌륭합니다.

과연 장훈 감독의 다음 영화도 '두 남자'의 이야기일지, '여자가 관련된 이야기'에서는 언제쯤 재능을 보여줄 지, 그리고 세번째 극장용 영화에도 배우 고창석이 등장할지가 매우 궁금합니다. 아무튼 기대를 갖고 기다릴 수 있는 감독이 늘어났다는 점이 매우 기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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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만 해도 TV 버라이어티 신에서는 '애인 만들기' 놀이가 한창이었습니다. '동거동락'에서 '천생연분', 'X맨'에 이르기까지 이 놀이는 그칠 줄을 몰랐죠. 이런 판타지에 종지부를 찍은 것이 바로 MBC TV의 '우리 결혼했어요'였습니다. 자연히 애인만들기 놀이는 파장이 났습니다. 한 쪽에서는 부부가 되어 소꼽놀이를 하고 있는데 다른 쪽에서는 꽃을 바치며 프로포즈 놀이를 해 갖고는 승부가 날 턱이 없었죠. (SBS의 '패밀리가 떴다'에서의 커플링 실패와 '골미다'의 부진에는 이런 요소들도 꽤 작용한 듯 합니다)

그렇게 호기있게 출발한 '우리 결혼했어요'는 숱한 화제의 커플들을 남기며 선전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김이 쭉 빠진 느낌을 줬던 것도 사실입니다. 알렉스-신애 커플의 재결합, 신애의 (진짜) 결혼, 정형돈의 결혼 등 '우결'의 핵심인 판타지를 깨는 사건들의 발생이 큰 몫을 하기도 했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이 포맷에 시청자들이 싫증을 느낀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조권-가인 커플을 통해 꺼져 가던 불꽃을 되살리던 '우결'이 새로운 커플의 등장으로 왠지 다시 불끈 일어날듯한 기미를 보였습니다. 바로 정용화-서현 커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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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솔직히 말해 제가 정용화에 대해서 큰 관심이 있었을 리가 없습니다. 아무래도 상대가 요즘 소녀시대 멤버 가운데 가장 관심이 가는 서현이라는 점에서 눈길이 간 거죠.

얼마 전에 신문의 기획 코너에 '연예인의 기자 체험'같은 게 있었습니다. 소녀시대 멤버 중 한명을 추천해 달라고 SM에 요청했더니 '그런 거라면 서현이 가야 한다'는 겁니다. 이유를 물으니 '항상 책을 읽고, 글을 쓰거나 읽는데 관심이 많다'는 겁니다. 소녀시대 멤버들 중 가장 '학구적인 소녀'로 꼽힌다는 설명이었습니다.

그냥 그런가보다 했는데 실제로 만나 본 서현은 정말 '군대식 예절'에 철저한 진짜 소녀였습니다. 뭘 물어봐도 커다란 눈망울 가득 초롱초롱한 호기심이 가득 차 있는 모습이 너무나 귀엽더군요. 소녀시대의 구성원에 대해 굳이 말을 보탤 필요가 없겠지만 막내 만큼은 정말 최강 막내라고 꼽을 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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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날, 우연히 소녀시대의 이상형 월드컵을 보게 됐습니다. 거기서 '서현의 이상형'이 화제가 됐더군요. 다른 멤버들은 "서현은 남자를 모른다. 관심도 없다. 늘 고구마만 먹는다. 아마 남자와 고구마 중에서 고르라면 고구마를 고를 것"이라고 했습니다. 가만히 있을 MC 신동엽이 아니죠. "정말 남자와 고구마 중에 고르라면 뭘 고르겠느냐"고 묻자 서현은 천연덕스럽게 '고구마'라고 답해 좌중을 폭소하게 만들었습니다.

어지간한 다른 연예인이 이런 식의 발언을 한다면 '저건 누가 봐도 가식'이라는 생각을 할 법 하지만 서현이라면 곧이 듣지 않을수 없었습니다. 과연 누가 저 눈빛을 보고 의심할 수 있단 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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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남자보다 고구마가 더 좋다는 소녀, 'Oh!'에서 '오빠 나좀봐'라는 가사가 낯뜨거워서 한번에 녹음을 하지 못하고 '오'와 '빠'를 따로 따로 녹음했다는('강심장'에서의 토크) 소녀가 대체 어떻게 닭살돋는 가상 결혼생활을 헤쳐나갈지가 궁금했습니다. (만 19세면 소녀가 아닐 수도 있겠지만 여기서의 소녀는 그냥 '소녀시대 멤버'라는 뜻으로 이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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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이런 특이한 서현이다 보니 분위기는 어색+썰렁으로 시작됐습니다. 정용화도 나름대로 분위기를 풀어 보려 했지만 본 조비를 존경한다는 정용화에게(록 뮤지션으로서는 대단히 좋은 대답입니다만) '저는 반기문 사무총장님을 존경해요'라는 대답을 한 서현 앞에서는 그저 얼어붙을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하긴 대체 어떤 아이들 그룹의 멤버가 '존경하는 인물'로 유엔 사무총장을 꼽을 것이며, '책은 늘 곁에 둬야 한다' '부모님께 상의할 수 없는 부분은 책 속에서 길을 찾는다' '나중에 제가 권해드리는 책을 꼭 읽어보시라'는 내용의 대화를 할 수 있단 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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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고 30분이면 '오빠라고 불러. 나는 말 놓을게' '네, 오빠'로 진행되는 게 정상이었던 '우결'에서 두살 위인 정용화가 첫날 방송 끝날 때까지 존댓말로 일관하는 상황은 참 낯설지만 코믹했습니다.

어쨌든 큰 눈을 반짝이면서 '그런데 사랑하는 거랑 좋아하는 건 어떻게 다른거에요'라고 묻는 엉뚱소녀의 가상 결혼생활 체험, 왠지 이제까지 '우결'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상황이 펼쳐질 것 같아 상당히 궁금해졌습니다.

그나자나 정용화는 서현 팬들(혹은 정진운)의 질투 어린 시선을 어떻게 피해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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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습니까. 김연아라는 이름 앞에 무슨 수식어가 더 필요할지 모르겠습니다.

이정수건, 이상화건, 이승훈이건, 이번 대회 들어 어느 금메달이 극적이지 않았을까마는 이 메달에 비할 것이 과연 있을까 합니다. 물론 다 똑같은 금메달이지만, 이 메달은 이번 동계올림픽을 하나의 커다란 생크림 케이크라고 할 때 그 꼭대기에서 붉게 빛나고 있는 체리 하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 오래 전이 아니더라도 그 케이크는 우리 몫이 아니고, 잔치도 우리 잔치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 한복판의 체리가 우리 차지입니다. 그게 우리의 몫이 될 거라고 대체 누가 설마 기대를 해볼 수 있었겠습니까.

프리 연기를 마치고 난 김연아는 그 자리에서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한국적인 정서에 익숙지 않은 외국인들은 놀랐을지도 모릅니다. 그 울음이 스스로에 대한 대견함, '내가 해냈어'라는 눈물이라는 걸 다 알지는 못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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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었다 웃었다 하던 김연아가 자리에 앉고, 점수가 나왔습니다. 그 전까지 최고 점수는 라우라 레피스토의 126.39점. 이미 쇼트프로그램에서 78.5를 받아 놨으니 뭐 130점대 정도면 충분히 금메달 확보일 거라고 생각하고 있던 차입니다. 하지만 화면에표시되는 점수는 150.06. 소리가 나지 않는 화면에서도 김연아의 입모양은 '오 마이 갓!'이라고 외치고 있었습니다.

듣도 보도 못한 점수입니다. 쇼트와 프리 모두 세계 신기록. 합계 228.56이라는 건 온 세계가 이미 대세는 김연아라는 걸 인정하고 있음을 보여준 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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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바로 다음 순서인 아사다는 김연아의 150.06에 대한 박수가 채 끊기기도 전에 빙판 위로 나왔습니다. 이 관객의 환호가 내게 대한 환호가 아니라는 생각이 그동안의 긴장을 끊어 냅니다. 오히려 절반쯤 맥이 풀리고 체념한 상태가 되어 버립니다. 금메달을 따는데 필요한 프리 점수는 155점. 이미 아사다의 머릿속에는 '불가능', '무리'라는 빨간 네온사인이 켜져 있습니다. 이미 최고조에 달해 있던 컨디션에서 '흥'이 무서운 속도로 빠져나갑니다.

연기를 마친 아사다의 얼굴에 울음기가 스치고 지나갑니다. 이 무대에 서기 위해 그토록 힘겹게 훈련한 기억이 스치고 지나갑니다. 다시 4년 뒤에도 이 무대에 설 수 있을까. 자칫하면 2.5점차이인 조애니 로셰트에게 은메달도 내줄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두번이나 멈칫 한 것에 비하면 점수는 후한 편입니다. 131.72. 합계 2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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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를 마친 다음 김연아와 아사다의 얼굴에는 모두 눈물 기운이 스치고 지나갔지만 의미는 정 반대였습니다. '내 생각대로 제대로 해냈어!'라는 김연아의 표정과 '이렇게 끝인가?'라는 듯한 아사다의 표정에서는 승자와 패자가 극명하게 드러났습니다.

생각해보면 이틀 전, 쇼트 프로그램에서 승부가 갈린 셈입니다. 당시 아사다는 김연아 바로 앞 순서에서 73.38이라는 좋은 점수를 받습니다. 김연아로서도 충분히 위협을 느낄만한 점수였죠. 76점대를 맞아 봤지만 매번 그런 점수를 낸다는 건 기대하기 힘든 일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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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부담을 안고 들어간 김연아는 완벽한 연기로 오히려 78.50이라는 미증유의 점수를 따냅니다. 앞선 사람이 잘 할 때 '더 잘해서 완전히 기를 죽인' 것입니다. 쇼트가 끝난 뒤 아사다는 "김연아와는 늘 쇼트에서 10점 정도 차이가 났으므로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기세를 올렸지만, 설마 73점대를 찍었는데도 상대가 78점대를 낼 거라곤 상상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리고 상황이 바뀌었을 때 김연아는 아예 따라올 엄두를 낼 수 없는 성적을 낸 뒤 여유있게 뒤를 돌아봤습니다. 그런 상대를 따라 뛰는 건 정말 괴로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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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상대에 김연아-아사다-로셰트가 나란히 서고 태극기가 울려퍼집니다. 사무실의 누군가가 "마오가 인제 애국가 다 외겠네"라고 농담을 던집니다. 한바탕 웃고 나니 살짝 미안해지기도 합니다. 최근 대회에서 네번 연속 2등 자리에 오른 아사다. 어린 나이에 세계적인 기량을 갖고도 동갑내기인 넘을 수 없는 벽을 만난 것도 그리 행복한 운명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문득 4년 뒤가 궁금해집니다. 지금까지 동계올림픽에서 여자 피겨 2연패를 한 사람은 두 사람뿐입니다. 1932/36년의 소냐 헤니, 그리고 지금도 기억에 생생한 1984/88의 카타리나 비트입니다.

과연 김연아가 2010/2014에 이름을 올릴 수 있을까요. 물론 은퇴설도 이미 나와 있는 상황이지만 한번 기대해 봐도 나쁘지 않을 듯 합니다. 가장 중요한 건 본인의 의지일테고, 부담이 만만찮겠지만 이렇게 온 국민이 행복해질 수 있는 순간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면 한번 부탁해봐도 괜찮은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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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그리고 이날 자기의 우상을 바라보면서 함께 경기를 하고 미래의 '그 자리'를 꿈꿨을 곽민정. 그도 누구보다 행복했을 것 같습니다.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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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TV '지붕뚫고 하이킥'이 이틀간에 걸쳐 정음의 학력 위조 문제를 조명했습니다. 결국 스스로 자신의 학력 앞에 떳떳하지 못했던 정음이 준혁(윤시윤)의 가족에게 자신이 서울대생이 아님을 고백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서받지 못하는 사태가 빚어졌죠.

사실 '지붕킥'이 방송되기 시작할 무렵부터 정음이라는 존재는 '지붕킥'이 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안 그래도 '88만원 세대'에 대한 비관과 절망이 세상을 뒤덮고 있는 시기. 과연 이 시기에 '어디 가서 학교 이름도 댈 수 없고, 졸업해 봐야 취직도 안 되는' 대학생이 무시할 수 없는 숫자라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정음의 졸업식 관련 에피소드에서 다뤄진 서운대/서울대의 문제는 지난 20여년간 한국 위정자들이 아무 생각 없이 엉망으로 만든 한국의 대학에 대한 통렬한 비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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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운대'라는 학교 이름은 그저 '나와도 서운한 대학'이라는 의미와 '서울대'와 발음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정해진 것으로 보입니다. 비슷한 이름의 학교도 있지만 물론 그 학교를 겨냥한 것은 아닐 것입니다.

일각에서는 이번 '지붕킥'에서 '정음의 고백'에 초점을 맞추곤 합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과연 대학이란 무엇인지, 우리나라에서 대학이라는 과정이 진짜 학교로서 기능하고 있는지를 생각해보게 한다는 겁니다.

지난 2006년 이후 한국의 대학진학률은 80-85%에 달합니다(전문대 포함). 비슷한 시기 일본의 대학 진학률은 45%대. 한번도 50%를 넘은 적이 없습니다. 대학 진학률이 80%라는 것은, 대학을 안 가는 사람이 사실상 거의 없다는 얘기가 됩니다.

여기서 한국 위정자의 안이한 선택이 드러납니다. '대학 가기 힘들다고? 괜찮아. 대학을 늘려 줄게. 자. 이제 아무나 다 대학 갈 수 있어. 행복하지?' 그럴 리가 없습니다. 대학을 나왔으면 누구나 대졸자에 걸맞는 직장과 대우를 원합니다. 하지만 '아무나 다 가는 대학'과 대학생이 늘어난다고 해서, 그 사회가 자동으로 대졸자에 맞는 일자리를 늘려 줄 수 있는 건 아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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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가 되고 있는 일자리 부족, 물론 경제난이 가장 큰 몫을 차지하겠지만 무리하게 늘려 놓은 대학생과 대졸자 수야말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리고 학생과 학부형들도 너무나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대학진학률 80%라는 건 성적순으로 얘기하면, 하위 20%를 제외한 학생은 누구나 대학에 갈 수 있다는 얘기일 겁니다. 심지어 몇몇 대학들은 출산률 저하로 인해 줄어든 고3 수험생 수에 맞추기 위해 이미 정원 구조조정을 하고 있고, 입학하는 학생이 모자라 학교끼리 통합을 꾀하기도 합니다. '대학 광고'가 유난히 눈에 많이 띄는 것도 같은 이유일 겁니다. 한마디로 '대학생 명함'을 따는 건 그야말로 누워서 떡먹기가 돼 버렸습니다.

그런데도 고3 수험생들은 죽을 힘을 다해 열심히 공부합니다. 대학만 나와서 다 똑같다면 왜 그렇게 기를 쓰고 공부할까요? 대학만 가면 다가 아니라는 걸 이미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에 모르는 사람이 없는 이 간단한 진리를 정책 담당자들은 대체 왜 몰랐을까요. (물론 요즘 드라마 '공부의 신'에 대해 쏟아지는 이상한 비판들을 생각하면 정책 담당자들 외에도 모르는 사람들이 꽤 있는 듯 합니다만...)

저는 '서운대의 비극'과 '황정음의 비극'은 공부 안 하고 놀다가 좋은 대학을 못 간 황정음의 책임이기도 하지만 '서운대라는 학교가 존재할 수 있게 한' 교육정책 담당자들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대학생이, 누구나 대졸 학력자가 될 수 있다'는 헛된 꿈 속에 사라진 수조원의 등록금은 대체 누가 책임져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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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실제 사회에서는 '서운대 출신'인 정음이라도 기대 이상의 실적(예를 들어 준혁의 성적 향상)을 낸 경우에는 제대로 된 대접을 받습니다. 실적을 냈는데도 학교 이름 때문에 차별받는 경우는 현실에선 거의 없다고 봐도 좋을 겁니다. 다만 '실적을 낼 수 있는 기회'를 얻는 데에선 차이가 있을 수 있겠죠.

(이건 좀 쉽게 얘기하기 어려운 문제긴 합니다. 다만 일반적인 울대생들이 서울대에 가기 위해 들인 노력과 시간, 재학중에 하는 노력의 합계를 생각해 볼 때 '내가 서울대를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당한 불이익'을 말하는 사람들 가운데 과연 그들 이상의 노력을 투입한 사람이 얼마나 될지는 좀 의문입니다.)

끝까지 정음을 용서하지 못하는 현경의 태도는 정음의 실적을 인정하지 않는다기보다는 자기만 빼고 대부분 그 사실을 알면서도 은폐의 공범이 됐다는 데 대한 서운함, 그리고 '성적이 올랐는데도 갈 수 있는 대학이 서운대'인 준혁에 대한 분노가 합쳐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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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기절할 뻔 했습니다.

물론 '상상할 수 없던' 일의 연속입니다. 숏트랙 아닌 동계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 남/녀 500m를 한국이 모두 석권할 거라고 예상한 사람, 심지어 그런 날이 언젠가 올 거라고 생각한 사람도 별로 없을 겁니다. 하긴 뭐 더 거슬러 올라가면 오래 전에는 한국이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다는 것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1만미터는 더 말도 안 되는 얘깁니다. 스피드 스케이팅이 실내 경기장에서 치러진 이후, 체격이 작은 아시아 선수들에게도 기회가 온 건 맞습니다. 힘보다 회전 테크닉이 중시되기 시작한 것도 맞습니다. 하지만 그게 5000, 1만 미터로 가면 '역시 테크닉보단 힘'의 세계가 되어 버리는 겁니다. 이 거리가 되고 보면 2m에 육박하는 신장과 깍짓동같은 허벅지의 북유럽 선수들 앞에서 한없이 작아질 수밖에 없는 거죠.

그래서 5000미터에서 이승훈이 은메달을 땄을 때만 해도 이건 정말 기적이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금메달이라니. 그것도 스벤 크라머라는 위대한 선수 앞에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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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라고 스벤 크라머에 대해서 잘 알았을 리가 없습니다. 지난번에 빅토리아 시크릿 모델이며 왕년의 스피드 스케이팅 유망주였던 네덜란드 출신 모델 다우첸 크루스(다우첸 크로스라고도 합니다)가 가장 응원하는 선수가 바로 스벤 크라머라고 한 인터뷰를 보고, 흠, 대단한 놈인가보군, 하고 생각했습니다. 이 시점에서 크라머는 이미 이승훈을 제치고 5000미터 금메달을 딴 상태였죠.



그리고 나서 크라머의 기록을 한번 찾아 봤습니다. 뜨악 소리가 절로 나왔습니다. 한마디로 퍼펙트 레코드, 그 자체였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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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토리노 올림픽 은메달리스트였던 크라머는 2007년부터 세계 최고의 중장거리 선수로 자리를 굳힙니다. 2007년 솔트레이크시티, 2008년 나가노, 2009년 밴쿠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3년 연속으로 5000미터와 1만미터를 제패하고 역시 3년 연속 개인 종합 1위에 올랐습니다. 또 2007년에서 2010년까지 유로파 컵에서도 4년 연속 개인 종합 1위였습니다.
 
당연히 세계 신기록도 모두 그의 차지입니다. 5000미터에서는 6분03초32, 1만미터에서는 12분41초69의 기록을 갖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실격했지만 이승훈보다 4초 이상 빠른 12분54초대를 기록했는데 이것 역시 그의 베스트 레코드에 비하면 그리 대단한 성적이 아니었던 것이죠. 이승훈이 이번에 세운 올림픽 기록보다도 17초나 빠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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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2007년 이후 참가한 모든 대회에서 1위였던 셈입니다. 그야말로 무적의 챔피언이었던 거죠. 이런 선수와 함께 뛰면서 금메달을 땄다는 건 실력과 운이 혼연일체가 된 성적이라고 봐야할 듯 합니다. 은메달과 동메달 선수들이 시상대에서 이승훈을 번쩍 들어올린 것도 '아니 대체 너는 어디 있다가 튀어나와서 이렇게 잘 타는 거냐'는 놀라움과 대견함의 표현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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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다음 기회에도 한국 선수가 이 수준의 성적을 낼 수 있을까요. 물론 이제는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뒤라 좀 더 쉬워질 수도 있겠지만, 좋아도 너무 상상할 수 없게 어이없이 좋은 성적이라 별별 생각을 다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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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어디선가 지금도 이렇게 금메달과 은메달을 동시에 목에 걸고 '제2의 이승훈'을 꿈꾸는 강철 허벅지의 어린이들이 자라나고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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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얼굴도 보면 볼수록 잘생겼더군요. 송충이 눈썹이 일품입니다.

아무튼.

이승훈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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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실이' 배삼룡씨가 고인이 되셨습니다. 마이클 잭슨의 사망과 비교하기는 좀 그렇지만, 어쨌든 이 분이 고인이 되셨다는 소식 역시 한 시대를 마감하는 사건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의 40대 이상 되시는 분들이라야 '배삼룡'이라는 이름에 금세 반응할 수 있겠지만 1980년 언저리까지 이 분의 명성은 절대적이었습니다. 물론 지금의 '개그 콘서트'가 KTX라면 당시의 '웃으면 복이 와요'는 통일호나 무궁화호 수준의 속도였겠지만 파급력 면에서는 그 반대 방향으로 비교가 안 될 정도였을 겁니다.

그 시절 생각만 하면 다들 기억나시는 이름들이 있을 겁니다. '영원한 막둥이' 구봉서, 최강 콤비 남철-남성남, '땅딸이' 이기동, '비실이' 배삼룡, 그리고 당대의 미녀 코미디언 권귀옥, 미남 이대성 등이 MBC를 지켰고 '살살이' 서영춘, '합죽이' 임희춘, 또 코믹 댄스의 이상한 - 이상해 콤비, 그리고 미남-미녀였던 배일집 - 배연정 콤비가 TBC의 '고전 유모어 극장(뒷날의 유모어 극장)'을 지키던 시절입니다.

아마 제가 이 시절을 기억하는 마지막 세대가 아닐까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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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 최고의 코미디언은 누구일까요. 아무래도 어린 시절의 기억으로 가장 '웃겼던' 사람은 배삼룡과 이기동이었습니다. 두 사람이 콤비 플레이를 보여준 기억은 별로 없지만, 한마디로 당대 코미디의 양대 산맥이라고 할 만 했습니다. 특히나 이기동의 '쿵자라락작 삐약삐약, 닭다리잡고 삐약삐약'은 그 시절의 어린이들에게 최고의 유행어였습니다.

잘 알려진대로 배삼룡 선생은 코믹 바보 연기의 거성이었습니다. 슬랩스틱을 가미한 이 분의 바보 연기는 당대에는 감히 비교할 사람이 없었고, 후대로 내려오면서 맹구 이창훈과 영구 심형래가 그 맥을 이었다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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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이기동씨는 "배삼룡씨는 연기가 아니라 진짜 대사를 못 외웠다. 하지만 그 틀리는 방향이 너무 기상천외였다. 너무 웃겨서 앞에서 연기 하는 사람이 연기를 못 할 정도로 웃겼다"고 한 인터뷰에서 말한 기억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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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대의 미녀 코미디언 권귀옥과 '땅딸이' 이기동. 두 분의 신체적 특징 때문에 참 많이 콤비로 등장했더랬습니다.))

이 분이 한창 인기를 얻던 시절, 갑자기 '삼룡 사와'라는 제품이 나타났습니다. 배삼룡씨가 직접 광고 모델로 나오는 CF가 방송됐죠. '사와'는 요구르트에 과즙을 배합했다는 음료였습니다. 아마도 일본에 원류가 있는 제품으로, '사와'라는 이름은 사우어(SOUR)의 일본식 발음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삼룡식품(?)이라는 이름으로 주 제품은 '삼룡 사와'와 '삼룡 요구르트'였습니다.

그리고 비슷한 시기에 '땅딸이 요구르트'라는 제품도 등장했습니다. 이건 당연히 이기동씨의 제품이었죠. 물론 어느 쪽이 먼저였는지는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두 제품 모두 곧 시장에서 볼 수 없게 됐습니다. 두 분 모두 사업에는 별 재능이 없었던 모양입니다. 나중에 들은 얘기로 이기동씨는 사업 실패 때문에 법정 시비에까지 말려들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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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이 '삼룡 사와'나 '땅딸이 요구르트' 같은, 들으면 절로 웃음이 나오는 상표명이야말로 당시 희극인들의 비극을 대변해주는 요소라고 하겠습니다. 높은 인기에도 불구하고 코미디언을 무시하는 사회 분위기는 지금과 비교할 바가 아니었죠. 수입 면에서도 다른 분야의 연예인들에 비해 매우 불리한 조건이었습니다. 이런 분위기는 지금까지 이어지면서 '개그맨은 떠도 가난하다'는 연예계 속설을 낳았습니다. 아무튼 그래서, 배삼룡이나 이기동 처럼 당대 코미디의 에이스들도 '노후를 위해' 익숙하지 않은 사업에 투신했다가 몸서리를 겪은 것입니다.

잠시 사업으로 브라운관에서 떠나 있던 두 분은 얼마 뒤 다시 방송에 복귀했습니다. 저만 해도 꽤 어릴 때라 기억은 선명하지 않습니다만, '역시 배삼룡', '역시 이기동'이라는 평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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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분들이 전성기를 누리던 시절, 한 구석에서는 '개그맨'이라는 이름의 '젊은 피'들이 자리잡기 시작했습니다. 고영수, 전유성을 필두로 임성훈, 최미나, 송영길 등이 등장한 것이죠. 그리고 나서 10년 사이, 이주일이라는 코미디계의 마지막 슈퍼스타를 뒤로 한 채 '개그맨'이란 이름이 '코미디언'이라는 이름을 대체하게 돼 버렸습니다. 그러면서 '코미디'라는 말이 아예 '만담'이란 말처럼 저 역사속으로 잊혀져가게 되었죠. 이 과정에서 그 앞 세대와 뒷 세대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벽이 생겨났습니다.

그래도 세상에 좋아지다 보니 아직 배삼룡씨의 모습을 볼 수 있는 동영상이 있군요. 1998년 KBS 2TV 추석 특집 '그시절 그 쇼'라는 이름입니다. '촌놈의 콧구녕은 바람구멍으로 뚫어놓은 줄 아냐'는 대사는 왕년의 서민적인 분위기 그대로입니다.

한때 당대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희극인이 병상에서 외롭게 투병중이란 소식도 꽤 오래 전부터 있었고, 병원비를 둘러싸고 그리 아름답지 않은 이야기도 오갔다는 게 참 안타까울 뿐입니다. 부디 좋은 곳으로 가셔서, 그곳에서도 늘 웃음 속에서 행복하시길 빌겠습니다.

기억에만 의존해서 쓰다 보니 틀린 대목도 꽤 있을 듯 합니다. 많은 지적 환영합니다. 아울러 재미있게 보셨으면 왼쪽 아래 손가락도 눌러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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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핏줄은 어쩔수 없더군요. MBC TV '지붕뚫고 하이킥'을 오랜만에 볼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여유와 자신만만을 모토로 하고 있던 지훈도 순재의 핏줄이라는 것을 알게 된 에피소드였습니다.

지훈(최다니엘)은 정음(황정음)의 소꼽친구라는 박지성(아나운서 오상진)을 우연히 만나지만, 이것 역시 자신의 질투를 유발하기 위한 정음의 뻔한 장난이라고 생각하고, 석모도로 MT를 간다는 말에도 하하 웃으며 허락합니다.

하지만 지훈의 예상과는 달리 이번엔 정음의 작전이 아니었고 박지성이 정말로 정음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을 안 지훈은 그냥 불덩어리가 돼 버립니다. 줄리엔과 함께 있는 자옥을 본 순재나, 세호에게 수학을 배우던 세경을 본 준혁처럼 말이죠. 결국 이 집안 남자들은 모두 질투의 화신이었던 겁니다.

이걸 보면서 낄낄거리고 웃다가 문득 오랜만에 '작업1의 정석' 폴더에 글을 추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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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순재네 남자들은 정상적인 남자들의 눈으로 볼 때 - 물론 시트콤이라 그렇기도 하지만 - 전형적인 남자의 질투 패턴에서는 꽤 벗어난 반응을 보입니다. 엄밀히 말해 질투를 느끼는 현상 자체에서는 남녀간의 차이가 크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제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우선 여자들은 질투를 표현하는 데 있어 대단히 직접적이고 직설적인 반면, 남자들은 자신이 느낀 질투를 겉으로 드러내는 데 대단히 소극적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남자들은 질투를 표현하는 것 자체가 '대단히 남자답지 못하고 쪼잔한 짓'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남자들이 질투를 표현하는 가장 흔한 방식은 무관심의 가장입니다. 상당히 역설적이지만, 실제로 그렇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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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나 연인이 함께 외출해 백화점에 갑니다. 서로 어느 정도 떨어져서 물건을 고르고 있는데, 여자 쪽에서 한 남자와 친하게 아는 척을 합니다. 남자는 그 장면을 보지만, 절대 다수의 남자는 그쪽으로 가까이 가지 않습니다(절대 다수의 여자들이 비슷한 상황에서 '자, 그 여자가 누군지 나한테 어디 설명해 봐'라는 듯 자기 남자 옆으로 다가가는 것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여자와 새로 나타난 남자가 한참을 대화해도 남자는 못본 척 합니다. '자기 여자가 다른 남자와 이야기하는 광경을 엿보는 놈' 조차도 되기 싫은 겁니다. 눈이 마주치면 가서 인사를 나눠야 할지도 모르는데, 인사를 하는 것 자체가 매우 불쾌합니다. (역시 많은 여자들이, 자기 남자와 인사를 나누는 여자가 누구인지 당장 알아내고 말겠다든가, 혹은 새로 나타난 여자 앞에서 이 남자는 내 것이라는 사실을 확실하게 공표하고 싶어하는 것과는 정 반대겠죠.)

여자는 외간남자와 대화를 나누다 자기 남자가 어디 있나 시선을 돌려 보지만 자기 남자는 딴데를 보고 있거나 갑자기 옷 고르는 데 열중하고 있습니다(그렇다고 절대 옷 갈아입는 방 같은 곳에 들어가 있지는 않습니다^^). 그러다 외간남자는 자기 갈 길을 갑니다.

다시 둘이 된 남녀. 남자는 그놈이 뭐하는 놈인지 물어 보고 싶어 죽을 지경이지만 죽어도 먼저 말을 꺼내지 않습니다(반면 극도의 자제력으로 곁에 가지 않은 여자라도, 외간여자가 사라지자마자 빛의 속도로 다가와서 '누구야?'라고 물어보는게 보통이겠죠). 먼저 '아까 너랑 얘기하던 그놈 누구야?'라고 물어보는건 정말 쪼짠한, 사내도 아닌 놈이나 하는 짓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건 자존심이 허락지 않죠. 이러다 여자가 아무 언급도 않고 집에 가 버리면 남자는 정말 미치고 환장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세상에 그런 얘기를 않고 집에 가는 여자는 없습니다. 뭐 정말로 몰래 바람 피는 상대를 우연히 만난 거라면 찔려서 얘기를 안 꺼낼 지도 모르지만, 세상 거의 대부분의 여자들은 이럴 때 자기 남자에게 얘기를 하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말을 꺼내죠.

여: 그 왜 아까 내가 매장에서 아는 척 한 남자 있잖아?

이럴 때 남자들의 가장 흔한 반응은 뭘까요?

1) 아, 아까 그 잘생긴 남자?
2) 아, 아까 그 다리 짧은 놈?
3) 아, 그 사람 백화점 점원 아니었어?
4) 응? 누구?

네. 아마도 4번이 가장 흔한 답일 겁니다(자존심이 강한 사람일수록, 그리고 문제의 남자가 왠지 신경이 쓰이는 제법 그럴싸하게 생긴 사람일수록 4번을 고르는 경향이 짙을 거라는 사실도 분명합니다).

대부분의 남자들은 무의식적으로 '뭐? 난 네가 누구랑 얘기를 하건 말건 아무 신경도 쓰지 않고, 사실 아까 너랑 어떤 놈이랑 친하게 대화를 나누는 걸 보긴 했지만 그런 발가락의 때 같은 놈에 대해선 아무런 관심도 보이지 않았어. 그래서 그런 놈과 네가 대화를 나눴다는 사실조차도 나는 기억하고 있지 않아. 그런 놈 따위가 나의 주의를 끌 수는 없고, 그따위 놈과 네가 대화를 한다고 해서 나는 절대 질투 따위를 느끼지 않아'라는 의미로 4번을 선택하기 마련입니다.

네. 바로 이것이 남자의 질투 표현 방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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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런 반응을 하게 남녀를 만들어 놓은 건 조물주의 장난기라고밖에 볼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세상에 사는 여자의 절대 다수는 자기 남자가 자신에 대해 은근히 질투를 내비칠 때(특히 평소에 안 그런 남자일수록) 즐거워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남자의 90%는 자신의 여자가 자신에 대해 질투의 기색을 보일 때 '이 여자가 언제 의부증 환자로 변해서 나의 목을 졸라오지 않을까'하는 공포감을 느낍니다. 가장 자연스럽게 나오는 반응이 서로를 실망시키게 프로그래밍됐다는 건 아무래도 그 프로그래머의 저의를 의심하게 합니다.

그러니 현명한 남자라면, 적절한 상황에서 적절하게 흔적을 남겨서 '사실 나도 조금은 질투를 느낀다'는 것을 여자친구(혹은 아내)에게 풍겨 줄 필요가 있습니다. 아주 미세한 흘림이라도 여자들은 그런 흔적을 놓치지 않고 즐거워하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이 글을 읽은 여자분들은 앞으로 남자들이 '응? 누구?'라고 말할 때, '아하, 이놈이 질투가 나서 죽을 것 같은데 꼴에 자존심은 있어서 이러는구나'라고 이해하고 그냥 흐뭇해 하시면 됩니다.^^

마찬가지로 여자들도 남자들에게 들이대듯 '누구야? 후배야? 친구야? 어떻게 알아?'하고 올가미를 펴는 것은 그리 현명하지 못한 일입니다. 그냥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내가 보고 있다'는 걸 인식시켜 주는 정도, 혹은 '그 여자 예쁘던데' 정도만 해 줘도 남자들은 '너 내가 다 보고 있어. 한눈 팔면 뼈와 살을 분리시켜 줄 줄 알아'라는 뜻으로 충분히 알아듣고 경기를 일으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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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만약에 '지붕킥'의 순재네 집안 남자들처럼 대놓고 눈에서 이글이글 불이 타오르는 남자가 있다면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어머, 이렇게 질투하는 걸 보니 이 남자는 정말로 날 뜨겁게 사랑하나봐. 그래. 바로 이런 남자야'라고 해석하면 큰일납니다. 그런 남자는 절대 만나면 안 됩니다. 그 정도로 감정이 통제되지 않고, 자존심에도 큰 문제가 있는 남자는 언젠가 큰 사고를 칠 거라고 생각하면 거의 틀리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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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 광고는 동계올림픽 시즌을 맞아 절정에 달했습니다. SBS의 밴쿠버 동계올림픽 중계를 보다 보면 일단 김연아가 나오는 광고가 4개 정도 방송되고 나서야 다른 광고들이 서서히 등장하곤 합니다. 이때문에 김연아 독점의 느낌은 더욱 강해지는 듯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동계올림픽 기간 중 김연아가 나오는 광고의 비중은 훨씬 줄어들었습니다. 이건 IOC의 방침 때문입니다. 표면적으로는 아직 올림픽이 '아마추어 선수들이 나오는 대회'로 되어 있기 때문에, '대회기간중 IOC 스폰서 아닌 기업을 대상으로 한 기업의 홍보에 나설 수 없다'고 금지하고 있습니다. 하긴 좀 더 생각해보면 오히려 독한 장삿속임을 알 수 있습니다.

어쨌든 김연아가 나오는 광고들을 잇달아 보고 있으면 이런 생각이 듭니다. '저렇게 많은 광고에 나오는데 정말 사람들이 저 광고를 모두 기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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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는 지난해 소녀시대(12개 - 이건 멤버 전원인지, 소녀시대 멤버가 1명이라도 출연한 광고인지 모르겠습니다. 아무래도 후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광고(9개)에 출연한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소녀시대는 9명이다 보니 김연아 하나로 집중되는 느낌에는 비할 바가 못 됩니다.

하지만 일단 드는 것은 정말 사람들이 김연아가 광고하는 회사를 모두 기억할까 하는 것입니다. 수많은 우유, 수많은 화장품, 수많은 섬유유연제 가운데서 '아, 이거, 김연아가 광고하는 걸 사야지'라는 생각이 들까 하는 의문이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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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올림픽 기간 중에 방송되는 광고 가운데서 KB 광고 외에는 김연아가 나오고 있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습니다. 아무래도 KB는 이승기와 함께 출연하고, '이승기가 김연아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 따로 촬영했다(말이 아름답긴 하지만 이승기와 찍으면 시간이 두배로 걸리기도 한단 말입니까. 좀 더 솔직하게 말하면 '이승기도 바쁘고 김연아도 바빠서 함께 촬영할 시간을 뽑지 못했다'는 것이겠지만 이런 식의 포장이 나쁘지는 않습니다^^)'는 일화가 널리 보도되면서 눈길을 끈 덕분에 주목을 받은 듯 합니다.

그 밖에 김연아와 오셔가 함께 출연한 007형 전화기 광고는 이전의 '씽씽 불어라~~'에 비해 전혀 임팩트가 없습니다. 현대차 광고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Journey의 'Faithfully'가 나와서 보다 보니 김연아가 나오더군요.^ 나이키 광고는 참 왜 하는지 궁금할 정도로 김연아가 나온다는 것 외에는 아무런 창의성을 보여주지 못하는 최악의 광고라고 생각합니다. 평소 나이키 광고가 갖고 있던 강렬한 표현과 이미지에 비해 이건 뭥미...라는 느낌이더군요.

평소보다 훨씬 적은 수의 광고가 방송되는 올림픽 기간인데도 이 정도인데, 과연 7-8개가 동시에 방송되는 시기에도 '김연아 광고'들이 모두 위력을 발휘할까요? 개인적으로는 비관적입니다. 저는 위에서 말한 '씽씽 불어라'의 하우젠과 '연아빵'의 뚜레주르, 그리고 종이 김연아가 등장한 섬유유연제 샤프란 외에는 김연아가 무슨 광고에 나왔는지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여러분은 얼마나 기억하실지 궁금합니다.

어쨌든 김연아가 광고 모델로 효과를 거두는 건 '오직 단 하나뿐인 연아'라는 희소성 때문입니다. 그럼 그가 광고하는 상품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그 효과가 묽어지는 건 너무도 당연한 일이겠죠. 하지만 지난해 이후 김연아가 나오는 광고들을 보다 보면 '닥치고 김연아'라는 분위기가 너무도 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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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김연아의 이런 '광고계 싹쓸이'는 유난히 빅 모델(big model)에 목을 매는 한국 광고주들의 특징을 너무나도 선명하게 보여주는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크리에이티비티고 뭐고 일단 '지금 제일 잘 나가는 모델이 누구야? 김연아? 그럼 김연아 데려와. 돈? 지금 내 앞에서 돈 얘기 하나? 우리 있는건 돈밖에 없어'라는 식이죠.

물론 일부 보도에 따르면 '김연아 광고 효과'는 눈부십니다. 김연아를 모델로 쓴 뒤부터 해당 제품의 매출이 30%, 50%, 70%씩 치솟고 있다는 기사가 지면을 장식합니다. 하지만 아마도 이런 기사들을 글자 그대로 믿는 건 좀 힘들 듯 합니다. 김연아를 모델로 캐스팅한 것도 그 기업의 홍보 파트일 것이고, 이런 기사를 위한 자료를 제공하는 곳도 같은 부서입니다.

그리고 '김연아를 썼더니 우리 제품이 폭발적으로 잘 팔리더라'는 기사를 내보내는 것은 (1) 기존의 광고 효과를 좀 더 불붙게 하자는 확인 효과 (2) 기업 최고위층에게 '우리가 김연아 바람을 타고 이렇게 일을 열심히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전시 효과의 두 가지 목적을 충족시키기 위한 경우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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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전이나 지금이나, 한 모델이 7-8개에서 많으면 10개까지 온갖 품목의 광고를 싹쓸이하는 풍토는 변한게 없습니다. 그리고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아마도 많이 기억해야 3,4개 정도일 겁니다. 나머지 회사들은 그냥 그 스타를 위한 후원금을 냈다... 정도로 위안을 삼아야겠죠. (물론 사람마다 관심 품목이 다르기 때문에, 1인당 3,4개면 충분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김연아가 최고의 스타고, 김연아가 갑부가 되는 것(이번 동계올림픽 참가 선수들 중 수입 1위로 꼽혔더군요. 추정수입은 800만달러인데 아마 이보단 좀 더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에 대해 불만을 가질 사람은 없을 겁니다. 다만 지금처럼 '어쨌든 빅 모델이 최고'라는 식의 광고 분위기는 매우 수준 이하라고 생각할 뿐입니다.

솔직히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생각대로 T' 광고는 장동건 때문에 히트한 것일까요, '되고송' 때문에 히트한 것일까요? 저는 다음에 나오는 것 같은 광고를 더 많이 보고 싶습니다.



P.S. 익숙지 않은 분들을 위한 간단 해설: 미국인 청년이 파리로 가서 여자친구를 만나고, 아예 파리에 살고, 결혼식을 올리는 해피엔딩을 모두 구글이 함께 했다는 스토리를 보여주는 광고입니다.

처음에 '해외 유학(연수)'을 찾아보던 주인공은 파리로 가고, '루브르 근처의 커피숍'을 검색한 뒤 아마도 누군가(예쁜 아가씨겠죠)로부터 들은 불어 표현을 검색합니다. 그 말이 '당신 참 귀엽군'이란 뜻임을 알게 된 이 청년은 잇달아 '프랑스 여자에게 어필하는 법' '초콜렛 가게' '프랑스와 트뤼포(프랑스의 유명 영화감독)' 등을 검색하면서 연애 진도를 나갑니다.
 
얼마 뒤  귀국한 이 청년, 그 뒤로는 '원거리 연애에 대한 조언'을 찾고, '(외국인을 위한)파리의 일자리'를 검색합니다. 그리고는 파리로 날아가는 항공편을 보고, 파리의 (결혼하기 좋은) 교회를 검색하죠. 이런 식으로 '연애와 생활 속 깊숙히 들어와 있는 구글'을 담담하면서도 강렬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올해 슈퍼볼 광고 가운데서 단연 돋보이는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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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성 있게 글을 쓴다는 것은 타이밍의 문제와 항상 엇갈립니다. 지난 금요일, 굳은살이 덕지덕지 붙은 이상화의 발이 공개된 적이 있습니다. 일제히 온갖 언론이 '이상화의 발'과 '박지성의 발'을 비교하고 나섰죠. 스피드 스케이트 선수들이 맨발로 스케이트를 신는다는 것에도 놀란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참 아깝다 싶었습니다. 왜냐하면 그 전날 '양발굿'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쓴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양발굿이란 '양(洋)인들이 발로 하는 굿'이라는 뜻인데요, 이것이 바로 20세기 초 한국에 들어온 선교사들이 스케이트 타는 것을 보고 당시의 한국 사람들이 붙인 명칭입니다. 하도 양발굿이 유명해서 명성황후가 궁중으로 이들을 초청해 '양발굿'을 한번 보자고 한 적이 있었다는군요. 이것이 한국에 스케이트가 소개된 공식 기록입니다.

이상화의 발 사진이 하루만 먼저 소개됐더라면, 절묘하게 이 '양발굿'과 타이밍이 맞았을텐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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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이상화 얘기 없이 쓴 '양발굿'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세계 스케이팅의 역사에 대한 간략한 소개가 들어 있습니다. 인류가 스케이트를 탄 것은 알려진대로라면 약 5천년, 그리 긴 역사는 아니더군요.

제목: 양발굿

인류 최초로 스케이트가 만들어진 곳은 스칸디나비아 혹은 북러시아 일대로 추정된다. 2008년 영국 옥스퍼드대 페데리코 포멘티 교수 팀은 약 5000년 전 고대 핀란드 지역에서 발견된 최고(最古)의 스케이트를 복원해 실효성을 증명했다. 이들은 당시 제작법 그대로 말 뼈를 갈아 만든 날을 가죽끈으로 연구진의 신발에 묶고 얼음 위를 달렸다.

하지만 이 원시 스케이트는 중심을 잡기 위해 양손 지팡이가 필요했으므로 최고 시속 8㎞를 넘지 못했다. 16일 밴쿠버 겨울올림픽 남자 스피드 스케이팅 500m에서 금메달을 딴 모태범의 최고 시속 57㎞엔 비할 바가 아니다. 금속 스케이트 날이 처음 도입된 것은 3세기 초이지만, 빙속 경쟁이 시작된 것은 한참 뒤의 일이다. 1592년에는 스코틀랜드에서 최초의 철제 날이, 1850년 미국에서는 강철 날이 도입됐고 빙상 대회가 겨울 볼거리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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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오래전부터 설마(雪馬)라는 썰매를 이용한 기록이 보이나 주로 화물 운반용이었던 듯하고, 1894년 경복궁 향원정에서 고종 내외가 바라보는 가운데 빙족희(氷足戱)란 이름으로 서양식 스케이트의 시범이 처음으로 펼쳐졌다. 대한빙상경기연맹에 따르면 민간인 중 처음으로 스케이트를 신어 본 사람은 현동순이라는 이다. 그는 1904년 선교사 질레트에게 15전을 주고 스케이트를 구입해 개천에서 타는 법을 독학했다고 전해진다.

늦은 출발에도 불구하고 일단 빙상에 서자 한국인의 활빙(滑氷) 속도는 눈부셨다. 해방 전까지 이성덕·최용진 등 6명이 8차례나 전일본 선수권대회를 제패했고, 1936년 독일 가르미슈에서 열린 제4회 겨울올림픽을 통해 처음 국제 무대에 나선 김정연은 1만m에서 18분2초로 '일본 신기록'을 세우는 기염을 토했다. 그 뒤 불과 수십 년 만에 쇼트트랙 스케이팅 최강국이 된 한국은 2010년 밴쿠버에서 전통의 스피드 스케이팅 간판 종목인 남녀 500m를 잇따라 석권하며 북유럽 빙상 종주국들의 코를 납작하게 했다. 누구도 기대하지 못한 쾌거라 기쁘면서도 놀라움이 앞선다.

구한말 사람들이 스케이팅을 '양발굿'이라고 부른 걸 보면 그들에게도 이 빙상 묘기가 대단히 신명 나는 일로 여겨졌던 듯하다. 한국 젊은이들이 이 기세를 몰아 밴쿠버를 더 큰 얼음판 놀이마당으로 만들길 기대해 본다. (끝)


그러니까 인류 최초의 스케이트는 대략 이런 모양이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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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한용 가죽신에다 저런 뼈 스케이트를 묶고서 스키 타듯 양손에 지팡이를 짚고 얼음을 지치던 그 옛날 사람들의 모습은 상상하기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이런 식으로 발전하기 시작한 스케이팅이 오늘날에는 시속 50km를 넘는 고속 스포츠로 발전하게 된 것이죠.

어쨌든 이상화의 발 모습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땀의 가치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면 그걸로 참 값진 일입니다. 하긴 성공하기 위해서 그 정도의 굳은살을 마다할 사람이 있을 리 없습니다. 누구에게든 굳은 살이 노력의 대가로 생기기 마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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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는 김연아의 발이 공개돼 놀라움을 자아내기도 했죠. 하긴 저렇게 아름다운 백조의 모습을 보면서 누가 아픈 발을 생각할 수 있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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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면 은근히 우리는 발 사진 중독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뭐랄까요, 이런 발 사진은 감동의 중독성이 있다고나 할까요. 왼쪽부터 발레리나 강수진의 발, 박지성의 발, 그리고 '상록수' 뮤직비디오를 통해 잘 알려진 박세리의 발입니다. 양말을 벗는 순간 햇빛에 그을은 종아리와는 달리 양말 속에서 하얗게 되어 있던 발이 노력의 상징으로 주목받았던 순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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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발을 쓰는 사람에게는 발이 중요하지만, 손을 쓰는 사람에겐 반대로 손바닥의 굳은살이 노력이 상징입니다. 웬만한 야구선수들은 굳은 살을 몇번씩 깎아내곤 합니다. (웃자는 얘기지만 개인적으로 저도 왕년에는 왼손 손목 바로 위에 굳은 살이 배겼더랬습니다. 키보드 짚는 버릇이 안 좋아서...^^)

윗글에는 다 들어가 있지 않지만, 저는 '양발굿'이라는 말의 뜻이 신명나는 놀이라는 느낌도 있었겠지만, 양발에 칼을 달고 타는 스케이트라는 것이 어쩐지 무당의 작두타기를 연상시키는 구석이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칼날을 밟고 서는 것과는 반대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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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이라는 것은 흥겨운 놀이판이면서도 극도의 집중과 숙련을 요하는 작업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한 나라가 빙상 500m 금메달을 싹쓸이한 사상 초유의 결과는 그야말로 '신들렸다'는 말 외에는 설명하기가 힘들 지경입니다. 그래서 더욱 '굿'이라는 표현이 마음에 와 닿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그런 '신들린 발' 들의 사진을 보고 있으면 절로 흐뭇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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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우리도 다음엔 맨발로 한번 찍어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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