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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 비글로 감독의 '허트 로커(Hurt Locker)'에 대해 안 건 그리 오래 전이 아닙니다. 제임스 카메론이 이 영화에 대해 "이 영화는 이라크전의 '플래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게 이 영화에 대한 첫 정보였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는 현대전(2차대전 종전 이후의 전쟁)을 다룬 영화 가운데 '플래툰'에 이어 두번째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허트 로커'는 이라크에 파병된 미군 가운데 폭발물 제거를 전담하는 병사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정상적인 전장에서 세계 최강 미군을 상대로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상대는 거의 없고 보면 게릴라들에게는 폭발물을 이용한 부비트랩이 대단히 중요한 수단일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폭발물 제거반의 역할 또한 강조될수밖에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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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의 줄거리부터:

바그다드에 주둔하고 있는 미 육군 브라보중대의 폭발물 제거반에 하사관 윌리엄 제임스(제레미 레너)가 팀장으로 부임해 옵니다. 전체 팀원이라야 3명. 나머지 두 사람인 하사관 샌본(앤서니 맥키)과 엘드리지(브라이언 게러티)는 전임 팀장의 사고사로 예민해져 있는 상태입니다.

두 사람의 소망은 39일 남은 바그다드 주둔을 마치고 안전지대로 얼른 복귀하는 것. 하지만 제임스는 임무 수행에 목숨을 거는 타입입니다. 항상 위험을 무릅쓰는 제임스 때문에 몇 차례 죽을 고비를 맞자 나머지 두 팀원은 분노를 감추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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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맨 앞부분은 폭발물 제거가 얼마나 어렵고 위험한 일인지 보여주는데서 시작합니다. 최근 폭발물 제거에 로봇을 이용한다는 사실도 널리 알려졌지만, 모든 임무에 로봇을 투입할 수는 없습니다. 현장에 투입되는 폭발물 제거반은 각종 보호장구로 무장하고 임무 수행에 나서지만, 폭발물의 위력 앞에 무거운 방호복은 무용지물일 때도 많습니다.

이런 임무를 계속 수행해온 제임스는 일종의 전쟁 중독자입니다. 아내와 아이도 있지만, 가족은 더 이상 그에게 도피처가 되지 못합니다. 오히려 그는 전쟁과 위험한 임무 속에 있을 때에야 마음의 평정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이런 증세를 꼭 집어 뭐라고 하는 지 모르지만 대개 아드레날린 정키라고 불리는 '위험에 중독된 사람'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전쟁의 참화 속에서 이런 증세를 보이는 병사에 대한 영화는 그리 낯설지는 않습니다. 월남전을 그린 고전 중 하나인 '디어 헌터' 이후 꽤 자주 영화화된 소재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라크라는 황량한 배경 앞에서 이 주제는 사뭇 강렬한 힘을 발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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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에서 세 병사는 마치 다른 아군은 아무도 없는 황무지나 정글 속, 수없이 많은 적들의 시선 속을 헤매는 것처럼 그려집니다. 군의관에게 상담을 받고 있는 엘드리지 외에는 이들 셋과 다른 아군 병사들과의 교류가 거의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죠. 이런 연출은 이들 셋이 겪어야 하는 거대한 전투 속에서의 고립감을 내내 강조하는 역할을 합니다.

여기에 비글로 감독 특유의 다큐멘터리적인 건조한 시선은 오히려 세 병사에게 관객이 더욱 감정이입을 하게 되는 계기를 만들어 냅니다. 더구나 유명 배우들을 피해 간 캐스팅(가장 이름값이 높은 배우라고 할 수 있는 레이프 파인즈는 정말 단역입니다^^)은, 흔히 할리우드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주인공은 죽지 않는다'는 안도감을 저 멀리 날려 버리기 때문에 관객은 세 병사가 느끼는 긴장감의 단초를 전달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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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이라크전에 들어가 본 적이 당연히 없기 때문에 비글로 감독의 영상이 얼마나 실제 상황을 리얼하게 그리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뉴스 영상이나 다큐멘터리 영상을 좀 더 좋은 화질로 보는 듯한 느낌은 이 영화의 분위기를 살리는 데 큰 몫을 합니다. 그리고 2시간 남짓 한 이 영화를 찍기 위해 200시간분의 촬영이 이뤄졌다는 건 영화에 들어간 공을 충분히 느낄 수 있게 합니다.

영화를 보고 나면 이 영화가 왜 '아바타'를 제치고 작품상을 받을 수 있었는지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어찌 보면 '아바타'와 이 영화의 소재는 같습니다. 두 영화는 모두 '머나먼 이역의 전쟁터에 파견된 병사가 느끼는 당혹감'을 동원하고 있죠. 하지만 '아바타'에서 제이크 설리가 느끼는 감정의 깊이는 - 물론 영화의 성격에 따른 것이지만 - '허트 로커'에서 세 병사가 느끼는 절박감에는 감히 비교할 수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부분이 보수적인 아카데미 회원들에겐 훨씬 값진 것으로 보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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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비글로 감독에 대한 개인적인 평가는 그리 높지 않았습니다. '스트레인지 데이즈'는 흥미로웠지만 아무래도 스타일에 대한 집착에 줄거리가 희생됐다는 느낌이 들었고 '폭풍 속으로'는 흠잡을 데 없는 명품 오락 영화지만 '사실상 (당시의 남편이던) 제임스 카메론의 영화'라는 소문이 판단에 개입했던 듯 합니다. '블루 스틸'은 좀 지루했죠.

하지만 '허트 로커'는 비글로를 다시 보게 하는 계기를 만든 영화로 삼기에 충분합니다. 과연 다음부터의 영화 세계는 어떤 것이 될지도 궁금하죠. 자신이 직접 프로듀싱한 이번 영화는 1100만달러라는, 할리우드 치고는 상당히 싼 제작비로 만들어졌지만 다음 작품은 1억달러 규모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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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트 로커'는 분명 상업 대작이 될 수 있는 영화는 아닙니다. 미국내 흥행 기록이 1300만달러(물론 위에서 거론한 싼 제작비 덕분에 꽤 남는 영화가 됐습니다)에 그쳤을 정도로 일반 대중의 시선은 냉담했습니다. 하지만 보는 동안 만큼은 절대 화면에서 눈을 뗄 수 없는 작품인 것도 분명합니다. (물론 여주인공 없는 영화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은 절대 보시면 안 되는 영화기도 하죠.^^)

하지만 고전 영화에서 볼 수 있었던 진지한 대결의 장면이 그리운 분들에겐 매우 좋은 오락 영화이기도 합니다. 저 위 사진에 있는 저격 신은 은근히 괴테의 '괴츠 폰 베를리힝겐'에서 월터 스코트의 '아이반호'를 이어 내려오는 한 장면의 연속선상에 있다는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뭐 이건 그냥 개인적인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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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가장 신문 사회면에 많이 등장했던 연예인' 중 하나인 DJ DOC 김창렬이 사고를 쳤습니다. 정말 건국 이래, 아니 단군 이래 유례를 찾아볼 수 없었던 사건입니다. 물론 유쾌한 사고였다는 점은 분명히 해 둬야 할 것 같습니다.

가끔은 연예인들이 팬이나 일반인들과 술자리를 같이 하게 되기도 합니다. 당연히 술값은 연예인이 내는 게 보통이겠죠. 이런 일이 전혀 없었던 건 아닐 겁니다. 그런데 연예인이 트위터(twitter)라는 문명의 이기를 통해 한밤중에 '술 번개'를 치고, 거기에 수십명이 우루루 모여들어서 심야 술 파티를 벌였다면 이건 해외 토픽에 날 일일 겁니다.

상당히 늦은 시간이었지만, 역사의 현장을 기록해야 한다는 사명감(?)에 안 가볼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역시 가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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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사건은 4월2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SK전을 참관하다 나온 김창렬이 오후 10시를 좀 넘은 시각 자신의 트위터(@doc0102)에 한 줄의 메시지를 올려 놓으면서 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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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한 줄의 메시지는 누가 봐도 그냥 넘어갈 수 있었을 겁니다. 그런데 그 뒤로 장소는 압구정동의 한 실내 포장마차라는 공지까지 올라옵니다. 지켜보던 사람들이 슬슬 용기를 내어 질문하기 시작합니다. 번개라면 아무나 가도 되는 거냐, 정말 가도 되냐, 등등입니다. 질문에 대한 김창렬의 당연하다는 대답입니다. (뒤쪽이 질문, 앞쪽이 답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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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번개'를 시작했을 때 김창렬 일행은 모두 4명. 김창렬과 '천하무적 야구단'의 코치로 유명해진 전 두산 투수 이경필씨와 친구들이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11시를 넘기면서 서서히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죠. 가게에 들어서 스마트폰을 뒤적이며 트위터 메시지를 확인하는 사람들이 모두 한 자리로 안내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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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들어선 시간이 11시30분 정도. 이때 이미 40명 가량이 술을 마시고 있었습니다. 김창렬이 이미 알고 있던 지인들은 오히려 말석에 위치하고 있었고, 정말 트위터만 보고 달려온 사람들이 자리를 메우고 있었습니다. 서로 잘 모르는 사이일텐데도 아무 거리낌없이 어울리는 분위기였습니다.

물론 김창렬의 트위터 번개가 처음은 아닙니다. 얼마 전에도 김창렬은 남희석과 함께 홍대 앞의 한 막걸리집에서 번개를 날렸고, 이때에도 약 20명 정도가 모였습니다. 아마 20일에도 김창렬은 이 정도의 인원을 예상한 모양이었지만, 이번엔 열두시가 넘은 시각에도 계속 인원이 늘어나더군요. 주최측은 예상보다 많은 인원에 살짝 당황한 듯도 했지만 재미있어 하는 표정이 역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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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컷에 다 담을 수 없을 정도로 사람이 많았습니다. 이건 안쪽 분들.]


이경필 코치는 한쪽에서 주전자에 소주와 홍초를 부어 이날의 주종인 홍초소주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얼굴이 알려진 사람으로는 쿨의 김성수가 유일했고, 이어 개그맨 김현철, 에픽하이의 미쓰라 등이 도착했습니다.

김창렬에게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사고(?)를 쳤느냐고 물었더니 그냥 씩 웃으며 "재미있잖아요"라고 대답하더군요. 참 즐거운 악동입니다. 한밤중에 사람들이 놀 수 있는 큰 판을 벌여 놓고 유유자적 즐기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저도 블로그를 토대로 오프라인 모임을 해 봐서 짐작합니다만, 김창렬은 참 모범적인 주인장이었습니다.]

이날 김창렬은 거의 자리에 앉지 않고, 이 자리 저 자리를 돌면서 쉴새없이 술잔을 날렸습니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처리할 일이 다 마무리되지 않아 일찍 자리를 뜰 수밖에 없었던 게 참 유감스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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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 보니 술자리는 새벽 세시 정도까지 이어진 모양이더군요. 다들 출근/등교/귀가 잘 하셨길 바랍니다. 혹시 끝까지 계셨던 분들이 보시면, 최종 인원은 어느 정도까지 갔는지도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가 자리를 뜰 때, 소주 매상이 55병 정도 나갔다며 업주 측이 무척 흐뭇해^^ 하더군요.

가는 길에 아쉬워서 "더 궐기해서 김창렬을 술 사다 파산한 연예인 1호로 만듭시다"라고 선동을 하기도 했지만, 참 이런 이벤트가 벌어진다는 건 아직 세상에 겪어 보지 못한 재미있는 일들이 많다는 걸 보여주는 듯 합니다.





P.S. 뭐 이런 사건은 자주 발생할수록 좋겠지만, 다음번에는 번개 한번 때리면 수백명이 모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때는 자기가 먹을 술은 자기가 들고 오게 하는 것도 한 방법일 듯 합니다. 또 DOC가 곧 신곡이 나온다는데 신곡 발표 쇼케이스도 이렇게 심야 번개로 하는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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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TV OCN이 수입한 '스파르타쿠스(Spartacus:Blood and Sand)'가 2회 방송만에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케이블TV로서는 대단히 놀라운 시청률인 4%를 넘고 있기 때문이죠.

물론 이런 반응은 이미 예상된 것이기도 했습니다. 미국의 케이블TV 방송사 스타즈(Starz)에서 방송될 때부터 폭발적인 논란이 일었기 때문이죠. 물론 이 스타즈는 유선 케이블 방송사입니다. 대개는 히트한 신작 영화를 TV에서 처음으로 트는 채널이죠. 하지만 2005년 이후에는 HBO가 일으킨 '오리지널 시리즈 붐(케이블TV들이 외부의 드라마 시리즈나 영화를 받아서 방송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처음으로 제작해 방송하는 프로그램을 늘려 나가는 것. HBO의 '섹스 앤 더 시티' 등이 촉발시킴)'에 따라 직접 제작에 손을 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스파르타쿠스'는 스타즈의 명성을 세계적으로(?) 드높이는 계기가 되죠. 그런데 문제는 이 프로그램이 갖고 있는 사상 초유의 선정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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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개 스파르타쿠스라는 이름을 들으면 많은 사람들이 영화사에 남을 걸작인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 '스파르타쿠스'를 떠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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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크 더글러스가 스파르타쿠스 역을 맡은(그 밖에도 이 영화의 캐스팅은 정말 초절정이죠^^) 이 영화의 몇몇 이미지는 지금도 생생합니다. 아무튼 이 영화와 2010년작 드라마는 모두 로마의 삼두 정치 시대, 최대의 노예 반란을 일으킨 검투사 스파르타쿠스의 일대기를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습니다.

어쨌든 드라마는 갓 2회 방송됐지만, 트라키아 출신의 스파르타쿠스가 어떻게 해서 검투사가 되는지에 대한 배경을 세세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뭐 보나 마나 스파르타쿠스는 가장 친한 친구를 자기 손으로 죽이게 되고(영화에서도 이 사건이 반란의 모티브를 제공합니다^), 자신만 생각하는 인물에서 많은 사람들의 운명을 감당해야 하는 인물로 성장할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당연히 근육질 사나이들의 생사를 건 격투와 우정, 반목이 그려질 것이고 또 사나이들을 둘러싼 여자들의 이야기도 만만찮게 펼쳐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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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샷들은 초급 수준. 당연히 여기서 다 보여드릴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이야기'가 너무나 충격적인 영상으로 그려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첫회에서부터 정사신과 헤어누드가 수시로 등장하고, 2회까지 상반신을 노출하고 등장하는 여배우만도 10명을 넘는 것 같습니다(대사 없는 엑스트라 포함).

물론 섹스만이 제한 대상은 아닐 겁니다. 폭력면에서는 더욱 충격적입니다. 이 드라마에서의 피는 전형적인 피 색깔인 선홍색보다는 보라색에 가까운 색을 띠고 있어 잔혹함을 좀 완화시키는 경향이 있기도 합니다만, 사람의 목을 날리고 내장을 가르는 장면이 콜라 병따는 장면처럼 태연히 등장합니다.

영상이 주는 리얼리티는 딱 영화 '글래디에이터'와 '300'의 중간 쯤 됩니다. 어떤 장면은 기존의 드라마나 영화와 차이 없는 리얼리티를 추구하지만 격투 장면이나 특히 피가 넘쳐 화면을 가리는 살해 장면의 처리는 '실사형 애니메이션'을 추구한다고 볼 수 있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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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미국에서는 추가 비용을 지불한 시청자들에게 보여주던 프로그램을 국내 시청자들에게는 공짜로 눈요기(?)를 시켜준다는 면에서 OCN의 처사가 참 고맙기도 합니다만, 갈수록 높아질 '스파르타쿠스'의 섹스와 폭력 수위를 과연 어떻게 조절할지가 가장 궁금합니다.

이미 화제가 됐던 시리즈 '로마'에서도 상당한 수준의 섹스와 폭력 문제를 슬쩍 슬쩍 피해 방송한 전력이 있긴 하지만, '스파르타쿠스'에 비하면 '로마'의 선정성은 텔레토비 수준이라고나 할까요. '로마'의 기준으로 화면을 들어내면 '스파르타쿠스'는 아예 방송시간이 80% 정도로 줄어들거나, 아예 스토리가 진행이 안 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리고 이미 자막에서도 출연자들의 '막말'을 걸러내느라 애쓴 흔적이 꽤나 보이더군요.^^)

물론 이런 논란이 시청자들의 관심을 더욱 부추길 것 역시 명약관화. 이러다 보면 '스파르타쿠스'의 시청률은 공전의 기록을 세우게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런 강도 높은 콘텐트를 기본 채널에서 큰 여과 없이 내보내는 건 여러가지 면에서 문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사실 이 수준의 콘텐트가 그냥 기본 채널로 방송되면, 국내에서는 별도 비용을 지불한 소수 관객을 겨냥하는 프리미엄 채널 사업은 아예 기대할 수도 없다는 점도 마음에 걸립니다. 그게 왜 당신 마음에 걸리냐면 뭐 할 말은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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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오늘은 이 정도. 영화와 드라마 '스파르타쿠스'의 비교나 드라마 '스파르타쿠스'에 대한 리뷰 등등은 드라마를 좀 더 본 뒤에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나자나 미국에선 최근 시즌1의 마지막회인 13회가 방송됐고, 스타즈 측은 정규 방송 전부터 이미 "시즌 2는 기본"이라고 주장했다지만, 최근 주인공 앤디 윗필드가 림프종 진단을 받는 바람에 시즌 2는 언제쯤 나올지 아직 미상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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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배우가 바로 앤디 윗필드.]

대신 시청자들의 갈증 해소^^를 위해 스타즈는 6부 정도로 프리퀄을 제작한다고 하는데, 어차피 윗필드가 없으니 아마도 여기선 크릭서스와 바티아투스가 주인공 역할을 하게 되겠군요. 바티아투스 역을 맡은 존 해너의 연기가 기대됩니다.

P.S. 그나자나 참 미국 나라의 배우 풀은 정말 넓고도 깊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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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 사이드'는 참 있을 법 하지 않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영화입니다. 풍족하고 고민거리 없는 부유한 백인 주부가 아무 신분 보장도 되지 않는 거구의 흑인 소년을 집으로 끌어들여 가족의 일원으로 받아들이고, 보호자가 되어 미래를 열어준다는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잘 알려진대로 이 이야기는 실화입니다. 산드라 블록이 연기하는 리앤 투오히는 실제로 존재하는 인물이고, 가족 구성원도 같습니다. 그리고 마이클 오어(Oher)는 NFL의 볼티모어 레이븐스에 2009년 입단한 실제 미식 축구 수비수입니다. 앞으로 얼마나 더 큰 선수로 성장할지는 모르겠지만, 미국이라는 나라의 그 대단한 미식 축구 열기로 볼 때 NFL 선수가 됐다는 것 자체를 성공으로 여긴다는게 큰 오해는 아닐 듯 합니다.

다만 이 영화를 보면서, 다른 영화 한 편이 떠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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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영화를 보러 가면서 스포일러 같은 것을 걱정할 필요는 없을 듯 합니다. 모든 사건은 예측 가능한 범위 안에서 일어납니다. 우선 약간의 줄거리.

돈 많은 남편과 예쁜 딸, 똘똘한 아들을 두고 사는 미국 남부의 부유층 주부 리앤 투오히(산드라 블럭)는 어느날 마이클 오어(퀸튼 아론)라는 거구의 소년이 자신들의 동네에 나타났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리앤은 이 말없는 소년이 위협적인 외모에도 불구하고 보호자가 필요한 미성년자이며, 그에게도 뭔가 성공적일 삶을 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때부터 마이클을 가족의 일원으로 삼기 위한 리앤의 노력이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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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가 실화라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영화를 보면서 투오히 가족에 대해 참 대단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보수적인 미국 남부의 백인 가족이 155kg짜리 덩치의 흑인 고교생을 양자로 받아들인다... 참 상상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영화 속에서도 나오듯 어머니인 리앤이 이런 주장을 하고, 다른 가족들이 순순히 그 결정을 받아들인다는 게 참 놀랍기만 합니다.

아마도 이 영화는 이 내용이 실화가 아니었다면 만들어지지 못했을 작품일 겁니다. 누군가 이런 선의로 가득 찬 시나리오를 순수하게 상상력에 입각해서 만들어 낸 다음 영화로 만들겠다는 시도를 했다면, 제작사 사장은 아마도 "자네 SF 찍자는 건가?"라고 했을 것이고, 영화가 나왔다 해도 흑인 민권 단체들은 "엉클 톰과 스토우 부인을 되살리려는 백인들의 음모"이며 "우리 흑인들은 몽매하고 가진건 육체적 능력 뿐이며, 지혜로운 백인들의 보살핌과 지도를 받아야 한다는 유치하고 악의적인 프로파간다"라고 목소리를 높였을 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어쩌겠습니까. 이런 일이 "실제로 있었"다는데 누가 뭐랄 수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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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현실의 세세한 상황과 얼마나 맞아 떨어질지는 모르겠으나, 영화는 착한 사람들과 착한 의지가 철철 넘쳐 흐릅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나쁜 사람들이라는게 일상이 너무 단조로워서 남의 뒷담화 늘어놓는게 유일한 낙인 백인 부유층 아줌마들 정도이니 뭐... 모든 사람이 자기 일에 충실하고, 원칙을 따르고, 필요한 선의를 다 발휘합니다. 참 아름다운 세상이고, 이상적인 사회가 아닐 수 없습니다. (네. 사실 좀 너무 완벽해서 불만입니다.)


이 영화를 보다가 생각난 다른 영화는 바로 이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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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리 크레이머 감독의 1967년작 '초대받지 않은 손님(Guess Who's Coming to Dinner)'는 어느 날, 딸이 애인이라며 집에 흑인 청년(시드니 포이티어)를 데려온 상황을 맞은 백인 중산층 부부(스펜서 트레이시와 캐서린 헵번)의 당혹을 주제로 하고 있는 영화입니다. 당황한 부모의 표정을 본 딸은 말합니다. "아빠, 엄마, 제가 학생일 때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사람을 차별하는 것이 얼마나 비열하고 한심한 짓인지 늘 설명해 주시지 않았었나요?"

부모 입장에선 이렇게 속터지고 답답할 노릇이 없습니다. '그래, 그랬지. 하지만 누가 같이 살랬니.. 동네 사람들이 너를 대체 어떻게 보겠니..'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오겠지만, 딸의 말이 '옳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기 때문에 뭐라 할 말이 없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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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아무리 평온하고 행복에 가득찬 세상을 그리는 영화라도 몇 차례의 위기는 찾아오기 마련입니다. 저는 그리고 '블라인드 사이드'를 보면서도, 과연 리앤의 저 예쁜 백인 소녀 딸이 마이클과 뭔가 남녀간의 감정을 느낀다면, 과연 저 부부와 저 가족은 그걸 어떻게 받아들일까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습니다.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났다면 투오히 가족의 반응은 어땠을까 하는 상상이 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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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을 겸해 말하자면, '블라인드 사이드'는 뭣 하나 흠잡을 데 없는 따뜻하고 평온한, 아름다운 가족 이야기입니다. 배우들의 연기도 아름답고, 세상살이에 지친 분들이 보시면 위안이 될 만한 영화라고 추천할 수 있습니다. 공연히 '우리 엄마가 이 영화 보고 감동해서 이상한 놈을 오빠(또는 형) 삼으라고 집에 데려오면 어떡하나'하는 걱정까지 하실 필요는 없을 겁니다. 영화는 그냥 영화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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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산드라 블럭의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수상은 그동안 아카데미 상이 추구해 왔던 '상 받을 만한 배역('상 받을만한 연기'가 아닙니다^^)'과는 좀 거리가 있는 역할이란 면에서 약간 놀랍기도 했지만, 뭐 어쨌든 '세상을 보다 아름답게 보이게 하는 영화'라는 면에서 꽤 높은 가산점을 받았다면 그리 이상한 일도 아닙니다. 개인적으로는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해도 측은지심을 불러 일으키는 퀸튼 아론에게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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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영국 출신의 릴리 콜린즈는 전형적인 하이틴 스타의 얼굴입니다. 1989년 생이군요. 몇해 지나면 또 어떻게 변할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아가씨, 필 콜린스의 딸이군요. 네. 바로 '그 필 콜린스'입니다. 'Against All Odds'는 많이 들으셨을테니 이번엔 'In the air tonight'입니다. 어딘가 SS501의 '내머리가 나빠서'를 연상시키기도 하는 노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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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TV 수목드라마 '개인의 취향'은 '게이 남자친구'의 좋은 점에 눈을 떠가고 있는 개인(손예진)과 우연찮게 게이로 오해받은 (일부에 알려진대로 '집을 얻기 위해 게이를 사칭한'이 아닙니다) 완벽남 진호(이민호)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원작을 읽어 보지는 않았지만, 소설 원작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하더군요.

어쨌든 이 드라마는 '게이 남자친구가 하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생각하는 여성들의 판타지를 근거로 하고 있습니다. 이런 생각은 그리 드문 것이 아니죠. 수많은 여자들이, 심지어 게이 남자와 대화 한번 해본 적 없는 여자들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대체 왜 이런 생각이 유행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을 듯 합니다. 당연히 가장 큰 요인은 '미디어에 의해 만들어진 환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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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 앤 더 시티'가 처음이 아닙니다. 그 전부터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 작품들에는 미녀 여주인공 옆에 향단이처럼 남성 게이 친구가 따라다니곤 했습니다. 이들에겐 대부분 공통적인 분위기가 있죠. 패션에 아주(진짜 여자보다 더) 민감하고, 당연히 쇼핑도 좋아하고, 남의 말을 들어 주는 것을 좋아하고, 여주인공의 실수에는 갑자기 '남자'가 되어 관대해지고, 수다스러우면서도 가끔씩 정곡을 꿰뚫는 지혜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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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에 나온 루퍼트 에버릿이 그랬고, 미국의 인기 시트콤 '윌 앤 그레이스'는 아예 게이 남자주인공과 일반인 여주인공 사이의 관계를 뼈대로 6년 이상 시청률 상위권에 위치했습니다.

이 픽션상의 게이들은 자연히 옷도 잘 입고, 몸매도 잘 가꾸고(물론 스태포드같은 예외도 있죠), 진짜 남자들에 비해 편한 점이 너무나 많습니다. 예를 들어 진짜 남자 중에는 '친구로는 꽤 장점이 있지만 애인으로 삼기엔 영 부족한' 사람들이 제법 있기 마련이죠. 하지만 이런 남자들을 가까이 두고 있으면 어느새 한밤중에 심각한 표정으로 '난 너 좋아한다. 그럼 너한테 난 뭐냐. 난 무슨 껌이냐. 니 애인이 아니라면 난 간다'는 식으로 징징대곤 합니다. 자칫하면 '너도 나 좋아하잖아' 하면서 우격다짐으로 남자친구 행세를 하려 들기도 합니다. 이런 골치아픈 일을 겪고 나서야 많은 여자들이 '남녀간에도 우정이 가능하다'는 말을 일기장에서 박박 지워내곤 합니다. 그리고는 오래 사귀어도 남녀 감정이 생기는 기능이 애당초 차단되어 있는 친구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상상 속으로 빠져들곤 하죠.

(사실 각종 픽션에서 여주인공 옆에 거의 '이상적인 친구'로 게이 캐릭터가 등장하는 것은 스토리텔링의 아주 오랜 신화 중 하나인 '매력적인 이방인' 캐릭터의 변형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리스 신화에서 헤라클레스의 스승이 켄타우르스인 케이론으로 설정되어 있는 것이나, '스타 트렉'에서도 인간 이상의 조언자로 미스터 스포크라는 캐릭터가 등장하는 것, 그리고 수시로 미국 영화에 등장하는 '지혜로운 동양인 노인' 캐릭터와 별반 다를 게 없죠. '우리와 다르지만 현명하고 친근한 존재'는 게이 남자친구가 아니더라도 많았다는 얘깁니다. 하지만 여성 시청자들에겐 이들이 매우 특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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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다년간 이런 종류의 영상물에 노출된 결과, 실제로 주변에 남성 게이 친구가 있는 경우는 매우 드문 데도 불구하고 많은 여자들이 "나도 속마음을 털어 놓을 수 있는 게이 친구 하나 있었으면 좋겠어. 깔끔하고, 쇼핑도 같이 하고, 좋은 남자도 구별해 주고... 얼마나 좋아?"라는 환상을 갖게 된 것이죠.

문제는 이런 내용들이 대부분 환상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에 그 상상에 등장하는 게이들은 대부분 '이상적인 게이'들입니다. 작가들의 상상(실제로 그 작가들은 얼마나 게이 친구들을 갖고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에서 비롯된 존재들이니 어찌 보면 현실성이 부족한게 정상이죠. 그렇기 때문에 현실에서 스트레이트 여성이 게이 남자를 친구로 두려다가 벌어지는 웃지 못할 일들도 꽤 있다고들 합니다.

미국 ASKMEN.COM에서 "당신이 게이 남자친구를 갖고 싶어한다면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들"이라는 제목의 아티클을 발견했습니다. 주요 체크 포인트를 봐 두시는 것도 괜찮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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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친구가 될만한 게이를 발견하는 일이 사실 그리 쉽지 않다. 미국 통계로도 게이는 전체 남성의 1/10 미만이다(한국에선 당연히 더 적겠군요).

둘째, 그가 당신의 연애사를 차분히 듣고 상담해주길 바란다면, 당신도 그가 남자 쫓아다닌 이야기를 들어 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세째, 게이도 사람마다 다 다르다. 드라마에 나오는 걸 기초로 '게이들은 원래 그렇잖아'라고 선입견을 갖고 접근하면 곤란하다. 천만가지 남자가 있고, 천만가지 여자가 있듯, 게이도 개인차가 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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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째, 게이라고 해서 전부 '여성적인 것'에 경도되어 있다고 착각하면 곤란하다. 게이들이 전부 예쁜 머리띠를 보면 "너무 이뻐, 너무 이뻐, 어떡해!"라며 발을 동동 구르는 것은 아니다. 게이도 기본적으로는 남자다. (중요 포인트인 듯 합니다. 심지어 트랜스섹슈얼과 게이를 구별 못하는 사람도 있으니...)

다섯째, 게이 바에 가서의 행동 강령 - 이건 별 의미가 없군요.

여섯째, 게이 친구를 상상하는 많은 여자들은 그들이 자신들의 남자 연인들 때문에 여성 친구에게 소흘하게 된다는 것을 상상하지 못한다(역시 드라마의 악영향...). 이건 당신이 애인이 생기면 동성 친구에게 소흘해지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게이 친구는 그냥 친구일 뿐, 당신의 남친이 아니다.

일곱째, 마찬가지로 남자 애인을 구했다고 해서 게이 친구와 연락을 끊는다든가 하는 건 인간성 보이는 짓이다. 게이 친구를 사귄다면, 언젠가 생길 남자친구가 그 게이 친구를 어떻게 생각할지에 대해서도 한번쯤 생각해 볼 일이다. 특히 한국에서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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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결론은, 남자든 여자든 게이든 사람은 원래 제각각이고, '내 맘에 쏙 드는 친구'란 원래 찾기 그리 쉽지 않다는 겁니다. 그리고 뭐든 기대가 너무 크면 실망도 큰 법이죠.

아, 물론 여자라고 해서 모두 다 게이 남자친구를 두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점도 당연히 인정합니다. 제목은 그냥 '요즘 그런 여자들이 많다던데 왜 그럴까' 정도로 이해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P.S. 이미 답은 충분히 예상되지만, '스트레이트 남자와 레즈비언 여자 친구'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는 남자들도 혹시 있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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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이 38%대의 시청률을 기록했다고 합니다. 물론 MBC의 파업과 KBS의 천안함 관련 특집 등이 열심히 밀어 준 덕도 있겠지만, 이날의 '1박2일이 아니라 3박5일(이라고 하더군요)' 특집은 충분히 눈길을 끌만 했습니다.

특히 아바이마을로 건너가는 속초관광호텔 뒷골목의 작은 포구는 맛집이 널려 있는 곳이라 더욱 반가웠습니다. 이승기의 외가 근처라는 그곳에는 제가 지난번 '인간답게 살아보자'는 포스팅에서 소개했던 송도회집과 88생선구이 등 전국적으로 유명한 식당들이 있는 곳이죠. 화면에 나오는 물 좋은 생선들이 석쇠에서 익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웃음과 함께 군침을 흘렸습니다.

아마도 남극 촬영 취소로 인해 출연자들이 벌어 놓은 시간을 헛되게 쓰지 않기 위한 기획으로 보입니다만, 초반부터 쏟아진 각별한 관심과 찬사는 충분히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고도 남음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방송 초반, 귀를 잡아끄는 표현 하나가 있었습니다. 바로 '대한민국 최북단' 이라는 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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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방송의 오프닝, 고성의 송지호 해수욕장 해변에서 강호동은 여러 차례, "여기는 대한민국 최북단 고성의 송지호 해수욕장(송지효 아닙니다^^)"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럼 이 말은 맞는 말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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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막에는 '대한민국 최전방'이라고 쓰였지만 육성은 분명히 '대한민국 최북단'이었습니다. 이게 왜 이상한지 궁금하신 분들도 있을 겁니다. 자, 그럼 대한민국 최북단은 과연 어디일까요?

대한민국 최북단이 어디인지를 알아 보려면, 당연히 대한민국 헌법을 참조해야 합니다. 헌법 3조에 나와 있습니다.

제3조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섬)로 한다.

이 규정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동서남북 4극은 다음과 같습니다.

극동: 경상북도 울릉군 독도 동단 동경 131도 52분 42초
극서: 평안북도 용천군 마안도 서단 동경 124도 11분 00초
극남: 제주도 남제주군 마라도 남단 북위 33도 06분 40초
극북: 함경북도 온성군 남양면 유포진 북단 북위 43도 00분 39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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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이 영토 개념에 의해 규정되는 '대한민국 정중앙점'은 강원도 양구군입니다.

다음 해 2월, 국토정중앙 좌표측정을 의뢰받은 국립지리원과 강원대 김창환 교수팀은 헌법3조의 영토조항(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을 근거로 4극 지점을 찾아내 이를 기준으로 국토정중앙이 양구군 남면 도촌리 산 48번지임을 확인했다. 이렇게 찾아낸 국토정중앙 지점에 표지석을 가매설하고, 그 지점의 정확도를 재검증하기 위해 다시 삼각점 3곳과 표지석을 묻은 정중앙지점에 GPS수신기를 부착, 2시간 이상 인공위성으로부터 데이터를 받아 좌표를 확인함으로써 국토의 정중앙점(오차범위 10㎜)이 역사상 처음 확인됐다.

이어 5월 8일 국토정중앙점에서는 김진선 지사, 김중석 강원도민일보사장, 임경순 양구군수, 윤효연 한국토지공사강원지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가로 10cm, 세로 10cm, 높이 50cm의 표지석이 매설됐다. 이미 200여년 전 김정호선생이 만든 대동여지도에서도 국토정중앙으로 양구군과 인접한 곳을 지적했다는 것을 현대 기술력을 통해 최종적으로 확인한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강원도민일보,
http://www.kado.net/news/articleView.html?idxno=434295)

이 4극과 헌법에 의해 규정된 대한민국 영토를 통해 보면 강원도 고성은 '대한민국 최북단'이 될 수가 없습니다. 오히려 정중앙인 양구와 비슷한 위도이기 때문입니다. '북한을 제외한 대한민국의 북쪽 끝'이라고 쓰면 어울릴까요. 이런 이유로 여러 차례 강호동은 '대한민국 최북단'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자막은 '대한민국 최전방'이라는 것으로 바뀌어 들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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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헌법 3조의 영토 개념이 4조의 평화통일 추구와 모순이라는 주장은 들어 봤습니다. 또 북한을 실체를 가진 국가로 인정하는 마당에 굳이 이런 과거의 영토 조항에 매달릴 이유가 없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헌법이 바뀌기 전까지, 혹은 이 헌법 조항이 무의미하다는 사회 전반적인 합의가 있기 전까지 공영방송에서 이런 내용이 나가도 좋은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요즘 학교에서는 어떻게 가르치는지도 궁금합니다.

과연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그냥 고성을 '대한민국 최북단'으로 인정해야 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그걸 어떻게든 바로잡아야 하는 것일까요. 저는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P.S. 진행자의 실수라고 문제삼자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잘못 생각하고 있다면, 잘못 생각하고 있다고 지적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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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2. 그나자나 김C는 만인이 두려워하는 이승기 팬들을 겁내지 않는 모양입니다. 황제 이승기를 향해 "야, 넌 머리를 파마할 때만 쓰냐"는 폭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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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년 전에 처음 기사를 쓸 때부터 '가장 중요한 것은 효율적이고 압축적인 표현'이라고 배웠습니다. 즉 가장 짧은 시간 사이에 사람들의 궁금증을 가장 잘 풀어줄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번에는 가장 중요한 것은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9번째 약혼'이라는 것이겠죠. 핵심을 한 줄로 표현하자면 "이미 8번이나 결혼한 적이 있는 엘리자베스 테일러(78)가 9번째 약혼을 했다"는 것입니다.

그럼 그 다음 포인트는 뭘까요. '대체 누구와?'일 겁니다. 이름은 제이슨 윈터스(Jason Winters), 나이는 49세입니다. 그리고 흑인이죠. 지난 8번의 결혼 상대(사람 수로는 7명) 중에도 흑인은 처음입니다. 그럼 대체 몇살 차이일까요. 테일러가 올해 78세라고 되어 있군요. 29세 차이입니다.

따라서 저 제목은 과연 사람들이 '29세 연하'라는 것과 '흑인'이라는 것 가운데 어떤 팩트가 더 새롭고 호기심을 자극할까 하는 저울질에서 나온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상식적으로 당연히 '흑인' 쪽이 더 자극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미국 매체들은 그것을 거론하는 것 자체가 인종차별로 치부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아예 이런 표현을 하지 않고 있지만, 아무래도 29세 연하라는 것 보다는 '첫 흑인 남편'이라는 쪽이 훨씬 관심이 갑니다. 8번째 남편이던 래리 포텐스키만 해도 이미 20년 연하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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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새벽 쏟아진 외신 내용을 종합하면 이렇습니다. 테일러는 최근 9번째 결혼을 위한 약혼을 했는데 상대는 49세인 흑인 매니지먼트사 사장 제이슨 윈터스라고 합니다. 윈터스는 스털링 윈터스 매니지먼트 Sterling Winters Management 라는 LA의 연예 매니지먼트 회사의 공동 경영주라는군요.

얼마나 큰 회사인지는 확인이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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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핑턴포스트에 따르면 두 사람은 이미 지난 2007년부터 공공연한 관계였고, 당시 테일러는 한 측근에게 "그 남자가 하와이에 멋진 집을 사줬고, 우리는 가능한 한 자주 그 집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78세. 1932년생. 참 멋진 할머니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역시나, 너무나 한국적인 시각으로, 대체 49세인 중년 남자가 78세 된 할머니와 결혼해서 뭘 어쩌자는 것인가 하는 생각도 지울 수가 없군요.^^ (남자와 여자의 나이를 맞바꿔도 일반 사람들의 시각은 그리 달라질 게 없을 듯 합니다. 하긴, 이 부문에선 44세 차이인 김흥수 화백도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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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 해서 궁금해 하실 분이 있을테니 테일러 여사의 종전 결혼 기록을 살펴봅니다. 첫 기록은 18세 때인 1950년입니다. 마지막 결혼이 1991년이니 근 20년만의 갱신이군요.

Conrad "Nicky" Hilton (6 May 1950 – 29 January 1951) (divorced)
Michael Wilding (21 February 1952 – 26 January 1957) (divorced)
Michael Todd (2 February 1957 – 22 March 1958) (widowed)
Eddie Fisher (12 May 1959 – 6 March 1964) (divorced)
Richard Burton (15 March 1964 – 26 June 1974) (divorced)
Richard Burton (again) (10 October 1975 – 29 July 1976) (divorced)
John Warner (4 December 1976 – 7 November 1982) (divorced)
Larry Fortensky (6 October 1991 – 31 October 1996) (divorc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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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아무래도 가장 유명한 사람은 리처드 버튼이겠군요. 제5대와 6대 남편 타이틀을 쥐신 분입니다. 꽤 옛날 일이지만, 버튼은 한 인터뷰에서 대체 테일러는 왜 그렇게 자주 결혼하느냐는 질문에 "리즈는 매우 고풍스럽고 순진한 여자라서, 한 남자를 사랑하면 그 남자와 결혼하지 않고는 배기지를 못한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글쎄... 이해가 갈듯 말듯 합니다. 어쩌면 "사랑이 식으면 이혼하지 않고는 못 배긴다"는 얘기를 우아하게 풀어서 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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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테일러의 걸작 중 하나인 '지난 여름 갑자기(Suddenly, Last Summer)'를 다시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 시절 리즈의 우월한 미모를 보고 있자니 참 격세지감이 느껴지더군요. 얼마나 더 오래 사시고 또 결혼을 하실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한국 기록은 아직 4회. 이미 도저히 따라잡을 수는 없을 듯 합니다. 어쨌든 이번엔 행복하게 해로하시길 바랍니다.


P.S. 테일러는 아마도 최고령 트위터 이용자 중 한명일 겁니다. 아직 이 아홉번째 약혼과 관련된 이야기는 아직 올라와 있지 않군요. twitter.com/DameElizabe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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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브리튼즈 갓 탤런트'가 폴 포츠와 수잔 보일이라는 국제적인 스타를 낳았다는 건 다들 알고 계실테죠. 그런데 오늘 미국 CBS의 cbsnews.com 뉴스에서는 '대만의 수잔 보일이 탄생했다'는 보도가 나갔습니다.

사진을 보니 남자..였는데 뭐 남자같이 생긴 여자도 있을 수 있을 것 같아 화면을 지켜봤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건 분명 남자긴 하지만 왜 '제 2의 폴 포츠' 대신에 '제 2의 수잔 보일'이란 표현을 썼는지 알겠더군요. 목소리는 정말 성별을 분간하기 어렵습니다. 그만치 미성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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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직접 보시면 바로 느낌이 올 겁니다. 휘트니 휴스턴의 I'll always love you를 그럴듯하게 소화해냅니다. 대단합니다.^



이름은 린 유 천, 한자로는 임육군(林育群)군입니다. 나이는 23세. 아직까지는 프로필이라고 할만한 것도 없더군요. 이 친구가 참가한 대회는 대만에서 방송되고 있는 '초급성광대도(超級星光大道)'. 영어로는 Super Star Avenue라는 제목이 붙어 있고, 지난 연말부터 시즌6가 방송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회 규정이 워낙 복잡해 제대로 파악할 수는 없지만 이미 탈락한 멤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중국어 잘 아시는 분들이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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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시즌6이 아직 끝나지 않았고, 어떤 친구가 우승할지는 모르지만 이 임육군 군보다 특이한 친구는 없을 듯 합니다. 아마 CBS가 주목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 친구가 노래하는 영상은 저 I'll Always Love You와 이 Amazing Grace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다른 노래도 있는지 알아봐 주시기 바랍니다. 뭐 이 대회에서 우승은 못 하더라도 머잖아 '스타킹' 정도에는 출연할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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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TV '동이'가 한효주의 등장 이후 시청률 상승세를 계속 이어가고 있습니다. 일부 사극들의 경우 어린이들이 시청률을 벌어 놓은 뒤 성인 연기자들이 그 시청률을 깎아먹는 경우도 있었지만 이번엔 성인 주인공들, 특히 어른 동이 역의 한효주가 출연한 이후로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어 상당히 기대가 됩니다.

본래 '이병훈표 사극'은 시간이 갈수록 눈덩어리처럼 시청률이 붙는다는 것이 정평이 나 있습니다. '대장금'이나 '이산'도 각각 첫회는 15와 14% 정도에서 출발했죠. 이번 '동이'도 첫회는 13% 정도, 현재 6회째가 15% 정도지만 갈수록 수치가 올라가고 있는 모양은 마찬가지입니다.

이병훈 감독은 시작 전 "어쨌든 관건은 한효주"라고 말한 적도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한효주가 등장한 이후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건 매우 중요합니다. 그리고 6일 숙종과 한효주가 담을 넘네 못 넘네 하며 펼치는 한폭의 코믹한 장면들에서 웃음보가 터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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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효주는 참 특이한 연기자입니다. 한효주와 함께 일했거나 일하고 있는 매니저들은 입을 모아 "참 지금까지 본 적이 없는 유형"이라고 말하곤 합니다. 흔히 업계에서 말하는 '여자 연예인'과는 전혀 다른 캐릭터라는 것이죠.

일례를 들자면 여자 연예인들에게 취미를 물어 '독서'라고 답하는 경우는 적지 않지만, 실제로 책을 손에 들고 다니며 읽는 연예인은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한효주와 일본 문학에 대해 얘기를 시작하면 두어 시간 내내 그 얘기만 하게 될 수도 있을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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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자기가 맡은 역할에 대한 마음 씀씀이도 보기 드문 배우입니다. 약 한달 전, '동이'의 방송 전 프로모션과 관련된 행사장에서 한효주를 만났습니다. 행사는 오후 일찍 끝났고, 이날 촬영이 없었던(스태프와 출연진이 모두 이 행사에 참여하느라 촬영은 취소된 날이었죠) 한효주는 뭘 할거냐는 질문에 "지금 파주에 가기로 했다"고 대답했습니다.

파주에 뭐가 있느냐고 물으니 "제 묘가 있잖아요"라고 웃으면서 대답하더군요. 이 대답에 저는 그저 감동해 버렸습니다. 그렇습니다. 파주에는 사적 358호로 지정된 숙빈 최씨의 묘 소령원(昭寧園)이 있었습니다. 본래는 소령묘라고 불렀지만 영조가 생모의 무덤을 키워 나가 '원'으로까지 승격시킨 곳이죠.

가끔 이 드라마의 제목 동이를 과거 한민족을 부르던 동이(東夷)로 착각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이 동이는 숙빈 최씨의 이름입니다. 최씨는 궁녀로 입궁했다가 한때 물러나오고, 다시 궁녀보다 아래 신분인 무수리로 입궁했다가 숙종의 성은을 입어 후궁이 된 인생 드라마의 주인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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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씨, 즉 동이가 용종(龍種, 임금의 자손)을 잉태했다는 사실을 안 장왕후(이미 이때는 희빈에서 왕후, 곧 중전의 자리에 오른 뒤였죠)가 자신의 궁으로 최씨를 불러다 모진 고문을 하고 목숨을 빼앗으려 하기도 했지만 뒤늦게 소식을 전해 들은 숙종이 직접 달려와 최씨를 구해냈다는 이야기는 야사로도 유명합니다. 장왕후가 최씨에게 큰 독을 덮어 씌워 고문 사실을 감추고 시치미를 떼려 했으나 숙종이 최씨의 신음소리를 듣는 바람에 살려낼 수 있었다는 민담도 있었죠.

왕위에 오르기 전 연잉군이라고 불렸던 영조는 자신이 왕의 정실이 아닌 후궁, 그것도 천민 출신 후궁의 자손이라는 점에 대단히 예민한 반응을 보였고, 어머니 숙빈 최씨를 사후에라도 높은 자리에 올려 놓는 데 대단한 정성을 기울였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소령원을 찾아가 그 정성을 살핀다는 것은 숙빈 최씨를 둘러 싼 당시의 정치적 환경을 이해하는 데 꽤 의미가 있는 행동이죠.

이쯤 되면 제가 왜 감동했는지 아마 짐작하실 겁니다. 대한민국의 배우들 가운데 사극에서 어떤 역할을 맡은 뒤 자진해서 그 인물의 묘소를 찾아가 볼만한 연기자가 과연 몇이나 될까요. 연출진이나 다른 누가 일부러 데리고 가면 모를까, 스스로 찾아가 보겠다고 생각한 연기자는 아마 따로 없을 겁니다. 이 언저리에서 10여년을 일했지만 그런 얘기는 들어 본 적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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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효주의 이런 남다른 태도는 연기력 향상에도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다른 경력이 전무하던 시절, 신데렐라처럼 윤석호 PD의 사계 시리즈 중 마지막 편인 '봄의 왈츠'에 주인공으로 캐스팅됐을 때만 해도 '연기 면에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후 일일드라마 '하늘만큼 땅만큼'에서 긴 호흡을 배웠고, 이후 '일지매'에서도 쪽진 머리를 처음 보여줬지만 이때는 호연에도 불구하고 봉순 역의 이영아에 비해 상대적인 비중이 적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한 계단을 밟을 때마다 성장했다는 것을 보여준 게 바로 지난해의 최고 히트작 중 하나인 '찬란한 유산'이었죠.

'찬란한 유산'의 강점은 누가 뭐래도 '밝음'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밝음'의 핵심이 한효주였다는 것을 부인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마냥 밝고 수선스럽기만 한 캔디가 아니라, 그 안에서 점점 성숙해가는 아가씨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다는 것이 이 드라마의 성공 요인이죠. 그리고 그런 '깔끔하고 총명하며 밝은' 이미지가 현재 출연하고 있는 '동이'의 타이틀 롤 캐스팅로 이어진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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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동안 좋은 연출가들을 계속 만나 온 것도 한효주의 복이고, 그 사이에서 자양분을 흡수해 자신의 자산으로 만든 것은 한효주의 힘입니다. 하지만 '동이' 역할은 그보다 훨씬 큰 도전이죠. 지금까지는 10대 소녀 동이의 역할이라 그저 밝고 순수하면서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자아내게만 하면 되지만(풍산개^^), 뒤로 갈수록 동이는 정치의 무서움을 깨닫게 되고, 그 안에서 왕자를 낳고 키워내며 뒷날의 제왕이 되게 하는 어머니로서의 면모도 보여주게 됩니다. 지금보다는 훨씬 큰 발전을 필요로 합니다.

만 23세, 아직은 나이가 나이다 보니 아직은 미숙한 부분도 보이지만 이렇게 해서 처음으로 한 여자의 일생을 제대로 연기하고 나면 연기자로서 한효주는 동년배들 중 누구도 쉽게 해보지 못할 경험을 하고 난 배우가 될 겁니다. 그 뒤의 한효주는 과연 또 어떤 모습으로 얼마나 발전해 있을지, 이 배우에게는 항상 더 많은 것을 기대하게 됩니다. 아마도 10년이 지나지 않아 '지성미를 갖춘 톱스타' 부문에선 경쟁자가 없어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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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물론 이런 모습은 아직 낯설기도 합니다만.^^ 설명이 없으면 못 알아볼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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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 레터리어 감독의 '타이탄(Clash of the Titans)'은 잘 알려진대로 1981년작인 고전 영화 '타이탄족의 멸망(영어 제목은 역시 같습니다. 국내에서는 개봉된 적이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을 리메이크한 것입니다. 1981년작도 사실 위대한 시각효과 예술가 래리 해리하우젠의 은퇴작이라는 역사적인 가치가 높이 평가될 뿐, 그리 대단한 걸작이라고 할 수 없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그래도 2010년작보다는 훨씬 훌륭한 작품입니다.

2010년작은 1981년작에 비해 엄청나게 발달한 컴퓨터 그래픽을 비롯, 감히 비교할 수 없는 기술적인 발전을 등에 업고도, 과학의 발전이 결코 인류 문명의 발전을 뜻하지는 않는다는 심각한 교훈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하는 계기를 만든 졸작입니다. 한 평자가 '타이탄'을 본 뒤 '아바타가 아이폰이라면 타이탄은 옴니아2'라고 했는데, 그 말에 절대 공감입니다.

한마디로 '같은 소재로 영화 재미 없게 만들기' 대회가 있다면 레터리어 감독은 단연 우승 감입니다. 그런데도 미국 시장에서는 개봉 첫주 흥행 1위를 기록했군요.^^ 다음주 성적이 매우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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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순수하게 2010년 영화 '타이탄'의 줄거리를 따라 봅니다.

페르세우스(샘 워딩턴)는 제우스와 신들을 증오하던 아크리시우스 왕의 '왕비' 다나에를 제우스(리엄 니슨)가 몰래 겁탈해서 태어난 아들입니다. 그리고 페르세우스가 성장해 갈 무렵, 아르고스의 왕 케페우스는 신 따위는 두렵지 않으며 왕족인 자신들은 신에 못지 않다며 인간들을 부추겨 신에게 도전합니다.

저승의 왕 하데스(레이프 파인스)는 이 기회에 제우스에 대항해 자신의 세력을 키울 음모를 꾸미고, 제우스의 분노를 앞세워 인간들의 응징에 나섭니다. 그리곤 10일 뒤에 케페우스의 딸 안드로메다를 제물로 바치지 않으면 괴물 크라켄을 투입해 아르고스를 파괴해버리겠다고 엄포를 놓습니다.

제우스의 아들이란 이유(신들의 끄나풀?)로 잡혀 고초를 겪던 페르세우스에게 역시 반신(demi-god)이라는 이오(제마 아터튼)가 찾아오고, 돌연 케페우스는 페르세우스만이 희망이라며 그에게 세상 끝으로 가서 크라켄을 죽일 방법을 찾아 오라고 합니다....(하략)

이야기가 자연스럽지 않은 것은 제 탓이 아닙니다. 대체 무슨 놈의 스토리를 이따위로 만들어 놨는지 의아할 정도입니다. 어쨌든 '타이탄'의 해석에 따르면 그리스 신화에서 가장 유명한 반신 영웅 중 하나인 제우스의 아들 페르세우스는 신의 피를 거부하고 인간의 길을 선택한, 신에 맞서 인간의 권익을 지켜낸 위대한 휴머니스트입니다. (대체 뭔 수작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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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1981년작의 줄거리를 간략하게 살펴봅니다. 얼마나 바뀌었는지 비교하기 위한 목적입니다.

아크리시우스 왕은 제우스와 사통했다는 이유로 딸 다나에와 외손 페르세우스(아기)를 상자에 실어 바다에 떠내려 보냅니다. 제우스는 격분해서 아크리시우스와 그 도시를 파괴하죠. 하지만 페르세우스는 성장하자 편애하기 시작합니다.

성장한 페르세우스는 제우스의 성의로 쓰면 투명해지는 투구, 돌도 베는 검, 말하는 방패, 그리고 천마 페가수스까지 손에 넣습니다. 그런 다음 케페우스 왕의 공주 안드로메다가 한때 그녀의 연인이었던 칼리보스의 저주로 고생한다는 사실을 알고, 저주를 풀고 그녀와 결혼하겠다고 나섭니다. 이를 안 칼리보스의 생모인 여신 테티스의 농간으로 아르고스는 크라켄에 의한 멸망을 막기 위해선 안드로메다를 산 제물로 바치라는 강요를 받습니다.

상당히 소박하고 직선적인 줄거리입니다. 이후는 2010년작이나 1981년작이나 비슷합니다. 단 결말은 완전히(그리고 얼토당토 않게) 다르다는 정도만 기억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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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럼 이 영화와 관련 있는 그리스 신화상의 기록을 대략 끼워 맞춰 봅시다. 1981년작과 2010년작을 거치면서 신화는 얼마나 변형됐을까요?

- 페르세우스의 모친 다나에는 아크리시우스의 아내가 아니라 딸. 아크리시우스는 제우스에 대한 분노보다는 자신이 외손에 의해 멸망당할 것이란 예언에서 벗어나기 위해 딸과 외손자를 바다에 버렸다.

- 페르세우스와 다나에는 폴리덱테스 왕에게로 흘러가고, 왕은 다나에의 미모에 혹해 왕비로 삼으려 하지만 페르세우스가 걸림돌이 되자 그를 자극해 메두사를 퇴치하러 가도록(말하자면 가서 죽으라고) 보낸다.

- 페르세우스의 무기는 검과 투명 투구, 그리고 헤르메스의 날개 달린 샌들이었다. 페가수스는 페르세우스와 아무 상관이 없다(페가수스를 타고 괴물을 퇴치한 영웅은 그리 유명하지 않지만 벨레로폰이다). 오히려 페가수스는 페르세우스가 메두사를 죽일 때 그 피에서 태어나기 때문에, 말하자면 페르세우스는 페가수스에게 '어머니의 원수'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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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이탄'에서 페가수스를 돕는 이오(Io, 위 사진의 제마 아터튼)는 본래 제우스가 사랑하던 여자. 제우스는 이오를 헤라의 질투로부터 감추기 위해 암소로 둔갑시킨다. 그러니까 페르세우스와 이오가 정분이 나면 그건 아버지의 정부를 건드리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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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벽에 매달린 안드로메다, 1981년작과 2010년작의 '기본적으로 동일한' 아이디어]

- 페르세우스는 메두사를 해치울 때까지도 안드로메다와는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으나, 메두사의 목을 친 뒤 날아가던 도중 해안 바위에 나체로(...) 묶인 안드로메다의 미모를 보고 반해 사연을 묻는다. 안드로메다는 어머니 카시오페아가 너무 자신과 딸의 미모를 믿고 신들 앞에 교만한 죄로 바다 괴물에게 제물로 바쳐진 것이었다. 아버지의 권세를 등에 업은 페르세우스는 호기있게 안드로메다의 아버지 케페우스 왕에게 괴물을 무찌르면 사위로 삼아줄 것을 제의해 허락받은 뒤 미션을 해결한다.

- 괴물 퇴치에 메두사의 머리를 쓰는 것은 반칙. 하지만 페르세우스는 안드로메다의 구혼자들을 물리칠 때와 폴리덱테스 왕의 무리를 해결할 때 메두사의 머리를 사용한다. 이후 이 머리는 아테네가 만든 제우스의 방패 아에기스(이지스)를 장식하는 데 쓰인다.

- 페르세우스가 물리친 바다 괴물의 이름은 미상이지만, 크라켄은 노르웨이의 바이킹 신화에 나오는 바다 괴물일 뿐, 그리스 신화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

...이상입니다. 그러니까 1981년작이든, 2010년작이든 본래의 신화에서는 거리를 재기 힘들 만큼(;;) 멀리 떨어져 있는 겁니다. 그래도 1981년작이 신화와 지구에서 알파 센타우리 정도의 거리라면, 2010년작은 안드로메다 성운 정도의 거리라고 봐야 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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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물론 한글을 잘 못 읽는 분들을 위해서 분명히 강조해 두지만, 원래 신화와 내용이 다르기 때문에 '타이탄'이 형편없는 영화라고 주장하려는 것은 결코, 결코, 결단코 아닙니다. 원래의 내용이야 어떻든 영화만 재미있다면 모든 건 면피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 영화가 너무나 지루하고 재미없는 영화라는 데 있습니다. '타이탄'이 엉망이 된 가장 큰 책임은 '뭔가 독창적인 재해석을 하고야 말겠다'는 감독의 엉뚱한 욕심에 있습니다.

감독은 이 영화를 '신에 대항하는 위대한 인간의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있는 듯 합니다. 그런데 유명한 신화를 여기에 끼워 맞추다 보니 이야기는 산으로 갑니다. 단 한 가지도 그럴싸하게 풀려 나가는 것이 없습니다. 도대체 왜 인간들이 신에게 반발하는지에 대해 한 가지도 설득력있는 설명은 없으며, 신의 아들의 권능은 인정하면서 신은 인정하지 못하고 대드는 희한한 인간들만 보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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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주어진 시간은 열흘뿐인데 날짜 계산도 못하는 페르세우스는 여유만만. 물론 페르세우스가 미션 끝나기 전에 죽을 일도 없으니 애당초 생길 이유가 없는 긴장감을 억지로 짜내려는 희한한 연출(네. 페르세우스는 모든 미션을 성공시킵니다. 스포일러죠!)이 지독한 불균형을 이뤄냅니다. 케페우스 왕의 부하 드라코는 쓸데없이 겉멋에 치우쳐 신을 규탄하며 목소리를 높이느라 시간만 잡아먹습니다. 그러니까 "인간이 신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일어섰다"면 그동안 인간이 신에게 어떻게 당했는지를 알려줘야 설득력이 있을 것 아닙니까?

또 아무 이유 없이 하데스가 강해지면 제우스가 약해진다는 설정 하며, 왜 하데스는 직접 손을 쓰면 손가락 튀기기같을 페르세우스를 없애기 위해 귀찮게 칼리보스를 이용하는 바보같은 짓을 하며, 하데스의 부하 괴물들은 페르세우스에게서 빼앗은 메두사의 얼굴을 페르세우스에게 이용할 생각은 아예 하지도 않고(또는 인간들을 응징하는데 쓰지도 않고) 그저 꼭 쥐고 달아날 생각만 하는 등등, 스토리의 허점은 다 거론하기가 입이 아플 지경입니다. 아, 느닷없이 까만 브래지어를 입고 등장하는 15금 메두사는 매우 코믹합니다.

그러니까 - 어떤 원작이든 리메이크를 하면서 '새로운 해석'에 목을 매는 사람들은 반드시 알아둬야 할 게 있습니다. '새로운 해석'이랍시고 했다가 쓸데없이 원작을 망치고, 욕은 욕대로 먹는 것 보다는 그냥 원작이 간 길을 따라가는게 낫다는 겁니다. 더구나 이번 '타이탄' 처럼 규모까지 큰 경우에는 투자자들로부터 맞아 죽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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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작품에서 영 연기가 신통치 않은 배우들에게 왜 그러냐고 물으면 대략 이런 대답을 합니다. "몰라! 나도 내가(즉 내 캐릭터가) 미친년 같고 이해가 안 가는데 어떻게 연기를 해? 내가 뭘 하는지 모르겠는데 무슨 연기를 하냐고?" 이 영화에 출연한 샘 워딩턴의 심정도 대략 이렇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괴물 크라켄 나오는 마지막 5분 정도는 볼만 합니다. 그 장면을 위해서 나머지 2시간 정도를 잘 참으실 분이 있다면 보러 가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P.S. 레터리어 감독은 '타이탄'을 만들게 아니라 PS용 게임 '갓 오브 워' 실사판이나 만드는게 어떨까 하는 생각입니다. 어쩌면 그런 생각으로 '타이탄'을 만든 것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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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유일하게 눈길을 끈 건 영화 속에서 완벽한 안드로메다였던 알렉사 다바로스(Alexa Davaros). 이름에서 벌써 그리스 계라는 느낌을 강하게 풍깁니다. 새로 주목받기엔 좀 많은 나이(1982년생)이지만 앞으로 많은 활동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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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일요일 아침마다 KBS 2TV의 '출발 드림팀(시즌 2)'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사람들이 '경쟁'이라는 것을 좋아하는 것은 경쟁을 통해 강자와 약자가 가려지기 때문인데, 최근 방송에서 새로운 강자가 나타나 사람들의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바로 마이티마우스의 상추와 샤이니의 민호입니다.

과거 '드림팀'의 명성을 드높였던 대표적인 인물이라면 조성모와 이상인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특히 조성모는 '높이뛰기의 귀재'로 명성을 날렸죠. 하지만 당시의 조성모와 이상인이 '일반인 치고는 대단한 운동신경'을 자랑했다면 지금의 상추와 민호는 일반인을 넘어 직업 운동선수라고 쳐도 경쟁력을 발휘할만한 실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스타들의 운동능력까지도 업그레이드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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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먼저 두각을 보인 쪽은 민호입니다. 솔직히 '드림팀' 시즌 2의 초창기에 민호가 등장했을 때, 저렇게 1) 마르고 2)그냥 길기만 한 몸에 3) 계집애같은 얼굴로 무슨 드림팀이냐....는 생각을 했더랬습니다. 아마 많은 시청자들이 비슷한 생각을 했을 겁니다.

하지만 민호는 초반부터 무서운 스피드와 근성을 발휘하더군요. 오히려 운동능력에서는 한발 앞설 것으로 보였던(외모상) '짐승돌' 2PM의 준호를 능가하는 솜씨였습니다. 곱상한 외모만으로 평가할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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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기대했던 조성모나 이상인 등 '왕년의 스타들'이 체력 저하 등으로 예전같은 모습을 보이지 못하면서 민호의 분전에도 불구하고 '드림팀 2'는 왕년의 영광을 되찾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상대적으로 민호의 활약에 너무 초점이 맞춰지다 보니 민호를 견제할만한 다른 실력자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는 사이 상추가 등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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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추의 가장 강력한 업적은 조성모가 갖고 있던 2m25의 구름판 높이뛰기 기록을 깨 버린 겁니다. 이 기록은 제작진이 "10년 동안 아무도 깨지 못한 기록"이라고 자부할 정도로 대단한 기록이었던 것이죠. 상추와 민호도 2m20까지는 넘었지만 5cm의 차이는 생각보다 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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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난 3월14일 방송에서 상추와 민호는 왕년의 체조 국가대표인 여홍철-이주형 감독에게 2개월간 집중 개인지도를 받고 이 기록을 깨 버렸습니다. 그런데 이날 방송에서는 기록 자체보다 놀라운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상추의 '괴물 체력'이 그냥 일반인 중에서 뛰어난 편이 아니었다는 것이 드러난 것이죠.

상추는 태릉 선수촌에서 치러진 체력 측정 결과 악력 70kg, 배근력 200kg, 서전트 점프 88cm, 30m 달리기 4.4초대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냅니다. 악력은 투기종목 대표선수급, 서전트 점프는 측정판 위를 때렸고 측정한 모든 분야에서 기존 체조 선수의 체력은 능가하는 수준이었던 것이죠. 같이 체력을 측정한 민호도 상당히 좋은 수준이었는데 불구하고 상추에 비하면 모든 게 어린애처럼 보였습니다. 측정을 맡은 전문가도 허탈한 웃음을 지을 정도로 체력 지수가 뛰어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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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이런 체력 측정 결과를 볼 때 기록이 깨지는 것은 그리 놀라운 일로 보이지 않았고, 결국 상추는 조성모의 10년 된 기록을 25cm나 넘어선 2m50의 신기록을 남겼습니다.

민호도 2m25는 가볍게 넘어섰지만 새로운 기록 작성 대결에선 상추에게 뒤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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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추의 운동능력을 알고 있던 팬들은 그리 놀랍지 않다는 평입니다. 특히 지난해 유튜브에 올라온 상추의 덩크 슛 동영상이 그 증거라는 얘기죠. 이 영상에서 신장 1m81의 상추는 어렵지 않게 원핸드/투핸드 덩크를 성공시킵니다. 물론 NBA에서는 1m68의 스퍼드 웹도 덩크슛을 성공시키는 기록을 보여주곤 하지만, 일반인이 1m81에 덩크를 보여준다는 건 경이적인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아래 영상을 보시면 서전트 점프 88이 그냥 공허한 숫자가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상추가 운동으로 먹고 살(뭐 미래에는 그럴 수도 있겠지만^^) 것은 아니기 때문에, 현재는 가수로서의 성공이 더욱 급선무겠죠. 마이티마우스라는 팀만으로도 꽤 성공을 거뒀다고 볼 수 있지만 얼마 전 상추가 '드림팀 2'에서 "한 팬으로부터 '스포츠맨의 매력을 느꼈다'는 반응이 왔다. 가수라는 걸 모르는 것 같더라"고 말했듯, 개인적인 지명도 확대는 이제부터라고 봐야 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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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주 동안 방송된 '드림팀 2'의 에이스 결정전에서도 상추는 유일한 라이벌인 민호가 중간에 어디론가 사라진 데 힘입어 여유있게 1위를 차지했습니다. 슈퍼주니어의 은혁이나 2pm의 준호도 만만찮은 솜씨였지만 아무래도 짐승돌보다는 스포츠돌이 한 수 위인 듯 합니다. 과연 상추가 '스포츠돌 시대'를 자신의 것으로 온전하게 가져와 톱의 자리에 설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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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1. 구글에서 '상추'를 검색하면 이런 사진만 뜨는 걸 보면 아직 더 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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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2. 며칠 전 여자 쪽 신기록(1m80)을 세운 FX 크리스탈도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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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 캐롤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첫 부분에는 '삽화도 없이 글자만 가득한 책'을 읽는 언니를 보면서 대체 저 책을 무슨 재미로 볼까 하고 어린 앨리스가 궁금해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리고 저는 그 시절에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보면서 누가 이따위 책을 세계명작 아동문고에 넣은 것일까 궁금해 했습니다.

지금이야 문화적인 장벽이라는 것은 쉽게 넘을 수 없는 것이라는 것도 알고,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사람들이 그 책에서 느끼는 재미라는 것은 번역으로 그 책을 접한 사람이 감히 느낄 수 없는 것이라는 것도 잘 압니다. 그러다 보니 심지어 그 길지도 않은 책을 끝까지 보지도 못한(!) 제가 이 영화를 보러 가려 마음먹기까지엔 꽤 시간이 필요하더군요. (네. 물론 몸 상태도 한 몫을 했습니다.) 물론 팀 버튼과 조니 뎁, 헬레나 본햄 카터의 호흡을 한번 더 보겠다는 욕심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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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나 '거울 나라의 앨리스'와는 달리 이 영화의 주인공 앨리스는 스무살을 눈앞에 둔, 이제 결혼을 생각해야 하는 나이의 다 큰 처녀입니다. '이상한 나라(Wonderland)'에 갔던 기억을 그저 꿈이라고 생각하게 된 앨리스가 그 언젠가처럼 토끼굴에 빠져 다시 이상한 나라에 가게 된 뒤의 모험을 그리고 있습니다.

세월이 흐른 이상한 나라는 붉은 여왕(헬레나 본햄 카터)의 공포 정치 아래에 놓여 있습니다. 앨리스는 순서대로 조끼 입은 토끼를 비롯한 주요 캐릭터들을 만나고 결국 미친 모자장수(조니 뎁)에게까지 찾아옵니다. 그리고 붉은 여왕을 몰아내고 흰 여왕(애나 해서웨이)을 복위시키기 위한 모험을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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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스포일러고 뭐고를 걱정할 필요가 없는 단순한 줄거리입니다. 결말이 어떻게 될지는 영화가 시작하고 30분도 지나지 않아 관객들에게 공개되고, 그 공개된 결말은 전혀 빗나가지 않습니다. 아니, 빗나가게 하려는 의도도 전혀 없습니다.

어디까지나 이 영화는 1차적으로, 어린 시절 루이스 캐롤의 앨리스 시리즈를 재미있게 봤던 성인 관객들과 그들의 손에 이끌려 극장을 찾은, 한창 앨리스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고 있을 어린 소녀들을 위한 작품입니다. 이런 분들을 위한 '극장판 앨리스: 완결편' 이라고 보는게 가장 좋을 듯 합니다. 그리고 그런 관객들에 의해 이 영화는 미국 시장에서 이미 수억 달러의 흥행 수입을 기록했습니다. 그러니 '그런 관객'에 들지 못하는 사람들이 이 영화가 재미있었네 아니네 하는 건 별로 의미 있는 얘기가 아닙니다.

...라고 쓰면 많은 분들이 아, 저놈이 이 영화를 별로 재미 없게 봤구나 하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사실 그렇지 않았습니다. 팀 버튼의 요상망칙한 상상력이 한껏 발휘된 영상을 3D로 보는 재미만 해도 결코 무시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상상의 정원 꾸미기라면 아무래도 제임스 카메론보다는 팀 버튼이 한 수 위겠죠. 아무튼 뻔하디 뻔한 이 영화는 너무나 재미있었습니다.

그리고 팀 버튼의 원투 펀치인 조니 뎁과 헬레나 본햄 카터도 여전했습니다. 아, 물론 이 영화만 놓고 보면 카터의 완승입니다. 이 영화의 실제 주인공은 붉은 여왕이기 때문입니다. 네. 이 영화를 보는 내내 이 짱구 여왕에 푹 빠져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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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여왕 아라베스는 참 이해하기 쉬운 캐릭터입니다. 미모와 품성을 타고 난 동생 하얀 여왕이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고 있을 때 혼자 속을 부글부글 끓였을 겁니다. 키도 안되고, 몸매도 안되고, 심지어 '대가리까지 왕짱 큰' 붉은 여왕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고난 강력한 카리스마로 자신의 지지세력을 규합해 왕위를 찬탈해버립니다. 놀랍지 않습니까? 외모도 매력도 별볼일 없는 여자 혼자서 그 대단한 음모를 실현시켰다는게.

사실 붉은 여왕이 갖고 싶었던 건 권력이나 왕국이 아니라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이었던 겁니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사랑받는게 나을까, 공포의 대상이 되는게 나을까?'라는 질문 따위는 할 필요도 없죠. 진정한 마키아벨리스트라면, 일찌기 마키아벨리 본인이 '군주론'에서 말했듯 '어설프게 사랑받기보다는 공포의 대상이 되는게 통치자에겐 훨씬 이익'이라는 걸 이미 잘 알고 있을테니 말입니다. (네. 저 대사는 '군주론'에서 그대로 따온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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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 때문에 왕위를 차지하고도 주변에는 자기와 비슷하게 뭔가가 기형적으로 큰 인물들만을 배치하고(나중에 그것 때문에 또 한번 실망하게 되지만), 기형적으로 허리가 긴^^ 캡틴 잭을 애인으로 삼습니다. 그렇지만 동생 하얀 여왕과 앨리스를 비롯, 누구도 붉은 여왕의 그런 심정은 이해해 주질 않습니다. 이것이 '예쁘지 않기 때문에' 주목받지 못한 붉은 여왕의 비극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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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비하면 조니 뎁의 매력은 이 영화에선 크게 부각되지 않습니다. 뭐 미친 모자 장수 자체가 이번엔 순수하게 미치기보다는 열정적인 혁명가의 분위기를 내는 데 바쁘기 때문이죠. 여기에 모자 장수와 앨리스의 로맨스까지 겹쳐 지나가는 건 아무래도 무리일 듯 한데, 아무튼 조니 뎁이 빛나는 것은 붉은 여왕과 흰 여왕의 전쟁 신 정도 뿐입니다. 물론 안 나온 것보단 나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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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에 대한 주목이 너무 부족했군요. 15년 전이라면 기네스 팰트로에게 돌아갔을법한 앨리스 역은 수많은 경쟁자들을 물리친 21세의 미아 바시코브스카(Mia Wasikowska, 와시코우스카라는 인디언 비슷한 발음으로 알려졌지만 imdb는 이 이름을 vash-i-kov-ska라고 읽어야 한다고 친절하게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이래야 동구권 내음이 물씬 나는 생김새와 딱 어울리는 이름이 되죠^)에게 돌아갔습니다. 호주 출신인 바시코브스카는 하이틴용 영화 몇가지에 출여한 것 외에는 별 경력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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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스무살이라기엔 약간 발육부진인 듯한 몸매, 그리고 뭔가 불안해하는 듯한 눈빛이 팀 버튼이 실현하고 싶었던 스무살의 앨리스(동화 속 앨리스가 현실 속에서 성장한 모습)에 부합했기 때문에 캐스팅됐을 겁니다.

아래의 이미지 사진을 보면 에이브릴 라빈이 했어도 괜찮았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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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별로 이해할 수 없었던 정서의 원작에 대한 반발처럼, 영화를 재미있게 보고 있으면서도 뭔가 트집을 잡고 싶은 마음이 부글부글 일어나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모자 장수에게 꼭 돌아오겠다고 말하는 앨리스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지킬 수 없는 약속'을 남발하면서 이미 어른이 되어 버린 앨리스에 대해 새삼 비판적인 마음이 되기도 합니다.

물론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아편전쟁을 일으킨 것이 바로 앨리스였어!'라면서 '앨리스=제국주의의 첨병'이라고 비난하고 싶은 분들(무슨 말인지는 영화를 끝까지 보셔야 알 수 있습니다)도 꽤 있을 법 합니다. 뭐 팀 버튼에게 너무 많은 걸 기대한 분들이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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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얀 여왕, 붉은 여왕, 앨리스]

그저 팀 버튼은 '매일 아침 먹기 전 여섯 가지씩 불가능한 일을 상상했던' 빅토리아 시대의 진취적인 엘리트들을 키워낸 것이 바로 루이스 캐롤의 원작처럼 상상력을 자극하는 좋은 아동 문학 작품들이었다는 식의 마무리를 하고 싶었던 것 뿐일테니까요. 갑자기 그러고 나니 우리나라 어린이들의 상상력 개발을 위해 우리 어른들은 뭘 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달려라 하니'를 보고 자라서 한국 드라마엔 여전히 콩쥐팥쥐만 나오는 걸까요?)

아무튼 보시고 싶은 분들은 '자녀들을 위해서'라는 핑계 없이 그냥 마음 편히 보시기 바랍니다. 괜히 결말과 대영제국의 제국주의를 연결해야 의식 있는 사람이 되는 건 아니니 그런 부담도 없이, 머리를 비우고 판타지의 세계에 몸을 던져 보시는 것도 괜찮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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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하얀 여왕' 앤 해서웨이의 뭔가 과장된 듯한 말투와 몸짓은 TV의 여성 요리 연구가에서 따 온 거라고 합니다. 그 말을 듣고 보니 뭔가 그럴싸하다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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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2. 앨리스의 언니 역이 왠지 눈길을 끌어 찾아 보니 제마 파웰(Jemma Powell)이란, 잘 알려지지 않은 영국 여배우입니다. 잘 크면 에마 톰슨의 뒤를 잇는 잉글리시 로즈 스타일의 배우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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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왠지 낚시같지만 낚시 아닙니다. 답이 손예진도 아닙니다. 이민호는 손예진과 공연하는 MBC TV 수목드라마 '개인의 취향' 첫회 첫 등장하는 장면이 베드신이었죠. 이민호가 데뷔한 뒤 첫 베드신이라고 봐도 좋을 듯 합니다. (물론 '꽃보다 남자'에서 산장에 갇힌 구준표가 금잔디와 밤을 지새는 장면이 있긴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산장신'이었고, 이 장면에 침대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문제의 첫 장면에서 진호(이민호)는 자기 집 침대에서 자명종이 울리는 가운데 오전 8시에 눈을 뜹니다. 그리고 이상한 느낌에 옆 자리를 바라보다가 헉 소리를 내며 화들짝 놀라죠. 웬 여자가 슬립 차림의 요염한 자태로 누워있었기 때문입니다. 진호가 전혀 여자처럼 느끼지 않는 혜미(최은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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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고 일어나 이민호에게 "어떻게 나같이 섹시한 여자를 외면할 수 있어. 혹시 남자 좋아하는 거 아냐?"하며 눈을 흘기는 역할입니다. '어려서부터 진호 집안과 친해 정혼(?)한 사이고, 캐나다 유학중이지만 한국에 오면 진호네 집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사이'라는 설정입니다. 진호는 별 관심이 없지만 태훈(임슬옹)은 혜미를 짝사랑하고 있죠.

그래서 뭐가 어쨌느냐는 분들, 최은서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혹시 기억나시는게 없나 하는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예전에 이민호가 '꽃보다 남자'로 하룻밤 사이 깜짝 스타로 거듭났을 무렵,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이민호가 과거 여친들과 찍은 사진'들이 삽시간에 퍼진 적이 있었습니다. 박보영, 문채원, 다비치의 강민경 등이 그 상대였죠. 그리고 그 사이에 '최은서'라는 이름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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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있는 '이민호의 첫 베드신 상대역'은 '알고보니 왕년의 스캔들 상대역'이었던 겁니다.^^ 기억을 보완해 드리기 위해 과거 글을 링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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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려했던(?) 이민호의 과거...^^]

물론 이민호와 같은 소속사 후배인 최은서는 당시에도 경쟁자들(?)에 비해 지명도에서 떨어졌기 때문에 집중 조명을 받을 수 없었고, 이민호가 장난스럽게 '다음에 열애설이 난다면 아마 상대는 최은서일 것'이라고 말한 덕분에 오히려 이름이 알려졌습니다. 1988년생인 최은서는 2004년 공포영화 '레드 아이'에 출연한게 데뷔로 기록돼 있습니다. 물론 주인공은 아니었죠.

그나마 최은서라는 이름을 기억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아마도 '반올림'의 광팬이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고아라 이은성과 함께 유아인 김정민 등이 나온 시절이 1기, 유아인 대신 김기범(슈주)이 고아라의 상대역으로 등장한게 2기입니다. 최은서는 5년 전 고아라의 고교시절을 다룬 2기에서 불우한 가정 출신의 소녀로 꽤 비중있게 출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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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남자' 이후 1년이 지났지만 그 사이에도 최은서의 활약은 별로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역시 눈에 띄는 건 이민호와의 화보 촬영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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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침내 이번엔 이민호와 임슬옹 사이에서 살짝 갈등을 일으키는 혜미 역을 맡게 됐습니다. 참 이민호와는 뗄레야 뗄 수 없는 인연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을 듯 합니다.

1988년생. 말하자면 '개인의 취향'은 최은서의 성인 데뷔작이라고 해야 할 상황입니다. 1-2회에서는 출연 분량이 그리 많지 않았지만 아무튼 자기 몫은 충분히 해 낸 걸로 보여집니다. 앞으로도 이민호의 성적 정체성을 의심받게 하는 상황에서 꽤 큰 비중을 차지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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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게 잘 자랐군요. 앞으로는 어떤 변화가 있을지 궁금한 신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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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한가지만 집중해서 볼 수가 없었습니다. 세 드라마 모두 궁금해서 어쩔 도리가 없더군요. 아마 많은 분들이 어젯밤에는 리모콘을 여기저기 돌리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오랜만에 볼만한 배우들과 탄탄한 라인업으로 무장한 드라마 세 편이 동시에 시작했습니다. 올 연초에도 '공부의 신'과 '제중원', '파스타'가 동시에 출격하면서 상당히 관심을 모았지만 이번 대결과는 중량감이 다릅니다. 손예진의 '개인의 취향', 문근영의 '신데렐라 언니', 김소연의 '검사 프린세스'로 대표되는 세 작품이 과연 어떤 대결을 펼칠까요.

첫날 시청률에서는 일단 '신데렐라 언니'가 앞섰습니다. 나이 먹은 시청자들이 끼어들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시청률 면에서는 '신데렐라 언니'의 강세가 당분간 이어질 듯 합니다. 세 드라마 중 '신데렐라 언니'와 '개인의 취향'의 비교 포인트를 찾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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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손예진 vs 이미숙

왜 손예진 vs 문근영이 아닐까 이상하게 생각하는 분들이 계시겠지만 본 대로 얘기하자면 확실히 이랬습니다. '농익은 연기력'이라는 측면에서 특히 그랬습니다.

이미숙은 당연히 - 딸 문근영에게 의붓아버지를 백만명씩 가져다 붙여 주는, 없느니만도 못한 엄마 역으로 너무나 적절한 연기를 보여주더군요. 도망가면서도 옷 구겨질 걸 걱정하는 여자, 장농에 감춰둔 반지 빼내 온 걸로 그 남자와의 인연을 정리했다고 생각하는 여자, 새로운 표적 앞에선 연기대상감의 솜씨를 보여주는 여자. 특히 김갑수와의 자전거 신은 웃음이 절로 나왔습니다.

반면 손예진은 첫회에서 너무 망가지는게 아닌가 걱정할 정도로 코믹 멜로 드라마의 여주인공이 보여줄 수 있는 요소는 다 보여줬다고 해야 할 듯 합니다. 어쩌면 이 배우가 자신의 미모를 이제 신뢰하지 못하고 연기파 배우로 완전히 지향점을 바꿔버린게 아닌가 할 정도로... 봉태규가 덮치는 장면에서의 박력(?)은 좀 아쉬웠지만 버스 안에서 청승맞게 우는 장면은 이제 이 배우가 어느 선을 넘어섰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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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민호 vs 문근영

이 두 배우가 한데 묶이는 것은, '나는 이 사람이 나오기 때문에 이 드라마를 본다'는 동기를 제공하는 배우들이기 때문입니다. 또 동년배 중에서는 발군의 실력을 보여주고 있지만, 역시 어제 두 드라마의 첫회에서 보여준 모습은 아직은 조금 더 발전의 여지가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하더라는 공통점도 있습니다.

일단 문근영은 80점 정도. 앙칼지게 소리치는 모습이 어색하지 않더라는 점에선 좋았지만, 그 결과 발음이 뭉개져 대사 전달이 힘들었다는 점도 지적할만 했습니다(하긴 서우와 비교하면 발음 얘기는 할 수가 없겠죠). 너무 신경질적인 아이로 방향을 잡은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아무튼 늘 얘기 나오던 '성인 역할'과는 거리가 있지만 변신의 시도 자체는 흠잡을 데가 없었습니다.

이민호는 이보다는 좀 더 역할 적응력이 돋보였습니다. 두가지 톤으로만(감정이 실리지 않은 평상어와 화난 말투) 연기하면 충분했던 '꽃보다 남자'에서 실제 살아있는 남자를 연기할 때 어떤 모습을 보일까 궁금했는데 예상보다 훨씬 훌륭했습니다. 하긴 '꽃남' 전에도 꽤 탄탄한 솜씨를 뽐낸 이민호니까... 그런데 '완전히 나쁜 남자'일 때에 비해서는 매력이 덜하다는 지적(저의 동거인의 주장입니다)도 있더군요.

어쨌든 두 배우 모두 자기 몫의 시청자를 끌어들일만한 솜씨는 충분히 보여준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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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조은지 vs 강성진

사실 제 생각에 '개인의 취향'의 최대 강점은 손예진도 이민호도 아닌 조은지입니다. 정말 채널을 돌리다 '개인의 취향'을 보게 된 사람들을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건 조은지의 한방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미 '달콜살벌한 연인'에서 정평이 난 조은지의 코믹 조연 연기는 일단 믿을만 합니다.

여기에 대응하는 '신데렐라 언니' 쪽의 카드로는 누가 있을까 생각해 봤지만 아무래도 강성진을 첫손에 꼽을 수밖에 없을 듯 합니다. 소년 정우는 코믹 카드로 훌륭하지만 이 소년이 곧 자라서 옥택연이 될테니...(어제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도저히 믿을 수가 없습니다. 그 똥땡이 소년이 짐승남 택연으로 성장하다니... 뭐 이건, 진짜 신데렐라는 소년 정우더군요). 일단 주인공들을 소개하는데 바빠 첫회에는 강성진에게까지 눈길이 가지 않았지만 결국 이 드라마가 너무 무거워지지 않게 하는 건 그의 역할일 거란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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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한희 vs 김규완

일단 드라마의 전체적인 분위기에선 '피아노'의 김규완 작가가 단연 앞섭니다. 지나치게 어둡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수시로 등장하는 문근영의 독백은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만듭니다. 인물들을 살아 움직이게 하는 힘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특히 김갑수와 이미숙의 자전거 신 같은 부분은 다른 작가들이 흉내낼 수 없는 이 작가만의 독특한 잔혹 동화같은 느낌을 잘 살려 줍니다.

'개인의 취향'은 원작자인 이새인 작가가 직접 각색을 맡았는데 물론 원작을 읽어보진 않았지만, 몇몇 부분에서 좀 구태의연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요즘 시청자들은 이민호가 건축 모형을 들고 버스에 탈 때부터 그 모형이 온전하지 않을 거란 점도 잘 알고, 사실대로 털어놓지 못하는 남자가 시간을 끌 때 같은 장면에도 너무나 익숙해져 있죠. 물론 장르의 클리셰라는 것도 있어야겠지만 이 시간대에는 언제든지 채널을 돌리게 할 경쟁자가 있다는 사실이 큰 부담입니다.

반면 전체적인 배우들의 조화를 이끌어내는 솜씨는 '개인의 취향'의 압승입니다. 물론 전반적으로 능숙한 배우들이 캐스팅됐다는 이점도 있겠지만, '신데렐라 언니' 쪽은 어떻게든 서우와 천정명을 나머지 배우들의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할 필요가 느껴집니다. 천정명의 대사 솜씨가 하루 아침에 나아 질 리는 없겠지만, '파주'와 '탐나는도다'의 서우가 여기서 무너진다면 아마 그건 서우의 책임으로 비쳐지진 않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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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2AM vs 2PM

뭐 당연한 얘기지만 '개인의 취향'으로 데뷔하는 임슬옹과 '신데렐라 언니'의 옥택연은 모두 연기 데뷔입니다. 개인적인 인기로는 옥택연이 단연 앞서지만 연기력은 임슬옹에게 훨씬 기대가 갑니다. 이유는 '패떳2'를 보신 분이라면 당연히 짐작하실....

하지만 뭔가 벗은 상태에서의 박력은 택연에게 대적할 사람이 대한민국에 많지 않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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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두 드라마 첫회를 보고 느낀 점을 비교해 봤습니다. 두 쪽에 더 신경을 쓰느라 '검사 프린세스'는 별로 보지 못했다는 점이 좀 아쉽습니다. 나름 재미있었다고 하더군요. 저는 김소연의 새 머리 모양이 별로 어울리지 않아 실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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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 참 빠릅니다. 물론 제가 장국영의 광팬이었다거나 한 건 절대 아닙니다. 장국영과 당학덕이라는 애인의 로맨스는 이성애자인 제가 공감하기엔 참 쉽지 않은 부분이 있었지만, 백거이의 '장한가(長恨歌)에서 따 온 '아자, 천장지구유시진, 차애면면무절기(阿仔,天長地久有時盡 此愛綿綿無絶期)'라는 낭만적인 송사(送辭)를 보면서 표음문자가 따를 수 없는 표의문자의 압축미에 다시 한번 감탄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그 시절을 생각하면 지금의 제 모습은 참 상상하기 힘든 것이었다는 생각도 듭니다. 사실 좀 부끄러운 점도 있습니다. 냉정하게 생각해볼 때 2003년 당시에는 정말 '올드보이'의 오대수적인 삶(혹시 까먹은 분들이 있을까봐 적어 두자면 오대수는 '오늘도 대충 수습한다'의 약자입니다)을 살고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아무튼 그 해에 결혼을 했고, 파란의 2004년과 2005년을 보내면서 급격한 변화를 겪습니다.




왜 갑자기 장국영 얘기를 하다가 개인적인 사설로 돌아섰나 하는 분들이 계시다면, 지금부터 본론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그동안 블로그는 제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일부였습니다. 밥 먹고 들어오면 어떻게 돼 있나 궁금했고, 자고 일어나면 누가 뭐라고 댓글을 달았을까 살펴보곤 했습니다. 지인들도 블로그를 보고 제 안부를 확인하는 사람들과, '너 요즘 뭐하고 사는데 소식도 없냐'고 묻는 사람으로 반분되더군요.

그렇게 목을 매던 방문자 수도  남부럽지 않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 숫자들 가운데 상당수는 악플을 달기 위해서, 또 어떤 분들은 저놈이 언제 크게 사고를 치나 궁금해서 오신다는 것도 잘 알고 있지만, 뭐 그 정도는 충분히 감수할 수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 선생님이 들려주신 아무리 개가 짖어도 기차는 달린다는 말씀을 충실히 가슴에 담은 덕분이겠지요.



아무튼 세월이 흐르고 흘러 이제는 귀밑머리가 다 세어 버렸습니다. 남편이 보수 없는 독서와 가치 없는 블로깅으로 나날을 보낼 때 늘 위안을 주고 원조를 주던 천사같던 아내와 아이들도 어느새 지친 기색을 보이게 되었습니다.

일은 날로 많아지고, 먹고 살기는 힘들고... 결국 한 손을 놓아야 할 상황이 됐습니다. 뭐 지나간 나날을 생각하면 할말이 태산같지만 여기서 무슨 말을 더 할까요. 언젠가 여유가 생기면 다시 찾겠습니다. 스핑스크가 다시 열리는 날에도 따로 연락을 드릴 일은 없을 겁니다. 언제 사라졌나 하실 정도로.. 옛말에도 있지 않습니까. 제 버릇 개 못 준다(Dura lex, sed lex)고...

그동안 스핑스크를 사랑해 주신 여러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올 한해 모두 뜻하신 일 이루시고 행복하시길 바라겠습니다.



P.S. 여기까지 쓰고 있는데 소녀시대 돌연 해체 기사가 떴군요. 예상하고는 있었지만 우울한 일은 몰려서 일어나는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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