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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녀'가 관객 동원 1위라는 걸 알고 깜짝 놀랐습니다. 정말이지 '하녀'가 '로빈 후드'와 '아이언맨2'를 제칠 거라고는 기대하지 않았으니까요. 칸 영화제와 관련된 마케팅의 힘은 무섭더군요. 물론 1960년작 '하녀' 때문은 아닐 것이고, 아무튼 막강한 부를 지닌 남자와 그 집 하녀 사이의 불륜이라는 소재는 상당히 관객을 끌어들일만한 요소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2010년작 '하녀'에 대해서는 다양한 호평과 혹평이 흘러다니는 걸 볼 수 있었습니다. 가장 많은 평은 '배우들은 잘 했는데 영화가 갸우뚱'이라는 식이더군요. 개인적으로 임상수 감독의 2010년작 '하녀'를 본 느낌의 요약은 '참 잘 만들어진 블랙코미디'라는 것입니다. 이 영화에서 어떤 극적 긴장감이나 스릴러의 느낌을 기대했던 분들이라면 실망했겠지만, 그것이 실소든 폭소든 보고 있으면 꽤 많이 웃을 수 있는 작품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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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강 다 아시겠지만 줄거리 요약부터 하자면-

식당 보조로 일하던 은이(전도연)는 어느날 대단한 집안의 수석 가정부인 조여사(윤여정)에 의해 입주 가정부로 채용됩니다. 들어간 집안에는 훈(이정재)과 만삭의 혜라(서우) 부부, 그리고 이들의 딸인 나미가 살고 있습니다. 은이의 역할은 주로 나미의 육아 부분에 집중되고, 은이는 나미와 급격히 친해지면서 입주 가정부의 나날에 만족합니다. 그러던 어느날 조여사를 뺀 나머지 네 사람이 겨울 휴양차 온천장을 찾은 밤, 거의 나신으로 잠을 자던 은이 앞에 훈이 나타납니다.

영화가 개봉된지도 꽤 시간이 흘렀고, 그냥 영화를 소개하는 걸로는 별 의미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직 안 보신 분들에 대한 의견은, '블랙코미디로 소비하실 분은 보셔도 무방하다' 정도입니다. 뭔가 더 대단한 상징이나 보물을 찾는 분들이라면 다소간 실망하실 수도 있을 듯 합니다. 특히 신기하게도 남성 관객들보다는 여성 관객들의 만족감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보입니다.

스포일러가 싫으신 분들은 여기까지입니다. 이미 보신 분들이나, 절대 이 영화를 안 보실 분들은 계속 읽어보셔도 좋습니다. 그렇지 않은 분들은 지금 떠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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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은이가 일하던 식당의 먹자골목에서 시작합니다. 많은 '아줌마'들이 분주하게 일하고 있습니다. 같은 여자들이지만 '아줌마'들은 일하고, '아가씨'들은 다양한 형태로 젊음을 소비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 '아가씨' 들중 많은 수가 저 일하는 '아줌마'들이 될 것이라는 건 어쩔 수 없는 사실이지만 그 사실은 은폐되어 있습니다. '아줌마'들은 '아가씨'들을 보면서 자신들의 젊은날을 돌이켜볼 수 있을지 모르지만 아가씨들에게 있어 아줌마들은 존재하지 않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문득 패륜녀 사건이 오버랩되기도 합니다.)

은이는 식당에서 일한 마지막 날 밤 한 여자가 투신자살하는 사건을 접합니다. 이 사건을 접한 은이의 반응은 "우리도 구경갈까?"입니다. 그 여자가 왜 뛰어내렸는지, 죽어서 안타깝다든지 하는 감정은 전혀 없습니다.

영화의 전반부에서 거듭 거듭 강조되듯, 은이는 '둔한 여자'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남의 살의 아픔 따위에는 아무 관심이 없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한마디로 은이는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자신이 그런 운명에 처할 것이라고는 조금도 생각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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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의미에서 보면 '하녀'는 은이에 대한 단죄의 드라마입니다. 인생을 민감하게 살지 못한 죄, 자신에게 닥쳐온 중대사들의 의미를 너무 쉽게 판단한 죄, 남의 아픔을 내 아픔처럼 생각해보지 않은 죄, 도덕적이지 않은 유혹에 그냥 쉽게 대처하고 즐긴 죄(다시 말해 '제때 반항하고 항의하지 않은 죄'이기도 합니다)... 아마 이 영화의 이런 요소들이 남자들보다는 여성 관객들을 더욱 불편하게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혹은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듯, 은이가 하층민의 상징이라면, 이 영화는 정치적으로 의식화되지 않은 기층 계급에게 대단히 냉혹한 시선을 던지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이 영화의 시선은 1차적으로 '부자들이란, 혹은 상류층이란 더럽고 냉혹하고 아더매치한 것들'이란 것이지만, 2차적으로는 '상황이 이 꼴이 되게 만든 건 너희들의 방관과 무관심, 비겁함과 안이함'이라고 비웃고 질책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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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이는 정말 아무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잘생기고 매너 좋고 피아노도 잘 치는 멋진 젊은 주인장에게 아침 식사를 날라도 주고는 저도 모르게 주인장이 치는 피아노 소리에 발장단을 맞춰 보기도 할 정도로 즐겁습니다. 나미는 귀엽고 똘똘한데다 착하기까지 합니다. 맛난 음식도 좋고, 아마도 구체적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대우도 부족하진 않았을테죠.

다만 감수해야 할 부분은 분명히 있습니다. 영화의 제목이 '하녀'라는 것을 상기시키듯 혜라는 은이에게 손발톱 관리와 속옷 빨래까지 시키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이는 처지를 비관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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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이는 훈의 '웁스'를 들은 날 이후 줄곧 그가 자기를 덮쳐올 날을 기다렸던 것처럼 묘사됩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은이에게 '빨아!'라고 명령한 뒤, 양 팔을 벌리고 자아도취의 끝을 연기하는 이정재의 표정입니다. 훈의 캐릭터를 설명하는 데 있어 스무마디의 대사보다 효과적인 장면이었다고나 할까요.

어쨌든 은이는 훈과 몇차례 정사를 벌이는 동안 한번도 거부하거나 반항하는 몸짓을 보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훈이 수표를 줬을 때 급격히 실망하는 표정을 지을 정도입니다. 대체 은이는 훈에게 무엇을 기대한 것일까요. 그렇게 잘난 남자가 나에게 매혹됐다는 판타지가 끝까지 지속되기만을 바란 것일까요. 아무튼 이 영화 속의 은이는 확실히 '즐기고' 있습니다.

남의 남편과 정을 통해 아이까지 배고도 은이의 태도는 맹하기 짝이 없습니다. 잘못했다며 맞고 반항도 않고, 무릎까지 꿇으면서도 아이를 포기하란 말에는 '모르겠어요...'라는 식으로 대응합니다. (역시 이 대목에서 "아니 다들 그걸 어떻게 아시고..."라는 은이의 맹한 대사 한마디는 폭소를 자아냅니다.)

그러니까 은이에게는 그냥 사랑스러운 자식일 뱃속의 아이가 '그들'에게는 장차 수백억의 재산이 왔다갔다하는 큰 분쟁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은이는 전혀 짐작하지 못합니다. 관객들이 이렇게 꽉 막힌 은이를 답답해 하는 동안 제 귀에는 '내가 보기엔 당신들이 더 답답해(혹은 당신들이 딱 저래)'라는 임상수 감독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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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기본 설정을 빼면 임감독이 김기영 감독의 1960년작에서 가져온 것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굳이 리메이크라고 할 것까지도 없고, 그냥 based on 정도라면 딱 적절할 겁니다. 1960년의 하녀가 너무 바보같으면서도 때론 영악하고 과격해서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캐릭터였다면, 2010년의 하녀는 너무나 어리숙하고 맹해서 사리분간을 못 합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주인공인 '하녀(혹은 가정부)'가 더욱 멍청하게 보이는 건 '주인집 가족'들이 그만큼 더 진화했기 때문일 겁니다. 대단히 머리 회전이 빠른 조여사가 '무서운 사람들'이라고 말할 정도로 주인집 가족들의 일처리와 판단은 눈부십니다.

딸의 지위를 위협하는 사위의 씨앗을 초전에 제압하려는 혜라 엄마(박지영 - 아직 미모가 싱싱한 40대 여배우가 '나미 할머니'로 등장하는 건 정말 클린 히트입니다)의 전략이나, "그 여자 절대 애 포기 안 해"라는 혜라의 판단에는 한치도 어긋남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대단한 모녀도 훈의 상대는 되지 못합니다. 하룻밤 불장난을 빌미로 사위의 기를 죽이려던 혜라 엄마의 시도는 "당신 딸이 낳아야 내 자식인 줄 알아?"라는 훈의 반격 앞에 산산히 부서지고, 오히려 혜라와 혜라 엄마가 죄인이 되어 버립니다.

한마디로, 정말 대단한 고수들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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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고도로 진화한 '있는 자들'을 상대하는 건 애당초 은이에겐 절대로 무리. 결국 뒤늦게 '찍 소리라도 내고 싶다'며 반항에 나선 은이에겐 카드가 별로 없습니다. 어차피 목숨은 포기할 참이었지만, 불까지 붙는 건 정말이지 계산 밖의 일이었던 것이죠. (이 대목에서 용산 참사가 생각난다는 분도 있었습니다만, 만약 그렇다면 좀 너무 불경스러운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건 코미디 영화라니까요.) 물론 대 저택에는 스프링클러가 있고, 은이의 죽음이 바꿔 놓은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마지막 에피소드에 왜 마릴린 먼로가 조명을 받는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로버트 인디애나의 그림이나, 서우가 패러디하는 마릴린 먼로의 해피 버스데이 송은 대체 왜 삽입된 것일까요. 그저 마릴린 먼로의 비극적인 운명도 권력의 속성에 대한 무지와 철없는 방종으로 인한 자업자득이었다는 정도의 비유라면 좀 싱겁습니다만, 그 밖의 어떤 의미가 숨어있다면 그 또한 생뚱맞을밖에요. 혹시 허공에 뭐라도 있는 듯 화면 바깥쪽의 왼쪽 하늘을 바라보는 나미의 눈동자는 무엇을 향해 있는 것일까요. 은이의 망령이라도 거기 있는 걸까요?

요약하자면 제가 보기에 이 영화는 굳이 '사회 비판'이라는 흔한 말 보다는 임 감독이 대략 뚱그려서 진보 진영이라고 할 수 있는 세력에게 보내는, '농담과 자조 섞인 조언'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이 영화가 지향하고 있는 것은 뭔가에 대한 분노와 극복의 의지보다는 '허허'하는 웃음일 거라는 생각도 듭니다. '어쩔 것이냐. 상대는 저렇게 날로 똑똑하고, 강해지고 있는데 당신들은 대체 어쩔 것이냐'는 식의....

그래서 이 블랙코미디는 더욱 흥미롭습니다. 다만 그 이상의 기대는 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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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다들 배우들의 연기를 칭찬하지만 그 중에서도 최고의 연기를 보여준 건 이정재라고 생각합니다. 그야말로 이 영화가 원하는 나르시즘을 몸에 밴 듯 표현해 낸 솜씨는 최고였다고나... 혹은 적절한 캐스팅의 힘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P.S.2. 개인적으로는 임상수 감독이 여기 저기 심어 둔 암호들이 상당히 흥미로웠습니다. 베토벤의 '템페스트', 오페라 '안드레아 셰니에'에 나오는 소프라노 아리아 'La Mamma Morta', 안데르센의 동화 '어느 어머니 이야기', 그리고 위에서 얘기한 로버트 인디애나의 '마릴린 마릴린'과 서우의 패러디 등은 모두 줄거리와 유기적인 관련을 맺고 있습니다. 이런 얘기들을 여기서 다 하기엔 너무 길듯하고, 다른 포스팅으로 만들겠습니다.

P.S.3. 그런데 어쨌든, 이 영화가 이렇게 관객몰이가 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다른 분들은 과연 이 영화를 어떻게 이해하셨을지 정말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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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TV '커피하우스' 1회는 이래저래 궁금증을 자아냈습니다. 처음에는 표민수 PD가 과연 '작품성은 좋지만 흥행(시청률)이 안 되는 연출가'라는 허울을 벗을 수 있을지, 그 다음엔 송재정 작가가 과연 김병욱 PD의 그늘을 벗어나 드라마 작가로도 히트작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 그리고는 강지환의 출연 여부를 놓고 벌어진 소속사와 전 소속사의 갈등 등이 잇달아 화제를 낳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렇게 관심을 끌던 '커피하우스' 첫회가 방송됐습니다. 제목부터 '커피하우스'라는 것은 어쩐지 '풀하우스'의 영광을 잇겠다는 의욕이 보이는 듯 하더군요. 아무래도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강지환이 연기하는 남자 주인공 이진수 캐릭터였습니다. 요즘 인기를 얻고 있는 까칠남의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는 느낌이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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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이후에만도 까칠한 남자는 줄줄이 사탕이었습니다. '파스타'의 이선균이 버럭 셰프로 포문을 열었고, '개인의 취향'의 이민호가 뒤를 이었습니다. 뭐 넓게 보면 '추노'의 장혁도 이 범주에 들 수 있고 '지붕뚫고 하이킥'의 최다니엘 역시 여기서 빠질 수 없습니다.

대체 왜 까칠남이 뜨는지에 대해서도 수많은 해석들이 있지만 솔직히 말해 이건 여자들의 흔한 착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드라마 속 까칠남이 되려면 일단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무능한데 성격만 까칠한 인물은 까칠남의 범주에 절대 들지 못하죠. 뭐 주인공이니까 당연한 거지만 용모도 특출해야 합니다. 인물이 못났는데 성격이 까칠한 건 역시 절대 까칠남이라고 불리지 못합니다. 이런 남자들은 못된 놈, 미친 놈에서 싸이코, 변태라고나 불려야 제격인 겁니다.

마지막으로 드라마 속 까칠남들은 여주인공 하나에게만 마음을 엽니다. 물론 그런 뒤에도 여자들은 이 까칠남의 매력 때문에 주변을 맴돌지만, 신기하게도 다른 여자들이 접근할 때면 이 까칠남은 얼음장같은 본능이 되살아납니다. 오로지 여주인공에게만 따스한 웃음을 보여줄 뿐, 다른 여자들에게는 재수없고 아니꼽고 잘난체만 하는 이상한 놈으로 돌아서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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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두 여자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우유부단남이 '죄라면 착한게 죄'라는 식으로 인기를 모으던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세상이 아닙니다. 솔직히 시청자들도 많이 이기적으로 변했습니다. 이른바 '1박2일'의 '나만 아니면 돼' 정신이랄까, 세상에 아무리 못되고 형편없는 놈이라도 나한테만 잘 하고 돈만 많으면 용서할 수 있다는 게 요즘 세상의 정서입니다. 오죽하면 '가십걸'의 척 배스 같은 놈도 멋진 놈으로 포장되겠습니까.

그런 의미에서 '커피하우스'의 강지환 또한 까칠남의 분위기를 이어 가고 있다는 것은 좀 너무 편하게 시류에 편승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 캐릭터는 또 다른 특이한 면이 보여 보는 눈이 즐거웠습니다.

문제의 이진수는 수려한 용모의 베스트셀러 작가지만 약속을 밥먹듯 어기고 글을 쓸 때에는 반드시 손으로 깎은 연필만 쓰며, 그 깎인 연필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 던져 버리고 새 연필을 깎아 쓰는 그런 사람입니다. 여주인공 승연(티아라의 은정)은 진수에게 우연한 기회에 도움을 받고 따뜻한 인간미를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이 캐릭터는 알고 보니 보면 볼수록 희한한 별종이었던 겁니다. 1회에서는 그저 참 특이한 사람이구나, 할 정도지만 그냥 단순한 까칠남이 아니라 결벽증과 완벽주의가 한데 뭉친 드문 캐릭터인 겁니다. 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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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이상한 미신 믿는 습관만 있다면 바로 '이보다 좋을순 없다(As good as it gets)'의 베스트셀러 작가였던 잭 니콜슨이 나옵니다. 물론 강지환은 니콜슨과 비교할 수 없는 미남이지만 하는 짓거리는 점점 비슷해질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아무튼 '웃으면서 골 지르는' 이진수의 캐릭터는 강지환의 연기력 덕분에 확 살아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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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맞서는 승연(함은정)은 역시 드라마에서 흔히 보이는 천방지축 실수연발이 특기인 민폐형 여주인공일 것 같지만 오버하지 않는 안정된 연기력 덕분에 보기가 편했습니다. 아울러 끝까지 현실을 인정하지 않고 자기 생각만 고집하는 종래의 짜증나는 민폐형 여주인공들에 비해 적절한 선에서 자신의 현실을 깨닫는("아니 어쨌든 그럼 공짜로 비서가 생긴 셈인데 뭐라도 시켜서 부려먹고 싶지 않아요?") 현명함을 지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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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하고 싶은 얘기는 남녀 주인공의 두 캐릭터가 늘 보던 것 같지만 늘 보던 것과는 사뭇 다른 차이가 있다는 점이 '커피하우스'를 생기있게 만들고 있다는 겁니다. 얼핏 보면 비슷해 보이지만 아주 조금씩의 차이가 전체적인 분위기에선 뻔하지 않은 드라마를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이밖에 어쩌다 늘 청승맞은 비련녀 역할만 하던 박시연이 오랜만에 다소 과장된 만화적인 악녀 연기를 맡은 것 하며, 한때 '발호세'로 불렸던 박재정이 말수 적은 과묵남으로 등장하는 것(알고 보면 심한 사투리 때문에 가능하면 입을 열지 않는 캐릭터라고 합니다^) 등의 설정이 눈길을 끕니다. 정웅인의 코믹 연기는 뭐 굳이 새로 거론할 필요가 없겠죠. 아무튼 아직 첫회밖에 못 봤지만 '커피하우스', 꽤 기대가 가는 드라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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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로 봐선 티아라의 다른 멤버들이 한두 장면씩은 모두 나와줄 것 같더군요. 두고 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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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들리 스코트의 '로빈 후드'가 개봉되기 전부터, 해외 리뷰들은 좀 시끌시끌했습니다. "대체 이게 무슨 로빈 후드 얘기냐!"는 얘기가 대다수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오히려 '마그나 카르타'라는, 많은 사람들이 '그거 게임 이름 아냐?'라고 묻는 1215년의 대사건이 여러 리뷰에서 등장하더군요.

많은 사람들이 전통적인 로빈 후드 이야기에서 벗어났다는 이유로 이 작품에 항변하고 있고, 또 다른 많은 사람들은 이 작품의 스펙터클을 '글래디에이터'에 비교해 비난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럼 이 영화는 형편없는 졸작일까요? 저는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밤늦게 본 영화 '로빈 후드'는 그냥 몇마디 말로 무시하기엔 충분히 볼만한 가치를 갖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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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줄거리: 사자왕 리처드의 십자군 원정에 속해 있던 궁수 로빈 롱스트라이드(러셀 크로)는 어찌 어찌 하다가 리처드의 전사를 지켜보게 됩니다. 리처드의 휘하 기사인 로버트 록슬리로부터 자신의 칼을 고향의 아버지에게 전해 달라는 마지막 부탁을 받게 된 로빈은 어찌 어찌 하다가 로버트 록슬리의 대역을 연기하게 됩니다.

로버트의 고향인 노팅험에는 로버트의 아버지 록슬리 경(막스 폰 시도)과 아내 마리온(케이트 블랜칫)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한편 리처드의 왕위를 이어받은 동생 존 왕은 실정과 무리한 세금 착취로 민심을 잃어가고, 이를 틈탄 프랑스 왕 필립은 존의 측근인 고프리(마크 스트롱)를 통해 잉글랜드 정복의 야심을 불태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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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기존의 로빈 후드 이야기와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은 시점입니다. 전통적인 로빈 후드 스토리에서 로빈 후드가 잉글랜드로 돌아오는 것은 리처드가 유럽 어딘가에서 인질로 잡혀 있던 12세기 말의 어느 시점입니다. 즉 '존 왕이 리처드의 몸값 지불을 명분으로 사방에 행정관(sheriff)들을 보내 닥치는대로 세금을 걷어들이며 포학질을 하고 있던' 시점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스토리의 엔딩은 충신들의 노력으로 리처드 왕이 잉글랜드로 돌아오는 해피엔딩으로 이어집니다. (물론 로빈 후드 자신은 여자 수도원장의 음모에 따라 독을 먹고 죽게 되죠.)

하지만 이번 리들리 스코트의 '로빈 후드'는 아예 리처드의 죽음부터 이야기가 시작해버리니 이건 전혀 다른 얘기가 될 것이라는게 분명해집니다. 게다가 잉글랜드로 돌아온 로빈의 앞에는 만민 평등사상을 그 시대에 구현해 낼 혁명가로서의 운명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한낱 궁수로 십자군 원정에 참가했던 병사가 잉글랜드의 지방 영주들을 규합해 대헌장 Magna Carta를 이끌어내는 시대의 영웅으로 변신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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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가 주장하는 것은, 이 영화가 지금까지 나온 수많은 로빈 후드 영화와 스토리의 프리퀄 역할을 한다는 것이지만 일단 이렇게 시대가 달라져 버리고 나면 이건 역시 이 뭥미...라는 반응에서 크게 벗어날 수 없습니다. 황당함을 느끼게 되는 첫번째 순간입니다. 각본가 브라이언 헬겔런드에게 그리 큰 기대를 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 짝퉁 '마틴 기어의 귀향(혹은 '서머스비')' 스토리는 뭔가 실소를 자아내는 부분이 있습니다.

물론 관객 중에 전통적인 로빈 후드 이야기에 밝은 사람이 그리 많을 리가 없으니(영/미권 관객이라면 너무나 친숙한 얘기겠지만 한국에도 뺑덕어미가 심청전에 나오는지 콩쥐팥쥐에 나오는지 헷갈리는 사람들이 널린 세상이니 이게 그리 큰 흉이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하물며 한국이나 온 세계의 관객들에겐 그러려니 할 일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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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본래의 로빈 후드 이야기는 고작해야 수십명의 셔우드 숲 산적 패거리가 노팅험이라는 한 동네의 지방 행정관 혹은 영주와 벌이는 활극이었습니다. 이 이야기가 갑자기 영화에서는 한 나라의 운명을 건 전쟁과 정치 이야기로 변신합니다. 이에 대한 어색함은 여전히 지워지지 않습니다.

과연 로빈 후드는 마그나 카르타의 주역이었을까요? 물론 그거야 전혀 알 수 없는 일이지만 필립 왕의 잉글랜드 침공 같은 것은 일단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왜냐하면 당시 잉글랜드와 프랑스의 국경은 도버 해협이 아니었기 때문이죠. 리처드가 죽은 것은 1199년, 존 왕이 프랑스에게 결정적으로 패전한 것이 1214년, 그리고 마그나 카르타에 사인한 것이 1215년입니다. 그리고  1214년의 결정적인 패전으로 잃은 영토가 바로 북부 프랑스의 부르타뉴 지방인 것입니다. 그러니 프랑스군과 잉글랜드군이 헤이스팅스 절벽에서 한판 대결을 벌이는 것은 당나라와 연개소문이 대동강 강가에서 싸우는 것 같은 생뚱맞은 장면인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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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물론 이것 역시 절대 다수의 관객들에게는 흠잡힐 일이 없는 사건인게 분명합니다. 많은 관객들은 '어쨌든' 영국과 프랑스가 싸우니 프랑스는 바다를 건너 와야 실감이 난다고 생각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영화의 진짜 약점은 너무 빨리 휙휙 변하는 주인공 로빈 후드라는 캐릭터입니다. 그냥 잘 싸우는 군인이자 동료들에게 야바위 놀이나 하던 로빈이 너무 눈 깜짝할 사이에 시대의 깨인 정신이자 대군을 이끄는 명장으로 변신하기 때문입니다. 뭐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에서 며칠 사이에 당대의 검객으로 변신하는 견자를 탓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까짓거 어차피 영웅이 되고 말 것, 시간 끌지 말자는 거라면 좀 우울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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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충분히 즐길 거리를 제공합니다. 가장 큰 미덕은 이 영화가 자신들의 배경이 12세기의 영국/프랑스 지역이라는 것을 잊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런던의 영국 왕실은 배가 도착해 문이 열릴 때까지 리처드가 살아있는지, 죽었는지를 알지 못합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얘깁니다.

하지만 더 옛날을 다룬 한국 사극에서는, 전장이 도성에서 사흘 거리든 나흘 거리든, 도성에 앉은 주인공들은 너무나 쉽고 간편하게 전장의 사정을 꿰뚫고 있습니다. 유능해서 그런 걸까요? 아니면 무심한 작가가 핸드폰이 있고 무전기가 있는 20세기와 당시를 혼동하기 때문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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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리들리 스코트가 충실하게 재현해 주는 그 시대의 전장은 그 자체로 충분히 감동을 자아냅니다. '글래디에이터'의 첫 신이, 수적으로는 훨씬 많았던 튜튼족이 왜 제대로 훈련받은 로마군에게 정복당했는지를 당시의 전술과 고증을 통해 충실히 보여준 명장면이었다면, 이번 '로빈 후드'의 도입부는 12세기 기준의 공성전을 신나게 보여줍니다.

아울러 이 시기로부터 300년 동안 유럽의 전장에서 잉글랜드군을 강군으로 소문나게 했던 장궁(longbow) 부대의 위력도 이 영화를 볼만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만듭니다. 본격적으로 이 장궁부대를 활용한 것은 100년 정도 지난 뒤의 에드워드 흑태자Edward the black prince이지만, 이 시대부터 그 단초가 있었다는 건 충분히 그럴싸하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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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마지막 해변 전투에서 사정거리 300m에 달하는 장궁부대가 적의 대열을 무너뜨리고, 그 틈으로 기병이 돌진해 기선을 제압하는 방식은 그야말로 장궁대를 이용하는 전투의 모범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관객들이 '300'은 기본적으로 만화라는 사실을 인식한다면 이런 장면들의 가치가 다시 한번 부각될텐데, 아쉽습니다.

한마디로 스코트가 보여주는 전쟁은 그저 시작만 했다 하면 우리편과 적이 엉망으로 뒤섞여 개싸움을 보이는 한국 사극의 전투 신이나, 전투의 상리를 무시하고 무슨 짓을 하건 우리 편이 이기는 '반지의 제왕' 류의 판타지 전투 신과는 격이 완전히 다릅니다. 그 시대의 무기와 그 시대의 상식으로 남자들이 신명을 다해 싸우는 방식을 훌륭한 연출가가 반칙 없이 재현해 낸, 충실함이 느껴지는 장면들입니다. (이 대목에서 다시 한번 오우삼의 '적벽대전'의 어처구니없는 전투 신들이 떠올라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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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이 영화가 스토리나 주인공의 설정, 전개 방식에서 상당한 약점을 갖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이런 박진감 넘치는 신들은 다른 어떤 영화에서도 볼 수 없는 것들입니다. 그런 부분들을 인식하지 못하고 '스펙터클이 글래디에이터만 못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뭐든 크고 화려하면 장땡이라는 식의 수준 낮은 시선일 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로빈 후드'는 개인적으로 충분히 즐길만한 영화였습니다. 마지막으로 극중 비중이 아주 크지는 않지만 리틀 존이나 터크 수사처럼 이미 유명 캐릭터가 되어 버린 로빈 후드의 조연들까지 제대로 살려 낸 감독의 시선은 이 스토리에 대한 애정이 결코 부족하지 않다는 점을 다시 느끼게 해 줍니다.

(물론 여주인공 캐스팅은 대실망이지만 말입니다. 피터 잭슨에 이어 스코트까지 이렇게 실망스러운 선택을 할 줄은 몰랐습니다. 하긴 십자군 전쟁에 시달리던 로빈이라면 누군들 반하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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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1. 그런데 설마 '로빈 후드 2: 마그나 카르타' 같은 작품이 나오진 않겠죠.^^

P.S.2. 케이트 블랜칫이나 메릴 스트립의 외모에 대해 실망하는 얘기를 할 때마다 '어머 눈도 높으셔라 그정도면 환상적인 미녀 아닌가요'하는 댓글을 다는 여자분들이 있는데, 이제 지겨워서 한줄 붙입니다. 죄송합니다. 블랜칫보다 한 천배쯤 예쁜 마누라와 살다 보니 이렇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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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부산 얘깁니다. 뭐 부산엔 놀러 간게 아니기 때문에 저녁 사진밖에 없습니다.

부산은 서울을 제외한 전국 도시 가운데 가장 많이 가는 곳이기도 하고, 또 가장 많이 가 보고 싶은 곳이기도 합니다. 기회가 된다면 가서 살아 보고 싶은 곳이기도 하죠.

부산에 가면 꼭 먹고 와야 한다고 개인적으로 주장하는 음식이 세가지 있습니다. 첫째는 연산동 제일복집의 복불고기, 둘째는 구서동 가야밀면의 밀면, 그리고 세째는 역 건너편 차이나타운 입구에 있는 신발원의 고기만두입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경우, 일정이 부산역과 해운대를 잇는 선상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구서동은 참 들르기가 쉽지 않습니다.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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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일을 하러 가건, 놀러 가건 이때가 제일 들뜨죠. 잇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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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런볼을 벗삼아 달리고 달리고 달리고 달리고 살리고 살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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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달려서 내리면 곧바로 달려가는 곳이 신발원.

죄송합니다. 낱개로 파는 건 아닙니다. 허겁지겁 먹다가 사진 찍는 걸 잊었습니다. 다행히 다 먹기 전에 이성을 되찾고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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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허겁지겁 일처리를 마치고 청사포로 이동했습니다. '아직 해가 보이잖아' 하시는 분들, 요즘 해가 참 길어졌더군요.^^ 그리고 이런데 오면 술자리에서 우의를 다지는 것도 중요한 업무랍니다. 아무튼 참 정겨운 짠물 냄새-.

부산 분들은 다 아시고 서울 분들도 꽤 많이 아신다는 청사포는 달맞이고개 너머에 살짝 숨어 있습니다. 저희는 행사장이 해운대라서 약 10여분만에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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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 트인 바다. 속이 다 후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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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로 난 방. 전망이 그만입니다. 창을 열면 파도 소리가 방안을 채웁니다. g.o.o.d.

스님도 넋을 잃고 바다를 탐닉하고 계십니다. 전망값으로만도 벌써 회 먹은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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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이런건 전국 어디 가나 비슷한 상차림이지만, 그래도 기대 만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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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세 캄캄해지는 하늘. 회 나오기를 기다리며 예술도 해 봅니다.

이른 상차림만으로도 어느새 바닥을 드러낸 C1. 이름은 바뀌었지만 C1을 마시면 왕년에 광안리 오른쪽 끝 방파제에 앉아 구름에 비친 네온사인을 바라보며 대선소주 병으로 돌려 마시던 시절이 절로 떠오릅니다. (누가 보면 술 엄청 잘 마시는 줄 알겠군.^^)

등대야 너는 아느냐 C1의 그리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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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을 맞아 말캉말캉 살이 오른 이 도다리. 뼈채 썬 세꼬시의 아름다운 정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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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염장. 가끔 세꼬시라면 뼈가 들었다는 이유로 거부감을 느끼시는 분들도 있는데, 잘 못 써는 집에 가시면 그런 겁니다. 진짜 세꼬시는 뼈가 있는지 없는지 모를 정도로 부드러우면서도 가끔씩 씹히는 맛이 일품입니다.

된장+다진마늘+다진청양고추+초장 약간이 제격입니다. 듬뿍듬뿍 싸서 상추에 싸 먹고, 잘게 썬 양배추와 콩가루에 비벼 먹고, 밥까지 같이 넣어 비비고 깻잎에 싸 먹고...

(죄송합니다. 이런 상황에선 사진 찍을 정신이 없습니다. 아무튼 맛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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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난 도다리와 매운탕, C1으로 배를 채우고, 모처럼의 부산 술자리가 이대로 끝날 리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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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이 걸린 곳이 어디인지 맞추시면 부산 아는 사람으로 인정.^^

아무튼 부산, 악몽의 2002년을 제외하곤 갈때마다 마음이 푸근해 지는 곳입니다. 한여름 피서철만 아니라면 언제든 또 가고 싶은 곳. 물론 맨 위에 든 게 세가지라고 해서 다른 별미의 가치를 부정하는 건 절대 아닙니다. 미포 할매복국이나 속시원한 대구탕, 동래 온천장 돌판 장어구이나 대변 짚불장어도 모두 탐나는 음식들입니다. 그런데 돼지국밥 먹어 볼 여유는 언제쯤 생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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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아무 생각 없이, 어쩌다 가회동 한옥촌을 가 보게 됐습니다. 왜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 아무튼 갑자기 갔더랬습니다. 물론 40년 넘게 서울에서 산 터라 그곳이 어디인지는 너무나 잘 알았지만 그리 친숙한 곳은 아니었습니다.

아무튼 서울을 잘 모르시는 분들이라면 한번 가볼만 한 곳, 서울에 오래 살았지만 도대체 문화라고는 영 부족해 보이는 강남에만 사시던 분들은 특히 가볼만 한 곳입니다. 담장에 둘러싸인 집과 자그마한 마당, 그리고 담장 밖으로 보이는 날렵한 한옥 지붕이 마음을 푸근하게 합니다.

이 정도면 충분히 약을 판 셈인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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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회동이 어디야, 하실 분도 있겠지만 사실 친숙한 동네입니다. 한창때를 누리고 있는 삼청동길을 광화문에서 북악산 쪽으로 가다 보면 오른쪽으로 한옥들이 쭉 들어차 있는 마을이 보입니다. 그쪽 언덕 위가 바로 가회동입니다.

또는 삼청동길을 내려가다가 감사원쪽으로 우회전해 넘어가는 길, 혹은 현대빌딩에서 헌법재판소 쪽으로 죽 내려가서 있는 길 양쪽이라고 표현해도 됩니다. 오래 전의 가회동은 실제로 진짜배기 한옥들이 꽉 차 있는 길이었는데 요즘은 꽤 고친 집들이 섞여 있더군요.

어찌하다가 들어가게 된 곳이 가회미술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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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화와 부적을 주로 전시하는 미술관... 물론 미술관이라고 부를 수 없을 정도로 작고 아담한 규모지만 들어가서 쉬어갈만 합니다. 입장료가 있습니다. 3000원. 잠깐 구경하고 나면 연근차를 주시는데 그냥 차값이라고 생각해도 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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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 벽에는 하나 가득 부적이 붙어 있습니다. 부적들 옆에는 조그맣게 설명이 붙어 있기도 합니다. 귀신 쫓는 부적, 도둑 안 맞는 부적, 남편 잡아 놓는 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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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에서 제일 귀여운 부적을 골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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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귀 퇴치 부적이라는데, 악귀가 과연 무서워할지, 귀여워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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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마당엔 모란꽃이 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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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기 항아리 안에선 금붕어가 헤엄치고 있습니다. 볕 드는 툇마루에 앉아 그저 가만히 앉아 있어도 심심찮은 뜰입니다. 마음의 여유를 찾을 수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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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꽤 큰 박물관도 있습니다만, 가회동 한옥 마을 안에는 자잘한 박물관이 한둘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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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그날 찍은 건 아니지만 어쨌든 가회동의 한정식집 '마라' 뜰입니다.

한옥 지붕과 잘 가꿔진 마당의 조화. 정감이 넘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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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청동(혹은 가회동)에서 와룡공원을 지나 오르막을 타면 말바위쉼터라는 곳에 이릅니다. 본래는 여기가 막다른 길의 끝점이어서 아는 사람만 오는 곳이었죠. 이 지점은 서울 시내에서 손꼽히는 야경 관람 포인트입니다. 강북 도심이 한 눈에 들어오는 호쾌한 전망이 그만이죠. 개인적으로는 남산 서울타워보다 낫다고 생각합니다.

사진에 나오는 서울성곽이 아래로 죽 이어져 있습니다. 성곽을 따라 긴 계단을 내려가면 혜화동이 나옵니다. 그런데 주변을 정비한다면서 화단을 죽 만들어 놨는데 이거 영 불만입니다. 예전처럼 그냥 성벽을 노출해 놓은 게 훨씬 나았던 것 같습니다.

어쨌든 요즘 너무나 붐비는 삼청동을 잠시 멀리 하시고, 가회동 쪽으로 발길을 돌려 보시면 어떨까요. 요즘 붐이라고 해서 가회동 골목도 미어 터지는게 아닐까 잠시 걱정했는데 다닐만 했습니다.

P.S. 부산 다녀온 얘기는 다음으로 - 이거야말로 짤방 포스팅이군요.^^ 요즘 블로그에 너무 신경을 못 쓴듯 해서 저도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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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이런 노래 들어본 적 있냐고 유튜브 링크 하나를 던져줬습니다. 화면에는 웬 싸움 잘 못 할 것 같이 생긴 비쩍 마른 백인 하나가 나와서 노래를 하고 있었습니다. 노래의 제목은 '내 노래야'. 하지만 분명히 흘러나오는 곡은 씨앤블루의 '외톨이야'였습니다.

노래의 의도는 너무나 분명했습니다. 가사 중간에는 '와이낫'도 나오고 '파랑새'도 나옵니다. 내용 중에도 '니 노래 멜로디는 너무 좋아. 조금 가져다 쓰면 안 되겠니?'라는 이야기가 반복해서 나오죠.

도대체 뭐하는 친구이길래 이런 걸 만들고 있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검색해보니 유튜브에만도 이 친구가 올려놓은 동영상이 100개가 넘더군요. 그리고 그중엔 나름 유명한 '김연아 송'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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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문제의 노래, '내 노래야' 부터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내용은 '외톨이야'를 직접 공격하기보다는 한국 가요계의 전반적인 문제를 꼬집는 것들입니다. '한국 노래에 나오는 영어는 모두 콩글리시야, 영어를 배워' '한국 노래는 왜 다 똑같이 들려' 등등... (이에 대한 마익흘의 본격적인 설명은 저 아래에)

그 다음은 김연아 송. 김연아에 대한 숭배의 감정을 담은 수많은 노래들 중 하나입니다.^^

 

이름은 마이클. 마익흘이라는 예명은 마이클을 한글로 재미있게 쓴 내용입니다. 나이는 27세. 그가 올린 동영상 중에는 한국식의 나이 계산 때문에 자기를 28세라고 표현하는 사람들에 대한 짜증(?)이 담긴 것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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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한국에 대해 좋은 이야기만 해서 호감을 얻으려는 타입은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예를 들면 그가 느낀 한국의 나쁜점: 물론 마이너한 부분입니다만... 한국의 아파트 이웃들이 시끄러운 이유에 대해 제법 한국의 난방 시스템까지 연구한 흔적도 보입니다.
 

그리고 한국 나이계산에 대해 불평하는 내용.

 

그 다음은 자신이 왜 '내 노래야' 같은 동영상을 만들어서 인터넷에 올려 놓았는지에 대한 설명입니다. 내용인즉...

"노래 한 곡이 표절이냐 아니냐를 얘기하는 건 의미가 없다. 내가 듣기에 한국의 히트 가요는 모두 다 똑같다. 그 노래가 그 노래다. 이런 문제는 한국 팝 밴드들이 직접 노래를 작곡하지 않고, 누가 작곡해준 노래를 부르기 때문에 생긴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은 한국에서 앞으로 일어날 10가지를 마익흘이 예언한 것입니다. 뭐 앞으로 대학에 진학하려는 여학생들은 9개 중 하나의 얼굴을 선택해 성형하는 것이 의무화될 것이다.... 이런 등등의 흥미로운 내용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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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앞으로 한국의 작곡가들은 모든 멜로디를 다 써먹고, 90년대에 나왔던 노래들을 제목만 바꿔서 다시 발표할 것이다. 하지만 아무도 그 노래가 예전에 있었던 노래인지 구별하지 못할 것이다"라는 내용도 있습니다. 상당히 심각한 악담...^^



일전에 한국 노래를 부르는, 미국에 사는 흑인 여성을 소개한 적도 있었는데 이번엔 한국 록에 관심이 많은 외국인을 다루게 되고 보니 참 희한한 느낌이 듭니다. 홈페이지도
http://www.timetorocktheworld.com/ 열어 놓고 있으니 궁금한 분들은 방문해보시길.


P.S. 최근에 올린 동영상 중에는 6월2일 지방선거에 투표하라고 촉구하는 내용의 동영상도 있군요.^ 나름 의식있는 친구인 모양입니다.

P.S.2. 오마이뉴스에 꽤 자세한 리뷰가 실렸습니다. 이쪽도 인터뷰를 하지는 않은 듯.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378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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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기의 호가 '허당'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겁니다. 이 '허당'은 겉으로 보기엔 완벽한 스펙을 갖춘 이승기의 엄친아 이미지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뛰어난 외모와 방송을 통해 보여지는 성품, 시청률 40%대의 드라마(찬란한 유산)와 예능 프로그램(1박2일)을 모두 주도한 실력, 그리고 전교 회장 출신이라는 모범생의 똘똘한 이미지가 모두 결합된 것이 이승기의 이미지입니다.

하지만 이런 '완벽남'의 이미지는 자칫 인간미가 없어 보일 수도 있습니다. 이런 요소를 커버한 것이 바로 '1박2일'을 통해 형성된 '허당'의 이미지였죠. 뭔가 부족해 보인다는 것이 오히려 시청자들에게 감정적으로 이승기와 공감할 수 있는 여지를 준다는 점에서 이 '허당' 이미지는 매우 값진 것이었습니다.

그 '허당' 이미지가 최근 흐려졌다는 인식 때문인지 9일 방송된 '1박2일'의 코리안루트 3편은 대대적으로 '이승기 검증'을 실시했습니다. 과연 이승기는 엄친아인가, 허당인가를 파헤쳤죠. 그리고 그 결과, 이승기는 '완벽한 허당'으로 드러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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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O 검증 때의 어리바리한 모습은 일단 통과. 운이 없어 찬물 열바가지까지 당첨. 이어 벌어진 잠자리 복불복 대결에서 이승기는 모든 사람의 예상을 뒤엎고 퀴즈 대결에서 최하위를 차지했습니다. 영화/드라마/만화/ 주인공과 제목을 연결하는 게임에서 다른 출연자들이 하나씩 빠져나가는 가운데서도 이승기는 끝까지 자리를 지켰습니다.

'미래소년 코난'의 포비를 몰라 최하위가 결정된 뒤에도 강호동은 "이 기회에 이승기를 검증해 보자"며 계속해서 퀴즈를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개구장이 스머프'의 아즈라엘을 몰랐고("가가멜이 나오지 아즈라엘이 왜 나와?"), '오즈의 마법사'의 도로시를 몰랐고("그 넷중에 누가 도로시죠?"), 심지어 뺑덕어미를 몰랐습니다("영심이? 아, 맞다. 콩쥐팥쥐!"). 시청자들에게는 상상을 초월한 웃음을 자아냈지만 웃으면서도 과연 정말 저걸 모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물론 그 자리에서 저런 '무식'을 연기했다면 이승기는 아마 예능의 천재일 지도 모릅니다. "그 넷 중에서 누가 도로시죠? 사자는 아니고..."같은 멘트를 그 자리에서 만들 수 있다면 정말 대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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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이날 찬물 열바가지를 뒤집어 쓴 데 이어 바보 취급까지 받게 된 이승기. 이어진 남도 자유여행 프리젠테이션에서도 이승기의 자해 개그는 계속됐습니다. 여기서 이승기/강호동 조는 1박2일의 여행 내내 남도 진미를 모두 맛보며 열끼 가까운 식사를 하는 안을 내놨습니다.

솔직히 강호동/이승기의 강심장 조가 내놓은 여행 계획은 예능으로는 그럴듯 하기도 했지만 진짜 한국관광공사 직원이 심사를 하는데 이런 여행안이 높은 점수를 받을 리 없다는 것은 너무도 당연했죠. 이런 무리한 계획을 세우는 데 이승기가 일조했다는 건 뭐랄까... 역시 '허당' 이미지를 굳히는 결과로 드러났습니다. 이런 계획으로 1등을 노렸다는 건 누가 봐도 상식에서 벗어나는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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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위에서도 말했듯 이승기의 허당 이미지는 연예계에서 이승기가 활동하는데 도움이 되면 됐지 결코 방해가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이승기가 뺑덕어미를 몰랐다고 해서 이승기를 바보로 생각할 사람은 없을 것이고, 오히려 나오는 문제를 두꺼비가 파리 잡듯 척척 맞췄다면 잘난체 한다고 불쾌하게 생각할 사람(물론 이런 사람들이 더 문제입니다. 하지만 세상엔 이런 사람이 얼마든지 있죠)이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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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에서, 설사 9일 방송된 '1박2일'의 이승기 부분이 다소 의도된 것이라고 해도, 크게 탓할 여지는 없을 듯 합니다. 아무리 '리얼 버라이어티'라는 제목이 붙어 있지만 예능 프로그램에 100% 야생 리얼을 기대하는 것은 '우리 결혼했어요'에 나오는 커플들이 모두 진심으로 서로 아끼고 사랑할 것이라고 보는 것이나 마찬가지일테니 말입니다.


[물론 이번 방송분이 조작이라고 단언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그리고 이 글의 요지는 '조작이든 아니든, 아무 상관 없다' 쪽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시기 바랍니다. 이런 프로그램의 목적은 국민을 계도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시청자들에게 행복한 상상을 나눠 주는 것이란 점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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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그리고 뭐니뭐니해도 이날 최고의 웃음은 이수근의 모자이크 쇼. 감동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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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Hot)한 힙합 스타는 드렁큰타이거도, 에픽하이도 아닌 UV입니다. 개그맨 유세윤과 래퍼 뮤지로 결성된 UV는 데뷔곡인 '쿨하지 못해 미안해'로 뜨거운 인기를 모으고 있습니다. 자칭 '비와 효리 사이에 낀 뮤지션', 혹은 '비와 효리 다음은 UV' 정도로 불리고 있을 정도입니다.

도대체 돈이라곤 들어간 데가 없어 보이는 '쿨하지 못해 미안해'의 뮤직비디오는 코믹한 가사와 영상으로 웃음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이들은 데뷔할 때부터 "저스틴 팀버레이크가 나오는 'Dick in the Box'라는 뮤직비디오를 보고 영감을 얻었다"고 말하기도 했죠.

이 뮤직비디오를 만든 그룹의 이름은 Lonley Island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럼 불세출의 그룹 UV를 만들어 낸 그 스승들은 누구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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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못 본 분들은 없겠지만, 만약에라도 아직 UV를 접하지 못한 분들을 위해서 소개합니다. 바로 UV 열풍을 낳은 노래 '쿨하지 못해 미안해'의 뮤직비디오입니다.

 

그리고 이들에게 영감을 줬다는 Lonely Island의 'Dick In A Box' 뮤직비디오를 볼 수 있는 영상입니다. 오른쪽 화면은 이 뮤직비디오, 그리고 왼쪽은 이들을 흉내내어 팬들이 만든 패러디 영상입니다. 왜 이런걸 가져왔는지 설명은 아래로-
 
사실 뮤직비디오만 있는 영상을 가져오고 싶었지만, 이 영상은 미국 NBC TV의 장수 간판 주말 버라이어티 쇼인 'Saturday Night Live(줄여서 흔히 SNL이라고 부릅니다)'라는 프로그램의 일부였습니다. 여기에 출연하던 아담 샘버그 등의 코미디언들이 자신들의 유닛을 론리 아일랜드라는 힙합 그룹이라고 부르고, 여기에 수시로 톱스타들을 초대해 뮤직비디오를 선보였습니다.

[그런데 역시 방송 화면을 그냥 긁은 거라서 유튜브에서도 다른 곳으로 퍼가는 건 금지하고 있는 듯 합니다. 그래서 약간의 편법으로, 비교하고 있는 화면을 가져왔습니다.]

그런데 그 스타 진용이 만만찮습니다. 위의 뮤직비디오에 나오는 건 바로 그 유명한 저스틴 팀버레이크입니다. 흔히 비와 비교되는 최고의 남자 솔로 가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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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론리 아일랜드의 재기발랄한 세 멤버들입니다. 왼쪽부터 앤디 샘버그Andy Samberg, 아키바 섀퍼Akiva Schaffer, 조마 타콘Jorma Taccone]

그런 팀버레이크가 이런 저질스럽고^^ 코믹한 뮤직비디오에 선뜻 나선다는 건 한국적인상식으로는 좀 받아들여지지 않는 일이기도 합니다. 가사가 어떤지 음미해보고 싶은 분들을 위한 가사 중심의 버전입니다.^^ 그림 설명도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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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해서 인기가 폭발하자 이들은 자신들의 앨범과 싱글을 쏟아내기 시작합니다. 심지어 지난해 2월 발매된 데뷔 앨범 Incredibad는 빌보드 차트에서 13위까지 올라가기도 하죠. 이들은 또 Hot Rod라는 코미디 영화까지 제작했습니다.

아래는 이들의 대표작 중 하나인 J***(Jizz) in My Pants의 뮤직비디오입니다. 이 뮤직비디오에도 인기 드라마 시리즈 '라스베가스'의 몰리 심스와 '앙투라지'의 제이미 린 시글러같은 미녀 스타들이 등장합니다.

 

Jizz라는 낯선 단어 뜻을 찾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내용은 참 여기 소개하기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우연히 너무나 마음에 드는 여자를 보게 된 바람에 나도 모르게 바지에다 ....를 해 버렸다는 뜻입니다. 뭐 미국이니까 이런 노래가 나오고 히트할수 있는 거겠죠.^^

또 다른 대표곡. 래퍼 T-Pain이 참여한 'I'm On a Boat'입니다.

 

SNL의 오리지널 화면 가운데 정말 쇼킹하고 재미있는 영상을 하나 가져오려고 했는데, 역시 위에서 말한 이유로 SNL의 영상은 바로 가져올 수가 없습니다. 지성파 여배우 나탈리 포트만이 속사포처럼 랩을 외치는데, 그 내용이 너무나 충격적입니다. 영상을 보실 분은 이 링크를 이용하시면 되겠습니다.

http://www.youtube.com/watch?v=KpMPFGBtE7Q&feature=related


영상이 고프지 않은 분들은 이걸로 들으셔도 되겠습니다. "shut the fuck up and suck my dick" 정도는 그냥 기본으로 깔립니다.^^

 

어쨌든 일각에서는 유세윤과 UV의 활약에 대해 "론리 아일랜드의 조악한 모방"이라고 살짝 폄하하는 시선을 보내고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지금도 수시로 톱스타들이 표절 시비에 휘말리는 한국 가요계의 현실을 볼 때, 모방이라면 모방이랄 수 있지만 이 정도의 컨셉트를 빌려오는 걸로 유세윤에게 뭐라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듯 합니다.

오히려 한국 환경에 맞춰 잘 활용했다고 칭찬을 해주는게 적절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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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헤어스타일을 보면 딱 생각나는 뮤지션이 있습니다. 1980년대 댄스 열풍을 일으켰던 밀리 바닐리입니다. 기억이 안 나신다구요?

그런 분들을 위해 MILLI VANILLI의 "Girl You Know It's True" 비디오를 퍼와 봤습니다. 그런데 어떤 분들에겐 참 보기 불편한 영상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왠지 너무 친숙해서... 아무튼 유세윤에 대한 비난은 매우 부당하다는 생각을 더욱 짙게 해 주기도 합니다.

  

아무튼 '쿨하지 못해 미안해'의 성공 이후 UV는 곧바로 '성공'이라는 자축곡을 내놨습니다. '우린 터졌어'.^^ 참 뻔뻔하다면 뻔뻔하고, 귀엽다면 귀여운 퍼포먼스입니다. 언더그라운드 정신이랄까, B급 정서라고 해야 할까, 세계적인 힙합 뮤지션들을 '친구'라며 그냥 소개하는(?) 순서가 압권입니다. 이 노래는 뮤직비디오가 따로 없습니다.

 

최근 공개된 후속곡 '인천대공원'의 뮤직비디오 촬영 현장 사진입니다. 이번 뮤직비디오는 과연 얼마나 더 '골때리는' 재미를 줄 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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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2년 전, '아이언맨'이 개봉했을 때만 해도 끝나고 긴 크레딧 자막이 흘러가는 동안 남아 있는 분들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런데 '아이언맨 2'가 끝났을 때, 무려 10여분에 걸쳐 노래 4곡이 흘러가는 동안에도 제가 본 극장에서는 약 1/4 정도의 관객들이 자리를 뜨지 않고 기다리시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네. 아이맥스관이라서 그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니까 "영화가 끝나고 나서 보너스 영상(흔히 쿠키라고 부릅니다)이 있다"는 걸 알고 기다리는 분들이었겠죠.

이게 널리 퍼지다보니 어떤 분들은 "반드시 남아서 기다려야 한다"고 알고 있기도 하고, 어떤 분들은 "어? 난 그런 말 못들었는데 뭐가 나와?" 하시기도 합니다. 또 "난 봤는데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분들도 있고, "그건 10분 이상 기다린 사람들에 대한 선물이니 본 사람들이 꼭 입을 다물고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어쨌든 못 본 분들, 보고도 그게 무슨 뜻인지 모르는 분들을 위한 포스팅입니다. 절대 "나는 내가 기다렸다 볼거야! 미리 알고 싶지 않아!"라고 생각하는 분들은 지금 떠나시면 됩니다. 참고로, 그 부가 영상 내용은 '아이언맨2' 영화 줄거리와는 무관합니다. 그리고 꼭 기다렸다 보실 만큼 내용이 풍성한 것도 결코 아닙니다. 한마디로 마니아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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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파심에서 한마디: 이 글은 '아이언맨2' 리뷰가 아닙니다. 리뷰는 며칠 전에 올린 다른 글에 있습니다. 뭐 별 말은 없고 그냥 '잔말말고 빨리 봐'라는 내용이지만(저는 '아이언맨2'에 실망했다는 분들을 좀 이해하기 힘듭니다. 제가 보기엔 '아이언맨'에 만족한 사람들이 '아이언맨2'에 기대했던 건 모두 실현돼 있는데 말입니다^^), 이쪽입니다.

 http://isblog.joins.com/fivecard/762

그리고 여러분이 혹시 보셨거나, 혹은 안 보고 일찍 나오신 부가 영상은 이런 내용입니다. (다시 한번 경고합니다. 절대 알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 분들은 지금이라도 그냥 가시기 바랍니다.)




'아이언맨2'가 끝나고 10여분의 자막이 다 흐르면, 뉴멕시코로 간다던 컬슨 요원의 모습이 드러나고, 컬슨 요원이 누구에겐가(아마도 닉 퓨리에게 하는 거겠죠) 흥분한 목소리로 "찾았습니다. 네. 그겁니다"라고 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그리고 화면은 운석이 떨어진듯한 흔적을 비치고, 그 언저리에 있는 망치 하나를 보여줍니다.

네. 도끼 아닙니다. 망치 맞습니다. 날개 달린 투구와 함께 토르의 상징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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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 코믹스의 세계를 잘 모르는 사람(저 같은 사람입니다)이라도, 마블에서 나오는 만화(그래픽 노블이라고 굳이 부르지 않겠습니다) 가운데 '토르(Thor)'라는 작품이 있다는 것만 알면 쉽게 느낌이 옵니다. 그리스 신화에서 번개의 신인 제우스는 헤카톤케일들이 만든 번개를 그냥 손으로 던지지만 북유럽 신화의 뇌신인 토르는 자신의 병기인 망치(묠니르 Mjolnir)를 이용해 천둥과 벼락을 만들어냅니다. 만화에서도 토르의 무기는 망치죠.

(흔히 북유럽 신화의 뇌신은 '토르'라고 표기하지만 사실 '쏘르' '쏘오르' 에 가까운 발음으로 알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저 만화의 제목을 부를 때도 '쏘어'에 가깝게 부르는 듯 합니다. 또 '토르'라고 하면 역시 북유럽 신화의 전쟁의 신인 '튀르'와 혼동의 여지가 있는 등 '토르'는 그리 정확한 발음이라고 하기는 힘들지만, 어쨌든 혼란을 피하기 위해 그냥 '토르'라고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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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아이언맨2'의 마지막 부분에 토르의 망치를 보여준 이유는 무엇일까요. 사실 많은 영화광들이 지적했지만 이 영화의 중간 부분에는 토니 스타크가 팔라듐을 다른 원소로 바꾸려고 입자가속기를 만드는 부분에서 "받침으로 쓰기에 딱 좋은 둥근 방패같은 물건"을 발견하는 신이 있습니다. 이 방패 역시 마블 코믹스의 대표 영웅 중 하나인 캡틴 아메리카가 쓰는 물건의 잔해처럼 생겼습니다.

배트맨과 슈퍼맨, 원더우먼을 앞세운 DC 코믹스와 스파이더맨, 아이언맨, X멘 등을 내세운 마블 코믹스는 미국 만화계의 양대산맥이죠. 그리고 DC 코믹스가 자신들의 주인공인 영웅들이 총출동하는 '저스티스 리그' 등의 종합편을 갖고 있다면 마블 코믹스는 '어벤저'와 '시빌 워' 등의 작품에 역시 자신들의 시리즈에 나오는 영웅들을 총집결시킵니다. (네. 저도 안지 얼마 안 됐습니다.)

일단 마블 코믹스는 현재 '아이언맨2' 이후에, '토르'와 '캡틴 아메리카'의 극장판을 내놓을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이미 제작에 들어갔죠. 이 시리즈와 관련된 마블 코믹스의 2011년 이후 라인업은 이렇습니다.

Captain America: The First Avenger (2011)
Thor (2011)
Nick Fury (2012)
The Avengers (2012)

물론 이밖에도 현재 3편까지 나온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다시 뒤집어 엎는 'Spider-Man Reboot' 프로젝트도 있고, '엑스멘' 시리즈의 프리퀄이라고 할 수 있는 'X-Men Origins: Magneto' 등도 있지만 여기선 생략입니다. 어쨌든 아이언맨에 이어 캡틴 아메리카와 토르, 그리고 닉 퓨리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들이 쏟아져 나오고, 그 뒤에 종합편이라고 할 수 있는 '어벤저'까지 영화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겁니다. 참 숨가쁜 라인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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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토르'의 주인공인 토르/도널드 블레이크 역에는 크리스 헴스워스(Chris Hemsworth)가 캐스팅됐습니다. 이름은 길고 낯설지만 영화 '스타트렉' 도입부에서 커크 선장의 아버지 역을 했던 배우입니다. 장신에 금발이 어울리는, 바이킹 전사같은 모습의 미남 배우입니다.

만화는 한번도 본 적이 없지만 의사인 도널드 블레이크가 어느날 자신이 벌을 받으러 인간계에 떨어진 뇌신 토르라는 사실을 자각하면서 일어나는 사건...이라는군요.^^  여주인공으로 나탈리 포트만이 나오는 걸 보면 캐스팅에도 꽤 신경을 쓴 듯 합니다. 감독도 무려 케네스 브라나. 헴스워스가 토르 분장을 한 모습은 이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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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사실 토르라는 슈퍼히어로의 존재를 엘리자베스 슈가 10대 베이비시터로 나왔던 1987년작 '야행(Adventures in Babysitting)'이란 영화에서 처음 알았습니다. 이 영화에서 엘리자베스 슈가 돌보던 괴짜 소녀가 열광하던 히어로가 바로 토르였고, 이 소녀는 극중 철물점에서 웃통을 벗고 일하던 장발의 미남 청년이 우연히 자기를 도와주자 "토르다!"라며 경배하죠. 그런데 지금 찾아 보니 그때 그 토르 역을 했던 배우가 바로 '맨 인 블랙'의 바퀴벌레 외계인 빈센트 도노프리오였습니다.^^ 
http://www.imdb.com/title/tt0092513/ 정말 유튜브의 세계엔 불가능이 없군요. 그 장면이 따로 편집돼 있는 영상입니다. ]




그리고 '캡틴 아메리카: 더 퍼스트 어벤저'의 캡틴 아메리카, 스티브 로저스 역은 크리스 에반스가 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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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판타스틱4'에서 제시카 알바의 남동생인 불꽃 청년 역으로 잘 알려진 배우입니다. 캡틴 아메리카는 굳이 말하자면 원더우먼(성조기로 옷을 해 입었죠)의 남성판이라고 할 정도로, '미국의 이상'을 지향하는 슈퍼 영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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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아이언맨'의 쿠키 영상과 '아이언맨2'를 통해 비밀 조직 S.H.I.E.L.D의 존재를 알린 닉 퓨리는 새뮤얼 잭슨이 연기하고 있습니다. 슈퍼 영웅이라기 보단 그냥 비밀 요원이지만, 이 유명한 슈퍼 영웅들을 하나로 엮는 역할을 하게 될 겁니다. 그리고 나서 이런 영화의 줄거리들과 영웅들은 '어벤저'에서 총집결하게 되는 겁니다.

(그림엔 울버린과 스파이더맨도 보이지만 설마 영화에 이 친구들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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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아이언맨'을 위시한 여러 영화들은 '어벤저'를 위한 사전 포석의 성격이 짙습니다. '엑스멘' 시리즈와는 반대의 전략이죠. '엑스멘'은 종합 시리즈를 먼저 보여준 뒤 등장인물 중 휴 잭맨이 연기하던 '울버린'이 이미 따로 떨어져서 극장으로 나왔고, 이어서 '데드풀' 등이 독립된 영화로 나올 예정입니다.

그런데 '아이언맨' 하나로도 세계 평화가 너끈히 지켜질듯한 이 국면에서 과연 이 많은 슈퍼 영웅들을 상대할 악당들이 그렇게 충분할지, 참 그것도 걱정됩니다.^^ 뭐 잘 알아서들 하겠죠.

P.S. 물론 그래픽 노블 마니아 분들이 보시기에는 제가 정리한 내용 중에 꽤 잘못된 내용도 있을 겁니다. 그 부분은 너무 심하게 꾸짖지 마시고, 댓글로 지적해 주시기 바랍니다. 확인후 즉시 수정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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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장희빈' 드라마의 클라이막스는 최무수리(숙빈 최씨, 즉 동이)의 임신을 안 장희빈이 최무수리를 잡아 고문하고, 뒤늦게 정신차린 숙종이 달려와 최무수리를 구하고, 왕의 간호로 정신을 차린 최무수리는 "마마, 중전마마를 다시 모셔와야 합니다"라고 말하고, 이렇게 해서 장왕후는 강등당하는 신세...로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세월이 흐르다 보니 주인공이 장희빈도 아니고, 인현왕후도 아니고, 최무수리인 드라마가 나오게 됐습니다. 바로 MBC TV '동이'죠. 사실 최무수리에 대해 알고 있던 거라곤 성이 최씨고, 천민이었고, 신분이 낮아서 그에게서 태어난 아들인 영조는 왕이 되어서도 심한 컴플렉스를 갖고 있었다는 정도였습니다. 그러다 드라마 '동이'를 보면서 숙빈 최씨에 대해 알아 보니 몇가지 흥미로운 점이 눈에 띄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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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동이'에서 동이는 한양, 혹은 그 부근에 사는 오작(검시관으로 당시에는 천민)의 딸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아버지가 오작이었는지는 기록이 없어 알 수 없지만, 이름이 최효원이라는 것은 남아 있습니다.

숙빈 최씨의 일생에 대한 기록 가운데 가장 확실한 것은 아무래도 묘지의 기록이겠죠. 숙빈 최씨의 묘소인 소령원에는 숙빈최씨신도비가 서 있습니다. 그 주요 내용을 간추리면 이렇습니다.

숙빈 최씨는 수양 최씨로서 증조는 말정으로 통정대부였다. 할아버지인 태일은 벼슬하지 않은 유생이었고, 아버지는 효원으로 충무위부사과를 지냈다. 어머니는 홍씨로 통정대부 계남의 따님이고, 현종 경술년(현종 11, 1670년) 11월 을미일에 빈을 낳으셨다. 병진년(숙종 2, 1676년)에 선발되어 궁으로 들어가니 겨우 7세였다. 숙종대왕 19년 계유년(숙종 19, 1693년)에 처음 숙원이 되었고, 갑술년(숙종 20, 1694년) 숙의로 승진되었으며 을해년(숙종 21, 1695년)에 귀인으로 승계했다가, 4년 뒤에 숙빈으로 봉해졌으니, 나인으로서는 가장 높은 품계이다.

빈은 타고나신 자질이 침착하고 진득하며 과묵하여 기쁨이나 노여움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다. 두 내전을 모시되, 아침 일찍부터 밤늦도록 게을리 하지 않았고, 장엄하고 공경하며 삼가고 조심함으로 스스로의 몸가짐을 바로 하였다. 모든 비빈이나 궁인을 접할 때 공손하고 온화하여 모두 그 환심을 샀고, 임금께서도 마음속으로 애중히 여겼다. 인현왕후와 혜순, 자경 두 대비도 역시 특별한 대우를 했으나, 빈은 더욱 겸손하고 두려워하였다. 더욱 남의 장단점을 말하기 좋아하지 않아, 옆에서 모시는 자들이 어쩌다 이런 일이 있으면 곧 꾸짖었으니 한 궁 안이 한결같이 칭찬하였다. 빈의 형제 중에 군문에 예속되었던 이들이 빈이 숙빈으로 봉해진 뒤로 그 직위를 사퇴하였으니, 빈이 삼가 조심하는 마음에서 실로 그렇게 시켰던 것이다.

사실 이 기록만 봐서는 최씨가 천민이었다고 보기 힘듭니다. 오히려 무관을 지낸 양반의 자손인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이건 자신의 어머니의 신분을 세탁하려는 영조의 뜻을 충분히 감안한 일종의 조작이었을 가능성이 크죠. 심지어 영조 초기에 발발한 이인좌의 난 때애는 "영조는 숙종의 아들이 아니며, 천민 출신인 숙빈 최씨가 김춘택과 밀통하여 낳은 아들"이라는 소문까지 돌 정도였다고 합니다.

반면 "빈의 형제 중에 군문에 예속되었던 이들이 빈이 숙빈으로 봉해진 뒤로 그 직위를 사퇴하였으니, 빈이 삼가 조심하는 마음에서 실로 그렇게 시켰던 것이다(嬪同氣之籍軍門者自 嬪封爵辭?其任 嬪謹愼之心實使之然也)"라는 대목을 봐서는 천애 고아는 아니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도 듭니다. 굳이 없는 형제까지 지어냈다고 하면 모르겠지만, 왠지 부모와 형제는 제대로 있었기 때문에 이런 서술이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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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이 비문을 '정설'이라고 하자면, 이 비문의 내용과 상충되는 이설이 있습니다. 바로 정읍 지방에 내려오는 숙빈 최씨와 관계된 전설입니다. 정읍 부근 태인에는 오래 전 대각교라는 다리가 있었고, 이 다리에서 운명적인 만남아 있었다는 이야기가 1936년 편찬된 '정읍군지'에 전해지고 있는 것입니다.

내용에 따르면 이렇습니다. (인현왕후의 아버지인) 민유중이 정읍 길을 지날 때 대각교 위에서 옷차림이 초라한 소녀 하나를 마주칩니다. 하지만 소녀의 용모가 비상한 것을 본 민유중이 처지를 묻고, 소녀가 조실부모하여 오갈데없는 신세라고 하자 민유중이 이를 거두어 길렀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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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히 이 소녀 동이는 민유중의 딸과 함께 자라난 하녀가 되고, 나중에 이 딸이 인현왕후가 되어 궁으로 들어갈 때 따라가서 궁녀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기록에 따라 정읍시는 얼마 전 이 대각교 다리가 있던 자리에 '만남의 광장'이라는 유적(?)까지 조성해 놓고 있습니다.

이런 내용은 "궁에서 나인 최씨(동이)가 인현왕후의 복권을 위해 천지신명에게 기도하다가 왕의 눈에 들어 성총을 받았다"는 이야기의 근거가 될만 합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동이가 1676년, 만 6세의 나이로 궁에 들어왔다는 기존의 기록과는 완전히 대치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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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드라마 내용과는 전혀 부합하지 않지만 정읍시 측은 '동이' 방송에 맞춰 대대적인 홍보에 나선 듯 합니다. 찾아 보시면 여기저기에 '동이의 고향'이라는 점을 알리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보입니다.

동이는 서울 부근에서 태어났을까요, 아니면 정읍 태인 부근 출신일까요. 또 동이는 천민 출신의 무수리였을까요, 아니면 그냥 인현왕후를 따라 궁에 들어온 하녀 출신 궁녀였을까요. 세월이 세월인지라 정확한 것은 알 수 없지만, 아무튼 이렇게 확실하지 않은 부분을 상상력으로 보충하는 것이 사극의 매력이 아닐까 합니다. 지나치게 전후 인과관계를 해치지만 않는다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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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주간지 연재 때부터 박흥용의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을 좋아했더랬습니다. 함축적인 대사와 모난 데 없이 둥글둥글한 붓끝으로 매서운 칼잡이들의 세계를 담아내는 박흥용 화백의 솜씨가 더없이 매혹적이었기 때문입니다. 일개 왈짜 소년 견자가 맹인 검객 황정학을 만나 임진왜란이라는 대사건을 배경으로 성장해가는 이야기가 읽는 이를 절로 끌어당겼다고나 할까요.

이준익 감독의 '구르믈 벗어난 달처럼'은 여기에 임란 전후의 조선 조정과 정여립의 옥사, 그리고 원작에서 그리 큰 비중이 아니던 이몽학을 주연급으로 격상시킨 이야기를 끌어냈습니다. 구도는 나쁘지 않았고, 영화 전반부는 지금껏 본 이준익 감독의 영화에서 미처 발견할 수 없었던 탁월한 성과를 보였습니다. 화폭은 환상적이고, 인물은 연못의 금잉어처럼 빛을 발합니다. 하지만 마무리는 납득하기 힘들었다고나 할까요. 아쉬움이 남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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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영화의 줄거리를 잠시 살펴보겠습니다.

맹인 검객 황정학(황정민)과 칼잡이 이몽학(차승원)은 정여립의 대동계에 들어 장차 일어날 왜변에 대비하는 실력을 키웁니다. 하지만 조정은 정여립의 세력을 견제하기 시작했고, 결국 서인의 고변에 의해 역적으로 몰린 정여립은 자살하고, 그 무리는 일제히 참수형을 당합니다.

정여립을 고변한 서인 세도가 한신균(송영창)의 서자 견자(백성현)는 서얼에 대한 차별로 의욕을 잃고 살아가던 반항아. 아버지를 비롯한 일족이 정여립의 복수를 선언한 이몽학에 의해 몰살당하자 복수를 결심하지만 도리어 이몽학의 칼을 맞고 빈사지경이 됩니다. 황정학의 구원으로 목숨을 건진 견자는 그로부터 인생과 검술을 서서히 배워가고, 황정학의 손에 이끌려 이몽학의 여자인 기생 백지(한지혜)를 대면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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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도에서 일단 원작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입니다. 원작의 견자에게 이몽학이나 아버지의 복수 같은 명분은 없습니다. 그리고 영화에서 한신균의 죽음부터 결말까지 걸리는 시간은 길어야 몇 달, 짧으면 열흘 남짓 사이에 일어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원작에서는 최소 수년은 걸려 보입니다. 그 사이에 견자는 황정학으로부터 검을 쓰는 것이 한낱 싸움이 아니며, 검의 달인이 되기까지 깨달아야 하는 자연과 인간의 이치를 배웁니다.

그리고 나서야 구름에 달이 가듯, 달이 구름 사이로 얽매임이 없이 들고 나듯 거침이 없는 고수가 되죠. 그 과정에서 황정학과 견자가 주고 받는 문답의 치고 받는 매혹적인 흐름이 영화에서는 똑딱 사라져 버렸습니다. 영화 속에서 견자는 황정학과 몇번 칼을 부딪히지도 않았는데 어느새 막강한 검객이 되어 버리죠. 이런 유장한 호흡이 사라지고 헉헉대는 숨소리만 남았다는 느낌, 그것이 바로 이 영화에서 느끼는 첫번째 아쉬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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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또 원작 만큼이나 배경이 되는 실제 역사를 우지끈 뚝딱 손봤습니다. 풍자와 재치가 가미되긴 했지만 실제 역사의 흐름과 당시의 정세를 가감 없이, 탁월한 시선으로 옮겨다 놓았던 '황산벌' 때와는 달리, '구르믈...'에 나오는 역사는 시나리오 집필진의 시선에서 마음대로 재구성된 가상의 역사에 가깝습니다.

연도별로 일단 보자면 정여립이 역모를 꾸민 것으로 몰려 죽음을 당한 것이 1589년, 임진왜란이 일어난 것은 다 아시다시피 1592년, 그리고 이몽학이 난을 일으켰다 잡혀 죽은 것은 1596년의 일입니다.

임진왜란과 같은 큰 국난의 한가운데에서 난이 일어난다는 건 상식 밖의 일이지만, 임진왜란 7년간이 늘 격전의 시기였던 것은 아닙니다. 실제 육상전이 벌어진 것은 일단 1592년과 93년, 그리고 명의 참전 이후 남쪽으로 밀려내려간 왜군과 조-명 연합군 사이에선 1594년부터 96년까지 눈치보는 기간이 있었습니다. 그러던 전쟁은 1597년, 이른바 '정유재란'으로 다시 불이 붙죠. 이몽학의 난은 그 중간의 소강상태였던 3년 사이에 벌어진 사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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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이몽학이 난을 일으킨 가운데 왜군이 부산으로 쳐들어오는 것과 같은 상황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당연히 이몽학이 왜군과 전투를 벌일 일도 없었고, 엄밀히 말하면 이몽학과 정여립의 관계는 개연성이 있다고는 할 수 있지만 증명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이 대목에서 영화 속 이몽학의 난이 보여주는 사건들은 이몽학의 난 보다는 명/청 교체기 중국에서 일어난 이자성의 난을 연상시킵니다. 틈왕이라고도 불렸던 농민 반란군의 대장 이자성은 명이 청과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경을 공격해 명의 숭정제를 자살시키고 정권을 빼앗지만 결국 청의 공격으로 몰락하고 중원을 청에게 내주고 맙니다.)

단지 선조는 정여립 사건 이후 자신을 능가할 실력을 가진 외성의 존재에 극도로 민감해집니다. 그 결과가 유성룡을 견제하고 이순신을 파직시키고, 혁혁한 공을 세운 의병장 곽재우와 김덕령을 모반자로 의심해 고문하는 등의 어처구니없는 행동으로 나타나죠. 이몽학의 난 역시 이런 조정에 대한 호남 인심의 배신감을 이용했다고 볼 수도 있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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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과거를 배경으로 한 영화들이 실제 역사의 진행을 따라야 한다는 법은 없습니다. 물론 아무렇게 바꿔도 곤란하겠죠. 그러니까 중요한 것은 실제 역사와 같다, 다르다가 아니라 '왜 그런 식의 진행이 필요했는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영화에서 채택한 대체 역사의 진행과 결말은 적절했을까요?

사실은 그렇게 받아들여지질 않는다는게 문제입니다. '구르믈...'의 결말은 얼마 전 있었던 영화 '불꽃처럼 나비처럼'의 참사를 되새기게 합니다. 어찌 보면 거의 똑같은 결말이고, 어찌 보면 상상력의 한계를 보여주는 비참한 장면입니다. 대체 왜 이런 어설프면서도 아무 교훈도 없는 장면이 왜 이 영화에서도 되풀이되었는지는 정말 의문입니다.

굳이 정여립의 옥사를 도입한 것이나, 이몽학을 주인공의 자리에까지 끌어올린 점 등은 흥미로운 포석이었지만, 그를 통해 하려던 이야기가 단지 '왜적의 침입을 코앞에 두고도 당파 때문에 사소한 일로 반목하는 조정 대신들에 대한 조소'나 '나라 꼴을 이지경으로 만들고도 정파 논쟁이나 하고 있는 현재의 국회의원/고관대작에 대한 비판'일 뿐이라면 정말 태산명동서일필이라는 옛말이 다시 떠오르게 됩니다. 게다가 결말이 '사소한 은원과 욕망이 거대한 외적 요소 앞에서 사그러들고 말 뿐'이라는 식으로 무책임하게 내려진다는 건 정말 아쉽기 짝이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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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처음으로 돌아갑니다. 맹인이지만 세상사를 꿰뚫는 지혜와 검술을 가진 황정학, 열정은 가득하지만 풀어 놓을 곳이 없는 한을 품은 견자, 타고난 매력과 기량으로 세상을 탐하는 야심가 이몽학, 한 남자에 대한 정한과 사랑 외에는 세상 다른 것이 필요 없는 여자 백지라는 인물 구도는 탁월하고도 아름답습니다.

특히나 그림 속에서 그대로 뛰어나온 듯한 황정민의 열연을 비롯해 네 주인공들의 연기는 흠잡을데 없이 뛰어납니다. 차승원의 냉혹함은 뭐 굳이 더 칭찬할 필요가 없을 듯 하고, 백성현이나 한지혜 역시 지금까지 보여준 어떤 모습보다 인상적인 열연을 펼칩니다(물론 결말 전까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는 왜란 발발과 함께 사정없이 꼬여 버립니다. 이야기와 캐릭터들이 잘 어우러졌던 전반부와는 달리 후반은 억지로 끼워 맞춘 듯 어색하기 짝이 없습니다. 호랑이가 되려던 그림이 결국 호랑이가 되지 못한 채 마무리된 아쉬움은 오래도록 남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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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많은 사람들이 가장 인상적인 대사로 "넌 이몽학을 이길수 없어" "왜?" "넌 꿈이 없잖아" 를 꼽곤 합니다. 혹자는 여기서 '88만원 세대'를 발견하기도 하는 모양입니다. 그렇다면 견자는 대체 어떤 꿈을 품었어야 할까요.

저는 과연 이 영화를 만든 분들이 여기에 대한 답을 갖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 답이 바로 왜 이 영화가 이렇게 결말지어졌는지에 대한 해답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저는 영화 속에서는 어떤 답도 발견할 수 없었고, 그것이 이 영화에 실망한 이유입니다. 다른 분들의 생각은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아마도 직접 보시고 평가하시는 것이 가장 좋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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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2. 시각적인 즐거움의 측면에서 이 영화의 성취는 정말 놀랍습니다. 그래서 더욱 아쉬움이 큰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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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맨2'를 보고 나서 바로 '한국형'이라는 말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솔직하게 얘기해서, 지난 2008년 '아이언맨'이 개봉하기 전까지 국내 관객 가운데 '아이언맨'이라는 슈퍼 히어로의 이름을 들어 본 관객은 거의 없었을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아이언맨'은 그해 여름 개봉한 배트맨 영화 '다크나이트'를 넘어 서는 흥행 성과를 거뒀습니다. 관객 비율이 430만대 400만 정도라는 건 꽤 근소한 차이긴 하지만, 주인공인 배트맨과 아이언맨의 지명도 차이를 생각하면 생소한 아이언맨이 더 좋은 성적을 냈다는 게 의외로 여겨질 만 합니다.

더구나 '다크나이트'와 '아이언맨'을 전 세계 흥행 성적을 비교해볼 때 이건 상당히 예외적인 현상입니다. 두 영화의 전 세계 흥행 성적은 10억달러대 5억8천만달러 정도로 '다크나이트'의 압승입니다. 미국 국내 흥행도 5억3천만달러 대 3억2천만달러 정도로 비슷한 비율이죠. 미국을 제외한 나머지 세계에서의 성적 역시 4억7천만달러 대 2억7천만 달러 정도이니, 이쯤되면 한국이 '아이언맨'을 편애하는 나라라는 말이 그리 틀리지 않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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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영화를 모두 보신 분들이라면, 두 슈퍼 히어로의 성격 차이가 이런 차이를 만들었다는 저의 주장에 꽤 공감하시리라 믿습니다. 두 영웅은 모두 대재벌의 실소유자이며, 천재적인 두뇌와 플레이보이적인 외모를 갖고 있고, 타고난 초능력이 아닌 과학적 장비의 힘으로 싸운다는 공통점도 있습니다. 하지만 너무나 낙천적이고 괴짜인 토니 스타크에 비해 브루스 웨인은 싸우는 시간보다 고민하는 시간이 더 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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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토니 스타크는 영화 '아이언맨'의 마지막 장면에서 "내가 바로 아이언맨"이라고 선언해버리는 깜짝쇼를 벌이죠. 영화 '아이언맨2'는 그 6개월쯤 뒤에서 시작합니다. 간단한 줄거리:

뉴욕의 플러싱 메도우에서는 스타크 그룹의 설립자인 하워드 스타크(토니 스타크의 아버지)의 꿈을 현실에 옮긴 스타크 엑스포가 열리고 있습니다. 아이언맨의 활약으로 전 세계에서 분쟁이 사라진 상황. 그 시점에서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온 세계의 뛰어난 과학자들이 미래의 비전을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한 것입니다.

그러나 다른 한 켠에서는 스타크 부자에 대한 복수를 꿈꾸는 또다른 천재 과학자 이반 반코(미키 루크)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신기술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한편 아이언맨임을 밝힌 이후, 아이언맨은 개인이 보유하기에는 위험한 무기이니 정부에 넘기라는 의회의 요청을 효과적으로 무시하고 높은 인기를 과시하던 토니 스타크는 사실 남모르는 고민을 안고 있습니다. 그의 생명을 유지해주고 있는 가슴의 원자로가 체내에 죽음을 유발하는 독성물질을 쌓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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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아이언맨이 아이언맨 시리즈 겨우 두번째 편에서 죽을 리는 없으니 걱정하실 분도 없을테고, 솔직히 이 영화에 대해 결말까지 얘기를 한 들 스포일러가 될 것도 없을 듯 합니다. 영화가 상영되는 두어 시간 동안, 관객이 할 것이라고는 현실 세계의 근심 걱정을 극장 문 밖에 잘 접어서 돌로 눌러 두고 화면 가득 펼쳐지는 아드레날린의 분수에 몸을 맡기는 것 뿐입니다.

걱정이 많은 사람들은 이 영화가 마블 코믹스의 방대한 히어로 세계의 일부이며, 영화 '아이언맨'은 실사판 영화 '어벤저'로 가는 입구라는 면에서 원작에 얼마나 충실했는지, '아이언맨 2'에 어떤 단서가 감춰져 있는지를 눈여겨 보느라 정신이 없었을지도 모르지만 사실 그런 요소들은 어떤 사람들에게 재미를 더해 줄 수 있을지 모르지만 대다수 관객들에겐 전혀 알 필요 없는 얘기들에 불과합니다. 심지어 꽤 중요한 비밀이 감춰져 있을 것 같았던, 영화가 끝나고 거의 10분 뒤에 나오는 쿠키 영상 역시 영화 '어벤저'에 등장할 한 슈퍼 영웅의 흔적이 살짝 비쳐지는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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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한국 관객들은 '다크나이트'의 배트맨보다 '아이언맨'에 더 큰 환호를 보냈을까요. (제 주변 사람들을 기준으로 볼 때는 단순한 관객수 뿐만 아니라 영화를 보고 난 뒤의 만족도에서도 '아이언맨'이 상당한 우세를 보였습니다.) 개인적인 기준으로는 너무나 당연합니다.

한국인의 기준으로 볼 때 조커 하나를 죽일 수십번의 기회를 날려 버리고, 그 조커 때문에 수없이 많은 인명이 더 희생되는 것을 어리석게 바라보고 있는 햄릿형 주인공 배트맨보다는 나중 결과가 어찌됐건 일단 저질러놓고 뒤에 수습하는(물론 수습도 대개는 다른 사람이 하지만) 돈키호테형의 아이언맨이 훨씬 매력적으로 보이는게 당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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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관계 또한 그렇습니다. 매번 온 세상 고민을 혼자 짊어진 척 찡그리고 다니면서 제가 좋아하는 여자 하나 제대로 건사하지 못하는 찌질남 브루스 웨인 보다는 온 세상 여자가 다 자기 것인 양 헤벌쭉 다니면서도 누가 자기 짝인지는 확실히 구별하고 보호하는 토니 스타크가 훨씬 한국적인 정서에 맞아 보입니다.

[물론 기네스 팰트로가 대체 왜 이 시리즈에 나오고 있는지 알수 없기로는 1편이나 2편이나 별 차이가 없습니다. 토니 스타크의 짝꿍인 페퍼 포츠(이름 때문인지 음료수도 닥터 페퍼만 마시더군요^^) 역할에는 도대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수상자가 할 연기 같은 건 전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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팰트로는 여전히 병풍인 반면, 스칼렛 요한슨(조핸슨이라고 하는게 맞을 듯 하지만 그냥 이대로 버티렵니다)은 물 만나 고기 같습니다. 등장하는 한 장면 한 장면이 모두 이 영화의 핵심 장면들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만화적인 느낌을 강조한 액션 신도 멋집니다. 이 다음 작품이 '아이언맨3'가 될지, '어벤저'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강한 기대감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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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줄거리가 어떻고, 배우의 연기가 어떻고 등등에 대해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습니다. 별로 긴 말도 필요없습니다. 지금 당장 극장으로 가시기 바랍니다. 앞으로 남은 2010년의 기간 동안 수많은 영화들이 나오고, 관객들을 만족시키거나 실망시키거나 하겠지만 2010년의 문화생활 가운데서 여러분이 가장 잘 한 일은 '아이언맨2'를 아이맥스관에서 보시는 것이고, 어떤 분들에게 시간이 지나고 나서 가장 아쉬울 일은 '아이언맨2'를 극장에서 보지 않은 것이 될 것입니다.

[물론 어디에나 '난 그렇게 정신만 사납고 보고 나면 남는게 하나도 없는 영화는 싫어. 영화가 뭐 보고 나서 남는게 있어야...' 어쩌고 하면서 김 빼놓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입니다. 괜히 그런 걸로 아웅다웅하는 것 보다는 그런 사람들은 그냥 계속 그렇게 살라고 내버려 두시고, 여러분은 그냥 극장으로 가시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일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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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로드 중령 역이 테렌스 하워드에서 돈 치들로 슬쩍 바뀌었지만 아무도 신경쓰지 않습니다. 그런걸 눈 빠지게 보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영화가 아니라니까요.^

P.S.2.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능적인 딴지] 그런데 해피(감독인 존 파브로의 캐릭터)는 대체 그 무거운 아이언맨 수트를 어떻게 손에 들고 다닐 수가 있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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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 언니'는 왜 계속 동시간대 1위를 달리면서도 시청률 20%를 넘지 못했을까요? 제가 보기에는 이유는 한가지입니다. 아직 진짜 주역이 등장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10회에서야 그 주역이 나타났습니다.

간단한 질문입니다. '신데렐라 이야기', '콩쥐팥쥐 이야기', '심청이 이야기', '장화홍련 이야기', '백설공주 이야기', 이 이야기들은 대체 왜 재미있는 이야기로 수백년, 수천년을 살아남은 것일까요. 이 이야기들을 모두 이끌어 온 인물/캐릭터는 대체 무엇일까요. 대답하지 못할 분은 아마 거의 없을 겁니다. 바로 '계모'입니다.

그런데 제목이 '신데렐라 언니'인데도 불구하고, 그 드라마에는 아직 '계모'가 없었습니다. 물론 이미숙이라는 탁월한 배우가 그 역할을 맡고 있었지만, 그 역할은 지금까지 진짜 계모가 아니었죠. 구대성이라는 아버지에게 잘 보일 필요가 있었던 한 여자가 있었을 뿐입니다. 그런데 그 여자가 이제 남편이 죽고 없어짐에 따라 진짜 '계모'로 변신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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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도 한 이야기지만 이 이야기가 제대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계모와 구박받는 전실 소생 딸이 필수적입니다. 이 계모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겠지만, 한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신데렐라' 이야기에서 신데렐라가 학대받는 동안 신데렐라의 아버지는 살아 있었을까요, 아니면 죽은 뒤였을까요?

저를 포함해서 많은 사람들이 '신데렐라는...어려서...부모님을 여의고...'라는 노래대로 아버지와 어머니가 모두 사라진 다음에 계모와 살게 된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샤를 페로가 정리한 신데렐라 이야기에는 분명히 아버지는 살아 있습니다. 살아 있지만 계모에 의해 휘둘리기 때문에 아무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걸로 돼 있을 뿐입니다. 백설공주의 아버지도, 심봉사도 모두 살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캐릭터들이 존재가 희미해질만큼 '계모' 캐릭터의 위력은 엄청납니다.

그리고 '신데렐라 언니'에서도 드디어 10회에서 그런 구도가 나타났습니다. 효선(서우)은 계속 엄마, 엄마 하고 부르며 전같은 친근감을 이어 가려 하지만 강숙(이미숙)은 "너 치대는거 지겨워!"라며 매달리는 효선을 단칼에 잘라 버립니다. "질질 짤거면 나가!"가 2연타.

이 '악녀 본색'을 살짝 보여준 결과가 자체 최고 시청률로 나타났습니다. 문근영의 빛나는 호연 덕분일 수도 있겠지만 저는 이 악녀의 등장이 시청률 상승의 가장 큰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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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 '현대적인 이야기'에서는 상황이 사뭇 달라집니다. 앞으로 강숙이 보여줄 계모의 역할은 모질고 독하기가 뺑덕어미 못지 않겠지만, 거기에 대한 변명거리도 준비돼 있습니다. 어쨌든 강숙은 이성보다는 야성이 앞서는 여자고, 그 야성은 '내 새끼'에 대한 보호본능으로 뭉쳐져 있습니다. 그럼 '내 새끼'가 아닌 효선은 그 보호망 안에 있을 수 없죠. 오히려 구대성 때문에 참고 있던, 그동안 제거하지 못했던 거추장스러운 요소에 불과합니다.

'현대적인' 시청자들은 오히려 그걸 재빨리 인식하지 못하고 '엄마가 나한테 왜이래?'라고 어리둥절해 하는 효선을 더욱 답답하게 여깁니다. 이게 바로 옛날 이야기를 듣던 조선시대 사람들과 요즘 사람들의 차이일까요? 아니죠. 한번쯤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게 된 사람'과, 그냥 '예전부터 있던 이야기를 그대로 들은 사람'의 차이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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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건, 백설공주건, 심청전이건, 지금까지 수백년 동안 사람들은 전해지는 이야기를 그냥 그대로 씹어 삼켰습니다. 작자가 원하는 대로 '친엄마가 죽은 불쌍한 딸'의 시선에서 그냥 계모를 '천하에 독하고 나쁜 년'이라고 보았을 뿐입니다. 계모에게도 무슨 사연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나, 그 친딸이 세상 속터지게 하는 공주병 환자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아무도 해 보지 않았거나, 했더라도 그런 사람들은 괴짜 취급을 받았을 겁니다.

이번에 '신데렐라 언니'를 죽 보아 온 시청자들은 '우리가 그동안 옛날 이야기를 들으면서 너무 한쪽 편만 들었는지도 모르겠다'는 반성을 하게 될 수도 있을 겁니다.^^ 어찌 보면 그건 이 드라마의 가장 큰 미덕일 수도 있고, 어찌 보면 천편일률적인 대본들이 넘쳐 나는 한국 드라마 시장에서 이 드라마의 시각이 눈에 띄는 가장 큰 이유일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강숙이 악녀의 본색을 드러냄에 따라 그동안 '너무 무거웠다'는 '신데렐라 언니'는 조금 더 선명해지고 편해질 수 있을 듯 합니다. 그 '해금'이 좀 더 많은 시청자를 이 드라마에 끌어들일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요? (물론 아무리 학대가 심해져도 시청자들이 서우를 전혀 불쌍해하지 않는다면 그건 또 하나의 심각한 문제겠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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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일꾼들에게 소리치는 은조(문근영)의 어깨에 놓인 대성의 유령의 손에서는 다시 한번 김규완 작가가 아사다 지로의 팬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아마 몇회 이내에 은조는 다시 대성과 대화를 하게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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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신데렐라 언니'를 보다 보면 역시 TV 드라마는 작가의 예술이구나 하는 것과, 작가가 만들어 낸 좋은 캐릭터는 좋은 캐스팅을 통해 빛을 발하는구나 하는 기본적인 내용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됩니다. 특히 아버지 대성(김갑수)의 죽음을 맞은 가족의 위기를 다룬 9회를 보면서 새삼 좋은 대본과 좋은 배우의 시너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9회에서는 그동안 앙금으로 남아 있던 기훈(천정명)의 편지가 은조(문근영)에게 전해졌나의 문제가 밝혀집니다. 기훈이 은조에게 편지를 받았느냐고 묻고, 은조는 그제야 효선(서우)이 그 편지를 중간에서 가로챈 사실을 알아내지만 그래 봐야 변할 것이 없다고 판단한 은조는 "편지를 받았지만 찢어버렸는지 어쨌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해버립니다. 이 장면과 몇 신 뒤 효선과의 대립 신에서 문근영이 보여주는 싸늘한 연기는 날로 발전하고 있는 이 배우의 성장을 피부로 느끼게 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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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번 '신데렐라 언니'에서 굳이 '악역'이라는 타이틀을 씌워서 그렇지 문근영에게 '어두운 연기'를 기대했던 작품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벌써 4년 전 작품인 영화 '사랑따윈 필요없어'에서 그야말로 어둠이 뭉클뭉클 피어나는 눈먼 상속녀 역할을 했죠. 4년 전 이 시절의 문근영과 지금의 문근영을 비교하면 일취월장이란 말을 아끼지 않게 됩니다.

그때와는 배역을 대하는 자세와 이해가 판연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악을 쓰고, 소리를 질러서 시청자에게 어필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도 어쩔 수 없는 내면의 어두움을 싸늘하게 내비치는 연기에서 빛을 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 드라마가 시작할 무렵만 해도 문근영에 대해 '아직까지는...'이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지금은 그 말을 번복해야 될 상황인 듯 합니다.^)

이 드라마를 계속 지켜본 분들이라면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겠지만, 이 드라마의 주제는 결국 '어떻게 해서 신데렐라의 계모와 언니는 괴물이 되었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아슬아슬하긴 했지만, 구대성이라는 가장의 존재 속에서 계모, 언니, 신데렐라(즉 강숙, 은조, 효선)는 비록 긴장감이 있긴 했지만 평화로운 공존을 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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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숙은 대성을 통해 평생을 찾아 해메던 안정을 찾을 수 있었고, 비록 마음 속의 한 구석은 계속해서 대성을 배신하고 있었지만 어쨌든 있는 앞에서는 현모양처로서 모든 구색을 갖췄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 안정을 희구하는 진심이 있다는 것은 충분히 보여졌죠.

마찬가지로 은조는 '대성에 대한 의리'로, 효선은 '아빠에 대한 사랑'으로 세 여자는 모두 대성을 상대로 도는 세 개의 위성 같은 역할을 했습니다. 서로의 궤도가 충돌하지 않도록 어느 정도 양보를 해 가면서(강숙이 은조 때문에 불륜 상대를 정리하듯)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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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결국 대성이 사라지면서 세 위성은 서로 충돌할수밖에 없는 운명을 맞게 됐습니다. 대성과 대성도가가 공급하던 풍족한 생활은 사라지고, 강숙은 이제 더 이상 잘 보여야 할 상대가 사라진 이상 자신의 피붙이인 남매와 그렇지 않은 효선을 구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았습니다. 물론 대성이 사라진다 해서 의리까지 사라지지 않는 은조는 강숙과 충돌할 수밖에 없고, 상황 변화에 가장 취약할 효선은 자신이 공주에서 시녀만도 못한 처지로 떨어진 이유를 강숙-은조 모녀에게서 찾아야 할 상황입니다.

물론 제목이 '신데렐라 언니', 즉 신데렐라 이야기라는 점을 생각하면 결국은 왕자님에 의해 구출되는 것은 효선일 것입니다. 그 왕자님이 기훈일지, 아니면 다른 누군가일지는 드라마가 한참 더 진행되어야 알 수 있겠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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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주인공이 '신데렐라 언니'라는 점을 생각해 보면 드라마의 초점이 강숙-은조 모녀에게 맞춰져 있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되지만, 대본이 그리 편파적이지는 않습니다. 효선에게도 충분한 '자기 몫'이 있기 때문입니다. 효선의 특기, 어떤 상황에서도 상대를 자기 편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극한의 귀여움+애교+순수함이 바로 그것이죠. 즉 은조가 '어둠'이라면 효선은 극한의 '밝음'입니다. 하지만 과연 서우가 이 특기를 제대로 발휘하고 있는가 하는 부분은... '글쎄요'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을 듯 합니다.

현재 극한의 어둠(다른 말로 하자면 다크 포스?^)을 뿜어내고 있는 문근영이 이 드라마가 끝날 때 쯤에서 어둠에서 벗어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여부가 일곱편 남은 '신데렐라 언니'를 끝까지 지켜보게 될 가장 큰 이유일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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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택연의 연기는 정말 기대 이상입니다. 김현중, 정윤호, 정용화, 임슬옹 등 지난해 이후 등장했던 수많은 아이들 그룹 출신 남자 연기자 중에서는 단연 발군이라고 할 수 있을 듯. 물론 무리하게 주인공을 노리지 않은 선택도 적절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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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개그 콘서트'가 5주째 방송되지 않고 있습니다. MBC는 파업중이라서 그렇다 치겠지만, KBS와 SBS 편성에서 예능 프로그램들이 사라진지 오래입니다. MBC의 경쟁력있는 예능 프로그램들이 사라졌다는 것은 나머지 방송사의 동시간대 프로그램 제작진에겐 절호의 기회지만(SBS '스타킹'이 지금만큼 치고 나간 건 MBC의 지난번 파업 때 '무한도전'이 방송되지 않은 틈을 탄 것이었죠), 지금은 국가적으로 예능 프로그램을 '자제'하고 있기 때문에 어떻게 손 써볼 기회가 없습니다.

어떤 이유인지는 아직 분명치 않지만 어처구니없게 희생된 장병들의 넋을 위로하고 추모하자는 데에는 다른 의견이 나올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 추모가 이렇게 TV에서 예능 프로그램을 사라지게 하는 걸로 표현된다는 건 좀 납득하기 힘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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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지적할만한 것은, 현재 이뤄지고 있는 예능/오락 프로그램 규제의 기준이 무엇인지 알기 힘들다는 겁니다.

24일에도 KBS 2TV는 1주일을 쉰 뒤 '천하무적 토요일'을 방송했지만, 25일 '해피 선데이'는 방송이 나가지 않았습니다. '천하무적 야구단' 팬들은 좋았겠지만 '1박2일' 팬들은 한숨을 쉬었겠죠. 그런데 두 프로그램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SBS도 마찬가지입니다. '강심장'은 지난 20일에도 편성됐고, 이번주에도 방송될 예정입니다. 하지만 '김정은의 초콜렛'은 여전히 방송이 나가지 않고 있습니다. 두 프로그램의 웃음 강도나 오락성을 놓고 보면 대체 어느 것이 더 '오락적'인 프로그램인지 역시 판단의 기준이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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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판국에 히히덕거리고 웃고 떠드는게 그렇게 중요하냐"고 나설 사람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과연 천안함 사건 이후로 웃음과 환호가 사라졌을까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케이블 음악 프로그램에서는 여전히 가수들이 신곡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야구장은 역대 세번째로 100만 관객을 넘어서서 경기마다 환호가 쏟아집니다. 드라마에서 코믹한 장면을 다 뺀 것도 아닙니다. 물론 코미디 영화를 금지하거나 대학로의 코미디 공연, 대중음악 콘서트를 금지한 것도 아니죠.

이런 모든 요소들을 그대로 남겨 두고 일부 인기 높은 예능 프로그램들을 골라서 방송을 내보내지 않고 있는 것은 한마디로 눈가리고 아웅의 극치입니다. '청춘불패'는 방송이 나가도 되고, '개그 콘서트'는 방송이 나가면 안된다는 건 도대체 무슨 기준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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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런 규제가 가능한 것은 '예능이 만만해서'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습니다. 2차대전중의 독일에서도 뮤지컬과 코미디는 계속 극장에서 상연됐습니다. 매일같이 전사자가 나오고 온 나라가 추모의 분위기에서도 사람들이 긴장을 풀고 웃을 수 있을 때 생활이 제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요는 '어떤 종류의 오락'은 되고 '어떤 종류의 오락'은 안 된다는 걸 대체 무슨 기준으로 정했는지 알 수 없다는 겁니다. 원인 모를 사고로 군함이 침몰하고, 수십명의 젊은이가 목숨을 잃었는데 무슨 오락 프로그램따위가 중요하냐고 되묻는다면 물론 그보다는 중요하지 않다고 대답하겠습니다. 하지만 세상이란, 웃음의 힘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곳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과연 장례가 끝나고, TV에서 다시 웃음소리와 노래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하면, 그게 곧 천안함 장병들의 죽음을 잊어도 좋다는 신호일까요. 그건 아니라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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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정부에서도 25일부터 장례식이 열리는 29일까지를 국가 추모기간으로 공식 발표했으니 이 기간 중에는 온 사회가 엄숙한 분위기로 예의를 갖추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하지만 한달이 넘는 기간 동안 강제로 웃음을 내쫓고(그것도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애도와 추모, 한숨만을 강요하는 사회는 어쩐지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에 나오는 수도원을 연상시킵니다. 뭐든 지나쳐서 좋을 건 없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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