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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제빵왕 김탁구'는 올해 최고의 히트작으로 기록될만한 성과를 거뒀습니다. 중반 이후 40%대의 시청률을 유지했고 16일 마지막회는 무려 50%를 넘는 대박 시청률을 기록했죠. 결말의 처리도 아쉬움보다는 환영의 목소리가 더욱 컸습니다.

그런데 좀 의아한 것은 각 매체들의 반응입니다. 모든 목소리가 입을 모아 '제빵왕 김탁구'의 성공을 축하하며 이 드라마의 장점을 열거하기 바쁩니다. 마치 '제빵왕 김탁구'가 그동안 한국 TV 드라마들이 잊고 있었던 미덕을 모조리 갖춘 걸작이며, 앞으로 만들어질 드라마들이 본받아야 할 상징적인 존재인 양 말입니다.

솔직히 의아합니다. '제빵왕 김탁구'는 웰메이드 드라마일까요? 지금 쏟아지는 찬사를 모두 감당할 만큼의 수작일까요?



초반부터 출생의 비밀과 엇갈린 가족사, 정실 소생과 서자의 대립 구도 등 판에 박힌 홈드라마적 구조 때문에 욕을 먹었던 '제빵왕 김탁구'는 월드컵으로 인한 경쟁 드라마의 부재 등 좋은 조건을 타고 화끈한 인기를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뒤로 가면서도 이야기 구조 면에서 '제빵왕 김탁구'는 수시로 허점을 드러냈습니다. 등장인물들은 비밀을 알면서도 '단지 드라마 속 갈등을 유지하기 위해' 아무에게도 비밀을 공개하지 않는 전형적인 '답답이 진행'을 펼쳤습니다. 이 때문에 신유경(유진) 캐릭터는 민폐 캐릭터로 취급받을 위기를 겪었죠.

게다가 드라마의 클라이막스인 26-30회로 가면서 원래 판타지였던 드라마는 완전히 동화의 세계로 들어갑니다. 김탁구와 만나면 모든 사람이 착해지는 '착해져라 뽕' 마술 전개(심지어 한승재의 명령으로 김탁구 어머니를 납치하러 온 건달까지도 탁구의 절규를 보곤 바로 착해져서 어머니를 놓아 주고 사라집니다^^)는 참 즐겁더군요. 아울러 드라마의 진행을 보면 과연 무엇을 위해서 구회장은 병을 가장하고 있었는지 궁금할 지경입니다. 과연 이게 함정이기는 했나요?


이런 부실한 요소들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은 '김탁구'를 선호했습니다. 다른 채널의 경쟁작들이 완전히 중년 시청자들을 포기한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와 '장난스런 키스'였던 것도 큰 힘이 됐겠지만, 아무튼 '쉬운 진행'을 거쳐 '동화 수준의 진행'은 중년층 뿐만 아니라 젊은 층에게도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초반에 등장했던 '제빵왕 김탁구'의 막장성을 질타하는 기사들은 시청률이 40%를 넘으면서 슬그머니 사라져 버렸습니다. 이른바 방송가에 만연한, '잘 나가는 프로그램에는 아무도 토를 달지 못한다'는 원칙이 작동된 것이죠. 야구에 비교하자면 '3할3푼 치는 타자에게는 타격코치가 조언하지 못한다'는 얘기와 비슷합니다.

그러니까 '어쨌든 시청자들이 좋아하고 있지 않느냐'는 것은 드라마의 질 논쟁을 쑥 들어가게 하는 위력을 갖고 있습니다. 역시 종영 후에도 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죠. 모든 평이 찬사 일색입니다. 갖가지 이유를 끌어대 '김탁구의 성공요인'을 분석한답시고 난리지만 대개는 억지로 끼워다 맞춘데 불과합니다.


예를 들어 연기력을 갖춘 중년 연기자의 힘이라지만, 대체 어떤 드라마에서 전광렬 전인화 전미선 정성모가 연기를 못 한 적이 있었단 말입니까? 아니, 대한민국 드라마에 출연하는 45세 이상의 연기자 중에서 과연 '연기를 못한다'는 평을 들을만한 사람이 대체 몇명이나 있을까요?

김탁구의 성공이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과 기대를 준 것도 분명하지만 감동과 기대를 준 드라마가 김탁구 한 편 뿐은 아니었을 겁니다. 제가 생각하는 '제빵왕 김탁구'의 성공 요인은 '뻔뻔스러울 정도로 대중들의 기호에 충실했다'는 겁니다.

'제빵왕 김탁구'는 음식으로 치자면 라면 같은 드라마죠. 고급 음식들은 참 많지만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고 거의 모든 사람이 불만 없이 즐겨 먹는 음식으로는 라면을 따라갈 것이 없습니다. 조미료가 들었네 기름에 튀겼네 가릴 사람은 여러가지를 가리지만, 그래도 그 가격에 이만한 맛을 즐길 수 있다는 건 매우 행복한 일입니다. 그래도 라면을 '우수한 요리'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니 지금부터 '제빵왕 김탁구'를 낯간지러운 찬사로 포장하는 건 제발 그만 뒀으면 합니다. '명작 드라마'가 아니었다는 거지 김탁구의 존재 가치나 효용을 부정하고 있는 건 아닙니다. 김탁구에 대한 정당한 평가는 '만듦새는 좀 부실하지만 대중의 기호를 잘 파악하고 거기에 부응한, 착하고 행복한 결말을 지향한 드라마'라는 것일 겁니다.

물론 김탁구가 마지막에 던진 메시지, 즉 처음부터 구회장의 어머니가 '대를 이을 아들'을 고집하지 않았더라면 중간의 이런 비극은 존재하지 않았을 거라는(그래서 결국 그룹의 후계자 자리는 장녀 자경이 맡게 됩니다) 메시지는 유효합니다.

'제빵왕 김탁구'가 아무 의미도 없는, 배신과 변신이 난무하는 초막장 드라마와는 다른 레벨에 있다는 것도 분명합니다. 그런 드라마들보다 백배 낫다는 건 당연히 인정합니다("채널 돌리다 보면 얼마나 후진 드라마들이 많은데, 거기에 비하면 김탁구는 정말 걸작이야!"류의 반응은 사양합니다).

다만 착하고 선량한 드라마, 긍정적인 메시지를 담은 드라마라고 해서 그 드라마의 모든 흠결이 사라지고, 갑자기 희대의 걸작 드라마로 칭송을 받아야 할 이유 또한 없습니다.



P.S. 사실 대중이 사랑한 '김탁구'에는 두 가지 요소가 있습니다. 하나는 착하고 성실하고 영리한 김탁구는 어쨌든 수많은 난관에도 불구하고 성공을 거둔다는 행복한 판타지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김탁구는 구회장의 아들이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는 설정입니다. (구회장으로부터 물리적인 도움을 받지는 않았더라도 그의 DNA로부터 영특한 두뇌와 불굴의 신념, 긍정적인 자세, 호감가는 외모 같은 우수한 요소들을 물려 받았습니다.)

사람들은 '평범하지만 착하고 성실한 사람(바로 시청자 자신 같은)' 사람이 성공하는 모습도 보고 싶지만, 그와 동시에 '내가 성공하지 못하는 건 구회장 아들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위안도 은근히 얻고 싶어합니다. 그리고 '김탁구'는 이 두가지 판타지를 모두 충족시켜주는 드라마였습니다. 진정한 성공의 비밀은 아마 이런 데 있는게 아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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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용광로 청년'으로 불리는 29세 김모씨가 안타까운 사고를 당한 지도 벌써 1주일이 지났습니다. 처음 사고가 터졌을 때에는 그저 가끔씩 일어나는 산업재해 사고 중 하나였을 뿐입니다.

하지만 그 직후, 네티즌 허모씨가 쓴 추모시가 세상을 뒤흔들었고, 그 시에 나오는 내용대로 한 조각가가 나서 김씨의 조상 만들기에 나섰습니다. 많은 네티즌들이 청원에 나섰고, 또 한편에서는 역시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안전불감증이 아니었더라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사고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문득 지난 주말, '그 쇳물 쓰지 마라'로 시작되는 시가 온 나라를 뒤흔들고 있을 때 어떤 소리가 생각났습니다. 바로 속칭 '에밀레종', 성덕대왕신종의 소리 울림이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나온 글입니다.



제목: 에밀레종

국립경주박물관은 1998년, 국보 29호 성덕대왕신종의 구성 성분을 분석했다. 그 결과 밝혀진 주재료는 구리(85%)와 주석(14%). 뼈의 성분인 인은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

유명한 ‘에밀레종’ 설화는 어찌 된 것일까. 많은 사람의 생각과는 달리 이 전설은 20세기 이전의 어떤 기록에서도 보이지 않는다. 『삼국유사』에는 ‘경덕왕이 성덕왕을 위해 구리 12만 근을 들여 종을 주조하다 완성을 보지 못했고, 아들 혜공왕이 771년 완성해 봉덕사에 안치했다’는 내용뿐이다. 신종을 기술한 고려·조선시대의 문건에서도 아기의 희생을 암시하는 구절은 발견되지 않고 있다.

이 전설이 실린 가장 오래된 기록은 미국인 호머 헐버트가 1906년 쓴 『대한제국 멸망사(The Passing of Korea)』인 것으로 추정된다. 헐버트는 “조선 사람들은 어린아이의 희생으로 만들어진 종에서 ‘에미, 에밀레(Emmi, Emmille)’라는 소리가 들린다고 한다. 이 말은 ‘엄마, 엄마 때문에’라는 뜻이다”고 정확하게 기술하고 있다. 그러나 이 책에 따르면 문제의 종이 있는 곳은 경주가 아니라 서울 한복판이다.

성덕대왕신종이 곧 에밀레종이라는 주장은 192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등장하고, 함세훈의 친일 희곡 ‘어밀레종’(1942)의 소재로 쓰이기도 한다. 이 때문에 에밀레종 전설은 한민족의 유산을 폄하하려는 일제의 조작이란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반면 역사소설가 문영은 중국 당나라에도 유사한 설화가 있음을 지목한다. 인명을 경시하는 학정에 대한 고발의 메시지가 인신공양 설화로 바뀌었을 거란 추정이다. 그만한 역사(役事)라면 피는 몰라도 눈물은 수없이 흘렀을 테니, 종소리가 원망하듯 슬프게 들렸을 것도 당연한 일이다.

지난 7일 충남 당진에서 한 젊은이가 섭씨 1400도의 용광로에 추락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뒤, 한 무명 네티즌이 쓴 조시가 인터넷을 타고 사람들의 마음을 적시고 있다. ‘그 쇳물 쓰지 마라/광온(狂溫)에 청년이 사그라졌다/그 쇳물은 쓰지 마라/(중략)/살았을 적 얼굴 흙으로 빚고/쇳물 부어 빗물에 식거든/정성으로 다듬어/정문 앞에 세워 주게/가끔 엄마 찾아와/내 새끼 얼굴 한번 만져 보자 하게’. 종소리처럼 퍼지며 눈물을 자아내는 이 조시가 부디 생명 존중과 사고 방지의 뜻을 널리 널리 전파했으면 한다. (끝)



성덕대왕신종은 높이 3.75m, 입지름 2.27m, 두께 11∼25㎝, 무게 18.9톤으로 국내에서 가장 큰 종이면서 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종으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특히 이 거대한 종을 온 사방을 균질한 비중으로 구성한 것 뿐만 아니라, 오래전 본 방송 다큐멘터리에 따르면 천년이 넘는 세월 이 신종을 지탱했던 고리도 만만찮은 내공의 산물이라고 합니다. 현대 기술로도 종의 상층부에 뚫린 구멍의 크기에 맞는 고리를 만들는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얘기더군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의문이 싹텄습니다. 대체 언제부터 이 종은 '에밀레종'이라고 불렸을까요. 전설대로라면 신라시대부터일텐데, 우리는 어떻게 한자로는 표기도 되지 않는 '에밀레'라는 소리로 이 종의 별명을 기억할 수 있게 된 걸까 하는 의문입니다. (비슷하게는 표기할 수 있겠지만, 그랬다면 '애밀래'나 '애밀례', 혹은 '예밀래'가 되었겠죠.)

어쨌든 이렇게 의문 많은 에밀레종 이야기가 널리 퍼진 것은 일제시대가 분명합니다. 그때문에 에밀레종의 전설 자체가 한민족의 중요한 문화유산인 성덕대왕신종의 격을 낮추기 위한 일제의 음모라고 주장하는 분들도 있었지만, 이런 전설이 존재한 것만은(그 대상이 보신각 종인지, 성덕대왕신종인지도 불분명하긴 하지만) 사실인 듯 합니다. 

그리고 윗글에 인용되어 있는 문영(블로거 초록불님으로도 유명합니다) 님은 이 전설이 중국 일대에서 여러번 등장하는 것과 관련, 이런 전설은 아마도 여러가지 형태로 백성들의 희생을 강요하던 가혹한 정치에 대한 항의의 의미로 만들어졌을 것이라는 가설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어떤 식으로든 희생이 있었고, 그 희생을 안타까워하는 마음이 전설로 변했을 거란 얘깁니다.

이런 부분에서 에밀레 전설과 아래 조시가 만난다는게 저의 느낌입니다.



그 쇳물 쓰지 마라

광온(狂溫)에 청년이 사그라졌다.
그 쇳물은 쓰지 마라.

자동차를 만들지도 말것이며
철근도 만들지 말것이며
가로등도 만들지 말것이며
못을 만들지도 말것이며
바늘도 만들지 마라.

모두 한이고 눈물인데 어떻게 쓰나?
그 쇳물 쓰지 말고
맘씨 좋은 조각가 불러
살았을적 얼굴 흙으로 빚고
쇳물 부어 빗물에 식거든
정성으로 다듬어
정문 앞에 세워 주게.

가끔 엄마 찾아와
내새끼 얼굴 한번 만져 보자 하게.





백마디 말이 무슨 소용 있겠습니까.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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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KBS 2TV '남자의 자격'에서 거제 전국합창대회 출전 내용이 방송될 줄 알았더니 합창 대회 내용이 한 주 더 방송되는군요.^ 상대적으로 이날은 '1박2일'이 그냥 쉬어 가는 분위기라 '해피선데이'의 주력 코너가 앞으로 배치된 느낌이었습니다.

이날 방송에서도 주인공은 6명의 '남자의 자격' 멤버들이 아니라 지휘자 박칼린이었습니다. 한 후배 기자는 "2주 전에 박칼린을 인터뷰할 기회가 있었는데 긴가민가 하는 사이 1주일이 지났다. '남자의 자격'을 보고 부리나케 인터뷰 섭외 전화를 했더니 '이미 50통 이상의 전화를 받았는데, 너무 심한 제의 물결에 질려서 인터뷰는 안 하겠다고 하더라"며 아쉬워 하기도 했습니다.

한마디로 박칼린은 한국 방송연예계에서 갑자기 가장 HOT한 인물이 돼 버렸습니다. 이미 '박마에'니 '여자 히딩크'니 하는 표현과 함께 그녀가 왜 인기인지에 대한 분석까지 끝났습니다. 그럼 '남자의 자격'이 다음 주면 끝나는 이 마당에 이런 인기는 어느 방향으로 갈까요?


엊그제 KBS 2TV '음악창고'를 보다가 새삼 감탄했습니다. 요즘 TV 예능에서 가장 HOT한 인물인 박칼린 음악감독이 진행한 길지 않은 순서를 보면서 TV 음악 쇼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다고나 할까요.

이날 박칼린은 이은정, 최재림, 옥주현과 함께 무대를 이끌었습니다. 물론 선곡과 진행도 박칼린의 몫이었지만 음악감독의 몫만이 아니라 함께 노래까지 하는 모습이 나왔죠.



노래는 너무나 유명한 '지킬 앤 하이드'의 'Once upon a dream'입니다. 옥주현과 박칼린이 함께 불렀습니다. 솔직히 놀랐습니다. 현재 뮤지컬의 주역 여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옥주현보다 박칼린 쪽에 훨씬 더 힘이 실렸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흔히 가수의 능력을 묘사할 때 '가창력'이라는 표현을 쓰지만, 이 가창력이란 결국 글자의 의미대로 풀면 '노래하는 능력'이니 '가수의 능력=가창력'이란 건 동어 반복일 뿐입니다. 물론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쓰는 '가창력'이란 그냥 '소리를 내는 능력'이란 뜻으로만 한정되어 사용되기도 합니다. 즉 '표현력'의 상대적인 뜻으로 쓰이죠.

이를테면 가창력이 얼마나 아름다운 소리로, 얼마나 일반인이 낼 수 없는 높은 음역의 고음이나 힘이 넘치는 소리를, 얼마나 안정되게 낼 수 있느냐 하는 능력을 가리킨다면 표현력이란 그와 상관 없이 듣는 이에게 얼마나 노래가 호소력있게 들리느냐를 종합한 능력치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만약 저 좁은 의미의 가창력이 절대적인 가수의 기준이라면, 김창완이나 김장훈, 장기하 같은 보컬들은 감히 가수를 하려고 나오면 안 될 사람들인 것이죠. 하지만 실제로 이 분들의 노래를 듣고 나면 대체 가창력이란 무엇인가 하는 혼란을 느끼게 되기도 합니다. 한마디로 '노래는 표현'이면서 '노래는 연기'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개인적인 기준이지만, 저는 수없이 많은 Don't Cry For Me Argentina 중에서도 마돈나의 노래를 능가하는 노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노래 실력으로 보면 사라 브라이트먼을 비롯해 세상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울 디바들이 이 노래를 불렀지만, 마돈나만큼 가슴에 와 닿는 노래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중간이 길었는데, 박칼린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바로 이 표현력에 감동하게 됩니다. 자기가 하려는 내용이 어떤 의미인지, 그 내용을 어떻게 듣는 이에게 전하려고 하는지를 속속들이 느끼게 되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 동영상의 음질은 전혀 권할만 하지 않습니다. 아래 버전은 동영상이 없는 대신 소리는 대단히 선명합니다. 위의 동영상은 분위기만 참고하시고, 노래는 아래쪽에서 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영화 '물랭 루즈'에서 니콜 키드만과 이완 맥그리거가 함께 부른 'Come what may'입니다.

 

사실 마라도나가 감독이라고 해서 메시 앞에서 드리블 시범을 보일 수는 없는 일이고 보면, 박칼린이 현역 가수들 앞에서 노래를 이렇게 하라고 시범을 보여야 한다는 법은 없습니다. 그런데 무대를 보고 있으면 이 양반이 가수들보다 노래를 잘 한다는 느낌을 줍니다. (뭐 저만 그런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정말 대단하단 생각이 드는 겁니다.

어쨌든 제목을 보면 다 느낌이 오시겠지만 이제 남은 건 '박칼린의 음악쇼' 뿐이라고 생각됩니다. 걸 그룹의 화려한 퍼포먼스가 넘치는 무대는 지금으로도 족합니다. 그걸 없애자는 건 절대 아닙니다. 그리고 각 방송사에서 어찌 보면 체면치레로 갖고 있는 라이브 프로그램들도 아무튼 좋습니다. 여기에 색채가 좀 다른 라이브 프로그램 하나를 추가한다 해서 나쁠 것이 없어 보입니다.

박칼린이 전문가의 색채로 꾸미는 음악 프로그램,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이 기대가 빨린 실현되기를 바라는 분들은 이 포스팅을 밀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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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기가 찰 노릇입니다. 인터넷에 4억 명품녀라는 검색어가 뜬 걸 보고 이 존재를 알았습니다. 케이블TV M.net의 '텐트 인 더 시티'에 '지금 몸에 걸친 것만 4억원어치'라고 자랑하는 24세 여성이 등장한 이후에 얻은 별명입니다.

자기가 쇼핑몰을 해서 4억원을 벌었다는데도 악플을 다는 세상인데 '직업은 백수'라고 자신을 소개한 24세 여성이 부모가 준 용돈으로 온 집안을 명품으로 도배를 하고 살고 있다니 세상이 조용할 리가 없겠죠. 저주에 가까운 악플이 쏟아진 이후, 일부는 국세청 홈페이지에까지 여기에 대한 분풀이를 했고, 국회에서까지 이 문제가 거론되며 국세청장이 “방송 내용의 사실 여부를 확인한 뒤 조사가 필요하면 엄정하게 조치하겠다”고 선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진짜 코미디는 그 다음부터 이어졌습니다. 이 '4억 명품녀'가 진짜냐 가짜냐는 논쟁이 벌어진 것입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국세청에서는 이 '4억 명품녀'에 대해 진위 조사에 나선 모양입니다. 그런데 국세청에서는 그 조사 결과를 토대로, '방송 내용이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의혹을 제기합니다.

국세청 등 관계 당국에 따르면 김씨의 부모는 수십억원의 용돈을 줄 정도로 부유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미혼이 아니라 기혼자이며 남편 역시 봉급생활자로 부유한 생활을 하는 사람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방송에서 밝힌 대로 논현동에 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으나 남편 이름으로 등기된 집도 연립주택으로 호화스럽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가 방송에서 자랑한 ‘3억원짜리 고급 승용차’도 김씨 명의로 소유된 기록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김씨는 방송 이후 주변 인사에게 “방송사가 마련한 대본대로 읽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일보 기사)

하지만 이런 국세청의 주장과는 달리 방송사 M.net 측은 방송 내용이 전부 사실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러자 엠넷은 보도자료를 내고 “과장방송, 조작방송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현재 일본에 체류중인 김씨와 어렵게 통화를 한 결과 김씨는 ’대본대로 읽었을 뿐’이라는 발언을 한적이 없으며 결혼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고 반박했다.
엠넷은 “나름의 검증과 출연자 의사 및 인터뷰를 통해 방송을 결정했다. 방송 내용 역시 본인이 직접 발언한 것이며 방송에 대해서도 동의했다”며 “일말의 조작이나 대본 강요는 전혀 없었다. 대본 자체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씨가 직접 촬영해 온 집 내부의 영상 및 촬영 직전 인터뷰, 방송 원본 테이프 등을 통해 조작이 아님을 증명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기사)

이에 대해 제작진은 "과장방송, 조작방송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현재 일본에 체류중인 김씨와 어렵게 통화를 한 결과 김씨는 '대본대로 읽었을 뿐'이라는 발언을 한적이 없으며 결혼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고 반박했다.
또한 "나름의 검증과 출연자 의사 및 인터뷰를 통해 방송을 결정했다. 방송 내용 역시 본인이 직접 발언한 것이며 방송에 대해서도 동의했다. 일말의 조작이나 대본 강요는 전혀 없었다. 대본 자체가 없었다. 김씨가 직접 촬영해 온 집 내부의 영상 및 촬영 직전 인터뷰, 방송 원본 테이프 등을 통해 조작이 아님을 증명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OSEN 기사)



여기에 대해 KBS 뉴스도 이 김씨를 잘 안다는 지인까지 방송에 소개하며 김씨가 평소에도 명품을 주로 걸치고 다녔다는 증언을 방송, '텐트 인 더 시티'의 방송 내용이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는 내용을 방송했습니다.

여기까지 보고 나면 참 씁쓸해집니다. 일단 분명한 것은, '국세청이나 관계 당국이 파악한 내용'과 'M..net의 방송 내용'은 정면으로 배치됩니다. 둘 중 하나는 사실이 아니란 얘기가 됩니다.

만약 M.net의 방송 내용이 사실이라면, 국세청은 대체 어디서 누구에게 '사실 확인'을 했는지 모르지만 누군가에게 완전히 농락을 당한 셈입니다. 그렇게 분명치도 않은 사실을 언론에 흘린 데 대해서는 엄정한 책임 추궁이 따라야 하겠죠.

반면 국세청이 파악한 내용이 사실이라면 M.net은 그때부터 대체 어떻게 해서 그렇게 근거 없는 내용이 전파를 탈 수 있었는지, 역시 책임 소재를 밝혀 엄격한 제재 조치가 있어야 할 겁니다. 어느 쪽이든, 분명하지도 않은 내용으로 국민을 우롱한 쪽은 책임을 져야 합니다.

(4억 명품녀 포스팅이라니까 "정신없는 미친 * 욕이나 실컷 하려고 했는데 뭔 엉뚱한 소리만 자꾸 나와?"라고 생각하고 계신 분들, 여러분이 죽이고 싶어 하는 된장녀보다 이런 게 진짜 큰 문제인 겁니다.)




그런데 그 다음, 과연 M.net의 방송 내용이 대략 사실로 밝혀지면 '텐트 인 더 시티' 제작진은 책임이 없는 걸까요? 그렇게 가볍게 보이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번 사건이 진행되면서 '텐트 인 더 시티' 제작진 중 어느 누구도 김씨가 진짜 '4억 명품녀'인지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입니다.

이어 “김씨가 직접 촬영해 온 집 내부의 영상 및 촬영 직전 인터뷰, 방송 원본 테이프 등을 통해 조작이 아님을 증명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제작진은 "과장방송, 조작방송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현재 일본에 체류중인 김씨와 어렵게 통화를 한 결과 김씨는 '대본대로 읽었을 뿐'이라는 발언을 한적이 없으며 결혼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고 반박했다.

그러니까 방송 내용에 대한 검증은 모두 김씨 자신의 입을 통해서 이뤄졌고, 방송된 영상 자료 역시 모두 김씨가 직접 가져온 것이라는 겁니다. 단적으로 말해 그 집이 김씨의 집인지, 그 명품 백들이 모두 김씨의 것인지, 김씨가 주장한 내용이 얼마나 사실에 입각한 것인지를 사전에 조사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는 뜻입니다.




방송 내용이 사실인지 아닌지에 대해 제작진이 충분히 검증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건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거의 10년 전 일입니다만, TV의 짝짓기 프로그램에 한 여성 출연자가 학력과 경력을 조작한 뒤 출연해 꽤 큰 문제가 된 일이 있었습니다. 제작진은 '너무나 당연히' 그 출연자의 선의를 믿었고 별다른 검증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겁니다.

이런 수많은 사고를 거친 뒤, 각 지상파 방송사들은 일반인 출연자들의 신상 정보나 그들이 주장하는 내용에 대해 엄격하게 확인하는 시스템이 정착됐고, 그 뒤로는 이런 사건이 거의 일어난 기억이 없습니다. 하지만 케이블TV에서는 여전히 이런 일이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되고 있었다는 사실이 이번에 밝혀진 것이죠.

이번 '4억 명품녀' 사건에서는 제작진이 '조작방송'이라는 주장에 대단히 억울하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런데 제작진이 의도적으로 사실을 왜곡하거나 은폐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번 일 같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우리는 방송 이전에 출연자의 발언 내용이 모두 사실임을 확인했다"고 말하지 못한다면, 그건 일종의 직무유기입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그동안 수많은 케이블TV 프로그램에 역시 수없이 많이 등장한 일반인 출연자들의 가지각색 사연이 과연 얼마나 사실 여부가 검증된 뒤에 방송된 것인지 점검해 보는 기회가 마련되어야 할 듯 합니다.



P.S. 일단 누가 사실과 다른 이야기로 국민의 귀를 어지럽혔는지에 대해서는 확인이 있어야겠지만, 거기에 앞서 또 한번 '네티즌 수사대'라는 이름으로 아무 자격 없는 사람들이 함부로 남의 신상정보를 파헤치는 일 역시 없어져야 할 듯 합니다. 당사자들은 그게 무슨 정의를 구현하는 행동이라고 생각할 지 모르지만, 이런 식의 폭로나 수사라는 것이 개인정보를 관리하는 사람들의 보안 불감증 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일인 만큼(예를 들어 쇼핑몰 관리자나 이동통신사 관련 담당자가 고객의 구매 정보나 신상 내용을 유출하는 경우), 이런 종류의 무책임한 행동도 근절되어야 합니다.



P.S.2. 물론 대체 어떤 손님을 '고귀한 손님'이라고 불러야 하는가에 대한 생각이 이 수준인 제작진이라면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싶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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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스타 K'의 시즌2가 지난해 시즌1에 비해 훨씬 더 독하고 재미있어졌다는 건 대략 합의된 얘기인 듯 합니다. 그 '악랄하게 재미있는' 프로그램이 마침내 생방송으로 승부를 겨룰 본선 진출자 11명을 공개했습니다. (이미 한달 전에 가려졌는데도 참 비밀유지하느라 관계자들이 애를 썼을 듯 합니다.)

11명은 이보람, 박보람, 김지수, 김그림, 존 박, 허각, 앤드류 넬슨, 김소정, 장재인, 김은비, 그리고 막차로 합류한 강승윤입니다. 오늘의 포스팅은 그냥 개인적으로 본 11명에 대한 생각입니다. 대체 왜 이 11명을 뽑은 걸까요? 그리고 각자는 어떤 강점과 약점을 갖고 있을까요?

가능한 한 가나다순으로 했습니다.


1. 강승윤:
어린 나이에 록 스타일의 보컬을 구사하는 도전자입니다. 목소리를 너무 굵게 내려 한다는 지적을 받았지만 오히려 R&B 스타일의 보컬 천지인 요즘 세상에서 훌륭한 개성이라고 생각합니다. 
확고한 자기 스타일이 있지만, 그건 본선에서 다양한 스타일의 미션을 소화해야 하는 '슈퍼스타 K' 스타일의 경쟁에서 약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특히 프로듀서 박진영의 취향이 아니라는 점이 좀 걱정거리입니다. 하지만 앞으로, 그리고 더 나아가 실전 가수로서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선호? ㅋ)




2. 김소정:
카이스트 재학생이란 학벌과 어린 시절의 이제니를 연상시키는 앳된 미모가 주목받은 케이스. 수재 출신(?)인 만큼 당연히 정신적으로도 안정돼 보입니다. 춤 실력도 다듬어지지는 않았지만 프리 스타일의 춤으로 강점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보컬을 함께 소화해야 하는 미션을 만났을 때 과연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톱11에 뽑히는 데에는 화제성이 크게 기여한 듯 한 느낌. TOP 4에 들 수준은 아닌 듯 합니다. 특히 이보람에게 1:1에서 패했다는 게 계속 따라다닐겁니다.





3. 김은비:
존재감이 떨어진다고 해야 할까... 다른 도전자들에 비해 강렬한 면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순진해 보이는 눈빛과 깨끗한 목소리가 강점. 심사위원들이 늘 강조하는 '발전 가능성'이라는 말에 의해 톱11까지 올라왔다고 볼 수 있을 듯 합니다.
하지만 라이벌 대결에서도 유독 긴장하는 모습을 보였고, TOP11 생방송에서는 제 기량을 발휘하기 힘든 타입으로 생각됩니다. 아무래도 지나치게 내성적이고 약해 보이는 이미지를 어떻게 극복하고, 보는 사람들에게 강렬한 존재감을 과시하느냐가 과제일 겁니다.




4. 김그림:
그룹 미션때 조를 바꿔달라고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이며 네티즌들로부터 맹비난을 받았던 도전자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이해가 안 가는 선택이었죠. 본래 있었던 조가 2명의 악기 연주자들(도전에서는 허수)을 포함하고 있었고, 새로 간 조는 5명 모두 보컬이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전혀 득이 없는 선택을 한 셈입니다. 1:3의 경쟁률을 1:5로 만든 거죠.
외모와 노래 솜씨에서 김그림은 손색 없는 후보입니다. 다만 앞날이 그리 평탄할 거라는 기대는 좀 무리입니다. 시청자 투표가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슈퍼스타K'라는 경쟁의 특성상, 절대적으로 남자가 유리하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게다가 시청자들은 장재인이나 김지수 같은 독특한 캐릭터에 호의적이고, 김그림은 지금까지 축적된 '인성 평가'를 역전시킬 수 있는 계기가 필요합니다. 




5. 김지수:
실력과 독특한 스타일을 겸비한 재목이라고 평할만 합니다. 20대 초반이지만 기타 테크닉도 완숙. 라이벌 대결에서 장재인과 붙은 게 위기였지만 오히려 당당한 솜씨로 장재인을 탈력시키는 위력을 과시했습니다.
미남형은 아니지만 듬직한 체구와 스타일에서는 강한 스타성이 느껴집니다. 독특한 목소리, 지금까지 방송을 통해 보여준 성실성, 노래에 대한 빠른 적응력, 음악을 이해하는 감각 모두 수준급입니다.
나이에 비해 노안^^이라는 점이 약점일 수도 있겠지만, 스타가 되기 위해선 모두 꽃미남 꽃미녀야 하는 건 아니죠. 개성있는 용모는 절대 약점이 아닙니다. 현재까지는 가장 강력한 후보 중 하나입니다.




6. 박보람:
현승희와 마지막까지 각축을 벌였는데, 심사위원들이 모두 '정말 대조적인 스타일'이라고 말한 데 공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현승희의 아기자기하고 섬세한 표현력에 비해 박보람은 쭉쭉 뻗어나가는, 거침없이 던지는 강속구 투수같은 느낌의 재능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박보람의 또 한가지 장점은 듣는 사람까지 밝게 만들어주는 성격입니다. 지난 2월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야기를 했을 때에는 잠시 눈물을 보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밝고 씩씩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건 정말 감동적인 일입니다. '살 많이 뺀거다' '할머니가 대회 나간다고 보양식을 해주셔서 다시 쪘다' 는, 꾸밈없어 보이는 말솜씨에 빵 터졌습니다.
현실적으로 박보람이 TOP4 정도에 들 거라는 기대는 크지 않습니다. 하지만 심정적으로는 가장 응원하는 도전자가 될 듯 합니다.




7. 앤드류 넬슨:
닉쿤을 연상시키는 금발의 미남 소년. 천진난만한 표정과 고운 목소리에서 보장된 스타성이 느껴집니다. 특히 김은비와 함께 라이벌 예선을 마친 뒤, 눈을 가리고 우는 모습은 모성애를 잔뜩 자극했을 듯 합니다.
...만, 솔직히 말해 합께 TOP11에 뽑힌 다른 출연자들에 비해 노래 실력이나 준비 정도에서 역시 좀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심사위원들 중 특히 박모씨의 편애를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는 실로 미지수. 가장 이해가 안 가는 TOP11로 꼽고 싶습니다. '슈퍼스타K'보다는 기획사 오디션을 보는 게 낫지 않았을까요.




8. 이보람:
TOP11에 들기에 충분한 재능과 실력을 갖췄다는 건 분명하지만, 다른 출연자들에 비해 존재감이 크지 않다는 것은 대단한 약점입니다. 나이와 외모, 그리고 노래와 춤을 겸비했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다른 화제를 만들어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슈퍼스타K'는 단순히 노래자랑이 아니라 미래의 스타를 뽑아내는 교묘한 경쟁의 축소판입니다. 거기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저 개인의 능력보다 더 큰 것이 필요합니다. 현재까지의 이보람은 'TOP11용' 출연자입니다. TOP4에 들기 위해서는 생방송 미션 초기에 좀 큰 반전이 있어야 할 듯 합니다.




9. 장재인:
'묘한 스타성'을 갖고 있는 후보입니다. 처음 등장할 때부터 기타를 메고 바닥에 책상다리로 노래하는게 편하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고, '재학시절 왕따였다' '아무도 나를 믿어주지 않았다'고 말하는 모습에서 성장기의 어려움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사회성의 부족이 가수로 성공하는데 과연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 하는 건 누가 쉽게 답을 내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오히려 한박자 뒤지는 듯한 모습이 대중으로부터 더 큰 성원을 이끌어 낼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과연 장재인의 이런 독특한 스타일이 과연 심사위원들에게도 끝까지 먹힐 수 있을지, 시청자들이 계속 성원을 보낼 지. 어쨌든 지난해의 조문근과 비교할 수 있을 도전자입니다.




10. 존 박:
많은 논란을 만들고 있는 출연자. 과연 실력이 정말 최고 수준이냐는 논란에서 이번 대회 자체가 '존 박 스타 만들기'아니냐는 논란까지, 가장 많은 화제를 달고 다니는 인물이죠.
일반적인 부드러운 목소리보다는 다소 쇳소리가 섞인 독특한 목소리, 안정된 음감, 큰 키와 잘생긴 얼굴은 확실히 스타의 재목이라는 걸 느끼게 합니다. 그래서 막상 대결에서는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해도 이런 '가능성' 때문에 계속해서 올라오고 올라오고 하는 것입니다. 심사위원들이나 제작진이나, 이런 재목을 그냥 떨궈 버리긴 너무 아까운 거죠.
하지만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만으로는 존 박의 장기 생존은 낙관하기 힘들 듯 합니다. 특히 허각 같은 후보와 비교선상에 놓이면 존 박은 시청자들로부터 의외의 반감을 살 수도 있습니다.




11. 허각:
이름이 '허걱'을 연상시켜서 웃었는데 쌍둥이 형제의 이름은 '허공'이더군요. 아버님의 유머감각이... 아무튼 평범한 외모와는 달리 현재까지 숙성된 목소리와 노래 솜씨는 이번 참가자들 중 김지수와 함께 최고 수준이라고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굳이 문제점을 꼽자면 '너무 전형적'으로 잘 한다는 점을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너무 고운 목소리는 감동을 전하는 데 좀 약점을 드러낼 수도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신승훈보다 이승철의 목소리가, 이승철보다는 임재범의 목소리가 더 감정을 싣고 있다고 느끼는 것과 비슷한 이유죠.
TOP11을 놓고 볼 때 허각은 나이와 외모에서 다른 참가자들에 비해 절대 열세입니다. 반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까지 온 건 실력에서 확실히 인정을 받았다는 뜻일 겁니다. 그리고 이제는, 한발 더 나아간 모습을 보여줘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도 분명합니다. 환풍기 수리를 하며 놀이공원에서 공연을 해 왔다는 사연도 설득력이 있겠지만, 노래만큼 좋은 무기는 없겠죠.




솔직히 김보경이 TOP11에 오르는 것이 더 좋았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올해는 지난해에 비해 참가자들의 수준이 훨씬 높았다는 점이 아쉬울 뿐입니다. 다른 TOP11 선발자들 가운데서 김보경만 못해 보이는 사람이 없는 건 아니지만, 지금의 TOP11 역시 꽤 잘 추려진 멤버들입니다. (소녀가장이라서 뽑자는 건 아닙니다. 심사위원들의 '올드한 창법'이라는 주장에 좀 아쉬움이 있다는 얘기.)

각자의 개성이 강하고 스타일이 천차만별이라 딱 잘라 말하긴 쉽지 않지만, 실력으로만 본다면 김지수, 장재인, 허각을 TOP3로 놓고 싶습니다. 가능성과 스타성을 염두에 둔다면 강승윤, 박보람, 김소정이 역시 TOP3가 될 겁니다. 물론 전적으로 저의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나머지 다섯 후보들은 이 두가지가 적절하게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봐야 할 듯.



어쨌든 전체적으로 좋은 평을 얻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심사위원 중에서 확실한 후원자가 있느냐 하는 겁니다. 현재까지 드러난 상황을 보면 앤드루 넬슨과 존 박은 박진영, 김지수는 윤종신, 그리고 강승윤은 이승철(물론 잠시 현승희 지지로 돌아서기도 했지만)로부터 상당한 후원을 얻을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까지 심사위원 가운데 가장 강력한 발언권을 행사하고 있는 사람은 바로 박진영. 아무래도 '가장 성공한 제작자'라는 면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일 겁니다. 물론 지금부터는 심사위원들이 지원하는 데 상당히 한계가 있겠지만 어쨌든 '박심'이 누구를 향하는지, 그리고 심사위원 가운데서 비교적 조용했던 엄정화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도 재미를 더할 것 같습니다.

누가 우승할지는 생방송 대결을 조금이라도 본 뒤에 찍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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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진모를 예능 프로그램에서 본 기억은 전혀 없었습니다. MBC TV '황금어장-무릎팍 도사'에 나온 주진모는 스스로도 "그동안 예능은 전혀 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고 말하더군요. 그 이유에 대해 "본래 깊이 생각하고 말하는 스타일이 아니기 때문에 일단 예능 프로그램에서 말을 하기 시작하면 무슨 말을 하게 될지 몰라서"라고 변명했습니다.

그리고 방송을 보다 보니 그 말이 이해가 갔습니다. 그야말로 거침없는 입담. 물론 30대 중반 이상의 남자 배우 가운데 기본적으로 화술을 겸비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아무래도 좋은 작가들이 써 준 좋은 대사들을 수십차례 반복해서 연습하는 것이 화술 연마에 도움이 되는 듯 합니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지만, 위험 수위(?)를 슬쩍 슬쩍 넘나드는 주진모의 직설화법은 아주 매력적이었습니다.

한마디로 새로운 '성인용 토크쇼 스타'의 출현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주진모를 잘 아는 건 아니지만, 그와 몇 차례 대화를 해 보고 '참 솔직담백한 사람이구나'하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자기가 잘 되기 위해 다른 사람을 이용하거나 속임수를 쓸 타입으로 보이지는 않더군요.

'무릎팍 도사'에서도 주진모는 가리지 않는 입담으로 큰 호감을 샀습니다. 이를테면 주진모를 처음으로 주목받게 했던 박카스 광고 농구편. 거친 농구 경기를 마치고 땀을 흘리며 땅바닥에 누워서도 '한게임 더 할까?'라고 말하는, 지치지 않는 젊음을 과시한 광고였습니다. 아마 지금도 많은 분들이 기억하실 겁니다.

이 광고에 대한 주위 반응을 강호동이 묻자 주진모는 "그 광고가 자정 전후에도 많이 방송이 됐다고 들었다. 그래서 부부끼리도 이 대사를 많이 사용했다고 하더라"는 충격 발언(?)을 합니다. 물론 누군가로부터 들은 얘기겠지만, '무릎팍 도사' 정도의 토크에서도 흔히 등장하지 않는 19금 발언이라고 할만 합니다.



주진모의 거침없는 입담은 한때 장안의 화제였던 영화 '해피 엔드'에서 전도연과 함께 촬영한 베드신 이야기로 넘어갑니다. 1999년 당시 촬영을 마친 정지우 감독이 전도연에게 "존경한다"고 말을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면서 더욱 화제를 불렀던, 당시로서는 한국 영화의 한계를 넘었다고 평가되던 베드신입니다. (물론 10여년 전의 얘기죠. 드라마에서도 가끔씩 베드신이 나오는 요즘과는 다릅니다.^)

여기서도 주진모는 촬영장의 분위기가 어땠는지, 촬영장으로 가 보니 한켠에 각종 주류^가 차려져 있더라는 얘기, 전도연의 제의로 어색함을 좀 지우기 위해 아침 7시부터 술을 마시고 촬영에 임한 이야기 등을 털어놨습니다.



물론 이런 이야기들이 방송에서 자연스럽게 녹아 든 것은 흔히 사람들이 생각하는 '야한 이야기'라서가 아니라 '경력 없는 신인 배우'가 '톱스타 여배우'를 만나 부담스러운 신을 찍을 때 당황하고 정신이 없었던 경험을 털어놓는 자리였기 때문입니다. 주진모의 말투에서 그 당시 그가 얼마나 어리둥절해서 진땀을 흘렸는지, 그 풋풋함이 그대로 묻어나 분위기는 전혀 이상해지지 않았습니다.

문득 이런 상당한 수위의 이야기를 하면서도 보는 이를 부담스럽게 하지 않는 것이 주진모의 장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7세. 40을 바라보는 나이의 성인 남자가 이런 류의 이야기를 하면서 거부감을 주지 않을 수 있다는 건 대단한 장점입니다.



최근에는 40을 전후해 방송을 멀리 했던 남자 연기자들이 예능계로 진출하는 경향이 두드러집니다. 박중훈과 김승우가 토크쇼 호스트로 데뷔했고 본래 예능인(?)이던 신현준은 '연예가중계'와 '일요일 일요일 밤에'에 출연하고 있죠. 정준호도 신현준과 보조를 맞추고 있습니다. 김수로도 예외가 아니고, 오히려 '천부적인 예능감'을 자랑하는 차승원은 조금 머뭇거리고 있는게 의외로 여겨집니다.

이런 상황에서 '젊은 피' 주진모의 출현은 '예능도 하는 배우'의 판도에 변수로 등장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아직은 본인도 어색한 면이 있겠지만, 선배들의 경우를 보면 아직 시간은 충분한 편이죠. '예능인 주진모'의 장래를 기대해 봅니다.


   P.S. 이 주진모씨도 당연히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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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과 '경쟁'이 주말 예능가를 강타했습니다. M.net의 '슈퍼스타 K'가 피말리는 라이벌 접전으로 시청자들의 애간장을 타게 만들었고, KBS '남자의 자격'은 2주간에 걸친 합창제 참가의 소프라노 대결로 관심을 끌어모았습니다.

토요일 MBC TV '무한도전'의 레슬링 도전도 몸을 던지는 출연자들의 활약에 힘입어 폭발적인 관심을 모았지만 '경쟁'과 '감동'이 한데 어우러지기는 아무래도 '남자의 자격'이 최강이었던 듯 합니다. 보는 내내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5일, TV에서 열심히 박칼린 선생님이 배다해에게 소프라노 솔로로서의 자질을 가르치며 혼쭐을 내고 있을 때, 이미 온라인에서는 '남자의 자격' 팀이 출전한 합창 대회 모습이 동영상으로 돌고 있었습니다. 현실과 예능이 오버랩되어 버린거죠.




지난 3일, 경남 거제군에서는 제 7회 거제 전국합창경연대회가 열렸습니다. '남자의 자격' 팀도 당연히 거기에 출전했죠. 그리고 약 10분에 걸쳐 알려진대로 '넬라 판타지아'와 '동요 메들리'를 불렀습니다.

영상시대인 만큼 대단한 양질의 동영상이 확보됐습니다.

 

(이미 준비과정을 지켜본 팀인 만큼 일반 합창대회와는 비교가 안 되는 재미가 있습니다. 특히 오른쪽 앞줄의 배다해양이 여전히(그렇게 시달렸는데도) 몸을 흔드는 버릇이 완전히 교정되지 않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남자의 자격' 팀의 이번 합창대회 출전은 꽤 큰 의미를 갖습니다. 물론 그 전에도 예능이 현실 속으로 뛰어든 경우는 적지 않았습니다. '무한도전' 팀의 댄스 대회 출전이나 봅슬레이 출전이 있었고, '남자의 자격' 팀도 밴드를 만들어 직장인 밴드 대회에 출전한 적이 있었죠.



그동안 이런 대회들이 '입상'을 전제로 한 것은 아니었다는 점이 눈여겨볼만 합니다. 아무리 한국의 봅슬레이가 약하다고는 하지만 무한도전 멤버들이 국가대표 상비군(?)으로 선발되어선 곤란한 일이었고, 역시 준비기간이 비교도 안 되는 '남자의 자격' 밴드가 상을 받는다는 것 역시 언어도단이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합창 대회는 좀 다릅니다. 박칼린이라는 업계 최고의 전문가가 조련사로 나섰고, 남자의 자격 멤버들 외에도 그 두배가 넘는 '노래 전문 인력'이 추가로 선발됐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합창이라는 종목의 특성상, 몇명 정도는 '립싱크 멤버'가 있어도 전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습니다. 즉 33명의 소리냐, 26명의 소리냐 하는 것이 큰 의미가 있지는 않다는 겁니다.

(이번 합창 모드로 넘어가면서부터 기존 '남자의 자격' 멤버들은 오히려 뒷줄로 보이고, 박칼린이나 배다해 등 '합창단' 멤버들이 훨씬 더 주목을 받고 있다는 점도 이런 요소를 대변한다고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물론 이번 합창대회에 출전하는 다른 합창단들이 상당수의 전공자를 포함한 매우 수준 높은 팀들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 정도로는 약과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정도의 지원을 받는다는 건 그동안 해 봤던 수준의 미션은 이미 넘어섰다고 볼 수 있을 겁니다.

굳이 비교하자면 '천하무적 야구단'이 4-5명 정도의 연예인들을 주축으로 삼고, 학창시절 야구를 했던 선수 10여명을 선발해 20명 로스터를 만든 듯한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더구나 인기 방송 프로그램과 기존 멤버들의 지명도를 합하면 쇼맨십 부문에서는 다른 일반 합창단 멤버들이 감히 견줄 수 없는 수준입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장려상 수상이라는 성적으로 드러났습니다. 물론 이 수상을 부정적으로 보자는 것은 아닙니다. 어차피 '남자의 자격' 합창단이 매년 이 대회에 참가할 것도 아니고, 대회에 참가한 모든 합창단이 받고 있는 지원의 수준은 어차피 천차만별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같이 참가한 다른 합창단에게도 꽤 즐거운 경험이었을 것이고, 대회가 널리 알려지면서 기존 합창단에게도 좀 더 좋은 지원의 기회가 주어질 수 있었을 겁니다.

장려상이라는 상은 그런 면에서 '적절한 선'의 상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늘 보아 왔듯, TV 예능 프로그램은 항상 더 강한 자극을 요구합니다. 이번에는 합창대회에 나가 장려상을 받은 정도지만, 다른 분야에서는 우승을 노리게 될 지도 모릅니다. 어떤 종목이 될 지는 모르지만 방송이 가진 자원과 위력을 생각하면, 어느 정도 규모의 아마추어 대회에서 방송 출연진들이 우승을 차지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일 수도 있습니다.



아울러 또 한가지, 이번 '남자의 자격' 합창단의 성과는 또 다른 숙제를 남겼습니다. '남자의 자격' 팀의 스케줄에 맞춰 합창대회를 연기하거나 할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에, 방송 내에서 출연진은 아직 대회 출전을 앞두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출전 결과가 나와 있습니다. 한마디로 스포일러가 자동 제공되는 셈이죠.

예능 프로그램이 진행되다 보면 이런 현실과의 부조화는 여러 군데에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슈퍼스타 K'도 현재 탑10을 뽑기 위한 대결이 한창이지만, 현실에서는 이미 10명이 선발되어 있죠. 물론 극도로 보도자제 요청이 내려진 상태이지만 그래도 일부 멤버들이 공개되었다는 점은 분명 방송 측에는 손해입니다.

극단적인 예로는 이런 경우도 상상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드라마 '동이' 제작 전에 '동이'의 여주인공을 뽑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계획된다면 그 시점은 언제가 되어야 하느냐 하는 고민이 생길 수 있죠. 정상적으로는 '동이'가 방송되기 1년 전쯤에 대회가 열려야겠지만 현실적으론 그건 너무 이릅니다. 드라마가 너무 멀기 때문에 효용이 떨어지죠.

물론 꽁꽁 감춰뒀다가 방송 직전에 내용을 공개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것 역시 스포일러, 즉 누가 최종 승자인지가 금세 탄로난다는 약점이 있습니다. 실제로 비슷한 기획을 갖고 고민하는 제작팀을 본 적이 있습니다.

아무튼 '남자의 자격'이 이번에 일궈낸 합창대회 프로젝트는 재미와 감동은 물론, 예능 프로그램의 역사에서도 한 획을 그을 만한 새로운 시도였다고 평가할 만 합니다. 다만 이 프로그램이 남긴 그 뒤의 숙제들이 어떻게 해결될지는 앞으로 지켜 볼 일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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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포털을 뒤덮었던 기사 가운데 '연예인 해외봉사의 실체'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내용인즉 해외로 봉사활동을 가는 것으로 포장됐던 연예인 가운데 상당수가 봉사라는 개념에 전혀 걸맞지 않는 행동을 해 빈축을 샀다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죠. 봉사활동을 떠났다는 사람들이 주렁주렁 스태프를 달고 오고, 비즈니스석을 요구하고, 당연히 특급호텔을 원하고, 사진이나 영상에 찍힐 때를 제외하면 호텔 안에 꼭꼭 숨고, 심지어 마실 물도 부족한 지역에서 고급 생수로 샤워를 했다... 등등의 내용들입니다.

네. 분명히 기사 내용은 사실일 것이고, 그건 욕 먹을 일이 맞습니다. 그런데 그 이면에는 한번쯤 다시 생각해 볼 일이 있습니다.



기사를 아직 못 보신 분은 이 링크로 가 보시기 바랍니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0/09/03/2010090301482.html?Dep1=news&Dep2=headline1&Dep3=h1_08

저런 행동을 한 사람이 욕을 먹어야 한다는 데에는 누구도 이견을 제시할 수 없습니다. 그야말로 철없는 사람의 행동이기 때문이죠. 그런데 기사를 보다 보면 조금 더 들여다 볼 필요를 느끼게 됩니다.

문제의 기사 도입부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올 초 국내의 한 잡지사는 여배우 A씨에게 국제구호단체와 함께 중앙아시아에 있는 한 작은 마을에 4박6일 일정으로 봉사활동을 다녀오자고 제안했다. 유명 사진작가 B씨가 이 모습을 화보로 담을 예정이었다."

솔직히 말해 (1) 4박6일의 봉사 (2) 잡지사의 화보 (3) 유명 사진작가의 동행, 이 세가지 면에서 이미 답은 나와 있었던 셈입니다. 과연 4박6일 동안 봉사를 한다면 얼마나 할 수 있었을까요. 그리고 다음 호 잡지에 공간은 잡혀 있었고, 사진작가는 그 지면을 메우기 위해 쉴새없이 셔터를 눌렀어야 할 겁니다.

그렇습니다. 이 여행은 애당초 처음부터 '그 여배우'의 봉사와는 별 상관이 없었던 것이죠. 말이 나온 잡지사의 화보용 기획이었을 뿐입니다. 이 여행이 결국 순수하지 못하게 된 것은 배우만의 책임도, 사진작가만의 책임도 아닌 잡지사와 구호단체, 그리고 참가한 배우까지 모든 사람의 공동 책임인 셈입니다.




사실 제가 걱정하는 것은 - 물론 걱정할 필요가 없는 일이지만 - 이런 기사로 인해 연예인들의 봉사 활동 자체가 위축되거나 선행을 하더라도 숨어서 하게 되는 것입니다. 기사 말미에 보면 긍정적인 봉사의 경우가 나오곤 합니다. 직접 사비를 털어 봉사 물품을 마련해가는 사람도 있고, 행사를 준비한 주최측에 "어떻게 이렇게 일정이 짧으냐"며 서운해 하는 연예인도 있습니다. 김장훈이나 차인표, 정준호처럼 아예 선행 자체가 브랜드가 된 스타들도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이 아닌 경우에는 '모양만 봉사'인 연예인들도 적지 않다는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런 사실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건 바로 그런 구호단체들이죠.

그럼 대체 이렇게 '부실한 봉사'가 될 수 있다는 걸 분명히 알면서도 구호기관들은 왜 연예인을 굳이 봉사활동에 끼워 넣으려고 할까요. 거기엔 다 이유가 있습니다. 한 장면이라도 연예인들이 개입될 경우, 일반인들에게 미치는 파급력을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일전에 구호기관에서 일하는 한 간사님과 대화를 해 본 적이 있습니다. 저도 그때는 연예인들의 형식적인 봉사'에 꽤 강한 반감을 갖고 있었습니다.

나: 이렇게 봉사활동 하시다 보면 얄미운 사람도 있지 않으세요?
간사: (무슨 말인지 다 알아듣고) 그런 분들도 있죠.
나: 얼굴만 비치고 가거나, 와서 빈둥거리고 가는 사람들을 보면 어떠세요?
간사: 물론 그런 분들이 없는 건 아니에요. 그런데 저희 입장에서 보면 또 달라요. 일단 와 주시는 분들은 모두 고마운 분들이거든요.
나: 그렇게 와서 자기 홍보에만 이용하는 건 더 나쁘지 않을까요?
간사: 아니에요. 그렇게 30분만 있다 가더라도, 그런 분들이 오시는 것과 안 오시는 건 엄청나게 차이가 커요. 그런 분들이 봉사하는 모습을 보면 많은 분들이 따라 하시거든요. 그게 저희한테는 고마운 거에요. 다른 분들한테 이런 데가 있다는 걸 알린다는게.

아, 그렇구나, 하고 무릎을 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일단 봉사활동을 하려고 마음먹었으면 제대로 하는게 당연하고, 그게 옳은 겁니다. 하지만 유명인이든 일반인이든, 그 한 사람의 봉사가 도움이 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더 좋은 것은 세상에 그런 도움의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하게 하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유명인의 구호 활동은 일반인 한 사람의 몇백배, 몇천배 의미를 갖습니다. 그래서 저는 줄곧, 유명인의 봉사는 '절대 숨어서 하는 것이어서는 안된다'고 주위에 얘기해 왔습니다. 많은 연예인들이 '여기 저기 알리고 선행을 하는 것은 선행을 하는 당초 취지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일반인들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사실은 반대입니다. 유명한 사람일수록, 자신이 선행을 하고 있거라 선행을 하려는 의지가 있으면 그 사실을 세상에 널리 알려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자신들의 선행이 진정한 의미를 갖게 하는 일인 것입니다.

맨 처음으로 돌아갑니다. 그 구호단체가 어디건, 아마 문제의 여배우를 데려갈 때 이런 부정적인 요소가 있을 수 있다는 것도 충분히 알고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이 여행은 그 여배우 한 사람의 봉사가 목적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을 그 구호 활동에 유치하기 위한 홍보'라는 것 역시 잘 알고 있었을 겁니다. (물론 여기서 그 구호단체가 - 어디인지는 모르지만- 과연 얼마나 투명한가 하는 것 등은 여기서는 언급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최소한 없는 것 보다는 나은 단체라고 생각하기로 하죠.)




결과적으로, 다시 한번 반복하지만 그 문제의 여배우가 욕먹을 일을 하지 않았다는 건 결코 아닙니다. 다만 이런 이상한 폭로(?)로 인해 유명인들의 해외 봉사활동이 위축된다면, 그거야말로 정작 도움을 받아야 할 사람들에게는 전혀 득 될 것이 없는 일이라는 걸 사람들이 알아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실제로 도움의 손길을 바라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논란에 끼어들고 싶지 않아서 해외 봉사 일정을 포기하거나, 도움을 주더라도 널리 알리지 않고 조심스럽게 숨어서 선행을 하는 사람보다는 자기 과시를 위해서라도 널리 알리면서 생색을 내고 봉사하는 유명인이 훨씬 더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이해하셨으면 하는 의도에서 쓴 글입니다. 일면 역설적으로 들리지만, 그게 현실입니다.



예수님께서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고 하신 것은 분명 아름다운 말씀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따라하게 할 일은 분명 다릅니다.


P.S. 그리고 '여배우' '올 연초' '중앙아시아' '카레' 등으로 문제의 여배우 A씨가 누군가 찾는데 열을 올리시는 분들, 그럴 시간에 과연 나는 누구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 살아왔나 한번쯤 돌이켜 보시기 바랍니다. 아무래도 그게 더 생산적이지 않을까요.

P.S. 한 분의 지적에 따라 덧붙입니다. 이 글에 사진으로 등장하는 분들은 '당연히' 포장만 요란한 얼치기 봉사 활동으로 미꾸라지 역할을 한 사람들과는 전혀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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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처음 방송된 KBS 2TV '성균관 스캔들'은 상당히 관심을 자아낸 작품입니다. 정은궐 작가의 원작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이 워낙 좋은 작품으로 찬사를 받았고 그동안 수많은 곡절을 거쳐 마침내 드라마로 만들어져 공개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늘 되풀이되는 이야기지만, 원작과 얼마나 비슷하냐, 혹은 다르냐가 드라마나 영화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는 없습니다. 원작을 충실히 재현했다고 해서 좋은 작품으로 평가받는다는 건 넌센스입니다. 실제로 원작을 뛰어넘는 각색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은 이미 오래 전의 작품인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가 보여준 바 있습니다. 송지나 작가의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는 김성종 원작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완성도를 보여준 바 있죠.

그런데 의문은, 왜 거의 모든 영화나 드라마의 제작진은 언제나 '원작 그대로'는 나쁜 것이고, '원작의 재해석'이 있어야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원작의 좋은 부분을 살리지 않을 바에는 왜 굳이 원작이 필요한 것일까요?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의 도입부에서는 원작의 강점을 살려 발전시킨 디테일이 돋보입니다. 17세기말의 성균관과 그 주변을 현재의 대학가에 오버랩시키려는 시도들입니다. 대학가의 벽보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벽보들이 좋은 예입니다.



그리고 과거 시험을 치르는 과장을 묘사하면서 다큐멘터리를 연상시키는 자막을 삽입하는 점, 공중에 글씨를 띄워 자막의 역할을 대신하게 하는 것 등등의 새로운 기법은 야심찬 시도를 느끼게 합니다. 



이렇게 드라마의 시각적인 면은 원작이 묘사하고 있는 세계를 시청자들에게 제대로 보여주기 위한 노력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하지만 주인공들이 등장하기 시작하면 상황은 좀 달라집니다.

원작과의 차이를 먼저 살펴보면, 선준의 캐릭터가 좀 다릅니다. 소설 속의 선준은 어진 마음과 냉철한 두뇌를 갖춘 최고의 완벽남입니다. 소설 속의 선준이라면 공부를 못하는 동료가 애써 모은 머리칼을 하늘에 날려 버리는 등의 행동을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굳이 왜 선준을 '까칠도령'으로 바꿔 놓았는지는 알수 없습니다. 아무튼 늘 온화한 미소로 윤희를 감싸는 선준의 모습을 기대했던 원작 팬들에겐 참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는 일입니다. 초반에 선준이 까칠한 모습을 보여 윤희와 대립각을 세우는 것이 드라마적인 긴장감을 높이는 선택이라고 생각했다면 상당히 실망스럽습니다. 오히려 이런 설정 때문에 '성균관 스캔들'의 도입부는 개성을 잃어버립니다.

(까칠한 수재남과 자존심 강한 여주인공의 대립으로 시작하는 드라마가 얼마나 많았고, 또 앞으로도 얼마나 많이 쏟아져 나올 것인가를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어쨌든 박유천과 박민영의 연기는 나쁘지 않습니다. 윤희 역이 좀 역부족이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지나치게 긴 대사만 주어지지 않으면 박민영은 충분히 윤희 역을 소화할 수 있는 재목입니다.

박유천 역시 일천한 연기경력을 감안하면, 놀랄만큼 안정된 발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까칠도령으로서의 연기에서는 그닥 허점을 찾을 수 없습니다만, 수재로서의 모습을 보여야 할 때에는 살짝 아쉬움이 느껴집니다(하기사 이건 '장난스런 키스' 쪽도 마찬가지입니다만...^^).

어쨌든 1,2회만으로도 박유천은 연기 면에서는 동방신기의 다른 동료들보다 확실하게 한발 앞서가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앞서 연기자로 변신한 모습을 보여줬던 정윤호나 김재중의 참기 힘든 연기와는 다른 레벨이었다고 평가해도 좋을 듯합니다. 이 대목에선 연출진과 박유천의 교감이 상당히 돋보입니다.




가장 큰 기대를 모으게 한 건 역시 여림 역의 송중기. 사실 소설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이 영상으로 다시 만들어지면 가장 주목을 끌 것이 여림 역할이란 건 너무도 자명했습니다. 문제는 이 역을 맡은 배우가 어떻게 소화해낼 것인가 하는 점인데, 드라마가 지금처럼 진행된다면 역시 가장 큰 수혜자는 송중기가 될 듯 합니다.



반면 유아인이 걸오 재신을 연기한다는 것은 최고의 미스캐스팅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지우지 못했습니다. 선준, 여림, 재신이 모두 꽃미남이기만 하다는 건, 원작과 달라서가 문제가 아니라 드라마의 균형을 이루는 데 상당히 장애가 될 조짐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이 드라마의 기본 틀은 윤희를 꼭지점으로 한 세 남자의 알듯말듯한 경쟁입니다. 그렇다면 선준, 여림, 재신은 각각 다른 매력을 보여줘야 시청자에게 좀 더 설득력이 있겠지만, 이 부분에서는 원작의 재신이 보여주는 야수같은 남성미를 포기한 것이 영 아쉽습니다.



1, 2부를 봐선 윤희가 어떻게 성균관에 들어가게 되는지까지의 과정이 원작에 비해 상당히 압축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소설 원작에선 1/4 정도에 해당하는 분량이 1/8 정도로 압축되어 들어갔다는 얘기죠. 이건 뒷부분에서의 이야기가 원작보다 늘어난다는 이야기인데, 과연 어떤 얘기가 나올지도 궁금합니다.

(물론 원작 팬들에게는 성균관 입소 전에 진행되는 알콩달콩한 에피소드가 모두 희생된게 아까울 듯 합니다. 특히 원작의 은근한 이야기에 비해 새로 추가된 액션 스토리가 그리 설득력이 있거나 흥미롭지 않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습니다.)

이런 저런 부분을 종합해 볼 때 '성균관 스캔들'은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과는 꽤 비슷하지만 사뭇 다른 드라마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물론 현재의 모습도 그리 나쁘지 않은 한폭의 드라마이고, 앞으로의 전개에 따라 썩 괜찮은 작품으로 남을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다만 이 드라마의 앞날에서 가장 우려되는 것은 지나친 '현대'의 개입입니다. 아무리 성균관이 당대 수재들의 요람이고, 이 성균관을 현대의 대학가에 덮어쓰워 재치있는 연출력을 과시하려는 욕구가 강해도 거기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입니다.

특히 인기 만점의 성군 정조가 등장한다는 점이 우려를 낳습니다. 거의 모든 드라마가 정조에 대한 존경을 깔고 시작하기 때문에 정조에게 대항하는 노론은 악의 존재들로 묘사되곤 합니다. 하지만 17세기 조선은 왕정 체제에 있었고, 정조가 아무리 현명한 군주라 해도 결국은 민주 사회의 지도자와는 비교할 수 없는 독재자라는 점을 간과하면 곤란합니다. '현대적'인 시각을 가미하면, 오히려 왕의 1인통치를 부정하고 권력의 분산을 지향한 신하들이 보다 '민주적'인 사상을 가졌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정조가 현명하기 때문에 왕권 강화가 선(善)이라는 것은 지극히 구시대적인 발상인 것이죠. (혹은 주체사상에 입각한 사고..^^)

이런 기본적인 모순을 무시하고 드라마에 자꾸 '21세기 한국'을 억지로 끼워 맞추려 할수록 작품은 점점 더 삐걱거리기 시작할 것입니다. 물론 소설 원작에서도 그런 시도는 수시로 불쑥불쑥 등장합니다만, 전체 원작을 지배하는 달콤하고 낭만적인 정서에 비하면 매끄럽게 넘어가는 수준입니다. 하지만 '드라마의 차별화'가 어쩌다 '생각 있는 드라마로 보이려는 시도' 쪽으로 기울게 되면 그때부터는 본격적인 재난이 시작될 거란 우려를 지울 수 없습니다. 아, 물론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가지고 이렇게 얘기하는 건 그야말로 기우일 겁니다.



P.S. 원작을 읽어보지 않은 분들은 지금이라도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많은 분들이 생각하시는 '그 흔한 로맨스 소설'과는 천지 차이라는 걸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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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상해에 가면 반드시 먹어야 할 음식으로 꼽히는 것이 소롱포입니다. 샤오롱바오라고도 하죠. 한자로는 小籠包라고 씁니다. 일부에서 소룡포라고 잘못 읽기도 합니다만, 소'롱'포가 맞습니다. 농구 할때 농자죠. 

샤오롱바오, 혹은 소롱포의 핵심은 겉에서 봐선 흔한 고기만두의 모습이지만, 일단 깨물어 보면 뜨거운 국물이 주륵 흘러나온다는 것입니다. 특히 거죽은 식더라도 속의 국물은 쪄 내온 그 온도를 유지하기 때문에 잘 모르고 깨물었다가는 입천장이 홀랑 벗겨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설사 입을 델 지라도 그 풍부한 육즙과 고기맛의 조화는 정말 별미 중의 별미라고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제목에 나오는 원조 소롱포란 이미 상하이에서 누구나 인정하는 남상만두점(남상만두점), 즉 난시앙 레스토랑을 말하는 것입니다. 한국에도 두 군데나 점포가 열려 있었지만 2010년 8월말 현재 두 군데의 분점은 모두 문을 닫은 상태입니다. 이유는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소롱포 마니아로서 아쉽기 짝이 없습니다. 물론 만만찮게 팬이 많은 딘타이펑은 여전히 성업중입니다만, 소롱포의 맛으로만 따졌을 때 난시앙과 딘타이펑을 견준다는 것은 좀 무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물론 입맛은 취향입니다...만, 개인적으로는 고기로 치자면 꽃등심과 맥도널드 햄버거를 비교하는 격이라고 생각합니다(참고로 저는 맥도널드 햄버거 사랑합니다. 대단히 맛있습니다. 다만 햄버거는 그냥 햄버거고 라면은 그냥 라면입니다).

국내에서 먹을 수 있는 소롱포로는 딘타이펑의 라이벌은 그냥 크리스탈 제이드 정도. 가격대 성능비를 따진다면 노독일처가 더 낫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물론 딘타이펑이나 크리스탈 제이드 모두 소롱포 외에도 다양한 다른 메뉴가 있어 가볼만한 곳이지만, 단지 만두만을 위해 간다면(둘 다 명동점일때를 가정하면), 그냥 취천루에 가서 교자만두를 실컷 먹으렵니다.



각설하고 지난 8월의 엄청나게 더운 어느 토요일, 상해의 난시앙 본점에 만두를 먹으러 갔습니다. 뭐 추울 때 먹으면 더 맛나겠지만 어쨌든 갔습니다. 위치는 잘 알려진대로, 상해의 가장 유명한 관광 스팟 중 하나인 예원 입구입니다.

난시앙 만두가 맛이 있느냐 없느냐 하는 건 오랫동안 상해를 다녀온 사람들의 논란거리였습니다. '비리고 느끼하고 맛이 없어서 토할 것 같았다'는 사람에서 '너무 맛있어서 죽어버리는 줄 알았다'는 사람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이 있죠. 흥미로운 것은 전자에 해당하는 사람에게, "너 1층에서 줄서서 산 만두 먹은 거지?"라고 물으면 거의 97%가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인다는 겁니다.

조금 더 고급 정보로 넘어가면 난시앙은 3층까지 있습니다. 그리고 1층은 입석(이라기보다 그냥 테이크아웃 내지는 야외에서 아무렇게나 펼쳐놓고 먹기), 2층과 3층은 식당의 형태이며 1층보단 2층이, 2층보단 3층이 훨씬 비싸다는 점을 알고 있어야 합니다. 당연히 난시앙의 진면목을 보려면 3층으로 가야죠.

네. 3층 만두가 진정한 난시앙 소롱포입니다.



본격 여행철이 아닌 때, 그리고 평일이라면 2, 3층은 그냥 앉을 수 있는 경우가 꽤 많이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불행히도 제가 찾아간 시간은 토요일 점심때. 3층으로 입장하려는 줄이 2층 입구까지 늘어져 있었습니다. 물론 이 만두를 먹으러 바다를 건너 왔는데 이 정도의 난관에 포기할 수는 없었죠.

3층은 장흥루(長興樓)와 정흥루(鼎興樓)라는 두 개의 식당으로 분리되어 있고, 줄도 따로 섭니다. 물론 1, 2, 3층의 가격이 모두 다르지만 3층의 두 식당은 공통 메뉴인 소롱포의 가격은 같습니다. 단지 장흥루(난시앙, 즉 남상만두점이 한때 사용한 상호라고 합니다)는 전통적인 만두에만 집중하는 식당인 반면 정흥루는 만두 외에도 다양한 요리들을 팔고 있습니다. 식당의 모양새를 봐도 정흥루가 가장 고급스러운 것은 분명합니다.

아무튼 저는 소롱포 외의 다른 메뉴에는 관심이 없었으므로 장흥루로 줄을 섰습니다.



흔들렸군요. 어쨌든 가장 중요한 메뉴.



메뉴. 장흥루는 맨 위에서부터 스페셜 게알(48), 선육-돼지고기(30), 게살(30), 새우(40), 야채(28), 송이(88), 그리고 가장 비싼 게알샥스핀(108)까지 7종의 소롱포를 팔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음 칸에 있는 빨대로 빨아먹는 만두형 수프인 게알 탕파오는 22위안.

절대적으로 싼 가격은 아니었습니다. 가장 기본형인 선육소롱포는 5400원 정도로 서울 분점보다 쌌지만, 비싼 축에 드는 송이는 16000원, 게알샥스핀은 19000원대의 가격으로 분명 서울보다 비쌉니다.

어쨌든 뭐가 제일 맛있는지 쉽게 알 수 없을 때의 방법. 일단 무식하게 많이 시켜봤습니다. 참고로 맨 위에 나오는 탕파오는 그냥 탕파오 맛입니다. 시원(물론 온도는 살벌하게 뜨거움)하고 고소합니다. 맛있습니다.^



물론 또 이렇게 다 시켜놓고 보니 서울보다는 확실히 싼 가격이군요. 5종의 소롱포와 탕파오 하나, 그리고 음료수까지 시켜서 55000원 정도입니다. (네. 게살 한번 먹어보고 통이 커진 듯 합니다.^^)



똑같이 생긴 소롱포를 어떻게 구별하는지 궁금하신 분도 있을 겁니다. 지금 위 사진은 게살 소롱포입니다. 살짝 노릇노릇한 기운이 돕니다.




주둥이에 살짝 참기름으로 보이는 기름 방울이 달린 것이 스페셜 게알.



그리고 이것이 최고가인 게알샥스핀. 혼동이 없게 하기 위해 가운데에 당근 조각 같은 것을 올려 놓았더군요. 뭐가 다른지 알기 위해 가져오는 순서대로 일일히 계산서와 대조해서 확인했습니다.

맛은 뭐 굳이 설명할 필요가.... 한판에 6개씩 30개의 소롱포를 둘이서 딱 2개 남기고 순식간에 모두 해치웠습니다. 너무 맛있어서 배가 부른 것도 느끼지 못할 정도였죠. 사실 남긴 2개도, 기준으로 삼기 위해 시킨 선육 소롱포가 마지막에 나오는 바람에 남긴 듯 합니다. 아무래도 비싼 쪽이 더 맛이 화려하기 때문에, 다른 종류를 먼저 먹으면 그냥 선육 소롱포는 좀 느끼하게 여겨질 수 있습니다.

서울과 비교하자면 약간 더 기름진 맛이라고 할까요? 이제는 갈수 없게 된 서울 분점의 육즙은 그냥 거의 순수한 닭 육수를 사용한 느낌이라면 상해 예원 본점의 육즙은 조금 더 복합적인 맛입니다. 닭 육수에 살짝 돼지 육수가 섞인 느낌도 나고, 참기름 맛도 꽤 느껴집니다. 물론 서울 분점에서도 느끼하다며 소롱포를 못 드시는 분이 있었기 때문에 절대적인 기준은 제시할 수 없습니다.



그밖에 서울점과 차이가 있다면, 자차이나 할라피뇨같은 반찬은 전혀 나오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느끼한 음식에 약한 분들은 유일한 반찬인 생강 초절임을 많이 드시기 바랍니다. 무료 리필(?)입니다.

어쨌든 결론적으로, 상해에 가서 가장 먼저 먹어야 할 것은 역시 남상만두점의 소롱포였습니다. 문득 오사카에서 난시앙 분점을 발견했을 때 들어가지 않은 게 후회됩니다.







물론 밥만 먹고 갈 수 없다는 의무감(?)으로 예원 산책에 나섰지만 이날 상해 지역의 기온은 현지 영자신문에 따르면 "상해시가 공식적으로 기온 측정을 하기 시작한 1873년 이래 가장 뜨거운 섭씨 40.7도(네. 너무 충격적이라 숫자를 다 외워버렸습니다)".

예원의 그림같은 정원도, 아름다운 기암괴석과 건물들도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돌 바닥 건물에서는 서늘한 공기가 느껴지더군요. 그냥 그 돌 바닥에 드러눕고 싶은 날씨였습니다.

그렇게 해서 지난 두 번의 상해 방문 때에도 가보지 못한 소주/항주 등의 명소들은 이번에도 방문지에서 완전히 제외. 결론은 '시원한 데서 먹고, 시원한 데서 쉬다 가자'에 합의하는데 0.1초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먹자판 여행기는 다음에도 이어집니다. 주-욱.

P.S. 그나저나 서울 난시앙 분점들은 대체 무슨 연유로 문을 닫은 것일까요. 장사도 잘 되고 있는 것으로 보였는데... 서울에 돌아와 이런 참상을 보고 나니 상하이에서 난시앙을 들르지 않았다면 정말 큰일 날 뻔 했습니다. 분점 폐쇄의 연유를 아시는 분은 귀띔이라도 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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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해 명물 털게, 이정도는 먹어야  (59) 2010.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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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방송된 KBS 2TV '1박2일'의 주제는 아마도 지리산의 둘레를 걷는 아름다운 시골길과 함께 KBS의 화력시범이라고 해야 할 듯 합니다. 지미집과 스테디캠 같은 고가의 장비들(물론 요즘은 사용이 일반화된 것들이긴 하지만)은 물론이고, 헬리콥터까지 동원돼 고공에서 주인공을을 카메라로 잡아내는 건 다른 예능 프로그램들이 감히 흉내낼 수 없는 것들이죠. KBS에서도 사용이 극히 제한되어 있는 헬리콥터를 동원할 수 있었다는 건 '1박2일'이 갖고 있는 위력을 대내외적으로 과시하는 효과를 노린 것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 비록 계단식으로 층층이 산을 깎아 만든 다랭이논(산을 계단식으로 깎아 지형의 불이익을 극복한 논)의 절경을 찍은 고공 촬영 화면이 더없이 아름답긴 했지만 - 이날 방송을 살린 것은 헬리콥터가 아니었습니다. 바로 이수근과 청개구리 한 마리였죠.


(방송에 나온 청개구리 장면을 구하지 못해 청개구리의 적절한 이미지를 빌려 왔습니다. 출처는 http://blog.daum.net/ssas39/17970488 입니다.)

여섯 멤버가 다섯개의 노선으로 흩어져 진행한 이날 방송에서 이수근은 시골길을 걷다가 스스로 이날의 방송 컨셉트를 '탐구생활'이라고 잡았습니다. 시골 길을 걸으며 그동안 발견하지 못했던 일상의 사물들을 다시 보는 기회로 삼겠다는 거였죠.

그리고 나서 이수근의 눈에 띈 것은 작고 예쁜 청개구리 한마리였습니다. 사실 청색이라기보다는 녹색이지만, 손가락 끝에 겨우 올라갈 정도인 청개구리는 아직도 자연과 함께 살아 숨쉬는 '시골'의 풍경을 압축해서 보여준 주인공이었습니다.


(사실 청색이라기보단 녹색 또는 연두색이라고 봐야겠지만 우리 말에서 녹색과 청색이 혼동되어 온 건 대단히 오래된 일인 듯 합니다. 어려서 배운 바로는 본래 우리 말에서 녹색은 '푸르다', 청색은 '파랗다'로 표기되었다고 합니다. 즉 '푸른 산'과 '파란 하늘'이 제대로 된 표현이었다는 것이죠.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이 '푸른 색'과 '파란 색'이 구분 없이 쓰여 오늘날에는 둘 다 그냥 청색을 가리키게 되었다고도 합니다. 얼마나 근거 있는 설명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도시 출신들은 대부분 청개구리라고 하면 그냥 개구리 중에서 푸른 빛을 띤 것으로 생각하거나, 어머니 말을 듣지 않고 장마철에 어머니 묘를 잃어 버린 전래 동화 속의 동물로 여기는 게 보통이지만 청개구리라는 종류는 따로 있습니다. 물론 개구리의 일종이지만, 다 자라도  4cm가 되지 않는 작은 동물이죠.

'본래 시골 출신이라 이런 시골 풍경이 하나도 신기하지 않다'던 이수근은 길가의 도랑에서 밝은 연두색의 청개구리 한 마리를 골라내 카메라 앞으로 데려왔습니다. 사람들이 오가는 길가의 배수구에 맑은 물이 흐르고, 그 곁에 청개구리가 앉아 있는 동네. 비록 시골에 살아 보거나 살고 있지 않아도, 그 정경은 그대로 시청자들의 마음 속에 더없는 청량감을 전해줬습니다.

이 방송을 보고 시골에 간 도시 어린이들은 '이수근 아저씨가 보여준 청개구리'를 발견하고 좋아라 할 것이고, 용감한 어린이들은 좀 더 가까이 다가가 손 위에 청개구리를 올려 놓고 본 다음, 이수근이 했듯 다시 자연 속으로 돌려보내 줄 겁니다.


(위 사진과 마찬가지로 http://blog.daum.net/ssas39/17970488 에서 빌려온 청개구리 사진입니다. 앙증맞지 않습니까? )

'1박2일'을 싫어하는 시청자들은 천편일률적이라거나 세련되지 못했다는 점을 꼬집곤 합니다. 하지만 방송은 세련된 사람만을 위한 것이어서는 안 됩니다. 특히나 가족 시간대인 주말 저녁 방송은 더욱 그렇다고 할 수 있습니다.



29일 '1박2일'에서 가장 얘깃거리가 될만한 것은 아마도 고가 장비 가운데서도 초고가 장비, 그것도 연료 문제로 한번에 2시간 밖에 기동할 수 없다는 헬리콥터를 예능 프로그램에 끌어들여 촬영한 화면이었을 겁니다. 아마도 올 연말 '1박2일'의 1년을 결산하는 프로그램이 나간다면 그때에도 반드시 이 화면은 빠지지 않고 등장할 듯 합니다.

하지만 이날 방송을 지켜본 사람들의 마음에 남은 70분의 주인공은 이수근과 청개구리 한마리라고 해야 할 듯 합니다. 몸 개그와 온갖 책략, 속고 속이는 기술로 재미를 주다가도 한껏 자연스럽게 시골 풍경 속으로 젖어들 수 있다는 게 바로 이 프로그램의 경쟁력이고, 더 나아가 흔히 말하는 '공영 방송'의 가치를 보여주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P.S. '어린이들이 모방할 우려가 있다'는 바로 이 장면으로 경고조치를 받게 한 이수근은 이로써 면피(?)를 한 셈이라고 봐도 좋을 듯 합니다. 사실 이런 상황에서 차가 움직인다면 정말 끔찍한 사고가 나겠죠.

P.S. 2. 혹시 어제 방송에 나온 청개구리 장면의 캡처 샷을 갖고 있는 분은 fivecard@naver.com 으로 보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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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net의 '슈퍼스타 K'는 날이 갈수록 한국 방송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케이블 TV 프로그램 한편이 8%대의 시청률을 기록한다는 건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일이었죠. 특히 27일 밤 방송분은 순간 시청률이 10%를 넘었습니다.

지상파 프로그램 가운데서도 8%에 미치지 못하는 프로그램 천지입니다. 케이블 TV에서는 아직도 시청률 1%면 '대박'으로 칩니다. 물론 최홍만이 나오는 K1 처럼 일시적으로 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경우가 있긴 하지만, 한국 방송사가 기획한 프로그램이 이런 시청률을 매회 보이고 있는 건 지금까지의 경우를 돌이켜 볼 때 기적이라고 평가할 만 합니다. 물론 그냥 기적이라기보단 지난 10여년간의 꾸준한 투자와 노력이 이제 결실을 맺는 거라고 봐야 할 겁니다.



이런 역사적인 프로그램이고, 칭찬할 일 투성이인 프로그램이지만 2년째를 맞은 '슈퍼스타 K'에는 약간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부분도 있습니다(이미 칭찬은 온 사방에서 받고 있는 만큼, 이번 포스팅에서는 약간의 쓴소리를 하고자 합니다). 처음으로 이런 대형 서바이벌 게임이 시작된 작년이라면 다소간 문제점이 보이는게 지극히 당연하다고 하겠지만, 지난해에 문제로 지적됐던 부분이 올해에도 그대로 답습되는 것은 좀 문제라고 봅니다.

가장 묻고 싶은 것은, 결선에 진출하는 데 심각한 문제가 있거나 아예 파이널 10 선발이 안 될 후보자들을 굳이 출연시키고, 예선을 통과시키는 이유가 무엇인가 하는 것입니다. 40대 이상의 출연자들이나 10세 이하의 어린이, 그리고 연주자가 포함된 그룹의 선발은 아무래도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이 사람들이 재능이 없는데 무리하게 뽑았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오히려 이 분들은 그저 대회 초반의 '화제용'으로 그냥 소비되고 마는 것이 아니냐는, 대회의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27일 방송은 각 지역 예선을 통과한 150여명을 50명으로 줄이고, 이 50명을 5명씩 10개 조로 나눠 그룹 미션(중창)을 치르게 하는 데까지를 다뤘습니다. 그 150명에는 상당수의 '특이한' 후보들이 선발됐습니다. 40세 이상의 참가자들이 여럿 눈에 띄었고, 7세의 막내를 포함한 엄마와 세 남매 팀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두 명 이상이 팀을 이룬 여러 멤버들도 있었습니다.

일단 40세 이상의 참가자 가운데서는 단 한명도 살아남아 50명에 들지 못했습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슈퍼스타 K'가 글자 그대로 미래의 슈퍼스타가 될 인재를 뽑는 프로그램이라고 치면, 40대 이상이 최종 1위로 선발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겠죠.



물론 40대 이상 참가자를 처음부터 막지 않은 이유도 알 듯 합니다. 아마도 폴 포츠라든가 수잔 보일 같은, 예기치 못한 보석 같은 참가자를 발견할 수도 있지 않느냐는 것이겠죠. 하지만 이건 어찌 보면 좀 과욕입니다.

폴 포츠나 수잔 보일, 그리고 미성의 소년 섀힌 자파골리처럼 나이가 많거나 혹은 나이가 너무 어린 참가자들이 뽑혀 화제가 된 것은, 영국의 '브리튼스 갓 탤런트'라는 프로그램입니다. '슈퍼스타 K'가 모델로 삼고 있는 미국의 '아메리칸 아이돌'이 아니라는 겁니다.



그게 그거 아니냐고 생각하실 수 있겠지만 이 두 프로그램은 출발점이 완전히 다릅니다. '브리튼스 갓 탤런트'는 글자 그대로 전 국민 장기자랑 프로그램이고, 여기서 뽑힌 팀은 여왕의 생일날 펼쳐지는 버라이어티 쇼에 출연하는 것이 '유일한 혜택'입니다. 그러니까 이 프로그램에서 사람을 뽑는 과정은 '가수로서의 성공 가능성' 같은 것과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심지어 장르도 노래 하나만이 아니라 연기와 춤 등 '장기'라고 할 수 있는건 모두 포함됩니다. 합숙이나 그룹 미션 같은 것도 없죠.

반면 '아메리칸 아이돌'은 철저하게 '미래의 아이돌 스타'를 발굴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지역 예선의 콘텐트화, 가혹한 팀 미션, 주제에 따라 적응력을 보는 주제별 미션 등 '슈퍼스타 K'의 뼈대는 모두 '아메리칸 아이돌'을 그대로 따르고 있습니다. 탑 10 정도에 드는 최종 후보들은 합숙으로 단련시키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의 '슈퍼스타 K'에서 40세 이상의 참가자나, 7세의 어린이를 뽑은 것은 '아메리칸 아이돌'의 시스템에 '브리튼스 갓 탤런트'의 요소를 너무 무리하게 끼워 넣은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런 무리는 7세의 강화란 어린이에게서 금세 드러났습니다. 물론 강화란 어린이의 노래 솜씨는 기가 막혔고, 박진영 심사위원의 말대로 마이클 잭슨이나 재닛 잭슨 처럼 어린 나이에 두각을 보인 엔터테이너들이 있지만 그들이 이런 단기간의 서바이벌 게임을 통해 뽑힌 것은 아니죠.

7세 어린이를 5명씩 10팀이 치르는 그룹 미션에 끼워넣은 건 아무래도 무리였습니다. 그룹 예선까지 15시간이라고 초침이 돌아가는 상황에서, 7세짜리 어린이와 함께 연습을 해야 하는 팀은 애가 탈 수밖에 없습니다.

처음 소속됐던 팀에서 강화란 어린이를 트레이드 시장에 내보낸 것도 가혹해 보이기는 하지만, 나머지 팀원들에게는 글자 그대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어찌 보면 그 팀원들이 그런 선택을 강요당한 셈이죠.

두번째 팀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새로 노래 맞출 시간도 부족한 상황이라 다들 잠 잘 시간을 줄여 가며 연습을 하고 있는데, 일곱살 어린이에게는 역시 잠이 우선이었을 겁니다. 구체적으로 시간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아마 다섯시간 이상 잔 팀은 없을 겁니다. 그걸 생각하면 일곱살 짜리를 데리고 있는 팀은 아동학대를 감행하거나, 아니면 단체 탈락을 무릅쓰고 어린이에게 적정 수면시간을 제공해야 할 상황이었던 겁니다.

결국 시간이 늦자 강화란 어린이는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먼저 자러 가야 하는 상황이 됩니다. 하지만 연습의 완성도를 높여야 하는 나머지 멤버들에겐 참 안타까운 일일 수밖에 없습니다.




한마디로 대회의 진행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일곱살 어린이를 '어른들의 경쟁'에 포함시킨 제작진이 무성의했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어린이를 방출시킨 첫번째 팀원들이 비난을 받기도 하지만, 이 대회를 평생의 기회로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그런 선택을 강요한 것 역시 제작진이 방조한 상황일 뿐입니다.




아울러 그룹으로 출전한 사람들을 찢어 놓는 그룹 미션을 생각하면, 사실 그룹 참가자는 아예 예선에서 뽑지 말았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다양한 참가자가 나오는 것이 방송상 '볼거리'에서는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 다음의 그룹 미션 상황을 생각하면 이건 아무래도 무리입니다.

예를 들어 5명이 한 팀인 타란툴라는 전원이 노래하는 그룹이 아니라 보컬과 연주가 구분되는 팀입니다. 이 팀원들도 하나씩 쪼개져서 그룹 미션에 출전하게 됐습니다. 한 팀의 멤버가 같이 들어갈 수 없다는 게 그룹 미션의 규칙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5명씩 10팀이 출전하는 그룹 미션에서 최종 선발자는 10명. 한 팀에서 1명꼴로 선발되는 셈입니다. 그렇다면 상식적으로, 연주자의 기여가 얼마나 높을지는 모르지만 한 팀의 5명 중에서 드럼이나 기타 연주자가 뽑힌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얘기죠. 

'슈퍼스타 K' 제작진은 한 대회에서 밴드, 중창단, 래퍼, 댄서, 보컬을 모두 보여주고 싶을 지 모르겠지만, 이건 참가자들에게는 대단히 불공평한 대회입니다. 위에서도 말했듯 '슈퍼스타 K'가 모델로 삼고 있는 '아메리칸 아이돌'은 철저하게 '프로 무대에서 성공할 수 있는 솔로 가수'를 선발하는 데 조준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 1차 대회를 통해 대회의 성격은 이미 공개되어 있는데 그런 불리한 조건을 알면서도 출전하는 팀들은 그런 조건을 감수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참가자들도 그렇게 생각할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내년에도 '슈퍼스타 K'가 계속될 것이 분명한 이상, 다음번에는 좀 더 세심하고 정교한 경쟁이 이뤄지길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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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MBC TV '글로리아'는 큰 기대작은 아니었습니다. 주말드라마에서 계속 재미를 보지 못한 MBC가 뭔가 색다른 시도를 한다는 정도의 생각이었고, 주말드라마의 막장화에 재미들린 KBS는 유부남을 유혹하는 섹시한 독신녀의 아슬아슬한 플레이로 승부를 건 '결혼해주세요'로 시청률에 박차를 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뚜껑을 열고 보니 '글로리아'는 신선하면서도 짭조름한 재미로 눈길을 끌기 시작했고, 이제 시청률 두자리를 넘어서기 직전에 와 있습니다. 재벌 세컨드의 아들, 재벌 세컨드의 딸, 구질구질한 달동네, 욕쟁이 할머니, 소위 말하는 루저들의 행진입니다. 그런데 문득 두 편의 드라마가 생각납니다. 바로 MBC의 전설적인 히트작 '서울의 달'과 KBS의 히트작 '파랑새는 있다'입니다.


김운경 작가의 전성기를 대표하는 두 편의 드라마는 모두 찌질하기 짝이 없는 서민 군상들의 정말 하찮은 고민과 생활고를 그려내며, 그 속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치던 사람들의 모습을 그려내 호평받았습니다. 그 직후에는 이 분위기에 편승한 모방작들이 여러 편 등장했지만, 한동안 이런 배경의 드라마는 보기 힘들었죠.

'글로리아'는 거기에다 삼류 나이트클럽이라는 배경까지 보탰습니다. 배경을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잠시만 설명.

김밥장사에서 신문배달까지 생계를 위해 안 하는게 없는 억척녀 진진(배두나)는 달동네에서 언니 진주(오현경)와 함께 힘겹게 살아갑니다. 진주는 한때 신인상을 싹쓸이하던 유망한 가수였지만 사고로 인해 다섯살 지능을 가진 장애인이 됩니다.

이들 주변에 진진의 소꼽친구인 동아(이천희), 동아의 조카 어진(천보근), 포장마차를 운영하는 억척 할머니(김영옥)이 포진해 있고 저 바깥 세상에는 재벌가의 서자인 강석(서지석)과 재벌가의 서녀 윤서(소이현), 강석의 생모이자 왕년의 인기 가수였던 정난(나영희) 등이 이들을 지켜봅니다. 이들을 엮어주는 틀이 바로 나이트클럽이죠. 진진과 진주의 삶의 터전인 나이트클럽 무대에 정난이 서게 되면서 두 세계가 어우러집니다.


물론 '글로리아'는 태생적으로 판타지일수밖에 없습니다. 아무런 전제나 과정 없이 어느날 우연히 무대에 선 진주가 글로리아라는 이름의 나이트클럽 가수가 되고, 정난과 함께 무대에 서서 노래를 하고, 아마도 드라마 뒷부분에는 뭔가 진짜 가수가 될듯한 모습을 보인다는 것 자체가 현실에는 별 가능성이 없는 일이 되겠죠. 뭐 더 따지면 윤서와 동아, 강석과 진진의 관계 역시 꿈같은 이야기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지만 그런 동화같은 이야기라고는 해도 그를 통해 비쳐지는 세상이 진짜라는 건 '글로리아'의 큰 매력입니다. 가난하고 희망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해서 반드시 어둡게만 그려질 필요는 없겠죠. 그러기 위한 주변 인물들의 구성이며 주고 받는 대사의 걸찍한 맛에서 '글로리아'는 대단히 매력적인 드라마입니다. 그리고, 그 매력의 한복판에는 배두나라는 배우가 있습니다.



일찌감치 연예계에 뛰어들어 다양한 활동을 했지만, 배두나의 '배두나스러움'은 어디에 갖다 놓아도 튀는 느낌입니다. 앞으로도 수십년 더 연기 활동을 하겠지만, 이미 배두나라는 배우는 절대 악역이나 사려깊은 배신자 역할, 혹은 재벌가의 상속녀 같은 역할은 맡기 힘들 듯 합니다. 그 개성이 너무나 확연하게 관객이나 시청자들에게 박혀 있기 때문입니다. 굳이 표현하자면 '루저의 여신' 정도라고나 할까요.

잘 나가고 똑똑한 사람보다는 뭔가 세상에 잘 적응하지도 못하고, 부모나 가족으로부터도 항상 최우선의 자리는 공부 잘하고 싹싹한 언니나 동생에게 양보한 듯한 인물. 자기 혼자 잘 되기 보다는 가족이나 친구가 잘 되는 길을 택하지만 그 보상은 충분히 받지 못하는 인물을 연기할 때 배두나의 가치는 독보적입니다. 그리고 그런 인물들에게 감정이입을 느끼는 관객들이 항상 존재해왔고, 그 관객들이 배두나의 튼튼한 버팀목이 되어 온 것도 사실입니다.




최근작 드라마 '공부의 신'에서도 배두나는 세상의 약삭빠른 이치와는 좀 거리가 있는, 정의감 넘치는 영어선생님 역을 맡았습니다. 이 작품 뿐만이 아니죠. 배두나에게 주어지는 역할은 대개 올곧게 살아가려 하지만 아무래도 영악하지는 못하고, 다소 어리바리해 보이는 인물입니다. 사물을 보는 데에도 뭔가 독특한 자기만의 시각을 갖고 있고, 현실적인 이익을 위해 그런 입장에서 물러서려 하지 않는 인물이죠. 

'플란다스의 개'며 '고양이를 부탁해'(위 사진입니다) '복수는 나의 것', '청춘'이며 '괴물' 등 배두나의 필모그래피들을 생각해보시면 이런 특징은 쉽게 추려집니다. 드라마에서도 메가 히트작으로 꼽히는 작품은 없지만 '학교' 이후 배두나가 연기한 캐릭터들은 어쨌든 '흔히 드라마에 나오는' 인물들과는 좀 달랐습니다.



말하자면 최근 들어 마이너리티(인종적인 의미는 아니지만) 역할로 각광받고 있는 일본 배우 우에노 주리의 선배라고 해야 할까요. 어쨌든 배두나는 감히 '루저의 여신'이라고 불러도 좋을 포스를 갖췄습니다.

어찌 보면 배두나는 극중의 배두나와 현실의 배두나를 보는 사람들이 혼동할 정도의 독특한 개성을 차지했습니다. 약간 높은 목소리와 논리보다는 어지러운 말싸움으로 상대를 제압하려는 캐릭터죠. 머리가 아주 좋지는 않지만 사람들과의 의리를 무엇보다 중시하는 인물로 등장하는 경우가 대의 대부분입니다. 물론 이건 100가지 변신을 시도하는 연기파 배우들에게는 미덕이 아닐 수도 있겠지만 팬들의 입장에서는 훌륭한 장점일 수도 있죠. 좋아하는 스타에게서 기대하는 모습을 늘 볼수 있으니까요.



미니시리즈라면 이야기가 한창 중반이겠지만 50부작인 '글로리아'는 이제 시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야기의 설정상 이 주인공들이 가야 할 길은 아직도 한참 가시밭길일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로리아'의 독특한 매력은 최근 주말 드라마의 트렌드로 자리잡은 듯한 불륜 가족 드라마보다 훨씬 가치 있는 걸로 느껴집니다.


P.S. '글로리아'에 대한 최근 기사 중에 폭소를 자아낼만한 부분을 발견했습니다. 이 드라마에서 배두나가 부르는 노래 '글로리아'가 아바의 '마마 미아'를 편곡한 거라는 주장입니다. 무슨 생각으로 겁도 없이 이런 주장을 하나 잠시 아연했습니다.

많은 가수들이 불렀지만 아무래도 '글로리아'는 로라 브래니건이죠. 공연장 천장을 뚫어 버릴 듯한 폭발적인 가창력은 지금도 필적할 가수가 그리 쉽게 떠오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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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극장에 가서 표값을 볼 때마다 뭔가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든 적도 있었습니다. 외국에서는 그렇지 않은 경우를 꽤 흔히 볼 수 있지만, 우리나라에선 일단 극장에 걸리면 모두 같은 값입니다. 1억달러를 들여 찍은 영화건, 1억원을 들여 찍은 영화건 관객은 똑같은 돈을 내고 보게 됩니다. 

이런 환경을 접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선 싼 영화건 비싼 영화건 똑같은 가격이 매겨진다면 비싼 영화 쪽이 손해일 거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보통 영화가 8000원 받을 때, 대작 영화는 한 10000원이나 12000원 정도 받아서 더 빨리 자본 회수를 할 수 있어야 할 것 같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실제론, 이런 시스템은 작은 영화 쪽에 훨씬 더 손해입니다.



티켓 가격이 고정되어 있다면, 관객의 입장에선 기왕이면 좀 더 제작비가 많이 들어간 영화를 봐야 '본전을 찾는다'고 생각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내용은 실망스럽더라도 대규모 전투신이나 유명 스타의 소문난 베드신, 엄청난 CG등 '볼거리'라도 건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게 인지상정이죠. 물론 영화를 보면 볼수록, 제작비와 만족도는 결코 비례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지만 말입니다.

'죽이고 싶은'은 누가 봐도 단촐한 영화입니다. 주인공은 단 두명. 전체 출연진을 다 합해 봐야 열명 남짓입니다. 배경도 처음부터 끝까지 한두신을 제외하면 병원 주변을 벗어나지 않습니다. 이런 얘기입니다.



온 몸에 마비가 진행중인 환자 김민호(천호진)는 옆자리에 새로 온 환자 박상업(유해진)을 보고 평생 잊지 못하던 원수라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하지만 뇌손상인 박상업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고, 김민호는 원수가 옆에 있건만 일어서서 박상업의 옆까지 걸어갈 수도 없는 상태입니다. 그리고 박상업이 조금씩 기억을 회복해 가면서, 상황은 또다시 일변합니다.

누가 가해자인지를 가리는 게임이 처음부터 끝까지 펼쳐지기 때문에 흔히 이 영화는 스릴러로 분류되지만, 엄밀히 말하면 액션 스릴러라고 해야 할 듯 합니다. 두 주인공이 모두 침대에 누워 있지만 이 영화를 끌고 가는 것은 아무래도 액션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많은 사람들에게 '대체 어떻게 액션이 가능하다는 거냐?'는 질문이 떠오르겠지만, 이 영화를 보시면 그런 상황에서도 충분히 액션이 펼쳐질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되실 겁니다.



워낙 등장인물이 적고 배경이 한정되어 있는 만큼, 영화는 상당히 연극적인 요소가 강합니다. 무대극이었다면 좀 더 효과적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굳이 영화 중에서 비교하자면 마이클 케인과 주드 로가 열연했던 영화 '추적(Sleuth)' 정도일까요. 두 남자의 치열한 싸움이라는 면에서는 비슷하지만, 수트를 입고 우아하게 싸우는 '추적'과는 달리 '죽이고 싶은'의 두 남자는 환자복 차림으로 아주 추하게 진흙탕 싸움을 벌입니다.

거기서 어떻게 싸움이 가능하냐는 대목에서 연출진의 아이디어가 빛납니다. 일단 방 안에서 사용할 수 있는 건 다 사용한다고 봐도 좋습니다. 특공대원이나 무술 대가를 설명할 때 흔히 '온 몸이 무기'라고 하지만 이 영화의 두 배우에겐 '잡히는게 다 무기' 입니다. 여기서 웃음과 함께 비애가 느껴집니다.

(사실 이 영화의 액션 진을 보다 보면 영화 전체가 악몽에 대한 은유가 아닐까 생각될 때도 있었습니다. 악몽 속에선 있는 힘을 다해 적을 공격하려 해도 몸이 말을 듣지 않죠. 등장인물들의 상태가 바로 그렇습니다. 투지만 있고 몸이 따라주지 않는 상태, 그야말로 악몽인 셈이죠.^^)




다른 모든 사람들이 야구 한국시리즈에 정신이 팔려 있을 때에도 두 남자는 목숨을 건 대결을 펼칩니다. 지금도 어딘가에선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예시라고 하면 간단할 듯 합니다.

구성을 보면 다른 어떤 영화보다 배우의 몫이 클 것은 당연지사. 그리고 두 배우는 자기 몫을 톡톡히 합니다. 천호진은 마초적인 외양에 비해 부드러운 목소리를 가진 배우로 꼽힙니다. 그래서 '악마를 보았다'의 형사반장 같은 역에는 미스캐스팅의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뭐 경찰의 무기력함을 상징하는 설정이라면 그럴 수도 있을 듯^^). 반면 '죽이고 싶은'에서는, 과거는 알수 없지만 어쩐지 연민을 자아내는 초로의 환자 역할에 매우 어울립니다.



물론 영화의 활력은 대부분 유해진에게서 나옵니다. 아마도 상당 부분 애들립일듯한 유해진의 코미디는 자칫 무겁게 느껴질 수도 있는 영화에 적절한 조미료로 작용합니다. 그러면서도, 희극적인 얼굴에서 순간 범죄자의 얼굴로 바뀌는 표정 연기는 이미 이 배우가 어느 정도 경지를 넘어 섰다는 걸 느끼게 합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저는 이 영화 관계자와 잘 아는 사입니다.^ 그래서 이 영화의 제작 과정을 상당히 초기부터 지켜 봤고, 영화 속에 등장하는 롯데 자이언츠적인 요소(^^)가 정점 강화되어 가는 과정을 보기도 했습니다(충분히 아실 수 있겠지만 감독이 부산 출신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마지막 반전의 요소가 조금 더 불명확했던 상태가 더 좋았다는 생각도 들지만, 현재 극장에 개봉되어 있는 영화는 그런 '다른 해석'의 여지가 없이 말끔하게 의혹을 해소해 줍니다. 분명히 출연하긴 하되, 마지막까지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 한 배우는 대체 출연료를 얼마나 받았을지, 저도 궁금합니다.^^

아무튼 완성된 영화를 보고 나왔을 때 대략 합의가 이뤄진 내용이 있습니다. '관건은 극장에까지 관객을 데려오는 거다. 설정과 규모를 보고 이 영화를 보겠다는 마음을 먹게 하는 건 쉽지 않겠지만, 일단 보고 나면 괜히 봤다는 생각은 들지 않을 거다'라는 겁니다. 이런 의견에는 대다수가 동의하더군요. 그렇습니다. 화려한 캐스팅과 물량으로 관객을 유혹한 뒤 막상 보고 나면 '이 뭥미?'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영화와는 정 반대 방향에 있다고 할 수 있죠.

이 영화는 조원희/김상화 감독의 데뷔작입니다. 아무쪼록 이 두 사람이 이번 영화로 재능을 인정받아 좀 더 큰 예산의 영화를 만들어 선보일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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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1박2일'에서 MC몽이 희한한 개인기를 과시했습니다. 바로 '팔꿈치를 혀로 핥기'입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시도해 보셨을 겁니다만, '인간의 신체 구조상 절대 안 된다'는 결론을 내린 종목일 겁니다. 어쨌든 MC몽이 이게 되는 바람에 게임 종목을 조절해야 하는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죠.

하지만 상해 서커스의 중국인 소녀들을 보면 세상에 사람이 해서 안 되는 일은 없다는 걸 알게 되듯, 전 세계를 뒤져 보면 자기 혀로 팔꿈치를 핥을 수 있는 사람은 꽤 많은 모양입니다. 어디서는 전 인구의 2%라고도 하고, 어디서는 10만명에 한명 꼴이라도 하는데, 2%라면 50명에 한명 꼴이니 그리 드물다고 할 수 없는 숫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중요한 건 : 제시카 알바는 안 되더라는 겁니다.^




이 과제가 얼마나 유명했는지 할리우드 톱스타 제시카 알바도 여기에 도전했습니다. 결과는 직접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모든 걸 다 갖춘 여자에게도 안되는 게 있다는 걸 직접 보여주려 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 과업에 도전하는 데에는 남녀노소가 없습니다. 그런데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 여자들이 압도적으로 많은 듯 합니다. 역시 이게 가능한 데에는 혀의 길이 못잖게 유연성이 중요하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사실 혀로 팔꿈치 핥기보다 더 단순하면서 더 힘든 것도 있습니다. 바로 혀로 코 핥기입니다. 금세 확인해 보실 수 있지만, 이거야말로 진정한 불가능의 영역입니다. 물론 되는 사람이 있으니 얘깃거리가 됩니다. 이건 어린이들의 성공 가능성이 높은 듯 합니다.

 

물론 유연성을 무시하고 막무가내로 긴 혀로는 불가능한게 없습니다. 혀, 팔꿈치는 기본이고 눈까지도 핥을 수 있는 무서운 혀... 거의 코끼리 코 수준입니다.


 



신체 개인기를 따지면 손가락을 빼놓을 수 없죠. 마구 휘는 손가락입니다.

 
 


유전에 대해서 배울 때 이게 대표적인 열성 유전이라고 배운 것 같은데(사실은 구부릴 수 있는게 우성, 못 구부리는게 열성이랍니다;; 그러고 보니 저도 한번은 구부릴 수 있군요.^^)... 혀를 마음대로 구부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분은 그런 분들 중 최상위급. 혓바닥으로 파도를 만듭니다. 


 


마지막은 살짝 징그럽습니다. 식사 앞두고 있는 분들은 안 보시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왕년에 이경규씨가 보여주던 안구돌출 코미디의 리얼 버전입니다. (그런데 이건 정말... 특수효과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차라리 특수효과라면 덜 징그러울 듯 합니다.)






아무튼 결론은 세상은 넓고 능력자는 많더라는 것.

여러분도 혹시 이런 특수 능력을 갖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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