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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net의 '슈퍼스타 K2', 마지막 3명 중에서는 솔직히 누가 떨어질지 쉽게 예상할 수 없었습니다. 아무래도 지금까지 흘러온 과정을 볼 때 세 사람 중 고정표가 가장 적은 건 허각이었죠. 존 박이나 장재인은 확고한 고정표를 안고 있었고, 뛰어난 실력에도 불구하고 기존 가수의 느낌이 강했던 허각에 비해 존 박은 블루스와 흑인 음악, 장재인은 포크 록 혹은 브릿 팝 느낌의 깔끔한 음악성으로 개성을 뽐냈습니다. 또 짧은 결선 기간 사이에 투표자들의 마음이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허각이 가장 불리할거란 예측이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허각은 오직 실력으로 이런 열세를 한방에 뚫어 버렸습니다. 허각이 부르게 된 이적의 '하늘을 달리다'는 오선지 저 아래에서부터 꼭대기까지를 다 써야 하는 힘든 노래입니다. 게다가 음의 진행도 일반적인 가요에서는 보기 힘든 독특한 노래죠. 이런 노래를 잘 부르기란 정말 어렵습니다. 그리고 허각은 해냈습니다.

그리고 허각의 성공과 장재인의 실패 뒤에는 같은 이유가 있었습니다. 다들 느끼셨겠지만 그건 바로 선곡입니다.


이날 세 사람은 모두 네티즌이 골라 준 노래를 불렀습니다. 인터넷 홈페이지 공모에서 허각은 이적의 '하늘을 달리다', 존 박은 박진영의 '니가 사는 그집', 그리고 장재인은 박혜경의 '레몬 트리(Fool's Garden의 동명곡을 리메이크한 곡입니다)'를 부르게 된 겁니다.

존 박에게 박진영의 노래를 골라 준 것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선곡입니다. 상식에서 벗어나지는 않았지만, 문제는 윤종신이 지적한대로, 이 노래가 '노래를 잘 하게 보이는 곡'이 아니라는 데 있습니다.



이미 이 블로그를 통해, 이번 대회가 시작된 뒤로 너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선곡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해 왔습니다. 본래 전혀 어울리지 않는 노래를 할 뻔 했던 존 박이 특별 심사위원 이문세가 바꿔 준 노래 한 곡 덕분에 일약 돋보이는 도전자로 변신한 사연(이문세는 어떻게 존 박을 되살렸나?  http://fivecard.joins.com/858), 여기에 마이클 잭슨에 대한 깊은 이해와 선곡이 또 한번 존 박을 최강의 도전자로 거듭나게 했던 그 다음 도전(왜 강승윤 존박을 무시하나?  http://fivecard.joins.com/863), 그리고 비록 퍼포먼스가 당락을 결정짓지는 못했지만 허각과 강승윤이 돋보일 수 밖에 없었던 경우(강승윤, 잘 하고도 떨어진 이유  http://fivecard.joins.com/867)에 걸쳐서 말입니다.

그리고 한결같이 제가 주장한, 선곡의 가장 중요한 기준은 '드라마틱한 노래여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니가 사는 그집'은 분위기 있는 노래이긴 하지만 이런 치열한 경합에서 그 노래를 부르는 사람을 돋보이게 해 줄수 있는 노래가 절대 아닙니다.



똑같은 이야기를 장재인에게도 할 수 있습니다. 독특한 목소리와 가창력, 해석력을 겸비한 장재인에게 '레몬 트리'는 너무도 평이한 노래입니다. 절대 클라이막스를 형성할 수 없는 노래죠. 박혜경의 노래라면 'It's You'같은 노래가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장재인에게 이 노래를 부르게 한 것이 장재인을 싫어하는 사람들의 음모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물론 설마 그랬을 리는 없겠죠. 예를 들어 4위에 오른 노래가 자우림의 '매직 카펫 라이드'라는 데서는 전에 장재인이 김윤아를 보고도 알아보지 못한 데 대한 자우림 팬들의 반발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2위를 한 '어떤이의 꿈'같은 노래는 장재인이 재해석해서 부르면 꽤 좋은 결과를 낼 것 같은 노래입니다.

그러니까 일부 불순한(?) 세력의 선곡이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레몬트리'를 부르게 한 것은 장재인을 지지하던 팬들의 선택이었다고 볼 수밖에 없을 듯 합니다. 한마디로 안타까운 일이죠. 만약 남이 대신 골라 주는 거라면 윤하의 '비밀번호486'이나 체리필터의 '낭만고양이' 같은 곡들을 새롭게 해석해서 불러 보도록 하는게 어땠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혹은 히트곡은 아니지만 W&Whale의 '월광' 같은 노래도 궁금합니다.

그랬다면 장재인의 3강 무대가 그렇게 무미건조하게 보이진 않았을 겁니다.




물론 허각이 자신의 재능을 뽐낼 수 있는 노래를 받은 것은 단지 행운만은 아닙니다. 그동안 주로 발라드를 부르며 고운 목소리와 탁 트인 고음을 자랑했던 허각은 바로 지난번, 미군 부대 미션에서 본 조비의 'You Give Love a Bad Name'을 화끈하게 불러 박수갈채를 받았습니다(이 미션에서 1등이었죠).

이 노래를 통해 허각은 그저 예쁜 목소리의 발라드 전문 가수가 아니라 꽉 찬 무대에서 제대로 로큰롤을 소화할 수 있는 재목이라는 점일 시청자들에게 확연히 일깨웠습니다. 오랜 행사 무대 경험이 큰 도움이 됐을 지도 모를 일이죠. 아무튼 많은 허각 팬들이 '하늘을 달리다'를 허각에게 권한 데에는 이 미군 부대 미션이 큰 역할을 했을 겁니다. 그러니 절대 우연이 아닙니다.



어쨌든 허각의 이날 열창에 비해 상대적으로 너무나 평이했던 존 박과 장재인의 부진은 최약체로 평가됐던 허각을 1등으로 결승에 진출시키는 이변을 자아냈습니다. (그렇다면 혹시 이상한 선곡의 주역이 제작진...? ㅋ) 그리고 결승은 그동안 너무 친한 모습을 보여 '슈퍼스타 게이(줄여서 슈스게)'라는 농담까지 나왔던 절친한 존 박과 허각의 차지가 됐죠.



이번엔 허각의 가창력과 존 박의 폭넓은 인기 중 누가 승자가 될 것인지가 관건이 될 듯 합니다. 지난해의 서인국-조문근에 비쳐 '보나마나 존 박'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지만 3강에서 허각이 보여준 위력은 슈퍼스타K에 정의가 살아 있다는 걸 보여줬습니다. 결승에서도 그러지 말란 법은 없고 보면, 매우 흥미진진한 대결이 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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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광산에 갇혔던 33인 광부의 인간 승리가 며칠째 계속해서 전 세계 뉴스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TV 중계를 통해 이 광경을 지켜보면서, 예전같으면 상상할수도 없는 깊이에 갇힌 사람들을 이렇게 구할 수 있는 첨단 과학의 힘에 놀라지 않은 분들은 아마 별로 없을 겁니다.

사건이 사건이다 보니 이 33인 이야기를 소재로 한 책과 영화가 쏟아지는 것도 당연한 일이고, 온 세상 매체가 이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 할 겁니다(이들은 인터뷰 수입도 모두 공평하게 나눠 갖기로 했다는 미담 보도도 있었습니다). 이들은 사지에서 살아 나온 대가로 일약 스타가 된 동시에 돈방석에도 앉게 된 셈이죠.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들 당사자 못잖게 득을 본 회사들이 있습니다. 바로 세계적인 선글래스 메이커 오클리와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입니다.



깊은 땅속에서 몇달만에 나온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물건은 무엇일까요. 물? 음식? 이건 어느 정도씩 공급이 되고 있었다고 한다면, 당장 필요한 물건은 선글래스였을 겁니다. 빛이 없는 곳에서 생활하던 사람들이 강렬한 햇살을 이겨낼 수 있을리가 없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건 너무나 당연한 겁니다.

그렇다면 과연 이들이 어떤 선글래스를 쓰고 나올 것인가. 개인적으로는 꽤 궁금한 부분이었습니다. 그리고 손이 빠른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아마 눈이 빠른 분들은 아셨을 겁니다. 워낙 특이하게 생겼다는게 오클리의 강점이기 때문입니다. 보도도 나와 있습니다.

http://www.huffingtonpost.com/2010/10/13/chile-miners-rescue_n_761259.html


사실 다른 선글래스 메이커들도 아마 비슷한 생각을 했을 수도 있고, 유능한 담당자가 없어서 생각을 못 했을 수도 있을 겁니다. 또 오클리만큼 독특한 디자인을 갖추고 있어서, 광부 구출 사진이나 영상을 보는 사람들이 '아, 저거 어느 회사 제품이구나'라고 알 가능성이 별로 없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을 겁니다.


어쨌든 오클리는 발빠르게 이 광부들을 위해 450달러 정도 가격의 선글래스를 무상으로 지원하기로 했고, 그렇게 해서 전 세계인들에게 자사 제품을 노출시키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 광고 효과를 생각하면, 450*33 달러라는 건 그야말로 껌값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리고 위에서 디자인 얘기를 했지만 사실 이것 역시 부수적인 문제일 수밖에 없습니다. 광부들이 줄지어 선글래스를 쓰고 나오는데, "저 선글래스가 다 어디 제품이라더라"라는 말이 나오면 그것만으로도 선글래스 값이 아깝지는 않을테니 말입니다. (네. 물론 오클리만큼 효과가 크진 않았겠죠.)





그리고 또 하나의 승자가 있다면 역시 아디다스. 설명은 생략합니다.




P.S. 지하에 있는 동안 불륜이 탄로난 아무개씨는 아내는 아예 구조 현장에도 오지 않고 애인만 왔다는군요. 평화롭게 선택이 이뤄졌으니 이것도 해피엔딩?

P.S.2. 어제 술자리에선 누구든 나오자마자 인터뷰에서 "코카콜라가 가장 마시고 싶었어!"라고 말하는 순간 평생 코카콜라 무료 시음권 정도는 따놓고 들어갔을 거란 얘기도 있었습니다. 잘하면 이걸로 팔자도 고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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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예능 프로그램에서 동성애와 관련된 발언이 나왔던 일은 아마 거의 찾아보기 힘들 듯 합니다. 물론 그런 상황을 패러디한 코미디는 많았지만, 실제 인물이 자신의 사례나 다른 사람의 사례에 대해 자신의 성적 취향을 농담의 소재로 사용한 경우는 본 기억이 거의 없습니다.

12일 방송된 SBS TV '강심장'에서 홍석천이 조용히 한방을 터뜨렸습니다. 크게 화제가 되거나 요란하지 않았다는 것이 오히려 더 의의가 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한국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농담입니다.

이날 방송에서는 최근 방송을 마친 드라마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에서 이승기와 신민아의 키스신을 패러디하는 순서가 마련됐습니다. 여자 출연자들 가운데 서인영이 신민아의 역할을 이승기와 함께 재현하는 역할을 맡았죠.


이승기와 포옹하는데까지 진행한 서인영은 "아 좋다"라며 흡족해 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상대가 당대 최고의 인기남이며 흔히 '황제'라고 불리는 이승기였으니 당연한 일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서인영이 자리로 돌아와서도 '아 좋다'를 연발하고, 다른 여자 출연자들이 꺅꺅 소리를 내는 가운데 홍석천이 조용히 한마디를 던진 겁니다. "난 인영이가 참 부럽네."

현장에선 당연히 폭소가 터졌고, 시청자 가운데서도 이 말이 무슨 의미인지 모를 사람은 아마 없을 겁니다. 네. 이승기가 그만치 매력적이라는 뜻인 거죠. 그리고 홍석천이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빗대 한 농담이라는 것도 모를 사람은 아마 없을 겁니다. (물론 홍석천이 실제로 이승기를 덮치겠다거나 하는 뜻은 아닐겁니다. ㅋ )





최근까지 이뤄졌던 한국 사회, 한국 연예계에서의 동성애 담론에 비교해 보면 상당히 의미있는 일입니다.

가까운 일로는 SBS TV 주말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에 대한 정체 불명의 '어머니 단체'가 낸 신문 지면 광고 사건이 있었습니다. '동성애는 가정과 사회와 국가를 무너뜨립니다'라는 구호가 보여주듯 이 사회의 일각에는 동성애를 비정상적인 죄악으로 보는 시각이 분명 존재합니다.



예능에서의 '동성애 관련 발언'이라는 건 꽤 오래 전 김구라가 '명랑 히어로'에서 '어떤 남자가 목욕탕에 T팬티를 입고 왔더라'는 다른 출연자의 말에 '석천이 아니야?'라고 반문했다가 '성적 소수자에 대한 비하'라는 이유로 타박을 받은 게 사실상 유일한 사례일 정도입니다.

커밍아웃한 연예인도 극소수인데다 그나마 홍석천 외에는 거의 존재감이 없는 상태이고 보면, TV에서 동성애에 대한 이야기나 농담을 할 일도 없거니와 그런 문제를 거론하는 것 자체가 금기가 돼 버립니다.

이런 환경에 과감하게 문제제기를 한 것이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물론 '김수현'이라는 대 작가의 이름이 없었다면 이런 내용이 들어 있는 드라마가 지상파에 편성된다는 것 역시 상상할 수 없는 일입니다)였다면, 홍석천의 작은 농담 한마디는 예능에서의 금기를 한번에 뛰어 넘은 시도로 볼만 합니다.



물론 예능 프로그램이라는 것은 시청자들의 욕구에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 한번이 아니라 홍석천이 비슷한 수위의 발언을 계속 한다면, 자연히 '강심장'을 보는 사람들이 이런 농담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지 아닌지에 대한 판단이 이뤄질 겁니다. '강심장'이 그 수준을 소화할 수 있다면, 다른 프로그램들에서도 그런 수위에 대한 판단이 있을 테지요.

한 편에는 드라마 속 동성애 커플의 등장에 발끈한 보수 단체가 거액을 들여 신문에 5단 광고를 내고, 다른 한 편에서는 동성애를 소재로 한 농담에 출연자와 시청자들이 깔깔 웃는 현상이 공존합니다. 시대착오적인 현상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의견의 다양성이라는 차원에선 크게 놀랄 일은 아닙니다.

여러분의 생각이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같은 드라마라도 '개인의 취향'에서는 동성애를 소재로 한 코미디가 큰 문제 없이 넘어간 반면, '인생은 아름다워'에서는 신문 광고에까지 이어진 것 역시 그 프로그램의 시청층에 따라 받아들이는 태도도 달라진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강심장'에서 괜찮았다면 '무한도전'이나 '1박2일'에서는 어떨까요? 혹은 '세바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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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소란이 있었습니다. 타블로의 학력에 대한 의심을 줄기차게 주장해온 인터넷 카페 타진요(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의 운영자 왓비컴즈가 미주 중앙일보(시카고)와의 인터뷰에서 '타블로가 승자다. 더 이상 의혹을 제기하지 않겠다. 승자로서 관용을 베풀어 고소를 취하해 줬으면 한다'는 말을 한 것으로 보도됐습니다.

그리고 얼마 뒤, 왓비컴즈는 타진요 카페에 글을 올려 '보도 과정에서 오류가 있었다. 나는 나에 대한 고소를 취하해 달라고 한 것이 아니라 카페 회원들에 대한 고소를 취하해 달라고 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물론 기사 제목은 “더 이상 타블로에게 학력 인증 요구를 않겠다. 고소를 취하해 주기 바란다” 지만 기사 내용을 보면 '고소 취하'의 대상이 고소된 사람 전체를 가리킨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왓비컴즈가 '나에 대한 고소는 취하하지 않아도 좋다'고 말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어쨌든 큰 차이는 아닙니다.

그리고 정말 놀라운 것은, 거기에 대한 타진요 회원들의 반응입니다.




일단 기사를 못 보신 분들은 순서대로 보시기 바랍니다. 미주 중앙일보가 왓비컴즈를 인터뷰한 기사입니다. '타블로가 이겼다'고 말하고 있지만 자신은 여전히 검증된 사실을 믿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김씨는 “타블로 측이 고소한 사람은 7명이다. 이 중 2명만 타진요 회원이고 나머지는 아니다. 승자로 이들에 대한 고소를 취하하고 대화합으로 끝내기 바란다”며 인터뷰를 끝냈다. (http://news.joins.com/article/aid/2010/10/12/4045561.html?cloc=nnc)

그리고 이 기사가 자신의 진의를 왜곡했다며 왓비컴즈가 어젯밤 타진요에 올린 글입니다.


물론 그동안의 행동에 대한 반성이나 타블로에 대한 사과의 뜻은 전혀 없습니다. 너무도 당당한 모습입니다.

놀라운 건 이 인사에 수백개의 댓글이 달리고, 여전히 '그동안 수고하셨다' '건강하시라' 등등의 댓글이 달리고 있더라는 것입니다. 그 인사에 왓비컴즈는 일일히 댓글을 달아 주며 우의를 다지고 있습니다.





며칠 전 탐진강님의 블로그에서 타진요의 한 회원이 경찰 조사를 받으러 가기 전에 썼다는 '반성의 글'이라는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 http://jsapark.tistory.com/1152 에 가면 전문이 있습니다. 한번 읽어보실만 합니다.^^)

그 글 역시 반성의 의미로 읽기에는 무리가 있었다는 생각입니다. 언뜻 보면 타블로와 가족에게 했던 말과 행동을 반성하는 듯도 하지만, 오히려 타블로에게 '몇십분이면 밝힐 수 있는 일을 쉽게 밝히지 않고 스스로 고난의 길로 갔느냐, 나같은 사람을 범죄자로 만들기 위해서였느냐'고 따지는 부분은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여겨집니다.



소위 악플러의 밑도 끝도 없는 주장과 악성 루머라는 이름의 허위 사실 유포, 그리고 턱없는 공격으로 피해를 받은 사람들의 수는 점점 늘고 있습니다. 유명인들의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하지만 피해에 대한 구제는 커녕, 가해자들에 대한 책임 추궁도 사실상 제대로 이뤄진 적이 없었습니다.

이유는 당연합니다. 대다수 피해자들이 인기로 먹고 사는 유명인들이었기 때문입니다. 타블로 이전까지, 최진실의 자살 사건 이전까지 악플러들과 싸우는 연예인들은 사건이 어느 정점을 지나가면 '이제 다 밝혀졌는데 그만 하지 그래' '뭐 사실 피해본 것도 없잖아. 연예인들 알고 보면 다 그렇지' '아니, 가해자라는 것도 알고 보니 다 어린 학생들인데 끝까지 죄를 추궁하겠다고? 어쩌려고? 알고 보니 정말 인정사정없고 독한 * 아냐?' 이런 식으로 여론이 바뀌는 것을 지켜봐야 했습니다.



당한 입장에선 참 펄쩍 뛸 일입니다. 하지만 어느 시점에서는 분명히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관용과 선처가 미덕'이라고 권하는 목소리가 높아집니다. 이걸 거부하면 천하의 독종 취급을 받게 되기도 합니다.

결국은 이런 이상한 여론 때문에 아무리 억울해도 어느 시점에서는 '가해자가 대부분 미성년자들이라 잘 몰라서 한 일이고, 지금은 자신들의 행동을 깊이 반성하고 있으니 선처를 요청한다'는 발표를 하는게 일반적이었습니다.


열심히 일해서 가해자들을 잡은 사이버수사대 요원들에게도 참 맥빠지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피해자 측에서 신고를 하고 발을 동동 굴러도 '어차피 다 놔 주자고 할 거면서...'라는 생각이 들면 수사에 열의가 있을 리 없겠죠. 언젠가 접촉한 경찰 관계자도 같은 의견이었습니다. '기껏 잡아 놔도 나중에 처벌 의사가 없다고 다 풀어주자고 할 거라면, 누가 굳이 잡아 들일 의욕을 느끼겠느냐'는 겁니다.

이제 변할 때가 됐습니다. 인터넷을 통한 악성 루머의 유포와 이유 없는 증오의 표출은 실제 사회에서 벌어지는 폭력이나 모욕에 비해 결코 가볍지 않다는 걸 사람들이 이해할 때가 됐습니다. 왜곡된 온정주의야말로 그동안 악플러들이 활개칠 수 있었던 환경이라는 걸 이제 아실 때가 된 겁니다.

아울러 악플러 여러분, 사소한 처벌 따위가 두려워 짐짓 반성을 가장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뜻 있는 자의 삶이란 본래 가시밭길인 법입니다. 일각의 동정 따위에 나약해져선 곤란합니다. 정의의 칼을 휘두를 때의 기개와 배짱을 끝까지 간직하시고, 끝까지 소신을 잃지 마시기 바랍니다. 찬바람이 몰아칠수록 자신의 행동을 끝까지 책임지는 용자의 모습이 기대됩니다. 끝까지 분투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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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TV 신에서 가장 열연하고 있는 배우로는 SBS TV '대물'의 고현정과 MBC TV '욕망의 불꽃'의 신은경을 꼽을 수 있습니다. 두 배우 모두 팔색조같은 모습을 보여주며 여배우로서 무시무시한 에너지를 작품에 쏟아붓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할 정도로 두 배우에 대한 평가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고현정은 '선덕여왕'에 이어 다시 한번 카리스마를 재확인했다는 호평에서부터, 사투리 쓰는 아가씨에서 아나운서, 그리고 대통령에 이르는 다양한 변신에 성공했다는 칭찬을 듣고 있는 반면 신은경은 '신들린 열연'이라는 말은 듣고 있지만 그 이상의 호평은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왜 그런 걸까요. 작품을 보면 답이 나옵니다.



먼저 '대물'. 최초의 여성 대통령을 그린다는 이 드라마는 고현정이 대통령이 될 결심을 하기까지를 그리는 단계입니다. 사투리 쓰는 아가씨에서 방송국 아나운서가 되는데 성공한 고현정은 카메라기자인 남편이 중동 위험지역에 무리하게 취재를 나갔다가 현지 반군들에게 인질로 잡혔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결국 남편의 죽음을 맞은 고현정은 왜 대한민국이 국민의 생명을 보호해 주지 않느냐는 항변을 온몸으로 표현합니다. 대통령이 된 장면에서도 "더 이상 억울하게 죽는 사람이 있어선 안됩니다. 그것이 제가 대통령이 된 이유입니다"라고 말하죠.



그 다음 '욕망의 불꽃'의 신은경. 이 인물은 성공을 위한 집념의 화신입니다. 아버지에게 은혜를 입은 재벌 회장이 의리의 실현을 위해 자신의 아들과 언니를 결혼시키려 하자 깡패 출신 직원을 동원해 언니를 강간하게 하고, 자기가 언니 대신 재벌 아들과 결혼합니다. 그 재벌 회장 아들이 이미 임신한 내연녀가 있다는 사실을 알자 자기 대신 아이를 낳아 달라고 요청합니다. 그 아이를 후계자로 만들어 주겠다는 식입니다.

그러니까 지금까지 방송가에 등장했던 막장 드라마를 한방에 날려 버릴 수 있을 정도의 초 막장 스토리입니다. 그렇게 해서 다른 여자가 대신 낳아 자신이 아들로 기른 유승호가, 자신이 낳아서 어떻게 자랐는지도 모르는 딸 서우와 연인이 된다는 얘기죠. 전에는 드라마 한 편 정도를 만들 수 있었던 사연과 배신과 원한과 우연이 한방에 시청자를 집어삼킬듯 기세가 등등합니다.



고현정과 신은경에 대한 평가의 차이는 '대물'과 '욕망의 불꽃'의 차이입니다. 물론 '대물'이 흠 없는 걸작이라고 말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설정은 억지 투성이고, 인물들은 어처구니 없는 대목에서 시청자보다 훨씬 빨리 흥분해버립니다. 감정을 절제해서 전달하지 못한다는 면에서는 사실 '욕망의 불꽃'과 크게 다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물'에서 고현정이 대통령이 되려는 이유는 충분히 사람들에게 공감을 불러 일으킵니다. 느끼는 분노에 개연성이 있고, 그건 한국인들이 작은 나라 사람으로 태어나 주변 강대국들 사이에서 겪었던 일과 와 닿습니다. 비록 드라마 속의 작은 분풀이일 뿐이지만, 사람들의 마음을 시원하게 해 주는 맛이 있습니다.



반면 신은경이 '욕망의 불꽃'에서 재벌가 며느리가 되고, 아들을 재벌 후계자로 만들기 위해 분투하는 과정은 어떨까요. '나도 저런 상황이면 저럴 수도 있을 것 같다' 정도의 공감은 불러 일으킬 수 있을까요? 아니면 '얼마나 인간이 추악해 질 수 있는지 한번 보자'는 정도는 가능할까요? 여기에는 어떤 명분도, 어떤 메시지도 없습니다.

'욕망의 불꽃'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시청자들을 향해 '그래, 당신들이 비틀린 스토리를 좋아한다니, 사람들의 어두운 면을 좋아한다니, 거기에 맞는 이야기를 들려 주지. 자, 지금까지 들어본 적이 없을 정도로 지독한 스토리야' 라고 속삭이는 목소리 뿐입니다. 진저리가 쳐 질 정도입니다.



지금 두 배우가 받고 있는 평가의 차이에는 개개인의 기량이나 실력보단 작품의 차이가 크게 작용하고 있는 듯 합니다. 그리고 아무래도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사람들은 주인공들이 기본적으로 자신이 공감할 수 있는 감정을 느끼기를 원하기 때문입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욕망의 불꽃'에서 신은경이 연기하는 캐릭터나 그 주변 사람들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세상은 참 상상하기도 싫습니다. 그리고 '욕망의 불꽃'같은 드라마를 보고 있으면, 대체 막장 드라마의 끝은 어디까지일지도 한번쯤 생각해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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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스타K', 8일 방송된 TOP4 대결에서 결국 강승윤이 탈락, TOP3는 존 박, 장재인, 허각으로 압축됐습니다. 초기에 많은 사람이 예측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TOP 11이 처음 발표됐을 때 TOP4, TOP3에 들 것으로 예측됐던 사람들 중 김지수 하나만 바뀐 셈입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평가하는 것은 그저 '어떻게 노래를 부르느냐(다시 말해 잘 부르나 못 부르나)'의 문제라고 생각하곤 합니다. 지난 2주에 걸쳐 '어떻게'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어떤' 노래를 부르는가 하는 것임을 얘기했습니다. 하지만 이날 미션은 또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었습니다. 가장 미션을 잘 소화한 두 후보가 탈락 위기에 몰렸기 때문입니다.



'슈퍼스타K'가 짧은 시간에 성장할 수 있었던 건 아무래도 '아메리칸 아이돌'이라는 좋은 선생님의 힘이 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떤 프로그램이든 처음 시작할 땐 시행착오가 있기 마련이고, 이미 외국에서 여러 차례 검증된 시스템을 사실상 그대로 가져왔기 때문에 그런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었던 겁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올해가 국내에선 두번째인 만큼 여러가지 실험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날 미션도 마찬가지. 세 명의 심사위원이 남은 네 도전자를 나눠 갖고 자기 노래를 지도해 부르게 한다는 미션입니다. 이렇게 해서 장재인은 엄정화의 '초대'. 강승윤은 윤종신의 '본능적으로', 허각과 존 박은 각각 이승철의 '안녕이라고 말하지 마'와 '잠도 오지 않는 밤에'를 불렀습니다.

물론 '잠도 오지 않는 밤에'는 엄밀히 말하면 이승철의 히트곡이라고 할 수 없죠. '안녕이라고 말하지마'와 함께 1989년 이승철의 1집에 들어 있었지만 당시엔 그리 주목받지 못했고, 작곡자인 박광현이 이듬해 자신의 앨범에 넣으면서 알려진 곡입니다. 김건모의 '잠 못드는 밤, 비는 내리고'에도 삽입되면서 유명해졌죠.

(처음에 쓴 부분을 수정했습니다. 저는 이승철이 뒤늦게 이 노래를 리메이크한 것으로 알았는데 알고 보니 작곡자 박광현이 이승철에게 먼저 이 곡을 주고 나중에 자신이 다시 불러 자기 앨범에 수록한 것입니다. 공교롭게 이날 허각이 부른 '안녕이라고 말하지마'도 박광현 작곡입니다.)




솔직히 말해 장재인과 존 박에겐 대딘히 불리한 상황이었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첫번째는 장재인. 엄정화의 노래 중에는 이런 오디션 프로그램의 4강에서 부를만한 곡이 없다고 봐도 좋을 겁니다. 처음부터 대부분의 곡 자체가 가창력을 뽐내기보다는 춤과 노래를 함께 하기 위해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춤과 노래를 함께 할 때라야 진가를 보여줄 수 있는 노래들인데, 제아무리 장재인이라 한들 이런 노래를 그냥 서서 부른다면 그 결과는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예상대로의 결과가 나왔습니다. '초대'는 매력적인 곡이지만 장재인과는 1만 광년쯤 떨어져 있는 노래였고, 이날 장재인의 존재감은 거의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존 박은 아마도 이승철이 녹음했던 노래들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자신의 색깔과 맞는 곡을 골라 냈습니다. 이 노래는 처음부터 블루스의 색채가 깊이 배 있는 곡입니다. 존 박은 그런 곡을 잘 소화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만, 과연 블루스를 들고 나오는 것이 이런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좋은 전략인가 하는 것은 상당히 고개를 갸웃거리게 합니다.



그건 다른 경쟁자들, 허각과 강승윤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허각은 이승철의 대표적인 히트곡 '안녕이라고 말하지 마'에 자신의 색깔을 입혀 '제대로' 소화해냈습니다. 타고난 미성과 고음 처리 능력을 유감없이 뽐낼 수 있었습니다.

강승윤도 끝내 따라다니던 '인물로 올라왔다'는 평을 씻어낼 수 있는 좋은 활약을 펼칩니다. '무심한 듯 거만하게' 부르라는 윤종신의 조언을 잘 따랐다고 할 수 있습니다(그런데 정작 윤종신 자신의 점수는 그리 좋지 않더군요^^).



그렇게 해서 만약 이날 대결로만 평가했다면 허각과 강승윤이 안전한 자리를 차지하고 존 박과 장재인이 피말리는 마지막 대결을 폈어야 했겠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간단합니다. 대다수 투표자들이 이미 표심을 굳혔기 때문입니다.

TOP11이 발표됐을 때, 이미 엘리트 그룹과 비 엘리트 그룹의 구분은 거의 바뀌지 않을 정도가 돼 있었습니다. 장재인과 존 박 등은 이미 '자리'를 잡은 상태였죠.

여기서 다양한 라이브 미션을 통해 비 엘리트 그룹의 구성원들이 느낌을 바꿀 계기가 주어졌다면 모르겠는데, 역시 초반 2회의 라이브를 통해 절반인 5명이 떨어져 버렸습니다. 한마디로 엘리트 그룹의 환상이 씻길 시간, 그리고 비 엘리트 그룹이 성장할 시간이 없었던 셈입니다. 그러다 보니 처음의 순위가 그냥 굳어져 버렸습니다.

아마도 이날의 TOP4 미션은 그 순위를 한번 바꿔 보자는, 사실상 첫번째 시도였다고 할 수 있을 듯 한데 불행히도 이제 너무 늦었습니다. 4명밖에 안 남은 이상 투표자들은 자신의 마음 속에 있는 후보를 하나로 줄여 놓고 있습니다. TOP6 정도까지는 자신이 올려 놓고 싶은 후보를 두명까지는 수용할 여지가 있지만 TOP4 이후엔 자칫하면 자신의 넘버 원 후보가 떨어질지도 모르는 상황인 된 겁니다. 그러니 강승윤이 아무리 TOP4 미션을 잘 끝냈어도 그게 순위를 바꾸는 건 이미 늦었다고 해야 할 겁니다.



결국 TOP4까지 오고 나면 이미 정해진 순위에 변화를 준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건 아마도 앞으로 내년 이후의 '슈퍼스타K' 제작진이 고민해야 할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현재까지의 제도라면 TOP4 이후에 긴장감이 떨어지는 건 필연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너무 빨리 도전자의 숫자를 줄인 것이 그 주 요인이라는 점을 생각해야 할 겁니다.) 물론 현재보다 더 뛰어난 도전자들이 많이 나와서 마지막까지 더 치열한 경쟁이 펼쳐진다면 그보다 좋은 건 없겠죠.

그리고 강승윤에겐 이제 리얼 월드에서의 새로운 도전이 기다리고 있는 겁니다. '아메리칸 아이돌'에서도 TOP1이 아니었던 가수가 성공한 사례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나이도 어린 강승윤, 이제부터 진짜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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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영을 향해 가고 있는 MBC TV '동이', 마침내 숙종은 세자에게 선위를 거론하며, 숙빈을 출궁시키고 세자를 후사로 삼는 일에 아무도 더 이상 이론이 없게 합니다. 상식적으로 볼 때 정상적인 진행입니다. 신하들의 입장에서 볼 때 장희빈이 낳은 세자와 숙빈(동이)이 낳은 연잉군은 왕위를 놓고 경쟁하는 사이인 것이죠. 여기서 왕이 세자의 손을 들어 준 이상 연잉군과 그 어머니 숙빈에게는 다소 냉랭하게 대하는 것이 정상일 듯 합니다. 그러다 장무열이 정세를 오판하고 숙빈에게 무력 시위를 하는 모습이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역사에 비쳐 보면 좀 황당무계한 일입니다. 숙종이 지시한 세자의 대리청정은 고도의 정치적인 행위였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동이'에서 다뤄지지 않은 부분이 있습니다. 숙종이 대리청정을 얘기했던 날, 이 날은 바로 1717년 7월19일입니다. 그리고 그때 이미 숙빈은 궁에서 떠나 있었습니다.



1717년, 7월19일, 56세를 맞은 숙종은 심한 안질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이 정도면 역대 조선의 국왕 가운데선 상당히 장수한 편에 속합니다. 이날 숙종은 자신의 건강을 이유로 세자에게 대리 청정을 시킬 것을 공표합니다. 자신이 왕위에서 물러나지는 않되, 실질적으로 국정 운영은 세자가 하게 한다는 뜻입니다.

드라마에선 소년이지만 1688년생인 세자는 이미 29세의 장년. 동생인 연잉군 역시 23세의 팔팔한 청년이었습니다. 당장 왕이 되어도 이상할게 없는 나이였죠. 그런데 숙종은 청정 발표 전에 이상한 행동을 합니다. 바로 노론의 영수 이이명과 독대를 한 겁니다.

세자의 혈통을 보면 당연히 알 수 있는 일이지만 그의 지지세력은 소론과 몰락한 남인, 그리고 연잉군의 지지세력은 노론입니다(물론 이 시기의 노론은 영/정조때와는 달리 막강한 독재집단이 아닙니다. 숙종의 통치술이 만만찮음을 엿볼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중대한 발표를 하기 전인 미시(오후 1시-3시)에 노론의 영수와 홀로 만난 것입니다.



본래 임금이 신하를 만날 때에는 승지와 사관이 옆에 있어야 하는 법이지만, 숙종은 이이명 혼자 들어오라는 명을 내립니다. 그래서 승지 남도규와 사관 권적 등이 "이런 법은 없다"며 따라 들어가려 하는데 또 임금이 굳이 혼자 들어오라고 했는데 마구 밀고 들어가기도 켕겼는지 "자, 들어갑니다" 하고 보고를 합니다. 

그러나 임금은 들어오라고 허락하지 않고 결국 뒤늦게 들어가긴 하지만, 이미 임금과 이이명의 대화는 끝나 있었습니다.

 
(정황을 생각하면 마땅히 사관과 승지가 배석해야 하는 것이므로, 뒷날 '왜 배석하지 않았느냐'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들어가려는 액션은 취하되, 또 마구 밀고 들어가면 임금의 진노를 살 우려가 있으므로 어정쩡하게 밖에 서서 기다린 것이 분명합니다.^^ 눈치 있는 사람들이었던 모양입니다.)

어쨌든 임금은 이이명과의 독대를 마친 뒤에야 더 많은 대신들을 부릅니다. 이건 신시(오후 3시-5시)의 일로 되어 있습니다.

신시(申時)에 임금이 희정당(熙政堂)에 나가서 행판중추부사(行判中樞府事) 이유(李濡)·영의정(領議政) 김창집(金昌集)·좌의정(左議政) 이이명 등을 불러서 접견하였는데, 승지(承旨) 이기익(李箕翊)·가주서(假注書) 이의천(李倚天)·겸춘추(兼春秋) 김홍적(金弘迪)·대교(待敎) 권적(權?)이 따라 입시하였다. 행판중추부사(行判中樞府事) 서종태(徐宗泰)·조상우(趙相遇)·김우항(金宇杭)은 병을 핑계하고 패초(牌招)를 어기고서 끝내 오지 않았다.

결국 왕과 마주 앉은 사람들은 모두 노론의 거두들입니다. 이 자리에서 왕은 자신이 안질이 심해 국정에 대안이 필요하나 세자에게 국정을 맡기는 것은 약간 무리가 있을 것이라는 식으로 말꼬리를 흐립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노론의 세 대신이 일제히 "세자는 영명하고 자애로우니 세자에게 국정을 맡기는 것이 좋겠다"고 입을 모아 외칩니다.



조금만 생각해봐도 정상적인 상황이 아닙니다. 세자에게 왕권을 넘기고 후계구도를 분명하게 한다는데 노론 대신이 찬성을 하는 건 좀 이상한 일이죠. 더구나 '세자 카드'는 숙종이 이미 노론을 겁주는 데 써먹었던 카드입니다. 12년 전인 1705년, 숙종은 한번 "건강이 안 좋으니 세자에게 양위하겠다"고 한 적이 있습니다. 화들짝 놀란 신하들이 일제히 '앞으로 잘 할테니 그런 말씀 마세요'라고 외치자 슬며시 철회한 사건이었죠.

그리고 머잖아 그 답은 나옵니다. 왕과 이이명의 독대에서 왕은 "세자에게 대권을 잇게 하되, 연잉군을 왕세제로 삼아 그 뒤를 잇게 하겠다"는 언질을 준 것입니다. 이것은 극비에 해당하는 중대사였으므로 사관과 승지가 들어선 안되는 일이었던 겁니다.

이이명은 왕과 독대한 뒤 김창집과 이유에게 이 거래를 공유했고, 이후 세 대신은 자진해서 세자에게 청정을 맡기는 데 동의한 것입니다. 당장 세자가 바뀐다면 더할나위없이 좋겠지만 어차피 세자(뒷날의 경종)는 후사를 둘 수 없는 몸이라는 것이 이미 밝혀진 상황이고, 병약해 얼마를 더 살 지 모르는 상황이고 보면 연잉군에게 그 다음 임금 자리를 약속한다는 것은 노론에게도 큰 불만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들의 뜻대로, 경종은 즉위 1년만인 1721년에 인원왕후의 허락을 얻어 연잉군을 왕세제로 책봉합니다.)



결국 숙종은 이런 방법을 통해 두 아들을 모두 살리는 선택을 한 듯 합니다. 두 아들에게 동시에 왕좌를 물려줄 수는 없지만 세자의 신체적 결함을 감안할 때 연잉군의 위치만 보장해 준다면 노론이 당장의 후계구도를 양보해도 크게 반대하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었다는 얘기죠.

물론 소론이 이런 숙종과 노론의 거래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낸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소론 윤지완은 며칠 뒤인 7월28일 상소를 올려 이 조치에 대해 불만을 토로합니다. 

세자로 하여금 항상 측근에 모시게 하여 문안하고 시탕(侍湯)하는 여가에 정사(政事)에 참여하게 한 다음 큰 일은 품정(稟定)하게 하고 작은 일은 재결(裁決)하게 하신다면 성궁(聖躬)께서 수응(酬應)하는 번거로움을 덜게 되고 국사가 지체되는 걱정이 없게 될 것이니, 그 위안(慰安)하는 방도와 훈도(訓導)하는 의리가 둘 다 마땅함을 얻게 될 것입니다. 청정(聽政)하는 일에 이르러는 천천히 논의해도 늦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까 대리청정이라는 것은 사실 명분이고, "중책을 맡겨 놓은 뒤 트집을 잡아 세자 교체를 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대리청정을 시켰다가 세자를 교체한 적이 있는 것도 아니니 이거야말로 그냥 생트집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뒷날 경종때, 연잉군에게 대리 청정을 시키자는 의견이 나오자 그때에도 소론은 반대합니다. 대리청정이 나쁜 것이라면 이때 반대할 이유가 없죠) 정작 이 상소가 공격하고자 한 것은 다음에 나옵니다.

독대(獨對)한 일에 이르러서는 상하(上下)가 서로 잘못했다는 것을 면할 수 없습니다. 전하께서 어떻게 상국(相國, 재상인 이이명을 말함) 을 사인(私人)으로 삼을 수가 있으며 대신(大臣)도 또한 어떻게 여러 사람들이 바라보는 정승의 지위를 임금의 사신(私臣)으로 만들 수가 있겠습니까? 중외(中外)가 놀라 의혹하고 국언(國言)이 떠들썩한 것이 당연한 일입니다.



네. 결론은 내용이 문제가 아니고 왕이 노론과 몰래 협상을 했다는게 불쾌한 겁니다. 어쨌든 소론으로서는 연잉군이 지금 세자의 뒤를 잇는다는게 매우 싫긴 하지만, 당장 세자가 왕이 된다는데 거기에 반대할 수는 없는 일이죠. 드라마 속 장무열처럼 군사를 일으켜 언제 올지도 모르는 몰락을 앞당기는 해괴망칙한 일을 벌일 정도로 정신나간 사람들은 아니었던 겁니다.

(물론 드라마는 드라마이고, 그 흐름은 실제 역사와 일치하기 때문에 여기에 뭐라 토를 달 수는 없습니다. 아무튼 이 부분에선 굳이 '동이'가 연장방송에 들어가야 했나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물론 드라마와는 달리 숙빈 최씨는 숙종이 이런 결단을 내리기 1년 전인 1716년 이미 병을 이유로 사저에 나가 치료하고 있었고, 1718년 3월 숨을 거둡니다.

그러니 숙종이 왕세자에게 대리청정을 지시한 것은 어느 한 당파에 힘을 몰아 주지 않고, 두 아들에게 모두 살 길을 열어 주면서 불필요한 싸움을 억제하자는 뜻에서 내려진 판단으로 보입니다. 그동안 장희빈과 인현왕후를 다룬 수많은 사극 때문에 숙종은 '여자 치마폭에서 놀아난 왕'이란 느낌이 강했지만, 보면 볼수록 정치적 수완이란 면에서 영조나 정조보다 한수 위였던 듯 합니다. ...그나자나 이렇게 '동이'도 끝나가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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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해피선데이'의 '남자의 자격' 합창 미션이었던 '하모니'의 최종편이 재방송까지도 10%대를 넘는 시청률을 보이며, 파장이 쉬이 식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쏟아지는 인터뷰 제의를 고사하던 박칼린 캡틴도 끝내 몇몇 매체와 인터뷰를 해 기사가 나오고 있고, 배다해 선우 서두원 등 합창단의 주역들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뜨겁습니다.

이 대목에서 심심찮게 '하모니 시즌2'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미 '하모니'의 마지막편 방송에서 단원들이 박칼린 선생에게 "6개월 뒤에 꼭 다시 봅시다"라고 말하는 장면이 방송됐고, 연출진도 인터뷰에서 '시즌2'의 가능성을 시사하더군요. 그리고 주요 멤버였던 선우 역시 "시즌2가 만들어진다면 꼭 거기 끼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과연 시즌2는 나오는 걸까요?


일단 시즌2가 나온다는 건 제작진에겐 대단한 호재입니다. 시청률 면에서는 그만한 확보된 자산이 없을 겁니다. 물론 감동이나 신선감은 이번 미션만 못하겠지만, 그래도 많은 시청자들은 추억을 되새김질 하기 위해 그 방송을 지켜볼 겁니다.

반면 반발도 꽤 있습니다. 일단 '하모니' 미션 자체에 대해 부정적인 사람들에게 비판의 빌미를 또 한번 제공해주는 셈입니다. '하모니' 미션을 치르면서 이경규를 비롯한 기존 멤버들은 뒷전으로 밀려나 있었다는 걸 부정할 수 없죠. 솔직히 말해 합창대회 참가를 위한 연습 장면에서 이경규의 존재감은 합창단 맨 앞줄에 섰던 박슬기에 비해 별로 나을 게 없었습니다. 노래할 때에는 목소리를 안 내는게 나았을 김국진은 더 말할 것도 없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는 '안 하는 것 보다는 하는 게 낫다'는 쪽입니다. 물론 101가지 미션을 수행하려면 아직도 '남자의 자격' 팀은 갈 길이 멀다고 볼 수 있겠지만, 그래도 시청자들에게 이 정도의 몰입을 주었던 아이템은 전혀 없었던 만큼 '한번 더'에는 원칙적으로 찬성입니다. (물론 제 의견이 중요하다거나, 제 의견이 반영될 가능성이 있는 건 절대 아닙니다. 그냥 시청자 중 한 사람의 의견일 뿐입니다.)

단 개인적으로는 몇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첫째는 6개월이든 1년이든, 충분한 시간 간격이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이 간격이 좁으면 좁을수록 비판의 여지는 훨씬 커진다고 봅니다.

그리고 두번째로는, 가능한 한 첫번째 도전에 참가했던 멤버들이 그대로 다시 출연하는 것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즉 '재소집'이 좋겠다는 겁니다. 물론 여기에 대해서는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일단 시청자들은 '그때 그 멤버들'의 재회 장면을 굉장히 보고 싶어 할 겁니다. 시청자들의 판타지라고 할 수 있겠지만, 시청자들은 남자의 자격 합창단 멤버들이 사회적인 지위나 나이의 많고 적음을 떠나 하나의 목소리로 뭉쳐지는 것을 보고 감동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그런 가족같은 느낌이 계속 유지되기를 바라는 것도 당연한 겁니다. 'god의 육아일기'를 본 시청자들이 god 멤버들과 재민이가 계속 친하게 지내기를 바라는 것과 마찬가지겠죠.

그런 의미에서 '남자의 자격' 합창단에 참가했던 멤버들이 계속 그런 유대를 유지하고, 옛 친구로서 다시 만나는 장면을 보여주는 것이 시청자들에게는 상당히 큰 선물이 될 겁니다.



반대로 기존 멤버들과 박칼린 선생만을 남겨 두고 새로운 멤버들을 뽑는 과정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이제 상당히 위험한 일이 되어 버렸습니다.

첫번째 합창단 미션이 재미있었던 것은 기존 멤버들을 제외하고 새로 들어온 멤버들이 '노래는 제법 하지만 합창이라는 조건에는 초보'였던 사람들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새로 2기 멤버들을 모집한다면 그야말로 올스타 합창단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 '하모니' 미션의 위력을 이미 사람들이 알아 차린 만큼, 이 미션을 통해 곧바로 스타의 자리에 진입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설 겁니다. '여기만 들어가면 나도 뜰수 있다'는 것이 동기가 되고 나면 어지간한 노래 실력이 아니면 끼기도 힘들어 지는 건 물론이고, 이미 상당한 지명도를 확보한 아이들 그룹 멤버들까지도 그 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을 벌일 겁니다.

차이는 결코 무시할 수 없습니다. 아마추어다운 어설픈 모습이 사라진 '하모니' 미션이 과연 최초의 '하모니' 미션때만큼 흥미로울까요.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그러니, 그보다는 '하모니' 1기 멤버들을 재소집해서 그동안 그 사람들의 일상에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합창 연습과 합창제 참가가 그들 개인에게 미친 영향은 어떤 것이었는지를 짚어 보며 새로운 곡을 연습하는 것이 훨씬 나을 듯 합니다.

물론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분들도 많겠지만, 무엇보다 개인적으로, 상당한 시간이 흐른 뒤 그 멤버들이 다시 만나 함께 웃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P.S. 아울러 기존 멤버들은, '하모니' 미션의 성과를 너무 남용하지 않는 게 좋을 듯 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3일 방송에서 '개그콘서트' 출연을 준비하는 이경규 등 네 멤버들이 "거기서 그럼 넬라판타지아 한번 부르지" 하고 불렀던 '넬라 판타지아'는 과연 합창대회에 나갔을 때 이 분들이 정말 같이 노래를 부르긴 불렀을까 싶을 정도로 참 듣기 힘들더군요. 그리고 윤형빈이 '개그 콘서트'에 출연한 배다해와 선우에게 "니들이 할게 뭐 있니. 나와서 넬라 판타지아나 한번 불러"라는 식으로 대하는 건 왠지 시청자들의 감정에 찬물을 끼얹은듯 한 느낌입니다.

아무리 방송은 방송이고 현실은 현실이지만, 시청자들은 그 합창 미션 때 멤버들이 보여줬던 감동이 실제이기를 바랍니다. 비록 그게 착각이더라도, 시청자들이 그 착각을 좀 더 오래 유지하는게 출연자들에게도 도움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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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마다 신화를 낳고 있는 슈퍼스타K가 4강으로 압축됐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존 박, 허각, 강승윤, 장재인으로 정리됐습니다. 뜻밖이라고 생각하실 분들도 많을 듯 합니다. 김은비도 김은비지만 뭣보다 실력으로는 top3 급이라고 꼽혔던 김지수의 탈락이 놀랍기도 합니다.

아울러 존 박과 강승윤의 4강행을 놓고 벌어진 논란은 이 대회의 정당성에 대한 비난으로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김지수가 떨어지고 강승윤과 존 박이 올라간 건 노래 실력과 무관하게 여성 팬들의 무분별한 몰표 때문이 아니냐는 것이죠. 하지만 이번 마이클 잭슨 미션은 그런 논란을 충분히 씻을 만 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런 미션에서 선곡과 그 가수에 대한 이해는 절대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그리고 '마이클 잭슨 미션'이란 말을 들었을 때부터 생각난 건 딱 하나였습니다. 과연 Man in the Mirror를 누가 부를까 하는 거였죠.



김은비 Heal the World
강승윤 Black or White

이번 미션을 하면서 'Heal the World'를 처음 들었다는 김은비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건 좀...'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슈퍼스타K를 보면서, 가수 지망생들의 음악 청취 폭이 너무 좁다는 생각을 절로 하게 되더군요. 당대의 동년배 가수들 노래만 줄줄 꿰어선 결코 음악에 대한 이해가 늘지 않을텐데 말입니다. 아무튼 Heal the World는 안전한 선택이기도 하고, 김은비의 소화도 괜찮았지만 딱 짚어낼만한 포인트가 느껴지지 않았다는 것도 사실입니다. 결국은 곡의 이해가 성패를 갈랐다고 해야 할 듯 합니다.
심사위원 이승철이 'Come together 같은 노래를 선곡할 줄 알았다'고 말한 건 강승윤이 Rocker를 표방하는 만큼, 잭슨의 노래 가운데 록의 느낌을 강조한 노래를 부르지 않겠느냐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이 Come Together'는 사실 비틀즈의 곡을 마이클 잭슨이 리메이크한 곡이죠. 진정한 의미에서 잭슨의 리메이크라고 볼 수 없습니다. 그리고 Black or White는 뮤직비디오에서도 보듯 록에 대한 잭슨의 헌정곡이라고 할 정도로 록적인 느낌이 넘치는 곡입니다. 강승윤으로선 좋은 선곡입니다. 물론 Dirty Diana나 They Don't Care About Us 같은 노래도 좋았겠지만 Black or White 만한 호응은 없었을 겁니다. 뭣보다 피치가 강조된 강승윤의 해석이 좋았습니다. 그리고 안무를 곁들여 이런 노래를 부를 수 있다는 건 강승윤의 재능을 입증한 것이죠.



김지수 Ben
장재인 The Way You Make Me Feel

김지수의 평소 목소리를 생각하면 훌륭한 선곡이란 생각이 듭니다. 'Ben'은 나지막한 노래인 듯 하지만 사실은 대단히 드라마틱한 노래죠. 하지만 문제는 부르는 방식에 있었습니다. 정상적으로 불러야 할 높이보다 올라가 버리는 바람에 제 맛을 내지 못했다는 지적에 동의합니다(또는 컨디션이 심하게 안 좋았는지도...). 이 때문에 평소 그의 매력인 고음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심사위원들은 조심스럽게 얘기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김지수의 기타 솜씨를 생각하면 Ben 보단 Who is it을 기타 편곡과 함께 불렀으면 상당히 매력적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잠시.
장재인의 선곡은 최악이었습니다. 색다른 시도를 시도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노래의 분위기는 전혀 살아나지 않더군요. 가사 전달이 엉망인 건 말할 것도 없고, 박자를 따라가기 급급한 분위기 또한 장재인의 실력을 가린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오히려 점수가 너무 호의적이었다고 할까요. 지금까지 벌어 놓은 점수의 힘이 컸습니다.


허각 I'll Be There
존 박 Man in the Mirror

허각의 선곡은 사실 좀 위험한 구석이 있었습니다. I'll Be There는 어린 마이클 잭슨의 목소리보다 사실 머라이어 캐리의 리메이크로 더 널리 알려져 있는 노래입니다. 더구나 캐리가 가장 컨디션이 좋았던 데뷔 초의 노래죠. 누구에게나 호쾌하고 하늘을 뚫을 듯한 시원시원한 초고음으로 익숙해 있는 노래입니다. 이런 노래를 남자의 목소리로 들으면 누구라도 답답함을 느끼게 됩니다. 이런 위험천만한 선택에서 살아남은 건 허각의 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허각의 노래 실력을 가졌다면 She's out of My Life'에 도전해 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반면 존 박은 그야말로 최고의 선곡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다른 도전자들에 비해 마이클 잭슨에 대한 이해의 차원이 다르다는 생각. 어떤 경쟁이든, 마이클 잭슨의 노래 중 단 한곡을 뽑아 경연에 나가야 한다면 남자의 경우는 이 'Man in Mirror'를 넘어설 만큼 드라마틱한 곡이 없을 정도입니다(코러스를 조율할 충분한 시간이 있다면 Will you be there가 있겠지만 그건 이런 도전에서 쉽지 않겠죠^^). 이 노래가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열린 마이클 잭슨의 장례식 때 엔딩 곡으로 선택된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물론 음정을 한참 낮춰 불러야 하는 존 박은 이번엔 좁은 음역 때문에 앞부분의 저음에서 상당히 불안한 모습을 보였지만(이승철의 평에는 동의할 수 없더군요^), 곡에 대한 높은 이해와 전달력(발음...) 덕분에 결점을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역시 목소리보단 감정 처리가 우선이란 걸 보여준 무대였다고 할까요.


결론적으로 이날 마이클 잭슨 미션은 대다수 도전자들이 마이클 잭슨에 대한 이해가 극히 부족한 상태에서 도전에 나섰다는 게 확연했고, 그런 가운데 가장 좋은 모습을 보인 건 강승윤과 존 박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슈퍼스타K'에서 폴 포츠는 나오지 않는다"는 점을 비난처럼 얘기하는데, 이건 번지수를 잘 못 찾은 얘기입니다. '슈퍼스타K'는 '아메리칸 아이돌'을 지향하는 방송이지 '브리튼스 갓 탤런트'를 지향하는 프로그램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폴 포츠를 찾는 건 갈비집에서 짜장면을 찾는 거나 마찬가지라고나 할까요.

강승윤은 다듬어지지 않았지만 요즘 들어 점점 드물어지고 있는 거칠고 야성미 넘치는 목소리와 표현력을 갖췄고, 존 박은 음역대가 좁다는 치명적인 약점에도 불구하고 흡인력 강한 목소리와 다른 가수들이 쉽게 따라올 수 없는 '본고장 흑인 음악에 대한 깊은 이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미 '누구누구에 비해 실력이 딸려'라고 함부로 말할 수 없는 후보들입니다. 특히 10년 뒤의 모습을 본다면, 가장 큰 가수가 되어 있는 건 강승윤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보게 될 정도입니다.




이하늘의 농담처럼 존 박이 외모와 스타일 때문에 좋은 점수를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것 때문에 존 박의 실력을 폄하하거나 분개할 필요는 없습니다. 김지수나 장재인, 허각을 지지하실 분들은 존 박을 깎아내릴 게 아니라 자신들이 선호하는 가수에 대한 애정을 더 키워나가는 게 좋을 겁니다.

개인적으로는 김지수의 탈락이 매우 아쉽지만, 대중이 김지수를 선택한다면 '슈퍼스타K 도전자' 김지수가 아닌 '가수 김지수'의 모습은 계속 볼 수 있게 될 겁니다. 그나자나 빅4... 정점 흥미진진이군요.


P.S. 개인적으로 이날 최고의 의외는 장재인이 김윤아를 못 알아봤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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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TV의 새 드라마 '닥터챔프'가 1,2회 방송에서 모두 10%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성공작 대열에 올라섰습니다. 9시대 드라마는 MBC, KBS1의 메인 뉴스와 경쟁해야 하는 시간대이지만 SBS가 올해들어 이 시간대를 집중 공략한 결과, 시청자들의 시청 습관이 점차 변하고 있는 느낌입니다. 이대로 가면 한국에서도 8,9,10대가 모두 드라마로 채워지고 11시대에 가서 메인 뉴스가 방송되는 미국 TV를 따라가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아무튼 '닥터 챔프'(극본 노지설, 연출 박형기)는 초반부터 늘어지지 않는 진행과 호감가는 주인공들을 배치, 시청자들을 끌어모으는데 성공했습니다. 갖고 있는 능력에 비해 저평가되고 있는 김소연은 이번엔 지방대 출신으로 서울 명문대 대학병원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여주인공을 맡았고, 역시 개인적으로 후기지수의 선두 그룹으로 생각하는 정겨운은 여유넘치는 씩씩한 유도선수 역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그리고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오는 캐릭터가 있습니다. 바로 엄태웅입니다. 이 캐릭터를 생각하면 왜 극 초반에 갑자기 키스신이 나왔는지를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엄태웅이 연기하는 이도욱 박사는 미국의 유명 대학에서 재활의학을 전공, '박찬호와 박지성이 부상으로 신음할때 재기를 가능하게 했던 스포츠 전문의'입니다. 그가 사람들의 예상을 뒤엎고 태릉선수촌의 의무실장으로 부임하면서 드라마가 시작되죠.

그가 등장한 첫 장면, 별로 의사같아 보이지 않는 한 남자가 흰 바지에 지팡이를 짚고, 까칠한 표정으로 공항 출국장을 걸어나옵니다. 사람들이 지팡이를 의식하며 "선수 진료에는 지장이 없겠느냐"고 묻자 "내가 재기시킨 박찬호 박지성은 선수가 아니었느냐"며 곧바로 맞받아칩니다. 그리고는 바로 주머니에서 약통을 꺼내죠.


이 대목에서 생각나는 사람이 없다면 미드 팬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바로 휴 로리가 연기하는 닥터 그레고리 하우스. '하우스'의 타이틀 롤인 그 사람이죠.

부스스한 머리와 언제 갈아입는지 알 수 없는 푸른색 셔츠, 회색 재킷과 청바지에 운동화, 그리고 지팡이와 언제든 주머니에서 꺼낼 수 있는 진통제(바이코딘) 약통이 바로 하우스 박사를 구성하는 핵심적인 시각 요소입니다. 여기에 상대방의 속내를 훤히 들여다보면서 말 한마디 한마디가 모두 듣는 이의 속을 뒤집어놓는 독설이 있어야 진정한 하박사님이라고 할 수 있죠.



물론 엄태웅이 연기하는 이도욱은 약통에서 약을 꺼내 입에 넣습니다. 옆 사람이 "다리가 많이 아프신거냐"고 묻자 "아뇨. 비타민인데요? 씹어먹는 거라 물 없이도 드실 수 있는데, 좀 드시겠습니까?"합니다.

한마디로 노골적인 '하우스' 패러디입니다. 저 지팡이는 바로 '천재적으로 유능하지만 까칠한 성격과 신랄한 화술 때문에 대인관계가 썩 원만하지 않은 의사 캐릭터를 설명하는 데 있어 우리가 지금부터 그려내는 캐릭터는 하우스 박사를 참고한 것입니다'라는 뜻을 전달하는 역할이라고 할 수 있죠. 한마디로 하우스 박사의 크리에이티브 마크라고나 할까요.

그리고 이도욱 박사는 왕년에 국가대표 스피드 스케이터 활약하다 부상과 '뭔가' 깊은 사연 때문에 선수 생활을 포기하고 의사가 된 사람으로 설정돼 있습니다. 스포츠 스타 출신의 의사란 좀 어색해 보이긴 하지만, 전례가 없는 건 아닙니다.



여기서 떠오르는 또 하나의 인물은 바로 미국의 빙상영웅 에릭 하이든입니다. 지난 1980년 레이크 플래시드 동계올림픽에서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5관왕에 오른 전설의 빙상왕 하이든은 빙상에서 더 이상 오를 자리가 없다고 판단하자 과감하게 의대에 진학, 제 2의 인생을 살게 됩니다.

그리고 스포츠 재활의학에서도 일가를 이뤄 올초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는 미국 대표팀의 팀닥터로 활동하는 모습을 보였죠. 한마디로 대단한 인간승리의 주인공입니다.

물론 이도욱 박사의 캐릭터가 스케이터로서 최고의 선수는 아니었고, 부상으로 진로를 변경한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만 어쨌든 스피드 스케이터 출신의 재활전문의라는 면에서 하이든의 캐릭터가 어느 정도 녹아 든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이 밖에도 진짜 현장을 지킨 스포츠 의학 전문가들의 도움이 이 드라마에 녹아 있을 것도 분명해 보입니다.

<<"20년 동안 발만 생각해왔습니다. 남은 20여년도 발만을 생각하겠습니다." 노원을지병원 족부정형외과 과장 이경태 박사(49)가 인터넷 블로그에 스스로를 소개하면서 적어놓은 글이다. 그의 별명은 '발 박사'다.>> 라는 오늘 아침 신문 보도에서 보듯 스포츠의 발달에 전문 의학인들의 도움은 필수적입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이도욱 박사를 형상화하는 외피로 하우스 박사가 사용된 것은 흥미로운 적용 사례입니다. 이건 슬쩍 베끼는 것과는 좀 차원이 다른 인용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그 유사성이 너무나 선명한 만큼, 앞으로는 두 캐릭터 사이의 차이가 얼마나 강조될 것인지가 중요하겠죠.


 
아마도 초반에 차예련과의 강렬한 키스신이 배치된 것도, 그런 면에서 확실히 선을 긋고 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걸로 보입니다. 닥터 하우스에 비해 닥터 이도욱은 훨씬 멜로드라마의 성격이 강한 캐릭터라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죠. 이것이 아마 그 키스신의 의미가 아닐까 합니다. 아무튼 '닥터 챔프', 관심 가는 드라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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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남자의 자격' 하모니 미션이 마침내 막을 내렸습니다. 근 2개월에 걸쳐 하나의 미션에 대한 방송이 진행된 것도 처음이지만 살을 찢는 것도 아니고, 마라톤을 하는 것도 아니고, 번지 점프를 하는 것도 아니고, 이종격투기를 하는 것도 아닌 합창 하나로, 그것도 인기 스타들의 집합도 아니고 글자 그대로 '어중이 떠중이 듣보잡'이 모인 33명의 합창단이 이렇게 화제가 될 줄은 아무도 몰랐을 겁니다.

마지막 방송에서 가장 많은 눈물을 흘린 사람은 '챔프' 서두원이었습니다. 그리고 그의 눈물은 곧 다른 합창단원들에게도 전염됐습니다. 이 대형 미션의 마지막 초점이 그에게 맞춰진 이유는 뭘까요. 이 미션에서 '서두원'이 상징했던 것을 생각하면 답은 간단합니다. 그건 바로 '꿈'이라는 단어입니다.



서두원은 "노래하는 것이 꿈이었고, 평생 이뤄지지 못할 수도 있는 꿈이었는데 이렇게 이뤄졌다"며 눈물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 감정은 지휘자인 박칼린 음악감독에게, 그리고 나머지 멤버들에게, 더 나아가 시청자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됐습니다.

글자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에겐 도대체 말이 안 되는 이야기입니다. 전국 방방곡곡, 없는 곳이 없는 노래방 간판만 봐도, '노래할 곳이 없다'는 말은 성립하지 않을 겁니다. 마음만 먹는다면, 녹음해서 CD까지 만들어 주는 곳이 즐비합니다. 너무나 당연한 얘기지만, 이걸로는 안되는 이유가 있습니다.




노래하는 걸 아무리 좋아하는 사람도 혼자 노래방에 가지는 않습니다(뭐 굳이 필요하다면 갈 수도 있겠지만..). 그건 너무 당연한 얘깁니다. 누구든 내가 노래를 하면, 누군가 그 노래를 듣고 호응해 주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조금만 노래에 자신이 있다면, 어떤 큰 무대에서 노래하고 그 노래를 수많은 사람들이 들어 주기를 바랄 겁니다. 이게 더 나아가면 왜 '슈퍼스타 K'에 100만이 넘는 사람들이 참가하는지를 설명하는 이유가 될 겁니다.

서두원은 격투기 선수라는 스스로 선택한 직업과, 그 분야에서 챔피언에 오를 수 있는 재능을 갖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래를 하고 싶어 했습니다. 물론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버리고 뛰어들 정도는 아닙니다. 다만, 이것도 죽기 전에 꼭 한번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싶은 꿈인 건 분명합니다.



'남자의 자격' 합창단이 무대에 올라가기 직전, 이경규는 지나치게 긴장하고 있는 단원들에게 "이거, 아무 것도 아니야. 이게 잘 되고 안 되고가 여러분의 인생에 무슨 영향을 주지는 않아요. 그냥 잘하건 못하건 하면 돼"라고 얘기합니다. 분명한 사실입니다. '남자의 자격' 합창단에서 노래하기 위해 당장 하고 있는 일을 포기할 정도로 대단한 희생을 치른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니면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이건 더 절실한 꿈이기도 합니다. 그런 꿈을 이룬 서두원은 비록, 합창대회에 나와 장려상을 받았다고 해서 인생에 큰 변화가 있지는 않겠지만, 죽는 날까지 기억할만한 추억을 갖게 됐을 겁니다. 그래서 그런 기쁨의 눈물을 흘릴 수 있었던 것이고, 그 기쁨은 많은 사람들의 감동과 부러움을 샀습니다.

본래 '남자의 자격'에 속해 있던 이경규와 다른 멤버들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어쩌면 모두 크고 작은 서두원입니다. 단복을 차려 입고 무대에서 노래하던 사람들 중에는, 노래하고 사람을 웃기는 것이 평소의 직업인 사람들도 있었지만 다른 사람들과 웃고 떠들며, 아무런 보상을 받을 것을 기대하지 않고 노래할 기회는 없었을 겁니다. 심지어 그 중에는 점심때 순두부백반을 먹고 들어와 하루 종일 재미없는 액셀 프로그램을 돌리던 사람도 있고, 뉴스 시간이면 원고를 챙겨 들고 마이크 앞에 앉는 아나운서도 있습니다.



두어달 동안 방송된 '남자의 자격'을 통해 가장 강조되고, 끝없이 반복된 단어는 바로 '꿈'입니다. 이 방송을 지켜본 사람들 중 절대 다수는 하루 일과 중 점심시간때가 가장 행복한 평범한 직장인이거나, 드라마 보는 게 유일한 낙인 주부들입니다. 그리고 '남자의 자격'은 이 사람들에게 은근히 심각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어떤 질문인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습니다.

'당신은 대체 꿈이 뭔가. 정말 10년 전, 20년 전, 30년 전에도 지금처럼 살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나, 정말 그랬나. 혹시 지금이라도 예전의 꿈을 기억해 낼 수 있나. 꿈 위에 쌓인 먼지를 털어낼 생각은 없나.'



물론 이런 질문들은 살면서 수시로 나타났다 사라지는 질문들입니다. 누가 자극을 주지 않아도 불현듯 담배 연기와 함께, 소주잔 너머로 보이는 TV 화면 속에서, 집안 식구들이 황급히 비우고 나간 아침 식탁 너머로 고개를 들었다 금세 사라지곤 합니다.

'남자의 자격'을 보고 나서 가슴을 한대 맞은 듯한 느낌을 받은 분들 중에도 90% 정도는 이 '하모니' 미션이 끝남과 동시에 그 질문을 잊어버리고 그냥 살던 대로 계속 살아갑니다. 하지만 나머지 10%, 아니 5%만 전과는 다른 인생을 살게 된다면 '재미없는 세상'은 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날 방송에서는 마지막 연습때 단원들이 박칼린 음악감독에게 선물을 전달하는 장면이 소개됐습니다. 그리고 시청자의 입장에서, 그 방송에 출연한 박칼린 선생에게 감사 인사를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네. 제가 보기에도 영화같았습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꿈꾸는 법을 가르쳐주셔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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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명이면 일반 대회에서는 준준결승에 해당합니다. 살아남으면 4강이죠. 물론 '슈퍼스타 K'에서는 살아남아도 6강입니다만, 8명까지 왔으면 그래도 '할만큼 했다'는 생각을 하게 될 만 합니다.

'슈퍼스타 K' 10회차는 이문세의 노래를 리메이크하는 미션이었습니다. 지난번 포스팅에서 선곡에 따른 불이익을 지적했는데, 이번 방송에서는 선곡 장면이 나와 좋았습니다. 특히 존 박은 처음에 선곡됐던 노래를 이문세의 지적에 따라 바꿨는데, 그 결과는 대적중이었습니다.

물론 저는 가수도 아니고, 작곡가도, 뮤지션도, 음악 선생도 아닙니다. 그냥 제 귀로 듣고 제가 판단한 내용입니다.


이런 대회에서는 가끔 '노래빨'이라는 말이 등장하곤 합니다. 노래 실력도 실력이지만 적절하게 노래를 고른 덕분에 실력 이상으로 주목받는 도전자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 대체 이런 공개 오디션의 경우에는 어떤 노래를 해야 할까요?

여러가지 답이 나올 수 있겠지만 가장 좋은 선택의 기준은 '얼마나 드라마틱한 노래인가'라는 것이 될 듯 합니다. 짧은 시간 사이에 듣는 이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려면, 노래 자체에 드라마틱한 전개가 있는 곡들이 좋습니다.

수전 보일이 'I dreamed a dream'으로, 그리고 폴 포츠가 'Nessun Dorma'로 스타덤에 오른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노래 자체의 힘이 가수의 매력을 배가시킬 수 있는 좋은 선곡이었기 때문입니다. 요즘 어떤 오디션이건 노래를 시켜 보면 남자 출연자 중 80%는 'This is the moment(지금 이순간)'을, 여자는 영화 '드림걸스'에 나오는 'Listen'을 부른다는 이유로 심사위원들이 진저리를 치는 것 역시 우연이 아니죠. 분명 이 두 곡의 노래 역시 그리 어렵지 않은 노래이면서 부르는 사람의 매력을 최대한 증폭시킬 수 있는 드라마틱한 곡들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노래도 자주 들어 지루해지면 효과는 반감할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앞으로 어떤 오디션을 준비하시는 분들은 이 두 곡은 제외하고 연습하는게 좋을 듯 합니다^^)

그렇다면 이문세의 노래 가운데서는 어떤 노래가 선곡되었어야 할까요?



강승윤 '그녀의 웃음소리'
박보람 '이별 이야기'

일단 이문세의 히트곡 가운데 드라마틱한 요소로 치자면 최고의 선곡은 '그녀의 웃음소리'입니다. 잔잔한 서주에서 시작해 마지막의 폭발에 이르는 구성이 그야말로 한폭의 드라마 같은 곡이죠. 반면 '이별 이야기'는 그리 좋은 선곡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단 듀엣곡을 혼자 부른다는 것도 좀 벅찰 뿐만 아니라, 이 곡의 매력은 마지막 '서러워-' 부분에서 뜨겁게 엉켜드는 남/녀의 하모니에 있기 때문입니다.
단 선곡에서의 유불리를 넘어서는 것은 곡의 소화 솜씨입니다. 강승윤은 좋은 선곡에도 불구하고 노래의 분위기를 100% 살리지는 못했습니다. 저 낮은 곳에서부터 시작해서 가장 높은 곳에서 폭발시키는 힘이 느껴지지 않더군요. 반면 박보람은 그 안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됩니다. 물론 박보람의 탈락이 이날 보여준 퍼포먼스 때문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앤드류 넬슨 솔로예찬
김지수 사랑이 지나가면

그동안도 아슬아슬했던 앤드류 넬슨에게는 지옥같은 미션이었을 겁니다. 이문세의 노래 가운데 앤드류 넬슨이 불러서 괜찮을 듯한 노래가 뭐가 있을까 생각을 해 봤습니다. '붉은 노을' 정도가 어떨까 싶었지만 이 노래는 단체 공연곡으로 지정된 노래였죠. 아무튼 넬슨에게 '솔로예찬'은 무리였다는 생각입니다. 특히 가사의 표현(이해도)은 50점 이하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김지수도 좋은 선곡이라고는 보기 힘들 듯 합니다. '사랑이 지나가면'은 드라마틱한 표현과는 완전히 거리가 먼, 그야말로 나지막히 읊조리듯 불러야 맛이 나는 노래이기 때문입니다. 김지수의 호소력있는 목소리가 살아나려면 '난 아직 모르잖아요'나 '깊은 밤을 날아서'같은 노래들이 더 낫지 않았을까요. 심사위원들이 그나마 좋은 점수를 준 것은 그동안 김지수가 보여준 실력에 대한 예우일 거라는 생각이 드는 가창이었습니다.



허각 조조할인
김은비 알수없는 인생

허각의 모험이 멋지게 성공한 무대입니다. 사실 어떤 노래든, 이문세의 대다수 히트곡 가운데 허각이 소화할 수 없는 노래는 없었을 거라고 생각되는데, 그 중에서 골라 든 곡이 '조조할인'이라는 건 약간 의외였죠. 하지만 허각은 '미성의 발라드 가수'로만 이미지가 고정되기를 거부하고, 춤과 함께 무대를 꾸미는 데 성공했습니다. 수석합격이 당연한 활약.
김은비도 비슷한 도전을 한 셈인데, 앤드류 넬슨과 마찬가지로 가사나 노래의 분위기에 대한 이해가 기대 이하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비록 살아남았지만 김은비는 이제 남아 있는 멤버들 가운데서 가장 쉽게 떨어뜨릴 수 있는 멤버라는 부담을 안게 됐습니다. 다음주에라도 뭔가 강력한 반전을 이뤄내지 못하면, 김은비는 top6가 마지막 무대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생각됩니다.






장재인 가로수 그늘 아래에 서면
존 박  빗속에서

마지막 교체는 두 사람 모두에게 적절했다고 생각됩니다. '가로수 그늘 아래에 서면'은 이문세의 노래 가운데 드라마틱한 면에서는 '그녀의 웃음소리'와 어깨를 겨룰 정도로 강력한 곡입니다. '잊지 않으리, 내가 사랑한 얘기' 이후의 부분은 그야말로 '쩡'하는 감동을 안겨줄 수 있는 부분이죠. 물론 '광화문 연가'같은 곡을 불러다면 장재인에겐 쉬운 선택이었겠지만, 장재인도 새로운 도전을 택했습니다. 어쨌든 장재인이 처음에 부르려고 하던 '가을이 오면' 보다는 새로 선택한 곡이 훨씬 좋은 선곡입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장재인이 이 노래를 그리 잘 소화했다는 느낌은 들지 않습니다. 강약의 안배가 부족했고, 폭발해야 할 때 제대로 폭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원곡의 매력이 제대로 살지 않았습니다. 물론 쌓아 놓은 점수만으로도 통과는 쉬운 일이었겠죠.
반면 존 박은 확실한 반전의 계기가 필요한 시점이었습니다. '대체 쟤는 왜 계속 올라가는 거야?'라는 의구심을 떨쳐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만약 '가로수 그늘에 서면'을 불렀다면, 이런 의심은 계속됐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이 대목에서 주효했던 것이 이문세의 권유입니다. 존 박의 두툼한 음색이 블루지한 감성을 제대로 살릴 수 있을 거라고 판단한 것이죠. 그리고 그 판단은 적중했습니다. 심사평을 하던 이문세가 '나한테 고마워해야 해'라고 말한 건 우연이 아니었습니다. 이 곡 하나로 존 박은 되살아났고, 4강을 향한 강력한 후보가 됐습니다.



이렇게 해서 장재인-김지수-허각의 3각편대에 존 박이 따라붙는 모습이 형성됐고, 강승윤과 김은비는 아슬아슬해진 상황입니다. 과연 다음주에는 위기를 맞은 두 어린 도전자들이 어떤 새로운 무기를 갖추고 나올지 궁금합니다.

물론 시청자 투표가 어느 방향으로 갈지는 알 수 없는 일입니다만, 일단은 아직 모두 '신인'도 아닌 후보자들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조금이라도 더 가능성을 보이는게 필요한 상황입니다. 설령 여기서 탈락한다 해도 그 다음 기회가 없을 거라고 생각해선 안될 듯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다들 끝까지 최선을 다하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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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석 감독의 필모그래피는 대략 두개의 키워드로 정리 가능합니다. 바로 '짝사랑'과 '야구'입니다. 후자에는 'YMCA 야구단'과 '스카우트', 그리고 대본을 맡았던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을 포함시킬 수 있습니다. 당연히 전자에는 '광식이 동생 광태'와 이번 '시라노: 연애조작단'이 들어갈 겁니다. (묘하게도 전자는 흥행 대박을 냈거나 대박이 예상되는 반면, 후자의 야구 소재 영화들은 거기에 미치지 못합니다.)

이미 '광식이 동생 광태'에서 드러났듯, 김현석 감독은 미묘한 연애심리와 그 예측불가능성을 묘하게 짚어내는 데에는 정말 탁월한 재능을 드러냈습니다. 게다가 이번 '시라노'는 '광식이 동생 광태'를 뛰어넘어 한국 로맨틱 코미디의 역사를 다시 쓸만한 완성도를 과시하고 있더군요. 더구나, 올 연초부터 이어진 아바타 열풍까지 이 영화의 앞길에 레드 카펫을 깔아 주고 있습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뜨거운 형제들'을 떠올리지 않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겁니다.




연극 연출을 하던 병훈(엄태웅)은 자금 마련을 위해 '시라노-연애조작단'이라는 회사를 차려 놓고 연애에 재능이 없는 사람들을 다양한 첨단 기술을 이용해 맺어 주는 사업을 벌입니다. 사업은 날로 번창해가는데 어느날 펀드매니저 상용(최다니엘)이 찾아와 희중(이민정)과 자신을 연결해 달라는 청탁을 해 옵니다. 좋은 조건의 고객이지만 병훈은 떨떠름한 반응을 보입니다. 희중이 유학시절 자신의 연인이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런 진행은 제목만 봐도 충분히 유추할 수 있습니다만, 이 영화와 원작이랄 수 있는 희곡 '시라노 드 벨주락'은 사실 어찌 보면 비슷하고 어찌 보면 또 다른 이야기입니다.

극중에서도 충분히 설명되듯 17세기 프랑스의 실존 인물인 시라노 드 벨주락 Cyrano de Bergerac 은 최고의 글재주와 검술 실력을 갖췄지만, 우스꽝스러운 코로 인한 외모 컴플렉스 때문에 사랑하는 여자 록산느에게 고백하지 못하는 인물입니다. 시라노는 어찌 어찌 하다가 잘생긴 부하인 크리스티앙이 록산느를 사랑하는 것을 알고, 그 사랑을 이뤄 주기 위해 자신의 글재주를 이용합니다. 연애편지 대필에다 그녀를 만나 읊어 줄 즉흥시까지 써 주는 거죠. 이렇게 해서 크리스티앙과 록산느의 사랑이 이뤄지는 것으로 시라노는 대리 만족을 합니다.


에드몽 로스탕의 희곡에서는 그래도 시라노에게 마지막 기회가 주어집니다. 크리스티앙이 죽은 뒤, 혼자 살고 있는 록산느에게 중상을 입고 찾아간 시라노는 어둠 속에서 크리스티앙이 보낸 마지막 편지를 외워 보이죠. 그제서야 그동안 모든 편지를 쓴 것이 시라노란 것을 알게 된 록산느는 그녀가 시라노 또한 사랑하고 있었음을 밝히고, 이 고백을 마지막 위안으로 삼아 시라노는 세상을 등집니다.

기본적으로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가 다른 남자와 맺어지게 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설정은 비슷합니다. 비록 우스꽝스런 외모는 아니지만 여자에게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지 못할 상황이라는 게 포인트죠.



영화 '시라노'는 전개며 예상이 전혀 예측 불가능한 작품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그 고비 고비마다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탄탄한 대본은 이 영화가 가장 자랑할만한 강점입니다. 특히 배우들이 영화의 진행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 분명히 드러납니다. 솔직히 말해 한국 영화에서, 이 정도로 출연하는 배우들이 모든 대사가 입에 붙은 듯 연기하는 모습을 보기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 중에서도 정말 놀랄만한 호연을 보여주는 배우로는 최다니엘을 반드시 거론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과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에서 나이답지 않은 연기적응력을 보였던 최다니엘은 이 영화에서 최상의 캐릭터 몰입력을 보여줍니다. 한국 영화/드라마의 미래를 이끌어 갈, 외모와 연기력을 겸비한 배우의 탄생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듯 합니다.



<이하의 내용은 영화 내용과는 사실 별 상관이 없습니다. 뭐 스포일러성은 아니니 줄거리를 이해하는데 방해가 되지는 않겠지만, 나머지 부분은 영화를 보신 뒤에 읽어보서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시라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한마디로 요약하면 '사랑은 기술이 아니다'라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연애가 잘 되지 않는 것이 바로 '기술의 부족'이라고 생각하곤 합니다. 하지만 이건 사실 치료제가 아니라 진통제에 불과합니다.
영화 '시라노'에 나오는 연애조작단이 하는 일은 사람들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사랑의 기술'을 다른 데서 가져올 수 있게 해 주는 겁니다. 극중에서 최다니엘이 연기하는 상용은 이렇게 말하기도 합니다. "저는 잘 하는 일에 최선을 다 하고, 제가 못하는 연애는 아웃소싱하자는 거죠. 이러면 정말 효율이 높아지지 않겠어요?" 하지만 과연 연애라는 것이 '아웃소싱'한다고 해서 정말 시간을 잡아먹지 않을까요?



이를테면 이런 겁니다. 일방적으로 좋아하는 사람과 맺어지기 위해서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다면, 그 사람이 어떤 음식, 어떤 음악, 어떤 영화를 좋아하는지를 알아내고, 그 사람의 호감을 살 수 있는 팁을 구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정말 하루 종일 생각나지 않는다면, 컴퓨터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을 때에도 모니터에 그 사람의 얼굴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그건 '이뤄져봐야 말짱 꽝'인 사랑일 뿐입니다. 영화의 후반, 최다니엘이 크리스티앙과 시라노의 차이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은 이런 말의 의미를 잘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어떤 내용인지는 극장에서 직접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한 사람의 호감을 살 수 있는 방법은 많습니다. 키스 한번 정도를 얻어내거나, 하룻밤 정도 같이 잘 수 있는 방법도 아마 수없이 많을 겁니다. 하지만 '기술'의 한계는 거기서 끝난다는겁니다. 연주하지도 않는 첼로를 가지고 다닌다거나, 별 관심도 없는 스쿠터에 대해 아는 척 한다거나, 누가 만들어 준 요리로 정말 요리에 재능있는 척 하거나, 누가 대신 써 준 편지로 사랑을 고백한다거나 하는 건 누가 녹음해 준 노래를 자기가 부른 척 하는 거나 별반 차이 없는 짓들입니다. 이런 '기술'의 마력은 그 '기술'이 '그 자신의 것'이 아니라는 것이 확인 되는 순간 훅 날아가 버릴 뿐입니다.



물론 어떤 사람들은 그 '기술'을 기술로 끝내지 않고, 자기의 내재된 속성으로 바꿔 놓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를테면 생전 물가에도 가지 않던 사람이 어떤 사람에게 멋지게 보이기 위해 수영 선수가 되는 일도 있고, 갑자기 섹소폰 연주의 대가가 되기도 합니다. 평생 티셔츠만 입던 사람이 패셔니스타가 되기도 하죠. 이런 '자기화'의 노력은 정말 높이 평가받을 만 합니다.

영화 '시라노'의 앞부분은 이런 '기술'이 사랑을 달성하는 것처럼 보이게 살짝 포장해 놓습니다. 하지만 뒷부분에선 결국 기술은 기술에 불과하다는 것을 전해 줍니다. 사실 아바타가 진심으로 노력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차이는 '뜨거운 형제들'만 열심히 본 사람도 알만 하죠.



세상이 아무리 얄팍해졌어도 변하지 않는 원칙이 있습니다. 결국 연애의 성패는 사람1이 자신의 마음이 얼마나 진심인지를 사람2에게 알리는 데 있다는 것. 그리고 사람2가 그 마음이 진심이라는 것을 알고도 거부하는지, 아니면 진심임을 알고 그 마음을 받아들이는지에 있다는 겁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 '진심'을 전하는 것이 대단히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건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사랑이 생각보다 잘 이뤄지지 않는 것은 대부분의 경우 사람2가 자기를 향해 던져진 사람1의 마음이 진심인 것을 알면서도 뿌리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많은 경우 사람2 들은 양심의 가책을 피하기 위해 그게 진심이라는 걸 모르는 척 합니다(심지어 그 스스로에게도 모른다고 우기죠). 안타깝지만 분명한 사실입니다.

다시 정리하면 이 전달된 진심이 상대에게 승인을 받고, 그 자신이 상당히 긴 시간 동안 그 '진심'이 사실과 전혀 다름이 없다는 것을 확인받을 때 비로소 '사랑이 이뤄진다'고 말할 수 있는 겁니다. 그리고 영화 '시라노'는 그런 사실을 꽤 정확하게(때로는 암묵적으로 - 이를테면 이 영화에는 '못생긴 여자가 잘생긴 남자에게 구애하는 방법' 같은 건 나오지 않습니다) 전하고 있습니다. 이런 부분들 때문에 저는 이 영화의 대본을 올해 한국 영화 최고의 대본으로 꼽아야 할 듯 합니다.

결론: 이번 추석 연휴 영화 중 '무적자' '아리에티' '퀴즈왕' '시라노'를 본 결과, 최우선순위의 추천작은 역시 '시라노'입니다. 이런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분들이라도, 그 완성도는 충분히 인정하실 걸로 믿습니다.

아울러 이 배우가 나온다는 점도 충분한 흥행 포인트죠.^^



P.S. 그런데 대체 이 정도의 장비와 인력, 소품을 운영하려면 대략 천만원대는 받아야 운영이 가능할 듯 한데, 과연 이 정도의 돈을 들여 '사랑을 성취'하려는 사람의 시장이 그렇게 클까요? (뭐 어차피 그것부터 판타지라면...^^)

P.S.2. 희중(이민정)은 병훈(엄태웅)이 "파리에 있을때 오르세 박물관도 못 가봤다"고 하자 "오빠는 루브르도 30분만에 들어갔다 나오는 사람이잖아. 모나리자 앞에서 사진 한번, 다비드상 앞에서 사진 한번 찍고..."라고(아주 정확하진 않습니다) 합니다만, 이건 좀 그렇습니다. 저 '다비드상'이 유명한 미켈란젤로의 다비드를 말하는 거라면(뭐 다른 군소 다비드상은 있을 수 있겠죠), 그건 루브르가 아니라 피렌체의 아카데미 갤러리에 있죠. 물론 화가 이름인 다비드를 말하는 거라고 우긴다면 별수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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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예능 프로그램의 자막은 가끔씩 호된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다 들리는 한국어를 굳이 자막으로 넣는 과잉친절도 친절이지만, 수시로 맞춤법이 틀리는가 하면 엉뚱한 비속어나 필요 없는 외국어로 도배가 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가끔은 무릎을 탁 치게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19일, KBS 2TV '남자의 자격'을 보다가 그런 경험이 있었습니다. 바로 실버합창단이 나왔을 때였죠. 언뜻 봐도 70대가 주류인 듯한 노인합창단이 무대에 서서 'Eres tu'를 부르는데, 정말 왠지, 아무 이유 없이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겁니다. 그 분들 가운데 아는 분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이 노래에 무슨 특별한 기억이 있는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도 마음이 움직이는 겁니다. 자막에 나오는 대로, 정말 '대체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는데' 말입니다.




'남자의 자격' 하모니 미션 7주째. 같은 미션으로 주간 프로그램이 7주를 간다는 건 좀 비정상적이기도 하고, 이날 방송 초반까지 뻥을 슬쩍 보태자면 시청자들까지도 다 외울 지경이 된 '넬라 판타지아'가 두번이나 완창으로 나올 때에는, 이제 '남자의 자격' 제작진이 인기가 있으니 슬슬 연장방송에 들어가는 일일연속극을 본받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의심도 잠시 들었습니다.

하지만 전날 밤 연습을 마치고 대회장에 들어가면서 신기하게도 다시 방송에 집중하게 되더군요. 사실 지난번 '남자의 자격 밴드', 줄여서 '남격밴드' 미션 때만 해도 굳이 대회에서 다른 참가자들이 부르는 노래까지 다 소개할 필요는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이번 합창 미션에서는 다른 찹창단의 노래가 소개됐습니다. 그리고 제작진이, 굳이 다른 합창단의 노래를 들려준 이유를 금세 알 수 있었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남자의 자격' 멤버 대다수에게 있어 이번 거제 합창제 참가는 절대 인생의 목표가 아닙니다. 아무리 '남자의 자격'의 부제가 '죽기 전에 해야 할 101가지'라고 해도, 이건 크게 봐야 그 101가지 중 하나일 뿐입니다. 

하지만 다른 합창단에겐 다르죠. 그들에겐 이 대회가 일상으로부터 자신을 벗어나게 해 줄 엄청난 의미가 있는 무대입니다. 몇달 동안 애써 노력하고, 뜻을 같이 하는 동료들과 정을 나누고, 의상을 맞추고, 집을 떠나 낯선 곳에서 밤을 지새고, 곱게 화장을 하고 조명을 받으며 무대에 서고, 천명이 넘는 관객들로부터 주목을 받고 또 박수를 받는다는게 '보통 사람들'에게는 대단한 의미인 겁니다. 물론 참가한 합창단의 수준은 아마추어를 갓 면한 레벨에서 해외 공연을 수시로 다니는 사실상 프로까지 다양하지만, 아무튼 이 분들에게 '합창'은 '남자의 자격 합창단'보다 훨씬 큰 의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남자의 자격' 합창단의 도전 도중에 '다른 사람들'의 노래를 들어 보는건 꽤 의미 있는 일이었습니다. 특히나 실버 합창단의 노래 장면에선 제작진의 세심함이 감탄을 자아냈습니다.



합창단이 서는 계단식 무대의 30cm 남짓한 턱도 한번에 넘지 못하는 멤버가 있는 합창단. 할어니들 사이에 약간 쑥스러운 듯 서 있는 유일한 할아버지 멤버, 가끔씩 박자를 놓치는 노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합창단의 힘은 객석을 순식간에 장악해버립니다.

그 노래의 원곡입니다. 아마 아시는 분들은 다 아시는 노래일 겁니다. 80년대 웬만한 합창단이나 중창단이면 이 노래를 편곡해서 불러보지 않은 분들이 없을 정도로.


 

'에레스 투(Eres Tu)'는  본래 1973년 스페인 출신의 모세다데스(Mocedades)라는 7인조 혼성 중창단이 유러비전 송 콘테스트에서 불러 세계적으로 히트한 노래입니다. 국내에서는 1978년 대학가요제에 참가한 상투스라는 팀이 '그대 있는 곳까지'라는 제목으로 번안해 불러 히트한 적이 있었죠. 이날 실버 합창단이 부른 가사도 '영원히 사랑한다던 그 맹세'로 시작하는 당시 상투스 버전을 그대로 쓴 듯 합니다. 


영원히 사랑한다던 그 맹세/ 잠깨어 보니 사라졌네

지난 밤 나를 부르던/ 그대 목소리 /아 모두 꿈이었나봐


그대가 멀리 떠나버린 후/ 이 마음 슬픔에 젖었네

언제나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아 바람아 너는 알겠지


바람아 이 마음을 전해다오/ 불어라 내 님이 계신 곳까지


그댈 잊지 못하는 이 마음 전해다오

바람아 불어라 / 내님이 계신 곳까지



수잔 보일이 스타가 되는 데 'I Dreamed a dream'이라는 노래 자체가 갖고 있는 폭발력이 큰 힘을 발휘하기도 했듯 실버 합창단의 노래가 감동을 자아내는 데에는 이 'Eres Tu'라는 노래의 소박하면서도 깊이 있는 멜로디가 큰 힘을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힘은 진정성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생의 웬만한 달고 쓴 맛을 모두 보셨을 나이, 자손을 다 키우고 만년을 보내고 있을 분들이 한 음절 한 음절, 음표 하나 하나 마다 제대로 힘을 주어 열심히 노래하는 모습, 아마 카메라가 가까이 다가가지 않아 볼 수는 없었지만 이마에 땀이 맺힐 정도로 열심히 노래하는 모습은 절로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었습니다.

물론 이런 노래 한 곡이 사람의 삶을 바꿔 놓을 수는 없습니다. 어쩌면 무대에서 그렇게 열심히 노래하고 내려오면 누구라도 이제 무슨 목표를 향해야 하나 하는 허탈감이 앞설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한 순간이라도 그렇게 사람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고, 세상의 다른 일들을 잊게 하는 힘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것이 바로 음악의 힘이고 음악의 사명이 아닐까요. '실버 합창단'을 자르지 않은 긴 편집은 아마도 그런 사실을 일깨워 주기에 충분했던 것 같습니다.




P.S. 이번 주면 끝날 줄 알았던 하모니 미션이 다음주까지 이어지겠군요. 그런데 과연 이런 하모니 미션의 여파에서 정작 '남자의 자격' 팀은 어떻게 벗어날지가 정말 궁금해졌습니다. 과연 그동안 겉저리^ 내지는 조연, 아니면 '합창의 걸림돌'로 전락한 기존 멤버들은 어떻게 다시 자기 자리를 회복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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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스타K'의 첫 생방송 대결이 펼쳐지고, 하루에 무려 3명이 탈락했습니다. TOP11이 하루만에 TOP8이 된 거죠. 원래 계획이라면 TOP10  중에서 TOP8이 되는게 목표였겠지만 심사위원간 의견 불일치로 11명이 선발되는 바람에 3명을 한방에 떨어뜨리게 됐습니다.

지난해 '시청자 투표 평점이 너무 높았다'는 지적에 의해 심사위원의 평가 비중을 높여 시청자 투표 60, 심사위원 투표 30, 인터넷 투표 10이라는 배점 기준이 마련됐습니다. 그런데 심사 기준과는 별개로, 첫번째 미션인 '리메이크 미션'에서 문제점이 드러났습니다. 과연 주어진 미션이 실력 발휘를 위해 적절했느냐 하는 것이죠.

이런 시스템이라면 도전자들이 정말 다 마음속에서 자신들이 떨어진 이유에 대해 승복할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이날 리메이크 미션은 '한국 가요사의 불멸의 히트곡들을 돌이켜본다'는 목적에 따라 1960년대부터 현재에 이르는 수많은 히트곡들을 도전자들이 리메이크해 부르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좀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창작곡을 부르지 않는 한 '슈퍼스타K'에서 도전자들이 부르는 노래는 모두 리메이크인 셈입니다. 원작을 부른 가수와 도전자가 동일인이 아닌 이상 말입니다. 지금까지도 도전자들은 모두 기존의 히트곡들을 살짝 자기 스타일로 불러왔죠. 오히려 도전자 중 허각은 박진영의 히트곡 '너의 뒤에서'를 "너무 박진영 카피처럼 불렀다"는 이유로 탈락 위기에 놓인 적도 있습니다. 또 도전자 김보경은 "너무 기존 가수들처럼 '올드한 창법'을 갖고 있다"는 이유로 떨어지기도 했죠.

그런데 새삼스럽게 '리메이크 미션'을 마련한 것은 결국 위에서 말한 것처럼 1980년대 이전의 히트곡들을 재조명해보자는 뜻일 것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고 나니 이게 정말 공평한 미션 평가 방법이냐는 의문이 생깁니다.



이날 미션 마스터였던 작곡가 조영수가 아무리 최고의 뮤지션이라고 해도, 모든 노래가 히트할 수 없듯 11곡의 리메이크를 맡아도 그중 잘된 리메이크가 있고, 원곡에 비해 손색이 있는 곡이 나올 수도 있는 법입니다. 이론상으로 생각해봐도 어떤 도전자는 좋은 노래를 받을 수 있고, 어떤 도전자는 덜 좋은 노래를 받게 됩니다. 이 좋고 나쁘고는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라, 그 도전자에게 맞는 노래냐 아니냐입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도전자들은 배정받은대로 노래를 불렀고, 거기에 따라 혜택을 받은 사람도, 불이익을 받은 사람도 있습니다. 이건 어찌 보면 복불복인 셈입니다.

'슈퍼스타K'의 모델인 아메리칸 아이돌에서는 최소한 출연자들에게 자신이 부를 노래는 끝까지 스스로 고를 수 있는 기회를 줍니다. 이를테면 '1970년대 노래', '디트로이트 사운드', '퀸의 히트곡', '홀 앤 오츠의 히트곡' 등등 노래를 고를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한 뒤 도전자들이 스스로 자기의 기량을 최고로 발휘할 수 있는 노래를 선정해 도전에 임하는 시스템입니다. 당연히 노래를 어떻게 바꿔 부를까 하는 것도 도전자들이 직접 선택합니다.




결국 '슈퍼스타K'와 '아메리칸 아이돌'의 이런 차이는 출연자를 최고의 가수가 되기 위한 후보들로 대우하느냐, 아니면 그냥 방송사가 마련한 잔치를 빛내 주기 위한 소품으로 간주하느냐는 기본적인 이념의 차이에서 온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나이는 어리지만 '슈퍼스타 K'의 출연자들은 모두 크건 작건 '나 자신의 음악'에 대한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고, 기나긴 예선 과정에서 심사위원들은 모두 '자기 스타일'에 대해 높은 점수를 주어 왔습니다.

하지만 생방송으로 접어들고, 매회 '미션 대결'을 펼치게 되면서 출연자들은 점점 방송을 위한 도구가 되어가고, 최종 승자 선발의 기준은 점점 흔들린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뒤로 가면 김지수나 허각이 댄스 실력까지 보여줘야 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TOP11 중 댄스 부문을 대표한다고 보여졌던 김소정과 이보람이 '한방'에 모두 탈락한 것 역시 대체 기준이 무엇이었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그동안 이들의 후원자 역할을 해 왔던 박진영이 심사에서 빠지면서 바로 탈락하게 된 것인지도 그렇지만 다른 출연자들은 순수하게 '가창력'을 평가받고 있는데 두 사람은 댄스 도전자라는 이유로 춤을 추면서 함께 노래까지 해야 한다면, 그리고 나서 결국은 '노래 실력'으로 평가받게 된다면 살아남을 수 없는게 너무도 당연해집니다.

그런 거라면 애당초 TOP11에 뽑을 이유가 없었던 셈이죠.




김그림을 좀 더 돋보이게 했던(?) 편집은 어차피 방송의 속성상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나머지 생방송 선발 과정은 어떻게 해서든 '쇼적인 요소' '게임적인 요소'를 최소화하고 도전자들의 '진짜 실력'을 평가하는 쪽으로 진행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미 시청자들은 남아있는 도전자들의 실력에 대해 마음 속으로 기준을 갖고 있습니다. 누구를 찍을지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생각이 굳어져 있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렇다면, 현재 가장 유력한 후보로 떠오른 장재인 김지수에 비해 다른 도전자들도 자기의 강점을 드러낼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복불복'의 요소를 최소화하지 않으면, 시청자들이 보여주고 있는 관심의 크기에 부응하는 신인 선발의 기회는 사라지고, 그저 한편의 오락 프로그램만 남게 될지도 모른다는게 걱정됩니다.

서바이벌 쇼의 특성상 분명 누가 떨어져도 떨어집니다. 결국 승자는 마지막 한 명이 되는 겁니다. 그 전까지 11명중 10명은 분명 눈물을 흘리게 됩니다. 하지만 그 떨어지는 과정에서 이 대결이 '정당했다'는 느낌, 그리고 떨어진 도전자들에게도 이 세상이 예의바르고 따뜻한 눈길을 보내고 있다는 느낌이 주어지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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