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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진모를 예능 프로그램에서 본 기억은 전혀 없었습니다. MBC TV '황금어장-무릎팍 도사'에 나온 주진모는 스스로도 "그동안 예능은 전혀 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고 말하더군요. 그 이유에 대해 "본래 깊이 생각하고 말하는 스타일이 아니기 때문에 일단 예능 프로그램에서 말을 하기 시작하면 무슨 말을 하게 될지 몰라서"라고 변명했습니다.

그리고 방송을 보다 보니 그 말이 이해가 갔습니다. 그야말로 거침없는 입담. 물론 30대 중반 이상의 남자 배우 가운데 기본적으로 화술을 겸비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아무래도 좋은 작가들이 써 준 좋은 대사들을 수십차례 반복해서 연습하는 것이 화술 연마에 도움이 되는 듯 합니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지만, 위험 수위(?)를 슬쩍 슬쩍 넘나드는 주진모의 직설화법은 아주 매력적이었습니다.

한마디로 새로운 '성인용 토크쇼 스타'의 출현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주진모를 잘 아는 건 아니지만, 그와 몇 차례 대화를 해 보고 '참 솔직담백한 사람이구나'하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자기가 잘 되기 위해 다른 사람을 이용하거나 속임수를 쓸 타입으로 보이지는 않더군요.

'무릎팍 도사'에서도 주진모는 가리지 않는 입담으로 큰 호감을 샀습니다. 이를테면 주진모를 처음으로 주목받게 했던 박카스 광고 농구편. 거친 농구 경기를 마치고 땀을 흘리며 땅바닥에 누워서도 '한게임 더 할까?'라고 말하는, 지치지 않는 젊음을 과시한 광고였습니다. 아마 지금도 많은 분들이 기억하실 겁니다.

이 광고에 대한 주위 반응을 강호동이 묻자 주진모는 "그 광고가 자정 전후에도 많이 방송이 됐다고 들었다. 그래서 부부끼리도 이 대사를 많이 사용했다고 하더라"는 충격 발언(?)을 합니다. 물론 누군가로부터 들은 얘기겠지만, '무릎팍 도사' 정도의 토크에서도 흔히 등장하지 않는 19금 발언이라고 할만 합니다.



주진모의 거침없는 입담은 한때 장안의 화제였던 영화 '해피 엔드'에서 전도연과 함께 촬영한 베드신 이야기로 넘어갑니다. 1999년 당시 촬영을 마친 정지우 감독이 전도연에게 "존경한다"고 말을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면서 더욱 화제를 불렀던, 당시로서는 한국 영화의 한계를 넘었다고 평가되던 베드신입니다. (물론 10여년 전의 얘기죠. 드라마에서도 가끔씩 베드신이 나오는 요즘과는 다릅니다.^)

여기서도 주진모는 촬영장의 분위기가 어땠는지, 촬영장으로 가 보니 한켠에 각종 주류^가 차려져 있더라는 얘기, 전도연의 제의로 어색함을 좀 지우기 위해 아침 7시부터 술을 마시고 촬영에 임한 이야기 등을 털어놨습니다.



물론 이런 이야기들이 방송에서 자연스럽게 녹아 든 것은 흔히 사람들이 생각하는 '야한 이야기'라서가 아니라 '경력 없는 신인 배우'가 '톱스타 여배우'를 만나 부담스러운 신을 찍을 때 당황하고 정신이 없었던 경험을 털어놓는 자리였기 때문입니다. 주진모의 말투에서 그 당시 그가 얼마나 어리둥절해서 진땀을 흘렸는지, 그 풋풋함이 그대로 묻어나 분위기는 전혀 이상해지지 않았습니다.

문득 이런 상당한 수위의 이야기를 하면서도 보는 이를 부담스럽게 하지 않는 것이 주진모의 장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7세. 40을 바라보는 나이의 성인 남자가 이런 류의 이야기를 하면서 거부감을 주지 않을 수 있다는 건 대단한 장점입니다.



최근에는 40을 전후해 방송을 멀리 했던 남자 연기자들이 예능계로 진출하는 경향이 두드러집니다. 박중훈과 김승우가 토크쇼 호스트로 데뷔했고 본래 예능인(?)이던 신현준은 '연예가중계'와 '일요일 일요일 밤에'에 출연하고 있죠. 정준호도 신현준과 보조를 맞추고 있습니다. 김수로도 예외가 아니고, 오히려 '천부적인 예능감'을 자랑하는 차승원은 조금 머뭇거리고 있는게 의외로 여겨집니다.

이런 상황에서 '젊은 피' 주진모의 출현은 '예능도 하는 배우'의 판도에 변수로 등장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아직은 본인도 어색한 면이 있겠지만, 선배들의 경우를 보면 아직 시간은 충분한 편이죠. '예능인 주진모'의 장래를 기대해 봅니다.


   P.S. 이 주진모씨도 당연히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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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과 '경쟁'이 주말 예능가를 강타했습니다. M.net의 '슈퍼스타 K'가 피말리는 라이벌 접전으로 시청자들의 애간장을 타게 만들었고, KBS '남자의 자격'은 2주간에 걸친 합창제 참가의 소프라노 대결로 관심을 끌어모았습니다.

토요일 MBC TV '무한도전'의 레슬링 도전도 몸을 던지는 출연자들의 활약에 힘입어 폭발적인 관심을 모았지만 '경쟁'과 '감동'이 한데 어우러지기는 아무래도 '남자의 자격'이 최강이었던 듯 합니다. 보는 내내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5일, TV에서 열심히 박칼린 선생님이 배다해에게 소프라노 솔로로서의 자질을 가르치며 혼쭐을 내고 있을 때, 이미 온라인에서는 '남자의 자격' 팀이 출전한 합창 대회 모습이 동영상으로 돌고 있었습니다. 현실과 예능이 오버랩되어 버린거죠.




지난 3일, 경남 거제군에서는 제 7회 거제 전국합창경연대회가 열렸습니다. '남자의 자격' 팀도 당연히 거기에 출전했죠. 그리고 약 10분에 걸쳐 알려진대로 '넬라 판타지아'와 '동요 메들리'를 불렀습니다.

영상시대인 만큼 대단한 양질의 동영상이 확보됐습니다.

 

(이미 준비과정을 지켜본 팀인 만큼 일반 합창대회와는 비교가 안 되는 재미가 있습니다. 특히 오른쪽 앞줄의 배다해양이 여전히(그렇게 시달렸는데도) 몸을 흔드는 버릇이 완전히 교정되지 않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남자의 자격' 팀의 이번 합창대회 출전은 꽤 큰 의미를 갖습니다. 물론 그 전에도 예능이 현실 속으로 뛰어든 경우는 적지 않았습니다. '무한도전' 팀의 댄스 대회 출전이나 봅슬레이 출전이 있었고, '남자의 자격' 팀도 밴드를 만들어 직장인 밴드 대회에 출전한 적이 있었죠.



그동안 이런 대회들이 '입상'을 전제로 한 것은 아니었다는 점이 눈여겨볼만 합니다. 아무리 한국의 봅슬레이가 약하다고는 하지만 무한도전 멤버들이 국가대표 상비군(?)으로 선발되어선 곤란한 일이었고, 역시 준비기간이 비교도 안 되는 '남자의 자격' 밴드가 상을 받는다는 것 역시 언어도단이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합창 대회는 좀 다릅니다. 박칼린이라는 업계 최고의 전문가가 조련사로 나섰고, 남자의 자격 멤버들 외에도 그 두배가 넘는 '노래 전문 인력'이 추가로 선발됐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합창이라는 종목의 특성상, 몇명 정도는 '립싱크 멤버'가 있어도 전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습니다. 즉 33명의 소리냐, 26명의 소리냐 하는 것이 큰 의미가 있지는 않다는 겁니다.

(이번 합창 모드로 넘어가면서부터 기존 '남자의 자격' 멤버들은 오히려 뒷줄로 보이고, 박칼린이나 배다해 등 '합창단' 멤버들이 훨씬 더 주목을 받고 있다는 점도 이런 요소를 대변한다고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물론 이번 합창대회에 출전하는 다른 합창단들이 상당수의 전공자를 포함한 매우 수준 높은 팀들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 정도로는 약과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정도의 지원을 받는다는 건 그동안 해 봤던 수준의 미션은 이미 넘어섰다고 볼 수 있을 겁니다.

굳이 비교하자면 '천하무적 야구단'이 4-5명 정도의 연예인들을 주축으로 삼고, 학창시절 야구를 했던 선수 10여명을 선발해 20명 로스터를 만든 듯한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더구나 인기 방송 프로그램과 기존 멤버들의 지명도를 합하면 쇼맨십 부문에서는 다른 일반 합창단 멤버들이 감히 견줄 수 없는 수준입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장려상 수상이라는 성적으로 드러났습니다. 물론 이 수상을 부정적으로 보자는 것은 아닙니다. 어차피 '남자의 자격' 합창단이 매년 이 대회에 참가할 것도 아니고, 대회에 참가한 모든 합창단이 받고 있는 지원의 수준은 어차피 천차만별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같이 참가한 다른 합창단에게도 꽤 즐거운 경험이었을 것이고, 대회가 널리 알려지면서 기존 합창단에게도 좀 더 좋은 지원의 기회가 주어질 수 있었을 겁니다.

장려상이라는 상은 그런 면에서 '적절한 선'의 상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늘 보아 왔듯, TV 예능 프로그램은 항상 더 강한 자극을 요구합니다. 이번에는 합창대회에 나가 장려상을 받은 정도지만, 다른 분야에서는 우승을 노리게 될 지도 모릅니다. 어떤 종목이 될 지는 모르지만 방송이 가진 자원과 위력을 생각하면, 어느 정도 규모의 아마추어 대회에서 방송 출연진들이 우승을 차지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일 수도 있습니다.



아울러 또 한가지, 이번 '남자의 자격' 합창단의 성과는 또 다른 숙제를 남겼습니다. '남자의 자격' 팀의 스케줄에 맞춰 합창대회를 연기하거나 할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에, 방송 내에서 출연진은 아직 대회 출전을 앞두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출전 결과가 나와 있습니다. 한마디로 스포일러가 자동 제공되는 셈이죠.

예능 프로그램이 진행되다 보면 이런 현실과의 부조화는 여러 군데에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슈퍼스타 K'도 현재 탑10을 뽑기 위한 대결이 한창이지만, 현실에서는 이미 10명이 선발되어 있죠. 물론 극도로 보도자제 요청이 내려진 상태이지만 그래도 일부 멤버들이 공개되었다는 점은 분명 방송 측에는 손해입니다.

극단적인 예로는 이런 경우도 상상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드라마 '동이' 제작 전에 '동이'의 여주인공을 뽑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계획된다면 그 시점은 언제가 되어야 하느냐 하는 고민이 생길 수 있죠. 정상적으로는 '동이'가 방송되기 1년 전쯤에 대회가 열려야겠지만 현실적으론 그건 너무 이릅니다. 드라마가 너무 멀기 때문에 효용이 떨어지죠.

물론 꽁꽁 감춰뒀다가 방송 직전에 내용을 공개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것 역시 스포일러, 즉 누가 최종 승자인지가 금세 탄로난다는 약점이 있습니다. 실제로 비슷한 기획을 갖고 고민하는 제작팀을 본 적이 있습니다.

아무튼 '남자의 자격'이 이번에 일궈낸 합창대회 프로젝트는 재미와 감동은 물론, 예능 프로그램의 역사에서도 한 획을 그을 만한 새로운 시도였다고 평가할 만 합니다. 다만 이 프로그램이 남긴 그 뒤의 숙제들이 어떻게 해결될지는 앞으로 지켜 볼 일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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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포털을 뒤덮었던 기사 가운데 '연예인 해외봉사의 실체'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내용인즉 해외로 봉사활동을 가는 것으로 포장됐던 연예인 가운데 상당수가 봉사라는 개념에 전혀 걸맞지 않는 행동을 해 빈축을 샀다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죠. 봉사활동을 떠났다는 사람들이 주렁주렁 스태프를 달고 오고, 비즈니스석을 요구하고, 당연히 특급호텔을 원하고, 사진이나 영상에 찍힐 때를 제외하면 호텔 안에 꼭꼭 숨고, 심지어 마실 물도 부족한 지역에서 고급 생수로 샤워를 했다... 등등의 내용들입니다.

네. 분명히 기사 내용은 사실일 것이고, 그건 욕 먹을 일이 맞습니다. 그런데 그 이면에는 한번쯤 다시 생각해 볼 일이 있습니다.



기사를 아직 못 보신 분은 이 링크로 가 보시기 바랍니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0/09/03/2010090301482.html?Dep1=news&Dep2=headline1&Dep3=h1_08

저런 행동을 한 사람이 욕을 먹어야 한다는 데에는 누구도 이견을 제시할 수 없습니다. 그야말로 철없는 사람의 행동이기 때문이죠. 그런데 기사를 보다 보면 조금 더 들여다 볼 필요를 느끼게 됩니다.

문제의 기사 도입부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올 초 국내의 한 잡지사는 여배우 A씨에게 국제구호단체와 함께 중앙아시아에 있는 한 작은 마을에 4박6일 일정으로 봉사활동을 다녀오자고 제안했다. 유명 사진작가 B씨가 이 모습을 화보로 담을 예정이었다."

솔직히 말해 (1) 4박6일의 봉사 (2) 잡지사의 화보 (3) 유명 사진작가의 동행, 이 세가지 면에서 이미 답은 나와 있었던 셈입니다. 과연 4박6일 동안 봉사를 한다면 얼마나 할 수 있었을까요. 그리고 다음 호 잡지에 공간은 잡혀 있었고, 사진작가는 그 지면을 메우기 위해 쉴새없이 셔터를 눌렀어야 할 겁니다.

그렇습니다. 이 여행은 애당초 처음부터 '그 여배우'의 봉사와는 별 상관이 없었던 것이죠. 말이 나온 잡지사의 화보용 기획이었을 뿐입니다. 이 여행이 결국 순수하지 못하게 된 것은 배우만의 책임도, 사진작가만의 책임도 아닌 잡지사와 구호단체, 그리고 참가한 배우까지 모든 사람의 공동 책임인 셈입니다.




사실 제가 걱정하는 것은 - 물론 걱정할 필요가 없는 일이지만 - 이런 기사로 인해 연예인들의 봉사 활동 자체가 위축되거나 선행을 하더라도 숨어서 하게 되는 것입니다. 기사 말미에 보면 긍정적인 봉사의 경우가 나오곤 합니다. 직접 사비를 털어 봉사 물품을 마련해가는 사람도 있고, 행사를 준비한 주최측에 "어떻게 이렇게 일정이 짧으냐"며 서운해 하는 연예인도 있습니다. 김장훈이나 차인표, 정준호처럼 아예 선행 자체가 브랜드가 된 스타들도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이 아닌 경우에는 '모양만 봉사'인 연예인들도 적지 않다는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런 사실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건 바로 그런 구호단체들이죠.

그럼 대체 이렇게 '부실한 봉사'가 될 수 있다는 걸 분명히 알면서도 구호기관들은 왜 연예인을 굳이 봉사활동에 끼워 넣으려고 할까요. 거기엔 다 이유가 있습니다. 한 장면이라도 연예인들이 개입될 경우, 일반인들에게 미치는 파급력을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일전에 구호기관에서 일하는 한 간사님과 대화를 해 본 적이 있습니다. 저도 그때는 연예인들의 형식적인 봉사'에 꽤 강한 반감을 갖고 있었습니다.

나: 이렇게 봉사활동 하시다 보면 얄미운 사람도 있지 않으세요?
간사: (무슨 말인지 다 알아듣고) 그런 분들도 있죠.
나: 얼굴만 비치고 가거나, 와서 빈둥거리고 가는 사람들을 보면 어떠세요?
간사: 물론 그런 분들이 없는 건 아니에요. 그런데 저희 입장에서 보면 또 달라요. 일단 와 주시는 분들은 모두 고마운 분들이거든요.
나: 그렇게 와서 자기 홍보에만 이용하는 건 더 나쁘지 않을까요?
간사: 아니에요. 그렇게 30분만 있다 가더라도, 그런 분들이 오시는 것과 안 오시는 건 엄청나게 차이가 커요. 그런 분들이 봉사하는 모습을 보면 많은 분들이 따라 하시거든요. 그게 저희한테는 고마운 거에요. 다른 분들한테 이런 데가 있다는 걸 알린다는게.

아, 그렇구나, 하고 무릎을 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일단 봉사활동을 하려고 마음먹었으면 제대로 하는게 당연하고, 그게 옳은 겁니다. 하지만 유명인이든 일반인이든, 그 한 사람의 봉사가 도움이 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더 좋은 것은 세상에 그런 도움의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하게 하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유명인의 구호 활동은 일반인 한 사람의 몇백배, 몇천배 의미를 갖습니다. 그래서 저는 줄곧, 유명인의 봉사는 '절대 숨어서 하는 것이어서는 안된다'고 주위에 얘기해 왔습니다. 많은 연예인들이 '여기 저기 알리고 선행을 하는 것은 선행을 하는 당초 취지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일반인들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사실은 반대입니다. 유명한 사람일수록, 자신이 선행을 하고 있거라 선행을 하려는 의지가 있으면 그 사실을 세상에 널리 알려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자신들의 선행이 진정한 의미를 갖게 하는 일인 것입니다.

맨 처음으로 돌아갑니다. 그 구호단체가 어디건, 아마 문제의 여배우를 데려갈 때 이런 부정적인 요소가 있을 수 있다는 것도 충분히 알고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이 여행은 그 여배우 한 사람의 봉사가 목적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을 그 구호 활동에 유치하기 위한 홍보'라는 것 역시 잘 알고 있었을 겁니다. (물론 여기서 그 구호단체가 - 어디인지는 모르지만- 과연 얼마나 투명한가 하는 것 등은 여기서는 언급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최소한 없는 것 보다는 나은 단체라고 생각하기로 하죠.)




결과적으로, 다시 한번 반복하지만 그 문제의 여배우가 욕먹을 일을 하지 않았다는 건 결코 아닙니다. 다만 이런 이상한 폭로(?)로 인해 유명인들의 해외 봉사활동이 위축된다면, 그거야말로 정작 도움을 받아야 할 사람들에게는 전혀 득 될 것이 없는 일이라는 걸 사람들이 알아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실제로 도움의 손길을 바라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논란에 끼어들고 싶지 않아서 해외 봉사 일정을 포기하거나, 도움을 주더라도 널리 알리지 않고 조심스럽게 숨어서 선행을 하는 사람보다는 자기 과시를 위해서라도 널리 알리면서 생색을 내고 봉사하는 유명인이 훨씬 더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이해하셨으면 하는 의도에서 쓴 글입니다. 일면 역설적으로 들리지만, 그게 현실입니다.



예수님께서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고 하신 것은 분명 아름다운 말씀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따라하게 할 일은 분명 다릅니다.


P.S. 그리고 '여배우' '올 연초' '중앙아시아' '카레' 등으로 문제의 여배우 A씨가 누군가 찾는데 열을 올리시는 분들, 그럴 시간에 과연 나는 누구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 살아왔나 한번쯤 돌이켜 보시기 바랍니다. 아무래도 그게 더 생산적이지 않을까요.

P.S. 한 분의 지적에 따라 덧붙입니다. 이 글에 사진으로 등장하는 분들은 '당연히' 포장만 요란한 얼치기 봉사 활동으로 미꾸라지 역할을 한 사람들과는 전혀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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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처음 방송된 KBS 2TV '성균관 스캔들'은 상당히 관심을 자아낸 작품입니다. 정은궐 작가의 원작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이 워낙 좋은 작품으로 찬사를 받았고 그동안 수많은 곡절을 거쳐 마침내 드라마로 만들어져 공개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늘 되풀이되는 이야기지만, 원작과 얼마나 비슷하냐, 혹은 다르냐가 드라마나 영화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는 없습니다. 원작을 충실히 재현했다고 해서 좋은 작품으로 평가받는다는 건 넌센스입니다. 실제로 원작을 뛰어넘는 각색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은 이미 오래 전의 작품인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가 보여준 바 있습니다. 송지나 작가의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는 김성종 원작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완성도를 보여준 바 있죠.

그런데 의문은, 왜 거의 모든 영화나 드라마의 제작진은 언제나 '원작 그대로'는 나쁜 것이고, '원작의 재해석'이 있어야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원작의 좋은 부분을 살리지 않을 바에는 왜 굳이 원작이 필요한 것일까요?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의 도입부에서는 원작의 강점을 살려 발전시킨 디테일이 돋보입니다. 17세기말의 성균관과 그 주변을 현재의 대학가에 오버랩시키려는 시도들입니다. 대학가의 벽보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벽보들이 좋은 예입니다.



그리고 과거 시험을 치르는 과장을 묘사하면서 다큐멘터리를 연상시키는 자막을 삽입하는 점, 공중에 글씨를 띄워 자막의 역할을 대신하게 하는 것 등등의 새로운 기법은 야심찬 시도를 느끼게 합니다. 



이렇게 드라마의 시각적인 면은 원작이 묘사하고 있는 세계를 시청자들에게 제대로 보여주기 위한 노력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하지만 주인공들이 등장하기 시작하면 상황은 좀 달라집니다.

원작과의 차이를 먼저 살펴보면, 선준의 캐릭터가 좀 다릅니다. 소설 속의 선준은 어진 마음과 냉철한 두뇌를 갖춘 최고의 완벽남입니다. 소설 속의 선준이라면 공부를 못하는 동료가 애써 모은 머리칼을 하늘에 날려 버리는 등의 행동을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굳이 왜 선준을 '까칠도령'으로 바꿔 놓았는지는 알수 없습니다. 아무튼 늘 온화한 미소로 윤희를 감싸는 선준의 모습을 기대했던 원작 팬들에겐 참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는 일입니다. 초반에 선준이 까칠한 모습을 보여 윤희와 대립각을 세우는 것이 드라마적인 긴장감을 높이는 선택이라고 생각했다면 상당히 실망스럽습니다. 오히려 이런 설정 때문에 '성균관 스캔들'의 도입부는 개성을 잃어버립니다.

(까칠한 수재남과 자존심 강한 여주인공의 대립으로 시작하는 드라마가 얼마나 많았고, 또 앞으로도 얼마나 많이 쏟아져 나올 것인가를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어쨌든 박유천과 박민영의 연기는 나쁘지 않습니다. 윤희 역이 좀 역부족이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지나치게 긴 대사만 주어지지 않으면 박민영은 충분히 윤희 역을 소화할 수 있는 재목입니다.

박유천 역시 일천한 연기경력을 감안하면, 놀랄만큼 안정된 발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까칠도령으로서의 연기에서는 그닥 허점을 찾을 수 없습니다만, 수재로서의 모습을 보여야 할 때에는 살짝 아쉬움이 느껴집니다(하기사 이건 '장난스런 키스' 쪽도 마찬가지입니다만...^^).

어쨌든 1,2회만으로도 박유천은 연기 면에서는 동방신기의 다른 동료들보다 확실하게 한발 앞서가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앞서 연기자로 변신한 모습을 보여줬던 정윤호나 김재중의 참기 힘든 연기와는 다른 레벨이었다고 평가해도 좋을 듯합니다. 이 대목에선 연출진과 박유천의 교감이 상당히 돋보입니다.




가장 큰 기대를 모으게 한 건 역시 여림 역의 송중기. 사실 소설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이 영상으로 다시 만들어지면 가장 주목을 끌 것이 여림 역할이란 건 너무도 자명했습니다. 문제는 이 역을 맡은 배우가 어떻게 소화해낼 것인가 하는 점인데, 드라마가 지금처럼 진행된다면 역시 가장 큰 수혜자는 송중기가 될 듯 합니다.



반면 유아인이 걸오 재신을 연기한다는 것은 최고의 미스캐스팅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지우지 못했습니다. 선준, 여림, 재신이 모두 꽃미남이기만 하다는 건, 원작과 달라서가 문제가 아니라 드라마의 균형을 이루는 데 상당히 장애가 될 조짐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이 드라마의 기본 틀은 윤희를 꼭지점으로 한 세 남자의 알듯말듯한 경쟁입니다. 그렇다면 선준, 여림, 재신은 각각 다른 매력을 보여줘야 시청자에게 좀 더 설득력이 있겠지만, 이 부분에서는 원작의 재신이 보여주는 야수같은 남성미를 포기한 것이 영 아쉽습니다.



1, 2부를 봐선 윤희가 어떻게 성균관에 들어가게 되는지까지의 과정이 원작에 비해 상당히 압축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소설 원작에선 1/4 정도에 해당하는 분량이 1/8 정도로 압축되어 들어갔다는 얘기죠. 이건 뒷부분에서의 이야기가 원작보다 늘어난다는 이야기인데, 과연 어떤 얘기가 나올지도 궁금합니다.

(물론 원작 팬들에게는 성균관 입소 전에 진행되는 알콩달콩한 에피소드가 모두 희생된게 아까울 듯 합니다. 특히 원작의 은근한 이야기에 비해 새로 추가된 액션 스토리가 그리 설득력이 있거나 흥미롭지 않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습니다.)

이런 저런 부분을 종합해 볼 때 '성균관 스캔들'은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과는 꽤 비슷하지만 사뭇 다른 드라마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물론 현재의 모습도 그리 나쁘지 않은 한폭의 드라마이고, 앞으로의 전개에 따라 썩 괜찮은 작품으로 남을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다만 이 드라마의 앞날에서 가장 우려되는 것은 지나친 '현대'의 개입입니다. 아무리 성균관이 당대 수재들의 요람이고, 이 성균관을 현대의 대학가에 덮어쓰워 재치있는 연출력을 과시하려는 욕구가 강해도 거기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입니다.

특히 인기 만점의 성군 정조가 등장한다는 점이 우려를 낳습니다. 거의 모든 드라마가 정조에 대한 존경을 깔고 시작하기 때문에 정조에게 대항하는 노론은 악의 존재들로 묘사되곤 합니다. 하지만 17세기 조선은 왕정 체제에 있었고, 정조가 아무리 현명한 군주라 해도 결국은 민주 사회의 지도자와는 비교할 수 없는 독재자라는 점을 간과하면 곤란합니다. '현대적'인 시각을 가미하면, 오히려 왕의 1인통치를 부정하고 권력의 분산을 지향한 신하들이 보다 '민주적'인 사상을 가졌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정조가 현명하기 때문에 왕권 강화가 선(善)이라는 것은 지극히 구시대적인 발상인 것이죠. (혹은 주체사상에 입각한 사고..^^)

이런 기본적인 모순을 무시하고 드라마에 자꾸 '21세기 한국'을 억지로 끼워 맞추려 할수록 작품은 점점 더 삐걱거리기 시작할 것입니다. 물론 소설 원작에서도 그런 시도는 수시로 불쑥불쑥 등장합니다만, 전체 원작을 지배하는 달콤하고 낭만적인 정서에 비하면 매끄럽게 넘어가는 수준입니다. 하지만 '드라마의 차별화'가 어쩌다 '생각 있는 드라마로 보이려는 시도' 쪽으로 기울게 되면 그때부터는 본격적인 재난이 시작될 거란 우려를 지울 수 없습니다. 아, 물론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가지고 이렇게 얘기하는 건 그야말로 기우일 겁니다.



P.S. 원작을 읽어보지 않은 분들은 지금이라도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많은 분들이 생각하시는 '그 흔한 로맨스 소설'과는 천지 차이라는 걸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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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상해에 가면 반드시 먹어야 할 음식으로 꼽히는 것이 소롱포입니다. 샤오롱바오라고도 하죠. 한자로는 小籠包라고 씁니다. 일부에서 소룡포라고 잘못 읽기도 합니다만, 소'롱'포가 맞습니다. 농구 할때 농자죠. 

샤오롱바오, 혹은 소롱포의 핵심은 겉에서 봐선 흔한 고기만두의 모습이지만, 일단 깨물어 보면 뜨거운 국물이 주륵 흘러나온다는 것입니다. 특히 거죽은 식더라도 속의 국물은 쪄 내온 그 온도를 유지하기 때문에 잘 모르고 깨물었다가는 입천장이 홀랑 벗겨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설사 입을 델 지라도 그 풍부한 육즙과 고기맛의 조화는 정말 별미 중의 별미라고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제목에 나오는 원조 소롱포란 이미 상하이에서 누구나 인정하는 남상만두점(남상만두점), 즉 난시앙 레스토랑을 말하는 것입니다. 한국에도 두 군데나 점포가 열려 있었지만 2010년 8월말 현재 두 군데의 분점은 모두 문을 닫은 상태입니다. 이유는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소롱포 마니아로서 아쉽기 짝이 없습니다. 물론 만만찮게 팬이 많은 딘타이펑은 여전히 성업중입니다만, 소롱포의 맛으로만 따졌을 때 난시앙과 딘타이펑을 견준다는 것은 좀 무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물론 입맛은 취향입니다...만, 개인적으로는 고기로 치자면 꽃등심과 맥도널드 햄버거를 비교하는 격이라고 생각합니다(참고로 저는 맥도널드 햄버거 사랑합니다. 대단히 맛있습니다. 다만 햄버거는 그냥 햄버거고 라면은 그냥 라면입니다).

국내에서 먹을 수 있는 소롱포로는 딘타이펑의 라이벌은 그냥 크리스탈 제이드 정도. 가격대 성능비를 따진다면 노독일처가 더 낫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물론 딘타이펑이나 크리스탈 제이드 모두 소롱포 외에도 다양한 다른 메뉴가 있어 가볼만한 곳이지만, 단지 만두만을 위해 간다면(둘 다 명동점일때를 가정하면), 그냥 취천루에 가서 교자만두를 실컷 먹으렵니다.



각설하고 지난 8월의 엄청나게 더운 어느 토요일, 상해의 난시앙 본점에 만두를 먹으러 갔습니다. 뭐 추울 때 먹으면 더 맛나겠지만 어쨌든 갔습니다. 위치는 잘 알려진대로, 상해의 가장 유명한 관광 스팟 중 하나인 예원 입구입니다.

난시앙 만두가 맛이 있느냐 없느냐 하는 건 오랫동안 상해를 다녀온 사람들의 논란거리였습니다. '비리고 느끼하고 맛이 없어서 토할 것 같았다'는 사람에서 '너무 맛있어서 죽어버리는 줄 알았다'는 사람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이 있죠. 흥미로운 것은 전자에 해당하는 사람에게, "너 1층에서 줄서서 산 만두 먹은 거지?"라고 물으면 거의 97%가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인다는 겁니다.

조금 더 고급 정보로 넘어가면 난시앙은 3층까지 있습니다. 그리고 1층은 입석(이라기보다 그냥 테이크아웃 내지는 야외에서 아무렇게나 펼쳐놓고 먹기), 2층과 3층은 식당의 형태이며 1층보단 2층이, 2층보단 3층이 훨씬 비싸다는 점을 알고 있어야 합니다. 당연히 난시앙의 진면목을 보려면 3층으로 가야죠.

네. 3층 만두가 진정한 난시앙 소롱포입니다.



본격 여행철이 아닌 때, 그리고 평일이라면 2, 3층은 그냥 앉을 수 있는 경우가 꽤 많이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불행히도 제가 찾아간 시간은 토요일 점심때. 3층으로 입장하려는 줄이 2층 입구까지 늘어져 있었습니다. 물론 이 만두를 먹으러 바다를 건너 왔는데 이 정도의 난관에 포기할 수는 없었죠.

3층은 장흥루(長興樓)와 정흥루(鼎興樓)라는 두 개의 식당으로 분리되어 있고, 줄도 따로 섭니다. 물론 1, 2, 3층의 가격이 모두 다르지만 3층의 두 식당은 공통 메뉴인 소롱포의 가격은 같습니다. 단지 장흥루(난시앙, 즉 남상만두점이 한때 사용한 상호라고 합니다)는 전통적인 만두에만 집중하는 식당인 반면 정흥루는 만두 외에도 다양한 요리들을 팔고 있습니다. 식당의 모양새를 봐도 정흥루가 가장 고급스러운 것은 분명합니다.

아무튼 저는 소롱포 외의 다른 메뉴에는 관심이 없었으므로 장흥루로 줄을 섰습니다.



흔들렸군요. 어쨌든 가장 중요한 메뉴.



메뉴. 장흥루는 맨 위에서부터 스페셜 게알(48), 선육-돼지고기(30), 게살(30), 새우(40), 야채(28), 송이(88), 그리고 가장 비싼 게알샥스핀(108)까지 7종의 소롱포를 팔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음 칸에 있는 빨대로 빨아먹는 만두형 수프인 게알 탕파오는 22위안.

절대적으로 싼 가격은 아니었습니다. 가장 기본형인 선육소롱포는 5400원 정도로 서울 분점보다 쌌지만, 비싼 축에 드는 송이는 16000원, 게알샥스핀은 19000원대의 가격으로 분명 서울보다 비쌉니다.

어쨌든 뭐가 제일 맛있는지 쉽게 알 수 없을 때의 방법. 일단 무식하게 많이 시켜봤습니다. 참고로 맨 위에 나오는 탕파오는 그냥 탕파오 맛입니다. 시원(물론 온도는 살벌하게 뜨거움)하고 고소합니다. 맛있습니다.^



물론 또 이렇게 다 시켜놓고 보니 서울보다는 확실히 싼 가격이군요. 5종의 소롱포와 탕파오 하나, 그리고 음료수까지 시켜서 55000원 정도입니다. (네. 게살 한번 먹어보고 통이 커진 듯 합니다.^^)



똑같이 생긴 소롱포를 어떻게 구별하는지 궁금하신 분도 있을 겁니다. 지금 위 사진은 게살 소롱포입니다. 살짝 노릇노릇한 기운이 돕니다.




주둥이에 살짝 참기름으로 보이는 기름 방울이 달린 것이 스페셜 게알.



그리고 이것이 최고가인 게알샥스핀. 혼동이 없게 하기 위해 가운데에 당근 조각 같은 것을 올려 놓았더군요. 뭐가 다른지 알기 위해 가져오는 순서대로 일일히 계산서와 대조해서 확인했습니다.

맛은 뭐 굳이 설명할 필요가.... 한판에 6개씩 30개의 소롱포를 둘이서 딱 2개 남기고 순식간에 모두 해치웠습니다. 너무 맛있어서 배가 부른 것도 느끼지 못할 정도였죠. 사실 남긴 2개도, 기준으로 삼기 위해 시킨 선육 소롱포가 마지막에 나오는 바람에 남긴 듯 합니다. 아무래도 비싼 쪽이 더 맛이 화려하기 때문에, 다른 종류를 먼저 먹으면 그냥 선육 소롱포는 좀 느끼하게 여겨질 수 있습니다.

서울과 비교하자면 약간 더 기름진 맛이라고 할까요? 이제는 갈수 없게 된 서울 분점의 육즙은 그냥 거의 순수한 닭 육수를 사용한 느낌이라면 상해 예원 본점의 육즙은 조금 더 복합적인 맛입니다. 닭 육수에 살짝 돼지 육수가 섞인 느낌도 나고, 참기름 맛도 꽤 느껴집니다. 물론 서울 분점에서도 느끼하다며 소롱포를 못 드시는 분이 있었기 때문에 절대적인 기준은 제시할 수 없습니다.



그밖에 서울점과 차이가 있다면, 자차이나 할라피뇨같은 반찬은 전혀 나오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느끼한 음식에 약한 분들은 유일한 반찬인 생강 초절임을 많이 드시기 바랍니다. 무료 리필(?)입니다.

어쨌든 결론적으로, 상해에 가서 가장 먼저 먹어야 할 것은 역시 남상만두점의 소롱포였습니다. 문득 오사카에서 난시앙 분점을 발견했을 때 들어가지 않은 게 후회됩니다.







물론 밥만 먹고 갈 수 없다는 의무감(?)으로 예원 산책에 나섰지만 이날 상해 지역의 기온은 현지 영자신문에 따르면 "상해시가 공식적으로 기온 측정을 하기 시작한 1873년 이래 가장 뜨거운 섭씨 40.7도(네. 너무 충격적이라 숫자를 다 외워버렸습니다)".

예원의 그림같은 정원도, 아름다운 기암괴석과 건물들도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돌 바닥 건물에서는 서늘한 공기가 느껴지더군요. 그냥 그 돌 바닥에 드러눕고 싶은 날씨였습니다.

그렇게 해서 지난 두 번의 상해 방문 때에도 가보지 못한 소주/항주 등의 명소들은 이번에도 방문지에서 완전히 제외. 결론은 '시원한 데서 먹고, 시원한 데서 쉬다 가자'에 합의하는데 0.1초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먹자판 여행기는 다음에도 이어집니다. 주-욱.

P.S. 그나저나 서울 난시앙 분점들은 대체 무슨 연유로 문을 닫은 것일까요. 장사도 잘 되고 있는 것으로 보였는데... 서울에 돌아와 이런 참상을 보고 나니 상하이에서 난시앙을 들르지 않았다면 정말 큰일 날 뻔 했습니다. 분점 폐쇄의 연유를 아시는 분은 귀띔이라도 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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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해 명물 털게, 이정도는 먹어야  (59) 2010.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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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방송된 KBS 2TV '1박2일'의 주제는 아마도 지리산의 둘레를 걷는 아름다운 시골길과 함께 KBS의 화력시범이라고 해야 할 듯 합니다. 지미집과 스테디캠 같은 고가의 장비들(물론 요즘은 사용이 일반화된 것들이긴 하지만)은 물론이고, 헬리콥터까지 동원돼 고공에서 주인공을을 카메라로 잡아내는 건 다른 예능 프로그램들이 감히 흉내낼 수 없는 것들이죠. KBS에서도 사용이 극히 제한되어 있는 헬리콥터를 동원할 수 있었다는 건 '1박2일'이 갖고 있는 위력을 대내외적으로 과시하는 효과를 노린 것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 비록 계단식으로 층층이 산을 깎아 만든 다랭이논(산을 계단식으로 깎아 지형의 불이익을 극복한 논)의 절경을 찍은 고공 촬영 화면이 더없이 아름답긴 했지만 - 이날 방송을 살린 것은 헬리콥터가 아니었습니다. 바로 이수근과 청개구리 한 마리였죠.


(방송에 나온 청개구리 장면을 구하지 못해 청개구리의 적절한 이미지를 빌려 왔습니다. 출처는 http://blog.daum.net/ssas39/17970488 입니다.)

여섯 멤버가 다섯개의 노선으로 흩어져 진행한 이날 방송에서 이수근은 시골길을 걷다가 스스로 이날의 방송 컨셉트를 '탐구생활'이라고 잡았습니다. 시골 길을 걸으며 그동안 발견하지 못했던 일상의 사물들을 다시 보는 기회로 삼겠다는 거였죠.

그리고 나서 이수근의 눈에 띈 것은 작고 예쁜 청개구리 한마리였습니다. 사실 청색이라기보다는 녹색이지만, 손가락 끝에 겨우 올라갈 정도인 청개구리는 아직도 자연과 함께 살아 숨쉬는 '시골'의 풍경을 압축해서 보여준 주인공이었습니다.


(사실 청색이라기보단 녹색 또는 연두색이라고 봐야겠지만 우리 말에서 녹색과 청색이 혼동되어 온 건 대단히 오래된 일인 듯 합니다. 어려서 배운 바로는 본래 우리 말에서 녹색은 '푸르다', 청색은 '파랗다'로 표기되었다고 합니다. 즉 '푸른 산'과 '파란 하늘'이 제대로 된 표현이었다는 것이죠.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이 '푸른 색'과 '파란 색'이 구분 없이 쓰여 오늘날에는 둘 다 그냥 청색을 가리키게 되었다고도 합니다. 얼마나 근거 있는 설명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도시 출신들은 대부분 청개구리라고 하면 그냥 개구리 중에서 푸른 빛을 띤 것으로 생각하거나, 어머니 말을 듣지 않고 장마철에 어머니 묘를 잃어 버린 전래 동화 속의 동물로 여기는 게 보통이지만 청개구리라는 종류는 따로 있습니다. 물론 개구리의 일종이지만, 다 자라도  4cm가 되지 않는 작은 동물이죠.

'본래 시골 출신이라 이런 시골 풍경이 하나도 신기하지 않다'던 이수근은 길가의 도랑에서 밝은 연두색의 청개구리 한 마리를 골라내 카메라 앞으로 데려왔습니다. 사람들이 오가는 길가의 배수구에 맑은 물이 흐르고, 그 곁에 청개구리가 앉아 있는 동네. 비록 시골에 살아 보거나 살고 있지 않아도, 그 정경은 그대로 시청자들의 마음 속에 더없는 청량감을 전해줬습니다.

이 방송을 보고 시골에 간 도시 어린이들은 '이수근 아저씨가 보여준 청개구리'를 발견하고 좋아라 할 것이고, 용감한 어린이들은 좀 더 가까이 다가가 손 위에 청개구리를 올려 놓고 본 다음, 이수근이 했듯 다시 자연 속으로 돌려보내 줄 겁니다.


(위 사진과 마찬가지로 http://blog.daum.net/ssas39/17970488 에서 빌려온 청개구리 사진입니다. 앙증맞지 않습니까? )

'1박2일'을 싫어하는 시청자들은 천편일률적이라거나 세련되지 못했다는 점을 꼬집곤 합니다. 하지만 방송은 세련된 사람만을 위한 것이어서는 안 됩니다. 특히나 가족 시간대인 주말 저녁 방송은 더욱 그렇다고 할 수 있습니다.



29일 '1박2일'에서 가장 얘깃거리가 될만한 것은 아마도 고가 장비 가운데서도 초고가 장비, 그것도 연료 문제로 한번에 2시간 밖에 기동할 수 없다는 헬리콥터를 예능 프로그램에 끌어들여 촬영한 화면이었을 겁니다. 아마도 올 연말 '1박2일'의 1년을 결산하는 프로그램이 나간다면 그때에도 반드시 이 화면은 빠지지 않고 등장할 듯 합니다.

하지만 이날 방송을 지켜본 사람들의 마음에 남은 70분의 주인공은 이수근과 청개구리 한마리라고 해야 할 듯 합니다. 몸 개그와 온갖 책략, 속고 속이는 기술로 재미를 주다가도 한껏 자연스럽게 시골 풍경 속으로 젖어들 수 있다는 게 바로 이 프로그램의 경쟁력이고, 더 나아가 흔히 말하는 '공영 방송'의 가치를 보여주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P.S. '어린이들이 모방할 우려가 있다'는 바로 이 장면으로 경고조치를 받게 한 이수근은 이로써 면피(?)를 한 셈이라고 봐도 좋을 듯 합니다. 사실 이런 상황에서 차가 움직인다면 정말 끔찍한 사고가 나겠죠.

P.S. 2. 혹시 어제 방송에 나온 청개구리 장면의 캡처 샷을 갖고 있는 분은 fivecard@naver.com 으로 보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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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net의 '슈퍼스타 K'는 날이 갈수록 한국 방송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케이블 TV 프로그램 한편이 8%대의 시청률을 기록한다는 건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일이었죠. 특히 27일 밤 방송분은 순간 시청률이 10%를 넘었습니다.

지상파 프로그램 가운데서도 8%에 미치지 못하는 프로그램 천지입니다. 케이블 TV에서는 아직도 시청률 1%면 '대박'으로 칩니다. 물론 최홍만이 나오는 K1 처럼 일시적으로 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경우가 있긴 하지만, 한국 방송사가 기획한 프로그램이 이런 시청률을 매회 보이고 있는 건 지금까지의 경우를 돌이켜 볼 때 기적이라고 평가할 만 합니다. 물론 그냥 기적이라기보단 지난 10여년간의 꾸준한 투자와 노력이 이제 결실을 맺는 거라고 봐야 할 겁니다.



이런 역사적인 프로그램이고, 칭찬할 일 투성이인 프로그램이지만 2년째를 맞은 '슈퍼스타 K'에는 약간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부분도 있습니다(이미 칭찬은 온 사방에서 받고 있는 만큼, 이번 포스팅에서는 약간의 쓴소리를 하고자 합니다). 처음으로 이런 대형 서바이벌 게임이 시작된 작년이라면 다소간 문제점이 보이는게 지극히 당연하다고 하겠지만, 지난해에 문제로 지적됐던 부분이 올해에도 그대로 답습되는 것은 좀 문제라고 봅니다.

가장 묻고 싶은 것은, 결선에 진출하는 데 심각한 문제가 있거나 아예 파이널 10 선발이 안 될 후보자들을 굳이 출연시키고, 예선을 통과시키는 이유가 무엇인가 하는 것입니다. 40대 이상의 출연자들이나 10세 이하의 어린이, 그리고 연주자가 포함된 그룹의 선발은 아무래도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이 사람들이 재능이 없는데 무리하게 뽑았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오히려 이 분들은 그저 대회 초반의 '화제용'으로 그냥 소비되고 마는 것이 아니냐는, 대회의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27일 방송은 각 지역 예선을 통과한 150여명을 50명으로 줄이고, 이 50명을 5명씩 10개 조로 나눠 그룹 미션(중창)을 치르게 하는 데까지를 다뤘습니다. 그 150명에는 상당수의 '특이한' 후보들이 선발됐습니다. 40세 이상의 참가자들이 여럿 눈에 띄었고, 7세의 막내를 포함한 엄마와 세 남매 팀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두 명 이상이 팀을 이룬 여러 멤버들도 있었습니다.

일단 40세 이상의 참가자 가운데서는 단 한명도 살아남아 50명에 들지 못했습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슈퍼스타 K'가 글자 그대로 미래의 슈퍼스타가 될 인재를 뽑는 프로그램이라고 치면, 40대 이상이 최종 1위로 선발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겠죠.



물론 40대 이상 참가자를 처음부터 막지 않은 이유도 알 듯 합니다. 아마도 폴 포츠라든가 수잔 보일 같은, 예기치 못한 보석 같은 참가자를 발견할 수도 있지 않느냐는 것이겠죠. 하지만 이건 어찌 보면 좀 과욕입니다.

폴 포츠나 수잔 보일, 그리고 미성의 소년 섀힌 자파골리처럼 나이가 많거나 혹은 나이가 너무 어린 참가자들이 뽑혀 화제가 된 것은, 영국의 '브리튼스 갓 탤런트'라는 프로그램입니다. '슈퍼스타 K'가 모델로 삼고 있는 미국의 '아메리칸 아이돌'이 아니라는 겁니다.



그게 그거 아니냐고 생각하실 수 있겠지만 이 두 프로그램은 출발점이 완전히 다릅니다. '브리튼스 갓 탤런트'는 글자 그대로 전 국민 장기자랑 프로그램이고, 여기서 뽑힌 팀은 여왕의 생일날 펼쳐지는 버라이어티 쇼에 출연하는 것이 '유일한 혜택'입니다. 그러니까 이 프로그램에서 사람을 뽑는 과정은 '가수로서의 성공 가능성' 같은 것과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심지어 장르도 노래 하나만이 아니라 연기와 춤 등 '장기'라고 할 수 있는건 모두 포함됩니다. 합숙이나 그룹 미션 같은 것도 없죠.

반면 '아메리칸 아이돌'은 철저하게 '미래의 아이돌 스타'를 발굴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지역 예선의 콘텐트화, 가혹한 팀 미션, 주제에 따라 적응력을 보는 주제별 미션 등 '슈퍼스타 K'의 뼈대는 모두 '아메리칸 아이돌'을 그대로 따르고 있습니다. 탑 10 정도에 드는 최종 후보들은 합숙으로 단련시키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의 '슈퍼스타 K'에서 40세 이상의 참가자나, 7세의 어린이를 뽑은 것은 '아메리칸 아이돌'의 시스템에 '브리튼스 갓 탤런트'의 요소를 너무 무리하게 끼워 넣은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런 무리는 7세의 강화란 어린이에게서 금세 드러났습니다. 물론 강화란 어린이의 노래 솜씨는 기가 막혔고, 박진영 심사위원의 말대로 마이클 잭슨이나 재닛 잭슨 처럼 어린 나이에 두각을 보인 엔터테이너들이 있지만 그들이 이런 단기간의 서바이벌 게임을 통해 뽑힌 것은 아니죠.

7세 어린이를 5명씩 10팀이 치르는 그룹 미션에 끼워넣은 건 아무래도 무리였습니다. 그룹 예선까지 15시간이라고 초침이 돌아가는 상황에서, 7세짜리 어린이와 함께 연습을 해야 하는 팀은 애가 탈 수밖에 없습니다.

처음 소속됐던 팀에서 강화란 어린이를 트레이드 시장에 내보낸 것도 가혹해 보이기는 하지만, 나머지 팀원들에게는 글자 그대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어찌 보면 그 팀원들이 그런 선택을 강요당한 셈이죠.

두번째 팀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새로 노래 맞출 시간도 부족한 상황이라 다들 잠 잘 시간을 줄여 가며 연습을 하고 있는데, 일곱살 어린이에게는 역시 잠이 우선이었을 겁니다. 구체적으로 시간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아마 다섯시간 이상 잔 팀은 없을 겁니다. 그걸 생각하면 일곱살 짜리를 데리고 있는 팀은 아동학대를 감행하거나, 아니면 단체 탈락을 무릅쓰고 어린이에게 적정 수면시간을 제공해야 할 상황이었던 겁니다.

결국 시간이 늦자 강화란 어린이는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먼저 자러 가야 하는 상황이 됩니다. 하지만 연습의 완성도를 높여야 하는 나머지 멤버들에겐 참 안타까운 일일 수밖에 없습니다.




한마디로 대회의 진행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일곱살 어린이를 '어른들의 경쟁'에 포함시킨 제작진이 무성의했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어린이를 방출시킨 첫번째 팀원들이 비난을 받기도 하지만, 이 대회를 평생의 기회로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그런 선택을 강요한 것 역시 제작진이 방조한 상황일 뿐입니다.




아울러 그룹으로 출전한 사람들을 찢어 놓는 그룹 미션을 생각하면, 사실 그룹 참가자는 아예 예선에서 뽑지 말았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다양한 참가자가 나오는 것이 방송상 '볼거리'에서는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 다음의 그룹 미션 상황을 생각하면 이건 아무래도 무리입니다.

예를 들어 5명이 한 팀인 타란툴라는 전원이 노래하는 그룹이 아니라 보컬과 연주가 구분되는 팀입니다. 이 팀원들도 하나씩 쪼개져서 그룹 미션에 출전하게 됐습니다. 한 팀의 멤버가 같이 들어갈 수 없다는 게 그룹 미션의 규칙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5명씩 10팀이 출전하는 그룹 미션에서 최종 선발자는 10명. 한 팀에서 1명꼴로 선발되는 셈입니다. 그렇다면 상식적으로, 연주자의 기여가 얼마나 높을지는 모르지만 한 팀의 5명 중에서 드럼이나 기타 연주자가 뽑힌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얘기죠. 

'슈퍼스타 K' 제작진은 한 대회에서 밴드, 중창단, 래퍼, 댄서, 보컬을 모두 보여주고 싶을 지 모르겠지만, 이건 참가자들에게는 대단히 불공평한 대회입니다. 위에서도 말했듯 '슈퍼스타 K'가 모델로 삼고 있는 '아메리칸 아이돌'은 철저하게 '프로 무대에서 성공할 수 있는 솔로 가수'를 선발하는 데 조준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 1차 대회를 통해 대회의 성격은 이미 공개되어 있는데 그런 불리한 조건을 알면서도 출전하는 팀들은 그런 조건을 감수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참가자들도 그렇게 생각할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내년에도 '슈퍼스타 K'가 계속될 것이 분명한 이상, 다음번에는 좀 더 세심하고 정교한 경쟁이 이뤄지길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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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MBC TV '글로리아'는 큰 기대작은 아니었습니다. 주말드라마에서 계속 재미를 보지 못한 MBC가 뭔가 색다른 시도를 한다는 정도의 생각이었고, 주말드라마의 막장화에 재미들린 KBS는 유부남을 유혹하는 섹시한 독신녀의 아슬아슬한 플레이로 승부를 건 '결혼해주세요'로 시청률에 박차를 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뚜껑을 열고 보니 '글로리아'는 신선하면서도 짭조름한 재미로 눈길을 끌기 시작했고, 이제 시청률 두자리를 넘어서기 직전에 와 있습니다. 재벌 세컨드의 아들, 재벌 세컨드의 딸, 구질구질한 달동네, 욕쟁이 할머니, 소위 말하는 루저들의 행진입니다. 그런데 문득 두 편의 드라마가 생각납니다. 바로 MBC의 전설적인 히트작 '서울의 달'과 KBS의 히트작 '파랑새는 있다'입니다.


김운경 작가의 전성기를 대표하는 두 편의 드라마는 모두 찌질하기 짝이 없는 서민 군상들의 정말 하찮은 고민과 생활고를 그려내며, 그 속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치던 사람들의 모습을 그려내 호평받았습니다. 그 직후에는 이 분위기에 편승한 모방작들이 여러 편 등장했지만, 한동안 이런 배경의 드라마는 보기 힘들었죠.

'글로리아'는 거기에다 삼류 나이트클럽이라는 배경까지 보탰습니다. 배경을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잠시만 설명.

김밥장사에서 신문배달까지 생계를 위해 안 하는게 없는 억척녀 진진(배두나)는 달동네에서 언니 진주(오현경)와 함께 힘겹게 살아갑니다. 진주는 한때 신인상을 싹쓸이하던 유망한 가수였지만 사고로 인해 다섯살 지능을 가진 장애인이 됩니다.

이들 주변에 진진의 소꼽친구인 동아(이천희), 동아의 조카 어진(천보근), 포장마차를 운영하는 억척 할머니(김영옥)이 포진해 있고 저 바깥 세상에는 재벌가의 서자인 강석(서지석)과 재벌가의 서녀 윤서(소이현), 강석의 생모이자 왕년의 인기 가수였던 정난(나영희) 등이 이들을 지켜봅니다. 이들을 엮어주는 틀이 바로 나이트클럽이죠. 진진과 진주의 삶의 터전인 나이트클럽 무대에 정난이 서게 되면서 두 세계가 어우러집니다.


물론 '글로리아'는 태생적으로 판타지일수밖에 없습니다. 아무런 전제나 과정 없이 어느날 우연히 무대에 선 진주가 글로리아라는 이름의 나이트클럽 가수가 되고, 정난과 함께 무대에 서서 노래를 하고, 아마도 드라마 뒷부분에는 뭔가 진짜 가수가 될듯한 모습을 보인다는 것 자체가 현실에는 별 가능성이 없는 일이 되겠죠. 뭐 더 따지면 윤서와 동아, 강석과 진진의 관계 역시 꿈같은 이야기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지만 그런 동화같은 이야기라고는 해도 그를 통해 비쳐지는 세상이 진짜라는 건 '글로리아'의 큰 매력입니다. 가난하고 희망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해서 반드시 어둡게만 그려질 필요는 없겠죠. 그러기 위한 주변 인물들의 구성이며 주고 받는 대사의 걸찍한 맛에서 '글로리아'는 대단히 매력적인 드라마입니다. 그리고, 그 매력의 한복판에는 배두나라는 배우가 있습니다.



일찌감치 연예계에 뛰어들어 다양한 활동을 했지만, 배두나의 '배두나스러움'은 어디에 갖다 놓아도 튀는 느낌입니다. 앞으로도 수십년 더 연기 활동을 하겠지만, 이미 배두나라는 배우는 절대 악역이나 사려깊은 배신자 역할, 혹은 재벌가의 상속녀 같은 역할은 맡기 힘들 듯 합니다. 그 개성이 너무나 확연하게 관객이나 시청자들에게 박혀 있기 때문입니다. 굳이 표현하자면 '루저의 여신' 정도라고나 할까요.

잘 나가고 똑똑한 사람보다는 뭔가 세상에 잘 적응하지도 못하고, 부모나 가족으로부터도 항상 최우선의 자리는 공부 잘하고 싹싹한 언니나 동생에게 양보한 듯한 인물. 자기 혼자 잘 되기 보다는 가족이나 친구가 잘 되는 길을 택하지만 그 보상은 충분히 받지 못하는 인물을 연기할 때 배두나의 가치는 독보적입니다. 그리고 그런 인물들에게 감정이입을 느끼는 관객들이 항상 존재해왔고, 그 관객들이 배두나의 튼튼한 버팀목이 되어 온 것도 사실입니다.




최근작 드라마 '공부의 신'에서도 배두나는 세상의 약삭빠른 이치와는 좀 거리가 있는, 정의감 넘치는 영어선생님 역을 맡았습니다. 이 작품 뿐만이 아니죠. 배두나에게 주어지는 역할은 대개 올곧게 살아가려 하지만 아무래도 영악하지는 못하고, 다소 어리바리해 보이는 인물입니다. 사물을 보는 데에도 뭔가 독특한 자기만의 시각을 갖고 있고, 현실적인 이익을 위해 그런 입장에서 물러서려 하지 않는 인물이죠. 

'플란다스의 개'며 '고양이를 부탁해'(위 사진입니다) '복수는 나의 것', '청춘'이며 '괴물' 등 배두나의 필모그래피들을 생각해보시면 이런 특징은 쉽게 추려집니다. 드라마에서도 메가 히트작으로 꼽히는 작품은 없지만 '학교' 이후 배두나가 연기한 캐릭터들은 어쨌든 '흔히 드라마에 나오는' 인물들과는 좀 달랐습니다.



말하자면 최근 들어 마이너리티(인종적인 의미는 아니지만) 역할로 각광받고 있는 일본 배우 우에노 주리의 선배라고 해야 할까요. 어쨌든 배두나는 감히 '루저의 여신'이라고 불러도 좋을 포스를 갖췄습니다.

어찌 보면 배두나는 극중의 배두나와 현실의 배두나를 보는 사람들이 혼동할 정도의 독특한 개성을 차지했습니다. 약간 높은 목소리와 논리보다는 어지러운 말싸움으로 상대를 제압하려는 캐릭터죠. 머리가 아주 좋지는 않지만 사람들과의 의리를 무엇보다 중시하는 인물로 등장하는 경우가 대의 대부분입니다. 물론 이건 100가지 변신을 시도하는 연기파 배우들에게는 미덕이 아닐 수도 있겠지만 팬들의 입장에서는 훌륭한 장점일 수도 있죠. 좋아하는 스타에게서 기대하는 모습을 늘 볼수 있으니까요.



미니시리즈라면 이야기가 한창 중반이겠지만 50부작인 '글로리아'는 이제 시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야기의 설정상 이 주인공들이 가야 할 길은 아직도 한참 가시밭길일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로리아'의 독특한 매력은 최근 주말 드라마의 트렌드로 자리잡은 듯한 불륜 가족 드라마보다 훨씬 가치 있는 걸로 느껴집니다.


P.S. '글로리아'에 대한 최근 기사 중에 폭소를 자아낼만한 부분을 발견했습니다. 이 드라마에서 배두나가 부르는 노래 '글로리아'가 아바의 '마마 미아'를 편곡한 거라는 주장입니다. 무슨 생각으로 겁도 없이 이런 주장을 하나 잠시 아연했습니다.

많은 가수들이 불렀지만 아무래도 '글로리아'는 로라 브래니건이죠. 공연장 천장을 뚫어 버릴 듯한 폭발적인 가창력은 지금도 필적할 가수가 그리 쉽게 떠오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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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극장에 가서 표값을 볼 때마다 뭔가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든 적도 있었습니다. 외국에서는 그렇지 않은 경우를 꽤 흔히 볼 수 있지만, 우리나라에선 일단 극장에 걸리면 모두 같은 값입니다. 1억달러를 들여 찍은 영화건, 1억원을 들여 찍은 영화건 관객은 똑같은 돈을 내고 보게 됩니다. 

이런 환경을 접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선 싼 영화건 비싼 영화건 똑같은 가격이 매겨진다면 비싼 영화 쪽이 손해일 거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보통 영화가 8000원 받을 때, 대작 영화는 한 10000원이나 12000원 정도 받아서 더 빨리 자본 회수를 할 수 있어야 할 것 같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실제론, 이런 시스템은 작은 영화 쪽에 훨씬 더 손해입니다.



티켓 가격이 고정되어 있다면, 관객의 입장에선 기왕이면 좀 더 제작비가 많이 들어간 영화를 봐야 '본전을 찾는다'고 생각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내용은 실망스럽더라도 대규모 전투신이나 유명 스타의 소문난 베드신, 엄청난 CG등 '볼거리'라도 건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게 인지상정이죠. 물론 영화를 보면 볼수록, 제작비와 만족도는 결코 비례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지만 말입니다.

'죽이고 싶은'은 누가 봐도 단촐한 영화입니다. 주인공은 단 두명. 전체 출연진을 다 합해 봐야 열명 남짓입니다. 배경도 처음부터 끝까지 한두신을 제외하면 병원 주변을 벗어나지 않습니다. 이런 얘기입니다.



온 몸에 마비가 진행중인 환자 김민호(천호진)는 옆자리에 새로 온 환자 박상업(유해진)을 보고 평생 잊지 못하던 원수라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하지만 뇌손상인 박상업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고, 김민호는 원수가 옆에 있건만 일어서서 박상업의 옆까지 걸어갈 수도 없는 상태입니다. 그리고 박상업이 조금씩 기억을 회복해 가면서, 상황은 또다시 일변합니다.

누가 가해자인지를 가리는 게임이 처음부터 끝까지 펼쳐지기 때문에 흔히 이 영화는 스릴러로 분류되지만, 엄밀히 말하면 액션 스릴러라고 해야 할 듯 합니다. 두 주인공이 모두 침대에 누워 있지만 이 영화를 끌고 가는 것은 아무래도 액션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많은 사람들에게 '대체 어떻게 액션이 가능하다는 거냐?'는 질문이 떠오르겠지만, 이 영화를 보시면 그런 상황에서도 충분히 액션이 펼쳐질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되실 겁니다.



워낙 등장인물이 적고 배경이 한정되어 있는 만큼, 영화는 상당히 연극적인 요소가 강합니다. 무대극이었다면 좀 더 효과적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굳이 영화 중에서 비교하자면 마이클 케인과 주드 로가 열연했던 영화 '추적(Sleuth)' 정도일까요. 두 남자의 치열한 싸움이라는 면에서는 비슷하지만, 수트를 입고 우아하게 싸우는 '추적'과는 달리 '죽이고 싶은'의 두 남자는 환자복 차림으로 아주 추하게 진흙탕 싸움을 벌입니다.

거기서 어떻게 싸움이 가능하냐는 대목에서 연출진의 아이디어가 빛납니다. 일단 방 안에서 사용할 수 있는 건 다 사용한다고 봐도 좋습니다. 특공대원이나 무술 대가를 설명할 때 흔히 '온 몸이 무기'라고 하지만 이 영화의 두 배우에겐 '잡히는게 다 무기' 입니다. 여기서 웃음과 함께 비애가 느껴집니다.

(사실 이 영화의 액션 진을 보다 보면 영화 전체가 악몽에 대한 은유가 아닐까 생각될 때도 있었습니다. 악몽 속에선 있는 힘을 다해 적을 공격하려 해도 몸이 말을 듣지 않죠. 등장인물들의 상태가 바로 그렇습니다. 투지만 있고 몸이 따라주지 않는 상태, 그야말로 악몽인 셈이죠.^^)




다른 모든 사람들이 야구 한국시리즈에 정신이 팔려 있을 때에도 두 남자는 목숨을 건 대결을 펼칩니다. 지금도 어딘가에선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예시라고 하면 간단할 듯 합니다.

구성을 보면 다른 어떤 영화보다 배우의 몫이 클 것은 당연지사. 그리고 두 배우는 자기 몫을 톡톡히 합니다. 천호진은 마초적인 외양에 비해 부드러운 목소리를 가진 배우로 꼽힙니다. 그래서 '악마를 보았다'의 형사반장 같은 역에는 미스캐스팅의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뭐 경찰의 무기력함을 상징하는 설정이라면 그럴 수도 있을 듯^^). 반면 '죽이고 싶은'에서는, 과거는 알수 없지만 어쩐지 연민을 자아내는 초로의 환자 역할에 매우 어울립니다.



물론 영화의 활력은 대부분 유해진에게서 나옵니다. 아마도 상당 부분 애들립일듯한 유해진의 코미디는 자칫 무겁게 느껴질 수도 있는 영화에 적절한 조미료로 작용합니다. 그러면서도, 희극적인 얼굴에서 순간 범죄자의 얼굴로 바뀌는 표정 연기는 이미 이 배우가 어느 정도 경지를 넘어 섰다는 걸 느끼게 합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저는 이 영화 관계자와 잘 아는 사입니다.^ 그래서 이 영화의 제작 과정을 상당히 초기부터 지켜 봤고, 영화 속에 등장하는 롯데 자이언츠적인 요소(^^)가 정점 강화되어 가는 과정을 보기도 했습니다(충분히 아실 수 있겠지만 감독이 부산 출신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마지막 반전의 요소가 조금 더 불명확했던 상태가 더 좋았다는 생각도 들지만, 현재 극장에 개봉되어 있는 영화는 그런 '다른 해석'의 여지가 없이 말끔하게 의혹을 해소해 줍니다. 분명히 출연하긴 하되, 마지막까지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 한 배우는 대체 출연료를 얼마나 받았을지, 저도 궁금합니다.^^

아무튼 완성된 영화를 보고 나왔을 때 대략 합의가 이뤄진 내용이 있습니다. '관건은 극장에까지 관객을 데려오는 거다. 설정과 규모를 보고 이 영화를 보겠다는 마음을 먹게 하는 건 쉽지 않겠지만, 일단 보고 나면 괜히 봤다는 생각은 들지 않을 거다'라는 겁니다. 이런 의견에는 대다수가 동의하더군요. 그렇습니다. 화려한 캐스팅과 물량으로 관객을 유혹한 뒤 막상 보고 나면 '이 뭥미?'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영화와는 정 반대 방향에 있다고 할 수 있죠.

이 영화는 조원희/김상화 감독의 데뷔작입니다. 아무쪼록 이 두 사람이 이번 영화로 재능을 인정받아 좀 더 큰 예산의 영화를 만들어 선보일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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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1박2일'에서 MC몽이 희한한 개인기를 과시했습니다. 바로 '팔꿈치를 혀로 핥기'입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시도해 보셨을 겁니다만, '인간의 신체 구조상 절대 안 된다'는 결론을 내린 종목일 겁니다. 어쨌든 MC몽이 이게 되는 바람에 게임 종목을 조절해야 하는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죠.

하지만 상해 서커스의 중국인 소녀들을 보면 세상에 사람이 해서 안 되는 일은 없다는 걸 알게 되듯, 전 세계를 뒤져 보면 자기 혀로 팔꿈치를 핥을 수 있는 사람은 꽤 많은 모양입니다. 어디서는 전 인구의 2%라고도 하고, 어디서는 10만명에 한명 꼴이라도 하는데, 2%라면 50명에 한명 꼴이니 그리 드물다고 할 수 없는 숫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중요한 건 : 제시카 알바는 안 되더라는 겁니다.^




이 과제가 얼마나 유명했는지 할리우드 톱스타 제시카 알바도 여기에 도전했습니다. 결과는 직접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모든 걸 다 갖춘 여자에게도 안되는 게 있다는 걸 직접 보여주려 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 과업에 도전하는 데에는 남녀노소가 없습니다. 그런데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 여자들이 압도적으로 많은 듯 합니다. 역시 이게 가능한 데에는 혀의 길이 못잖게 유연성이 중요하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사실 혀로 팔꿈치 핥기보다 더 단순하면서 더 힘든 것도 있습니다. 바로 혀로 코 핥기입니다. 금세 확인해 보실 수 있지만, 이거야말로 진정한 불가능의 영역입니다. 물론 되는 사람이 있으니 얘깃거리가 됩니다. 이건 어린이들의 성공 가능성이 높은 듯 합니다.

 

물론 유연성을 무시하고 막무가내로 긴 혀로는 불가능한게 없습니다. 혀, 팔꿈치는 기본이고 눈까지도 핥을 수 있는 무서운 혀... 거의 코끼리 코 수준입니다.


 



신체 개인기를 따지면 손가락을 빼놓을 수 없죠. 마구 휘는 손가락입니다.

 
 


유전에 대해서 배울 때 이게 대표적인 열성 유전이라고 배운 것 같은데(사실은 구부릴 수 있는게 우성, 못 구부리는게 열성이랍니다;; 그러고 보니 저도 한번은 구부릴 수 있군요.^^)... 혀를 마음대로 구부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분은 그런 분들 중 최상위급. 혓바닥으로 파도를 만듭니다. 


 


마지막은 살짝 징그럽습니다. 식사 앞두고 있는 분들은 안 보시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왕년에 이경규씨가 보여주던 안구돌출 코미디의 리얼 버전입니다. (그런데 이건 정말... 특수효과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차라리 특수효과라면 덜 징그러울 듯 합니다.)






아무튼 결론은 세상은 넓고 능력자는 많더라는 것.

여러분도 혹시 이런 특수 능력을 갖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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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TV '무한도전'이 '프로레슬링을 모독했다'는 주장이 일파만파로 퍼져 반박과 재반박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미디어, 특히 저질 미디어 시장이 가장 좋아하는, '어쨌든 논란이 확산' 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죠.

물론 이 사태를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사람이 잘잘못을 판정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닌 듯 합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과 관련된 당사자들의 말, 특히 처음 문제를 제기한 윤강철 선수의 말과 김태호 PD의 해명을 읽다 보니 사건의 실체가 잡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내린 결론입니다. 이번 사건의 주범은 '한국 프로레슬링의 가난'이었고, 거기에 대한 몰이해가 논란과 감정 대결을 낳은 것이더군요. 물론 이건 저의 판단입니다. 거기에 동의하실지는 아래 내용을 읽어 보시고 판단하시기 바랍니다.


우선 읽어보시는게 좋겠습니다. 윤강철 선수의 '자술서'입니다.

http://tvzonebbs.media.daum.net/griffin/do/talk/program/challenge/read?articleId=10917&bbsId=178_a

그 다음은 여기에 대한 김태호 PD의 해명입니다.

http://blog.daum.net/teoinmbc/2

대강만 봐도 상당한 입장 차이가 느껴집니다.


1. 출연료 문제

윤강철 선수 측의 문제제기에 따르면 "출연료에 대해 처음부터 얘기가 없었고, 방송 출연(지난 2월) 이후 2개월이 넘어서야 돈이 지급됐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부분은,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아다시피 방송은 대개 출연 즉시 출연료를 주는 것이 아니라 상당 기간이 소요된 뒤에 돈을 준다는 것으로 윤강철 선수 측도 납득한 듯 합니다.

솔직히 제가 처음 놀란 부분은 그 돈의 액수입니다. 자술서 등으로 봐선 인당 20만원, 그리고 김태호 PD의 해명을 보면 30만원인 듯 합니다. 대략 내용을 보면 나간 돈은 60만원인데 '무한도전' 측은 이게 2명분, 윤선수 측은 3인분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어쨌든 20-30만원 정도입니다.

자, 제가 아는 방송계 상식으로 얘기해보면 이렇습니다. 출연료를 포함한 출연 조건은 일단 출연자 자신이 정하는 겁니다. 정해진 건 없습니다. 양쪽 중 어느 한 쪽이 먼저 적절하다고 생각되는 금액을 제시하고, 거기에 대해 조정이 이뤄지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지금 나온 이 액수는 현재 방송에 나오는 모든 사람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의 금액입니다.

그런데 윤강철 선수의 자술서?를 보면 이 돈의 가치에 대해 윤선수는 그리 적은 돈이라고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게 드러납니다.


네. 윤선수는 30-40만원의 출연료가 '꽤 큰 돈'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심지어 챔피언이라는 선수가 말입니다. 이 대목이 참 가슴아픕니다. 그러니까 1박2일로 강화도까지 가서 촬영을 하고 받은 돈이 1인당 20만원이라 해도 '요즘 힘든'  윤선수나 동료들의 입장에선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돈이었던 겁니다.

이 대목이 매우 중요합니다. 김태호 PD의 해명을 봐도 '아니 대체 MBC가 그만한 돈을 떼어먹기라도 한단 말인가'라는 한탄이 읽힙니다. 그리고 윤선수에게 악플을 단 많은 사람들도 '무슨 그만한 돈을 가지고 수십번씩 독촉 전화를 했다고 하느냐', '찌질하다' 는 식의 반응이 적지 않았습니다. 그렇습니다. 이번 사건 밑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가난'과 '그런 가난에 대한 오해'가 있었던 겁니다. 자, 한번 양쪽 입장에서 재구성해 보겠습니다.

'무한도전' 작가의 입장입니다. 위로부터 '프로레슬링 선수 2명을 섭외하라'는 명령을 받은 작가는 섭외에 나섭니다. 협회 쪽에서 문의가 왔을 때 작가는 일단 자신이 제시할 수 있는 '최저선', 즉 '1인당 30-40만원 정도'라고 얘기합니다.

'방송계 상식'을 들자면 섭외가 이뤄져 출연에 동의하기 전에 출연료에 대한 부분은 구두로라도 확실하게 매듭지어지는게 보통입니다. 만약 이 과정에서 확실하게 얘기가 없었다면, 그건 섭외하는 측에서 제시한 최소선에 동의한다는 뜻이거나, 아니면 '나는 방송 출연 자체에 의미를 두고 있으므로 출연료에는 관심이 없다'는 뜻으로 여겨집니다.

불행히도 제작진, 특히 작가는 후자 쪽으로 생각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적어도 프로 레슬링 선수'라면 그 출연료가 '20만원이냐 30만원이냐 50만원이냐에 크게 연연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고, '출연료가 그날 지급되느냐 몇달 있다 지급되느냐' 역시 큰 문제가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그런데 당장 윤선수에게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는 겁니다. 정황을 보면 윤선수는 정말로 MBC가 '출연료를 떼어 먹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이런 상대에 대한 몰이해가 바로 비극의 씨앗이었던 겁니다.


2. 이동 수단 - 촬영장 푸대접

정황을 보면 여기서도 몰이해가 큰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윤 선수 측의 요구는 아주 소박했던 셈입니다. '몇명 정도 같이 타고 가도 되겠느냐'는 요구를 하고 그걸 거절당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김태호 PD는 "우리가 한번 녹화때마다 쓰는 운송비가 얼만데, 그 세명 태울 차 마련하는게 무슨 문제였겠느냐"고 답답해 합니다.

여기서도 엄청난 시각차가 존재한다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윤선수 입장에선, "출연료도 따로 받으면서, 녹화장소까지 태워다 달라는 것"은 대단히 염치 없는 요구인 겁니다. 그래서 강하게 주장하지도 못했을 것이고, 작가가 한번쯤 "아, 꼭 필요한 사항인가요?" 정도로 물을 때 아마 "아녜요, 힘들면 그냥 저희끼리 갈게요"라는 정도로 넘어갔을 것 같습니다.

김태호 PD의 말은 거짓말이 아닙니다. 만약 제작진이, 이날 오는 레슬러들이 자기 차를 몰고 현장에 올 정도의 상황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면, 차량 한대 정도 배정하는 건 정말 일도 아닙니다. 하지만 담당 작가는 아마도, '프로 레슬러나 되는 사람이면', 그리고 위에서 얘기했듯 '출연료에도 크게 관심 없는 사람'이라면, 그런 사람을 위해 따로 운송 수단을 걱정하는 건 쓸데없는 관심이라고 생각했을듯 합니다.

다시 말해 제3자 입장에서 보면, 윤선수 측이 그냥 드러내놓고 '우리 차가 없으니 현장까지 이동할 수단을 마련해 줬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면 '무한도전' 측에선 별 생각 없이 '네. 그럼 **시까지 여의도로 오세요'라고 했을 상황인 겁니다. 하지만 서로의 입장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양쪽이 이런 비극을 낳은 겁니다.

촬영장에서의 '푸대접'에 대한 주장 역시 양쪽의 몰이해가 크게 작용하는 부분입니다. 방송 녹화장에서 미리 정해 둔 시간은 큰 의미가 없죠. 밤 10시로 예정됐던 촬영이 새벽 3시로 밀리는 건 늘 있는 일입니다. 녹화가 지연되고 있다고 친절하게 30분 단위로 알려주는 사람이 있을리 없습니다. 당연히 방송에 익숙지 않은 출연자는 푸대접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녹화가 끝난 뒤의 상황. 처음에 타고 온 차가 없으니 타고 갈 차가 없을 것은 당연한 일이고, 그 상황에서 윤선수가 '서울까지 갈 수단'을 묻고, 작가가 없다고 대답하자 윤선수 측은 '그럼 이 펜션에서 자고 가겠다'고 합니다.

이걸 작가 측은 "그분들이 자고 가는게 낫겠다고 해서 그런 것"이라고 보고합니다. 이 보고한 작가는 설마 '프로레슬러들이', 그 먼 현장까지 '버스를 갈아타고 왔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고, 그 자고 간다는 것이 '지금(심야)은 대중교통수단이 없으니, 아침에 일어나서 가겠다'는 뜻이라고는 역시 상상하지 못했을 겁니다.

양쪽의 입장을 읽어 보면 이런 겹겹이 쌓인 오해를 읽을 수 있습니다.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3. 프로레슬링 모독?

레슬러들이나 협회나, '무한도전'으로부터 출연 제의가 왔을 때 당연히 '실추된 프로레슬링의 인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을 겁니다. 하지만 불행히도, 그건 '무한도전' 팀의 관심사가 아니었습니다.

이 대목에 대해선 충분히 많은 분들의 생각이 오갔을 겁니다. 협회와 레슬러들은 당연히 방송에 협회의 입장이 충분히 반영되기를 바랐고, '무한도전' 팀은 '그건 처음부터 아니었다'고 말합니다. 이 부분에도 양쪽의 잘잘못은 없습니다. 양쪽 모두 '자기 생각'을 한 것 뿐입니다. 그 '자기 생각'이 상대방에 어떻게 받아들여졌을지에는 서로 관심이 없었을 뿐인 겁니다.

김태호 PD의 말들입니다.




다만 나중에는 '무한도전'이 그냥 떠맡기에는 너무 행사의 규모가 커졌고, 그 정도의 규모가 되는 행사를 해당 종목 협회와 상의 없이 했다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을 듯 합니다. 장충체육관에서 관객을 모아 놓고 하는 행사는, 그동안 매주 하는 예능 프로그램에 여러 차례 등장했던 프로 레슬러의 출연과는 성격이 다르죠.

또 '무한도전' 측은 봅슬레이나 댄스스포츠 때 '협회'와 '협회가 인정한 전문가'들의 역할이 필요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번에도 협회 측은 '프로레슬링은 그런 역할 없이도 방송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냐'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겠죠.
 
이것이 바로 한쪽에선 '모독'이고, 다른 한 쪽에선 '모독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이유일 겁니다. 다만 이건 모두 '무한도전'이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일은 아닙니다. 김태호 PD도 말했듯 '서운할 수는 있지만 요구할 수는 없는 일'이라는 게 맞습니다.




아무래도 너무 힘있고 잘 나가는 한 쪽과 너무 가난하고 힘 없는 다른 쪽이 만났다는 것에 모든 불행의 씨앗이 있었던 듯 합니다. 심지어 그 '다른 쪽'은 자신들이 아예 그 대화의 상대로 인정조차 받지 못했다는 것이 서운하고 약오르는 상황인 것이죠. 협회나 윤선수는 이번 사건이 '프로레슬링계와 무한도전'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반면 '무한도전'은 어디까지나 '윤선수와 무한도전 사이의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전제했듯 이번 사건은 어느 한쪽도 잘못이 없습니다. 양쪽 모두 '자기의 상식'과 '자기의 판단'에 따라 행동했는데 결과에는 모두 불만이 있는 것이죠. 안타까운 건 양쪽의 '상식' 사이에 그렇게 먼 거리가 있는데, 그 엄청나게 다른 상식의 차이를 극복하려는 노력은 아무도 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물론 여기저기서 늘 일어나고 있는 일이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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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여러 차례에 걸쳐 제가 차가운 음식, 특히 얼음을 이용한 음식에 푹 빠져 있다는 걸 강조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초콜릿으로도 빙수를 만드는 곳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지인으로부터 초대를 받았는데 안 갈 이유가 없겠죠?

찾아간 곳은 한 초콜릿 공방. 물론 빙수 전문점은 아니고, 초콜릿으로 만든 온갖 것들을 파는 카페와 초콜릿 가공법을 배우는 공방을 겸한 곳이었습니다. 이름은 에이미 초코(Amy Choco). 일단 그 초콜릿 빙수는 이렇게 생겼습니다.



일단 위치는 가로수길 근처...라고 외에는 설명하기 좀 힘듭니다. 가로수길과 신사역 사이의 골목 안 어디쯤입니다.


밖에서 보면 이렇게 생겼습니다.

내부는


뭐 흔히 있는 카페 분위기.



자세히 보면 벽장 쪽에 초콜릿 모양을 한 장난감들이 전시돼 있습니다.



이쪽은 공방. 주말을 이용해 초콜릿 가공법을 배우려는 분들이 한창 수업중이었습니다. 몰아서 배우는 집중 수업이라 하루에 6시간 수업이라고 합니다.

뭐 초콜릿은 좋지만 6시간 동안 서서 초콜릿 달이는 냄새를 맡으면 초콜릿이 싫어지지나 않을까 하는 쓸데없는 걱정이 들더군요.^^


그러니까 카페로서는 초콜릿으로 만드는 거의 모든 것을 팝니다. 케이크와 브라우니 종류는 물론 다양한 종류의 초콜릿과 초콜릿이 들어간 음료까지.



특히 저 왼쪽에 있는 초콜릿 아몬드가 죽음입니다. 가게에서 파는 아몬드 초콜릿과는, 이대호와 동네야구 4번타자만큼의 차이가 있습니다.

한번 집어먹기 시작하면 멈출 수가 없는 무서운 과자입니다.



원숭이 뭐라는 이름이었는데, 초콜릿이 들어간 바나나 스무디...라고 표현하는게 가장 적당할 듯 합니다. 진국입니다.^^ 한끼 식사로 거뜬? ㅋ

물론 이 집에 온 목적은 이게 아니었죠.

초콜릿 빙수의 등장입니다.



일단 이렇게 생겼습니다.

항공촬영도 해 봤습니다.


주요 재료는 얼음, 팥, 바나나, 약간의 연유, 언 복분자(^^), 그리고 비장의 콩고물이 입혀진 캐러멜입니다. 아이스크림 위에 초콜릿 시럽이 뿌려져 있지만 진짜는 오른쪽에 딸려 나오는 진하디 진한 초콜릿입니다.



가볍게 부어 주면 됩니다. 좀 더 효과적으로 붓기 위해 아이스크림을 잠시 들어 냈습니다.

그리고는 바로 퍼먹으면 됩니다.

음...

아시겠지만 저렇게 꾸미가 많은 빙수는 본래 제 취향은 아닙니다.

하지만 참 진하디 진한 맛이 스푼을 내려놓지 못하게 하더군요.^^

좀 더 입자가 고운 얼음을 썼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위에 진한 재료(?)들이 많아서 그런 얼음을 쓰면 너무 빨리 녹아버린다는 업주 측의 설명이 있었습니다.



초콜릿 공방 카페인지라 이런 식의 이색 주문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한 세심한 남자분이 프로포즈용으로 주문 제작한 초콜릿입니다.

저 프로포즈를 받은 분이 부디 만족했길 바랍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렸듯 찾아가거나 하는 건 글로 설명하기 쉽지 않습니다. amychoco.com을 이용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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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TV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의 신민아는 처음부터 비교될만한 대상이 있었습니다. 바로 '엽기적인 그녀'의 전지현이었죠. 이미 이 드라마가 제작되기 전부터 신민아의 구미호 캐릭터가 곧 '엽기적인 그녀'의 전지현 캐릭터와 비슷한 것일 거라는 추정이 나왔고, 기자간담회때 방송된 영상을 보고도 많은 사람들이 그런 추측을 했을 겁니다.
 

이때문에 신민아에게 그런 질문이 던져졌고, 신민아는 "일부 장면이 그렇게 보일 수도 있지만 정 반대의 캐릭터"라고 답변한 것으로 보도됐습니다. 물론 신민아가 그 자리에서 저렇게 대답하는 건 정답입니다. 행여 그런 자리에서 '비슷하다'고 말하는 것은 작가나 제작진에 대한 결례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신민아에게든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이하 여친구)' 제작진에게든, 신민아나 이 드라마가 전지현이나 영화 '엽기적인 그녀'와 자꾸 비교되는 건 나쁠 게 없습니다. 그리고 이미 신민아는, '포스트 전지현'으로 지목된 적이 있었죠.



지난 2008년, '엽기적인 그녀'를 연출한 곽재용 감독이 또 한편의 로맨스 판타지 영화를 내놨습니다. 제목은 '무림여대생'. 흥행 성적은 전국 관객 동원이 10만에 미치치 못하는 재난성 영화였지만 이 영화에는 사뭇 흥미로운 점이 보입니다.



이 영화의 여주인공 신민아는 전통의 비전 무술가의 후계자입니다. 차에 치어도, 윗집에서 실수로 떨어뜨린 망치를 머리에 맞아도 끄떡 없는 엄청난 무공의 소유자죠. 그런 신민아가 꽃미남 대학생 유건에게 반하고, 남자에게 보호받는 사랑스러운 여자 행세를 하기 위해 무공을 감추고... 그러면서 신민아만이 상대할 수 있는 악의 무공 고수가 등장해 이들의 안위를 위협하는, 그런 내용입니다.



설정상으로는 꽤 흥미롭습니다만, 그리고 신민아의 청순미는 이 영화에서도 반짝입니다만 안타깝게도 영화는 이런 흥미로운 이야기를 제대로 펼치지 못합니다. 무엇보다 이야기의 전개가 관객의 손바닥 안에서 너무 오래 맴돌기만 합니다.

물론 이건 결과론이고, 이 영화를 보면 신민아를 '포스트 전지현'으로 육성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었다는 게 여기저기서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사실 이 영화의 무술 여대생은 엽기적인 그녀의 변형입니다. 말할 수 없는 비밀과 남자에 비해 압도적인 전투력(엽기녀 전지현은 초인적인 권능을 가진 존재는 아니었지만 타고난 말빨과 폭력성으로 남자주인공 차태현은 물론, 주위 사람들이 감히 대들 수 없는 캐릭터였죠^^)을 가진 신비로운 여자라는 점이 공통점입니다.



찰랑찰랑한 생머리를 나부끼는 청순한 외모에서 가공할 전투력이 뿜어나올 때, 그 위력은 배가됩니다. 게다가 양쪽 모두 일반인들의 상식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사고방식으로 남자 주인공을 당황하게 하고, 그것이 웃음의 코드가 됩니다. (그리고 이런 캐릭터는 살짝 부족한 연기력을 커버할 때에도 매우 효과적입니다^^)


이 스타일은 그대로 '여친구'로 계승됩니다. 엄밀히 말하면 '엽기적인 그녀'에서 바로 '여친구'로 이어지기보다는 '엽기적인 그녀'에서 '무림여대생'을 거쳐 '여친구'로 넘어오는 것이 좀 더 자연스럽죠. 아울러 '여친구'의 구미호에게서 같은 홍자매의 작품인 '환상의 커플'에서 본 한예슬의 그림자를 느끼는 것도 그리 이상할 일은 아닙니다.



내용 뿐만 아니라 연출 역시 그렇습니다. 19일 방송된 '여친구'에서 나풀거리며 이승기의 뒤를 따라 뛰는 신민아의 모습이나, 이승기의 상상 속에서 펼쳐지는 검술 액션 신 등은 영화 '엽기적인 그녀'에서 전지현이 쓴 시나리오가 영화로 재현되는 장면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줬습니다. 제작진도 '엽기적인 그녀'와 '여친구'의 관계에 대해 그리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지 않다는 근거로 받아들일 수 있을 듯 합니다.

물론 신민아가 두 캐릭터를 '정 반대의 캐릭터'라고 말한 것도, 차태현을 좋아하지만 차태현으로부터 결국을 멀어지려고 스스로 마음 먹는 엽기녀 전지현과는 달리, 훨씬 마음 속 깊이 이승기를 좋아하지만 오히려 이승기의 마음을 차지하기 위해 경쟁해야 하는 구미호의 성격 등을 비롯한 여러가지 부분에서 충분히 납득할만 합니다. 하지만 일단 '인간과는 전혀 사고방식이 다른 구미호가 인간 세계에서 멀쩡한 인간 남자와 사귀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이라는 드라마의 등뼈 자체가 '구미호의 엽기성'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에, 저런 캐릭터의 차이는 영화 '엽기적인 그녀'와 드라마 '여친구'의 본질적인 유사성에 비하면 상당히 지엽적인 부분입니다.



어쨌든 이미 '원조 청순 글래머'로서, CF 퀸으로 자리를 굳힌 신민아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한방의 히트작'이었을 것이고, 이미 수년 전부터 '포스트 전지현'의 강력한 후보였던 신민아에게 적당한 것 역시 '엽기성'이 강조된 작품일 것이라는 것도 나쁘지 않은 전략적 선택입니다. 그런 이유로, 영화 '무림여대생'에 이어진 드라마 '여친구'는 그 전략의 두번째 도전인 셈이죠.

그리고 현재 시점에서 볼 때 이 두번째 도전은 상당히 성공적일 듯 합니다. 누가 봐도 긴 머리를 나풀거리는 신민아가 이 드라마에서 매력적으로 보인다는 걸 부인할 수는 없을테니 말입니다. 물론 김탁구라는 거대한 벽 앞에서 이 성공이 '대성공'으로 끝날 지,  '의미 있는 성공'에 그칠 지는 더 지켜봐야 알 수 있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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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추 지나서 아침저녁으로 서늘한 바람이 분다고도 하지만 몇십년 살아 보니 세상 이치가 그렇게 쉽지 않다는 것도 깨닫게 됐습니다. 본래 입춘 지나고 나서 꽃샘추위가 오고, 입추 지나고 나면 마지막 반짝 더위가 오기 마련이죠. 일찌기 시성 두보도 음력 7월 초, 입추 갓 지난 때의 날씨가 온통 옷을 풀어헤치고 미친듯이 소리치고 싶을 정도로 덥다(束帶發狂欲大叫)고 하셨으니 거짓말은 아닐 겁니다.

아무튼 아직 더운 날이 이어지고 있으니 유효기간 지나기 전에 써먹어야 할 포스팅입니다. 요즘은 냉장고 덕분에 무더운 염천에도 마음대로 얼음을 먹을 수 있지만 이건 20세기 들어서도 한참 지난 뒤의 일이죠. 그럼 그 전, 수백년 수천년 전에는 어떻게 했을까요? 그 시절에도 여름에는 얼음이 훌륭한 식재료로 사용됐습니다.




일단 정리한 글을 가져옵니다. 전기도 없던 시절, 어떻게 한여름에 얼음을 먹었는지에 대한 간략한 글입니다. 사실 너무 간략해서 이 포스팅을 하게 된 겁니다.

제목은 '반빙(頒氷)'입니다.

냉장고가 없었다고 인류가 한여름 무더위를 마냥 참고 있었던 건 아니다. 이란에서는 BC 4세기부터 야크찰(yakhchal)이라는 원뿔형 저장고가 등장했다. 섭씨 40도가 넘는 사막 한복판에서도 얼음을 먹을 수 있었던 것이다.

중국에선 춘추전국시대부터 한겨울 산과 강에서 얼음을 떼어다 돌집에 보관하는 방법이 사용됐다. 이를 벌빙(伐氷)이라 했는데, 고관 대작들에게만 허용됐으므로 벌빙이란 말이 곧 출세의 동의어로 사용되기도 했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한국에서도 신라 3대 유리왕(노례왕) 때 이미 얼음을 저장하는 창고(藏氷庫)를 지었다 한다.고려 이후엔 나라에서 저장한 얼음을 매년 여름마다 관원들에게 나눠줬다. 이것이 반빙(頒氷)이다. 귀한 것이므로 궁중과 종친, 당상관에게 우선 지급됐지만 은퇴한 관리나 장수하는 노인, 활인서에 입원한 환자들의 몫도 있어 사회 복지의 측면도 있었다.

만기요람』에 따르면 조선시대 한양에는 동빙고와 서빙고가 운영됐다. 서빙고 하나만으로도 약 13만5000정(丁)의 얼음을 보관해 사용했고, 관리의 직급과 업무에 따라 가져갈 수 있는 얼음의 양을 표시한 빙패(氷牌)가 지급됐다. 마패 아닌 빙패로도 위세를 견줄 수 있었던 것이다.이렇듯 중요한 사업이었으니 좋다 나쁘다 말이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예종 1년(1469년)에는 얼음을 나누면서 몰래 민간에 내다 파는 일이 있으니 이를 엄하게 단속하라는 왕명이 내려졌다.

성종 때 죄인들에게도 얼음을 나눠주자 당대의 유학자 김종직은 “성상께선 백성의 더위를 염려하여/ 감옥에도 반빙을 허락하셨다(九重尙軫元元熱 更許頒氷岸獄中)”고 선정을 칭송했다. 반면 연산군은 “궁중에서 직물 염색을 하는 데 얼음이 필요하다”며 반빙을 중단시킨 일이 있었다. 3년 뒤에 반정(反正)이 일어난 것도 왠지 우연이 아닐 듯싶다.

최근 정부가 에너지 절약을 이유로 각 관공서의 냉방 온도를 28도, 마트나 백화점은 26도로 규제하면서 '덥다'는 반발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예비전력률 저하 등의 사정은 이해하지만, 무작정 냉방 온도만을 높여 감시하기보다는 전체 사업장의 전력 소모량을 규제하는 등 보다 효율적인 방안도 있을 듯하다. 반빙을 해도 모자랄 삼복더위에 더위로 인한 스트레스가 오히려 부작용을 가져오지 않을까 우려된다. (끝)



이것이 오늘날까지 남아 있는 야크찰의 모습입니다. 사실 칼럼 하나를 쓰려면 꽤 자료를 모으게 됩니다. 사실 모은 재료를 그냥 내버리기는 너무 아깝고, 그래서 포스팅으로 모아 본 겁니다.

한국 역사에서 얼음 저장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삼국유사의 신라 유리이사금(모례왕) 편에 나옵니다. '쟁기와 보습, 장빙고를 만들고 수레를 지었다(製犁耜及藏氷庫, 作車乘)'는 것입니다. 정사인 삼국사기는 이보다 훨씬 늦은 지증왕 6년 11월, 왕이 명을 내려 얼음을 저장하게 했다(始命所司藏氷)이라고 전하고 있습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이 시절의 얼음이란 모두 겨울에 뜯어다가 여름까지 녹지 않게 보관한 것 뿐입니다. 자연상태에서도 여기저기 얼음골(여름에도 얼음이 녹지 않는 지대를 가리키는 보편적인 이름)이 조성되는 걸 보면 옛날 사람들도 여건만 잘 갖춰 놓으면 여름에도 얼음을 먹을 수 있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을 겁니다.

그 뒤로 얼음을 뜯어다 저장하는 건 상당히 보편적인 일이 된 걸로 보입니다. 위에 나온 벌빙이라는 말은 글자 그대로 얼음을 사냥한다(?)는 뜻인데 이게 대부(大夫) 이상의 벼슬아치들에게만 허용되는 사치였다는군요. 조선시대 유학자 김굉필의 시에 이 벌빙이란 말이 나옵니다. 바로 '출세'라는 뜻으로 쓰였죠.

분수 밖에 벼슬을 하여 벌빙하는 데까지 이르렀는데 / 分外官聯到伐氷
임금을 돕고 세상을 바로잡는 데 내가 어찌 능할쏜가 / 匡君救俗我何能
후배들로 하여금 나의 우졸을 조롱하게 하였으나 / 從敎後輩嘲迂拙
권세와 이익을 구차하게 바라지 아니하네 / 勢利區區不足剩


(물론 경주 석빙고가 신라시대 유물인 건 아닙니다. 이 석빙고는 조선시대 것.)

하지만 이렇게 얼음을 채취하고 보관할 장소를 짓고 하는게 꽤 고된 일이었던 모양입니다. 한겨울에 해야 하는 일이니 당연히 그랬을 겁니다. 그래서 거기에 대한 비난도 끊이지 않습니다. 고려사절요에 전하는 1243년, 고려 고종때의 기록입니다.

12월에 최이가 사사로이 얼음을 캐어 서산(西山)의 빙고(氷庫)에 저장하려고 백성을 풀어서 얼음을 실어 나르니 그들이 매우 괴로워하였다. 또 안양산(安養山)의 잣나무를 옮기어 집의 후원에 심었다. 안양산은 강도(江都)에서 여러 날 걸리는 거리인데 문객인 장군 박승분(朴承賁) 등으로 감독하게 하였다.

이 최이는 최충헌의 아들인 최우의 다른 이름이죠. 최씨 무신정권이 정점에 올랐을 때의 권력자 최이는 이렇게 백성들을 괴롭혀 얻은 얼음을 중신들에게 나눠줘 당대의 문장가 이규보 같은 사람은 감사의 시를 짓기도 합니다.

얼음, 또 반빙에 대한 시를 많이 쓴 사람으로 목은 이색을 꼽을 수 있습니다. 고려말 삼은의 한 사람인 이색은 상당히 비대한 몸에 더위도 많이 탔던 모양입니다. 유난히 여름의 얼음을 고마워하는 글이 여러 편입니다. 예를 들면,

전각은 조용하고 덥지도 않은데 / 殿閣靜無暑
얼음 깬 물에 꿀을 타서 마시어라 / 蜜漿調碎氷
지경이 깊으니 인적은 적적하고 / 境深人寂寂
바람이 부니 나무는 층층이로다 / 風動樹層層
얼굴에 비추면 냉기가 쏘아대고 / 照面冷相射
목에 삼키면 머물 틈도 없이 넘어갔지 / 入喉流不凝
(중략)
형세는 한로 절기부터 시작하여 / 勢從寒露始
물이 얼어서 절로 얼음이 되는데 / 水結自爲氷
골짝마다 사람은 얼음 조각을 캐내고 / 萬壑人擎段
교하엔 말이 층층 얼음 위를 달리네 / 交河馬踏層


한편으론 관직에서 물러나 고향으로 돌아온 뒤, 반빙의 양이 기대에 미치지 못함을 서운해 하는 글도 있습니다. 얼마나 한여름 얼음이 고마운 존재인지 보여주죠.

해마다 유월에 얼음덩이 마주하면은 / 年年六月對氷峰
잠자리 깨끗하고 부채 바람 인 듯했는데 / 枕簟無塵扇有風
앓고 나서 문득 반사가 적음에 놀랐노니 / 病後忽驚頒賜
지난겨울 다수워 빙고가 텅 빈 때문일세 / 只因冬暖凌陰空

반빙하는 총재는 홀로 여유가 있거니와 / 頒氷冢宰獨優游
양부의 관원들은 등에 땀이 줄줄 흐르네 / 兩府摩肩背汗流
승선 다섯 사람만 유독 반사를 얻었으니 / 五箇承宣偏得賜
성조에서 예부터 승선을 중히 여겼음일세 / 聖朝從古重龍喉

기억컨대 연산에 모진 더위 푹푹 찔 적엔 / 記得燕山酷熱蒸
길거리 곳곳에서 얼음 꿀물을 타 마셨는데 / 街頭處處蜜調氷
동에 돌아온 신세는 청량하기 그지없어라 / 東歸身世淸?甚
시냇물 솔바람에 시원한 기운이 모이는 걸 / 澗水松風爽氣凝


조선시대 들어서는 반빙이 아예 정부의 주요 사업이 됐습니다. 이조 아래에 빙고를 관장하는 관직이 생겼고, 도성에는 동빙고와 서빙고를 설치해 반빙을 실천했습니다. 만기요람에 나오는 서빙고의 반빙 현황은 이렇습니다.

서빙고에 저장한 얼음 134,974 정(丁)은 그 가운데 수가(受價)한 혜청미(惠廳米) 677석ㆍ호조미 367석을 합하면 1,054석인데 그 가운데 장빙미 551석의 나머지 쌀 503석과 병조목 6동(同) 29필을 본고에 응용할 것과 얼음을 져나르는 품삯으로 지급하고, 본고를 수리할 때에 목물값 쌀 82석은 선혜청에서 매년 지불함.

각 전(殿)ㆍ궁(宮)에 공상(供上)하는 것 10,100정 3월부터 9월까지.

각 궁방(宮房)에 660정 5월부터 7월까지 각 전ㆍ궁 아지(阿只) 시녀(侍女)ㆍ장번내관(長番內官)ㆍ내반원(內班院)에 900정 5월부터 7월까지로 하나 시녀청에는 6월로부터 7월까지.

종친(宗親 국왕의 친족)ㆍ문ㆍ무 2품 이상ㆍ삼사장관(三司長官)ㆍ육승지(六承旨)ㆍ제상사(諸上司) 패빙(牌氷 패를 가지고 찾는 얼음)이 9,144정 각원(各員) 패빙은 다만 6월 한 달뿐이고, 매 패(牌)에 10정이며, 각 사 예빙(例氷)은 한 달 혹은 두 달로 하되 많고 적음은 같지 아니함 내빙고 이래조(內氷庫移來條)ㆍ각 궁방(宮房)ㆍ내각(內閣)ㆍ내반원(內班院)에 반빙(頒氷)하는 것 1,800정 5월부터 7월까지.

시임(時任 : 현임(現任)) 직각(直閣)ㆍ대교(待敎) 각 45정, 제학(提學)ㆍ직제학(直提學) 각 90정, 원임(原任 : 전임(前任)) 각 10정 을 합계한 얼음 22,623정. 각사의 반빙을 받을 각원(各員)에게는 선공감(繕工監)에서 패를 제조하여 공급하되 패면(牌面)에 받을 정수(丁數)를 써서 얼음을 받는 데 빙고(憑考)가 되게 함.


사실 이렇게 관에서 배급하는 얼음 외에도 시중에서 사사로이 얼음을 저장해 쓰는 사람도 적지 않았을 겁니다. 뭣보다 1급 기방 같은 곳에서는 얼음 없이 한여름에 손님을 받을 수 없었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그러다 보니 얼음 수요를 놓고 부정행위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조선왕조실록 예종 1년 기축(1469), 7월2일의 기록입니다. 

서빙고의 관리와 예빈시·내섬시 등 제사의 얼음을 저장하는 관리를 추국하게 하다
의금부에 전지하기를,
“서빙고(西氷庫)에 저장한 얼음은 처음에 단단하지 않아서 녹아 없어지기에 이르며, 또 얼음을 흩인 후에 여염(閭閻)에 많이 파니, 서빙고의 관리와 예빈시(禮賓寺)·내섬시(內贍寺)·의금부(義禁府)·군자감(軍資監) 등 제사(諸司)의 얼음을 저장하는 관리를 추국하여 아뢰라.”


또 성종은 옥중의 죄수들에게도 얼음을 하사해 당대의 거유 점필재 김종직을 감동시켜 이런 시가 나오게 됩니다.

때로는 아첨 집어다 졸린 눈에 뻗지르고 / 時點牙籤挑睡睫
한가히 누수 들으며 저녁 종을 기다리기도 / 閑聽銅漏待昏鐘
성상께선 오히려 백성의 더위를 염려하여 / 九重尙軫元元熱
감옥에까지 얼음을 나눠 주도록 윤허하도다 / 更許頒氷岸獄中


이런 아버지를 닮지 못한 폭군 연산은 반빙을 막아 민심을 분노케 하죠. 연산군 10년 갑자(1504) 7월6일의 기록입니다.
 

전교하기를, “예조(禮曹)가 더 반빙(頒氷)하기를 청하였는데, 얼음은 비록 많이 저장되어 있으나 궁중에 남빛 물들일 물건이 많아서 반드시 많이 쓰리니, 더 반사(頒賜)하지 말라.”
하였다.


그로부터 3년 뒤, 중종반정이 일어나 연산군은 쫓겨납니다. 뭐 여기서 인과관계를 찾기는 쉽지 않겠지만 어쨌든 이럴 때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도 하죠.^^

아무튼 이렇게 해 놓고 슬며시 정작 얘기하고 싶었던 주제인 '냉방온도 상한제'로 넘어갑니다. 애당초 무더위 속 냉방으로 전력이 부족하지 않도록 대비했어야 하는 것도 물론이지만, 더위를 참는 걸로 전력 대책을 삼으라는 것도 참 답답한 일입니다. 국민을 시원하게 해 줘도 모자랄 판에 자꾸 덥게만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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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해. 수륙의 명물이 모이는 중국 요리의 본산 중 하나. 북경-사천-광동 요리와 함께 상해 요리의 명성은 누구라도 익히 들었을 법 합니다. 그리고 상해의 그 많은 식재료 중에서도 가장 명성 높은 재료라면 상해 게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물론 지구상에서 게라는 이름이 붙은 동물 가운데 맛 없는 동물은 없었다는 것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내린 결론입니다. 등껍질이 사람 얼굴같이 징그럽게 생겨서 아무도 먹지 않는다는 일본 세토나이카이의 헤이케 게(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에 나오는 얘깁니다. 정말인지는 모르겠습니다)도 일단 먹어 보면 맛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 많고 많은 맛있는 게 중에서도 상하이 게, 정확하게 상하이 털게(上海毛蟹)혹은 큰 수문게(大閘蟹)라고 불리는 이 게는 여러가지 면에서 매우 특이합니다. 일단 큰 대자가 들어가는 이름에 비해 사이즈가 정말 기대 이하입니다.

  (이렇게 보면 엄청 커 보이지만, 실제 크기는 명함 한장 정도...ㅠㅠ)

상하이에서 게를 먹어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웬만한 사람은 세번 놀랍니다. 첫째로는 게가 기대했던 것보다 너무 작아서 한번 놀라고, 두번째는 중국 물가에 비해서 그 작은 게가 무척 비싸다는데 놀랍니다. 세번째로는, 그 먹는 것 좋아하는 중국 사람들이 그 어린애 손바닥만한 게를, 이쑤시개와 귀이개 같은 전문 도구를 이용해서 20분씩 파 먹고 있는 걸 보고 경악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몸통이 명함 한장만한 게가 대체 먹을게 뭐 있다고 그렇게 파 먹는지. 참고로 약 10년 전, 저는 상해에서 웬 중국 재벌가 아드님(당시 얘기로는 중국 6대 재벌의 후계자라고 했습니다)과 식사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상 위에 온갖 진미가 올라왔고 열심히 쩝쩝 먹고 있는데, 누군가 상해에 왔으면 게를 먹어야 한다고 한마디 한 겁니다. 이 말을 들은 재벌님은 즉시 지배인을 불러서(참고로 그 식당, 그리고 식당이 있는 건물이 모두 이 재벌님의 소유였습니다), 게 있느냐고 묻더군요. 당연히 있었습니다. 그런데 가격을 듣고 안색이 변한 이 재벌님은 즉시 자기 기사를 시켜 게를 사오게 했습니다. ...네. 아무나 재벌 되는게 아니더군요.

다른 요리를 먹고 있는 사이 기사가 신속한 동작으로 사온 게가 그 식당의 주방 찜통을 거쳐 상에 올라왔습니다. 그 다음은 저 위에 쓴 대로 세번 놀랐습니다. 솔직히 아무리 정교하게 속을 파 본다 해도, 그리고 그 작은 게가 제아무리 속이 꽉 차 있다 해도, 어린애 주먹만한 게 속에서 어른 주먹만큼 게살이 나올리는 없죠. 

중국 사람들은 모두 머리를 들이박고 게살 파는데 열중하고 있는데, 한국 사람들은 모두 여기서 뭘 더 먹으라는 거냐는 눈빛이었습니다. 더 없냐는 듯한 무언의 시선을 나누고 있는데, 눈치를 챘는지 재벌님이 한말씀 하십니다.


그: 상해 게는 원래 1인당 한마리만 먹는 거다.
나: 왜?
그: 이 게는 기본적으로 기운이 찬 음식이다. 두마리 먹으면 설사한다.
나: (정말일까...)


그로부터 거의 10년 뒤, 저는 그 말이 거짓말이란 걸 알아차렸습니다.


무더위 속의 상해. '꼭 가봐야 할 집'이라고 추천받은 집은 신광주가라는 집입니다. 남경동로(난징동루) 보행자 거리에서 북쪽으로 지척에 있는(전문용어로는 절강중로와 천진로의 교차점 근처라고 함) 집입니다.

골목도 허름하고, 가게도 그리 으리으리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다른 건 다 치우고 맛으로 승부하는 집'이라는 소개에 끌렸습니다. 객점은 2층부터. 좀 이른 시간이라 다른 손님은 아무도 없습니다.



약간 허름은 외관에 비해 가격은 오옷! 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4가지 요리와 2개의 식사(?)가 나오는 2인용 코스가 940위안. 현재 시세로 약 16만원 정도 됩니다. 기준환율로 그렇다는 것이고, 카드사에 청구되는 금액이나 환전 환율을 생각하면 17만원 이상. 물론 상해 물가가 서울과 거의 차이가 없거나 더 비싸다고 하지만, 이 정도 가격은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주인은 자꾸 이 코스를 권하는데(물론, 이게 가장 싼 코스입니다. 바로 아래 보듯 더 비싼 코스도 있죠^^), 왠지 이 정도 가격에 나오는 국내 일식당 코스가 생각나는 겁니다. 사실 제가 일식집 코스를 별로 안 좋아하는 이유는 쓸데없이 비싼 가격에 너무 음식을 많이 주기 때문이죠. 비싼 재료로 다 먹지도 못할 양의 음식을 내 오고, 그중 상당수는 재활용을 할 것이 뻔한 식당들을 왜 그리 무리하게들 가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아무튼 평생 몇번이나 먹어 보랴 싶어 940위안짜리 코스를 시켰습니다.

1번. 청증해겸(淸蒸蟹鎌). 여기까진 모두 아는 글자^^.



글자 그대로 찐 게 집게발입니다. 아, 이 집 요리의 특징은 먹기 편하게 껍질을 깐 채로 요리한 것들이라는 점입니다. 참고로 상해에서 찐 털게를 드셔 보신 분이라면, 그 껍질 까고 파내는 성의가 얼마나 인내를 요하는 것인지 잘 아실 겁니다.

저 집게발의 수를 봐선 10-15마리 분은 되어 버립니다. 먹을 땐 갯수 셀 생각은 못 했습니다. 나중에 가신 분들, 한번 세 보시기 바랍니다. 맛? 맛은 뭐 굳이 설명할 필요가...



2번. 해류회노순(蟹柳 /火+會/ 蘆筍)

간자로 써 있는 걸 번자로 바꾸기도 쉽지 않군요.^^ 아무튼 해류蟹柳는 게의 다리(얼마나 게 다리가 가늘고 길면 '바다의 버들가지'라고 했을까요), 노순蘆筍은 아스파라가스를 의미하는 듯 합니다. 불 화자와 모일 회자를 붙여 쓴 글자는 '함께 끓일 회'. 조리법을 말합니다. 글자 그대로 '아스파라가스와 함께 끓여 볶은 털게 다리살'입니다.


단물이 줄줄 나오는 게다리살과 아스파라가스의 향, 그리고 아삭아삭한 식감이 절묘한 조화를 이룹니다. 사진만 봐도 군침이 절로 나옵니다.

참고로 저 사진만 보고 대단히 많은 양으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을듯 해서 덧붙입니다.


아이패드 아닙니다. 아이폰입니다.^^

네 개의 요리는 모두 같은 그릇에 나옵니다. 애개~ 하실 수도 있는 양이지만 상해 털게의 크기, 그리고 그걸 까는데 드는 공력, 털게의 가격 등을 생각하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맛!

3번 요리.

해분청초(蟹紛淸炒)입니다. 속살을 파내면 이렇게 가루 형태가 됩니다. 그 가루를 간장 양념으로 볶은 겁니다. 그걸 이렇게 밥처럼 퍼서 먹을 수 있다니, 감동적입니다.


밥에 비벼 먹거나 빵에 발라 먹어도 맛이 기가막힐 것 같지만 아무튼 그냥 마구 퍼 먹기로 했습니다. 행복합니다.

4번. 해고소은피(蟹膏燒銀皮)


해고라는 것은 게의 내장 혹은 고니, 혹은 몸 속에 버터처럼 축적되는 지방을 말하는 듯 합니다. 그리고 은피라는 것은 제가 중국 식재료에 어두워 잘 모르겠는데, 영어 설명으로는 transparent bean-curd라고 되어 있더군요. bean-curd는 흔히 두부를 가리킬때 쓰는 이름인데... 이건 두부보다는 청포묵의 맛이 났습니다. 뭐 한국에서도 콩묵을 안 먹는 건 아니지만 아무튼 좀 색다르더군요.

베이스는 연한 카레 맛이 났고, 계란이 들어 있었습니다. 네. 태국 음식 푸팟퐁가리의 소스 맛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듯 합니다. 이건 그냥 퍼먹다가 뒤늦게 찍어서 초기 사진이 없습니다. 그만치 맛이 좋았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요리만으로 양이 부족할까봐 식사용 음식이 나옵니다. 

1번은 해분반면(蟹紛拌麵). 게살 볶은 양념에 비벼 먹는 국수입니다.




2번은 해분소은둔(蟹紛小銀鈍). 게살로 빚은 미니 만두국. 


물론 사진만으론 크기가 짐작되지 않으시겠지만, 만두 하나가 500원짜리 동전 정도 크기라고 생각하시면 될 듯 합니다.^^

아무튼 기분좋은 포만감이 밀려옵니다. 다 먹고 난 감상은... 평소에 게를 좋아하셨던 분들이라면 생전에 한번쯤은 꼭 가 봐야 할 식당이란 겁니다. 특히 평소 게살을 좋아하시면서도 까는게 귀찮아 게 먹기를 멀리하셨던 분들, 그냥 받아 먹으면 됩니다.

처음엔 비싼 가격에 깜짝 놀라지만 먹다 보면 점점 더 가격에 납득하게 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분명히 비싸긴 비쌉니다. 하지만 막상 드셔 보신다면, 중국의 인건비가 아니라면 도저히 저 가격에 먹을 수 없는 음식이라는 생각을 하시게 될 겁니다.

P.S. 저렇게 먹고 절대 설사 같은 건 하지 않았습니다. 짠돌이 중국 재벌 같으니. 참고로 신광주가(新光酒家)는 上海市 天津路 512호. 021-6322-39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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