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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감기 우습게 보다가 된통 당하고 있습니다.

하루 이틀 지나면 낫겠지 했는데 사흘째 낑낑입니다.

다들 감기조심하시기 바랍니다. - 특히 냉방병.


개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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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분들이 아마 소식을 접하셨을 겁니다. 7월5일 밤부터, 온 동네의 트위터들이 영화 '백 투 더 퓨처'에서 주인공 마티 맥플라이(마이클 J 폭스)가 영화 속에서 갔던 미래의 날짜가 바로 오늘(2010년 7월5일)이라고 왁자지껄하게 떠들어댔기 때문입니다.

아침 내내 신경 쓸 일이 있어서 '그랬나? 아닌 것 같은데...'라는 생각만 했지 찾아보지는 못했습니다. 그런데 아니나다를까, 찾아 보니 바로 나오더군요. '백투더 퓨처 2'에서 주인공들이 날아간 미래의 시간은 2015년 10월 21일이었습니다. 전혀 얼토당토 않은 날짜였죠.



기억을 더듬어 보시면 '백투더 퓨처' 1편의 마지막 장면에 브라운 박사가 어디선가 날아와 마티와 여자친구에게 "큰일이다! 너희의 아이들에게 심각한 문제가 생겼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이 장면은 그대로 2편의 첫 장면이 됩니다. 브라운 박사는 어디론가 두 남녀를 데리고 날아가고, 날아간 곳은 바로 미래였습니다.

그리고 나서 마티 맥플라이는 자신의 아들을 구하고, 그러는 사이 악당들은 미래를 조작하고... 뭐 등등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어쨌든 중요한 건 그 미래의 날짜가 2010년이 아니라는 겁니다.

유튜브에 떠 있는 이 영화 장면을 보시면 쉽게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위의 사진은 이 영상이 시작하고 2분56초 정도에 나오는 장면입니다. 참고로 장소는 늘 동일합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힐밸리라는 도시로 되어 있죠(실제 존재하는 도시인진 모르겠습니다).


 


동영상을 직접 확인하지 않고 wiki에 있는 영화 플롯 요약만 읽어봐도 금세 확인할 수 있습니다.

On October 26, 1985, Dr. Emmett Brown arrives from the future and tells Marty McFly and his girlfriend Jennifer Parker that he needs their help to save their kids in the future. They depart in the flying DeLorean time machine as Biff Tannen accidentally witnesses the departure. They arrive on October 21, 2015, where Doc electronically hypnotizes Jennifer to sleep and leaves her unconscious in an alley to keep her away from his plan.

한국에서만 이런 일이 벌어지진 않은 듯 합니다. 다음 뉴스블로그는 아마도 어떤 장난치기 좋아하는 사람이 영화의 한 장면을 그대로 포토샵 처리해 올린 것이 이런 문제를 자아낸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http://www.worldcorrespondents.com/july-5-2010-back-to-the-future-destination-time-is-a-hoax/886926


                  (이것이 바로 인터넷을 통해 유포된 합성 사진입니다.)

현재 한국의 트위터 월드는 이것이 잘못된 정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이 혼재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어쨌든 전혀 사실무근은 정보가 아무 제한 없이 유포됐고, 소수의 사람들이 그 정보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냈지만 이미 먼저 자리를 점거하고 있는 가짜 정보를 뒤집지는 못하고 있는 듯 합니다.

만약 이것이 '백투더 퓨처'에 대한 것이 아니고 좀 더 사회적인 의미를 갖는 정보였더라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트위터가 무슨 대단한 신세계인 것처럼 여기는 사람들에게는 다시 한번 생각해 볼 계기를 마련해 주는 사건이 아닌가 합니다.

트위터도 다른 모든 미디어와 마찬가지로 완전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훨씬 취약할 수도 있습니다. 아마도 '백투더 퓨처' 사건이 그 교훈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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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년 전, 한국을 꽤 잘 아는 외국인과 대화를 나눌 일이 있었습니다. 이것 저것 손짓발짓으로 대화를 나누다 자연스럽게 한국 연예인들 쪽으로 화제가 넘어갔는데, 이 사람은 송혜교, 전지현, 손예진 등 한국의 국가대표급 미녀들에게 전부 X표를 했습니다. 이유를 묻자 그의 대답은 이랬습니다. "난 원래 baby face를 싫어해'

송혜교라면 그럴 법도 하지만 한국인의 기준으로 나머지 배우들까지 그리 동안으로 생각되지는 않았는데 그의 다음 말은 더욱 충격적이었습니다. "한국 TV는 어려 보이기 위한 전쟁터같다. 모든 사람들이 나이보다 젊게 보이려 노력하는 것 같다. 물론 그게 저절로 될 리가 없지 않나. 왜 그게 자연스럽지 않다는걸 아무도 지적하지 않는 건가."

뭐, 당연히 할 말이 없었습니다. 심지어 '내가 몇살로 보이냐'는 일반인들에게조차 실제 보이는 나이보다 2-3년 정도 깎아서 얘기해 주지 않으면 토라지는게 요즘 세상이니 말입니다.



한국의 대표적인 동안으로 꼽히는 주철환 전 OBS 사장이 새 책 '청춘'을 내셨습니다. 이 책의 부제는 '10년 젊게 사는 법'입니다. 참고로 이분은 올해 만 55세입니다. 직접 대면해 나이를 들은 사람들은 모두 깜짝 놀랍니다.

여기까지 얘기하면 이 책은 '동안으로 살아가기 위한 비결'이란 느낌을 줍니다. 사실이지만, 이 책의 단 한줄도 '노안을 방지하기 위한 식품/피부마사지/운동법/보톡스 시술/성형수술/주름제거 화장품' 등에 대한 내용에 할애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가장 비슷한 내용이라면 "동북 중-고교 재학때 친구들이 운동장에서 축구하는 동안 그늘에서 응원을 한 결과 좀 더 오래 흰 피부를 간직하게 된 것 같다" 정도입니다.^^

그럼 대체 뭘로 동안을 만들라는 걸까요. 그 부분에 대한 이 책의 입장은 매우 단호합니다. '동안(童顔)의 근거는 바로 동심(童心)'이라는 겁니다. "뭘 먹으면 젊어지냐는 질문에 나는 일단 '마음을 먹으라고 대답하겠다"는 부분이 서문에 나옵니다. 즉 철들지 않는 마음이 바로 동안의 가장 중요한 조건이라는 겁니다.


지금까지 13권의 책을 내신 이 분의 저서를 훑어보면 거의 모든 책에서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바로 놀라운 수준의 말장난입니다. ㅋ

'젊어선 1억 모으기보다 추억 모으기가 낫다' '내가 생각하는 겸사겸사란 겸손하고 사랑하자는 말의 강조형이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훔쳐라. 우리말의 훔친다에는 도둑질이란 뜻과 걸레질이란 뜻이 있다. 걸레야말로 세상을 깨끗하게 하는 존재 아닌가?' '무모한 사람은 무지하고 모순된 행동을 하지만 용감한 사람은 용서하고 감사할 줄 안다' '부자유친-부드럽고 자상하고 유연하고 친절하게'... 끝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 분을 가까이서 접한 분들은 이 책에 나오는 건 약과 수준이란 걸 충분히 아실 수 있습니다. 수시로 쏟아지는 신조어와 정리, 두운과 각운을 이용한 댓구 만들기 등은 정말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저는 그래서 "아마 말장난으로는 대한민국 랭킹 2위일 것"이라고 말씀드리곤 합니다.

서문에도 밝히고 있듯 이 책은 '장차 늙은이가 될 젊은이와, 늘 젊은이로 살고 싶어 하는 늙은이들에게 들려 주고 싶은 이야기'라고 합니다. 엄밀히 말하면 이미 애늙은이로 살고 있는 젊은이들과, 왜 내가 젊게 살아야 하는지를 의아해 하는 노인들에겐 아무 가치가 없는 책일지도 모릅니다. 아울러 집필 배경을 생각하면 마음에 와 닿는 부분이 있습니다.



정작 이 분은 여러 가지 이유로 한창 현역이시지만, 사실 55세라는 나이는 우리 사회에서 '정년'이란 글자로 대체되기도 합니다. 물론 요즘의 분위기에서는 정년까지 직장에 다닐 수 있는 것만도 사치라고 할 수 느낄 사람이 꽤 많을 겁니다.

한편으로는 55세란 나이가 결코 많지 않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60대에도 예전의 40대 후반으로 보일 정도의 젊음을 유지하고 있는 분들도 많습니다. 몸이 젊은데, 세상은 그 분들에게 '이제 당신들은 퇴물에 가깝다'고 강요하곤 합니다. 이 책은 바로 그런 분들에게 '겉만 젊어 보일 필요가 없다. 속이 젊어야 한다. 속이 젊으면 아직 당신은 청춘'이라고 역설하고 있는 겁니다.




젊어 보이기 위해 보디빌딩을 하고, 거대한 챙모자로 얼굴을 가린 채 조깅을 하고, 몸에 좋은 음식만 골라 먹고, 보톡스 주사를 맞고, 이마 주름을 당겨 펴는 것도 어떤 분들에게는 의미 있는 삶일 겁니다. 특히 50/60대에도 20대가 입는 첨단 유행을 소화하려 하고, 능글맞게도 딸 같은 분들을 탐욕의 대상으로 삼는 분들도 나름 인생이 만족스러울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런 분들이 아니라면 권할만한 책. 개인적으로는 '청춘'이란 제목을 들으면 김창완의 '청춘'이란 노래가 먼저 떠오르지만, 이 책의 '청춘'은 예전 교과서에 나오던 민태원의 '청춘예찬'의 정서에 훨씬 가깝습니다.

마지막으로 딱 두가지만 더 걸고 넘어가겠습니다.^



P.S.1. 네. 제가 그랬습니다. 의심나는 분들은 영어사전에서 SKINSHIP 쳐 보세요.^



P.S.2. 당연히 불쏘시개로 쓰일수 있겠지만 모나리자는 종이와 물감으로 이뤄지진 않았습니다. 이 그림은 포를러나무로 만든 나무 판에 그려진 그림이기 때문입니다. 훨씬 잘 타겠죠.^^


P.S.3. 혹시 방송 관련 비화나 스타들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시는 분들은 매우 실망하실 겁니다. 이 분 책을 10권 넘게 쓰셨습니다. 그런 얘기는 당연히(?) 다른 책에 다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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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것 아니지만 제게는 꽤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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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TV '일요일 일요일 밤에'가 노장 김영희 CP의 복귀 이후 오랜만에 돌파구를 찾은 느낌입니다. 물론 4일 시청률이 11.0%를 기록한 건 KBS 2TV '남자의 자격'과 '1박2일'이 파업 관계로 하이라이트 편집 방송을 내보냈기 때문이지만, 이게 전부는 아닙니다. 방송 2개월을 맞은 '뜨거운 형제들'이 전국 시청자들에게 노출되는 호기를 맞았다는 게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사실 '뜨거운 형제들', 혹은 '뜨형'은 방송 초기부터 '최초의 아바타 프로그램'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신선하다는 반응과 함께 꽤 뜨거운 마니아 층을 형성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같은 시간대에 이미 탄탄한 시청층을 구축하고 있는 '남자의 자격'에 밀려 어느 한계 이상 뻗어나가지 못하고 있었죠. 그러던 것이 이번 KBS 파업으로 전세를 역전시킬 발판을 찾은 셈입니다. 그리고 그 핵심에 이기광-김구라 조의 활약이 있었습니다.

아마 채널을 돌리다가 4일 처음으로 '뜨거운 형제들'을 보신 분들도 꽤 있을 겁니다. 대체 어떤 프로그램이었을까요.



'뜨거운 형제들'의 핵심적인 재미는 한 사람이 조종자가 되고 다른 한 사람은 아바타가 된다는 데서 출발합니다. 아바타는 자신의 의지대로 행동하지 못하고 멀찍이서 상황을 바라보고 있는 조종자의 의사대로 행동하게 되는 겁니다.

이런 상황은 당연히 오버액션을 유발하게 됩니다. 조종자는 조종자대로, 어차피 자기가 전면에 나서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평소보다 훨씬 극단적인 언행을 요구하게 됩니다. 직접 행동에 나서는 아바타는 자신의 얼굴이 나오기 때문에 조금 더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어차피 아바타도 '이건 내 의지가 아니야. 나는 아바타야. 나는 시키는 대로 할 뿐이야'라는 변명거리를 마련해 놓고 있기 때문에 역시 평소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과감하고 몰상식한 행동을 하게 됩니다.

제작진은 가끔 술자리에서 벌어지는 '왕 게임'에서 이 프로그램의 모티브를 따 왔다고 설명합니다. (혹시 모르시는 분을 위해: 왕 게임이란 왕 카드를 뽑은 사람이 무작위로 1번, 2번, 3번, 4번으로 번호가 붙여져 있는 한 자리의 인물들에게 닥치는대로 명령을 해서 복종하게 하는 게임을 말합니다.)

이런 아바타 놀이는 여러가지 상황을 통해 시도되다가 최근 소개팅으로 발전했습니다. 즉 아바타는 소개팅을 하고, 조종자는 그 아바타를 통해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는 것이죠. 이것이 점점 발전에 이제는 한 여자를 놓고 두 아바타와 두 조종자가 대결을 벌이게 됐습니다.


이런 상황은 과연 전면에 나서 있는 아바타가 당장 하고 있는 말과 행동이 과연 누구의 것이냐를 소개팅녀가 맞추게 하는 게임으로 발전하면서 재미를 더합니다. 얼추 보자면 고전극 '시라노'의 냄새를 풍기기도 하죠. 내면은 아름답지만 우스꽝스러운 외모를 가진 시라노가 잘생긴 동료를 이용해 자신의 사랑을 고백하게 한다는 설정 말입니다. (물론 예능 프로그램이다 보니 이렇게 서정적이지는 않습니다만...^^)


4일 방송에서는 한상진의 조종을 받는 박휘순과 김구라의 조종을 받는 이기광이 도자기를 구우며 한 여성에게 구애하는 설정이 방송됐는데, 여기서 이기광과 김구라의 호흡이 만만찮게 웃음을 자아냈습니다.

아이들 그룹 비스트의 멤버인 이기광은 이미 '지붕뚫고 하이킥'에서 준혁학생(윤세윤)의 친구 세호 역으로 익숙한 얼굴이지만 이때에도 착한 모범생의 이미지였고, 가수 활동으로 인인한 들쭉날쭉한 스케줄 때문에 시청자들에게 그리 강한 인상(비교의 기준은 역시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주인공 형제의 친구 역으로 나온 김범이나 황찬성입니다)을 남기지는 못했습니다.



'뜨거운 형제들'을 통해 이기광은 김구라의 독설 캐릭터를 가장 잘 소화하는 아바타로 각광받게 됐습니다. 특히 4일 방송에서는 '사탄의 인형'에 나오는 처키 같은 눈빛을 보이며 진정 김구라가 빙의한 듯한 모습으로 악질 연기를 펼쳐 여러 차례 웃음을 폭발시켰습니다. 글자 그대로 '악마돌'혹은 '독설돌'이라고 부를 만 했습니다.

"방송에 협조해!" "그 얼굴에 키 커서 좋겠다" 등등의 멘트는 이기광을 통해 전달되자 김구라가 직접 던지는 것보다 훨씬 '독하게' 느껴지더군요. 김구라마저도 "넌 이미 날 넘어섰다. 아우리 몇년 뒤에 인터넷 방송 같이 하자"며 이기광의 악동끼를 인정했죠.


하지만 이 아바타를 이용한 소개팅 게임이 인기를 얻으면서, '뜨거운 형제들'의 인적 구성에 다소간의 문제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8명으로 구성된 '뜨거운 형제들'의 멤버들은 아바타로 나섰을 때 효과적인 멤버와, 조종자일 때 최적인 멤버로 나눠 볼 수 있습니다.

박명수와 김구라, 박휘순과 탁재훈은 누가 뭐래도 후자, 즉 조종자일 때 탁월한 기량을 발휘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 한상진과 이기광은 아무래도 조종자일 때 보다는 아바타일 때 그 진가가 발휘되는 구성원들입니다.

문제는 '돌아가면서 조종자와 아바타를 번갈아 맡는' 시스템이 현재의 구성원들과 그리 맞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박휘순이 한상진을 조종할 때에는 건실한 외모에 맞지 않는 기상천외의 코믹한 행동이 웃음을 자아내게 되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과연 어떤 강점이 있는지를 쉽게 발견할 수 없습니다.

물론 탁재훈이나 이 코너를 통해 기량이 급진전된 이기광은 양쪽 모두에서 어느 정도 재능을 발휘하고 있지만, 나머지 멤버들은 기량이 어느 한 쪽으로 몰려 있는 편입니다. 게다가 쌈디와 노유민은 어느 한 쪽에서도 장점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게 문제점으로 부각됩니다.

따라서 현재의 아바타 게임은 박명수-한상진, 김구라-이기광(물론 둘다 전자가 조종자) 같이 호흡이 잘 맞는 조종자와 아바타가 짝지어진 상황에서 웃음이 터지지만 나머지 조들은 제 구실을 못한다는 문제점을 극복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아마도 조종자로서 뛰어난 구성원은 그냥 조종자의 역할에 국한시키고, 역시 아바타로서 제 기량을 발휘하는 멤버들은 굳이 조종자 역할을 맡기지 않는 것이 하나의 해결책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아울러 어느 쪽으로도 도움이 되지 않는 멤버들은 정리하고, 아바타 요원들은 가끔씩 물갈이를 하는 것도 코너의 신선도를 떨어뜨리지 않는 방법이 될 수 있을 듯 합니다.

물론 코너의 제목인 '뜨거운 형제들'은 8명의 멤버들이 굳은 형제애로 뭉쳐 계속 코너를 끌고 간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지만, 꼭 거기에 집착할 필요는 없겠죠. 어차피 8명이나 되는 멤버들이 '1박2일'이나 '무한도전' 팀의 팀웍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쌈디나 이기광은 소속 팀의 새 앨범이 나오면 어차피 빠져 나갈 환경이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4일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시청률이 오랜만에 두 자리를 기록했다는 건 여러 모로 고무적입니다. 이렇게 해서 평소 전혀 노출되지 않았던 시청자층을 끌어들인 '뜨거운 형제들'이 과연 다음주, 다다음주, 혹은 언제든 KBS 파업이 끝났을 때에도 강세를 유지할 수 있을지가 궁금합니다.



P.S. 이 '소개팅녀'들에게도 관심이 쏟아지는 걸 보면, 몇년 뒤 스타 아무개 아무개의 데뷔작은 '뜨거운 형제들'이었다는 얘기도 들을 수 있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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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혜성처럼 등장한 '슈렉'은 현재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의 판도를 만든 작품으로 꼽을 만 합니다. 상대적으로 신생 제작사였던 드림웍스는 '슈렉'의 대성공을 통해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디즈니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애니계를 지배하는 양대산맥으로 자리를 굳힙니다.

하지만 드림웍스는 이런 일등공신인 슈렉을 처음 만들어진지 9년만인 2010년, 단종시키기로 결정합니다. 4편째에 '슈렉 포에버(Shrek Forever After)'라는 제목을 붙이고, 여기에 '최후의 장(Final Chapter)'라는 구호를 덧붙인 것입니다.

물론 '13일의 금요일' 시리즈처럼 아예 제목에 Final Chapter라는 말을 넣고도(시리즈 4편에 해당합니다) 그 뒤로 다섯 편이나 더 시리즈를 이어간 양심불량의 사례도 있지만, '슈렉' 시리즈에 관련된 사람들이 그런 몰염치한 행위를 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그럼 대체 지난 9년 사이에 어떤 일이 일어난 것일까요.




아시다시피 '슈렉'은 그저 상업적인 성공 뿐만 아니라 업계의 판도를 바꿔 놨고, 또 새로운 시대가 열렸음을 알렸습니다. 외모지상주의라는 인류 불멸의 숙제에 냉엄한 문제제기를 하는 한편 할리우드의 전설적인 히트작과 잘 알려진 동화의 세계를 동시에 비트는 발랄한 패러디로도 신바람을 냈습니다. 한마디로 '슈렉'은 단순한 히트작이 아니라 디지털 애니메이션이라는, 태어난지 얼마 되지 않는 장르에서 어떻게 하면 승자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전범 역할을 한 작품입니다.

이렇게 성공적인 캐릭터와 스토리라인을 그냥 버려둘 바보 제작자는 없을 겁니다. 당연히 '슈렉2'가 만들어졌고, 역시 대대적인 성공을 거둡니다. '슈렉' 시리즈에서 가장 크게 성공한 작품은 이 '슈렉2'입니다. 이는 1편에 대한 평가가 얼마나 긍정적이었는지를 보여줍니다. 1편의 장점은 그대로 계승하고 요정 아줌마와 그 아들인 프린스 차밍의 악역도 빛을 발했습니다. 슈렉을 미남으로 만들 수도 있다는 설정도 그럴싸했죠.

Shrek $267,665,011 5/16/2001
Shrek 2 $441,226,247 5/19/2004
Shrek the Third $322,719,944 5/18/2007

하지만 3편에서 2편의 흥행은 재현되지 못합니다. 물론 1편보다는 3편이 좀 더 많은 돈을 벌어들였지만, 대략 이 시리즈의 팬들 사이에도 '최악은 3편'이라는 합의가 이뤄져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건 세월이 지나며 익숙함이 식상함으로 바뀐 경우일 수도 있고, 아이디어의 고갈일 수도 있습니다. 아무튼 3편은 과연 이 시리즈가 장수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에 대해 중대한 의문을 던졌습니다.



특히 시리즈가 세 편까지 나오면서 '슈렉' 시리즈의 상징 같았던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비판이나 '누구나 다 아는 동화의 비틀기'같은 의미는 저 멀리 사라져버리고 말았습니다. 1편과 2편에서 온갖 동화들의 요소를 다 뽑아 먹은 뒤로 3편에서는 전설의 아서왕을 연상시키는 아서(주로 아티라고 불리죠)까지 등장시켰지만, 그 한 편의 영화가 많은 관객들에게 '이건 좀 한계에 온 것 같다'는 느낌을 주는데 충분했습니다. 


오히려 '슈렉 포에버'는, '슈렉' 제작진이 '좋은 마무리를 위해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뭉치자'고 스스로를 격려하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3편에 워낙 혹평이 쏟아졌던 터라, 딱 한편만 더 만들어서 좋은 인상을 남기자는 듯한 느낌이었죠.

그래서 4편은 '만약 슈렉이 존재하지 않았더라면'이라는 과제를 던집니다. 슈렉이라는 주인공이 없었다면 나머지 주요 등장인물들의 삶은 과연 어떻게 됐을까요.

4편은 슈렉이 세 꼬마 괴물(오우거)의 생일잔치를 준비하느라 생활의 스트레스가 극에 달해 있는 시점에서 시작됩니다. 과거의 평화롭고 아무것도 책임질 필요 없던 삶이 그리워진 슈렉은 분통을 터뜨리는데, 바로 여기서 럼펠 스틸스킨이라는 사기꾼 마법사가 등장합니다. 그는 슈렉에게 과거의 단 하루를 준다면, 자신은 슈렉에게 자유로운 하루를 주겠다며 계약서에 사인하게 합니다. 당연히 슈렉은 사인을 하는데, 그 만만하게 생각했던 '하루'가 엄청난 변화를 일으켰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게 됩니다.


4편은 여러 면에서 3편보다 훨씬 나은 볼거리를 제공합니다. 슈렉과 동키, 장화신은 고양이의 유머는 여전하고 특히 뚱뚱해진 고양이는 훌륭합니다. 또 새로운 악역인 럼펠 역시 신선한 매력을 갖고 있습니다. (이수근의 더빙 버전을 보는게 더 재미있지 않을까 하는 유혹도 느꼈지만, 상영관을 찾을 수가 없더군요.ㅠ)


반대로 1편과 2편을 지배했던 신선한 비판정신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4편의 주제는 '현재 가진 것에 만족하라'는, 아주 기존 사회 질서에 충실한 메시지이기 때문입니다. 자유로운 영혼이었던 슈렉에게 '이제 가장이 됐으니 철이나 들라'고 족쇄를 채워주는 꼴이랄까요. 보수화된 슈렉이라니, 이런 슈렉은 이제 끝내는게 맞다는 생각을 심어주기 딱 좋습니다.
 
'동화 속 세계'의 이미지나 할리우드에 대한 패러디는 싹 사라져 있다는 점도 못내 아쉽습니다. 기왕 4편으로 시리지를 마무리할 거라면 백설공주나 라푼첼, 후크 선장도 한번쯤 다시 모습을 보일법 했는데 말이죠.

어쩌면 '슈렉' 시리즈가 4편으로 끝을 맺게 된 건 제작진의 완벽주의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사실 '슈렉' 시리즈 1편과 2편은 일반인들의 시각에서 볼 때 대략 3-4편의 영화를 만들 수 있는 분량의 아이디어가 투입된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많은 연작 영화들이 이보다 훨씬 못한 내용으로 시리즈를 이어가곤 하는데, 이 제작진은 '천하의 슈렉 시리즈가 그런 꼴로 연명하는 건 절대 볼 수 없다'는 듯한 강경한 자세를 보여주는 셈입니다.

(장화신은 고양이, 슈렉, 동키, 피오나..)

4편의 미국내 흥행은 아마도 시리즈중 가장 적은 2억3천만-4천만달러 선에서 끝날 것으로 보이는데... 상대적으로 꼴찌라는 것이지 전체 영화시장에서 보면 훌륭한 대박 히트작입니다. 이런 폭발력을 가진 시리즈를 딱 4편에서 끝내겠다는 건 정말이지 대단한 결단력이 아닐 수 없습니다.

길게 써놓긴 했는데 그래서 결론이 뭐냐는 분들, '슈렉 포에버' 무척 재미있습니다. 굳이 3D로 만들어야 할까 하는 생각도 잠시 들었지만, 애니메이션의 경우 2D냐 3D냐의 선택은 제작비에서 10% 정도의 차이밖에 없다고 합니다. 즉 실사 영화와는 달리 '그럴바엔 몇푼 더 써서 그냥 3D로 만드는게 낫잖아?'라는 상황인 것이죠.

LA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슈렉 4D'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슈렉' 제작진은 이미 3D 경험이 있고, '슈렉 포에버'의 몇몇 장면은 4D에 최적화되어 있기도 합니다. 다만, '슈렉 포에버'가 아니라 이후의 '슈렉5'건 '슈렉6'건(혹시 나온다면), 어떤 새로운 작품도 '슈렉'의 1편과 2편에 비하면 초라해 보일 거란 건 염두에 두셔야 합니다. 



P.S. 그렇다면 이제 드림웍스의 새로운 간판이 될 '쿵푸 팬더'는 과연 몇편까지 시리즈를 이어 갈 수 있을까요. 어쨌든 '슈렉'의 전례는, '쿵푸 팬더' 역시 '구질구질하게 질질 끄는' 속편 제작은 절대 없을 거란 점을 보여주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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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범근 감독은 나이답지 않게 요즘 단문 메시지를 즐기는 듯 합니다. 며칠 전, 차감독님이 하신 말씀 가운데 "골많이 넣는 공격수라고 페널티킥 잘 차는것 아니야. 배짱이 좋아야해. 나 어제 (일본 대표팀의 수비수)고마노가 실축하는거 보면서 만감이 교차하더라. 승부차기, 그거 진짜 만만치 않아. 5분동안 3골씩 넣는 나도 그건 어렵다니까" 라는 말이 여러 군데에서 기사화됐습니다.

물론 일본-파라과이전의 승부차기를 보고 승부차기의 어려움에 대해 쓴 글이지만 글 말미에 있는 '5분에 3골'이라는 말에 옛 생각이 되살아났습니다. 바로 70년대, 월드컵보다 한국인들에겐 더 인기있었던 '박스컵'을 기억하시는 분들이라면 무슨 말인지 바로 알아들으실 겁니다. '차범근 신화'의 수많은 클라이막스 중 하나인 이 '5분에 3골'이 터진 건 바로 1976년의 일이었습니다.




차범근 감독은 경신고를 졸업하고 고려대에 입학하던 1972년, 이미 청소년대표와 국가대표에 동시 선발됐습니다. 만 19세의 나이로 한국의 에이스가 될 가능성을 보인 것이죠. 그 뒤로 100m를 11초4에 뛰는 준족, 탁월한 골 결정력, 공을 몰고도 옆에서 그냥 뛰는 수비수보다 빠르다는 무서운 돌파력으로 아시아를 대표하는 공격수로 발돋움합니다.

하지만 당시 한국은 '아시아의 강자'로 군림하긴 했지만, 번번이 올림픽과 월드컵 본선 진출권을 놓치는 수준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특히 월드컵 예선에서는 호주가 넘을 수 없는 거대한 벽이었고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도 수시로 한국을 위협했습니다. 오히려 당시에는 일본보다 이들 동남아 국가들이 축구 강국의 면모를 보였던 게 사실입니다.

이 시기 한국 축구팀의 주요 활동 영역은 태국에서 열리는 킹스컵과 말레이시아의 메르데카컵, 그리고 한국에서 열리는 박대통령배 축구대회였습니다. 특히 1971년, 박정희 대통령이 자신의 이름을 붙여 흔히 '박스컵'이라고 불렸던 이 대회는 한국이 주최국으로서 2개 팀을 출전시키고, 아시아 각국과 해외의 몇몇 클럽 팀들을 초청해 벌이는 대회로 큰 인기를 누렸습니다. 당시 최고의 인기 스포츠는 고교야구였지만 그 고교야구도 박스컵만큼 관심을 모으지는 못했습니다.

그리고 1976년. 개최국인 한국은 1진인 화랑과 2진인 충무를 박스컵에 출전시킵니다. 당연히 차범근은 1진인 화랑의 주전 라이트윙. 물론 충무도 허정무 조광래 신현호 박창선 김황호 등 몇년 뒤 한국 축구사를 장식할 스타플레이어들이 즐비한 팀이었습니다. (오늘의 시각에서 볼때는 차범근만 빼면 충무의 라인업이 더 화려해 보이기도 합니다.^^)

어쨌든 당시 화랑에 걸린 기대는 당연히 홈팀으로서 우승. 하지만 바로 첫날 첫 경기에서 화랑은 엄청난 위기를 겪습니다. 1976년, 제6회 박대통령배 축구대회 개막일인 9월11일, 화랑은 아시아의 난적 말레이시아와 개막전을 치렀습니다.

              < 불행히도 이긴 경기가 비긴 경기보다 우선이라는 당시 판단 때문에 차범근이 헤드라인을 장식하진 못했습니다.>



이날 화랑의 출전 선수 명단은 이렇습니다. GK 김희천(김진복) FB 강병찬 김호곤 김철수(박성화) 황재만 HB 최종덕 박상인 FW 이영무 차범근 조동현 김진국. 문정식 감독이 이끄는 한국 뿐만 아니라 이때까지는 거의 대다수 국가들이 4-2-4를 축구의 표준이라고 생각하던 시절입니다.

말레이시아는 한국이 뛰어넘기 힘든 강팀은 분명 아니었지만, 언제나 한국과는 시소 게임을 펼쳤던 팀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날의 경기는 완전히 예상을 빗나갔습니다. 한국이 전반에만 0-3으로 뒤졌던 겁니다. 특히 GK와 수비의 호흡 불일치로 자책골까지 허용한게 더욱 나빴습니다.

전열을 정비한 화랑은 후반 24분 박상인의 골로 추격했으나 34분 다시 한골을 허용해 1-4로 패색이 짙던 상황. 그러나 차범근이 38분, 42분, 43분 연속으로 세 골을 넣어 4대4, 기적적인 무승부를 이끌어냈습니다.

당시의 차범근은 그야말로 누구도 막지 못할 선수였습니다. 말레이시아 선수들이 공을 끌고 나올 때마다 하프라인 근처에서 인터셉트해 골로 연결시키는 솜씨는 그야말로 어른과 아이 같은 차이를 보였죠. 1986년 월드컵 잉글랜드전의 마라도나를 연상하시는게 가장 좋은 비교일 듯 합니다.

이것이 바로 '차범근'이라는 이름 석자를 온 국민의 가슴 속에 새긴 '5분에 3골'의 전설입니다. 이전까지도 차범근은 한국의 희망이었지만, 그래도 이 시기까지 '한국 최고의 골잡이'를 물으면 '이회택'이라고 대답하는 사람이 더 많았을 겁니다. 아울러 당대에도 김진국 김재한 등 걸출한 스트라이커들이 이었고, 차범근은 '그중 하나'였죠. 하지만 이날, 4대4의 기적을 이끌어 낸 뒤 한국인들에게는 '축구=차범근'이라는 등식이 생겼습니다.

결국 이렇게 첫 경기를 아슬아슬하게 넘긴 화랑은 그 뒤로는 승승장구 예선을 통과, 결승에서 브라질과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0대0으로 비기고 공동우승을 차지합니다. 이 대회에서 차범근은 말레이시아전의 해트트릭을 포함, 7골 4어시스트로 맹활약해 한국 우승의 일등공신이 됩니다.



물론 차범근 감독이 국가대표 선수로 남긴 업적과 그의 전설에 대해서는 책 한권을 써도 부족할 겁니다. 이보다 전에도, 그 뒤에도 얘깃거리는 많지만 한번에 다 풀어놓기는 힘듭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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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잇 앤 데이'는 꽤 많이 본듯 한, 아주 익숙한 포맷의 영화라는 느낌을 줍니다. 하지만 영화를 막상 보고 있으면 진정 혁신적인 영화라는 느낌을 줍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매우 충격적일 수도 있습니다.

모든 기술은 진화하고, 모든 스토리도 진화합니다. 영상도, 영상을 읽는 법도 진화합니다. 만약 15세기 사람에게 오늘날의 영화를 보여주면 그 스토리의 전환이나 진행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을 겁니다. 물론 '나잇 앤 데이'는 '아바타'와 같은 기술의 진보와 영상의 충격을 준 작품은 아니었지만 정말이지 '다이 하드'를 구닥다리 영화로 보이게 만들 만한 놀라운 스피드를 보여줬습니다.


간략한 줄거리: 아버지로부터 차량 정비 기술을 이어받은 독신녀 준(카메론 디아즈)은 어느날 공항에서 마음에 드는 남자와 두번이나 부딪힌 끝에 같은 비행기에 탑니다. 자신을 로이라고 소개한 이 남자(톰 크루즈)는 매우 매력적이지만, 한순간 준은 이 남자가 정체를 알 수 없는, 고도로 훈련받은 위험한 남자라는 것을 알아차리게 됩니다. 그리고 나서 준의 인생은 이제까지 상상할 수 없었던 롤러코스터 속으로 말려들어갑니다.



흔히 '로맨틱 액션'이라고 불리는 영화들도 꽤 역사가 깁니다. 남녀 주인공이 합심해서 위기를 뚫고 나가는, 액션과 로맨스에 유머감각이 조화를 이룬 작품을 찾자면 대략 존 휴스턴 감독, 험프리 보가트와 캐서린 헵번 주연의 '아프리카의 여왕'(1951)까지 거슬러 올라가게 됩니다. 물론 그 전에도 1933년작 '킹콩'을 비롯해 유사성을 가진 영화들이 있겠지만 제가 기억하는 영화로는 이 정도라는 얘깁니다. (이 정도로 넘어가시고^^)

그리고는 수많은 유사 작품들이 명멸했지만, '아프리카의 여왕'의 진전을 잇는 영화라면 아무래도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 마이클 더글러스, 캐슬린 터너 주연의 1984년작 '로맨싱 스톤(Romancing the stone)까지 내려가게 됩니다.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액션과 절묘한 유머감각, 그리고 처음에는 뭔가 그리 썩 잘 맞지 않을 것 같던 남녀 주인공들이 사랑에 빠지는 진행까지 모두 A를 줄 수밖에 없는 작품이었죠.

이 큰 흐름에서 살짝 비껴난 작품으로는 토니 스코트의 '트루 로맨스'가 떠오릅니다. 다소 반영웅적인 주인공 크리스찬 슬레이터가 순진한 창녀 패트리샤 아퀘트를 데리고 총알 바다 속을 헤쳐나가며 엘비스의 가르침에 따라 진짜 영웅으로 거듭나는 작품이었죠.


그렇지만, 이런 걸출한 선배들을 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잇 앤 데이'를 돋보이게 하는 것은 영화 필름을 부분 부분 접어 넘기는 듯한 놀라운 진행의 속도감입니다. 이를테면 이런 식입니다.

준과 로이가 악당들에게 잡혀 있는 순간, 희미한 기억 속에서 준은 로이가 발목이 묶여 허공에 매달려 있는 걸 봅니다. 다음 순간, 로이는 거꾸로 매달린 채 준에게 말합니다. "지금 상황이 안 좋아 보이겠지만... 내가 곧 구해줄테니 걱정마". 다음 순간 두 사람은 어디론가 달리고 있고, 다시 준이 정신을 차렸을 때 두 사람은 어디론가 배를 타고 가고 있습니다.

네. 그러니까 어떻게 잡혔고, 로이가 어떻게 고문을 당하고, 어떻게 밧줄을 풀며, 어떻게 탈출하고, 어떻게 추격을 따돌리는지 등은 싸그리 생략돼 있습니다(이렇게만 얘기하면 한 순간에 러시아에서 일본 아키타 현으로 주인공들을 이동시키는 '아이리스'의 신공을 상상하는 분이 나올 수도 있지만, 그것과는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아이리스'의 경우엔 많은 사람들이 비웃었지만 이 경우엔 다들 웃음과 박수를 보냅니다).

관객의 입장에선 빨리감기 버튼을 눌러 가며 2시간짜리 영화를 1시간에 보는 듯한 경험일 수도 있죠. 단 그 리모콘을 쥐고 있는 건 관객이 아니라 감독이라는 차이가 있습니다.
 

제임스 맨골드 감독은 그리 작품 수가 많은 편은 아니지만, 내놓을 때마다 확실한 승부를 해 왔던 탄탄한 실력파입니다. 그의 이름을 처음 접하게 된 건 안젤리나 졸리에게 오스카상을 안겨준 '처음 만나는 자유(Girl, interrupted)'였지만, 처음으로 감격한 것은 존 쿠색 주연의 걸작 스릴러 '아이덴티티'였습니다. 사이코패스에 대한 심리 스릴러라는, 90년대의 수없이 많은 영화 가운데서 이 영화만큼 독창성으로 충격을 준 영화도 없었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이어 자니 캐쉬의 일대기를 다룬 '앙코르(Walk the line)', 그리고 정통 서부극의 귀환을 알린 '3:10 투 유마(네. 제목 짓는 데에는 별 재능이 없는 듯^^)'에 이르기까지 흥행 대박 작품은 아니더라도 관객이 신뢰할 수 있는 작품들을 만들어 왔습니다.

'나잇 앤 데이'에서도 그는 일상적인 선택을 거부한 셈입니다. '특수공작원인 남자가 일반인 여자를 우연히 만나 둘의 인생이 겹쳐지는' 영화를 낭만적인 시선에서 그린다면 너무 뻔한 영화가 될 것이 분명합니다. 여기서 그는 '상식적인 내용은 모두 생략한다'는 과감한 결단을 내리죠. 이미 관객이 다른 영화에서 수없이 봤을 법한 장면들은, 스토리 진행상 반드시 필요하다 해도 그냥 생략해버리는 겁니다. '이미 관객은 그 장면들이 어떻게 진행될지 알고 있기' 때문이죠.



그 결과 '나잇 앤 데이'는 놀라울만큼 슬림하고 잘 짜여진 영화가 됐습니다. 두 주인공이 너무 나이들었다는 안타까움이 있고, 왕년 할리우드 최고의 바디라인을 자랑했던 카메론 디아즈의 비키니 모습을 바라보는게 이젠 좀 아슬아슬하다는 느낌이 들긴 하지만, 그래도 그 때문에 영화의 흥미가 떨어지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특히 아마도 직접 찍었을 것이 분명한 톰 크루즈의 주차 액션 신 같은 장면은 크루즈가 성룡이 되어 가는게 아닌가 할 정도의 열정을 느끼게 합니다.

지난번 'A특공대' 때에도 대단히 만족했지만, 냉정하게 얘기한다면 '나잇 앤 데이'를 먼저 보고 나서 'A특공대'를 본다면 만족도가 좀 떨어지는게 일반적일 듯 합니다. 'A특공대'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나잇 앤 데이'의 힘이 워낙 강렬하기 때문입니다. 굳이 비교하자면 '백 투더 퓨처'나 '매트릭스'때의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아무튼 초강추작입니다.

(그런데 미국 시장에서 '나잇 앤 데이'는 개봉 첫주 흥행 수입 3위에 그쳤습니다. 아무리 상대가 '토이스토리3'였다고 해도, 아담 샌들러의 '그로운 업'에도 뒤진 건 좀 망신이군요.^^ 톰 크루즈가 미국 시장에서 이렇게 밀릴 줄은 몰랐습니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P.S. 제목의 의미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Knight(톰 크루즈의 정체와 관련 있는 단어입니다)가 night와 같은 발음이라는 것을 이용한 말장난이라는 것은 기본으로 하고, 많은 사람들이 Day와 카메론 디아즈의 관계를 밝혀 보려 했으나 모두 실패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어떤 분의 가르침에 따르면 영어로 'night and day'는 우리말의 '물과 불'처럼 서로 전혀 공통점이 없는 상반된 성격을 가리키는 숙어로도 쓰인다고 합니다. 두 남녀의 처음 설정이 그랬다는 걸 생각하면 여기서 가져온 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P.S.2. 혹시 'A특공대' 보신 분들, 영화 속에 나오는 프랑스 여기자를 눈여겨 보신 분이 계시다면 그 분들을 위한 영상입니다. 참 이쪽의 선수층은 넓고도 깊군요.

http://vimeo.com/4737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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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월드컵을 통해 한국의 많은 선수들이 새롭게 조명받았지만 대중의 사랑이라는 측면에서 바라볼 때 가장 많은 것을 얻은 선수는 역시 차두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06년을 거른 게 아쉬워서였을까요, 많은 네티즌들은 8년만에 월드컵 무대에서 보게 된 차두리를 해묵은 '차두리 로봇설'로 반겼습니다.

물론 이 로봇설은 이미 22번을 달고 있는 차두리를 11번으로 알고 있거나(업그레이드 혹은 전압 승압설로 대체^^), 등 이름 표기를 DURI로 바꾼 걸 모르고 계속 DR CHA라고 주장하거나 하는 착각이 있었습니다. 어쨌든 이번 대회를 통해 평소 자신이 원하던 영어권 국가 팀인 스코틀랜드의 셀틱으로 이적하는 성과를 이룬 차두리, 그의 전설을 한번 정리하고, 그의 완성된 형태를 제시해 보겠습니다.

미리 보시자면, 발전하고 있는 차두리가 완성되면 이렇게 됩니다.



사실 차두리는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그리 리얼한 캐릭터는 아니었습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스트라이커를 아버지로 두고, 탄탄한 체격과 포텐셜, 그리고 보는 사람을 무장해제시켜버리는 천진난만한 미소를 그대로 이어받았죠. 게다가 완성된 형태보다 더욱 매력적인 '미완의 대기'였습니다.


그때문에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너무나 만화적인 해석이 자주 등장했습니다. 저건 사람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상대 수비수를 벌렁벌렁 나가떨어지게 하는 뛰어난 신체 능력과 함께 사람들에게 어느새 확신으로 자리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여러가지 증거가 등장했죠.


일찌기 1970년대말, 세계를 휩쓴 가족계획의 열풍 속에서 국내에도 '딸아들 구별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표어가 등장했습니다. (그게 30년만에 '제발 아이좀 많이 낳아 기르자'는 걸로 바뀔 줄은 당시로선 아무도 몰랐죠.)

아무튼 이때 차감독님은 당시 장녀 하나양과 함께 이 캠페인의 모델로 등장, 저런 대국민 약속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이 가족은 하나-두리-세찌라는 세 자녀를 두고 있습니다.

차감독님이 대국민약속을 깨실 분이 아니라는 걸 감안하면 세 자녀 중 하나는 진짜 사람이 아니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울러 이 바코드의 발견, 그리고 나이지리아전 첫골을 허용한 뒤 차감독님이 외친 "차두리가 사람을 놓쳤어요!"라는 절규는 역시 차두리는 진짜 사람이 아니라는 증거로 사용될 만 합니다.


사실 차두리의 제작 연도가 1980년으로 알려져 있긴 하지만 여러가지 정황으로 볼 때 이 연도는 프로젝트 착수 연도로 보이며, 실제 제작 연도는 그보다 훨씬 늦은 것으로 보입니다.

왜냐하면 동생 세찌군과 똑같이 생긴 얼굴 때문입니다. 아마도 세찌군이 다 자랐을 때의 얼굴이 차두리의 모델일 것이라고 생각하면 실제 제작 연대는 90년대 후반 정도일 것으로 보입니다.

인터넷 모처에서 발견된 X레이 사진입니다.



더구나 세계 각지에서 차두리의 초기 실험 모델 혹은 유사품들까지 등장하고 있습니다.


실패작으로 버려진 초기 모델입니다. 얼굴 부분이 제대로 완성되지 않았습니다. 이때문에 성격이 비뚤어져 악의 화신이 된 것으로 보입니다. 부작용으로 마술을 쓰게 됐죠.



현재의 차두리 1호보다 1년 늦게 프로젝트가 시작된 슬로바키아에서 라이센스로 생산된 제품입니다. 이번 월드컵에 출전하는 바람에 차두리의 비밀이 밝혀지는데 일조하기도 했습니다. 스펠링에서 h를 뺀 건 1호기와의 혼동을 피하자는 의도로 보입니다.

물론 개발 단계에서의 시행착오는 늘 있기 마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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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발견된 자료에 따르면 이런 콘헤드 스타일의 모델도 있었던 듯 합니다만, 스포츠형 모델로는 여러모로 부적합 판정을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실험용 기종 가운데는 여성형도 있었습니다. 1976년 중국에서 제작된 조미 1호입니다. 당시 모델은 골키퍼를 목표로 제작됐다고 합니다.

어쨌든 현재의 주 모델은 차두리 2호기(22번)인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이 모델은 최근 색다른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게 밝혀졌습니다.


바로 인간의 감정을 느끼게 된 것이죠. 물론 오일이 샌 거라는 일부 주장도 있었지만, 다수 의견은 로봇의 한계를 넘어 인간이 되어 가고 있는 증거라는 겁니다.

그래서 등장한 이론이 차두리는 지금도 놀라운 속도로 진화하고 있으며, 언젠가는 인간의 레벨을 넘어선 초능력을 갖게 될 거라는 예측입니다.


바로 '왓치맨'의 닥터 맨해튼이 그 완성형의 모습입니다.


아시다시피 이 레벨이 되면 옷 입는 걸 매우 싫어하게 되죠. 지금도 그리 좋아하지 않는 것 같기도 합니다만.... 아무튼 신의 영역에 도달하게 됩니다.




1980년생인 차두리는 2014년이면 34세. 축구선수로서는 환갑 나이라고 보는게 정상이지만 현재 포지션이 수비수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탈리아의 전설 말디니(2002 월드컵 당시 34세)나 칸나바로(현재 이탈리아 대표, 37세) 같은 노장의 투혼을 발휘할 기회가 주어지지 말란 법도 없습니다. 심지어 아버지 차범근 감독은 체력소모가 심한 포워드로도 33세의 나이에 1986년 월드컵에 출전한 바 있었죠.

그런 의미에서 2014년 월드컵 때에도 차두리의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그 나이에도 지칠줄 모르는 체력을 질주한다면, 그건 아마도 그가 사람이 아니라는 또 다른 증거가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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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싸웠습니다. 기대 이상입니다. 솔직히 말해 16강이 쉬운 적은 한번도 없었습니다. 지난 포스팅에서도 얘기한 적 있지만 1986년 이후 지금까지 16강에 한번이라도 가본 나라는 40개국, 두번 16강에 오른 나라는 27개국뿐입니다.

우루과이라는 강적을 상대로 한 16강전에서도 역시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뒀습니다. 그 대단하다는 포를란을 봉쇄했고, 더 많이 뛰었고, 기대 이상으로 미드필드를 장악했습니다. 아르헨티나전 대패와는 확연한 차이를 보이며 상대 공격을 차단해나갔습니다.

종료 휘슬과 함께 경기장에 쓰러져버린 선수들의 아쉬움이야 뭐 더 이상 얘기할게 없을 겁니다. 하지만 박지성의 말마따나 이번 대회는 희망의 대회였습니다. 그리고 그 희망의 중심에 이청용이 있었습니다.



물론 이청용은 이번 대회 전이라고 무명 선수도 아니었습니다. 양박쌍용이라는 미디어의 호들갑이 대변해주듯, 이미 프리미어리거 이청용은 한국의 핵심 전력이었고, 큰 활약을 해줄 걸로 기대됐던 선수입니다.

한국 대표팀에서 최저 학력을 보유한 선수(중학교 중퇴^)지만 축구 지능은 탁월합니다. 승부욕도 뛰어납니다. 아르헨티나전에서도 악착같이 포기하지 않고 상대 진영을 '쑤시고' 다니다가 결국 한골을 따낸 건, 선수들이 흔히 '구질구질하다'고 말하는 플레이이기도 하지만 그 시점의 한국으로서는 정말 절실한 한 골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의욕은 한국 축구의 힘이었습니다.

그런 근성이 바로 오늘날 볼턴 원더러스의 이청용을 만든 거란 데엔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물론 이번 대회의 한국 축구가 희망만을 남긴 건 아닙니다. 일단 가장 큰 고민은 이번 대회를 마지막으로 사라질 2002년 황금 세대의 퇴장입니다.

이번 대회 내내 한국 축구의 심장이었던 박지성은 4년 뒤 33세가 됩니다. 본인은 이미 은퇴를 선언한 바 있습니다. 가장 믿음직한 선수였던 이영표 역시 이번 우루과이전이 국가대표로서의 은퇴 경기라고 말한 바 있죠. 이미 이운재와 안정환은 이번 대회 들어 주전 자리를 내주고 물러 앉았고, 차두리 역시 이번이 마지막 대회일 것이 분명합니다.



박지성 정도면 다시 한번 참가를 기대할 수도 있겠지만 일단 본인의 뜻이 바뀌어야 할 것이고, 4대회 참가를 성사시킨다 해도 4년 뒤의 박지성에게 지금같은 폭발적인 활동능력과 기량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을 거란 생각입니다.

물론 난세에 영웅이 나듯, 4년 사이에 누군가 새로운 스타들이 등장해서 그 자리를 메워 주길 바라지만 사실 한국 축구의 환경상 가장 심각한 문제는 엷은 선수층입니다. 이번 대회에서도, 한국 대표팀 내에 존재하는 선수들간의 '레벨 차이'는 확연히 드러났습니다. 4년 뒤라고 해서 저절로 박지성-이영표의 빈 자리를 메울 선수들이 등장할 거라는 건 희망사항일 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미 두각을 나타낸 이청용과 기성용, 박주영의 존재 의미는 각별합니다. 박주영에 대해선 기대와 실망이 교차하는 분들이 있겠지만, 이번 대회 내내 아쉬웠던 것은 박주영의 투톱 파트너입니다. 차라리 마지막 순간 제외된 이근호가 나았을 거란 의견도 있지만, 아무튼 후방과 좌우에서 날아오는 공중볼의 키핑 능력에서는 지난 20년 사이 박주영보다 안정된 선수를 본 적이 없습니다. 이번 대회 들어 마지막 터치 한방이 아쉬웠지만, 오히려 박주영에게 공이 가기 전에 슈팅을 기피하던 다른 선수들을 봐선 그들에게 갈 수도 있었던 비난까지 박주영이 싸 안았다고 봐야 할 면들이 분명히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몸싸움 능력이 뛰어나고 적극적인, 과거 청소년 대표 시절의 신영록 같은 스트라이커가 성장해 박주영과 짝을 이뤄 주길 바랍니다.



물론 공격보다는 수비가 더 문제라는 시각에는 당연히 동의할 수밖에 없지만, 이것 역시 전체적인 한국 축구의 엷은 선수층의 문제라는 걸 빼고는 생각할 수 없을 겁니다. 어느 나라나 포텐셜이 뛰어난 선수는 수비보다는 공격수로 뛰기 마련이고, 결국 문제는 그렇게 재능있는 선수들로 공격 자원을 채우고 수비수까지 채울 수 있을 정도로 한국에 축구선수가 충분하냐는 문제로 넘어가게 될 겁니다. 그래서 과거의 김주성이나 현재의 차두리처럼 공격 카드에서 수비수로 모습을 바꾼 선수들의 존재가 더욱 의미있게 다가오곤 합니다. (사실 이런 면에선 수비형 미드펄더로 활동 영역을 축소한 2014년 박지성의 모습이 좀 기대되기도 합니다만...^)

어쨌든 2014년의 한국은 이청용과 기성용, 박주영을 주축으로 새롭게 보강되는 선수들이 주축을 이룰 것으로 기대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대회 직전 빼어난 가능성을 보였던 이승렬이나 김보경의 좀 더 많은 출전시간이 아쉽습니다.

역시 여러번 강조하는 이야기지만, 한국 축구가 '16강을 목표로 하는 팀'에서 '8강을 목표로 하는 팀', 혹은 '우승후보'까지 가기 위해선 아직 더 긴 세월이 필요합니다. 1명의 박지성이 있는 팀에서 11명의 박지성이 있는 팀으로, 그리고 스쿼드 전원이 박지성인 팀으로 가는 길은 이제 겨우 시작일 뿐입니다.


이번 대회에 한국을 좌절시킨 수아레스의 두번째 골은 어떤 호언장담보다도 '월드 클래스'의 공포를 뼈저리게 느끼게 해 주는 골이었습니다. 이번대회에 본 골 중에는 북한-브라질 전에서 마이콘이 넣은 브라질의 첫골과 함께 '개인기란 바로 이런 것'이라고 웅변하는 것 같은 골이더군요.

그리스전에서 박지성이 터뜨린 두번째 골이 한국 축구사에 남을 대단한 골이었던 것은 분명하지만, 아직까지 한국에 위에서 말한 두 개의 골 같은 득점을 해낼 수 있는 선수가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2014년, 2018년이라고 해서 나온다는 보장은 물론 없습니다. 하지만 계속 지켜보고 성원하다 보면, 언젠가는 우리도 그런 천재와 영웅들을 갖고, 더 높은 곳까지 올라갈 수 있을 거라고 믿게 됐습니다. 아마도 이런 희망이야말로 2010년의 가장 큰 소득이 아닐까 합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해 볼수록, 22세에 이미 월드컵의 에이스로 떠오른 선수를 갖고 있다는 사실 이상으로 '희망'을 더 잘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은 없어 보입니다. 이청용. 졌다고 부끄러워 마라. 고개를 들어라. 너의 월드컵은 아직 시작하지도 않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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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TV 시리즈 'A 특공대(A-TEAM)'가 국내에 방송될 때 저는 이미 '어린 시절'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니까 추억의 외화이긴 하되 어린 시절의 추억은 아니었죠. 하지만,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A 특공대'는 보는 사람을 동심의 세계로 인도하는 독특한 매력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2010년, 극장판 'A 특공대'가 나왔습니다. 조지 페퍼드가 연기했던 A 특공대의 핵심인 한니발 대령 역을 리엄 니슨이 맡았다는 건 조금 예상 밖이고 다소 실망스럽기도 했지만, BA 역을 한때 프라이드 미들급의 강자였던 퀸튼 잭슨이 맡았다는 건 무척 마음에 들었습니다.

원작 드라마 'A 특공대'를 설사 모르는 분들에게도 이 영화는 충분히 권할 만 합니다. 보는 내내 심심할 새가 없이 웃겨 줍니다. 그런데 이상할 정도로 개봉관이 적게 잡혀 있더군요. 자칫 자리가 없어 영화를 못 볼뻔 했습니다.



'A 특공대'의 세계를 이해하시는데 역사적 배경 같은 것은 전혀 필요 없습니다. 드라마에서 네 명의 특공대원들은 월남전 출신의 베테랑으로 설정돼 있지만 영화에선 이라크가 이들의 활동 무대입니다.

영화는 아주 맨 처음으로 거슬러 올라가서, 대체 왜 이 네 주인공이 쫓기는 도망자가 되어야 하는지를 보여줍니다. 작전의 귀신인 미 육군 특전부대의 한니발 대령(리엄 니슨)은 멕시코에서 페이스(브래들리 쿠퍼)와 함께 작전을 수행하다가 우연히 전 특수부대원인 괴력의 사나이 BA(퀸튼 잭슨)를 만납니다. 셋이 힘을 합쳐 달아나던 이들은 육군 정신병원에서 제정신이 아닌 파일럿 머독(샬토 코플리)을 만나 처음으로 네 사람이 함께 뭉칩니다.

그 뒤로 한 팀이 되어 수많은 전공을 세운 이들은 이라크 전장에서, 후세인의 잔당들이 정교한 100달러 위조지폐를 찍어내는 동판을 몰래 빼돌린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동판 회수를 위해 나섭니다. 미육군 정보국의 소사 요원(제시카 비엘)은 이들에게 그 사건으로부터 떨어지라고 경고하지만 그 말을 듣고 손을 떼면 A 특공대가 아니겠죠.

말로는 액션/코미디라는 장르로 표기되어 있지만, 이 영화가 절대 진지한 액션 영화가 될 수 없다는 건 등장하는 만화적인 캐릭터들을 슬쩍 보기만 해도 알 수 있습니다. 성공률 100%의 지략가이자 시가 연기를 뻑뻑 뿜어대는 한니발, 여자를 유혹하는데 천부적인 소질을 갖고 있는 페이스, 어지간한 적들은 맨손으로도 물리치지만 결정적으로 "맨정신으론 절대 비행기를 타지 못하는" BA(그러나 매회 한번씩은 꼭 비행 장면이 나온다는...), 그리고 뛰어난 파일럿에 천재 엔지니어지만 "어떻게 하면 죽음에 조금 더 가까운 경험을 해볼 수 있을까"를 매일 궁금해 하는 중증 정신병자 머독이라는 4인방. (네. 개인적으로 제가 예나 지금이나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는 머독입니다.)




오리지날 캐릭터를 연기했던 배우들은 그야말로 환상의 호흡을 자랑했습니다. 느끼함의 화신이라고 해도 과장이 아닐 조지 페퍼드(앉은 사람)는 그야말로 태어나기를 한니발로 태어났고, 뺀질 연기의 1인자인 덕 베네딕트(맨 왼쪽)도 흠잡을 데가 없었습니다. 여기에 '록키3'를 통해 세계에 알려진 미스터 T(맨 오른쪽)도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고, 드와이트 슐츠(가운데 뒤) 역시 머독 연기로 아직도 기억되고 있습니다.

새로운 4인조는 과거 4인조를 그대로 재현하려 애쓴 흔적이 보입니다. 아쉬움이 있다면 리엄 니슨이 한니발 치고는 너무 진지해 보인다는 정도? 한니발의 본래 캐릭터를 살리려면 좀 더 만화적인 낙천성이 강조되어야 하는데, 이 영화의 리엄 니슨은 왠지 '테이큰'에서 딸을 유괴한 갱단을 때려부수러 가는 열받은 아버지의 모습에서 크게 여유로워진 것 같지 않아 조금 부족했습니다. 피어스 브로스넌 정도가 이 역할을 맡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그랬다면 브래들리 쿠퍼는 다른 배우로 대체되어야 했겠지만 말입니다. 일설에는 브루스 윌리스가 한니발의 물망에 올랐다던데, 그것도 괜찮았을 듯 합니다.



영화 'A특공대'는 TV 시리즈의 추억을 간직한 사람들에겐 최고의 선물입니다. 원작의 배경은 살짝 바뀌었지만 그 천하태평의 낙천적인 유머감각은 여전합니다. 보는 동안 조금의 걱정도 할 필요가 없고, 주인공들이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액션으로 미션을 하나 하나 깨 나가는지를 보면서 때가 되면 웃어 주면 그만입니다.

혹시 A특공대가 뭔지 모르는 분들에겐 이 영화가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 지, 그건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그런 분들이라도, 충분히 두 시간 동안은 세상의 골치아픈 일들을 잊고 푹 빠져들 수 있는 영화인 것만은 확실합니다. (아, 칸 영화제 그랑프리 수상작을 10개 이상 보시고, 그 영화들을 좋아했던 분들이라면 별로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솔직히 이 영화를 갖고 배우들의 연기가 어떠네 각본이 어때네 얘기하는 건 좀 어울리지 않는 듯 합니다. 형편없어서가 아니라, 패스트푸드처럼 딱 그렇게 짜여져 있는 영화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도미노 피자가 레스토랑 피자보다 맛있고 맥도널드 햄버거가 유명 패밀리 레스토랑보다 맛있을 수도 있다는 건 다들 아시는 얘기일테니 귀찮은 설명은 하지 않겠습니다. 아무튼 개인적으로는 대만족입니다.



P.S. 영화판을 보시면, 대체 왜 BA가 비행기를 못 타게 됐는지 알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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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에는 단계가 필요합니다. 1986년, 사실상 처음으로 '제대로' 예선을 통과해 한국이 월드컵 무대를 밟았을 때만 해도 모든 여론과 언론은 '16강 가자'는 구호를 외쳤습니다. 하지만 당시의 가공할 대진운과 한국의 실력으로 볼 때 그건 정말 무리하고 무모한 목표였습니다.

그로부터 24년이 흘렀고, 한국 축구는 많이 성장했습니다. 그 사이 한번도 빼놓지 않고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고, 2002년에는 월드컵을 개최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그 해에 4강에 가기도 했지만, 냉정하게 생각할 때 과연 한국이 세계 4강권의 실력을 갖고 있는가 하는 질문에 선뜻 '그렇다'고 말하기는 쉽지 않을 듯 합니다.

하려는 얘기는 이겁니다. 이제 4강도 가 봤고, 4강이 진짜 실력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도 이번에 원정 경기에서 16강에 올랐으니 할 말이 있게 됐습니다. 그야말로 국제적으로 '축구 좀 하는 나라'라고 주장할 근거가 생긴 셈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제는 월드컵때마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축구 팬'들도 좀 달라져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럼 대체 16강이란게 뭐길래 이렇게 들썩들썩 한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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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대체 왜 본선 진출도 16강에 이렇게들 흥분하는지에 대해 생각해보신 분은 별로 없을 겁니다. 그리고 16강이라는게 뭐가 어떻게 의미가 있는 건지도 별로 고민 안 해보셨을 겁니다.

한번 궁금해서 예전에 16강에 가 본 나라들이 얼마나 되는지 세 본 적이 있습니다. 산술적으로 하자면, 지난 1986년부터 2006년까지 6개 대회에서 16강에 오른 나라들은 모두 96개국입니다. 그런데 아주 당연히, 중복 출전한 나라들이 있기 때문에 그 수는 꽤 적습니다. 모두 40개입니다.

독일, 스웨덴, 스위스, 우크라이나, 이탈리아, 잉글랜드, 포르투갈, 네덜란드, 스페인, 프랑스, 덴마크, 벨기에, 터키, 아일랜드, 체코슬로바키아, 폴란드, 유고슬라비아, 크로아티아, 루마니아, 불가리아, 소련, 노르웨이, (이상 유럽), 브라질, 우루과이,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칠레, 에쿠아도르, 콜롬비아(이상 남미), 멕시코, 미국, 코스타리카(이상 북중미), 카메룬, 가나, 나이지리아, 모로코(이상 아프리카), 한국, 일본, 사우디아라비아, 호주(이상 아시아).

이중 13개국은 단 한번밖에 기록에 남지 않았습니다. 2번 이상 16강에 들어 본 나라가 27개국입니다. 즉 이 27개국은 어디 가도 국가대표 대항전에서 세계 16강에 올랐다는 인정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죠. 27개면 250개에 달한다는 피파 회원국 중에서 대략 상위 10%로 꼽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 충분히 자랑할 일인 겁니다.

그러니 16강에 한번도 못 가본 나라들은 지금 열거한 40개 정도의 나라들 사이에 끼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고, 저 40개의 나라들은 더 나아가서 '웬만하면 8강 안에 드는 나라'가 되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야말로 우리가 당장이라도 꼽을 수 있는 축구 TOP 10의 나라들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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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16강에 오름에 따라 한국은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16강에 두번 이상 오른 나라'가 됐습니다. 그리고 이게 두번, 세번이 되면서 '8강에도 수시로 오를 수 있는 나라'가 되겠죠.

이 정도가 축구를 하는 나라로서는 최고의 영예가 아닐까 싶습니다. 즉 축구의 세계에서 강국으로서의 인정은 한 대회에서 얼마나 반짝 잘 했느냐보다는 얼마나 자주 16강이나 8강에 올랐느냐 하는 것이 더 중요한 기준이 된다고 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주 그런 일이 있다는 건 그 나라 축구가 한두명의 기린아에 의해 좌우되는게 아니라, 혹은 어쩌다 대진운이 좋아서가 아니라 시스템이 강하다는 뜻이니까요. (그리고 가능하면 개최국이 아닐 때의 성적이 좋겠죠.^^)

한국인은, 혹은 동양인은 다리가 짧아서, 키가 작아서, 체력이 약해서, 유연성이 없어서 안된다고 하셨던 분들도 많았지만 그런 분들은 아마 한국이 월드컵 16강에 오른다는 것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AS 모나코에서 한국 선수가 뛴다는 것도 상상하지 못하셨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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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렇게 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선수 저변입니다. 아르헨티나와 상대할 때 많은 사람들이 '저쪽은 박지성이 11명'이라고 했습니다. 틀린 얘깁니다. 저는 "19명의 박지성과, 3명의 골키퍼와, 1명의 메시가 있는 팀"이라고 봐야 한다고 얘기한 적이 있습니다.

몇몇 사람들이 그리스전에 아르헨티나가 1.5군을 내보낸다고 걱정하기도 했지만, 솔직히 말해 아르헨티나나 브라질 같은 팀에서의 1.5군과, 다른 나라의 1.5군을 비교한다는 건 넌센스죠. 예전에 '브라질이 영국처럼 네 팀을 내보내면 어떻게 될까'라는 우스개가 나온 적이 있습니다. 답은 '월드컵 결승에서 브라질 1진과 2진이 붙는다'였습니다.

우리는 지금 단 1명의 박지성을 갖고 있습니다. 이런 뛰어난 선수 뒤에, 탈 아시아 수준의 선수들도 있고 국제 무대에 내놓기에는 좀 민망하지만 어쨌든 국내에는 그보다 나은 선수가 없어서 대표팀에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세번째 경우의 선수들이라 해도, 어쨌든 대표팀 코칭스태프가 판단하기에 더 나은 대안이 없기 때문에 출전시키는 거라고 생각하는게 좋을 듯 합니다.

이런 선수단이 나아가 11명의 박지성으로 베스트 일레븐이 채워지고, 그 뒤로 23명의 선수단이 박지성급으로 채워지는 날이 오면, 그제서야 메시 같은 당대의 에이스가 한국 팀에 등장하게 될 겁니다. 이걸 한 순간에 뛰어넘을 수는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16강은 대단하고 의미있는 성과였고, 미래를 향한 중요한 한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또 이런 대목에서 축구가 뭐 그리 대단하냐고 하실 분도 있겠지만, 그런 분들은 그냥 인생의 재미 하나를 놓치고 사시는구나 하고 생각하시면 될 듯 합니다. 뭐 그 분들에겐 월드컵보다 중요하고, 훨씬 재미있는게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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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PN에서 이번 경기의 MVP를 박주영으로 꼽았다던데, 박주영의 프리킥이 그린 아름다운 궤적도 환상적이었지만 뭐니뭐니해도 이날 한국을 16강에 끌어올린 주역은 박지성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최전방에서 최종수비진까지, 안 가는데가 없더군요. 심지어 상대 공격 실패 후 흘러나온 공을 전방으로 걷어내는 것도 최종수비수가 아니라 박지성이라는 건(이건 최종수비가 반성해야 할 부분이지만)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아무튼 결론적으로 위에서도 얘기했듯, 우리가 이 시점에서 박지성 같은 선수를 보유하게 된 건 지난 86년 이후, 또는 지난 6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국가대표 축구를 육성시켜 온 수많은 공로자들이 노력한 결과라고 생각됩니다. 우연히 박지성 하나가 하늘에서 떨어졌다고 생각하면 곤란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또 5년 뒤, 혹은 10여년 뒤에 우리 국대의 1진이 11명의 박지성으로 짜여질 날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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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일 아침 올라온 응원샷 중 최고의 장면입니다. 아주머니 만세!


P.S. 이번 월드컵 들어 (1) 대진운 아주 좋다 (2) 그리스가 한건 해주길 빌어야 한다 (3) 1승1패 이후 16강 전망 밝다 (4) 박주영이 나이지리아전에서 한건 해준다 모두 대략 얼추 적중하고 있어서 매우 고무돼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하나 더 해볼랍니다. "덴마크, 16강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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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한국과 나이지리아의 한판 승부가 2010년 남아공 월드컵 한국의 16강 향방을 가늠하게 됐습니다. 비관과 낙관이 교차했지만, 아무튼 역대 월드컵에서 조별 예전 마지막 한 경기를 남겨 놓았을 때의 상황들과 비교해 볼 때 상당히 나은 상황임이 분명합니다. 수영복 챙겨서 휴가 떠나듯 가벼운 마음은 아니겠지만, 무리하게 긴장할 필요는 없습니다.

가깝게 2006년, 첫 두 경기에서 한국은 1승1무를 기록해 전적면에선 1승1패인 올해보다 나았지만 당시의 상황은 지금보다 무척 나빴습니다. 2패를 기록한 토고가 최종전에서 2무였지만 외형상 최강인 프랑스를 이길 가능성이 거의 없었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1승1무인 스위스와 비겨도 조 3위로 탈락하는 묘한 상황에 놓였었죠.

아무튼 그건 그렇고, 한국은 최종전에서 맞붙을 나이지리아와 5년 전에 치열한 명승부를 펼친 전력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대결에서 박주영이 결정적인 역할을 해냈죠. 왠지 그 경기가 재현됐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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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U-20 월드컵 대회에서 한국은 정말 역대 최악의 조편성을 맞습니다. 같은 조의 멤버들이 바로 브라질, 나이지리아, 스위스였기 때문입니다.

브라질은 뭐 말할 것도 없고 슈퍼 이글 나이지리아는 특히나 청소년 레벨에서 강한 나라라는 걸 누구나 알고 있었죠. 그나마 스위스가 '해볼만 한 팀'으로 꼽혔는데, 결국 이 대회에서 두각을 보인 센데로스, 바르네타, 볼란텐 등이 스위스를 2006년과 2010년 잇달아 스위스를 바늘구멍같은 유럽 예선을 뚫고 월드컵 본선에 올려놓는 주역으로 성장합니다.

한마디로 상대 세 팀 모두 후덜덜, 조편성을 놓고 보면 정말 절망적인 상황이었습니다. 물론 이때 한국에도 박주영이라는 기린아가 있었지만 객관적으로 볼 때 상대들이 너무 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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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스위스-나이지리아-브라질 순으로 대진이 짜여졌는데, 첫판인 스위스에게 1대2로 패하자 분위기는 상당히 흐려집니다. 그나마 해볼만하다던 팀에게 진 거죠. 그런데 2차전인 나이지리아전에서 기적이 일어납니다.

나이지리아에 0:1로 끌려가던 상황. 여기에 믿었던 박주영은 페널티킥까지 실축하며 기회를 날려 버립니다. 패색이 짙던 한국. 하지만 종료 2분전인 후반 43분, 박주영은 상대 진영 정면에서 얻은 프리킥을 절묘하게 왼쪽 구석으로 차 넣으며 동점을 이끌어냅니다.

이어 인저리타임에는 박주영의 슛을 골키퍼가 놓친 사이 백지훈이 달려들어 강슛, 나이지리아 선수들을 모두 운동장에 쓰러지게 만듭니다.

(그날 경기의 하이라이트 영상. 좀 긴데 박주영의 동점골과 백지훈의 역전골 장면은 5분 이후에 나옵니다. 뒤쪽으로 돌려 보시길.)

비록 한국은 예선 최종전에서 브라질에 0대2로 패하고, 나이지리아가 스위스를 3대0으로 대파하며 예선탈락하지만 이 대회에서 나이지리아는 준우승의 좋은 성적을 거둡니다. 이 대회에서 나이지리아를 이긴 팀은 한국과 우승국인 아르헨티나, 두 팀 뿐이었으니 이 대회에서 한국의 전력은 결코 약하지 않았던 겁니다. 이 대회 4강이 브라질, 아르헨티나, 나이지리아, 모로코로 그중 두 팀이 한국과 같은 조였다는 게 한국의 불행이었던 셈이죠. (이 대회 우승국인 아르헨티나의 핵이 바로 우리가 치를 떤 그 메시였습니다.^^)

어쨌든 한국과 나이지리아는 23일 맞붙게 됐는데, 묘한 우연이 또 등장합니다. 2005년 당시 U-20이었던 선수 중 3명이 현재 나이지리아 대표로 뛰고 있죠. 그중 주전급은 둘인 셈인데 그게 바로 그리스전에서 퇴장당한 공격수 카이타, 그 경기에서 부상당해 한국전에 나서지 못할 걸로 보이는 수비수 타이워입니다(다 회복됐다는 설도 있던데 아직 알수 없군요). 세번째 선수인 오바시는 나온다면 교체 멤버.

이대로라면 2005년 멤버 셋은 한국전에는 선발로 나오지 않을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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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한국은 당시의 스트라이커였던 박주영이 다시 전면에 나설 예정입니다. 비록 이번 대회 들어 그리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지만 만약 그가 없었어도 한국 축구가 지금 월드컵 본선까지 가 있을 수 있을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지 않습니다. 그리고 언제든 제 몫을 해줄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당시 한국 선수단 가운데선 주전 차기석에 밀려 경기에 나서지 못했던 GK 정성룡이 주전으로 성장했고, 당시 후보였던 이근호가 마지막까지 월드컵 본선 대표 물망에 올랐습니다. 그밖에 당시의 주전이었던 선수들이 이번 대회에 동참하지 못했습니다. 당시 '리마리오'로 불렸던 김승용, 미남 미드필더 백지훈, 창의력 뛰어난 수비수로 불렸던 이요한이나 투지가 돋보였던 이강진 같은 이름들이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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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23일 경기에서 박주영이 다시 살아나 2005년의 명승부를 재현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다시 한번 어깨를 펴고 질주하는 박주영의 골 세레모니를 보고 싶습니다.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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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라는 매체가 생겨난 이후로 전쟁이라는 것은 대단히 강력한 무기의 위치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실제 전장에 가서 전쟁을 '구경'하는 것은 극도로 위험한 행위지만 안락한 극장에 앉아서, 화면 안에서 펑펑 터지는 불꽃과 화염을 보며 주인공의 대활약에 넋을 잃는 건 지난 100년 간 극장을 찾는 관객들에게 평균 이상의 쾌감을 선사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영화가 실제가 아니라 해도,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장면을 보면서, 그것도 대량 살육을 구경하면서 좋아한다는 건 어쩐지 좀...'이라는 반성의 시점이 찾아오게 됩니다. 결국 어느 시점 이후로, 전 세계의 모든 전쟁 영화는 기본적으로 '전쟁은 나쁘다'는 휴머니티를 기본으로 깔고 제작되게 됩니다.

물론 그렇다 해도, 관객들이 전쟁영화를 보는 가장 큰 동기는, 아무래도 가슴 끈끈한 휴머니티보다는 생사를 가르는 전장의 긴박감과 호쾌한 볼거리라는 사실이 변한 적은 없습니다. 예를 들어 스필버그의 '라이언 일병 구하기' 같은 영화도 인간미 넘치는 주제보다는 몸서리처지는 오마하 해변 상륙작전이나 사람이 픽픽 죽어 나가는 시가전 장면으로 기억될 뿐입니다.

일종의 이율배반이죠. 그리고 이런 모순은 예외 없이 '포화 속으로'에도 적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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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 8월. 전쟁 6주만에 인민군은 남한의 2/3를 점거하고 부산을 향해 남하합니다. 미군의 참전에 한가닥 희망을 건 국군은 낙동강을 방어선으로 최후의 반격을 준비하는데 인민군의 최정예부대 하나가 전선을 이탈해 낙동강 북쪽 포항으로 향합니다. 야심만만한 박무랑(차승원)이 지휘하는 이 부대는 격전지를 우회해 국군의 후방으로 침투, 허를 찌르겠다는 생각입니다.

이런 사실을 모르는 강석대 대위(김승우)는 낙동강 전선의 핵심 방어구역으로 이동하면서 사단 사령부가 있던 포항여중을 71명의 학도병에게 맡깁니다. 그중 오장범(T.O.P)은 단지 실전 경험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중대장에 임명돼 지휘를 맡습니다. 하지만 살인미수로 경찰서에 잡혀 있다가 얼떨결에 학도병에 합류한 구갑조(권상우)는 영 오장범이 못마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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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당시 전투에 참가했던 학도병이 어머니에게 남긴 편지에서 시작한다는 설정입니다. 그리고 이런 편지는 실제 존재합니다. 영화 마지막 마지막에도 등장하지만, 1950년 8월11일, 실제로 포항여중을 방어하던 학도병 71명이 공산군과 전투를 벌여 그 지점을 약 12시간 동안 방어하는데 성공했던 기록이 있습니다. 물론 그중 48명이 전사했고, 그중 서울 동성중 3학년에 다니다 학도병에 합류한 이우근 학생의 시신에서 어머니에게 보내는 편지가 발견됩니다.

'어머님! 나는 사람을 죽였습니다. 그것도 돌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십여 명은 될 것입니다. 저는 2명의 특공대원과 함께 수류탄이라는 무서운 폭발 무기를 던져 일순간에 죽이고 말았습니다….'

이렇게 시작하는 편지가 바로 영화 '포화속으로'의 모태가 된 것입니다. 얼마 전 포항에는 이 편지의 내용을 담은 기념비가 세워졌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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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임권택감독의 '낙동강을 흐르는가'를 단체 관람으로 봤고 언젠가 한국 보이스카우트 회지에 연재되던 낙동강 전투 당시 학도병들에 대한 소설을 읽은 기억도 있습니다. 당시에는 그 공간이 포항여중이라는 건 몰랐지만, 아무튼 그 소설은 학도병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꽤 상세히 다루고 있어 흥미로웠습니다.

이 영화의 강점은 대단히 높은 시각적 완성도입니다. '태극기 휘날리며' 이후 한동안 대규모 전쟁 영화가 존재하지 않았던 한국 영화 시장에서 오랜만에 나온 작품답게 전투 장면에서 더 이상 싱겁거나 우습게 보이는 장면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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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일부 액션에서 지나치게 과장된(사격훈련이라고는 단 1발밖에 해 보지 않은 학도병들의 상당히 놀라운 전투 실력, 수류탄조차도 쓰지 않고 죽어가는 인민군들, 군사훈련이라곤 받은 적이 없을텐데 미제와 소련제 무기를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학도병들 등) 장면을 지적할 만 하지만, 아무튼 전쟁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인 전투 장면에서 이 영화의 수준은 월드 클래스라고 인정할 만 합니다.

'포화속으로'는 수없이 많은 선배들을 가진 영화입니다. 실화를 근거로 하고 있지만 이런 다윗대 골리앗의 그림은 관객들에게 대단히 친숙합니다. 특히 그 골리앗의 역할을 차승원이라는 중량감 넘치는 배우가 맡았다는 건 대단한 강점으로 꼽힙니다. 박무랑 VS 오장범이라는, 양쪽 두 지휘관의 대립을 그려내는 데에선 이재한 감독의 연출이 충분히 힘을 발휘했다는 느낌입니다.

이밖에 오장범을 후원하는 국군 대위 역의 김승우, 또 오장범을 위협하는 천부적인 파이터 구갑조 역의 권상우까지 네 명의 남자 주연들은 적재적소에 배치돼 탄탄한 구도를 이룹니다. 어쨌든 이 영화의 강점은 이 네 주인공의 구도가 끝까지 흔들리지도, 치우치지도 않고 긴장감을 유지시킨다는 데 있습니다. 비록 넷 다 너무나 전형적인 캐릭터들이긴 하지만, 매력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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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좋은 점 못잖게 아쉬움도 많습니다. 이를테면 네 주인공 외의 인물들이 지나치게 글자 그대로 들러리가 되어 버리고 말았다는 건 무척 아쉬운 일입니다. 자세히 들여다 보면 대본 단계에서는 분명 독자적인 캐릭터가 부여됐던 것 같은 학도병들이 그저 소품 정도로만 활용되고 있더군요.

물론 다 찍어 놓은 장면들이 강도 높은 편집 과정에서 다 잘려 나갔을 수도 있고, 러닝타임을 줄이려는 시도 속에서 중요도가 덜한 인물들과 관련된 내용이 희생됐을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아예 대본 수정 과정에서 '쓸데 없는 부분'이 날아갔을 수도 있겠죠. 참고로 이 영화 대본의 최종 각색자는 제작사 대표인 정태원씨('아이리스'를 만든 분이죠)로 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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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이 영화가 선전되는 것처럼 '한국판 밴드 오브 브라더스'가 되려면 그 안에 뭔가 전쟁으로 인해 희생당하고 있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이었는지, 그들의 얼굴을 좀 더 부각시켜 보여줄 필요가 있었습니다. 네. 멋모르고 형을 따라 온 어린 동생의 에피소드 정도가 있었지만 이건 이야기 자체가 너무도 전형적이라("형님아, 엄마가 끓여준 김치찌개 먹고 싶다" 같은 대사는 너무나 의무감에서 넣은 태가 역력합니다) 도대체 관객에게 감동이란 걸 이끌어내기엔 역부족입니다.

어쨌든 두시간짜리 영화를 딱 네 명의 주인공에게만 집중시켜버렸다는 건 이 영화의 한계를 너무도 선명하게 드러냅니다. 사실 21세기의 시점에서 전쟁 영화란 상당히 위선적인 존재입니다. 전투신의 쾌감을 극대화해서 관객들의 마초적인 욕구를 충족시켜야 하는 한편, 동시에 전쟁으로 인해 희생당하는(네. 전쟁에 참여한 모든 사람은 어쨌든 희생자죠) 인간들의 면모에도 초점을 맞춰야 잘 만든 작품이란 말을 들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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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히도 '포화속으로'는 전자 부분을 수준급으로 이뤄낸 반면, 후자 부분에서는 기준점 이하입니다. 이 영화는 어깨에 '후까시'가 단단히 들어가 있는 영웅들의 전쟁 이야기를 다루고 있을 뿐, 생전 처음 끌려온 전장에서 겁에 질려 있는 십대 소년들의 모습은 어디서도 발견할 수 없습니다.

만약 이 영화가 갱스터 무비였다면, 어깨에 힘을 빡 주고 아무 것도 겁나지 않는듯한 태도로 무표정하게 상대의 몸에 칼을 꽂아 넣는 소년들이 나와도 이상할 게 없을 겁니다. 하지만 이건 아무 생각 없이 진짜 전쟁에 끌려나온 소년들의 이야기이고, 그러려면 그 소년들이 어떻게 전쟁 속으로 젖어드는가가 드러났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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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에 대한 옹호자들은 혹시 오장범 역의 TOP이 그 역할을 맡아 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만 오장범은 '어쩔 수 없이 역할을 맡았지만 결국 훌륭하게 직무를 수행하는 리더'의 캐릭터일 뿐입니다. 이 영화를 대표한다기엔 너무나 평면적이고 뻔한 캐릭터죠.

정리하면, 주변의 작은 얘기들을 다 쳐 내고 주인공들의 마초 스토리만 남겨 놓은 탓에 이 영화는 다양하고 작은 울림이 없는, 그냥 두 시간짜리 전쟁 블럭버스터, 혹은 두 시간짜리 전투 하일라이트 영화가 된 느낌입니다. 그 네 주인공의 이야기도 탄탄하긴 하지만 결국 어떤 감동도 이끌어내지 못한다는 건, 아무래도 좀 더 고민이 필요했다는 이야기로 연결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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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복잡한 생각 하실 필요 없이, 두 시간 동안 다윗과 골리앗이 신나게 치고 받는, 제대로 된 전쟁 액션 영화를 원하시는 분들에겐 당연히 권할만 합니다. '포화속으로', 절대 못 만든 영화는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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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우의 수'라는 말만 들어도 짜증을 내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아무래도 이런 면밀한 진단이 일반적인 한국인의 정서에 맞지 않기 때문인데, 누군들 화끈하게 그냥 실력으로 이겨서 올라가는 걸 원치 않겠습니까. 다만 다행스러운 것은, 이번 16강 경우의 수는 꽤 낙관적이라는 겁니다.

몇가지 분석 기사도 나온 듯 한데 매우 실망스러워서 직접 정리해 보기로 했습니다. 분명 1대4로 대패했으면 뭔가 큰 타격이 있을 법 한데,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만큼의 대미지는 없었습니다. 솔직히 말해 '당초의 계산'에 아르헨티나에게 한국이 진다는 것은 이미 들어 있었던 상황이고, 가능하면 좀 적은 점수차로 졌다면 더 좋았겠지만 후반 초기에 분위기를 탄 것이 오히려 병이 됐다는 건 뭐... 지금 와서 한탄해봐야 소용없는 일이죠.

아무튼 '대패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16강 진출 가능성은 꽤 높은 편입니다. 물론 그리스의 도움을 받은 결과죠. 세상은 원래 혼자 잘나서만 살 수는 없는 거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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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그냥 순차적으로 정리합니다. 현재의 상황에서 시작해 3차전의 가장 좋은 경우부터. 일단 현재의 득실 상황은 이렇습니다. 한국은 -1로 그리스와 득실차에서 동률이지만 다득점에서 앞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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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국이 나이지리아를 이겼을 때.

고민할 필요가 없습니다. 물론 이 경우 나이지리아가 3패가 되므로 그리스가 최종전에서 아르헨티나를 꺾으면 세 팀이 2승1패 동률이 됩니다. 물론 이 경우라도, 그리스가 조2위가 되기 위해서는 아르헨티나에게 1대0, 2대1로 이겨선 탈락입니다. 최소한 2대0, 또는 세 골 이상을 득점해야 합니다. (한국과 득실/다득점을 고려하면 이렇습니다.)

물론 숫자상으로는 이렇지만 실제 이런 일이 벌어질 것 같지는 않습니다. 현재 드러난 전력으로 볼 때, 이미 2승인 아르헨티나가 꽤 느슨한 경기를 하긴 하겠지만, 그래도 그리스에게 이렇게 대패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냥 나이지리아에게 이기는 순간 대세는 확정이라고 믿어도 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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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한국이 나이지리아와 비겼을 때

현실적으로 가장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생각됩니다만, 아무튼 이 경우에도 우리가 올라갈 가능성이 꽤 높다고 생각됩니다. 물론 이건 그리스가 아르헨티나를 이기기 힘들 것이라는 현실적인 판단에 기댄 것입니다.

한국이 최종전에서 비기고, 그리스가 아르헨티나를 이기면 한국은 무조건 탈락입니다.

현재 전력을 볼 때 한국도 비기고 그리스도 비기는 그림이 꽤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이 때는 당연히 골득실-다득점-승자승의 순서로 순위를 매깁니다. 그렇다면 한국이 일단은 유리합니다. 현재 득실차는 -1로 같기 때문에, 둘 다 비긴다면 득실차는 그대로 -1로 유지됩니다.

그럼 다득점. 현재 한국은 3골이고 그리스는 2골이므로 두 팀 모두 0대0으로 비긴다면 한국의 승리입니다. 한국이 0:0으로 비기고, 그리스가 1:1로 비기면 다득점에서도 동률이 되지만, 이 경우에는 한국이 첫 경기에서 그리스를 2대0으로 이겼으므로 승자승으로 한국이 올라갑니다.

따라서, 둘 다 비길 경우 그리스는 최소한 한국보다 2골을 더 넣어야 한다는 부담이 있습니다. 그리스가 아르헨티나를 이기든 지든, 한국-나이지리아전의 향방을 모르는 상황이라면(두 경기가 같은 시간에 열립니다) 그리스는 무조건 2골 이상은 넣어야 가능성이 생기는 셈입니다.

이렇게 되기 위해선 그리스는 초반부터 엄청난 공격 일변도의 경기를 펼쳐야 한다는 얘긴데, 세계 최강의 공격력을 가진 팀을 상대로, 수비가 특기인 그리스 같은 팀이 다득점을 노린다는 건... 그리 좋은 결과를 낼 걸로 예상되지는 않습니다.

결론:

한국이 0대0이면 그리스는 똑같이 비겨도 1대1로 비겨선 떨어집니다. 한국이 0대0일때 그리스는 2대2, 한국이 1대1이면 그리스는 3대3까지는 가야 16강에 올라갈 수 있습니다. 이런 요소는 그리스로 하여금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최대한 공격적인 전형을 취하게 만들기 때문에, 그리스보다는 한국의 16강 진출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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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한국이 나이지리아에게 졌을 때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한국이 나이지리아에게 지는 순간 탈락이 결정됩니다. 이 경우라도 그리스가 아르헨티나에게 진다면 아르헨티나를 제외한 세 팀이 1승2패 동률이 되지만, 득실차에 의해 한국은 탈락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한국이 0대1로 진다고 가정하면, 한국은 득실차가 -2, 나이지리아는 -1이 됩니다. 그럼 한국은 그리스-아르헨티나 경기의 결과와 무관하게 조 3위 이상은 올라갈 수 없게 됩니다.

따라서 나이지리아는 절대 한국과 맥풀린 경기를 하지 않으며, 최선을 다해 이기려고 들 것입니다. 누가 봐도 아르헨티나가 최종전에서 그리스를 이겨 줄 것이라고 기대하는게 정상이기 때문에, 나이지리아는 한국을 꺾고 득실차로 올라가는 방법을 노릴 것입니다. (물론 한국이 나이지리아에게 지고, 그리스가 아르헨티나에 이기거나 비긴다면 한국과 나이지리아는 자동 탈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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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는 참고용. 본문 내용이 더 자세합니다.)

그래서 제 결론은, '한국은 최종전에서 비기기만 해도 16강에 진출한다고 기대할 수 있다'입니다. 역시 처음에 말한 대로 그리스가 아르헨티나를 이기기는 쉽지 않다는 전제하에 내린 결론입니다. 물론 그리스가 아르헨티나에 압승을 거둘 가능성이 결코 없지 않기 때문에, 100%는 아닙니다.

아무튼 현실이 이렇기 때문에, 그리스는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다득점을 노릴 수밖에 없고, 나이지리아 역시 한국에게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겁니다. 이런 상황은 한국에게 결코 불리하지 않습니다. 어느 팀이든 이기려고 달려드는 상황에서 허점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그리스와 나이지리아가 '비기면 끝장'이라는 마음가짐으로 경기에 임하고, 그리스가 나이지리아 주전 선수 2명을 벤치로 보낸 상황에서 한국은 '비기기만 해도 거의 올라간다'는 다소 편안한 마음을 갖는다면, 아무래도 우리 쪽이 유리할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물론 아르헨티나전 초반처럼 극도로 어색한 수비 치중보다는 최소한 반격은 가능한 적극적인 자세를 기대합니다. 까짓 나이지리아가 잘 해봐야 어디 아르헨티나만 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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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메시와 이과인이 그리스전에서도 한국전처럼 해 주길 기대합니다. 이상이 절대 아마추어인 저의 분석입니다. 다른 분들의 의견을 환영합니다.

아무튼 구호로 정리하자면 가자! 16강!

또는 아르헨티나 화이팅!

P.S. 간밤에는 많은 분들이 이해하지 못하셨지만, 경기 결과를 놓고 보면 왜 어제 그리스-나이지리아전에서 무승부가 최선이었는지 이제 이해하셨을 것으로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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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2. 아쉬운 패배는 트위터로 꽤 히트했던 나라도나와 오베스 사진으로 달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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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민효린의 상당히 파격적인 화보가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시켰습니다. 사실 민효린은 지금까지 '온라인 이슈화를 통한 성장'이라는 연예인 성공 모델의 표본 같은 주인공입니다. 처음 등장했을 때 '절대 성형하지 않았다'며 '명품 코'를 검색어로 등장시켰고, 이어 '기다려 늑대'를 통한 가수 데뷔로 주목을 끌었습니다.

그리곤 김연아가 일으킨 피겨 열풍을 타고 '커피프린스'의 이윤정 PD가 제작한 '트리플'의 주인공으로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여기까지는 제대로 물살을 탔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트리플'에선 남자 주인공 이정재와 불균형이 좀 심했고, '트리플'이 시청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지 못해 거기서 브레이크가 걸리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화보가 약간 애매했던 국면의 돌파구가 되는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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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보를 본 첫 느낌은 그 뒤로 잠잠했던 민효린이 또 한방 터뜨렸구나 하는 것입니다. '이슈화를 통한 성장'이라는 기본 모델 안에서, '앳돼 보이는 이미지 제거'를 주제로 삼은 이벤트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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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밀히 말하면 좀 늦은 감도 있습니다. 민효린은 1986년생이므로 만 24세. 이미 동갑내기인 홍수아나 이채영, 2년 어린 서우나 유이(애프터스쿨)가 '여성미'를 잔뜩 강조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게다가 더 어린 걸 그룹 멤버 중에도 89년생인 유리는 이미 '여자'의 느낌을 충분히 내고 있죠.

물론 여태까진 어려 보이는 외모의 덕을 본 부분도 분명 있기 때문에 늦어서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을 듯 합니다. 다만, 훨씬 어린 친구들이 더 여자처럼 보인다는 건 좀 께름칙할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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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미를 강조하는 방안에는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유리나 포미닛의 현아처럼 그런 느낌을 타고 난 경우도 있지만, 태어날 때부터 베이비페이스의 운명을 타고 난 경우에는 그게 쉽지 않죠. 87년생인 문근영이 대표적입니다. 노출을 한다고 뭐가 크게 달라질 것 같지도 않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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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살짝 퇴폐적인 느낌이 등장합니다. 뭐랄까, 농염하다거나 성숙하다는 느낌은 그다지 크지 않지만, 어쨌든 이제 '소녀가 아니라 여자'라는 느낌은 확실히 주고 있습니다.

이런게 바로 화보의 위력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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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생인 고아라도 조금씩 시도하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사실 타고난 신체조건 때문에 시상식장 같은 곳에서 꽤 과감한 의상을 입어도 큰 효과는 나지 않는 상황이라면 이런 화보가 훌륭한 역할을 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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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런 시도 가운데서 김소은은 좀 너무 많이 나간 듯도 합니다만.^^ 김소은인지 알아보기도 쉽지 않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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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이런 전략은 만국 공통입니다. 성년이 빨리 오는(?) 해외에선 이런 변신의 시기가 빨라지죠. 최근 영화에서 보여준 아역 스타 다코타 패닝의 파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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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해리 포터' 시리즈의 엠마 왓슨이 이미 걸었던 길을 걷고 있는 겁니다. 여기에 엠마 왓슨은 열애설까지 한몫을 했는데... 시기적으로는 '해리 포터' 시리즈의 프로듀서들이 짜증을 냈을 법도 합니다. 자칫 시리즈의 청소년 여주인공 이미지를 깰 수도 있기 때문이죠. 뭐 그쪽 사람들의 생각은 또 다를 수도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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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앙증맞은 이미지에서 킬힐과 도발적인 여성미로 대폭 변신한 민효린을 보니 참 격세지감도 느껴지고, 전체적으로 신선하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이런 일은 계속 되풀이되겠죠. 다음번에는 또 누가 '화보를 통한 성인 이미지 전달'에 뛰어들지 궁금합니다.

단 주의해야 할 것은 화보만 찍는다고 모두 성공적인 결과를 낳는 건 아니란 점이죠. 민효린은 거의 24시간 동안 검색어 상위권에 머물면서 그동안 잠잠했던 '민효린'이란 이름을 다시 한번 주목의 대상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습니다. 기존의 이미지로 새로 부각시키려는 이미지, 그리고 그 이미지 변화를 주도할 전문가, 가장 효과를 발휘할 시점의 선택 등에서 종합적으로 좋은 판단이 있었던 결과라고 봐야 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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