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감기 우습게 보다가 된통 당하고 있습니다.
하루 이틀 지나면 낫겠지 했는데 사흘째 낑낑입니다.
다들 감기조심하시기 바랍니다. - 특히 냉방병.
개골.
많은 분들이 아마 소식을 접하셨을 겁니다. 7월5일 밤부터, 온 동네의 트위터들이 영화 '백 투 더 퓨처'에서 주인공 마티 맥플라이(마이클 J 폭스)가 영화 속에서 갔던 미래의 날짜가 바로 오늘(2010년 7월5일)이라고 왁자지껄하게 떠들어댔기 때문입니다.
아침 내내 신경 쓸 일이 있어서 '그랬나? 아닌 것 같은데...'라는 생각만 했지 찾아보지는 못했습니다. 그런데 아니나다를까, 찾아 보니 바로 나오더군요. '백투더 퓨처 2'에서 주인공들이 날아간 미래의 시간은 2015년 10월 21일이었습니다. 전혀 얼토당토 않은 날짜였죠.
기억을 더듬어 보시면 '백투더 퓨처' 1편의 마지막 장면에 브라운 박사가 어디선가 날아와 마티와 여자친구에게 "큰일이다! 너희의 아이들에게 심각한 문제가 생겼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이 장면은 그대로 2편의 첫 장면이 됩니다. 브라운 박사는 어디론가 두 남녀를 데리고 날아가고, 날아간 곳은 바로 미래였습니다.
그리고 나서 마티 맥플라이는 자신의 아들을 구하고, 그러는 사이 악당들은 미래를 조작하고... 뭐 등등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어쨌든 중요한 건 그 미래의 날짜가 2010년이 아니라는 겁니다.
유튜브에 떠 있는 이 영화 장면을 보시면 쉽게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위의 사진은 이 영상이 시작하고 2분56초 정도에 나오는 장면입니다. 참고로 장소는 늘 동일합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힐밸리라는 도시로 되어 있죠(실제 존재하는 도시인진 모르겠습니다).
동영상을 직접 확인하지 않고 wiki에 있는 영화 플롯 요약만 읽어봐도 금세 확인할 수 있습니다.
On October 26, 1985, Dr. Emmett Brown arrives from the future and tells Marty McFly and his girlfriend Jennifer Parker that he needs their help to save their kids in the future. They depart in the flying DeLorean time machine as Biff Tannen accidentally witnesses the departure. They arrive on October 21, 2015, where Doc electronically hypnotizes Jennifer to sleep and leaves her unconscious in an alley to keep her away from his plan.
한국에서만 이런 일이 벌어지진 않은 듯 합니다. 다음 뉴스블로그는 아마도 어떤 장난치기 좋아하는 사람이 영화의 한 장면을 그대로 포토샵 처리해 올린 것이 이런 문제를 자아낸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http://www.worldcorrespondents.com/july-5-2010-back-to-the-future-destination-time-is-a-hoax/886926
(이것이 바로 인터넷을 통해 유포된 합성 사진입니다.)
현재 한국의 트위터 월드는 이것이 잘못된 정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이 혼재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어쨌든 전혀 사실무근은 정보가 아무 제한 없이 유포됐고, 소수의 사람들이 그 정보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냈지만 이미 먼저 자리를 점거하고 있는 가짜 정보를 뒤집지는 못하고 있는 듯 합니다.
만약 이것이 '백투더 퓨처'에 대한 것이 아니고 좀 더 사회적인 의미를 갖는 정보였더라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트위터가 무슨 대단한 신세계인 것처럼 여기는 사람들에게는 다시 한번 생각해 볼 계기를 마련해 주는 사건이 아닌가 합니다.
트위터도 다른 모든 미디어와 마찬가지로 완전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훨씬 취약할 수도 있습니다. 아마도 '백투더 퓨처' 사건이 그 교훈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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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범근 감독은 나이답지 않게 요즘 단문 메시지를 즐기는 듯 합니다. 며칠 전, 차감독님이 하신 말씀 가운데 "골많이 넣는 공격수라고 페널티킥 잘 차는것 아니야. 배짱이 좋아야해. 나 어제 (일본 대표팀의 수비수)고마노가 실축하는거 보면서 만감이 교차하더라. 승부차기, 그거 진짜 만만치 않아. 5분동안 3골씩 넣는 나도 그건 어렵다니까" 라는 말이 여러 군데에서 기사화됐습니다.
물론 일본-파라과이전의 승부차기를 보고 승부차기의 어려움에 대해 쓴 글이지만 글 말미에 있는 '5분에 3골'이라는 말에 옛 생각이 되살아났습니다. 바로 70년대, 월드컵보다 한국인들에겐 더 인기있었던 '박스컵'을 기억하시는 분들이라면 무슨 말인지 바로 알아들으실 겁니다. '차범근 신화'의 수많은 클라이막스 중 하나인 이 '5분에 3골'이 터진 건 바로 1976년의 일이었습니다.
차범근 감독은 경신고를 졸업하고 고려대에 입학하던 1972년, 이미 청소년대표와 국가대표에 동시 선발됐습니다. 만 19세의 나이로 한국의 에이스가 될 가능성을 보인 것이죠. 그 뒤로 100m를 11초4에 뛰는 준족, 탁월한 골 결정력, 공을 몰고도 옆에서 그냥 뛰는 수비수보다 빠르다는 무서운 돌파력으로 아시아를 대표하는 공격수로 발돋움합니다.
하지만 당시 한국은 '아시아의 강자'로 군림하긴 했지만, 번번이 올림픽과 월드컵 본선 진출권을 놓치는 수준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특히 월드컵 예선에서는 호주가 넘을 수 없는 거대한 벽이었고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도 수시로 한국을 위협했습니다. 오히려 당시에는 일본보다 이들 동남아 국가들이 축구 강국의 면모를 보였던 게 사실입니다.
이 시기 한국 축구팀의 주요 활동 영역은 태국에서 열리는 킹스컵과 말레이시아의 메르데카컵, 그리고 한국에서 열리는 박대통령배 축구대회였습니다. 특히 1971년, 박정희 대통령이 자신의 이름을 붙여 흔히 '박스컵'이라고 불렸던 이 대회는 한국이 주최국으로서 2개 팀을 출전시키고, 아시아 각국과 해외의 몇몇 클럽 팀들을 초청해 벌이는 대회로 큰 인기를 누렸습니다. 당시 최고의 인기 스포츠는 고교야구였지만 그 고교야구도 박스컵만큼 관심을 모으지는 못했습니다.
그리고 1976년. 개최국인 한국은 1진인 화랑과 2진인 충무를 박스컵에 출전시킵니다. 당연히 차범근은 1진인 화랑의 주전 라이트윙. 물론 충무도 허정무 조광래 신현호 박창선 김황호 등 몇년 뒤 한국 축구사를 장식할 스타플레이어들이 즐비한 팀이었습니다. (오늘의 시각에서 볼때는 차범근만 빼면 충무의 라인업이 더 화려해 보이기도 합니다.^^)
어쨌든 당시 화랑에 걸린 기대는 당연히 홈팀으로서 우승. 하지만 바로 첫날 첫 경기에서 화랑은 엄청난 위기를 겪습니다. 1976년, 제6회 박대통령배 축구대회 개막일인 9월11일, 화랑은 아시아의 난적 말레이시아와 개막전을 치렀습니다.
< 불행히도 이긴 경기가 비긴 경기보다 우선이라는 당시 판단 때문에 차범근이 헤드라인을 장식하진 못했습니다.>
이날 화랑의 출전 선수 명단은 이렇습니다. GK 김희천(김진복) FB 강병찬 김호곤 김철수(박성화) 황재만 HB 최종덕 박상인 FW 이영무 차범근 조동현 김진국. 문정식 감독이 이끄는 한국 뿐만 아니라 이때까지는 거의 대다수 국가들이 4-2-4를 축구의 표준이라고 생각하던 시절입니다.
말레이시아는 한국이 뛰어넘기 힘든 강팀은 분명 아니었지만, 언제나 한국과는 시소 게임을 펼쳤던 팀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날의 경기는 완전히 예상을 빗나갔습니다. 한국이 전반에만 0-3으로 뒤졌던 겁니다. 특히 GK와 수비의 호흡 불일치로 자책골까지 허용한게 더욱 나빴습니다.
전열을 정비한 화랑은 후반 24분 박상인의 골로 추격했으나 34분 다시 한골을 허용해 1-4로 패색이 짙던 상황. 그러나 차범근이 38분, 42분, 43분 연속으로 세 골을 넣어 4대4, 기적적인 무승부를 이끌어냈습니다.
당시의 차범근은 그야말로 누구도 막지 못할 선수였습니다. 말레이시아 선수들이 공을 끌고 나올 때마다 하프라인 근처에서 인터셉트해 골로 연결시키는 솜씨는 그야말로 어른과 아이 같은 차이를 보였죠. 1986년 월드컵 잉글랜드전의 마라도나를 연상하시는게 가장 좋은 비교일 듯 합니다.
이것이 바로 '차범근'이라는 이름 석자를 온 국민의 가슴 속에 새긴 '5분에 3골'의 전설입니다. 이전까지도 차범근은 한국의 희망이었지만, 그래도 이 시기까지 '한국 최고의 골잡이'를 물으면 '이회택'이라고 대답하는 사람이 더 많았을 겁니다. 아울러 당대에도 김진국 김재한 등 걸출한 스트라이커들이 이었고, 차범근은 '그중 하나'였죠. 하지만 이날, 4대4의 기적을 이끌어 낸 뒤 한국인들에게는 '축구=차범근'이라는 등식이 생겼습니다.
결국 이렇게 첫 경기를 아슬아슬하게 넘긴 화랑은 그 뒤로는 승승장구 예선을 통과, 결승에서 브라질과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0대0으로 비기고 공동우승을 차지합니다. 이 대회에서 차범근은 말레이시아전의 해트트릭을 포함, 7골 4어시스트로 맹활약해 한국 우승의 일등공신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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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한국과 나이지리아의 한판 승부가 2010년 남아공 월드컵 한국의 16강 향방을 가늠하게 됐습니다. 비관과 낙관이 교차했지만, 아무튼 역대 월드컵에서 조별 예전 마지막 한 경기를 남겨 놓았을 때의 상황들과 비교해 볼 때 상당히 나은 상황임이 분명합니다. 수영복 챙겨서 휴가 떠나듯 가벼운 마음은 아니겠지만, 무리하게 긴장할 필요는 없습니다.
가깝게 2006년, 첫 두 경기에서 한국은 1승1무를 기록해 전적면에선 1승1패인 올해보다 나았지만 당시의 상황은 지금보다 무척 나빴습니다. 2패를 기록한 토고가 최종전에서 2무였지만 외형상 최강인 프랑스를 이길 가능성이 거의 없었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1승1무인 스위스와 비겨도 조 3위로 탈락하는 묘한 상황에 놓였었죠.
아무튼 그건 그렇고, 한국은 최종전에서 맞붙을 나이지리아와 5년 전에 치열한 명승부를 펼친 전력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대결에서 박주영이 결정적인 역할을 해냈죠. 왠지 그 경기가 재현됐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합니다.
2005년 U-20 월드컵 대회에서 한국은 정말 역대 최악의 조편성을 맞습니다. 같은 조의 멤버들이 바로 브라질, 나이지리아, 스위스였기 때문입니다.
브라질은 뭐 말할 것도 없고 슈퍼 이글 나이지리아는 특히나 청소년 레벨에서 강한 나라라는 걸 누구나 알고 있었죠. 그나마 스위스가 '해볼만 한 팀'으로 꼽혔는데, 결국 이 대회에서 두각을 보인 센데로스, 바르네타, 볼란텐 등이 스위스를 2006년과 2010년 잇달아 스위스를 바늘구멍같은 유럽 예선을 뚫고 월드컵 본선에 올려놓는 주역으로 성장합니다.
한마디로 상대 세 팀 모두 후덜덜, 조편성을 놓고 보면 정말 절망적인 상황이었습니다. 물론 이때 한국에도 박주영이라는 기린아가 있었지만 객관적으로 볼 때 상대들이 너무 강했습니다.
어쨌든 스위스-나이지리아-브라질 순으로 대진이 짜여졌는데, 첫판인 스위스에게 1대2로 패하자 분위기는 상당히 흐려집니다. 그나마 해볼만하다던 팀에게 진 거죠. 그런데 2차전인 나이지리아전에서 기적이 일어납니다.
나이지리아에 0:1로 끌려가던 상황. 여기에 믿었던 박주영은 페널티킥까지 실축하며 기회를 날려 버립니다. 패색이 짙던 한국. 하지만 종료 2분전인 후반 43분, 박주영은 상대 진영 정면에서 얻은 프리킥을 절묘하게 왼쪽 구석으로 차 넣으며 동점을 이끌어냅니다.
이어 인저리타임에는 박주영의 슛을 골키퍼가 놓친 사이 백지훈이 달려들어 강슛, 나이지리아 선수들을 모두 운동장에 쓰러지게 만듭니다.
(그날 경기의 하이라이트 영상. 좀 긴데 박주영의 동점골과 백지훈의 역전골 장면은 5분 이후에 나옵니다. 뒤쪽으로 돌려 보시길.)
비록 한국은 예선 최종전에서 브라질에 0대2로 패하고, 나이지리아가 스위스를 3대0으로 대파하며 예선탈락하지만 이 대회에서 나이지리아는 준우승의 좋은 성적을 거둡니다. 이 대회에서 나이지리아를 이긴 팀은 한국과 우승국인 아르헨티나, 두 팀 뿐이었으니 이 대회에서 한국의 전력은 결코 약하지 않았던 겁니다. 이 대회 4강이 브라질, 아르헨티나, 나이지리아, 모로코로 그중 두 팀이 한국과 같은 조였다는 게 한국의 불행이었던 셈이죠. (이 대회 우승국인 아르헨티나의 핵이 바로 우리가 치를 떤 그 메시였습니다.^^)
어쨌든 한국과 나이지리아는 23일 맞붙게 됐는데, 묘한 우연이 또 등장합니다. 2005년 당시 U-20이었던 선수 중 3명이 현재 나이지리아 대표로 뛰고 있죠. 그중 주전급은 둘인 셈인데 그게 바로 그리스전에서 퇴장당한 공격수 카이타, 그 경기에서 부상당해 한국전에 나서지 못할 걸로 보이는 수비수 타이워입니다(다 회복됐다는 설도 있던데 아직 알수 없군요). 세번째 선수인 오바시는 나온다면 교체 멤버.
이대로라면 2005년 멤버 셋은 한국전에는 선발로 나오지 않을 전망입니다.
반면 한국은 당시의 스트라이커였던 박주영이 다시 전면에 나설 예정입니다. 비록 이번 대회 들어 그리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지만 만약 그가 없었어도 한국 축구가 지금 월드컵 본선까지 가 있을 수 있을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지 않습니다. 그리고 언제든 제 몫을 해줄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당시 한국 선수단 가운데선 주전 차기석에 밀려 경기에 나서지 못했던 GK 정성룡이 주전으로 성장했고, 당시 후보였던 이근호가 마지막까지 월드컵 본선 대표 물망에 올랐습니다. 그밖에 당시의 주전이었던 선수들이 이번 대회에 동참하지 못했습니다. 당시 '리마리오'로 불렸던 김승용, 미남 미드필더 백지훈, 창의력 뛰어난 수비수로 불렸던 이요한이나 투지가 돋보였던 이강진 같은 이름들이 그립습니다.
어쨌든 23일 경기에서 박주영이 다시 살아나 2005년의 명승부를 재현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다시 한번 어깨를 펴고 질주하는 박주영의 골 세레모니를 보고 싶습니다.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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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라는 매체가 생겨난 이후로 전쟁이라는 것은 대단히 강력한 무기의 위치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실제 전장에 가서 전쟁을 '구경'하는 것은 극도로 위험한 행위지만 안락한 극장에 앉아서, 화면 안에서 펑펑 터지는 불꽃과 화염을 보며 주인공의 대활약에 넋을 잃는 건 지난 100년 간 극장을 찾는 관객들에게 평균 이상의 쾌감을 선사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영화가 실제가 아니라 해도,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장면을 보면서, 그것도 대량 살육을 구경하면서 좋아한다는 건 어쩐지 좀...'이라는 반성의 시점이 찾아오게 됩니다. 결국 어느 시점 이후로, 전 세계의 모든 전쟁 영화는 기본적으로 '전쟁은 나쁘다'는 휴머니티를 기본으로 깔고 제작되게 됩니다.
물론 그렇다 해도, 관객들이 전쟁영화를 보는 가장 큰 동기는, 아무래도 가슴 끈끈한 휴머니티보다는 생사를 가르는 전장의 긴박감과 호쾌한 볼거리라는 사실이 변한 적은 없습니다. 예를 들어 스필버그의 '라이언 일병 구하기' 같은 영화도 인간미 넘치는 주제보다는 몸서리처지는 오마하 해변 상륙작전이나 사람이 픽픽 죽어 나가는 시가전 장면으로 기억될 뿐입니다.
일종의 이율배반이죠. 그리고 이런 모순은 예외 없이 '포화 속으로'에도 적용됩니다.
1950년 8월. 전쟁 6주만에 인민군은 남한의 2/3를 점거하고 부산을 향해 남하합니다. 미군의 참전에 한가닥 희망을 건 국군은 낙동강을 방어선으로 최후의 반격을 준비하는데 인민군의 최정예부대 하나가 전선을 이탈해 낙동강 북쪽 포항으로 향합니다. 야심만만한 박무랑(차승원)이 지휘하는 이 부대는 격전지를 우회해 국군의 후방으로 침투, 허를 찌르겠다는 생각입니다.
이런 사실을 모르는 강석대 대위(김승우)는 낙동강 전선의 핵심 방어구역으로 이동하면서 사단 사령부가 있던 포항여중을 71명의 학도병에게 맡깁니다. 그중 오장범(T.O.P)은 단지 실전 경험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중대장에 임명돼 지휘를 맡습니다. 하지만 살인미수로 경찰서에 잡혀 있다가 얼떨결에 학도병에 합류한 구갑조(권상우)는 영 오장범이 못마땅합니다.
이 영화는 당시 전투에 참가했던 학도병이 어머니에게 남긴 편지에서 시작한다는 설정입니다. 그리고 이런 편지는 실제 존재합니다. 영화 마지막 마지막에도 등장하지만, 1950년 8월11일, 실제로 포항여중을 방어하던 학도병 71명이 공산군과 전투를 벌여 그 지점을 약 12시간 동안 방어하는데 성공했던 기록이 있습니다. 물론 그중 48명이 전사했고, 그중 서울 동성중 3학년에 다니다 학도병에 합류한 이우근 학생의 시신에서 어머니에게 보내는 편지가 발견됩니다.
'어머님! 나는 사람을 죽였습니다. 그것도 돌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십여 명은 될 것입니다. 저는 2명의 특공대원과 함께 수류탄이라는 무서운 폭발 무기를 던져 일순간에 죽이고 말았습니다….'
이렇게 시작하는 편지가 바로 영화 '포화속으로'의 모태가 된 것입니다. 얼마 전 포항에는 이 편지의 내용을 담은 기념비가 세워졌다고 합니다.
어린 시절 임권택감독의 '낙동강을 흐르는가'를 단체 관람으로 봤고 언젠가 한국 보이스카우트 회지에 연재되던 낙동강 전투 당시 학도병들에 대한 소설을 읽은 기억도 있습니다. 당시에는 그 공간이 포항여중이라는 건 몰랐지만, 아무튼 그 소설은 학도병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꽤 상세히 다루고 있어 흥미로웠습니다.
이 영화의 강점은 대단히 높은 시각적 완성도입니다. '태극기 휘날리며' 이후 한동안 대규모 전쟁 영화가 존재하지 않았던 한국 영화 시장에서 오랜만에 나온 작품답게 전투 장면에서 더 이상 싱겁거나 우습게 보이는 장면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물론 일부 액션에서 지나치게 과장된(사격훈련이라고는 단 1발밖에 해 보지 않은 학도병들의 상당히 놀라운 전투 실력, 수류탄조차도 쓰지 않고 죽어가는 인민군들, 군사훈련이라곤 받은 적이 없을텐데 미제와 소련제 무기를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학도병들 등) 장면을 지적할 만 하지만, 아무튼 전쟁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인 전투 장면에서 이 영화의 수준은 월드 클래스라고 인정할 만 합니다.
'포화속으로'는 수없이 많은 선배들을 가진 영화입니다. 실화를 근거로 하고 있지만 이런 다윗대 골리앗의 그림은 관객들에게 대단히 친숙합니다. 특히 그 골리앗의 역할을 차승원이라는 중량감 넘치는 배우가 맡았다는 건 대단한 강점으로 꼽힙니다. 박무랑 VS 오장범이라는, 양쪽 두 지휘관의 대립을 그려내는 데에선 이재한 감독의 연출이 충분히 힘을 발휘했다는 느낌입니다.
이밖에 오장범을 후원하는 국군 대위 역의 김승우, 또 오장범을 위협하는 천부적인 파이터 구갑조 역의 권상우까지 네 명의 남자 주연들은 적재적소에 배치돼 탄탄한 구도를 이룹니다. 어쨌든 이 영화의 강점은 이 네 주인공의 구도가 끝까지 흔들리지도, 치우치지도 않고 긴장감을 유지시킨다는 데 있습니다. 비록 넷 다 너무나 전형적인 캐릭터들이긴 하지만, 매력적입니다.
하지만 좋은 점 못잖게 아쉬움도 많습니다. 이를테면 네 주인공 외의 인물들이 지나치게 글자 그대로 들러리가 되어 버리고 말았다는 건 무척 아쉬운 일입니다. 자세히 들여다 보면 대본 단계에서는 분명 독자적인 캐릭터가 부여됐던 것 같은 학도병들이 그저 소품 정도로만 활용되고 있더군요.
물론 다 찍어 놓은 장면들이 강도 높은 편집 과정에서 다 잘려 나갔을 수도 있고, 러닝타임을 줄이려는 시도 속에서 중요도가 덜한 인물들과 관련된 내용이 희생됐을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아예 대본 수정 과정에서 '쓸데 없는 부분'이 날아갔을 수도 있겠죠. 참고로 이 영화 대본의 최종 각색자는 제작사 대표인 정태원씨('아이리스'를 만든 분이죠)로 되어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 영화가 선전되는 것처럼 '한국판 밴드 오브 브라더스'가 되려면 그 안에 뭔가 전쟁으로 인해 희생당하고 있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이었는지, 그들의 얼굴을 좀 더 부각시켜 보여줄 필요가 있었습니다. 네. 멋모르고 형을 따라 온 어린 동생의 에피소드 정도가 있었지만 이건 이야기 자체가 너무도 전형적이라("형님아, 엄마가 끓여준 김치찌개 먹고 싶다" 같은 대사는 너무나 의무감에서 넣은 태가 역력합니다) 도대체 관객에게 감동이란 걸 이끌어내기엔 역부족입니다.
어쨌든 두시간짜리 영화를 딱 네 명의 주인공에게만 집중시켜버렸다는 건 이 영화의 한계를 너무도 선명하게 드러냅니다. 사실 21세기의 시점에서 전쟁 영화란 상당히 위선적인 존재입니다. 전투신의 쾌감을 극대화해서 관객들의 마초적인 욕구를 충족시켜야 하는 한편, 동시에 전쟁으로 인해 희생당하는(네. 전쟁에 참여한 모든 사람은 어쨌든 희생자죠) 인간들의 면모에도 초점을 맞춰야 잘 만든 작품이란 말을 들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불행히도 '포화속으로'는 전자 부분을 수준급으로 이뤄낸 반면, 후자 부분에서는 기준점 이하입니다. 이 영화는 어깨에 '후까시'가 단단히 들어가 있는 영웅들의 전쟁 이야기를 다루고 있을 뿐, 생전 처음 끌려온 전장에서 겁에 질려 있는 십대 소년들의 모습은 어디서도 발견할 수 없습니다.
만약 이 영화가 갱스터 무비였다면, 어깨에 힘을 빡 주고 아무 것도 겁나지 않는듯한 태도로 무표정하게 상대의 몸에 칼을 꽂아 넣는 소년들이 나와도 이상할 게 없을 겁니다. 하지만 이건 아무 생각 없이 진짜 전쟁에 끌려나온 소년들의 이야기이고, 그러려면 그 소년들이 어떻게 전쟁 속으로 젖어드는가가 드러났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에 대한 옹호자들은 혹시 오장범 역의 TOP이 그 역할을 맡아 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만 오장범은 '어쩔 수 없이 역할을 맡았지만 결국 훌륭하게 직무를 수행하는 리더'의 캐릭터일 뿐입니다. 이 영화를 대표한다기엔 너무나 평면적이고 뻔한 캐릭터죠.
정리하면, 주변의 작은 얘기들을 다 쳐 내고 주인공들의 마초 스토리만 남겨 놓은 탓에 이 영화는 다양하고 작은 울림이 없는, 그냥 두 시간짜리 전쟁 블럭버스터, 혹은 두 시간짜리 전투 하일라이트 영화가 된 느낌입니다. 그 네 주인공의 이야기도 탄탄하긴 하지만 결국 어떤 감동도 이끌어내지 못한다는 건, 아무래도 좀 더 고민이 필요했다는 이야기로 연결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복잡한 생각 하실 필요 없이, 두 시간 동안 다윗과 골리앗이 신나게 치고 받는, 제대로 된 전쟁 액션 영화를 원하시는 분들에겐 당연히 권할만 합니다. '포화속으로', 절대 못 만든 영화는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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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민효린의 상당히 파격적인 화보가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시켰습니다. 사실 민효린은 지금까지 '온라인 이슈화를 통한 성장'이라는 연예인 성공 모델의 표본 같은 주인공입니다. 처음 등장했을 때 '절대 성형하지 않았다'며 '명품 코'를 검색어로 등장시켰고, 이어 '기다려 늑대'를 통한 가수 데뷔로 주목을 끌었습니다.
그리곤 김연아가 일으킨 피겨 열풍을 타고 '커피프린스'의 이윤정 PD가 제작한 '트리플'의 주인공으로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여기까지는 제대로 물살을 탔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트리플'에선 남자 주인공 이정재와 불균형이 좀 심했고, '트리플'이 시청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지 못해 거기서 브레이크가 걸리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화보가 약간 애매했던 국면의 돌파구가 되는 느낌입니다.
화보를 본 첫 느낌은 그 뒤로 잠잠했던 민효린이 또 한방 터뜨렸구나 하는 것입니다. '이슈화를 통한 성장'이라는 기본 모델 안에서, '앳돼 보이는 이미지 제거'를 주제로 삼은 이벤트더군요.
엄밀히 말하면 좀 늦은 감도 있습니다. 민효린은 1986년생이므로 만 24세. 이미 동갑내기인 홍수아나 이채영, 2년 어린 서우나 유이(애프터스쿨)가 '여성미'를 잔뜩 강조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게다가 더 어린 걸 그룹 멤버 중에도 89년생인 유리는 이미 '여자'의 느낌을 충분히 내고 있죠.
물론 여태까진 어려 보이는 외모의 덕을 본 부분도 분명 있기 때문에 늦어서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을 듯 합니다. 다만, 훨씬 어린 친구들이 더 여자처럼 보인다는 건 좀 께름칙할 뿐이죠.
여성미를 강조하는 방안에는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유리나 포미닛의 현아처럼 그런 느낌을 타고 난 경우도 있지만, 태어날 때부터 베이비페이스의 운명을 타고 난 경우에는 그게 쉽지 않죠. 87년생인 문근영이 대표적입니다. 노출을 한다고 뭐가 크게 달라질 것 같지도 않죠.
그래서 살짝 퇴폐적인 느낌이 등장합니다. 뭐랄까, 농염하다거나 성숙하다는 느낌은 그다지 크지 않지만, 어쨌든 이제 '소녀가 아니라 여자'라는 느낌은 확실히 주고 있습니다.
이런게 바로 화보의 위력이죠.
90년생인 고아라도 조금씩 시도하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사실 타고난 신체조건 때문에 시상식장 같은 곳에서 꽤 과감한 의상을 입어도 큰 효과는 나지 않는 상황이라면 이런 화보가 훌륭한 역할을 할 수 있죠.
물론 그런 시도 가운데서 김소은은 좀 너무 많이 나간 듯도 합니다만.^^ 김소은인지 알아보기도 쉽지 않군요.
뭐 이런 전략은 만국 공통입니다. 성년이 빨리 오는(?) 해외에선 이런 변신의 시기가 빨라지죠. 최근 영화에서 보여준 아역 스타 다코타 패닝의 파격입니다.
물론 '해리 포터' 시리즈의 엠마 왓슨이 이미 걸었던 길을 걷고 있는 겁니다. 여기에 엠마 왓슨은 열애설까지 한몫을 했는데... 시기적으로는 '해리 포터' 시리즈의 프로듀서들이 짜증을 냈을 법도 합니다. 자칫 시리즈의 청소년 여주인공 이미지를 깰 수도 있기 때문이죠. 뭐 그쪽 사람들의 생각은 또 다를 수도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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