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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흔히 프로화가 선수들의 스포츠 정신을 망친다고 말하곤 합니다. 월드컵이나 올림픽에 대해서도 많은 사람들이 도전을 위한 정신보다는 돈에 눈이 먼 잔치라고 냉소적인 시선을 보내곤 합니다. 하지만 정대세는 브라질전에 임해 반드시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걸 보여줬습니다.

정대세는 경기전 북한 국가가 울려퍼지는 동안 눈물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그 이유에 대해 정대세는 "드디어 이 자리에 왔다는 생각에 눈물이 났다. 축구를 시작하고 상상하지 못했을 정도로 대단한 자리다. 그 자리에서 브라질과 같은 대단한 팀과 대결을 펼친 것은 너무 감동적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무슨 만화에 나오는 축구 소년같은 소감인지. 그리고 그 소년의 열정은 마침내 놀라운 일을 만들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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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북한은 졌지만, 그 결과는 세상을 놀라게 했습니다. 아마 44년만에 세상에 처음 나오는 북한 대표팀이 그 '브라질'을 상대로 전반 45분을 이렇게 당당히 버텨낼 거라고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겁니다.

정대세 한 사람의 힘은 아닐 겁니다. 하지만 밀집수비 작전 속에서 외롭게 원톱으로 떠 땀과 눈물을 흘리며, 허벅지가 찢어져도 뛰던 정대세는, 우리가 흔히 쓰는 '혼신의 힘을 다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마이콘의 진정 거짓말 같은 신기의 킥이 들어가고, 2-0이 되면서 브라질은 승부가 끝났다고 생각하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정대세에겐 그렇지 않았습니다. 마침내 정대세의 머리에서 찬스가 만들어졌고, 경기는 북한의 1대2 패로 끝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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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이겼다면 정말 전 세계가 뒤흔들릴만한 대사건이었겠지만, 이걸로도 충분히 놀랄만한 일입니다. 아마 축구를 보는 세계 인구의 80% 정도는 3대0, 4대0을 생각했을 겁니다.
하지만 경기 후 정대세의 표정에서는 "이만하면 잘했다"는 기색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오히려 전반전에서 대등한 경기를 펼치고도 세계 최강을 잡아내지 못한 아쉬움만 넘쳐났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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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놀라운 선수에 대해 우리는 일찍부터 많은 걸 알고 있었습니다. 1984년생인 정대세는 나고야 출신의 재일교포 3세고, 흔히 '인민 루니'라고 불리며, 조총련계 학교를 거쳐 일본 프로에서 뛰고 있습니다. 2006년 가와사키 프론탈레에 입단해 4년간 39골을 터뜨린 J리그의 간판 골잡이이며, 2007년부터 북한 대표팀의 스트라이커로 자리잡았습니다.

물론 그의 내력은 아직도 그리 자세히 알려지진 않은 듯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가 본적이 경북인 대한민국 국적 보유자이며, 기회만 있었다면 한국에서 뛸 수도 있었다는 이야기를 하면 놀라곤 합니다. 아무튼 그는 한국 국적 보유자이면서 북한 대표팀 선수고, 북한 여권을 갖고 다니는 희한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재일동포 2세인 아버지는 고향이 경북 의성이고 한국 국적이다. 어머니는 조선 국적이다. 나는 태어나면서 자동적으로 아버지 국적을 따르게 됐다. 그러나 어릴 때부터 민족학교(총련계 학교)에서 민족교육을 받았다. 나를 포함해 재일동포를 길러주고 살려주고 교육시켜준 것은 조선이다. 나의 조국은 조선이고 어릴 때부터 조선대표로 뛰고 싶었다. 국제축구연맹(FIFA)에 내가 일본에서 태어난 것과 남북의 역사적 배경을 얘기했더니 이해해줬다. 2007년 7월 조선대표가 됐고, 총련 등 주위 분들 덕분에 조선 여권을 받았다. 외국에는 북한 여권으로 나간다. 한국 갈 때는 영사관에서 임시 여권을 받는다 (2009년 8월8일 동아일보)

정대세는 30일(한국시간) AFP와 인터뷰에서 “내가 한국축구국가대표팀에 뽑히지 않은 것을 두고. 한국 사람들은 후회하고 있을 것이다. 또 통일이 되었더라면(그래서 단일팀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재일교포 3세로 ‘조선’ 국적을 가진 정대세는 2007년 6월 북한대표팀 유니폼을 입으며. 태극마크와 운명을 달리했다. 차세대 공격수 정대세의 합류 이후 베일에 싸였던 북한대표팀은 급격한 전력상승과 세대교체에 성공하며. 44년만에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다. A매치 21경기에서 14골을 몰아치는 정대세를 놓고 한 때 ‘한국 국적의 정대세를 왜 진작 대표팀에 발탁하지 않았나’라는 여론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런 염원을 읽은 듯 최근 추진되고 있는 2022 월드컵 유치전에 대해 깊은 관심을 보였다. 정대세는 같은 날 영국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만약 월드컵 경기가 평양에서도 열릴 수 있다면 그건 우리의 원대한 꿈. 그 이상이 될 것이다. 남북의 정치적 봉합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지만. 스포츠는 남북을 하나로 묶을 수 있다. 남북 공동 월드컵은 한반도에 평화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말했다. (2010년 5월30일 스포츠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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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한국 대표팀이 그리스를 2대0으로 꺾을 수 있었던 데에는, 지난달 그리스와의 평가전에서 정대세가 2골을 넣으며 승부를 2대2 무승부로 몰고 간 것도 큰 자극제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면 브라질을 상대로 한 북한의 분전은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한 한국의 경기력에 좀 더 좋은 결과를 낳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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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빡빡머리의 천진난만한 표정이 트레이드마크인 정대세. 전에도 정이 가는 선수였지만 브라질전에서의 투혼은 그를 잘 모르던 사람이라도 이제는 좋아하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위력을 발휘한 듯 합니다.

그가 박주영과 투톱을 이뤄 남아공 월드컵 전장을 누빌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부디 그가 은퇴하기 전에 하루빨리 통일이 가시화되어 그가 존경한다는 박지성의 패스를 받으며, 박주영과 투톱을 이뤄 한 팀으로 뛸 수 있는 날이 오길 기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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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 첫승, 한국이 해외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유럽 팀을 상대로 거둔 첫승, 그것도 경기 내용까지 완전히 압도하는 2대0의 완승, 정말 월드컵 신경쓰고 본지 근 30년만에 이렇게 여유있게 이겨버리는 경기는 처음이라 지금까지도 감흥이 새롭습니다.

하지만 4팀이 각각 세 경기씩 해서 두 팀이 올라가는 조별 예선은 워낙 변수가 화려합니다. 세 팀이 각각 승점 9에서 승점 0까지 다양한 성적을 낼 수 있고, 그 성적들이 제각기 상대적이기 때문에 오만가지 변화가 일어납니다.

이 대목에서 우리가 조별 예선의 남은 경기에서 기대할 것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합계 승점 5(그러니까 앞으로 최소 2무)만 올려라, 둘째는 그리스, 최소한 1승(아니면 1무)이라도 올려라. 이 두가지면 16강은 더 이상 꿈이 아니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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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지금까지 수많은 월드컵 조별 예선을 치러왔습니다. 1986년부터 4년간격으로 비슷비슷한 여정을 거쳐왔죠(2002년 제외). 첫 경기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는 조언도 늘 등장했고, 첫 경기가 끝나고 나면 '아직 희망은 있다'는 구호가 등장했던 것도 매번 비슷합니다.

그런 과정들을 지켜 본 결과, 그리고 각 팀들의 부침을 바라본 결과 올해는 비교적 예년에 비해 괜찮은 조에 들어왔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쓴 글이 이거였습니다. 이번 조편성은 1986년 이후에는 가장 좋은 여건이라는.
http://isblog.joins.com/fivecard/621

뭐 이 내용에 대해서도 수많은 분들이 바람넣지 마라, 그리스 얼마나 잘하는지 아느냐, 나이지리아가 호구냐, 등등의 얘기를 하셨지만 어쨌든 그리스에게는 1승을 거뒀습니다. 그리고 분위기를 볼 때 한국은 16강의 호기를 잡은 것도 분명합니다.

첫 1승으로 우리는 승점 3점을 얻었습니다(노파심에서 덧붙이자면 승리는 승점 3, 무승부는 승점 1입니다). 그럼 앞으로는 어떤 경기 운영이 필요할까요. 일단 16강 진출의 필요 승점은 5라고 잠정적인 결론을 내릴 수 있습니다. 이걸 보기 위해 지난번 대회들을 훑어봤습니다. 1998년 이후, 승점 5를 올리고 16강에 가지 못한 팀은 단 한 팀도 없었습니다. 즉 1승2무면 16강행은 오케이라는 뜻입니다.

승점 4, 즉 1승1무1패면 어떨까요? 신기하게도 1998년 프랑스 대회 이후 4점으로 16강에 간 경우가 6번, 못 간 경우가 6번입니다. 그러니까 4점은 결코 안전한 점수가 아닙니다. 마음 편하게 16강에 가기 위해서는 남은 두 경기를 모두 비겨 주는 것이 필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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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끔찍한 변수가 또 하나 남아 있습니다. 네 팀 중 한팀만 독보적인 성적(잘하건 못하건^^)을 내고 나머지 세 팀이 진흙탕에서 물고 물리는 플레이를 할 때, 이때는 드물게 희한한 상황이 발생합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현재의 조에서 아르헨티나가 혼자 3승으로 독주하고 한국과 그리스, 나이지리아가 1승1패씩 물고 물리는 상황이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럼 아르헨티나는 승점 9로 단독 조 1위지만 나머지 세 팀은 1승2패, 승점 3으로 동률이 되어 득실차를 가려야 합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이 나이지리아에게 지고, 그리스가 나이지리아를 이기면 가능한 얘깁니다.

이와는 반대로 3패로 독보적인 팀이 나와도^^ 이상한 상황이 생깁니다. 지난 2006년 대회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었습니다. 프랑스, 스위스, 한국, 토고가 한 조가 됐고 토고가 초반 2패로 동네북이 됐죠. 그리고 프랑스-토고, 스위스-한국전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토고가 프랑스와 비기거나 이기지 못하는 한, 한국은 스위스를 반드시 이겨야 16강에 올라갈 수 있는 아쉬운 상황을 맞았습니다. 1승2무로 3자 동률이 되면 득실차에서 뒤진다는게 이미 계산이 나와 있었기 때문입니다.

(결론적으로 3승하는 팀이야 잘하는 걸 어쩔수 없지만, 3패 팀은 이래저래 4팀 예선 시스템의 민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올해도 그리스가 혼자 동네북이 되는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그러면 나머지 세 팀은 또 3자 동률이 될 가능성이 상당히 커집니다. 비슷한 경우를 1994년 미국 월드컵 예선 D조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올해와 얼마나 비슷한지 한번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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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아르헨티나, 그리스, 나이지리아, 불가리아 대신 한국이 들어가면 올해와 똑같습니다. 여기서 그리스는 3패를 했고, 세 팀이 2승1패로 동률을 이뤘습니다.

1994년에는 월드컵 본선 진출국이 현재의 32개국이 아니라 24개국이었고, 예선 조가 8개가 아니라 6개였으므로 2승1패를 하면 조 3위라도 16강 진출을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무조건 조 1, 2위만 16강에 갑니다. 그러니 저런 상황이 재발하면 골득실, 다득점까지 따져야 하는 피마르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상황이 극적으로 가려면 아르헨티나가 3승, 그리스는 3패를 하고 한국과 나이지리아가 1승1패 상황에서 최종전에 맞붙는 상황도 나올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야말로... 참 피말리는 건곤일척의 대전이 아닐수 없습니다.

그래서 이런 상황을 면하기 위해 우리는 그리스의 분전을 촉구할 필요가 있을 듯 합니다. 남은 경기에서 우리에게 진 그리스가 1승, 혹은 1무라도 올리고 탈락해 주면 16강으로 가는 길은 상대적으로 밝아지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러다가 그리스가 기적적으로 분전, 남은 두 경기를 모두 잡으면 또 상황은 일변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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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모두에서 밝혔듯 4팀 조별 예선은 너무 변수가 많아 한 경기를 끝낸 상황에서 뭐라 말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어쨌든 한국이 남은 경기에서 2무를 확보하거나, 그리스가 '용을 써서' 나이지리아를 잡고 아르헨티나에게 '만인의 예상대로' 대패하면 한국의 앞날은 밝아집니다. 어쨌든 목요일에는 한국을 응원하는 것 못잖게 그리스를 응원할 필요가 있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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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월드컵에서 반가운 것 중 하나는 8년만에 보는 '차두리의 귀환'입니다.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 2002년, 모든 대표 선수들이 '태극전사'라는 이름으로 스타가 됐지만 안정환이나 박지성처럼 승리에 직접 기여하는 골을 넣은 선수가 아닌데도 대중들로부터 높은 사랑을 받은 스타라면 차두리를 꼽지 않을 수 없습니다.

호감형의 얼굴과 언제나 금방 면도한 듯 한 특유의 헤어스타일, 그리고 한국 축구의 영원한 신화인 차범근 감독의 2세라는 점 등에서 차두리는 항상 눈길을 끄는 선수였습니다. 그리고 무시무시한 스피드와 순발력, 2002년 기준으로 미완성의 스트라이커라는 점 등등이 화제의 초점이었습니다.

사실 이번에 나오고 있는 '차두리는 로봇이다?'도 그 무렵에 이미 나온 얘기였습니다. 하지만 순서로 따지자면 차두리의 정체를 얘기할 때 먼저 나온 건 '차두리는 강백호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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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의 뜨거웠던 어느날, 이런 기사를 쓴 적이 있었습니다.

'차두리의 정체는 강백호였다!'
대표팀의 막내 차두리와 인기 농구 만화 '슬램 덩크'의 주인공 강백호의 '공통점 이야기'가 젊은 스포츠 팬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슬램 덩크'는 일본 만화가 이노우에 다케히코의 대표작. 국내에도 주간지 연재와 단행본 출간을 통해 절정의 인기를 끌었던 작품이다.
주인공 강백호는 농구에는 문외한이지만 1m90의 큰 키와 빠른 발, 그리고 백보드에 이마를 찧을 정도로 엄청난 점프력을 가진 유망주.
어느날 농구부 주장의 여동생에게 반해 농구에 입문했다가 '백발귀'라고 불리는 안감독의 눈에 띄어 빠른 시간 사이에 최고의 리바운더로 다시 태어나 팀을 전국대회로 끌어올린다.
네티즌들은 ▲신체조건과 잠재력에 비해 세기가 부족하다 ▲똑같은 삭발 머리다 ▲흰 머리의 감독을 만나 새롭게 태어난다는 등의 공통점을 들어 '차두리=강백호'라는 주장을 널리 퍼뜨리고 있다.
많은 네티즌들이 이 주장을 바탕으로 만화 '슬램 덩크'의 줄거리에 차두리와 동료 선수들을 끼워 넣은 '차두리 스토리'를 앞다퉈 유행시키고 있다.
빼어난 실력과 잘생긴 얼굴 때문에 늘 강백호가 질투하는 팀 동료 서태웅 역할로 가장 많이 꼽히는 선수는 '테리우스' 안정환.
이밖에도 채치수에는 홍명보, 정대만에는 황선홍, 송태섭에는 이천수 또는 윤정환이 거론되는 등 매일 새로운 스토리가 소개되고 있다.
스스로 '차두리 팬'이라고 밝힌 장지홍씨(27.회사원)는 "어느 경기에 투입돼도 골키퍼와 1:1 찬스를 만드는 선수는 차두리 뿐"이라며 "한국 축구의 '희망'인 차두리가 강백호처럼 '깜짝 성장'을 해 제몫을 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차두리 스토리'가 유행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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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슬램덩크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그때는 이런 얘기가 끝없이 재생산되던 시절입니다. 이를테면 이런 내용이었죠. 이건 2002년 첫 경기였던 폴란드전이 끝났을 무렵 나왔던 버전입니다.


차두리가 강백호라는 설은 정말 생각할수록 들어맞는다.

1. 하드웨어는 너무도 뛰어난 반면, 소프트웨어는 영 한심하다.
2. 머리 모양이 똑같다.
3. 팀내에 잘하는 같은 팀 소속 선수(그럼 이천수가 서태웅;;?)가 있다.
4. 백발의 감독(;;)을 만나 다시 태어난다.

그럼 이제 차두리에게 남은 것은 2만번의 슛 연습뿐이다. 다들 미국전을 하는 동안, 강백호 아니 차두리는 혼자 연습장에서 2만개의 슛을 날린다.
대표팀의 나머지 멤버들은 미국전에서 질 경우 "핫핫, 역시 이 천재 없이는 아무것도 안되지"라는 차두리의 비웃음을 살까 두려워 혼신의 힘을 다해 미국을 4:0으로 꺾는다.
마침내 포르투갈전. 한국의 기둥인 채치수 아니 홍명보가 피구에게 완전히 농락당한다. 같은 3학년(;)인 득점왕 황선홍(정대만-)은 체력저하로 고통스러워한다. 좌절하는 홍명보.
그러나 이때 경기에 나가지 못하고 있던 부산 출신의 김병지가 흰 모자를 쓰고 나와 무우를 깎으며 말한다. "어이, 꼭 당신이 해야한다고 생각하지 마. 팀을 위한 밑거름이 되어 줘."
여기에 힘을 얻은 한국, 전반 0:3을 딛고 후반 1분을 남겨놓고 3:3 동점을 만든다. 마지막 순간, 공을 몰고 들어가던 안정환(아무래도 서태웅은 이쪽이 훨씬 어울리는것 같다;)의 귀에, 골대 45도 각도에 자리를 잡은 차두리(주전들의 부상으로 어쩔수 없이 나와 있었음)의 중얼거림이 들려온다.
"왼발은 거들 뿐..."


어쨌든 이런 식으로 인기를 모으던 차두리는 강백호를 넘어 '로보트'라는 설의 주인공이 됩니다. 등에 달고 있는 이름 DR CHA는 바로 인간공학을 살린 축구로보트 차두리를 만든 차범근 박사를 가리킨다는^^ 등의 내용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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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건 꽤 시간이 지난 느낌입니다. 왜냐하면 차두리는 현재 22번을 달고 있고, 11번을 단 건 거의 5,6년 전의 일이죠. 아마도 2006년 월드컵 예선 참가 때였을 겁니다. 당시에는 차두리가 차범근 감독의 뒤를 이어 11번을 달았다는 것 자체가 큰 뉴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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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차두리는 대표팀에서 11번을 여러번 달았지만 2002년 대표팀 때에는 16번, 2006년 예선 때 11번, 그리고 지금은 22번을 달고 있습니다. 그래도 아버지와의 관계나 이런 사진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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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두리=11번이라는 인상이 많은 사람들에게 강하게 남아 있는 듯 합니다.

게다가 등에 붙이는 차두리의 이름 표기도 2002년 당시에는 DR CHA였지만 이것도 사라진지 오래입니다. 요즘의 차두리는 DURI라는 표기를 이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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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공격수 차두리' '오른쪽 윙포워드 차두리'를 많은 사람들이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2006년 대표팀에 최종 선발되지 못하면서 그 기대는 미완으로 끝났고, 언젠가부터 차두르는 오른쪽 윙백으로 소속팀과 대표팀에 기여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지금도 공격수의 피가 뜨겁기 때문에 공만 잡으면 최전방까지 진출해 윙어 역할을 하는 게 장기입니다만, 그래도 방금 전까지 적진영 오른쪽을 헤집다가 저쪽 공격수가 공을 끌고 나오면 순간이동해 다시 오른쪽 진영을 굳게 지키는 탁월한 기동력은 누구도 따를 수 없는 자산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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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두리가 대표팀 오른쪽을 지키는 한, 사우디 아라비아나 이란의 빠른 윙포워드들에게 번번이 이면 침투를 허용하고, 순간 스피드가 떨어져 잡아내지 못하던 왕년 한국 축구의 슬픈 모습은 더 이상 보지 않아도 된다는 믿음이 생겼습니다. 그만큼 한국 축구가 확실히 업그레이드됐다는 얘기겠죠.

이런 차두리의 활약과 함께 한국은 이미 1승. 이번 월드컵에서 과연 어디까지 올라갈지 흥미진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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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그런데 혹시 22번 차두리는 11번 버전의 업그레이드...? (가수 양진석님의 지적에 따르면 22번은 220V로 승압했다는 얘기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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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생각하시는 것보다 꽤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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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런 글을 쓸 때마다 '이건 순전히 주관적인 시각'이라는 점을 아무리 달아도, 거론되는 연예인의 팬들에게는 꽤나 불쾌한 글이 될 거라는 점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너무나 친숙한 스타이고, 이미 '다 떠 있는' 배우들을 놓고 다시 점검이 필요하다는 식의 얘기가 되니 말입니다.

그러니까 오늘 포스팅에서 다룰 세 배우는 '아직까지 톱이라고 보기는 힘들지만 올해와 내년 사이에 톱에 올라갈 가능성이 높은' 젊은 꽃미남 배우들이라고 규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사실 주인공을 몇번 했고, 영화와 드라마에서 지금까지 얼마나 큰 역을 했고 하는 건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일단 나이만 25세 미만으로 놓고 봤을 때, 올해가 지난 뒤에 얼마나 큰 성장을 해 있을지가 궁금한 세 남자 배우를 꼽아 봤습니다. 이름부터 꼽자면 유아인, 백성현, 김수현입니다.

당연히 이들과 비교선상에 있는 배우들이 누구인지도 꼽아 봐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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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순으로 꼽자면 첫번째로 주목되는 것은 86년생인 유아인입니다. 물론 아는 분들은 다 아실 겁니다. 일찌기 '반올림' 때부터 고아라와의 풋풋한 연기로 주목을 끌었고, 그 시절부터 성장후가 기대됐던 배우입니다.

하지만 스무살 이후의 행보가 그리 눈에 확 들어오지 않습니다. 영화 '앤티크' 정도가 주목을 끌만 하달까요, 스타로의 길을 걷는데 필수적인 히트작이 없다는 것이 약점입니다. 더구나 어려 보이는 얼굴 때문에 적절한 성인 역할을 맡는데 어려움을 겪는 듯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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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반발인지 이번엔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에서 걸오 역을 맡았습니다. 글쎄, 원작 소설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을 읽은 사람들이 생각했던 걸오 재신 역에 맞는 배우는 2PM의 택연 정도였던 터라 정 반대의 이미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만, 아마도 유아인이라는 이름에 따라다니는 '창백한 꽃미남' 정도의 이미지를 확 벗어버릴 기회로도 볼 수 있을 듯 합니다. 아무튼 상당한 모험을 시도했다는 건 분명합니다.

비슷한 또래의 꽃미남들과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한다는 게 유아인으로선 꽤 부담스러울 수도 있을 듯 합니다. 한살 위인 송중기도 사실 비슷한 입장이고(25세 '미만'을 꼽아 보자는 의도 때문에 이번 포스팅에선 빠졌습니다), 동갑내기들의 면면은 더 화려합니다. '지붕킥' 듀오인 최다니엘과 윤시윤이 있고 아이들 슈퍼그룹 출신의 김현중 정윤호 박유천 김재중 등이 앞으로 계속 경쟁해야 할 상대들입니다.

한살 아래인 87년생 그룹들도 만만찮습니다. 장근석-이민호-정일우이라는 이름값만으로도 중량감이 상당합니다. 물론 이들이라고 해서, 바로 밑에서 치고 올라오는 후배들로부터 자유롭지는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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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번 리스트에서 두번째로 꼽을 사람이 바로 88년생인 김수현입니다. 가능성은 이미 높이 평가받고 있지만 결정타는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생각보단 나이가 많다고 생각하실 분들도 있겠군요.^)

김수현이 처음 눈길을 끈 건 '김치 치즈 스마일'에서의 수영선수 역할. 하지만 그때는 지금처럼 강렬한 인상은 주지 못했습니다. 그 이유 중 하나가 바로 헤어스타일. 당시의 모습을 보시면 헤어스타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느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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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크리스마스에 눈이 내리면'에서 맡았던 고수의 아역이 폭발점이 됐던 듯 합니다. 아울러 최근 '자이언트'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 이제 22세라는 나이는 누군가의 아역을 맡고 있을 시점은 아닌 듯. 아마도 하반기에 뭔가 포텐셜을 증명할 기회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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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점을 찾자면 꽤 많겠지만 그 중에서도, 그저 '조각같이 예쁜 얼굴'을 앞세우는 다른 '꽃미남 계열'의 얼굴들에 비해 남성미가 넘치고 깊은 우수를 표현할 수 있는 눈을 가졌다는 점을 높이 사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남자든 여자든, 드라마 속에서는 한번 보고 지나칠 수 없는 흡인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묘하게도 김수현의 발자취는 한살 아래지만 훨씬 앞서 달려가고 있는 김범의 발걸음과 비슷하게 느껴지곤 합니다. 물론 김범도 '꽃보다 남자' 이후 후속작이 폭발하지 않고 있는 상태이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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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타입은 아니지만 그와 함께 역시 올해를 돌파구로 삼을 듯한 배우가 바로 김범과 동갑인 89년생 백성현입니다. 93년생 유승호와 함께 근래 몇년 동안 '잘 자란 아역' 순위의 최상위에 올라 있던 백성현이지만 지금까지는 마땅히 위력을 증명할만한 기회가 없었다고 보는 게 좋을 듯 합니다.

그러던 그가 올해는 전에 없이 활발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영화 '구루믈 버서난 달처럼'에서 견자 역으로 눈길을 확 끌었고, 영화는 기대에 크게 부응하지 못했지만 백성현만큼은 성인 연기자로서의 변신이라는 점에서 큰 포인트를 땄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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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기대되는게 어제 첫 방송이 나간 MBC TV의 '런닝구'입니다. 4부작이라는 점이 좀 아쉽긴 하지만 백성현은 형을 잃고, 온 인생을 빼앗기고, 사랑마저도 할 여유가 없어진, 절박한 청춘의 모습을 제대로 연기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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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꽃미남 계열'의 연기자들에겐 모두 공통적인 위협이 있습니다. 많은 경우 '지나치게 매끈한 얼굴' 때문에 오히려 '남자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듣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경험으로 볼 때 이런 류의 평판은 하루 아침에 바뀌게 되어 있습니다.

지난 2001년으로 되돌아가 보면 '피아노'의 조인성(당시 20세)과 '맛있는 청혼'의 권상우(당시 25세)가 그랬습니다. 둘 다 '예쁘게는 생겼는데 글쎄'라는 반응이 적지 않았죠. 하지만 거의 비슷하게 3, 4년 뒤, 조인성은 '발리에서 생긴 일'로, 권상우는 '천국의 계단'으로 포텐셜을 폭발시키며 톱의 자리에 우뚝 섰습니다. 그 이후에는 '너무 예뻐서...' 어쩌고 하는 얘기는 다시 들리지 않더군요.

대강 어설프게 거론했는데도 10여명이 꼽히는군요. 물론 아직 연기자로 제대로 뭔가 보여주지 않은 87년생 최시원(슈주)과 88년 심창민(동방신기) 등도 있고... 과연 이들 가운데 누가 지금부터 6~7년 뒤, 그러니까 20대 후반-30대 초반의 나이에 송승헌 권상우 소지섭 조인성 등이 갖고 있는 파괴력있는 위치(다른 말로 하자면 한류스타급)에 도달할지 궁금합니다.

현재 이 위치에 도달한 그룹과 오늘 포스팅에서 거론한 20대 초반 그룹 사이에 특별히 눈에 띄는 장벽이 크지 않고 보면, 이들 80년대 후반에 잇달아 태어난 꽃미남들 사이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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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제빵왕 김탁구'는 1회부터 '신데렐라 언니'의 뒤를 이어 시청률 선두를 차지했습니다. 1회부터 군더더기를 덜어낸 빠른 진행이 눈길을 끌었는데요, 신기하게도 1회는 어디서 많이 본 줄거리였습니다.

물론 한 30년 전이라면 TV에서도 이런 스토리가 심심찮게 나왔겠지만 21세기 들어 이런 스토리가 방송으로 나온 적은 거의 없었던 듯 합니다. 1회의 전반부를 요약하면 모든 걸 다 갖춘 부잣집에 아이 보는 식모(전미선)이 들어갑니다. 주인집 남편(전광렬)과 아내(전인화)는 딸 하나를 두고 있죠. 그러던 어느날 부인은 아이를 낳으러 병원에 가고, 두번째 딸을 낳아 완고한 시어머니(정혜선)을 실망시킵니다. 그리고 부인이 집을 비운 날, 남편은 갑자기 식모에게 손을 뻗어 옵니다.
 
듣고 본즉 최근에도 어디서 본듯한 스토리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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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스토리 뿐만은 아닙니다. 드라마 1회의 배경은 1950년대 내지는 60년대쯤으로 보입니다. 드라마의 주요 환경인 대성그룹 회장 집안은 당시는 물론 요즘도 보기 힘든 호화로운 2층집입니다. 대리석으로 치장한 집안 분위기는 영화 '하녀'의 회장 이정재가 살던 집에서 그대로 따온 듯한 느낌을 줍니다.

물론 전체 줄거리를 놓고 볼 때 영화 '하녀'와 유사한 부분은 도입부뿐입니다.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에서는 부인이 "절대 남편과의 사이에선 아들을 얻을 수 없다"는 역술인의 말을 듣고 어린 시절부터 남편과 다같이 함께 자란 비서실장 승재(정성모)와 몰래 정을 통해 아들을 얻으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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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해서 남편과 식모 미순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 주인공 김탁구(윤시윤), 그리고 부인과 승재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 당연히 김탁구의 라이벌인 구마준(신인 주원)이 될 거라는 건 드라마 세 편만 본 사람이라면 알 수 있는 진행입니다.

그리고 나선 출생의 비밀을 가진 김탁구가 성장하고, 다시 구마준과 경쟁을 벌이고, 부잣집 아들로 오만방자하게 자란 구마준에게 결국은 따뜻한 마음을 가진 김탁구가 승리하고, 승리한 김탁구는 구마준에게도 형제애(사실 피는 한 방울도 섞이지 않았지만)를 발휘해 어떻게 인생을 살아가야 하는지를 가르쳐 주는 뭐 그런 진행이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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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고전적인 진행이지만, 어쨌든 '제빵왕 김탁구'의 1회는 젊은 주인공들이 단 한 장면도 나오지 않으면서 앞으로의 진행에 대해 흥미를 돋구는 역할을 충실히 해 냈습니다. 교과서적인 1회라고 할만 합니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이런 식의 구도, 즉 '진짜 아들'은 아버지로부터 인정받지 못하지만 결국은 스스로의 능력에 의해 일어서서 자기 몫을 찾고 '가짜 아들'은 성격적인 장애나 능력의 부족, 오만함 등의 부정적인 요소 때문에 몰락해간다는 그림이 썩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겉으로 드러나 있지 않아서 그렇지 수많은 한국 드라마들에서 비슷한 요소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권력자(왕이든, 회장이든, 어쨌든 권력과 돈이 있는 아버지)의 두 아들이 경쟁을 할 때 대개는 진짜 아버지의 혈통을 갖고 있는 아들이 보다 뛰어난 능력과 품성을 갖고 있고, 가짜 아들은 어딘가 부족해서 결국은 2등에 머물고 만다는 이야기 말입니다. 언뜻 보면 어머니가 천출(^^)이라서 고생하며 자라곤 하지만, 진짜 혈통을 가진 쪽이 승리한다는 건 대단히 보수적인 시각으로 감춰져 있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혹시 이 분야에서 전설적인 드라마 '생인손'을 기억하시는 분이 계신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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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랄까, 어찌 보면 왕조시대에나 있었을법한 혈통 제일주의라고나 할까요. 이런 시각에서 한국 드라마 속의 승리와 패배 구도를 보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아무튼 비슷한 맥락에서 '제빵왕 김탁구'가 얼마나 전형적인 구성에서 벗어난 결과물을 내놓을지도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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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물론 이 드라마에 그리 정확한 고증을 기대하는 건 아니지만 아무리 늦어도 70년대 쯤으로 보이는 시대에 영화에서 나오는 정도의 현대화된 공정을 갖춘 제과 회사가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하기 힘듭니다. 그리고 분명히 마준이가 빵공장에 가기 싫은 이유는 '일요일마다 깨워서 데리고가기 때문'이라는 설정이었는데 빵공장에 들어간 탁구와 뚱보 친구는 모두 책가방을 메고 있습니다.

P.S.2. 게다가 제목이 '제빵왕'이고 첫회부터 제과 공장이 나오는데, 끝나고 나오는 수많은 협찬 공지 중에서도 유명 제과회사의 이름이 보이지 않는게 좀 신기하더군요. 무슨 이유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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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3. 어쨌든 제목은 표절 맞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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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아침에 뉴스라인을 훑던 분들, 일본에 개각이 있었고 렌호(蓮舫)라는 초선 의원이 행정쇄신상이 됐다는 기사를 보셨을 겁니다. 아마 많은 분들은 그냥 이름 보고 지나치려고 하다가 사진 보고 다시 한번 '응?' 하시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순수한 일본 사람으로는 아마 거의 없을듯한 두 자 이름은 누가 봐도 중국계라는 걸 보여주는 것이고, 흰 옷에 짧은 머리의 미모가 심상치 않았으니 43세라는 현재 나이에 과연 전직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게 되는게 당연지사였을 겁니다. 그렇다면 렌호라는 신임 대신은 본래 뭐 하시던 분일까요.

한때 그라비아 아이도루 모델로 활동했다는 경력이 눈길을 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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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호. 43세. 대만 출신. 아버지는 대만 출신의 사철신(謝哲信)씨, 어머니는 한때 '미스 시세이도'라고 불렸던 사이토 게이코(齊藤桂子)씨- 이게 모델이었다는 얘긴지는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습니다-입니다. 본래는 사련방(謝蓮舫)이어야겠지만 어머니의 성을 따서 사이토 렌호(齊藤蓮舫)라는 이름이 됐고, 일본 아오야마 대학 재학중 신인 모델 선발대회에 입상해 연예인의 계기를 만들었습니다.

당시 모델 대회 출전 이유가 "부친이 사달라던 차를 사주지 않아서"라니 참 당돌한 아가씨지만 아무튼 우승 상금으로 차를 샀고, 그 뒤로 연예인의 길로 들어섭니다. 그라비아 아이도루 모델을 했고, 한 음향기기 업체의 '클라비아 걸'이라는 전속 모델로 활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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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배우 겸 아나운서로도 활동하지만 그리 톱스타는 아니었던 듯. 아무튼 기타노 다케시의 '독설' 덕분에 지명도를 늘렸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다케시 왈, "역대 클라리온 걸 중에서 렌호만큼 사진집이 안 팔린 사람은 없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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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캐스터로도 활동했지만 한때 현장에 나가 리포트를 하면서 세상 누구나 아는 다이와(大和) 은행을 '야마토 은행(大和는 야마토라고도 읽습니다^^)'이라고 읽는 바람에 '역시 미모와 지성은 함께 할 수 없다'는 얘기를 듣기도 했다고 합니다.

어쨌든 1993년 남편 무라타 노부유키씨와 결혼했고, 이름도 자동으로 무라타 렌호(村田蓮舫)로 바뀌었지만 활동명은 여전히 렌호. 그리고 2004년 민주당 소속으로 도쿄에서 출마해 일본 최초로 중국계 참의원으로 당선됩니다. 이때 같이 당선된 분이 한국계인 백진훈(하쿠신쿤)씨죠. 물론 당선될 때에도 얼굴로 정치하냐, 혹은 몸매로 정치하냐는 비판이 예상대로 들끓었다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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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의정활동중에도 "왜 1등만 지향하냐, 2등 정도만 해도 되는 것 아니냐"고 질책을 했다가 "1등을 지향하지 않고 2등이라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거센 반발을 샀다는 얘기도 들려왔습니다.

아무튼 전반적으로, 특히 2009년 들어 의정활동에서 꽤 눈에 띄는 성과를 올렸고, 그 덕분에 이번에 행정쇄신상이라는 각료의 자리에 올랐다고 전해집니다. 매스컴이 내린 평가는 '모델 출신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났다'는 것이더군요. 이번 대신 임명에 대해서도 그리 비판적인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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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미녀 정치인이라는 것은 매우 드물기도 하고, 또 드문 만큼 대접을 확실히 받기도 합니다. 항상 뽑아 놓을 때에는 능력이 어쩌네 정치가 쇼네 말이 많지만, 또 뽑히고 나면 자기 몫을 제대로 하는 분들이 대부분이죠. 네. 미모라는 자산은 어떤 자리에 있어도 확실히 무시할 수 없는 위력을 발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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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연예인과 정치인의 공통점에 대한 논의는(주로 부정적인 쪽으로) 이미 오래 전부터 거론되어 온 만큼, 연예인 출신 정치인들이 '보여지기만을 위한 정치활동' 쪽으로 가닥을 잡는다면 그건 비난받아 마땅한 일일 겁니다. 뭐 연예인 출신이 아닌 정치인들이 더 연예인처럼 활동하는 경우도 적지 않으니 그분들만 욕하는 것도 불공평할 듯 하고... 아무튼 표를 많이 얻어 당선된 분들인 만큼, 그 찍어준 분들의 기대에 부응하시는게 여러 모로 좋겠죠.

P.S. 혹시 남의 나라 장관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는 식의 생각을 갖고 계신 분이 있다면, '이거 많이 순화한 겁니다'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P.S.2. '인디애나 존스3'를 보신 분들에겐 보너스가 있습니다.

http://blogimg.goo.ne.jp/user_image/31/7d/240beff3d5a95078a553a6a6c49b9ef3.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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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자전'이 연일 흥행 호조입니다. 서서히 할리우드 흥행 대작들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서도 꽤 관객몰이가 짭짤합니다. 홍보도 꽤 힘을 발휘하고 있고, 뭣보다 알짜배기들로 짜여진 출연진이 보여주는 연기 호흡이 만만찮습니다.

이 정도 영화라면 흥행이 되는 것도 당연하다 싶으면서, 어쩐지 이 영화는 세계적인 트렌드를 한국적으로 구현하고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도 슬쩍 듭니다. 그건 바로 '전복'이란 것이 아닐까요. 제목에 대한 얘기는 맨 마지막에 첨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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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줄거리부터:

이몽룡(류승범)과 방자(김주혁)는 남원 퇴기 월매(김성령)의 딸 춘향(조여정)을 보고 반합니다. 하지만 춘향의 마음을 먼저 차지하는 것은 마영감(오갑수)의 도움을 얻은 방자. 그리고 두 사람 사이에 낀 향단(류현경)은 방자를 짝사랑하지만 방자의 마음은 흔들리지 않습니다.

곡절 끝에 몽룡은 서울로 가버리고, 방자는 춘향의 곁을 지키지만 몽룡은 과거에 급제해 암행어사가 됩니다. 남원 일에 별 관심 없던 이몽룡은 급제 동기인 변학도(송새벽)를 만나 이야기를 듣다가 갑자기 절묘한 계획을 짜내게 됩니다. 그 계획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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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아시다시피 이 영화는 '춘향전'을 뿌리부터 뒤집어 놓은 작품입니다. 그리고 그런 뒤집기는 어떤 의미를 갖고 있을까요. 거기에 대한 생각을 정리한 글입니다.

2일 개봉한 영화 ‘방자전’은 누구나 다 아는 고대소설 ‘춘향전’의 춘향이가 이도령 아닌 방자에게 반했다는 다소 발칙한 상상에서 출발한다. 진짜 주인공은 춘향을 버리고 한양으로 가버린 이몽룡이 아니라 줄곧 곁을 지키며 궂은 일을 무릅쓴 방자였으며, 오늘날 사실과는 전혀 다른 ‘춘향전’이 전해지는 것은 의도적인 왜곡이라는 것이다.

다 아는 이야기를 뒤집어 보는 전복(顚覆)의 재미는 유래가 깊다. 엄밀히 말하면 엄격한 신분제 사회에서 기생의 딸인 춘향이 장원급제한 어사의 정실이 된다는 것 자체가 이미 전복적인 내용이지만, 남원 지방에 내려오는 ‘박석고개 전설’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다.

이몽룡을 짝사랑한 춘향은 본래 미녀가 아닌 끔찍한 추녀였고, 월매의 간계에 넘어가 춘향과 하룻밤을 같이한 이몽룡은 본얼굴을 보자마자 서울로 도주한다. 굴욕을 참지 못한 춘향이 자결하고, 그 원혼 탓에 남원 땅에 부임하는 신관 사또마다 죽음을 당하자 나라에선 그 넋을 위로하기 위해 낙방거사 이몽룡에게 남원 현령을 제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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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몽룡이 진혼을 위해 윤색된 ‘열녀춘향수절가’를 만들어 널리 유포시킨 게 오늘날 전해지는 춘향전의 유래라는 것이다. 판소리 춘향가에도 나오는 박석티가 본래 박색치(薄色峙)였다는 게 이 전설의 핵심이다.

전복의 미학은 최근 대중문화의 트렌드이기도 하다. ‘방자전’이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고, 3일 종영한 KBS-2TV 드라마 ‘신데렐라 언니’는 원작에서 주인공 신데렐라를 학대하던 조연인 ‘계모가 밖에서 데려온 딸’을 주인공으로 바꿔 놓아 큰 성공을 거뒀다.

올 칸 영화제 개막작이던 영화 ‘로빈 후드’는 영국의 한 변두리 셔우드 숲을 누비던 의적 로빈 후드가 전국의 영주들을 이끌고 국왕을 압박해 영국 헌정의 기초인 대헌장(Magna Carta)을 낳게 한다는, 다소 황당무계한 줄거리를 갖고 있다. 동화 속 왕자와 공주 이야기를 뚱뚱하고 못생긴 괴물로 바꿔 놓은 ‘슈렉’ 시리즈 4편은 지난주 미국에서 개봉돼 이미 흥행 1억 달러를 넘어섰다(국내는 8월 개봉).

이렇듯 전복 스토리가 넘쳐나는 세상은 뭘 말해주고 있을까. 혹시 한번 주인공이 늘 주인공인 줄 알면 큰 오산이라는 교훈은 아닐까. 자신들의 지위를 과신하고 민의(民意) 읽기를 게을리했다가 2일 지방선거에서 아찔한 경험을 한 사람들에겐 왠지 남의 얘기가 아닐 것 같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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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영화 얘기에 집중하자면, 영화 '방자전'은 전체적으로 무척 재미있는 영화긴 하지만 전반부와 후반부의 불균형이 조금 아쉽습니다. 전반부에서 마영감(오달수)를 중심으로 펼쳐지던 활기 넘치는 이야기가 사그러들 무렵 변학도(송새벽)이 등장하면서 흥미를 지속시켜나가는 데 까지는 흠을 잡을 수 없을 정도로 훌륭하지만 이몽룡의 전략이 등장하면서부터는 힘이 뚝 떨어져버립니다.

그저 관객의 입장에서는 왠지 비장감을 강요하는 듯한 결말이 아쉽습니다. 감동을 강요한다고나 할까요, 아니면 전형적인 한국 '흥행' 영화의 패턴이라고나 할까요. 축구로 치자면 전반전에 펄펄 날던 선수들이 후반에 체력 고갈로 역전을 허용하는 모습같은 느낌을 줍니다.

물론 이런 식으로 얘기하면 재미가 없다는 뜻으로 오해될 수 있겠지만 그렇지는 않습니다. 이런 대로의 결말도 의미가 있고, 충분히 재미를 느낄 여지를 갖고 있습니다. 다만 개인적으로 아쉽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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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라이터로서의 김대우 감독의 재치는 여전합니다. 일찌기 '음란서생'에서 조선시대판 '댓글'을 보여줬던 그는 이번엔 '은꼴사' 아닌 '은꼴편'을 던져줍니다. 요소요소에서 웃음을 던져주는 구성 또한 훨씬 세련되어졌습니다.

배우들로 넘어가면, 이번 배우들은 김대우 감독과 심하게 의기투합이 됐던 듯 합니다. 한국 영화 사상 가장 야한 장면 중 하나(뭐 '거짓말'이나 '미인' 처럼 아예 영화 전체가 그저 '야함' 속으로 던져졌던 영화들을 제외하고)에 주저없이 몸을 던진 조여정이나 류현경 같은 여배우들은 일단 말할 필요도 없겠죠.

김주혁이나 류승범은 크게 무리하진 않았지만 이미 수많은 관객들에게 공인받은 캐릭터를 활용해 편안한 연기를 펼쳤습니다. 이걸 갖고 뭐 평이했네 운운하면 뭐 그렇게 얘기할 수도 있겠지만, 두 남자 주역의 연기가 그저 평이해보이는 건 그만치 두 조연의 독특한 연기가 빛을 발했을 뿐, 김주혁과 류승범의 연기가 다른 작품에 비해 떨어진 건 결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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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두 조연이란 마영감 역의 오달수와 변학도 역의 송새벽. 오달수는 타고 난 웃음제조기의 위력을 발산하는 가운데서도 특히나 '눕혀봐' 신에서, 0.5초 사이에 김주혁의 손길을 거부하는 숫처녀로 변신하는 기량이 무릎을 치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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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새벽은 또 '평생 남들의 기에 눌려 순둥이 비슷한 왕따로 살면서 그저 하릴없이 공부만 하다가, 고시 한번 잘 봐서 남들의 부러움을 사는 자리에 올랐는데, 그렇게 해서 다른 사람들의 통제를 벗어나자 그제서야 못된 버릇이 고개를 든' 이렇게 말로 하면 세 줄이나 되는 캐릭터를 그냥 딱 보는 순간 아, 쟤가 그런 애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솜씨를 보여주더군요. 개인적으로는 '육혈포강도단'의 김병철과 함께 2010, 2011년 가장 각광을 받게 될 조연배우로 지목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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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배우를 어디서 봤더라 하는 분이라면 바로 이 영화, '마더'의 한 장면이 떠올랐을...)

총평을 먼저 해버렸더니 뒤에는 별로 할 말이 없습니다. 제목에 대한 책임감으로 한마디 하자면, 최근 한 전통문화 관련단체에서 영화 '방자전'이 민족의 귀감인 열녀 춘향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항의에 나섰다는 얘기가 있었습니다.

애당초 심각하게 받아들일 항의도 아닌데다 이 항의가 영화 상영에 무슨 영향을 미칠 리는 없을 것 같고, 그 사건 덕분에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의 존재와 이 단체의 이름을 알게 되었을테니 양쪽 모두에게 좋은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 항의를 하고 계신 분들도 아마 이런 점을 충분히 납득하시지 않을까 싶군요. 위에 나오는 '박석고개 전설'로 봐선 춘향전 비트는 재미라는 건 이미 그 자체가 '전통문화'의 일부인 듯 하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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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아무튼 뭐 길게 썼지만 한마디 소감으로 요약하라면 닥치고 조여정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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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신데렐라 언니'가 20회로 막을 내렸습니다. 마지막회 시청률 19.4%. 어쨌든 1위를 빼앗기지도, 위협받지도 않고 무사히 레이스를 마쳤습니다. 20%대로 내달릴 수 있는 기회는 놓쳤지만, 이 정도면 충분히 성공이라고 평가할 만 합니다. 물론 시청률이 성공의 잣대냐...는 식의 뻔한 지적은 반사합니다. 당연히 '시청률 면에서의' 성공을 얘기한 겁니다. 사실 TV 드라마는 철저하게 민주주의가 반영되는 영역입니다.

품질면에선 어땠을까요. '신데렐라 언니'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고 봐도 좋을 드라마입니다. 그동안 수많은 드라마들이 악녀들을 그려냈고, 드라마가 끝날 때쯤 이 악녀들에게도 모두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었다는 변명거리를 마련해주곤 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처음부터 끝까지 그 '악녀'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고, 심지어 그 악녀의 해피엔딩인 드라마는 없었을 겁니다. (물론 사실은 진짜 악녀가 아니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신선했던 드라마는 과연 끝까지 신선했을까요. 솔직히 그렇게 말하진 못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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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많은 시청자들을 - 그러니까 이 드라마에 인질로 잡혀 있던 대략 전체 가구의 20%에 해당하는 시청자들을 - 애태우던 은조(문근영)과 기훈(천정명) 커플은 마지막 19회와 20회에서 연빵으로 키스신을 안겨주며 그동안의 속 태움을 보상했습니다.

사실 이 드라마의 초반 구성을 봐선 이렇게 뒷심이 달리는 듯한 모습을 보일 이유가 전혀 없었습니다. 문제는 호흡 조절이었죠. 사실 일사천리로 진행되던 드라마는 아버지 대성(김갑수)이 죽은 뒤부터 계속 쳇바퀴돌기를 계속했습니다. 회사는 망할듯 망할듯 망하지 않았고, 은조와 기훈은 될듯 될듯 되지 않았고, 효선(서우)은 매일 똑같은 투정과 응석을 맴돌았고, 정우(옥택연)는 정말이지 그럴 시간에 고시 공부를 했으면 변호사라도 되어 은조를 보쌈해가고도 남았을 정도로 끈질기게 기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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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렇게 되었는지 이유는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앞부분, 10회까지 이 드라마가 한국 드라마 역사에 기록될만한 드라마였다면, 뒷부분은 그냥 '결말이 궁금해서 여기서 포기할 순 없다'는 자동시청모드 드라마였다고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뒷부분의 흐름을 30% 정도는 걷어내고 16부 정도에서 마무리했다면 훨씬 좋은 기억으로 남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감히 해 봅니다.

(물론 이 드라마가 영원히 계속되기를 바랐던 분들에겐 전혀 씨알도 먹히지 않는 소리일 거라고 저도 생각합니다. 하지만 수치상으로 보면 저같은 생각을 하신 분들이 결코 적지 않은 것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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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드라마는 또 별다른 액션이나 사건 없이 등장인물들의 내면을 비쳐 주는 것으로 한회 한회를 이어갔습니다. 그런 결과, 연기자 개개인의 기량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효과가 나타났죠.

칭찬은 문근영에게 집중됐고, 문근영은 정말 충분히 그런 칭찬을 받을만 했습니다. 구태여 여기서 칭찬을 더 보탤 필요가 없을 정도입니다.

다만 이 드라마를 끝까지 끌고 갔던 힘은 문근영보다는 역시 강숙 역의 이미숙에게서 나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솔직히 고전 신데렐라나 장화홍련에서도 드라마를 끌고 간 것은 역시 계모들이었죠.^ 문근영이 발군의 연기를 보인 것은 사실이지만 드라마 전체로 볼 때에는 강렬한 캐릭터의 계모 역할이 역시 더 큰 힘을 발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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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진짜 마음 속의 소리인 듯 좋은 말을 할 때에도 '나 계모 노릇 하는거야. 더 이상 나한테 뭘 바래?'라며 효선을 윽박지르는 강숙을 볼때는 절로 아, 하는 탄성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밖에도 이 드라마는 천정명이 얼마나 낭독에 능한지, 서우에게 있어 작품과 캐릭터의 선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택연이라는 새로운 연기자가 수많은 다른 아이들 출신 남자 배우들과는 비교할 수 없이 얼마나 품격 있는 연기 자질을 갖췄는지를 충분히 보여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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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김규완 작가의 죽은 사람 사랑은 참 여전하더군요. 마지막회 거의 마지막 장면에 김갑수의 등장 신은 '출연료 챙겨드리기'가 아닌가 하는 의혹을 살 만도 했겠지만, 어쨌든 앞으로도 김규완 작가의 이름 뒤에 '아사다 지로'라는 이름을 붙이고 가게 하는 명장면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울러 다음번에는 좀 밝은 이야기도 써 보셨으면 어떨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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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은 한폭의 드라마 잘 봤습니다. 다만 조금 짧았으면 하는 아쉬움은 여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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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공개석상에 나오면 그 자체가 뉴스가 되는 스타가 심은하입니다. 애당초 심은하의 남편인 지상욱 자유선진당 대변인이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한다는 얘기가 나올 때부터 '그럼 심은하는?'이라는 얘기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습니다. 아니, 더 나아가서 심은하가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의 측근인 지상욱 박사의 아내가 된다는 얘기가 나왔을 때부터 많은 사람들이 '이러다가 혹시 심은하가 영부인(!)이라도 되는게 아니냐'는 농담을 나눴을 겁니다.

아무튼 대통령은 몰라도 서울 시장 선거에 나왔다는 것은, 아예 당선 가능성을 포기하고 선거전에 임한 것이 아니라면 각 당의 후보들로서는 최선을 다한 진검 승부였을 겁니다. 아예 안 나왔다면 모를까, 객관적인 관측이 어쨌건 일단 선거에 나온 마당에는 1표라도 더 얻는 것이 개인이나 소속 정당의 입장을 위해서라도 최선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이번 서울 시장 선거에서 '왕년의 최고 스타' 심은하는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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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표가 거의 끝난 오전 9시 상황으로 볼 때 지상욱 후보는 89,608표로 전체 유효투표수 4,428,813표 가운데 2% 정도를 득표했습니다. 당선자인 오세훈 한나라당 후보와 2위인 한명숙 민주당 후보의 밤을 새는 대혈전 앞에 다른 후보들의 표수는 별 관심 밖이었을지도 모르지만, 2%는 그리 무시할만한 표수는 아닙니다. 아무튼 3위는 진보신당의 노회찬 후보(14만표, 3.3% 득표- 이 부분에 대해서도 할말이 많은 분들이 있을 겁니다)였고, 지상욱 후보가 그 뒤를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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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9만명 가까운 투표자가 지상욱 후보를 지지했습니다. 진보진영에서 노회찬 후보가 한명숙 후보의 표를 깎았네 말았네 하는 얘기가 나온다면 보수진영에서도 지상욱 후보의 표가 의미가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만약 지 후보가 없었다면 1위와 2위 차이가 저렇게 박빙이 이니었을 수도 있을테니 말입니다.

뭐 이런 얘기로 가면 한계를 넘을테고, 어쨌든 하려던 얘기는 저 9만표라는 숫자가 선거의 형세로 볼 때 절대 적은 표수는 아니라는 겁니다. 그럼 그 과정에서 심은하는 어떤 영향을 줬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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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태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을 수 있습니다. 심은하는 단 한번도 지 후보의 선거 유세에 동참하거나, 단독으로 활동을 하거나, 어쨌든 선거를 지원한 적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이것만으로 심은하의 영향이 전혀 없었다고 말하기는 힘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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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후보 진영은 선거 직전 무가지 광고를 통해 심은하와 결혼 당시 사진을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이보다 앞선 17일에는 심은하가 선거 캠프에 등장해 지 후보의 생일 잔치를 하는 사진이 여기저기에 소개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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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런 활동들은 모두 사소한 것들입니다. 더 나아가서 얘기하면, 지 후보가 지금까지 해 온 어떤 활동보다 대중에게 알려진 것이 바로 심은하와의 결혼이라는 건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야말로 '존재 자체가 선거운동'이라는 얘기가 되겠죠.

이런 심은하가 만약 적극적으로 선거운동에 참여했다면 그 결과는 어땠을까요. 여러가지 정황으로 미뤄볼 때 지금보다는 상당히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 분명합니다. (결과적으로 박빙으로 끝난 이번 서울 시장 선거 결과를 놓고 보면 한명숙 후보 측은 심은하가 활동을 자제한 것이 매우 아쉽고, 오세훈 당선자 쪽에선 반대로 대단히 다행스러운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뭐 지금에 와선 그냥 추측일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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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과연 스타 아내가 선거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일까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그 위력의 크기가 어느 정도일지는 뭐라고 말하기기 쉽지 않습니다. 사례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비교하기도 힘듭니다. 아놀드 슈워제네거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의 아내 마리아 슈라이버도 스타라고 할 수 있지만 이 경우엔 슈워제네거가 훨씬 더 스타죠. 낸시 레이건의 경우도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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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멜다 마르코스가 마르코스의 장기집권에 영향을 줬을 거라고 생각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에바 페론의 경우도 본격적으로 위력을 발휘한 건 대통령 영부인이 된 뒤라고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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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비교를 하려면 70-80년대의 톱가수였던 린다 론스타트를 생각하게 됩니다. 론스타트는 알려진대로 미국 민주당의 유력 정치인이던 제리 브라운과의 열애로 꽤 큰 화제를 뿌렸습니다. 1979년, 이미 공식적인 관계였던 두 사람의 사진이 뉴스위크지 표지에 나왔을 때 제리 브라운은 현직 캘리포니아 주지사였죠.

그래서 미국 연예계와 정계에서는 "(영화배우였던)로널드 레이건이 대통령이 된 것도 놀랍지만, 다음 영부인이 린다 론스타트가 될 거란 걸 생각하면..."이라는 농담이 유행했다고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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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중요한 부분이 있다면, 론스타트는 그 자신이 '자기 목소리'를 가진 활동가였다는 점입니다. 론스타트는 철저하게 민주당 지지자였고, 자신의 소신을 밝히기를 꺼리지 않았고, 제리 브라운과 사귈 때에도 그 소신이 크게 작용한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심지어(꽤 뒷날 얘기긴 하지만) 지난 2004년에는 라스베가스의 한 공연장에서 부시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그를 공격하는 영화 '화씨 911'을 만든 마이크 무어 감독에게 자신의 노래 'Desperado'를 바친다고 밝혔습니다. 이때 객석에선 박수와 야유가 거의 비슷한 크기로 나왔다는군요.

물론 론스타트는 제리 브라운을 공개 지지했지만 브라운은 여러 차례의 도전에도 불구하고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자리에 오르는 데 실패했습니다. 캘리포니아 주지사답게 할리우드와 친분이 두터웠던 그는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가 제작한 30분짜리 선거용 영상물을 이용하기도 했는데, 사실은 이런 저런 행동들 때문에 "팝이냐, 정치냐"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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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이를 비교의 대상으로 삼자면 이렇습니다. 심은하는 물론 현역 스타가 아니고, 현재 가정 주부입니다. 하지만 어떤 현역 스타보다 유명한, 가정 주부입니다.

심은하가 만약 지상욱 대변인을 어떤 식으로든 지원하려 한다면, 스스로 '과거의 스타'가 아닌 다른 명함을 새로 마련해야 합니다. 환경보호 운동이든, 결식아동 돕기 운동이든, 혹은 박지성 선수 후원회이든 뭔가 이 세상과 관련을 맺고, 관심을 가진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심어 주어야 합니다.

만약 심은하가 그냥 '신비주의로 유명한 왕년의 스타' 심은하로서 영향을 미치려 한다면(이번엔 그러지 않았습니다만), 그 영향은 영향력 못잖게 '아내 덕이나 보려는 거냐'는 비난을 이끌어 낼 수(심지어 이번엔 나서지 않았는데도 이런 의혹을 샀습니다) 있을 겁니다.

그러니 장기적으로라도 뭔가 남편의 정치 활동을 지원할 의사가 있다면, 심은하는 조심스럽게 지금부터 뭔가 세상과 인연을 맺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반드시 정치와 관련된 것이 아니더라도 심은하 정도의 지명도를 가진 인물이 어떤 목표를 위해 움직인다면 그건 그리 나쁜 일은 아닐 겁니다. 물론 본인이 원치 않고, 가족을 위해 현재의 위치가 더 중요하다고 여긴다면 아무 의미 없는 얘기겠지만, 그 주변 사람들로선 이만한 잠재력이 그냥 잠자고 있는 건 참 안타까운 일일 것 같습니다.


P.S. 농담처럼 '심은하가 현역 배우가 아니어서...'라고 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현역 배우였다면 비난이 지지 효과보다 크지 않았을까요.^^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말난 김에 린다 론스타트의 노래 한 곡. 'Long long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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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흔히 생각하시는 것보다 매우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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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길들이기'는 '슈렉'과 '쿵푸팬더'를 만든 드림웍스의 2010년 야심작입니다. 솔직히 최근 몇년 사이 국내에서 개봉된 드림웍스의 극장용 애니메이션 가운데 가장 실망스러웠던게 약간 아이디어가 고갈된 듯 보였던 '슈렉3' 정도라면 이들은 어마어마한 성공을 거두고 있는 셈입니다. 그 약했다는 '슈렉'도  3D로 재정비한 '슈렉 포에버'가 이미 1억 달러 흥행을 넘어섰으니 이들의 화양연화는 꺼질 날이 보이질 않습니다.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의 유일한 라이벌로 꼽히는 픽사/디즈니도 올 여름 3D로 '토이 스토리3'를 내놓고 현재 개봉을 기다리고 있습니다(미국은 6월, 한국은 8월). '슈렉 포에버'와 '드래곤 길들이기', '토이 스토리 3' 등 이들 세 작품은 올해 최고의 애니메이션 흥행작은 뭐냐를 놓고 겨룰 후보들이면서, 세 편 모두 3D로 제작돼 세월의 대세가 3D에 있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무튼 그 빅3 중의 첫 작품, '드래곤 길들이기'는 정말 대단했습니다. 활주 장면의 박진감은 그야말로 기가 막히더군요. 스토리 탄탄, 주인공 매력 만점, 특히 나이트 퓨리 투스리스 귀여움 만점. 더 바랄게 없는 홈 엔터테인먼트 상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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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스칸디나비아 북쪽 어느 섬에 사는 소년 히컵(제이 버루첼)은 머리는 좋지만 쓸데없는 공상에 매달리고 체력이 형편없는, 흔히 미국 고등학교를 다룬 영화에서 힘센 깡패나 풋볼 선수들에게 치여 사는 캐릭터의 면모를 갖추고 있습니다. 기계 제작이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현실로 바꿔놓는 데에는 탁월한 재능을 갖고 있지만 마을 전체와 족장인 아버지 스토크(제러드 버틀러)에게 있어 중요한 것은 마을을 용의 습격으로부터 지켜낼 용감하고 날쌘 전사입니다.

또 한번 용들의 습격으로 상당한 피해를 입은 날 밤, 히컵은 자체개발한 장거리용 요격 무기로 다양한 종류의 용들 가운데서도 아무도 잡아 보지 못한 나이트 퓨리를 맞추기 위해 최선을 다 합니다. 결국 나이트 퓨리를 맞혔지만 증인이 아무도 없어 증명하지 못했던 히컵은 마침내 산넘고 바다건너 자신의 무기에 의해 격추(?)된 나이트 퓨리를 발견합니다. 그리곤 우여곡절 끝에 그에게 투스리스(Toothless)라는 이름까지 붙여주고 친구가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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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은 충분히 했으니 이제부턴 그냥 얘기들입니다. 뭐 스포일러라고 할만한 부분도 꽤 있지만, 사실 이 영화에서 그런 걸 따지는 것도 촌스러운 일일 듯 합니다. 대략 읽어 보시고 보러 가셔도 큰 탈은 없을 듯 합니다.

영화 중간 정도까지만 보면 이 애니메이션이 담고 있는 정치적 함의랄까 하는 것을 알아보는 것은 장님만 아니면 다 할 수 있는 일입니다. 똑똑한 초등학교 고학년 어린이라면 충분히 알만한 얘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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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입부에서 인간과 용은 공존할 수 없는 불구대천의 원수입니다. 용에 의해 수많은 바이킹들이 목숨을 잃고, 용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심지어 바이킹들의 가치는 용과 싸울 수 있는 전사냐 아니냐에 의해 정해질 정도입니다.

하지만 투스리스를 직접 대해 본 히컵의 생각은 점점 바뀌기 시작합니다. 서로 맞닥뜨렸을 때 죽음에 대한 공포를 느끼는 것은 인간이나 용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을 알아 버린 것이죠. 공포가 상대에 대한 잔혹한 학살을 이끌어내고, 그 학살이 계속 악순환을 일으킨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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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용들이 그렇게 악착같이 인간들의 삶의 터전을 건드리는 '진짜 이유'에 대해서는 다소 동화적인 설명으로 끝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이 영화의 한계이고, 현실에 대해선 아무런 해결책도 내놓을 수 없는 나이브한 시도인 것도 분명합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라도 영화를 보는 사람들(물론 여기선 미국 관객들을 말합니다)에게 최소한의 메시지라도 전해 보자는 시도가 그렇게 밉게 보이지는 않습니다.

(뭐 이런 정도의 시도까지도 '미국 외 시장에서 좀 더 잘 팔아먹자는 장삿속'이라고 욕하실 분도 있겠습니다만...)

아무튼 앞글에서도 얘기했듯, 영화 '페르시아의 왕자'에도 약간 비슷한 시도가 등장합니다만, 그 시도라는게 영 생뚱맞고 어처구니없었던 반면 '드래곤 길들이기'에서 이런 시도는 영화에 전혀 껄끄럽지 않게 맞아 떨어집니다. 무엇보다 공포의 상징이었던 투스리스가 너무나도 귀엽고 천진난만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는 게 주효했을 겁니다.

(굳이 비교하자면 여러 해 전, 갑자기 '유민'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한 일본 여배우 후에키 유코가 언제든지 현해탄을 건너 돌진할 듯 하던 대한 청년 남아들의 반일감정을 봄눈 녹이듯 사라지게 했던 기억이 되살아나는 느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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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탄탄하고 앙증맞은 줄거리와 캐릭터 외에 가장 칭찬하고 싶은 것은 3D의 박진감을 최대한으로 살려낸 투스리스의 비행 신입니다. 제대로 4D를 가동한다면 멀미를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실감나는 멋진 시각 경험이었습니다. 20여년 전 클린트 이스트우드 주연 영화 '파이어폭스'를 보면서 느꼈던 시원함은 다시 보면 별 감흥이 없겠지만... 아무튼 그 무렵의 감흥이 되살아나는 느낌입니다.

저 위에서도 얘기했지만 결론은 매우 강추.




P.S.1. 문득 히컵의 캐릭터를 보면서 왕년에 국내에서도 방송됐던 '슬기돌이 비키'라는 만화영화가 생각났습니다. 바이킹 족장의 아들이지만 힘과 용기보다는 지혜로 자기 몫을 하는 바이킹 소년 이야기... 뭐 그리 동떨어진 건 아닌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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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엔 이 만화영화의 실사판도 만들어졌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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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2. 히컵의 로망인 아스트리드의 모델은 어쩐지 '윔블던'의 커스틴 던스트가 아닐까 하는 생각. 물론 목소리는 던스트가 아니었습니다만... 어쩐지 일치하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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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시아의 왕자(Prince of Persia)'의 타이틀 롤을 제이크 질렌할이 맡고, 제작사가 디즈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 상태에서부터 어쩌면 결과는 충분히 예상됐다고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어쨌든 이 영화를 구상하면서 제작을 맡은 월트 디즈니사와 프로듀서 제리 브룩하이머의 머리 속에 무엇이 있었을지는 매우 분명합니다. 바로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였죠.

양측이 힘을 합쳐 이뤄낸 '캐리비안' 시리즈는 3편까지 제작되며 수억 달러를 벌어들였습니다. 게다가 이 영화들은 디즈니라는 회사가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방향, 즉 어린이부터 어른들까지 모두 즐길 수 있고, 필요 이상의 폭력이나 피, 성인용 화면을 배제하면서도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재미를 관객들에게 줄 수 있는 영화라야 한다는 점을 충분히 충족시켰습니다.

그리고 '캐리비안'으로 톡톡히 재미를 본 디즈니사와 브룩하이머는 다시 한번 비슷한 프로젝트를 가동시켰습니다. 이번엔 무대가 페르시아로 옮겨졌을 뿐, 두 프로젝트는 역시 여러 모로 비슷한 느낌을 줍니다. 그런데 결과는 어땠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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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는 매우 전형적인 영웅 이야기로 흘러갑니다. 페르시아 제국의 전성기, 지혜로운 샤라만 왕(로널드 픽업)은 동생 니잠(벤 킹슬리)와 함께 제국을 통치하던 어느날, 거리의 씩씩한 거지 소년 다스탄(제이크 질렌할)을 이미 두고 있던 두 아들의 동생으로 입양합니다. 세월이 흘러 다스탄은 두 형인 터스, 카시브와 함께 성스러운 도시 알라무트로 진군합니다.

샤라만은 알라무트를 함부로 침공해선 안된다고 말하자만 이들은 알라무트가 페르시아의 적들에게 몰래 무기를 공급하고 있다는 정보를 믿고 성을 공격해 함락시킵니다. 알라무트의 공주 타미나(제마 아터튼)는 침략군으로부터 가장 중요한 보물인 수정 손잡이의 단도를 지켜내려 하지만 이 단도는 다스탄의 손에 들어갑니다. 다음 왕이 될 터스는 알라무트를 안정시키기 위해 타미나를 자신의 아내로 삼으려 하죠. 하지만 사태는 그렇게 단순하게 돌아가지 않습니다. 이 단도에는 세계의 역사를 바꿔 놓을 수도 있는 힘이 숨어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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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소년이 왕자가 되는 이야기는 아라비안나이트 풍의 이야기에서는 드물지 않게 등장하곤 합니다. 어쨌든 게임 페르시아의 왕자는 많은 사람들이 286 컴퓨터와 VGA용 모니터를 처음 보고 감동하던 시절부터 수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왔습니다. 왼쪽에 있는 초기형 '페르시아의 왕자'가 요즘은 오른쪽의 모양으로 바뀌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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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게임이 있건 없건 간에 제이크 질렌할은 로맨틱 가이에서 액션 영웅으로 변신하고 싶다는 소기의 목적을 충분히 이행했습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득을 본 것은 질렌할 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쁘장한 범생이 이미지였던 이 배우는 이 영화를 통해 텁수룩한 수염으로 병사들과 땀을 흘리며 씨름하는, 병사들이 좋아하는 왕자 이미지로 훌륭하게 변신했습니다.

하지만 영화의 나머지 부분들은 그다지 좋게 얘기하기 쉽지 않습니다. 일단 이 영화에는 가장 중요한 요소, 즉 매력적인 왕자는 있었던 반면 그 하나 빼고는 없는 것 투성이이기 때문입니다. 일단 가장 먼저 결여된 것으로는 '플롯'을 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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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제작진은 이런 얘기에 콧방귀를 뀌었을 겁니다. "플롯? 스토리? 대체 그런게 뭐가 중요해?" 라는 말이 당장 나왔을테죠. 왜냐하면 이 팀은 바로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를 대 히트작으로 만든 그 팀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플롯이 없기로는 '캐리비안의 해적'이나 '페르시아의 왕자'나 거의 차이가 없죠.

하지만 '캐리비안의 해적'에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그리고 '페르시아의 왕자'에는 없는 요소가 들어 있습니다. 바로 조니 뎁이라는 변수입니다. 이 배우는 잭 스패로우 선장의 옷을 입었을 때, 그야말로 다른 모든 요소를 잊게 하는 위력을 발휘했습니다. 심지어 상당수 관객들은 영화의 줄거리가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모른 채(상당히 많은 관객들이 지금도 '캐리비안의 해적'의 줄거리를 기억하지 못합니다^^), 그저 잭 스패로우의 동선을 따라 관람했던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불행히도 '페르시아의 왕자'에는 조니 뎁도, 그 역할을 할 배우도, 그와 비슷한 캐릭터도 나오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왕자와 공주가 전면에 서게 되고, 관객의 눈길을 끌 다른 요소도 없으므로 스토리의 난맥상이 그대로 노출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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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문에 도중에 등장하는 산적 마을이나 타조 경주 같은 에피소드는 별 재미 없는 시간때우기였다는 것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버리고, 다스탄이 천신만고 끝에 자신의 누명을 벗기 위해 달려가는 부분은 지루하게만 느껴질 뿐입니다. ...그리고 이 영화 최고의 볼거리인 모래시계 신은 '아무도 악당이 이길 거라고 예상하지 않는 가운데' 공허하게 지나가 버립니다. 한마디로 12세가 넘은 관객에겐 그냥 허전한 결말일 뿐입니다.

또 '페르시아의 적'들에게 무기를 공급했네, 알라무트에 병기창이 있네 없네 하는 얘기는 정말이지 헉 소리가 납니다. 이런 영화에 무슨 이라크의 생화학 무기와 미국의 2차 걸프전 이야기까지 들어간단 말입니까. 이건 '이누야샤'에서 임진왜란의 역사적 의미를 논하는 거나(물론 다카하시 선생은 그런 짓은 하지 않습니다) 마찬가지인 미친 짓이라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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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세가 넘은 관객들에게 또 하나, 엄청나게 불만스러운 요소는 가장 매력적이어야 할, 그리고 영화 속에서는 '성스러운 도시보다 더 아름다운' 것으로 묘사되고 있는 공주 캐릭터와 등장하는 배우의 불일치입니다.

영미인들에게[는 어떻게 보이는지 모르지만, 대체 이 배우가 왜 이렇게 잇달아 메이저 영화에 중요한 역할로 등장하는지는 제겐 참 불가사의일 뿐입니다. 물론 그 전이라고 비슷한 전례가 없었던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그리 놀랍지는 않습니다. 아무래도 이 배우는 진 트리플혼이나 줄리아 오몬드 같은 선배들의 뒤를 따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아마도 제작진은 페르시아의 왕자 역시 2편, 3편으로 가는 시리즈를 기대했겠지만 일단 지금 만들어진 1편을 봐선 큰 기대는 가지 않습니다. 결국은 '온 가족용 엔터테인먼트'에 대한 지나친 집착이 어른 관객들을 아예 배제해버게 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만약 다른 제작사였다면, 좀 더 나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까요.


(이 다음 줄에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그래도 보실 분은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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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영화를 본 뒤 동행인과의 대화.
그: 악역이 누군지 너무 뻔히 보여. 영화 결말이 다 보이잖아.
나: 왜?
그: 매일 악역으로 나오는 사람이 있으니까 누가 진짜 나쁜놈인지 다 알지.
나: ...그 양반 그래도 왕년엔 '간디' 역으로 나온 사람인데.
그: 그래? 아무튼 너무 악당 얼굴이야.

뭐 다시 보니 그렇긴 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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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 앤 더 시티'의 두번째 극장판이 27일 미국에서 개봉했습니다. 물론 한국에서는 예정대로 6월10일 개봉이라고 합니다. 월드컵의 열기로 극장 비수기겠지만 어차피 '섹스 앤 더 시티'의 가장 열렬한 지지자들은 축구를 발로 하는지 손으로 하는지 별 관심이 없는 분들일테니 과감하게 정면 승부를 해 보겠다는 것이죠. (눈치없이 한국 경기 시간에 이 영화를 보러 가자고 남편이나 남자친구를 들볶는 분들은 안 계시겠죠?^) 어쨌든 잠시 여기서 영화를 미리 볼까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그냥 자막이 있는 고국에서 보기로 맘먹었습니다.

이 영화에 대한 논란은 여전합니다. 이 영화가 표방했던 '매력있고 유능한 뉴욕 여성들'을 연기하기에 이 주연배우들이 너무 나이가 들었다는 주장에서부터, 과연 이런 영화가 존재해야 하느냐는 해묵은 주장이 되살아나는 등 극장판 2편의 개봉에 맞춰 '섹스 앤 더 시티'가 다시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습니다. 어쨌든 이 이제는 '진부해진' 영화가 미국 예매 시장에서 디즈니의 야심작 '프린스 오브 페르시아'를 압도하고 있다는 건 이 시리즈가 가진 위력을 재확인시켜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문득 2년 전, 첫번째 극장판이 개봉할 때 썼던 글이 생각났습니다. (네. 자백하자면 재활용입니다). 2년 전과는 다른 분들의 생각이 얼마나 다른지 궁금합니다. 한가지만 덧붙이자면, 제목에 대한 답으로 '캐리가 너무 못생겨서'라고 댓글을 다시는 분은 3대가 고자가 된다고 합니다. (옛날 집에선 이 댓글만 200개 정도 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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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재미있는 걸 발견했습니다. 2010년 5월말 현재 imdb.com에 올라온 '섹스 앤 더 시티' 1편의 평점은 5.4입니다. 그런데 그 내막을 보니 참 심각한 차이가 있더군요. imdb에 이 영화의 평점을 매긴 사람들 중 남자가 23786명, 여자가 16579명입니다. 그런데 남자들은 평균 4.9점을, 여자들은 7.0라는 꽤 높은 평점을 매겼군요. 그래서 평균이 5.4입니다.

자, 남자들과 여자들의 평점에 차이가 있을 거라는 건 충분히 상식으로 짐작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런데 투표 자체를 남자들이 훨씬 더 많이 했다는 점이 매우 희극적입니다. 남자가 1.5배가 넘는군요. 물론 imdb 이용자 중엔 남자가 더 많겠지만, 이 정도로 남자가 많다는 건 상당한 수의 남자들이 영화는 아예 보지도 않고 낮은 점수를 매겼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으로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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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 가운데서도 가장 많은 지지를 보이는 사람들이 18-29세 연령층이로군요. 즉, '섹스 앤 더 시티'에서 자신의 미래를 보는 사람들입니다. 흥미롭게도 같은 여자지만 18세 이하 계층은 평점이 5.8밖에 되지 않네요. 남자들은 전체 연령층에서 별 차이가 없지만 연령의 상승과 함께 조금씩 평점이 높아지는 반면, 여자들은 오히려 고령으로 갈수록(정작 '섹스 앤 더 시티' 주인공들의 연령층이 될수록?) 지지가 조금씩 낮아집니다.

네. 이 표로 볼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사실은 '한국 뿐만 아니라' 미국에도 '섹스 앤 더 시티'를 그리 탐탁치 않게 여기는 남자들이 널려 있다는 겁니다. 아마도 세계 어디를 가나 이 드라마가 방송되는 나라라면 그럴 거라고 생각되지만, 대체 왜 그런가에 대해서도 상호간의 이해는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제목부터 그렇지만 이 글은 이 드라마(혹은 영화)에 대한 남녀간의 인식 차이에 대한 글입니다. 그리고 아주 당연히, 제 자신의 경험과 시각에 의한 글입니다. 그러니 이 글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비판의 근거는 이 글 안에서 가져오시는게 좋겠습니다.

(워낙 '하지도 않은 말'에 의한 비판에 질린 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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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저를 포함해 상당히 많은 남자들이 이 드라마를 흥미롭게 지켜본 걸로 알고 있습니다. 개인적인 경험을 토대로 얘기하자면, 이 드라마는 스토리의 전개 방식이나 재치있는 대사만으로도 충분히 평가받을 만 한 자격을 갖고 있습니다.
재미도 없는데 꼬투리나 잡아 보자는 마음으로 6시즌 짜리 드라마를 다 봤다면 그건 정신병자죠.

뭣보다 캐릭터의 구축 면에서는 완벽에 가깝죠. 패셔너블하고 매력적이지만(물론 반감을 가질 분도 있겠지만 설정이니까 넘어갑시다) 실제 생활에서는 겉똑똑이인 캐리, 허영심도 강하고 사고도 잘 치지만 의리 하나는 돌쇠인 사만다, 항상 "넌 예쁘니까 잘 될거야" "그래, 그 남자가 널 안 좋아할 리가 없어" 같은 말만 해 주는 착한 공주 샬롯, 머리도 좋고 판단력도 뛰어나지만 많은 남자들이 '그냥 친구'로 생각해버리기 쉬운 미란다 같은 인물들의 묘사는 정말 살아 숨쉰다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뭐 그 주변의 수많은 남자들 중에는 별 이상한 놈들이 다 있지만, 원래 드라마의 지향이 '네 여자가 만나는 오만 이상한 놈들 이야기'이니 그걸로 이 드라마가 편견을 갖고 있다든가 하는 얘기를 하는 건 어리석은 짓입니다.

이 드라마의 장점을 하나 더 얘기하자면, 일단 이 드라마를 통해 많은 남자들은, 여자들이 생활에서 겪는 사안 - 특히 연애 문제 - 에 대해 어떤 시각을 갖고 있는지를 배울 수 있습니다. 아울러, 여자들이 무엇을 바라는지, 그리고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를 느낄 수 있게 하죠. 여기서 더 나아가면 여자들 앞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자신의 약점을 감출 수 있는지도 공부할 수 있습니다. 네. 이 드라마를 열심히 보면 당신도 여자들에게 인기를 얻을 수 있을지 모릅니다. 한마디로 이 드라마를 통해 득을 볼 수 있는 남자들은 여자들을 속이는 나쁜 남자들이 될 가능성이 높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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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으로 이 드라마의 제작진은, 주 시청층인 여자들에게도 가끔 의미 있는 통찰을 제공해 주려고 노력합니다. 예를 들어, 여자들이 얼마나 남자들에 대해 모르는지를 알려 주려고 하죠. 남자들이 여자들에 대해 너무나 모른다는 것이 이 드라마의 네 주인공들이 노상 하는 한탄이지만, 가끔씩 어떤 남자 등장인물들은 "그럼 니들은 남자에 대해 잘 아니?"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이 바로 잭 버거가 말하는 "He's just not that into you"라는 대사죠.



그리고 이 드라마의 여성 캐릭터들은, '때로 이 드라마에 대한 공격에 다소 과민한 자신의 팬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남자들에게 우호적입니다. 이 드라마에 출연하는 남자들 중에는 찌질이도, 훈남도, 악당도, 섹스 중독자도 있지만 대체로 이 드라마의 네 주인공들은 최소한 이 세상이 남자 없이 자신들만으로 돌아간다고 결코 생각지 않습니다.

어찌 보면 지나치게 남성의존적인 모습을 보일 때도 있습니다. 남자들보다 이 드라마를 강하게 혐오하는 사람들이 바로 페미니스트들입니다. 하지만 한국의 자칭 페미니스트 중에는 이 드라마를 여권의 상징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 듯 합니다. 남자들만 이 드라마를 엉뚱하게 이해하고 있는 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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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섹스 앤 더 시티' 옹호자들이 착각하고 있는 것이 있는데, 이 드라마에 나오는 네 친구의 우정, 용기, 세상을 살아가는 낙천적인 자세, 미란다나 사만다의 희생이 의미 없다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리고 이런 부분이 판타지라고(혹은 비현실적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없습니다.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어떤 판타지 영화도 '말이 안 되는 부분'만으로 이뤄져 있지 않습니다. '스타 워즈'도 한 솔로와 레이아의 사랑이나 어린 다스 베이더와 오비완의 우정(혹은 사제간의 정)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진짜' 감정이기 때문에 '스타 워즈'는 판타지가 아니라고 주장하면 바보라는 말 밖에 못 듣겠죠. 판타지는 설정과 장치에 해당되는 말인 겁니다. 그러니 '섹스 앤 더 시티'의 일부만 보고 판타지라고 말하지 말라는 것은 영 남의 다리를 긁는 이야기일 수밖에 없죠.

그리고 무엇보다 결정적으로 판타지가 나쁘다고 생각하는 것 역시 바보짓이죠. 판타지라는 게 뭡니까. 판타지란 '어린이에겐 꿈과 희망을, 성인들에겐 잊혀진 어린 시절의 꿈을' 주는 것이기도 하고 또 피곤한 일상사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는 비상구를 마련해주는 도구입니다. 맞습니다. 남자들이 '007'이나 '친구', '영웅본색'을 보면서 잠시 10대 소년이 되는 것처럼 여자들도 '섹스 앤 더 시티'를 보면서 일상을 잊을 권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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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꽤 많은 수의 사람들이 이 드라마에 적대적인 이유는 뭘까요. 그건 이 드라마가 지향하고 있는 세계관이, 이 드라마를 즐겨 보는 사람들 중 지적으로 취약한 일부 사람들을 아주 형편없는 방향으로 끌고 갈 위험성이 농후한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그런 폐해가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죠.

이 드라마는 어떤 사람들에겐 "아니 옷이나 구두가 중요하지 사람의 교양 같은게 무슨 소용이야?"라고 읽히기도 합니다. 또 어떤 사람들에겐 "요리? 청소? 옷장 정리? 그런건 개나 주라고 해. 캐리같은 멋진 커리어 우먼들은 그따위 건 안 하잖아?"라고 읽히기도 하죠. 또 명품에 대한 남다른 집착, 그리고 소비를 통한 자아실현이라는 비정상적인 가치관에 대해서도 "당연한 거 아냐? 뉴욕에 사는 멋진 성공한 여성들도 원래 다 그렇게 한다구"라는 태도를 유지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죠.

그리고 무엇보다 이 드라마에 나오는 네 주인공이 과연 옷과 백, 구두, 장신구나 미용,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좋은 남자 만나는 일' 이외에 자신의 인생을 어떻게 개척하겠다든가, 어떤 사람이 되어야겠다든가 하는 일로 고민하는 장면을 보신 분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배울 만큼 배우고 벌 만큼 버는 여자들에게도 인생을 채울 일은 저게 전부라고 생각하게 하는 건, 결국 남자들이 그렇게 싫어하는 '머리 텅 비고 명품이나 밝히는 된장녀'들이 자신의 태도를 합리화하는 데 악용될 여지가 크다는 얘깁니다.

(아, '대가리에 든건 술과 여자, 돈과 거드름밖에 없는 이상한 놈들'을 욕하고 싶으시면 마음대로 하세요. 그리고 그런 놈들을 합리화하는 이상한 드라마 - 만약 있다면 - 를 좋아하는 남자들도 욕하고 싶으시면 역시 원하시는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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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드라마의 기획 의도 가운데 상당히 중요한 목표가 바로 '소비 촉진'이라는 걸 인정하지 않을 분들도 없겠죠. PPL이 등장하는 수없이 많은 다른 영상물들과 마찬가지로, '섹스 앤 더 시티' 역시 수없이 많은 브랜드들을 널리 알리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비교의 대상으로 삼는 '007'에 한번 비쳐 보겠습니다. 이 영화를 본 남자들이 애스턴 마틴 스포츠카나 보드카 마티니, 크루그 샴페인 등에 갖는 집착과, '섹스 앤 더 시티'를 본 여자들이 샤넬이나 돌체앤가바나, 코스모폴리탄 칵테일이나 주말 브런치에 보이는 열정이 과연 비교가 되던가요. 여기서 '007'과 '섹스 앤 더 시티'는 결정적으로 결별합니다.

새로운 세대에게는 '가쉽 걸'같은 드라마들이 있습니다. 이 드라마는 결국 10대 때부터 많은 소녀들에게 '나도 저렇게 한번 살아보고 싶다'는 환상을 심어주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합니다. 물론 여주인공은 별로 화려하지 않은 남자 주인공을 좋아하지만, 그 대가로 남자친구(혹은 그와 비슷한 사회경제적 위치에 있는 사람들)에게 초 부유층이라고 해서 사는게 늘 행복하지만은 않다는, 한발 더 나아가 역설적으로, 늘 명품으로 치장하고 다니는 것도 그리 나쁜 삶은 아니라는 점을 '이해'시키려고 노력하죠. (그런데 참 이 드라마 역시 무척 재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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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런 부분이야말로 매우 지엽적인 것이고, '섹스 앤 더 시티'의 굳건한 주제는 한때 사만다가 에미상 수상 소감으로 얘기했듯 "남자들은 항상 스쳐 지나가지만 여자들은 남는다", 즉 주변에서 연애를 어떻게 하고 무슨 일이 일어나건 서로 의지가 되고 힘이 되는 네 친구들은 영원하다는 것이라고 말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충분히 수긍합니다. 이 때문에 여자들은 "우리의 입장이 되어 보지 않은 남자들이 이 드라마의 세계에 대해 이해할 리가 없잖아"라고 말하곤 하죠.

그런데 한번 이런 생각도 해 보게 됩니다. 여자들이 가장 싫어하는게 '계집들이야 가면 또 오는 거지만 친구간의 우정이야 무엇보다 소중하지!'라고 외치며, 집에 잘 들어앉아 있다가도 친구들로부터 '콜'만 오면 달려나가는 '남자들의 진한 우정' 아니었던가요?

여자들의 이런 말을 들으면 수백년 수천년 동안 술취한 남자들이 버럭 내뱉었던 "아녀자들이 대장부의 세계에 대해 뭘 안다고!"가 떠오릅니다. 남자들의 이런 태도가 정당하다고 생각하실 분은 아마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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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리하는 의미로 몇줄 붙입니다.

그래서 여자들이 이 드라마에 대한 추억을 탄성을 토해가며 이야기할 때 옆에서 뭐 씹은 표정으로 앉아있는 남자친구나 남편이 있다면, '아, 저놈이 내가 또 뭐 사달랠까봐 미리 분위기 잡는구나'라고 생각하실 일 만은 아닙니다. 단지 경제적인 압박에서 오는 공포 외에도, 그 남자들에게는 자기가 사랑하는 여자가, 혹은 자기가 친애하는 여자가 '단지 물질에만 집착하는' 여자가 아니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는 점을 이해하시기 바랍니다.

그래서 '섹스 앤 더 시티' 얘기가 나오면 툴툴대는 남자들에게 "너 된장남이지? 이쁘고 능력있는 여자들이 너를 거들떠 보지도 않아서 삐진거지?" 혹은 "넌 남자라서 어쩔 수 없어. 여자들만의 가슴 벅찬 사연을 니가 어떻게 이해하겠어(위에서도 말했지만 이건 지난 1000년간 남자들이 해 오던 대사죠)"라고 말하는 건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경우를 만난다면, 웃으면서 "난 그렇게 물건에 목숨 건 여자가 아니야"라고 설명해 주세요. 그리고 쇼핑과 남자 만나는 일 외에도 여러분의 인생에 의미 있는 일들이 많이 있다는 걸 보여 주시면 더욱 좋습니다. 남자들이 두려워하는 건 '정말 그게 전부인 여자' 들이니까요. 하지만 만약 정말 '그게 전부'라면, 그래서 상황이 심각해지는 건 누구도 말릴 수 없겠군요.^^


P.S. BABY BIG이 나온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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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포스팅했던 오란씨의 새 광고와 함께 요즘 가장 눈길을 끄는 광고는 소녀시대와 2PM이 한꺼번에 등장하는 캐리비안 베이 광고입니다. TV CF에서는 30초 가량의 분량에 별 눈길을 끄는 내용이 없지만 인터넷으로 공개된 4분30초 가량 길이의 '캐비송' 뮤직비디오 형식을 빈 광고 동영상을 보면 흥미로운 점이 한둘이 아닙니다.

물론 엄밀히 말하면 두 그룹의 멤버 중 6명이 주인공 격이긴 하지만, 풀버전 동영상을 보면 마지막 파티 장면에 2PM의 6명과 소녀시대 9명이 모두 등장합니다. 최고 인기의 남녀 아이들 그룹이 한꺼번에 CF 한 편에 출연한다는 건 지금까지 유례가 없던 일이죠. 특히나 최고 인기 여성 아이들 그룹이 다른 남성 아이들 그룹과 함께 광고에서 짝을 이루는 건 예전 같으면 절대 금기였습니다.

그럼 이런 파격적인 광고는, 굳이 따져 본다면 과연 두 그룹 중 어느 쪽에 더 이익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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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세상에서 요란한 터라 못 보신 분이 있을까 싶지만 혹시나 해서 동영상부터 올려 봅니다. 소녀시대의 수영복이 살짝 아쉽긴 하지만 뭐 이 정도면 대단한 수작(?) 광고라고 부르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물론 전제하자면 둘 중 누구도 손해는 아닙니다. 수많은 경쟁자들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현재 걸 그룹들 가운데 최고의 인기 걸 그룹이 단연 소녀시대라는 점을 인정하고 나면, 소녀시대와 짝을 이룰만한 그룹은 2PM 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결론을 내리게 됩니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얘기일 수 있습니다. 일단 슈퍼주니어가 있지만 같은 소속사라는 점이 왠지 좀 걸립니다(아무것도 아니라고도 할 수 있지만 오히려 SM 쪽에서 기피할 일입니다). SS501은 멤버간 인기 격차가 너무 큰 편이고, 빅뱅은 스타일 면에서 소녀시대 멤버들에 비해 왜소해 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비스트나 엠블랙, 제국의 아이들 등도 최근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긴 하지만 앞서 언급한 그룹들과는 아직 넘을 수 없는 차이가 있습니다.

그렇게 놓고 보면 2AM과 2PM이 남지만, 역시 남성미라는 면, 특히 광고의 컨셉트가 수상구조요원을 선발하는 점이었다는 점을 놓고 보면 원조 짐승돌의 손을 들어 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까 남성 그룹들 가운데서 2PM이 현재 걸 그룹 가운데서 소녀시대가 누리는 것 만큼 독보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보기는 힙들지만, 그래도 광고의 컨셉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고르라면 2PM이 최선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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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사실 이런 광고를 찍을 수 있다는 것이야말로 소녀시대와 SM의 자신감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일반적인 경우, 걸 그룹은 주요 팬층인 젊은 남성들을 자극하지 않는 의미에서 웬만하면 다른 남성 아이들 그룹과 '엮이는' 일은 피하는 게 정석이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연말 이후 소녀시대는 어지간해선 이런 상황을 두려워하지 않게 됐습니다. 워낙 두터워진 팬층이 하루 아침에 돌아서지 않을 것이란 자신감도 엿보이지만, '걸 그룹 멤버들도 어쨌든 사람'이라는 식의 이성적인 사고가 가능해졌다는 놀라운 세상의 변화도 한몫을 한 것입니다.

심지어 얼마 전 '강심장'에서 소녀시대 멤버 효연은 자신이 짝사랑하는 남성 아이들 그룹 멤버가 있다느 충격 발언까지 했습니다. 이건 5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그룹이 공중분해 될 수도 있는 발언이었지만 이번엔 얘기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들이나 뭐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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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이번 광고는 윤아/택연, 닉쿤/유리, 찬성/서현의 3개 커플을 등장시켜 알콩달콩한 화면을 연출해내기도 합니다. 심지어 윤아와 택연이 '패떴2'에 이어 또다시 커플로 등장하자 많은 팬들은 '진짜 사귀는 것 아니냐' 혹은 '진짜 사귀었으면 좋겠다'는 반응으로 들끓고 있습니다.

21세기초까지 당대 최고의 여성 인기 그룹이었던 핑클이 멤버들의 사생활과 관련된 소문에 초 민감한 반응을 보인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어쩌면 소녀시대 멤버 개개인의 열애설이 퍼지더라도 팀의 존립에는 아무 영향이 없는 시대가 이미 왔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지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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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위에서 말한 내용을 뒤집어 생각하면 2PM에게는 이번 광고가 대단한 명예일 수도 있고, 좋은 기회일 수도 있습니다. 아주 오래 전에는 남성 아이들 그룹의 멤버들이 다른 여성 아이들 그룹 멤버들과 친하게 지낸다거나 하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것도 인기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꺼리던 시절이 있었지만 요즘은 그런 영향은 거의 나타나지 않습니다.

또 2PM에게 더없이 좋은 기회라는 건 박재범 탈퇴 이후 겪었던 우울한 기억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데서 읽을 수 있습니다. 두 그룹의 멤버들을 한 자리에 모으려면 모델료만 15억원 이상은 될 겁니다. 이런 대형 광고를 집행할 수 있는 광고주가 여전히 현재의 재범 빠진 2PM을 지지한다는 건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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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저는 이번 광고의 승자는 두 그룹 가운데 2PM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2PM이 이번 광고 관련 영상이나 다른 자료, 다른 방송에서 소녀시대와 너무 가까운 모습을 보여 이탈할 팬들도 좀 있겠습니다만 이번 광고를 통해 건재를 만방에 과시한 댓가라고 생각하면 억울할 게 없을 겁니다.

물론 마지막으로 한가지 덧붙이자면, 진정한 승자는 두 그룸을 한방에 모신다는 원대한 야망을 품고, 그 야망을 성공시킨 캐리비안 베이 측일 겁니다. 현재 일고 있는 화제의 크기를 생각하면 그 정도 광고비는 아깝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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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닉쿤이 '우리 결혼합시다'에 나간다면 상대는 역시 유리가 좋을까요? 혹시 달리 생각나시는 분이 있으면 어떤 의견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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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하녀'는 흥미로운 블랙코미디(물론 제 생각입니다)인 것을 넘어서서 한 폭의 흥미로운 숨은 그림 찾기입니다. 영화 속에 흐르는 음악, 잠깐 읽어주는 동화, 그리고 이 가족의 딸 나미가 받는 생일 선물에도 모두 숨겨진 의미가 있습니다.


...물론 이런 숨겨진 의미는 모두 저 혼자 생각일 수도 있습니다(제발 그렇지 않기를 바랍니다만). 이 글을 읽어 보신 분들도 '원 별 생각을 다 했군'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역시 제발 그렇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아무튼 그냥 저는 이렇게 느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암호는 음악, 동화, 그림을 통한 것입니다. 세기에 따라 세가지가 넘을 수도 있겠지만 장르별로 나눠서 그냥 세가지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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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파심에서 안내글을 덧붙이자면, 이 글은 '하녀'에 대한 리뷰가 아닙니다. 리뷰를 보실 분은 먼저 앞의 글을 보시기 바랍니다.



아울러 이 글은 어쩔수 없이 '하녀'에 대한 스포일러가 들어 있습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에게 기대하는 최적의 권장사양은 (1) 영화 '하녀'를 보고, (2) 제가 쓴 앞의 '하녀' 리뷰도 보신 분입니다. 혹시 '너때문에 원치 않는 영화의 내용을 알게 됐어!'라고 화내실 분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이 글을 얼른 닫으시기 바랍니다.

그렇지 않은 분들은 더 앞으로 나가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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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는 음악입니다.

일가족이 모여 있는 장면. 나미는 언제나처럼 무표정하게 앉아 있고, 가족들은 앉아서 오페라 아리아를 들으며 은이가 가져온 와인을 마십니다. 이 대목에서 흘러나오는 것이 조르다노의 오페라 '안드레아 셰니에(Andrea Chenier)'에 나오는 마달레나의 아리아 '돌아가신 나의 어머니(La Mamma Morta)'입니다.

'안드레아 셰니에'는 프랑스 혁명기, 혁명 지도부의 지나치게 과격한 노선에 반발하다 반혁명분자로 몰려 죽음을 당한 시인 안드레아 셰니에를 모델로 한 작품입니다. 극중 셰니에의 연인인 마달레나는 혁명 때문에 몰락한 귀족의 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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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의 내용은 '그들이 내 어머니를 죽였지. 어머니는 나를 보호하려다 돌아가셨어'로 시작해 자신이 부모를 잃고 얼마나 어렵게 살아왔는지, 그리고 하녀 베르시가 자신을 키우기 위해 어떤 희생을 했는지를 한탄하는 것입니다. 임 감독이 주목한 것이 이 노래의 가사가 다루고 있는 어머니와 아이의 관계이든, 혹은 혁명가로서 어정쩡했던 셰니에의 죽음에 대한 자신의 생각이건 이 영화 속에 나오는 이 노래는 매우 의미심장하게 들립니다.

오페라 아리아로는 본래 유명하지만 영화 '필라델피아'에 마리아 칼라스의 노래로 삽입되면서 더욱 유명해졌습니다. 바로 원조격인 칼라스의 노래입니다.

 
그리고 이정재가 전도연이 날라다 주는 아침을 먹기 전 치는 곡은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17번, 일명 '템페스트'의 3악장입니다. 천재 소녀 나미가 출근하는 아빠에게 "베토벤 잘 들었어요"라고 말하는 그 곡이죠. 이 '템페스트'는 바로 셰익스피어의 희극 '템페스트'를 가리킵니다.

아시다시피 '템페스트'는 세상을 피해 외딴 섬에 살고 있는 프로스페로의 딸 미란다가 그 섬에 표류해온 잘생긴 퍼디난드를 보고 한눈에 반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들을(물론 이것보다는 프로스페로의 복수와 용서가 더 큰 주제지만) 다루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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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템페스트'의 내용이 피아노를 멋지게 치고 있는 훈을 보는 은이의 심경을 은근히 암시하고 있다고 봐도 큰 무리는 없을 듯 합니다. 다만 이런 내용을 암시한다고 하면 1악장을 치는 것이 더 적절할 수도 있었겠으나, 화면상의 효과를 위해서라도 알레그로의 3악장을 치는 것이 보다 나을 것이라는 판단도 있었겠죠.

베토벤-리스트의 진전을 잇는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빌헬름 켐프의 연주입니다.





다음은 동화가 등장합니다. 은이가 나미에게 읽어주던 동화죠. 아마 기억하실 분이 있을 것 같습니다. 이 동화의 제목은 '어느 어머니 이야기'입니다. 어려서 안데르센 전집을 읽은 덕에 어렴풋이 기억이 나더군요.

정확하게 찾아 보니 내용은 이렇습니다. 어떤 젊은 어머니가 병든 어린아이를 돌보고 있습니다. 어머니는 밤낮을 새며 죽음의 신이 아이를 데려가지 못하게 하려 합니다. 하지만 어머니가 깜빡 잠든 사이 죽음은 아이를 데려갑니다.

놀란 어머니가 따라나서 죽음이 간 방향을 묻습니다. 질문에 대답하는 밤의 정령은 대답하는 댓가로 어머니의 아름다운 노래를 요구합니다. 이처럼 이 어머니가 가는 길마다 길을 가르쳐주는 댓가로 세상은 여러가지를 요구하죠. 숲의 가시나무는 어머니의 가슴으로 자신을 안아 따뜻하게 해달라고 합니다. 어머니는 가슴에서 피를 뚝뚝 흘리지만 자식을 찾겠다는 집념으로 이겨냅니다.

은이가 읽어주는 대목이 바로 호수가 죽음에게 가는 길을 가르쳐주는 댓가로 어머니의 '파란 사파이어같은 눈'을 요구하는 장면이었습니다. 이렇게 어찌 어찌 해서 어머니는 죽음의 정원에 도착합니다. 이 정원에서 자라는 화초들은 모두 누군가의 목숨이었던 겁니다.

어머니는 눈도 보이지 않지만 심장 박동 소리만으로 어느 것이 자신의 아기인지 알아차립니다. 죽음은 어머니의 도착에 놀라 대체 어떻게 자신을 찾아올수 있었는지 묻습니다. 이때 어머니는 대답합니다. "나는 어머니이니까요." (이 뒤로도 이야기는 길게 이어집니다만 이후는 생략.)

이 동화를 엿듣기라도 했는지 혜라는 은이가 "절대 아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합니다. 그리고 이 '어느 어머니 이야기'는 은이가 그런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복선(?)이라고 할 수 있겠죠. 아무튼 의도적으로 이 동화가 배치된 것은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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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는 미술입니다. 사실 너무 눈에 띄어서 암호라고 하기도 민망합니다. 'LOVE'라는 야외 전시물로 유명한 로버트 인디애나가 마릴린 먼로를 주제로 제작한 실크스크린 작품이죠. 역시 천재소녀 나미가 "비싼 선물"이라는 아빠의 말에 "인디애나 작품이니까 당연히 비싸겠죠"라고 대답하는 그 작품입니다. (위의 작품 말고도 인디애나의 작품 중에는 저 작품과 흡사한 마릴린 먼로에 대한 작품이 또 있습니다. 그중 영화에 나온게 어느 건지는 정확히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그중 하나입니다.)

혹시나 관객들이 이 그림을 못 알아보기라도 할까봐 임상수 감독은 옆에 마릴린 먼로로 분장한 엄마 혜라를 붙였습니다. 혜라는 여기서 그 유명한 "해피 버스데이, 미스터 프레지더언트'를 흉내내 생일 축하 노래를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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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분은 지난번 글에서도 다뤘지만, 그저 마릴린 먼로 역시 대통령과 관계를 맺을 때에는 좀 더 신중하게 주변 상황을 고려했어야 했다는 얘기인지, 아니면 더 깊은 뜻이 있는지 불분명합니다. 대략 먼로의 죽음 역시 좀 더 조심하지 않은데서 온 자업자득이라는 얘기일지... 뭐 돈과 권력을 가진 남자들의 위험성에 대한 얘기일수도... 아무튼 그렇습니다.

마릴린 먼로가 그 노래를 부른 건 1962년 5월19일의 일입니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45회 생일을 열흘 앞둔 날이었더군요.^^ 이런 장면입니다.



제가 발견한 것은 대략 이 정도입니다. 혹시 이와 비슷한 다른 암호를 발견하신 분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물론 제가 암호라고 생각한 것들이 임상수 감독에게는 '어라? 나는 그냥 별 생각 없이 쓴 거였는데?'에 해당할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뭐 저도 확인할 방법은 없습니다. 아무튼 수수께끼 풀이는 항상 재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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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이지 오랜만에 방송에서 흘러나오는 '하늘에서 달을 따다/ 하늘에서 별을 따다'라는 CM송에 귀가 쫑긋 움직이는 듯 했습니다. 그 오랜만이라는게 너무 반가웠는지, 동아제약(동아 오츠카?) 측에서 시의적절하게 보도자료를 잘 내보냈는지 온갖 매체에서도 일제히 보도에 나섰더군요.

이쯤 되면 고질병인 호기심이 발동하기 시작합니다. 아주 오래 전, TV에서 '오란씨 걸'이라는 아가씨가 인기를 모은 적이 있었습니다. 1980년대 중반쯤의 일이었죠. 오란씨 CF가 그렇게 인기였는데도 이 아가씨는 드라마든 예능이든 다른 프로그램에 출연한 적이 없어서 어찌 보면 신비주의 마케팅을 실천하는 셈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궁금증에 여기저기 서핑을 해 보다가 그 아가씨의 이름이 '김윤희'라는 걸 알아냈습니다. 왼쪽이 김윤희, 오른쪽이 요즘 새로운 오란씨 모델로 각광받고 있는 김지원입니다. 어딘가 비슷한 느낌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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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궁금증이 났을 때 달려간 곳은 유튜브. 본래 1977년 '하늘에서-'로 시작하는 오란씨의 원조 모델은 임권택 감독의 부인이신 채령씨로 알려져 있지만, 그 영상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늘 느끼는 거지만, 한국은 자료 보존에 대한 한 19세기와 20세기의 차이가 별로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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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그 시기의 느낌을 짐작해 볼 수 있는 사진 한 장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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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발견할 수 있는 가장 오랜 광고는 그 몇년 뒤로 추정되는 것입니다. 어떤 이들은 이 분이 채령씨라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이 CF의 주인공은 70년대말-80년대초의 하이틴 스타였던 이옥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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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응천 감독의 '시집가는 날' 등에 출연했던 배우로 당시 '포스트 임예진'을 다퉜던 배우였죠. 어찌 보면 '고교얄개'의 강주희와 라이벌이었던 셈입니다.
 


이렇게 해서 '하늘에서 달을 따다-'라는 노래는 온 세상에 모르는 사람이 없는 유명한 노래가 됐습니다. '열두시에 만나요 부라보콘'이나 '첫번째 그맛 고소한 그맛' 과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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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80년대 중반, 세상 사람들의 호기심과 관심을 집중시킨 '오란씨 걸'이 탄생합니다. 어렴풋한 기억으로는 이 광고물 이전에 좀 더 프로토타입에 해당하는 광고가 있었고, 이 광고는 거기서 조금 더 발전된 변형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무튼 현재 구해볼 수 있는 광고 중에는 이것이 가장 원형에 가깝습니다.



전형적인 미인형은 절대 아니었지만, 귀엽고 꾸밈없는 모습 때문에 이 '오란씨 걸'(이름을 몰랐기 때문에 이렇게 부를 수밖에 없었습니다)은 등장하자마자 일약 화제가 됐습니다.

이 모델의 인기가 올라가자 아예 '하늘에서 별을 따다' 말고 이 모델 용의 CM송이 새로 등장합니다. 아마도 직접 부른 것은 아닐테고, 이 노래는 그닥 기억이 선명하지 않지만 어쨌든 모델의 인기를 대변해주는 현상입니다.



이 김윤희라는 모델과 광고 전략의 힘으로, 그다지 메이저 음료라고 할 수 없었던 오란씨는 콜라와 사이다를 제외한 과즙 음료 중에서는 상당히 중요한 상품으로 부각됩니다.



그리고는 겨울에도 마실 수 있는 음료라는 광고까지 생깁니다.



기록이 부족한 우리나라의 특성상 정확한 것은 전혀 알 수 없지만, 김윤희라는 모델은 1985년이나 86년부터 88년 무렵까지 활동한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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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인기 높았던 모델이 왜 갑자기 사라졌고, 왜 다른 활동에 나서지 않았는지는 전혀 알 길이 없습니다. 그 시절은 지금처럼 연예 뉴스가 활성화된 시기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오죽 대중 활동을 하지 않았으면 '오란씨 회사 사장의 딸'이라는 소문까지 났을 정도입니다. 일설에는 해외 교포라서 국내 활동이 힘들다는 소문도 있었습니다.

마케팅의 힘을 알아차린 동아제약 측은 좀 더 판을 키웁니다. 이 인기를 몰아 갈 새로운 모델을 공모하기에 이른 것이죠. 이것이 바로 그 선발대회 광고입니다.



신은경, 음정희 등 꽤 낯익은 얼굴들까지 등장합니다. 아무튼 여기서는 송혜령이라는 모델이 발탁됐고, 이 모델은 오란씨 CF를 통해 꽤 활동합니다만 - CF를 봐도 별 느낌이 없습니다. 아마 당시에도 별 느낌이 없었던 듯 합니다.

사실 대단한 미인이라고 할 얼굴이 아니었던 김윤희라는 모델이 크게 성공한 것은 어딘가 열대의 느낌, 그리고 꾸미지 않은 듯한 신선하고도 발랄한 웃음, 무엇보다 건강미 넘치는 모습이 파인애플 과즙이 들어간 음료의 이미지와 맞아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뒤를 이은 송혜령에게선 이중 어떤 것도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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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에서 김지원을 발탁한 새로운 담당자들은 왜 김윤희가 성공하고 후속 모델은 실패했는지를 정확하게 파악한 듯 합니다. 새로 오란씨 모델이 된 김지원은 어딘가 살짝 동남아시아의 느낌을 풍기는 외모에 밝고 건강한 이미지를 발산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얼굴이 닮지는 않았지만, 80년대 김윤희가 당시 사람들에게 주었던 느낌과 비슷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주변에서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몇번 들었습니다. 저만 그렇게 느낀 건 아닌 듯 합니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정말 궁금한 것, 대체 저 김윤희라는 모델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요? 그리고 지금 그 모델은 어디서 뭘 하고 있을까요. 혹시 아시는 분 있으면 좀 귀띔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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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오란씨 자료를 찾다가 이 분에 대한 기억도 다시 한번 해보게 됐습니다. 80년대 음료 광고 한 편으로 무명신인에서 벌떡 일어선 톱스타 한분이 있었죠. 바로 이 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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