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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상적인 연애 관계들이 TV 드라마를 점령해가고 있습니다. 지난 주말에는 KBS 2TV '결혼해 주세요'에서 이종혁과 이태임이 아슬아슬한 장면을 연출하면서 시청자들을 끌어들였습니다. 대학 교수이며 유부남인 이종혁에게 아나운서인 이태임이 계속 눈길을 주고, 결국 야한 수영복 차림으로 혼자 수영을 즐기는 이태임을 이종혁이 황홀한 눈빛으로 바라보다 결국 다가가는 장면이었습니다.

뭐 불륜은 그냥 하나의 소재일 뿐이고, 이런 드라마가 나온 것도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그 '불륜'을 다루는 시선이 너무도 원초적이라는 점에서 이 드라마는 꽤나 획기적이라고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그리고, 이 드라마보다 훨씬 쇼킹한(장면이 아니더라도) 드라마 속 설정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1번은 MBC TV 일일드라마 '황금물고기'의 박상원과 조윤희. 실제로도 23년차인 이들은 극중에서도 20년 차이가 넘는 연인 관계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박상원은 부담스러워하지만, 조윤희가 막무가내로 애정 공세를 퍼붓고 있는 거죠.



여기에 질세라 KBS 1TV 일일드라마 '바람불어좋은날'에서는 이 못지 않게 황당무계한 얘기가 펼쳐지고 있습니다. 20대 초반의 이현진이 엄마뻘인 김미숙에게 막무가내로 구애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나이 차이는 이쪽이 더 심합니다. 실제로 26년, 극중에선 약 20년 차이). 남녀가 바뀌었을 뿐, 양쪽 방송사의 일일드라마에서 모두 중년 남녀가 눈에 보이는 게 없는 젋은 남녀의 애정 공세에 곤혹스러워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중년 얘기는 아니지만 이 '바람불어좋은날'이라는 드라마는 주인공 김소은이 애 딸린 진이한과 결혼하지만, 그 아이의 생모이자 진이한의 회사 회장 딸인 이성민이 미국에서 갑자기 돌아오는데 이 생모는 옛 애인이 키우고 있는 그 아이가 자기가 낳은 아이라는 것도 모르고, 심지어 과거에 아이까지 낳았던 연인인 진이한과 이성민은 한 회사 한 사무실에서 서로 존댓말을 써 가며 함께 일하고 있다는... 참 어처구니없는 설정까지 동반하고 있습니다. 한숨만 납니다.^)



대체 이런 설정들은 왜 등장하고 있는 걸까요. 우선 TV 드라마의 구조적인 문제를 보자면, 이미 오랜 시간에 걸쳐 지상파 방송사들은 시간대별 최적 제작비를 구축해놓은 상태입니다. 즉, 다시 말해 일일드라마가 방송되는 시간대에는 제작비가 얼마를 넘으면 안되고, 그 결과로 시청률이 얼마 이상 확보되면 얼마 정도의 광고가 붙는다는 계산이 끝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제작비는 줄이고 시청률은 올리는 방법은 결국 '막장'이라는 답을 얻게 됩니다. 출연료나 로케이션, 특수효과 같은 돈은 전혀 들이지 않고 센세이셔널한 상황으로 시청자들을 잡아당기는게 최선이라고 판단한 겁니다.

여기에 '중년의 큰 나이차 연애'라는 게 들어간 것은 시청자들에 대한 적극적인 구애의 표현입니다. 젊은 층이 지상파의 실시간 시청자에서 이탈하면서 이 시간대의 주요 시청층은 아무래도 이현진이나 조윤희보다는 박상원이나 김미숙 쪽과 감정을 공유할 가능성이 높은게 사실입니다.

할리우드 영화에서 션 코너리 같은 미노년(?)과 젊은 여성의 사랑 이야기가 자주 다뤄지는게 대부호인 할리우드 스튜디오 임원들의 욕망이 투사된 것이란 주장도 있지만, 한국 TV의 중년 열애 붐은 바로 시청자들에 대한 아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실에서 당장 40, 50대 시청자들에게 20대의 꽃미남 꽃미녀가 달려들어 '저랑 사귀어 주세요'라고 말하면 당황스럽기 짝이 없겠지만 드라마 속 얘기는 흐뭇하게 볼 수 있는 거죠.



단 이런 얘기들이 너무 막 나가다 보면 얼마전 방송된 '아직도 결혼하고 싶은 여자'에서 이필모와 박지영의 연하남-연상녀 상황처럼 욕을 먹게 됩니다. 이 드라마의 시청률이 조금 더 높았더라면, 이 베드신은 아마 꽤 논란이 됐을 겁니다. 사실 맨 위에서 소개한 '결혼해주세요'의 장면들은 이 베드신에 비하면 장난 수준이죠.^

그러니 '바람불어 좋은 날'이나 '황금물고기'는 섣불리 사랑의 진도(?)를 나가지도 못합니다. 시청자들이 원하는 것도 '우리 세대가 아직 죽지 않았구나'하는 흐뭇함일 뿐, 거기서 뭔가 더 진척되면 채널이 돌아갈 여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똑같이 중년의, 나이 차이가 큰 사랑 이야기를 다뤄도 지난달에 방송된 MBC TV 특집극 '나는 별일없이 산다'의 경우는 70 노인인 신성일과 30대인 하희라의 애정행각(?)이 그려졌어도 '망칙하다'는 말은 전혀 나오지 않았습니다.

극중 신성일이 곧 삶을 마감할 환자라는 설정 때문이기도 했지만, 어쨌든 이 두 사람의 관계는 철없다거나 장난스럽다는 느낌, 혹은 억지라는 느낌 없이 매끄럽고 성숙한 만남으로 승화되어 그려졌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런 만큼 자극적인 재미는 덜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니까 중년 열애든 불륜이든, 소재는 문제가 아닙니다. 진짜 문제인 것은 그 소재를 바라보는 시선입니다. 위에서 지적한 드라마들은 이런 소재들을, 가능한 한 자극적이고 싸게(제작비 안 들게) 다뤄서, 사람들의 원초적인 호기심만 키우려는 불순한 의도가 너무 선명합니다.

시청률의 확보, 그리고 중노년층 시청자에 대한 아부(!)라는 두 가지 속보이는 목적을 가진 요란한 불륜-중년 연애 드라마들, 어째 정신건강을 위해선 좀 시청을 피하는게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름 지나면 좀 제 정신이 돌아오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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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인셉션'에 대해 수없이 많은 평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그 말들 속에는 흔히 공통된 단어나 어구가 등장합니다. '난해' '관객의 혼동' '지적인 블록버스터' '매트릭스를 연상시키는' '꿈과 현실의 혼란' 등등입니다.

혹시라도 이런 말들에 현혹되어 이 영화가 대단히 복잡하고 난해하며 다 보고 나서도 뭔가 화장실에서 물 안 내리고 그냥 나온 듯 찜찜한 기운이 남는 영화라고 착각하실 분들이 꽤 있을 것 같아 급히 몇줄 쓰기로 했습니다. '인셉션'은 절대 그런 영화 아닙니다. 탄탄한 대본과 놀라운 연출이 조화를 이룬, 독창성에 찬탄을 금할 수 없는 그런 영화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놀런의 전작 '다크 나이트'를 훨씬 뛰어넘는 작품입니다. 꼭 보셔야 합니다.


설정을 전혀 모르셔도 상관 없지만, 아셔도 될 부분까지만 설명드리겠습니다.

코브(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아서(조셉 고든 래빗)는 다른 사람의 꿈에 침투해 비밀을 찾아내는 콤비입니다. 이들은 큰 회사의 요청에 따라 일본의 대부호 사이토(켄 와타나베)의 꿈에 침투하지만, 미리 대비하고 있던 사이토에 의해 격퇴당하고, 반대로 그의 청부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 놓입니다.

새로운 미션을 위해 코브와 아서는 꿈 속에 침투하는 드림팀을 짭니다. 새로운 꿈의 설계자로 여대생 아리아드니(엘렌 페이지), 무엇으로도 변신하는 임스(톰 하디), 약물전문가 유수프(딜립 라오)가 합류하죠. 그런데 코브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습니다. 바로 그의 아내였던 맬(마리옹 코티아르)가 계속 꿈에 등장한다는 거죠.


영화 내내 사람을 놀라게 하는 것은 꿈 속에서 또 꿈을 꾸고, 그 꿈에서 한 단계씩 심연으로 들어가는 구조를 '설계'한 놀런의 상상력입니다. 게다가 놀런이 창조한 세계 못잖게 보는 이를 놀라게 하는 것은 실로 세계 최고라고 할 수 있는 연기파 배우들로 채워진 라인업입니다. 화려함으로는 '오션스 일레븐'에 뒤질 지 모르지만 실력파들로 채워졌기로는 근래 보기 드문 탄탄한 진용이더군요.

출연진 가운데 7명이 오스카 후보에 올랐고 그중 2명(마이클 케인, 마리옹 코티아르)은 수상자입니다. 나머지 6명은 3번이나 후보에 올랐지만 아직 수상하지 못한 디카프리오, '아버지의 이름으로'의 피터 포슬스웨이트, '주노'의 엘렌 페이지, '라스트 사무라이'의 켄 와타나베, '플래툰'의 톰 베렌저입니다.
 
하다못해 단역인 첫 장면의 설계자 역으로 루카스 하스, 그리고 누워서 몇마디 하지도 않는 늙은 피셔 회장 역으로 피터 포슬스웨이트가 나오는 걸 보고 '이것이 스타 감독의 위용인가...'하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초반부터 조셉 고든 래빗과 루카스 하스가 함께 나오는 걸 보니 갑자기 아이디어가 신선했던 영화 '브릭' http://www.imdb.com/title/tt0393109/  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물론 아무리 좋은 배우가 있더라도 그게 영화의 성패를 결정할 수는 없을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런 배우들을 씨줄과 날줄처럼 제대로 활용한 놀런의 실력은 다시 한번 사람을 감동시킵니다.

놀런이 이번에 창조한 세계는 꿈 속. 물론 아무리 똑똑하더라도 1950년대의 영화광에게 '인셉션'을 보여주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게 분명합니다. 하지만 21세기의 우리는 그동안 '매트릭스'를 봤고, '바닐라 스카이(혹은 '오픈 유어 아이즈')'를 봤고, 하루 아침에 도시 하나를 만들었다 허무는 프로야스의 '다크 시티'를 봤고, 사람의 뇌를 하드 디스크로 활용하는 윌리엄 깁슨의 원작 소설을 기초로 한 '코드명J(Johnny Mnemonic)'를 봤고, 사람의 마음 속에 또 하나의 세계가 있는 '아이덴티티'를 봤고, 연인의 마음 속을 엿볼 수 있는 세상을 그린 '이터널 선샤인'을 봤으므로 남의 꿈속에 들어가고, 남과 나의 꿈을 연결해 사람의 마음 속에 깊이 감춰진 비밀을 훔쳐낸다는 황당무계한 설정도 무리 없이 받아들일 수 있게 됐습니다.


그리고 그런 세상의 변화에 따라 놀런은 이 영화에 등장하는 꿈을 서로 연결해주는 기계의 매커니즘 따위에 대해서는 설명을 절약할 수 있게 됐습니다. 너무 자세한 설명으로 러닝타임을 잡아먹지 않겠다는 것이 놀런의 입장인 듯 합니다. 그리고 그 설정의 기본 골격이 워낙 탄탄하고 설명이 명료하기 때문에, 놀런이 사소한 부분에선 수시로 설정을 바꾸는 데에도 관객은 쉽게 적응합니다.

그러니까 '매트릭스' 시리즈가 1편의 탁월한 설정과 창의력에도 불구하고 2편, 3편으로 가면서 지나치게 관객들을 혼란시키며 자멸의 길을 걸은 반면, 놀런은 아예 스스로도 이해하지 못하는 난해한 설정을 완전히 배제해버리며 보다 관객들에게 친숙한 길을 걷습니다. 물론 이 영화에서도 마지막 장면 하나 정도는 다양한 해석의 여지가 있지만 그건 글자 그대로, '관객의 취향'을 고려한 것입니다.

자기도 책임질 수 없는, 얼토당토않은 결말을 내려 놓고서 대체 그게 무슨 뜻이냐고 묻는 관객에게 '그건 관객이 해석할 몫'이라고 대답하는 한심한 감독들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그런 무책임한 감독들이 '관객이 해석할 몫'이라고 말할 때에는 콘서트에서 진정 관객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서가 아니라, 자신의 목이 올라가지 못하는 고음 파트에서 객석을 향해 마이크를 내미는 가수가 떠오릅니다.


잠시 다른 길로 빠졌지만 이 영화를 통해 놀런이 얘기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엄밀히 말하면 이미 오래 전 칼 융이 말하고자 했던 것과 그리 다르지 않습니다. 사람이 꿈을 꾸는 것은 깨어 있을 때 의식상태에서 하는 것과 달리 무의식이 뭔가를 위해 움직이고, 그 결과물인 꿈에서 사람은 자신이 의식상태로 인지하지 못하는 의미를 전달받곤 한다는 식이죠. 그래서 주인공들은 사람의 꿈 속으로 들어가 단서를 심고, 그것을 통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꿔놓는 데 도전할 수 있는 겁니다.

써놓고 보면 길지만 많은 사람들이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고, 칼 융 이후에 누가 또 뭘 어쩌고 누구의 철학 이론에 따르면 꿈이란 어쩌고 저쩌고 하는 얘기에는 아무 신경을 쓰실 필요가 없습니다. 이 영화를 보는데 그런 바보같은 수작은 전혀 의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놀런의 공헌은 어떻게 이런 생각들을 충분히 납득이 가면서도 박진감있는 스토리로 풀어놓는가 하는 부분에 있죠. 이런 차이가 어떤 사람은 공부나 하게 만들고, 어떤 사람은 대 감독이 되어 떼돈을 벌게 합니다. 꿈속의 꿈 부분, 그리고 꿈의 단계에 따라 시간의 흐름이 달라진다는 부분 등은 정말 탁월한 설정입니다.



'인셉션'에 대해서는 깊이 우려먹을 부분이 또 있을 것 같아 여기서는 이 정도로 해 두려 합니다. 심지어 등장인물들의 이름만 해도 꽤나 머리를 쓴 흔적이 보입니다. 어쨌든 이런 얘기들은 나중에 다시 하고, 결론은 꼭 보시라는 것.^^

P.S. 많은 분들이 결말을 갖고 머리를 썩히시지만, 고민하실 필요 없습니다. 그건 정답이 없는 결말입니다. 어느 한 쪽이든, 관객이 믿고 싶은 쪽을 믿으면 됩니다. 

P.S.2. 소위 '킥 송'으로 에디트 피아프의 노래가 흘러나오는 건 마리옹 코티아르가 여주인공인 것과 무슨 관련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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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아이들 5초 가수 비판'이라는 리포트가 MBC 뉴스데스크에 나왔다는 얘기를 듣고도 그냥 그러려니 했습니다. 아이들 가수들에 대한 '주류 언론'의 시각이 그리 곱지 않았다는 건 엊그제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하루 지나는 동안, 이 '5초 가수 비판'을 진리처럼 받아들이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언뜻 보기에도 말이 안 되는 이야기인 것을, 정당한 비판으로 받아들여선 아무래도 곤란하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꼼꼼이 다시 뜯어 봐도 뭔가 이상한 논리였기 때문입니다.



보도를 직접 보지 못한 분들도 있을테니, 보도의 주요 부분을 인용해 보겠습니다.

전체 보도 내용은 이쪽에 있습니다.

http://imnews.imbc.com//replay/nwtoday/article/2663569_5782.html




그리고는 애프터스쿨의 사례가 제시됩니다.

8인조 걸그룹 애프터스쿨이 음악방송에 출연해 부른 3분짜리 노래입니다.
멤버들이 개인별로 노래한 시간을 재봤습니다.
리더인 가희가 18초, 메인 보컬 레이나가 13초, 정아는 6초, 주연은 가장 적은 3초.
멤버 하나가 빠져 일곱명이 노래를 불렀지만 솔로파트 시간은 3초에서 최대 18초였습니다.



일단 전제가 해괴합니다. 한 그룹이 나와서 노래를 부르는데, 각각 개인이 부른 솔로 파트가 짧으면 '가수라는 말이 무색하다'는 것입니다. 생각해보면 일단 이 말 자체가 말이 안 되지만, 그건 우선 조금 두고 보겠습니다.

두번째, 배분 문제입니다. 3분짜리 노래를 8명이 정확하게 나눠 불렀다면 약 22초, 7명이 불렀다면 25초 정도씩이 나옵니다. 그런데 3분짜리 노래가 처음부터 끝까지 솔로들이 돌아가며 불러야 정상적인 노래일까요? 당연히 그렇지 않습니다.

전주 빼고, 간주 빼고, 후주 빼고, 여러명이 함께 부르는 하이라이트(업계에선 '싸비'라는 말로 자주 불립니다) 부분을 다 빼고, 돌아가며 부르는 부분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많아 봐야 전체 노래의 60% 정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렇다면 가희의 18초 등등은 오히려 인당 평균보다 많이 불렀다는 뜻도 되겠죠. 그러고 나면 대체 '가수란 말이 무색하다'는 게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최대한 이 보도에 호의적으로 해석하자면, 이런 얘기일 수도 있을 법 합니다. 이를테면 한 그룹 내에 '노래하는 멤버'와 '노래보다는 다른 쪽으로 기여하는 멤버'의 구분이 너무 확연하고, 그러다 보니 양쪽 멤버들 사이에 노래의 배분이 심하게 불균형을 이루고, 그래서 후자 쪽, 즉 노래보다는 미모나 댄스 솜씨로 기여하는 멤버들은 과연 가수라고 부를 수 있겠느냐, 뭐 이런 뜻이라면 이것 역시 철지난 얘기긴 하지만, 어쨌든 전혀 말이 안 되는 얘기는 아닐 겁니다.

하지만 이 보도 내용을 보다 보면 전혀 그런 의미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유야 어쨌든 최근 우리 대중가요판에는 이처럼 무늬만 가수라는 비아냥 섞인 소리를 듣는 초단위 가수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고 이에 따라 필연적으로 가창력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그러니까 만약 제가 말한 '호의적인 해석'에 따른다면, 한 팀 안에서 노래를 잘 하는 멤버에게 그냥 무임승차하는 이상한 멤버들이 있다는 식으로 논리를 끌어 가야 합니다. 하지만 이 보도는 내내 '혼자 부르는 시간이 초 단위이기 때문에 그룹 전체가 문제'이고 '이런 그룹의 창궐이 가요계의 문제'라고 몰고 가고 있습니다.

참 답답한 노릇입니다. 지금껏 나온 어떤 그룹에도 에이스에 가까운 멤버들이 있고, 그 멤버에게 가창 시간이 집중되어 왔다는 걸 모르는 것인지, 외면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차라리 슈프림스의 노래를 틀어 놓고 과연 다이애나 로스에 비해 다른 두 멤버들의 솔로 시간이 얼마나 긴지를 잘라 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게다가 '노래 시간이 짧으면 가수가 아니라는 생각은 어느 시대의 발상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이 보도 하나로 메인 보컬 한 사람의 비중이 거의 2/3를 차지하는 서태지와 아이들은 가수로서의 자격이 없는 그룹이 되어 버린 거죠.

네. 오케스트라에서 40분 내내 졸다가 1분 둥둥둥 두드리고 나오는 팀파니 주자는 연주자도 아닙니다.



이런 식으로 논리의 혼란이 오자 아예 '댄스 그룹이 문제'라는 쪽으로 논리가 전개됩니다.

◀ANC▶
그런데 이런 가수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데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는 뭘까요?
◀ 기 자 ▶
팬들의 쏠림현상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그리고 수익을 위해서 그 조류에 영합해야 하는 가요계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하겠습니다.
화면을 보면서 짚어보겠습니다.
우리 대중가요시장을 주도하고 있는건 10대와 20대 젊은 팬들입니다. 방송도 이들의 영향력 아래에 있습니다.
기획사들은 젊은층의 기호에 맞출 수밖에 없고 그 해답을 아이돌 댄스그룹에서 찾았습니다.
자연히 노래실력 보다는 외모와 춤실력 거기다 개인기까지 지닌 이른바 엔터테이너가 각광받게 됐는데요
여기에 설 자리를 잃은 음반시장으로 수익구조를 다변화해야하는 기획사들의 현실적인 이해가 더해져 노래실력은 뒷전으로 밀려나게 됐다는 분석입니다.


물론 아이들 그룹이 국내에 처음 생겨나던 1996년 언저리였다면 얘기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때만 해도 '붕어'라는 놀림에 맞대응할만한 그룹은 많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을 비웃기라도 하듯, 2004년 데뷔한 동방신기는 처음부터 아카펠라를 시도하며 '누가 아이들 그룹이 노래를 못한대?'라며 정면으로 치고 나옵니다.

그 이후, H.O.T와 핑클을 어린 시절부터 보고 자란 세대들은 노래와 춤 면에서 전 세대에 비해 획기적인 기량의 발달을 보이죠. 다른 기량을 다 잘라 버리고 '노래 실력'만 놓고 보더라도 그 전 세대와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이들이 데뷔하기 전까지 수년간 받은 엘리트 훈련을 생각하면 너무 당연한 얘기입니다.

사실 너무 허점이 많은 논리라서 무엇부터 공격해야 좋을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이 보도는 뒤로 가면서 '노래 실력=가수의 가치'라는 해괴하고도 1차원적인 논리에만 기대고 있습니다.

일찌기 70년대 포크의 전성기를 구가했던 당대의 국민가수 송창식 선생은 지난해 연말에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요즘 그룹이라고 나오는 친구들을 우습게 보면 큰일나지. 옛날 가수들하고 비하면 실력이 월등해. 기본적으로 연습을 많이 하잖아. 물론 혼 같은게 실린 노래가 별로 없다는 건 좀 아쉽지."

그러니까 '노래 실력'이라는 기준도 분명 의심스럽습니다. 매끈한 음색과 엄청난 폐활량, 폭발적인 가창력 등으로 평가한다면 라이브의 제왕으로 군림하고 있는 김장훈이나, 가끔씩 '노래 솜씨'를 보여주는 유희열은 가수라는 명패를 달 자격이 없어질지도 모릅니다.^^ 뉴스데스크의 논리로 따지자면 밥 딜런은 정말 쓰레기일수도 있겠죠.




어쨌든 댄스 장르의 창궐이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발달하는 걸 가로막고 음악 시장을 왜곡시킨다는 논리는 하도 많이 들어서 귀가 닳을 지경입니다. 하지만 그 보도에서도 지적하듯, 한국 가요 시장이 10대 20대 중심으로 흘러가는 것도 맞지만 어느 나라나 대중 음악 시장은 10대나 20대가 주요 고객이고, 어느 나라나 10대나 20대가 아이들을 좋아한다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정작 문제는 10대나 20대가 아이들을 좋아하는게 아니라, 30대나 40대가 음악 시장에 전혀 기여하지 않고 있다는 거란 사실을 제발 좀 직시해 주셨으면 합니다. 뻔한 얘기 길게 얘기하지 않겠습니다. 10여년 전 10대 시절에 아이들 그룹을 좋아하셨던 분들, 이제는 한참 어른이 된 강타나 바다, 옥주현의 음악을 돈 내고 소비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무튼 뉴스 만드는 분들, 기사 쓰는 분들, 음악 시장의 장르가 다양화되는 게 좋은 일이란 건 모든 사람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댄스 음악이 잘 되기 때문에 다른 장르가 죽는다고는 하지 맙시다. 그건 그나마 아이들 그룹 덕에 먹고 사는 가요 시장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 얘깁니다.

마지막으로 한번 스포츠와 비교해 보겠습니다.

사람들이 프로 야구만 좋아하고, 다른 프로 스포츠를 외면한다면 '프로 스포츠의 균형 발전'을 저해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프로 야구가 한국 프로 스포츠를 교란하고 있다고, 그게 문제라고 보도해서야 되겠습니까? 이제 올림픽 종목도 아닌 '저질 스포츠'를 좋아한다고 야구 팬들을 매도해도 좋겠습니까? (선수 열한명이 쉬지 않고 90분 내내 뛰어다니는 축구에 비해)타자 한명이 때리는 시간이 전체 경기 시간의 1/9이 안 된다고 야구를 저질 스포츠라고 주장하면 어떨까요? 올림픽 전략 종목인 핸드볼이나 필드하키 경기장의 객석이 비는게 과연 야구 팬들 때문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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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끼'가 벌써 관객 100만을 넘어 흥행 열풍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워낙 기대작이었고 관심이 쏟아지던 터라 흥행 호조는 충분히 예상됐던 일이기도 합니다.

영화 '이끼'에 대한 전반적인 리뷰는 이미 쓴 터라 이번엔 영화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생략합니다. 다만 이번에는, 영화 속 인물들과 실제 인물들의 일치도를 한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누가 뭐래도 일치도 1위는 단연 박해일이겠지만, 물론 얼굴이나 분위기가 닮았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캐스팅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해 둘 필요가 있을 듯 합니다.


일단 '이끼'에 대한 리뷰는 이쪽입니다.




'이끼'가 영화화된다는 말이 나왔을 때부터, 독자들은 해국 역으로 박해일을 추천했습니다. 여기에는 누구도 이의가 없었던 듯 합니다. 박해일은 나무랄 데 없이 잘생긴 얼굴이지만, 한편으로는 반항기 풍기는 프로필을 갖고 있습니다. 주인공 해국은 똑똑하고 용의주도한 인물이면서도, 세상을 손해 보고는 살아가지 못하는, 어찌 보면 너무 올곧아서 비뚤어져 보이는 성격의 소유자입니다.

이런 남편과 사는 아내라면 가끔씩 소리를 지르는게 정상이겠죠. "제발 웬만한건 좀 대충 넘어가! 당신은 뭐가 그렇게 잘 났어?" 이런 식으로 말입니다. 그리고 박해일에겐 왠지 그런 캐릭터가 숨어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가장 논란이 심했던 것은 이장 역의 정재영. 이장 천용덕과 해국의 아버지 류목형 역으로는 30대 배우와 70대 배우를 각각 기용하는 방법과, 한 배우에게 노역과 젊은 역을 모두 연기하게 하는 방법이 있었을 겁니다. 강우석 감독은 한 배우에게 모두 맡기는 쪽을 택했고, 그 결과 정재영이 선택됐습니다. 젊은 천용덕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판단과, 감독이 함께 일해서 신뢰할 수 있는 배우를 쓰겠다는 뜻이 역력히 드러납니다.

아무튼 앞의 글에서도 거론했다시피 정재영의 연기는 합격점 이상입니다. 다만 류목형이 '두려움이 당신을 구할 것'이라고 선언할 때 등의 디테일에서는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이와 관련해 솔직히 가장 기대와 벗어났던 캐스팅은 류목형입니다. 강우석 감독은 어찌 보면 가장 신뢰하는 배우 중 하나인 허준호를 이 역할에 캐스팅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류해국이나 천용덕에 비해 훨씬 깊이를 갖고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하고, 아마 강우석 감독도 그런 생각을 했으리라고 봅니다.

하지만 원작의 인물에 비해 영화 속의 류목형은 어느 정도 평범한 성직자의 느낌이었달까요. 류목형은 그저 자애로운 인물의 느낌이라기보다는, 광기 어린 교주의 모습을 함께 갖고 있어야 합니다. 한없이 포근하게 온갖 죄인들을 끌어안는 모습인 동시에, 말 한마디로 산전 수전 다 겪은 천용덕이 움찔하게 하는 강렬한 카리스마를 끌어올려야 합니다. 한마디로 '눈빛 하나로 사람의 마음을 빼앗는' 신비로운 인물의 이미지는 제대로 표현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실망스러웠던 것은 유선. 영화 속의 영지는 처음부터 끝까지 '성폭행의 트라우마를 안고 있는 비극적인 여인'의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유선이라는 배우가 갖고 있는 '청승'의 극한이죠.

하지만 원작의 영지는 오히려 기이한 마을의 유일한 여자로서, 그 위치를 즐기고 있는 듯 보이는, 묘하게 육감적이면서도 신비로운 캐릭터입니다. 그 마을의 야만적이고 원시적인 분위기에 여족장처럼 잘 젖어 있는 모습이죠. 하지만 영화 속 유선은 매일 밤마다 눈물로 지샐 것은 같은 연약한 피해자일 뿐입니다. 원작과 달라서 효과적인 부분도 없습니다.




유해진, 김준배, 김상호가 연기한 마을 주민 3인방은 그림에서 튀어나온듯한 조화가 빛났습니다. 아쉬운 것은 이들 세 캐릭터가 얼마나 흉악하고 무서운 폭력성을 내재하고 있는가에 대한 설명이 좀 부족했다는 점입니다. 특히 김상호가 연기한 성만은 원작 속에선 전율을 느끼게 하는 사이코패스지만 영화 속에선 그저 흔한 밀렵꾼으로 축소되어버리더군요. 아무튼 신체적인 강건함으로 상대를 위압하는 성규 역의 김준배는 매우 인상적인 호연을 펼쳤습니다.


마지막으로 원작과 가장 달라진 캐릭터로는 박검사를 들 수 있습니다. 유준상이 연기하는 박검사는 시종일관(?) 영화에 활기를 불어 넣는 캐릭터입니다. 오버액션도 제일 많고, 어쩌면 원작 '이끼'의 박민욱 검사보다는 '공공의 적2'의 강철중 검사(설경구)와 훨씬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사실 원작의 박검사는 류해국에 대한 원한과 막혀버린 출세길에 대한 좌절감으로 폭발하기 직전에 있는 남자입니다. 하지만 영화 속 박검사는 해국 때문에 시골로 좌천된 것을 오히려 즐거워하는 듯한 묘한 냄새를 풍깁니다. 원작에서 '고민'의 요소가 어디론가 가출해버린 캐릭터가 된 것이죠.

물론 전후사정을 다 떼고, 그저 활기차고 정의로운 검사 캐릭터가 하나 뛰어들었다고 생각하면 크게 문제될 것도 없고, 유준상은 그 연기라면 제대로 멋지게 해 냈습니다. 아쉽다고 생각하는 것은 원작과의 비교인데, 캐릭터 하나의 성격이 변하는 것 정도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봅니다. 캐릭터가 그대로인데 배우가 살리지 못한 것과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물론 절대 간과하면 안 될 것이, 만화 원작과 영화 속 캐릭터의 일치나 불일치를 얘기하는 건 그냥 그걸로 끝나야 합니다. 그 일치와 불일치를 영화의 완성도를 평가하는 기준으로 삼는 건 안될 일이기 때문입니다. 가능하면 원작 팬과 영화 관객이 모두 환호하면 좋겠지만, 원작의 영향을 받지 않은 순수한 영화 관객들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 원작과 동떨어진 각색이라도 독자적인 생명을 갖는다는 건 인정해야 합니다.

다시 말해 '원작에서 빼다 박은' 캐스팅이라고 반드시 베스트는 아닐 수도 있다는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캐스팅은 정말 정교한 예술이라고 할 수 있죠. 최근에 썼던 글 하나를 붙여 보겠습니다.


제목: 캐스팅

1938년 마거릿 미첼의 베스트셀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영화화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세간의 관심은 누가 남녀 주인공을 연기할 것인가에 몰렸다. 레트 버틀러 역을 당대 최고의 인기스타 클라크 게이블이 한다는 데에는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지만 여주인공 스칼릿 오하라 역은 달랐다. 캐서린 헵번, 메이 웨스트를 비롯한 30여 명의 톱스타와 그 몇 배나 되는 신인들이 물망에 올랐어도 전설적인 제작자 데이비드 셀즈닉은 계속 고개를 가로저었다. 셀즈닉은 '마법과도 같은 그 어떤 것'을 가진 여배우를 원했다.

여주인공 없이 촬영이 진행된 지 4개월이 지나서야 셀즈닉은 영국 출신의 비비언 리를 낙점했다. 여론은 격렬하게 반발했다. 무명의 영국 배우가 '남부의 정신'을 대표하는 여주인공을 연기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이유였다. 하지만 셀즈닉은 꿈쩍도 하지 않았고, 결국 완성된 영화를 본 관객들은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1939년작인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지금도 '너무나 완벽한 캐스팅이라 감히 리메이크할 수 없는 작품'의 대명사로 꼽힌다.

원작이 있는 영화치고 독자의 머릿속에 있는 이미지와 감독이 고른 실제 배우의 일치 여부가 논란이 되지 않은 예는 사실상 없다고 해도 좋을 정도다. 최근에는 '싱크로율(synchro率)'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실제 캐스팅된 배우가 원작의 이미지와 얼마나 일치하는가를 가리키는 말이다. 싱크로율이 높을수록 기존 독자들의 지지가 높지만 그것이 반드시 최상의 캐스팅인 것은 아니다.


올해 한국 영화 최고의 기대작으로 꼽히는 강우석 감독의 '이끼'는 원작인 윤태호의 동명 웹툰(인터넷 연재 만화)이 워낙 인기였던 탓에 제작 초기부터 싱크로율 논란에 시달렸다. 주인공 중 유해국 역의 박해일은 독자들로부터 '싱크로율 100%'라는 찬사를 받았지만 이장 역의 정재영은 '싱크로율 50% 미만'이란 원성이 자자했다. 하지만 지난 15일 영화가 공개되자 정재영에 대한 지지도는 급상승하고 있다.

최근 후임 총리와 청와대 비서진 인선이 화제다. 민심 속의 이미지와 싱크로율이 높은 캐스팅, 뭘 시켜도 잘 해낼 듯한 인기스타를 앞세우는 캐스팅에도 장점이 있지만, 처음에는 평이 엇갈려도 세월이 흐른 뒤 적역이었음이 입증되는 게 진정한 인선의 묘미다. 캐스팅 책임자의 안목과 의지가 더없이 중요할 때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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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한국영화 최대의 기대작이라는 표현이 억울하지 않을 정도로 강우석 감독의 '이끼'는 초반 화제 몰이에 성공한 느낌입니다. 첫 주말이 오기 전에 이미 10만 이상의 관객이 극장을 찾았고, 선입견 없이 영화를 본 관객들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얻고 있습니다. 특히 초기 관객 중에는 여성층의 호응이 높은 편입니다.

반면 웹툰으로 연재됐던 원작 '이끼'에 애정이 깊었던 관객들이 영화로 등장한 '이끼'에 보여주는 시선은 그리 긍정적이지 않습니다. 물론 지난 100년간 '원작보다 훌륭하다'는 평을 얻었던 영화는 그야말로 극소수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닙니다. 다만 한가지 아쉬운 점은,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영화 '이끼'가 웹툰 '이끼'와는 참 다른 작품이 됐다는 점입니다.



아시는 분은 다 아시겠지만 일단 줄거리- 영화의 전개를 따릅니다.

1970년대 후반. 독하기로 소문난 형사 천용덕(정재영)은 친분이 두텁던 한 기도원 원장으로부터 어떤 남자가 기도원 측으로부터 신도들을 빼앗아가고 있으니 손을 봐 달라는 부탁을 받습니다. 그 남자의 이름은 류목형(허준호). 처음에는 그저 겁을 주면 해결될 거라고 생각했던 천용덕은, 이 남자가 기도원 신도들은 물론 같은 교도소의 흉악범들까지도 길들여버리는 무서운 설득력을 가진 사람이라는 점을 알게 됩니다.

원작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원작대로라면 이렇게 시작해야겠죠.

세상과 동떨어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한 농촌 마을, 류목형의 부고를 받은 아들 류해국(박해일)이 찾아옵니다. 세상에서 조금이라도 부조리한 꼴이나 억울한 손해를 참지 못하는 성격 때문에 사소한 폭력 사건에 휘말린 뒤 분쟁 과정에서 담당 검사 박민혁(류준상)을 시골로 좌천당하게 만들지만, 그 또한 직장도 잃고 아내에게도 버림받은 남자입니다.

그런 류해국을 마을에서 맞은 것은 이장인 천용덕, 덕천(유해진) , 성만(김상호), 성규(김준배). 그리고 류해국은 이 마을에 뭔가 심상찮은 분위기가 감돈다는 걸 느낍니다. 그리고 그의 앞에 묘한 분위기의 미인 영지(류선)가 나타납니다.


그러니까 류해국이 어두운 밤, 차를 달려 마을에 도착하는 데에서 시작하고, 점점 마을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에서 이장의 전직이 형사였고, 아버지 목형과 이장 천용덕의 인연이 가볍지 않다는 것이 밝혀지는 원작과는 달리 영화는 두 사람의 과거 인연이 시작되는 장면에서 시작합니다. 아마도 영화의 전체 얼개에서는 이 부분이 가장 큰 차이일 듯 합니다. (흔히 영화와 웹툰의 결말이 다르다는 부분이 언급되곤 하지만, 그건 사실 그리 중요한 의미를 갖지는 않습니다.^)

이런 전개 과정의 변화는, 어쨌든 영화는 영화고 웹툰은 웹툰이라는 점에서는 충분히 수용할만한 일입니다. 원작 팬들은 '이끼'의 숨막히는 구성과 절묘한 커트에 열광했던 터라, 웹툰 '이끼'의 어느 장면 하나, 어느 컷 하나, 어느 대사 하나도 손상시키지 않는 영화화를 기대하는게 당연하지만, 세상에 그런 영화화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일각에서는 '원작의 완벽한 미적 구성을 생각하면, 웹툰은 콘티로 삼아 그 컷대로만 찍으면 될 것을 살려내지 못했다'는 극단적인 비난도 나오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얘기입니다.


영화 '이끼'는 160분이라는 긴 러닝타임 내내 긴장을 유지한다는 점에서 원작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관객들의 성원을 얻고 있습니다. 사실 원작 '이끼'의 볼륨은 160분에 담을 수준은 아닙니다. 아마도 원작 팬들이 원하는 영화를 뽑아내려면 최소 300분 정도는 필요합니다. 도입부의 설정을 바꾼 것도 일단은 물리적으로 관객이 볼 수 있는 시간 안에 '이끼'의 이야기를 담아내기 위한 선택으로 보입니다.

캐스팅은 매우 긴 얘기가 되겠지만, 원작과 영화의 캐릭터가 100% 똑같지는 않다는 정도로 얘기해 두려고 합니다. 아마도 가장 다른 인물은 유준상이 연기하는 박민욱 검사일 겁니다. 원작에서 박민욱 검사가 느끼던 좌절과 분노가 많이 희석된 만큼, 어찌 보면 코믹하고 지나치게 밝은 인물이 되어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걱정했던 정재영의 이장 연기는 '우려에 비하면 대단히 성공적'이란 평가를 내릴 수 있을 듯 합니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젊은 이장과 나이든 이장에 두 명의 배우를 써서, 늙은 이장 역에는 이 분의 연기를 보고 싶었지만 어쨌든 정재영은 충분히 제 기량을 보여줬다고 인정합니다.


정작 아쉬움이 남는 캐스팅은 영지 역의 유선과 류목형 역의 허준호입니다. 캐스팅에 대해서는 더 할 이야기가 있어 이 정도로 해 두겠습니다. 아무튼 전반적으로 캐스팅, 레전드급은 아니지만 상당히 훌륭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점이 없는 건 아닙니다. 아무래도 가장 아쉽게 느껴지는 것은 영화 '이끼'와 웹툰 '이끼'의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는 것입니다.

웹툰 '이끼'가 그 많은 독자를 매료시킨 동력은 음울하면서도 사방에서 죄어 들어오는 듯한 독특한 긴장감이라고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하지만 불행히도 영화 '이끼'에서는 그런 분위기를 느끼기 힘듭니다.

웹툰 속 마을은 대체 해가 비치기는 하는지, 그곳에서도 사람들이 웃고 떠들기는 하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음습한 공간입니다. 한마디로 정상적인 사람이 사는 지역과는 다른, 이계와 같은 공간입니다. 이승과 저승의 경계 정도 느낌이랄까요.



하지만 영화 속 마을은 여느 농촌과 그리 다를 게 없습니다. 해가 비치고 사람들이 살아가는 공간입니다. 게다가 수시로 삽입되는 강우석 감독 특유의 유머는 원작 속 어둠의 흔적을 저 멀리 날려 버립니다.

물론 160분짜리 영화를 내내 어둡고 무겁게만 끌고 갈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은 강우석 감독의 판단을 존중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가끔씩 유머가 삽입됐다고 해도, 전체적인 영화의 톤이 그렇게 밝아져버린 것은 매우 의아한 선택입니다.



이럴 때 '살인의 추억'을 들고 나오는 것은 좀 불공평한 얘기가 될 수도 있겠지만, '살인의 추억'을 본 많은 사람들이 '여기가 강간의 왕국이가?'를 비롯해 여러 차례 등장하는 코믹한 대사들을 기억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영화의 전체적인 톤을 밝게 한 것은 결코 아니었다는 사실 역시 기억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영화가 보여준 전체적인 밝은 분위기를 더욱 선호하실 분도 있을 듯 하지만 원작을 사랑했던 사람들에게 이런 분위기의 교체는 좀 심각한 위협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류목형과 천용덕이 이 세상으로 돌아가서는 안 될 죄인들을 억류해 놓은 마을'이 그냥 태양이 비치는 일반적인 마을로 그려진 것은 좀 불만스럽습니다.

(사실 이 유머 부분은 영화화 과정에 대부분 스태프처럼 참여한 윤태호 작가도 '유일하게 마음에 안 드는 요소'라고 지적했던 내용이기도 합니다. http://www.cbs.co.kr/nocut/show.asp?idx=1525310)


결론적으로 영화 '이끼'는 160분을 즐기는 데 그리 부족함이 없는 작품이라고 평할 만 합니다. 하지만 원작을 사랑하셨다면 그 사랑의 깊이가 깊을 수록 실망이 커질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만약 둘 다 안 보신 분이 있다면, 영화를 먼저 보시고 웹툰을 나중에 보실 것을 권장합니다. 아마도 그 쪽이, 두 작품을 최대한 함께 즐길 수 있는 방법일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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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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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감기 우습게 보다가 된통 당하고 있습니다.

하루 이틀 지나면 낫겠지 했는데 사흘째 낑낑입니다.

다들 감기조심하시기 바랍니다. - 특히 냉방병.


개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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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분들이 아마 소식을 접하셨을 겁니다. 7월5일 밤부터, 온 동네의 트위터들이 영화 '백 투 더 퓨처'에서 주인공 마티 맥플라이(마이클 J 폭스)가 영화 속에서 갔던 미래의 날짜가 바로 오늘(2010년 7월5일)이라고 왁자지껄하게 떠들어댔기 때문입니다.

아침 내내 신경 쓸 일이 있어서 '그랬나? 아닌 것 같은데...'라는 생각만 했지 찾아보지는 못했습니다. 그런데 아니나다를까, 찾아 보니 바로 나오더군요. '백투더 퓨처 2'에서 주인공들이 날아간 미래의 시간은 2015년 10월 21일이었습니다. 전혀 얼토당토 않은 날짜였죠.



기억을 더듬어 보시면 '백투더 퓨처' 1편의 마지막 장면에 브라운 박사가 어디선가 날아와 마티와 여자친구에게 "큰일이다! 너희의 아이들에게 심각한 문제가 생겼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이 장면은 그대로 2편의 첫 장면이 됩니다. 브라운 박사는 어디론가 두 남녀를 데리고 날아가고, 날아간 곳은 바로 미래였습니다.

그리고 나서 마티 맥플라이는 자신의 아들을 구하고, 그러는 사이 악당들은 미래를 조작하고... 뭐 등등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어쨌든 중요한 건 그 미래의 날짜가 2010년이 아니라는 겁니다.

유튜브에 떠 있는 이 영화 장면을 보시면 쉽게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위의 사진은 이 영상이 시작하고 2분56초 정도에 나오는 장면입니다. 참고로 장소는 늘 동일합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힐밸리라는 도시로 되어 있죠(실제 존재하는 도시인진 모르겠습니다).


 


동영상을 직접 확인하지 않고 wiki에 있는 영화 플롯 요약만 읽어봐도 금세 확인할 수 있습니다.

On October 26, 1985, Dr. Emmett Brown arrives from the future and tells Marty McFly and his girlfriend Jennifer Parker that he needs their help to save their kids in the future. They depart in the flying DeLorean time machine as Biff Tannen accidentally witnesses the departure. They arrive on October 21, 2015, where Doc electronically hypnotizes Jennifer to sleep and leaves her unconscious in an alley to keep her away from his plan.

한국에서만 이런 일이 벌어지진 않은 듯 합니다. 다음 뉴스블로그는 아마도 어떤 장난치기 좋아하는 사람이 영화의 한 장면을 그대로 포토샵 처리해 올린 것이 이런 문제를 자아낸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http://www.worldcorrespondents.com/july-5-2010-back-to-the-future-destination-time-is-a-hoax/886926


                  (이것이 바로 인터넷을 통해 유포된 합성 사진입니다.)

현재 한국의 트위터 월드는 이것이 잘못된 정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이 혼재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어쨌든 전혀 사실무근은 정보가 아무 제한 없이 유포됐고, 소수의 사람들이 그 정보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냈지만 이미 먼저 자리를 점거하고 있는 가짜 정보를 뒤집지는 못하고 있는 듯 합니다.

만약 이것이 '백투더 퓨처'에 대한 것이 아니고 좀 더 사회적인 의미를 갖는 정보였더라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트위터가 무슨 대단한 신세계인 것처럼 여기는 사람들에게는 다시 한번 생각해 볼 계기를 마련해 주는 사건이 아닌가 합니다.

트위터도 다른 모든 미디어와 마찬가지로 완전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훨씬 취약할 수도 있습니다. 아마도 '백투더 퓨처' 사건이 그 교훈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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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년 전, 한국을 꽤 잘 아는 외국인과 대화를 나눌 일이 있었습니다. 이것 저것 손짓발짓으로 대화를 나누다 자연스럽게 한국 연예인들 쪽으로 화제가 넘어갔는데, 이 사람은 송혜교, 전지현, 손예진 등 한국의 국가대표급 미녀들에게 전부 X표를 했습니다. 이유를 묻자 그의 대답은 이랬습니다. "난 원래 baby face를 싫어해'

송혜교라면 그럴 법도 하지만 한국인의 기준으로 나머지 배우들까지 그리 동안으로 생각되지는 않았는데 그의 다음 말은 더욱 충격적이었습니다. "한국 TV는 어려 보이기 위한 전쟁터같다. 모든 사람들이 나이보다 젊게 보이려 노력하는 것 같다. 물론 그게 저절로 될 리가 없지 않나. 왜 그게 자연스럽지 않다는걸 아무도 지적하지 않는 건가."

뭐, 당연히 할 말이 없었습니다. 심지어 '내가 몇살로 보이냐'는 일반인들에게조차 실제 보이는 나이보다 2-3년 정도 깎아서 얘기해 주지 않으면 토라지는게 요즘 세상이니 말입니다.



한국의 대표적인 동안으로 꼽히는 주철환 전 OBS 사장이 새 책 '청춘'을 내셨습니다. 이 책의 부제는 '10년 젊게 사는 법'입니다. 참고로 이분은 올해 만 55세입니다. 직접 대면해 나이를 들은 사람들은 모두 깜짝 놀랍니다.

여기까지 얘기하면 이 책은 '동안으로 살아가기 위한 비결'이란 느낌을 줍니다. 사실이지만, 이 책의 단 한줄도 '노안을 방지하기 위한 식품/피부마사지/운동법/보톡스 시술/성형수술/주름제거 화장품' 등에 대한 내용에 할애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가장 비슷한 내용이라면 "동북 중-고교 재학때 친구들이 운동장에서 축구하는 동안 그늘에서 응원을 한 결과 좀 더 오래 흰 피부를 간직하게 된 것 같다" 정도입니다.^^

그럼 대체 뭘로 동안을 만들라는 걸까요. 그 부분에 대한 이 책의 입장은 매우 단호합니다. '동안(童顔)의 근거는 바로 동심(童心)'이라는 겁니다. "뭘 먹으면 젊어지냐는 질문에 나는 일단 '마음을 먹으라고 대답하겠다"는 부분이 서문에 나옵니다. 즉 철들지 않는 마음이 바로 동안의 가장 중요한 조건이라는 겁니다.


지금까지 13권의 책을 내신 이 분의 저서를 훑어보면 거의 모든 책에서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바로 놀라운 수준의 말장난입니다. ㅋ

'젊어선 1억 모으기보다 추억 모으기가 낫다' '내가 생각하는 겸사겸사란 겸손하고 사랑하자는 말의 강조형이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훔쳐라. 우리말의 훔친다에는 도둑질이란 뜻과 걸레질이란 뜻이 있다. 걸레야말로 세상을 깨끗하게 하는 존재 아닌가?' '무모한 사람은 무지하고 모순된 행동을 하지만 용감한 사람은 용서하고 감사할 줄 안다' '부자유친-부드럽고 자상하고 유연하고 친절하게'... 끝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 분을 가까이서 접한 분들은 이 책에 나오는 건 약과 수준이란 걸 충분히 아실 수 있습니다. 수시로 쏟아지는 신조어와 정리, 두운과 각운을 이용한 댓구 만들기 등은 정말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저는 그래서 "아마 말장난으로는 대한민국 랭킹 2위일 것"이라고 말씀드리곤 합니다.

서문에도 밝히고 있듯 이 책은 '장차 늙은이가 될 젊은이와, 늘 젊은이로 살고 싶어 하는 늙은이들에게 들려 주고 싶은 이야기'라고 합니다. 엄밀히 말하면 이미 애늙은이로 살고 있는 젊은이들과, 왜 내가 젊게 살아야 하는지를 의아해 하는 노인들에겐 아무 가치가 없는 책일지도 모릅니다. 아울러 집필 배경을 생각하면 마음에 와 닿는 부분이 있습니다.



정작 이 분은 여러 가지 이유로 한창 현역이시지만, 사실 55세라는 나이는 우리 사회에서 '정년'이란 글자로 대체되기도 합니다. 물론 요즘의 분위기에서는 정년까지 직장에 다닐 수 있는 것만도 사치라고 할 수 느낄 사람이 꽤 많을 겁니다.

한편으로는 55세란 나이가 결코 많지 않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60대에도 예전의 40대 후반으로 보일 정도의 젊음을 유지하고 있는 분들도 많습니다. 몸이 젊은데, 세상은 그 분들에게 '이제 당신들은 퇴물에 가깝다'고 강요하곤 합니다. 이 책은 바로 그런 분들에게 '겉만 젊어 보일 필요가 없다. 속이 젊어야 한다. 속이 젊으면 아직 당신은 청춘'이라고 역설하고 있는 겁니다.




젊어 보이기 위해 보디빌딩을 하고, 거대한 챙모자로 얼굴을 가린 채 조깅을 하고, 몸에 좋은 음식만 골라 먹고, 보톡스 주사를 맞고, 이마 주름을 당겨 펴는 것도 어떤 분들에게는 의미 있는 삶일 겁니다. 특히 50/60대에도 20대가 입는 첨단 유행을 소화하려 하고, 능글맞게도 딸 같은 분들을 탐욕의 대상으로 삼는 분들도 나름 인생이 만족스러울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런 분들이 아니라면 권할만한 책. 개인적으로는 '청춘'이란 제목을 들으면 김창완의 '청춘'이란 노래가 먼저 떠오르지만, 이 책의 '청춘'은 예전 교과서에 나오던 민태원의 '청춘예찬'의 정서에 훨씬 가깝습니다.

마지막으로 딱 두가지만 더 걸고 넘어가겠습니다.^



P.S.1. 네. 제가 그랬습니다. 의심나는 분들은 영어사전에서 SKINSHIP 쳐 보세요.^



P.S.2. 당연히 불쏘시개로 쓰일수 있겠지만 모나리자는 종이와 물감으로 이뤄지진 않았습니다. 이 그림은 포를러나무로 만든 나무 판에 그려진 그림이기 때문입니다. 훨씬 잘 타겠죠.^^


P.S.3. 혹시 방송 관련 비화나 스타들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시는 분들은 매우 실망하실 겁니다. 이 분 책을 10권 넘게 쓰셨습니다. 그런 얘기는 당연히(?) 다른 책에 다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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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것 아니지만 제게는 꽤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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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TV '일요일 일요일 밤에'가 노장 김영희 CP의 복귀 이후 오랜만에 돌파구를 찾은 느낌입니다. 물론 4일 시청률이 11.0%를 기록한 건 KBS 2TV '남자의 자격'과 '1박2일'이 파업 관계로 하이라이트 편집 방송을 내보냈기 때문이지만, 이게 전부는 아닙니다. 방송 2개월을 맞은 '뜨거운 형제들'이 전국 시청자들에게 노출되는 호기를 맞았다는 게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사실 '뜨거운 형제들', 혹은 '뜨형'은 방송 초기부터 '최초의 아바타 프로그램'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신선하다는 반응과 함께 꽤 뜨거운 마니아 층을 형성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같은 시간대에 이미 탄탄한 시청층을 구축하고 있는 '남자의 자격'에 밀려 어느 한계 이상 뻗어나가지 못하고 있었죠. 그러던 것이 이번 KBS 파업으로 전세를 역전시킬 발판을 찾은 셈입니다. 그리고 그 핵심에 이기광-김구라 조의 활약이 있었습니다.

아마 채널을 돌리다가 4일 처음으로 '뜨거운 형제들'을 보신 분들도 꽤 있을 겁니다. 대체 어떤 프로그램이었을까요.



'뜨거운 형제들'의 핵심적인 재미는 한 사람이 조종자가 되고 다른 한 사람은 아바타가 된다는 데서 출발합니다. 아바타는 자신의 의지대로 행동하지 못하고 멀찍이서 상황을 바라보고 있는 조종자의 의사대로 행동하게 되는 겁니다.

이런 상황은 당연히 오버액션을 유발하게 됩니다. 조종자는 조종자대로, 어차피 자기가 전면에 나서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평소보다 훨씬 극단적인 언행을 요구하게 됩니다. 직접 행동에 나서는 아바타는 자신의 얼굴이 나오기 때문에 조금 더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어차피 아바타도 '이건 내 의지가 아니야. 나는 아바타야. 나는 시키는 대로 할 뿐이야'라는 변명거리를 마련해 놓고 있기 때문에 역시 평소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과감하고 몰상식한 행동을 하게 됩니다.

제작진은 가끔 술자리에서 벌어지는 '왕 게임'에서 이 프로그램의 모티브를 따 왔다고 설명합니다. (혹시 모르시는 분을 위해: 왕 게임이란 왕 카드를 뽑은 사람이 무작위로 1번, 2번, 3번, 4번으로 번호가 붙여져 있는 한 자리의 인물들에게 닥치는대로 명령을 해서 복종하게 하는 게임을 말합니다.)

이런 아바타 놀이는 여러가지 상황을 통해 시도되다가 최근 소개팅으로 발전했습니다. 즉 아바타는 소개팅을 하고, 조종자는 그 아바타를 통해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는 것이죠. 이것이 점점 발전에 이제는 한 여자를 놓고 두 아바타와 두 조종자가 대결을 벌이게 됐습니다.


이런 상황은 과연 전면에 나서 있는 아바타가 당장 하고 있는 말과 행동이 과연 누구의 것이냐를 소개팅녀가 맞추게 하는 게임으로 발전하면서 재미를 더합니다. 얼추 보자면 고전극 '시라노'의 냄새를 풍기기도 하죠. 내면은 아름답지만 우스꽝스러운 외모를 가진 시라노가 잘생긴 동료를 이용해 자신의 사랑을 고백하게 한다는 설정 말입니다. (물론 예능 프로그램이다 보니 이렇게 서정적이지는 않습니다만...^^)


4일 방송에서는 한상진의 조종을 받는 박휘순과 김구라의 조종을 받는 이기광이 도자기를 구우며 한 여성에게 구애하는 설정이 방송됐는데, 여기서 이기광과 김구라의 호흡이 만만찮게 웃음을 자아냈습니다.

아이들 그룹 비스트의 멤버인 이기광은 이미 '지붕뚫고 하이킥'에서 준혁학생(윤세윤)의 친구 세호 역으로 익숙한 얼굴이지만 이때에도 착한 모범생의 이미지였고, 가수 활동으로 인인한 들쭉날쭉한 스케줄 때문에 시청자들에게 그리 강한 인상(비교의 기준은 역시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주인공 형제의 친구 역으로 나온 김범이나 황찬성입니다)을 남기지는 못했습니다.



'뜨거운 형제들'을 통해 이기광은 김구라의 독설 캐릭터를 가장 잘 소화하는 아바타로 각광받게 됐습니다. 특히 4일 방송에서는 '사탄의 인형'에 나오는 처키 같은 눈빛을 보이며 진정 김구라가 빙의한 듯한 모습으로 악질 연기를 펼쳐 여러 차례 웃음을 폭발시켰습니다. 글자 그대로 '악마돌'혹은 '독설돌'이라고 부를 만 했습니다.

"방송에 협조해!" "그 얼굴에 키 커서 좋겠다" 등등의 멘트는 이기광을 통해 전달되자 김구라가 직접 던지는 것보다 훨씬 '독하게' 느껴지더군요. 김구라마저도 "넌 이미 날 넘어섰다. 아우리 몇년 뒤에 인터넷 방송 같이 하자"며 이기광의 악동끼를 인정했죠.


하지만 이 아바타를 이용한 소개팅 게임이 인기를 얻으면서, '뜨거운 형제들'의 인적 구성에 다소간의 문제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8명으로 구성된 '뜨거운 형제들'의 멤버들은 아바타로 나섰을 때 효과적인 멤버와, 조종자일 때 최적인 멤버로 나눠 볼 수 있습니다.

박명수와 김구라, 박휘순과 탁재훈은 누가 뭐래도 후자, 즉 조종자일 때 탁월한 기량을 발휘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 한상진과 이기광은 아무래도 조종자일 때 보다는 아바타일 때 그 진가가 발휘되는 구성원들입니다.

문제는 '돌아가면서 조종자와 아바타를 번갈아 맡는' 시스템이 현재의 구성원들과 그리 맞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박휘순이 한상진을 조종할 때에는 건실한 외모에 맞지 않는 기상천외의 코믹한 행동이 웃음을 자아내게 되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과연 어떤 강점이 있는지를 쉽게 발견할 수 없습니다.

물론 탁재훈이나 이 코너를 통해 기량이 급진전된 이기광은 양쪽 모두에서 어느 정도 재능을 발휘하고 있지만, 나머지 멤버들은 기량이 어느 한 쪽으로 몰려 있는 편입니다. 게다가 쌈디와 노유민은 어느 한 쪽에서도 장점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게 문제점으로 부각됩니다.

따라서 현재의 아바타 게임은 박명수-한상진, 김구라-이기광(물론 둘다 전자가 조종자) 같이 호흡이 잘 맞는 조종자와 아바타가 짝지어진 상황에서 웃음이 터지지만 나머지 조들은 제 구실을 못한다는 문제점을 극복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아마도 조종자로서 뛰어난 구성원은 그냥 조종자의 역할에 국한시키고, 역시 아바타로서 제 기량을 발휘하는 멤버들은 굳이 조종자 역할을 맡기지 않는 것이 하나의 해결책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아울러 어느 쪽으로도 도움이 되지 않는 멤버들은 정리하고, 아바타 요원들은 가끔씩 물갈이를 하는 것도 코너의 신선도를 떨어뜨리지 않는 방법이 될 수 있을 듯 합니다.

물론 코너의 제목인 '뜨거운 형제들'은 8명의 멤버들이 굳은 형제애로 뭉쳐 계속 코너를 끌고 간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지만, 꼭 거기에 집착할 필요는 없겠죠. 어차피 8명이나 되는 멤버들이 '1박2일'이나 '무한도전' 팀의 팀웍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쌈디나 이기광은 소속 팀의 새 앨범이 나오면 어차피 빠져 나갈 환경이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4일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시청률이 오랜만에 두 자리를 기록했다는 건 여러 모로 고무적입니다. 이렇게 해서 평소 전혀 노출되지 않았던 시청자층을 끌어들인 '뜨거운 형제들'이 과연 다음주, 다다음주, 혹은 언제든 KBS 파업이 끝났을 때에도 강세를 유지할 수 있을지가 궁금합니다.



P.S. 이 '소개팅녀'들에게도 관심이 쏟아지는 걸 보면, 몇년 뒤 스타 아무개 아무개의 데뷔작은 '뜨거운 형제들'이었다는 얘기도 들을 수 있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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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혜성처럼 등장한 '슈렉'은 현재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의 판도를 만든 작품으로 꼽을 만 합니다. 상대적으로 신생 제작사였던 드림웍스는 '슈렉'의 대성공을 통해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디즈니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애니계를 지배하는 양대산맥으로 자리를 굳힙니다.

하지만 드림웍스는 이런 일등공신인 슈렉을 처음 만들어진지 9년만인 2010년, 단종시키기로 결정합니다. 4편째에 '슈렉 포에버(Shrek Forever After)'라는 제목을 붙이고, 여기에 '최후의 장(Final Chapter)'라는 구호를 덧붙인 것입니다.

물론 '13일의 금요일' 시리즈처럼 아예 제목에 Final Chapter라는 말을 넣고도(시리즈 4편에 해당합니다) 그 뒤로 다섯 편이나 더 시리즈를 이어간 양심불량의 사례도 있지만, '슈렉' 시리즈에 관련된 사람들이 그런 몰염치한 행위를 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그럼 대체 지난 9년 사이에 어떤 일이 일어난 것일까요.




아시다시피 '슈렉'은 그저 상업적인 성공 뿐만 아니라 업계의 판도를 바꿔 놨고, 또 새로운 시대가 열렸음을 알렸습니다. 외모지상주의라는 인류 불멸의 숙제에 냉엄한 문제제기를 하는 한편 할리우드의 전설적인 히트작과 잘 알려진 동화의 세계를 동시에 비트는 발랄한 패러디로도 신바람을 냈습니다. 한마디로 '슈렉'은 단순한 히트작이 아니라 디지털 애니메이션이라는, 태어난지 얼마 되지 않는 장르에서 어떻게 하면 승자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전범 역할을 한 작품입니다.

이렇게 성공적인 캐릭터와 스토리라인을 그냥 버려둘 바보 제작자는 없을 겁니다. 당연히 '슈렉2'가 만들어졌고, 역시 대대적인 성공을 거둡니다. '슈렉' 시리즈에서 가장 크게 성공한 작품은 이 '슈렉2'입니다. 이는 1편에 대한 평가가 얼마나 긍정적이었는지를 보여줍니다. 1편의 장점은 그대로 계승하고 요정 아줌마와 그 아들인 프린스 차밍의 악역도 빛을 발했습니다. 슈렉을 미남으로 만들 수도 있다는 설정도 그럴싸했죠.

Shrek $267,665,011 5/16/2001
Shrek 2 $441,226,247 5/19/2004
Shrek the Third $322,719,944 5/18/2007

하지만 3편에서 2편의 흥행은 재현되지 못합니다. 물론 1편보다는 3편이 좀 더 많은 돈을 벌어들였지만, 대략 이 시리즈의 팬들 사이에도 '최악은 3편'이라는 합의가 이뤄져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건 세월이 지나며 익숙함이 식상함으로 바뀐 경우일 수도 있고, 아이디어의 고갈일 수도 있습니다. 아무튼 3편은 과연 이 시리즈가 장수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에 대해 중대한 의문을 던졌습니다.



특히 시리즈가 세 편까지 나오면서 '슈렉' 시리즈의 상징 같았던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비판이나 '누구나 다 아는 동화의 비틀기'같은 의미는 저 멀리 사라져버리고 말았습니다. 1편과 2편에서 온갖 동화들의 요소를 다 뽑아 먹은 뒤로 3편에서는 전설의 아서왕을 연상시키는 아서(주로 아티라고 불리죠)까지 등장시켰지만, 그 한 편의 영화가 많은 관객들에게 '이건 좀 한계에 온 것 같다'는 느낌을 주는데 충분했습니다. 


오히려 '슈렉 포에버'는, '슈렉' 제작진이 '좋은 마무리를 위해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뭉치자'고 스스로를 격려하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3편에 워낙 혹평이 쏟아졌던 터라, 딱 한편만 더 만들어서 좋은 인상을 남기자는 듯한 느낌이었죠.

그래서 4편은 '만약 슈렉이 존재하지 않았더라면'이라는 과제를 던집니다. 슈렉이라는 주인공이 없었다면 나머지 주요 등장인물들의 삶은 과연 어떻게 됐을까요.

4편은 슈렉이 세 꼬마 괴물(오우거)의 생일잔치를 준비하느라 생활의 스트레스가 극에 달해 있는 시점에서 시작됩니다. 과거의 평화롭고 아무것도 책임질 필요 없던 삶이 그리워진 슈렉은 분통을 터뜨리는데, 바로 여기서 럼펠 스틸스킨이라는 사기꾼 마법사가 등장합니다. 그는 슈렉에게 과거의 단 하루를 준다면, 자신은 슈렉에게 자유로운 하루를 주겠다며 계약서에 사인하게 합니다. 당연히 슈렉은 사인을 하는데, 그 만만하게 생각했던 '하루'가 엄청난 변화를 일으켰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게 됩니다.


4편은 여러 면에서 3편보다 훨씬 나은 볼거리를 제공합니다. 슈렉과 동키, 장화신은 고양이의 유머는 여전하고 특히 뚱뚱해진 고양이는 훌륭합니다. 또 새로운 악역인 럼펠 역시 신선한 매력을 갖고 있습니다. (이수근의 더빙 버전을 보는게 더 재미있지 않을까 하는 유혹도 느꼈지만, 상영관을 찾을 수가 없더군요.ㅠ)


반대로 1편과 2편을 지배했던 신선한 비판정신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4편의 주제는 '현재 가진 것에 만족하라'는, 아주 기존 사회 질서에 충실한 메시지이기 때문입니다. 자유로운 영혼이었던 슈렉에게 '이제 가장이 됐으니 철이나 들라'고 족쇄를 채워주는 꼴이랄까요. 보수화된 슈렉이라니, 이런 슈렉은 이제 끝내는게 맞다는 생각을 심어주기 딱 좋습니다.
 
'동화 속 세계'의 이미지나 할리우드에 대한 패러디는 싹 사라져 있다는 점도 못내 아쉽습니다. 기왕 4편으로 시리지를 마무리할 거라면 백설공주나 라푼첼, 후크 선장도 한번쯤 다시 모습을 보일법 했는데 말이죠.

어쩌면 '슈렉' 시리즈가 4편으로 끝을 맺게 된 건 제작진의 완벽주의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사실 '슈렉' 시리즈 1편과 2편은 일반인들의 시각에서 볼 때 대략 3-4편의 영화를 만들 수 있는 분량의 아이디어가 투입된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많은 연작 영화들이 이보다 훨씬 못한 내용으로 시리즈를 이어가곤 하는데, 이 제작진은 '천하의 슈렉 시리즈가 그런 꼴로 연명하는 건 절대 볼 수 없다'는 듯한 강경한 자세를 보여주는 셈입니다.

(장화신은 고양이, 슈렉, 동키, 피오나..)

4편의 미국내 흥행은 아마도 시리즈중 가장 적은 2억3천만-4천만달러 선에서 끝날 것으로 보이는데... 상대적으로 꼴찌라는 것이지 전체 영화시장에서 보면 훌륭한 대박 히트작입니다. 이런 폭발력을 가진 시리즈를 딱 4편에서 끝내겠다는 건 정말이지 대단한 결단력이 아닐 수 없습니다.

길게 써놓긴 했는데 그래서 결론이 뭐냐는 분들, '슈렉 포에버' 무척 재미있습니다. 굳이 3D로 만들어야 할까 하는 생각도 잠시 들었지만, 애니메이션의 경우 2D냐 3D냐의 선택은 제작비에서 10% 정도의 차이밖에 없다고 합니다. 즉 실사 영화와는 달리 '그럴바엔 몇푼 더 써서 그냥 3D로 만드는게 낫잖아?'라는 상황인 것이죠.

LA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슈렉 4D'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슈렉' 제작진은 이미 3D 경험이 있고, '슈렉 포에버'의 몇몇 장면은 4D에 최적화되어 있기도 합니다. 다만, '슈렉 포에버'가 아니라 이후의 '슈렉5'건 '슈렉6'건(혹시 나온다면), 어떤 새로운 작품도 '슈렉'의 1편과 2편에 비하면 초라해 보일 거란 건 염두에 두셔야 합니다. 



P.S. 그렇다면 이제 드림웍스의 새로운 간판이 될 '쿵푸 팬더'는 과연 몇편까지 시리즈를 이어 갈 수 있을까요. 어쨌든 '슈렉'의 전례는, '쿵푸 팬더' 역시 '구질구질하게 질질 끄는' 속편 제작은 절대 없을 거란 점을 보여주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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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범근 감독은 나이답지 않게 요즘 단문 메시지를 즐기는 듯 합니다. 며칠 전, 차감독님이 하신 말씀 가운데 "골많이 넣는 공격수라고 페널티킥 잘 차는것 아니야. 배짱이 좋아야해. 나 어제 (일본 대표팀의 수비수)고마노가 실축하는거 보면서 만감이 교차하더라. 승부차기, 그거 진짜 만만치 않아. 5분동안 3골씩 넣는 나도 그건 어렵다니까" 라는 말이 여러 군데에서 기사화됐습니다.

물론 일본-파라과이전의 승부차기를 보고 승부차기의 어려움에 대해 쓴 글이지만 글 말미에 있는 '5분에 3골'이라는 말에 옛 생각이 되살아났습니다. 바로 70년대, 월드컵보다 한국인들에겐 더 인기있었던 '박스컵'을 기억하시는 분들이라면 무슨 말인지 바로 알아들으실 겁니다. '차범근 신화'의 수많은 클라이막스 중 하나인 이 '5분에 3골'이 터진 건 바로 1976년의 일이었습니다.




차범근 감독은 경신고를 졸업하고 고려대에 입학하던 1972년, 이미 청소년대표와 국가대표에 동시 선발됐습니다. 만 19세의 나이로 한국의 에이스가 될 가능성을 보인 것이죠. 그 뒤로 100m를 11초4에 뛰는 준족, 탁월한 골 결정력, 공을 몰고도 옆에서 그냥 뛰는 수비수보다 빠르다는 무서운 돌파력으로 아시아를 대표하는 공격수로 발돋움합니다.

하지만 당시 한국은 '아시아의 강자'로 군림하긴 했지만, 번번이 올림픽과 월드컵 본선 진출권을 놓치는 수준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특히 월드컵 예선에서는 호주가 넘을 수 없는 거대한 벽이었고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도 수시로 한국을 위협했습니다. 오히려 당시에는 일본보다 이들 동남아 국가들이 축구 강국의 면모를 보였던 게 사실입니다.

이 시기 한국 축구팀의 주요 활동 영역은 태국에서 열리는 킹스컵과 말레이시아의 메르데카컵, 그리고 한국에서 열리는 박대통령배 축구대회였습니다. 특히 1971년, 박정희 대통령이 자신의 이름을 붙여 흔히 '박스컵'이라고 불렸던 이 대회는 한국이 주최국으로서 2개 팀을 출전시키고, 아시아 각국과 해외의 몇몇 클럽 팀들을 초청해 벌이는 대회로 큰 인기를 누렸습니다. 당시 최고의 인기 스포츠는 고교야구였지만 그 고교야구도 박스컵만큼 관심을 모으지는 못했습니다.

그리고 1976년. 개최국인 한국은 1진인 화랑과 2진인 충무를 박스컵에 출전시킵니다. 당연히 차범근은 1진인 화랑의 주전 라이트윙. 물론 충무도 허정무 조광래 신현호 박창선 김황호 등 몇년 뒤 한국 축구사를 장식할 스타플레이어들이 즐비한 팀이었습니다. (오늘의 시각에서 볼때는 차범근만 빼면 충무의 라인업이 더 화려해 보이기도 합니다.^^)

어쨌든 당시 화랑에 걸린 기대는 당연히 홈팀으로서 우승. 하지만 바로 첫날 첫 경기에서 화랑은 엄청난 위기를 겪습니다. 1976년, 제6회 박대통령배 축구대회 개막일인 9월11일, 화랑은 아시아의 난적 말레이시아와 개막전을 치렀습니다.

              < 불행히도 이긴 경기가 비긴 경기보다 우선이라는 당시 판단 때문에 차범근이 헤드라인을 장식하진 못했습니다.>



이날 화랑의 출전 선수 명단은 이렇습니다. GK 김희천(김진복) FB 강병찬 김호곤 김철수(박성화) 황재만 HB 최종덕 박상인 FW 이영무 차범근 조동현 김진국. 문정식 감독이 이끄는 한국 뿐만 아니라 이때까지는 거의 대다수 국가들이 4-2-4를 축구의 표준이라고 생각하던 시절입니다.

말레이시아는 한국이 뛰어넘기 힘든 강팀은 분명 아니었지만, 언제나 한국과는 시소 게임을 펼쳤던 팀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날의 경기는 완전히 예상을 빗나갔습니다. 한국이 전반에만 0-3으로 뒤졌던 겁니다. 특히 GK와 수비의 호흡 불일치로 자책골까지 허용한게 더욱 나빴습니다.

전열을 정비한 화랑은 후반 24분 박상인의 골로 추격했으나 34분 다시 한골을 허용해 1-4로 패색이 짙던 상황. 그러나 차범근이 38분, 42분, 43분 연속으로 세 골을 넣어 4대4, 기적적인 무승부를 이끌어냈습니다.

당시의 차범근은 그야말로 누구도 막지 못할 선수였습니다. 말레이시아 선수들이 공을 끌고 나올 때마다 하프라인 근처에서 인터셉트해 골로 연결시키는 솜씨는 그야말로 어른과 아이 같은 차이를 보였죠. 1986년 월드컵 잉글랜드전의 마라도나를 연상하시는게 가장 좋은 비교일 듯 합니다.

이것이 바로 '차범근'이라는 이름 석자를 온 국민의 가슴 속에 새긴 '5분에 3골'의 전설입니다. 이전까지도 차범근은 한국의 희망이었지만, 그래도 이 시기까지 '한국 최고의 골잡이'를 물으면 '이회택'이라고 대답하는 사람이 더 많았을 겁니다. 아울러 당대에도 김진국 김재한 등 걸출한 스트라이커들이 이었고, 차범근은 '그중 하나'였죠. 하지만 이날, 4대4의 기적을 이끌어 낸 뒤 한국인들에게는 '축구=차범근'이라는 등식이 생겼습니다.

결국 이렇게 첫 경기를 아슬아슬하게 넘긴 화랑은 그 뒤로는 승승장구 예선을 통과, 결승에서 브라질과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0대0으로 비기고 공동우승을 차지합니다. 이 대회에서 차범근은 말레이시아전의 해트트릭을 포함, 7골 4어시스트로 맹활약해 한국 우승의 일등공신이 됩니다.



물론 차범근 감독이 국가대표 선수로 남긴 업적과 그의 전설에 대해서는 책 한권을 써도 부족할 겁니다. 이보다 전에도, 그 뒤에도 얘깃거리는 많지만 한번에 다 풀어놓기는 힘듭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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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잇 앤 데이'는 꽤 많이 본듯 한, 아주 익숙한 포맷의 영화라는 느낌을 줍니다. 하지만 영화를 막상 보고 있으면 진정 혁신적인 영화라는 느낌을 줍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매우 충격적일 수도 있습니다.

모든 기술은 진화하고, 모든 스토리도 진화합니다. 영상도, 영상을 읽는 법도 진화합니다. 만약 15세기 사람에게 오늘날의 영화를 보여주면 그 스토리의 전환이나 진행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을 겁니다. 물론 '나잇 앤 데이'는 '아바타'와 같은 기술의 진보와 영상의 충격을 준 작품은 아니었지만 정말이지 '다이 하드'를 구닥다리 영화로 보이게 만들 만한 놀라운 스피드를 보여줬습니다.


간략한 줄거리: 아버지로부터 차량 정비 기술을 이어받은 독신녀 준(카메론 디아즈)은 어느날 공항에서 마음에 드는 남자와 두번이나 부딪힌 끝에 같은 비행기에 탑니다. 자신을 로이라고 소개한 이 남자(톰 크루즈)는 매우 매력적이지만, 한순간 준은 이 남자가 정체를 알 수 없는, 고도로 훈련받은 위험한 남자라는 것을 알아차리게 됩니다. 그리고 나서 준의 인생은 이제까지 상상할 수 없었던 롤러코스터 속으로 말려들어갑니다.



흔히 '로맨틱 액션'이라고 불리는 영화들도 꽤 역사가 깁니다. 남녀 주인공이 합심해서 위기를 뚫고 나가는, 액션과 로맨스에 유머감각이 조화를 이룬 작품을 찾자면 대략 존 휴스턴 감독, 험프리 보가트와 캐서린 헵번 주연의 '아프리카의 여왕'(1951)까지 거슬러 올라가게 됩니다. 물론 그 전에도 1933년작 '킹콩'을 비롯해 유사성을 가진 영화들이 있겠지만 제가 기억하는 영화로는 이 정도라는 얘깁니다. (이 정도로 넘어가시고^^)

그리고는 수많은 유사 작품들이 명멸했지만, '아프리카의 여왕'의 진전을 잇는 영화라면 아무래도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 마이클 더글러스, 캐슬린 터너 주연의 1984년작 '로맨싱 스톤(Romancing the stone)까지 내려가게 됩니다.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액션과 절묘한 유머감각, 그리고 처음에는 뭔가 그리 썩 잘 맞지 않을 것 같던 남녀 주인공들이 사랑에 빠지는 진행까지 모두 A를 줄 수밖에 없는 작품이었죠.

이 큰 흐름에서 살짝 비껴난 작품으로는 토니 스코트의 '트루 로맨스'가 떠오릅니다. 다소 반영웅적인 주인공 크리스찬 슬레이터가 순진한 창녀 패트리샤 아퀘트를 데리고 총알 바다 속을 헤쳐나가며 엘비스의 가르침에 따라 진짜 영웅으로 거듭나는 작품이었죠.


그렇지만, 이런 걸출한 선배들을 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잇 앤 데이'를 돋보이게 하는 것은 영화 필름을 부분 부분 접어 넘기는 듯한 놀라운 진행의 속도감입니다. 이를테면 이런 식입니다.

준과 로이가 악당들에게 잡혀 있는 순간, 희미한 기억 속에서 준은 로이가 발목이 묶여 허공에 매달려 있는 걸 봅니다. 다음 순간, 로이는 거꾸로 매달린 채 준에게 말합니다. "지금 상황이 안 좋아 보이겠지만... 내가 곧 구해줄테니 걱정마". 다음 순간 두 사람은 어디론가 달리고 있고, 다시 준이 정신을 차렸을 때 두 사람은 어디론가 배를 타고 가고 있습니다.

네. 그러니까 어떻게 잡혔고, 로이가 어떻게 고문을 당하고, 어떻게 밧줄을 풀며, 어떻게 탈출하고, 어떻게 추격을 따돌리는지 등은 싸그리 생략돼 있습니다(이렇게만 얘기하면 한 순간에 러시아에서 일본 아키타 현으로 주인공들을 이동시키는 '아이리스'의 신공을 상상하는 분이 나올 수도 있지만, 그것과는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아이리스'의 경우엔 많은 사람들이 비웃었지만 이 경우엔 다들 웃음과 박수를 보냅니다).

관객의 입장에선 빨리감기 버튼을 눌러 가며 2시간짜리 영화를 1시간에 보는 듯한 경험일 수도 있죠. 단 그 리모콘을 쥐고 있는 건 관객이 아니라 감독이라는 차이가 있습니다.
 

제임스 맨골드 감독은 그리 작품 수가 많은 편은 아니지만, 내놓을 때마다 확실한 승부를 해 왔던 탄탄한 실력파입니다. 그의 이름을 처음 접하게 된 건 안젤리나 졸리에게 오스카상을 안겨준 '처음 만나는 자유(Girl, interrupted)'였지만, 처음으로 감격한 것은 존 쿠색 주연의 걸작 스릴러 '아이덴티티'였습니다. 사이코패스에 대한 심리 스릴러라는, 90년대의 수없이 많은 영화 가운데서 이 영화만큼 독창성으로 충격을 준 영화도 없었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이어 자니 캐쉬의 일대기를 다룬 '앙코르(Walk the line)', 그리고 정통 서부극의 귀환을 알린 '3:10 투 유마(네. 제목 짓는 데에는 별 재능이 없는 듯^^)'에 이르기까지 흥행 대박 작품은 아니더라도 관객이 신뢰할 수 있는 작품들을 만들어 왔습니다.

'나잇 앤 데이'에서도 그는 일상적인 선택을 거부한 셈입니다. '특수공작원인 남자가 일반인 여자를 우연히 만나 둘의 인생이 겹쳐지는' 영화를 낭만적인 시선에서 그린다면 너무 뻔한 영화가 될 것이 분명합니다. 여기서 그는 '상식적인 내용은 모두 생략한다'는 과감한 결단을 내리죠. 이미 관객이 다른 영화에서 수없이 봤을 법한 장면들은, 스토리 진행상 반드시 필요하다 해도 그냥 생략해버리는 겁니다. '이미 관객은 그 장면들이 어떻게 진행될지 알고 있기' 때문이죠.



그 결과 '나잇 앤 데이'는 놀라울만큼 슬림하고 잘 짜여진 영화가 됐습니다. 두 주인공이 너무 나이들었다는 안타까움이 있고, 왕년 할리우드 최고의 바디라인을 자랑했던 카메론 디아즈의 비키니 모습을 바라보는게 이젠 좀 아슬아슬하다는 느낌이 들긴 하지만, 그래도 그 때문에 영화의 흥미가 떨어지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특히 아마도 직접 찍었을 것이 분명한 톰 크루즈의 주차 액션 신 같은 장면은 크루즈가 성룡이 되어 가는게 아닌가 할 정도의 열정을 느끼게 합니다.

지난번 'A특공대' 때에도 대단히 만족했지만, 냉정하게 얘기한다면 '나잇 앤 데이'를 먼저 보고 나서 'A특공대'를 본다면 만족도가 좀 떨어지는게 일반적일 듯 합니다. 'A특공대'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나잇 앤 데이'의 힘이 워낙 강렬하기 때문입니다. 굳이 비교하자면 '백 투더 퓨처'나 '매트릭스'때의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아무튼 초강추작입니다.

(그런데 미국 시장에서 '나잇 앤 데이'는 개봉 첫주 흥행 수입 3위에 그쳤습니다. 아무리 상대가 '토이스토리3'였다고 해도, 아담 샌들러의 '그로운 업'에도 뒤진 건 좀 망신이군요.^^ 톰 크루즈가 미국 시장에서 이렇게 밀릴 줄은 몰랐습니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P.S. 제목의 의미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Knight(톰 크루즈의 정체와 관련 있는 단어입니다)가 night와 같은 발음이라는 것을 이용한 말장난이라는 것은 기본으로 하고, 많은 사람들이 Day와 카메론 디아즈의 관계를 밝혀 보려 했으나 모두 실패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어떤 분의 가르침에 따르면 영어로 'night and day'는 우리말의 '물과 불'처럼 서로 전혀 공통점이 없는 상반된 성격을 가리키는 숙어로도 쓰인다고 합니다. 두 남녀의 처음 설정이 그랬다는 걸 생각하면 여기서 가져온 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P.S.2. 혹시 'A특공대' 보신 분들, 영화 속에 나오는 프랑스 여기자를 눈여겨 보신 분이 계시다면 그 분들을 위한 영상입니다. 참 이쪽의 선수층은 넓고도 깊군요.

http://vimeo.com/4737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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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월드컵을 통해 한국의 많은 선수들이 새롭게 조명받았지만 대중의 사랑이라는 측면에서 바라볼 때 가장 많은 것을 얻은 선수는 역시 차두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06년을 거른 게 아쉬워서였을까요, 많은 네티즌들은 8년만에 월드컵 무대에서 보게 된 차두리를 해묵은 '차두리 로봇설'로 반겼습니다.

물론 이 로봇설은 이미 22번을 달고 있는 차두리를 11번으로 알고 있거나(업그레이드 혹은 전압 승압설로 대체^^), 등 이름 표기를 DURI로 바꾼 걸 모르고 계속 DR CHA라고 주장하거나 하는 착각이 있었습니다. 어쨌든 이번 대회를 통해 평소 자신이 원하던 영어권 국가 팀인 스코틀랜드의 셀틱으로 이적하는 성과를 이룬 차두리, 그의 전설을 한번 정리하고, 그의 완성된 형태를 제시해 보겠습니다.

미리 보시자면, 발전하고 있는 차두리가 완성되면 이렇게 됩니다.



사실 차두리는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그리 리얼한 캐릭터는 아니었습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스트라이커를 아버지로 두고, 탄탄한 체격과 포텐셜, 그리고 보는 사람을 무장해제시켜버리는 천진난만한 미소를 그대로 이어받았죠. 게다가 완성된 형태보다 더욱 매력적인 '미완의 대기'였습니다.


그때문에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너무나 만화적인 해석이 자주 등장했습니다. 저건 사람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상대 수비수를 벌렁벌렁 나가떨어지게 하는 뛰어난 신체 능력과 함께 사람들에게 어느새 확신으로 자리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여러가지 증거가 등장했죠.


일찌기 1970년대말, 세계를 휩쓴 가족계획의 열풍 속에서 국내에도 '딸아들 구별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표어가 등장했습니다. (그게 30년만에 '제발 아이좀 많이 낳아 기르자'는 걸로 바뀔 줄은 당시로선 아무도 몰랐죠.)

아무튼 이때 차감독님은 당시 장녀 하나양과 함께 이 캠페인의 모델로 등장, 저런 대국민 약속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이 가족은 하나-두리-세찌라는 세 자녀를 두고 있습니다.

차감독님이 대국민약속을 깨실 분이 아니라는 걸 감안하면 세 자녀 중 하나는 진짜 사람이 아니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울러 이 바코드의 발견, 그리고 나이지리아전 첫골을 허용한 뒤 차감독님이 외친 "차두리가 사람을 놓쳤어요!"라는 절규는 역시 차두리는 진짜 사람이 아니라는 증거로 사용될 만 합니다.


사실 차두리의 제작 연도가 1980년으로 알려져 있긴 하지만 여러가지 정황으로 볼 때 이 연도는 프로젝트 착수 연도로 보이며, 실제 제작 연도는 그보다 훨씬 늦은 것으로 보입니다.

왜냐하면 동생 세찌군과 똑같이 생긴 얼굴 때문입니다. 아마도 세찌군이 다 자랐을 때의 얼굴이 차두리의 모델일 것이라고 생각하면 실제 제작 연대는 90년대 후반 정도일 것으로 보입니다.

인터넷 모처에서 발견된 X레이 사진입니다.



더구나 세계 각지에서 차두리의 초기 실험 모델 혹은 유사품들까지 등장하고 있습니다.


실패작으로 버려진 초기 모델입니다. 얼굴 부분이 제대로 완성되지 않았습니다. 이때문에 성격이 비뚤어져 악의 화신이 된 것으로 보입니다. 부작용으로 마술을 쓰게 됐죠.



현재의 차두리 1호보다 1년 늦게 프로젝트가 시작된 슬로바키아에서 라이센스로 생산된 제품입니다. 이번 월드컵에 출전하는 바람에 차두리의 비밀이 밝혀지는데 일조하기도 했습니다. 스펠링에서 h를 뺀 건 1호기와의 혼동을 피하자는 의도로 보입니다.

물론 개발 단계에서의 시행착오는 늘 있기 마련입니다.
.

최근 발견된 자료에 따르면 이런 콘헤드 스타일의 모델도 있었던 듯 합니다만, 스포츠형 모델로는 여러모로 부적합 판정을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실험용 기종 가운데는 여성형도 있었습니다. 1976년 중국에서 제작된 조미 1호입니다. 당시 모델은 골키퍼를 목표로 제작됐다고 합니다.

어쨌든 현재의 주 모델은 차두리 2호기(22번)인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이 모델은 최근 색다른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게 밝혀졌습니다.


바로 인간의 감정을 느끼게 된 것이죠. 물론 오일이 샌 거라는 일부 주장도 있었지만, 다수 의견은 로봇의 한계를 넘어 인간이 되어 가고 있는 증거라는 겁니다.

그래서 등장한 이론이 차두리는 지금도 놀라운 속도로 진화하고 있으며, 언젠가는 인간의 레벨을 넘어선 초능력을 갖게 될 거라는 예측입니다.


바로 '왓치맨'의 닥터 맨해튼이 그 완성형의 모습입니다.


아시다시피 이 레벨이 되면 옷 입는 걸 매우 싫어하게 되죠. 지금도 그리 좋아하지 않는 것 같기도 합니다만.... 아무튼 신의 영역에 도달하게 됩니다.




1980년생인 차두리는 2014년이면 34세. 축구선수로서는 환갑 나이라고 보는게 정상이지만 현재 포지션이 수비수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탈리아의 전설 말디니(2002 월드컵 당시 34세)나 칸나바로(현재 이탈리아 대표, 37세) 같은 노장의 투혼을 발휘할 기회가 주어지지 말란 법도 없습니다. 심지어 아버지 차범근 감독은 체력소모가 심한 포워드로도 33세의 나이에 1986년 월드컵에 출전한 바 있었죠.

그런 의미에서 2014년 월드컵 때에도 차두리의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그 나이에도 지칠줄 모르는 체력을 질주한다면, 그건 아마도 그가 사람이 아니라는 또 다른 증거가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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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싸웠습니다. 기대 이상입니다. 솔직히 말해 16강이 쉬운 적은 한번도 없었습니다. 지난 포스팅에서도 얘기한 적 있지만 1986년 이후 지금까지 16강에 한번이라도 가본 나라는 40개국, 두번 16강에 오른 나라는 27개국뿐입니다.

우루과이라는 강적을 상대로 한 16강전에서도 역시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뒀습니다. 그 대단하다는 포를란을 봉쇄했고, 더 많이 뛰었고, 기대 이상으로 미드필드를 장악했습니다. 아르헨티나전 대패와는 확연한 차이를 보이며 상대 공격을 차단해나갔습니다.

종료 휘슬과 함께 경기장에 쓰러져버린 선수들의 아쉬움이야 뭐 더 이상 얘기할게 없을 겁니다. 하지만 박지성의 말마따나 이번 대회는 희망의 대회였습니다. 그리고 그 희망의 중심에 이청용이 있었습니다.



물론 이청용은 이번 대회 전이라고 무명 선수도 아니었습니다. 양박쌍용이라는 미디어의 호들갑이 대변해주듯, 이미 프리미어리거 이청용은 한국의 핵심 전력이었고, 큰 활약을 해줄 걸로 기대됐던 선수입니다.

한국 대표팀에서 최저 학력을 보유한 선수(중학교 중퇴^)지만 축구 지능은 탁월합니다. 승부욕도 뛰어납니다. 아르헨티나전에서도 악착같이 포기하지 않고 상대 진영을 '쑤시고' 다니다가 결국 한골을 따낸 건, 선수들이 흔히 '구질구질하다'고 말하는 플레이이기도 하지만 그 시점의 한국으로서는 정말 절실한 한 골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의욕은 한국 축구의 힘이었습니다.

그런 근성이 바로 오늘날 볼턴 원더러스의 이청용을 만든 거란 데엔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물론 이번 대회의 한국 축구가 희망만을 남긴 건 아닙니다. 일단 가장 큰 고민은 이번 대회를 마지막으로 사라질 2002년 황금 세대의 퇴장입니다.

이번 대회 내내 한국 축구의 심장이었던 박지성은 4년 뒤 33세가 됩니다. 본인은 이미 은퇴를 선언한 바 있습니다. 가장 믿음직한 선수였던 이영표 역시 이번 우루과이전이 국가대표로서의 은퇴 경기라고 말한 바 있죠. 이미 이운재와 안정환은 이번 대회 들어 주전 자리를 내주고 물러 앉았고, 차두리 역시 이번이 마지막 대회일 것이 분명합니다.



박지성 정도면 다시 한번 참가를 기대할 수도 있겠지만 일단 본인의 뜻이 바뀌어야 할 것이고, 4대회 참가를 성사시킨다 해도 4년 뒤의 박지성에게 지금같은 폭발적인 활동능력과 기량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을 거란 생각입니다.

물론 난세에 영웅이 나듯, 4년 사이에 누군가 새로운 스타들이 등장해서 그 자리를 메워 주길 바라지만 사실 한국 축구의 환경상 가장 심각한 문제는 엷은 선수층입니다. 이번 대회에서도, 한국 대표팀 내에 존재하는 선수들간의 '레벨 차이'는 확연히 드러났습니다. 4년 뒤라고 해서 저절로 박지성-이영표의 빈 자리를 메울 선수들이 등장할 거라는 건 희망사항일 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미 두각을 나타낸 이청용과 기성용, 박주영의 존재 의미는 각별합니다. 박주영에 대해선 기대와 실망이 교차하는 분들이 있겠지만, 이번 대회 내내 아쉬웠던 것은 박주영의 투톱 파트너입니다. 차라리 마지막 순간 제외된 이근호가 나았을 거란 의견도 있지만, 아무튼 후방과 좌우에서 날아오는 공중볼의 키핑 능력에서는 지난 20년 사이 박주영보다 안정된 선수를 본 적이 없습니다. 이번 대회 들어 마지막 터치 한방이 아쉬웠지만, 오히려 박주영에게 공이 가기 전에 슈팅을 기피하던 다른 선수들을 봐선 그들에게 갈 수도 있었던 비난까지 박주영이 싸 안았다고 봐야 할 면들이 분명히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몸싸움 능력이 뛰어나고 적극적인, 과거 청소년 대표 시절의 신영록 같은 스트라이커가 성장해 박주영과 짝을 이뤄 주길 바랍니다.



물론 공격보다는 수비가 더 문제라는 시각에는 당연히 동의할 수밖에 없지만, 이것 역시 전체적인 한국 축구의 엷은 선수층의 문제라는 걸 빼고는 생각할 수 없을 겁니다. 어느 나라나 포텐셜이 뛰어난 선수는 수비보다는 공격수로 뛰기 마련이고, 결국 문제는 그렇게 재능있는 선수들로 공격 자원을 채우고 수비수까지 채울 수 있을 정도로 한국에 축구선수가 충분하냐는 문제로 넘어가게 될 겁니다. 그래서 과거의 김주성이나 현재의 차두리처럼 공격 카드에서 수비수로 모습을 바꾼 선수들의 존재가 더욱 의미있게 다가오곤 합니다. (사실 이런 면에선 수비형 미드펄더로 활동 영역을 축소한 2014년 박지성의 모습이 좀 기대되기도 합니다만...^)

어쨌든 2014년의 한국은 이청용과 기성용, 박주영을 주축으로 새롭게 보강되는 선수들이 주축을 이룰 것으로 기대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대회 직전 빼어난 가능성을 보였던 이승렬이나 김보경의 좀 더 많은 출전시간이 아쉽습니다.

역시 여러번 강조하는 이야기지만, 한국 축구가 '16강을 목표로 하는 팀'에서 '8강을 목표로 하는 팀', 혹은 '우승후보'까지 가기 위해선 아직 더 긴 세월이 필요합니다. 1명의 박지성이 있는 팀에서 11명의 박지성이 있는 팀으로, 그리고 스쿼드 전원이 박지성인 팀으로 가는 길은 이제 겨우 시작일 뿐입니다.


이번 대회에 한국을 좌절시킨 수아레스의 두번째 골은 어떤 호언장담보다도 '월드 클래스'의 공포를 뼈저리게 느끼게 해 주는 골이었습니다. 이번대회에 본 골 중에는 북한-브라질 전에서 마이콘이 넣은 브라질의 첫골과 함께 '개인기란 바로 이런 것'이라고 웅변하는 것 같은 골이더군요.

그리스전에서 박지성이 터뜨린 두번째 골이 한국 축구사에 남을 대단한 골이었던 것은 분명하지만, 아직까지 한국에 위에서 말한 두 개의 골 같은 득점을 해낼 수 있는 선수가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2014년, 2018년이라고 해서 나온다는 보장은 물론 없습니다. 하지만 계속 지켜보고 성원하다 보면, 언젠가는 우리도 그런 천재와 영웅들을 갖고, 더 높은 곳까지 올라갈 수 있을 거라고 믿게 됐습니다. 아마도 이런 희망이야말로 2010년의 가장 큰 소득이 아닐까 합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해 볼수록, 22세에 이미 월드컵의 에이스로 떠오른 선수를 갖고 있다는 사실 이상으로 '희망'을 더 잘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은 없어 보입니다. 이청용. 졌다고 부끄러워 마라. 고개를 들어라. 너의 월드컵은 아직 시작하지도 않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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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TV 시리즈 'A 특공대(A-TEAM)'가 국내에 방송될 때 저는 이미 '어린 시절'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니까 추억의 외화이긴 하되 어린 시절의 추억은 아니었죠. 하지만,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A 특공대'는 보는 사람을 동심의 세계로 인도하는 독특한 매력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2010년, 극장판 'A 특공대'가 나왔습니다. 조지 페퍼드가 연기했던 A 특공대의 핵심인 한니발 대령 역을 리엄 니슨이 맡았다는 건 조금 예상 밖이고 다소 실망스럽기도 했지만, BA 역을 한때 프라이드 미들급의 강자였던 퀸튼 잭슨이 맡았다는 건 무척 마음에 들었습니다.

원작 드라마 'A 특공대'를 설사 모르는 분들에게도 이 영화는 충분히 권할 만 합니다. 보는 내내 심심할 새가 없이 웃겨 줍니다. 그런데 이상할 정도로 개봉관이 적게 잡혀 있더군요. 자칫 자리가 없어 영화를 못 볼뻔 했습니다.



'A 특공대'의 세계를 이해하시는데 역사적 배경 같은 것은 전혀 필요 없습니다. 드라마에서 네 명의 특공대원들은 월남전 출신의 베테랑으로 설정돼 있지만 영화에선 이라크가 이들의 활동 무대입니다.

영화는 아주 맨 처음으로 거슬러 올라가서, 대체 왜 이 네 주인공이 쫓기는 도망자가 되어야 하는지를 보여줍니다. 작전의 귀신인 미 육군 특전부대의 한니발 대령(리엄 니슨)은 멕시코에서 페이스(브래들리 쿠퍼)와 함께 작전을 수행하다가 우연히 전 특수부대원인 괴력의 사나이 BA(퀸튼 잭슨)를 만납니다. 셋이 힘을 합쳐 달아나던 이들은 육군 정신병원에서 제정신이 아닌 파일럿 머독(샬토 코플리)을 만나 처음으로 네 사람이 함께 뭉칩니다.

그 뒤로 한 팀이 되어 수많은 전공을 세운 이들은 이라크 전장에서, 후세인의 잔당들이 정교한 100달러 위조지폐를 찍어내는 동판을 몰래 빼돌린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동판 회수를 위해 나섭니다. 미육군 정보국의 소사 요원(제시카 비엘)은 이들에게 그 사건으로부터 떨어지라고 경고하지만 그 말을 듣고 손을 떼면 A 특공대가 아니겠죠.

말로는 액션/코미디라는 장르로 표기되어 있지만, 이 영화가 절대 진지한 액션 영화가 될 수 없다는 건 등장하는 만화적인 캐릭터들을 슬쩍 보기만 해도 알 수 있습니다. 성공률 100%의 지략가이자 시가 연기를 뻑뻑 뿜어대는 한니발, 여자를 유혹하는데 천부적인 소질을 갖고 있는 페이스, 어지간한 적들은 맨손으로도 물리치지만 결정적으로 "맨정신으론 절대 비행기를 타지 못하는" BA(그러나 매회 한번씩은 꼭 비행 장면이 나온다는...), 그리고 뛰어난 파일럿에 천재 엔지니어지만 "어떻게 하면 죽음에 조금 더 가까운 경험을 해볼 수 있을까"를 매일 궁금해 하는 중증 정신병자 머독이라는 4인방. (네. 개인적으로 제가 예나 지금이나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는 머독입니다.)




오리지날 캐릭터를 연기했던 배우들은 그야말로 환상의 호흡을 자랑했습니다. 느끼함의 화신이라고 해도 과장이 아닐 조지 페퍼드(앉은 사람)는 그야말로 태어나기를 한니발로 태어났고, 뺀질 연기의 1인자인 덕 베네딕트(맨 왼쪽)도 흠잡을 데가 없었습니다. 여기에 '록키3'를 통해 세계에 알려진 미스터 T(맨 오른쪽)도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고, 드와이트 슐츠(가운데 뒤) 역시 머독 연기로 아직도 기억되고 있습니다.

새로운 4인조는 과거 4인조를 그대로 재현하려 애쓴 흔적이 보입니다. 아쉬움이 있다면 리엄 니슨이 한니발 치고는 너무 진지해 보인다는 정도? 한니발의 본래 캐릭터를 살리려면 좀 더 만화적인 낙천성이 강조되어야 하는데, 이 영화의 리엄 니슨은 왠지 '테이큰'에서 딸을 유괴한 갱단을 때려부수러 가는 열받은 아버지의 모습에서 크게 여유로워진 것 같지 않아 조금 부족했습니다. 피어스 브로스넌 정도가 이 역할을 맡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그랬다면 브래들리 쿠퍼는 다른 배우로 대체되어야 했겠지만 말입니다. 일설에는 브루스 윌리스가 한니발의 물망에 올랐다던데, 그것도 괜찮았을 듯 합니다.



영화 'A특공대'는 TV 시리즈의 추억을 간직한 사람들에겐 최고의 선물입니다. 원작의 배경은 살짝 바뀌었지만 그 천하태평의 낙천적인 유머감각은 여전합니다. 보는 동안 조금의 걱정도 할 필요가 없고, 주인공들이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액션으로 미션을 하나 하나 깨 나가는지를 보면서 때가 되면 웃어 주면 그만입니다.

혹시 A특공대가 뭔지 모르는 분들에겐 이 영화가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 지, 그건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그런 분들이라도, 충분히 두 시간 동안은 세상의 골치아픈 일들을 잊고 푹 빠져들 수 있는 영화인 것만은 확실합니다. (아, 칸 영화제 그랑프리 수상작을 10개 이상 보시고, 그 영화들을 좋아했던 분들이라면 별로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솔직히 이 영화를 갖고 배우들의 연기가 어떠네 각본이 어때네 얘기하는 건 좀 어울리지 않는 듯 합니다. 형편없어서가 아니라, 패스트푸드처럼 딱 그렇게 짜여져 있는 영화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도미노 피자가 레스토랑 피자보다 맛있고 맥도널드 햄버거가 유명 패밀리 레스토랑보다 맛있을 수도 있다는 건 다들 아시는 얘기일테니 귀찮은 설명은 하지 않겠습니다. 아무튼 개인적으로는 대만족입니다.



P.S. 영화판을 보시면, 대체 왜 BA가 비행기를 못 타게 됐는지 알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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