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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사이에 이상화가 '빙상 여신'으로 등극했습니다. 빙상 경기의 꽃이라는 스피드 스케이팅의 남녀 500m에서 한국이 금메달을 쓸어갔다는 건 정말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습니다. 물론 이강석과 이상화의 성적이 뛰어났다는 건 잘 알고 있었지만 올림픽이라는 무대, 그것도 세계적인 빙상 강국의 엘리트들이 총출동하는 무대에서 한국 선수들이 금메달을 딴다는 건 정말 기대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죠.

금메달을 딴 이상화에게는 바로 '미녀 스케이터'라는 별명이 붙었습니다. 전형적인 미인형은 아니지만 선이 진한 귀여운 얼굴이라 '미녀'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습니다. 지난번 대회에 비하면 헤어스타일도 세련되고, 외모에 많이 신경을 썼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사실 빙상 경기 선수 가운데서 미녀라고 하면 아무래도 피겨 스케이터인 경우가 대부분이었죠. 상대적으로 스피드 스케이트 선수들은 '남성미'가 돋보인다면 모를까, 여성적인 미녀들이 하는 종목은 아니라는 인식이 강했습니다.

그런데 사실은 세계적인 빙상 강국 출신의 미녀 슈퍼모델 가운데 스케이트 선수 출신인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것도 꽤 유망한 선수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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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위의 보그 화보에 나오는 슈퍼모델은 빅토리아 시크릿 모델인 다우첸 크루스(Doutzen Kroes: 다우첸 크로스, 도젠 크로스라고도 표기합니다만 위키피디아를 보면 [Dow-tzen crews]라고 읽는 것이 정확하다고 합니다)입니다. 스케이트를 신고 있는데, 이건 그냥 포즈만 취한 게 아닙니다.

크루스는 양친이 스케이트 선수 출신이고, 그 자신도 꽤 유망한 스케이트 선수였습니다. 최근 밴쿠버 동계 올림픽을 앞두고 한 패션 웹진과 인터뷰를 했는데 거기에 왕년 선수 시절의 기록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
http://www.modelinia.com/blog/modelinia-exclusive-speed-skate-away-with-doutzen-kroes/17709 )

이에 따르면 크루스가 직접 밝힌 학생 시절 기록은 이렇습니다.

500 meters: 42.9 seconds
1000 meter: 1 minute and 20 seconds
1500 meter: 2 minutes and 10 secon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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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동계올림픽의 금메달 기록이 500미터가 38초 전후였고 지난해 12월 열린 자코파네 ISU 주니어 대회에서 500m 2위를 차지한 한국의 안지민(이번에 밴쿠버에도 출전했죠)이 40.36+40.35의 기록을 냈습니다. 학생 선수로 42초대는 나쁘지 않은 기록입니다.

게다가 역시 자코파네 대회의 1000m 메달 기록이 모두 1분20초대입니다. 이런 성적을 보면 그냥 '이름만 선수'는 아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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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빙판에서 금메달을 위해 땀을 쏟기에는 다른 분야의 재능 - 이를테면 미모와 몸매^^ - 이 너무나 탁월했던 모양입니다. 크루스는 모델로 전향해 곧바로 최고의 길을 걷게 됩니다. 하지만 스피드 스케이팅에 대한 사랑은 여전합니다.

얼마전 보그에서는 스케이팅을 소재로 한 패션 화보 촬영을 하기도 했죠. 안타깝게도 상대 모델이 안톤 오노라는 사실은 매우 유감스럽습니다. (바로 저 맨 위의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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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위에 소개한 인터뷰에서도 크루스는 자신이 네덜란드의 에이스인 스벤 크라머(Sven Kramer, 이승훈을 누르고 5000m 금메달을 차지한 선수)의 열렬한 팬이며, '누구도 크라머를 이길 수 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런 내용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날도 이상화와 함께 빙상에 나선 선수들을 유심히 바라봤는데 역시 한 선수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바로 이상화의 금메달 라이벌이었던 중국의 왕베이싱(王北星)이 호감가는 미녀형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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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다리가 길고 이목구비가 선명합니다. 꾸미지 않아서 그렇지 잘 꾸몄다면 꽤 미녀 소리를 들었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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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밖에 미국의 헤더 리처드슨이 눈에 띄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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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의 크리스틴 네스비트도 꽤 팬이 많은 선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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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모델이나 연예인이 아니라 운동 선수라는 점을 감안하고 보시는 게 좋겠습니다. 그리고 현역 선수 중에도 크루스의 뒤를 이을만한 재목이 하나 눈에 띄더군요.

바로 노르웨이의 헤게 뵈코(Hege Bokko, 일부 표기로는 Boekko라고 쓰기도 하는 걸 보면 헤게 보코 보다는 뵈코라고 읽는게 정확할 듯 합니다). 바로 이 선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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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지난해 자코파네 세계 주니어 대회에서 주목을 끈 선수로 1000m에서 2위를 기록한 유망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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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밴쿠버까지는 진출하지 못한 듯 하지만, 몇년 안에 세계를 주름잡는 빙상계의 미녀가 되어 좀 더 자주 볼 수 있게 되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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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지금은 빙상계 최고의 미녀는 당연히 이상화죠. 부디 대회 남은 일정중에도 이상화 선수의 역주를 더 자주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재미있게 보셨으면 왼쪽 아래 손가락 모양을 눌러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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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가면 먹어 봐야 할 것 중에서 에키벤을 꼽는 분들도 꽤 있습니다. 에키벤(駅弁)이란 일본 의 기차역에서 판매하는 도시락을 말하죠. 즉 역(에키)에서 파는 벤토(弁当)라는 말의 약자입니다.

일본에 가 보신 분이라면 일본 사람들의 도시락 사랑이 남다르다는 것을 잘 아시겠죠. 웬만한 편의점에서는 7-8가지 이상의 도시락을 판매합니다. 내용도 돈까쓰나 튀김에서 스시 도시락까지 다양합니다. 심지어 여객기 기내에서 주는 도시락도 따로 소라벤(空弁: 굳이 설명하자면 '하늘에서 먹는 도시락?)이라고 부를 정도로 도시락에 대한 일본 사람들의 사랑은 각별하다 하겠습니다.

최근에 일본에 다녀오면서 도시락을 다양하게 먹어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오가는 비행기에서 소라벤을 두번 먹었고, 도착해서는 기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네 가지 에키벤을 경험해 볼 수 있었습니다. 맛은 어땠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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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에서 남서쪽으로 태평양을 바라보는 해안을 따라 달리는 노선 중에 도카이도(東海道)라는 노선이 있습니다. 그 기차를 타고 이동할 일이 있었죠.

도쿄 역에서 두 종류의 도시락을 샀습니다. 하나는 가장 대표적인 도시락이라고 할 수 있는 마쿠노우치(幕の內) 벤토. 마쿠노우치는 일본에서 가부키 등 무대극을 보던 도중에 관객들이 허기를 달래기 위해서 먹었다는 도시락으로, 반찬이 다양한 것이 특징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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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어보면 연어구이 한 토막을 중심으로 계란말이와 각종 생선/야채 조림, 새우, 어묵, 짠지 등 반찬들이 밥을 중심으로 다양하게 준비돼 있습니다. 1000엔.

또 하나는 딱 한가지 반찬에 집중한 일품 도시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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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함량이 어느정도인지는 알 수가 없으나^^ 일본이 자랑하는 쇠고기 와규(黑毛和牛)로 만들었다는 햄버거 도시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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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은 뻔한 거라 왕건이만 확대해서 찍었습니다. 남자 어른 손바닥 절반 정도 크기의 햄버거와 구운 감자 한 조각, 버섯 한 조각, 브로콜리 한 조각이 딸랑 들어 있습니다. 980엔.

한국같으면 여기에 단무지라도 몇개 들어 있을테지만 일본에선 절대로. 어쨌든 이 햄버거 반찬 하나로 식사를 마쳐야 합니다. 솔직히 좀 버겁습니다.

물론 마쿠노우치건, 햄버거 도시락이건, 매우 답니다. 요즘은 한국 음식들도 점점 달달해지고 있지만 역시 일본에는 비길 바가 못 됩니다. 한국에서 음식에 고추가루를 뿌릴 때 설탕을 뿌린 수준으로 달죠. 단 과자는 좋아하지만 단 반찬은 싫어하는 저로서는 좀 적응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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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뒤의 다른 도시락. 이세만에서 잡히는 새우로 만든 도시락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일본말로는 분명히 새우인데, 그림으로는 새우가 아니라 랍스터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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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0엔이라는 가격이 말해주듯 상당히 럭셔리합니다. 대형 새우 반마리가 저렇게 요염하게 몸을 비비 틀고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 밖에 일본 동해안의 특산이라는 금눈돔(金目鯛, 긴메타이라고 합니다) 한 토막이 구워서 얹혀 있고, 양념한 해초를 밥 위에 뿌렸습니다.

뭐 단맛도 적고 해서 이번에 먹어본 에키벤 중에서 최고로 칠 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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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가 들어 있는 '이즈(伊豆)풍' 종합 모듬 도시락입니다. 위에는 작은 생선까스와 야채 튀김, 삶은 소라가 통으로 한 개, 작은 오징어 간장 조림이 통으로 한 마리, 그리고 예의 다양한 조림과 다쿠앙, 밥 위에 뿌려 먹는 생선살 단 조림 같은 것들이 반찬입니다. 900엔.

물론 맛이 없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역시 오징어 조림과 생선까스 정도를 빼면 제 입맛에는 너무 달았습니다. 소라를 통으로 삶아서 속살을 빼 먹으라고 꼬챙이까지 넣어 두는 세심함은 물론 일본 문화의 특징이죠.

어쨌든 네 종류 모두 일본 에키벤은 제 취향이 아니라는 사실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저는 일본 음식은 단품 취향인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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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음식들에 비하면 한 작은 소바가게에서 먹은, 면에 벚꽃가루를 섞어 반죽했다는 연분홍색의 사쿠라소바는 너무나 맛이 좋았습니다. 물론 소바 치고는 꽤 비쌌지만(두 판에 840엔+한판 추가 300엔), 깊은 맛이 느껴지는 쯔유와 함께 감칠맛도는 소바 향이 그만이었습니다.

한겨울에 소바 먹은 속을 달래라고 함께 주는 메밀국수 삶은 물도 구수하고 딱 좋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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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그렇게 태평양을 보고 왔습니다. 이걸로 당분간 힘을 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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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가 한창이던 14일 밤에 SBS TV에서 희한한 프로그램 하나가 방송됐습니다. 제목은 '용구라환의 빅매치'. 물론 아직 정규 편성이 될지는 결정되지 않은 프로그램이지만 첫 방송에는 MC로 김용만, 김구라, 신정환(그래서 용구라환)이 나섰고, 출연자는 연예인 20명과 연예 담당 기자 20명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서로 할 말 많을 것 같은 양측이 나서서 '빅매치'를 벌인다는 거였죠.

약 2주 전에 이 프로그램의 녹화가 있었는데, 밤 11시쯤 시작한 녹화가 무려 다음날 새벽 4시30분에 끝났다고 합니다. 물론 첫회다 보니 그렇기도 했겠지만 요즘 예능 프로그램들, 정말 사람 진을 다 빼놓는 듯 합니다. TV로 보실 때는 잘 모르시겠지만 소위 '예능인'이 되려면 체력이 필수입니다. 얼마 전 '강심장' 녹화 도중에 박가희가 졸았다는 게 이해가 갑니다. 어쩌면 '스타 골든벨' 찍다가 출연자 중 몇몇이 화장실 갔다 온다는게 당연한 얘긴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저는 방송에 나오지 않았고, 녹화장에도 가지 않았습니다(저 녹화 시간 얘기를 듣고 정말 안 가길 잘 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 상황이었기 때문에 방송을 통해서 구하라양의 눈물을 편안하게 볼 수 있었던 듯 합니다.



이날 프로그램이 시작될 때, '정말 모시기 힘들었습니다. 섭외가 준비의 90%'라는 자막이 뜨더군요. 사실 저도 섭외를 받았습니다. 고참급으로서 정리하는 역할을 맡아 달라는 얘기였지만, 솔직히 좀 겁이 났습니다. 초기 단계에서 제작진이 갖고 있는 생각이 좀 위험해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처음 이 프로그램이 구상될 때의 분위기는 '한풀이'가 키 워드였습니다. 기자와 연예인은 흔히 적대적인 관계로 묘사되기 쉽습니다. 더구나 패널 구성도 가능하면 '기자들에게 한이 많을 듯한' 연예인 위주로 꾸미고(MC 중에 김구라와 신정환이 있다는 건 매우 상징적입니다), 방송의 주요 내용은 '그때 나한테 왜 그랬어요'라는 식의 진행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진땀이 났습니다. '저는 현역 기자도 아니고, 요즘 현장을 잘 모른다'는 말로 일단 출연 요청을 고사하고, '방송의 방향이 이 쪽으로 잡히면 아마도 출연할 사람이 없을 것 같다'고 조언했습니다.
솔직히 말해 시청자 입장에서는 서로 치고 받는 방송이 아마 제일 재미있었을 겁니다. '대체 왜 맨날 연예인만 쫓아다니면서 괴롭히는 거냐'는 식으로 몰아부치기 시작하면 보는 분들은 즐겁겠지만 출연한 기자들은 죽을 맛이겠죠.

제작진은 '물론 갈등 상황의 묘사는 한 부분이고, 서로 같은 바닥에서 일하는 사람들인 만큼 훈훈한 이야기도 많이 나올 것 같다. 그 쪽에 초점을 맞추려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오락 프로그램인 만큼 그게 될까 싶기도 하더군요. 아무튼 프로그램을 만드는 의의는 충분히 납득을 했으므로 '이러이러한 부분을 잘 고려했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달하는 선에서 저는 물러나기로 했습니다(물론 협의 내용은 비밀입니다^^).


그러고 나서 제작진은 갖은 고생을 통해 20명의 기자들을 섭외했습니다. 평소 잘 알고 지내던 후배들과 낯이 생소한 후배들(물론 당연히 다들 저보다는 후배들이죠^)이 출연한 모습을 보면서 걱정이 좀 지나쳤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현장에서는 방송에 나간 것에 비해 대여섯배 많은 이야기가 오갔겠지만 기자들이 방송인도 아니고, 계속 '빵빵 터지는' 재미있는 이야기만 나오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런 면에서 참 제작진도 고생이 많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튼 같은 직업군의 인물들이 나오는 걸 보고 있으니 재미는 두배였을 겁니다. 'F4 기자'들을 보면서 '음...나도 예전엔...'(^^) 하는 생각을 해 보기도 했고, 계속해서 카메라의 초점이 되던 최재욱 기자(현장에선 '앙드레 기자'라고도 불렸다고 합니다)를 보면서 너무 희화화되는 게 아닌가 좀 걱정이 되기도 했습니다. 업계의 호인으로 유명한 최기자는 평소 방송 경험이 많지 않은 걸로 아는데, 이날따라 좀 많이 긴장한 듯 했습니다.

예상대로 고참급의 기자들은 나름 신중한 모습으로 '방송을 재미없게' 하는 데 일조한 듯 했고(그래서 그랬겠지만 이 친구들은 방송에 별로 나오지 않았습니다^^), 한창 때인 젊은 기자들은 각자 끼를 뽐내서 영상 세대임을 드러냈습니다.


특히 이날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초등학교 동창 사이라는 이해완 기자와 환희의 이야기는 충분한 웃음을 뽑아낼 수 있었습니다. 이 기자가 제목으로 뽑은 '첫사랑을 가수 H군에게 빼앗겼다'는 얘기는 알고 보니 좀 과장이었지만, 아무튼 'TV는 사랑을 싣고'에서 '해피 투게더 프렌즈'를 거쳐 '절친노트'로 이어지는 구성은 훌륭했습니다.

기자들의 재능(?)을 엿볼 수 있었던 '그 자리에서 제목 뽑기'는 어찌 보면 좀 장난 같기도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재미있었습니다. 다만 취재를 하고 기사를 쓰는 행위가 그냥 '제목 장난'만은 아니라는 것을 시청자들이 조금은 오해하지 않았을까 하는 걱정도 들었습니다(네. 나이 먹은 뒤로 걱정만 늘고 있습니다). 제가 현장에 있었다면 한가인을 닮은 제국의 아이들의 막내 동준군을 보고 '연정훈 뜨악'이라는 제목을 뽑았을 것 같은데 마침 그걸 짚어낸 친구가 있더군요.^


마지막 부분, 김형우 기자와 구하라의 에피소드는 시청자들이 보기엔 어땠을 지 모르지만, 솔직히 제게는 너무나 당연한 얘기로 느껴졌습니다. 솔직하고 활발하던 구하라가 어느날 인터뷰 기피증이 걸릴 정도로 마음 고생이 심한 걸 옆에서 지켜보면서 기자도 가슴이 아팠다는 얘기였죠.

연예인의 거의 모든 면을 다 볼 수 있는 사람은 매니저들이겠지만, 기자나 PD, 스타일리스트 등 주변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각기 자기 시각에서 매니저들이 볼 수 없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그렇게 늘 가까이서 보다 보면, 그리고 그들이 성장해가는 과정을 시간을 두고 지켜보다 보면 남다른 애정을 갖게 되죠. 그래서 그들이 잘 될 때 같이 기뻐하고, 잘 못 될 때 안타까워하곤 합니다.


아무튼 이런 대목을 보다가 저도 옛날 일이 생각났습니다.

벌써 10년이 넘은 예전 일입니다. 연기력은 좀 떨어졌지만 남다른 외모와 몸매로 남성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던 신예 미녀 스타가 있었습니다. 특히나 CF 시장에서는 새로운 블루칩으로 눈길을 끌었죠. 처음 주목을 끈 것도 스포츠 의류 모델을 통해서였고, 그 뒤로 수많은 CF 제의가 몰려들었습니다. 그 매니저도 저와 가까운 사이였기 때문에 이 친구가 쑥쑥 성장하는게 제게도 참 기쁜 일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이 친구가 캔커피 모델로 발탁됐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확인해보니 맞더군요. 특기사항은 이번에 이 친구가 A 캔커피 모델을 맡게 됐는데 이 친구는 1년 전 쯤 B 브랜드 캔커피의 모델을 했더란 겁니다.

그래서 '신예 OOO, 캔커피 브랜드 싹쓸이'라는 식의 기사를 만들었습니다. 항상 기사는 '전에 없던 일, 새로운 일'을 내세워야 하기 때문인데, 누구든 캔커피 모델을 하는 건 흔한 일이지만 한 모델이 두 브랜드의 캔커피 모델을 한다는 건 매우 드문 일입니다. 요즘은 통신/전자 업계 라이벌 회사들끼리 상대 모델을 빼앗아 오는 경우도 있지만, 특히나 그 시절에는 한 모델이 같은 업종에서 두 브랜드의 모델을 하는 건 신기하게 여길만한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기사가 나가고 나서 난리가 났습니다. 얼른 기사를 좀 '내려 달라'는 겁니다. 인터넷도 부실하던 시절이니 기사를 없애는 건 문제가 아닌데 대체 왜? 알고 보니 광고주 측에서 난리가 났다는 겁니다. 듣고 나니 어이가 없더군요. 광고 모델을 기용할 때에는 후보자들이 그동안 어떤 광고에 출연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기본 상식인데, 같은 업종의 모델로 나섰다는 사실을 모르고 일을 진행했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얘기였거든요.

설명인즉 모든 사람들이 OOO의 가능성을 높이 보고 모델로 기용하는 데 OK를 했고, 다른 브랜드 모델을 했다는 사실에도 '그게 무슨 상관이냐'는 반응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오너급에서 이 사실을 모르고 결재 도장을 찍은 사람이 있었다는 겁니다. 당연히 뒤늦게 '왜 남의 모델을 쓰느냐'는 반응이 나오는 바람에 책임자가 문책을 당하는 등 난리 법석이 벌어졌다는 겁니다. 당연한 결과로 모델 기용은 '없던 일'이 돼 버렸습니다.

그야말로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 됐습니다. 제가 정말 좋아하는 연예인과 동생같은 매니저의 일이었고, 정말 잘 포장해주고 싶은 일이었는데 결과적으로 제가 쓴 기사 한 줄 때문에 몇천만원이 그냥 허공으로 날아간 겁니다.

이 일을 계기로 제가 뼈저리게 느낀 게 '내가 아무 생각 없이 한 일이 연예인들에게는 수천만원, 수억원의 차이가 될 수 있다'는 거였습니다. 물론 그 전에도 당연히 여러 차례 느꼈던 일이지만 이렇게 피부와 와 닿은 적은 없었습니다.


아무튼 김형우 기자와 구하라의 사연도 그랬지만, 현장에서 일하는 기자와 연예인 사이에 이런 정도 사연이 없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예전과 지금은 일하는 분위기도 달라지고 환경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지만, 그래도 사람과 사람이 만나 하는 일인데 어떻게 정이 쌓이지 않겠습니까. 원로급 기자와 연예인으로 가면 더 많은 얘기가 있을 겁니다. 앞으로 연예 기사를 보시는 분들도 이런 면을 생각해 주셨으면 합니다.

(물론 '진짜 기자'의 기사에 한정된 이야기입니다. 하는 일이 TV 감상문 쓰기이거나 남의 기사 베끼기인 사람들에게 이런 얘기가 있을 수는 없겠죠.)

다시 제 회상으로 넘어갑니다. 여러 차례 본인과 매니저에게도 사과를 했고, '앞으로 더 벌도록 도와주면 된다(?)'는 격려도 받았지만 아무튼 이 일은 여전히 마음의 빚으로 남아 있습니다. 다행히(?) 그 친구는 톱스타로 군림하고 있고, 요즘은 연기력으로도 좋은 평을 얻고 있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송구스럽습니다.

한고은씨, 그땐 정말 미안했어요.



P.S. 김창렬의 이 '에라이'가 사실은 'L.I.E'라는 DJ DOC의 노래라는 걸 제작진이 몰랐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 노래, 정말 가사 적나라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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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국민이 김연아의 선전을 기대하고 있는 밴쿠버 동계 올림픽을 눈앞에 두고 방송사간의 혈전이 한창입니다. 우여곡절 끝에 단독 중계를 하게 된 SBS는 입이 찢어져서 자사 홍보에 여념이 없고, 공동 중계를 관철시키지 못한 MBC와 KBS는 연일 흠집내기에 골몰하다가 결국 '취재도 하지 않겠다'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SBS가 단독 중계권을 확보한 가운데 KBS와 MBC는 취재진도 보내지 않겠다고 선언을 한 것이죠. 양사의 주장은 거의 같습니다. (중계도 못 하게 된 이상) 대규모 취재단을 파견할 예정이었지만 SBS는 주요 경기 장면 촬영 등을 불허하고 하루 2분 분량의 방송용 화면은 제공할 수 있다는 입장이어서 "그럴 바엔 아예 안 가고 말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 MBC는 성명까지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SBS 직원도 아니지만 참 웃음이 나옵니다. '비통한 심정으로', '비도덕적인' '합의와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리고' 등등의 문구가 등장하더군요. 그런데 과연 MBC와 KBS는 이런 얘기를 할 자격이 있을까요?

[상당히 긴 글입니다. 인내심이 부족한 분들은 중간을 건너뛰고 맨 끝부분이라도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제목만 보고 엉뚱한 얘기를 하시는 분을 최소한으로 줄여 보려고 드리는 충언입니다. 물론 세상 모든 얘기를 석줄로 요약할 수는 없다는 걸 아시는 분들이 훨씬 더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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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웃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동안 수없이 반복되어 온 지상파 3사간 주요 스포츠 중계권 분쟁의 역사가 생각나서입니다. 그 역사는 바로 배신과 반목, 뒤통수 때리기와 공허한 합의의 역사였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지난번 WBC 대회의 지상파 중계가 무산 위기에 있었을 때 한번 정리한 적이 있습니다. 기억이 가물가물 하신 분들이 많을테니 한번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WBC, 결국 실속은 방송사 몫  http://fivecard.joins.com/330

물론 이 내용은 야구에 대한 부분만 정리한 겁니다. 국가대표 축구 경기경기까지 합하면 배신의 역사는 뎌욱 화려해집니다. 어느 때건 세 회사는 모여서 합의를 하고, 그중 누군가는 합의를 깨고 뒷거래를 성공시킨 다음 혼자 샴페인을 터뜨리고, 나머지 두 회사가 만나 그 보복조치를 강구하고... 끝없이 되풀이된 역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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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중계권에 대해 최근 썼던 글입니다.

제목: 올림픽 중계권:

손기정의 마라톤 금메달로 기억되는 1936년 베를린 올림픽은 기록 영상 면에서도 두 가지 신기원을 이뤘다. 히틀러의 총애를 받던 여류 감독 레니 리펜슈탈이 만든 기록영화 '올림피아' 2부작은 지금까지도 스포츠 다큐멘터리의 교과서로 꼽힌다. 게다가 이 대회는 인류 역사상 최초로 TV를 통해 중계방송된 올림픽이기도 하다. 당시 독일 제3제국은 좀 더 많은 국민에게 올림픽의 열기를 전달하기 위해 폐쇄회로 TV를 이용해 베를린 시내 곳곳으로 경기 영상을 내보냈다.

이렇게 시작된 올림픽의 TV 중계가 돈이 된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깨닫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1960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스쿼밸리 겨울올림픽 때 마침내 올림픽 중계권의 거래가 시작됐다. 당시 미국 CBS는 독점의 대가로 5만 달러를 지불했다.

50년 뒤, 2010년 밴쿠버 겨울올림픽과 2012년 런던 올림픽 독점 중계를 위해 NBC는 20억 달러의 거액을 베팅해 경쟁자들을 따돌렸다. 하지만 NBC는 과연 그만한 가치가 있느냐는 비판에 직면했고, NBC가 위축된 사이 ABC와 ESPN의 모기업인 월트 디즈니사는 2014년 겨울올림픽과 2016년 올림픽 중계권을 확보해 '올림픽은 NBC'라던 아성에 흠집을 냈다.

이번 밴쿠버 올림픽 국내 중계를 SBS가 독점하면서 KBS와 MBC는 SBS의 부도덕함을 목소리 높여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20여 년간 주요 스포츠 이벤트 때마다 중계권과 광고 수입을 둘러싸고 3대 지상파 방송사가 보여준 배신의 역사를 돌이켜 볼 때 '피해자들'이라고 그리 떳떳해 보이지는 않는다. 독점 중계는 국민의 보편적 시청권에 대한 위협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공동 중계를 한답시고 똑같은 메달 유망 종목만을 온 채널에서 중복 중계하며 시청률 경쟁에 매달렸던 전력을 감안하면 다양한 시청자의 기호 충족이란 명분이 얼마나 헛된 것인지도 느끼게 된다.

시청자들은 지난해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됐던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대회를 앞두고 광고 물량을 기대할 수 없다며 지상파 3사가 일제히 중계 불가 방침을 내세웠던 사실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방송사들이 내세우는 국민의 시청권이란 방송사의 수익이 동반될 때에만 고려 대상이 된다는 것을 지나간 역사가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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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MBC가 SBS의 독점 중계를 규탄한다며 발표한 성명입니다.

공영방송 MBC는 상업방송 SBS의 독단적 동계올림픽 중계 결정으로 중계방송을 포기한다. 또 SBS의 비협조적 보도 영상 제공 계획으로 인해 올림픽 보도 역시 완벽한 뉴스 보도가 불가능하다고 판단,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MBC는 비록 중계방송은 할 수 없더라도 국민의 알권리, 볼 권리를 위해 올림픽 뉴스 보도에는 최선을 다하기 위해 취재팀 2개를 꾸릴 수 있도록 SBS측에 협조를 요청했다.

하지만 SBS 스포츠국장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보도와 관련해 KBS와 MBC에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로 SBS는 일체의 협의 없이 "올림픽 영상 1일 2분 제공, 현지 취재 ID 3장"으로 제한한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해왔다.

이는 15일간 열리는 올림픽 뉴스 보도를 현실적으로 불가능 하게 하는 것으로, 이정도 영상 분량으로는 하루에 뉴스 아이템 하나 이상 제작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은 SBS도 주지하는 일이기에 노골적 타 방송사 방해 의도가 명백하다고 본다.

 SBS는 외부로는 협상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도록 하면서 내심 MBC와 KBS에 뉴스조차도 협조할 의사가 전혀 없었던 것이다.

 이에 MBC는 공영방송사로서 비통한 심정으로 국민 축제인 2010밴쿠버동계올림픽에 관해 중계방송에 이어 어쩔 수 없이 뉴스 보도조차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게 됐다. MBC는 한국 대형 스포츠 중계 사상 유례없는 이같은 사건의 원인제공자는 SBS이고 그동안 방송사 합의사항을 처음부터 준수할 생각 없이 무성의한 협상 태도로 일관한 의도적 결과라고 판단한다.

 MBC와 KBS는 공동으로 마지막까지 SBS와 협상 타결을 위해 방송법 및 방송법 시행령에 의거 방송통신위원회에 분쟁조정을 의뢰했으나 이마저도 SBS가 분쟁조정 자체에 참가하는 것을 거부해 협상은 무산되었고 현재 방송통신위원회는 “신고”에 따른 조사만 하고 있다.

SBS의 이러한 비도덕적인 행태에도 불구하고 MBC는 여전히 올림픽, 월드컵이 국민 관심이 지대한 국가적 행사로서 다른 지상파 채널에서도 공평하게 방송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이후 남아공 월드컵 방송권 재분배에서는 SBS가 합의 위반과 책임을 겸허히 인정하고 성실하게 협상에 응해 합동방송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하며 MBC도 최선을 다해 협상에 임할 예정이다.

 앞으로는 한국 방송계에 SBS처럼 방송3사 사장단의 합의와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리는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기대하며 또한 국민 축제인 올림픽과 월드컵이 보편적 시청권을 외면하고 사익을 추구하는 민영방송사의 수단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자, 그럼 이번엔 지난 2000년 KBS는 어떤 입장이었는지 한번 보겠습니다. 매일경제신문의 2000년 11월 9일 보도 내용입니다. MBC가 박찬호가 등판하는 메이저리그 야구경기 독점중계권을 확보했다는 데 대한 KBS의 분노 넘치는 반응을 다루고 있습니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3&oid=009&aid=0000065320)

MBC의 박찬호 경기 독점중계권 계약에 대해 막대한 외화낭비라는 방송가의 비난이 높다.

KBS는 9일 이규창 스포츠국장 명의의 'MBC의 미 프로야구 독점계약에 대한 KBS의 입장'이란 제목의 공식성명을 내고 "MBC가 3200만달러 (한화 약 384억원)라는 많은 외화를 지불하면서 미 메이저리그 경기 중계권을 독점계약한 것은 방송사간 과열 경쟁을 막기위해 공중파 3사가 합의·시행하고 있는 스포츠 합동방송 시행세칙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KBS는 또 "방송 3사가 합의한 시행세칙 중 합동방송대상 6항에는 메이저리그와 일본 프로야구 리그도 포함돼있다"면서 "지난 97년에도 합동방송대상인 월드컵 축구 지역예선전을 단독 방송했던 MBC가 이번에도 똑같은 잘못을 반복하는 것은 합동방송세칙을 백지화시키겠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KBS가 이같이 공식성명까지 내게된 것은 지난 7일 MBC가 7일 "메이저리그 중계권을 주관하는 MLBI(Major League Baseball International)와 내년부터 4년간 지상파 케이블 위성을 포괄하는 독점 중계권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힌데 따른 것이다. 계약관행이라며 MBC측가 정확한 계약금액은 밝히지 않고 있지만 방송가에서는 대략 3200만달러(한화 약 3840억원)선으로 이야기 되고 있다.

지난 97년 KBS가 박찬호의 경기를 중계하면서 연간 30만달러를 지불했고 이듬해iTV가 중계에 나서면서 100만달러(98년)로 올려놓은 이래 99년 150만달러, 2000년 300만달러를 지불한 점을 감안하면 중계권료가 천정부지로 치솟은 셈이다.

이에따라 방송가 안팎에서는 MBC가 지나치게 높은 금액으로 계약해 결과적으로 막대한 외화 손실을 가져왔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국내 방송사들은 중계권 확보 과열경쟁에 따른 국부유출을 막기 위해 98년부터 KBS MBC SBS 방송3사가 메이저리그 경기등을 합동중계키로 합의, 시행해오고 있다.

그럼에도 MBC가 이를 무시하고 단독 중계키로 했다는 점에서 경쟁사의 비난뿐만 아니라 공영방송인 MBC가 많은 돈을 지불해가며 굳이 독점적 중계권을 확보해야 했는가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이 많다.

이에따라 KBS는 "MBC의 합동방송 참여를 제한하는 문제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말할 것도 없이 대회 이름만 바꾸면 정말 쌍둥이같은 성명임을 알 수 있습니다.

왜 주요 국제경기가 벌어질 때면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요. 원인은 간단합니다. 스포츠 중계가 돈이 되기 때문입니다. 달리 말하자면, 아무리 중요성이 큰 경기라도 돈이 되지 않으면 누구도 중계방송에 선뜻 나서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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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태가 남긴 교훈은 한 방송사가 출혈을 각오하고라도 단독 중계를 감행한다면, 누구도 그걸 저지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재확인하게 된 것 뿐입니다. SBS는 설사 이번 동계올림픽 중계방송이 그 자체로서는 이익을 남기지 못하더라도 - 물론 그럴 것 같지는 않지만 - 장기적으로는 큰 소득으로 남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는 듯 합니다. 여기에는 방송사 이미지나 위상의 제고라는 무형의 소득도 포함시킬 수 있습니다.

이번에 깨졌다는 3사 사장 합의를 볼 때 흥미로운 점을 발견하게 됩니다. 문서상으로 볼 때, 만약 3사 중 어느 하나가 합의를 깼을 경우에 어떤 불이익을 받게 된다는 내용이 없습니다. 하다못해 가수 한 명의 전속 계약에도 약속이 깨졌을 경우에는 위약금을 문다는 내용이 들어 있는 세상이란 점을 감안할 때 참 순진한 일입니다. 더구나 이미 몇번씩 서로 배신하고 배신당한 당사자들 사이의 합의인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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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는 한겨레신문 기사입니다.
http://www.hani.co.kr/arti/society/media/147388.html )

그러다 보니 이번에 '배신당했다는' MBC와 KBS가 목소리만 높이고 있는 것 역시 '누가 깨도 깼을 합의'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하게 됩니다. 만약 그 합의가 전제하고 있다는 '월드컵/올림픽 특별위원회'가 약속을 깬 방송사의 중계 자체를 금지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었어도 이런 식의 배신이 가능했을까요. 설마요. 거액의 중계권료를 내고도 방송을 하지 못할 위험이 있다면 누가 무리를 하겠습니까.^^

네. 저도 설마 그럴리는 없을 거라고 보지만, 지금까지 배신의 역사가 워낙 장구하다 보니 이런 의심까지 하게 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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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결론입니다.

정리하겠습니다. 가능하면 싼 값에 중계를 사다 보여준다면 국민에게도 좋고, 그 이전에 방송사의 수지를 위해 좋은 일일 겁니다. 일각에선 경쟁으로 중계권이 올라가면 국부 유출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할 수만 있다면 가능한 한 싸게 사고 싶은 것은 누구도 아닌 방송사들입니다. 그런 방송사들이 출혈경쟁이라며 돈을 '지를' 때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입니다.

그걸 업계 밖에서 아무리 경쟁하지 말고 싸게 사라고 강요한들, 실제로 심각한 징벌 방안(예를 들면 방송 중계권 무효화와 같은)이 없는 한 '배신'을 막을 방법은 없습니다. 솔직히 좋은 콘텐트가 있고 그걸 확보하려는 경쟁자가 있는 누가 그 경쟁을 막을 수 있을까요.

[물론 정말로 비판자들이 '국부유출'을 경계하는 거라면, 각 방송사들이 'IOC(혹은 FIFA)가 너무 비싼 돈을 요구하기 때문에, 적정 중계권료로 중계권을 확보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올해 월드컵 중계방송은 그냥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국부 유출을 막으려는 저희 방송사들의 충심을 시청자 여러분들이 널리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와 같은 성명을 발표할 때 온 국민이 박수를 보내야 할 겁니다.

그런데 이건 그리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을 듯 합니다. 오히려 '시청료까지 걷어가면서 (혹은 광고도 죽어라고 틀어대면서) 월드컵 중계도 안 하냐, 이 돈먹는 하마같은 놈들아'라는 욕설이 나오겠죠. 참 어렵습니다.^^]

마지막으로, 개인적으로는 공동 중계랍시고 캐스터와 해설자만 다른 방송을 세 채널을 통해 중계하는 꼴은 제발 그만 봤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어떤 이들은 그 '해설자와 캐스터'의 선택이 '시청자의 선택권'이라고 생각할 지 모르지만, 그보다 더 큰 시청자의 선택권은 "올림픽 중계를 볼 것인가, '개그 콘서트'를 볼 것인가, 다큐멘터리 '아마존의 눈물'을 볼 것인가"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월드컵 시즌이라고 월-화-수-목 드라마가 올스톱되는 걸 모든 사람이 당연하게 여기는 것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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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시대의 'Oh!'가 공개되면서 각 멤버들이 입고 나온 치어리더 유니폼의 넘버가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백넘버라고 하려고 했더니 등번호가 아니라 앞쪽에 번호가 붙어 있더군요.^^). 각 멤버들이 갖고 있는 번호는 모두 직접 고른 거라고 합니다. 물론 개개인마다 그 사연을 다 알 수는 없더군요.

소속사에서도 번호의 의미에 대해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지는 않은 상태입니다. 몇몇 방송 인터뷰를 통해 드러난 얘기로는 수영의 번호 24는 본래 '24세에 결혼하고 싶다'는 것이었는데, 소녀시대 활동을 위해선 24세로는 곤란하다며 '42로 바꿔야겠다'고 했다는 정도더군요. 그리고 티파니의 0번은 본래 '01'이었는데 전달 과정에서 1이 떨어져 나가는 바람에 0번이 됐다고 합니다. 그 바람에 티파니는 '팀의 공식 구멍(0)이 됐다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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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연은 직접 만나기 전에는 다 알 수가 없을 듯 합니다. 그래서 그냥 재미로, 과연 소녀시대 멤버들이 고른 등번호는 과연 어떤 스타플레이어들의 번호인지를 한번 살펴보는 걸로 대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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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아의 7번은 어떤 종목이건, 누가 뭐래건 에이스의 번호입니다. 한국에서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김재박 감독과 이종범의 7번이죠. 세계 어느 종목의 어느 팀이라도 팀내에서 7번을 달 수 있는 선수는 그 번호 값을 해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있기 마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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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를 보자면 최고의 7번에는 레알 마드리드의 전설이었던 라울의 7번, 그리고 맨유에 있을 당시 호날두가 달고 있던 7번을 빼놓을 수 없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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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의미로 태연의 9번 역시 많은 선수들이 선호하는 번호입니다. 야구로 치자면 메이저리그에서 20세기 최고 타자 중 하나로 꼽히는 테드 윌리엄스가 9번을 고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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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 9번은 더욱 의미가 크죠. 90년대 세계 최강의 스트라이커였던 호나우두는 브라질 국가대표 노란 유니폼의 9번 자리를 빼앗기지 않았습니다. 마이클 조던도 23번이란 고유 번호를 버리고, 드림팀에서 9번을 달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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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의 11번은 차범근-차두리 부자로 설명을 끝내도 될 듯한 번호. 고전적인 축구 포메이션에서 골키퍼를 1번으로 놓고 죽 나가다가 레프트 윙어는 9번, 스트라이커는 10번, 라이트 윙어는 11번으로 부르는 경우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 축구 사상 최강의 라이트 윙어였던 차범근의 11번은 의미가 각별하다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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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의 12번은 별로 선호되지 않는 번호인 듯도 하지만 꽤 많은 스타들이 달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스타를 꼽으라면 아무래도 마이클 조던의 시절 역대 최고의 포인트가드로 꼽혔던 존 스탁튼의 12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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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현재 미식축구 최고의 스타인 톰 브래디의 12번도 기억해둘만 하죠. 지젤 번천의 남자인 바로 그 톰 브래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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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의 21번을 보는 순간 팀 던컨이 생각나지 않는다면 NBA 팬이라고 할 수 없을 듯. 그 밖의 선수들에겐 사실 그리 선호되는 번호는 아닙니다. 고교야구에서는 투수들이 많이 다는 번호이기도 한데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 21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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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시카의 22번도 고교야구에서는 포수들이 많이 달고 있는 번호죠. 2번이 포수를 뜻하다 보니 주전 포수가 2번을 다는 경우가 많고, 신입생 포수들은 22번을 달고 올라가서 주전이 되는 일이 반복되다 보니 생긴 현상이라고도 합니다.

그 22번 중 가장 유명한 22번이라면 바로 한국 프로야구 초창기 역사를 쓴 선수인 이만수 현 SK 코치를 꼽지 않을 수 없습니다. '22번 헐크'의 전설은 대구 지방에선 여전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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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계 최고의 22번은 아마도 AC 밀란 시절의 카카가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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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의 24번 역시 어린 선수들 중에는 포수 희망자들이 많이 다는 번호입니다. 앞의 2는 포수, 뒤의 4는 4번 타자를 뜻하죠. 하지만 24번 중에 정작 유명한 포수는 별로 없는 듯 합니다. 오히려 가장 유명한 24번은 왕년 피츠버그 시절의 배리 본즈일 듯. (저땐 참 날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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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현역 24번으로는 코비 브라이언트를 빼고 얘기하기 곤란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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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계에서 가장 유명한 24번은 바로 이 선수가 아닐까요.^^ (혹시 수영과 특수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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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연의 32번, 역시 굉장히 유명한 번호입니다. 21세기 초까지 세계 농구계를 지배했던 샤킬 오닐의 32번은 그 자체가 상표가 돼 있죠. 생각해보면 최고의 파워포드였던 칼 말론도 32번이었는데 샤크의 명성 때문에 존재감이 약해져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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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계 최고의 32번은 전설의 투수 샌디 쿠펙스. 200승도 안 되는 통산 성적에도 불구하고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에 거의 만장일치로 들어설 정도로 전성기에는 무적의 투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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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티파니의 0번... 참 드문 번호입니다. 한국 프로야구에서는 단연 공필성 코치가 유명하지만, 메이저리그에도 0번이 있는지는 제가 무식해서 잘 모르겠습니다.

NBA에서는 길버트 아레나스가 0번 플레이어로 꽤 유명하다는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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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소녀시대 멤버들이 번호를 고를 때 이런 스타플레이어들의 백넘버를 얼마나 의식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흔히 야구에서 에이스의 번호로 꼽히는 18번, 랜디 존슨과 이치로의 51번, 박찬호의 61번 등이 없는게 좀 아쉽기도 합니다.

본래 소녀시대가 9명이다 보니 당초 생각은 야구로 한정해 번호를 고르자는 거였는데 좀 더 유명한 선수들로 모으다 보니 온갖 종목이 다 등장했군요. 아무튼 결론은... 소녀시대 포에버?


P.S. 그런데 신기하게도 제가 좋아하는 노래들은 그닥 히트하지 못한다는 징크스가 있는 듯 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소녀시대의 노래는 '다시 만난 세계'와 '힘내', '소원을 말해봐'인데 정작 대박이 난 노래는 '소녀시대'와 '지'... 이번 'Oh!'도 후자의 길을 걷고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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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공부의 신'이라는 드라마가 시청률 선두를 달리고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은 우리 사회의 현주소를 일러주는 현상이라고 할만 합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공부'와 '공부법' 혹은 '명문대 입학'에 관심이 많은지를 보여주는 것이죠.

그러다보니 일각에서는 이 드라마를 사회악의 근원처럼 규정하곤 합니다. 혹자는 김수로가 연기하는 강석호 변호사의 말이 독설이 아니라 그 자체로 독이라고 말하곤 하죠.

반대 논리는 말 자체로는 그럴듯합니다. 지금도 입시 지옥에다 과잉 경쟁으로 자살까지 하는 학생들도 나오는 판에 더 시험 시험 하는게 말이 되는 얘기냐, 그리고 결국 구조적으로 잘사는 집 애들이 좋은 대학 가는게 훨씬 유리한 상황에서, 공부 공부 하는 드립으로 '네가 좋은 대학 못 가는 건 네가 노력 안 해서 그런거야'라는 식으로 호도한다는 식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주장들이 모두 맞는다고 일단 인정해 봅시다. 그럼 대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현실이 그러니 그냥 손 놓고 공부 따위는 거들떠보지도 않는게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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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써 놨던 얘기부터 한번 리뷰해 보겠습니다. 그냥 고리타분한 얘기만은 아닙니다.

제목: 공부의 신

공부에는 왕도가 있을까. 이 답은 공부를 무엇으로 규정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만약 ‘시험 공부’로만 한정한다면 답은 ‘있다’로 바뀐다.

조선 500년을 통틀어 가장 공부를 열심히 한 사람으로는 17세기 시인 김득신이 첫손에 꼽힌다. 베스트셀러였던 『미쳐야 미친다』에 따르면 김득신은 ‘백이전’을 11만3000번 읽은 것을 비롯해 유가의 주요 경서들을 거의 수만 번씩 읽었다고 전해진다. 독서백편의자현(讀書百遍義自見)을 지나치게 충실히 이행한 셈이다.

하지만 다산 정약용은 이런 공부 방법에 고개를 저었다. ‘하루에 100번씩 3년 꼬박 읽어야 10만 번인데 그 많은 책을 모두 만 번 이상 읽는 것이 가능할 리 없다’는 이유다. 다산은 또 증언(贈言)을 통해 제자들에게 과거 볼 것을 적극 권유하면서 시험용 공부법을 일러 주기도 한다. 고문(古文·고전)에서 시작해 그 다음엔 이문(吏文), 그 다음엔 과문(科文)으로 나아가야 빠르다는 것이다. 이문은 중국과의 외교 문서에 쓰이는 중국식 문장, 과문은 과거 시험용 문장을 말한다.

심지어 다산은 ‘(공부에 있어)너희들은 쉬운 지름길을 택할 것이요, 울퉁불퉁하거나 덩굴로 뒤덮인 길로는 가지 말라(諸生須求捷徑去 勿向犖确藤蔓中去)’는 말까지 했다. 좋은 성적을 내는 요령이 있다면 따르기를 피하지 말란 얘기다.

요즘 KBS 2TV 드라마 ‘공부의 신’이 화제다.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한 이 드라마는 교사도 아닌 변호사 강석호(김수로)가 다섯 명의 열등생을 조련해 1년 안에 국립 명문대인 천하대(말하자면 서울대)에 합격시키겠다고 선언하면서 시작된다. 일각에선 학력만능주의와 사교육 열풍을 부추긴다며 비판하지만 학부모들은 ‘룰에 불만이 있으면 룰을 만드는 사람이 돼라’는 강석호의 독설에 ‘부모들이 하고 싶은 말을 다 해준다’며 성원을 보내고 있다.

물론 드라마의 주인공들이 천하대에 간다 해서 그다음의 인생이 공짜로 살아지는 것도 아니고,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지도할 것이 성적 향상뿐일 리는 없다. 하지만 별 희망 없는 학생들에게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 가라’고 가르치는 드라마를 놓고 ‘기득권의 이데올로기를 설파한다’고 지적하는 것은 뭔가 이상하다. 정작 고쳐야 할 것은 명문대를 나와서도 다시 로스쿨이나 치의학전문대학원에 줄을 서게 하는 진짜 세상이 아닐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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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글이기 때문에 못 다 들어간 설명을 덧붙입니다. 증언(贈言)이라는 것은 여유당전서의 다산시문집에 전하는 다산 정약용의 문건 중 '제자들에게 주는 글'이라는 부분을 말합니다.

유배를 간 다산이 현실 정치에 대한 염증을 드러냈을 것도 당연지사. 다산이 이렇게 되는 걸 본 후학들에게도 현실은 멀리 하고 싶은 대상이었을 것 역시 불보듯 뻔한 일입니다. 하지만 다산은 학문에만 틀어박혀 현실을 외면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나라를 위해 일하는 길을 택하라고 후학들에게 권유합니다.

魯之?鄒之翁。當危亂之世。猶復轍環四方。汲汲欲仕。誠以立身揚名。孝道之極致。而鳥獸不可與同?也。今世仕進之路。唯有科擧一蹊。故靜菴退溪諸先生。皆以科目拔身。誠知不由是。卒無以事君也。

노(魯) 나라의 공자와 추(鄒) 나라의 맹자께서는 위란(危亂)의 세상을 당하여서도 오히려 사방(四方)을 두루 돌아다니면서 벼슬하려고 급급하였으니, 진실로 입신양명(立身揚名)이 효도의 극치이고, 새나 짐승과는 함께 무리 지어 살 수 없기 때문이었던 것이다.
요즘 세상에서 벼슬에 나아가는 길이란 과거(科擧) 한 길만이 있을 뿐이다. 그런 까닭으로 정암(靜庵 조광조(趙光祖)의 호)ㆍ퇴계(退溪 이황(李滉)의 호) 등 여러 선생들께서도 모두 과거를 통하여 발신(拔身)했으니 그 길을 통하지 않고서는 끝내 임금을 섬길 방도가 없음을 알겠다.

즉 배운 사람으로서 현실을 외면하지 말고, 불만이 있으면 직접 조정에 나아가 자신의 뜻을 펼치는 것이 지식인의 사명이라고 말한 것입니다. '룰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너희가 룰을 만드는 사람이 되라'는 강석호 아저씨의 말과 본질적으로 같은 얘깁니다.

심지어 한발 더 나아가 다산은 '과거를 보는 데 가장 효율적인 공부법'까지도 소개하고, 위에서 보듯 시험 준비를 하는데 있어 지름길이 있으면 지름길로 가라고 권유하기도 합니다. 흔히 '첩경'이라는 말을 무슨 반칙처럼 생각하는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조언을 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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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다산이 제자들에게 뭐라고 했건 그게 무슨 상관이냐고 생각하실 분들에게 질문합니다. 강석호가 강당 가득 모인 병문고 학생들에게 외치는 '너희같이 모자란 놈들일수록 명문대를 가야 한다' '평생 똑똑한 놈들에게 이용만 당하지 않으려면 너희도 공부해라' '이 세상의 룰이 마음이 들지 않으면 너희가 직접 룰을 만드는 편이 되어라'라는 말이 기득권의 메시지를 그대로 설파하고 있다고 칩시다.

그럼 '그것이 기득권의 논리이기 때문에' 버려야 하는 주장이라면, 대체 학교에서 학생에게 '공부 열심히 하라'는 말 외에 뭘 할까요. '공부의 신'이 전교생 모두에게 공부하라고 강요하는 드라마일까요? 그리고 만약 공부 외에 다른 무엇을 선택하는 학생이라면, 입시 준비를 하는 만큼의 노력 없이 성공할 수 있는 일이 과연 있을까요?

지금까지 나온 정부의 교육 정책 중에는 솔직히 납득이 가지 않는 것이 많았습니다. 시험이 어려워서 공부하느라 자살하는 학생이 나온다고
입시 문제를 쉽게 냈습니다. 평균 점수는 올라갔지만, 변별력이 없어지고 열심히 공부한 학생들이 오히려 손해를 봤습니다.

대학 가기 어려워서 좌절하는 학생들이 많다고 대학 수를 대폭 늘렸습니다. 방방곡곡에 대학이 생겼고, 대학에 가고 싶은데도 경쟁에서 뒤처져 못 가는 학생은 대폭 줄었습니다. 심지어 몇몇 대학은 입학생이 모자라 문을 닫을 지경이 됐습니다. 하지만 그 많은 대졸자가 다 취업할 곳은 없었습니다. 우편 집배원이나 환경미화원에도 대졸자가 지원하는 나라가 정상일까요?

공부 공부 하는 사람들이 학교를 입시학원으로 만든다고들 합니다. 하지만 이미 많은 사람들은 알고 있습니다. 경쟁은 좋은 대학 가려는 학생들만 하는게 아닙니다. 적성에 안 맞는 공부보다 즐겁고 좋은 노래와 춤을 연습한다 해서 모두 소녀시대나 2PM 멤버가 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어떤 일이든, 어떤 직업이든 남들보다 더 잘 하려는 의지는 반드시 경쟁을 유발합니다. 그리고 어떤 분야에서든 남들보다 더 잘 하는 사람은 더 좋은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물론 뭐든 좀 더 잘 해보려는 의지가 없다면, 남보다 못한 대우도 감내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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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들이 원하는 대로 여론에 따르면 곤란하다? 10대들이 원하는 나라를 만들자? 10대들에게 국민투표를 시키면 '모든 대학을 평준화하고 입시 없이 대학가게 해 달라'는 것이 아마 9대1 정도로 통과될 겁니다. 과연 그런 나라가 좋은 나라일지는 정말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노벨상을 받을 만한 석학도, 어떻게 교수가 됐는지 의심스러운 사람도 모두 고등학교 한 반처럼 1등부터 꼴찌까지 천지 차이가 나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대학이 좋은 대학일까요.

저는 좀 의심스럽습니다. '부잣집 아이들만 좋은 대학에 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 '사교육 열풍'도 잡아야 하고, 그렇다고 '학교를 입시학원으로 만들어서도' 안 되고, '좋은 대학에 가는 것이 너의 인생에 좀 더 나은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얘기해서도 안 되고, 그래도 '국가 경쟁력을 위해 인재는 양성해야' 한다면(네. 낱개로 흩어 놓으면 모두 '지당하신 말씀'들입니다), 대체 무슨 방법이 있을까요. 정말 궁금합니다.

정작 먼저 고쳐야 할 것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개발하고 제품을 내놔야 할 인재들이 엔지니어로는 미래가 없다고 한의대나 의대, 치의학 대학원에 다시 줄을 서거나 외국 회사로 빠져나가 버리는 세상입니다. 대한민국의 모든 의대 커트라인이 다 끝난 다음에 서울대 공대 커트라인이 시작되는 세상이죠. 인문계 학생의 대다수가 '고시에 붙지 않으면 실패한 인생'이라거나, 고시 합격을 하지 않으면 공무원이라도 되어야 한다고 목을 매는 세상입니다. 이런 세상을 바꾸지 않고 아이들에게 '공부가 전부가 아니다'라고 백날 얘기해 봐야, 지레 포기하거나 너무 어린 나이에 스스로를 루저로 규정하는 사람들만 늘어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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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형 월드컵'은 지난해 TV 예능이 만들어 낸 가장 성공적인 놀잇감 중 하나입니다. KBS 2TV '샴페인'에서 시작해 이제는 그 후속이랄 수 있는 '달콤한 밤'에서 진행되고 있는 '이상형 월드컵'은 아주 간단한 진행 방식이면서도 보는 이를 빠져들게 하는 매력을 갖고 있습니다.

7일 밤에는 소녀시대 멤버 중 8명(윤아 빼고 나머지 모두)이 출연해 초유의 '다수결 이상형'을 뽑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종전의 이상형 월드컵이 개인의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면 이번 이상형 월드컵은 각 단계에서 승자를 8명의 멤버가 다수결로 가린다는 점에서 차이가 났죠. 짝수인 8명이었기 때문에 두어 차례 4:4 동률도 발생했지만, 그 경우에는 멀리 있는 윤아에게 문자 메시지로 부재자 투표를 하게 하는 기민함도 보여줬죠. 유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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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형 월드컵이라는 게임은 아주 간단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합니다. 예를 들어 출연한 남자 연예인에게 수많은 여자 연예인 가운데 누가 자신의 이상형과 가장 가깝냐고 물으면 평소 이 부분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사람도 쉽게 대답하지 못합니다. 'A도 좋고, B도 좋은데 C 또한 매력적이군요'라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죠.

하지만 이럴 때 누군가 기지를 발휘합니다. '좋아, 그럼 오늘 너에게 누가 진짜 너의 이상형인지 알게 해 주마'라는 상황입니다. 그 대상인 인물에게 자신이 평소 좋아하던 여자 연예인을 32명(너무 많으면 16명^^) 정도 적게 합니다. 그리고는 적당히 대진표를 짜서 1:1로 경합을 시작합니다.

이 코너라면 대한민국에서 신동엽 이상으로 감칠맛나는 진행을 보여줄 MC는 아마도 없을 듯 합니다. 거의 모든 상황을 '몰고 가는' 식의 '깐죽성' 넘치는 진행은 그야말로 최고라고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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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하면 최종적으로 남는 사람이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인물이라는 것은 사실 매우 자명합니다. 물론 현실에서의 친분 관계라는 것도 무시할 수 없을테고, 또 토너먼트 제도의 특성상 대진운이라는 것이 작용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4강 정도는 충분히 갈 수 있는 두 후보가 32강에서 맞붙는 바람에 한명은 떨어지고 한명만 남게 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토너먼트는 스포츠에서 흔히 있을 수 있는 대진운의 또 다른 영향 - 이를테면 강팀끼리 먼저 붙는 바람에 입는 체력적인 손실이나 부상, 기량의 파악 등의 부정적인 요소 - 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토너먼트이기 때문에, 어떤 경우에도 마지막으로 남는 단 한명은 정말 그 사람이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인정할 수 있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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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당연히 '예능적인 요소'는 빼고 하는 이야기입니다. 응답자가 정말 진지하게, 주위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솔직하게 대답할 경우라는 것은 전제로 하고 얘기해야겠죠(또 모 출연자의 경우에는 일부러 '현장에 있는 아무개를 최종 정답으로 해 달라'는 제작진의 요청을 받은 적도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출연자들을 놓고 볼 때, 의외로 진지한 눈빛으로 '경기'에 임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습니다.

경험자들로부터도 '정말 1:1로 붙여 놓으면 사람이 솔직해지는 것 같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당연히 하는 사람 자신도 재미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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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한 개인이 이상형 월드컵을 진행하는 것이 아니고 단체로 진행할 경우에는 어떤 일이 생길지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여러가지 변수가 있겠지만, 이 경우에도 결과에 대해서는 꽤 인정할 만 하다는 결론을 내릴 수있을 듯 합니다.

개인과 단체의 경우 가장 큰 차이는 탈락표의 동향입니다. 우리나라 같으면 각 정당의 대표 경선 때 많이 등장하는 경우죠. 1차로 A, B, C, D 등 네 후보가 입후보해 경선을 벌이고, 과반수를 넘는 사람이 없을 경우에는 결선 투표를 진행하는 경우를 예로 들어 봅시다. 이때 A와 B가 1차 투표에서 1,2위를 차지해 결선 투표를 진행한다고 할 때, C와 D를 지지하던 표가 어디로 향하는지가 실제 패권을 결정하게 됩니다.

다수결 이상형 월드컵의 경우에도 누구든 초기에 자신이 지지하던 후보가 탈락하는 경우에는 맥이 빠지고 결과에 대한 기대가 반감될 겁니다. 하지만 그 뒤에도 투표를 계속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최대한 자신이 그럴듯하게 생각하는 차선 쪽으로 쏠릴 것이 분명합니다.

물론 굳이 나눠 보자면,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가 남아 있을 경우에는 이 후보를 최종 1위로 만들기 위한 쪽으로 움직이는 포지티브(positive)한 행동 방식이 나타나겠지만, 그 후보가 탈락한 뒤에는 누가 더 좋아서라기보다는 덜 싫은 쪽을 위로 올려 보내는, 다시 말해 장점이 많다기 보다는 감점 요인이 적은 쪽을 선택하는 네가티브(negative)한 행동 방식이 주류를 이룰 것이라는 점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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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요소들을 감안해 볼 때 송승헌이 최종 승자로 꼽힌 것에는 꽤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듯 합니다. 뭐 얼마 전 윤아/서현과 함께 문화부장관 표창을 함께 받은 인연 덕분인지 모르지만, 처음부터 투표를 통해 이름을 써 내서 다수결로 뽑힌 것보다 오히려 이런 과정을 거쳐 뽑힌 것이 더욱 설득력있게 느껴집니다. 대한민국의 우상인 '소녀시대가 뽑은 이상형'이라는 칭호는 꽤 무겁게 느껴지기도 하는군요.

사실 남자들로서는 꽤 부러울 일입니다. 이날 신동엽의 멘트 중 "여러분이 어떤 연예인의 전화번호가 알고 싶으면 그냥 가서 물어보세요. 그 분들도 아마 (소녀시대 멤버들로부터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 요청받는 일을) 굉장히 좋아하실 거에요"라는 말이 기억납니다. 그런 소녀시대가 뽑은 것이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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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7일 소녀시대의 다수결 이상형 월드컵을 보고 나니 생각나는 게 있습니다. 만약 이 다수결 이상형 월드컵을 적절하게 의미 있는 숫자, 예를 들어서 10대 후반에서 20대 정도까지의 여성 1000명 정도를 상대로 진행하면 어떨까요. 혹은 40대 여성 1000명 정도를 놓고 해 보면 어떨까요? 물론 여자들만 대상으로 할 필요는 없겠죠. 적절한 장소에 적당히 많은 인원을 놓고 조사를 진행해 '대한민국의 이상형'을 뽑아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달콤한 밤' 제작진이 한번 특집으로 진행해 본다면 결과가 매우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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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년에는 노래 잘 하는 여자를 보면, 혹은 자신의 노래 실력을 과신하고 뽐내는 여자를 보면 지가 무슨 휘트니 휴스턴인줄 아느냐고 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세월이 살짝 흘러 이 말은 지가 무슨 머라이어 캐리냐는 것으로 바뀌었죠. 요즘은 누가 이 자리에 들어갈지 궁금합니다. 아무튼 바로 그 휘트니 휴스턴이 서울에 왔습니다.

2010년 2월6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휘트니 여신님을 친견하고 돌아온 길입니다. 물론 많은 걸 기대해선 안된다고 다짐을 여러 차례 했습니다. 20년 전, 아니 10년 전 휘트니의 모습을 다시 볼 수 있을 거란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았습니다. 'One moment in time', 'Run to you'가 세트 리스트에서 아예 빠져 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에도 당연히 그럴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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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에서 90년대 중반 무렵까지, 세상은 세 명의 디바를 이야기했습니다. 바로 휘트니 휴스턴과 머라이어 캐리, 그리고 셀린 디온이죠. 종합적인 차트 성적이나 판매량으로는 머라이어 캐리가 휴스턴을 앞지를 수도 있을 것이고(RIAA 통계에 따르면 미국 내 음반 판매량으로 캐리는 통산 6300만장, 휴스턴은 5500만장 선입니다), 셋 중 누구를 가장 좋아하느냐 하는 것 등은 취향의 문제라고도 합니다.

하지만 제 기준으로 평가할 때, 제가 노래를 들어 본 여가수 가운데 맨 윗 줄에는 휘트니 휴스턴과 바브라 스트라이잰드가 있고, 이 줄에는 이 두 사람 외에는 올라설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세상에 노래 잘 하는 가수가 한두명일까마는 이만한 가수들을 다시 볼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이 블로그에 오시는 분들이라면 벌써 보셨겠지만 그 인간의 한계를 넘은 듯한 가창력의 절정을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1989년 그래미 시상식장에서 부른 One moment in time.

하지만 휴스턴은 어느새 가수로서의 생명이 끝난 것이 아니냐는 얘기를 들을만큼 철저하게 망가져 버렸죠. 가십 잡지에는 홈리스 가까운 모습이 된 휴스턴의 사진이 실리기도 했습니다. 말 많은 결혼생활과 이혼, 고질적인 마약 문제(90년대 이후 줄곧 '왜 휴스턴은 한국에 오지 않느냐'는 얘기가 나올 때 '세계에서 가장 마약에 대해 민감한 나라이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있어왔습니다)가 이 뛰어난 엔터테이너의 가수 생명을 갉아먹은 것이죠.

어쨌든 지난해 앨범 'I look to you'를 내놓고 가수로서 재기하겠다는 발표가 있었을 때 떠올랐던, '과연 그 기적적인 보컬 퍼포먼스를 다시 볼 수 있을까'하는 궁금증은 기대에 비해 너무나도 얌전한 노래인 'I look to you'를 들었을 때 '아니겠구나' 하는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습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간간이 공개된 라이브 솜씨도 기교는 여전했지만 인간 음역의 한계를 넘나들던 가창력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지난해 가을 이후 복귀해서 노래하는 모습들입니다. 지난해 11월22일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 시상식에서 부른 I Didn't Know My Own Strength.



또 지난해 12월 영국의 신인 발굴 프로그램인 'The X Factor'에 출연해서 부른 'Million Dollar Bill' 입니다.


이어진 월드 투어 소식. 놀랍게도 10년만의 월드 투어가 서울에서 시작된다는 신기한 소식을 듣고서 대체 이게 무슨 일일까 궁금하기도 했습니다만, 아무튼 이런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습니다. 그리고 공연장에 앉았습니다. 숨이 턱에 차서 공연 직전에 입국하는 것도 아니고, 이틀 전에 입국해서 컨디션 조절을 한다는 스케줄이라 그래도 조금은 기대를 했더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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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휴스턴이 부른 노래들은 대략 이렇습니다.

For the lovers
Nothin' but love
한국어로 '감샤합니다'라고 인사합니다.

I Didn't know my own strength
My love is your love
Exale (Shoop Shoop)
If I told you that
It's not right but It's OK

그리고 옷을 갈아입겠다고 들어간 뒤 3곡이 나왔습니다.
One Moment in time - 뮤직비디오
For the love of you - Gary Houston(오빠)
Queen of the night - Chorus

1집 메들리:
Saving all my love for you, Greatest love of all, All at once
(한 곡이 더 있는 듯 한데 확실치 않습니다)

I wanna dance with somebody
I love the lord (from Preacher's Wife)
I Look to you
Step by step
I always love you

encore: Million dollar bill



굵은 글자로 표시된 것은 모두 지닌해 발매된 최신 앨범인 'I look to you'에서 나온 것들입니다. 이 앨범 수록곡이 5곡이나 된 것은 최신 앨범에 대한 홍보의 의미도 있겠지만, 이 앨범의 노래들이 현재 휴스턴이 소화할 수 있도록 맞춤 제작된 것들이라는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공연 내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댄스 곡들의 비중이 높았고, 휴스턴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시간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또 노래 한 곡 한 곡이 끝날 때마다 힘들어하고, 왠지 시간을 끌고 싶어 하는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몸 상태가 그리 좋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한국인이 사랑하는 휴스턴의 파워풀한 목소리를 뽐낼 수 있는 노래는 거의 부르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이 정확할 것 같습니다. Saving all my love for you 같은 노래는 가사를 모르는 사람은 '아 그게 그 노래였어?'라고 말할 정도로 리메이크됐습니다(다만 이 노래를 부르기 전, 마이클 잭슨에 대한 애끓는 추모의 정을 얘기하며 눈물짓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I look to you의 녹음에서는 가릴 수 있었지만, 라이브에서는 왕년의 매끈한 목소리 대신 인생의 굴곡이 느껴지는 허스키한 목소리가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굳이 느낌으로 얘기하자면 휴스턴의 대모인 아레사 프랭클린이 왕년 휘트니 휴스턴의 히트곡들을 리메이크하고 있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대략 어떤 분위기인지 상상할 수 있게 해 주는 영상입니다. 지난해 9월 미국 Good Morning America를 통해 소개된 I'm Every Woman 입니다. 이 노래의 특징을 이루는 끝부분의 고음부를 비롯해 힘든 부분은 거의 다 코러스에게 넘겨 놓은 상태입니다.



하지만 위의 동영상이나 마찬가지로 6일 서울 공연에서도 팬들은 그가 노래를 마칠 때마다 일제히 환호와 박수를 보냈습니다. 아마도 그 분들이 모두 귀가 없어서, 혹은 20년 전의 휘트니가 저 노래들을 부를 때 얼마나 듣는 이가 소름끼칠 정도로 완벽한 가창을 보여줬는지 몰라서 그랬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아마도 왕년의 영웅이었던 그녀가 오랜 방황과 고난을 겪은 뒤 돌아와, 아직도 사람들 앞에서 노래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반가워서였을 겁니다.

그리고 공연의 마지막 곡. 'I will always love you'를 부르며 머리를 매만지는 휴스턴의 모습을 보니 정말 마음이 짠하더군요. 그동안의 사소한 불만들이 사라지는 걸 느꼈습니다. 물론 노래가 만족스러워서는 아닙니다. 모든 관객들은 일어서서 박수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래. 옛날처럼 노래하는 모습을 기대했다면 그거야말로 욕심이지. 이렇게 돌아와 줬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반가운 일인가. 노래는 본래의 악보에서는 한 줄 정도 아래로 내려온 상태였지만 어쨌든 휘트니가 돌아와 있다는 게 중요하지.

부디 7일에라도 목소리가 회복돼 좀 더 나은 공연을 보여주기를, 그리고 앞으로 6월까지 이어지는 50회의 공연에서는 조금이라도 과거의 기량에 근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했습니다. 제발 감기라서 그랬기를 바랄 뿐입니다.

그래도 여전히 마음 속엔 이렇게 노래하는 휘트니가 살아 있다는 건 과연 보는 사람과 본인, 누구에게 더 잔인한 일일까요. 추억이란 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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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스페셜로 접어든 '지붕킥'을 보는 재미 중 하나는 다양한 카메오입니다. 그동안 어떤 식으로든 김병욱 PD와 인연을 맺은 사람들이 저마다 재미있을 거라며 나오는 경우도 있고, 또 이런 저런 필요에 의해 등장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사실 카메오는 '그냥 한번 나오면 되지'라는 걸로 그치지 않을 경우도 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엔 그냥 자연스럽게 묻어 지나가지만 때로는 드물게 작품의 흐름에 방해가 되기도 하죠.

지금부터 뽑는 카메오 베스트는 그냥 순전히 제 편견으로 꼽은 겁니다. 보시는 여러분의 생각과는 매우 다를 수 있습니다. 제가 보지 못한 에피소드인 경우도 있고, 판단 기준이 달라서 그럴 수도 있을 겁니다. 한번 비교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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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타이거JK는 베스트로 뽑기엔 분량이 너무 적었죠. 하지만 "스타일 바꿔. 사람들이 너랑 나랑 헷갈리잖아"같은 멘트는 정말 웃겼습니다. 자, 그럼 본격적인 순위는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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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뽑은 10위는 정일우. 정음에게 흰 강아지와 썰렁한 유머감각을 전해주고 추억 속으로 사라진 첫사랑 남자 역으로 등장했습니다. '거침없이 하이킥' 때와는 달리 조용하고 차분한 역을 맡았는데 자기 몫의 웃음은 충분히 뽑아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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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위는 로버트 레드퍼드 주연 영화 '은밀한 유혹'의 패러디에 출연했던 동네 마트 사은품 담당직원 김한석. 인나에게 반해 물량 공세를 펴고, 사은품 다 몰아줄테니 데이트 한번만 해 달라는 파격 제의를 해서 쫄쫄 굶고 있던 인나-광수 커플을 고민에 빠뜨리는 에피소드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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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위는 신지와 데니안. 특히 신지는 정음과 '서울대 의대생을 만나는 서운대생의 공감대'를 보여주는 연기로 눈길을 끌었습니다. 또 데니안과 묘한 커플 연기도 좋았습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카메오들은 '김병욱표 시트콤 출신' 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나눌 수 있는데, 아무래도 전자 쪽이 훨씬 좋은 호흡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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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위는 준혁을 짝사랑하는 여고생 1진 역으로 나왔던 티아라 지연. 준혁이 자신의 여자친구라고 소개한 정음을 협박하는 모습에서는 살짝 리얼한 분위기가 풍기기도 했습니다. 요즘 '공신' 연기보다 이때가 더 좋았던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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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위는 하이킥판 가족오락관을 진행하러 미국에서 갑자기 날아온 작은아버지 역의 허참. 이제는 브라운관에서 볼 수 없게 됐었던 '자아, 몇 대 몇!'을 다시 볼 수 있어서 반갑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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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위는 하숙범에서 쌔끈한 미남 공대생으로 변신한 김범. 사실 이 에피소드의 김범은 스스로 웃기기보다는 정음과 인나가 범에게 잘 보이기 위해 오버 경쟁을 하게 하는 역할이었는데, 살짝 살짝 웃어주는 살인미소로 자기 역할을 충실히 이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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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위는 지금도 생각하면 웃음이 터지는 윤종신-장항준 비실 브라더스. 정수기를 고치러 왔다가 정음에게 반한 윤종신과 그 사랑을 맺어주려고 나름 애쓰는 동생 장항준은 정말 폭소를 자아냈습니다. 장항준 감독이 외치던 "형, 튀어!"와 거기서 이어지는 비실비실 탈주 장면과 함께 명장면으로 꼽을 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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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콤에서 '내조의 여왕'을 패러디하는 데 못된 동창 이혜영 역할을 할 사람으로 박경림 이상의 인물을 생각해내기도 쉽지 않을 듯 합니다. 물론 등장하는 순간부터 어떻게 진행될 지 예측이 가능한 에피소드지만, 그 구상이 그대로 화면에 표현되는 즐거움도 시청자에겐 큰 법입니다. 박경림이 3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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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하이킥에서 참 잊기 힘든 에피소드가 바로 윤기원의 터미네이터였습니다. 그다지 근육질도 아닌 윤기원이 이 역할을 한다는 것도 그랬지만 마지막의 예언, "당신이 빌 게이츠 어쩌구와 함께 21세기 3대 부호로 꼽히던 주얼리 정이란 말이오?"는 과연 어떻게 실현될지 궁금합니다. 2위.



그럼 1위는 누구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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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런 생각을 해 봤지만 이 분을 빼놓고 지붕킥의 카메오를 논한다는 것은 역시 반칙일 듯 합니다. 순재의 청혼을 받고 고민하는 자옥 앞에 나타난 '젊은 남자' 영규. "누나, 누나아~~"하는 애교와 함께 스포츠카를 몰고, 웃통을 벗고 도끼질을 하는 남자의 유혹에 자옥의 마음이 갈대처럼 흔들리죠. 하지만...

등장한 카메오의 절묘한 연기며 에피소드의 완결성에서 이 이상의 카메오 출연 에피소드는 없었던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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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회 세경 신애 자매를 서울로 끌어내는 데 지대한 역할을 한 김혜성-노승욱 콤비를 비롯해 수십명의 카메오들이 '지붕킥'을 수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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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퍼 주얼리 정의 파트너 후니훈, 줄리엔의 여자친구(?)로 등장해 신애를 울렸던 소이, 물론 찬반이 치열하게 오갔던 이나영 등등입니다. 아직 3월말 종영까지는 한달 넘게 남았으니 그 사이에 또 어떤 카메오들이 등장해 시청자들을 웃길 지 기대됩니다.

이 포스팅의 순위가 그때 다시 바뀔 수 있기를 기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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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보고 약간 이상하다고 생각하신 분도 있을 겁니다. 오늘은 입춘이지만 음력으로는 12월21일입니다. 즉 음력 날짜로 따지면 아직 경인년인 새 범띠해가 아니라 기축년, 소띠해가 끝나지 않은 것이죠. 당연히 설날인 오는 14일이 되어야 그때부터 범띠 해이고, 그때 태어난 아이라야 범띠라고 생각하실 분이 많을 겁니다.

하지만 우리 나라 역법에 따르면 띠의 경계는 음력설이 아니라 입춘입니다. 즉, 오늘 이후로 태어난 아이는 분명히 범띠인 것이죠. 물론 하루 전날, 즉 2010년 2월3일에 태어난 아이는 소띠지만 2월4일부터 2월14일 이전까지 태어난 아이들은 음력 날짜와 무관하게 모두 범띠입니다.

무슨 소리냐고 하실 분도 계시겠지만 이건 엄연히 정해져 있는 규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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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세력을 통해 확인해보는 것이 가장 간단할 듯 합니다. 조선 후기에 완성된 만세력은 역술원의 필수품이죠. 흔히 말하는 사주는 연주, 월주, 일주, 시주의 네 가지를 합한 것입니다. 이를 알아 보기 위해서는 전문가들도 만세력을 찾아 봅니다. 외워서 쓰는 분도 있지만 그건 그냥 기억력 자랑일 겁니다. 인터넷 만세력은
http://www.twomanplus.co.kr 를 사용했습니다.


일단 2010년 2월3일에 태어난 아이의 경우를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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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부터 연주, 월주, 일주, 시주입니다. 그러니까 2010년 2월3일에 태어난 이 아이의 사주는 '기축년 정축월 갑신일 무진시'가 되는 것입니다. 음력 12월20일, 소띠 해의 마지막에 태어난 이 아이는 당연히 소띠입니다.

하지만 하루 지난 2월4일이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2월4일이 입춘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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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이의 사주는 경인년 무인월 을유일 경진시입니다. 분명히 음력 날짜는 여전히 기축년 12월21일이지만, 이 아이는 범띠입니다. 입춘을 경계로 해가 경인년으로 바뀌어 있는 것 뿐만 아니라, 달도 12월이 아니라 1월이 되어 있습니다. (항상 12월은 축월, 1월은 인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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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설날인 2월14일 태어난 아이도 당연히 범띠입니다만, 이미 음력설을 맞기 열흘 전부터 줄줄이 범띠들이 나오고 있었습니다. 음력으로 새해가 되어야 범띠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규정이 그렇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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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만약 음력설이 입춘보다 먼저인 경우에는 어떻게 될까요? 이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음력설이 지났더라도, 입춘이 되기 전에 태어난 아이들은 띠가 바뀌지 않는다'가 정답입니다. 바로 지난해, 2009년이 그랬습니다.

음력으로 2008년은 쥐띠해, 2009년은 소띠해입니다. 그리고 음력설은 1월26일, 입춘은 2월4일이었죠. 일단 음력으로 섣달 그믐날인 12월30일을 보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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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월25일은 음력으로 2008년(무자년) 12월30일. 그러므로 이날 태어난 아이는 당연히 쥐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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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다음날은 음력 날짜론 2009년(기축년) 1월1일인데도 이날 태어난 아이는 쥐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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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소 2월4일, 입춘이 되어서 태어난 아이라야 소띠로 인정받는 겁니다. 음력 날짜로는 1월10일. 정식으로 소띠해가 된지 열흘이 지나서야 진짜 소띠가 태어나기 시작하는 것이죠.

대체 왜 이런거냐고 고민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그냥 음력설이 며칠이건, 매년 띠가 바뀌는 것은 입춘을 경계로 한다는 원칙만 기억하시면 됩니다. 혹시라도 어중간한 때에 태어나 자신이 무슨 띠인지 헷갈리셨던 분들, 이제 혼동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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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굳이 설명하자면, 오랜 농경 문화의 역사 때문에 '날짜는 음력으로 따지더라도 띠는 양력으로 구분한 것이 우리의 전통'이라고 알아 두시는 것도 좋겠지만, 더 헷갈리실 지도 몰라서 생략했습니다. 하긴 가끔 입춘을 비롯한 이십사절기가 양력인 걸 모르는 분들도 있더군요.^^

위 말을 착각하신 분이 있어서 덧붙입니다. '띠는 양력으로 구분한다'는 것은 1월1일부터 바뀐다는 말이 아니라, 양력 2월4일(즉 입춘)부터 그 다음해 2월4일(역시 입춘)까지를 경계로 바뀐다는 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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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근히 유명한 박성혜 전 IHQ 본부장이 책을 냈습니다. 제목은 '별은 스스로 빛나지 않는다'. 누구나 아시다시피 '혼자 빛나는 별이 있느냐'는 영화 '라디오 스타' 대사의 변형입니다.

최근 몇년 사이 매니지먼트업계에서 여성 대표들의 목소리가 꽤 높아졌습니다. 특히 이 분들은 자신들만의 리그(?)를 만들고,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박성혜 전 본부장도 그중 하나였고 김민숙 바른손 대표, 이주영 스타파크 대표, 이정희 아바 엔터테인먼트 대표, 심영 KM컬처 이사 등이 주축을 이루고 있죠. 특히나 박성혜씨는 김혜수, 전도연, 지진희, 염정아, 임수정, 황정민 등이 톱스타로 올라서는 과정을 지근거리에서 지켜본 인물입니다. (물론 그냥 그 회사의 본부장이었다 이런 의미는 아닙니다).

그런 잘나가던 그가 어느날 모든 복록을 마다하고 미국 유학을 떠난다더니 다녀와서 열심히 책을 쓰고 있다고 하더군요. 계속해서 '도대체 왜'의 연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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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업계 관계자가 아니면 이 분을 잘 알 리가 없으니 우선 왕년의 시네21 기사를 보시는 게 도움이 될 듯 합니다. 이 분이 '잘나가던 시절'의 하루를 누가 쫓아다닌 내용입니다.

http://www.cine21.com/Article/article_view.php?mm=005001001&article_id=418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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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간 꽤 오랜 시간 잘 알고 지냈다고 생각했는데 책 내용을 보니 신기한게 많더군요. 광고 카메라맨이던 지진희를 설득해 배우로 만든 건 알았는데 이미 오래 전, 대학 시절에 유명 가수들을 데려다가 잠실 학생체육관을 가득 채우고 이벤트를 벌였다는 것까지는 몰랐습니다.

어쨌든 박씨가 연예 바닥을 휘젓고 다니던 시절은 어느 유명한 감독님이 어느 유명한 매니지먼트사 대표와 논쟁을 벌이다가 "이런 XX, 매니저면 운전이나 잘 하면 되지..."라며 소리를 질렀다는 시절입니다. 그런데 박씨는 최근에서야 운전면허를 땄습니다. 운전도 못하는 매니저가 대체 어떻게 살아남아서 업계를 주도했는지는 참 의문입니다. (물론 이 책에는 소상하게 내용이 나옵니다만, 그 내용을 제가 소개하는 건 곤란할 듯 합니다. 책도 팔려야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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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가까이서 본 박이사님은 참 호기심 많고 잘 빠지는 사람입니다. 뭘 하나 좋아하면 푹 꽂히는 스타일이고, 역지사지를 잘 하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아무튼 주변 사람들, 특히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잘 챙기는 사람이었습니다. 솔직히 기자와 매니저라는 관계상 저한테 뭘 특별히 잘 해준 기억은 없지만, 특별히 다른 사람에게 잘 해준 기억도 별로 없는 그냥 공평한 사람이었다는 생각도 듭니다.

희한하게도 이 책이 나온 날짜가 1월10일. 그리고 이 책의 뒷부분에는 '15년을 그녀와 함께 일했다. 그녀가 일을 그만 두겠다고 한 날 하늘이 쪼개지는 줄 알았다'는 김혜수의 추천사가 들어 있습니다. 한마디로 김혜수와 유해진의 열애 기사가 터졌고, 아무도 본인들로부터는 코멘트를 따 낼 수 없을 때, '한국에서 김혜수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이 책을 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온 사방에서 인터뷰 제의가 들어왔고, '그 부분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는 말을 수십차례 반복해야 했다고 합니다.

조금만 영악한 사람이라도 살짝 책 선전이 될 정도로만 얘기를 '흘렸겠지만', 이 사람은 그럴 인물이 못 됩니다. 하긴 참 '비즈니스 감각 없는 매니저'라는 얘기를 칭찬으로 알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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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미국까지 다녀온 마당에 무슨 일을 하고 싶으냐고 물었더니 '인디 음악쪽 일을 해보려고 한다'더군요. '그걸로 무슨 돈이 되겠느냐'고 말리는 척 했는데 그래도 하고 싶답니다. 하긴 옛날에 저한테서 공연 티켓깨나 뜯어가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이 사람이 뭐 그렇게 계산에 밝은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한국 연예산업에 벤처와 우회 상장 바람이 불어 개도 수표를 물고 다닌다던 시절, 한국에서 제일 큰 매니지먼트사의 2인자로 있으면서도 '한 30억쯤 챙겼지?'라는 질문에는 '챙기긴 챙겼지. 근데 그게 따지고 보면 언젠가는 주식이 올라서 그 정도 될 거라던가...' 라고 할 정도로 셈이 어두웠죠.

한마디로 이 책, '별은 스스로 빛나지 않는다'는 그렇게 자기 실속 안 챙기고 스타들을 빛나게 하기 위해 살았던 사람(이런 식으로 쓰고 있으니 왠지 추도사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그리고 그렇게 살았기 때문에 스타들의 가장 친한 친구로 남은 사람의 기록입니다. 어떻게 하면 스타들을 키워서 돈 벌고 성공하고 유명해질 수 있을까가 궁금한 사람이 볼 책은 아닙니다. 다만 어떻게 하면 남자들이 판 치는 세계에 들어가서 자리를 굳힐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컴플렉스를 이기고 자기 역량을 펼칠 수 있는지에 궁금한 여자들이라면 한번 읽어볼 만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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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이 블로그에서 영감을 받아 썼다는 구절도 있습니다. 매우 기특합니다.

(근데 이보셔. 물론 이름만 소개해도 어떻게 찾아 오겠지만 도메인은 덧붙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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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의 방송계에서 김승우는 많은 예능 PD들이 눈독을 들였던 MC 후보였습니다. 90년대에는 이승연 김혜수 등 여성 톱스타들이 토크쇼 호스트로 재능을 뽐냈고, 지난해에는 박중훈이 토크쇼에 도전한 바 있었죠. 항상 새로운 사람을 찾는 방송계의 속성상 이번에는 김승우가 나설 차례라는 얘기를 여러 차례 들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 주변의 채널을 통해 '김승우가 방송 MC에 관심이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면서 많은 사람들이 '그라면 해볼만 하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었습니다. (지난해에도 스케줄만 맞았다면 한 시상식 MC로 나설 수도 있었습니다.)

배우로서의 인기도 인기지만 김승우는 타고 난 밝은 성격과 친화력을 자랑하는 인물입니다. 게다가 언변은 개그맨을 능가한다고 봐도 좋습니다. 사실 영화배우 가운데서는 신현준-정준호 콤비가 대표적인 개그 콤비로 알려져 있었지만 김승우의 입담은 이들보다 한수 위라는게 중론입니다.

그런 그가 진행한 KBS 2TV 토크쇼 '승승장구'가 첫 방송을 내보냈습니다. 게스트가 김남주라는 것은 알려져 있었지만 내용이 궁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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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주는 여러 모로 훌륭한 게스트입니다. 일단 '내조의 여왕'으로 지난해 성공적인 컴백을 했고 연말 방송사 자체 시상식에서도 뜨거운 눈물과 인상적인 수상수감으로 화제가 됐지만, 그동안 어떤 TV 토크쇼도 김남주를 끌어내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톱스타라고 해서 모두 토크쇼에서 영웅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몇몇 스타들은 오래 전부터 토크쇼에 나오면 시청률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악명이 높았죠. 하지만 김남주는 시원시원한 성격과 매너로 일단 나오기만 하면 대박이 날 것이라고 다들 예측을 하고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승우가 진행하는 '승승장구'에서 첫회 게스트로 김남주를 선택한 것은 결과적으로 그리 성공적인 선택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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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첫회. 당연히 소개할 사람이 한둘이 아닙니다. 김승우를 비롯해 4명이나 되는 보조 MC들이 처음으로 호흡을 맞추는 자리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김승우가 돋보여야 한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김승우와 김남주가 함께 등장함으로써 결과는 최화정을 비롯한 네 MC가 진행하는 토크쇼에 김승우와 김남주가 함께 출연한 양상을 보였습니다. 김승우는 토크쇼 진행자로서의 면모를 보이기에 앞서 김남주의 남편으로,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라기보다는 질문에 대답하는 사람으로 자리매김됐습니다. 김승우 자신도 중간 중간 "나 MC야 MC"라는 말을 농담으로 던졌지만, 시청자들이 보기엔 훨씬 더 심했을 겁니다.

김남주와 김승우가 한 프로그램에 나와서 얻는 장점이라는 것도 충분히 있었을 겁니다. 더 다양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었겠죠. 하지만 첫회 한 회에 그런 장점을 얻은 것과 함께 김승우는 자신이 토크쇼를 진행할 만한 인물이라는 점을 시청자들에게 부각시킬 기회를 전혀 얻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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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쇼와도 특히나 다르게, 김승우라는 배우를 호스트로 기용한, 김승우라는 배우의 40년 내공을 표면에 내건 토크쇼라면 다른 어떤 쇼 보다도 MC의 캐릭터를 만드는 데 초반의 역량이 집중되어야 합니다. 사람들이 지금부터 보아야 할 것은 '아이리스'의 남성미 넘치는 북한 비밀요원이 아니라 인간미 넘치는 새로운 남자 진행자라는 점이 부각되어야 하는 겁니다.

물론 '승승장구'의 제작진은 지난해 '박중훈 쇼'를 구렁텅이에 빠뜨렸던 아마추어 제작진과는 수준이 다릅니다. KBS 예능의 에이스 중 하나인 윤현준 PD가 맡고 있는 만큼, 이런 기본적인 요소들을 모를 리는 절대 없습니다. 다만 이들에게는 '김승우 쇼' 첫 방송이 화제를 이끌어 내야 한다는 점이 MC로서의 김승우가 강하게 어필해야 한다는 점보다 중요했던 것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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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시청자의 입장에서 판단하기에는 좀 모호한 것도 사실입니다. 김승우와 김남주가 털어 놓는 얘기는 풍성했습니다. 그럼 과연 김남주가 나오지 않는 2회에는 뭘 기대해야 할까요. 사실 기대할 게 없었습니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김승우에게 다음 주에는 뭘 기대해야 할 지 전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김남주가 나오지 않아도 이 쇼가 재미있을지는 전혀 미지수인 상황입니다.

결론적으로 제가 보기에 '승승장구' 첫회는 이 쇼가, 김남주의 옆자리에 그냥 게스트로 김승우가 앉고, 메인 MC 자리에 유재석이든 신동엽이든 지석진이든 어떤 MC가 앉았을 때와 어떻게 달라졌을지를 생각하기 어렵게 했습니다. 어차피 한번은 나올 거였다면, 김남주는 좀 더 아껴 두고 초반에는 김승우라는 MC가 어떤 캐릭터인지를 좀 더 확실하게 구축하는데 주력하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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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개인적으로 김승우라는 인물의 MC 자질에 대해 절대 의심하지 않으며, '박중훈 쇼' 때와는 달리 제작진의 역량에 대해서도 전혀 의심하지 않습니다. 다만 이 쇼의 초기 정착에 첫회 게스트가 김남주였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그리 큰 도움이 되지 않을 듯 하다는 느낌이 드는 것 뿐입니다.

P.S. 개인적인 기준으로 볼때 가장 첫회에 돋보인 사람은 우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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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아침에 일제히 엉뚱한 기사들이 일제히 포탈 사이트 전면에 등장했습니다. '유승호-고아성 키스신'이 KBS 2TV '공부의 신'에 나왔다는 거죠. '어라, 키스신은 안 나왔는데...'라는 생각이지만 아무튼 많은 분들이 키스신으로 생각하신 듯 합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장면을 키스신으로 보신 건 착각입니다. 정확하게 설명하면 백현(유승호)과 풀잎(고아성)이 벤치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다가 뭔가 서로 여태까지 경험하지 못한 서로에 대한 느낌을 살짝 나누는 것은 맞지만, 그 장면은 그냥 머리를 털어 주는 장면이었던 겁니다.

물론 현정(지연)의 눈에는 그렇게 보이지 않았겠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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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공부의 신'의 설정은 처음부터 이런 갈등을 예고하고 있긴 했습니다. 백현과 풀잎은 어린시절부터 잘 알던 친구 사이, 그리고 현재 백현과 현정은 사귀는 사이로 돼 있습니다. 물론 애정의 강도는 현정 쪽에서 보여주는 것이 훨씬 강했죠.

드라마가 시작한 뒤로 늘 현정은 백현을 '서방, 서바앙~~'이라고 부르며 따라다니지만 백현 쪽에서 그런 애정표현을 한 적은 없습니다. 오히려 백현을 좀 더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이해하는 듯한 풀잎과 뭔가 뜻이 담긴 눈빛을 주고 받곤 했죠.

문제의 장면은 본래 대본상으로는 볼에 뽀뽀를 살짝 하는 장면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장면은 현장에서 유승호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혔다고 합니다. '아직 그런 애정표현을 TV에서 하기에는 등장인물들이 너무 어린 나이인 것 같다'는 이유에서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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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진 일각에서도 '학생 뿐만 아니라 학부형들의 관심이 유난히 뜨거운 드라마인데, 갑작스레 멜로드라마로 바뀌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은 그리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의견을 제시해 결국 그냥 머리의 먼지를 털어 주는 정도로 수정된 것입니다. 위 사진들처럼 살짝 분위기만 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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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진짜 키스가 아니라고 해도, 현정의 눈에는 두 사람이 키스하는 것으로 비쳤을 것이란 점은 달리 말할 필요가 없겠죠. 사실 요즘의 진짜 고3 들이라면 키스신 정도에 긴장하거나, 실생활에서도 키스의 경험에 그리 민감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지난해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고교생의 35% 정도가 이성 친구와의 포옹 정도를, 20%는 키스를 경험해 봤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http://media.daum.net/society/others/view.html?cateid=1067&newsid=20090316081106818&p=segye)

물론 1/5에 불과하지만,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할 수준도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수치입니다.

하지만 아직 한국 방송에서 떳떳하게 보여줄 수 없는 장면인 것은 분명합니다. 더구나 '공부의 신'처럼 많은 학부모들이 "자녀들에게 공부하려는 마음을 심어 주는 드라마"라고 생각하는 작품에서 이런 비 교육적인 장면(^^)을 보여주는 것은 여러 모로 도움이 안 되는 일이었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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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부의 신'은 당초 일각에서 제기됐던 강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스승의 날 에피소드나 다양한 교육 현장의 문제를 조명하며 일본판 '드래곤 자쿠라'와는 다른 길로 가고 있습니다. 물론 11부인 일본 드라마에 비해 16부인 한국 드라마가 내용이 더 풍부해야 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지만, 이 부분은 아무래도 한국과 일본의 교육 현장에 대한 정서와도 깊은 관련이 있는 듯 합니다.

P.S. 어쨌든 진짜 키스하는 장면이 아니었으니 '아악! 안돼!' 라고 외쳤던 많은 분들, 이제 진정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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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마켓 쇼핑스토리(www.gmarketstory.co.kr) 후원으로 펼쳐진 스핑크스 신년회가 1월30일과 31일 양일간에 걸쳐 성황리에 막을 내렸습니다. 제 깜냥으로는 제법 큰 행사라 아직도 삭신이 쑤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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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모임과는 달리 워낙 많은 분이 오셨기 때문에 대략 가나다순으로 표시해 보겠습니다. 이번 명단의 순서는 오신 순서와는 무관합니다. (빨간 숫자는 모임에 처음 오신 분들)

1. 55세의 열정으로 오신 분
2,3. 목발까지 짚고 처음 오신 분, 그리고 늘 오자를 신경써주시는 그분의 +1.
4. 연속 출장을 기록중인 기러기 한 분
5. '대금업에 종사하시는 분 치고는 참 선량한' 끼 많은 두얼굴의 사나이
6. 이상하게 후다닥님과 번갈아 오시는 분

7. 두번째로 멀리서 온 분
8,9. 저와 모임 나온 횟수가 똑같은 분과 그분의 +1
10. 무려 10권의 서적을 기증해주신 영화배우 고창석씨
11,12. 언제 블로그를 할지 궁금한 남편분과 절대 못하게 저지하고 있는 아내

13,14. 드디어 솔로 탈출에 성공하신 그분과 그분의 선물양(+1)
15. 오늘도 빈손으로 돌아가면 집에서 쫓겨날지도 모른다는 악착같던 30대 유부남 한분
16. 지난해의 앙금을 털어내고 새출발을 하고 있는 분
17. 새롭게 태어난 대망의 발라드가수이자 우리가 찾던 젊은 남자
18. 낚시 복장으로 오셨지만 팔세토 창법은 여전하신 그분

19. 1m78에 7cm 중장비까지 동원해 여러 사람 기죽이던 분
20. 연초부터 유해진 때문에 고생하던 데뷔전 영화감독 한 분
21. 여전히 제일 멀리서 오셔서 막차 타고 가신 분
22. 이제는 신입사원이 아니라며 피아노 반주도 해 주신 분(그리고 뭔가...^^)
23. 아이디의 비밀이 골프채도 아니고 와인도 아니라 참치라고 고백한 분

24. IT업계에 종사하시는 학생(?)이며 여자친구보다 카메라를 자주 바꾸는 분
25. 어딘가로 계속 문자를 보내시던 이 모임의 엄친아
26. 문닫기 10분 전에 쿠키 싸들고 오신 분
27. 처음 오셔서 별로 말수 없이 이것 저것 담아가신 분
28,29. 포항에서 오셔서 이날 총무 역할 하느라 바쁘셨던 분(+1)

30. 처음 오셔서 딱 1시간 머물고 볼일 보러 가신 분
31. 댓글은 죽어라고 안 달다가 악착같이 그냥 오신 분(청담동 회사원 정씨)
32. 그 분한테 묻어서 엉겁결에 오신 분(변호사 P씨)

그리고 여기에 저와 강연을 맡아 주신 이무영 감독님까지 모두 34명이 참가해 성황을 이뤘습니다. 참가 인원이 최다였던 만큼 우발적인 불참 인원도 9명이나 되더군요. 당초 장소 크기를 고려해 참가자를 40명으로 한정했는데(29, 30, 31 세 분은 정원외^^), 이렇게 되고 보니 인원이 넘쳐서 초대하지 못한 분들께 죄송할 뿐입니다. (불참자 중 몇몇 분은 그래도 당일 오전 불참 통보를 하셨지만 예고 없이 안 오신 분들, 반성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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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행사는 양재동에 위치한 카페 '올리브 3막 19장' 지하 소극장에서 열렸습니다. 장소에 대해선 많은 분들이 만족하셨을 것으로 짐작합니다. 방음과 오붓한 분위기가 일품이었습니다.

제가 현장에 5시쯤 도착했고, 그때 이미 열 분 가까이 손님이 와 계셨습니다. 여러분들이 마른 안주 나누기 등을 도와주셨고("이게 혹시 저녁은 아니겠지?"라는 말도 들렸습니다^) 이른 시간부터 정담을 나누시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6시부터 식사 시작. 메뉴는 낙지 볶음밥과 새우 볶음밥이었고 나중에 안주로 애플소스 소시지와 버섯 샐러드가 추가돼 나왔습니다. 허기진 분들을 위해 불고기도 준비할 수 있다는 통보가 있었지만 영업시간 연장을 위해 로비를 벌이느라 그쪽에는 신경을 쓰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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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50분부터 이무영 감독님의 강연이 시작됐습니다. '영화를 알고 봐야 한다'는 주제를 '냉면 맛도 모르고 프랜차이즈 냉면집에 가면서 냉면 마니아를 자처하면 곤란하다'는 데 비유해서 설명하시는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냉면은 진짜 냉면 전문점에서 먹어야죠. (23번님, 반성하세요.)

강연이 끝나고도 한동안 이어진 질문 공세가 성공적인 강연이었음을 보여줬습니다. 이감독님도 밤늦게까지 유쾌하게 노시다 가신 듯 합니다. '상업적인 성공을 획득했으면 예술적인 평가까지 기대하는 것은 양심불량'이라는 감독님의 말씀에 공감하지 않는 듯한 분들도 꽤 있었지만, 아무튼 여기저기서 활발한 토론이 오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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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8시경부터 전통의 퀴즈 행사가 이어졌습니다. 문제는 30개. 선물은 15개. 문제를 맞추신 분이 그 자리에서 1부터 30 사이의 번호를 선택하시는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남들이 꽝 번호를 찍을 때마다 그 자리에서 즐거워하시던 많은 분들의 모습이란... 네. 참 보기 좋았습니다(?).

이날의 퀴즈 진행중 가장 인상적인 답은 - '인도 역사상 가장 유명한 사람' 이라는 힌트가 나간 상황이었습니다. 당연히 한 분이 '간디'라는 오답을 내놨고, 그 다음 한 분이 손을 들었습니다. 이 분의 입에서 나온 답은 '알리'.

...대체 인도에서 웬 알리... (정답은 '석가모니'였습니다.)

그리고 늘 블로그를 출제 범위로 했던 데서 벗어나(뭐 사실 출제 범위라야 큰 의미가 없지만) 영화 제목과 관련된 퀴즈를 마련해 봤습니다. 안 오신 분들도 한번 풀어 보시기 바랍니다. 문제는 유명한 영화의 제목을 살짝 변형한 것들입니다. 이 영화들의 제목을 맞추시는 것이 문제입니다.

1. 66.5

2. 12.87472km

3. 화씨 98.96

4. 초승달

5. 공공의 적

6. 목내이

7. 공부웅묘(功夫熊猫)

8. 세계말일(世界末日)

퀴즈의 열기는 청담동 회사원 정씨가 기증해주신 사인 CD 20장의 처리를 놓고 초유의 OX게임까지 벌이는 상황으로 이어졌습니다. 2번 부부가 협찬해주신 면세가 100불 상당의 조니워커 4종 세트는 묘하게도 마지막까지 남아있다가 마지막 상품으로 8번 커플에게 돌아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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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가 끝난 9시 전후부터는 본격적인 술 처리 작업이 있었습니다. 28번 커플이 주신 1리터짜리 매컬런 댓병을 시작으로 13번 커플이 기증해주신 보드카와 위스키, 17번 손님이 기증하신 중국 술까지 다양한 술병이 돌고 돌았습니다.

이밖에 늘 관심 가져 주시는 M님이 전해주신 100병 가까운 맥주도 퇴치의 대상이 됐습니다. 당초 업소측에서 의무 구매량으로 정한 맥주 35병까지 가세해 여기저기서 치열한 격투가 벌어졌습니다. 이 부분에서 무적의 기량을 과시해오신 11번 님의 중간 결장이 무척 아쉬웠습니다.

주류의 풍족 덕분에 12번님은 스타우트 1상자, 17번님은 S맥주 1상자를 상품으로 받아 가셨습니다. (17번님은 그 무거운 맥주 상자를 잘 들고 가셨는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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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2008년 12월로 끝나 있었던 업소 측의 노래방기계는 2009년 1월까지 신곡을 업데이트한 상태로 변신해 있었습니다(19만원이나 들었다는 업소 측의 푸념을 들어야 했답니다^). 장내의 분위기는 노래 한곡 없이도 날밤을 샐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이런 상황에서 노래방 기계를 사용하지 않았다가는 "왜 쓰지도 않을 걸 업데이트하라고 해서 생돈을 쓰게 했느냐"는 야단을 맞을 상황이라 노래 타임으로 들어갔습니다. 그 와중에 저는 22번님의 도움으로 '그랜드 피아노 반주'를 시도해 봤습니다. (22번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스핑크스 모임에는 참 가수가 넘쳐났습니다. 그 때문에 마이크 못 잡아 보신 많은 분들, 다음 기회를 노려 보시기 바랍니다. 아무튼 이날은 전통의 명가수인 5번, 13번, 18번 님들의 열창 속에서도 새롭게 탄생한 17번 님의 가창력이 유난히 돋보였습니다. 그동안 정원관만 있던 소방차에 새로운 빛을 던져줬다고나 할까요. (반면 19번과 31번의 '내귀의 캔디'는 매우 실망스러웠습니다.

어쨌든 당초 예약시간인 11시를 훌쩍 넘겨 11시40분까지 이어진 자리는 더 이상의 연장은 없다며 지하로 내려오신 사장님의 눈길 속에서 곧바로 파했고, 인근 포장마차로 이어진 2차에도 2/3 이상의 참가자가 그대로 이동하는 성황을 이뤘습니다. 뭐 토요일이라서 그랬겠죠.

개인적으로는 지난 1주일 내내 감기 몸살로 골골했던 터라 목소리도 잘 안 나오고, 몇잔 마신 술이 꽤 부담이 됐던 것 같습니다. 특히 2차 자리의 지나치게 밝은 조명이 견디기 힘들어서 중간에 일찍(그래도 31일 1시를 넘은 시간) 자리를 떴던 점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그 시간 이후에도 많은 분들이 밤을 밝히셨을 거라 생각됩니다.


아무튼 이런 행사를 치를 수 있게 거금 100만원을 지원해 주신 G마켓 관계자 여러분, 다량의 주류를 지원해 주신 M님, 베스트셀러 10권을 지원해 주신 파란미디어 박언니 대표(그렇게 좋아하시던 술을 그냥 바라보고 있는 모습을 보니 참 안타깝더군요), 좋은 장소를 마련해 주신 올리브 3막19장 관계자 여러분, 그리고 이 모임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신 스핑크스 방문자 여러분들 등 많은 분들께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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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 사진도 1조 2조로 나눠 찍는 상황... 공약대로 털고무신(?)을 신고 오신 분의 발이 참 인상적입니다.^^



바쁘신 중에도 참석해 주신 분들께 특히 감사드립니다. 아울러 이날 참가하신 여러분들의 신상이나 실명, 사생활에 대한 댓글은 삼가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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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공부의 신'은 연기자 김수로에게도 큰 획을 긋는 작품이 될 듯 합니다. 이미 방송 초기부터 '강석호 쌤' 혹은 그냥 '강석호'에 대한 관심이 폭발했던 때문이죠.

만화 원작이든, 일본판 드라마 '드래곤 자쿠라'든, 한국 드라마 '공부의 신'이든 어느 작품이거나 주인공은 다소 반골 기질이 강한 변호사 캐릭터입니다. 변호사로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문제아 학교의 특급 문제아들을 지도해 최고 명문대에 합격시키는 것으로 아이들의 운명은 물론 자신의 운명까지 대역전을 노리는 인물이죠. 그리고 김수로는 '너희같이 멍청한 놈들일 수록 천하대에 가서 인생을 바꾸라'고 소리치는 강석호 역을 통해 대한민국 학부형들의 선호도 1위 연예인으로 떠오른 동시에 각계에서 호평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그럼 김수로가 이 역할을 맡지 않았다면 어떤 선택이 있을 수 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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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일본 드라마 '드래곤 자쿠라'에서 이 역할을 누가 연기했는지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설명이 필요 없는 일본의 최고 연기자 중 하나인 아베 히로시가 등장했습니다.

아베 히로시는 일본 배우로는 드문 장신에다 호남형 외모와는 달리 엉뚱한 예측불허 캐릭터를 소화하는 데에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연기력의 소유자입니다. '트릭'이나 '히어로'에선 무표정과 망가짐을 오가는 절묘한 코믹 연기를 보여준 반면 최근 화제작 '천지인'에서는 또 진지한 표정으로 전국시대의 대표적인 무장 우에스기 겐신 역을 연기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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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히로시를 아는 한국 시청자들에겐 거의 자동으로 떠오르는 얼굴이 있습니다. 바로 차승원이죠. 차승원을 '한국의 아베 히로시'라고 하건, 아베를 '일본의 차승원'이라고 하건 거의 비슷한 느낌입니다.

훤칠한 키와 독특한 유머 감각이 참 많이 닮아 있습니다. 또 지난해에는 시청 직원 김선아가 시장이 되는 드라마 '시티 홀'에서 차승원의 캐릭터와, 초등학교 교사 기무라 타쿠야가 총리가 되는 일본 드라마 '체인지'에서의 아베 히로시의 캐릭터가 얼마나 비슷한지가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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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차승원이 강석호 역을 맡았어도 훌륭한 한편의 볼거리가 나왔겠지만, 상당히 다른 캐릭터가 됐을 겁니다. 아마도 지금보다는 '드래곤 자쿠라'의 아베 히로시가 연기한대로, 아이들에 대한 열정보다는 뭔가 알 수 없는 음모를 꾸미는 신비로운 인물의 이미지가 강조되지 않았을까요.

반면 현재의 김수로가 연기하는 강석호는 훨씬 '빈 몸으로 시작해 몸으로 부딪히는' 사나이의 이미지가 훨씬 강조돼 있습니다. 그리고 김수로가 연기하는 쪽이 훨씬 '교사적'으로 보이는 것도 당연한 결과일 듯 합니다. 어쩐지 영화 '울학교 ET'에서의 교사 느낌이 아직 남아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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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설과 카리스마라면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있죠. 만약 '강마에' 김명민이 강석호 역을 맡았다면 어땠을까요.

이것 역시 나무랄 데 없는 한편의 드라마가 됐겠지만, 시청자들이 납득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너무나 카리스마틱한 강석호 변호사가 등장하고, 이런 인물이 왜 학교를 한꺼번에 손아귀에 넣지 못하는 지 의문을 느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유승호나 이현우 같은 '공신돌'들도 오히려 반항하는게 더 어색하게 보일 수도 있습니다.

이에 비해 현재의 김수로는 아이들과 적절한 선에서 대립과 억압의 상황을 잇달아 연출하면서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는 걸로 보입니다. (물론 김명민이 강석호 역을 맡아서 똑같이 강마에 연기를 할 리는 만무하지만, 만약 '강마에=강석호'라면 어떨까 하는 예상을 전제로 하는 농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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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버럭 범수'로 불렸던 이범수도 이 역할의 적임자로 꼽힐 만 합니다. '외과의사 봉달희'에서 선임자 역할을 비롯해 '킹콩을 들다'에서 헌신적으로 여중생들을 이끄는 역도 코치, 그리고 '온에어'에서는 역시 헌신적으로 자기가 맡은 배우를 이끄는 매니저 장기준 역으로 줄곧 '신뢰감 가는 남자' 역할을 통해 캐릭터를 구축해 왔다는 점이 강점입니다.

반면 뭔가 너무 비슷한 느낌을 풍기는 역할을 잇달아 맡음으로 인해서 자신의 커리어 관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을 듯 합니다. 아무튼 이범수가 강석호 역을 맡았다면 뭔가 매회 두어번씩 아이들과 멱살잡이를 하는, 박력 넘치는 '강쌤'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이래저래 독특했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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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런 저런 다른 선택들과 비교해 봐도 김수로의 강석호 연기는 발군이라고 부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역할로 등장하는 김수로를 보고 있으면, 김수로가 아니었더라면 '공부의 신'의 초반 붐이 이렇게 확 일어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런 김수로의 열연 덕분에, 냉철한 듯 하면서도 인간적인 강석호 선생님은 2010년의 기억할만한 드라마 캐릭터에 꼽힐 것이 확실해 보입니다. 다만 방송 시기가 연초라는 점 때문에 연말 연기상의 논공행상 때에는 상당히 불리할 수도 있겠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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