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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5억 방문자 돌파 기념으로 그냥 한번 만들어 봤습니다.

이쪽과 어떻게 줄을 그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뭐 만드는데 돈드는 것도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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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TV '지붕뚫고 하이킥'의 또 한 커플이 위태롭습니다. 바로 광수-인나 커플이죠. 광수(이광수)와 인나(유인나)는 김자옥의 하숙집에서 이미 한 방을 쓰던 사이입니다. 둘은 처음부터 함께 연예계로 진출하자고 굳게 약속한 사이지만, 오디션에서 인나는 발탁되고 광수는 떨어지죠. 결국 인나는 걸 그룹 스키니(사실은 현아 빠진 포미닛)로 데뷔하고, 뜨거운 반응을 얻게 됩니다. 여기까지는 '지붕킥' 시청자들이면 다 아는 진행입니다.

여기서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일이 벌어집니다. 걸 그룹 멤버가 된 인나와 광수의 관계가 위태로워진 것이죠. 당연히 인나는 사생활의 정리가 절실해지고, 핸드폰도 다른 사람(아마도 매니저)이 대신 받아 주다가 결국은 아무 사전 예고 없이 번호가 정지돼 버립니다. 광수의 생일 잔치에도 오지 못하고, 방송에선 "제 남자친구는... 저를 사랑해 주시는 모든 팬 여러분이죠"라는 멘트를 날리며 방글방글 웃습니다.

현실이라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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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현실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얘깁니다. 다만 그리 흔하지는 않을 겁니다. 일단 현실의 걸 그룹 멤버들은 인나처럼 초 스피드로 발탁된지 몇달만에 데뷔에 이르지는 못합니다. 최소 1,2년은 훈련 기간을 갖죠.

그 기간 동안 소속사에서는 기존의 인간관계들을 대부분 정리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왜 그런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을 겁니다. 걸 그룹이든, 보이 밴드든 절대 다수의 팬들은 자신이 사랑하는 스타가 특정인에게 매여 있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거의 모든 아이들 그룹 멤버들이 '애인은 없어요', 심지어 '연애 경험도 없어요'를 간판처럼 내세우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만약 사생활 정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등장하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상당한 피해나 고전이 예상됩니다. 그런 걸 쫓아다니는 기자들이 문제...라고 하고 싶은 분들도 있겠지만, 이미 상황은 그 선을 넘어섰습니다. 어느 그룹 멤버가 '남자와 함께 모텔에 가서 찍은 사진'이라는 사진이 인터넷을 떠들썩하게 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 과거사진'이라는 사진들이 인터넷에 등장하는 일도 그리 드물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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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아가면 지난해를 떠들썩하게 했던 '박재범 마이 스페이스 사건' 또한 네티즌들의 극성스러운 활약(?) 덕분이라는 걸 이제는 모를 사람이 없을 겁니다. 데뷔하기 훨씬 전, 철없는 소년이 친구에게 별 생각없이 던진 몇마디를 찾아내 사람을 죽이네 살리네 하는 것이 가능한 시대가 되어 버린 겁니다. 일각에서는 이 사건을 놓고 '소속사의 관리가 부족했다'며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이런 네티즌들이 있는 한, 소속사에서 아이들 그룹 데뷔를 준비중인 연습생들의 사생활과 전화 통화, 미니홈피를 예의주시하는 걸 탓하기는 힘듭니다.

어쨌든 '지붕킥' 내용대로라면 인나는 연습한지 몇달만에 데뷔를 하게 됐습니다. 당연히 광수와의 감정은 전혀 정리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그리고 여러 해 준비한 연습생이라도 어쨌든 끔찍하게 사랑하는 남친(혹은 여친)이 데뷔때까지도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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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광수와 인나의 관계는 영화 '노팅 힐'을 연상시키는 기자회견장면을 연출해 냈습니다. 광수가 기자를 가장해 "인나씨의 팬으로서 앞으로 더욱 더 높이 올라가길 바란다"고 말하자 인나는 "정말 사랑하는 친구의 생일을 챙겨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역시 대답을 가장해 자기 마음을 전합니다. 그리곤 두 사람의 입모양 인사가 마무리였습니다.

꽤 많은 사람들과 함께 이 장면을 봤는데, 이 장면을 보신 분들은 '인나가 얄밉다' '광수가 불쌍하다' '아니다, 광수가 저렇게 찌질하게 있을 필요가 없다. 인나의 애정을 적극적으로 요구해야 한다'는 등의 의견을 보이더군요.

그런데 여기서 저는 여러분의 입장이 궁금합니다.

한번 상황을 바꿔놓고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지금부터 가상의 상황입니다.

여러분이 눈여겨 본 걸 그룹이 있습니다. 특히 걸 그룹의 한 멤버에 유난히 눈길이 갑니다. 그 멤버의 팬이 되는 바람에 그 그룹을 성원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알고보니 그 멤버가 몇달 전까지만 해도 남자와 동거를 했다더라. 그 남자를 떨궈 버리고 데뷔를 하는 바람에 남자가 폐인이 될 지경이라더라'라는 소문을 듣습니다.

(혹은 소문의 내용을 바꿔 보겠습니다. '몇달전까지 동거를 했고, 지금도 그 남자가 &&를 잊지 못하고 숙소 주변을 맴돈다더라. 둘이 아직도 진한 관계고, &&는 남자 만나러 숙소 이탈했다가 매니저들한테 걸려서 호되게 혼난 적도 있다더라'는 소문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사람들은 이럴 때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특히 후자의 경우, "쯧쯧, && 안됐네. 그 나이에 성공을 위해서 남자친구와 생이별을 하다니, 정말 가슴아프겠구나. 둘이 그냥 예쁘게 만나면서 활동하면 안될까?"라고 생각하실 분들은 과연 얼마나 됐을까요? (질문이 과거형인 것은 '광수와 인나의 사연'을 보기 전에는 어떻게 생각하셨느냐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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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래 전 일입니다. 한때 무척 잘 나갔던 여배우가 신인일 때의 얘기죠. 이 여배우가 막 화려한 조명을 받기 시작했을 무렵, 갑자기 이 여배우의 옛날 남자친구라는 남자가 자신의 존재를 만방에 알리기 시작했습니다. 이 남자의 주장은 '군대 가기 전만 해도 ##(여자의 이름입니다)의 엄마가 나를 사위라고 불렀다. 제대하면 결혼하기로 했었는데 지금은 나를 아는 체도 안 한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느냐'며 분통을 터뜨리는 상황이었죠. 여배우는 여배우대로 '절대 그런 사이가 아니었는데 왜 이제 와서 나를 괴롭히는지 모르겠다'며 눈물의 인터뷰를 하곤 했습니다.

당시 이 사건이 터졌을 때 많은 사람들은 그 여배우를 향해 '왕년에 놀았다더니... 남자도 버리고... 스타가 그렇게 좋은가'하며 혀를 끌끌 찼습니다. 그리고 또 많은 사람들은 대놓고 남자를 욕했습니다. 예전에 어떤 일이 있었든간에 이미 여자의 마음이 떠났고, 그 어렵다는 톱스타의 길을 걷고 있는 왕년의 여자친구를 이런 식으로 다리를 걸어서 어쩌겠냐는 것이었죠. 아마 그 시절을 기억하시는 분들이라면 '난 그런데 관심 없었다'는 분을 빼고 대략 비슷한 느낌을 가지셨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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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 상황을 '광수와 인나'에 대입해 보시기 바랍니다. 만약 인나가 성공을 위해 광수에게 결별을 선언하고(또는 선언이고 뭐고 없이 연락을 끊어 버리고), 광수가 인나를 잊지 못해 '인나는 내 여자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내 팔베개를 하고 자던 여자다'라고 떠들고 다닌다면 어떻게 될까요. 만약 바로 위 사연의 주인공들이 '내가 아는 광수', '내가 아는 인나'라면 저렇게 쉽게 재단할 수 있을까요?

네. 바로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리고 3월16일 방송된 '지붕뚫고 하이킥'의 광수와 인나 에피소드는 바로 그런 시선을 제공해주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쉽게 했던 아이들 그룹과 연예인들의 이야기. 바로 '내가 아는 사람들'이라면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겠느냐는 것이죠. 혹시 전과는 좀 다른 눈으로 보게 되셨습니까?

광수가 인나를 쫓아다니는 스토커로 만들지 말지를 결정하는 것은 언론의 보도도, 네티즌의 극성도 아니라 바로 여러분의 마음, 여러분의 판단, 여러분의 심판이라는 걸 이젠 아시겠습니까?

<<< 이 글 속에 나오는 특정인들과 관련된 이름을 거론하는 댓글은 보는대로 모두 삭제하도록 하겠습니다. 아예 거론을 안 하시는게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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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킥'에서 오래 기억될만한 대사 하나가 나왔습니다. MBC TV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은 이번주면 추억 속으로 사라지게 됩니다. 그리고 그동안 복잡다단하게 진행됐던 네 젊은이의 러브라인도 정리될 전망입니다.

지난주 지훈(최다니엘)은 세경(신세경)이 왜 자신이 선물한 빨간 목도리를 잃어버렸을 때 그렇게 정신이 나간 듯 보였는지, 그리고 그동안 세경이 가끔씩 보였던 우울한 표정이 무슨 의미였는지, 세경이 왜 자신과 함께 갔던 LP 가게에 다시 갔는지를 불현듯 깨달았습니다. 심지어 아버지가 있는 나라로 떠나겠다는 세경에게 '가지 말라'고 말하기도 했죠.

그리고 15일 방송에서 지훈은 세경에게 "그런데 빨간 목도리를 잃어버렸을 때와는 달리 찾았을 때에는 왜 그렇게 담담했느냐"고 묻습니다. 세경은 대답합니다. "겨울이 다 갔으니까..."

참 함축적이면서도 여운이 남는 한마디가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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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경의 서울 생활은 내내 겨울이었습니다(물론 방송된 기간 중 상당 부분이 실제로 겨울이기도 했죠). 시골에서 서울로 올라왔다고는 하지만 생전 처음 해 보는 남의 집 살이에다 동생까지 돌봐야 했으니 마음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었을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지훈에게 말한 '겨울이 끝났다'는 말은, 그런 고생보다 더욱 자신을 힘들게 한 것이 짝사랑이었다는 것을 내비치고 있습니다.

그리고 '겨울이 끝났다'는 말(네, 3월이니 확실히 겨울이 끝나긴 했습니다)은 이제 지훈에 대한 짝사랑으로 가슴아프던 시절은 과거일 뿐이라는 걸 분명하게 해 주고 있습니다. 굳이 일부러 겨울로 자신이 돌아가지 않는 한 말입니다.

지난주 많은 시청자들이 '가지 말라'는 지훈의 말을 보고 새삼스레 지훈과 세경(흔히 '지세'라고 하죠)의 관계 부활을 우려(?)하기도 했지만 세경의 태도로 보아 그럴 가능성은 없을 듯 합니다. 스스로 그 시절이 겨울이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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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지붕킥'의 세경에게 남은 문제는 그동안 긴 겨울 내내 따뜻한 아랫목 역할을 했던 준혁(윤시윤)에 대한 문제입니다. 지금 세경과 신애가 떠나면 가장 혼란을 겪을 사람은 준혁과 해리 남매일 것이 분명합니다. 물론 출산을 앞둔 현경에게도 세경이 필요할 듯 하지만 자옥이 한 집으로 들어왔으니 오히려 세경을 내보낼 생각을 해야 할 상황일 수도 있습니다.

결국 세경이 떠나고, 남은 준혁은 언젠가 어른이 되어 그 섬으로 찾아갈 것을 다짐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결말은 어찌 보면 '거침없이 하이킥'의 유미(박민영)과 민호(김혜성) 커플, 혹은 윤호(정일우)와 민정(서민정) 커플의 처리와 비슷하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에 살짝 불안하기도 합니다(워낙 반복을 싫어하는 스텐레스 김 팀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하지만 소년은 더 성장하고, 그보다 살짝 연상인 소녀도 인생을 더 배워야 합니다. 첫사랑은 이뤄지기 힘들고, 그 기억은 남자를 어른으로 만드는 법이죠.

이런 식의 결말은 언젠가도 얘기한 적 있지만 흑백영화 시대, 줄리앙 뒤비비에 감독의 역작 '나의 청춘 마리안느(Marianne de ma jeunesse)'의 엔딩을 연상시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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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초 유럽. 규율이 엄격한 기숙학교 주변에 호수가 있고, 호수 한복판에는 음침한 고성이 있습니다. 어느날 소년은 우연한 모험 끝에 성에 사는 미녀 마리안느와 연인이 됩니다. 하지만 마리안느 곁에는 음침한 백작과 괴력을 가진 거구의 하인이 붙어 있습니다.

어느날  마리안느는 사라지고, 모든 사람들은 그동안 자신들이 알고 있던 소년과 마리안느의 사랑이 현실이 아닌 환상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하지만 소년은 마리안느가 있는 곳을 찾아 기숙학교를 떠납니다. 마리안느가 말한 단서인 "세 나라의 국경이 만나는 곳에 있는 성"을 향해서. 소년의 친구인 작중화자는 말합니다. '그의 눈에 차 있는 확신을 본 순간, 그건 단순한 환상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고. 영화는 소년의 출발로 끝납니다. 소년이 마리안느를 다시 만날 수 있을지, 그들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그건 이미 영화 밖에 있을 뿐입니다. (김병욱 감독님에게도 이 영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지만, 이 영화를 보신 적은 없다고 합니다.)

준혁과 세경이 '지붕킥'이 끝난 뒤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나머지 네 번의 방송에서 이들의 재회가 이뤄질지, 아닐지도 알 수 없습니다. 세경이 가야 할 나라가 남태평양의 어느 섬나라라는 것과, '겨울이 다 가서'라는 말은 묘한 울림을 남깁니다. 물론 간다고 해서 윤택한 생활이 보장될 리는 만무합니다. 과연 세경의 겨울은 끝났을까요. 끝났다면 그건 3월이 왔거나, 아버지의 초청장이 와서가 아니라 준혁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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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문득 준혁에게 있어 가장 끔찍한 결말은, 순재와 자옥 커플이 세경과 신애 자매를 입양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물론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게 아니라, '최악의 결말은 뭘까'를 상상해 본 결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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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디 에어(Up in the air)'를 만든 제이슨 라이트먼이라는 감독의 이름은 아직 생소하신 분들이 많을 겁니다. '고스트버스터즈'를 만든 이반 라이트먼의 아들이라고 해 봐야 그런데 어쨌다는 거냐고 하실 분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땡큐 포 스모킹'이나 '주노'를 보신 분이라면 '아' 할만한 감독입니다. 미국의 젊은 감독들 가운데서는 제가 가장 기대하는 감독이기도 합니다. 그런 그가 조지 클루니와 함께 또 한번 희한한 소재의 영화를 만든다는데 관심을 갖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나온 영화 '인 디 에어'는 지난번 골든 글로브에서 각색상을 수상했고, 이번 아카데미에는 감독상과 남우주연상 등 6개 부문 후보에 올랐지만 결국 한 부문도 수상은 하지 못했습니다.

기대는 부풀었지만 영화는 쉽게 볼 수 없었고, 마침내 국내에서도 개봉됐습니다. 한걸음에 달려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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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라이언(조지 클루니)은 해고 통보자라는 희한한 직업을 갖고 있습니다. 회사를 대신해 '당신이 해고됐다'는 사실을 전해 주는 역할을 전문적으로 해 내는 직업입니다. 안 그래도 발에 불이 나게 돌아다니던 그는 미국 국내의 온갖 기업들이 금융 위기로 인한 불황으로 정리 해고에 들어간 이후 1년에 300일 이상을 여행하며 보낼 정도로 바빠집니다.

심지어 그는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기내에 끌고 들어갈 수 있는 가방 하나 이상의 짐은 필요 없다'는 내용으로 대중 강연을 할 정도의 독특한 철학을 갖고 있습니다. 유목민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으니 친구나 연인 같은 기본적인 인간관계 따위는 안중에도 없습니다. 1년에 한달도 머물지 않는 '집'은 그림을 떼넨 미술관 같은 분위기일 뿐입니다. 냉장고 안에도 있는 건 미니어처 술병 뿐입니다. 인생의 유일한 목표는... 항공사 마일리지 모으기입니다.

그런 그에게 두가지 사건이 일어납니다. 하나는 그냥 그런 일시적인 상대로 여겼던 커리어 우먼 알렉스(베라 파미가)와의 관계가 점점 깊어 가는 것, 그리고 그를 전적으로 신뢰하던 회사에서 갓 사회에 진출한 명문대 출신의 여사원 나탈리(애나 켄드릭)의 아이디어대로 직접 대면하지 않은 상태에서 화상 채팅으로 해고를 전달하는 시스템의 도입을 심각하게 고려하게 됐다는 것입니다.두 방향에서 자신이 안정해 있던 세계에 위협을 받게 된 라이언은 과연 어떻게 대처하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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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클루니가 연기하는 주인공 라이언 빙엄은 말하자면 '인생의 비밀'을 일찌기 깨닫고 그걸 몸소 실천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는 인생을 쓸데없이 복잡하고 예측불가능한 것으로 만드는 것은 사람들이 스스로 수많은 변수(혹은 짐)들을 포기하지 않고 갖고 가기 때문이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그 변수(혹은 짐)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바로 인간관계입니다.

인생을 혼란시키는 것은 바로 배우자, 자녀, 부모, 형제, 그리고 친구와 지인들 같은 존재들이라는 것이죠. 물론 그들로부터 위안을 얻는 경우도 있겠지만 사람들과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희생이 필요합니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빙엄은 과감하게 '관심 안 주고 안 받기'가 상책이라는 결론을 내려 놓고 있습니다. 쓸데 없는 감정의 소모야말로 시간낭비라는 걸 이 사람들은 '알고' 있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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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선 그리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았지만 이런 사람들에게는 자신이 그어 놓은 경계선 내로 사람이 들어올 때 저절로 머리 속에선 비상 경보가 울립니다. 타고난 매력 덕분에 중년의 나이에도 잠자리 파트너 찾기는 그리 어렵지 않지만, 절대로 상대방에게 필요 이상의 기대나 희망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한마디로 '잘라 버리는 데' 선수인 사람이죠.

그런 그에게 운명처럼 두 명의 여인이 나타나 가치관을 혼란시키는 과정은 어쩐지 '크리스마스 캐럴'을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스크루지처럼 살아가고 있는(물론 모으는 것은 돈이 아니라 마일리지일 뿐이지만) 클루니에게 두 여자는 '당신의 삶에는 과연 어떤 가치가 있느냐'고 묻고, 결국 클루니는 장고에 빠집니다. 그리고 그 과정이 너무나 리얼하고 그럴싸해서 감동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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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트먼의 장편 영화는 이제 세편째입니다. 하지만 몇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두드러진 것은 영화의 주인공은 한결같이 달변가들이라는 것입니다.

'땡큐 포 스모킹'의 주인공 닉 네일러는 각계로부터의 비난 여론에 맞서 담배 회사를 옹호하는 대변인 닉 네일러입니다. 말을 못 할 수가 없는 사람이죠. '주노'의 주인공 주노 역시 나이답지 않은 엉뚱한 논리로 어른들을 꼼짝못하게 합니다. 마지막으로 '인 디 에어'의 라이언 빙엄 역시 '말로 먹고 사는 직업'인 만큼 말재주에 탁월한 재능을 갖고 있습니다.

사실 주인공 뿐만 아니라 라이트먼의 영화는 한결같이 아주 입심 좋고 산전수전 다 겪은 친구와 하룻밤 술자리에서 듣는 파란만장한 스토리를 연상시킵니다. 때로는 이야기꾼 특유의 과장도 살짝 느껴지지만, 아무튼 잠시라도 다른 데 주의를 돌릴 수 없게 하는 세심하면서도 감칠맛나는 이야기 솜씨가 그야말로 발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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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라이트먼의 재능은 캐스팅에서 정말 무릎을 치게 합니다. 반생을 '캐주얼하게' 살아온, 매력적이면서도 냉소적인 중년 남자 역을 조지 클루니보다 잘 할 사람이 몇명이나 있을까 하는 건 물론 시작에 불과합니다(각본가를 겸한 라이트먼도 '클루니가 안된다면 대본을 대폭 고쳐야 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 남자가 내 인생관에 문제가 있는게 아닌가 생각하게 하는 매력적인 중년 여성 역의 베라 파미가, 그리고 얼굴에 '내가 사회 경험은 없을 지 모르지만 인생을 어떻게 사는 건지는 책으로 다 배웠어'라고 쓰여 있는 겉똑똑이 사회 초년병 역할의 애나 켄드릭은 정말 탁월한 캐스팅이라고 칭찬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트와일라잇'에서 여주인공의 진짜 인간 친구 4인방 중 하나일 때 애나 켄드릭을 본 사람이라면 놀라운 변신 능력을 갖췄다고 볼 수도 있을 듯 합니다.

두 여배우가 모두 아카데미 조연상 후보에 오른 것은 배우들 개인의 재능보다 라이트먼의 혜안이 빛난 덕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감히 해 봅니다. (다만 베라 파미가가 73년생이라는 건 좀 놀랍습니다.^^ 한 69, 70 정도면 적당할듯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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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영화에 대한 얘기가 좀 빠졌습니다. 한마디로 인생의 가을을 맞은 사람들이라면 사전지식이고 이해고 아무 필요가 없는 영화입니다. 그냥 보는 즉시 '이건 내 얘기' 이거나 '내가 아는 사람들의 얘기'일 수도 있고, 또는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았지만 '내게도 일어날 수 있었던 얘기'라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그만큼 가슴에 콕콕 박히는 장면이 한둘이 아닙니다. 몇몇 장면에선 77년생인 라이트먼 감독이 어떻게 저런 정서를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수시로 떠올랐습니다. 그 부분에선 아마도 노련한 조지 클루니의 도움이 크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을 해 봅니다.

그리고 이 영화를 일종의 교훈담이라고 친다면, 젊은이들도 꼭 봐야 할 영화입니다. 과연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 지, 나의 10년 후나 20년 후를 생각해 본다면 과연 어떤 중년, 어떤 장년이 나의 모습일지를 한번쯤 생각해 볼 나이에 꽤나 유용한 영화일 거란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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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이 빠른 분들이라면 아마 영화 중간 쯤에서 주인공 라이언의 운명이 어떻게 될 것이라는 감을 잡을 수 있을 겁니다. 이 영화는 예기치 못한 반전을 담고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말의 여운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굳이 이 영화의 장르를 꼽는다면 블랙 코미디라고 해야 할 듯 합니다. 사실 개인적으론 지난 겨울 이후 본 영화 중에서 가장 많이 웃었던 작품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보게 될 많은 다른 분들 가운데는 눈물 흘리는 분도 있을 듯 합니다. 특히 나이만 먹었지 철 없는 삶을 살고 있는 분들, 혹은 나이가 어리고 별 경험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인생 뭐 있냐'며 세상 다 산 척을 하는 젊은이들에게 꼭 권해 주고 싶은 작품입니다. 특히 클루니의 마지막 표정이 오래 오래 기억날 듯 합니다.

뭐 취향 탓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감히 걸작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P.S 아메리칸 에어를 비롯해 어느 항공사에도 1천만 마일을 기념하는 카드는 없다고 합니다. 단, 알렉스가 감동한 콘시어지 키 카드라는 건 실제로 존재한다는군요. 기업체의 정리 해고를 도와주는 사람은 실제로 '전직 상담 서비스(Career Transition Counseling Service)'라는 이름으로 성업중이라고 하는군요.

P.S.2. 어쩐지 아버지 이반 라이트먼의 라이벌이랄 수 있는 해롤드 레미스의 '사랑의 블랙홀(Groundhog day)를 연상시키는 부분도 있습니다. 그런데 왠지 니콜라스 케이지의 '패밀리 맨'에 이어 '여자들보단 남자들이 좀 더 공감하는 영화의 전설' 반열에 들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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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 받은 선물은 추억 속으로 사라지고 이제 먹은 걸 두 배로 토해내야 하는 시절이 돌아왔습니다. 네. 공포의 화이트데이 시즌입니다. 이미 2월14일이 발렌타인데이고 3월14일은 화이트데이라는게 있다며? 라는 식으로 얘기하다가는 인간 취급을 못 받는 시대가 된지 오래입니다.

최근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남성들(아마도 미혼일 겁니다)은 이번 화이트데이 선물값으로 8만2천원을 쓸 각오(?)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꽤 큰 돈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흥미로운 건 이들이 지난 발렌타인데이때 받은 선물의 평균 추정 가격이 4만1천원이라는 겁니다. 정확하게 두배라는 건 시사하는 바가 크죠.

당연히 이 대목에서 황현희의 절규가 생각납니다. "니생일엔 명품백, 내생일엔 십자수냐!" 돈으로 바르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불쌍한 남자들 같으니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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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데이 선물 비용이 딱 두배라는 기사는 이쪽입니다.

http://media.daum.net/economic/industry/view.html?cateid=1038&newsid=20100312074007556&p=akn

그리고 한 홈쇼핑 회사의 조사 결과도 화이트데이 관련 상품의 매출이 거의 두배에 가깝다는군요. 쇼핑 현장에선 세계적으로 유명한 발렌타인데이보다 화이트데이가 더 큰 대목입니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1&oid=014&aid=0002266300

그리고 결정적으로, 흥미로운 조사 결과를 볼 수 있습니다. 남자들의 경우 발렌타인 데이 선물로 받고 싶은 것이 뭐냐는 질문에 1위 초콜릿, 2위가 상품권이란 응답이 나왔답니다. 반면 여자들은 마찬가지로 화이트데이에 받고 싶은 선물로 1위 가방, 2위 화장품, 3위 상품권이라고 응답했답니다.

그럼 화이트데이의 상징인 꽃과 사탕은? ‘가장 받기 싫은 선물’로 찍혔다는 겁니다.

http://weekly.donga.com/docs/magazine/weekly/2009/02/11/200902110500023/200902110500023_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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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이런 얘기를 들으면 충격을 받는 순진한 남자들도 있을 겁니다. 네. 그렇습니다. 화이트데이에 꽃과 사탕을 안겨주면 환하게 웃던 여친이 속으로 '이게 다야? 딸랑 이거? 이 짠돌이 자식. 내년에도 내가 너랑 이날을 보내고 있으면 내가 사람이 아니다' 라고 이를 갈고 있었을 거란 얘깁니다. 작년에 그랬는데 올해도 여전히 여친과 잘 만나고 있다구요? ...아마도 여친의 친구들이 그리 쓸만한 소개팅을 해주지 못한 거라고 생각하십쇼. 행운을 실력으로 착각하면 곤란합니다.

우울한 세상입니다. '쿨한 삶'이나 '세련된 생활'을 추구한다고 포장되어 있는 각종 월간지들을 보다 보면 페이지 사이의 이율배반이 너무도 선명합니다. 한쪽에서는 '돈보다는 역시 나의 꿈이 중요해' '문화와 교양이 풍부한 나는 얼마든지 무식한 너희를 비웃을 수 있어'라는 엘레강스한 기사들이 포진하고 있는 반면 몇장 넘기면 '시계 말고 핸드폰으로 시간을 본다고? 이런 원시인 같으니' '이 정도도 못 사면 너는 인간도 아니야. 어떻게 3년 전 스타일의 청바지를 입고 길에 나설 수가 있어?'라는 식의 돈쓰기 장려운동이 낯간지럽게 나타납니다. 남성지건 여성지건, 사실 아는 사람이 보면 전혀 교묘할 것 없지만, 출판사를 먹여살리는 광고주들에 대한 성의가 철철 넘친다고나 해야 할까요. 이런 메시지들에 중독되신 분들, 제발 깨어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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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세상에서 순진하게 꽃과 사탕만 안겨주면 우리 사랑이 영원할거라고 믿는 건 바보짓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 아침에 넘겨다 본 광고의 카피는 '정말 사탕만 선물하려고?' 더군요. 여자들이 대놓고 '우린 안 보이는 마음 같은 건 몰라. 어서 네 마음이 잘 보이게 신용카드로 그려 봐'라고 말하는 세상. 한번 바꿔보고 싶습니다. 그래서 '남보원'이 승승장구하고, 박성호와 황현희, 최효종의 인기가 하늘로 솟구치는 거겠죠.

(우리 인간적으로, 왜 여자들만 갖고 그러냐고 뭐라 하지 맙시다. 남자들 솔직히 초콜렛만 받아도 감지덕지합니다. 간도 안 맞은 수제 초콜렛 받아도 맛있는척 감동하고 먹는게 남자들입니다. 말도 안된다고 생각하겠지만 그게 사실입니다. 괜히 감동했어. 괜히 맛있다고 그랬어. 한입만 먹을걸 그랬어. ---- 다이어트.)

아무튼 화이트데이가 되어 또 한번 '개콘의 혜안'을 느낍니다. 얼마 전에 썼던 글을 붙여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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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왜 '개콘'에서만 유행어가 나올까

지난 연말연시에 여기저기서 수많은 송년회와 신년 모임이 있었다. 모임의 자리에서 분위기를 돋우는 것은 적시 적소에 사용되는 유행어. 연말 모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된 것이 ‘국가가 나에게 해준 게 뭐 있냐’와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었다면, 2월 초까지 이어지는 음력 신년 모임에서 애용되는 코멘트는 ‘니가 말한 ○○이 그 ○○은 아니겠지’다.

TV와 담쌓고 지내시는 분들은 대체 무슨 소린가 싶기도 할 것 같다. 위의 두 대사는 모두 KBS 2TV <개그 콘서트>(이하 개콘)에 나오는 유행어들이다. 앞의 것은 ‘나를 술푸게 하는 세상’이라는 코너에서 파출소에 끌려온 취객으로 등장하는 박성광이 시도 때도 없이 내뱉는 멘트고, 뒤의 것은 ‘드라이 크리닝’이라는 코너에서 래퍼로 등장하는 김지호가 윤형빈과 함께 하는 말이다.

며칠 전 가졌던 모임에서도 이 분위기는 계속됐다. 그리 친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모인 자리였는데도, 요즘 뜨고 있는 신흥 유흥가 얘기가 오가는 동안 “어떻게 그렇게 잘 알아?” “저희도 그 동에 살거든요” 같은 대화가 나오자, 주위에 앉은 사람들이 일제히 “니가 말한 그 동이 야동은 아니겠지?”를 합창하는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필자 주위의 사람들이 유난히 TV 예능 중독인 것은 아닐 듯했다.

연말연시, 평소 접하지 못하던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다시금 확인하게 된 것은 이제는 TV 예능 프로그램이 젊은층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거였다. 특히나 <개콘>은 중장년층까지 넓은 수용자를 지니고 있었다. 게다가 사람들 사이에서 유행어 하나로 순식간에 형성되는 공감대의 힘은 무서울 정도였다. 함께 미소를 짓는 가운데 ‘아, 개콘을 보시는군요?’ ‘네, 저도 그렇게 딱딱한 사람은 아닙니다’와 같은 정서가 교환되는 것을 보면서 코미디의 힘을 새삼 느끼게 됐다.

현재 유행하고 있는 <개콘> 유행어들의 특징은 무한 확장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과거의 유행어들이 갖고 있던 특징이 변형이 쉽지 않고 원형 그대로 재생할 때 효과적인 것이었다면, 최근의 유행어들은 외부의 사용자들이 자신의 상황에 맞춰 적절하게 바꿀 수 있다는 점이 달라졌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자면 <개콘>의 또 다른 인기 코너인 ‘남성인권보장위원회’에서 박성호가 퍼뜨린 ‘괜히 ○○○ 했어, 괜히 ○○○ 했어, 나 어떡해’와 ‘우리 인간적으로 ○○○는 해 줍시다’는 사용자가 쓰고 싶은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변형될 수 있는 대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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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보원 선생님, 자꾸 성함을 거론해서 죄송합니다.)

또 이런 유행어들의 본고장이 코미디라는 것은 다양한 함의를 통해 언중유골의 효과를 낼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를테면 회식 자리에서 평소 쫀쫀하게 부하 직원들을 편애하던 상사를 향해 “고과 1등만 좋아하는 더러운 부장!”이라고 소리쳐도 어차피 코미디라며 도망갈 수 있다. 뭔가 뒷일이 켕기면 “나 같은 놈도 받아주는 아름다운 선배!”라는 식으로 슬쩍 물타기를 할 수도 있다. 문득 이런 유행어들이 왜 전부 <개콘>에서만 나오고 있는 것인지 생각해 보게 된다.

한때 <개콘>과 천하를 다투던 SBS TV <웃음을 찾는 사람들>은 폐지설까지 나오는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한때 정성호 김미려 조원석 등이 활약하던 MBC TV <개그야>는 어느새 사라져버렸다. 요즘은 후속 <하땅사>가 재건에 안간힘을 다하고 있지만 아직 한 자릿수 시청률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개콘>의 경쟁자들은 왜 이렇게 인구에 회자될 만한 유행어를 낳지 못하는지 한 번쯤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언급된 <개콘>의 유행어들 속에는 세상 읽기가 감춰져 있다는 점을 그냥 지나치면 곤란하다. 듣는 사람이 ‘아, 저건 내 얘기구나’라고 공감할 수 있을 때 유머는 진정한 힘을 얻게 되는 법이다. 그런 면에서 제작진의 분발이 기대된다. “그런 유행어 하나 못 만들면 그건 개그 프로그램 아니잖아요. 그냥 쑈지 쑈.” (끝)



아무튼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남성 여러분, 부디 화이트데이 주말의 위기를 다 잘 넘기시고, 다들 팔팔하게 월요일을 맞이하시길.^ 뭐 돈 굳었다고 좋아하시는 싱글들은 복 받은줄 아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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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1년이라면 벌써 29년 전의 일입니다. 당시에는 '나탈리 우드가 물에 빠져 죽었다'는 외신이 대단한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대강 그 무렵, 그리고 조금 윗세대까지도 '초원의 빛'이라는 영화와 나탈리 우드라는 진한 눈빛의 여배우는 너무도 선명한 우상이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 영화 '초원의 빛'은 1961년작이었고 나탈리 우드는 1981년에 이미 43세의 중년이었습니다. 로버트 와그너라는 일세를 풍미한 미남 스타를 남편으로 두고 있기도 했죠. 어쨌든 1981년 11월28일, 이 부부가 함께 요트로 여행을 떠났다가 나탈리 우드가 익사체로 발견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합니다.

그리고 29년이 지난 최근, CNN은 나탈리 우드의 동생 라나 우드가 '언니의 죽음은 사고가 아니다'라고 주장하며 로버트 와그너에게 책임을 물었다는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나름 그 시대를 아는 사람들에겐 참 충격적인 얘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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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내용을 전하고 있는 CNN 보도(
http://www.cnn.com/2010/CRIME/03/08/grace.coldcase.natalie.wood/index.html?iref=allsearch )는 그 시절을 아는 사람들에겐 참 놀랍기만 합니다.

물론 모르는 분들에게 나탈리 우드는 그냥 흘러간 옛날 배우 중 한명일 뿐입니다. 지금 살아 있다면 72세. 할머니 배우겠군요. 어쨌든 5세때 아역배우로 데뷔해서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마리아, 워렌 비티와 공연한 '초원의 빛'의 디니 역으로 60년대를 대표하는 청춘 스타의 자리를 굳혔고, 한동안 뜸했던 스타덤은 1979년 TV판 '지상에서 영원으로'를 통해 다시 한번 스타덤에 불을 붙인 상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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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세 연상인 남편 로버트 와그너는 50년대 서부극의 미남 히어로 배우 출신입니다. 80년대 국내에서 '부부 탐정'이라는 제목으로 방송된 TV 시리즈 'Hart to Hart'로 인기를 모았고, 젊은 관객들에게는 오스틴 파워즈 시리즈에서 닥터 이블의 부두목인 '넘버 투' 역으로 눈에 익은 배우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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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초원의 빛'이라는 영화 제목을 대면 잉걸스 가족 이야기를 다룬 홈드라마 '초원의 집'과 혼동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엘리아 카잔 감독의 영화 '초원의 빛'은 미국 중서부 지방의 청소년 성 문제를 다룬 당대의 화제작이었죠. '피서지에서 생긴 일' 등과 함께 시대를 한참 지나서도 온 세대의 청소년들에게 영감(?)을 전해준 작품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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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대부분의 어린 시절 명작들이 그렇듯 자라나서 생각해 보면 참 아이들의 이야기 치고는 너무도 무거운 이야기이기도 했습니다. 아무튼 주제야 어쨌든간에 워즈워드의 시 구절에서 따 온 제목, 그리고 어린 나탈리 우드와 워렌 비티의 미모는 참 전설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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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1년 당시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우드의 사망 당시 상황을 '우드의 마지막 몇 시간'이라는 제목의 특집 기사(
http://www.time.com/time/magazine/article/0,9171,925095-2,00.html)로 소개했습니다. 그 내용을 간략히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사고 당일인 11월28일, 이들은 와그너 소유의 요트 스플렌더(Splendour)호를 산타 카탈리나 섬 앞 바다에 정박시키고 3m 길이의 작은 보트를 이용해 섬의 레스토랑에서 저녁식사를 했습니다. 6시간에 걸쳐 만찬과 함께 와인 4병, 샴페인 2병을 마셨다니 꽤 걸찍한 자리였던 셈입니다. 그리고 이들은 다시 요트로 돌아왔습니다.

여기서 당시 검시관이었던 토마스 노구치는 "그리 심하지는 않았지만 열띤 논쟁이 벌어졌다"고 했지만 당시 수사 담당이었던 로이 해밀턴은 "논쟁이 있었다는 증거는 발견할 수 없었다. 아마도 검시관이 다소 과장되게 말한 것 같다"고 했습니다.

자정이 가까운 시각 우드는 두 남자(와그너와 월큰)를 남겨두고 자신의 방으로 갔다가, 나이트가운에 실내화를 신고 그 위에 오리털 파카를 걸친 뒤 갑판으로 올라갔습니다. 영상 10도 가량의 쌀쌀하고 맑은 날씨였다고 전해집니다. 그리고는 고무 보트를 묶은 줄을 푼 뒤 스플렌더의 뱃전에서 바다로 떨어져 빠졌습니다.

당시 노구치는 "살인도 아니고 자살도 아니다. 사고일 뿐"이라는 검시 보고서를 작성했습니다. 당시 우드는 7-8잔의 와인을 마신 상태였고 뺨에 멍이 들어 있었지만 이건 넘어지는 과정에서 생긴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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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배에서 약 90미터 떨어진 곳에 배를 띄우고 있던 한 여자는 당시 '살려줘'라는 여자의 목소리를 들었다고 증언했습니다. 이 소리는 15분 정도 지속됐고(15분이나 살려달라는 소리를 듣고도 내다 보지도 않았다는 뜻?), 그때 한 남자가 '걱정 마. 우리가 건져줄게'라고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는 겁니다. 이 여자는 구조에 응하지 않은 이유를 "외치는 소리에 전혀 위급함이나 다급함이 없었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물론 이 주장은 이 여자 혼자의 주장이었습니다.)

이 증언과는 별도로 와그너는 새벽 1시30분, 배에서 아내가 보이지 않고 보트가 풀려 있자 선착장 관리자에게 연락합니다. 이들은 수색을 개시하고, 오전 3시26분에 코스트가드가 요트에서 1마일 정도 떨어진 곳에서 우드의 시체를 발견합니다.

경찰은 '(1) 우드는 혼자 고무 보트를 타고 잠시 바다 위로 떠다니고 싶었을 것이다 (2) 고무 보트가 뱃전에 부딪혀 내는 소리가 시끄러워 보트가 묶인 위치를 옮기려 했을 것이다', 이 두 가지 중의 하나로 사고 원인을 추측했습니다. 하지만 우드는 생전에 "나는 물에 빠져 죽는 데 대한 공포를 갖고 있다. 수영도 좀 할 줄 알지만, 어둡고 깊은 물은 무섭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런 인물이 설마 혼자 밤 바다 위에 고무보트를 띄울 리가 있겠느냐는 의혹이 남은 셈이죠.

어쨌든 우드와 와그너가 결혼한 장소가 바로 산타 카탈리나 섬 인근에 정박된 이 요트 위였다는 점, 그리고 요트의 이름 '스플렌더'가 우드의 성공작 중 하나인 '초원의 빛(Splendour in the grass)'과 겹친다는 점 등이 묘한 아이러니를 느끼게 한 죽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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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최근 CNN 보도에 따르면 29년만에 우드의 죽음에 의혹을 제기한 사람은 우드의 동생인 라나 우드('다이아몬드는 영원히'의 본드걸 출신입니다)와 당시 요트의 선장이었던 데니스 데번입니다. 데번은 지난해 9월에 'Goodbye Natalie, Goodbye Splendour'라는 책을 내놨는데 이 책에서 데번은 사고 직전 우드와 와그너가 갑판에서 싸웠고, 이 싸움이 우드의 죽음의 원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물론 와그너도 지난해 출간된 책 'Pieces of my heart'에서 그날 밤 우드와 싸웠고, 원인은 자신이 월큰과 우드의 사이를 질투했기 때문이며, 분개해서 와인 병을 테이블에 부딪혀 깨기도 했다고 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다음부터 두 사람의 주장은 달라집니다. 와그너는 다툰 뒤 우드가 자기 방으로 갔고, 자신은 월큰과 화해하기 위해 갑판에서 찬 공기를 마시다가 우드의 방에 가서 우드가 사라진 것을 알았다고 합니다. 배 안에 우드가 없고 고무보트가 없어진 것을 안 뒤 포구로 전화해 수색의뢰를 했다는 것이죠.

반면 데번은 우드와 와그너가 갑판에 올라가서도 한참 계속 싸웠으며, 꽤 시간이 지난 뒤 와그너가 자신에게 와서 "아내가 안 보인다. 좀 찾아 보자"고 했다는 겁니다. 데번은 우드가 사라진것을 알고도 와그너가 즉시 수색을 의뢰하지도 않았다고 했고, 와그너는 이에 대해 "우드는 본래 혼자 빠져나가 다른 배의 파티에 참가하곤 했다. 이번에도 그렇겠거니 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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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참... 29년만에 새록새록 기억나는 엽기적인 사건이기도 하고, 과연 이제 와서 무슨 진실이 밝혀질까 싶기도 합니다. 그저 이런 일들을 누가 또 기억할까 싶어서 정리용으로 남깁니다.

P.S. 김수미씨가 "젊어서 사람들이 나한테 나탈리 우드와 닮았다고 하더라"고 하던 얘기가 문득 기억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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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남자의 자격' 팀이 '뭔가에 열광하자'는 주제로 팬 문화에 침투했습니다. 그리고 그 대상이 된 것은 수애(김태원) 카라(김성민 윤형빈) 소녀시대(나머지 전원+김태원)이었습니다.

'중년이 되어서도 향유할 문화가 있다'는 식의 프로그램이라면 기존 방송에서는 아무래도 뭔가 '중년의 품격'이 느껴지는 분야, 예를 들자면 해바라기나 한영애같이 기존 중년층의 선호가 두터웠던 스타들을 찾아가거나 이승철이나 신승훈 김건모처럼 비교적 긴 수명을 갖고 대중문화의 복판에서 활동했던 스타들을 떠올리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남자의 자격'은 과감하게 '내놓고 말하기 창피한' 아이들 스타 사랑을 전면에 부각시켰습니다.

그 핵심으로 다뤄진 것이 지난 2월28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소녀시대 앵콜 콘서트의 마지막 날. 절로 웃음이 나왔습니다. 그 자리에 저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홉 '소녀' 모두 훌륭했지만 그 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건 유리였습니다. '남자의 자격' 팀에서 가장 높은 인기를 자랑한 것이 유리였는데, 아마도 현장에서 이날 공연을 보신 분들이라면 충분히 공감하실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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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배운게 도둑질이라 잘 나오진 않았지만 사진을 몇장 찍었습니다. 입장하기 전부터 가방 검색을 통해 카메라를 찾는 등 대단히 사진에 민감한 모습을 보이더군요. 살짝 죄책감을 느끼기도 했지만 이 정도의 저화질 사진이 무슨 문제가 있을까 싶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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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비교적 앞쪽으로 다가온 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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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제가 갖고 있는 똑딱이로는 이 정도가 한계였습니다.

물론 아직 기자 직함을 한 부분에 달고 있긴 하지만 취재를 위해 꼭 가야 할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굳이 말하자면 '현장감각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라고나 할까요. 아이들 그룹의 콘서트는 어찌 보면 중년층에겐 좀 부담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8일 '남자의 자격' 방송중에도 '오글오글'이라는 자막이 뜨곤 했지만, 사실 엄밀히 말하면 현재의 중장년층에게 '열광' 자체가 어색하지는 않습니다. 특히나 한국 여성 팬들의 극성스러움은 60년대의 클리프 리처드, 80년대의 레이프 개릿, 90년대의 뉴 키즈 온 더 블럭을 거쳐 세계에서 가장 열기 넘치는 팬덤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연약한(?) 한국의 남성층도 열광할 때에는 열광하는 모습을 보여 왔습니다. 이미 70년대와 80년대에도 왜 한국에는 딥 퍼플이나 레드 제플린, 좀 더 뒤로는 오지 오스본이나 KISS, 아이언 메이든이나 주다스 프리스트가 오지 않는지에 울분을 토했던 기억을 갖고 있는 세대들이기 때문입니다. 메탈리카 첫 내한 공연 때 잠실 체조경기장이 2회 연속 매진됐던 것을 비롯해 록 콘서트에서의 열광은 이 세대에게도 그리 낯설지 않습니다.

단지 그 대상이 다소 간지러운 팝 아이들일 경우에는 그 열광이 매우 쑥스럽게 느껴진다는 겁니다. 중년 여성층이 일찌감치 2PM이나 SS501, 이민호를 향해 환호하는 건 어색하지 않은 분위기가 됐지만 중년 남성층이 반대의 경우에 환호하는 것은 SES나 핑클 때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고, 소녀시대나 카라의 등장 이후에 간신히 싹이 트고 있는 정도라고나 해야 할 듯 합니다.

당연히 역사적인 경험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일이기도 하죠. 현재 소위 소녀시대의 '삼촌팬'으로 불리는 사람들 중 대다수가 10년 전 청소년기에 핑클과 SES를 경험한 사람들이라는 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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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보면 이건 남보원(남성인권보장위원회) 소재로 등장할 법도 한 일입니다. 이미 여성들이 '꿀복근'과 '식스팩'을 거론하며 사심 충만한 눈빛으로 침을 튀길 때 남자들은 거기에 대해 군소리조차 할 생각을 못했지만, 유이의 '꿀벅지'가 유행어로 등장했을 때 일부 여성들은 성희롱이라며 목소리를 높인 것이 대표적인 현상입니다.

심지어 닉쿤의 탄탄한 복근과 소년같은 미소를 보고 넋을 잃고 있던 중년 여성들조차 남편들이 소녀시대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거나, '청춘불패'를 보면서 웃고 있는 걸 보면 쌍심지를 한껏 돋구곤 합니다. (네. 아마도 많은 가정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일 겁니다.)

만약 소녀시대나 원더걸스, 카라나 티아라를 향한 중년 남성들의 시선을 '음심'으로 규정한다면 그 반대편에 있는 동방신기나 빅뱅, 2PM 멤버들을 향한 여성들의 시선 역시 같은 차원으로 내려와야 하는게 당연한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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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28일의 콘서트는 중년층이 보기엔 상당한 체력을 요하는 것이었습니다. 무려 3시간30분에 걸쳐 30여곡이 불려지더군요. 물론 김종서나 이승환 같은 콘서트 중심의 가수들도 거의 30곡 가까운 노래를 부르기도 합니다. 게다가 소녀시대는 멤버가 9명이나 되니 중간 중간 쉬는 시간도 있어 30여곡이 그리 체력적으로 부담될 것 같지는 않더군요. 문제는 보는 사람의 저질 체력입니다.

그래서 중간 무렵, 공연이 약간 소강상태로 접어들었을 때 살짝 뒤로 기대 눈이 감길 위기에 놓인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중간 무렵, 전반적으로 살짝 처져 있던 팬들을 불타오르게 한 이벤트가 있었습니다. 바로 유리의 등장입니다.

단 한장의 사진으로 아마 모든 걸 설명할 수 있을 듯 합니다. 바로 이 모습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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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설명이 필요 없었습니다. 사실 이날의 관객들은 70% 정도가 다양한 연령층의 남자(10대/20대/30대가 사이좋게 30:30:30 정도?)였습니다만, 정말 양처럼 순한 관객들이었습니다. 나중엔 아예 소녀시대 멤버들이 객석 바로 앞에까지 와서 '일어나서 함께 놀아요'를 외쳤지만, 거기에 호응해 일어서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딱 보기에 소녀시대 멤버들을 2-3m 정도 거리에서 마주 보는 맨 앞줄 관객들도 '일어설까 말까'를 너무나 망설이는게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그만치 소심하고 얌전한 팬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유리의 단독 무대(아홉 멤버 모두 단독 무대를 가졌습니다)가 시작됐을 때 이 양떼는 사자처럼 환호하더군요. 그제사 왜 '현장에선 유리'가 진리인지 깨달았습니다. 어제 방송된 '남자의 자격'에서도 유리 팬은 3:1의 경쟁률을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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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다른 소녀시대 멤버들도 빛을 발했지만 아무튼 유리의 존재감은 현장에서 더욱 빛을 발했습니다. 며칠 전에는 유리를 '성인돌로 발돋움하고 있다'고 묘사한 글도 본 기억이 있는데, 그런 요소를 떠나 유리에 대한 열광에서는 '남자의 자격' 멤버들에게 심하게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아울러 이 아이들을 이렇게 잘 뽑고 키워 놓으신 이수만 회장님에 대한 감사가 무럭무럭 자라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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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TV의 새로운 대작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를 보다가 웃음이 절로 나왔습니다. 이 드라마의 경쟁작은 이미연이 타이틀 롤을 맡은 '거상 김만덕'. 아마도 이 드라마의 가상적은 바로 '거상 김만덕'과 그 드라마를 보는 시청층으로 가정되어 있을텐데, 막상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이하 신불사)'를 보고 나니 일단 내부의 적을 정리하는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박봉성 원작 만화의 스토리는 그리 탄탄하다든가, 치밀하다고 부를 요소는 없습니다. 어찌 보면 딱 황당무계하다고 할 수준이죠. 그런 만큼 영상으로 그대로 옮기기에 쉽지 않은 부분이 꽤 있을 듯한 작품입니다. 특히 미술 부문,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세트 디자인에서 상당히 큰 노력이 필요한 드라마인데, 첫회를 보고 나니 이 부분이 심각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나마 이 드라마 첫회 경쟁작을 시청률에서 앞설 수 있었던 것은 한고은의 절대적인 공이라고 해야 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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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회에서는 주인공인 강타(송일국)의 본부로 보이는 공간이 꽤 중요하게 등장했습니다. '보스'인 강타와 007 시리즈의 Q에 해당하는 박사님, 요즘 영화나 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는 해커 스타일의 남자 직원, 그리고 '보스'의 추종자인 비비안(한고은) 등이 이용하는 공간이었죠.

이 공간의 세트는 최악입니다. 전혀 세계를 움직이는 사람의 본거지라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 푸르스름한 조명과 조잡하게 은빛으로 칠해진 기둥, 싸구려 대리석 느낌의 벽 마감재는 약 20년 전쯤 서울 강남 지역에 생겨나던 호프집의 내장 수준이었습니다. ('신비로운 느낌을 자아내기 위한' 드라이 아이스는 왜 안 나오는지 궁금할 정도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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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게 생긴 조명기구와 벽에 붙어서 불빛이 번쩍이는 기계는 만약 미국 드라마에 나왔다면 '스타 트렉'같은 60년대 SF 드라마에 대한 오마쥬라는 평을 들었을지도 모르지만 2010년 한국 드라마에 등장하는 이유는 전혀 짐작할 수 없겠습니다. 아무튼 '대단히 고가의 기밀 장비가 설치되어 있는 방'이라는 느낌을 주려는 의도는 알겠으나 그 표현의 수준은 1980년대 초 이후로 본 기억이 없는 것들입니다. 그래서 무척 유쾌했다고나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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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악당이 여기자 한채영을 데리고 아랍 왕자의 배에 도착한 장면입니다. 뭐 기자를 데리고 이 배에 오르는 이유도 엉성하지만 대강 넘어가겠습니다. 중요한 건 배의 크기입니다. 잘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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뱃머리에 서 있는 송일국과 다음 사진을 보시면 대략 배의 크기를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심지어 이 배는 2층이 있을만한 크기도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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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배 안으로 들어가면 어마어마한 크기의 회의실이 나옵니다. 이건 들어갈땐 초가집인데 들어가 보니 농구 코트가 나오는 수준이란 생각이 듭니다.

세계적인 갑부로 설정된 아랍 왕자의 요트 치곤 일단 요트가 너무 작은데다 방의 꾸밈새 역시 지나치게 검소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물론 아랍 왕자라곤 단 한명도 만나본 적 없는 제가 그냥 통념으로 이런 얘길 하면 안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많은 아랍 왕자 중에도 근검 절약을 모토로 하는 분이 한두명은 있을 지도 모르니까요. (그런데 왜 하필 그런 분이 이 드라마에 나오는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이 배는 아라비안 나이트에 나오는 요술 배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배가 신기한 배라는 증거는 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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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 배의 가장 중요한 존재 이유는 이 장면을 찍기 위한 것이라는 점이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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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의 그 회의실만으로도 벅찰 것 같던 그 배 안에 이런 대형 침실도 있습니다(다목적 객실이라 순식간에 책상과 의자를 바다에 던져 버리고 침대를 펴서 만든 방인지도 모릅니다). 아무튼 방금 위에서 보듯 바다 속에서 뽀뽀를 하고 나온 두 사람인데 머리며 옷가지, 어디에도 물기 하나 없더군요. 그 침대 위에 아이라인도 지워지지 않은 한채영이 누웠습니다.

아랍 왕자의 요술 배에는 초대형 드럼 세탁기를 능가하는 탈수장치가 있는게 분명합니다. 일단 구해낸 사람을 침대에 눕히기 전에 깔끔하게 탈수를 시켜 주는 센스가 필요한 순간입니다. (네. 검소하신 아랍 왕자님도 필요한 장비 구입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 듯 합니다.)

물론 하와이 로케이션을 비롯해 돈 쓸 데가 꽤 많다 보니 사소한 부분(?)에는 제작비가 미치지 못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야외에서 보여지는 장면의 '가격'과 실내에서 촬영한 장면의 '가격' 차이가 너무 심하다는 것은 좀 실소를 자아내게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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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회 그래도 경쟁작을 뿌리치고 시청률 선두를 달린 것은 아무래도 한고은의 공로라고 봐야 할 듯 합니다. 한고은은 허경환풍으로 "내가 오늘 신불사 살렸다"고 말할 자격이 있습니다. 솔직히 하와이의 아름다운 해변보다는 한고은-한채영-유인영으로 이어지는 곡선에 끌려서 이 드라마를 보신 분들이 더 많을 겁니다. 이 중에서도 캐릭터로 보나 연기 적응력으로 보나, 결국은 한고은이 이 드라마를 이끌어 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어쨌든 첫회는 '세트 디자인이 받쳐주지 못해서' 라고 핑계를 댈 구석이 조금은 있는 듯 합니다. 과연 2회 이후에도 그런 핑계가 유효할지는 더 지켜 봐야 알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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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범의 영구탈퇴 처리와 2PM에 대한 팬들의 비난으로 이어진 사태가 참 점입가경입니다. 물론 현재 2PM의 재범을 뺀 나머지 여섯 멤버들과 소속사 JYP를 비난하고 있는 팬들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지만, 참 신기하다는 생각을 버릴 수 없습니다.

한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2PM의 잔류 멤버 6명은 대체 왜 그렇게 팬들의 눈에 '배신자'로 보일 정도의 태도를 드러낸 것일까요. 그들이 박재범과 함께 활동할 수 없고, 박재범을 제외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데에 혹시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닐까요? 어떤 식으로든 확실한 결론은 내릴 수 없겠지만 한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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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팬들이 의지하고 있는 것은 '어쨌든 박재범은 비난받을만한 행동을 하지 않았고,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들은 (무슨 이유에서건) 박재범을 2PM에서 제거하려는 JYP의 간교한 책동에 의해 조작된 일'이라는 믿음입니다.

하지만 단적으로 얘기해서, 정말로 박재범이 비난받을만한 행동을 했는지, 혹은 하지 않았는지에 대해 정확하게 아는 사람은 극소수일 뿐입니다. 그럼 박재범은 정말로 비난받을만한 행동을 했을까요, 혹은 하지 않았을까요?


일단 제가 알고 있는 지난해 12월 초까지의 상황을 공유하겠습니다. 지난 12월10일, 2009 골든디스크 시상식이 열렸습니다. 이때 주최측이었던 저희는 골든디스크 시상식장에서 재범과 여섯 멤버의 재결합이 이뤄지게 하는게 어떠냐고 JYP 측에 제의했습니다.

이렇게 제의할 수 있었던 것은, 당시 JYP가 이미 재범의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단지 시점이 문제였죠. 팬들은 당시에도 '복귀 시점을 명확하게 밝히라'고 주장하고 있었지만 그 시점을 밝힌다는 것은 '우리는 이미 재범의 복귀를 결정했다'고 선전하는 거나 마찬가지였습니다. 그건 이미 잠잠해진 재범에 대한 반대 여론을 다시 확산시킬 우려가 있는 행동이었으므로 대외적으로 신중할 필요가 있었을 뿐입니다.

(지난해에 썼던 박재범 관련 글들입니다.)

 




아무튼 골든디스크는 물론이고 지상파 3사의 연말 가요 프로그램, 케이블TV M-NET의 MAMA 시상식, 등등 연말에 몰린 거의 모든 행사 주최측은 '재범과 2PM의 재결합' 이벤트를 자기네 행사에 유치하려고 달려들었습니다. 이미 관계자들 사이에서 재범의 복귀는 기정사실이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어느 한 쪽을 선택할 수 없는 상황이었으므로 JYP 측은 "일단 연말까지는 복귀 계획이 없다. 복귀는 내년 상반기에 이뤄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JYP의 현재 주장에 따르면 재범이 '문제있는 행동'을 회사 측에 통보해 온 것이 12월22일, 그리고 회사와 2PM의 나머지 멤버들이 재범의 제명을 결정한 것이 1월초입니다. 12월22일 이전까지, 팬들은 몰랐을 수도 있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재범이 곧 돌아온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었습니다. 뭔가 그 분위기에 변화가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느낌이 감지된 것은 1월 중순 이후의 일이죠. 그러니까 12월말부터 1월 초 사이에 '뭔가'가 있었던 건 확실합니다.

그럼 이제부터 현재의 상황을 두가지로 나눠 생각해 보겠습니다. 물론 설명을 위한 것이고, 현재로서는 두 가지 모두 가정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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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 1. 재범은 아무런 문제될 행동을 하지 않았다. 회사가 재범에게 엉뚱한 혐의를 뒤집어 씌우고 그를 제거하기 위해 음모를 꾸민 것이다.

이 경우를 살펴보겠습니다. 모든 행위에는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대체 왜 JYP는 재범을 제거하려 한 것일까요? 그 전에 과연 재범을 2PM에 합류시키는 것이 JYP에 도움이 될지 안될지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일각에선 '6명만으로도 잘 나가는데 굳이 7명이 필요하겠느냐'고도 하지만 앞서 얘기했듯, 재범의 컴백은 모든 미디어가 앞장서서 기다리던 이벤트입니다. 이미 모든 분위기가 무르익어 있었고, '1:59' 앨범으로 정상에 올라선 2PM에게 감동적인 재회는 그동안 반신반의하고 있던 팬들을 폭발시킬 수 있는 엄청난 호재입니다. 기획사라면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유혹입니다.

일각에선 '7명이 나눠갖던 걸 6명이 나눠갖기 위해', 즉 멤버들이 돈 욕심으로 재범을 따돌렸다는 추정까지 나오는데, 이것 역시 업계 종사자의 생각으로는 말이 되지 않습니다. 재범이 추가된 7명의 2PM은 훨씬 더 폭발력있는 존재가 됩니다. 6명일때의 전체 수입 규모를 100으로 본다면 재결합 이벤트는 파이의 크기를 150이상으로 키울 수 있습니다. 즉 7로 나눠도 개개인의 몫은 훨씬 커집니다. 물론 6명이든 7명이든 멤버들에게 돌아갈 몫은 정해져 있으니 회사의 수입은 더더욱 커지죠.

그리고 또 한가지. 만약 재범에게 아무런 실수가 없는데 이런 일이 발생했다면, 재범은 가만히 있을 이유가 없습니다. 일단 '도의적인 책임'이라는 표현에 의한 명예훼손에 대해, 자신이 정당하지 않은 이유로 팀에서 제외됨에 따라 입는 피해를 보상받기 위해 법적인 권리를 내세울 수 있습니다. 실제로 그래야 마땅합니다.

하지만 전혀 그럴 움직임은 보이지 않습니다. 심지어 박재범의 모친이 밝혔다는 입장에도 '재범의 실수 없음' 에 대한 내용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저 '이렇게라도 끝나서 다행'이라는 얘기 뿐입니다. '그 아이들(나머지 멤버들)도 재범 때문에 고민 많았을 것'이라는 말은 '내 아들의 결백'을 주장하는 표현으로 해석하기 힘든 부분들입니다. 만약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이 아무 잘못 없이 회사로부터 해고되고, '해고 사유는 본인 사생활상의 도의적인 문제 때문'이라고 널리 알려진다면 이 정도로 가만히 있겠습니까?

여기에 대한 가장 쉬운 대답은 '돈을 써서 막았다'는 것일 겁니다. 그럼 대체 얼마나 큰 보상을 제시해야 이런 상황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요. 대체 얼마나 큰 돈을 들여야 '한창 정상에 서 있던 청년'이 '사생활의 문제'라는 근거 없는 불명예를 안은 채 톱스타의 꿈을 버리고 나설까요? 30억원? 50억원? 만약 여러분이면 대체 얼마를 받아야 '2PM의 리더 재범'의 자리를 포기하고 '뭔가 큰 잘못이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재미교포 전직 아이들 가수'로 물러나겠습니까? 아마도 상당히 큰 거액이 아니면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그럼 일단 '돈으로 입을 막는다'는 것이 가능하다고 치고, 여기서 다시 '대체 왜'의 문제가 떠오릅니다. 대체 왜 '돈에 환장한' JYP가 그렇게 막대한 손실(재범에게 줘서 입을 막는 돈 + 재범을 한국으로 데려왔을때 벌 수 있었던 돈)을 감수해가면서 재범을 제거하려 할까요? 단순히 박진영이 박재범을 싫어해서? 단지 '싫기 때문'이란 이유로 과연 수십억원의 손실을 감당할 수 있을까요?




가정 2. 재범은 뭔가 상당히 큰 실수를 저질렀다.

그럼 이런 가정 하에 현재 상황을 설명해 보겠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 하는 것은 여섯 멤버들이 팬들과의 간담회에서 보인 태도입니다. 팬들은 다들 '어제까지 형이었던 사람에게 너무 적대적인 태도라 놀랐다'고들 합니다.

그럼 대체 이들은 왜 팬들까지도 등질 수 있는 이런 위험한 태도를 보였을까요. 재범이 가장 인기가 많은 것을 질투해서? 재범에게 돌아갈 1/7의 수익이 탐나서? 솔직히 재범이 빠짐으로 인해 JYP가 입게 될 금전적인 손실을 설명하기엔 너무 약한 설명입니다. 하지만 '정말로 재범이 이들을 실망시킬만한 행동을 했을 것' 이라고 가정하면 그들의 행동은 훨씬 쉽게 설명됩니다.

물론 팬들은 '재범은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합니다만, 거기에 대해 뭔가 논리적인 증거가 뒷받침되고 있지는 않습니다. 재범이나 재범의 가족들이 그 주장을 반박하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리고 사람은 누구나, 악한 의도를 갖지 않았더라도 실수를 저지를 수 있습니다. 팬들은 '절대 그럴 가능성이 없다'고 말하지만, 냉정하게 보면 그건 그냥 기대의 표현일 뿐입니다.

그럼 왜 JYP는 재범의 '도의적인 잘못'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을까요. 일단 '재범이 뭔가 큰 실수를 했다'는 가정하에서 설명하자면, (1) 재범의 잘못이 낱낱이 공개될 경우, 본인에게 너무나 치명적인 사항이다 (2) 혹시 문제가 공개될 경우 추가로 피해를 보는 사람이 있다 (3) 문제 해결을 위한 모종의 합의(?)에 비공개 약속이 들어 있다 (4) 어쨌든 재범에 대한 마지막 의리다 등등의 이유를 가정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어쩌면 이중 1, 2, 3, 혹은 2, 3, 4 등 몇가지가 함께 해당될 수도 있겠죠.

마지막으로 그럼 왜 '도의적인 잘못'이라고 발표해 재범에 대한 의혹을 부추기느냐...는 의문이 있습니다. 이 답은 바로 팬들입니다. 그동안 줄기차게 재범의 복귀를 간청하고, JYP에 재범을 복귀시키려는 의사가 있느냐고 의심해 온 팬들을 설득하기 위해 '복귀가 좌절된 것은 회사의 책임이 아니라 재범의 책임'이라고 주장한 것일 가능성이 큽니다.

(지금까지 JYP는 몇몇 소속 그룹 멤버들을 바꾸고, 계약을 해지한 경우도 있었지만 '본인의 잘못'이라고 명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대개는 학업, 건강상의 이유, 본인의 의사 등으로 설명했었죠. 그 때문에 이번 경우가 훨씬 두드러져 보입니다.)

또 한번 가정해 봅니다. 만약 소속사가 아무런 설명 없이 '재범과 JYP의 합의로 재범은 JYP에서 자진 탈퇴하기로 했다. 본인이 국내 활동을 원하지 않고 있다'고 발표했으면 팬들은 과연 납득했을까요. 절대 그럴 리가 없다는 건 아마 팬들 스스로 잘 알고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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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으로 1의 경우와 2의 경우를 가정해서 설명해 봤습니다. 애써 여러 입장을 가정해 봤지만, 확실히 현재의 상황에서는 1보다 2쪽이 납득이 가는 설명인 게 분명합니다.

어쨌든 1이든 2든 모두 가정일 수밖에 없는 것은 사건의 한쪽 당사자인 재범이 입을 다물고 있기 때문입니다. 팬들이 어떻게 생각할 지 모르지만, 현재 상황에서 상대방의 주장을 반박하지 않는 것은 자신에게 지워진 책임을 인정하는 것으로 해석될 뿐입니다.

그럼 만약 박재범이 입을 연다는 것을 가정할 때, '나는 억울하다'고 주장하면 JYP는 어떻게 맞서게 될까요. 반대로 '내가 잘못한게 맞다'고 말하면 그때 팬들은 어떤 입장을 취할까요. 역시 궁금한 것 투성이입니다.


** 물론 댓글의 수준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기 때문에 이 글에는 댓글이 달리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이 글에 대해 찬성이든 반대든 할 말이 있는 분들은 트랙백을 이용하시기 바랍니다. 트랙백은 어떤 블로그에서도 걸 수 있고, 각종 포털 사이트의 블로그 개설 비용은 무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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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장동건과 고소영이 5월2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결혼할 모양입니다.

지난해 두 사람이 사귀고 있다는 얘기, 그리고 결혼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올 때부터 온/오프라인에서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아니, 장동건은 왜 고소영이랑 결혼하는 거에요?"라는 질문을 받아왔습니다.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이 바닥'을 이해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는 건너기 힘든 인식차이가 존재한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물론 저런 의문을 갖고 있는 사람들 중 많은 분들은 두 사람 중 한쪽(굳이 말하자면 장동건 쪽)에 과도한 애정을 갖고 있는 분들인 경우가 많습니다. 아, 물론 누가 더 낫고 누가 더 못하다는 차원으로 들어가면 정상적인 판단은 애당초 불가능해집니다.

제목을 '장동건은 왜 고소영과 결혼할까'로 단 것은 굳이 확대해서 읽으면 '장동건은 왜 일반인과 결혼할수 없을까' 정도의 의미라고 생각하시는게 좋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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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해 전, 소위 '한류스타'급으로 꼽히는 한 연기자에게, 누구나 부러워하는 톱스타로서의 삶을 살면서 남에게 차마 얘기할 수 없는 고충이 있다면 어떤 거냐고 물었습니다. 상당히 편한 자리였기 때문에 편안한 대답이 나왔습니다. '이성에 대한 욕구를 해결할 수가 없다'는 거였습니다.

물론 농담처럼 나온 얘기였지만 사실 생각해보면 심각한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할리우드 스타들은 매우 분방한 생활을 즐기는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뭐 그 나라의 일반적인 성의식 수준에 비하면 그리 과도하다고 볼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특히나 미혼인 경우에는 아무도 그 사생활에 대해 토를 달지 않습니다. 미성년자와 관계를 갖는다든가, 윤락가에서 상대를 산다든가 하는 경우라면 물론 예외적으로 논란이 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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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한국 팬들은 대단히 보수적(이라고 쓰고 위선적이라고 읽어도 좋을 듯 합니다)입니다. 남자든 여자든, 대다수 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에게 일반인 수준 이상의 청교도적인 생활을 기대합니다. 아니라고 자신있게 말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겁니다.

예를 들어, 일반인 가운데 '꽤 눈에 띄게' 매력적인 외모를 가진 사람은 20세에서 30세 정도 사이의 10년 동안, 10명 정도의 데이트 상대를 갖는다 해서 그리 이상하지 않을 겁니다. 1년에 1명 꼴이죠. 하지만 만약 한 스타가 25세에서 35세 사이에 10명 정도의 데이트 상대가 노출된다면, 그 즉시 '카사노바' '황소개구리' '*레' 등으로 불릴 공산이 큽니다.

특히 스타의 인기가 높아질수록 기대되는 순결의 강도는 더욱 강력해집니다. 최근에는 '한류 스타'라는 족쇄가 대단히 강력하게 작용하기도 합니다. 농담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겨울연가'를 보고 배용준에게 반한 일본 팬들 중에는 영화 '스캔들'이나 '외출'에 나온 배용준의 베드신을 보고 충격을 받은 분들도 적지 않다고 전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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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이런 분들에게 배용준이 휴 그랜트나 잭 니콜슨처럼 사창가에서 발견됐다(물론 가상 상황입니다. 배용준씨 죄송합니다.^^)는 뉴스가 전해진다면 그 결과는 상상을 초월할 겁니다. 이렇게 극단적인 상황이 아니더라도, 누구를 만나고 누구와 사귄다는 이야기는 대단히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물리적으로라도 새로운 사람을 만나 사귀는 것은 참 힘든 일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의지가 있다손 치더라도, 일단 만날 기회가 극히 제한됩니다. 톱스타들만큼 인의 장막에 둘러싸여 있는 사람도 없죠. 마음을 터 놓을 수 있는 최측근은 대단히 제한돼 있고, 일반인들처럼 누구로부터 이성 상대를 소개받거나 하는 일도 쉽지 않습니다.

(흔히 '기자들이 너무 쫓아다녀서'라는 말이 나오곤 하지만 요즘 연예인들은 '4천만이 기자'라는 우스개를 던지곤 합니다. 다음 텔레비존 같은 곳에 '내가 본 %%%의 데이트 장면 직찍'이라도 올려 놓으면 이건 어지간한 미디어에 등장하는 것과 아무 차이가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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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설적으로 말하면, 일반인 가운데서 톱스타들과 어울릴 수 있는 사람의 풀은 대단히 한정되어 있습니다. 톱스타들과 비슷한 디자이너 샵을 다니거나, 비슷한 메이크업 스튜디오를 드나들거나 하는 사람들로부터 비슷한 류의 생활수준을 유지하는 사람일 가능성이 많죠. 그러다 보면 상상할 수 없는 결과를 낳기도 합니다. '연예인들 사이를 누비고 다니는' 약간 기형적인 '한국형 그루피(Groupie)' 그룹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일반적으로 말하는 '빠순이'와는 다르게 상당한 재력과 미모를 발판으로 연예인들 주변에 진을 치고 있곤 합니다. 연예인들의 입장에서 볼 때에도 '장래를 함께 할 수 있는 상대'로 보일만 한 스펙을 갖추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이 상당히 한정된 숫자이기 때문에 한 사람이 여러 명의 스타들과 관계를 갖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실제로 상당한 수의 스타들이 적절한 상대라고 생각하고 데이트를 나누던 사람에 대해 "걔 얼마전까지 &&&, $$$ 이랑 사귀던 애야"라는 말을 듣고 좌절하곤 합니다.

이런 사람들을 몇차례 경험하다 보면 일부 연예인들은 스타들 주변으로 접근해 오는 일반인들을 상당히 경계하게 되기도 합니다. '내'가 아니라 '연예인'을 만나기 위해 진을 치고 있는 전문적인 '한국형 그루피'가 아닐까 하는 의심의 눈길을 계속 갖게 되는 거죠. 물론 1회성 만남이라면 별 상관이 없겠지만, 심각한 관계는 힘들어집니다.

아무튼 일반인들이 하듯 한 사람을 오랫동안 지켜보며 상대에 대해 파악하고, 혹은 데이트를 하면서 알아가고, 서로의 장단점에 눈을 뜨면서 관계를 지속하고 평생을 함께 할 것을 결심하는 과정은 톱스타일수록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 되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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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을 모르는 사람일수록 '노팅 힐' 처럼 스타와의 꿈같은 만남을 기대할 수 있지만 스타의 바쁜 스케줄과 보안 유지때문에 때로 애정 관계가 무시당할 수 있다는 현실을 생각하면, 역시 정상적인 '일반인'은 참아내기 힘든 고행의 길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사람은 누구나 '나를 알고, 내 생활을 설명할 필요도 없고, 나를 편안하게 해 줄 수 있는 사람' 쪽으로 기울게 됩니다. 일반인들의 경우라면 직장 동료, 어린시절부터의 친구, 스스럼없는 학교 동창 등등이 이 카테고리에 들어가겠죠. 그리고 그것이 장동건의 경우에는 고소영이 될 수 있습니다. 과연 누가 '장동건의 심정'을 고소영보다 잘 이해할 수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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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1. 이런 점들을 생각하면 과연 김연아는 대체 누구와 데이트를 할까...하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한창 나이 스무살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데이트를 하고 누구를 사귄다는게 전혀 이상할 일이 아닙니다만, 거기에 쏟아지는 세상의 관심을 뛰어넘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닐 겁니다. 김연아도 김연아지만 그 상대가 되는 남자 쪽에는 정말 상당한 시련일지도 모릅니다. (그 국민적 적대감^^을 이겨내려면 어지간한 내성으로는 힘들지도.)

P.S. 2. 물론 내용이 남자 톱스타의 경우로 한정되어 있는게 맞습니다. 여자들의 경우는 또 다른 기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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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밴쿠버 동계 올림픽 폐막식이 화려하게 치러졌습니다. 2시간이 넘는 행사가 좀 길게도 느껴졌지만 나름 특색있는 행사로 꾸미려 노력한 흔적이 많이 보이더군요. 캐나다가 자랑하는 셀린 디온이 나오지 않은게 좀 의아할 정도로 닐 영, 니클백, 에이브릴 라빈, 앨러니스 모리셋 등 캐나다가 낳은 세계적인 가수들이 총출동했고 거대한 하키선수와 비버 인형도 독특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폐막식을 중계로 지켜보던 시청자들에게는 아마도 비슷한 의문이 떠올랐을 듯 합니다. 도대체 한국 선수단은 폐막식에 참석하긴 한 겁니까? 이번 대회에서 메달을 14개나 딴 한국 선수단은 언제 입장해서 어디서 폐막식을 본 걸까요. 혹시 김연아가 피곤해서 폐막식은 건너 뛴 거였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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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아니었다는 건 수없이 올라온 폐막식 사진을 보고서야 알 수 있었습니다. 네. 물론 폐막식 중계 화면은 세계 어디서나 똑같습니다. SBS가 중계하건, NHK가 중계하건 세계 어디서나 개최국의 주관방송사가 만든 화면을 받아서 중계할 뿐입니다.

그런데 세시간 가까이 진행된 중계 화면에 한국은 물론이고 동양인 선수가 비친 것은 아마 모두 합해 1분이 안될 듯 합니다(제가 못 보고 지나갔을 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잠깐 스쳐 지나가는 화면으로 일본 선수단 한번, 중국 선수단 한번밖에 못 봤습니다. 둘 다 합쳐 봐야 10초 남짓 할 겁니다. 다른 분들은 얼마나 보셨는지 궁금합니다).

글 제목은 '한국은 들러리?'지만 실제론 '아시아는 들러리?'였던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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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중계방송에서 볼 수 없었던 화면입니다.

사실 동계올림픽은 전통적으로 북반구의 백인 잔치인 게 분명합니다. 동계 스포츠 자체가 북미 지역과 북유럽 각국의 잔치로 치러져 왔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이번 동계올림픽에서 아시아계 선수들을 무시할 수 없었던 건 한-중-일 선수들의 활약 때문입니다. 한국은 금6, 은6, 동2로 종합 5위권, 중국도 금5 은2 동4로 7위권, 일본도 은3 동2로 20위권의 성적을 냈습니다.

메달 숫자만 놓고 볼 때에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비중이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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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중국 시청자들도, 일본 시청자들도 역시 이런 광경은 폐막식 중계에서 전혀 볼 수 없었습니다. 이 점에선 한/중/일이 같은 입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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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중계 카메라는 종합 1위를 한 자국 캐나다의 성적에 도취됐는지 쉬지않고 캐나다 대표팀의 사슴 그림이 수놓인 상의를 뒤쫓느라 정신이 없더군요. 최대의 스폰서인 미국 선수단의 랄프 로렌 상의도 쉴새없이 화면에 등장했고 기타 유럽 국가들의 선수단은 어쨌든 거의 빠지지 않고 카메라의 세례를 받았습니다. 결국 아시아 선수단을 의도적으로 외면했다는 결론을 내리게 됩니다.

이런 중계가 계속되고 있는데 존 퍼롱 조직위원장은 폐막 연설에서 "누구도 소외당하지 않는 세계를 만들자는 것이 이번 동계 올림픽의 이상"이라고 역설하더군요. 참 공허하게 들리더군요. 중계 카메라가 당장의 잔치를 '백인들만의 축제'로 만들고 있는데 이런 식의 폐막 연설이라니. 좀 씁쓸했습니다.

당장 전 세계에 나가는 그 중계방송 화면이 아시아를 소외시키고 있는 걸 퍼롱 위원장은 아마도 짐작도 할 수 없었을 겁니다. 알았다면 참 낯이 뜨거웠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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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는 흔히 미국에 비해 인종차별이 없는 나라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개막식 때만 해도 소수민족인 인디언과 에스키모 부족들을 동원해 그들도 캐나다 국민이라는 의미를 굳이 강조하더군요.

하지만 폐막식에서 캐서린 오하라의 썰렁하기 짝이 없는 농담을 비롯해, 실제로 존재하지도 않는 '캐나다 민족주의'를 강조하는 듯한 분위기는 지금까지 알려져 있던 캐나다라는 나라의 좋은 이미지를 자칫 망치려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했습니다. (차라리 폐막식에서 '사우스 파크' 캐릭터들이나 나왔다면 이런 불쾌한 느낌은 들지 않았을텐데 말입니다.)

연출 책임자가 누구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시아 선수단에게도 어느 정도 예우를 베풀었더라면 이런 반응은 낳지 않을 수 있었을텐데 매우 아쉽습니다. 어쨌든 최근 지켜본 수많은 올림픽 개/폐막식 가운데서 이번 밴쿠버 동계올림픽 폐막식은 유난히 무신경하고 이기적인 행사였다는 기억이 남게 될 듯 합니다. 유난히 '중국 만세'를 지향했던 지난 베이징 올림픽 개막 행사의 악영향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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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형제'는 참 희한한 영화입니다. 어떤 사람은 이 영화가 두말할 나위 없이 '송강호의 영화'였다고 말하고, 어떤 사람들은 이 영화에서 강동원이 재발견됐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물론 두 말이 서로 상충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둘 다 맞는 말이고, 개인적으로 '의형제'라는 영화를 뒷날 기억할 때 어느 쪽이 더 의미가 더 각별하겠느냐고 묻는다면 후자라고 하겠습니다. 사실 송강호가 지금까지 출연한 작품 가운데 '송강호의 영화'가 아닌 영화가 몇 편이나 있겠습니까?
 
그리 긴 활동기간을 보낸 배우는 아니지만 강동원만큼 '재발견'이 많이 된 배우는 아마 없었을 겁니다. 팬들은 강동원의 작품이 새로 나올 때마다 '재발견'을 얘기했지만 냉정한 눈으로 볼 때에는 아직 '최강의 하드웨어를 가진 강동원'이 보일 뿐 '연기자 강동원'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의형제'에서는 마침내 때가 왔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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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 온 프로페셔널 킬러 그림자(전국환)을 마중나간 고정간첩 지원(강동원). 하지만 그 뒤에는 어느새 그를 바싹 쫓고 있는 국정원 팀장 한규(송강호)가 있습니다. 지원의 임무는 그림자의 암살 임무를 돕는 것. 한규는 그리 늦지 않게 현장을 덮치지만 그림자와 지원을 잡는 데에는 실패합니다. 결국 지원은 북한 당국으로부터 정보 유출의 혐의를 쓴 채 버림받고, 한규 또한 작전 실패의 책임을 지고 퇴직당합니다.

3년 뒤, 한규는 결혼했다가 도망친 베트남 여자들을 남편에게 다시 데려다주는 일로 입에 풀칠을 하다가 우연히 지원을 발견합니다. 서로 상대방은 자신에 대해 모를 것이라고 확신한 채 은근히 접근하는 두 사람. 속내를 감춘 채 두 사람의 새로운 관계가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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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이 영화가 간첩과 국정원 직원 이야기라는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봤습니다. 오랜 경험상, 정보가 많아서 도움이 된 기억은 한번도 없었지만, 어쨌든 영화를 본 뒤의 심정은 매우 흐뭇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송강호가 국정원 직원으로 나온다는 이유로 이 영화를 '쉬리'와 비교하곤 하지만 굳이 해야 한다면 이 영화와 비교해야 할 영화는 '공동경비구역 JSA'입니다. 생각해보면 'JSA'가 개봉한지 벌써 10년이 흘렀군요.

'의형제'는 그 10년 동안 남북관계에 대한 생각이 한번 더 유연해 질 기회가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JSA'와 '의형제'는 모두 1953년 휴전 이후 거의 60년째 남북간의 준 전시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서 양쪽의 사람들, 서로 다른 체제 속에서 훈련된 남자들이 어떻게 서로를 이해해가는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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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면 'JSA'의 이야기는 개인에게서 시작해 점점 줌 아웃되어 그들을 둘러싼 온 세상에서 끝납니다. 하지만 '의형제'는 다르죠. 역시 개인에게서 시작해 전체 틀을 보여주는 듯 하다가 다시 개인으로 환원되어 끝납니다. 다시 말해 'JSA'의 결말은 '그들을 둘러싼 전체 환경'을 고려하면 불가피한 것이었던 반면, '의형제'는 거기에 대한 반발로 볼 수 있습니다. '까짓 세상이야 아무렴 어때'라는 식이라고나 할까요.

이건 어찌 보면 10년 사이 생긴 여유라는 생각이 듭니다. 남북관계를 바라볼 때 뭔가 애틋하고 안타까운 사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사라진 영화라고나 할까요. (물론 '간첩 리철진' 이후 실제 상황에 대한 별 이해 없이 남북관계를 그저 코미디 소재로 사용한 수많은 영화들은 제외하고 하는 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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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영화의 초점은 서로 전혀 믿지 못하고, 상대방을 자신의 처지를 낫게 하는 데 이용하겠다는 생각뿐이었던 두 남자가 서로 이해해가는 과정입니다. 'JSA'에서는 네 인물이 모두 '자의와는 관계 없이 군대에 끌려와 있는' 상황이란 면에서 매우 제한되어 있으면서도 이해의 폭이 넓어지는 상황이었다면 '의형제'에서 두 사람이 놓인 환경에는 너무도 변수가 많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애당초 두 사람에겐 체제 따위는 별 의미가 없습니다. 한규에게 간첩 잡이는 일반 직장인들이 내는 '실적'과 마찬가지고, 지원에게 중요한 것은 자신이 북으로 돌아가든, 아내가 내려오든 가족과 다시 합치는 것 뿐이기 때문입니다. 'JSA'에서 수혁이 고민끝에 내린 결론이 '함께 (남으로) 내려가자'고 설득하는 것이고, 거기에 오중사(송강호)가 '야, 내 꿈은 공화국이 이 쪼꼬파이보다 더 맛있는 과자를 만드는 거이야'라고 대답하는 상황은 생길 여지가 없습니다.

이미 '의형제'의 세계 안에서 등장인물들은 '내가 잘 먹고 잘 사는게 중요하지 체제는 무슨 개뿔'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JSA'에서 어쩌면 다소 부담스럽게 여겨졌던 '먹물'이 쭉 빠진 셈이고, 관객들에게도 그걸 그냥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는 느낌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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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이 영화에서 송강호의 연기에 대해 다시 말할 필요는 없을 듯 합니다. 볼때마다 훌륭한 건 당연하지만 그건 매번 김연아의 연기에 대해 찬탄하는 거나 별 차이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눈에 띄는 건 강동원의 발전입니다.

바로 직전의 '전우치'도 재미있는 영화였고, 강동원의 연기도 뭐 나쁘달 순 없었지만 어쨌든 그건 누가 봐도 '전우치 분장을 한 강동원'이었지 전우치는 아니었습니다. 그밖에도 '우행시'의 강동원, '형사'의 강동원, '늑대의 유혹'의 강동원이 있었을 뿐입니다. 이전까지 가장 연기력이라는 면에서 가능성을 보인 작품은 차라리 '그녀를 믿지 마세요'였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번엔 강동원이 송지원으로 겹쳐지는 느낌을 갖게 됐습니다. 그 인간의 내부에서 요동치는 혼란(어쩌면 '대체 이 인물을 어떻게 연기해야 하나'하는 혼란일 수도...^^)이 송지원의 표정을 통해 생동감있게 전달됐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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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훈 감독에게 가장 큰 수확은 아마도 지난번 '영화는 영화다'보다 다섯배나 되는 제작비를 컨트롤할 수 있는 감독임을 확인시켰다는 것일 듯 합니다. 소형 영화일 때에는 펄펄 날다가도 막상 돈뭉치를 보면 뒷걸음질 치는 감독들도 많기 때문입니다. 영화의 규모가 커지다 보니 핵심적인 두 인물에게 집중하는 맛은 좀 떨어졌지만 어쨌든 시나리오 단계에서의 완결성이나 규모 큰 대중 신에서의 통제력은 매우 훌륭합니다.

과연 장훈 감독의 다음 영화도 '두 남자'의 이야기일지, '여자가 관련된 이야기'에서는 언제쯤 재능을 보여줄 지, 그리고 세번째 극장용 영화에도 배우 고창석이 등장할지가 매우 궁금합니다. 아무튼 기대를 갖고 기다릴 수 있는 감독이 늘어났다는 점이 매우 기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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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만 해도 TV 버라이어티 신에서는 '애인 만들기' 놀이가 한창이었습니다. '동거동락'에서 '천생연분', 'X맨'에 이르기까지 이 놀이는 그칠 줄을 몰랐죠. 이런 판타지에 종지부를 찍은 것이 바로 MBC TV의 '우리 결혼했어요'였습니다. 자연히 애인만들기 놀이는 파장이 났습니다. 한 쪽에서는 부부가 되어 소꼽놀이를 하고 있는데 다른 쪽에서는 꽃을 바치며 프로포즈 놀이를 해 갖고는 승부가 날 턱이 없었죠. (SBS의 '패밀리가 떴다'에서의 커플링 실패와 '골미다'의 부진에는 이런 요소들도 꽤 작용한 듯 합니다)

그렇게 호기있게 출발한 '우리 결혼했어요'는 숱한 화제의 커플들을 남기며 선전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김이 쭉 빠진 느낌을 줬던 것도 사실입니다. 알렉스-신애 커플의 재결합, 신애의 (진짜) 결혼, 정형돈의 결혼 등 '우결'의 핵심인 판타지를 깨는 사건들의 발생이 큰 몫을 하기도 했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이 포맷에 시청자들이 싫증을 느낀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조권-가인 커플을 통해 꺼져 가던 불꽃을 되살리던 '우결'이 새로운 커플의 등장으로 왠지 다시 불끈 일어날듯한 기미를 보였습니다. 바로 정용화-서현 커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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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솔직히 말해 제가 정용화에 대해서 큰 관심이 있었을 리가 없습니다. 아무래도 상대가 요즘 소녀시대 멤버 가운데 가장 관심이 가는 서현이라는 점에서 눈길이 간 거죠.

얼마 전에 신문의 기획 코너에 '연예인의 기자 체험'같은 게 있었습니다. 소녀시대 멤버 중 한명을 추천해 달라고 SM에 요청했더니 '그런 거라면 서현이 가야 한다'는 겁니다. 이유를 물으니 '항상 책을 읽고, 글을 쓰거나 읽는데 관심이 많다'는 겁니다. 소녀시대 멤버들 중 가장 '학구적인 소녀'로 꼽힌다는 설명이었습니다.

그냥 그런가보다 했는데 실제로 만나 본 서현은 정말 '군대식 예절'에 철저한 진짜 소녀였습니다. 뭘 물어봐도 커다란 눈망울 가득 초롱초롱한 호기심이 가득 차 있는 모습이 너무나 귀엽더군요. 소녀시대의 구성원에 대해 굳이 말을 보탤 필요가 없겠지만 막내 만큼은 정말 최강 막내라고 꼽을 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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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날, 우연히 소녀시대의 이상형 월드컵을 보게 됐습니다. 거기서 '서현의 이상형'이 화제가 됐더군요. 다른 멤버들은 "서현은 남자를 모른다. 관심도 없다. 늘 고구마만 먹는다. 아마 남자와 고구마 중에서 고르라면 고구마를 고를 것"이라고 했습니다. 가만히 있을 MC 신동엽이 아니죠. "정말 남자와 고구마 중에 고르라면 뭘 고르겠느냐"고 묻자 서현은 천연덕스럽게 '고구마'라고 답해 좌중을 폭소하게 만들었습니다.

어지간한 다른 연예인이 이런 식의 발언을 한다면 '저건 누가 봐도 가식'이라는 생각을 할 법 하지만 서현이라면 곧이 듣지 않을수 없었습니다. 과연 누가 저 눈빛을 보고 의심할 수 있단 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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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남자보다 고구마가 더 좋다는 소녀, 'Oh!'에서 '오빠 나좀봐'라는 가사가 낯뜨거워서 한번에 녹음을 하지 못하고 '오'와 '빠'를 따로 따로 녹음했다는('강심장'에서의 토크) 소녀가 대체 어떻게 닭살돋는 가상 결혼생활을 헤쳐나갈지가 궁금했습니다. (만 19세면 소녀가 아닐 수도 있겠지만 여기서의 소녀는 그냥 '소녀시대 멤버'라는 뜻으로 이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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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이런 특이한 서현이다 보니 분위기는 어색+썰렁으로 시작됐습니다. 정용화도 나름대로 분위기를 풀어 보려 했지만 본 조비를 존경한다는 정용화에게(록 뮤지션으로서는 대단히 좋은 대답입니다만) '저는 반기문 사무총장님을 존경해요'라는 대답을 한 서현 앞에서는 그저 얼어붙을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하긴 대체 어떤 아이들 그룹의 멤버가 '존경하는 인물'로 유엔 사무총장을 꼽을 것이며, '책은 늘 곁에 둬야 한다' '부모님께 상의할 수 없는 부분은 책 속에서 길을 찾는다' '나중에 제가 권해드리는 책을 꼭 읽어보시라'는 내용의 대화를 할 수 있단 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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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고 30분이면 '오빠라고 불러. 나는 말 놓을게' '네, 오빠'로 진행되는 게 정상이었던 '우결'에서 두살 위인 정용화가 첫날 방송 끝날 때까지 존댓말로 일관하는 상황은 참 낯설지만 코믹했습니다.

어쨌든 큰 눈을 반짝이면서 '그런데 사랑하는 거랑 좋아하는 건 어떻게 다른거에요'라고 묻는 엉뚱소녀의 가상 결혼생활 체험, 왠지 이제까지 '우결'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상황이 펼쳐질 것 같아 상당히 궁금해졌습니다.

그나자나 정용화는 서현 팬들(혹은 정진운)의 질투 어린 시선을 어떻게 피해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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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습니까. 김연아라는 이름 앞에 무슨 수식어가 더 필요할지 모르겠습니다.

이정수건, 이상화건, 이승훈이건, 이번 대회 들어 어느 금메달이 극적이지 않았을까마는 이 메달에 비할 것이 과연 있을까 합니다. 물론 다 똑같은 금메달이지만, 이 메달은 이번 동계올림픽을 하나의 커다란 생크림 케이크라고 할 때 그 꼭대기에서 붉게 빛나고 있는 체리 하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 오래 전이 아니더라도 그 케이크는 우리 몫이 아니고, 잔치도 우리 잔치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 한복판의 체리가 우리 차지입니다. 그게 우리의 몫이 될 거라고 대체 누가 설마 기대를 해볼 수 있었겠습니까.

프리 연기를 마치고 난 김연아는 그 자리에서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한국적인 정서에 익숙지 않은 외국인들은 놀랐을지도 모릅니다. 그 울음이 스스로에 대한 대견함, '내가 해냈어'라는 눈물이라는 걸 다 알지는 못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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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었다 웃었다 하던 김연아가 자리에 앉고, 점수가 나왔습니다. 그 전까지 최고 점수는 라우라 레피스토의 126.39점. 이미 쇼트프로그램에서 78.5를 받아 놨으니 뭐 130점대 정도면 충분히 금메달 확보일 거라고 생각하고 있던 차입니다. 하지만 화면에표시되는 점수는 150.06. 소리가 나지 않는 화면에서도 김연아의 입모양은 '오 마이 갓!'이라고 외치고 있었습니다.

듣도 보도 못한 점수입니다. 쇼트와 프리 모두 세계 신기록. 합계 228.56이라는 건 온 세계가 이미 대세는 김연아라는 걸 인정하고 있음을 보여준 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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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바로 다음 순서인 아사다는 김연아의 150.06에 대한 박수가 채 끊기기도 전에 빙판 위로 나왔습니다. 이 관객의 환호가 내게 대한 환호가 아니라는 생각이 그동안의 긴장을 끊어 냅니다. 오히려 절반쯤 맥이 풀리고 체념한 상태가 되어 버립니다. 금메달을 따는데 필요한 프리 점수는 155점. 이미 아사다의 머릿속에는 '불가능', '무리'라는 빨간 네온사인이 켜져 있습니다. 이미 최고조에 달해 있던 컨디션에서 '흥'이 무서운 속도로 빠져나갑니다.

연기를 마친 아사다의 얼굴에 울음기가 스치고 지나갑니다. 이 무대에 서기 위해 그토록 힘겹게 훈련한 기억이 스치고 지나갑니다. 다시 4년 뒤에도 이 무대에 설 수 있을까. 자칫하면 2.5점차이인 조애니 로셰트에게 은메달도 내줄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두번이나 멈칫 한 것에 비하면 점수는 후한 편입니다. 131.72. 합계 2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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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를 마친 다음 김연아와 아사다의 얼굴에는 모두 눈물 기운이 스치고 지나갔지만 의미는 정 반대였습니다. '내 생각대로 제대로 해냈어!'라는 김연아의 표정과 '이렇게 끝인가?'라는 듯한 아사다의 표정에서는 승자와 패자가 극명하게 드러났습니다.

생각해보면 이틀 전, 쇼트 프로그램에서 승부가 갈린 셈입니다. 당시 아사다는 김연아 바로 앞 순서에서 73.38이라는 좋은 점수를 받습니다. 김연아로서도 충분히 위협을 느낄만한 점수였죠. 76점대를 맞아 봤지만 매번 그런 점수를 낸다는 건 기대하기 힘든 일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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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부담을 안고 들어간 김연아는 완벽한 연기로 오히려 78.50이라는 미증유의 점수를 따냅니다. 앞선 사람이 잘 할 때 '더 잘해서 완전히 기를 죽인' 것입니다. 쇼트가 끝난 뒤 아사다는 "김연아와는 늘 쇼트에서 10점 정도 차이가 났으므로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기세를 올렸지만, 설마 73점대를 찍었는데도 상대가 78점대를 낼 거라곤 상상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리고 상황이 바뀌었을 때 김연아는 아예 따라올 엄두를 낼 수 없는 성적을 낸 뒤 여유있게 뒤를 돌아봤습니다. 그런 상대를 따라 뛰는 건 정말 괴로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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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상대에 김연아-아사다-로셰트가 나란히 서고 태극기가 울려퍼집니다. 사무실의 누군가가 "마오가 인제 애국가 다 외겠네"라고 농담을 던집니다. 한바탕 웃고 나니 살짝 미안해지기도 합니다. 최근 대회에서 네번 연속 2등 자리에 오른 아사다. 어린 나이에 세계적인 기량을 갖고도 동갑내기인 넘을 수 없는 벽을 만난 것도 그리 행복한 운명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문득 4년 뒤가 궁금해집니다. 지금까지 동계올림픽에서 여자 피겨 2연패를 한 사람은 두 사람뿐입니다. 1932/36년의 소냐 헤니, 그리고 지금도 기억에 생생한 1984/88의 카타리나 비트입니다.

과연 김연아가 2010/2014에 이름을 올릴 수 있을까요. 물론 은퇴설도 이미 나와 있는 상황이지만 한번 기대해 봐도 나쁘지 않을 듯 합니다. 가장 중요한 건 본인의 의지일테고, 부담이 만만찮겠지만 이렇게 온 국민이 행복해질 수 있는 순간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면 한번 부탁해봐도 괜찮은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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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그리고 이날 자기의 우상을 바라보면서 함께 경기를 하고 미래의 '그 자리'를 꿈꿨을 곽민정. 그도 누구보다 행복했을 것 같습니다.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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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TV '지붕뚫고 하이킥'이 이틀간에 걸쳐 정음의 학력 위조 문제를 조명했습니다. 결국 스스로 자신의 학력 앞에 떳떳하지 못했던 정음이 준혁(윤시윤)의 가족에게 자신이 서울대생이 아님을 고백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서받지 못하는 사태가 빚어졌죠.

사실 '지붕킥'이 방송되기 시작할 무렵부터 정음이라는 존재는 '지붕킥'이 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안 그래도 '88만원 세대'에 대한 비관과 절망이 세상을 뒤덮고 있는 시기. 과연 이 시기에 '어디 가서 학교 이름도 댈 수 없고, 졸업해 봐야 취직도 안 되는' 대학생이 무시할 수 없는 숫자라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정음의 졸업식 관련 에피소드에서 다뤄진 서운대/서울대의 문제는 지난 20여년간 한국 위정자들이 아무 생각 없이 엉망으로 만든 한국의 대학에 대한 통렬한 비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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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운대'라는 학교 이름은 그저 '나와도 서운한 대학'이라는 의미와 '서울대'와 발음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정해진 것으로 보입니다. 비슷한 이름의 학교도 있지만 물론 그 학교를 겨냥한 것은 아닐 것입니다.

일각에서는 이번 '지붕킥'에서 '정음의 고백'에 초점을 맞추곤 합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과연 대학이란 무엇인지, 우리나라에서 대학이라는 과정이 진짜 학교로서 기능하고 있는지를 생각해보게 한다는 겁니다.

지난 2006년 이후 한국의 대학진학률은 80-85%에 달합니다(전문대 포함). 비슷한 시기 일본의 대학 진학률은 45%대. 한번도 50%를 넘은 적이 없습니다. 대학 진학률이 80%라는 것은, 대학을 안 가는 사람이 사실상 거의 없다는 얘기가 됩니다.

여기서 한국 위정자의 안이한 선택이 드러납니다. '대학 가기 힘들다고? 괜찮아. 대학을 늘려 줄게. 자. 이제 아무나 다 대학 갈 수 있어. 행복하지?' 그럴 리가 없습니다. 대학을 나왔으면 누구나 대졸자에 걸맞는 직장과 대우를 원합니다. 하지만 '아무나 다 가는 대학'과 대학생이 늘어난다고 해서, 그 사회가 자동으로 대졸자에 맞는 일자리를 늘려 줄 수 있는 건 아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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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가 되고 있는 일자리 부족, 물론 경제난이 가장 큰 몫을 차지하겠지만 무리하게 늘려 놓은 대학생과 대졸자 수야말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리고 학생과 학부형들도 너무나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대학진학률 80%라는 건 성적순으로 얘기하면, 하위 20%를 제외한 학생은 누구나 대학에 갈 수 있다는 얘기일 겁니다. 심지어 몇몇 대학들은 출산률 저하로 인해 줄어든 고3 수험생 수에 맞추기 위해 이미 정원 구조조정을 하고 있고, 입학하는 학생이 모자라 학교끼리 통합을 꾀하기도 합니다. '대학 광고'가 유난히 눈에 많이 띄는 것도 같은 이유일 겁니다. 한마디로 '대학생 명함'을 따는 건 그야말로 누워서 떡먹기가 돼 버렸습니다.

그런데도 고3 수험생들은 죽을 힘을 다해 열심히 공부합니다. 대학만 나와서 다 똑같다면 왜 그렇게 기를 쓰고 공부할까요? 대학만 가면 다가 아니라는 걸 이미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에 모르는 사람이 없는 이 간단한 진리를 정책 담당자들은 대체 왜 몰랐을까요. (물론 요즘 드라마 '공부의 신'에 대해 쏟아지는 이상한 비판들을 생각하면 정책 담당자들 외에도 모르는 사람들이 꽤 있는 듯 합니다만...)

저는 '서운대의 비극'과 '황정음의 비극'은 공부 안 하고 놀다가 좋은 대학을 못 간 황정음의 책임이기도 하지만 '서운대라는 학교가 존재할 수 있게 한' 교육정책 담당자들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대학생이, 누구나 대졸 학력자가 될 수 있다'는 헛된 꿈 속에 사라진 수조원의 등록금은 대체 누가 책임져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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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실제 사회에서는 '서운대 출신'인 정음이라도 기대 이상의 실적(예를 들어 준혁의 성적 향상)을 낸 경우에는 제대로 된 대접을 받습니다. 실적을 냈는데도 학교 이름 때문에 차별받는 경우는 현실에선 거의 없다고 봐도 좋을 겁니다. 다만 '실적을 낼 수 있는 기회'를 얻는 데에선 차이가 있을 수 있겠죠.

(이건 좀 쉽게 얘기하기 어려운 문제긴 합니다. 다만 일반적인 울대생들이 서울대에 가기 위해 들인 노력과 시간, 재학중에 하는 노력의 합계를 생각해 볼 때 '내가 서울대를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당한 불이익'을 말하는 사람들 가운데 과연 그들 이상의 노력을 투입한 사람이 얼마나 될지는 좀 의문입니다.)

끝까지 정음을 용서하지 못하는 현경의 태도는 정음의 실적을 인정하지 않는다기보다는 자기만 빼고 대부분 그 사실을 알면서도 은폐의 공범이 됐다는 데 대한 서운함, 그리고 '성적이 올랐는데도 갈 수 있는 대학이 서운대'인 준혁에 대한 분노가 합쳐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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