꾀병 덕분에 '하이킥' 본방 사수가 가능했습니다. 일단 관심의 초점은 '갑자기 밝아진 세경'입니다. 96회로부터 이어지는 내용인 97회에서는 이제 세경의 짝사랑이 정리되는 듯한 느낌을 줬습니다. 대신 이제부터는 준혁이 어떻게 세경을 위로하는지가 관심의 대상이 될 듯 합니다.
하지만 눈물을 흘리고 사진 한장 찍어 핸드폰에 남기는 걸로 과연 세경의 짝사랑은 끝났을까요? 사람의 마음이라는 게 그렇게 쉽게 정리될 수 있을까요? 얼핏 보기에는 지훈을 짝사랑하는 세경이나 세경을 짝사랑하는 준혁이나 엇비슷한 심정일 것 같지만, 사실은 그리 단순하지 않습니다. 준혁에겐 있고 세경에겐 없는 것을 생각해 보면, 세경의 마음 속 병이 더욱 깊어질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세경이 마음을 정리하게 된 계기는 우연히 보게 된 지훈과 정음의 포옹 장면입니다. 준혁에게 이끌려 미술관을 나서던 세경은 미술관 정문 로비에서 지훈과 정음이 껴안고 있는 장면을 보고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죠. 그리고는 막연히 준혁과 함께 걸어나오다 갑자기 잊어버린 게 있다며 사라집니다.
밤늦게까지 세경을 걱정하며 기다리던 준혁에게 세경은 아까와는 전혀 달라진 모습으로 웃음을 지으며 나타납니다. 다음날 아침에는 온 식구들에게 큰 소리로 신나게 아침 인사를 하고, 갑자기 힘이 넘치는 듯 온 집안의 먼지를 털어 내고 대청소를 합니다.
실연을 경험한 사람에게 이런 류의 행동은 매우 흔합니다. 애써 강한 표정을 지으며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상처를 숨기고, 일거리를 찾아 몰두하면서 아픔을 잊으려 합니다. 이러다 보면 실연의 상처는 빨리 잊힐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장애가 있습니다. 세경은 거의 매일 지훈과 정음을 봐야 하는 처지입니다. 아예 성북동 집을 떠난다면 모르겠지만, 그 집에 발붙이고 사는 한은 매일 두 사람을 지켜봐야 합니다. 세월이 흐르면 세경의 독백대로 '이 시간도 다 추억이 되겠지만', 그것도 사람이 안 보일때 얘기죠. 바로 뻔히 보이는 '그 사람'이 내 마음은 전혀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환장할 겁니다.
게다가 마음을 정리하는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자신을 빼고 사귀는 두 사람을 혐오하는 거지만 세경은 두 사람을 미워할 수도 없습니다. 사실 지훈의 죄라야 세경을 불쌍히 여기고 옷이며 목도리며 사주고 공부하라고 격려해준 것 뿐입니다. 정음 역시 세경이 서울에서 거의 처음으로 정을 준 사람이죠. 네. 통속적으로 말하자면 '차라리 미워할 수라도 있으면' 입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세경에게는 다른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마음을 털어 놓을 수 있는 상대가 아무도 없다는 점입니다. 최소한 준혁에게는 '베프' 세호가 있죠. 제대로 이해를 해 줄 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자기의 고민을 얘기하고, 다른 사람에게 소문나지 않게 할 수는 있는 상대입니다.
하지만 세경에겐 세상에 단 둘뿐, 어린 신애와 자신 뿐입니다. 아무리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아도 혼자 이겨내야 합니다. 이건 스무살 남짓한 사람에겐 어쩌면 실연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죠. 술잔을 기울이며 하소연할 상대도 없다는 건.
결국 세경은 지훈에 대한 마음을 정리하기로 결심하고, 온 집안을 대청소하는 걸로 자신의 뜻을 다졌습니다. 하지만 밖으로 배출하지 못하고 응어리진 마음은 언젠가 다시 터지고 말 겁니다. 그리고 그때는 지금보다 훨씬 더 충격이 클 것이라는 점도 자명합니다. (어떻게 아냐구요? 살아 보면 여러분도 알게 됩니다.)
그런 면에서 남은 '하이킥'의 애정전선은 준혁이 어떻게 세경의 응어리를 풀어 줄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질 듯 합니다. 지금 세경이 웃을 때 마음 속으로는 울고 있다는 걸 아는 사람도, 일시적이나마 그런 세경에게 위안을 줄 수 있는 사람도 역시 세상에서 준혁 하나 뿐이기 때문이죠. 과연 준혁이 그 짐을 질 수 있을 정도로 성숙한 모습을 보여줄지가 궁금합니다.
P.S. 물론 3월말 종방이면 아직 시간이 충분하기 때문에, 지훈과 정음 사이에 문제가 생기고 지훈이 세경 쪽을 돌아보게 될 여지도 충분합니다. 진짜 심각한 갈등은 그때 발생할 수 있겠죠. 세경이 행복해지길 바라는 마음은 굴뚝같지만 어쨌든 남은 30여회 동안 세경의 앞날은 그리 편치 않을 듯 합니다. (할일이 태산인데 시트콤 러브라인에 빠져 있는 이런 중년 아저씨라니!)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커피프린스 1호점'에서 고은찬 역을 통해 윤은혜는 톱스타로 발돋움할 수 있었습니다. 박신혜도 '미남이시네요'를 통해 이제껏 듣지 못했던 좋은 평가를 얻었습니다. '지붕뚫고 하이킥'에서의 황정남씨도 폭소를 자아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너무 남장이 남용되고 있습니다. 아무리 '무조건 화제를 만들어라'가 21세기 연예계의 대세라고는 하지만, 그저 예쁜 여자들이 남장만 하고 나오면 화제가 될 거라는 생각부터 좀 안이하게 느껴집니다. 이번에는 송혜교까지 CF 에서 남장을 하고 나왔더군요. 이건 한마디로 아이디어 부족의 결과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습니다. 채플린 느낌이 나지도 않는데 말입니다.
'커피프린스 1호점'이나 '바람의 화원' 같은 작품이야 워낙 여자의 이중생활을 원작으로 한 작품인 만큼 남장이 안 나올 수가 없겠죠. '미남이시네요'도 처음부터 그런 기획이니 그냥 그러려니 합니다. 선덕여왕에서 덕만의 남장도 좀 아슬아슬하긴 했지만, 어쨌든 '남자들의 세계로 들어가고 싶었던 덕만'이라는 주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만큼 필요했던 장면이라고 인정할 수 있겠습니다. 다만 그 남장이라는 소재의 처리는 그리 매끄럽지 않았다는 데 한표.
하지만 요즘은 어지간한 드라마며 CF에 걸핏하면 콧수염을 단 미녀들이 등장합니다. 너무 자주 나온다는게, 그리고 별다른 개연성 없이 그냥 '남장 한번 보여주자'는 식으로 서비스처럼 등장한다는게 그리 보기 좋지는 않습니다.
아직까지는 '아무개 남장' 같은 얘기가 어느 정도 인터넷에서 먹히는 화제거리라는 점 때문에 더욱 남용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를테면 '탐나는도다'에 갑자기 등장한 서우의 남장신이 그렇습니다.
또 엊그제 '제중원'에 나온 한혜진의 남장 신.
광고까지 포함하면 더 많아집니다. 한 술 광고에서 선우선의 남장 신.
사실 여장이라고 다 똑같은 여장은 아닙니다. 만약 현실이라면, 지금 위에서 든 수준의 미녀들이 남장을 한다고 해서 사람들이 여자인지 알아보지 못할 확률은 민소희가 점 찍는다고 남편이 못 알아볼 확률이나 그게 그거일 겁니다.
'지붕킥'에 나왔던 황정남 에피소드는 그런 여장 붐에 대한 일침이기도 합니다. 누구나 다 알아보는데 혼자 그 남장이 통할거라고 생각했던 정음이 다 탄로났는데도 끝까지 우기는 눈물겨운 노력(;;)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웃음을 자아내는 것이죠. (물론 같은 시트콤에서도 이나봉-이나영이 등장했을 때에는 다들 속아 넘어갑니다.^)
그에 비해 다른 남장들은 그냥 '남들이 하니까 우리도 한 번 해 볼까' 수준을 넘지 못합니다. 그래서 식상한 느낌을 주는 것이고, 이젠 제발 그만좀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비교하자면 개그 프로그램에서 수많은 개그맨들이 기회 있을 때마다 들고 나오는 여장 에피소드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수백명의 개그맨들이 수백개 코너에서 여장을 하고 나왔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황마담 외에 여장으로 살아남은 캐릭터가 뭐가 있을까요. 남장도 이미 그렇게 되어 가고 있습니다.
웬만하면 앞으로는 좀 신선한 아이디어로 승부했으면 합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P.S. 너무나 당연한 얘기지만, 이 글은 송혜교에게 무슨 문제가 있다거나, 남장 여자 역할을 한 것이 송혜교의 책임이라거나 하는 얘기가 아닙니다. 요즘 남장여자 느낌의 설정이 너무 남용되고 있다는 것을 지적한 것 뿐입니다. 그러니 '송혜교가 무슨 잘못?' 류의 댓글은 그만 달아 주시기 바랍니다.
두둑한 협찬금 덕분이기도 하겠지만^^ 많은 분들이 참가 신청을 해 오셨습니다. 반드시 모셔야 하는 분들(현금 및 기타 협찬, 강연, 그밖에 감사 인사를 드려야 할 분들)을 포함해 40분이 넘었습니다.
이번 모임은 그냥 평소의 안녕하세요 분위기보다는 훨씬 행사에 가까울 듯 합니다. 팝 칼럼니스트이자 영화감독이신 이무영 감독님이 흔쾌히 강연을 맡아 주기로 하셨고, 여느 때처럼 퀴즈도 준비됩니다. 물론 늘 그렇지만 상품은 대단한 건 없습니다. 맞추는 재미죠.^
어쨌든 평소보다 훨씬 많은 인원이 모이는 만큼 서로 서로 조심하시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다음 공지사항을 꼭 읽어 주시기 바랍니다.
1. 회비는 2만5천원 으로 하겠습니다. 양주 반입은 기증의 갸륵한 뜻을 높이 사서 회비를 1만원 정도 할인해 드리겠습니다(상황에 따라 그 외의 임의 할인도 가능할 듯 합니다). 커플 할인은...고려했지만 염장의 의미가 더 짙어 오히려 커플 할증을 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으므로 적용하지 않겠습니다.
2. 처음 오시는 분들도 상당수 있을 것이기 때문에, 이름표를 준비하겠습니다. 물론 실명은 아니고 여기서 여러분이 설정하신 닉네임 기준입니다. 아울러 모든 분들에게 예의가 무척 중요할 듯 합니다. 당사자들 사이에 충분히 친분이 쌓이지 않았는데도 나이가 좀 위라는 이유로 항부로 반말을 하시거나 하는 경우는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약주 드신 후에 다 같이 조심합시다.
기분 좋자는 모임입니다. 만약 과음이나 기타 이유로 분위기를 흐리는 분이 있다면 성별이나 친소관계를 따지지 않고 즉시 퇴장하시도록 하겠습니다. 소수의 몰지각한 행동 때문에 다수가 기분을 망치는 경우는 절대 좌시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3. 장소의 설비 자체는 나무랄데가 없지만 몇가지 약점이 있습니다. 첫째는 양재역 부근이라 강남/분당 거주자 외에는 좀 치우친 지점이라는 것, 둘째는 전철역에서 도보로는 약 20분 정도 걸리는(마을버스로 한 정거장) 위치라는 것, 세째는 설치되어 있는 노래방 기계의 신곡이 2008년 12월 이후에 업데이트되지 않았다는 것 등입니다. 곡 선정시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4. 그랜드피아노가 설치되어 있어 잘 보이면 연주가 가능할 듯 합니다. 혹시 평소 결혼식 반주 외에는 연주 기회가 없어서 한탄하시던 분들에겐 좋은 기회일지도. (피아노 반주가 가능한 분은 따로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으니 비밀댓글로 의사표시를 해 주시기 바랍니다.^^)
5. 프로그램은 참가자 전원의 자기 소개, 강연, 퀴즈, 가무 순으로 하겠습니다(그 사이 적절한 부분에 식사가, 전 구간에 음주가 적용됩니다). 안타깝게도 업소의 운영 방침이 철야와는 거리가 먼 터라, 오후 11시면 '왜 빨리 안 가냐'는 재촉이 시작될 수도 있을 듯 합니다. 최대한 예쁘게 보여도 12시를 넘길 가능성은 거의 없을 듯.
6. 따라서 일찍 시작하는게 나을 것 같습니다. 요새 다섯시면 어둑어둑 하더군요. 저는 다섯시 전까지 가 있겠습니다. 뭐 준비라야 별게 없겠지만, 준비를 도와주실 분이나 너무 북적이지 않는 분위기를 즐기고 다른 분들과 친해지고 싶은 분들은 일찍 오셔도 좋습니다. 저녁식사는 6시를 기준으로 - 어차피 전원이 같은 시간에 식사를 할 수는 없을테니 - 시작하겠습니다. 별다른 일이 없는 분들은 6시까진 와 주시기 바랍니다. (특히 처음 오시는 분들일수록 일찍 오시는게 좋습니다.)
7. 혹시 상품이나 주류를 협찬해주실 분은 비밀댓글로, 품목과 수량을 미리 알려주시면 매우 도움이 될 듯 합니다. 감사합니다.
8. 장내에서의 사진 촬영을 원천적으로 제지하지는 않지만, 자신 외의 다른 분의 얼굴을 찍는 것은 자제해 주시기 바랍니다. 어떤 경우에는 촬영 자체가 다른 분의 기분을 상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불가피하게 다른 사람의 얼굴을 찍더라도, 타인의 얼굴이 보이는 사진으로 공개 포스팅을 하거나 하는 일은 자제해 주시기 바랍니다.
빠뜨린 부분 두가지:
9. 주차 부분을 업소측에 문의했더니 '주변 골목 안에 알아서 대면 된다'는 원론적(?)인 대답을 들었습니다. 주변 골목이 대략 저층의 상가+사무실 건물인 상황이라 토요일 저녁때면 꽤 한산할 듯 합니다. 연락처만 명기하면 별 문제 없을거란 대답.
10. 장내는 원칙적 금연으로 하겠습니다. 흡연이 고프신 분들은 들락날락 하셔야 할듯.
그럼, 다들 놀 준비를 위해 지금부터 건강 관리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P.S. 장소 공지 메일은 28일 오전 9시경에 보냈습니다. 메일 못 받으셨다는 분들, 다시 한번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본래 잘때 걸려오는 전화는 아예 배터리를 빼 버릴지언정 안 받는게 인생의 지침이었는데, 어쩌다 전화를 받았습니다(생각해보니 아이폰은 배터리를 뺄 수가 없군요^^). 요즘 '지붕뚫고 하이킥'으로 시트콤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는 김병욱 감독님, "요즘 낮에 자고 밤에 깨서 일하는 생활을 계속하다 보니 내 시간으로 생각하고 전화를 했다"며 정말 미안해 하시더군요.
어젯밤 보도된 '하이킥' 관련 기사 가운데 엔딩과 관련된 언급이 있는데, 전혀 하지 않은 이야기가 보도됐다는 겁니다. 하이킥이 '다소 슬픈 결말이겠지만 작가들과 상의중이니 지금 유행하는 괴담처럼 황당무계하지는 않을 거다'라는 식으로 얘기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인터넷으로 보신 거죠. 감독님은 "이런 얘기는 한 적이 없다. 지금같이 시청자들이 민감할 때 내가 왜 이런 얘기를 하겠느냐"며 난감해 하시더군요.
일단 주무시고 내일 아침에...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나왔지만 워낙 다급하신 목소리였습니다. "지금이라도 해명 인터뷰를 좀 할 수 있겠느냐"는 거였죠. 뭐 이미 잠도 다 달아났고, 이 시간에 다른 후배를 깨울 수도 없고, 오랜만에 기사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톡톡톡.
새벽 세시. 본인에게는 한낮이라고 하시지만 목소리에서는 피로감이 역력했습니다. "요새 정말 시간이 부족해요. 그래서 잠을 잘 못 자요. 내가 그래서 정신도 오락가락 하나봐. 이 시간에 전화해서 깨우고 정말 미안해요." 그렇게 피곤하신 분이 왜 전화 인터뷰까지 하셨냐고 하니 대답도 그렇습니다. "그래도 전화하신 분들 입장도 있지, 어떻게 그냥 끊어요. 뭐라도 얘기를 해야지." 참 기자 입장에서 보면 눈물겨운 봉사정신입니다.^
사실 25분짜리 주 5회. 125분이면 70분짜리 미니시리즈 2회 방송분이나 비슷한 분량입니다. 특히 시트콤이라지만 세트 촬영 못잖게 야외 촬영이 많은 김병욱표 시트콤임을 생각하면 노동강도는 비슷하죠. 이야기를 뽑아내는 시간은... 뭐 상상에 맡길 일입니다.
문제는 미니시리즈라면 통상 16회, 8주면 끝나지만 현재 '하이킥'은 20주째 방송되고 있다는 거죠. 그야말로 농담이 아니라 살인적인 노동 강도입니다. 그런 스케줄에서도 현재 퀄리티의 방송을 뽑아내고 있다는 건, 일반인보다 방송 관계자들에게 더욱 놀라운 일입니다. 개인적으로 제가 체크해 본 결과, '대장금'의 이병훈 감독님이나 최완규 작가 같은 양반들도 이 시트콤을 열심히 보고 있습니다.
그 결과 종영을 두달 앞둔 현재 제작진의 에너지는 고갈 직전이라는 얘깁니다. 아무리 이 분이 '스텐레스 김'이라고 해도 이런 상황이면 쓰러지기 마련입니다.
엔딩 부분에 대해 우려하는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서 얼마 전에도 슬쩍 여쭤본 적이 있습니다. "슬프게 끝나는 건 아니겠죠?" 그런데 철통같은 방어에 부딪혔습니다. "지금은 그런 얘기 하면 안돼요. 뭐라고 한마디만 하면 난리가 나요."
이런 상황에서 인터뷰 기사에 '슬프게 끝나긴 하겠지만...'이라고 말한 것으로 보도된걸 보고 아이쿠 하신 모양입니다. 벌써부터 하이킥 게시판이며 댓글이며 난리가 났더군요.
물론 제가 입장이 입장인 터라 기사를 쓴 분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항상 인터뷰라는 걸 하고 나면 크건 작건 그런 말을 햇네 안 했네 하는 시비는 있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사람이 대화를 하다 보면 뉘앙스라는 것이 있어서, 평소 잘 아는 두 사람이 이야기를 하더라도 말한 사람이 a라고 한 얘기를 듣는 사람은 b라고 듣기도 합니다. 아무튼 기사를 쓴 입장에서는, 지금의 상황에서 '지붕뚫고 하이킥'의 연출자가 '슬픈 결말'이라는 식으로 말했다는 기사가 나가면 당사자 입장에서는 상당히 곤혹스러울 수 있다는 것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못한 듯 합니다.
이 시트콤의 엔딩은 개인적으로도 관심사인 터라 "세경이가 불쌍해지지 않게 끝내 주세요"라고 당부하긴 했지만 저도 내심 불안합니다.^ 안 그래도 피곤해 죽을 지경이라는 분을 괴롭힐 수도 없고... 뭐, 어떤 결말이든 그건 만든 사람의 몫입니다. 아무튼 가장 아쉬운 건, 어쨌든 3월 19일이면 이 사랑스러운 등장인물들, 특히 저 자매와 헤어져야 한다는 점입니다.
P.S. 지난번 '거침없이 하이킥'의 엔딩에서 최대의 관심사는 민호(김혜성)과 유미(박민영), 윤호(정일우)와 민정이 어떤 결말을 맞느냐였습니다. 특히 저는 전자 쪽이 궁금했습니다. 결국 꿈처럼 유미가 민호의 눈앞을 스치고 지나가고, 민호는 언제든 다시 유미를 만날 수 있다는 기대(혹은 다짐)를 하죠. 이번 '지붕킥'에서도 그런 희망을 보여주는 결말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P.S.2. 얼마전 이 분으로부터 "혹시 요즘 재미없어졌다는 생각 들지 않아요?"라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소신을 담아 "절.대. 아니니 그냥 하던 대로 하시라" 고 말씀드렸습니다. 제기 꼭지가 빠진 이수근의 표정을 볼 때처럼 찢어지는 웃음이 없어도 저는 세경이의 짝사랑을 보는 재미에 푹 빠져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다른 드라마건 시트콤이건 어디서 대체 이런 작품을 보겠습니까. (혹시 "안 웃겨서 싫다"는 분들이 생긴 데에는 제가 책임의 일부를 져야 하는게 아닌가 하는 불길한 예감이... 하지만 현재대로의 '지붕킥'을 좋아하는 분들도 많으실 거라고 확신합니다.)
'남자의 자격' 팀이 지리산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더군요. 20여년 전에 딱 한번 가본게 전부지만, 지금도 지리산이라는 말을 들으면 그 장엄한 광경이 눈에 선합니다.
요즘은 어떤지 모르지만 제가 학생이던 시절만 해도 '지리산 종주'는 남자들의 로망이었습니다. 특히나 화엄사에서 시작해 천왕봉에 오른 뒤 중산리로 내려오는 '정통 코스'를 뛰어 봐야 진정한 지리산을 경험했다고 할 수 있다는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언제고 나도 한번 가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그리고 비록 방송에서처럼 겨울은 아니었지만, 종주를 해 봤습니다.
그런데 '남자의 자격'팀이 새해 첫 사업(?)으로 지리산 종주를 선언하기에 내심 관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사실 말이 좋아 지리산 종주지 40대의 체력으로는 꾸준히 준비를 해 온 분들이 아니라면 꽤 무리인 코스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차에 최근 '남자의 자격' 팀에서 비주얼을 담당하고 있는 비덩 이정진을 만나 그 뒷얘기를 들어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물론 인터뷰를 하거나 한 건 아니고 편한 자리에서 나온 얘기지만, 아무튼 지리산에 관련된 몇가지 이야기만 소개하겠습니다.
방송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남자의 자격'팀은 화엄사에서부터 걸어 올라가기 시작합니다. 이 부분에서는 기후가 큰 몫을 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당초 제작진이나 출연진이 생각했던 것과 상당한 차이가 발생합니다.
지리산에 가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지리산 종주를 시도할 때에는 어느 쪽부터 올라가건 본래 첫날이 가장 난코스에 해당합니다. (물론 저도 지리산 전문가는 절대 아니고, 20여년 전 종주를 한번 해본 것이 전부입니다. 제가 모르는 편하게 오르는 코스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저는 이번 방송에서도 소개됐던 화엄사-노고단-세석-천왕봉-중산리 코스를 기준으로 말씀드립니다.) 일단 첫날을 고생하고 그 다음날부터는 비교적 평온한 코스가 이어집니다.
특히나 화엄사에서 노고단에 이르는 길은 현지인들이 '코재'라고 부르는 난코스 중의 난코스입니다. 길 이름이 '코재'인 이유는 바로 걸어 올라가면 바로 앞 땅에 코가 닿을 지경이기 때문이라는 것이죠. 그 정도로 경사가 가파른 길입니다. 체력이 좋은 사람도 세시간은 걸어야 노고단에 이르는 길인데, 그렇게 내내 경사로를 오르다 보면 녹초가 되기 십상입니다. (더구나 눈길이니 8시간도 무리는 아니겠죠.)
그런데 90년대 이후에는 '종주'라고 주장하지만 사실은 종주가 아닌 사람들의 경험담이 대다수였습니다. 왜냐하면 노고단이 관광지로 개척되면서 도로가 정비된 후에는 많은 사람들이 화엄사가 아닌 노고단에서 차를 내려 '종주'를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가장 힘든 코스인 코재는 생략하게 되는 것이죠. 그 전에 지리산에 오른 적이 있는 사람들은 '코재도 오르지 않고 무슨 종주냐'고 항변하지만, 어쨌든 세상이 좋아진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죠.
이런 상황에 맞춰 당초 '남자의 자격' 팀도 노고단에서 행보를 시작하려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폭설로 상황이 바뀌어버린 것이죠. 평지에서 노고단에 오르는 도로가 막혀 버렸고, 결국 '남자의 자격'팀은 예정에도 없던 코재를 걸어서 올라가게 된 겁니다.
이런 저런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가 "코재가 만만치 않았을텐데"하자 이정진은 대뜸 "아, 코재를 아시는군요"하고 반가움을 표시했습니다. (사실 90년대 이후에 지리산에 간 사람들 중에는 앞서 말한 이유로 아예 코재가 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상당수더군요. 그 때문일 겁니다.) 아무튼 방송에서 보듯 중산리로 간 윤형빈과 김국진을 제외한 나머지 구성원들은 화엄사에서 노고단으로 고행에 도전했습니다.
스포츠 마니아답게 이정진은 장비부터 다른 멤버들과 달랐습니다. 아이젠을 비롯한 동절기 장비는 물론이고 하체용 방습방한복까지 모두 자기 것을 사용했다는군요. 겨울 산행에 필수인 보온병을 보유한 사람도 이정진 하나 뿐이었다고 합니다. (방송을 보면 거의 전원에게 물이 얼어서 마실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그리고 위 자막에서도 보듯 거의 모든 보급품을 다 갖고 있는 바람에 전 대원의 보급창 구실을 하죠.)
그러다 보니 당시 배낭 무게는 30kg. 기본 짐에다 일행이 먹을 쌀을 모두 짊어지는 바람에 무게가 대폭 늘어났다고 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 후미에서 자칫 포기할 멤버들을 독려하는 책임을 졌습니다.
산에 가면 '초보자나 체력이 약한 사람일수록 앞에 세우라'는 말이 있습니다. 숙련자들은 누가 재촉하지 않아도 점점 빨라지게 되어 있는데 초보자가 뒤에 있으면 점점 거리가 벌어지게 되고, 자칫 등정을 포기할 수 있는 사태가 벌어집니다. 차라리 초보자를 앞에 세우고, 뒤에서 숙련자들이 뒤를 쫓듯 올라가면 초보자의 페이스를 기준으로 속도가 조절되기 때문에 낙오자가 생기는 일은 막을 수 있습니다.
이런 속설대로 '남자의 자격'팀은 이윤석의 바로 뒤에 이정진을 배치했고, 예상대로 힘들어하는 이윤석은 이정진의 독려로 무사히 노고단에 오르게 됩니다. 이정진의 소감은 이랬습니다.
"사실 노고단 대피소에 올라갔는데 다리는 괜찮았지만 오른 팔이 아팠다. 윤석이형을 뒤에서 밀고 올라가야 했기 때문이다. 오른팔을 거의 들고 있다시피 하고, 팔뚝으로 등을 밀면서 올라갔다(웃음). 나중엔 부축해서 올라가야 했다. 아무튼 전원이 다 올라가서 정말 다행이다." (아마도 직접 들어보진 못했지만, 김태원을 뒤에서 밀고 올라간 김성민도 비슷한 심정이었을 겁니다.)
악천후로 인한 조건의 악화로 결국 노고단 팀은 천왕봉에 가지 못했습니다. 대신 상대적으로 상태가 양호한 이정진 이경규가 비교적 가까운 반야봉에 오르는 걸로 등정을 마무리하려 했지만 그것도 조건 때문에 여의치 않았던 모양입니다.
이정진은 "노고단 대피소까지 가 보니 체력이 남은 사람이 나와 (이)경규형밖에 없는 것 같았다. 더 가고 싶었고, 갈 수도 있을 것 같았지만 경규형이 몰래 말리더라(웃음). 날씨만 좋았어도 더 갈 수 있었을텐데 안타깝다"고 하더군요. 결국 천왕봉 일출은 엄홍길 대장과 함께 간 윤형빈, 김국진 조의 몫이 됐습니다.
"재미있게 말을 하지 못해서" 화면에는 그리 많이 나오지 않지만^^ 아무튼 이정진도 비주얼만 담당하고 있는 건 아니었습니다. 네. 리얼 버라이어티는 정말 날로 먹을 수 없는 것이더군요. 다들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어떤 분들에게는 요즘 방송되고 있는 '남자의 자격'이 '산에 눈 온 그림만 나오는 지루한 프로그램'일 수도 있었겠지만, 겨울 산에서 눈꽃을 보신 분들이라면 한번쯤 다시 옛날 생각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기회가 되셨을 겁니다.
비록 지금은 산에 한번 올라가려면 무릎 걱정부터 해야 하는 처지가 됐지만 언제고 다시 눈 녹은 물로 분유를 끓여 먹고 비료푸대로 봅슬레이를 하던 겨울 설악산의 기억을 되살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불쑥 불쑥 고개를 드는 지리산 등정편이었습니다.^^
P.S. 요즘은 어떤지 모르지만 아직도 어두워진 다음에 도착한 세석평전의 그 많던 텐트 불빛들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과연 그런 광경을 다시 볼 수 있을지...
영화 '주유소습격사건2'가 나오면서 오리지널 '주유소습격사건'이 새삼 생각납니다. 전편이 만들어 진 것이 벌써 11년 전. 1999년입니다. 하지만 지금 다시 봐도 재미있는 영화인 건 분명합니다.
사실 이성재-강성진-유오성은 그때 이미 꽤 이름 있는 배우들이었습니다. 물론 유오성도 '친구'이전이긴 합니다만, 그래도 '비트'의 태수 역을 통해 그해의 신인 후보로도 거론되는 좋은 연기력을 보였고(그 해에는 '비트'의 임창정과 '초록물고기'의 송강호도 있어 주의가 분산됐습니다), 이미 주연급 배우였습니다. 하지만 유지태는 아직 배우와 모델 사이에 있는 파릇파릇한 신인이었죠. 사실 이 영화에서는 연기도 살짝 어설퍼 보입니다.
이 영화에 나오는 유지태를 보면서 오늘날의 스타 유지태를 떠올리기는 쉽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이 영화에 별 신통치 않은 역으로 나왔던 배우들이 오늘날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스타로 성장한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일단 대표적인 경우가 '김혜수의 남자' 유해진.
솔직히 이 영화를 본 뒤에도 유해진의 얼굴과 인상은 강렬하게 남았지만, 컬컬한 탁성과 다소 거친 연기 때문에 '배우가 아니라 진짜 동네 양아치를 데려온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진짜 배우 출신이라곤 생각지 못했죠. 하지만 그때도 연극 마니아들은 유해진의 명성을 익히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다른 작품들을 보면서, '양아치를 데려왔나' 싶었던 연기가 진짜 고도의 리얼리티를 보여준 연기였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됐습니다.
유해진 뿐만 아니라 이 분도 '주유소 습격사건'에 나왔을 때는 존재감이 없었습니다. 이 영화에 나왔는지 안 나왔는지도 기억이 분명치 않은 분들이 있을 겁니다. 바로 이원종. 그 전에도 출연작은 많았지만
이원종과 유해진은 3년 뒤, 역시 김상진 감독의 히트작인 '신라의 달밤'을 통해 코믹 연기의 달인으로 자리합니다. 당시 이원종은 보스 역으로, 유해진은 배신의 귀재인 파마머리 오른팔 역으로 나왔죠.
또 유해진의 휘하 양아치 중에는 지금은 낯익은 얼굴 이종혁이 있습니다. 당시에는 혼자 카메라를 차지하는 신이 없을 정도로 단역이었죠.
지금까지 거론된 분들은 이 영화 이후에도 꽤 숙성기간을 갖습니다. 하지만 다음 분들은 이 영화 덕분에 바로 수직 상승 효과를 누립니다.
일단 '웃기는 철가방' 역의 김수로. 이 영화 이후 '반칙왕'에서 최고 레슬러 유비호 역을 비롯해 코믹 연기의 달인으로 평가받기 시작합니다. 물론 지금은 '공부의 신'에서 타협 없는 강석호 변호사 역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습니다.
고삐리 양아치 역의 정은찬(당시 이름은 정소영)도 이 영화를 통해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비슷한 캐릭터를 주로 연기하다가 몇년 뒤, 드라마 '야인시대'에서 뭉치 역을 통해 상당한 인기를 누렸죠.
이요원은 뭐 굳이 말할 것도 없습니다. 당시 '남자의 향기'로 데뷔한 지 1년 된 파릇파릇한 새싹 이요원은 이 영화에서 야자수머리를 팔랑이는 10대 알바 역을 통해 바로 주가가 폭등했습니다. 드라마와 영화 양쪽에서 손꼽히는 블루칩이 됐고, 순탄하게 톱스타로 성장합니다.
뭐 아시는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이 영화에서 폭주 자동차를 모는, 손만 나오는 남자가 차승원이란 것도 주목할 만 합니다. 어쨌든 한 영화에서 이렇게 많은 톱스타들이 배출된 것도 참 드물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이번에 개봉한 '주유소습격사건 2'에서는 과연 어떤 새로운 스타들이 배출될까요. 궁금합니다.
영화 '러브 스토리'를 아는 분들이라면 당연히 어제, 1월20일 '러브 스토리'의 원작자인 소설가 에릭 시걸이 별세했다는 소식을 접하셨을 겁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국내 어느 방송에서도 하지 않은 추모 방송이 바로 MBC TV '지붕뚫고 하이킥'에서 방송되더군요.
바로 20일 방송된 '지붕뚫고 하이킥'에서 현경과 보석이 하루 종일 티격태격하다가 눈밭에서 결전(?)을 벌이는 그 장면입니다. 정작 내용은 친구들 앞에서 남자로서의 체면이 깎인 보석이 분을 참지 못하고 하루 종일 복수를 꿈꾸다가 마침내 현경을 향해 분풀이를 하는 내용이죠.
그런데 이 장면은 멀리서 보면 연인들이 눈밭에서 사랑을 발산하는 장면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이들의 생사를 건 대결을 멀리서 잡는 화면에는 너무도 유명한 곡, 영화 '러브 스토리'의 테마 중 하나인 'Snow Frolic'이 흘러나옵니다. 물론 절대 의도적인 곡 삽입은 아니겠지만, 아무튼 에릭 시걸의 사망일에 방송에서 이 곡을 듣는 기분은 참 묘하더군요.
뭐 잘 아시겠지만 Snow Frolic은 바로 이 곡입니다. '러브 스토리'에서 라이언 오닐과 알리 맥그로가 눈밭에서 유치하게^ 뛰노는 장면의 배경으로 깔린 곡이죠. 이 장면과 이 음악은 너무나 유명해서 지금까지 1000번 이상은 패러디와 리메이크로 이용됐을 겁니다. 특히 눈을 씹어먹는 알리 맥그로의 야수적인^^ 장면이 인상적이죠.
배경음악에 따라 같은 장면도 다르게 보인다는 것은 이미 주지의 사실. 목소리를 죽이고 음악을 바꾸면 격투 장면은 저절로 눈밭에서 뛰노는 연인들의 모습으로 보입니다.
이 광경을 바라보던 어떤 노부부도 부러운 듯 웃으면서 "거 참, 한창 때구만"이라고 중얼거립니다. 뭐 정말 멀리서 보기에는 두 사람이 알콩달콩 사랑을 속삭이는 광경으로 보일 뿐입니다. 그리곤 너무나 적절하게, '인생은 가까이서 보기엔 비극, 멀리서 보기엔 희극'이라는 찰리 채플린의 명언이 깔립니다.
영화와 소설 '러브 스토리'는 지금은 50대를 넘어 60대를 바라보는 분들의 청소년기를 달뜨게 했던 작품입니다. 제 경우에는 이런 역할을 한 작품이 프랑코 제피렐리 감독의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작품이겠습니다만, 저보다 한 10년 정도 연상인 분들은 이 작품 때문에 잠을 설치고, 얼른 어른이 되어서(?) 저런 사랑을 해 봐야겠다고 다짐했다고 전해집니다. 요즘의 청소년들에겐 어떤 작품이 이런 역할을 할까요. '뉴 문'?
어쨌든 에릭 시걸의 기일이 된 20일, '하이킥'에서 '러브 스토리'의 주제음악을 듣게 된 것은 참 뜻하지 않은 경험이었습니다. 물론 의도적으로 맞출 수 있는 일은 아니죠. '하이킥'의 방송 내용이 그날 그날 정해지는 것은 결코 아니니 말입니다. 우연의 일치 치고는 참 대단한 우연의 일치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고 보니 왕년에 영화 '러브 스토리'에 대해서도 썼던 글이 있군요.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 이후, 그리고 '꽃보다 남자'와 함께 한껏 떠올랐던 프레피 룩과 관련된 이야기(?) 입니다.
20일 방송된 '하이킥'은 'Snow Floric' 외에도 추억을 자극하는 음악 한 곡을 소개했습니다. 바로 Velvet Underground의 'Pale Blue Eyes'죠. 90년대의 화제작 영화 '접속'에 삽입돼 국내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켰던 곡입니다. 문득 걸작으로 꼽히는 '접속'의 사운드트랙 앨범이 생각나는군요.
Pale Blue Eyes의 내용은 대략 짝사랑하는 남자의 넋두리 같은 것으로 여겨집니다만(하긴 부르는 목소리가 남자일 뿐, 꼭 주인공이 남자라는 법은 없겠군요), 이날 '하이킥'에서는 지훈을 그리는 세경의 심경을 대변하는 노래로 쓰였습니다.
지훈이 90년대 중반 의대를 다녔다고 생각하면 LP 전문 레코드점이나 벽에 가득 낙서가 쓰인 카페 같은 소품들은 지훈의 나이에 비해 너무 과장되게 옛날 것이라는 느낌도 들지만, 아무튼 지훈이 세경에게 추억을 보여주고 '지나고 나면 지금 이 순간도 추억이 될 것'이라고 말해주는 장면은 어떤 멜로드라마에서도 보지 못했던 아련함을 안겨주더군요.
아무튼 영화 '접속'에 쓰인 노래 가운데서도 'Pale Blue Eyes'가 사용된 것은 왠지 지훈과 세경은 현실에선 이뤄질 수 없는 사이라는 느낌을 자아내 더욱 처연하게 들리기도 했습니다. 벌써부터 제작진은 체력과 지구력의 고갈을 호소하고 있던데, 과연 이 시트콤이 어떻게 끝날지 궁금하기만 합니다.
MBC TV '지붕뚫고 하이킥' 91회는 정음과 인나가 각각 남자친구들에게 상대를 바꿔 유혹을 시도하는 이야기로 진행됩니다. 뭐 보나 마나 될 게 없는 승부지만, 그리고 누가 봐도 정음과 인나의 수준에서 진행되는 일인 만큼 성공할 가능성은 별로 크지 않지만 아무튼 쏠쏠한 재미가 있는 에피소드였습니다.
특히 절친한 두 친구가 서로의 남자친구를 유혹하기 위해 대시하는 장면은 어디서 많이 본 듯 한 장면이더군요. 바로 지난해 케이블TV의 인기 프로그램이었던 '연애불변의 법칙'입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이 프로그램은 서로 사귀고 있는 커플 가운데 한 쪽(왜 그런데 항상 여자 쪽인지도 의문입니다)이 방송 제작진에게 남자친구의 정조를 시험해달라고 부탁하는 프로그램입니다.
많은 분들이 '하이킥' 91회를 보셨겠지만, 이날 방송의 의도에 대해서는 살짝 오해하신 듯한 분들이 많은 것 같아서 한줄 적어 봤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설정부터 참 어처구니없다는 생각이 들게 했습니다. 특히나 제작진이 의뢰인의 남자친구를 유혹하기 위해 투입하는 '유혹녀' 캐릭터부터가 상식을 벗어납니다.
이 프로그램을 보다 보면 유혹녀는 상대방 남성을 유혹하기 위해 선정적인 옷차림을 하고, 그 남자에게 끌린 척 연기를 합니다. 그리고 밤이 깊어 술자리가 진행될수록, 유혹은 수위가 높아갚니다. 유혹녀가 상대 남성과 키스를 하는 것 정도는 보통이고, 그 이상의 신체 접촉도 진행되곤 합니다.
이쯤 되면 대체 이 사람들은 뭐 하는 사람들인지 의문스러워집니다. 배우가 멜로드라마에 출연한 거라면 연기라고 이해를 하겠지만 직업이 연기자도 아닌 사람들이, 다른 여자의 남자친구를 유혹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생판 처음 보는 사람과 키스까지 한다는 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얘기였기 때문입니다. 많은 시청자들이 '술집 여자냐' 고 궁금해 하기도 했지만 예전에 취재를 시켜 본 결과 멀쩡한 일반인들인 걸로 밝혀지기도 했습니다.
아무튼 '하이킥' 91회에서 펼쳐진 정경은 전형적인 '연애불변의 법칙'과 똑같이 진행됩니다. 노래방에서 노래로 마음(?)을 표현하고, 바싹 붙어 앉아 속닥이는 것도 같죠. 물론 정음과 인나가 친구라는 것을 지훈이 안다는 점이 좀 다를 뿐('연애불변의 법칙'에서는 전혀 모르는 매력적인 여자가 우연히 친구의 친구, 혹은 후배의 친구라며 갑작스럽게 호감을 표현합니다), 비슷하게 진행됩니다.
'하이킥' 91회가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도대체 어떻게 여자친구가 있는 사람들이 저런 식으로 간단하게 유혹에 넘어가 망신을 당하느냐는 거죠. 여기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음모설도 있습니다. 이를테면 두 연인이 공모를 한 상태로 '연애불변의 법칙'에 유혹을 의뢰한다는 것입니다. 프로그램의 성공을 위해 남자친구는 대략 유혹에 넘어간 척 해 주고, 여자친구도 격분한 척 하다가 '그래도 만나온 세월이 있는데'라며 용서해주는 걸로 끝을 낸다는 음모설입니다. 물론 사실로 밝혀진 적도 없고, 밝혀질 수도 없는 얘기지만 아무튼 이런 음모설이 나온 배경에는 '그러지 않고서야 저렇게 하나같이 다들 금세 유혹에 넘어가고, 거의 대부분이 그냥 슬쩍 용서해버리는거냐'는 세태에 대한 의문이 있습니다.
솔직히 '연애불변의 법칙'이라는 프로그램이 그 정도로 유명해진 마당에, 어떤 남자친구든 갑자기 인생에서 별로 볼 일이 없었던 매력적인 여자들이 나타나 유혹을 펼친다면 의심을 하지 않을 수가 없을 겁니다. 그 남자친구들이 모두 절세의 훈남들이거나 왕자병 환자들이라면 모를까, 누구라도 마음 속으로는 '이거 몰래카메라 아니야?'라는 의문이 들텐데 말입니다.^
아무튼 '하이킥' 91회는 그런 상황에 대한 패러디를 통해 이렇게 얼토당토 않은 일이 일어나는 세상에 대해 조소를 날리고 있습니다. 그냥 제 의견이지만, 김병욱 감독의 연출 의도도 바로 이쪽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입니다.
(유혹하는 장면이 평소 '하이킥'의 톤과는 달리 좀 끈끈하긴 했지만, 비현실적이어서 오히려 효과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노가리 먹어도 돼요?" 같은 코믹한 멘트는 유인나의 캐릭터를 살리는 효과를 낳았죠.^^)
물론 누구나 예상할 수 있었듯 결과는 해피엔딩. 지훈은 바보가 아니었습니다.
P.S. 이날 '하이킥'은 '연애불변의 법칙' 패러디에 이어 두 가지를 살짝 인용했습니다. 광수가 정음에게 보낸 장문의 편지를 읽다가 질린 정음이 하품하는 장면은 시트콤의 클래식인 '프렌즈'에서, 레이첼이 자신에게 돌아오겠다는 로스에게 보낸 장문의 편지를 읽다가 로스가 잠들어 버리는 장면을 연상시키더군요.
또 보석이 진저리처던 뱀이 혹시 알을 낳은 게 아닌가 의심하는 장면은 스릴러의 대가 프레드릭 포사이스의 명작 단편인 '아일랜드에는 뱀이 없다'의 결말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 느껴졌습니다.^^ 이 책을 안 보신 분이 있을까봐 더 자세히 말씀드리긴 그렇고, 아무튼 '아일랜드에는 뱀이 없다'나 '제왕' 등이 실린 포사이스의 단편집은 꼭 읽어보시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어째 그린데이(Green Day) 공연장에 가 보고 싶더라니, 그새 큰 사건이 있었군요. 90년대 세계를 뒤흔들었던 그 수많은 펑크/얼터너티브 밴드들 가운데 지금까지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밴드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 중에서도 그린 데이는 최고라고 꼽을 만 하죠.
그런데 18일, 서울에서 열린 그린 데이 공연장에서 한 여학생이 무대로 뛰어올라 멤버 빌리 조와 열렬히 키스를 나누는 장면이 포착됐습니다. 어느 관객이 촬영한 걸로 보이는 동영상(물론 공연중 촬영은 불법입니다만^^)이 유튜브에 올라와 있더군요. 참 뭐랄까... 놀랐습니다. 직접 보시고 한번 평가해 보시기 바랍니다.
키스 후 이 학생은 “I deserve to die today. Because I kissed you”라고 말했고, 빌리 조가 "OK. You deserve a stage dive today"라고 대답했다는군요(영어도 잘 하는 학생입니다.^^). 그리고 나서 바로 정말 다이빙을 하는군요.
물론 세상이 어떻게 됐네 어쨌네 호들갑을 떠시는 분들도 있지만 뭐 그리 큰 일이라는 생각보다는 '참 많이 과감해졌구나...'하는 정도의 생각이 들더군요. 좀 어린 여학생인 듯 합니다만, 저런 짓을 벌일 수 있는 정열이 오히려 부럽다고나 할까요.
부디 더 자라서 나이를 먹더라도 저 정열을 그대로 간직한 사람이 되길 바랍니다. 그리고 부모님이 걱정하시지 않도록, 가끔은 좀 신중해지는 지혜도 배우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그린 데이가 대체 어떤 밴드이길래 저런 일까지 생겼나 싶은 분들을 위한 참고 자료: 이들의 초기작이자 최고 히트곡인 Basket Case 입니다.
어쨌든 당연한 결과로, 저 사건을 보고 나니 14년 전, 마이클 잭슨의 공연장에서 일어난 사건이 생각났습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전해 듣거나 기억하고 계실 겁니다.
1996년 마이클 잭슨의 첫 내한공연 때에도 무대에 뛰어오른 젊은이가 있었죠. 물론 2010년 그린 데이의 공연장에 올라간 '키스녀(벌써 이렇게 불린다더군요)'는 멤버들에 의해 불려 올라간 것이었지만, 당시의 한 청년은 삼엄한 경호원들의 경계를 뚫고 단신으로 무대에 올라 마이클 잭슨에게 매달려 크레인 위로 둥실 떠올랐습니다.
다음의 광경이 그때의 영상입니다. 시작후 3분50초 무렵에 문제의 장면이 나옵니다. 행여라도 청년이 떨어질까봐 꼭 붙들고 있는 잭슨의 모습이 눈길을 끕니다.
당시의 정황을 더 자세히 보고 싶은 분은 예전에 썼던 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얼마 전에 마이클 잭슨과 한국에 관련된 사연을 총정리한 적이 있습니다.
어쨌든 콘서트 현장의 열기를 아는 분들이라면, 젊은이들의 저런 돌발 행동을 너무 심하게 꾸짖거나 비난하시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해보고 나니 그린 데이 콘서트를 못 간게 더 아쉽군요.
아쉬운 김에 라이브 영상을 몇개 올립니다. 어제 그린 데이가 한국 팬들을 매료시키고 있을 때 저는 이런 영상을 보고 있었습니다. Muse의 Knights of Cydonia 2007년 라이브 영상입니다. 생각해보니 Muse 공연도 못 갔군요.
그리고 강추작인 Robbie Williams의 Let Me Entertain You. 지금 사무실이라면 얼른 이어폰을 끼시고, 여유있는 공간이라면 볼륨을 한껏 올려 보시기 바랍니다. 정말 신납니다.
뭐 30일 여러분과 함께 볼 수도 있겠군요.^
P.S. 예전에 '저 남자분이 누군지 아시는 분이 있으면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썼더니 어떤 분이 "개인 프라이버시가 있는 부분이라 자세히는 말씀 못드리지만 그 분도 오랜 시간 동안 가수가 되길 꿈꾸었다고 알고 있습니다"라는 메일을 보내 주셨더군요.
그러니까 돈이 없을 때에는 돈 귀한 줄 알았지만, 돈이 생기고 나니 세상 물가가 만만찮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네. 지마켓에서 모임에 쓰라고 지원해 주신 돈 얘깁니다.
당초 공약이 1. 영상물 상영 2. 유명 영화감독이나 평론가를 초청한 강연 3. 신나는 뒷풀이였습니다. 뭐 3은 늘 하던 거지만 1과 2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영상과 음향 설비가 되어 있고, 음주가 가능한 공간이 필요했습니다.
가장 먼저 머리에 떠오른 근사한 곳을 생각하고, 업주에게 문의했습니다.
"임대료는 150만원이구요, 주류대는 30% 깎아 드립니다."
...술 빼고 장소만 150만원이라구요?
"그것도 1월이라니까 150만원에 해 드리는 거에요. 12월은 200만원입니다."
...네. 눈물을 머금고 돌아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밖의 장소들도 난관이 이어졌습니다. 괜찮다 싶으면 너무 비싸고, 가격이 적절하다 싶으면 영상 설비(심지어 설치할 장소)도 없고, 골치아픈 점이 한둘이 아니더군요. 장소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다 보니까 문득 괜히 했어, 나 이거 괜히 했어, 정말 괜히 했어, 1등 괜히 했어, 아예 지원도 괜히 했어, 나 어떡해, 책임져, 책임져, 이거 정말 괜히 했어, (뽀로롱) 상금 반납(?)
(...개콘 안 보시는 분들, 정말 죄송합니다.)
어쨌든 오는 1월30일 토요일, 모임을 강행하겠습니다. 장소는 서울 강남구, 시간은 오후 6시부터 심야까지로 합니다. 모임의 성격이 성격이다 보니 평소보다는 좀 더 많은 분들을 모실 수 있(모셔야 할) 것 같아서, 대략 참가 인원은 30-40명 정도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모임의 참가를 원하시는 분들은 다음 요령에 따라 주시기 바랍니다.
1. 지금부터 고정된 닉네임(바꾸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으로 댓글을 달아 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소심해서 지금까지 바라보기만 했는데요, 하시는 분들도 상관없습니다. 지금부터가 중요합니다. 2회 이상 댓글을 다신 분들에 한해(뭐 저번 700투표때 대부분 두개 이상 다셨겠죠?) 참가 자격을 드립니다.
2. 1의 조건을 충족하신 분들은 이 글 아래 비밀글로 e-mail 주소를 남겨 주시기 바랍니다. 뭐 안 밝히셔도 아무 상관 없지만, 가능하면 연령과 성별을 함께 적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연령과 성별은 그냥 궁금증 때문에 필요할 뿐, 이것 때문에 참가에 제한을 받거나 하실 일은 없습니다. (참고로 역대 모임에서 최연소는 22세, 최연장자는 43세였습니다.)
3. 그럴리는 없겠지만 만에 하나, 신청자가 너무 많을 경우에는 다음 원칙에 따라 참가자를 정하겠습니다. 첫번째는 지금까지 모임에 나오신 적이 있는 분에게 우선권을 드린다는 것입니다. 두번째는 댓글을 많이 다신 분을 우선 모시겠습니다. 세번째는 당연히 참가 신청 선착순입니다. (물론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이건 만약의 경우를 대비한 겁니다.)
4. 모임은 - 저도 한도 안에서 모든걸 다 준비해보려고 했지만 - 아무래도 추가 비용이 들 것 같습니다. 대략 1인당 2만원+ 정도는 회비를 걷어야 할 것 같습니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5. 간단한 요기거리와 술, 강연, 퀴즈 게임, 역시 간단한 상품, *** 기계 등이 준비됩니다. 원하시는 분들이 많다면 춤추는 시간도 마련하겠습니다. (과연...?) 아, 물론 엑스타시 등은 제공되지 않습니다.
6. 어린이를 동반한 분이나 술만 먹으면 길에 눕는 분, 사람이 많은 자리에서 보험 영업 등을 목표로 하는 분의 참가를 사절합니다. 혹시 발견되면 경찰에 신고하겠습니다. 주사가 심하거나 처음 보는 사람에게 함부로 반말을 하는 등 예의와 거리가 먼 분도 사양입니다.
아울러,
혹시 이번 모임에 주류나 음식류, 상품 등을 지원해 주실 분은 기탄없이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물론 비밀댓글이라는 좋은 시스템을 이용하시면 더욱 좋겠습니다. (집에서 혼자 드시던 양주병 들고 오시는 분 환영입니다.)
'아바타'가 골든글로브 극영화부문 작품상과 감독상을 쓸었군요. 이렇게 되면 아카데미에서는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지 궁금합니다. 이번엔 "나는 황제다!"라도 나오려나요?
'아바타'는 역대 최고 흥행 영화 순위에서도 2위로 뛰어올랐습니다. 지난 주말까지 '아바타'는 전 세계에서 16억달러, 한국 돈으로 약 1조 8천억원의 흥행 수입을 기록했죠. 이로써 제작비가 5억달러라서 어지간한 흥행으로는 영화사가 망할 지도 모른다는 쑥덕거림도 물건너간 얘기가 돼 버렸습니다. 이미 미국 국내 흥행만으로도 본전은 뽑을 전망입니다.
사실 미국 국내 흥행으로 4억9천만달러를 번다는 건 아무리 감독이 제임스 카메론이라도 쉽게 기대할 수 없는 수치였습니다. 왜냐하면 이 숫자는 역대 미국내 흥행 영화 가운데 3위에 해당하는 숫자였기 때문이죠. 미국 국내 흥행만으로 5억달러 수입을 넘긴 영화는 지금까지 단 두편 뿐입니다. '타이타닉'과 '다크 나이트'가 그 영화들입니다.
16억달러로 세계 흥행 순위 2위에 오른 '아바타'보다 앞서 있는 영화 역시 '타이타닉', 단 한편 뿐이죠. 현재 기록은 18억달러로 2억 달러만(?) 더 벌면 순위가 바뀔 전망입니다. 물론 지금까지의 기세로 보면 카메론의 기록을 깰 사람은 카메론 뿐인 듯 합니다.
그런데 도대체 이 영화는 왜 이리 돈을 긁어 모으고 있는 걸까요. 흥행 성적을 보다 보면 흥미로운 점들이 나타납니다.
세계 흥행 순위 톱에 올라 있는 영화들은 물론 미국 시장에서도 빅 히트를 기록한 작품들입니다. 세계 최대의 시장인 미국 시장에서 큰 성적을 내지 못하고 세계 순위에 든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흥미로운 것은, 전체 흥행 성적에서 미국내 흥행 성적이 차지하는 비중입니다.
자료는 boxofficemojo.com의 것을 이용했습니다.
worldwide 1 Titanic Par. $1,842.9 $600.8 32.6% 1997 2 Avatar Fox $1,602.2 $491.8 30.7% 2009 3 The Lord of the Rings: The Return of the King NL $1,119.1 $377.0 33.7% 2003 4 Pirates of the Caribbean: Dead Man's Chest BV $1,066.2 $423.3 39.7% 2006 5 The Dark Knight WB $1,001.9 $533.3 53.2% 2008 6 Harry Potter and the Sorcerer's Stone WB $974.7 $317.6 32.6% 2001 7 Pirates of the Caribbean: At World's End BV $961.0 $309.4 32.2% 2007 8 Harry Potter and the Order of the Phoenix WB $938.2 $292.0 31.1% 2007 9 Harry Potter and the Half-Blood Prince WB $929.4 $302.0 32.5% 2009 10 The Lord of the Rings: The Two Towers NL $925.3 $341.8 36.9% 2002^
(표 보시는 법: 영화 제목 - 영화사 - 세계 흥행 - 미국내 흥행 - 비율 - 제작 연도)
이 영화들이 역대 흥행 순위 탑 10에 오른 작품들입니다. 현재까지 미국내 흥행에서는 '아바타'를 앞서고 있는 '다크 나이트'가 세계 흥행 순위에서는 5위로 처져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끕니다.
결정적인 차이는 미국내 흥행과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 흥행의 비율입니다. 세계 흥행 톱10에 들기 위해선 아무래도 미국내 흥행의 비율이 40% 이하라야 한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여기서 유일한 예외가 '다크 나이트'입니다. 미국 내 흥행이 전체 흥행의 53.2%나 됩니다. 이는 상대적으로, 미국 밖의 사람들은 미국 사람들보다 훨씬 이 영화에 덜 열광했다는 얘기가 됩니다.
그리고 탑10의 영화들을 보다 보면 어떤 영화들이 국제적인 흥행 대작이 될 수 있는지 쉽게 보입니다. '해리 포터' 시리즈가 3편, '반지의 제왕' 시리즈가 2편,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가 2편이나 포함됐다는 건 우연이 아닙니다. 복잡하지 않은 줄거리이면서 판타지적인 소재, 그리고 온 가족에게 어필할 수 있는 영화라는 점이 눈길을 끕니다.
특히나 '아바타'의 경우는 저 영화들 가운데서도 가장 미국내 흥행 비율이 낮다는 점이 눈길을 끕니다. 30.7%로 20%대까지 떨어질 지도 모를 상황입니다. 미국을 제외한 세계 영화 관객들이 상당히 이례적으로 환호를 보내고 있다는 얘기가 됩니다.
대체 왜 그런 걸까요. 뭐 CG가 뛰어나니, 3D가 예술이니, 개량 서부극의 스토리이니, 뻔한 얘기는 일단 빼겠습니다. 지난번에도 관련된 글을 쓴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참고하실 분들은 '아바타를 보는 네가지 방법'을 봐 주시기 바랍니다.
1. 기독교 중심 세계관으로부터의 탈피
겉으로 중시하고 있든, 속에 깔려 있든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은 모두 서구 중심의 세계관을 깔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바타'는 제목부터 인도 신화를 염두에 두고 있고, 미국 중심의 가치를 극복하려는 사람들이 주인공을 맡고 있습니다. 다양한 문화의 공존을 추구하는 미국 내 식자층의 분위기와도 맞아 떨어지는 부분이 있습니다. 한마디로 도덕적으로 충실한 영화인 셈입니다.
2. 현실에 대한 충실한 반영
세계 대부분의 문명국가들이 경험하고 있는 진짜 자아와 사이버 자아 사이의 불균형에 대한 절묘한 반영이 더욱 공감대를 크게 합니다. 게임 중독에 빠진 사람이 주변에 있는 사람이라면, 억지로 '가상 세계'로 부터 떼어 놓아야 한다는 경험, 목욕이나 식사, 면도 등 '정상적인 사회 생활'을 위해 필요한 행동을 가끔씩 강요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가상 세계에 대한 동경 등의 현상들에 대해 그리 낯설지 않을 겁니다. (미디어에 의해 자주 보도되는 내용이기도 하죠.^)
이런 두 가지에 대해서는 중앙일보 '분수대'에 이미 써 놓았던 글이 있습니다. 그냥 가져옵니다.
제목: 아바타
세계 모든 신화에서 신들은 인류 역사에 개입한다. 그리스·로마 신화의 신들은 때로 인간의 형상으로 변신하거나 인간 여인들과 관계를 갖고 수많은 반신(半神)과 영웅들을 낳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비해 힌두 신들은 아예 독자적인 성격을 가진 인간이나 동물로 다시 태어난다. 이를 가리키는 산스크리트어가 아바타(avatar), 혹은 아바타라(avatara)다. 특히 3대 주신 중 하나인 비슈누의 아바타들은 인류를 위해 정의와 평화를 수호해왔다. 영웅 라마도, 무적의 전사 크리슈나도 비슈누의 아바타다.몸은 인간이되 권능은 신 그대로이므로 평범한 인간은 감히 상대가 될 수 없다.
힌두 최고의 전쟁 서사시인 '마하바라타'에서도 크리슈나의 동료나 적수들은 대부분 다른 주요 신의 아바타다. 물론 그중에서도 최고신인 비슈누의 아바타를 이길 존재는 없다.이런 어원을 가진 아바타는 오늘날 사이버 공간에서 수많은 네티즌의 분신으로 다시 태어났다.
싸이월드 같은 소셜(social) 네트워크 사이트에서 리니지 등의 게임 속 세계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아바타가 인간 주인과는 별개의 모습과 인격으로 존재한다.'타이타닉'의 거장 제임스 캐머런이 11년 만에 내놓은 신작 '아바타'도 결국 제2의 자아에 대한 이야기다. 컴퓨터 그래픽과 실사 화면이 6대4 정도로 배합된 '아바타'는 새로운 형식과 시각적인 완성도로 찬탄을 자아내는 동시에 현실을 빗댄 우화로서도 풍부한 함의를 갖고 있다.
주인공 제이크(샘 워딩턴)는 두 다리를 못 쓰는 장애인이지만 원주민 아바타에 접속해선 용감한 전사로 변신해 비룡을 타고 모험을 펼친다. 그에게 이런 이중의 삶은 롤 플레잉 게임에 푹 빠진 오타쿠의 상황과 흡사하다. 인간으로 있을 때에도 목욕이며 식사를 내팽개친다든가, 현실과 게임 속을 혼동하기 시작하는 모습은 게임 중독에 대한 직설적인 풍자이기도 하다.
영화 '아바타'의 주인공 제이크가 지구인이면서 아바타의 정체성을 선택해 인간과 싸운다는 설정은 자아와 제2의 자아가 반드시 순행하지는 않는다는 현실과 묘하게 맞물리는 느낌을 준다. 애당초 신화에서도 모든 아바타가 인간에게 우호적인 것은 아니었다. 비슈누의 아바타는 10개라고도 하고 22개라고도 한다. 공통적으로 마지막 아바타인 칼키(Khalki)는 약 43만 년 뒤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에 종말을 선고할 존재다. <끝>
그리고 마지막으로 세번째는
3. 합법적인 반미 영화로서의 가능성
지구상 어디를 둘러봐도 미군(?)을 학살하면서 관객들로부터 환영받을 수 있는 영화는 없습니다. 물론 미국 국내에서는 더욱 당연한 얘기일 겁니다. 하지만 '아바타'는 그걸 해내고 있습니다. 물론 영화상으로는 애매하게 이들은 정규군이 아니며 기업에 의해 구성된 용병이라는 설정이지만 그렇다 해도 '미국어'를 쓰는 병사들이 퍽퍽 죽어 나가는데 관객이 반대편을 응원한다는 것은 참 있을 수 없는 일이었죠. 카메론의 영화 세계로 표현하자면, 에일리언과 지구인이 사투를 벌이는데 관객이 에일리언을 응원하고 있는 격입니다.
어찌 보면 교묘한 속임수이기도 하지만, 미국 바깥의 관객들이 볼 때 이런 설정은 '우리가 항상 참일 수는 없다'는 미국내 지식인들의 반성으로 읽힐 수도 있습니다. 이미 미국 내의 보수층은 이 영화가 '매우 위험한 선전물'이라며 불쾌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죠. 물론 이런 반응은 제작사나 카메론의 의도와 일치하는 것일테고, 영화의 흥행에는 훨씬 도움이 될 전망입니다. 특히나 전 세계적으로 욕을 먹고 있는 미국 내의 보수집단이 이 영화에 대해 저주를 하면 할수록, 전 세계 흥행 성적은 더욱 솟구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P.S. 그런데 '아바타'의 속편이 같은 설정으로부터 이어진다면 과연 이런 분위기가 유지될 수 있을지가 의문입니다. 정상적인 '인간'의 사고방식을 따른다면 인류와 나비족의 전면전이 예상되는데, 대체 카메론 선생은 과연 어떻게 이 줄거리를 풀어나갈수 있을까요?
남녀관계에 있어 만고의 진리 중 하나는, '정말 괜찮은 남자를 내버려두는 여자들은 없다'는 겁니다. 가끔 아주 간혹, 정말 괜찮은 여자가 이상한 이유로 솔로로 남아 있는 경우는 있지만 괜찮은 남자가 스스로 결혼을 기피한 것도 아닌데 일정 연령 위를 넘어가 있는 경우는 거의 볼 수 없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많은 여자들이 친구 결혼식 같은 데 가서 '왜 멋지고 매너있는 남자들은 다 짝이 있는 거냐'고 푸념을 합니다. 겪어 보면 이 말도 명백한 사실입니다. 비슷한 또래의 총각들과 유부남들을 비교해 보면, 유부남들보다 나아 보이는 총각들은 거의 없다고 봐도 좋을 겁니다. 총각이 한 다섯살은 젊어야 유부남들과 견줄만 할 겁니다.
왜 그럴까요. 우선 가장 상식적인 이유는 여자들이 보는 눈이 있기 때문입니다. 누가 봐도 괜찮은 남자들은 서른을 넘기지 못하고 대부분 짝을 만납니다. 여자들이 바보가 아니기 때문에, 이렇게 괜찮은 남자들은 나이를 먹도록 내버려 두지를 않습니다. 악착같이 잡아내서 자기 남자로 들어앉히죠.
"자, 이제 아무데도 못 가."
하지만 이렇게 치부할 수 없는 두번째 이유가 있습니다. 반드시 유부남이 아니더라도 짝이 있는 남자가 좀 더 나아 보입니다. 이건 또 웬일일까요. 당연히 괜찮은 남자가 후줄근한 남자보다는 애인을 만들 수 있는 확률이 높겠죠. 하지만 그 이상의 이유가 분명히 있습니다.
"역시 때깔을 봐도 이쪽이 낫지...? 암?" 이런 건 아닐 수도 있죠.
남자는 주변에 여자가 있어야 다듬어집니다. 여자가 매만져주는대로 대부분의 남자들은 따라 하게 되어 있습니다. 사실 남자를 돋보이게 하는 건 외모 자체보다는 분위기입니다. 여자와는 다르죠. 남자들은 옷 입히는 대로, 가꾸면 가꾸는 대로 달라집니다. 모든 남자와 여자가 낼 수 있는 외모의 최대치를 100이라고 할 때, 여자들은 내버려 둬도 스스로 자기가 낼 수 있는 최대치의 70 이상은 대부분 가꾸고 사는 반면 남자들은 어지간히 일찍 이런 면에 눈을 떴거나 게이가 아닌 바에는 자연상태에서 50을 넘지 못합니다. 여자들의 손길에 의한 발전의 여지가 큰 거죠.
외모 뿐만 아니라 성품이나 매너도 마찬가지입니다. '멋진 남자'라는 것은 사실 여자들이 만들어 낸 환상과 현실의 중간 어디쯤에 걸쳐져 있는 것이고, 여자들이 보기에 멋진 남자는 절대로 자연 상태에서 발견되지 않습니다. 그 남자들은 모두 학습을 통해 단련된 남자들입니다. 그 학습은 누가 시킬까요. 여자들 아니면 누가 시키겠습니까.
여기서 하고자 하는 얘기는 이겁니다. '멋있는 남자들은 다 짝이 있더라'는 것은 당연한 진리지만 그 남자들이 그 여자들과 짝을 이루기 전부터 멋있는 남자들이었느냐, 이건 반드시 '그렇다'고 말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그 남자들이 멋져지기까지엔 그들을 갈고 닦은 수많은 여자들의 고충이 숨어 있었다는 것이죠.
이런 남자를 가져다가...
그저 평범해 보이는 돌 같은 남자를 주워서 매끈한 차돌로 만들어 내 데리고 다니는 여자들의 웃음 속에는 뿌듯함이 넘쳐 흐릅니다. 유부남들이 총각보다 멋져 보인다구요. 제가 보기엔 그 절반 이상은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남자들입니다.
이렇게 말입니다.
가만히 앉아서 다른 여자들은 무슨 재주로 저런 놈들을 꿰 차고 다닐까 생각하는 여러분은 상대적으로 게으른 겁니다. 그 여자들이 집안이 유난히 좋고 미모가 뛰어난 경우도 있겠지만, 평범한 여자도 남자 보는 안목만 있으면 어설픈 놈들을 데려다 괜찮은 놈으로 키워낼 수 있습니다. 남들은 놀면서 괜찮은 남자가 하늘에서 떨어진 게 아니란 말입니다. 세상 너무 편하게 살 생각 마십쇼.
처음부터 이런 남자 없습니다.
이런 얘기를 하면 가끔 엉뚱한 얘기를 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기껏 한 놈 주워다가 멀쩡하게 만들어 놨더니 키워준(?) 공도 모르고 '다른 년'에게 포르르 날아가 버리더라구요. 사실 사내라는 놈들은 이런 고마움은 전혀 모릅니다. 이런 얘기 하시는 분들의 심정도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하지만 이렇게 얘기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일을 당한 분, 당신은 이제 남자 키우는 법을 마스터했습니다. 당신은 언제든 원석을 주워다 가공할 수 있습니다. 자부심을 느껴도 좋습니다. 머잖아 당신에게는 또 다른 원석이 눈에 띌 겁니다. 그 돌을 연마하다 보면 옛날의 지나간 돌 따위는 금세 잊을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번엔 인성에 좀 더 신경을 쓰시기 바랍니다. 뭐 이러면서 다 배우는 거죠.
P.S. 옛날 집에 2년 전쯤에 썼던 글이지만 아직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좀 분주해서... 새 글은 '추노' 재방송이나 좀 보고 쓰렵니다.^
'공부의 신'이 인기를 끌면서 '공부의 신'의 원작 만화인 '꼴찌 동경대 가다'와 원작 드라마라고 할 수 있는 '드래곤 자쿠라'에도 관심이 몰리고 있습니다. '드래곤 자쿠라'는 일본에서 비운의 드라마로 통합니다. 사실 이 드라마는 일본에선 그리 성공한 작품은 아닙니다. 하지만 특별반 학생들로 출연한 배우들은 2,3년 사이 모두 톱클래스로 성장했죠.
만화 원작에선 2명뿐이었던 특별반 학생들이 드라마에선 6명으로 늘었고, 다시 한국에서는 5명으로 축소되는 등 사소한 차이는 있지만, 아무래도 '공부의 신'의 원작은 만화 '꼴찌 동경대 가다'라기보다는 드라마 '드래곤 자쿠라'라고 봐야 할 정도입니다. 그만치 만화 원작 보다는 드라마로부터 받은 영향이 더 커 보입니다.
그럼 한국판의 다섯 특별반 학생과 일본판의 여섯 학생들은 어떻게 다를까요?
1. 황백현 vs 야지마 유스케 (유승호 vs '야마삐' 야마시타 토모히사)
잘생긴 반항아이고, 구체적으로 학교의 보스라거나 이런 지위는 아니지만 어쨌든 아이들이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존재. 황백현은 별 특기는 갖고 있지 않지만 야지마 유스케는 밴드에서 트럼펫을 불고 있었습니다. '드래곤 자쿠라'에서는 사쿠라기 변호사가 야지마를 끌어들이는 데 이 트럼펫이 꽤 큰 역할을 하죠.
황백현의 부모는 어려서 죽고 백현은 할머니의 손에서 키워졌지만 야지마는 아버지가 빚 독촉에 몰려 가출하는 바람에 졸지에 어머니와 두 식구만 남아 빚을 짊어질 상황이 됩니다. 만화 원작에서 명문가의 버림받은 막내인 야지마와는 전혀 다릅니다. 대신 전교 여학생들이 달려들어 고백을 하고자 한다는 새로운 특징이 생깁니다.
유승호는 다소 박력이 좀 부족해 보인다는 점 외에는 다혈질이었다, 차분했다 하는 약간 이중적인 백현 캐릭터를 잘 소화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야지마 역을 맡았던 야마시타 토모히사는... 김현중과 쌍둥이같은 잘 생긴 얼굴은 누구나 인정할 수 있지만 솔직히 연기력이 뛰어나다고(특히 이 시기에는) 보기는 어렵습니다. 야지마 역을 연기하면서 늘 똑같은 패턴으로 흥분했다가 가라앉는 바람에 '드래곤 자쿠라'가 일본에서 그리 큰 붐을 조성하지 못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고나...
2. 길풀잎 vs 미즈노 나오미 (고아성 vs 나가사와 마사미)
만화 원작과 두 편의 드라마를 통해 이 여주인공 캐릭터는 모두 술집을 하는 어머니와 단 둘이 사는 딸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너무나도 앳되게 보이는 고아성과는 달리 '드래곤 자쿠라'의 미즈노 역을 맡은 나가사와 마사미는 꽤 성숙해 보입니다.
'드래곤...'에서 미즈노는 나중에 과로로 쓰러진 어머니를 대신해 술집을 운영하는 억척스러운 면까지 보이지만, 이런 역할은 아무래도 고아성에겐 무리일 듯. 그리고 이 미즈노는 남자주인공을 졸졸 따라다니는 고사카 요시노를 늘 긴장시키는 캐릭터이기도 합니다.
이 드라마 이후 가장 큰 성취를 보인 배우라면 나가사와 마사미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윤은혜와 닮은꼴인 건강미인 이미지를 살려 아다치 미츠루 원작인 '터치'와 '러프'에서 잇달아 주인공을 맡으며 또래 중의 1인자로 떠올랐습니다. 최근엔 '천지인'에서도 닌자 풍의 미녀 스파이 역으로 인기를 모았습니다.
3. 홍찬두 vs 오가타 히데키 (이현우 vs 고이케 텟페이)
사실 '드래곤...'에서 오가타는 그냥 있는 둥 마는 둥 하는 캐릭터입니다. 오가타까지 캐릭터를 살려 주기에는 일본 드라마의 기본인 11부작은 너무 짧죠. 하지만 한국에서는 16부작이 기본이기 때문에 캐릭터별로 좀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집니다.
'공부의 신'의 찬두에게는 부잣집 막내라는 캐릭터가 주어지고, 풀잎과의 살짝 러브라인도 그려집니다. 아예 존재하지 않았던 만화 원작, 그냥 조연 느낌이던 '드래곤...'과는 천양지차.
오가타 역을 맡은 고이케 텟페이는 '의룡' 시리즈에 순진한(?) 인턴 이주인 역으로 인기를 모았고 '고쿠센' 시리즈에도 얼굴을 비쳤습니다. 반면 이현우는 '선덕여왕'의 어린 김유신 역에 이어 꽤 비중있는 역을 맡아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4. 나현정 vs 고사카 요시노, 고바야시 마키 (지연 vs 아라가키 유이, 사에코) [사진은 사에코 - 아라가키 유이 - 지연 순]
양쪽 모두 남자주인공과 여자친구로 대략 인정을 받고 있지만 정작 남자주인공은 뜨뜻미지근한 태도를 보일 뿐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차이가 있다면 고사카는 나중에 폭주족과 어울리기도 하는 다소 터프한 캐릭터지만 '공부의 신'의 나현정은 그럴 것 같지는 않습니다.
'드래곤...'의 특별반에는 '최초의 동경대 출신 아이들이 되겠다'는 고바야시 마키 캐릭터가 있지만 '공부의 신'에서는 이 캐릭터가 아예 사라졌죠. 나현정이 정작 걸 그룹 멤버인 지연(티아라)에 의해 연기된다는 점을 생각하면 언제고 '연예인이 되고 싶어' 가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고사카 역의 아라가키 유이는 요즘 한창 뜨고 있는 신예죠.
어쨌든 이 경우에도 11부작과 16부작의 차이 때문에 황백현을 사이에 둔 나현정 - 길풀잎의 삼각관계는 상당히 강조될 듯 합니다.
5. 오봉구 vs 오쿠노 이치로 (이찬호 vs 나카오 아키요시) [나카오 아키요시: 사진 왼쪽]
가장 공통점이 없는 캐릭터. '드래곤 자쿠라'에서 오쿠노는 쌍둥이 형제의 형입니다. 동생은 진학 명문고에 다니고 있는 수재로 집안의 모든 기대는 동생에게 몰려 있습니다. 오쿠노도 성실하고 공부를 열심히 하는 편이지만 머리가 뛰어난 편은 아니고, 착하고 우유부단한 성격 때문에 "우리 집안에서 동경대에 갈만한 수재는 동생 하나로 족하다"며 현실을 그냥 웃어 넘기는 학생이죠. 그러다 막차로 특별반에 합류하게 됩니다.
비쩍 마르고 기운없어 보이는 오쿠노에 비해 오봉구는 외형부터 완전히 다른 캐릭터죠. 고깃집의 아들로 유복하게 자란데다 부모 역시 '너는 공부까지 잘 할 필요 없으니 쉬엄 쉬엄 하라'고 전혀 자극을 주지 않습니다.
어쨌든 '공부에 관심은 있으나 이런 저런 이유로 정말 열심히 공부한 적이 없는 학생이 어느날 계기를 맞아 정말 공부에 올인하게 된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는 캐릭터라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교사들까지 다 끝내 버릴까 했는데 너무 길어지는건 좀 부담스럽습니다. 그리고 교사 편에선 따로 강조하고 싶은 이야기도 있고.
아무튼 '드래곤 자쿠라/꼴찌 동경대 가다'는 모두 현실에 대한 풍자를 배경으로 깔고 있습니다. '동경대? 동경대가 정말 그렇게 대단해? 미안하지만 동경대 들어가는 편법도 얼마든지 있어'라는 식의 생각이죠. 아마 이런 식의 태도가 결정적으로 시청률을 끌어올리는 데에는 악영향을 미쳤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선 '어쨌든' 이 드라마는 '감동의 학원 드라마'로 어필하고 있습니다. '어쨌든' 공부 열심히 시켜서 좋은 대학 보내겠다고 아이들을 몰아세우는 선생님은 좋은 선생님으로, 그렇지 않고 학생 인권이나 들먹이는 교사는 무능하고 현실을 모르는 사람들로 받아들여지는 것도 한국 정서에서는 당연한 일인 듯 합니다.
이대로 가면 또 뻔한 학력만능주의 조장이니 뭐니 하는 비판이 나올 듯도 한데, 여기에 '공부의 신' 팀이 어떻게 효율적으로 대처할지도 궁금합니다.
정확하게 열흘 전에 뭔가 하나 써 달라는 요청을 받고 당연히 올해 최대의 화제를 주제로 골랐습니다. 그 다음날인 4일, 두 사람이 열애를 인정하는 걸 보고 원고를 마감했죠. 그리고 나서 일주일 동안, 정말 수도 없는 주장과 발언들이 쏟아져 나오더군요. 네. 유해진-김혜수 커플 얘깁니다.
입 있는 사람들은 거의 다 한마디씩 언급을 했지만, 모든 사람에게 가장 궁금했던 것은 이번 사태^^의 당사자인 두 사람의 말이었을 겁니다. 그런데 사실 이 두 분이 지금까지 생활해온 분위기를 볼 때 뭐든 공개적으로 입장을 표명할 거라는 기대는 거의 할 수 없었죠.
당사자들의 코멘트를 듣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쳤을 때, 제게 두번째로 궁금했던 코멘트는 과연 '개그콘서트'의 박성광은 뭐라고 할까였습니다. 이미 장동건-고소영 열애 때 "1등끼리만 사귀는 더러운 세상!"이라고 외쳤던 박성광인 터라...^^ 그리고 박성광은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더군요. 지난 주말 '개그콘서트'에서 박성광은 "나 같은 놈도 1등과 사귈 수 있는 아름다운 세상!"이라고 외쳤습니다.
시점상 질문과 대답이 이미 나와버린 글이지만, 주제는 아직 의미가 있을 것 같아서 옮겨옵니다.
제목: 이젠 송승헌과 박지선이 나설 차례다.
요즘 '개그콘서트(KBS2)'에서 한창 뜨고 있는 코너 중에 ‘나를 술푸게 하는 세상’이 있다. 경찰 이광섭이 당직을 서고 있는 야심한 파출소에 끌려온 취객 박성광 허안나가 한바탕 주정과 한풀이로 웃음을 주는 코너다. 특히 박성광이 외치는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국가가 나한테 해준 게 뭐가 있냐!”는 발빠르게 유행어가 됐다.
이 코너에서 장동건-고소영 열애설 인정에 대한 박성광의 코멘트는 이랬다. “1등끼리만 연애하는 더러운 세상!” 그리고 그 적절함에 포복절도하지 않을 수 없었던 사람들에게 새해 벽두, 정말 놀라운 열애설이 사실로 확인됐다. 대한민국에서 포털 사이트 검색창에 ‘섹시한 여자’라고 치면 저절로 연관 검색어로 뜬다는 김혜수가, ‘박지성’과 연관 검색어인 배우 유해진과 사귄다는 것이다. 제아무리 박성광이라도 할 말이 없어질 상황이다.
물론 여기서 유해진이 얼마나 훌륭한 배우인지, 또 이번에 새롭게 알려진 대로 그가 얼마나 지적이고 우아한 품성을 가진 사람인지, 촬영장에서 얼마나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좋은 친구인지를 강조할 필요는 없다. 중요한 건, 어머니들도 이제 유난히 작은 눈과 검은 얼굴 때문에 학교에서 놀림 받는 어린 아들에게 위로 삼아 해줄 얘기가 생겼다는 것이다. “너도 착하고 성실하게 자라면, 나중에 김혜수 같은 여자와 연애할 수 있단다.” 하지만 그런 아들을 둔 어머니조차 김혜수와 유해진의 열애를 상상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누구나 답안지가 앞에 놓이면 ‘외모지상주의는 나쁘다’에 자신 있게 동그라미표를 치지만, 실생활에서는 ‘기왕이면 다홍치마’라는 속담이 먼저 와 닿는다. 이것이 생각과 실전의 차이다. 게다가 사람이란, 특히 한국 사람이란 본래 주위의 눈치를 살피게 되어 있다. ‘이 남자(혹은 이 여자), 외모는 변변치 않지만 정말 끌려’라고 생각해도 ‘내가 이 남자랑 다니면 내 친구들(혹은 우리 엄마, 내가 그동안 찼던 남자들)은 나를 뭐라고 생각할까’ 한 번쯤 생각해 보게 되어 있다. 이게 바로 통념의 무서움이다.
이런 상황을 제대로 짚어냈던 영화가 패럴리 형제의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다. 주인공 잭 블랙은 자고로 미녀가 아니면 사람으로 치지 않는 속물. 그런 그가 어느 날 심리치료사의 마법 덕분에 사람의 성품을 미모로 보는 눈을 갖게 되고, 미녀 기네스 팰트로(물론 그의 눈에만 그렇게 보인다)를 만나 꿈같은 사랑을 나누게 된다. 하지만 물색없는 친구의 쓸데없는 간섭 때문에 그 미녀가 성격은 좋지만 자신보다 두 배 이상 무거운 ‘뚱녀’라는 사실을 알아차리게 된다. 그 사랑을 깨뜨리는 것이 바로 ‘친구의 눈’이라는 것이 의미심장하다. 그래서 우리는 더욱 더 유해진-김혜수 커플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내게 된다.
아직 끝난 건 아니다. 김혜수의 소신에 찬 선택(물론 본인에겐 당연한 선택이겠지만)이 이 땅의 소심한 남자들, 특히 ‘루저’라는 말뚝이 아직 가슴에 박힌 남자들에게 다시 일어날 용기를 줬다면, 그 반대편에도 누군가 구원의 빛을 던져주어야 하지 않을까. 이번 사건만큼의 위력을 발휘하려면 애인이 생긴 장동건이나 현빈은 틀렸고, 송승헌이나 김현중이 박지선과 사귄다는 정도의 뉴스는 나와야 할 것 같다.
P.S. 물론 알고 보니 박지선네 뒷마당에서 유전이 나왔다든가 하면 무효다. <끝>
영화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에 나온 잭 블랙은 누구보다 심한 외모지상주의 신봉자였죠. 하지만 그는 최면술의 효과 때문에 사람의 외모 아닌 내면을 보는 눈을 갖추게 되죠. 즉 진짜 예쁜 여자도 예쁘게 보이지만, 외모는 부실하되 내면이 아름다운 사람이 진짜 미남 미녀로 보이는 상태가 됩니다.
그래서 사람됨은 아름답지만 엄청난 뚱녀인 여주인공이 잭 블랙의 눈에는 기네스 팰트로로 보이고, 두 사람은 행복해집니다. 다만 이걸 받아들일 수 없던 것은 잭 블랙의 친구죠. 그의 뇌리에 박혀 있었던 것은 바로 "저런 여자와 다니는 걸 보면 사람들이 내 친구를 어떻게 보겠어!"라는 것 뿐입니다. 이 얘기는 바로 지난번에 썼던 글과 이어집니다.
지난번 유해진/김혜수 커플에 대한 글을 썼을 때 반응 중에는 '여자는 원래 인물 별로 안 따졌다' '남자들이나 여자 인물 따지지 말아라' 라는 내용이 적지 않았습니다. 뭐 충분히 공감합니다. 너무 당연한 얘기라 언급할 필요가 없기도 했지만, 또 그때는 이 글을 써 놓은 다음이기 때문에 따로 언급하지 않았을 뿐입니다.
그리고 이떤 반응을 보면 박성광의 "나같은 놈도..." 발언이 유해진에 대한 매도라고 분개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그런 분개는 한편으론 박성광에 대한 매도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박성광이 유해진에게 무슨 악의를 갖거나, 유해진을 우습게 봐서 그런 얘기를 하는 게 아니라는 건 다들 아실 겁니다. 부디 농담은 농담으로 이해하시기 바랍니다. 아울러 주제와 상관없이 누가 더 아깝네 어쩌네 하는 얘기는 이제 그만 하시는게 좋을 듯 합니다.
이나영이 MBC TV '지붕뚫고 하이킥'에 나온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내심 반가웠습니다. 일단 '지붕뚫고 하이킥'의 위상이 그만치 올라갔다는 얘기기 때문이죠. 이 시트콤이 인기가 없었다면 이나영 정도의 스타가 출연할 이유가 없다는 건 당연한 얘깁니다. 물론 이번 출연은 아주 노골적으로 영화 '아빠가 여자를 좋아해'의 홍보를 위한 것이지만 말입니다(물론 영화 홍보를 위해 주인공들이 TV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온게 어제 오늘 얘기도 아니고, 이걸로 시비를 걸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얼마나 노골적이냐 하면... 영화 속 남장 캐릭터를 가져와 남장 여자 연기를 한다는 거였죠. 뭐 이미 황정남씨의 등장이 대단히 큰 웃음을 준 뒤라 과연 이번엔 어떤 남장 캐릭터가 나올까 궁금했는데 결과적으로 실망이 매우 컸습니다.
그러니까 내용인즉, 지훈(최다니엘)이 일하는 병원에서 정음(황정음)이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가운데 지훈을 자기 군대 후배 아니냐고 우기는 이상한 남자 이나봉(이나영)이 나타납니다. 이 남자는 지훈에게 친구가 되자는 둥, 삼겹살을 구워 먹으러 가자는 둥 이상한 행동을 잇달아 벌입니다.
이나봉에게 '어디선가 본 듯 하다'고 말했던 지훈은 술에 취하자 '그러고 보니 내가 죽어도 못 잊는 사람과 닮았다'고 한마디 합니다. 그리고 정음은 우연히 다음날 이나봉이 여자였다는 걸 알게 됩니다. (물론 이순재의 반지 에피소드가 있지만 여기선 생략)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나영은(정확하게 말하면 '아빠가 여자를 좋아해' 제작사 측은) 이번 출연으로 큰 손실을 입었습니다. 시트콤 한 회가 재미가 없었다는 점에서 출발해 이 한 회의 출연분이 '아빠가 엄마를 좋아해'에 대한 기대를 확 떨어뜨리는 효과를 낳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 한편을 갖고 이나영이 연기력이 없는 배우라고 말할 생각은 없습니다. '아는 여자'나 드라마 '내멋대로 해라'의 이나영은 훌륭한 배우였죠. 하지만 이날 '지붕뚫고 하이킥'에서 이나영이 보여준 남장 여자 연기는 찬물에 담근 라면 면발처럼 겉돌기만 했습니다. 에피소드 역시 급조된 느낌이 강했고, 평소의 '하이킥'에 비해 설득력도 영 떨어졌습니다.
어딘가 조승우 강혜정 주연 영화 '도마뱀'의 냄새를 풍기려고 한 듯한 흔적이 있지만 이나영의 어색한 남장 연기 때문에 앞부분의 코미디는 완전히 사그라들었고, 뒷부분의 아련한 느낌 역시 전혀 살아나지 않았습니다.
물론 이날 한 편 때문에 '하이킥'의 명성에 금이 가거나 하지는 않을 듯 합니다. '하이킥'의 입장에서야 이나영은 그냥 한번 지나가는 등장인물이기 때문이죠. 그냥 '한번 나왔다'는 정도의 의미 이상은 갖지 못합니다.
하지만 기껏 공을 들여 영화 홍보에 나서려 했던 입장에선 문제가 그리 가볍지 않습니다. 그저 인기 있는 프로그램에 나와 한껏 영화에 대한 기대치를 높이려던 계획이 그리 큰 효과를 얻은 것 같지는 않으니 말입니다.
그리고 비슷한 방식으로 영화 홍보 효과를 노리던 사람들의 입장에선, 앞으로 이런 경우에 꽤 신중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을 듯 합니다. 출연하려는 프로그램의 분위기에 확실하게 젖어들지 않으면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는 교훈 말입니다.
P.S. 이건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감상일 뿐입니다. 물론 어제 에피소드를 아주 재미있고 감동적으로 보신 분들도 있을 겁니다. 그런 분들은 조금도 주저하지 말고 '아빠가 여자를 좋아해'를 보러 가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