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정말 기절할 뻔 했습니다.

물론 '상상할 수 없던' 일의 연속입니다. 숏트랙 아닌 동계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 남/녀 500m를 한국이 모두 석권할 거라고 예상한 사람, 심지어 그런 날이 언젠가 올 거라고 생각한 사람도 별로 없을 겁니다. 하긴 뭐 더 거슬러 올라가면 오래 전에는 한국이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다는 것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1만미터는 더 말도 안 되는 얘깁니다. 스피드 스케이팅이 실내 경기장에서 치러진 이후, 체격이 작은 아시아 선수들에게도 기회가 온 건 맞습니다. 힘보다 회전 테크닉이 중시되기 시작한 것도 맞습니다. 하지만 그게 5000, 1만 미터로 가면 '역시 테크닉보단 힘'의 세계가 되어 버리는 겁니다. 이 거리가 되고 보면 2m에 육박하는 신장과 깍짓동같은 허벅지의 북유럽 선수들 앞에서 한없이 작아질 수밖에 없는 거죠.

그래서 5000미터에서 이승훈이 은메달을 땄을 때만 해도 이건 정말 기적이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금메달이라니. 그것도 스벤 크라머라는 위대한 선수 앞에서 말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솔직히 저라고 스벤 크라머에 대해서 잘 알았을 리가 없습니다. 지난번에 빅토리아 시크릿 모델이며 왕년의 스피드 스케이팅 유망주였던 네덜란드 출신 모델 다우첸 크루스(다우첸 크로스라고도 합니다)가 가장 응원하는 선수가 바로 스벤 크라머라고 한 인터뷰를 보고, 흠, 대단한 놈인가보군, 하고 생각했습니다. 이 시점에서 크라머는 이미 이승훈을 제치고 5000미터 금메달을 딴 상태였죠.



그리고 나서 크라머의 기록을 한번 찾아 봤습니다. 뜨악 소리가 절로 나왔습니다. 한마디로 퍼펙트 레코드, 그 자체였기 때문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2006년 토리노 올림픽 은메달리스트였던 크라머는 2007년부터 세계 최고의 중장거리 선수로 자리를 굳힙니다. 2007년 솔트레이크시티, 2008년 나가노, 2009년 밴쿠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3년 연속으로 5000미터와 1만미터를 제패하고 역시 3년 연속 개인 종합 1위에 올랐습니다. 또 2007년에서 2010년까지 유로파 컵에서도 4년 연속 개인 종합 1위였습니다.
 
당연히 세계 신기록도 모두 그의 차지입니다. 5000미터에서는 6분03초32, 1만미터에서는 12분41초69의 기록을 갖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실격했지만 이승훈보다 4초 이상 빠른 12분54초대를 기록했는데 이것 역시 그의 베스트 레코드에 비하면 그리 대단한 성적이 아니었던 것이죠. 이승훈이 이번에 세운 올림픽 기록보다도 17초나 빠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한마디로 2007년 이후 참가한 모든 대회에서 1위였던 셈입니다. 그야말로 무적의 챔피언이었던 거죠. 이런 선수와 함께 뛰면서 금메달을 땄다는 건 실력과 운이 혼연일체가 된 성적이라고 봐야할 듯 합니다. 은메달과 동메달 선수들이 시상대에서 이승훈을 번쩍 들어올린 것도 '아니 대체 너는 어디 있다가 튀어나와서 이렇게 잘 타는 거냐'는 놀라움과 대견함의 표현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과연 다음 기회에도 한국 선수가 이 수준의 성적을 낼 수 있을까요. 물론 이제는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뒤라 좀 더 쉬워질 수도 있겠지만, 좋아도 너무 상상할 수 없게 어이없이 좋은 성적이라 별별 생각을 다 하게 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물론 어디선가 지금도 이렇게 금메달과 은메달을 동시에 목에 걸고 '제2의 이승훈'을 꿈꾸는 강철 허벅지의 어린이들이 자라나고 있겠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P.S 얼굴도 보면 볼수록 잘생겼더군요. 송충이 눈썹이 일품입니다.

아무튼.

이승훈 만세!



728x90

'비실이' 배삼룡씨가 고인이 되셨습니다. 마이클 잭슨의 사망과 비교하기는 좀 그렇지만, 어쨌든 이 분이 고인이 되셨다는 소식 역시 한 시대를 마감하는 사건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의 40대 이상 되시는 분들이라야 '배삼룡'이라는 이름에 금세 반응할 수 있겠지만 1980년 언저리까지 이 분의 명성은 절대적이었습니다. 물론 지금의 '개그 콘서트'가 KTX라면 당시의 '웃으면 복이 와요'는 통일호나 무궁화호 수준의 속도였겠지만 파급력 면에서는 그 반대 방향으로 비교가 안 될 정도였을 겁니다.

그 시절 생각만 하면 다들 기억나시는 이름들이 있을 겁니다. '영원한 막둥이' 구봉서, 최강 콤비 남철-남성남, '땅딸이' 이기동, '비실이' 배삼룡, 그리고 당대의 미녀 코미디언 권귀옥, 미남 이대성 등이 MBC를 지켰고 '살살이' 서영춘, '합죽이' 임희춘, 또 코믹 댄스의 이상한 - 이상해 콤비, 그리고 미남-미녀였던 배일집 - 배연정 콤비가 TBC의 '고전 유모어 극장(뒷날의 유모어 극장)'을 지키던 시절입니다.

아마 제가 이 시절을 기억하는 마지막 세대가 아닐까 싶군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70년대 최고의 코미디언은 누구일까요. 아무래도 어린 시절의 기억으로 가장 '웃겼던' 사람은 배삼룡과 이기동이었습니다. 두 사람이 콤비 플레이를 보여준 기억은 별로 없지만, 한마디로 당대 코미디의 양대 산맥이라고 할 만 했습니다. 특히나 이기동의 '쿵자라락작 삐약삐약, 닭다리잡고 삐약삐약'은 그 시절의 어린이들에게 최고의 유행어였습니다.

잘 알려진대로 배삼룡 선생은 코믹 바보 연기의 거성이었습니다. 슬랩스틱을 가미한 이 분의 바보 연기는 당대에는 감히 비교할 사람이 없었고, 후대로 내려오면서 맹구 이창훈과 영구 심형래가 그 맥을 이었다 할 수 있겠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한때 이기동씨는 "배삼룡씨는 연기가 아니라 진짜 대사를 못 외웠다. 하지만 그 틀리는 방향이 너무 기상천외였다. 너무 웃겨서 앞에서 연기 하는 사람이 연기를 못 할 정도로 웃겼다"고 한 인터뷰에서 말한 기억이 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당대의 미녀 코미디언 권귀옥과 '땅딸이' 이기동. 두 분의 신체적 특징 때문에 참 많이 콤비로 등장했더랬습니다.))

이 분이 한창 인기를 얻던 시절, 갑자기 '삼룡 사와'라는 제품이 나타났습니다. 배삼룡씨가 직접 광고 모델로 나오는 CF가 방송됐죠. '사와'는 요구르트에 과즙을 배합했다는 음료였습니다. 아마도 일본에 원류가 있는 제품으로, '사와'라는 이름은 사우어(SOUR)의 일본식 발음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삼룡식품(?)이라는 이름으로 주 제품은 '삼룡 사와'와 '삼룡 요구르트'였습니다.

그리고 비슷한 시기에 '땅딸이 요구르트'라는 제품도 등장했습니다. 이건 당연히 이기동씨의 제품이었죠. 물론 어느 쪽이 먼저였는지는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두 제품 모두 곧 시장에서 볼 수 없게 됐습니다. 두 분 모두 사업에는 별 재능이 없었던 모양입니다. 나중에 들은 얘기로 이기동씨는 사업 실패 때문에 법정 시비에까지 말려들었다고 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어쩌면 이 '삼룡 사와'나 '땅딸이 요구르트' 같은, 들으면 절로 웃음이 나오는 상표명이야말로 당시 희극인들의 비극을 대변해주는 요소라고 하겠습니다. 높은 인기에도 불구하고 코미디언을 무시하는 사회 분위기는 지금과 비교할 바가 아니었죠. 수입 면에서도 다른 분야의 연예인들에 비해 매우 불리한 조건이었습니다. 이런 분위기는 지금까지 이어지면서 '개그맨은 떠도 가난하다'는 연예계 속설을 낳았습니다. 아무튼 그래서, 배삼룡이나 이기동 처럼 당대 코미디의 에이스들도 '노후를 위해' 익숙하지 않은 사업에 투신했다가 몸서리를 겪은 것입니다.

잠시 사업으로 브라운관에서 떠나 있던 두 분은 얼마 뒤 다시 방송에 복귀했습니다. 저만 해도 꽤 어릴 때라 기억은 선명하지 않습니다만, '역시 배삼룡', '역시 이기동'이라는 평가였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분들이 전성기를 누리던 시절, 한 구석에서는 '개그맨'이라는 이름의 '젊은 피'들이 자리잡기 시작했습니다. 고영수, 전유성을 필두로 임성훈, 최미나, 송영길 등이 등장한 것이죠. 그리고 나서 10년 사이, 이주일이라는 코미디계의 마지막 슈퍼스타를 뒤로 한 채 '개그맨'이란 이름이 '코미디언'이라는 이름을 대체하게 돼 버렸습니다. 그러면서 '코미디'라는 말이 아예 '만담'이란 말처럼 저 역사속으로 잊혀져가게 되었죠. 이 과정에서 그 앞 세대와 뒷 세대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벽이 생겨났습니다.

그래도 세상에 좋아지다 보니 아직 배삼룡씨의 모습을 볼 수 있는 동영상이 있군요. 1998년 KBS 2TV 추석 특집 '그시절 그 쇼'라는 이름입니다. '촌놈의 콧구녕은 바람구멍으로 뚫어놓은 줄 아냐'는 대사는 왕년의 서민적인 분위기 그대로입니다.

한때 당대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희극인이 병상에서 외롭게 투병중이란 소식도 꽤 오래 전부터 있었고, 병원비를 둘러싸고 그리 아름답지 않은 이야기도 오갔다는 게 참 안타까울 뿐입니다. 부디 좋은 곳으로 가셔서, 그곳에서도 늘 웃음 속에서 행복하시길 빌겠습니다.

기억에만 의존해서 쓰다 보니 틀린 대목도 꽤 있을 듯 합니다. 많은 지적 환영합니다. 아울러 재미있게 보셨으면 왼쪽 아래 손가락도 눌러 주시기 바랍니다.

 

728x90
결국 핏줄은 어쩔수 없더군요. MBC TV '지붕뚫고 하이킥'을 오랜만에 볼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여유와 자신만만을 모토로 하고 있던 지훈도 순재의 핏줄이라는 것을 알게 된 에피소드였습니다.

지훈(최다니엘)은 정음(황정음)의 소꼽친구라는 박지성(아나운서 오상진)을 우연히 만나지만, 이것 역시 자신의 질투를 유발하기 위한 정음의 뻔한 장난이라고 생각하고, 석모도로 MT를 간다는 말에도 하하 웃으며 허락합니다.

하지만 지훈의 예상과는 달리 이번엔 정음의 작전이 아니었고 박지성이 정말로 정음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을 안 지훈은 그냥 불덩어리가 돼 버립니다. 줄리엔과 함께 있는 자옥을 본 순재나, 세호에게 수학을 배우던 세경을 본 준혁처럼 말이죠. 결국 이 집안 남자들은 모두 질투의 화신이었던 겁니다.

이걸 보면서 낄낄거리고 웃다가 문득 오랜만에 '작업1의 정석' 폴더에 글을 추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실 순재네 남자들은 정상적인 남자들의 눈으로 볼 때 - 물론 시트콤이라 그렇기도 하지만 - 전형적인 남자의 질투 패턴에서는 꽤 벗어난 반응을 보입니다. 엄밀히 말해 질투를 느끼는 현상 자체에서는 남녀간의 차이가 크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제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우선 여자들은 질투를 표현하는 데 있어 대단히 직접적이고 직설적인 반면, 남자들은 자신이 느낀 질투를 겉으로 드러내는 데 대단히 소극적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남자들은 질투를 표현하는 것 자체가 '대단히 남자답지 못하고 쪼잔한 짓'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남자들이 질투를 표현하는 가장 흔한 방식은 무관심의 가장입니다. 상당히 역설적이지만, 실제로 그렇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


부부나 연인이 함께 외출해 백화점에 갑니다. 서로 어느 정도 떨어져서 물건을 고르고 있는데, 여자 쪽에서 한 남자와 친하게 아는 척을 합니다. 남자는 그 장면을 보지만, 절대 다수의 남자는 그쪽으로 가까이 가지 않습니다(절대 다수의 여자들이 비슷한 상황에서 '자, 그 여자가 누군지 나한테 어디 설명해 봐'라는 듯 자기 남자 옆으로 다가가는 것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여자와 새로 나타난 남자가 한참을 대화해도 남자는 못본 척 합니다. '자기 여자가 다른 남자와 이야기하는 광경을 엿보는 놈' 조차도 되기 싫은 겁니다. 눈이 마주치면 가서 인사를 나눠야 할지도 모르는데, 인사를 하는 것 자체가 매우 불쾌합니다. (역시 많은 여자들이, 자기 남자와 인사를 나누는 여자가 누구인지 당장 알아내고 말겠다든가, 혹은 새로 나타난 여자 앞에서 이 남자는 내 것이라는 사실을 확실하게 공표하고 싶어하는 것과는 정 반대겠죠.)

여자는 외간남자와 대화를 나누다 자기 남자가 어디 있나 시선을 돌려 보지만 자기 남자는 딴데를 보고 있거나 갑자기 옷 고르는 데 열중하고 있습니다(그렇다고 절대 옷 갈아입는 방 같은 곳에 들어가 있지는 않습니다^^). 그러다 외간남자는 자기 갈 길을 갑니다.

다시 둘이 된 남녀. 남자는 그놈이 뭐하는 놈인지 물어 보고 싶어 죽을 지경이지만 죽어도 먼저 말을 꺼내지 않습니다(반면 극도의 자제력으로 곁에 가지 않은 여자라도, 외간여자가 사라지자마자 빛의 속도로 다가와서 '누구야?'라고 물어보는게 보통이겠죠). 먼저 '아까 너랑 얘기하던 그놈 누구야?'라고 물어보는건 정말 쪼짠한, 사내도 아닌 놈이나 하는 짓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건 자존심이 허락지 않죠. 이러다 여자가 아무 언급도 않고 집에 가 버리면 남자는 정말 미치고 환장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세상에 그런 얘기를 않고 집에 가는 여자는 없습니다. 뭐 정말로 몰래 바람 피는 상대를 우연히 만난 거라면 찔려서 얘기를 안 꺼낼 지도 모르지만, 세상 거의 대부분의 여자들은 이럴 때 자기 남자에게 얘기를 하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말을 꺼내죠.

여: 그 왜 아까 내가 매장에서 아는 척 한 남자 있잖아?

이럴 때 남자들의 가장 흔한 반응은 뭘까요?

1) 아, 아까 그 잘생긴 남자?
2) 아, 아까 그 다리 짧은 놈?
3) 아, 그 사람 백화점 점원 아니었어?
4) 응? 누구?

네. 아마도 4번이 가장 흔한 답일 겁니다(자존심이 강한 사람일수록, 그리고 문제의 남자가 왠지 신경이 쓰이는 제법 그럴싸하게 생긴 사람일수록 4번을 고르는 경향이 짙을 거라는 사실도 분명합니다).

대부분의 남자들은 무의식적으로 '뭐? 난 네가 누구랑 얘기를 하건 말건 아무 신경도 쓰지 않고, 사실 아까 너랑 어떤 놈이랑 친하게 대화를 나누는 걸 보긴 했지만 그런 발가락의 때 같은 놈에 대해선 아무런 관심도 보이지 않았어. 그래서 그런 놈과 네가 대화를 나눴다는 사실조차도 나는 기억하고 있지 않아. 그런 놈 따위가 나의 주의를 끌 수는 없고, 그따위 놈과 네가 대화를 한다고 해서 나는 절대 질투 따위를 느끼지 않아'라는 의미로 4번을 선택하기 마련입니다.

네. 바로 이것이 남자의 질투 표현 방식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실 이런 반응을 하게 남녀를 만들어 놓은 건 조물주의 장난기라고밖에 볼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세상에 사는 여자의 절대 다수는 자기 남자가 자신에 대해 은근히 질투를 내비칠 때(특히 평소에 안 그런 남자일수록) 즐거워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남자의 90%는 자신의 여자가 자신에 대해 질투의 기색을 보일 때 '이 여자가 언제 의부증 환자로 변해서 나의 목을 졸라오지 않을까'하는 공포감을 느낍니다. 가장 자연스럽게 나오는 반응이 서로를 실망시키게 프로그래밍됐다는 건 아무래도 그 프로그래머의 저의를 의심하게 합니다.

그러니 현명한 남자라면, 적절한 상황에서 적절하게 흔적을 남겨서 '사실 나도 조금은 질투를 느낀다'는 것을 여자친구(혹은 아내)에게 풍겨 줄 필요가 있습니다. 아주 미세한 흘림이라도 여자들은 그런 흔적을 놓치지 않고 즐거워하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이 글을 읽은 여자분들은 앞으로 남자들이 '응? 누구?'라고 말할 때, '아하, 이놈이 질투가 나서 죽을 것 같은데 꼴에 자존심은 있어서 이러는구나'라고 이해하고 그냥 흐뭇해 하시면 됩니다.^^

마찬가지로 여자들도 남자들에게 들이대듯 '누구야? 후배야? 친구야? 어떻게 알아?'하고 올가미를 펴는 것은 그리 현명하지 못한 일입니다. 그냥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내가 보고 있다'는 걸 인식시켜 주는 정도, 혹은 '그 여자 예쁘던데' 정도만 해 줘도 남자들은 '너 내가 다 보고 있어. 한눈 팔면 뼈와 살을 분리시켜 줄 줄 알아'라는 뜻으로 충분히 알아듣고 경기를 일으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P.S. 만약에 '지붕킥'의 순재네 집안 남자들처럼 대놓고 눈에서 이글이글 불이 타오르는 남자가 있다면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어머, 이렇게 질투하는 걸 보니 이 남자는 정말로 날 뜨겁게 사랑하나봐. 그래. 바로 이런 남자야'라고 해석하면 큰일납니다. 그런 남자는 절대 만나면 안 됩니다. 그 정도로 감정이 통제되지 않고, 자존심에도 큰 문제가 있는 남자는 언젠가 큰 사고를 칠 거라고 생각하면 거의 틀리지 않을 겁니다.



공감이 가시면 왼쪽 아래 손가락 그림을 눌러 주시기 바랍니다.


728x90
김연아 광고는 동계올림픽 시즌을 맞아 절정에 달했습니다. SBS의 밴쿠버 동계올림픽 중계를 보다 보면 일단 김연아가 나오는 광고가 4개 정도 방송되고 나서야 다른 광고들이 서서히 등장하곤 합니다. 이때문에 김연아 독점의 느낌은 더욱 강해지는 듯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동계올림픽 기간 중 김연아가 나오는 광고의 비중은 훨씬 줄어들었습니다. 이건 IOC의 방침 때문입니다. 표면적으로는 아직 올림픽이 '아마추어 선수들이 나오는 대회'로 되어 있기 때문에, '대회기간중 IOC 스폰서 아닌 기업을 대상으로 한 기업의 홍보에 나설 수 없다'고 금지하고 있습니다. 하긴 좀 더 생각해보면 오히려 독한 장삿속임을 알 수 있습니다.

어쨌든 김연아가 나오는 광고들을 잇달아 보고 있으면 이런 생각이 듭니다. '저렇게 많은 광고에 나오는데 정말 사람들이 저 광고를 모두 기억할까?'

사용자 삽입 이미지

김연아는 지난해 소녀시대(12개 - 이건 멤버 전원인지, 소녀시대 멤버가 1명이라도 출연한 광고인지 모르겠습니다. 아무래도 후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광고(9개)에 출연한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소녀시대는 9명이다 보니 김연아 하나로 집중되는 느낌에는 비할 바가 못 됩니다.

하지만 일단 드는 것은 정말 사람들이 김연아가 광고하는 회사를 모두 기억할까 하는 것입니다. 수많은 우유, 수많은 화장품, 수많은 섬유유연제 가운데서 '아, 이거, 김연아가 광고하는 걸 사야지'라는 생각이 들까 하는 의문이 생깁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솔직히 저는 올림픽 기간 중에 방송되는 광고 가운데서 KB 광고 외에는 김연아가 나오고 있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습니다. 아무래도 KB는 이승기와 함께 출연하고, '이승기가 김연아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 따로 촬영했다(말이 아름답긴 하지만 이승기와 찍으면 시간이 두배로 걸리기도 한단 말입니까. 좀 더 솔직하게 말하면 '이승기도 바쁘고 김연아도 바빠서 함께 촬영할 시간을 뽑지 못했다'는 것이겠지만 이런 식의 포장이 나쁘지는 않습니다^^)'는 일화가 널리 보도되면서 눈길을 끈 덕분에 주목을 받은 듯 합니다.

그 밖에 김연아와 오셔가 함께 출연한 007형 전화기 광고는 이전의 '씽씽 불어라~~'에 비해 전혀 임팩트가 없습니다. 현대차 광고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Journey의 'Faithfully'가 나와서 보다 보니 김연아가 나오더군요.^ 나이키 광고는 참 왜 하는지 궁금할 정도로 김연아가 나온다는 것 외에는 아무런 창의성을 보여주지 못하는 최악의 광고라고 생각합니다. 평소 나이키 광고가 갖고 있던 강렬한 표현과 이미지에 비해 이건 뭥미...라는 느낌이더군요.

평소보다 훨씬 적은 수의 광고가 방송되는 올림픽 기간인데도 이 정도인데, 과연 7-8개가 동시에 방송되는 시기에도 '김연아 광고'들이 모두 위력을 발휘할까요? 개인적으로는 비관적입니다. 저는 위에서 말한 '씽씽 불어라'의 하우젠과 '연아빵'의 뚜레주르, 그리고 종이 김연아가 등장한 섬유유연제 샤프란 외에는 김연아가 무슨 광고에 나왔는지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여러분은 얼마나 기억하실지 궁금합니다.

어쨌든 김연아가 광고 모델로 효과를 거두는 건 '오직 단 하나뿐인 연아'라는 희소성 때문입니다. 그럼 그가 광고하는 상품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그 효과가 묽어지는 건 너무도 당연한 일이겠죠. 하지만 지난해 이후 김연아가 나오는 광고들을 보다 보면 '닥치고 김연아'라는 분위기가 너무도 짙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무튼 김연아의 이런 '광고계 싹쓸이'는 유난히 빅 모델(big model)에 목을 매는 한국 광고주들의 특징을 너무나도 선명하게 보여주는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크리에이티비티고 뭐고 일단 '지금 제일 잘 나가는 모델이 누구야? 김연아? 그럼 김연아 데려와. 돈? 지금 내 앞에서 돈 얘기 하나? 우리 있는건 돈밖에 없어'라는 식이죠.

물론 일부 보도에 따르면 '김연아 광고 효과'는 눈부십니다. 김연아를 모델로 쓴 뒤부터 해당 제품의 매출이 30%, 50%, 70%씩 치솟고 있다는 기사가 지면을 장식합니다. 하지만 아마도 이런 기사들을 글자 그대로 믿는 건 좀 힘들 듯 합니다. 김연아를 모델로 캐스팅한 것도 그 기업의 홍보 파트일 것이고, 이런 기사를 위한 자료를 제공하는 곳도 같은 부서입니다.

그리고 '김연아를 썼더니 우리 제품이 폭발적으로 잘 팔리더라'는 기사를 내보내는 것은 (1) 기존의 광고 효과를 좀 더 불붙게 하자는 확인 효과 (2) 기업 최고위층에게 '우리가 김연아 바람을 타고 이렇게 일을 열심히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전시 효과의 두 가지 목적을 충족시키기 위한 경우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한 모델이 7-8개에서 많으면 10개까지 온갖 품목의 광고를 싹쓸이하는 풍토는 변한게 없습니다. 그리고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아마도 많이 기억해야 3,4개 정도일 겁니다. 나머지 회사들은 그냥 그 스타를 위한 후원금을 냈다... 정도로 위안을 삼아야겠죠. (물론 사람마다 관심 품목이 다르기 때문에, 1인당 3,4개면 충분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김연아가 최고의 스타고, 김연아가 갑부가 되는 것(이번 동계올림픽 참가 선수들 중 수입 1위로 꼽혔더군요. 추정수입은 800만달러인데 아마 이보단 좀 더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에 대해 불만을 가질 사람은 없을 겁니다. 다만 지금처럼 '어쨌든 빅 모델이 최고'라는 식의 광고 분위기는 매우 수준 이하라고 생각할 뿐입니다.

솔직히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생각대로 T' 광고는 장동건 때문에 히트한 것일까요, '되고송' 때문에 히트한 것일까요? 저는 다음에 나오는 것 같은 광고를 더 많이 보고 싶습니다.



P.S. 익숙지 않은 분들을 위한 간단 해설: 미국인 청년이 파리로 가서 여자친구를 만나고, 아예 파리에 살고, 결혼식을 올리는 해피엔딩을 모두 구글이 함께 했다는 스토리를 보여주는 광고입니다.

처음에 '해외 유학(연수)'을 찾아보던 주인공은 파리로 가고, '루브르 근처의 커피숍'을 검색한 뒤 아마도 누군가(예쁜 아가씨겠죠)로부터 들은 불어 표현을 검색합니다. 그 말이 '당신 참 귀엽군'이란 뜻임을 알게 된 이 청년은 잇달아 '프랑스 여자에게 어필하는 법' '초콜렛 가게' '프랑스와 트뤼포(프랑스의 유명 영화감독)' 등을 검색하면서 연애 진도를 나갑니다.
 
얼마 뒤  귀국한 이 청년, 그 뒤로는 '원거리 연애에 대한 조언'을 찾고, '(외국인을 위한)파리의 일자리'를 검색합니다. 그리고는 파리로 날아가는 항공편을 보고, 파리의 (결혼하기 좋은) 교회를 검색하죠. 이런 식으로 '연애와 생활 속 깊숙히 들어와 있는 구글'을 담담하면서도 강렬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올해 슈퍼볼 광고 가운데서 단연 돋보이는 작품이었습니다.



공감하셨으면 왼쪽 아래 손가락을 눌러 주시기 바랍니다,.


728x90

시의성 있게 글을 쓴다는 것은 타이밍의 문제와 항상 엇갈립니다. 지난 금요일, 굳은살이 덕지덕지 붙은 이상화의 발이 공개된 적이 있습니다. 일제히 온갖 언론이 '이상화의 발'과 '박지성의 발'을 비교하고 나섰죠. 스피드 스케이트 선수들이 맨발로 스케이트를 신는다는 것에도 놀란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참 아깝다 싶었습니다. 왜냐하면 그 전날 '양발굿'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쓴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양발굿이란 '양(洋)인들이 발로 하는 굿'이라는 뜻인데요, 이것이 바로 20세기 초 한국에 들어온 선교사들이 스케이트 타는 것을 보고 당시의 한국 사람들이 붙인 명칭입니다. 하도 양발굿이 유명해서 명성황후가 궁중으로 이들을 초청해 '양발굿'을 한번 보자고 한 적이 있었다는군요. 이것이 한국에 스케이트가 소개된 공식 기록입니다.

이상화의 발 사진이 하루만 먼저 소개됐더라면, 절묘하게 이 '양발굿'과 타이밍이 맞았을텐데 말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어쨌든 이상화 얘기 없이 쓴 '양발굿'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세계 스케이팅의 역사에 대한 간략한 소개가 들어 있습니다. 인류가 스케이트를 탄 것은 알려진대로라면 약 5천년, 그리 긴 역사는 아니더군요.

제목: 양발굿

인류 최초로 스케이트가 만들어진 곳은 스칸디나비아 혹은 북러시아 일대로 추정된다. 2008년 영국 옥스퍼드대 페데리코 포멘티 교수 팀은 약 5000년 전 고대 핀란드 지역에서 발견된 최고(最古)의 스케이트를 복원해 실효성을 증명했다. 이들은 당시 제작법 그대로 말 뼈를 갈아 만든 날을 가죽끈으로 연구진의 신발에 묶고 얼음 위를 달렸다.

하지만 이 원시 스케이트는 중심을 잡기 위해 양손 지팡이가 필요했으므로 최고 시속 8㎞를 넘지 못했다. 16일 밴쿠버 겨울올림픽 남자 스피드 스케이팅 500m에서 금메달을 딴 모태범의 최고 시속 57㎞엔 비할 바가 아니다. 금속 스케이트 날이 처음 도입된 것은 3세기 초이지만, 빙속 경쟁이 시작된 것은 한참 뒤의 일이다. 1592년에는 스코틀랜드에서 최초의 철제 날이, 1850년 미국에서는 강철 날이 도입됐고 빙상 대회가 겨울 볼거리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한국에서는 오래전부터 설마(雪馬)라는 썰매를 이용한 기록이 보이나 주로 화물 운반용이었던 듯하고, 1894년 경복궁 향원정에서 고종 내외가 바라보는 가운데 빙족희(氷足戱)란 이름으로 서양식 스케이트의 시범이 처음으로 펼쳐졌다. 대한빙상경기연맹에 따르면 민간인 중 처음으로 스케이트를 신어 본 사람은 현동순이라는 이다. 그는 1904년 선교사 질레트에게 15전을 주고 스케이트를 구입해 개천에서 타는 법을 독학했다고 전해진다.

늦은 출발에도 불구하고 일단 빙상에 서자 한국인의 활빙(滑氷) 속도는 눈부셨다. 해방 전까지 이성덕·최용진 등 6명이 8차례나 전일본 선수권대회를 제패했고, 1936년 독일 가르미슈에서 열린 제4회 겨울올림픽을 통해 처음 국제 무대에 나선 김정연은 1만m에서 18분2초로 '일본 신기록'을 세우는 기염을 토했다. 그 뒤 불과 수십 년 만에 쇼트트랙 스케이팅 최강국이 된 한국은 2010년 밴쿠버에서 전통의 스피드 스케이팅 간판 종목인 남녀 500m를 잇따라 석권하며 북유럽 빙상 종주국들의 코를 납작하게 했다. 누구도 기대하지 못한 쾌거라 기쁘면서도 놀라움이 앞선다.

구한말 사람들이 스케이팅을 '양발굿'이라고 부른 걸 보면 그들에게도 이 빙상 묘기가 대단히 신명 나는 일로 여겨졌던 듯하다. 한국 젊은이들이 이 기세를 몰아 밴쿠버를 더 큰 얼음판 놀이마당으로 만들길 기대해 본다. (끝)


그러니까 인류 최초의 스케이트는 대략 이런 모양이었다고 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방한용 가죽신에다 저런 뼈 스케이트를 묶고서 스키 타듯 양손에 지팡이를 짚고 얼음을 지치던 그 옛날 사람들의 모습은 상상하기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이런 식으로 발전하기 시작한 스케이팅이 오늘날에는 시속 50km를 넘는 고속 스포츠로 발전하게 된 것이죠.

어쨌든 이상화의 발 모습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땀의 가치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면 그걸로 참 값진 일입니다. 하긴 성공하기 위해서 그 정도의 굳은살을 마다할 사람이 있을 리 없습니다. 누구에게든 굳은 살이 노력의 대가로 생기기 마련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얼마 전에는 김연아의 발이 공개돼 놀라움을 자아내기도 했죠. 하긴 저렇게 아름다운 백조의 모습을 보면서 누가 아픈 발을 생각할 수 있었겠습니까.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러고 보면 은근히 우리는 발 사진 중독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뭐랄까요, 이런 발 사진은 감동의 중독성이 있다고나 할까요. 왼쪽부터 발레리나 강수진의 발, 박지성의 발, 그리고 '상록수' 뮤직비디오를 통해 잘 알려진 박세리의 발입니다. 양말을 벗는 순간 햇빛에 그을은 종아리와는 달리 양말 속에서 하얗게 되어 있던 발이 노력의 상징으로 주목받았던 순간이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실 발을 쓰는 사람에게는 발이 중요하지만, 손을 쓰는 사람에겐 반대로 손바닥의 굳은살이 노력이 상징입니다. 웬만한 야구선수들은 굳은 살을 몇번씩 깎아내곤 합니다. (웃자는 얘기지만 개인적으로 저도 왕년에는 왼손 손목 바로 위에 굳은 살이 배겼더랬습니다. 키보드 짚는 버릇이 안 좋아서...^^)

윗글에는 다 들어가 있지 않지만, 저는 '양발굿'이라는 말의 뜻이 신명나는 놀이라는 느낌도 있었겠지만, 양발에 칼을 달고 타는 스케이트라는 것이 어쩐지 무당의 작두타기를 연상시키는 구석이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칼날을 밟고 서는 것과는 반대지만 말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굿'이라는 것은 흥겨운 놀이판이면서도 극도의 집중과 숙련을 요하는 작업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한 나라가 빙상 500m 금메달을 싹쓸이한 사상 초유의 결과는 그야말로 '신들렸다'는 말 외에는 설명하기가 힘들 지경입니다. 그래서 더욱 '굿'이라는 표현이 마음에 와 닿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그런 '신들린 발' 들의 사진을 보고 있으면 절로 흐뭇해집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P.S. 우리도 다음엔 맨발로 한번 찍어 볼까요?



 

공감하셨으면 왼쪽 아래 손가락 표시를 눌러 주시기 바랍니다.



728x90
하루 사이에 이상화가 '빙상 여신'으로 등극했습니다. 빙상 경기의 꽃이라는 스피드 스케이팅의 남녀 500m에서 한국이 금메달을 쓸어갔다는 건 정말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습니다. 물론 이강석과 이상화의 성적이 뛰어났다는 건 잘 알고 있었지만 올림픽이라는 무대, 그것도 세계적인 빙상 강국의 엘리트들이 총출동하는 무대에서 한국 선수들이 금메달을 딴다는 건 정말 기대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죠.

금메달을 딴 이상화에게는 바로 '미녀 스케이터'라는 별명이 붙었습니다. 전형적인 미인형은 아니지만 선이 진한 귀여운 얼굴이라 '미녀'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습니다. 지난번 대회에 비하면 헤어스타일도 세련되고, 외모에 많이 신경을 썼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사실 빙상 경기 선수 가운데서 미녀라고 하면 아무래도 피겨 스케이터인 경우가 대부분이었죠. 상대적으로 스피드 스케이트 선수들은 '남성미'가 돋보인다면 모를까, 여성적인 미녀들이 하는 종목은 아니라는 인식이 강했습니다.

그런데 사실은 세계적인 빙상 강국 출신의 미녀 슈퍼모델 가운데 스케이트 선수 출신인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것도 꽤 유망한 선수였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

바로 위의 보그 화보에 나오는 슈퍼모델은 빅토리아 시크릿 모델인 다우첸 크루스(Doutzen Kroes: 다우첸 크로스, 도젠 크로스라고도 표기합니다만 위키피디아를 보면 [Dow-tzen crews]라고 읽는 것이 정확하다고 합니다)입니다. 스케이트를 신고 있는데, 이건 그냥 포즈만 취한 게 아닙니다.

크루스는 양친이 스케이트 선수 출신이고, 그 자신도 꽤 유망한 스케이트 선수였습니다. 최근 밴쿠버 동계 올림픽을 앞두고 한 패션 웹진과 인터뷰를 했는데 거기에 왕년 선수 시절의 기록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
http://www.modelinia.com/blog/modelinia-exclusive-speed-skate-away-with-doutzen-kroes/17709 )

이에 따르면 크루스가 직접 밝힌 학생 시절 기록은 이렇습니다.

500 meters: 42.9 seconds
1000 meter: 1 minute and 20 seconds
1500 meter: 2 minutes and 10 seconds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번 동계올림픽의 금메달 기록이 500미터가 38초 전후였고 지난해 12월 열린 자코파네 ISU 주니어 대회에서 500m 2위를 차지한 한국의 안지민(이번에 밴쿠버에도 출전했죠)이 40.36+40.35의 기록을 냈습니다. 학생 선수로 42초대는 나쁘지 않은 기록입니다.

게다가 역시 자코파네 대회의 1000m 메달 기록이 모두 1분20초대입니다. 이런 성적을 보면 그냥 '이름만 선수'는 아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하지만 빙판에서 금메달을 위해 땀을 쏟기에는 다른 분야의 재능 - 이를테면 미모와 몸매^^ - 이 너무나 탁월했던 모양입니다. 크루스는 모델로 전향해 곧바로 최고의 길을 걷게 됩니다. 하지만 스피드 스케이팅에 대한 사랑은 여전합니다.

얼마전 보그에서는 스케이팅을 소재로 한 패션 화보 촬영을 하기도 했죠. 안타깝게도 상대 모델이 안톤 오노라는 사실은 매우 유감스럽습니다. (바로 저 맨 위의 사진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리고 위에 소개한 인터뷰에서도 크루스는 자신이 네덜란드의 에이스인 스벤 크라머(Sven Kramer, 이승훈을 누르고 5000m 금메달을 차지한 선수)의 열렬한 팬이며, '누구도 크라머를 이길 수 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런 내용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날도 이상화와 함께 빙상에 나선 선수들을 유심히 바라봤는데 역시 한 선수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바로 이상화의 금메달 라이벌이었던 중국의 왕베이싱(王北星)이 호감가는 미녀형이더군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팔다리가 길고 이목구비가 선명합니다. 꾸미지 않아서 그렇지 잘 꾸몄다면 꽤 미녀 소리를 들었을 듯 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밖에 미국의 헤더 리처드슨이 눈에 띄었고,

사용자 삽입 이미지

캐나다의 크리스틴 네스비트도 꽤 팬이 많은 선수더군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물론 모델이나 연예인이 아니라 운동 선수라는 점을 감안하고 보시는 게 좋겠습니다. 그리고 현역 선수 중에도 크루스의 뒤를 이을만한 재목이 하나 눈에 띄더군요.

바로 노르웨이의 헤게 뵈코(Hege Bokko, 일부 표기로는 Boekko라고 쓰기도 하는 걸 보면 헤게 보코 보다는 뵈코라고 읽는게 정확할 듯 합니다). 바로 이 선수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역시 지난해 자코파네 세계 주니어 대회에서 주목을 끈 선수로 1000m에서 2위를 기록한 유망주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번엔 밴쿠버까지는 진출하지 못한 듯 하지만, 몇년 안에 세계를 주름잡는 빙상계의 미녀가 되어 좀 더 자주 볼 수 있게 되길 기대해 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물론 지금은 빙상계 최고의 미녀는 당연히 이상화죠. 부디 대회 남은 일정중에도 이상화 선수의 역주를 더 자주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재미있게 보셨으면 왼쪽 아래 손가락 모양을 눌러 주시기 바랍니다.


728x90
일본에 가면 먹어 봐야 할 것 중에서 에키벤을 꼽는 분들도 꽤 있습니다. 에키벤(駅弁)이란 일본 의 기차역에서 판매하는 도시락을 말하죠. 즉 역(에키)에서 파는 벤토(弁当)라는 말의 약자입니다.

일본에 가 보신 분이라면 일본 사람들의 도시락 사랑이 남다르다는 것을 잘 아시겠죠. 웬만한 편의점에서는 7-8가지 이상의 도시락을 판매합니다. 내용도 돈까쓰나 튀김에서 스시 도시락까지 다양합니다. 심지어 여객기 기내에서 주는 도시락도 따로 소라벤(空弁: 굳이 설명하자면 '하늘에서 먹는 도시락?)이라고 부를 정도로 도시락에 대한 일본 사람들의 사랑은 각별하다 하겠습니다.

최근에 일본에 다녀오면서 도시락을 다양하게 먹어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오가는 비행기에서 소라벤을 두번 먹었고, 도착해서는 기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네 가지 에키벤을 경험해 볼 수 있었습니다. 맛은 어땠을까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일본 도쿄에서 남서쪽으로 태평양을 바라보는 해안을 따라 달리는 노선 중에 도카이도(東海道)라는 노선이 있습니다. 그 기차를 타고 이동할 일이 있었죠.

도쿄 역에서 두 종류의 도시락을 샀습니다. 하나는 가장 대표적인 도시락이라고 할 수 있는 마쿠노우치(幕の內) 벤토. 마쿠노우치는 일본에서 가부키 등 무대극을 보던 도중에 관객들이 허기를 달래기 위해서 먹었다는 도시락으로, 반찬이 다양한 것이 특징이라고 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열어보면 연어구이 한 토막을 중심으로 계란말이와 각종 생선/야채 조림, 새우, 어묵, 짠지 등 반찬들이 밥을 중심으로 다양하게 준비돼 있습니다. 1000엔.

또 하나는 딱 한가지 반찬에 집중한 일품 도시락.

사용자 삽입 이미지


과연 함량이 어느정도인지는 알 수가 없으나^^ 일본이 자랑하는 쇠고기 와규(黑毛和牛)로 만들었다는 햄버거 도시락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밥은 뻔한 거라 왕건이만 확대해서 찍었습니다. 남자 어른 손바닥 절반 정도 크기의 햄버거와 구운 감자 한 조각, 버섯 한 조각, 브로콜리 한 조각이 딸랑 들어 있습니다. 980엔.

한국같으면 여기에 단무지라도 몇개 들어 있을테지만 일본에선 절대로. 어쨌든 이 햄버거 반찬 하나로 식사를 마쳐야 합니다. 솔직히 좀 버겁습니다.

물론 마쿠노우치건, 햄버거 도시락이건, 매우 답니다. 요즘은 한국 음식들도 점점 달달해지고 있지만 역시 일본에는 비길 바가 못 됩니다. 한국에서 음식에 고추가루를 뿌릴 때 설탕을 뿌린 수준으로 달죠. 단 과자는 좋아하지만 단 반찬은 싫어하는 저로서는 좀 적응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며칠 뒤의 다른 도시락. 이세만에서 잡히는 새우로 만든 도시락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일본말로는 분명히 새우인데, 그림으로는 새우가 아니라 랍스터더군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1400엔이라는 가격이 말해주듯 상당히 럭셔리합니다. 대형 새우 반마리가 저렇게 요염하게 몸을 비비 틀고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 밖에 일본 동해안의 특산이라는 금눈돔(金目鯛, 긴메타이라고 합니다) 한 토막이 구워서 얹혀 있고, 양념한 해초를 밥 위에 뿌렸습니다.

뭐 단맛도 적고 해서 이번에 먹어본 에키벤 중에서 최고로 칠 만 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오징어가 들어 있는 '이즈(伊豆)풍' 종합 모듬 도시락입니다. 위에는 작은 생선까스와 야채 튀김, 삶은 소라가 통으로 한 개, 작은 오징어 간장 조림이 통으로 한 마리, 그리고 예의 다양한 조림과 다쿠앙, 밥 위에 뿌려 먹는 생선살 단 조림 같은 것들이 반찬입니다. 900엔.

물론 맛이 없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역시 오징어 조림과 생선까스 정도를 빼면 제 입맛에는 너무 달았습니다. 소라를 통으로 삶아서 속살을 빼 먹으라고 꼬챙이까지 넣어 두는 세심함은 물론 일본 문화의 특징이죠.

어쨌든 네 종류 모두 일본 에키벤은 제 취향이 아니라는 사실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저는 일본 음식은 단품 취향인 듯 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런 음식들에 비하면 한 작은 소바가게에서 먹은, 면에 벚꽃가루를 섞어 반죽했다는 연분홍색의 사쿠라소바는 너무나 맛이 좋았습니다. 물론 소바 치고는 꽤 비쌌지만(두 판에 840엔+한판 추가 300엔), 깊은 맛이 느껴지는 쯔유와 함께 감칠맛도는 소바 향이 그만이었습니다.

한겨울에 소바 먹은 속을 달래라고 함께 주는 메밀국수 삶은 물도 구수하고 딱 좋더군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어쨌든 그렇게 태평양을 보고 왔습니다. 이걸로 당분간 힘을 내겠습니다.




728x90
설 연휴가 한창이던 14일 밤에 SBS TV에서 희한한 프로그램 하나가 방송됐습니다. 제목은 '용구라환의 빅매치'. 물론 아직 정규 편성이 될지는 결정되지 않은 프로그램이지만 첫 방송에는 MC로 김용만, 김구라, 신정환(그래서 용구라환)이 나섰고, 출연자는 연예인 20명과 연예 담당 기자 20명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서로 할 말 많을 것 같은 양측이 나서서 '빅매치'를 벌인다는 거였죠.

약 2주 전에 이 프로그램의 녹화가 있었는데, 밤 11시쯤 시작한 녹화가 무려 다음날 새벽 4시30분에 끝났다고 합니다. 물론 첫회다 보니 그렇기도 했겠지만 요즘 예능 프로그램들, 정말 사람 진을 다 빼놓는 듯 합니다. TV로 보실 때는 잘 모르시겠지만 소위 '예능인'이 되려면 체력이 필수입니다. 얼마 전 '강심장' 녹화 도중에 박가희가 졸았다는 게 이해가 갑니다. 어쩌면 '스타 골든벨' 찍다가 출연자 중 몇몇이 화장실 갔다 온다는게 당연한 얘긴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저는 방송에 나오지 않았고, 녹화장에도 가지 않았습니다(저 녹화 시간 얘기를 듣고 정말 안 가길 잘 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 상황이었기 때문에 방송을 통해서 구하라양의 눈물을 편안하게 볼 수 있었던 듯 합니다.



이날 프로그램이 시작될 때, '정말 모시기 힘들었습니다. 섭외가 준비의 90%'라는 자막이 뜨더군요. 사실 저도 섭외를 받았습니다. 고참급으로서 정리하는 역할을 맡아 달라는 얘기였지만, 솔직히 좀 겁이 났습니다. 초기 단계에서 제작진이 갖고 있는 생각이 좀 위험해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처음 이 프로그램이 구상될 때의 분위기는 '한풀이'가 키 워드였습니다. 기자와 연예인은 흔히 적대적인 관계로 묘사되기 쉽습니다. 더구나 패널 구성도 가능하면 '기자들에게 한이 많을 듯한' 연예인 위주로 꾸미고(MC 중에 김구라와 신정환이 있다는 건 매우 상징적입니다), 방송의 주요 내용은 '그때 나한테 왜 그랬어요'라는 식의 진행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진땀이 났습니다. '저는 현역 기자도 아니고, 요즘 현장을 잘 모른다'는 말로 일단 출연 요청을 고사하고, '방송의 방향이 이 쪽으로 잡히면 아마도 출연할 사람이 없을 것 같다'고 조언했습니다.
솔직히 말해 시청자 입장에서는 서로 치고 받는 방송이 아마 제일 재미있었을 겁니다. '대체 왜 맨날 연예인만 쫓아다니면서 괴롭히는 거냐'는 식으로 몰아부치기 시작하면 보는 분들은 즐겁겠지만 출연한 기자들은 죽을 맛이겠죠.

제작진은 '물론 갈등 상황의 묘사는 한 부분이고, 서로 같은 바닥에서 일하는 사람들인 만큼 훈훈한 이야기도 많이 나올 것 같다. 그 쪽에 초점을 맞추려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오락 프로그램인 만큼 그게 될까 싶기도 하더군요. 아무튼 프로그램을 만드는 의의는 충분히 납득을 했으므로 '이러이러한 부분을 잘 고려했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달하는 선에서 저는 물러나기로 했습니다(물론 협의 내용은 비밀입니다^^).


그러고 나서 제작진은 갖은 고생을 통해 20명의 기자들을 섭외했습니다. 평소 잘 알고 지내던 후배들과 낯이 생소한 후배들(물론 당연히 다들 저보다는 후배들이죠^)이 출연한 모습을 보면서 걱정이 좀 지나쳤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현장에서는 방송에 나간 것에 비해 대여섯배 많은 이야기가 오갔겠지만 기자들이 방송인도 아니고, 계속 '빵빵 터지는' 재미있는 이야기만 나오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런 면에서 참 제작진도 고생이 많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튼 같은 직업군의 인물들이 나오는 걸 보고 있으니 재미는 두배였을 겁니다. 'F4 기자'들을 보면서 '음...나도 예전엔...'(^^) 하는 생각을 해 보기도 했고, 계속해서 카메라의 초점이 되던 최재욱 기자(현장에선 '앙드레 기자'라고도 불렸다고 합니다)를 보면서 너무 희화화되는 게 아닌가 좀 걱정이 되기도 했습니다. 업계의 호인으로 유명한 최기자는 평소 방송 경험이 많지 않은 걸로 아는데, 이날따라 좀 많이 긴장한 듯 했습니다.

예상대로 고참급의 기자들은 나름 신중한 모습으로 '방송을 재미없게' 하는 데 일조한 듯 했고(그래서 그랬겠지만 이 친구들은 방송에 별로 나오지 않았습니다^^), 한창 때인 젊은 기자들은 각자 끼를 뽐내서 영상 세대임을 드러냈습니다.


특히 이날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초등학교 동창 사이라는 이해완 기자와 환희의 이야기는 충분한 웃음을 뽑아낼 수 있었습니다. 이 기자가 제목으로 뽑은 '첫사랑을 가수 H군에게 빼앗겼다'는 얘기는 알고 보니 좀 과장이었지만, 아무튼 'TV는 사랑을 싣고'에서 '해피 투게더 프렌즈'를 거쳐 '절친노트'로 이어지는 구성은 훌륭했습니다.

기자들의 재능(?)을 엿볼 수 있었던 '그 자리에서 제목 뽑기'는 어찌 보면 좀 장난 같기도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재미있었습니다. 다만 취재를 하고 기사를 쓰는 행위가 그냥 '제목 장난'만은 아니라는 것을 시청자들이 조금은 오해하지 않았을까 하는 걱정도 들었습니다(네. 나이 먹은 뒤로 걱정만 늘고 있습니다). 제가 현장에 있었다면 한가인을 닮은 제국의 아이들의 막내 동준군을 보고 '연정훈 뜨악'이라는 제목을 뽑았을 것 같은데 마침 그걸 짚어낸 친구가 있더군요.^


마지막 부분, 김형우 기자와 구하라의 에피소드는 시청자들이 보기엔 어땠을 지 모르지만, 솔직히 제게는 너무나 당연한 얘기로 느껴졌습니다. 솔직하고 활발하던 구하라가 어느날 인터뷰 기피증이 걸릴 정도로 마음 고생이 심한 걸 옆에서 지켜보면서 기자도 가슴이 아팠다는 얘기였죠.

연예인의 거의 모든 면을 다 볼 수 있는 사람은 매니저들이겠지만, 기자나 PD, 스타일리스트 등 주변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각기 자기 시각에서 매니저들이 볼 수 없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그렇게 늘 가까이서 보다 보면, 그리고 그들이 성장해가는 과정을 시간을 두고 지켜보다 보면 남다른 애정을 갖게 되죠. 그래서 그들이 잘 될 때 같이 기뻐하고, 잘 못 될 때 안타까워하곤 합니다.


아무튼 이런 대목을 보다가 저도 옛날 일이 생각났습니다.

벌써 10년이 넘은 예전 일입니다. 연기력은 좀 떨어졌지만 남다른 외모와 몸매로 남성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던 신예 미녀 스타가 있었습니다. 특히나 CF 시장에서는 새로운 블루칩으로 눈길을 끌었죠. 처음 주목을 끈 것도 스포츠 의류 모델을 통해서였고, 그 뒤로 수많은 CF 제의가 몰려들었습니다. 그 매니저도 저와 가까운 사이였기 때문에 이 친구가 쑥쑥 성장하는게 제게도 참 기쁜 일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이 친구가 캔커피 모델로 발탁됐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확인해보니 맞더군요. 특기사항은 이번에 이 친구가 A 캔커피 모델을 맡게 됐는데 이 친구는 1년 전 쯤 B 브랜드 캔커피의 모델을 했더란 겁니다.

그래서 '신예 OOO, 캔커피 브랜드 싹쓸이'라는 식의 기사를 만들었습니다. 항상 기사는 '전에 없던 일, 새로운 일'을 내세워야 하기 때문인데, 누구든 캔커피 모델을 하는 건 흔한 일이지만 한 모델이 두 브랜드의 캔커피 모델을 한다는 건 매우 드문 일입니다. 요즘은 통신/전자 업계 라이벌 회사들끼리 상대 모델을 빼앗아 오는 경우도 있지만, 특히나 그 시절에는 한 모델이 같은 업종에서 두 브랜드의 모델을 하는 건 신기하게 여길만한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기사가 나가고 나서 난리가 났습니다. 얼른 기사를 좀 '내려 달라'는 겁니다. 인터넷도 부실하던 시절이니 기사를 없애는 건 문제가 아닌데 대체 왜? 알고 보니 광고주 측에서 난리가 났다는 겁니다. 듣고 나니 어이가 없더군요. 광고 모델을 기용할 때에는 후보자들이 그동안 어떤 광고에 출연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기본 상식인데, 같은 업종의 모델로 나섰다는 사실을 모르고 일을 진행했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얘기였거든요.

설명인즉 모든 사람들이 OOO의 가능성을 높이 보고 모델로 기용하는 데 OK를 했고, 다른 브랜드 모델을 했다는 사실에도 '그게 무슨 상관이냐'는 반응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오너급에서 이 사실을 모르고 결재 도장을 찍은 사람이 있었다는 겁니다. 당연히 뒤늦게 '왜 남의 모델을 쓰느냐'는 반응이 나오는 바람에 책임자가 문책을 당하는 등 난리 법석이 벌어졌다는 겁니다. 당연한 결과로 모델 기용은 '없던 일'이 돼 버렸습니다.

그야말로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 됐습니다. 제가 정말 좋아하는 연예인과 동생같은 매니저의 일이었고, 정말 잘 포장해주고 싶은 일이었는데 결과적으로 제가 쓴 기사 한 줄 때문에 몇천만원이 그냥 허공으로 날아간 겁니다.

이 일을 계기로 제가 뼈저리게 느낀 게 '내가 아무 생각 없이 한 일이 연예인들에게는 수천만원, 수억원의 차이가 될 수 있다'는 거였습니다. 물론 그 전에도 당연히 여러 차례 느꼈던 일이지만 이렇게 피부와 와 닿은 적은 없었습니다.


아무튼 김형우 기자와 구하라의 사연도 그랬지만, 현장에서 일하는 기자와 연예인 사이에 이런 정도 사연이 없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예전과 지금은 일하는 분위기도 달라지고 환경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지만, 그래도 사람과 사람이 만나 하는 일인데 어떻게 정이 쌓이지 않겠습니까. 원로급 기자와 연예인으로 가면 더 많은 얘기가 있을 겁니다. 앞으로 연예 기사를 보시는 분들도 이런 면을 생각해 주셨으면 합니다.

(물론 '진짜 기자'의 기사에 한정된 이야기입니다. 하는 일이 TV 감상문 쓰기이거나 남의 기사 베끼기인 사람들에게 이런 얘기가 있을 수는 없겠죠.)

다시 제 회상으로 넘어갑니다. 여러 차례 본인과 매니저에게도 사과를 했고, '앞으로 더 벌도록 도와주면 된다(?)'는 격려도 받았지만 아무튼 이 일은 여전히 마음의 빚으로 남아 있습니다. 다행히(?) 그 친구는 톱스타로 군림하고 있고, 요즘은 연기력으로도 좋은 평을 얻고 있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송구스럽습니다.

한고은씨, 그땐 정말 미안했어요.



P.S. 김창렬의 이 '에라이'가 사실은 'L.I.E'라는 DJ DOC의 노래라는 걸 제작진이 몰랐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 노래, 정말 가사 적나라하죠.^^



공감하셨으면 왼쪽 아래 손가락을 눌러 주시기 바랍니다.



728x90

온 국민이 김연아의 선전을 기대하고 있는 밴쿠버 동계 올림픽을 눈앞에 두고 방송사간의 혈전이 한창입니다. 우여곡절 끝에 단독 중계를 하게 된 SBS는 입이 찢어져서 자사 홍보에 여념이 없고, 공동 중계를 관철시키지 못한 MBC와 KBS는 연일 흠집내기에 골몰하다가 결국 '취재도 하지 않겠다'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SBS가 단독 중계권을 확보한 가운데 KBS와 MBC는 취재진도 보내지 않겠다고 선언을 한 것이죠. 양사의 주장은 거의 같습니다. (중계도 못 하게 된 이상) 대규모 취재단을 파견할 예정이었지만 SBS는 주요 경기 장면 촬영 등을 불허하고 하루 2분 분량의 방송용 화면은 제공할 수 있다는 입장이어서 "그럴 바엔 아예 안 가고 말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 MBC는 성명까지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SBS 직원도 아니지만 참 웃음이 나옵니다. '비통한 심정으로', '비도덕적인' '합의와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리고' 등등의 문구가 등장하더군요. 그런데 과연 MBC와 KBS는 이런 얘기를 할 자격이 있을까요?

[상당히 긴 글입니다. 인내심이 부족한 분들은 중간을 건너뛰고 맨 끝부분이라도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제목만 보고 엉뚱한 얘기를 하시는 분을 최소한으로 줄여 보려고 드리는 충언입니다. 물론 세상 모든 얘기를 석줄로 요약할 수는 없다는 걸 아시는 분들이 훨씬 더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제가 웃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동안 수없이 반복되어 온 지상파 3사간 주요 스포츠 중계권 분쟁의 역사가 생각나서입니다. 그 역사는 바로 배신과 반목, 뒤통수 때리기와 공허한 합의의 역사였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지난번 WBC 대회의 지상파 중계가 무산 위기에 있었을 때 한번 정리한 적이 있습니다. 기억이 가물가물 하신 분들이 많을테니 한번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WBC, 결국 실속은 방송사 몫  http://fivecard.joins.com/330

물론 이 내용은 야구에 대한 부분만 정리한 겁니다. 국가대표 축구 경기경기까지 합하면 배신의 역사는 뎌욱 화려해집니다. 어느 때건 세 회사는 모여서 합의를 하고, 그중 누군가는 합의를 깨고 뒷거래를 성공시킨 다음 혼자 샴페인을 터뜨리고, 나머지 두 회사가 만나 그 보복조치를 강구하고... 끝없이 되풀이된 역사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올림픽 중계권에 대해 최근 썼던 글입니다.

제목: 올림픽 중계권:

손기정의 마라톤 금메달로 기억되는 1936년 베를린 올림픽은 기록 영상 면에서도 두 가지 신기원을 이뤘다. 히틀러의 총애를 받던 여류 감독 레니 리펜슈탈이 만든 기록영화 '올림피아' 2부작은 지금까지도 스포츠 다큐멘터리의 교과서로 꼽힌다. 게다가 이 대회는 인류 역사상 최초로 TV를 통해 중계방송된 올림픽이기도 하다. 당시 독일 제3제국은 좀 더 많은 국민에게 올림픽의 열기를 전달하기 위해 폐쇄회로 TV를 이용해 베를린 시내 곳곳으로 경기 영상을 내보냈다.

이렇게 시작된 올림픽의 TV 중계가 돈이 된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깨닫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1960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스쿼밸리 겨울올림픽 때 마침내 올림픽 중계권의 거래가 시작됐다. 당시 미국 CBS는 독점의 대가로 5만 달러를 지불했다.

50년 뒤, 2010년 밴쿠버 겨울올림픽과 2012년 런던 올림픽 독점 중계를 위해 NBC는 20억 달러의 거액을 베팅해 경쟁자들을 따돌렸다. 하지만 NBC는 과연 그만한 가치가 있느냐는 비판에 직면했고, NBC가 위축된 사이 ABC와 ESPN의 모기업인 월트 디즈니사는 2014년 겨울올림픽과 2016년 올림픽 중계권을 확보해 '올림픽은 NBC'라던 아성에 흠집을 냈다.

이번 밴쿠버 올림픽 국내 중계를 SBS가 독점하면서 KBS와 MBC는 SBS의 부도덕함을 목소리 높여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20여 년간 주요 스포츠 이벤트 때마다 중계권과 광고 수입을 둘러싸고 3대 지상파 방송사가 보여준 배신의 역사를 돌이켜 볼 때 '피해자들'이라고 그리 떳떳해 보이지는 않는다. 독점 중계는 국민의 보편적 시청권에 대한 위협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공동 중계를 한답시고 똑같은 메달 유망 종목만을 온 채널에서 중복 중계하며 시청률 경쟁에 매달렸던 전력을 감안하면 다양한 시청자의 기호 충족이란 명분이 얼마나 헛된 것인지도 느끼게 된다.

시청자들은 지난해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됐던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대회를 앞두고 광고 물량을 기대할 수 없다며 지상파 3사가 일제히 중계 불가 방침을 내세웠던 사실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방송사들이 내세우는 국민의 시청권이란 방송사의 수익이 동반될 때에만 고려 대상이 된다는 것을 지나간 역사가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끝)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번에 MBC가 SBS의 독점 중계를 규탄한다며 발표한 성명입니다.

공영방송 MBC는 상업방송 SBS의 독단적 동계올림픽 중계 결정으로 중계방송을 포기한다. 또 SBS의 비협조적 보도 영상 제공 계획으로 인해 올림픽 보도 역시 완벽한 뉴스 보도가 불가능하다고 판단,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MBC는 비록 중계방송은 할 수 없더라도 국민의 알권리, 볼 권리를 위해 올림픽 뉴스 보도에는 최선을 다하기 위해 취재팀 2개를 꾸릴 수 있도록 SBS측에 협조를 요청했다.

하지만 SBS 스포츠국장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보도와 관련해 KBS와 MBC에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로 SBS는 일체의 협의 없이 "올림픽 영상 1일 2분 제공, 현지 취재 ID 3장"으로 제한한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해왔다.

이는 15일간 열리는 올림픽 뉴스 보도를 현실적으로 불가능 하게 하는 것으로, 이정도 영상 분량으로는 하루에 뉴스 아이템 하나 이상 제작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은 SBS도 주지하는 일이기에 노골적 타 방송사 방해 의도가 명백하다고 본다.

 SBS는 외부로는 협상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도록 하면서 내심 MBC와 KBS에 뉴스조차도 협조할 의사가 전혀 없었던 것이다.

 이에 MBC는 공영방송사로서 비통한 심정으로 국민 축제인 2010밴쿠버동계올림픽에 관해 중계방송에 이어 어쩔 수 없이 뉴스 보도조차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게 됐다. MBC는 한국 대형 스포츠 중계 사상 유례없는 이같은 사건의 원인제공자는 SBS이고 그동안 방송사 합의사항을 처음부터 준수할 생각 없이 무성의한 협상 태도로 일관한 의도적 결과라고 판단한다.

 MBC와 KBS는 공동으로 마지막까지 SBS와 협상 타결을 위해 방송법 및 방송법 시행령에 의거 방송통신위원회에 분쟁조정을 의뢰했으나 이마저도 SBS가 분쟁조정 자체에 참가하는 것을 거부해 협상은 무산되었고 현재 방송통신위원회는 “신고”에 따른 조사만 하고 있다.

SBS의 이러한 비도덕적인 행태에도 불구하고 MBC는 여전히 올림픽, 월드컵이 국민 관심이 지대한 국가적 행사로서 다른 지상파 채널에서도 공평하게 방송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이후 남아공 월드컵 방송권 재분배에서는 SBS가 합의 위반과 책임을 겸허히 인정하고 성실하게 협상에 응해 합동방송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하며 MBC도 최선을 다해 협상에 임할 예정이다.

 앞으로는 한국 방송계에 SBS처럼 방송3사 사장단의 합의와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리는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기대하며 또한 국민 축제인 올림픽과 월드컵이 보편적 시청권을 외면하고 사익을 추구하는 민영방송사의 수단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자, 그럼 이번엔 지난 2000년 KBS는 어떤 입장이었는지 한번 보겠습니다. 매일경제신문의 2000년 11월 9일 보도 내용입니다. MBC가 박찬호가 등판하는 메이저리그 야구경기 독점중계권을 확보했다는 데 대한 KBS의 분노 넘치는 반응을 다루고 있습니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3&oid=009&aid=0000065320)

MBC의 박찬호 경기 독점중계권 계약에 대해 막대한 외화낭비라는 방송가의 비난이 높다.

KBS는 9일 이규창 스포츠국장 명의의 'MBC의 미 프로야구 독점계약에 대한 KBS의 입장'이란 제목의 공식성명을 내고 "MBC가 3200만달러 (한화 약 384억원)라는 많은 외화를 지불하면서 미 메이저리그 경기 중계권을 독점계약한 것은 방송사간 과열 경쟁을 막기위해 공중파 3사가 합의·시행하고 있는 스포츠 합동방송 시행세칙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KBS는 또 "방송 3사가 합의한 시행세칙 중 합동방송대상 6항에는 메이저리그와 일본 프로야구 리그도 포함돼있다"면서 "지난 97년에도 합동방송대상인 월드컵 축구 지역예선전을 단독 방송했던 MBC가 이번에도 똑같은 잘못을 반복하는 것은 합동방송세칙을 백지화시키겠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KBS가 이같이 공식성명까지 내게된 것은 지난 7일 MBC가 7일 "메이저리그 중계권을 주관하는 MLBI(Major League Baseball International)와 내년부터 4년간 지상파 케이블 위성을 포괄하는 독점 중계권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힌데 따른 것이다. 계약관행이라며 MBC측가 정확한 계약금액은 밝히지 않고 있지만 방송가에서는 대략 3200만달러(한화 약 3840억원)선으로 이야기 되고 있다.

지난 97년 KBS가 박찬호의 경기를 중계하면서 연간 30만달러를 지불했고 이듬해iTV가 중계에 나서면서 100만달러(98년)로 올려놓은 이래 99년 150만달러, 2000년 300만달러를 지불한 점을 감안하면 중계권료가 천정부지로 치솟은 셈이다.

이에따라 방송가 안팎에서는 MBC가 지나치게 높은 금액으로 계약해 결과적으로 막대한 외화 손실을 가져왔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국내 방송사들은 중계권 확보 과열경쟁에 따른 국부유출을 막기 위해 98년부터 KBS MBC SBS 방송3사가 메이저리그 경기등을 합동중계키로 합의, 시행해오고 있다.

그럼에도 MBC가 이를 무시하고 단독 중계키로 했다는 점에서 경쟁사의 비난뿐만 아니라 공영방송인 MBC가 많은 돈을 지불해가며 굳이 독점적 중계권을 확보해야 했는가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이 많다.

이에따라 KBS는 "MBC의 합동방송 참여를 제한하는 문제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말할 것도 없이 대회 이름만 바꾸면 정말 쌍둥이같은 성명임을 알 수 있습니다.

왜 주요 국제경기가 벌어질 때면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요. 원인은 간단합니다. 스포츠 중계가 돈이 되기 때문입니다. 달리 말하자면, 아무리 중요성이 큰 경기라도 돈이 되지 않으면 누구도 중계방송에 선뜻 나서지 않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번 사태가 남긴 교훈은 한 방송사가 출혈을 각오하고라도 단독 중계를 감행한다면, 누구도 그걸 저지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재확인하게 된 것 뿐입니다. SBS는 설사 이번 동계올림픽 중계방송이 그 자체로서는 이익을 남기지 못하더라도 - 물론 그럴 것 같지는 않지만 - 장기적으로는 큰 소득으로 남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는 듯 합니다. 여기에는 방송사 이미지나 위상의 제고라는 무형의 소득도 포함시킬 수 있습니다.

이번에 깨졌다는 3사 사장 합의를 볼 때 흥미로운 점을 발견하게 됩니다. 문서상으로 볼 때, 만약 3사 중 어느 하나가 합의를 깼을 경우에 어떤 불이익을 받게 된다는 내용이 없습니다. 하다못해 가수 한 명의 전속 계약에도 약속이 깨졌을 경우에는 위약금을 문다는 내용이 들어 있는 세상이란 점을 감안할 때 참 순진한 일입니다. 더구나 이미 몇번씩 서로 배신하고 배신당한 당사자들 사이의 합의인데 말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진 출처는 한겨레신문 기사입니다.
http://www.hani.co.kr/arti/society/media/147388.html )

그러다 보니 이번에 '배신당했다는' MBC와 KBS가 목소리만 높이고 있는 것 역시 '누가 깨도 깼을 합의'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하게 됩니다. 만약 그 합의가 전제하고 있다는 '월드컵/올림픽 특별위원회'가 약속을 깬 방송사의 중계 자체를 금지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었어도 이런 식의 배신이 가능했을까요. 설마요. 거액의 중계권료를 내고도 방송을 하지 못할 위험이 있다면 누가 무리를 하겠습니까.^^

네. 저도 설마 그럴리는 없을 거라고 보지만, 지금까지 배신의 역사가 워낙 장구하다 보니 이런 의심까지 하게 되는 겁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자, 결론입니다.

정리하겠습니다. 가능하면 싼 값에 중계를 사다 보여준다면 국민에게도 좋고, 그 이전에 방송사의 수지를 위해 좋은 일일 겁니다. 일각에선 경쟁으로 중계권이 올라가면 국부 유출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할 수만 있다면 가능한 한 싸게 사고 싶은 것은 누구도 아닌 방송사들입니다. 그런 방송사들이 출혈경쟁이라며 돈을 '지를' 때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입니다.

그걸 업계 밖에서 아무리 경쟁하지 말고 싸게 사라고 강요한들, 실제로 심각한 징벌 방안(예를 들면 방송 중계권 무효화와 같은)이 없는 한 '배신'을 막을 방법은 없습니다. 솔직히 좋은 콘텐트가 있고 그걸 확보하려는 경쟁자가 있는 누가 그 경쟁을 막을 수 있을까요.

[물론 정말로 비판자들이 '국부유출'을 경계하는 거라면, 각 방송사들이 'IOC(혹은 FIFA)가 너무 비싼 돈을 요구하기 때문에, 적정 중계권료로 중계권을 확보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올해 월드컵 중계방송은 그냥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국부 유출을 막으려는 저희 방송사들의 충심을 시청자 여러분들이 널리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와 같은 성명을 발표할 때 온 국민이 박수를 보내야 할 겁니다.

그런데 이건 그리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을 듯 합니다. 오히려 '시청료까지 걷어가면서 (혹은 광고도 죽어라고 틀어대면서) 월드컵 중계도 안 하냐, 이 돈먹는 하마같은 놈들아'라는 욕설이 나오겠죠. 참 어렵습니다.^^]

마지막으로, 개인적으로는 공동 중계랍시고 캐스터와 해설자만 다른 방송을 세 채널을 통해 중계하는 꼴은 제발 그만 봤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어떤 이들은 그 '해설자와 캐스터'의 선택이 '시청자의 선택권'이라고 생각할 지 모르지만, 그보다 더 큰 시청자의 선택권은 "올림픽 중계를 볼 것인가, '개그 콘서트'를 볼 것인가, 다큐멘터리 '아마존의 눈물'을 볼 것인가"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월드컵 시즌이라고 월-화-수-목 드라마가 올스톱되는 걸 모든 사람이 당연하게 여기는 것은 아닙니다.



공감하시면 왼쪽 아래 손가락을 눌러 주시기 바랍니다.


 

728x90
소녀시대의 'Oh!'가 공개되면서 각 멤버들이 입고 나온 치어리더 유니폼의 넘버가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백넘버라고 하려고 했더니 등번호가 아니라 앞쪽에 번호가 붙어 있더군요.^^). 각 멤버들이 갖고 있는 번호는 모두 직접 고른 거라고 합니다. 물론 개개인마다 그 사연을 다 알 수는 없더군요.

소속사에서도 번호의 의미에 대해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지는 않은 상태입니다. 몇몇 방송 인터뷰를 통해 드러난 얘기로는 수영의 번호 24는 본래 '24세에 결혼하고 싶다'는 것이었는데, 소녀시대 활동을 위해선 24세로는 곤란하다며 '42로 바꿔야겠다'고 했다는 정도더군요. 그리고 티파니의 0번은 본래 '01'이었는데 전달 과정에서 1이 떨어져 나가는 바람에 0번이 됐다고 합니다. 그 바람에 티파니는 '팀의 공식 구멍(0)이 됐다는군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런 사연은 직접 만나기 전에는 다 알 수가 없을 듯 합니다. 그래서 그냥 재미로, 과연 소녀시대 멤버들이 고른 등번호는 과연 어떤 스타플레이어들의 번호인지를 한번 살펴보는 걸로 대신하겠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윤아의 7번은 어떤 종목이건, 누가 뭐래건 에이스의 번호입니다. 한국에서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김재박 감독과 이종범의 7번이죠. 세계 어느 종목의 어느 팀이라도 팀내에서 7번을 달 수 있는 선수는 그 번호 값을 해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있기 마련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축구를 보자면 최고의 7번에는 레알 마드리드의 전설이었던 라울의 7번, 그리고 맨유에 있을 당시 호날두가 달고 있던 7번을 빼놓을 수 없을 듯 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비슷한 의미로 태연의 9번 역시 많은 선수들이 선호하는 번호입니다. 야구로 치자면 메이저리그에서 20세기 최고 타자 중 하나로 꼽히는 테드 윌리엄스가 9번을 고집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국가대표 9번은 더욱 의미가 크죠. 90년대 세계 최강의 스트라이커였던 호나우두는 브라질 국가대표 노란 유니폼의 9번 자리를 빼앗기지 않았습니다. 마이클 조던도 23번이란 고유 번호를 버리고, 드림팀에서 9번을 달았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

서현의 11번은 차범근-차두리 부자로 설명을 끝내도 될 듯한 번호. 고전적인 축구 포메이션에서 골키퍼를 1번으로 놓고 죽 나가다가 레프트 윙어는 9번, 스트라이커는 10번, 라이트 윙어는 11번으로 부르는 경우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 축구 사상 최강의 라이트 윙어였던 차범근의 11번은 의미가 각별하다 할 수 있겠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써니의 12번은 별로 선호되지 않는 번호인 듯도 하지만 꽤 많은 스타들이 달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스타를 꼽으라면 아무래도 마이클 조던의 시절 역대 최고의 포인트가드로 꼽혔던 존 스탁튼의 12번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또 현재 미식축구 최고의 스타인 톰 브래디의 12번도 기억해둘만 하죠. 지젤 번천의 남자인 바로 그 톰 브래디 말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유리의 21번을 보는 순간 팀 던컨이 생각나지 않는다면 NBA 팬이라고 할 수 없을 듯. 그 밖의 선수들에겐 사실 그리 선호되는 번호는 아닙니다. 고교야구에서는 투수들이 많이 다는 번호이기도 한데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 21승?^^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제시카의 22번도 고교야구에서는 포수들이 많이 달고 있는 번호죠. 2번이 포수를 뜻하다 보니 주전 포수가 2번을 다는 경우가 많고, 신입생 포수들은 22번을 달고 올라가서 주전이 되는 일이 반복되다 보니 생긴 현상이라고도 합니다.

그 22번 중 가장 유명한 22번이라면 바로 한국 프로야구 초창기 역사를 쓴 선수인 이만수 현 SK 코치를 꼽지 않을 수 없습니다. '22번 헐크'의 전설은 대구 지방에선 여전하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축구계 최고의 22번은 아마도 AC 밀란 시절의 카카가 아닐까 싶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수영의 24번 역시 어린 선수들 중에는 포수 희망자들이 많이 다는 번호입니다. 앞의 2는 포수, 뒤의 4는 4번 타자를 뜻하죠. 하지만 24번 중에 정작 유명한 포수는 별로 없는 듯 합니다. 오히려 가장 유명한 24번은 왕년 피츠버그 시절의 배리 본즈일 듯. (저땐 참 날씬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물론 현역 24번으로는 코비 브라이언트를 빼고 얘기하기 곤란하겠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

축구계에서 가장 유명한 24번은 바로 이 선수가 아닐까요.^^ (혹시 수영과 특수관계?)


사용자 삽입 이미지

효연의 32번, 역시 굉장히 유명한 번호입니다. 21세기 초까지 세계 농구계를 지배했던 샤킬 오닐의 32번은 그 자체가 상표가 돼 있죠. 생각해보면 최고의 파워포드였던 칼 말론도 32번이었는데 샤크의 명성 때문에 존재감이 약해져 버렸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야구계 최고의 32번은 전설의 투수 샌디 쿠펙스. 200승도 안 되는 통산 성적에도 불구하고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에 거의 만장일치로 들어설 정도로 전성기에는 무적의 투수였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마지막으로 티파니의 0번... 참 드문 번호입니다. 한국 프로야구에서는 단연 공필성 코치가 유명하지만, 메이저리그에도 0번이 있는지는 제가 무식해서 잘 모르겠습니다.

NBA에서는 길버트 아레나스가 0번 플레이어로 꽤 유명하다는 정도...?


사용자 삽입 이미지

물론 소녀시대 멤버들이 번호를 고를 때 이런 스타플레이어들의 백넘버를 얼마나 의식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흔히 야구에서 에이스의 번호로 꼽히는 18번, 랜디 존슨과 이치로의 51번, 박찬호의 61번 등이 없는게 좀 아쉽기도 합니다.

본래 소녀시대가 9명이다 보니 당초 생각은 야구로 한정해 번호를 고르자는 거였는데 좀 더 유명한 선수들로 모으다 보니 온갖 종목이 다 등장했군요. 아무튼 결론은... 소녀시대 포에버?


P.S. 그런데 신기하게도 제가 좋아하는 노래들은 그닥 히트하지 못한다는 징크스가 있는 듯 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소녀시대의 노래는 '다시 만난 세계'와 '힘내', '소원을 말해봐'인데 정작 대박이 난 노래는 '소녀시대'와 '지'... 이번 'Oh!'도 후자의 길을 걷고 있더군요.



공감하셨으면 왼쪽 아래 손가락을 눌러 주시기 바랍니다.



728x90

KBS 2TV '공부의 신'이라는 드라마가 시청률 선두를 달리고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은 우리 사회의 현주소를 일러주는 현상이라고 할만 합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공부'와 '공부법' 혹은 '명문대 입학'에 관심이 많은지를 보여주는 것이죠.

그러다보니 일각에서는 이 드라마를 사회악의 근원처럼 규정하곤 합니다. 혹자는 김수로가 연기하는 강석호 변호사의 말이 독설이 아니라 그 자체로 독이라고 말하곤 하죠.

반대 논리는 말 자체로는 그럴듯합니다. 지금도 입시 지옥에다 과잉 경쟁으로 자살까지 하는 학생들도 나오는 판에 더 시험 시험 하는게 말이 되는 얘기냐, 그리고 결국 구조적으로 잘사는 집 애들이 좋은 대학 가는게 훨씬 유리한 상황에서, 공부 공부 하는 드립으로 '네가 좋은 대학 못 가는 건 네가 노력 안 해서 그런거야'라는 식으로 호도한다는 식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주장들이 모두 맞는다고 일단 인정해 봅시다. 그럼 대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현실이 그러니 그냥 손 놓고 공부 따위는 거들떠보지도 않는게 좋을까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일단 써 놨던 얘기부터 한번 리뷰해 보겠습니다. 그냥 고리타분한 얘기만은 아닙니다.

제목: 공부의 신

공부에는 왕도가 있을까. 이 답은 공부를 무엇으로 규정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만약 ‘시험 공부’로만 한정한다면 답은 ‘있다’로 바뀐다.

조선 500년을 통틀어 가장 공부를 열심히 한 사람으로는 17세기 시인 김득신이 첫손에 꼽힌다. 베스트셀러였던 『미쳐야 미친다』에 따르면 김득신은 ‘백이전’을 11만3000번 읽은 것을 비롯해 유가의 주요 경서들을 거의 수만 번씩 읽었다고 전해진다. 독서백편의자현(讀書百遍義自見)을 지나치게 충실히 이행한 셈이다.

하지만 다산 정약용은 이런 공부 방법에 고개를 저었다. ‘하루에 100번씩 3년 꼬박 읽어야 10만 번인데 그 많은 책을 모두 만 번 이상 읽는 것이 가능할 리 없다’는 이유다. 다산은 또 증언(贈言)을 통해 제자들에게 과거 볼 것을 적극 권유하면서 시험용 공부법을 일러 주기도 한다. 고문(古文·고전)에서 시작해 그 다음엔 이문(吏文), 그 다음엔 과문(科文)으로 나아가야 빠르다는 것이다. 이문은 중국과의 외교 문서에 쓰이는 중국식 문장, 과문은 과거 시험용 문장을 말한다.

심지어 다산은 ‘(공부에 있어)너희들은 쉬운 지름길을 택할 것이요, 울퉁불퉁하거나 덩굴로 뒤덮인 길로는 가지 말라(諸生須求捷徑去 勿向犖确藤蔓中去)’는 말까지 했다. 좋은 성적을 내는 요령이 있다면 따르기를 피하지 말란 얘기다.

요즘 KBS 2TV 드라마 ‘공부의 신’이 화제다.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한 이 드라마는 교사도 아닌 변호사 강석호(김수로)가 다섯 명의 열등생을 조련해 1년 안에 국립 명문대인 천하대(말하자면 서울대)에 합격시키겠다고 선언하면서 시작된다. 일각에선 학력만능주의와 사교육 열풍을 부추긴다며 비판하지만 학부모들은 ‘룰에 불만이 있으면 룰을 만드는 사람이 돼라’는 강석호의 독설에 ‘부모들이 하고 싶은 말을 다 해준다’며 성원을 보내고 있다.

물론 드라마의 주인공들이 천하대에 간다 해서 그다음의 인생이 공짜로 살아지는 것도 아니고,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지도할 것이 성적 향상뿐일 리는 없다. 하지만 별 희망 없는 학생들에게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 가라’고 가르치는 드라마를 놓고 ‘기득권의 이데올로기를 설파한다’고 지적하는 것은 뭔가 이상하다. 정작 고쳐야 할 것은 명문대를 나와서도 다시 로스쿨이나 치의학전문대학원에 줄을 서게 하는 진짜 세상이 아닐까. <끝>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짧은 글이기 때문에 못 다 들어간 설명을 덧붙입니다. 증언(贈言)이라는 것은 여유당전서의 다산시문집에 전하는 다산 정약용의 문건 중 '제자들에게 주는 글'이라는 부분을 말합니다.

유배를 간 다산이 현실 정치에 대한 염증을 드러냈을 것도 당연지사. 다산이 이렇게 되는 걸 본 후학들에게도 현실은 멀리 하고 싶은 대상이었을 것 역시 불보듯 뻔한 일입니다. 하지만 다산은 학문에만 틀어박혀 현실을 외면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나라를 위해 일하는 길을 택하라고 후학들에게 권유합니다.

魯之?鄒之翁。當危亂之世。猶復轍環四方。汲汲欲仕。誠以立身揚名。孝道之極致。而鳥獸不可與同?也。今世仕進之路。唯有科擧一蹊。故靜菴退溪諸先生。皆以科目拔身。誠知不由是。卒無以事君也。

노(魯) 나라의 공자와 추(鄒) 나라의 맹자께서는 위란(危亂)의 세상을 당하여서도 오히려 사방(四方)을 두루 돌아다니면서 벼슬하려고 급급하였으니, 진실로 입신양명(立身揚名)이 효도의 극치이고, 새나 짐승과는 함께 무리 지어 살 수 없기 때문이었던 것이다.
요즘 세상에서 벼슬에 나아가는 길이란 과거(科擧) 한 길만이 있을 뿐이다. 그런 까닭으로 정암(靜庵 조광조(趙光祖)의 호)ㆍ퇴계(退溪 이황(李滉)의 호) 등 여러 선생들께서도 모두 과거를 통하여 발신(拔身)했으니 그 길을 통하지 않고서는 끝내 임금을 섬길 방도가 없음을 알겠다.

즉 배운 사람으로서 현실을 외면하지 말고, 불만이 있으면 직접 조정에 나아가 자신의 뜻을 펼치는 것이 지식인의 사명이라고 말한 것입니다. '룰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너희가 룰을 만드는 사람이 되라'는 강석호 아저씨의 말과 본질적으로 같은 얘깁니다.

심지어 한발 더 나아가 다산은 '과거를 보는 데 가장 효율적인 공부법'까지도 소개하고, 위에서 보듯 시험 준비를 하는데 있어 지름길이 있으면 지름길로 가라고 권유하기도 합니다. 흔히 '첩경'이라는 말을 무슨 반칙처럼 생각하는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조언을 한 것이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


대체 다산이 제자들에게 뭐라고 했건 그게 무슨 상관이냐고 생각하실 분들에게 질문합니다. 강석호가 강당 가득 모인 병문고 학생들에게 외치는 '너희같이 모자란 놈들일수록 명문대를 가야 한다' '평생 똑똑한 놈들에게 이용만 당하지 않으려면 너희도 공부해라' '이 세상의 룰이 마음이 들지 않으면 너희가 직접 룰을 만드는 편이 되어라'라는 말이 기득권의 메시지를 그대로 설파하고 있다고 칩시다.

그럼 '그것이 기득권의 논리이기 때문에' 버려야 하는 주장이라면, 대체 학교에서 학생에게 '공부 열심히 하라'는 말 외에 뭘 할까요. '공부의 신'이 전교생 모두에게 공부하라고 강요하는 드라마일까요? 그리고 만약 공부 외에 다른 무엇을 선택하는 학생이라면, 입시 준비를 하는 만큼의 노력 없이 성공할 수 있는 일이 과연 있을까요?

지금까지 나온 정부의 교육 정책 중에는 솔직히 납득이 가지 않는 것이 많았습니다. 시험이 어려워서 공부하느라 자살하는 학생이 나온다고
입시 문제를 쉽게 냈습니다. 평균 점수는 올라갔지만, 변별력이 없어지고 열심히 공부한 학생들이 오히려 손해를 봤습니다.

대학 가기 어려워서 좌절하는 학생들이 많다고 대학 수를 대폭 늘렸습니다. 방방곡곡에 대학이 생겼고, 대학에 가고 싶은데도 경쟁에서 뒤처져 못 가는 학생은 대폭 줄었습니다. 심지어 몇몇 대학은 입학생이 모자라 문을 닫을 지경이 됐습니다. 하지만 그 많은 대졸자가 다 취업할 곳은 없었습니다. 우편 집배원이나 환경미화원에도 대졸자가 지원하는 나라가 정상일까요?

공부 공부 하는 사람들이 학교를 입시학원으로 만든다고들 합니다. 하지만 이미 많은 사람들은 알고 있습니다. 경쟁은 좋은 대학 가려는 학생들만 하는게 아닙니다. 적성에 안 맞는 공부보다 즐겁고 좋은 노래와 춤을 연습한다 해서 모두 소녀시대나 2PM 멤버가 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어떤 일이든, 어떤 직업이든 남들보다 더 잘 하려는 의지는 반드시 경쟁을 유발합니다. 그리고 어떤 분야에서든 남들보다 더 잘 하는 사람은 더 좋은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물론 뭐든 좀 더 잘 해보려는 의지가 없다면, 남보다 못한 대우도 감내해야 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학부모들이 원하는 대로 여론에 따르면 곤란하다? 10대들이 원하는 나라를 만들자? 10대들에게 국민투표를 시키면 '모든 대학을 평준화하고 입시 없이 대학가게 해 달라'는 것이 아마 9대1 정도로 통과될 겁니다. 과연 그런 나라가 좋은 나라일지는 정말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노벨상을 받을 만한 석학도, 어떻게 교수가 됐는지 의심스러운 사람도 모두 고등학교 한 반처럼 1등부터 꼴찌까지 천지 차이가 나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대학이 좋은 대학일까요.

저는 좀 의심스럽습니다. '부잣집 아이들만 좋은 대학에 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 '사교육 열풍'도 잡아야 하고, 그렇다고 '학교를 입시학원으로 만들어서도' 안 되고, '좋은 대학에 가는 것이 너의 인생에 좀 더 나은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얘기해서도 안 되고, 그래도 '국가 경쟁력을 위해 인재는 양성해야' 한다면(네. 낱개로 흩어 놓으면 모두 '지당하신 말씀'들입니다), 대체 무슨 방법이 있을까요. 정말 궁금합니다.

정작 먼저 고쳐야 할 것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개발하고 제품을 내놔야 할 인재들이 엔지니어로는 미래가 없다고 한의대나 의대, 치의학 대학원에 다시 줄을 서거나 외국 회사로 빠져나가 버리는 세상입니다. 대한민국의 모든 의대 커트라인이 다 끝난 다음에 서울대 공대 커트라인이 시작되는 세상이죠. 인문계 학생의 대다수가 '고시에 붙지 않으면 실패한 인생'이라거나, 고시 합격을 하지 않으면 공무원이라도 되어야 한다고 목을 매는 세상입니다. 이런 세상을 바꾸지 않고 아이들에게 '공부가 전부가 아니다'라고 백날 얘기해 봐야, 지레 포기하거나 너무 어린 나이에 스스로를 루저로 규정하는 사람들만 늘어날 뿐입니다.


공감이 가시면 왼쪽 아래 손가락을 눌러 주셔도 좋습니다.

 

728x90
'이상형 월드컵'은 지난해 TV 예능이 만들어 낸 가장 성공적인 놀잇감 중 하나입니다. KBS 2TV '샴페인'에서 시작해 이제는 그 후속이랄 수 있는 '달콤한 밤'에서 진행되고 있는 '이상형 월드컵'은 아주 간단한 진행 방식이면서도 보는 이를 빠져들게 하는 매력을 갖고 있습니다.

7일 밤에는 소녀시대 멤버 중 8명(윤아 빼고 나머지 모두)이 출연해 초유의 '다수결 이상형'을 뽑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종전의 이상형 월드컵이 개인의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면 이번 이상형 월드컵은 각 단계에서 승자를 8명의 멤버가 다수결로 가린다는 점에서 차이가 났죠. 짝수인 8명이었기 때문에 두어 차례 4:4 동률도 발생했지만, 그 경우에는 멀리 있는 윤아에게 문자 메시지로 부재자 투표를 하게 하는 기민함도 보여줬죠. 유쾌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상형 월드컵이라는 게임은 아주 간단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합니다. 예를 들어 출연한 남자 연예인에게 수많은 여자 연예인 가운데 누가 자신의 이상형과 가장 가깝냐고 물으면 평소 이 부분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사람도 쉽게 대답하지 못합니다. 'A도 좋고, B도 좋은데 C 또한 매력적이군요'라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죠.

하지만 이럴 때 누군가 기지를 발휘합니다. '좋아, 그럼 오늘 너에게 누가 진짜 너의 이상형인지 알게 해 주마'라는 상황입니다. 그 대상인 인물에게 자신이 평소 좋아하던 여자 연예인을 32명(너무 많으면 16명^^) 정도 적게 합니다. 그리고는 적당히 대진표를 짜서 1:1로 경합을 시작합니다.

이 코너라면 대한민국에서 신동엽 이상으로 감칠맛나는 진행을 보여줄 MC는 아마도 없을 듯 합니다. 거의 모든 상황을 '몰고 가는' 식의 '깐죽성' 넘치는 진행은 그야말로 최고라고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렇게 하면 최종적으로 남는 사람이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인물이라는 것은 사실 매우 자명합니다. 물론 현실에서의 친분 관계라는 것도 무시할 수 없을테고, 또 토너먼트 제도의 특성상 대진운이라는 것이 작용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4강 정도는 충분히 갈 수 있는 두 후보가 32강에서 맞붙는 바람에 한명은 떨어지고 한명만 남게 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토너먼트는 스포츠에서 흔히 있을 수 있는 대진운의 또 다른 영향 - 이를테면 강팀끼리 먼저 붙는 바람에 입는 체력적인 손실이나 부상, 기량의 파악 등의 부정적인 요소 - 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토너먼트이기 때문에, 어떤 경우에도 마지막으로 남는 단 한명은 정말 그 사람이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인정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 당연히 '예능적인 요소'는 빼고 하는 이야기입니다. 응답자가 정말 진지하게, 주위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솔직하게 대답할 경우라는 것은 전제로 하고 얘기해야겠죠(또 모 출연자의 경우에는 일부러 '현장에 있는 아무개를 최종 정답으로 해 달라'는 제작진의 요청을 받은 적도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출연자들을 놓고 볼 때, 의외로 진지한 눈빛으로 '경기'에 임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습니다.

경험자들로부터도 '정말 1:1로 붙여 놓으면 사람이 솔직해지는 것 같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당연히 하는 사람 자신도 재미있겠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어쨌든 한 개인이 이상형 월드컵을 진행하는 것이 아니고 단체로 진행할 경우에는 어떤 일이 생길지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여러가지 변수가 있겠지만, 이 경우에도 결과에 대해서는 꽤 인정할 만 하다는 결론을 내릴 수있을 듯 합니다.

개인과 단체의 경우 가장 큰 차이는 탈락표의 동향입니다. 우리나라 같으면 각 정당의 대표 경선 때 많이 등장하는 경우죠. 1차로 A, B, C, D 등 네 후보가 입후보해 경선을 벌이고, 과반수를 넘는 사람이 없을 경우에는 결선 투표를 진행하는 경우를 예로 들어 봅시다. 이때 A와 B가 1차 투표에서 1,2위를 차지해 결선 투표를 진행한다고 할 때, C와 D를 지지하던 표가 어디로 향하는지가 실제 패권을 결정하게 됩니다.

다수결 이상형 월드컵의 경우에도 누구든 초기에 자신이 지지하던 후보가 탈락하는 경우에는 맥이 빠지고 결과에 대한 기대가 반감될 겁니다. 하지만 그 뒤에도 투표를 계속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최대한 자신이 그럴듯하게 생각하는 차선 쪽으로 쏠릴 것이 분명합니다.

물론 굳이 나눠 보자면,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가 남아 있을 경우에는 이 후보를 최종 1위로 만들기 위한 쪽으로 움직이는 포지티브(positive)한 행동 방식이 나타나겠지만, 그 후보가 탈락한 뒤에는 누가 더 좋아서라기보다는 덜 싫은 쪽을 위로 올려 보내는, 다시 말해 장점이 많다기 보다는 감점 요인이 적은 쪽을 선택하는 네가티브(negative)한 행동 방식이 주류를 이룰 것이라는 점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런 요소들을 감안해 볼 때 송승헌이 최종 승자로 꼽힌 것에는 꽤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듯 합니다. 뭐 얼마 전 윤아/서현과 함께 문화부장관 표창을 함께 받은 인연 덕분인지 모르지만, 처음부터 투표를 통해 이름을 써 내서 다수결로 뽑힌 것보다 오히려 이런 과정을 거쳐 뽑힌 것이 더욱 설득력있게 느껴집니다. 대한민국의 우상인 '소녀시대가 뽑은 이상형'이라는 칭호는 꽤 무겁게 느껴지기도 하는군요.

사실 남자들로서는 꽤 부러울 일입니다. 이날 신동엽의 멘트 중 "여러분이 어떤 연예인의 전화번호가 알고 싶으면 그냥 가서 물어보세요. 그 분들도 아마 (소녀시대 멤버들로부터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 요청받는 일을) 굉장히 좋아하실 거에요"라는 말이 기억납니다. 그런 소녀시대가 뽑은 것이니 말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무튼 7일 소녀시대의 다수결 이상형 월드컵을 보고 나니 생각나는 게 있습니다. 만약 이 다수결 이상형 월드컵을 적절하게 의미 있는 숫자, 예를 들어서 10대 후반에서 20대 정도까지의 여성 1000명 정도를 상대로 진행하면 어떨까요. 혹은 40대 여성 1000명 정도를 놓고 해 보면 어떨까요? 물론 여자들만 대상으로 할 필요는 없겠죠. 적절한 장소에 적당히 많은 인원을 놓고 조사를 진행해 '대한민국의 이상형'을 뽑아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달콤한 밤' 제작진이 한번 특집으로 진행해 본다면 결과가 매우 궁금합니다.



공감하시면 왼쪽 아래 손가락 표시를 눌러 주시기 바랍니다.^


728x90

왕년에는 노래 잘 하는 여자를 보면, 혹은 자신의 노래 실력을 과신하고 뽐내는 여자를 보면 지가 무슨 휘트니 휴스턴인줄 아느냐고 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세월이 살짝 흘러 이 말은 지가 무슨 머라이어 캐리냐는 것으로 바뀌었죠. 요즘은 누가 이 자리에 들어갈지 궁금합니다. 아무튼 바로 그 휘트니 휴스턴이 서울에 왔습니다.

2010년 2월6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휘트니 여신님을 친견하고 돌아온 길입니다. 물론 많은 걸 기대해선 안된다고 다짐을 여러 차례 했습니다. 20년 전, 아니 10년 전 휘트니의 모습을 다시 볼 수 있을 거란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았습니다. 'One moment in time', 'Run to you'가 세트 리스트에서 아예 빠져 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에도 당연히 그럴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80년대에서 90년대 중반 무렵까지, 세상은 세 명의 디바를 이야기했습니다. 바로 휘트니 휴스턴과 머라이어 캐리, 그리고 셀린 디온이죠. 종합적인 차트 성적이나 판매량으로는 머라이어 캐리가 휴스턴을 앞지를 수도 있을 것이고(RIAA 통계에 따르면 미국 내 음반 판매량으로 캐리는 통산 6300만장, 휴스턴은 5500만장 선입니다), 셋 중 누구를 가장 좋아하느냐 하는 것 등은 취향의 문제라고도 합니다.

하지만 제 기준으로 평가할 때, 제가 노래를 들어 본 여가수 가운데 맨 윗 줄에는 휘트니 휴스턴과 바브라 스트라이잰드가 있고, 이 줄에는 이 두 사람 외에는 올라설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세상에 노래 잘 하는 가수가 한두명일까마는 이만한 가수들을 다시 볼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이 블로그에 오시는 분들이라면 벌써 보셨겠지만 그 인간의 한계를 넘은 듯한 가창력의 절정을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1989년 그래미 시상식장에서 부른 One moment in time.

하지만 휴스턴은 어느새 가수로서의 생명이 끝난 것이 아니냐는 얘기를 들을만큼 철저하게 망가져 버렸죠. 가십 잡지에는 홈리스 가까운 모습이 된 휴스턴의 사진이 실리기도 했습니다. 말 많은 결혼생활과 이혼, 고질적인 마약 문제(90년대 이후 줄곧 '왜 휴스턴은 한국에 오지 않느냐'는 얘기가 나올 때 '세계에서 가장 마약에 대해 민감한 나라이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있어왔습니다)가 이 뛰어난 엔터테이너의 가수 생명을 갉아먹은 것이죠.

어쨌든 지난해 앨범 'I look to you'를 내놓고 가수로서 재기하겠다는 발표가 있었을 때 떠올랐던, '과연 그 기적적인 보컬 퍼포먼스를 다시 볼 수 있을까'하는 궁금증은 기대에 비해 너무나도 얌전한 노래인 'I look to you'를 들었을 때 '아니겠구나' 하는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습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간간이 공개된 라이브 솜씨도 기교는 여전했지만 인간 음역의 한계를 넘나들던 가창력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지난해 가을 이후 복귀해서 노래하는 모습들입니다. 지난해 11월22일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 시상식에서 부른 I Didn't Know My Own Strength.



또 지난해 12월 영국의 신인 발굴 프로그램인 'The X Factor'에 출연해서 부른 'Million Dollar Bill' 입니다.


이어진 월드 투어 소식. 놀랍게도 10년만의 월드 투어가 서울에서 시작된다는 신기한 소식을 듣고서 대체 이게 무슨 일일까 궁금하기도 했습니다만, 아무튼 이런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습니다. 그리고 공연장에 앉았습니다. 숨이 턱에 차서 공연 직전에 입국하는 것도 아니고, 이틀 전에 입국해서 컨디션 조절을 한다는 스케줄이라 그래도 조금은 기대를 했더랬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날 휴스턴이 부른 노래들은 대략 이렇습니다.

For the lovers
Nothin' but love
한국어로 '감샤합니다'라고 인사합니다.

I Didn't know my own strength
My love is your love
Exale (Shoop Shoop)
If I told you that
It's not right but It's OK

그리고 옷을 갈아입겠다고 들어간 뒤 3곡이 나왔습니다.
One Moment in time - 뮤직비디오
For the love of you - Gary Houston(오빠)
Queen of the night - Chorus

1집 메들리:
Saving all my love for you, Greatest love of all, All at once
(한 곡이 더 있는 듯 한데 확실치 않습니다)

I wanna dance with somebody
I love the lord (from Preacher's Wife)
I Look to you
Step by step
I always love you

encore: Million dollar bill



굵은 글자로 표시된 것은 모두 지닌해 발매된 최신 앨범인 'I look to you'에서 나온 것들입니다. 이 앨범 수록곡이 5곡이나 된 것은 최신 앨범에 대한 홍보의 의미도 있겠지만, 이 앨범의 노래들이 현재 휴스턴이 소화할 수 있도록 맞춤 제작된 것들이라는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공연 내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댄스 곡들의 비중이 높았고, 휴스턴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시간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또 노래 한 곡 한 곡이 끝날 때마다 힘들어하고, 왠지 시간을 끌고 싶어 하는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몸 상태가 그리 좋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한국인이 사랑하는 휴스턴의 파워풀한 목소리를 뽐낼 수 있는 노래는 거의 부르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이 정확할 것 같습니다. Saving all my love for you 같은 노래는 가사를 모르는 사람은 '아 그게 그 노래였어?'라고 말할 정도로 리메이크됐습니다(다만 이 노래를 부르기 전, 마이클 잭슨에 대한 애끓는 추모의 정을 얘기하며 눈물짓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I look to you의 녹음에서는 가릴 수 있었지만, 라이브에서는 왕년의 매끈한 목소리 대신 인생의 굴곡이 느껴지는 허스키한 목소리가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굳이 느낌으로 얘기하자면 휴스턴의 대모인 아레사 프랭클린이 왕년 휘트니 휴스턴의 히트곡들을 리메이크하고 있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대략 어떤 분위기인지 상상할 수 있게 해 주는 영상입니다. 지난해 9월 미국 Good Morning America를 통해 소개된 I'm Every Woman 입니다. 이 노래의 특징을 이루는 끝부분의 고음부를 비롯해 힘든 부분은 거의 다 코러스에게 넘겨 놓은 상태입니다.



하지만 위의 동영상이나 마찬가지로 6일 서울 공연에서도 팬들은 그가 노래를 마칠 때마다 일제히 환호와 박수를 보냈습니다. 아마도 그 분들이 모두 귀가 없어서, 혹은 20년 전의 휘트니가 저 노래들을 부를 때 얼마나 듣는 이가 소름끼칠 정도로 완벽한 가창을 보여줬는지 몰라서 그랬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아마도 왕년의 영웅이었던 그녀가 오랜 방황과 고난을 겪은 뒤 돌아와, 아직도 사람들 앞에서 노래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반가워서였을 겁니다.

그리고 공연의 마지막 곡. 'I will always love you'를 부르며 머리를 매만지는 휴스턴의 모습을 보니 정말 마음이 짠하더군요. 그동안의 사소한 불만들이 사라지는 걸 느꼈습니다. 물론 노래가 만족스러워서는 아닙니다. 모든 관객들은 일어서서 박수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래. 옛날처럼 노래하는 모습을 기대했다면 그거야말로 욕심이지. 이렇게 돌아와 줬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반가운 일인가. 노래는 본래의 악보에서는 한 줄 정도 아래로 내려온 상태였지만 어쨌든 휘트니가 돌아와 있다는 게 중요하지.

부디 7일에라도 목소리가 회복돼 좀 더 나은 공연을 보여주기를, 그리고 앞으로 6월까지 이어지는 50회의 공연에서는 조금이라도 과거의 기량에 근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했습니다. 제발 감기라서 그랬기를 바랄 뿐입니다.

그래도 여전히 마음 속엔 이렇게 노래하는 휘트니가 살아 있다는 건 과연 보는 사람과 본인, 누구에게 더 잔인한 일일까요. 추억이란 때로...
 

 

공감하셨으면 왼쪽 아래 손가락을 눌러 주시기 바랍니다.


728x90

요즘 스페셜로 접어든 '지붕킥'을 보는 재미 중 하나는 다양한 카메오입니다. 그동안 어떤 식으로든 김병욱 PD와 인연을 맺은 사람들이 저마다 재미있을 거라며 나오는 경우도 있고, 또 이런 저런 필요에 의해 등장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사실 카메오는 '그냥 한번 나오면 되지'라는 걸로 그치지 않을 경우도 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엔 그냥 자연스럽게 묻어 지나가지만 때로는 드물게 작품의 흐름에 방해가 되기도 하죠.

지금부터 뽑는 카메오 베스트는 그냥 순전히 제 편견으로 꼽은 겁니다. 보시는 여러분의 생각과는 매우 다를 수 있습니다. 제가 보지 못한 에피소드인 경우도 있고, 판단 기준이 달라서 그럴 수도 있을 겁니다. 한번 비교해 보시기 바랍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물론 타이거JK는 베스트로 뽑기엔 분량이 너무 적었죠. 하지만 "스타일 바꿔. 사람들이 너랑 나랑 헷갈리잖아"같은 멘트는 정말 웃겼습니다. 자, 그럼 본격적인 순위는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제가 뽑은 10위는 정일우. 정음에게 흰 강아지와 썰렁한 유머감각을 전해주고 추억 속으로 사라진 첫사랑 남자 역으로 등장했습니다. '거침없이 하이킥' 때와는 달리 조용하고 차분한 역을 맡았는데 자기 몫의 웃음은 충분히 뽑아냈다고 생각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9위는 로버트 레드퍼드 주연 영화 '은밀한 유혹'의 패러디에 출연했던 동네 마트 사은품 담당직원 김한석. 인나에게 반해 물량 공세를 펴고, 사은품 다 몰아줄테니 데이트 한번만 해 달라는 파격 제의를 해서 쫄쫄 굶고 있던 인나-광수 커플을 고민에 빠뜨리는 에피소드였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

8위는 신지와 데니안. 특히 신지는 정음과 '서울대 의대생을 만나는 서운대생의 공감대'를 보여주는 연기로 눈길을 끌었습니다. 또 데니안과 묘한 커플 연기도 좋았습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카메오들은 '김병욱표 시트콤 출신' 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나눌 수 있는데, 아무래도 전자 쪽이 훨씬 좋은 호흡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7위는 준혁을 짝사랑하는 여고생 1진 역으로 나왔던 티아라 지연. 준혁이 자신의 여자친구라고 소개한 정음을 협박하는 모습에서는 살짝 리얼한 분위기가 풍기기도 했습니다. 요즘 '공신' 연기보다 이때가 더 좋았던 듯...?



사용자 삽입 이미지

6위는 하이킥판 가족오락관을 진행하러 미국에서 갑자기 날아온 작은아버지 역의 허참. 이제는 브라운관에서 볼 수 없게 됐었던 '자아, 몇 대 몇!'을 다시 볼 수 있어서 반갑기도 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5위는 하숙범에서 쌔끈한 미남 공대생으로 변신한 김범. 사실 이 에피소드의 김범은 스스로 웃기기보다는 정음과 인나가 범에게 잘 보이기 위해 오버 경쟁을 하게 하는 역할이었는데, 살짝 살짝 웃어주는 살인미소로 자기 역할을 충실히 이행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4위는 지금도 생각하면 웃음이 터지는 윤종신-장항준 비실 브라더스. 정수기를 고치러 왔다가 정음에게 반한 윤종신과 그 사랑을 맺어주려고 나름 애쓰는 동생 장항준은 정말 폭소를 자아냈습니다. 장항준 감독이 외치던 "형, 튀어!"와 거기서 이어지는 비실비실 탈주 장면과 함께 명장면으로 꼽을 만 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시트콤에서 '내조의 여왕'을 패러디하는 데 못된 동창 이혜영 역할을 할 사람으로 박경림 이상의 인물을 생각해내기도 쉽지 않을 듯 합니다. 물론 등장하는 순간부터 어떻게 진행될 지 예측이 가능한 에피소드지만, 그 구상이 그대로 화면에 표현되는 즐거움도 시청자에겐 큰 법입니다. 박경림이 3위.


사용자 삽입 이미지

초기 하이킥에서 참 잊기 힘든 에피소드가 바로 윤기원의 터미네이터였습니다. 그다지 근육질도 아닌 윤기원이 이 역할을 한다는 것도 그랬지만 마지막의 예언, "당신이 빌 게이츠 어쩌구와 함께 21세기 3대 부호로 꼽히던 주얼리 정이란 말이오?"는 과연 어떻게 실현될지 궁금합니다. 2위.



그럼 1위는 누구일까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런 저런 생각을 해 봤지만 이 분을 빼놓고 지붕킥의 카메오를 논한다는 것은 역시 반칙일 듯 합니다. 순재의 청혼을 받고 고민하는 자옥 앞에 나타난 '젊은 남자' 영규. "누나, 누나아~~"하는 애교와 함께 스포츠카를 몰고, 웃통을 벗고 도끼질을 하는 남자의 유혹에 자옥의 마음이 갈대처럼 흔들리죠. 하지만...

등장한 카메오의 절묘한 연기며 에피소드의 완결성에서 이 이상의 카메오 출연 에피소드는 없었던 듯 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첫회 세경 신애 자매를 서울로 끌어내는 데 지대한 역할을 한 김혜성-노승욱 콤비를 비롯해 수십명의 카메오들이 '지붕킥'을 수놓았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래퍼 주얼리 정의 파트너 후니훈, 줄리엔의 여자친구(?)로 등장해 신애를 울렸던 소이, 물론 찬반이 치열하게 오갔던 이나영 등등입니다. 아직 3월말 종영까지는 한달 넘게 남았으니 그 사이에 또 어떤 카메오들이 등장해 시청자들을 웃길 지 기대됩니다.

이 포스팅의 순위가 그때 다시 바뀔 수 있기를 기원해 봅니다.^


공감하셨으면 왼쪽 아래 손가락을 눌러 주시기 바랍니다.


728x90
제목을 보고 약간 이상하다고 생각하신 분도 있을 겁니다. 오늘은 입춘이지만 음력으로는 12월21일입니다. 즉 음력 날짜로 따지면 아직 경인년인 새 범띠해가 아니라 기축년, 소띠해가 끝나지 않은 것이죠. 당연히 설날인 오는 14일이 되어야 그때부터 범띠 해이고, 그때 태어난 아이라야 범띠라고 생각하실 분이 많을 겁니다.

하지만 우리 나라 역법에 따르면 띠의 경계는 음력설이 아니라 입춘입니다. 즉, 오늘 이후로 태어난 아이는 분명히 범띠인 것이죠. 물론 하루 전날, 즉 2010년 2월3일에 태어난 아이는 소띠지만 2월4일부터 2월14일 이전까지 태어난 아이들은 음력 날짜와 무관하게 모두 범띠입니다.

무슨 소리냐고 하실 분도 계시겠지만 이건 엄연히 정해져 있는 규칙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만세력을 통해 확인해보는 것이 가장 간단할 듯 합니다. 조선 후기에 완성된 만세력은 역술원의 필수품이죠. 흔히 말하는 사주는 연주, 월주, 일주, 시주의 네 가지를 합한 것입니다. 이를 알아 보기 위해서는 전문가들도 만세력을 찾아 봅니다. 외워서 쓰는 분도 있지만 그건 그냥 기억력 자랑일 겁니다. 인터넷 만세력은
http://www.twomanplus.co.kr 를 사용했습니다.


일단 2010년 2월3일에 태어난 아이의 경우를 보겠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오른쪽부터 연주, 월주, 일주, 시주입니다. 그러니까 2010년 2월3일에 태어난 이 아이의 사주는 '기축년 정축월 갑신일 무진시'가 되는 것입니다. 음력 12월20일, 소띠 해의 마지막에 태어난 이 아이는 당연히 소띠입니다.

하지만 하루 지난 2월4일이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2월4일이 입춘이기 때문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아이의 사주는 경인년 무인월 을유일 경진시입니다. 분명히 음력 날짜는 여전히 기축년 12월21일이지만, 이 아이는 범띠입니다. 입춘을 경계로 해가 경인년으로 바뀌어 있는 것 뿐만 아니라, 달도 12월이 아니라 1월이 되어 있습니다. (항상 12월은 축월, 1월은 인월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정작 설날인 2월14일 태어난 아이도 당연히 범띠입니다만, 이미 음력설을 맞기 열흘 전부터 줄줄이 범띠들이 나오고 있었습니다. 음력으로 새해가 되어야 범띠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규정이 그렇지 않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렇다면, 만약 음력설이 입춘보다 먼저인 경우에는 어떻게 될까요? 이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음력설이 지났더라도, 입춘이 되기 전에 태어난 아이들은 띠가 바뀌지 않는다'가 정답입니다. 바로 지난해, 2009년이 그랬습니다.

음력으로 2008년은 쥐띠해, 2009년은 소띠해입니다. 그리고 음력설은 1월26일, 입춘은 2월4일이었죠. 일단 음력으로 섣달 그믐날인 12월30일을 보시겠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2009년 1월25일은 음력으로 2008년(무자년) 12월30일. 그러므로 이날 태어난 아이는 당연히 쥐띠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런데 다음날은 음력 날짜론 2009년(기축년) 1월1일인데도 이날 태어난 아이는 쥐띠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비로소 2월4일, 입춘이 되어서 태어난 아이라야 소띠로 인정받는 겁니다. 음력 날짜로는 1월10일. 정식으로 소띠해가 된지 열흘이 지나서야 진짜 소띠가 태어나기 시작하는 것이죠.

대체 왜 이런거냐고 고민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그냥 음력설이 며칠이건, 매년 띠가 바뀌는 것은 입춘을 경계로 한다는 원칙만 기억하시면 됩니다. 혹시라도 어중간한 때에 태어나 자신이 무슨 띠인지 헷갈리셨던 분들, 이제 혼동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P.S. 굳이 설명하자면, 오랜 농경 문화의 역사 때문에 '날짜는 음력으로 따지더라도 띠는 양력으로 구분한 것이 우리의 전통'이라고 알아 두시는 것도 좋겠지만, 더 헷갈리실 지도 몰라서 생략했습니다. 하긴 가끔 입춘을 비롯한 이십사절기가 양력인 걸 모르는 분들도 있더군요.^^

위 말을 착각하신 분이 있어서 덧붙입니다. '띠는 양력으로 구분한다'는 것은 1월1일부터 바뀐다는 말이 아니라, 양력 2월4일(즉 입춘)부터 그 다음해 2월4일(역시 입춘)까지를 경계로 바뀐다는 얘깁니다.


도움이 되셨으면 왼쪽 아래 손가락을 눌러 주시기 바랍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