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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연예대상이 유재석의 대상 수상으로 끝났습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각 지상파 방송사의 연예대상은 강호동/유재석의 양강 대결이었는데 KBS는 강호동에게 2연패의 영광을 안긴 반면 MBC는 다시 유재석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물론 대상 수상자야 그 둘 중의 하나라는 것을 모를 사람은 없었을테고, '지붕뚫고 하이킥' 출연자들이 거의 전 부문에서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점을 모른 사람도 없었을 겁니다. 일각에서는 개그맨들이 배제된 시상식이라는 점을 비난하고 있지만, 올 한해 MBC 코미디 프로그램들이 부진했다는 것을 모를 사람은 아마 없을 겁니다.

그래서 이런 저런 부분을 고려해 볼 때, MBC 연예대상은 국내에서 진행되는 모든 연예 관련 시상식에 모범을 보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수상자의 결정도 그렇지만, 자리를 지킨 참가자들의 면면을 봐도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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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눈길을 끄는 사람은 이경규였습니다. 굳이 말하자면 이경규는 좀 묘한 입장입니다. MBC 예능의 터줏대감이자 이날 방송에서도 소개됐지만 연예대상을 역대 최다인 총 6회나 수상한 이경규. 하지만 MBC를 떠나 KBS에 자리를 잡았고, 어느새 '남자의 자격'으로 20%대 시청률을 올리고 있습니다. 특히 '남자의 자격'은 MBC의 간판 주말 예능 프로그램이자 이경규의 텃밭이던 '일요일 일요일 밤에'와 정면 대결을 벌이고 있는 프로그램이죠.

그런 이경규가 MBC 연예대상에 모습을 나타낸다는 것은 어찌 보면 껄끄러운 상황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MBC 연예대상은 그런 이경규를 조금도 어색하지 않게 포용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경규 자신도 그 무대가 한때 자신의 무대였고, 지금도 그 무대가 낯설지 않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더군요. 특히 이경규에게 대상 수상자 발표의 기회를 준 것은 MBC 예능의 자존심과 이경규의 아량이 빚어낸 명품 무대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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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수상자로 무대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눈길을 끈 사람은 김제동입니다. 물론 김제동은 올해 여러 차례 MBC 예능 프로그램을 진행했기 때문에 참가 자격이 있습니다. 하지만 김제동이 받을 상이 보이지는 않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제동은 자리를 지키며 끝까지 박수를 보냈습니다. (물론 KBS 연예대상에는 참가하지 않았습니다. 그것까지 참석하는 건 아무래도 무리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대상 수상자라기에는 너무나 어두운 표정으로 무대에 오른 유재석은 김제동을 특별히 거론하며 "너는 웃고 있지만 나는 가슴이 아프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아무튼 이날 김제동의 참석과 박수는 많은 사람들에게 귀감이 될 듯 했습니다.

물론 다 언급하자면 끝이 없겠지만, 이혼 등 사생활로 인한 여파로 한동안 마음 고생을 했던 이경실이 이번 수상을 '복권'으로 여기며 감격이 북받치는 모습을 보인 것도 시상식의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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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포함해 이날 연예대상 테이블에는 상을 받건 받지 못했건, 올해 예능 프로그램을 이끈 수많은 출연자들이 자리를 메웠습니다. 다른 수상자의 수상에도 다들 일어서 축하해주는 분위기가 전체 시상식장을 감쌌습니다. 이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이건 우리의 시상식이고, 우리의 무대다'라는 의식이었습니다. 내가 상을 받건, 내 동료가 상을 받건, 이 시상식은 '우리'가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분명하게 읽혔습니다.

그리고 이런 의식은, 영화계건 드라마건, 어떤 형태의 연기상 시상식에서도 볼 수 없던 광경입니다. 어떤 시상식이건 '내가 상을 받으면 시상식, 내가 상을 못 받으면 쳐다보지도 않을 그런 행사'라고 치부해버리는 그런 사람들에게선 절대 이런 시상식의 분위기가 나올 수 없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나라에는 왜 권위있는 시상식이 없을까'라고 개탄합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시상식도, 받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바닥, 자신들이 속해 있는 업계에 대해 '우리가 지켜 나갈 바닥'이라는 애정이 없는 한 의미를 갖기 힘듭니다. 많은 사람들이 '수상자가 참가하지 않는다고 상을 주지 않는 시상식의 부당함'에 대해 말하곤 합니다. 하지만 반대로, 수상자가 상을 받으러 나오지 않고 경합을 벌이던 경쟁자가 박수치지 않는 시상식을 과연 누가 인정해 주겠습니까. 그런 의미에서 2009 MBC 연예대상은 여타 시상식의 귀감이 될 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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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이날 시상식에서 수상 여부와 무관하게 가장 큰 몫을 한 사람은 김구라로 꼽을 만 합니다. 이경실 이후 '김구라의 턱'은 행운의 부적 대접을 받더군요. 강호동/유재석을 향해 말한 "유재석씨, 강호동씨, 이제 '일밤'을 살리는게 어때요?"같은 코멘트도 시원하더군요. (물론 두 사람은 각각 KBS와 SBS에서 '일밤'의 경쟁 프로그램들을 진행하고 있죠)

반면 마지막 순간 이경규에게 "월드컵은 이경규 아니면 안된다고 하시더니, 올해도 '일밤'에서 월드컵을 갈 수 있을 것 같습니까?"라고 물은 이혁재의 질문은 좀 무신경하게 읽혔습니다. 이경규는 이미 KBS 2TV '남자의 자격'에서 그 멤버들과 2010 월드컵 기간 중에 남아프리카 공화국으로 가겠다고 공언한 바 있죠. 그걸 알고 그랬는지, 모르고 그랬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떤 경우든 재미도 없고 질문 받은 사람도 난처해하는 이상한 질문이더군요. (그리고 과연 '일밤'은 이경규 아닌 다른 카드로 어떻게 2010 월드컵을 치를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뭐니뭐니해도 가장 사랑스러운 수상자들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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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연말이 되면 각 방송사는 연기대상과 연예대상을 발표합니다. 겹치는 출연자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지상파 3사가 날짜를 조금씩 변화를 두어 진행하죠. 올해는 MBC 연기대상이 30일이군요. 자동적으로 KBS는 31일에 연기대상이 진행됩니다.

올해 연기대상에서 가장 큰 관심사는 아무래도 '선덕여왕'과 고현정입니다. 올해 수많은 드라마들이 명멸했지만 이 드라마와 이 배우에게 비교할만한 대상은 아무래도 쉽게 떠오르지 않습니다. 게다가 연초에 방송됐더라면 시간의 흐름에 따라 기억에서 지워질 수도 있었겠지만, 연말 직전까지 드라마가 방송됐던 터라 아직 선명하기만 합니다.

하지만 전에도 얘기했다시피 각 방송사의 연말 연기/연예대상은 순수하게 시청자나 평론가의 입장에서 따질 수 있는 상이 아닙니다. 각 방송사가 그 한해 동안 각 연기자들이 자사의 이익에 얼마나 기여했는가를 따져서 주는 공로상이라고 보는 게 적당합니다. 그러다 보면 MBC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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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이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은 과연 최고 영예인 대상을 누가 차지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일단 몇몇 후보를 거론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제1후보는 고현정입니다. '선덕여왕'이 올해 최고의 화제작인 것은 분명하고, 그 화제를 이끌어낸 최고의 주역 역시 고현정이라는 건 아마 모르는 사람이 없는 얘기일 겁니다. 길게 거론할 필요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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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도전할 수 있는 가장 강한 후보는 '내조의 여왕'의 김남주입니다. 만약 상이 주어진다면 김남주 본인에게도 '재기상'이라는 이름이 붙여질 수 있을 정도로 오랜 동안의 공백을 깨고 출연한 작품인데다 이 작품이 사회적인 반향을 일으킬 정도로 크게 히트했습니다.

게다가 방송될 때의 시점에서 생각해보면 '내조의 여왕'의 분전은 더욱 눈부십니다. 같은 시간대에 이미 자리를 잡고 있던 강자가 바로 KBS 2TV '꽃보다 남자'였기 때문이죠. 이 강적과 3주 겹쳐 방송되면서도 결코 굴하지 않고 고정 시청층을 모아가다가 '꽃보다 남자'가 방송을 마치자마자 전세를 역전시켜 버렸습니다. KBS쪽에서도 '꽃보다 남자'의 폭발적인 인기를 이어가기 위해 노력했지만 '내조의 여왕'이 그걸 단칼에 잘라 버린 셈입니다.

그리고 출연작이 많지는 않지만 어쨌든 나올 때마다 제몫을 해줬던 김남주에 대한 감사의 표시가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죠. 아무튼 대상에 손색이 없는 후보인 건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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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MBC가 소흘히 대접할 수 없는 사람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선덕여왕'의 타이틀 롤을 연기한 이요원입니다.

분명히 이요원은 이 드라마에 캐스팅될 때, '선덕여왕'의 선덕여왕 역할이라는 프리미엄을 염두에 두었을 겁니다. '장희빈'이라면 장희빈 역할이, '명성황후'라면 명성황후 역할이 드라마의 핵심이고 가장 초점이 맞춰져야 할 역할임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불행히도 '선덕여왕'이 방송되는 내내 드라마의 초점은 고현정이 연기하는 미실에 맞춰져 있었습니다. 이요원이 연기한 선덕여왕은 아역 남지현 시절을 제외하곤 종영때까지 드라마를 주도한 적이 없습니다. 이것 역시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죠. 이게 누구의 책임이건, 이런 상황이 드라마가 끝날 때까지 - 심지어 미실이 죽은 다음까지도 - 개선되지 않았다는 것은 MBC가 이요원에게 그만큼 빚을 지고 있다는 얘기가 됩니다. 게다가 주연 대부분이 자리를 비웠던 '선덕여왕' 종방연 때에도 이요원은 사실상 혼자 자리를 지켰습니다. 이요원까지 불참했다면 제작진은 격려차 방문한 엄기영 사장 앞에서 낯을 들 수 없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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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말했듯 연기대상은 방송사가 연기자들에게 '드리는' 공로상 내지는 감사패입니다. 여기에 약간 부수적인 요소를 설명하자면 '그동안 잘 해 주셔서 고맙고, 앞으로도 우리 함께 잘 해보자'는 '우정상'이기도 하고, '여러가지 어려운 여건 속에서 서로 100% 만족하지 못했다는 점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이 상을 받고 기분 풀자'는 '위로상'이기도 합니다. 이런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서 수상자가 결정되는 것이 보통입니다.

(물론 이런 모든 요소를 넘어서서 가끔 지난해 문근영의 SBS 연기대상 수상처럼 이례적인 수상자가 나오기도 합니다. 이건 '방송사 이미지를 고려한다'는 경영 마인드에서의 결단이 가져온 결과죠. 그리고 그 판단은 큰 성공이었습니다. 특히나 지난해 MBC의 악명 높은 송승헌-김명민 공동 수상과 비교되면서 그 효과가 배가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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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이런 세 후보를 놓고 여러가지를 견줘 볼 때, MBC가 내릴 수 있는 가장 안전한 선택은 '고현정-김남주'의 공동 대상 카드입니다. 누구 하나 내려놓을 수 없는 카드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과연 이 카드를 연기자들이 받아들일지는 의문입니다. 특히나 자존심 강하기로 소문난 고현정이 공동수상을 받아들일지가 매우 궁금합니다.

따라서 그 다음 궁금증은 고현정이 이 행사에 참여하느냐로 넘어갑니다. 아시는 분은 다 아시겠지만 방송사 연기대상의 수상자가 현장에서 결정되는 경우는 없습니다. 그리고 거물급 스타일수록, 수상 여부를 확실히 약속받지 않은 상태에서는 모습을 드러내려 하지 않습니다. (시청자 여러분께는 참 안타까운 얘기지만, 특히나 방송사 연기대상의 경우엔 이게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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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연기대상에서 최대의 관심사는 배용준의 참석 여부였죠. '태왕사신기'의 배용준은 "떠들썩한 시상식에는 별로 가고 싶지 않다"는 입장에다 그해 12월 다리를 다치는 바람에 참가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게 중론이었습니다. 그때문에 '하얀 거탑'의 김명민이 대상 후보로 급격히 부상했죠. 그러나 배용준이 뒤늦게 참석을 선언하면서 대상은 배용준에게 돌아갔습니다.

(이런 과거가 있었기 때문에 MBC는 2008년 연기대상에서 김명민에게 대상을 주지 않을 수 없었던 겁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당시 최고의 인기작이던 '에덴의 동쪽'의 송승헌을 무시할 수는 없었죠. 일반 시청자들의 생각과는 달리 당시 MBC가 가장 고마워해야 할 사람은 송승헌이었습니다. 결국 공동수상은 이런 배경 속에서 결정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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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전에 이런 예상을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지만, 감히 예상해본다면 이렇습니다. 고현정이 현장에 모습을 드러낸다면 대상 단독 수상의 가능성이 80% 정도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반면 고현정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면 김남주의 단독 수상 가능성이 70%, 김남주/이요원의 대상 공동 수상 가능성이 20% 정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요원의 단독 수상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혹시라도 그런 결과가 나온다면 그건 이요원에게 큰 위안이 되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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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이상하게 잠이 잘 안 오더군요. 불면증이었나봅니다. 아무튼 억지로 잠을 청하고 있는데 웬 아저씨가 풀죽은 표정으로 턱을 괴고 머리맡에 앉아 있었습니다.

뭐 늘 있던 일이라 놀랍지도 않더군요. 이름을 물으니 형종이랍니다. 다른 분들은 전부 빙의로 찾아왔는데 왜 이렇게 직접 찾아왔느냐고 물으니 "남들은 잘 되던 모양인데 왜 난 안 되지?"하며 오히려 반문을 하더군요. 심정적으로 동의할 수 없는 사람에게는 빙의도 잘 안 되는 모양입니다.

아무튼 이 분도 뭔가 드라마에 할 말이 있는 것 같아서 받아 적어 봤습니다. 대신 빙의 상태가 아니라서 인터뷰 형식이 되더군요. 진짜 미실과 진지왕의 아들인지도 궁금했지만 거기에 대해선 별로 얘기하고 싶어 하지 않았습니다. <아무튼 김남길 인터뷰가 아니라 비담 인터뷰입니다. 착오 없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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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리 결정적인 건 아니지만, 앞선 '빙의' 시리즈를 보시는게 더 이해가 빠르실 듯.

 

 



그리고 비담과의 인터뷰입니다.

- 당신의 성은 무엇인가.
"당연히 김씨다. 그런걸 왜 물어보나. '선덕여왕'에 나온 사람 중 김씨 아닌 사람이 몇이나 되나."

- 그럼 이름은 정말 비담인가?
"이름이란게 뭔가. 남들이 자기를 그렇게 부르면 그 이름이 내 이름 아닌가? 다들 나를 비담이라고 부르니 나는 자연스럽게 비담이 됐다."

- 문득 '꽃'이란 시가 생각난다. 그렇게 얘기하니 갑자기 당신의 이름이 비담이 아니라 춘수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시 같은 걸 알 사람으로 보이나."

- 하긴. 스스로 생각하기에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
"흠... 초기의 나 말인가, 말기의 나 말인가?"

-그래도 그 드라마에서 당신은 비교적 캐릭터가 균등하게 유지된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 초기의 나는 약간 이중인격적인 캐릭터였다. 한마디로 선악을 초월한 캐릭터였지. 인간적이라기보단 동물에 가까웠다. 즐거우면 웃고, 좋으면 좋고, 대신 누군가 비위를 거슬리면 그 자리에서 검으로 베어 버리는 인물이었다. 머리가 좋긴 했지만 그건 순간적인 대처였기 때문이다. 초반의 비담이라면 오랫동안 고민하고 계획을 짜서 누군가를 무너뜨리고 할 인물이 못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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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듣고 보니 정말 그런 것 같다.
"그렇다. 그렇게 상황에 따라 휘딱휘딱 변하는 캐릭터였기 때문에 염종이 스승을 죽인 범인인 걸 알고도 다음 순간 염종을 살려 주는 행위가 가능한 거다. 그런데 후반으로 가면서 이상하게 성격이 왜곡됐다."

-어떻게?
"지나치게 머리를 많이 굴렸다. 한마디로 생각이 많아진 거다."

-나이를 먹으면 누구나 그렇게 되지 않나?
"하긴 그럴수도 있겠군. 아무튼 이번 기회를 빌어 작가들에게 고마운 점은 첫째, 내 역할에 미남 배우를 캐스팅해 준 것이고 둘째, 나를 검술의 명인으로 그려 준 점이다. 솔직히 내가 그 시절에 검을 잘 썼다면 화랑이나 장군으로 출세했겠지. 나는 본래 무인 기질은 없다."

-그럼 고맙지 않은 점은?
"칼을 잘 쓰는 대신 너무 머리가 나쁘게 그렸다. 일국의 상대등을 지낸 나를 그렇게 무식한 놈으로 그리다니. 거기다 귀는 왜 그렇게 얇은가. 누가 무슨 말만 하면 획획 돌아서고... 측근들에게 내가 정말 저렇게 변덕이 심했냐고 물어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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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다. 당신은 대체 왜 난을 일으켰나.
"아니 그렇게 드라마를 열심히 보고도 모르겠나."

-솔직히 잘 모르겠다. 당신은 선덕여왕이 당신을 죽이려고 한 걸로 알고 난을 일으킨 걸로 되어 있다. 그런데 당신이 난을 일으켜 정권을 잡으면 선덕여왕을 차지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기도 했다.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물론 나는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하지만이고 나발이고, 세상에 그런 말이 어디 있나."

-극중에서 당신의 마음 속 소리는 "내가 신국이 되어 너를 차지하겠다"는 걸로 나오던데. 대체 그럼 그 대사를 듣고 감동하고, 안타까운 눈으로 당신을 바라본 수많은 시청자들은 어쩌란 말인가.
"...그거 농담이다. 설마 그런 말을 진지하게 듣는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다. 내가 난을 일으켜 성공해서, 내가 왕이 된다 치자. 폐위된 여왕을 내가 마누라로 삼을 수 있겠나? 설사 여왕이 항복하고 내 마누라가 되어 살겠다고 한다고 치자. 우리 편들은 가만히 있을 것이며, 여왕을 위해 목숨 걸고 싸운 편은 또 가만히 있겠나?"

-그럼 대체 왜 난을 일으킨 건가?
"그렇게 모르겠다면 얘기해주지. 나는 독재를 막기 위해 싸운 거다."

-독재?
"그렇다! 진흥제 사후 진평-선덕 2대에 걸쳐 이 땅의 민주주의를 말살하려고 시도한 독재 정권에 저항하기 위해 싸운 거다. 우리 신국은 본래 화백회의라는 간접 민주주의가 발달한 나라였다. 어떤 군주도 자기 독단으로 나라를 이끈 적이 없다. 그런데 선덕여왕과 그 후계자로 사실상 지목된 김춘추가 아예 민주주의의 싹을 죽이려고 한 것이다.
내가 죽고 나서 진덕여왕때 김춘추는 집사부를 설치하고 화백회의를 무력화한 다음 권력을 자신이 독차지했다. 내가 우려하던 일이 바로 실현된거다."

-그건 당신을 만들어 준 작가의 생각과는 좀 다른 것 같다. 작가들에 따르면 이 드라마에 나오는 화백회의는 소수 귀족들의 이권을 대면하기 위해 존재하던 부패한 기관이던데.
"하하. 그건 요즘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7세기 신라에 덧씌우다 보니 일어난 코미디다. 화백회의에서 참가자들이 서로 물고 뜯고 싸우는 걸 오늘날 국회라는 곳에서 일어나는 것처럼 그리면 속없는 사람들이 '현실 정치에 대한 은유'라면서 칭찬을 해 대더라. 바보같은 짓이다. 그럼 물어보자. 화백회의가 없어지고 왕 혼자 권력을 독점하게 되면 좋은 점은 뭔가? 국회가 공전하면 아예 국회를 없애는게 나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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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만은 독재자라기보다는 민본정책을 실현하려 한 사람으로 그려졌다고 볼...
"그래서 사람들은 이율배반적이라는 거다. 극중에서 덕만도 우리 어머니를 존경한다. 왜? 똑똑해서 혼자 다 알아서 했기 때문이다. 자기 주장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적당하게 죽이고 처리해가면서 말이다. 말하자면 유신 체제나 다를 게 없다."

-유신이라니... 김유신 말인가?
"아니. 그 유신 말고. 그 왜 총 맞고 죽은 대통령 있잖나. 내가 보기에 드라마에 나온 우리 어머니의 모델은 바로 그 사람인 것 같다. 별로 인기는 없는 것 같던데, 희한하게 시청자들은 다들 미실 좋다고 난리더라."

-음... 아무튼 왕의 독재라기보다는 역사적으로 볼 때 '왕권 강화'라는 말이 더 적절할 것 같다. 국정이 효율화되어 그 이후 신라의 통일 사업에 국력이 집중됐다고 볼 수 있지 않은가.
"그렇게 효율이 좋으면 지금도 대통령인가 뭔가를 뽑아서 임기도 한 30년으로 하고, 국회 같은 건 없애 버리면 되지 않나? 독재자가 반드시 유능하고 똑똑할 거란 보장이 있나? 당신들은 요즘 '견제가 없는 독재 권력은 반드시 부패한다'고 배우는 것 같던데."

-별걸 다 안다. 죽고 나서 공부를 꽤 많이 한 것 같다.
"한번 죽어 봐라. 죽고 나면 남는게 시간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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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듣고 보니 좀 이상하긴 하다. 아무튼 그렇다 치고, 그럼 당신은 화백회의를 지키기 위해 싸운 것인가?
"그렇다."

-덕만을 좋아한 건 아니고?
"물론 덕만을 사랑했다."

-그럼 대체 왜 난을...
"나는 덕만을 사랑하지 않은 게 아니다. 신라를, 신라의 민주주의를 더 사랑했을 뿐이다."

-표절이다.
"알고 있었나? 사실 그 이야기도 덕만에게 들은 거다. 어려서 읽은 플란다스의 개인가 하는 책에 그런 얘기가 나온다고 하더라. 브루터스가 뽀빠이를 죽이고 나서 그런 말을 했다고..."

-플란다스의 개가 아니라 플루타크 영웅전이겠지. 그리고 뽀빠이가 아니라 케사르다.
"그게 뭐 중요하겠나. 아무튼 우리는 국왕의 전제에 도전한 민주 열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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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7세기 신라에서 민주주의 얘기 하는 건 좀 어색하다.
"뭐가 어색한가? 드라마 나도 열심히 봤는데 덕만이 미실과 6분토론인가 뭔가 하면서 '시대정신(Zeitgeist)' 어쩌고 하더라. 그럼 내가 민주주의 얘기하는 건 이상하고, 덕만이 19세기 철학자 헤세의 용어를 쓰면서 얘기하는 건 괜찮냐?"

-...헤세는 소설가고 시대정신을 말한 철학자는 헤겔이다. 그리고 헤겔보다 괴테가 더 먼저 그 말을 썼다. 인터넷만 보지 말고 책을 좀 읽지.
"미안하다. 인터넷으로 보는게 훨씬 편하고 빨라서... 아무튼 왜 나한테만 7세기 사람이 될 걸 강요하나? 나도 21세기식으로 멋지게 나오고 싶다. 독재자 덕만에 저항하다 죽은 낭만주의자 비담, 얼마나 멋진가."

-아니 그게 무슨 사극인가.
"...그럼 지금까지 '선덕여왕'이 사극인줄 알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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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계속 밤잠을 설치고 있습니다. 밤마다 이상한 어르신들이 꿈속으로 찾아오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는 웬 잘생긴 거구의 아저씨가 나타나셨더군요.

사실 누군지 알아보기 어렵진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오른손에 닭다리를 들고 계셨기 때문입니다. 요즘도 꿩 많이 드시느냐고 했더니 꿩은 구하기 힘들어서 치킨으로 바꾸셨답니다. 네. 바로 태종무열왕 김춘추였습니다.

역시 이분도 드라마 때문에 오셨더군요. 그럴만 합니다. 어찌나 말씀을 잘 하시는지 받아 치느라 죽을뻔했습니다(이젠 슬슬 기억이 납니다). 이것도 많이 압축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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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이 빙의상태에서 제가 태종무열왕의 심기를 대변한 거라는 걸 자꾸 의심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믿는 자에게 복이 있는 법입니다. 사실 자꾸 밤에 이분들이 찾아봐서 저도 피곤합니다. 제가 뭐 바라는게 있어서 그러는 것도 아니고 말입니다. 저 경주김씨 종친회와 무관합니다.

아무튼 이해를 위해선 앞의 글부터 보시는 것도 방법입니다.

선덕여왕, '선덕여왕'을 말하다

진짜 김유신이 '선덕여왕'을 봤다면

내 이름은 춘추다. 김춘추. 신라 최대의 정복군주인 진흥제와 진지제의 적통을 이은 왕손이다. 비록 할아버지 진지제가 명예롭지 못하게 왕위에서 밀려났다고는 하지만 부계와 모계 모두 손색 없는 왕실의 핏줄이다.

하지만 그때문에 나는 숨을 죽이고 살아야 하는 운명을 타고 태어났다. 미실은 진평제와 손을 잡고 할아버지 진지제를 폐위시켜 비참하게 죽게 내버려 두었다. 문제를 깔끔하게 해결하려면 할아버지의 두 아들인 내 아버지 용수와 용춘 숙부를 모두 죽여 없애야 했겠지만 우리 신국의 왕손은 아무나 해칠 수 없는 고귀한 핏줄이었다.

전례도 있었다. 일찌기 실성이사금은 내물이사금이 자신을 고구려에 인질로 보낸 보복으로 내물이사금의 세 아들을 모두 죽여 없애고 싶었겠지만, 그중 둘을 각기 고구려와 왜에 인질로 보내는 걸로 그쳤다. 스스로 목숨을 빼앗지는 않았다. 그만큼 신국의 왕손이 다른 왕손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금기 중의 금기였다.

대신 진평제는 아버지 형제에게 우호적인 손길을 뻗어 왔다. 아버지(용수)와 자신의 딸 천명공주를 혼인시켜 조카를 사위로 삼은 것이다. 그 사이에서 태어난 나는 진평제에게 아버지 쪽 촌수로 계산하면 당질이 되는 셈이지만, 진평제는 나를 한결같이 외손으로만 대했다. 마치 나와 진지제는 아무 상관이 없는 사람이란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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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큼 나의 장래는 신국의 평화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었다. 내가 진평제의 외손으로 대우받으며 멀쩡히 살아 있다는 것은 더 이상 진지제의 후손이나 그와 관련된 귀족들의 피를 흘릴 일이 없다는 보장 같은 것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진평제가 내게 자신의 왕위를 물려줄 리는 없었다. 만약 아버지, 혹은 용춘 숙부, 혹은 내가 왕위에 오르게 된다면 진지제의 축출을 주도했던 미실 새주와 그 가문은 처절한 복수의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버지와 숙부, 나는 모두 살아남기 위해선 절대로 권력욕을 드러내지 말아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대신 신국의 발전을 위해 열과 성을 다하고, 때로 목숨도 가볍게 버릴 수 있는 자세를 보여야 했다.

역시 총명했던 덕만 이모는 이런 나의 존재가 자신의 세력을 굳히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실 이모는 어찌 보면 나를 적으로 돌려야 할 사람이었지만, 오히려 나와 유신을 자신의 양 날개로 삼고 왕권을 강화하는데 남몰래 힘을 집중했다. 이모의 왕위는 짤짤이로 딴 게 아니었다. 우리가 무슨 팔푼이들도 아니고, 진평제가 아무리 원했다 한들 본인이 그만한 배포와 실력이 없었다면 누가 여자를 왕위에 올려놓았겠는가 말이다.

비담이 난을 일으킨 것은 솔직히 좀 의외였다. 그는 늘 우리에게 협조적이었기 때문이다. 비담이 우리 진영에 협조적이지 않았다면 그가 난을 일으키기 1년 전에 우리가 그를 상대등으로 삼았을 리가 없지 않은가. 하지만 그는 마지막 순간에 우리 편이 되기를 거부하고 난의 주역이 되어 버렸다.

그는 정말로 자신이 왕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걸까? 그가 왕이 된다 한들, 그런 나쁜 선례 이후에도 그가 왕으로서 권력을 유지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을까? 그랬다면 정말 실망이다. 최소한 나는 그가 훨씬 현명할 것이라고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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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서라벌의 귀족들을 거세하면서 우리는 젊은 화랑 출신의 인재들을 대거 등용했다. 유신을 처음 알아본 것은 나였다. 한번 대한 사람은 모두 자기의 수하로 만들어 버리는 그의 엄청난 흡수력에 반해버린 거다. 그가 나와 대등한 신분이었다면 나는 선뜻 그의 휘하가 되었을 것이다.

그 외에도 칠숙의 난 때 염장을 발견했고, 비담이 난을 일으켰을 때에는 천관이 화랑들을 거느리고 큰 공을 세웠다. 이들이 나의 사람들로 길러진 이상, 나의 권력에 도전할 사람은 없었다.

아무튼 그런데 왜 나중에 왕이 되었느냐고? 사실 내겐 반드시 왕이 되고야 말겠다고 결심한 순간이 있었다. 내 딸, 고타소가 그렇게 죽지 않았다면 나는 그냥 각간의 자리 정도로 일생을 마쳤을 지도 모른다. 백제 장군 윤충이 대야성을 공격했을 때 검일이라는 자가 성문을 열어 항복했고, 성주였던 사위 품석이 비겁하게 목숨을 구걸하다가 목이 잘렸다. 잔인한 백제 놈들은 그 아내인 고타소마저 내 딸이라는 이유로 참혹하게 죽였다.

이 소식을 듣고 나는 서서 혼절해 버렸다. 옆에서 누가 뭐라 해도 들리지 않는 상태가 꽤 오래 지속됐던 모양이었다. 어려서 어미를 잃은 내 딸 아이. 내 인생이 어떤 전란에 빠지더라도 그 아이만큼은 평화로운 삶을 살게 해 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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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석은 누가 봐도 서라벌에서 손꼽히는 신랑감이었다. 멀끔한 인물이며 빼어난 검술 솜씨, 거기에 가문까지 흠잡을 데가 없었다. 외양에 속아 놈이 그렇게 비루한 천성을 갖고 있었다는 걸 알아보지 못한 것이 안타까울 뿐이었다. 그런 놈에게 신라의 숨통인 대야성 성주라는 중책을 맡기다니, 이건 무엇보다 그런 놈에게 김춘추의 사위라는 간판을 달아 준 내 책임이었다.

일국의 재상으로서 딸 하나 보호하지 못하고 적군의 칼날 아래 목이 베이게 하다니. 백번을 후회하고 천번을 가슴을 찢어도 이제는 돌이킬 수 없었다. 품석의 아비는 부끄러움에 스스로 목에 칼을 꽂았다. 검일의 아비는 산으로 도망치다 맞아 죽었다. 유신이 아니었더라면 나도 자진했을 지 모른다. 이미 처남이 된 유신과 그날 밤 다시 한번 맹세했다. 둘 중 하나가 죽기 전에 반드시 사비성을 짓밟고 이 원한을 갚기로 말이다.

물론 사사로운 원한보다는 삼한일통이란 대의가 더 컸다. 그리고 이런 사업을 완수하는 데 있어 가장 효율적인 방안은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왕위에 오르는 것이었다. 덕만 이모의 죽음 이후에도 나는 한번 더 참았다. 나 대신 승만 이모를 추대했고, 두번째 여왕을 배경으로 삼아 비담과 염종의 무리를 제거했다. 그 뒤로 집사부를 설치해 화백회의를 무력화했고, 원로인 알천과 실질적인 군부의 1인자 유신의 동의하에 마침내 왕위에 올랐다.

드라마에서 내 역을 맡은 유승호라는 배우가 맡은 것에는 대단히 만족한다. '당서'와 '일본서기', '삼국사기'에 모두 미남에 달변이라고 기록된 나다. 이 정도 인물은 되어야 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 첫 등장도 나쁘지 않았다. 내가 수나라 유학을 다녀왔는지는 너무 오래 전 일이라 기억나지 않지만, 아무튼 드라마에서 어머니가 미실 새주에게 죽음을 당한 것으로 처리됐으니 가슴 속 깊은 곳에서 복수심을 품는 것이 당연한 일일 듯 했다.

하지만 내가 수나라에서 공부는 하지 않고 여색이나 밝히고 돌아다닌 호화 유학생처럼 그려지면서 뭔가 이건 아니다 싶었다. 물론 그 뒤로도 내 캐릭터는 꽤 똑똑해 보이긴 했다. 하지만 겉똑똑이일 뿐이었다. 비담에게 약점을 잡힌 불량학생처럼 보이기 시작하면서 이 드라마에 즐비한 바보들 중의 하나로 추락하고 있었다. 그 살벌한 진평제 치하에서 '왕위 계승권이 있다'고 설치다니. 내가 죽으려고 환장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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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실 새주의 죽음 이후 이 드라마의 제작진은 좀 지나치게 비담에게 집착하는 것 같았다. 그렇다고 제법 머리도 좋고 수하도 거느릴 줄 알았던 내가 이토록 하루 아침에 행여나 비담이 덕만 이모의 총애를 못 받을까봐 전전긍긍하는 질투 심한 꼬마로 전락할 줄은 몰랐다. 하긴, 유신이 보고 왔다는 검을 흑(黑)자가 부수라는 것도 알아내지 못할 정도로 바보가 돼 버린 내가 뭘 할 수 있었을까.

가장 짜증나는 건 642년, 대야성이 함락될 때까지 유승호군이 솜털 보송보송한 얼굴로 내 역할을 연기했다는 점이다. 당시 내 나이는 38세. 딸이 시집을 갔는데도 홍안의 미소년으로 버틴다는게 정말 말도 안된다. 내가 무슨 호빗이라도 되냐(사실 발을 잘 비추지 않을 때에는 나도 불안했다. 다행히 신발을 신고 다닌 것으로 보아 작가가 나를 호빗으로 묘사하려 한 건 아닌 듯 하다).

아무튼 이 드라마는 누가 봐도 앞부분 50회는 '여걸 미실'이었고, 뒤의 12회는 '풍운아 비담'이었다. 회를 거듭할수록 총기를 잃고 자신감도 잃은 김춘추는 결국 마지막회엔 아예 한 장면도 나오지 않는 개망신을 당했다.

결코 비담이 나보다 여자들에게 인기있어서 이러는 건 아니...
(여기서 꿈이 깨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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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이 드라마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에 다시 폭식을 시작했다. 한때 하루에 꿩 10마리를 먹던 시절로 되돌아간 느낌이다. 요즘은 꿩 구하기가 힘들어서 대신 프라이드 치킨을 8마리(양념 반, 프라이드 반)씩 먹는다. 이게 다 드라마 때문이다. 내 미남 이미지를 돌려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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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영화 '러브 액추얼리'를 떠올립니다. '러브 액추얼리'는 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한편의 영화 속에 수많은 사람들의 수많은 사랑 이야기, 때로는 기쁘고, 때로는 벅차고, 때로는 가슴아픈 정경들을 모아 담아 지금껏 성탄 영화의 걸작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짧은 시간 안에 이렇게 사랑의 요체들을 꼭꼭 찝어 모은 제작진의 능력에 감탄한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죠.

그런데 24일 방송된 MBC TV '지붕뚫고 하이킥'을 보면서, 두어 시간의 영화 상영시간도 긴 편이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하이킥'의 방송 시간은 25분 남짓. 하지만 그 안에 온 출연진을 사랑과 화해라는 주제 안에 하나로 묶은 솜씨는 가히 천의무봉이더군요. 모처럼의 성탄 전야, 인파 속으로 외출하길 포기하고 닥본사한 보람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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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매회마다 '하이킥'은 등장인물 가운데 두 명 정도가 주인공을 맡아 매회를 이끌어갔지만 이날은 누가 주인공이랄 것도 없이 온 출연진이 고른 활약을 펼쳤습니다.

예를 들어 순재와 자옥은 모처럼의 와인바 데이트를 하는데 자옥이 고향을 떠나온 줄리엔을 데리고 나오자 순재는 불같이 화를 냅니다. 하지만 자신을 '코리아 대디'로 여기고 있다는 줄리엔의 카드를 보고 금세 자신의 행동을 후회한 순재가 달려가 줄리엔을 다시 데려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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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현경 부부는 호텔 스위트에서 한밤을 보낼 꿈에 젖어 있다가 차가 밀려 길에서 김밥으로 허기를 때우지만 지나면 이게 다 추억이 될 거라며 웃습니다. 광수-인나 커플도 친구들과 파티를 하면서 즐거운 성탄을 보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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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회전목마 그룹은 정음이 지훈에게 마음을 열면서 균형을 깨뜨립니다. 하루종일 지훈의 전화를 기다리던 정음은 결국 꼼장어에 소주를 마시고 병원으로 지훈을 찾아가 내내 병원 일에 시달린 지훈과 늦게나마 성탄 데이트에 성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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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아무도 선물을 주는 사람 없는 성탄을 맞은 세경-신애 자매는 작은 화분에 폐품을 재활용한 장식을 달며 둘만의 트리를 만듭니다. 하지만 반짝이 전구에 불이 들어오지 않자 신애가 실망하죠. 이때 이들 자매의 일이라면 뭐든 참지 못하는 준혁이 집념으로 결국 트리에 불이 들어오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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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를 보고 마음이 풀린 해리도 전혀 예상할 수 없던 행동을 합니다. 매일 구박하고 무시하던 신애에게 자기 방으로 가서 함께 인형을 갖고 놀자고 한 것이죠. 신애가 "너 웬일이야?"하고 느닷없는 선심의 이유를 묻자 "크리스마스잖아, 이 빵꾸똥꾸야!"하고 대답한 건 너무나 평소의 해리 모습이지만 말입니다.

특히 부모와 떨어져 온 가족이 따로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집 안에서 신애가 있다는 걸 내심 기뻐하는 해리의 모습을 끌어 낸 것은 이번 크리스마스의 큰 성과라고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해리를 '빵꾸똥꾸 마녀'로 만든 것이 바로 어른들의 방치였다는 당초의 교훈이 점점 접근해가고 있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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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된 생활에 지친 세경은 "트리를 보면 모든 전구가 일제히 불이 켜지는 순간이 있다. 과연 내 삶에도 그런 순간이 찾아올까 하는 생각이 든다"며 눈물짓다가 준혁의 어깨에 기대 그대로 잠이 듭니다. 바라고 바라던 순간을 맞은 준혁은 당황하지만 행여나 세경이 깨어날까봐 조용히 숨을 죽입니다. 이 순간이 조금이라도 오래 이어지길 바라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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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면에서 많은 분들이 알퐁스 도데의 단편 '별'을 떠올리셨을 겁니다. 목동과 주인 집 스테파네트 아가씨의 순수한 사랑을 그린 어느 밤의 이야기죠. 이 이야기에서 집에 돌아가지 못하게 된 아가씨는 목동의 보살핌 속에서 함께 별을 바라보다가 어느새 목동의 어깨에 고개를 기대고 잠이 듭니다.

이때 목동은 혼자 생각하죠. "밤하늘의 저 숱한 별들 가운데 가장 가냘프고 가장 빛나는 별 하나가 길을 잃고 내 어깨에 내려앉아 곱게 잠들어 있노라"고. 어떤 사심도 없이 말입니다. 아마 세경을 어깨에 기대게 한 준혁의 심정도 바로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요. 이런 장면을 포함해 온 출연진을 성탄이라는 소재 안에 녹여 넣은 '하이킥' 팀의 솜씨에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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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지훈-정음 커플의 알콩달콩 모습도 보면 볼수록 즐겁지만 아저씨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무엇보다 불쌍한 세경이 행복해지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준혁이 그렇게 할 수 있을지..

P.S.2. 이날의 명대사는 뭐니뭐니해도 "크리스마스잖아, 이 빵꾸똥꾸야"와 병원 어린이들이 지훈에게 몰려와서 말한 "아저씨, 저 루돌프한테서 술냄새 나요." (이 대목에서 그냥 쓰러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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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폐하에 이어 간밤에는 웬 우락부락한 할아버지가 꿈에 나타나셨습니다. 이 분들이 저 세상에서 심심하셨는지, 아니면 오랜만에 자신들이 드라마에 나온다니까 TV를 열심히 보신 모양입니다. 아무튼 이 분 또한 MBC TV '선덕여왕'에 대해 할 말이 많으셨던 모양입니다.

그리고 아침에 눈을 떠 보니 또 타이핑된 글이 있군요. 매일 이런 탓에 낮에 피곤한 모양입니다. 아무튼 어제와 똑같은 과정이었다는 점만 말씀드리고 그냥 올리겠습니다.

아, 이번 글의 싸인은 흥무대왕(興武大王)이라고 되어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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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처음 보시는 분은 '선덕여왕이 '선덕여왕'을 봤다면' 편을 먼저 보시는 게 이해가 빠를 수도 있을 듯 합니다. 빙의 시리즈 두번째 편입니다.^



내 이름은 유신. 당연히 김씨다. 우리 조상은 금관가야의 왕족이지만 일찌기 신라와 나라를 합쳤다. 결코 복속된 것은 아니다(불끈). 증조부 때 신라 조정에 출사했고 내 조부 무력공은 일찌기 진흥제를 도와 관산성에서 대승을 거두고 백제 왕(성왕)을 전사시키는 데 큰 공을 세웠다. 서라벌의 콧대 높은 귀족들이 우리 가야 출신들을 무시하지 못하게 된 데에는 조부의 공이 절대적인 역할을 했다.

하지만 아버지 서현공은 감히 만호태후의 딸인 만명부인과 혼인도 없이 사통을 했다. 어머니 만명부인은 진흥제의 여동생이며 며느리(동륜태자의 부인)인 만호태후가 숙흘종과 사통을 해서 낳은 딸이지만, 숙흘종 역시 진흥제의 동생이었으므로 부/모계가 모두 왕족인 귀인이었다. 다행히 뒷날 만호태후가 나를 보시고 자신의 외손자로 인정하셨으므로 나는 비로소 왕가와 피를 섞은 몸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됐다.

아버지는 한번도 그런 얘기를 하지 않았지만, 생각해보면 아버지가 목숨을 걸고 어머니와 짝을 이루려 한 것도 내게 보다 나은 출세의 기회를, 더 나아가 가야 출신들이 신라에서 더 나은 지위를 얻게 하기 위한 노력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어머니는 아버지의 그런 뜻을 충분히 이해하고, 그걸 이루기 위해 자진해서 왕실을 상대로 사기를 칠 만큼 아버지를 사랑했다는 생각이 든다.

무슨 말이냐고? 일설에 따르면 나는 어머니가 임신한지 스무달 만에 세상에 나왔다고 한다. 사람이 어떻게 스무달을 뱃속에 있을 수 있겠는가. 이런 소문이 퍼지게 된 건 아마도 어머니가 아버지와 야반도주를 할 때, '나는 이미 서현공의 아이를 가졌으니 더 이상 따라와서 괴롭히지 말라'는 식의 통보를 했기 때문이 아닐까? 실제로 어머니가 나를 가진 것은 그로부터 열달 뒤의 일이었으므로 사람들은 '스무달 만에 아이가 나왔다'고 얘기하게 된 게 아닐까?

이런 부모님의 뜻을 헛되이 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나는 남달리 노력했다. 열다섯에 화랑이 된 건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생긴지 백년도 되지 않은 제도였지만 화랑이라는 이름이 갖는 위엄은 대단했다. 사다함같은 명문가의 자손들이 화랑이란 이름으로 피를 뿌린 뒤로 누구도 화랑을 무시하지 못했다.

조금의 과장도 없이, 신라는 화랑의 피를 먹고 자란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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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랑이란 이름으로 검을 허리에 차고 나면 우리는 모두 목숨을 나라에 내놓은 셈이었다. 우리는 죽음을 두려워할 만큼 삶에 대해 알지 못했고, 늘 자랑스럽게 죽어 나라의 제사를 받는 선배 화랑들의 명예에 대해 이야기했다. 감히 전장에서 적에게 등을 보이는 자가 있으면 적보다 내가 먼저 목을 쳤을 것이다.

내 나이 열다섯. 세상에서 그보다 중요한 일은 없었다.

물론 나는 누구보다 병법을 열심히 연구했으므로 실제로 전장을 지배하는 것은 개개인의 용맹보다는 장수의 역할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아무리 뛰어난 정병이라도 무능한 장군 아래에선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실전 경험을 쌓아 가며 이런 생각은 더욱 굳어졌지만, 어쨌든 아군의 희생 없이 거둘 수 있는 승리는 없었다. 필요한 피를 아끼는 것은 더 많은 피를 흘리게 할 뿐이었다. 만약 희생이 필요하다면, 그것은 아군의 사기를 끌어올리는 것이어야 했다.

내 나이 서른 다섯, 내게도 목숨을 바쳐야 할 시점이 왔다. 건복 51년, 아버지와 함께 출전한 낭비성 공략은 다소 무모한 싸움이었다. 고구려의 장병들은 날래고 거칠었다. 보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아군은 제대로 싸워 보지도 못한 채 일방적으로 밀리고 있었다. 병력은 뒤지지 않았고 훈련도 잘 되어 있었지만 서전의 패배로 사기는 땅에 떨어졌다. 뭔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투구를 벗고 창을 잡자 놀란 흠순(꽤 유명한 내 동생이다. '선덕여왕'에 자신이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에 자존심이 무척 상해 있다. 나는 혹시 월야가 나중에 흠순으로 개명을 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했다)이 말고삐를 잡았다. 우리 군의 총수인 아버지에게 결심을 알렸다. 흠순과 달리 아버지는 말리지 않았다.

단신으로 적진에 돌격해 내가 살아 남을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았다. 이미 죽음의 두려움을 아는 나이가 되어 있었지만, 왠지 자신감이 솟구쳤다. 내가 여기서 죽는다면 내 피는 총명한 아우 흠순의 앞날에 날개를 달아 줄 것이었다. 만약 내가 살아남는다면, 나는 신라군의 전설이 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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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은 다소 방심한 듯 했다. 설마 한 놈이 쳐들어 올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온 몸에 피칠갑을 하고 달려드는 미친 놈에게 다들 길을 비켜 주었다. 내가 홀로 적진을 돌파하고 돌아오자 아군의 함성이 하늘을 찔렀다. 두번째 말을 달려 적진으로 들어갈 때에는 나를 따르는 아군의 용사가 십여명이나 되었다.

우리는 미친듯이 소리를 지르며 적진을 누볐다. 이때에는 고구려군도 악착같이 달려들었다. 뒤를 돌아 보니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다. 가슴이 다시 서늘해졌다. 하지만 그때는 이미 독이 오른 아군이 함성을 지르며 돌격해들어오고 있었다. 이날 우리는 대승을 거뒀다.

그날 이후로 사병들이 나를 보는 눈이 달라졌다. 얼굴에 분칠을 하고 단신으로 창을 잡아 적진으로 돌격한 화랑은 한둘이 아니었지만, 두번이나 적진을 돌파하고도 살아 돌아온 사람은 나 뿐이었다. 나는 하늘이 돕는 신장이며, 창과 화살도 나를 꿰뚫지 못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미 내 몸은 내 것이 아니었다. 내가 어깨를 두드린 말은 하루에 천리를 달려도 지치지 않으며, 내가 벼린 창검은 부러지지 않는다고들 했다. 그래도 나는 전과 다름 없이 사졸들이 먹는 것을 먹고 사졸들과 같은 곳에서 잤다.

그 뒤로도 적진에서 위기를 맞은 적은 많았지만 휘하의 장병들은 나와 싸우는 것을 자랑스러워했다. 수백번 전장에 더 나섰지만, 내가 있는 주진이 돌파당한 적은 한번도 없다. 물론 나는 가끔 저 청년들을 대신해 내가 살아남는 것이 더 좋은 일인가 자문하기도 했다. 내가 무슨 권리로 비녕자에게 적진으로 뛰어들어 죽으라고 할 수 있으며, 조카인 반굴에게 죽음으로 모범을 보이라고 할 자격이 있었단 말인가.

내가 그렇게 말할 수 있었던 것은 나 또한 위기를 맞았을 때 목숨을 가볍게 여겼기 때문이었다. 전장에서 병사는 운으로 살아남는다. 운이 중첩되면 그 장수는 신장(神將)이 되고, 그 군대는 신병(神兵)이 된다. 신장이 이끄는 신병은 결코 패하지 않는다. 이것이 나의 상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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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덕여왕'이라는 드라마가 만들어진다고 했다. 내 역을 맡은 배우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곱상하고 야리야리한 배우들이 인기라고 들었는데 무엇보다 남자답고 무게있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보다 보니 점점 속이 상했다.

나를 따르는 용화향도를 철없는 시골 소년들처럼 그린 것까진 이해한다. 천여명에 달했던 용화향도가 스물 남짓 한 것도 이해할 수 있다. 아무튼 화랑으로서 인정받기까지 내가 들인 노력을 생각하면 내가 역경을 딛고 일어난 것으로 묘사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싶었다.

하지만 나는 도대체 너무 하는 일이 없었다. 국선이 되고, 풍월주가 된 뒤에도 드라마 속의 나는 도대체 위엄이라는 게 없었다. 나는 휘하 화랑들을 제대로 이끌지 못하는 국선이었다. 화랑들이 나를 그토록 우습게 여겼다면 내가 어떻게 신라군의 수장이 될 수 있었겠는가.

게다가 드라마 속의 나는 사소한 계략에도 쉽게 빠져드는 용렬한 인재였다. 내가 그렇게 단순했다면 나는 일찌기 전장의 백골이 되었을 것이다. 일찌기 손자병법에도 병불염사(兵不厭詐)라 했지만 적의 계략을 꿰뚫는 것은 장수의 기본이다. 내가 저렇게 우둔하고 우직하기만 한 인물로 그려지다니, 슬슬 짜증이 났다.

대체 저 사람들은 김부식이 쓴 내 열전(삼국사기 열전 김유신전)을 읽어 보기는 한걸까? 사방에 간첩을 보내 적정을 정탐한 건 염종이 아니라 나라는 걸 모르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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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조황고가 등극하신 뒤로 나는 신국을 수호하기 위해 신명을 바쳤다. 그런데 어느날 드라마를 보니 내가 흰 옷을 입고 옥에 갇혀 있었다. 기가 막혔다. 이 드라마를 만든 이들은 나를 약 천년 뒤 사람인 이순신과 착각한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다음 회에 내가 졸병으로 강등되어 싸우는 장면(백의종군)이 나오는게 아닐까 의아해했지만, 다행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본래 이 무렵의 나는 나가서 싸우는 것만으론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전장의 승리를 완성시키는 것은 뛰어난 내정이었다. 그리고 나의 미래를 춘추에게 걸기로 했다. 좋은 장군의 재목은 아니었지만 잘생긴 외모와 뛰어난 화술, 그리고 놀랍도록 빠른 상황판단은 내가 본 최고의 인재였다. 왕위에 오를 수 있는 사람 가운데 이렇게 뛰어난 인물이 있다는 것은 신라의 복이었다.

물론 나와 춘추의 동맹에 위협을 느끼는 사람들도 많았다. 대표적인 자가 비담이었다. 그와 여왕 폐하가 사귀는 사이였는지는 알 수 없다. 아, 여왕폐하가 왕위에 오르기 전에 나를 좋아했다는 대목이 나오던데 참 보기에 민망했다. ...여자와 관련된 스캔들은 천관녀 하나로 족하다.

아무튼 비담은 자신이 왕이 될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 듯 하지만 이거야말로 최후의 발악이었다. 어차피 전장에서 단련될대로 단련된 나의 군사들에게 비담의 무리는 적수가 될 수 없었다. 명활산성에 웅거한지 10일만에 비담군을 격파했다. 물론 연을 날린 것도 나의 계책이긴 했지만, 그게 그리 중요한 상황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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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대목에서도 드라마 속 나는 그저 무능한 장군일 뿐이었다. 적군의 이동을 눈치채지 못했고, 제대로 공성전을 펴지도 못했으며, 비담이 스스로 자기 편을 해하지 않았다면 난을 진압하지도 못했을 것 같았다. 무척이나 실망스러웠다. 내가 보기에도 이런데 과연 누가 드라마 속의 나를 명장이라고 생각할까. 예상대로 내 역할을 맡은 배우는 전혀 주목받지 못했다.

내가 주인공이 아니기 때문에 주목을 덜 받는다는 건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너무 무능하게 그려지는 건 정말 참기 힘들다. 어차피 드라마는 만드는 사람 마음대로였다면, 그냥 소년시절만 나오고 말았으면 할 정도로 창피했다. 이 긴 드라마에 나오면서 내가 나름 머리를 써서 한 것이 불붙은 연을 날린 것 하나라면, 이건 나에 대한 모욕이다.

여왕께서는 드라마 홈페이지의 기획의도를 보고 분노하셨지만, 사실 드라마 시작할 때만 해도 옛날이다. 드라마에서 미실새주가 죽고 나서 그 작가가 이후의 진행 방향을 거론하며 "천하의 기재가 드디어 빛을 발한다. 무적의 군신으로서 서라벌 최고의 중망을 가진 장군인 김유신. 그토록 비담이 갖길 원했던 ‘천년의 이름’을 당당히 거머쥔다. 김유신은 앞으로 삼국의 통일이라는 거대한 꿈을 위해 덕만을 끝까지 지지하고 덕만 역시 끝까지 김유신을 신뢰함으로써 둘의 완전한 결합은 이뤄진다"고 얘기한 적이 있다.

뭐가 천하의 기재고 뭐가 무적의 군신인가. 드라마 본 사람들에게 물어봐라. 차라리 말이나 말지. 완전한 결합 같은 건 바라지도 않았다.

興武大王.

P.S. 심지어 전화기 광고에도 바보로 나오다니. 가문의 치욕이다.


장군의 분노가 이해가 가시면 과감하게 추천을! (왼쪽 손가락을 누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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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TV '선덕여왕'이 오랜 시간 끝에 대단원의 막을 내렸습니다. 물론 많은 시청자들에게는 이미 한두달 전에 끝난 드라마였지만, 그래도 아직 이 드라마의 엔딩에 관심을 갖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던 것도 분명한 사실입니다.

비담의 피눈물을 보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잠이 들었는데 깨어 보니 제 노트북에 이상한 글이 하나 남아 있었습니다. 전원을 끄지 않은 것으로 보아 분명 제 손이 친 것 같기는 한데, 마지막에 '聖祖皇姑'라는 서명이 있는 것을 포함해 글의 내용은 참 생소하기 짝이 없더군요. 물론 글의 내용은 평소 '선덕여왕'을 보면서 하던 것과 비슷하긴 했습니다만...

어쨌든 이 글을 어떻게 할까 하다가 어젯밤 꿈에 웬 할머니가 뭐라고 구구절절 길게 얘기를 하신 것 같은 기억이 났습니다. 뭔가 좀 화가 나신 것 같기도 하고, 서글퍼 보이기도 하더군요. 아무튼 그분이 마지막에 '올려 놔, 올려' 라고 하신 것 같기도 해서, 블로그에 올려 보겠습니다. 다시 생각해보니 구절 구절 그분이 불러주신대로 제가 넋놓고 타이핑을 한 것 같기도 한데, 워낙 졸려서 잘못 받아 친 부분도 있을 겁니다.

그럼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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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덕만. 사람들은 내가 왕위에 오른 뒤 성조황고라고 불렀다. 신국이라고 불려 온 내 나라, 신라의 성스러운 핏줄을 이은 동시에 나라 최고의 여자 어른이란 뜻이다.

아버지 진평제께서는 아들이 없는 것을 못내 아쉬워하셨지만 내가 신중하고 영명하다 하셨고, 당신의 뒤를 이을 사람은 나뿐이라고 일찌감치 점찍어 놓으셨다. 아무리 왕이 아들이 없다 한들, 왕이 될 남자 친척이 없었겠는가. 용춘/용수공은 아버지의 숙부인 진지제의 아들이므로 아버지의 사촌 동생이 된다. 비록 진지제가 폐위를 당했다 하지만 둘 중 한 사람이나 용수공의 아들이며 아버지의 외손자인 춘추 모두 왕위에 올라도 손색이 없는 혈통을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왜 여자라 하여 왕위에 오를 수 없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고, 주위에 많은 인재를 모았다. 유신과 호림, 알천, 임종, 술종, 염장과 보종이 나를 따랐다. 인재들을 서로 엮어 주는 것도 나의 할 일이었다.

화랑들의 절대적인 신망을 얻고 있던 유신은 일찌기 진흥제를 도와 신라의 국경을 확장한 명장 무력의 손자긴 했지만 가야의 후손이라 서라벌의 중앙 귀족들과는 차이가 있었고, 춘추는 총명하고 담대했지만 폐위된 왕의 후손이라는 약점이 있었다. 이들이 협력해 서로의 약점을 보완해준다면 장차 이 나라를 이끌어갈 두 기둥이 될만 했다. 유신의 여동생 문희와 춘추를 결혼하게 해 두 사람을 인척으로 맺어준 것도 바로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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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때의 일연국사는 내가 앞날을 내다보는 능력이 있다며 이를 지기삼사라고 칭찬하기도 했지만 나라고 앞날을 내다볼 수 있었겠는가. 당 황제가 보낸 그림을 보고 모란꽃에 향기가 없다고 한 것은 그때까지 내가 본 모란꽃이 향기가 없었기 때문인데, 어쨌든 그림과 함께 온 씨앗을 심자 향기 없는 꽃이 피었다. 본래 모란에도 향기가 있다고는 하나, 내 생각엔 일부러 나를 비웃기 위해 보낸 것이 분명한 듯 하다.

물론 지기삼사중의 하나인 '여근곡에 매복한 백제 군사의 위치를 파악한 일'을 두고 내가 나라를 다스리는 동안 군사적으로 신라가 크게 후퇴했다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다. 내가 대외 정복을 계속 추진하지 않은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그건 시기가 무르익지 않아서 있었던 일일 뿐이다.

신라는 본래 세 나라 가운데 가장 약소국이었다. 그러던 나라가 지증-법흥-진흥제에 이르는 강력한 군주들의 노력으로 급격한 팽창을 이룩했다. 특히 진흥제때 관산성에서 백제 성왕을 포함해 백제군 3만을 참살한 것은 결정적으로 양국의 균형을 흔들었다. 신국은 그 이전 세대에 비해 두 배 가까운 확장을 이뤘다.

하지만 땅만 넓어지면 그 땅이 모두 우리 것이 되는 것은 아니다. 어느 시대에나 정복 다음에는 치세가 와야 한다. 그건 아버지 진평왕과 나의 몫이었다. 내지의 백성들을 이주시켜 새로 정복한 땅에 살게 해야 했고, 이미 그 땅에 살고 있는 고구려, 백제, 가야의 백성들을 신라 조정에 귀순하게 해야 했다. 이들의 마음을 잡지 못하면 백제와 고구려가 역습해 왔을 때 성을 지킬 도리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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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은 생각보다 힘들고 짜증스러웠다. 진흥제가 확보한 국경은 너무나 넓었고, 10년 20년에 우리 땅으로 다져질 것 같지는 않았다. 특히 고구려와 백제는 굳은 동맹을 맺고 땅을 다시 회복하려 했고, 어쩔 수 없이 우리는 중국의 수나라를 동원해 이 둘을 견제해야 했다. 자주? 난 그런 건 모른다. 내가 아는 건 신국의 도요, 선대왕들의 유지를 이어 신라가 삼한일통의 주역이 되어야 한다는 것 뿐이었다. 중국이 우리 땅을 삼키려 한다면 그건 통일 뒤에 맞서 싸울 일이다. 또는 힘을 모아 중원으로 치고 나가려 해도, 왕이 셋인 상황에서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는가.

해서 아버지와 나는 수시로 농민들을 격려하고, 이 신라를 부처님의 땅으로 만들려 노력했다. 아시다시피 내 아버지의 이름 백정은 석가모니의 아버지, 어머니 마야의 이름은 석가모니의 어머니에게서 따 온 것이다. 나는 이미 태어날 때부터 이 땅에서 석가 세존이 될 운명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많은 절을 짓고 불교를 장려한 것 역시 국민 총화를 위한 노력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버지와 나의 뜻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별별 난리를 피우며 대항했다. 정복 전쟁의 성공은 무장들을 교만하게 했고 신라는 전통적으로 귀족들의 권력을 상당 부분 인정하고 있었다. 여자 군주는 국가의 기강을 약하게 할 것이란 게 그들의 명분이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직전 난을 일으킨 칠숙이나 석품이 대표적인 경우였고, 비담과 염종은 내 뒤의 천하가 춘추에게 돌아가는 것을 좌시하려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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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얻은 땅을 굳히려 안간힘을 쓰는 사이 백제는 서서히 국력을 회복했다. 특히 의자왕은 대단한 무장의 기질을 가진 사람이었다. 대야성을 지키던 춘추의 사위 품석 부부가 죽은 것도 이 때이고, 화랑을 단합시킨 유신이 간신히 막지 않았더라면 삼한일통은 백제의 몫이 됐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그는 탁월한 전술가였던 반면 국가의 미래에 대한 전략이 없었던 모양이다. 그는 이어진 승전에 교만해졌고, 중도에 정복을 포기하고 인생을 즐기기로 마음먹은 듯 하다.

이제 옛날 말고 요즘 얘기를 좀 해야겠다. '선덕여왕'이라는 드라마를 봤다. 어린 시절의 내 이야기는 좀 황당무계하긴 했지만, 어쨌든 내 역할을 맡은 어린 배우는 귀여웠고, 상상력으로 채워진 이야기는 무척 재미있었다. 내 어린 시절에 대한 기록이 별로 없는 것은 사관들의 탓이겠지만 아무튼 나도 어린 시절에 그렇게 중원을 유랑했다면, 좀 더 풍부한 식견을 가진 군주가 되었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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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실 궁주같은 나라의 어른과 내가 대립하는 것으로 그려진 것은 조금 불만이었지만, 후세의 우매한 사람들이 머리를 짜 내어 했다는 일에 크게 마음을 쓰고 싶지는 않았다. 그리고 미실 역을 맡은 고현정이라는 배우는 참 훌륭했다. 사실 드라마가 뭐라 한들 어차피 알 사람은 다 알 일이라고도 생각했다(그런데 이건 내 생각이 틀렸다. 소화 말로 요즘 사람들은 스승에게 배우는 것보다 드라마의 영향을 더 받는다고 한다). 어쨌든 그런 식으로 아버지의 치세에 조정이 화합하지 못하고 정권 다툼을 벌였다면 서라벌은 진작에 백제 왕의 말발굽 아래 있었을 것이다.

사실 나보다는 거의 바보에 가깝게 그려진 용춘공이나 싸움은 꽤 잘 하지만 단순하기 짝이 없게 그려진 유신, 그보다 더 하는 일이 없었던 알천 등이 훨씬 불만이 많을 듯 했다. 아, 그리고 600년 역사를 가진 나라에서 처음으로 여자를 왕위에 올려 놓을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지도자였던 아버지를 우유부단하고 나약한 인물로 그런 것은 참 우스운 일이었다. 뭐 미실궁주를 부각시키기 위한 것이었을테니 이해는 한다. 하지만 그쪽 편으로 그려진 인물들 역시 불만이긴 마찬가지일 듯 하다. 설원공 하나를 빼고는 모두 팔푼이들로 그려졌으니 말이다.

뒤로 가면서 드라마는 점점 더 이상해졌다. 천년의 대업을 이룩하려고 왕위 계승을 노리는 내가 나라의 목표가 삼한일통이라는 것도 모르고 있다는 걸 대체 누가 납득하겠는가. 나 뿐만 아니라 신라의 그 많은 화랑들은 대체 무엇을 위해 무공을 연마하고 심신을 다졌을까. 정말 어이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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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숙의 난의 정체가 미실의 난이었다는 발상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어차피 드라마에서 그려진 미실궁주를 그대로 두고 내가 왕이 될 수는 없는 일이니까. 하지만 난의 진행 과정은 도대체 역사라는 것을 아는 사람들인지 의아해질 정도로 무성의했다. 심지어 나는 그 과정에서, 남자친구와 헤어지는 것이 못내 아쉬운 십대 여자아이처럼 보였다. 부끄럽고 화가 났다.

게다가 미실의 난 때 주역이었던 미생과 하종, 보종 등이 그대로 뒷날 비담의 난 때에도 주역이라는 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갖가지 미사여구로 사실을 덮으려 했지만 드라마 내용대로라면 그들은 나와 아버지에게 칼을 겨눈 자들이다. 드라마에 나오는 미실이 멋진 여걸이라는 건 나도 인정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반을 감행한 자들을 다시 중용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내가 똑같은 자들에게 두번이나 당할 정도로 바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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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담 생각을 하니 머리가 더 아프다. 내가 비담을 좋아했었던가? 뭐 까짓거 이미 천년도 넘은 일이니 비담이 어떻게 생겼었는지 기억도 잘 나지 않지만(물론 그 드라마에 나오는 김남길이란 배우만큼 잘생기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랬다고 치자. 내가 비담을 그렇게 좋아했다면 그냥 서슴지않고 남편으로 삼았을 것이다. 그 시절에 그게 무슨 흉이 되겠는가. 물론 비담에게 왕위를 넘겨줄 수는 없었다. 내가 보기에나, 유신이 보기에나, 결국 대업을 달성할 인물은 춘추였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내가 비담을 압박하고, 비담이 못 견뎌 난을 일으키고, 우리가 비담의 무리를 쓸어 버린 것은 춘추의 치세를 위해 '가시를 뽑은 천하를 물려준' 것이다. 아, 미안하다. 이 표현은 나중에 중국에서 명나라라는 나라를 세운 주원장이라는 사람이 쓴 것이라고 한다. 어쨌든 그도 나처럼 자신의 뒤에 올 왕에게 정치적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던 모양이다. 이해한다. 손에 피를 묻히는 건 늙은이들이 끝낼 일이다. 아무튼 비담 역시 일국의 왕을 노린 자신이 자제력 0에다 염종이 한마디만 하면 무조건 속아넘어가는 IQ 14짜리 캐릭터로 그려진 걸 결코 즐거워하지는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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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끝까지 비담을 놓고 결단을 내리지도 못하고, 비담이 죽자 혼절까지 하는 '내 모습'을 보고 있자니 꽤 분이 끓어올랐다. 도대체 그 작자들이 무슨 생각으로 이런 드라마를 만들었는지 궁금해졌다. 춘추가 홈페이지라는 곳에 들어가면 기획의도라는 것이 있다고 가르쳐 줬다(역시 춘추는 똑똑하다).

'남성들만이 전유하던 왕의 자리를 공주의 신분으로 도전하여 최초로 차지하게 된...' 까진 좋다. '수많은 영역에서 그와 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는 현대 시청자들에게 자긍심과 용기를 주고자 한다'. 음. 뿌듯하다.

그런데 '왕이 되는 과정을 권력투쟁의 승리과정으로 그리기보다는 사람을, 인재를 얻어가는 과정으로서 그리고자 한다. 자신과 뜻이 같고 훌륭한 사람 뿐만 아니라 자신과 뜻이 다른 사람, 속세를 버린 사람은 물론 명백한 적들까지도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어 결과적으로 삼국 중 가장 약소국이었던 신라가 삼국을 통일하도록 했던 그 지도자의 힘! 그 힘을 보여주려 한다' 는 내용에서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과연 이 드라마가 나를 이렇게 그렸나? 내가 본 드라마가 이 드라마가 맞나 싶었다. 내가 본 드라마에서 나는 오로지 권력투쟁만 벌였고, 사람이 중요하다고 입으로 쉴새없이 말했지만 결국 내가 내 사람으로 만든 것은 따지고 보면 월야 한 사람 뿐이었고, 오히려 우유부단하게 적들을 방치하다가 나라를 내란으로 몰고 가는 무기력하고 무능한 왕일 뿐이었다.
 
내가 휘하로 흡수했어야 할 화랑들도 중년이 되어 수염을 붙인 뒤로는 모두 나를 상대로 반란을 일으키는 인물들로 변신했다. 평소에 강한 척 하던 나는 오히려 중요한 판단을 내려야 할 때마다 왕에서 가녀린 여자로 변신했다. 여자들에게 자긍심을 주긴 커녕, '저래서 여자는 큰 일을 못 해'라는 얘기가 안 나오면 다행일 지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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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천은 당장 그 드라마를 만든 이들의 꿈에라도 나타나 크게 호통을 치고 꾸짖자고 한 반면, 계략의 달인인 유신공은 이미 끝난 드라마, 죽은 자식 **만지기나 마찬가지니 차라리 다른 수단을 써서 내 생각을 널리 알리는 게 나을 거라고 했다. 그에 따르면 가끔 꿈에 나타난 얘기를 반대로 기억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내가 아는 사람 중 가장 지혜로운 인물의 조언이라 따르기로 했다. 사실 화랑의 꽃인 그도 이 제작진이 '시청자들에게 우정과 사랑, 의리로 뭉쳤던 그들(화랑)의 삶을 보여줌으로서 감동과 함께 그들이 어떻게 신라 정신의 핵심으로, 삼국 통일의 핵심세력으로 떠올랐는지 보여줄 것'이라고 해 놓고 그의 동료 화랑들을 권력에 빌붙어 자기 잇속이나 챙기려는 장교집단 정도로 그려 놓은 데 꽤 화가 나 있는 듯 했다.

그래서 한 블로거(난 이런게 있는지도 몰랐다. 이건 죽방이 가르쳐 줬다)에게 빙의해 글을 남기게 됐다. 가능한 한 후세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새로운 말들을 섞어 쓰려고 노력했다. 이 글이 널리 알려져 후세 사람들이 내가 그렇게 무능하고 정신나간 여왕이 아니었다는 걸 조금이라도 이해해 주길 바랄 뿐이다. 마지막으로 요즘 배운 빵꾸똥꾸라는 말을 한번 써볼까 했는데 주위에서 말린다. 이걸로 그만 하련다. 聖祖皇姑.


빙의 시리즈는 계속됩니다. 2편은 김유신이 본 '선덕여왕'.
여왕님 말씀에 동의하시면 과감하게 추천을(왼쪽 손가락을 누르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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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결론부터 얘기하면 돈벼락을 맞았습니다. 할렐루야!

뭐 세상에 돈 싫어할 사람 어디 있겠습니까마는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 덕분에

관대하신 지마켓으로부터 지원금 100만원을 따내는데 성공했습니다.

700여표를 획득하는데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신 분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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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회사 일만으로도 정신없는 판에 일을 벌이다니, 하고 허벅지를 찌르고 있습니다.)

제가 현찰을 따내기 위해 제시한 공약은 이런 거였습니다.

1. 적당한 장소를 빌려 영상물 상영회를 한 뒤

2. 유명 영화 감독이나 평론가를 초청해 약식 강연회를 마련하고

3. ...호쾌하게 술판을 벌이고 걸찍하게 놀아 보겠다

이렇습니다.

그래서 1, 2, 3을 모두 충족시키기 위해서 가장 적절한 방법은, 현재도 영상물 상영을 하고 있는(예: 뮤직비디오) 카페나 주점(당연히 음향 상태가 수준급인 곳)을 저녁 시간대에 빌리는 것이 가장 좋겠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날짜는 1월 중의 토요일이 좋을 듯 합니다.

혹시 주변에서 이런 상황에 적절한 장소를 알고 계신 분들은 댓글로 연락처와 위치를 제보해 주시기 바랍니다. 만약 본인이 이런 업소를 경영하거나 관계되어 있는 분들도 부끄러워 마시고 적극 추천해 주시기 바랍니다. 다 누이 좋고 매부 좋자고 하는 겁니다.

권장 사양은 다음과 같습니다.

1. 프로젝터와 DVD 플레이어, 우수한 음질의 음향 장비를 갖춘 곳(마이크 포함)

2. 가능하면 지하철 2호선 테두리 안에 있는 곳
   (2호선 역 근처란 뜻이 아닙니다. 2호선으로 둘러싸인 서울 시내란 뜻)

3. 주류 판매에 지장이 없는 곳

4. 주말에 문을 여는데 문제가 없는 곳

5. 좌석이 50석 정도는 확보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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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낌없이 예산을 불사르겠습니다.
(물론 모자라면 회비도 걷겠습니다...만 여러분은 청춘만 불사르시면 됩니다.)

아무튼 이제 조속히 장소를 마련하고 프로그램을 짜는 일만 남았습니다.

다들 먹고 노는 건 자신 있으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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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쉬리'의 강제규 감독이 '한국형 블록버스터'라는 화두를 던진 이래 이 주제는 한국 영화/드라마 제작자들의 벗어날 수 없는 고민거리가 되어 왔습니다. 얘기인 즉 간단합니다. 과연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영화건 드라마건, '블록버스터'라고 불릴 만한 성과를 향해 투자하는 것이 온당한 일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그 옹호세력은 만만찮습니다. 이를테면 '쉬리'를 위시해 '한국형 블록버스터'에 도전했던 수많은 대작들, 그리고 그 가운데서도 관객들의 성원을 얻어냈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나 '디 워', 올해의 천만 관객 동원작 '해운대'에 이르기까지 할리우드 대작들을 겨냥하고 그 스타일을 표방했던 작품들이 '그래도 이게 한국 영화의 저력'이라고 주장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하지만 과연 그 작품들이 겉으로 내세우는 외양에 비해 자랑할만한 내실을 갖췄는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시비가 따라다니고 있습니다. 옹호론자들은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 외양을 키우고, 시행착오를 거듭하다 보면 외양과 내실이 모두 탄탄한, 소위 '작품성있는 대작'이 나올 것"이라고 말하곤 합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하는 의혹 역시 끊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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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덕여왕'에서 색칠한 스티로폼이라는게 너무 역력한 바윗돌을 던지며 싸우는 신라군과 백제군을 보는 시청자들, '아이리스'의 어이없는 마무리를 보며 분개했던 시청자들은 과연 어떤 쪽의 손을 들어 줄까요. 그와 관련한 생각입니다.

평소 하고 싶었던 얘기를 다 하려다 보니 꽤 길어졌습니다.



제목: 한국 사극의 전투신은 왜 동네 북인가

2010년. 한국전쟁 60주년을 맞아 대규모 스펙터클 전쟁 영화와 드라마들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소지섭 김하늘 주연의 MBC 드라마 <로드 넘버원>(연출 이장수)이 있고, KBS는 1970년대 인기를 끌었던 6·25 소재 드라마 <전우>를 부활시킨다는 방침이다. 영화계에선 차승원 김승우 권상우 주연 <포화속으로>(감독 이재한)의 제작 소식이 눈길을 끈다.

이런 현대전 대작들의 영향인지 드라마 <선덕여왕>의 붐을 이어갈 사극 대작의 소식은 잠잠하다. 이병훈 프로듀서의 <동이>(MBC) 외에는 눈길을 끄는 작품도 없다. 제작사들은 아예 사극 시놉시스를 대놓고 기피하는 상황이다. 아무래도 제작비가 현대극의 두 배 이상 드는 데다 상품 노출을 통한 제작비 지원 역시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영세한 외주제작사의 입장에선 아무리 작품이 좋아도 피할 수밖에 없다.

또 최근 몇몇 대작 사극들의 경우, 드라마 후반으로 갈수록 제작비 부족으로 인해 작품의 시각적 퀄리티가 뚝 떨어지는 안타까운 경우를 낳곤 했다. 유종의 미를 위해선 드라마 후반에 대형 전투 신 등이 나와야겠지만, 불행히도 거기 들어갈 제작비는 이미 다 쏟아 부은 상태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 사극 전문가는 이런 얘기를 한 적도 있다.

“50부작이라고 치고 처음 2회까지 20회 분의 제작비를 쏟아 붓는다. 초반에 눈길을 끌지 못하면 끝장이기 때문이다. 그 다음 10회까지 40회까지의 제작비를 쓴다. 시청률만 기대대로 나오면 나머지 회차에 대한 제작비는 방송사에서 부담하게 돼 있다.” 그러다 보니 초반엔 200~300명의 단역 배우에다 수십 필의 말까지 동원돼 그럴싸한 전쟁 장면이 구현되지만, 후반에는 네티즌들로부터 ‘30만 대군이 아니라 30명 대군이냐’는 악플이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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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들일 돈을 다 들인다고 해서 시청자들이 그냥 감동해 주는 것도 아니다. 최근 종반으로 접어든 <선덕여왕>의 전투 신은 초반에 비해 물량 면에선 크게 차이가 나지 않지만 시청자들의 만족도는 매우 낮다. 사실 당연한 일이다. 이미 시청자의 기대치는 <글래디에이터>나 <반지의 제왕> 시리즈에 맞춰져 있다. <적벽대전>조차도 어설퍼 보일 정도다. 한국 TV 드라마의 제작비로 이런 작품들과 스펙터클 경쟁을 벌인다는 것은 아무리 봐도 불가능한 일이다.

그럴 바엔 전략을 바꿀 필요가 있다. HBO의 인기 사극인 <로마(Rome)>나 <튜더스(The Tudors)>같은 작품들을 참고하는 거다. <로마>는 카이사르의 말년에서 아우구스투스의 제정 출범에 이르는 로마의 격동기를, <튜더스>는 영국의 전제 왕정을 확립한 헨리 8세의 파란만장한 편력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이들 드라마에서 대규모 전투 신을 찾아보기는 너무도 어렵다.

특히 <로마>는 카이사르와 폼페이우스의 대결 - 카이사르의 이집트 원정 - 옥타비아누스와 브루투스의 대결 - 옥타비아누스와 안토니우스의 대결 등 로마의 운명을 건 전투들을 정면으로 관통하고 있지만 이 드라마에서 50명 이상의 병력이 격돌하는 전투 장면은 단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은 스펙터클이 없다는 이유로 실망하지 않는다. 긴장감을 떨어뜨리지 않으면서 전쟁 장면만 피해 가는 솜씨가 너무도 절묘하기 때문이다.

물론 의상이나 미술비까지 아낄 수는 없겠지만, 한국 사극의 제작진이 연구해야 할 부분은 바로 이런 게 아닐까. 두어 시간에 끝나는 영화야 어쩔 수 없겠지만, 드라마는 특히 이런 지혜를 닮을 필요가 있어 보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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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태왕사신기'의 전투 신은 위에 든 예로부터 어느 정도 자유로울 지도 모르겠습니다. 김종학이라는 완벽주의자의 손끝에서 나온 전투신은 위에 거론된 작품들과는 좀 다른 차원에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왕사신기'또한 '내실과 외양의 균형'을 비교하는 논리에서 그리 자유롭지 못합니다. 배용준이라는 한류 슈퍼스타의 등장과 호쾌한 전투신까지는 흠잡을 데가 없지만, '쥬신의 왕'을 자처하는 담덕이 대체 왜 한민족의 재통일과 중원 회복을 꾀하지 않는지를 비롯해 작품의 내적 논리에서는 수없이 많은 허점이 쏟아져 내립니다.

이런 주장에 대해 현재 방송가나 업계에서 맞서는 내용을 요약하면 "드라마가 드라마지(혹은 영화가 영화지)", 즉 "그만하면 됐지 뭘 더 바래"라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미실의 퇴장을 전후에 '선덕여왕'에 쏟아진 실망과 비난에 대해 제작진이나 MBC 드라마국이 '그런건 설정'이라거나 '작가의 권한에 속하는 부분'이라는 식으로 대응한 것 역시 그 자신들이 만들고 있는 작품에 대한 기대치가 결국은 그냥 그 정도라는 것을 자인한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한마디로 "현재 우리 시청자들(혹은 관객)의 수준으로 보아 내용의 논리적 완결성이나 플롯의 개연성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낭비"라는 것이 현재 제작진의 논리입니다. 거기에 쓸 시간이나 노력, 자본이 있으면 더 비싼 배우를 쓰거나, 더 많은 엑스트라를 쓰거나, 말을 몇마리 더 쓰거나, 더 화려한 갑옷을 만들거나, 화약을 몇KG 더 쓰는게 시청률을 높이는데(혹은 관객을 늘리는 데) 더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죠. 그리고 현실을 생각하면 거기에 정면으로 반발하기가 쉽지만은 않습니다(네. 이 부분에선 시청자/관객들도 반성해야 할 부분이 있겠죠).

하지만 반론을 제기할 수 없을 정도는 아닙니다. 엑스트라 500명을 써 본 경험이, 제작비 200억원을 컨트롤해본 경험이, 할리우드 특수효과팀과 작업해 본 경험이 아무 의미 없는 것이라고 말할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과연 얼마나 더 '시행착오'를 겪으면 한국 영화/드라마가 제작비 1억 달러짜리 영화나 회당 제작비 1000만달러대의 드라마를 따라잡을 수 있을까요. 과연 우리가 열심히 따라잡는 속도가 할리우드의 발전 속도보다 빠르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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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때 참고로 삼고 싶은 것은 BBC의 드라마 진용입니다. 척 봐도 그리 돈 들어가는 드라마는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장수 SF 시리즈 '닥터 후'만 해도 거대 미드에 비하면 제작비 얘기를 하기가 부끄러울 지경입니다. 하지만 각개 드라마의 완성도는 찬탄을 자아내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대형 전투신 하나 없이 대작의 느낌을 다 내는 '로마'나 '튜더스'의 교훈도 연구해볼 만 합니다.

이제는 한번쯤, '어떻게 하면 돈을 덜 들이고 돈 들인 드라마보다 잘 만들었다는 느낌이 드는 드라마를 만들 수 있을까'에 좀 투자가 이뤄졌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그 '어떻게 하면'을 연구하는 비용은 절대 공짜가 아니라는 것 또한 생각해둬야겠죠. 언제까지 '역시 일본 원작이 내러티브가 튼튼하다'면서 드라마며 영화며 죄다 일본 원작 판으로 만들어야 합니까.

물론 어떻게 하면 되는지도 다들 알고 있습니다. 다만 실천하지 않을 뿐입니다. 당장 돈이 안 되는 단막극을 통해 연출자나 작가들을 훈련시키는 비용은 너무나 아깝지만, 작품의 완성도와는 무관하게 광고주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투자(이를테면 단막극 한 편의 제작비와 맞먹는 톱스타의 기용)에는 눈에 불을 켜는 방송사에 사실 뭘 기대할 수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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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지난 12월17일은 어스 윈드 앤 파이어(Earth, Wind & Fire) 형님들의 공연을 보러 갔습니다. 이런 저런 이유로 리뷰는 슬쩍 미루고 있었지만, 그래도 이 분들의 공연에 대해 한마디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의무감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형님들의 공연을 직접 봐야 한다는 의무감에 연말의 약속 홍수 속에서도 "12월17일만은 안돼!"를 고수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코엑스 대서양홀. 전문 공연장 - 뭐 그렇게 따지만 우리나라에 전문 공연장이 대체 어디냐는 반박이 당연히 등장하겠지만 - 이 아니라는 점에서 약간 떨떠름 하기도 했지만, 아무튼 이번 공연의 화두는 '그래도 그게 어디냐'와 '니가 인제 배가 불렀구나'의 정서입니다. ...직접 보게 된게 어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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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교통 체증으로 오후 8시 개막 예정이던 공연 시간은 8시30분 정도로 자동 시프트. 뭐 며칠 전의 GNR 공연이 2시간 30분 늦게 시작했다는 데 비하면 대단히 훌륭한 공연 시간이었습니다. 좌석은 콘솔/조명 타워 살짝 오른쪽 뒤. 기울어진 공연장이라면 최적의 조건이겠으나 아쉽게도 코엑스 대서양홀은 전혀 경사가 없는 평지 바닥입니다. 이 평지라는 조건이 나중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공연이 시작하고 몇분 뒤, 봄여름가을겨울의 김종진/전태관 옹의 모습이 보이더군요. 미처 좌석 확보(?)는 되어 있지 않았는지, 아니면 잡힌 좌석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두 양반은 콘솔 타워 기둥을 붙잡고 마지막까지 신나게 춤을 추며 공연을 즐겼습니다. - 물론 다른 관객들도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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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셋리스트... 빌리 조엘 때만 해도 직접 만든 리스트에 확신을 갖고 있었는데 이번엔 자신이 없습니다. 메모도 별로 하지 못했고. 아무튼 'Boogie Wonder Land'로 시작해서 마지막에 'Fantasy' 'September' 'Let's Groove'로 달릴 때는 '아니 대체 앵콜로 무슨 노래를 하려는 거야!'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결국 앵콜은 Getaway...

Boogie wonderland
Jupiter
Serpentine Fire
Sing a Song
Shining Star
Kalimba
Brazillian Rhyme
That's the way of the world
After the love has gone
Reasons
In the stone
Got to Get You into My Life
(잘 모르는 곡이 2곡 정도...?)
Fantasy
September
Let's Groove

encore:
Geta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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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두 시간 동안 16-17곡의 노래가 나왔는데 전 공연이 풀 스탠딩으로 진행돼 버렸습니다. 이유는 두 가지. 첫째는 우선 첫곡이 너무나 신나는 'Boogie Wonderland'였다는 겁니다. 그래서 맨 앞줄의 열성 팬들이 일제히 기립해 버린 겁니다.

그런데 앞서도 얘기했지만 대서양홀은 경사진 공연장이 아니라는 것. 그래서 무대가 보이지 않게 된 뒷줄의 다소 덜 열성적인 팬들까지 일제히 일어서야 했습니다. 게다가 그루브의 제왕인 이 형님들은 도대체 노래가 끊기지를 않는 논스톱 퍼포먼스로(전 노래와 다음 노래 사이에 음악이 쉬는 시간이 없었다는 얘기죠) 관객들에게 쉴 틈을 주지 않았습니다.

현장음이 사실 그리 좋지는 않았습니다. 이분들의 음악의 특징인 '둥글게 감싸주는 소리'는 기대하기 힘들었고, 각각의 악기들은 좀 심하게 날카로운 소리를 내면서 그리 잘 섞이지 않더군요. 브라스 섹션은 기대대로 훌륭했지만, 랄프 존슨 대신 자리에 앉은 드러머는 이들과 그리 긴 시간 훈련을 하지 않았다는 느낌이 슬쩍... (물론 그게 어딥니까^^) 또 이렇게 대강 대강 하는 듯 하면서도 다 맞춰 주는 것이 흑인 음악의 매력이기도 하죠. 정말 흑인 세션들의 천재적인 음감이란.

우리 한민족도 흥 하면 한 흥 한다고들 하지만 요즘 방송중인 '일밤'의 '단비'를 보면서도 대체 저 아프리카 사람들의 리듬감과 춤/노래 유전자는 강하구나...하는 걸 새삼 느꼈습니다(네. 남들이 한지민의 눈물에 감동할 때 저는 이런 생각이나 하고 있었습니다). 오늘날 흑인음악이 세계 대중음악을 지배하고 있는 건 어쩌면 너무 당연한 일인 듯 합니다. 가끔은 아프리카의 DNA가 섞이지 않은 사람이라면 그걸 흉내내는 것조차도 좀 무모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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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무대에 선 사람은 총 11명. 포지션도 맘대로 왔다갔다 하시는 분들이라 큰 의미는 없을 겁니다. 중간에 '오리지널 멤버'라며 이제는 완전히 그룹의 간판이 된 필립 베일리와 모리스 화이트의 동생인 버딘 화이트, 그리고 랄프 존슨이 인사를 했습니다. (사실 엄밀히 말하면 진짜 창단때부터의 '오리지널 멤버'는 버딘 화이트뿐이지만..^^)


(어느 분이 참 질기게 동영상을 찍어 놓으셨더군요. 유튜브에 줄줄이 올라와 있습니다. 그냥 분위기만 느껴 보시라고 하나 올려 봅니다. 곧 사라질테니 궁금하신 분들은 얼른 검색.)

막판에 '코리아... 좋아요?'하나 물어보신 것 말고는 한국 팬들에 대해 특별한 서비스를 생각한 것도 없는 듯 하고, 립서비스도 "앞엣분들이 우리 가사를 다 아는 걸 보니 우리 이번이 처음이지만 다음에 또 오게 될 것 같네요" 정도로 그쳤지만, 그래도 직접 뵈니 참 좋습니다.

그래서 할말은 "얼른 또 오세요"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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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생각보다 젊은 관객들이 많더군요. 이유를 물으니 "요즘도 클럽에서 'Boogie Wonderland'나 'September'를 자주 틀어주기 때문"이랍니다. 형님들 참 훌륭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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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이적인 예매율, 대출을 받아서라도 반드시 보고 말겠다는 영화 팬들의 의지가 이렇게 뜨겁게 느껴진 것도 참 오랜만입니다. 바로 '아바타' 얘깁니다. 제왕 제임스 카메론의 11년만의 신작. 이미 흘러 넘칠 정도의 호평과 찬사.

영화 관객 뿐만 아니라 모든 소비자는 자신이 어떻게 해야 갖고 있는 재화로 가장 효율적인 소비를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합니다. 그러다 보면 자연히 호평받는 상품에 끌리게 되고, 제임스 카메론과 같은 명품 브랜드(패션으로 치자면 샤넬 정도 되려나요^)를 신뢰하게 됩니다. 패션 명품과 차이가 있다면 한국에선 어쨌든 똑같은 가격이라는 이점도 있습니다.

이쯤 되면 뭐라고 하건 '아바타'는 반드시 봐야 할 영화라는 건 눈치채셨을 겁니다. 물론 어떤 영화라도 '이걸 보라고 추천한 개**들은 뭐냐'고 투덜대는 사람이 나오기 마련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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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으로 두 다리를 못 쓰게 된 전직 해병 제이크(샘 워딩턴)는 미 정부의 부름을 받고 죽은 형의 대타로 판도라 행성에 갑니다. 6년간 잠자며 날아간 판도라 행성은 지구인들이 탐내는 희귀 자원의 보고로, 자원 채굴을 위해 진출한 기업과 그들이 고용한 용병들이 원주민(즉 판도라 행성에 사는 외계인)들과 끊임없는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행성에 파견된 생물학자 그레이스(시고니 위버)는 인간과 원주민의 DNA를 합성해 만든 아바타를 동원해 인간과 원주민 사이의 대화 창구로 삼으려 합니다. 곡절 끝에 제이크의 아바타는 원주민 추장의 딸 네이티리(목소리는 조 살다나)를 만나 그들의 부락으로 가게 됩니다. 한편 용병의 리더 쿼리치 대령(스티븐 랭)은 제이크에게 언젠가 있을 무력 충돌에 대비해 원주민들을 낱낱이 탐색해 보고하라고 유혹합니다.

대략 설명하자면 이렇습니다만 아무튼 영화의 설정은 이보다 훨씬 정교하고, 설득력있게 되어 있습니다(괜히 카메론을 제왕이라고 부르는 건 아닙니다). 아무튼... 이 '아바타'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대표적으로 네 가지 입장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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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애니메이션의 미래다?

카메론이 '반지의 제왕'의 골룸을 보고 이 영화를 만들어도 좋겠다고 판단했다는 건 이미 유명해진 얘깁니다. '아바타'의 60% 가량을 차지하는 CG 화면은 실사와 비교해도 크게 무리가 없을 정도로 높은 완성도를 자랑합니다.

일각에서는 '베오울프'나 '크리스마스 캐럴' 등 제멕키스의 작품들과 비교하며 '아바타'의 우수성을 칭찬하기도 합니다. 사실 비슷한 노선을 걸어온 '파이널 판타지' 계열과 비교해 봐도 '아바타' 쪽의 손을 들어 주게 됩니다. 하지만 여기엔 살짝 함정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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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위에서 든 영화/애니메이션들이 가장 큰 비판을 받은 부분은 바로 '인간의 얼굴'이었습니다. 얼굴의 솜털까지 표현할 정도로 정교한 애니메이션이 동원됐지만, 이들 중 어떤 작품도 인간 배우들이 연기할 수 있는 '복잡미묘한 감정'을 표현하는 데에는 너무도 실망스러운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죠.

이를 모를 리 없는 카메론은 제멕키스처럼 우직하게 맞붙는 대신, 슬쩍 피해가는 지혜를 발휘했습니다. '아바타'에 등장하는 디지털 배우(즉 아바타들)들의 연기가 호평받은 것은, 그들이 '인간의 얼굴'을 갖고 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아바타'에서도 판도라 원주민 아닌 진짜 인간들의 얼굴을 디지털로 표현하려 했다면, 제아무리 카메론이라도 망신을 면치 못했을 겁니다. (골룸도 진짜 인간의 얼굴이면 그런 호평은 없었을 겁니다.) 이런게 바로 제왕의 지략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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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인간의 얼굴이 아니면서도, 이게 누구의 얼굴인지는 다 알아볼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제가 내릴 수 있는 결론은 '미래는 아니다'입니다. 혹자는 '현재 블록버스터의 첨단 기술 수준을 1이라고 봤을 때 카메론이 사용한 것은 20'이라고 극찬하기도 했지만, 제가 보기에는 카메론과 이 분야의 경쟁자들 사이에 결정적인 기술적인 격차는 없다고 봐도 좋습니다. 단지 이쪽이 좀 더 현재 상태에서의 기술을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한 것 뿐입니다. 좀 더 영리했던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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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수정주의 서부극의 변신일 뿐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줄거리를 들으면 제일 먼저 '포카혼타스'를 떠올리고, 영화를 보고 난 사람들은 '라스트 사무라이'를 연상합니다. 그리고 그 중간에 더스틴 호프만의 고전 '작은 거인'이나 케빈 코스트너의 '늑대와 춤을' 처럼 인디언(네이티브 아메리칸이라고 써야 하나...)들의 시각에서 본 서부극 영화들과의 공통점을 발견하게 됩니다.

20세기 이후 인류 역사에 일어난 급격한 변화는 종전까지 상상할 수 없었던 부분에 대한 윤리를 요구합니다. 이를테면 시험관 아기나 생명 복제에 대한 부분이 그랬고, '인간은 다른 동물과 지구를 나눠 쓰고 있다. 인간의 생존권과 동물의 생존권이 대립할 때 동물의 편을 들 수도 있다'는 극단적인 환경보호론에 대해서도 판단이 필요합니다.

'아바타'가 제시하고 있는 상황은 이보다 한발 더 앞서 있습니다. 누군가 외계에서, 인간과 상당히 유사한 외형을 갖추고, 인간과 비슷한 방식으로 번식하는 지적 생명체를 발견했을 때, 과연 이들을 '외계인 괴물'로 볼 것이냐 아니면 인간과 동등한 존재로 인정할 것인가 하는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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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도라 행성의 원주민 정도라면 큰 고민이 필요 없을 듯도 하지만 가령 어느 외계 행성에서 발견한 오랑우탄 수준의, 혹은 개구리 수준의, 혹은 지렁이 수준의 '외계인'에 대해 각각 어느 정도나 '예우'를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미리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점을 '아바타'는 지적하고 있습니다.

물론 같은 인간들끼리도 경멸하고 차별하는 인종주의자들이나 '인디펜던스 데이'에 환호하는 수준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얘깁니다. 그리고 카메론은 그런 논의가 결코 흥행에 도움을 주지는 못한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단지 그런 도덕에 대한 문제를 '시사'하는 선에서 더 나가지 않습니다.

사실 '아바타'가 영화니 그렇지만 어느 별에서 발견된 '외계 지렁이의 생존권'을 위해 지구인에게 총질을 해 대는 사람을 우리가 현실에서 만난다면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요. 매우 흥미로운 이야기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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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오타쿠에 대한 풍자다?

사실 '아바타'라는 제목부터 현실 세계의 아바타들을 연상하게 하죠. 지난 여름 개봉했던 영화 '써로게이트'는 '아바타'와 출발점이 똑같은 영화입니다. 단지 그 아바타들이 우주 아닌 지구의 거리를 걸어다니고 있다는 게 차이가 날 뿐입니다.

저는 '아바타'를 보다가, 아바타와의 접속 상태에서 풀린 제이크가 '얼른 먹고 빨리 다시 접속해야지'라는 자세로 허겁지겁 음식을 먹고, 그레이스가 제이크에게 '대체 너 마지막으로 목욕한게 언제냐'고 물을 때 빵 터졌습니다. 삼시 세끼를 컵라면과 초코파이로 때우고, 며칠째 감지 않은 머리와 면도 따위는 잊은 몰골로 게임 속 엘프가 되어 있는 'PC방의 아저씨들'이 저절로 떠올랐기 때문이죠.

여기에 대해선 따로 써놓은 글이 있어 이 정도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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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제임스 카메론의 자기 복제다?

이 영화에 비판적인 사람들(그리 많지는 않지만)은 '카메론이 지금까지 보여준 것과 비교할 때 새로운게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사실 미야자키 하야오처럼 평생 똑같은 이야기만 반복하면서도 거장으로 대접받는 사람이 있는데 카메론을 두고 이런 얘기를 하는 건 좀 불공평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뭐 그만큼 완벽주의자 카메론에 대한 기대가 두텁다는 뜻이겠죠. 아무튼 약간 다른 얘기지만, '아바타'를 보면서 카메론이 지금까지 내놓은 작품들의 편린을 살펴 보는 건 꽤 즐거운 일이기도 합니다.

이 영화에 시고니 위버가 나온다는 건 0.1초 안에 '에일리언 2'를 생각하게 합니다. 당초 쿼리치 대령 역으로 내정됐던 마이클 빈이 탈락한 것도 "시고니 위버에다 마이클 빈까지 나오면 이건 누가 봐도 '에일리언2'"라는 비판을 의식한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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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이 영화에서 미셀 로드리게스가 연기하는 트루디 캐릭터에서 '에일리언 2'의 흔적을 발견하고 속으로 웃었습니다. '체구는 작지만 남자들을 압도하는 라틴 혈통의 터프한 여전사'라면 '에일리언 2'에서도 이미 본 적이 있죠. 지넷 골드스타인(Jenette Goldstein)이 연기한 바스케스 상병입니다.

또 원주민들의 시각에서 본다면 이 아바타들은 '적들에 의해 만들어진, 우리와 똑같이 생긴 괴물'들입니다. 적대적이지 않을 뿐, 바로 터미네이터죠. 누가 운영하느냐의 차이가 있지만 쿼리치 대령이 아바타의 운영을 맡았다면, 이 아바타들은 바로 터미네이터가 됐을 겁니다. 아마도 카메론 팀은 스토리를 개발할 때 이런 방향도 검토했겠지만, 누군가 "그렇게 되면 그건 너무 '터미네이터잖아"라고 지적했을테죠.

물론 지금껏 카메론이 만든 영화 가운데 '아바타'와 가장 많은 유사점이 발견되는 작품은 그의 유일한 실패작^^으로 기억되는 '어비스'입니다. 미지의 지성체와의 조우, 부활의 주제, 막연한 공포와 적대감/광기, 미래 인류의 생존과 자원 등 '어비스'에서 카메론이 건드렸던 수많은 어젠다들이 '아바타'에는 세월의 흐름에 따라 살짝 모습을 바꾼 채로 들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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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의 내용들을 염두에 두고 보든, 이중 어느 한 시각에서 보든, 혹은 아무런 선입견 없이 보든 '아바타'는 멋지고 감탄할 만한 영화입니다. 가장 좋은 감상은 '머리와 마음을 비우고' 보는 것일 수도 있죠.

아무튼 아직 3D 버전을 보지 못해 그 부분에 대해선 따로 언급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3D버전과 아이맥스/3D버전을 각각 따로 한번씩 볼까도 생각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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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혹자는 "그래픽이 훌륭하다 훌륭하다 하길래 봤는데 만화영화인 걸 다 알 수 있더라"고 불평하시기도 하더군요. 물론 다른 분들이 '다 알 수 없어서' 이 영화를 호평하는 건 아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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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한국 드라마에서 웬만한 성형수술이나 윤곽변형은 책잡을 거리도 안 됩니다. 얼굴 고쳐 놓고 치열교정이라고 우기는 것도 애교에 속합니다. 정말 대단한 건 이야기를 만들어 놓고 마무리하는 솜씨들입니다.

KBS 2TV '아이리스'가 마침내 이병헌에 대한 저격으로 마무리 도장을 찍었습니다. 이병헌이 '아이리스2'에는 출연하지 않는다는 소식이 있을 때부터 그 운명이 대강 짐작되긴 했지만, 이렇게 허무하게 갈 줄은 몰랐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 마지막 부분, 그 처리의 방식에 정말 턱을 땅바닥에 떨어뜨렸습니다('입이 딱 벌어졌다'의 다른 표현입니다. 물론 좋았다는 뜻은 아닙니다). 어떻게 이 비싼 드라마가 이렇게 끝나나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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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장면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현준(이병헌)은 승희(김태희)가 기다리는 호텔로 반지를 사들고 룰루랄라 돌아옵니다. 승희는 승희대로 쓸데없이 호텔 이곳 저곳을 왔다 갔다 하고, 전화기를 켰다 껐다 하며, 이어폰을 꽂고, 그동안 못다 했던 PPL 광고주들에 대한 의무를 다하며 현준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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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 보이는 등대가 승희가 기다리는 바로 그 등대일 겁니다. 지금은 새치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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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죽죽 달려갑니다. 중간에 계속 승희의 얼굴이 삽입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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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 앞 장면에서 가볍게 틱, 소리가 들리고 여기서 차가 뒤뚱거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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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는 총에 맞은 현준이 운전능력을 상실하고 차가 정규 통행 방향에서 벗어납니다.

물론 총에 맞아 핸들을 놓친 사람이 브레이크는 어떻게 밟았는지... 저 짧은 거리에서 바다쪽으로 구르거나 왼쪽 절벽을 들이받지도 않고 절묘하게 차를 정지시킵니다. (촬영 막바지에는 제작비가 좀 더 딸리기 마련입니다. 더 이상 KIA 차량을 희생시킬 수 없었던 모양이군요. 유리 깨는 정도로 마무리.)

화면에 스키드마크도 보이지 않는 걸로 봐선 급브레이크도 밟지 않은...? 그럼 이 차는 운전자가 총에 맞으면 저절로 서는 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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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 유리가 대파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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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준은 운전대에 머리를 받고 쓰러져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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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가 많이 흐르고, 눈물도 흐릅니다.

지금부터 신의 조건을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차량의 진행 방향으로 보아 오른쪽은 바다입니다. 저격수는 바다 한 복판에, 아마도 배를 띄워 놓고 자리를 잡고 있었을 겁니다. 당연히 바다는... 육지보다 출렁거립니다(무슨 소리야). 날씨가 좋아서 파고가 일정하긴 하겠지만, 아무튼 꽤 흔들립니다.

문제의 저격수는 흔들리는 바다 위에서, 꽤 빠른 속도로 달리는 자동차(커브 구간이긴 하지만, 운전자가 반지를 들고 애인에게 프로포즈하러 가는 사람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시기 바랍니다. 이 상황에서 유유자적 천천히 가고 있다면 그건 정신병자죠)를 겨냥하고 저격을 합니다.

이 차의 진행방향과 동선을 파악하고 있다면, 현준이 차에서 내려 등대로 갈 것 또한 잘 알고 있을 겁니다. 달리는 차 안과 외부에 노출된 등대 중에서 어느쪽이 쉬운 저격 목표일지는 자명합니다. 그런데도 굳이 차를 선택한 건 그만큼 저격 실력에 자신이 있단 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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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총알은 정확하게 오른쪽 유리를 깨고 현준의 머리를 관통했습니다. 차 유리가 대파된 걸 보면 총알은 상당히 큰 구경인 듯 합니다. 그런데 총알은 유리를 깬 뒤에는 갑자기 소심해져서 현준의 머리 형상을 그대로 남겨 둘 정도로만 위력을 발휘했습니다. 저 정도의 위력이라면 머리가 절반은 날아가야 할 것 같은데 말입니다.

무슨 말이냐면 - 현준의 오른쪽 머리로 들어간 총알은 왼쪽으로 관통해서(그렇지 않았다면 현준의 왼쪽 머리에서 피가 날 리가 없죠. 충돌시 핸들에 부딪힌 머리도 오른쪽이니까요), 살짝 피가 날 정도까지만 힘을 냈습니다. 왼쪽으로 총알이 뚫고 나왔는데도 왼쪽 유리창에는 피 한방울 튀지 않을 정도로만 살짝.

사실 총격전 영화만 몇편 보신 분들도 저건 좀 이상하다고 느끼실 겁니다. 제가 무슨 총기 전문가는 절대 아니지만, 총상은 엑시트 운드(Exit Wound)가 더 큰 법이잖습니까. 오른쪽으로는 살짝 구멍만 나더라도 왼쪽 머리로 뚫고 나갔다면 왼쪽 머리는 지금보다 한참 더 심각한 상태여야 할텐데 말입니다.

그러니까 범인은 흔들리는 바다 위에서, 몇 Km 밖에 있는 달리는 차 안의 표적을, 그것도 단 한 방으로 정확하게 머리를 맞히고, 그것도 엑시트 운드도 없이 딱 출혈만 일어나도록 관통한 겁니다. 과연 이걸 신의 솜씨라고 하지 않으면 뭐라고 해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대체 이런 킬러로부터 살아남을 수 있는 사람은 누가 있을까요.



물론 이런 신의 솜씨는 여기 저기서 등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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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스 요원 역을 맡은 류승룡입니다. 이 화면은 백화점을 점거한 테러범들이 NSS 요원들에게 보낸 협박 요구사항입니다. 류승룡은 자신만만하게, 마스크조차 쓰지 않고 얼굴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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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혼자 자신만만하게 얼굴을 드러낸 이 요원은 나중에 대통령의 정상회담 자리에도 그 얼굴 그대로 버젓이 들어와 총질을 합니다. 물론 실력은 신의 실력이 아니지만, 이 테러리스트는 신의 배짱을 가졌습니다.

참...대한민국은 나라도 아닙니다. 온 NSS 요원이 얼굴을 알고 있는 테러리스트가 몇시간 뒤 곧바로 대통령을 죽이러 난입해도 아무도 막지 못합니다. 스펙터클도 좋고 총싸움 저도 좋아합니다만, 이건 뭐 좀 어떻게...하는 생각밖에 들질 않습니다.

어쨌든 권총 한 자루로 그 많은 테러리스트를 진압한 신의 요원 현준. 그런 현준인 만큼 그를 죽이려면 신의 능력을 가진 저격수가 필수였겠죠.

네. 아이리스는 신들의 이야기, 그냥 신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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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였기 때문에 전쟁의 신 현준과 미의 여신이자 거짓말의 여신인 승희는 맺어질 수 없었던 거겠죠. 드라마의 신들이 만들다 보니 자연스럽게 드라마가 신화가 된 모양입니다.

"난 전설같은 건 믿지 않아"라는 대사 뒤엔 "왜냐하면 내가 신이기 때문이야"라는 말이 감춰져 있었던 걸까요. '아이리스'를 봐도 그렇고, '선덕여왕'을 봐도 그렇고.... 대체 왜들 마무리가 이런지 모르겠습니다.

감히 신들의 얘기를 평민이 알려고 하면 다친다구요.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갑자기 튀어나와 죄송하지만,

아직 투표 안 하신 분들,

한표만 부탁드립니다.

http://www.gmarketstory.co.kr/8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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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코믹했던 캐릭터는 이런 드라마에선 총부터 쏘고 말을 해야 한다는 사소한 진리를 몰랐던 이 아이리스 요원... 말이 많은 사람부터 죽는다는 것도 몰랐다니. 저도 이제 입 다물겠습니다.



블로그 방문의 완성은 추천 한방!
(아래 왼쪽의 손가락을 누르시면 됩니다. 로그인같은거 필요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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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이후로 이 블로그의 방문수는 월 최하 120만 선이었습니다. 이대로라면 하루 평균 4만분의 방문자가 있었다는 얘기가 됩니다. (같은 아이피의 당일 재방문은 그냥 1회로 계산됩니다)

지난 월요일 부탁드린 투표에 참가하신 분은 400분 안팎입니다. 방문자 수로 단순 계산하면 100분 중 1분 정도가 투표에 참여하신 셈입니다.

물론 저 4만은 포탈에 의한 소나기 트래픽이 작용한 숫자이기 때문에 상당히 과장되어 있을 겁니다. 그렇다고 해도, 별반 큰 이벤트가 없을 때에도 하루 1만5000명 정도는 꾸준히 찾아오신다는 것을 숫자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별일 없으면 찾아오시는 분을 넉넉잡고 하루 1만명으로 잡으면 400명은 4% 정도입니다. 그렇게 보고 나면 나머지 96%의 방문객들은 참 무심하신 분들이란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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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제가 좋아서 하는 짓이긴 합니다만, 만약 입장을 바꿔 놓고 생각할 때, 댓글 하나 달리지 않고, 추천수도 올라가지 않고, 위아래로 클릭하시는 분도 없다면 블로깅이라는 걸 하면서 얼마나 공허할까 하는 생각을 혹시라도 해 보셨는지 궁금합니다.

헌혈을 하시라는 것도 아니고, 돈을 입금해달라고 한 것도 아닙니다. 무슨 아프리카 방송처럼 별을 쏴 달라고 한 것도 아닙니다. 하다 못해 추천 편지를 써 달라거나, 댓글을 한줄 달아 달라고 한 것도 아닙니다. 직접 나와서 얼굴을 보여달라고 한 것도 아닙니다.

단 두번의 클릭이면 끝날 일입니다.

그런데도 그렇게 무관심하신 건 어떤 이유에서입니까?

네. 물론 죽은 사람을 살리는 일도, 결식아동을 돕는 일도 아닙니다.

100만원이라는 돈에 미치도록 욕심이 나서도 아닙니다.

현재 성과가 1위냐 2위냐를 보고 있는게 아닙니다.

이기고 지고는 이제 관심사가 아닙니다.



블로거는 방문객들에게 이 정도도 기대하면 안 되는 겁니까?

다만 한번이라도, 이런 식으로 그동안 글 잘 보고 있었노라고, 네가 온라인에서 하고 있는 이 짓이 그냥 공허하게 혼자 끄적이는 일이 아니었다고 생각하게 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아직 시간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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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외면하지 않고 성원해주신 400여분께는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러고 나니 왠지 기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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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이대로 달리는 것도 그리 나쁘진 않겠군요.^^


P.S.2. 베스트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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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빵 터졌습니다.

제가 '이기고 지는건 이제 관심사가 아니다'라고 하니까

곧이듣지 않는 분들이 꽤 계신듯 합니다.

하지만 한번 이런 쪽으로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현재 2등과의 표 차이는 200여표, 배수로는 두배가 채 안 됩니다.

그 블로그에 가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그쪽의 트래픽은 이 블로그의 1/10 미만입니다.

다시 말하면 그 블로그의 득표수는 1일 방문자 수의 30%가 넘더군요.

이걸 방문객의 애정 차이라고 생각하면 오버일까요?

그런 기분을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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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날이 먼 산으로 가고 있는 본방에는 사실 흥미를 잃었습니다. 뭐 이제 와서 드라마가 망가지고 있네 어쩌네 해 봐야 몇회 안 남지도 않았더군요. 사실은 이미 '삼한일통' 때부터 드라마는 산소호흡기로 숨쉬기 시작했고, '미실의 난'이 시작될 때에는 맥박이 멎었습니다. 네. 드라마로서의 '선덕여왕'은 미실보다 먼저 운명하셨습니다.

드라마가 히트할 때마다 가끔씩 한국 드라마의 주인공을 할리우드로 옮겨 캐스팅해보면 어떨까 하는 장난이 유행하곤 하는데, '선덕여왕'의 경우에는 아직 그런 경우가 별로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종방 기념으로 한번 짝을 맞춰 보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꽤 쉽지 않습니다. 왜냐하면...인물들의 캐릭터가 워낙 흔들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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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니뭐니해도 '선덕여왕'이라고 쓰고 '여걸 미실'이라고 읽는 드라마이다보니 미실 역할이 가장 핵심적입니다. 고현정이라는 배우의 족적이 너무도 선명하기 때문에 누구를 올려놓으면 좋을까 쉽게 결정하기 힘들었습니다.

결국은 제 맘대로 모니카 벨루치를 낙점했습니다. 영어 연기가 안 된다는 치명적인 약점 때문에 정규 할리우드 배우로서의 경력은 일천하지만, 웃으면서 군사들의 목을 칠 수 있는 '잔혹한 아름다움'이라면 가장 어울리는 배우가 아닐까 합니다. '매트릭스2'나 '그림형제'에서의 이미지를 참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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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은 당연히 덕만인데 이 역할부터는 정말 생각이 잘 나질 않더군요. 이유는 도대체 덕만이라는 캐릭터의 요체가 무엇인지를 알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일단 어린 덕만은 다코타 패닝이라는 안전한 카드를 씌워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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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 덕만은 정신적으로도 불안정하고(변덕이 죽끓듯), 어려서의 총기는 어디론가 내다 버린 듯, 전혀 어울리지 않는 시점에서 '이제 여자이고 싶어요'를 외쳐 대는 짜증 캐릭터가 되어 버렸습니다. 리메이크를 한다 해도 별 비중 없는 캐릭터가 될 것 같으니 그냥 여전사 이미지만 살려 보겠습니다. '니벨룽겐의 반지'의 크리스티나 로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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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 엄태웅. 설정대로라면 대단히 멋진 남자 중의 남자이며 장군 중의 장군이어야겠지만, 실제로는 이름만 탱크일 뿐, 보도블록도 넘어가지 못하고 반드시 턱에 걸리는 출력 부족의 무늬만 무한궤도 답답이 캐릭터가 됐습니다. 어쨌든 이름 값이 있기 때문에, 그리고 엄태웅의 본래 포스를 고려해 좋은 배우를 골랐습니다. 크리스천 베일.

잠시 중간광고: 여러분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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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아래 기호 4번, '송원섭의 스핑크스'에 한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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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담은 예측불허의 캐릭터일 때에는 매력 만점이었지만 이제 질투쟁이에다 칭얼대기나 즐겨 하는 어른 놀이 상대등이 되면서 매력이 급격히 떨어졌습니다. 게다가 드라마의 엔딩을 이룰 비담의 난 조차도 스스로 일으키지 못하고 남들에게 떠밀려 벌어질 모양이니 참...

어쨌든 예측불허의 매력남이라면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의 잭 스패로 선장을 빼놓고 누구를 떠올리겠습니까. 조니 뎁 낙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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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병풍알천'이란 별명으로 불리는 알천 또한 지금의 상태에선 좋은 배우를 캐스팅하기 어렵습니다. 어쨌든 말로만 하는 캐스팅이므로 최고 수준으로 꼽아 봅니다.

알천의 매력이라면 무슨 일이 있어도 흔들리지 않고 묵묵히 일을 완성하는 의기와 충성(뭐 대사가 너무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입니다. 가장 신뢰감 가는 얼굴이라면 맷 데이먼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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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처음 3회 정도 매력있었던 춘추는 어느새 사라져 버리고, 지금은 이상하게 주위 배우들 다 늙어가는데 혼자 수염 한 가닥 나지 않는 요괴동안의 지진아 캐릭터가 돼 버렸습니다.

설명해봐야 답답해질 뿐이니까 일단 캐스팅. 할리우드의 유승호라면 누가 좋을까요. '어거스트 러쉬'의 프레디 하이모어가 꽤 자랐습니다. 크면서 이상해진 할리 조엘 오스몬트나 다니엘 래드클리프를 가볍게 제칠만한 미소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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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모습을 기억 못하실까봐 - 어린 시절의 유승호군 못잖은 귀염둥이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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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토록 재기발랄하고 재미있던 죽방조차도 여왕이 등극한 뒤로는 어쩌다 한마디 하는 내시 캐릭터가 돼 버렸습니다. 과연 이 드라마에서 세 개 이상의 캐릭터를 동시에 관리하는 건 정녕 무리란 말입니까.

가끔 자기 무릎을 찍기도 하는 꾀돌이 캐릭터라면 드라마 '앙투라지'의 제레미 피븐을 꼽고 싶습니다. 사진은 에미상 수상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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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상으로는 잘한 게 하나도 없는데 미중년이라며 칭송받고 있는 설원공이 남았군요. 설원공 좋아하는 분들, 나이든 어르신들이 전두환 장군의 측근들에게 호감을 갖는다고 욕할거 하나 없습니다. 댁들도 똑같습니다.

어딘가 음흉한 눈빛을 풍기지만 머리 좋은 미중년. '트로이'의 션 빈을 꼽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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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는 애당초 웃기려고 들어간 캐릭터인줄 알았는데 지금은 매번 무게만 잡고 있더군요.

본분을 되찾으란 뜻에서 강한 캐스팅으로 밀어 봅니다. '이어 원'의 잭 블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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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노를 빼면 좀 아쉽겠습니다. 가장 고민 없이 한 캐스팅입니다. 깊은 눈빛, 미중년, 칼이 어울리는 사나이, 진중한 한마디 한마디, 뭐 '반지의 제왕'의 아라곤 이상 있겠습니까. 비고 모텐슨 낙찰.

마지막 커플은 다른 설명이 필요 없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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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방문의 완성은 추천 한방! (왼쪽의 손가락 마크를 눌러주십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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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대출 좀 받게 보증 서 달라는 얘기 아닙니다.

돈 받아서 지방 빼고 성형수술하는데 쓰겠다는 얘기도 아닙니다.

그러니까 유명한 지마켓에서 블로그 네 군데를 골라 100만원씩 모임 비용을 지원하겠다는 얘깁니다. 이런걸 보고 가만 있을 수가 없어서 냉큼 지원했습니다. 지금 8군데가 남아 있고, 여기서 4등 안에 들면 100만원의 예산 지원이 나옵니다.

4등 안에 들면 되는줄 알았더니 1등에게만

100만원 지원이 된답니다. 이런 된장



사실 여덟군데 목표들을 보니 다들 좋은 데 쓰실 모양입니다.

그래도 우리가 받으면 좋겠습니다.

그저 공약으로 낼 수 있는 건 돈 받아 몽창 여러분을 위한 이벤트 비용으로 쓰겠다는 겁니다.

돈 받으면 뭐 할거냐길래 '뽀대나는 장소 빌려서 영화/공연 동영상 존 거 감상하면서 유명한 전문가 모셔서 강연 비스무레하게 서로 얘기도 나눠 보고, 술도 한잔 하고, 늘 하던 퀴즈 이벤트도 상품 그럴싸한거 걸어 놓고 하면서 연말연시를 신나게 보내 보겠다'고 썼습니다. (뭐 이거보다는 점잖게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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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블로그 오프 이벤트라면 꽤 해 봤잖습니까.

돈 있으면 더 뽀대나게 할 수 있습니다.

아무튼 폭발적인 지원 부탁드립니다.

그동안 이 블로그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생각하셨던 분들

위아래 짜잘한 클릭질 아까워 하셨던 분들

이번이 기회입니다.

로그인 같은거 아무것도 필요 없습니다.

아래 주소로 가셔서, 맨 아래 투표란에 클릭 두번만 하시면 됩니다.

http://www.gmarketstory.co.kr/883

기호 4번입니다.

그냥 이렇게만 얘기하면 보고 지나치실 분이 많을 것 같아서

이번 투표로 여러분의 신임을 묻겠습니다.

지지가 저조하면 주제에 블로그는 무슨 블로그냐는 뜻으로 겸허하게 받아들이겠습니다.


내용을 다시 확인해보니 4등 안에 들면 주는게 아니라 1등에게만 100만원을 지원해 준답니다.

간이 작아져서 신임은 나중에 묻겠습니다.

그래도 1등 하면 좋겠습니다.

마이 찍어주십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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