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중간 중간 여러번 실망하기도 하고, 책은 애저녁에 따라잡기를 포기한지 오래지만, 생각해보면 지난 10년 동안 그래도 꼬박꼬박 한편도 빼놓지 않고 영화를 따라 본 전력이 있고 보면, 그 긴 10년 세월이 마무리된다는데 하필 또 그 완결편을 외면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마음의 결정을 내리고 나서 극장을 찾으려 하는데 이놈의 처지란 천상 평일은 분주한 월급의 노예다 보니 어차피 시간은 주말이어야 하고, 그러다 보니 대낮에 상영관을 잡기란 하늘의 별따기라는 사실도 알게 되고, 그래서 밤도 한참을 지나 거진 자정이 다 되어서야 극장을 찾게 되었는데 이건 또 하필 3D 아닌 2D 상영관이었다는 사실을 극장 들어가서야 알아차리고, 그렇게 해서 '해리 포터' 시리즈 중 유일한 3D 작품을 2D로 보게 되었다는 사실을 그냥 운명으로 받아들이게 되긴 했는데 다시 한번 생각해 보니 늘 '하리 포타아아아~~'하고 발음하는 코 없는 아저씨도 그립고, 점점 하관이 커져 가는 래드클리프 군도 왠지 이게 마지막이구나 하니까 서글프고, 세 주인공 가운데 유일하게 성장의 잔인한 손길을 벗어난 엠마 '허마이오니' 왓슨 양은 뭐 물론 금세 다른 작품에서 보게 되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이 시리즈에서는 마지막 보는 모습이구나 하는 생각이 드니 어쩐지 안타까운 마음이 새록새록....



(죄송합니다. 갑자기 박상륭 선생이 생각나서 잠시 시도해 봤습니다. 뭐 대단한 능력이 필요한 작업은 아니었던 것 같군요. 시간만 있다면 운율도 맞출 수 있을 듯 합니다.^^)

2001년 시작한 '해리 포터' 시리즈의 마지막 편인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2(이하 '8편')'는 소설의 7번째 시리즈에서 영화화된 두번째 영화입니다. 그러니까 2011년의 이 작품을 마지막으로 '해리 포터' 시리즈는 7부에 걸친 소설과 8편의 영화로 마무리되는 것이죠. 롤링 여사가 사 둔 부동산이 갑자기 지진으로 무너지지 않는 한, '해리 포터'의 새 시리즈가 나올 것 같지도 않고 그렇다고 자신의 귀염둥이 주인공들이 다른 작가에게 놀아나게 내버려 둘 것 같지도 않으니 아쉬움이 넘쳐 나시는 분들도 더 이상의 속편은 '없다'고 마음을 비우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소설 시리즈로 말하자면 저는 4부 이후 소설은 포기하고 영화로 스토리를 간신히 따라잡고 있는 불량 독자입니다. 따라서 앞으로 나오는 '대체 스토리가 왜 이래?'라는 의문에 대해 혹시 원작에 답이 있다면, "야 이 원작도 안 읽어보고 무식하게~"라고 성토하시는 대신 친절하게 '원작에는 이러이러하게 나와요'라고 가르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무튼 줄거리 요약. 6편 '혼혈왕자' 이후 극에 달한 음침한 분위기는 8편까지 주욱 이어집니다. 볼드모트는 점점 더 영향력을 넓혀 가고, 스네이프가 교장이 된 호그와트는 디맨터들이 하늘에 둥둥 떠 있고 아이들은 제대로 된 침실도 없이 거의 건물 안 노숙자들처럼 피폐해 가는(아니 대체 왜? 정원외 합격자를 너무 많이 받은?) 환경입니다.




우리의 하리 포타 군은 친절한 피해자 볼드모트의 마음을 스팟 스팟 읽어 또 하나의 호크룩스(볼드모트의 영혼 조각이 봉인되어 있는 성물)가 호그와트에 감춰져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위험천만한 호그와트에 몰래 침투합니다. 한마디로 영화 마지막 순간까지는 아무도 건드릴 수 없다는 주인공의 권능을 함부로 사용한 만용이죠.

어쨌든 포타군은 그 호크룩스가 마지막 호크룩스라고 생각하는데 알고 보면 또 하나의 호크룩스가 늘 볼드모트의 곁에 붙어 있고, 볼드모트 외의 다른 사람은 파괴할 수 없는 가장 핵심적인 호크룩스가 또 있습니다. 원작을 보신 분들이 천지인데 뭐 이게 스포일러일까 싶지만, 아무튼 호크룩스가 파괴될 때마다 조금씩 약화된 볼드모트는 마침내 하리 포타 군과 맞대결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비참한 신세가 됩니다.



아무튼 원작은 점점 더 길어지는데 영화의 길이는 한정되어 있는 탓에 5, 6 편으로 갈수록 영화만 보는 관객들의 불만은 점점 더 커지고, 그렇다고 매번 각 시리즈를 두 편의 영화로 쪼개자니 안 그래도 점점 노년으로 향해 가고 있는 래드클리프군이 머리가 벗겨지지 말라는 법도 없어 눈물을 머금고 강행군을 해야 했던 제작진의 고충을 이해하지 못할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그런 악조건 속에서도 자를 건 과감하게 자르고, 키울 건 키워서 영화만 보는 관객들을 악착같이 끌고 간 데이비드 예이츠 감독의 역량에는 높은 점수를 줄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 롤링 여사도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 시리즈가 계속 진행중인데 영화판도 나란히 따라가고 있는 만큼 다니엘 래드클리프라는 쑥쑥 자라고 있는 배우에게 줄거리를 맞추지 않을 수 없다는 건 상당한 고충이었을 듯 합니다. 지난번에도 몇몇 분들이, 연재를 시작할 때 롤링은 이미 마지막 편의 줄거리를 다 생각해 뒀다는 둥, 시리즈 7편을 보면 앞에서부터 얼마나 정교하게 그 얼개가 짜여져 있었는지 알 수 있다는 둥 하는 얘기를 하셨지만 이런 분들은 글을 써 본 적이 없는 분들이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연재를 시작할 때 10년 뒤에 나올 수천 페이지 뒤의 내용을 다 고려하고 글을 썼다면 롤링은 시간여행자이거나 신의 경지일 수밖에 없겠죠. 이건 J.J 에이브럼스가 '로스트'를 시작할 때 마지막 시즌 내용을 다 고려하고 있었다는 거나 마찬가지 얘깁니다.



(물론 '아무 생각 없이 시작해 놓고 대략 끝냈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대략의 구상은 있었겠지만, 앞의 내용과 뒤의 내용이 척척 아귀가 맞는 듯 한 '증거'로 보이는 것들은 유능한 작가라면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사실 좋은 작가들일수록 뒤에 가서 어떻게든 소용에 닿게 하기 위해서 잘 보이지 않는 각종 설정들을 초반에 '마구' 던져 놓는 경향이 있죠.)

어쨌든 긴 긴 스토리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작품으로 이번 8편은 손색 없는 수작입니다. 뭐 '반지의 제왕'에 꽂혀 있는 분들이라면 이 정도의 스펙타클로는 '애개' 하실 수도 있겠지만 공포정치의 무대가 된 호그와트의 시각적 형상화(나이 먹은 사람으로서 1980년대의 한국 대학가를 연상하지 않을 수 없더군요)나, 2차대전 초기 히틀러의 악받친 공습에 맞서 싸워야 했던 영국인들의 모습을 연상시키는 호그와트 공방전의 모습은 박수를 받기에 충분했다고 생각합니다.




뭐 이 다음 내용은 살짝 스포일러가 됩니다. 뭐 책에는 당연히 다 써 있는 내용이고, 여기까지 읽어 보신 분들이라면 영화 줄거리가 어떻든 일단 보러 가실 분들이니 별로 신경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무튼 저는 책임 못 집니다.

롤링 여사의 성향으로 보아 아마도 결말에서 하리 포타 군이 성인이 된 뒤 소시민의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건 대략 많은 분들이 예상하셨을 겁니다(아, 물론 해피엔딩으로 끝난다면 말이죠). 그런데 19년 뒤라고 해 봐야 30대 후반인데 그렇게까지 파삭 늙은 모습들이라니...ㅜㅜ

언젠가는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됐던 네빌 롱바텀 군이나 맥고나걸 교수가 후반 들어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한 데 대한 보상도 마지막회에 충분히 등장합니다. 마지막으로 비련의 주인공 스네이프 교수의 허무한 죽음에는 참 공분을 느끼게 됩니다. 아니 그렇게 갖은 궂은 일을 다 시키고 그렇게 비참하게 죽게 한단 말입니까.

(이런 데서도 볼 수 있지만 역시 롤링 여사는 인간적으로 본받을만 하거나 함께 어울려서 즐거운 성품의 소유자는 아닐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


지금도 가끔씩 많은 사람들(특히 어르신들)이 "우리도 해리 포터에 맞먹는 오리지날 스토리를 내놓고 그로 인한 엄청난 파생 이익을 따내 문화 강국이 되자"는 말씀을 하시곤 하는데, 그런 분들일수록 '돈 벌 수 있는 스토리=해리 포터와 비슷한 이야기'로 착각하시곤 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파 옵니다.

사람들이 책을 많이 읽게 하고, 좋은 인재들이 책을 써서 먹고 살 수 있게 하고, 글쓴이의 저작권이 기본적으로 보호받게 해 주고... 뭐 이런 등등의 제반 여건이 갖춰 지고 나서야 가능한 일이긴 한데 그걸 어떻게 확보해야 하느냐고 하면 참 그 또한 어려운 문제로군요. 세월이 빨리 흘러서 당장 비싼 걸 먹고 좋은 옷 입고 큰 차에 타는 것 말고도 다양한 욕구들을 가진 세대가 빨리 어른이 되길 바랄 뿐입니다.




P.S. 몇몇 주인공들이 나이 먹으면서 무시무시하게 무너진 반면 네빌 롱바텀 군은 의외의 훈남으로 자라났더군요. 물론 8편에서는 분장으로 많은 게 커버되지만.^^




728x90
한동안 뜨거웠던 여론이 어느 정도 식은 다음이라 살짝 민망하기도 합니다만, 2주 전에 기고했던 글이 문자로 나오기 전에 블로그로 가져오는 건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 때문에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SM타운 파리 콘서트와 샤이니의 런던 공연이 화제가 되면서 유럽의 한류가 허상 아닌 실체라는 사실이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유럽 청소년들이 한국 연예인들을 보고 환호하고, 한글 응원보드를 흔든다는 건 정말 눈으로 보지 않으면 믿을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간밤에 방송된 SM타운 파리 콘서트 실황. 뭐 예상했던대로이긴 하지만, 유럽 관객들이 한국 가요를 따라 부르며 열광하는 모습은 참 묘한 느낌을 주더군요. 생전 처음 보는 광경이라 더욱 강렬한 느낌이랄까...



얼마전 주간 '무비위크'에 썼던 글입니다.

프랑스에 한류를 심는다는 뜻:

 생각해보면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거슬러 올라가면 정훈희가 1975년 칠레 국제 가요제에서 '무인도'를 불러 3위로 입상했을 때 한동안 한국에 들어오는 외국인들은 "정훈희를 아느냐"는 질문을 받아야 했다. 나훈아와 조용필, 송창식 등 일세를 풍미한 한국 가수들은 항상 일본 시장에서 일정 규모 이상의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현지에서 체감하는 인기와 한국 내에서 알고 있는 인기 사이에는 항상 온도차가 있었다. 다소간 과장된 보도들이 너무 앞서갔다는 요인을 무시할 수 없다. 물론 "야, 그 잘 나가는 나라들이 한국 가수(한국 영화, 한국 드라마)에 관심 가질 리가 있냐"는 냉소적인 시선도 한 몫을 했다.

2004년, '겨울연가'가 일본에서 폭발적인 붐을 일으키기 시작할 무렵에도 한국인들은 대부분 '설마'라는 입장이었다. 개방만 하면 일본에 먹힌다는 생각으로 일본의 영화, 가요, 드라마를 꽁꽁 묶어 두고 있던 시대라는 점을 생각해봐야 한다. 초기 '겨울연가' 신드롬을 보도했던 기자들은 허풍선이 취급을 받기 일쑤였다. 80~90년대를 거치며 기무라 타쿠야가 주연한 수많은 걸작 드라마나 이와이 슈운지의 영화, 구와타 게이스케나 고무로 테츠야의 음악에 경도되어 있던 수많은 '일류' 팬들에게는 그닥 잘 만든 것 같지도 않은 한국 드라마에 일본 시청자들이 성원을 보낸다는게 참 믿기 힘든 일들이었던 것이다.

최근 파리에서 열린 SM타운 콘서트를 놓고도 많은 사람들이 인지부조화를 경험했다. 미국에도 쉽사리 문을 열어 주지 않았다는 자존심 높은 문화의 나라 프랑스에서 나고 자란 젊은이들이, 자신들이 평소 무시해 마지 않던 '아이돌'들에게 환호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 프랑스의 문화적 자존심이란 지난 세기의 전설에 불과하다. 재미없고 수준높다는 프랑스 영화는 자국 관객들도 외면해 고사 직전이고, 뤽 베송과 그의 추종자들이 만드는 할리우드 스타일의 액션 대작들이 극장을 지키고 있다. 프랑스 TV의 프라임 타임에서 가장 인기있는 장르는 '하우스'나 'CSI' 같은 미국 드라마다.


기획사들의 입장에서 볼 때 이번 파리 콘서트의 홍보 효과는 대단했지만, 까놓고 말해 '유럽 한류'는 경제적으로 득 될 바가 별로 크지 않다. 이미 한류 시장은 아시아만으로도 충분히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구태여 그 먼 곳까지 간다 해서 부가가치가 더 커질 가능성은 별로 없다. SM 관계자가 "스케줄상 이런 대형 유럽 콘서트는 2년에 한번 이상 힘들다"고 말한 것도 이런 이유다.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도 '유럽 한류'가 계속 이어지길 바라는 건 과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아울러 이 작은 나라에서 전 세계에 팬들이 있는 문화적 지분을 확보하게 됐다는 건 참 대견한 일이긴 하지만, 갑자기 관계 당국이 끼어들어 이걸 행여 '정책적으로 육성'하려거나 하는 시도는 없었으면 한다. 대중문화는 이윤 극대화를 향해 움직이게 되어 있다.

비틀즈의 브리티시 인베이전은 결국 큰 시장을 향한 이동이었을 뿐이다. 영국 정부가 비틀즈의 미국 진출에 무슨 정책적 뒷받침을 했다는 얘기는 들어 본 적이 없다. 아시아 시장이 포화가 될 정도로 K-POP의 경제 규모가 커지면 본격적인 미주/유럽 시장 진출이 시작될 것이다.



한가지 더. 이번 파리 콘서트를 계기로 K-POP 팬이 더 늘어나긴 하겠지만 프랑스 청소년의 90%가 '한류 빠순이'가 된 건 결코 아니다. 당연하다. (한국과는 달리)다양성을 존중하고 수많은 취향이 존재하는 사회에서 '한류 취향'이라는 선택 항목이 하나 더 늘어난 것 뿐이다.

비교하자면 이렇다. 프랑스 레스토랑의 와인 리스트는 길고도 길다. 이 리스트에 '라이스 와인' 혹은 '사케'라는 항목이 추가되기 시작한 건 그리 오래 전 일이 아니다. 하지만 처음 등장한 것 만으로, 그리고 그 항목을 주문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가 큰 의미였다. SM의 파리 콘서트는 그 긴 메뉴에 지금 막 'K-POP'이라는 메뉴가 등장한 것에 비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끝)


 



파리 SM타운 콘서트 이후에 나온 국내의 부정적인 반응은 두 갈래로 나뉩니다. 첫째는 '뭐 그쪽의 내가 아는 사람에게 물어보니 금시초문이라고 하더라. 별것 아닌 걸 가지고 침소봉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것, 그리고 두번째 것은 '해외에서 좀 인기가 있다고 해서, 노예계약이니 뭐니 하는 한국 아이돌의 문제가 모두 면죄부를 받는 것은 아니다. BBC나 르몽드는 그런 점을 지적하고 있지 않느냐?'하는 종류입니다.

첫째 반응은 그야말로 한국적인 반응이라고 해야 할 듯 합니다. 한국은 좀 작은 나라이기도 하지만 사람들의 성향이 '대세'로 몰리기 쉬운 경향을 갖고 있죠. 뭐가 뜬다 싶으면 전국이 열광하고, 반면 식기 시작하면 삽시간에 싸늘해지곤 합니다. '유럽에 K-POP이 진출했다'와 '일정 정도의 성원을 얻었다'가 '유럽에서 K-POP이 대세다. 에이브릴 라빈보다 소녀시대가 더 인기있다' 'K-POP 모르면 유럽에선 왕따'라는 식으로, 엉뚱하게 해석되어선 곤란합니다. 윗글에서도 강조하고 있듯, '진출해서 크건 작건 일정 지분을 얻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입니다. 싹쓸이가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식의 생각은 곤란합니다.

다음, 두번째 반응은 일면 긍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런 말은 어느 분야에서나 옳을 수밖에 없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BBC의 원문 기사 제목은 THE DARKER SIDE OF K-POP(K-POP의 어두운 이면)입니다.

(원문은 http://www.bbc.co.uk/news/world-asia-pacific-13759912 에 있습니다. 시간 절약을 위해서 번역을 해 놓으신 분들 http://tellyoumore.tistory.com/169 이 있네요. 다소 거친 번역이긴 하지만 의미를 이해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일단 이런 식의 비판은 어느 분야에서나 가능하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이를테면 '한국 자동차 산업의 어두운 이면'은 없을까요? 한국산 자동차는 눈부시게 성장해 한국경제를 지탱하는 큰 힘이지만, 수시로 벌어지는 노조 파업과 가격경쟁력의 문제, 그리고 부품 납품업체에 대한 착취, 아울러 수출가격과 내수가격의 차이로 인한 국내 소비자의 박탈감 등 수많은 문제가 쌓여 있습니다.

이번 차이코프스키 콩쿨을 휩쓴 '한국 클래식의 이면'은 어떨까요. 젊은 연주자들이 해외 음악제에서 큰 상을 받고 주목을 받으며,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 건 분명합니다. 하지만 과연 돈을 내고 국내 연주자의 클래식 공연 티켓을 사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그 많은 음악대학 졸업생들은 음악에서의 성공이 가장 큰 목표일까요? 계속해서 적잖은 기린아들을 배출한 것만큼 국내 클래식 음악의 수준이 높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이렇듯 '이면'이 없는 성공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다음은 비판의 내용입니다. 사실 기사를 읽어 보시면 아시겠지만 '노예계약'에 대해서도 일정 부분 설명이 있습니다. '제작사는 투자금을 회수(RECOUP)해야 하기 때문에 (특히 초기에는) 아티스트들에게 돌아가는 이익 배분이 적을 수 있다'는 것이죠. 네. BBC 기자는 국내의 어설픈 아이돌 비판자들에 비해 논리적입니다.

(가수와 소속사의 수익 분배에 대한 내용은 예전에 썼던 이 내용을 한번 참고해 보시기 바랍니다. http://fivecard.joins.com/500 실제 숫자를 가지고 얘기를 해 보면 일반적인 통념과는 좀 다른 느낌을 받으실 수 있을 겁니다.)

물론 이 기사에서 한국 가요 시장에 대해 깊은 이해를 기대하기는 힘듭니다. 이를테면 한국의 음원 가격이 저가인 것은 맞지만, 그때문에 가수나 기획사들이 돈을 못 버는 건 아니죠. 음원을 팔아 얻는 수익의 대부분이 이동통신사나 그들과 관련된 음원 판매 업체로 넘어가고 정작 음원을 만드는 사람들에게는 큰 몫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점이 지적되었어야 합니다. 한국 시장에서 가수나 제작자가 큰 돈을 벌지 못하는 것(물론 지금도 버는 분들은 꽤 잘 버시지만 어쨌든 외국에 비해 적은 돈)은 어처구니없는 수익 배분 구조가 가장 큰 원인입니다.

아울러 '노예계약'을 얘기하면서 '한국은 K-POP을 통해 일본처럼 멋진 이미지를 가진 국가로 부각되고 싶어 한다'고 말하는 것은 넌센스입니다. 한국에서는 동방신기가 둘로 갈라지고, 결국 탈퇴한 멤버들이 JYJ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만약 일본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면, SMAP라 해도 자니스를 벗어나선 존립이 불가능할 겁니다. 가수에 대한 회사의 지배력을 기준으로 노예계약을 말한다면 일본은 한국보다 훨씬 더 강력한 아이돌 노예계약국가죠. 다른 점을 꼽자면, 한국 아이돌은 아시아를 벗어나 이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고, 일본 아이돌은 여전히 아시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네. 일본 자체가 대단히 큰 시장이므로 그럴 필요가 없는게 맞습니다. 하지만 1990년대의 고무로 테츠야 이후 해외로 진출하려던 수많은 시도가 모두 불발로 끝난 것 역시 사실이죠) 데서 차이가 날 뿐입니다.

'우리가 거둔 작은 성취에 너무 고무되지 말고, 우리가 가진 문제점을 제대로 보자'는 의견에는 동의합니다. 누구도 반대할 수 없을 겁니다. 하지만, '우리가 가진 문제점'만을 대단히 큰 것처럼 보고, '남들도 그만한 문제점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외면하는 건 사대주의적인 태도일 뿐입니다. 우리가 완벽하지 않은 만큼, 남들도 다소간 문제가 있습니다. 굳이 남들의 이야기까지 예로 들어 가며, 세상에서 우리가 제일 못난 것처럼 얘기하는 것이야말로 못난 짓일 뿐입니다.



아래쪽 손가락 모양을 누르시면 추천이 됩니다.

여러분의 추천 한방이 더 좋은 포스팅을 만듭니다.

@fivecard5를 팔로우하시면 새글 소식을 더 빨리 알수 있습니다.



728x90
생각해보면 '트랜스포머'를 처음 보고 마음 속으로 '그래 이거야 이거!'라고 외친 것이 벌써 4년 전의 일입니다. 물론 다 큰 분들게 2007년은 바로 어제같겠지만 '트랜스포머' 시리즈를 보는 관객 중에는 그 4년이 인생의 30%나 40%, 심지어 50%인 분들도 있을 겁니다.

온 주말 내내 3D 상영관과 2D 상영관을 막론하고 거의 모든 극장이 매진에 가깝다는 놀라운 환경에서(심지어 개봉관이 적은 것도 아닌데!) 간신히 심야를 틈타 '트랜스포머3'를 보고 왔습니다. 뭐 장사하는 분들의 입장에서는 보고 나서 괜히 볼멘 소리 할 거면 안 보는게 낫다고 할테고, 사실 보기 전부터 이미 '트랜스포머3'의 품질에 대한 기대는 매우 낮았지만 그래도 안 볼수는 없다는 묘한 마음으로 극장을 찾았습니다. (물론 결과도 예상과 별로 다르지 않았습니다.)



일단 줄거리.

1961년, 인류는 달에 뭔가 외계물체로 추정되는 것이 충돌했다는 걸 알게 됩니다. 이 물체의 정치를 파악하기 위해 우주계획에 박차가 가해지고,

두번의 모험 뒤에도 샘 윗위키(샤이아 라보프)는 실업자가 되어 있습니다. 무슨 곡절인지는 모르겠지만 샘은 이미 미카엘라(메건 폭스)를 차버리고 새로운 여자친구(슈퍼모델인 로지 헌팅턴 위틀리)와 동거중입니다. 나라가 샘에게 해준 보상은 장학금과 훈장이 전부. 직장은 자기가 잡아야 합니다. 당연히 샘에겐 울분의 나날입니다.

그러던 어느날 옵티머스 프라임은 러시아에서 자신들과 관련된 문명의 편린을 발견하고, 이것이 달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냅니다. 그들이 달에서 발견한 것은 오토봇들의 행성이 멸망하기 직전 간신히 탈출한 우주선. 그리고 문명의 부활을 이끌어낼 수 있는 '사다리'의 부품입니다.



'트랜스포머3'는 평론가들로부터 집중포화를 맞았습니다. 특히 유명 평론가 로저 이버트로부터 심각하게 욕을 먹었는데 사실 전혀 놀랄 일은 아닙니다. 이버트는 이미 2009년의 시리즈 2편도 박살을 내신 분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1, 2편을 모두 보신 분이라면 이런 평가가 상식에서 벗어난 얘기는 아니라는 데 동의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비슷한 생각의 흐름을 경험했습니다. (이버트도 1변은 호평했다가 2편에서 개실망을 드러냈죠.)

트랜스포머, 마음속 소년이여 일어나라    http://fivecard.joins.com/453
트랜스포머2, 2년새 애정이 식었나?    http://fivecard.joins.com/454



사실 3편에 대해 평론가들이 혹평을 쏟아 붓는 걸 보면 새삼스럽게 뭘 또 이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미 2편에서 플롯이라는 요소는 완전히 무너져내렸고, 그 2편이 흥행에서 온전히 대박을 기록하면서, '트랜스포머' 시리즈를 보는 관객층은 플롯 따위는 발가락의 때 만큼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게 증명된 셈입니다. 그럼 굳이 그렇게 2편을 만든 마이클 베이가 3편이라고 논리에 충실한 스토리를 만들어 낼 리는 만무하겠죠.

(뭐 그런 식으로 얘기하다보면, '수십톤에 가까운 로보트들이 소리도 안 내고 2족 보행을 하거나, 아스팔트를 망가뜨리지 않고 도로를 질주하는게 말이 되냐'는, 애당초 이 영화의 근간을 흔드는 얘기가 나올 수도 있겠지만 이런 경우에 '말이 되느냐 안 되느냐'는 그 영화 안에서의 논리가 일관성이 있느냐는 것으로 대체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무슨 수로 광선을 갖고 칼싸움을 한다는 거냐'고 주장하실 분은 아예 '스타워즈' 시리즈를 보지 않는 것 외에는 답이 없습니다. 하지만 어떤 영화든 '1편에선 저게 됐는데 2편에선 왜 안돼?'라는 소리를 들어선 안된다는 것이죠.)



반대로 2편에서 스토리에 대한 기대를 싹 걷어낸 결과, 개인적으로 3편은 꽤 재미있는 영화로 기억될 듯 합니다. 다른 분들도 아마 크게 다르지 않으실 것으로 생각합니다. 앞 장면과 뒷 장면의 논리적인 연속성, 어떤 인물이 왜 저렇게 행동하는지에 대한 충분한 설명 같은 것은 아예 생각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그냥 꽤 길고 잘 설계된 롤러코스터를 탔다고 생각하시는게 가장 좋은 태도입니다.

그렇게 마음을 접으면 장점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정교한 그래픽과 생동감 넘치는 로봇들간의 전투는 박진감이 넘칩니다. 특공대원들이 날개를 달고 도시 상공으로 낙하하는 장면은 심지어 CG가 아니라 실사라는 말에 놀랄 수밖에 없는, 멋진 장면입니다. 한동안 3D 값을 제대로 못하는 찌질한 영화들에 질린 분들은 제대로 박진감을 느끼실 수 있습니다. (그런데 대체 왜 그렇게 낙하하냐고 물어보시면 절대 안 됩니다. 아까도 얘기했지만, 그건 트랜스포머3를 감상하시는 올바른 태도가 아닙니다^^)

딱 하나, 제대로 이치에 닿는 부분이 있다면 '인간 전투력의 성장'입니다. 1편에서 디셉티콘에게 일방적으로 당하던 인간들이 2편에선 제법 저항을 하고, 3편에서는 어떻게 디셉티콘에게 인간의 화력으로 타격을 줄 수 있는지를 깨달은 모습을 보입니다. 사실 논리적으로 보면 디셉티콘을 상대하는 인간의 능력이 점점 성장한다는 게 당연한 거겠죠. 아마 4편이 나온다면(마이클 베이는 손을 떼겠다고 얘기했지만 영화사가 이런 돈나무를 그냥 베어 버릴 리가 만무하겠죠) 오토봇 없이도 디셉티콘들은 인간과 감히 맞서기 힘들 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3편에서 가장 아쉬운 점은 메건 폭스의 결장입니다. 이미 온갖 언행을 통해 '내가 왜 남들의 눈치 따위를 봐야 하나'라는 인생관을 노출한 처자인 터라 예상은 했지만, 베이 선생님과 스필버그 선생님까지도 컨트롤할 수 없을 정도인 줄은 몰랐습니다. 잘 아시는대로 폭스는 3편의 캐스팅에서 제외됐고, 영화 내용상으로도 샘에게 한방에 차인 꼴이 돼 버렸습니다. (심지어 꼬마 오토봇들로부터는 "걔 정말 밥맛이었어"라는 말까지 듣죠.)



그 대안으로 나타난 로지 헌팅턴 위틀리도 팔등신 미인인 건 분명하지만, 1m76의 라보프와 1m63의 폭스가 괜찮은 비례를 보여준 데 비해 위틀리는 너무 큽니다(수치상으로 라보프가 1cm 큰 걸로 되어 있지만, 영화 속에서 라보프가 위틀리를 안아 올리는 장면에서 위틀리의 발은 여전히 지면에 붙어 있는 굴욕적인 장면도...). 게다가 연기력은 아직 초보 수준이라는 약점도 그대로 노출됩니다. 뭣보다 용모만 놓고 보면 폭스에 비해 많이 처진다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습니다. (물론 개인 취향이 반영된 주장입니다.)



결론입니다. 속도감과 화려한 액션, 박진감만으로도 '트랜스포머3'는 재미있게 볼만한 작품입니다. 하지만 1편이 갖고 있던 주인공의 성장에 대한 기대, 꽤 볼만했던 유머, 그리고 로맨틱한 느낌은 영영 사라져버렸습니다. 네. 이제 더 이상 '소년의 마음'을 느낄 수 있는 영화는 아닌 것이죠.



사실 샤이아 라보프가 미래의 톰 크루즈가 될 가능성은 별로 없다는 느낌이 든다는 것 외에, 이 영화에 나오는 다른 인간 배우들에 대해선 별로 할 얘기가 없습니다. 엄청난 배우들이 엄청나게 낭비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2편 리뷰 때 '유일하게 연기할 거리가 있는 역할'로 존 터투로가 연기하는 시먼스 요원 역할을 얘기했는데 그건 3편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프랜시스 맥도먼드나 존 말코비치같은 관록의 명배우들이 카메오처럼 별 의미 없는 역할로 흘러갑니다. 특히 말코비치는 대체 왜 나왔는지 궁금할 지경입니다.



'그레이 아나토미'의 스타 패트릭 뎀시가 정말 찌질한 역으로 나와 굴욕을 당하는 건, TV 스타들에게 좋은 역할을 주지 않는 할리우드의 전통을 이어가는 듯도 하지만, 역시 TV 시리즈 '라스베가스'의 스타 조쉬 두허멜이 이 영화를 통해 영화배우로 성장할 계기를 마련한 걸 보면 베이에게 그런 편견이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P.S. 샘의 부모 역할은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자자 뱅크스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요. 볼수록 짜증납니다.


아래쪽 손가락 모양을 누르시면 추천이 됩니다.

여러분의 추천 한방이 더 좋은 포스팅을 만듭니다.

@fivecard5를 팔로우하시면 새글 소식을 더 빨리 알수 있습니다.



728x90

결국 모든 것은 시장의 문제로 귀결됩니다. MBC TV '나는 가수다'가 우리 사회에 미친 영향은 수천명의 정규/사이비 분석가들이 날마다 분석했다고 보여집니다. 사실은 해석이 중요한게 아니라 그 시간 동안 어떻게 듣고 즐기느냐가 중요한 거겠지만, 뭐든 해석을 해내야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꼭 있기 마련입니다.

아무튼 시청률은 더 이상 성장하지 않고 있지만 계속해서 '나가수'를 보는 시청층이 있고(초반에 이 프로그램에 너무 많은 기대와 열광을 쏟아 부은 사람들은 슬슬 떨어져 나간 듯도 합니다), 이 프로그램이 어떻게 사회에 봉사(?)하게 될지에 대한 방향은 어느 정도 잡혔습니다. 박정현이 '재발견' 되었고(참 어처구니없는 얘기지만...), 임재범이 다시 '영웅의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대중의 건망증과 무심함을 엿볼 수 있는 얘기지만, 요즘 한창때인 정엽까지도 '나가수'에 출연한 이후 너무 많은 스케줄로 봄날을 맞고 있다는 얘기에선 참 할 말이 없어집니다. 대략 알고는 있었지만 한국의 음악 청취층이란 그렇게도 얇고 가벼웠던 것인가 말입니다.



아무튼 '나가수'의 '가수 발굴 프로젝트'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옥주현을 통해 '아이돌(출신) 바로 세우기' 작업이 진행되는가 하면 - 이건 아직 미완성이라고 생각되지만 - '중년 가수 재발견 시리즈' 역시 계속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장혜진과 조관우가 이 대열에 합류했죠.

사실 장혜진과 조관우는 약간 손해를 본 부분도 있을 겁니다. 청중평가단 중 장혜진과 조관우를 얼굴을 보는 순간 알아볼 수 있는 사람도 있겠지만 '저 아저씨(아줌마) 누구야?'라고 얘기할만한 집단도 충분히 있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분들을 위해서, 처음 등장하는 가수들에게는 한곡 정도 더 부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얼굴은 몰라도 노래는 알만한' 히트곡 몇곡씩은 다 있는 분들이니 말입니다.

아무튼 젊은 한창때의 가수들과 함께 예전에 정말 '왕년에' 씨의 인기를 갖고 있었던 선배 가수들이나, 한창때이긴 해도 실력에 비해 여러 가지 요소로 인해 봄날을 맞지 못한 가수들의 '화력 시범장'으로서 '나가수'의 역할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아주 개인적으로, 그리고 아주 편견 가득한 눈과 귀로, '나가수'에서 한번 끌어들였으면 좋을 것 같은 가수들을 꼽아 봤습니다.

 



일단 아이돌 혹은 아이돌 출신에 대해서는 조금 판단을 보류합니다. 옥주현이 나왔으니 바다에게도 기회를 줘야 한다.. 맞는 말입니다. 뭐 그건 굳이 남들이 추천하지 않아도 제작진이 알아서 하겠죠. 안 그래도 제작진의 이쪽 분야에 대한 애정은 꽤 두터워 보입니다. (물론 더 원이 아이돌이란 뜻은 아닙니다.^^)

조용필 선생을 위시한 레전드 그룹도 배제합니다. 물론 나오시기만 한다면야 시청자들의 복이겠지만 굳이 '애들 노는데' 끼고 싶지 않으시다면 강요할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신승훈 이선희 이승철 이승환 이문세 심수봉 등 전혀 나오고 싶은 의사가 없는 듯한, 굳이 모실 이유도 없을 듯한 그룹을 거론할 필요는 없을 듯 합니다.

아, 그리고 현재의 '나가수'에 나와서 뭔가 반향이 있을 것 같은 가수들을 위주로 꼽았습니다. 예를 들어 김동률이나 이적, 장기하, 성시경의 훌륭함을 부정할 생각은 조금도 없지만, 이런 스타일의 가수들이 '나가수'의 시스템에서 생존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아울러 고함과 샤우팅을 구별하지 못하는 가수, 엄청나게 고평가되어 있지만 라이브에서 전혀 안정감이 없었던 가수, 느끼함이 모든 것을 압도하는 가수들은 제외했습니다. 물론 모두 개인적인 기준입니다.


그럼 리스트 시작.


1. 박미경

요즘 활동이 뜸하지만 만약 디바의 조건을 '다재다능함'으로 내건다면 이분을 넘어설 가수는 별로 없을 듯 합니다. 폭발력, 리듬감, 호흡, 무대 매너 등에서 흠잡을 데 없는 대형 가수죠.



2. 신효범

한때 한국에서 '목소리' 하면 신효범을 꼽던 시절이 있었죠. 뭐 이하 설명은 생략.



3. 체리필터

왜 YB는 되고 체리필터는 안 될까요? 심지어 체리필터는 밴드 답지 않게 왕년의 히트가요를 록으로 편곡한 앨범도 낸 적이 있습니다. 여기에 조유진이라는 무시무시한 보컬을 생각하면... YB가 당장 긴장해야 할듯.



4. 아이비

누구? 하는 분들이 많겠지만, 그리고 옥주현 못잖은 안티 그룹이 있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지만, 사실은 백지영이 처음 '나가수'의 오프닝 멤버에 있을 때에도 비슷한 반응이 많았습니다. 개인적으론 이만한 재능을 가진 가수는 정말 많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거론되는 다른 가수들에 비해 경험이 일천하다는 점이 약점이긴 하지만, '재발견'이란 소재에 너무나 잘 어울릴 가수가 아닐까 합니다.



5. 김조한

정엽 이후 솔 보컬 출신의 '나가수' 등장이 없었다고 생각하면 김조한의 차례가 온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왕년의 솔리드 팬들에겐 추억의 무대가 되겠군요. 물론 가공할 실력은 여전합니다.

6. 김진호

SG워너비가 재평가되어야 할만큼 하락세란 말이냐...고 반문하실 분들이 적지 않겠지만, '소머리'라는 이름으로 저평가됐던 보컬 김진호의 위력은 한번 떼 놓고 감상해볼만 할 겁니다. (개인적으로 김범수와 김진호가 정면으로 맞붙었을 때 대중이 누구를 선택할까 하는 것도 궁금합니다.^^)


7. 더 원

아마 이름도 생소한 분들이 많이 있겠지만, 블랙 아이드 솔이란 장르에서 임재범의 진정한 후계자가 될 자격이 있는 몇 안 되는 가수 중 하나입니다. 최근에는 태연의 노래 선생이라는 키워드로 검색어에 오르기도 했죠. 조금 자제하는 힘만 발휘한다면 목소리의 위력이 많은 사람을 놀라게 할 가수죠. (사진은 저 위에 있습니다.) 추천곡은 '죽도록'.

8. 테이

결국 밴드 활동 쪽으로 갈 길을 잡았지만 테이가 가진 황금의 목소리는 조쉬 그로번 풍의 팝페라로 변신할 때 진정한 위력을 발휘할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페라 스타'를 보신 분들이라면 여기에 반대하지 않으실 걸로 믿습니다. 쇳소리를 내고 있기에는 너무 아까운 성대라는 느낌.



9. 홍종명

과연 여기 이 분의 이름을 거론할 때 몇명이나 얼른 알아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만(SBS TV 드라마 주제곡이던 '사랑은 블루'라는 노래는 기억하시는 분들이 있을까요?), 지난 20년간 들어 본 목소리 중에서 이렇게 인상적인 목소리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였습니다. 높은 종탑에서 울리는 종소리 같다고나 할까요.

동영상 하나 첨부합니다. 물론 서울예대에서 교직을 갖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지만(CCM 가수로도 유명하시다더군요), 이런 가수가 이런 무대에 서고 있다는 건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목소리는 여전하신 듯.



 

10. - - -

사실 열명을 채우려니 너무 생각나는 가수가 많아 고를 수가 없겠더군요. 왕년의 기량 그대로라면 당장 모셨으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전성기의 기량을 이미 잃어버린 분들, 그러고 보면 어디서 뭘 하시는지 전혀 알 수 없는 분들... 지금도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지만 뭔가 조금씩은 아쉬운 분들.

여러분이라면 누구를 출연시키고 싶으십니까?



아래쪽 손가락 모양을 누르시면 추천이 됩니다.

여러분의 추천 한방이 더 좋은 포스팅을 만듭니다.

@fivecard5를 팔로우하시면 새글 소식을 더 빨리 알수 있습니다.



728x90

제목 슈퍼 에이트(8), 감독 J.J. 에이브럼스, 제작 스티븐 스필버그. 이건 뭐 관객들을 향해 '이래도 안 볼래?' 수준의 무력 시위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 요소를 너무도 잘 알고 있는 선수들인 만큼 영화 내용에 대한 노출은 극도로 제한되어 있었습니다. 사실 더 자세히 알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당대 강호 최고의 낚시왕과 전대 최강의 대마두가 한 편을 먹고 뭔가 보여주려고 한다는데, 이럴 때 정직한 관객의 태도는 '네네 알겠습니다. 봐 드리죠' 하고 고개 숙이고 매표구로 달려가는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렇게 리뷰를 쓰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리뷰를 읽어보는 시점은 영화를 보기 전이 아니라 영화를 본 다음이어야 한다고 봅니다. 생각합니다. 어떤 영화를 보기 전에 다른 사람의 시각을 참고한다는 건 스스로 영화를 보는 눈을 제한하는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데다 제작진이 스스로 이렇게 영화에 대한 정보를 꽁꽁 싸매고 있는 경우에는 무리하게 정보를 취득하려 하지 말고 그냥 선입견 없이 보는게 최곱니다.

그런 의미에서 아주 기본적인 얘기부터 하자면, 이 영화는 대략 이런 설정으로 시작합니다.

1979년. 미국 오하이오주에 있는 인구 1만2천의 소읍 릴리안. 사고로 엄마를 잃은 중학생 조(조엘 코트니)는 여름방학을 맞습니다. 가장 친한 친구 찰스의 꿈은 영화감독. 이들을 포함한 다섯 친구는 단편 영화 촬영에 열중해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동급생 앨리스(엘르 패닝)를 영화에 끌어넣으면서, 이들은 평생 경험하지 못한 충격적인 사건 속으로 말려듭니다.

줄거리는 이 정도만 아셔도 충분합니다(오히려 많이 아실수록 감상에는 방해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 정도만 보더라도, 이런 영화야말로 아주 오래 전부터 스필버그가 전가의 보도를 휘둘러 온 장르라는 것이 쉽게 드러납니다. 그 계보는 아무래도 'E.T'에서부터 시작해야겠죠.

'E.T'에서 리처드 도너 감독의 '구니스'(직접 연출하진 않았지만 이 영화의 원안은 스필버그의 것입니다)까지, 스필버그는 어느날 갑자기 초유의 대사건에 휘말리는 일단의 어린 친구들 이야기를 다루는 데 천부적인 솜씨를 보여왔습니다. 그것은 누가 뭐래도 그가 소년의 마음을 간직하고 있는 천재였기 때문이겠죠.

물론 그 '소년의 마음'이 '후크'나 'A.I' 에서처럼 약간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뭣보다 그 '소년의 마음'이 없었다면 '태양의 제국'이나 '주라기공원' 같은 영화는 아예 만들어지지 않았거나 지금과는 전혀 다른 영화가 됐을 겁니다.



자꾸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건 비록 '슈퍼 8'가 J.J 에이브럼스의 주도로 만들어진 영화지만, 그 색깔은 지금까지 에이브럼스가 만들어 온 작품들에 비해 훨씬 스필버그 쪽으로 기울어 있기 때문입니다. 제목에도 있지만 이 영화는 '21세기 판 구니스+E.T' 라고 규정해도 전혀 무리가 없는 작품이죠. 어쩌면 성장기에 두 영화를 보고 자란 에이브럼스가 스필버그에게 바치는 헌사라고 해도 좋을 듯 합니다.

구니스와 E.T를 보신 분들이라면 충분히 짐작하시겠지만 영화는 두 시간 내내 관객들 들었다 놨다 하는 수작입니다. 스필버그적인 낙관이 좀 불편하신 분도 있을 수 있겠지만, 이 정도 영화라면 입장료가 절대 아깝지 않다는 쪽에 표를 던지겠습니다.

그럼 아동용 영화란 말인가..하는 생각이 드실 분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 가장 크게 공감할 관객은 30,40대 남성 관객이란 생각도 듭니다. 이 사람들이 왕년의 10대 초기를 회상할 때 가장 아쉬웠을 부분을 건드려 주는 영화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뭣보다 그때 꿈꿨음직 한 꿈의 여자친구 캐릭터가 등장하죠.

어느 영화에서도 아역이 연기를 못해 망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쉽지 않습니다. 이 영화 또한 마찬가지. 영화의 핵심은 여섯 친구들, 그 중에서도 조와 앨리스 역의 두 배우에 몰려 있습니다. 특히 이 영화의 앨리스 역을 맡은 엘르 패닝은 다코타 패닝의 동생이란 점에서 화제를 모았습니다. 다코타가 1994년생, 엘르 패닝은 1998년생으로 네살 차이가 납니다.


외모도 외모지만 이들 자매를 보고 있으면 정말 연기는 뱃속에서부터 몸에 밴 듯 합니다. 아마도 어머니가 임신중에도 계속해서 줄담배를 핀 게 아닐까 하는(...훈제...) 생각을 하게 될 정도입니다. 다코타 패닝을 보았을 때 이렇게 외모와 재능을 타고 난 아이가 있을까 생각하신 분이라면 아마도 이번에 그 업그레이드 버전을 보시게 될 겁니다.



게다가 만 13세에 이미 신장은 1m68. 다코타 패닝의 한계로 꼽히던 신장과 '유아 몸매'도 이미 벗어나 버렸습니다. 한 5년 뒤가 기대됩니다.

(...한국의 고아라는 언제 포텐셜이 터질지.)




P.S.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제목의 '슈퍼8'은 필름의 종류를 말합니다. 기존 8mm 필름에 비해 좌우 비율이 개선된 포맷을 말하죠. 가정용 비디오 카메라가 나오기 전까지 홈 무비의 대세는 8mm였습니다. 당연히 이 영화 속에서 아이들이 만드는 영화가 바로 슈퍼 8mm 영화인 것이죠.

스필버그는 1960년(14세), 이미 40분짜리 8mm 영화를 만들었다고 전해집니다. 잘은 모르지만 영화 속 1979년의 에이브럼스(영화 속 주인공들과 마찬가지인 13세)도 아마 딱 저런 짓을 하고 있었던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P.S.2. 배경이 1979년이면 스필버그는 이미 1975년작 '조스'로 유명 감독이 되어 있던 시절인데, 영화 속에 스필버그의 개입은 보이지 않더군요(혹시 있다면 가르쳐 주시기 바랍니다^^). 좀비 영화의 대가 조지 로메로 감독의 이름은 영화 속 '로메로 화학'에 들어 있던데 말이죠.


728x90
프리퀄(prequal)이라는 말은 오히려 시이퀄(속편, sequal)이란 말보다 잘 알려진 단어가 됐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시이퀄은 '속편'으로 번역할 수 있지만, 프리퀄은 '전편'으로 번역하면 의미에 혼란이 오기 때문이죠. '엑스맨-퍼스트클래스'가 '엑스맨'의 프리퀄이라고 말하면 웬만한 사람은 다 알아듣지만 '전편'이라고 얘기하면 누군가는 심각한 표정으로 '엑스맨'이 가장 첫번째 작품인데 무슨 전편이 있느냐고 따질 수도 있습니다. 뭐 아무튼 그렇다는 얘깁니다.

최근 들어 히트한 영화에는 속편 제작의 유혹만큼이나 프리퀄 제작의 기회가 있는 게 보통입니다만 모든 종류의 프리퀄에는 심각한 약점이 있습니다. 그건 당연히... 거의 모든 관객이 결말을 알고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주요 인물의 생사에 대한 자유도는 전혀 없어지는 것이죠. 누가 죽고 누가 살아남는지를 모든 관객이 아는 상태에서 영화를 만든다는 건 상당한 모험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일단 줄거리.

2차대전 중 폴란드의 유태인 수용소에서 에릭 랜셔는 나치의 학대 속에 자신 속에 잠자는 초능력의 발현을 경험합니다. 비슷한 시기, 미국 동부 명문가의 아들 찰스 재비어는 집에 몰래 들어온 어린 레이븐(뒷날의 미스틱)을 동생처럼 거둡니다.

세월이 흘러 1960년대. 미국 정보요원 모이라는 소련의 첩보활동을 돕는 세바스찬과 일단의 초능력자들이 있다는 사실을 안 뒤 초능력=돌연변이의 소산(이라는 놀라운 추론을 해내다니!)이라는 생각에서 돌연변이 연구로 각광을 받던 젊은 날라리 학자 찰스 재비어를 찾아나섭니다. 미국의 방첩활동에 뛰어든 재비어는 오래지 않아 복수를 위해 세바스찬을 뒤쫓던 에릭 벤셔와 만나게 됩니다.



위에서 말한 문제점은 고스란히 '엑스맨-퍼스트 클래스(이하 FC)'에도 해당됩니다. 주요 등장인물들의 운명은 익히 알려진 바와 같습니다. 찰스 재비어(제임스 매커보이)와 매그니토-에릭 랜셔(마이클 패스빈더)가 아무리 우정을 나눠도, 언젠가는 적이 될 거라는 걸 관객들은 영화가 시작하기 전부터 알고 있습니다. 돌연변이 악당 세바스찬(케빈 베이컨)이 아무리 강력해 보여도, 영화가 끝나기 전에 그의 전성기는 막을 내릴 거라는 점 역시 너무나 분명합니다.

그럼 도대체 이 이야기를 어떻게 끌고 가야 할까요. 사실 프리퀄의 약점부터 얘기하고 시작했지만 좋은 점도 있습니다. 프리퀄을 보러 오는 관객의 특성입니다. 이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요. 기본적으로 캐릭터의 히스토리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매그니토가, 내가 좋아하는 X박사가 철들기 전에는 대체 어떤 모습이었을까, 혹은 냉철하고 판단력 뛰어난 비스트는 어려서 어떤 타입이었을까, 미스틱은 어쩌다 X박사와 등지고 매그니토와 같은 편이 되었을까와 같은 '설명'을 원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다 보니 이 관객들은 액션의 부족이나 거대한 볼거리에는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대신 캐릭터가 어떻게 성장하고, 어떻게 서로간의 관계를 맺어 가는지에 주목하는 경향이 짙죠. 이것만 잘 하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매튜 본은 이 과업을 특유의 유머 감각을 살려 성실하게 수행했습니다. 영화감독보다는 클라우디아 쉬퍼의 남편으로 더 유명하고, 이따금씩 수컷판 백조의 호수를 연출한 매튜 본과 혼동되며(무용 매튜 본은 Matthew Bourne, 영화감독은 Matthew Vaughn 입니다^^), 원래 '엑스맨 3'의 감독이 될뻔 했지만 우여곡절 끝에 프리퀄을 맡게 된 이 감독의 유머감각은 프로듀싱을 맡은 영화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스'나 자신의 데뷔작 '레이어 케이크'에 잘 나타나 있죠. 괴짜 돌연변이들의 성장 드라마에 이보다 적절한 감독도 드물다는 생각이 듭니다.



비교해보자면 나쁜 프리퀄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스타워즈 1, 2, 3'를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세 편이나 되는 대작 영화에 거대한 음모와 대전쟁을 그려 놓았지만 대부분의 관객들은 지루했을 뿐입니다. 전쟁이 아무리 엄청난 규모로 그려져봐야 어차피 스톰 트루퍼가 승자가 된다는 건 다 알고 있으니 관심 갈 내용이 없습니다.

오히려 에피소드 4~6에서는 한두명만 있어도 행성간 전쟁의 전세를 바꿔 놓을 수 있을 것 같던 초전사 제다이들이 1~3에서는 수십명 있어도 백병전에서 몰살이나 당하는 어처구니없는 설정이 시리즈에 대한 반감을 폭증시켰습니다. 좀 심하게 말하면, 에피소드 1, 2, 3가 관객들에게 보여준 거라곤 '대체 요다는 어떻게 싸울까'에 대한 대답 뿐이라고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매튜 본의 이 프리퀄이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데에는 기존 배우들의 젊은날을 연기한 새로운 배우들이 큰 몫을 했다고 보여집니다. 뭐 요즘 한창 뜨거운 배우들인 매커보이나 패스빈더는 굳이 거론할 필요가 없을 듯 합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관심이 간 건 역시 엠마 프로스트 역을 맡은 재뉴어리 존스. '언노운'을 못 봤기 때문에 이 영화에서 처음 대했는데 왠지 클라우디아 쉬퍼가 젊었으면 욕심냈을 것 같은 역할이더군요. 아니면 이런 타입이 바로 매튜 본의 스타일인지도....ㅋ



이미 속편('엑스맨4'가 아니라 이 FC의 속편 - 그러니까 여전히 '엑스맨' 보다 앞의 시대 이야기)을 만든다는 계획이 세워져 있다는데 이 시리즈가 계속되는 걸 보고 싶은 마음이 반, 두번의 프리퀄은 아무래도 무리가 아니겠느냐는 생각이 반 정도 듭니다.

하긴 생각해보면 굳이 FC라는 이름을 건 것은 '비긴스'나 '리턴스'의 또 다른 표현이며 이제부터 이 배우들을 갖고 새로운 시리즈를 만들어 보겠다는 얘기일테니, 2편부터는 굳이 프리퀄의 굴레를 씌울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다만 울버린이나 성인 미스틱 같은 배우들의 얼굴이 잠깐 비쳤던 건 또 어떻게 소화할 생각인지...^^



P.S. 생각해보면 왕년의 NBA 선수중에 보스턴 셀틱스, 시애틀 슈퍼소닉스 등에서 뛰었던 재비어 맥다니엘이라는 선수의 별명이 'X맨'이었습니다. 그때는 그냥 드물게 이름이 X로 시작(Xavier)한다는 것만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그게 '엑스맨' 시리즈와 무관하지 않은 별명이었을거란 생각이 드는군요.


P.S.2. 얼마나 가능성있을지 모르지만 어쩐지 부잣집 출신의 마음씨 넉넉한 재비어는 매튜 본 자신을, 재능은 뛰어나지만 독선적인 에릭은 가이 리치를 그리고 있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슬쩍 스치고 지나가더라는.... ('뭐 아니면 말구'죠.^^)


아래쪽 손가락 모양을 누르시면 추천이 됩니다.

여러분의 추천 한방이 더 좋은 포스팅을 만듭니다.

@fivecard5를 팔로우하시면 새글 소식을 더 빨리 알수 있습니다.


728x90

화제의 '트루맛 쇼'를 좀 늦게서야 볼 수 있었습니다. 영화제는 커녕 시사회에 갈 수 있는 특권도 사실상 박탈당한 상태이고 보니^^ 빠른 접근은 쉽지 않더군요.

사실 지금 전국 어디에서든(서울이든 지방이든) '트루맛쇼'를 보는 건 그리 쉬운 일은 아닙니다. 개봉관이 늘어나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굉장히 한정된 '예술영화 전문관'에서나 상영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엄밀히 말하면 이건 '트루맛쇼'의 오락적인 가치를 너무 낮게 평가한 결과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다큐멘터리로서의 가치를 털어 버리고, 근래 한국에서 나온 코미디 영화 중에서 냉정하게 따져 볼 때에도 이만한 웃음을 주는 영화는 별로 기억나지 않습니다.



다 아시다시피 '트루맛쇼'는 TV 맛집 프로그램을 둘러싼 잡음들을 정면으로 파헤친 작품입니다. 누구나 이런 의문을 가졌을 법 합니다. 물론 업계 주변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어느 정도 이런 정황에 대해 눈치채고 있기 마련입니다. TV에 나오는 스타의 단골집이 다 단골집은 아니라는 것 정도는 공공연한 비밀이었죠. 사실 대부분의 스타들이 '아는 사람(혹은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이 최근 개업한 식당'을 자신의 단골집으로 포장해 주는 데 별 죄책감을 느끼지 않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에도 소개된 남희석 칼럼은 이런 풍조에 대한 드문 자기 고백으로 꼽을 만 합니다. (제가 유치해서 진행한 칼럼입니다. 이럴 때 참 뿌듯합니다.^)

http://isplus.live.joinsmsn.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3592169

'트루맛쇼'의 가장 큰 미덕은 가차없는 비판으로 그치지 않는 유머감각입니다. TV의 시사/고발성 프로그램들이 흔히 하듯, 인상 팍 쓰고 당장 지구가 멸망할 듯한 표정으로 사태의 심각성을 과장하는 논법으로 일관했다면 아마 이 영화의 가치는 지금의 절반 정도에 그쳤을 겁니다.


이 영화에는 사실상 유일하게 얼굴을 가리고 등장하는 분이 한 분 있습니다. '맛집 전문가 겸 음식점 창업 컨설턴트' 임모씨가 바로 그 분입니다. 이 분이 만들어 낸 '캐비어 삼겹살' 요리를 보여주던 화면이 보물 다루듯 캐비어를 만지는 프랑스인 주방장으로 옮겨가는 순간, 그리고 이 조리장의 입에서 "캐비어는 섬세한 음식입니다. 어떤 열도 가해선 안 됩니다"라고 말하는 순간 카메라는 다시 불 위에서 지글지글 익어가는 '캐비어 삼겹살' 쪽으로 넘어갑니다. 정말 빵 터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캐비어'의 정체는 극장에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이 영화의 또 다른 매력은 지금껏 한국 사회에서 대단히 낯설게 느껴졌던 실명 비판입니다. 한 방송사의 사장님을 비롯해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모크 없이 맨 얼굴로 등장합니다. 만약 그 당사자들이 문제를 삼으면 어떻게 될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영화의 의도로 볼 때 비판이 그 당사자들을 겨냥한 게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넘어갈 수 있는 수준이라고 생각되긴 합니다.

어쨌든 '트루맛쇼'에 대해 다른 공간에 쓴 글이 아까워서 일단 가져옵니다. 오늘 아침자 신문에 나온 칼럼입니다.



제목: 트루맛쇼

유명 담배 회사의 연구개발 부문 고위 간부였던 제프리 와이갠드는 1993년 갑작스레 해임 통보를 받았다. 그는 얼마 뒤 이 담배 회사가 그동안 고의적으로 니코틴의 함량을 속여왔다고 폭로했다. 실제로는 니코틴 중독을 유발하기 충분한 양이었지만 포장지에는 그보다 훨씬 낮은 함량이 표기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주장은 곧바로 세상에 알려지지 못했다. 와이갠드는 CBS-TV의 간판 시사 프로그램 '60분' 제작진의 취재에 응했지만 거대 기업인 담배 회사는 온갖 방법을 동원해 방송을 차단했다. 결국 이 내용은 1996년 2월에야 전파를 탔다. 담배 회사가 인체에 유해한 성분을 고의로 유통시켰다는 최초의 보도였다.

 소속 집단의 비리를 고발하는 내부인을 흔히 휘슬블로워(whistleblower)라고 한다. 공익을 위해 합당한 일이었다 해도 조직의 입장에서 본 휘슬블로워는 일단 응징해야 할 배신자다. 와이갠드 역시 “무능해서 해직당한 분풀이를 하는 것”이란 음해에 시달렸고 정체불명의 남자들로부터 살해 위협도 받았다. 러셀 크로가 와이갠드 역을 맡은 영화 '인사이더(99년)'가 개봉된 뒤에야 대중은 와이갠드를 영웅으로 받아들였다. 

  1972년, 워터게이트 사건 보도를 가능케 했던 내부 고발자 '딥 스로트(Deep Throat)'도 보복이 두려워 철저하게 정체를 감췄다. 30여 년이 지난 2005년에야 밝혀진 그의 이름은 윌리엄 마크 펠트, 당시 FBI 간부였다.

 방송사 맛집 프로그램을 둘러싼 음습한 뒷거래를 고발한 영화 '트루맛쇼'가 개봉돼 화제다. 전직 방송사 PD 출신으로 이 영화를 만든 김재환 감독 역시 방송사로부터 배신자 취급을 면치 못하고 있다. MBC는 이 영화의 상영금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누군가 배후가 있다'는 악의적인 사주설도 널리 퍼졌다.

 가처분신청은 기각됐지만 '트루맛쇼'의 개봉관은 여전히 극소수다. 화제에 비하면 이 영화를 실제로 본 사람은 아직도 적다는 뜻이다. '트루맛쇼'에서 한 맛집 블로거는 개탄한다. “방송에서 한번 다뤄지면 식당 앞에 장사진이 생깁니다. 이게 한국 대중의 입맛 수준입니다. 이 수준이기 때문에 방송에 휘둘리는 겁니다.” '입맛'과 '식당' 대신에 '관심'과 '정치', 혹은 '기업'을 넣어 보면 어떨까. 대중이 깨어나기 위해선 좀 더 많은 '트루맛쇼'가 나와야 한다. <끝>


개인적으로 마이클 만 감독의 액션 대작 가운데 썩 마음에 드는 작품은 많지 않습니다. '마이애미 바이스'나 '라스트 모히칸' 정도? '히트'를 비롯해 대부분의 영화들이 범작의 수준을 넘지 못한다는 느낌이지만, 그의 수많은 작품 가운데서 '인사이더' 만큼은 정말 인정해 줄만한 수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인사이더'는 제프리 와이갠드(상기한대로 러셀 크로가 연기합니다)라는 실존 인물과 그를 취재하는 '60분'의 PD(알 파치노)를 통해 시사 고발 프로그램의 폭로가 얼마나 구조적으로 힘들어졌는지를 담담하게 풀어낸 작품입니다. 이 영화를 통해 마이클 만은 그의 영화에서 왜 여성 캐릭터가 마냥 겉돌기만 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게 해 줍니다. 그는 본질적으로 다큐멘터리 감독이지, 블록버스터 흥행작 감독이 아니었던 겁니다.^^ 어쨌든 이 영화는 아카데미 7개 부문 후보에 오르며 기염을 토하지만 본상은 하나도 수상하지 못한 비운의 영화이기도 합니다.

이 영화에서는 마이크 월러스라는 인물이 나옵니다. '사운드 오브 뮤직'의 트랩 대령 크리스토퍼 플러머가 연기하는 이 실존 인물은 '60분'의 산 증인이기도 하며 월터 크롱카이트와 함께 CBS를 대표하는 방송 저널리스트입니다. 하지만 영화 '인사이더'에서 이 인물은 회사 편에 서서 와이갠드의 인터뷰 내용이 방송에 나가지 못하게 차단하는 인물로 등장합니다. 물론 본인은 이 영화 내용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지만, 그의 불만이 영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습니다. (한국이라면 명예훼손 소송부터 온 난리가 났을 겁니다. 물론 영화 속 그에 대한 묘사가 사실과 다르다면 법정에서 결론이 났겠죠.)

아울러 아래 쪽의 '딥 스로트'를 볼 수 있는 영화도 있습니다. 다 아시겠지만 로버트 레드포드, 더스틴 호프만 주연의 '대통령의 음모(ALL THE PRESIDENT'S MEN)'죠. 할리우드 영화 가운데 기자가 좋은 역으로 나오는 몇 안되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사설이 길었지만 어쨌든 '트루맛쇼'는 의식이 앞서 보는 이를 지루하게 하는 영화가 아닙니다. 보고 있으면 최소한 다섯번은 의자에서 몸을 흔들며 웃게 되는, 훌륭한 블랙 코미디입니다. 이번 주말에는 가까운 개봉관을 한번씩 찾아보시는 게 어떨까 합니다.



728x90
임재범 복귀 이후 심상찮은 분위기의 MBC TV '나는 가수다'가 첫번째 미션을 치렀습니다. 박정현이 1위에 올랐고 그 뒤로는 이소라-김범수-임재범-윤도현-김연우-BMK의 순으로 등수가 매겨졌습니다. 의외라는 사람도 있었지만, 어차피 등수가 매주 변하는게 정상이고 보면 이변이란 말은 이제 의미가 없다고 봐야 할 듯 합니다.

그리고 이날 방송은 1등은 찾기 힘들었을지 모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누가 하위권으로 몰릴 지는 쉽게 예상할 수 있었을 겁니다. 윤도현, 김연우, BMK가 하위권으로 갈 것이라는 건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죠.

이건 이 세 사람의 노래 실력이나 당일 퍼포먼스가 나빴기 때문이라고 보기는 힘들 듯 합니다. 그보다는, 이 세 사람을 제외한 다른 네 사람이, 보다 빠르게 이 미친(?) 경쟁의 룰에 적응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봐야 합니다. 바로 '대중의 허영'이라는 기준에 말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영화든 드라마든 노래든 대중문화 장르에서 한 작품이 나왔을 때,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이것이 대중적인 것인지, 대중적이지 않은 것인지 쉽게 알아차립니다. 예를 들어 김기덕 감독의 영화와 최동훈 감독의 영화 중 어느 것이 더 대중이 선호할만한 것인지 알아차리는 데에 어떤 전문적인 식견이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물론 가끔은 예외적인 현상이 일어나 사람들을 놀라게 하곤 합니다.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감독의 '희생'같은 영화가 한국에서 10만명씩 관객들 동원하기도 하고(그리 많지 않은 수처럼 느껴지지만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한 나라라는 주장이 있을 정도입니다^^), 비틀즈가 부른 'I'm the walrus' 같은 전위적인 노래가 히트곡이 되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들에 대해서도 사실 간단한 해석이 가능합니다. 대중의 심리 속에 묻혀 있는 허영이라는 동기가 사회적인 분위기나 톱스타의 후광과 결합하면 납득하기 어려운 결과가 가끔씩 나오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런 허영은 '나는 가수다'의 8일 방송에서도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사실 가수들은 매일 경쟁을 합니다. 음반이나 음원을 발표하는 것 자체가 거센 경쟁에 몸을 던지는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이 경쟁은 상당히 선명하게 결과를 맺습니다. 구매자들이 직접 자기 돈을 내고 그 결과로 순위기 매겨지기 때문입니다.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고 순위만 매기는 것과, 직접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순위 매김에 참여하는 것과는 천지 차이입니다.

'나는 가수다'는 다들 아다시피 500명의 청중 투표단이 가수들의 가창을 보고 순위를 매기는 게임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은 '내가 들어서 좋은' 것에 투표할까요, 아니면 '내가 보기에 수준이 높은 것 같은' 쪽에 투표할까요. 순수하게 전자라고 보기는 쉽지 않을 듯 합니다. 이런 환경에서의 투표는 다음과 같은 상황에 비교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가끔 방송사들은 대중을 상대로 '현재 방송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을 설문조사로 묻곤 합니다. 그런데 그 결과가 현실을 대변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늘 결과가 일정하기 때문입니다. 어떤 시대건 시청자들은 그 당시의 TV가 '지나치게 오락적이고', '선정적이며' '저질에다' '억지 웃음을 자아낸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시청자들은 항상 '수준 높은 시사 보도 프로그램과 다큐멘터리, 영화를 더 많이 보고 싶어 하고',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은 보다 줄어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런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방송을 하다간 방송사가 아마 곧 망하고 말 겁니다.

그리고 8일 방송된 '나는 가수다'의 청중 투표단은 바로 이런 설문조사에 임하는 사람들처럼 보였습니다. 

 



큰 호평을 이끌어 낸 임재범(남진의 '빈잔')과 이소라(보아의 '넘버 원')의 무대가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이 무대를 본 대부분의 시청자들의 첫 반응은 아마 '우와' 였을 테지만, 이 '우와'가 바로 '우와 좋다'는 아니었을 겁니다. ('저건 뭐지;;' 였을지도..^^)

아마도 이 두 가수가 '나는 가수다'라는 방송 프로그램 없이, 바로 이런 음원을 내놨다면 '좋다'는 반응을 이끌어 내거나, 음원 판매 순위에서 좋은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었을지 한번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두 가수의 시도는 매우 매력적이고 신선했습니다. 아마도 평소에 음악 깨나 듣는다는 사람들이라면 마땅히 박수를 보냈을 법 합니다. 하지만 이런 노래가 발표됐을 때 대중에게 환영받았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도 좋았을 겁니다. 그럼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요. 그건 바로 '허영'이라는 동기로 충분히 설명할 수 있을 겁니다. 대단히 '뭔가 있어 보이는' 편곡과 무대였기 때문입니다. 



이들 두 사람과는 조금 달랐지만 박정현과 김범수는 가장 훌륭한 무기로 이 경기의 룰에 적응했습니다. 말하자면 '평가단에게 더 노래를 잘하는 것 처럼 보이는' 방법을 몸소 실천한 것입니다. 두 사람은 모두 최고의 가수들입니다. 하지만 이날 두 사람이 노래 말미에서 보여준 고음의 무력 시위같은 애들립이 과연 '반드시 필요한 것'이었느냐는 질문을 던져볼 만 합니다.

고음으로 애들립 넣기, 음 길게 끌기, 일부러 디스토션을 넣기, 더 힘들게 노래하는 척 하기, 더 큰 목소리 내기 처럼 '실제로 노래를 잘 하기' 보다는 '대중을 상대로 노래를 잘 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기'에는 여러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이런 방법들은 실제로 실력이 신통찮은 사람이 써도 꽤 훌륭한 효과를 내지만 진짜 훌륭한 가수가 쓰면 정말 엄청난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네. 심지어 김범수나 박정현 같은 가수들이 쓰는 건 정말 반칙이라고 할 수 있죠.^^)




이날 상위에 오른 네 가수와 하위권 세 가수의 차이는 실제 실력과 퍼포먼스의 차이보다는, 누가 더 대중의 눈을 의식한 공연을 펼쳤느냐의 차이라고 - 최소한 제 눈에는 - 보였습니다. 심지어 탈락권에 접어들어 본 적이 없는 이소라조차도 위기의식을 갖고 좀 더 강한 자극을 주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김연우와 BMK는 너무 순진하고 안이했다고나 할까요. (아, 이런 룰을 잘 알고 있었는데도 하위권으로 처진 가수가 없다고는 말하지 않겠습니다.^^)




결론을 말하자면, 이런 평가와 이런 무대가 당장 없어져야 할만큼 나쁘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오히려 지금까지 대중이 겪어보지 못한 음악적인 충격과 자극이 계속 이뤄지다 보면 한국 대중음악의 전기가 마련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조금은(물론 아주 조금, 아주 아주 조금입니다만) 있기 때문입니다. 뭐 이런 변화가 이뤄지지 않고, 그 방송 안에서 일어났던 모든 변화들이 그 프로그램이 사라지는 것과 동시에 물거품처럼 흩어져버린다 해도(사실은 이럴 가능성이 훨씬 더 높다고 생각하지만^^) 그게 무의미한 일은 아닐테니 말입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이 진행되면 될수록 '실제로 노래를 잘 하는 것'과 '노래를 잘 하는 것 처럼 보이는 것' 중에서 후자가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이 대세가 될테고, 점점 더 가수들이 악에 받친 듯 소리 짜내기 경쟁에 들어간다면 그것만큼 끔찍한 일도 없을 듯 합니다. 하긴, 세상 밖을 쳐다보면 반드시 가수들만 그런 것 같지는 않지만 말입니다. 어느 분야는 안 그럴까요.



P.S. 그런 면에서 귀가 있는 사람이라면 공감하지 않을 수 없는 퍼포먼스를 보여준 박정현이 1등을 차지한 건 사뭇 위안이 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다행이라고나 할까요.^^

P.S. 2. 노파심에서 한마디: 혹시 제목의 '허영'이라는 말이 불쾌하신 분이 있다면, 앞으로 가수들 콘서트도 좀 가시고, 음원도 돈 내고 사서 들으시면 됩니다(아, 물론 '나는 가수다'에 나오는 음원 말고 일반 음원 말입니다). 이미 그렇게 하고 계신 분들이라면, 저 위의 '허영'이란 말은 여러분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닙니다. 위의 '허영'이란 말은 생전 가요 듣는데 돈 한푼 쓰지 않으면서 누가 뭐라면 '돈 내고 들을 가치가 있는 노래가 없다'고 거들먹대는 분들에게 해당되는 겁니다.


아래쪽 손가락 모양을 누르시면 추천이 됩니다.

여러분의 추천 한방이 더 좋은 포스팅을 만듭니다.

@fivecard5를 팔로우하시면 새글 소식을 더 빨리 알수 있습니다.



 

728x90

영화 소개 프로그램에서 심은경의 '빙의 장면'을 못 보신 분이라도, 이 영화의 개요에 대해 조금이라도 들은 분들은 이 영화의 흥행 포인트를 두가지로 압축하는 데 크게 어려움이 없으실 겁니다. 첫째는 최근 몇년 사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이른바 '80년대 지향형 추억 마케팅'이고, 또 하나는 여성 영화로서의 가능성입니다.

여성 영화라고 약간 뭉뚱그려 표현했지만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 보면, 소위 의리니 우정이니 하는 것들이 왜 남자들만의 전유물처럼 표현되느냐는 반발이 저변에 깔려 있는 작품이라는 의미가 되겠습니다. 말하자면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라든가, 흑인 여강도 집단 이야기를 다룬 제이다 핀켓 스미스의 '셋 잇 오프', 그리고 교도소 동기들끼리의 여성 록밴드 이야기인 독일 영화 '밴디트' 같은 느낌의 작품으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영화 '써니'를 보신 분들은 왜 이렇게 약한 표현을 쓰는지 아마 아실 수 있을 겁니다^^)을 갖고 있습니다.

어쨌든 이런 두가지 요소를 중심으로 살펴볼 때, 아무래도 이 두가지 요소를 통해 성공했던 전설적인 히트작을 돌아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건 바로 곽경택 감독의 '친구'죠.



성공한 사업가인 남편과 딸 하나를 두고 별 고민없이 살고 있던 주부 나미(유호정)은 어머니 문병차 들른 병원에서 우연히 옛 친구 춘화(진희경)이 입원해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춘화의 병은 암. 살 날이 그리 오래 남지 않았다는 춘화의 말에 나미는 오래 전 함께 어울려 울고 웃던 '써니'의 일곱 친구들을 찾아 나섭니다.

그리고 어린 나미(심은경)의 시선으로, 전남 벌교에서 서울로 전학와 처음 만나게 된 춘화(강소라)와 친구들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쌍꺼풀 마니아인 자칭 no.2, 국문과 교수 딸인 욕쟁이, 미스코리아 지망생, 욱하면 무서운 문학소녀, 그리고 잡지 표지 모델인 미녀까지... 이들의 과거와 현재 모습이 교차되면서 나미는 잊고 살았던 '자기 자신의 삶'을 발견해 갑니다.



전형적인 '자아 찾기 영화'의 구도입니다. 사실 '전형적인' 이란 말을 리뷰에 쓸 때에는 대개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뜻이지만, 강형철 감독에게는 예외일 듯 합니다. '과속 스캔들'도 그랬지만 '써니'는 '전형적인 수법'이라든가 '어디서 많이 본 장면'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영화입니다. 오히려 '어디서 많이 본 장면'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코미디가 이 영화의 강점이니 말입니다.

어쨌든 이 영화와 '친구'가 상당히 유사한 흥행 요소에도 불구하고, 코미디와 느와르라는 장르 성격상 사뭇 다른 길을 갑니다. 그런 의미에서 가장 코믹했던 점은 '친구'의 한 장면과 매우 유사했던 부분이죠. (그런 장면이 있습니다.^)



어른 배우들보다 어린 배우들의 연기가 매우 뛰어나다는 점, 특히 심은경이라는 천재적인 청소년 연기자의 솜씨가 불을 뿜는다는 것은 굳이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들이라도 능히 짐작하실 수 있을 겁니다. 영화 속 과거 모습의 재현도 정교하게 과거를 복원한다는 의미보다는 재미를 위해 어느 정도의 왜곡은 당연하다는 태도 쪽으로 기울어집니다.



( 이를테면 영화의 배경은 아무래도 1987년쯤으로 보이는데, 시위 장면에서 굳이 그해 7월 개봉한 '록키4'가 극장에 걸려 있다는 점은 옥의 티 수준입니다. 시위 내용으로 보아 87년 전반기(즉 6.29 이전)가 더 잘 어울릴 것 같은데 말입니다. - 어쨌든 아시겠지만 이런 부분은 모두 재미로 따지는 겁니다. 거기에 목숨 걸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아무튼 영화는 흠잡을 데 없이 유쾌하고 즐겁습니다. 이 영화가 흥행에서 대박을 내느냐 마느냐 하는 부분은, 80년대에 청춘을 보낸 남자들이 영화 '친구'때 보여줬던 수준으로 80년대에 청춘을 보낸 여성 관객들이 이 영화를 찾느냐에 달렸다과 봐야 할 듯 한데, 그건 좀 더 지켜봐야 알 수있을 듯 합니다. 개인적으로도 매우 궁금하게 여기는 부분입니다.



위에서 '여성 영화로서의 가능성'을 얘기했지만, 그 부분에 너무 중점을 두면 이 영화를 보는 의미가 없어집니다. 어디까지나 그건 그냥 '가능성' 선에 머뭅니다. 어디까지나 이 영화는 - 욕이 너무 많이 나온다는 문제점이 있긴 하지만 - 가족용 코미디 영화입니다. 왠지 중년의 엄마와 10대 딸들이 같이 보면 좋지 않을까 싶은 느낌이 들더군요.




<<< 나머지 내용에서는 스포일러가 나올 수 있습니다. 영화를 더 재미있게 보실 분들은 건너 뛰셔야 할 부분들입니다. >>>




P.S.1. 이 영화를 보실 때 80년대 운동권에 대한 희화화라든가(예전의 운동권이던 오빠의 이름이 임종& 라는 거나, '노동운동 한답시고 돌아다니다가 나이 먹어서 부하 직원들 봉급이나 떼먹는 사람이 됐다'는 얘기를 듣는 점, 뭣보다 시위 현장과 여고생들의 패싸움 장면의 오버랩 등), 산타클로스의 등장으로 모든게 해결돼 버리는 데 대한 반감 같은 것은 좀 접어 두시는 게 좋을 듯 합니다.

P.S.2. 수지 역의 성인 배우가 예고편이며 영화 소개 프로그램에 소개되지 않는 데 대해 많은 억측과 관심이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뭐 스포일러를 각오하고 얘기하자면 나오긴 나옵니다. 한때 대단히 인기있었던 분이었고, 지금도 적잖은 나이지만 우아한 모습을 간직하고 계시더군요. 정 궁금하신 분은 아래 희게 보이는 부분을 마우스로 긁어 보시기 바랍니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6&oid=001&aid=0001847553


P.S.3. 주제가처럼 사용되는 'Time Atfer Time'은 신디 로퍼의 오리지널 버전 대신 턱 앤 패티의 리메이크 버전이 사용됐습니다. 목소리를 들었을 때에는 트레이시 채프먼의 리메이크를 사용한 줄 알았는데 턱 앤 패티의 여성 보컬 음색이 채프먼의 판박이더군요. 굳이 리메이크를 쓴 건 신디 로퍼의 노래가 두 곡 들어가는 걸 경계한 탓이 아닐까 싶습니다.


P.S.4. 아주 오래 전에,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앞부분에 아역으로 나오던 제니퍼 코넬리가 뒷부분에서 엘리자베스 맥거번이 되어 있는 걸 보면서 '세월의 잔혹함을 보여주려는 은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는데, 이 영화에서도 그런 시도가 나옵니다. 왕년의 꽃미남 김시후가 중년 배우 L씨로 바뀌어 있는 부분에서 인생의 비애가 느껴지죠.



P.S.5. 마지막으로 딴지는 마그마의 '알수 없어'와 리처드 샌더슨의 'Reality'가 엇갈리는 음악감상실 신은 아무리 봐도 87년이라기보다는 70년대, 아무리 더 쳐 줘도 80년대 초의까지의 느낌인 듯 합니다. 80년대 중반 이후 그 분위기의 업소는 아주 조명이 캄캄해 지거나(신촌 일대), 영상 음악 카페로 바뀌어 사라졌죠. (뭐 물론 재미로 그렇다는 겁니다.^)


아무튼 이 영화 최대의 소득은 강소라라는 배우의 발견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래쪽 손가락 모양을 누르시면 추천이 됩니다.

여러분의 추천 한방이 더 좋은 포스팅을 만듭니다.

@fivecard5를 팔로우하시면 새글 소식을 더 빨리 알수 있습니다.



728x90

영화 '토르'는 미국 마블 코믹스계 작품인 '토르(그래도 진짜 발음은 '쏘오르'에 훨씬 가깝죠.^^)'를 실사 영화로 만든 작품입니다. 부분적으로 인용한 작품은 있었지만, 본격적인 영화화는 아마 처음인 듯 합니다.

이 영화의 홍보 문구는 '지금까지 영웅들은 인간이었다. 이젠 신이다'라는 것인데... 글쎄, 영화 내용대로라면 토르는 분명히 신이 아닙니다. 만약 진짜 신이라면, 누군가와 싸워야 하는 상황에서 다른 영웅들과 균형이 이뤄지질 않겠죠. 아이언 맨, 캡틴 아메리카, 토르 등이 총출동하는 만화 '어벤저'(물론 영화로도 몇년 내로 나올 겁니다)같은 경우에 과연 다른 영웅들 중 누가 신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겠습니까.

아무튼 이런 문제 때문에 영화는 '사실은 튜튼 신화에 나오는 신들 - 오딘, 토르, 로키 등등 - 은 신이 아니라 문명이 발달한 성계에서 온 외계인이었다는 식으로 시작합니다. 뭐 나쁘지 않습니다만, 영웅 토르가 독자적인 프랜차이즈를 만들어 가기엔 너무 스토리가 빈약합니다.

제목이 왜 저런가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을텐데, 사실 오늘의 주제는 영화 속에도 나오는 '목요일은 토르의 날'이라는 말입니다. 대체 왜 목요일이 토르의 날일까요?



개인적으로 이 목요일=토르의 날이라는 것은 참 흥미로운 소재입니다. 

요일의 이름이 어떻게 정해졌는지 궁금하시지 않습니까? 일단 일,월요일을 보시죠.

일요일=태양의 날=sunday
월요일=달의 날 = monday

자. 여기까지 이해하는 데 어려움은 없을 듯 합니다. 다음 다섯개의 요일 이름은 모두 별의 이름이자, 오행사상의 오행의 이름이며, 그리스-로마-튜튼 신족의 신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복잡한 뜻이 전혀 혼란 없이 모두 잘 들어 있습니다. 한번 보시죠.

화요일=불의 날=화성의 날=마르스(로마)의 날=튀르(게르만)의 날=Tuesday



마르스는 게르만 신화의 튀르와 같은 전쟁의 신이면서 영어로 화성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참 질서정연하게 배열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수요일=물의 날=수성의 날=머큐리(로마)의 날=보탄(게르만)의 날=Wednesday
목요일=나무의 날=목성의 날=주피터(로마)의 날=토르(게르만)의 날=Thursday
금요일=쇠의 날=금성의 날=비너스(로마)의 날=프레이야(게르만)의 날=Friday

이렇게 된 겁니다. 즉, 그리스/로마에서 정해진 각 날의 이름은 그때까지 알려진 태양계 다섯 행성의 이름이자(천왕성, 해왕성, 명왕성의 존재가 알려진 건 한참 뒤의 일입니다) 신들의 이름인 것이고, 그 이름들이 로마의 게르만 정복과 함께 각각 해당하는 신들의 이름으로 '번역된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단지 그 번역의 기준이 일반적인 생각과는 조금 다릅니다. 우리 식으로 생각하면 각각의 주신인 주피터-보탄(오딘의 다른 이름)이 먼저 대응되어야 할텐데, 이 요일 이름의 번역을 보면 기능별로 연결되어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즉 주피터는 번개의 신이므로 게르만 신화의 뇌신 토르로 연결되고, 상업의 보호신인 머큐리(헤르메스)는 곧 게르만 신화의 상업의 신인 보탄으로 연결된 것입니다. 



어떤 해설을 보면 금요일이 가정의 여신인 프리그(프리가, 그리스 로마 신화의 헤라-주노에 해당)에서 온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하는데, 저런 원리를 안다면 있을 수 없는 엉터리 해설입니다.

그럼 마지막.

토요일=흙의 날=토성의 날=새턴(사투르누스, 로마)의 날=...=Saturday

로마 신화의 농업의 신인 사투르누스는 그리스 신화의 크로노스와 동격입니다. 모든 신들을 낳은 아버지인 셈이죠. 다른 신들에 비해 이 사투르누스(새턴)은 일찌감치 게르만 지역으로 진출해 이미 영역을 확보하고 있었던 듯 합니다. 그래서 새턴은 다른 신으로 번역되지 않고, 그냥 받아들여집니다. 

아무튼 참 신기한 것은 이런 의미가 고스란히 실린 채 동양으로 와서 일~토요일의 이름이 되었다는 것인데, 보면 볼수록 신기하게 착착 맞아떨어지는 번역이 아닐 수 없습니다. 결론은 그래서 '목요일은 토르의 날'이라는 겁니다.



...왜 이런 얘기를 하고 있느냐. 사실은 '토르'를 보긴 봤는데 영화에 대해서 도무지 할 얘기가 없더라는 겁니다. 뭐 줄거리는 전혀 뇌의 사용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그냥 앉아서 하하 호호 보기만 하면 됩니다. 뭐 아주 재미가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냥 순진하고 열린 마음으로 앉아서 즐기고 나오면 되는 영화입니다.

라는 영화 치고는 캐스팅이 상당히 화려합니다. 나탈리 포트먼이 토르의 여친인 제인(그렇다면 토르는 타잔?) 역으로 나오는 것을 비롯해 안소니 홉킨스가 토르의 아버지인 오딘, 르네 루소가 토르의 어머니인 프리가 여신 역입니다. 그런데 워낙 영화의 성격 자체가 늘씬늘씬한 스칸디네이비언 남녀들로 가득 차야 하는 터라, 일본의 희망 아사노 타다노부는 온데간데 없고, 웬 넙데데한 동양인 조연 하나만 눈 앞에서 왔다갔다 한다고 느끼게 됩니다(전 영화 끝나고 나서야 그게 아사노라는 걸 알았습니다). 배우들 보는 재미도 확실히 있습니다.



어쨌든 이 영화로 가장 큰 덕을 보게 될 배우는 토르 역의 크리스 헴스워스입니다. 최근 영화 '스타 트렉'에서 시작하자마자 죽어 버리는 커크 선장의 아버지 역('하우스'의 카메론 박사님과 부부로 나왔죠)으로 등장해 일부 훈남 마니아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했던 헴스워스는 이 작품을 통해 인생 역전을 이룰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듯 합니다. 

(그런데 3형제가 배우라니, 잘하면 볼드윈 패밀리를 제치고 헴스워스 패밀리가 뭔가 해낼 지도 모르겠군요.^^)

그렇게 해서 '케네스 브라나와 이 많은 스타 배우들이 과연 이 영화에 필요했을까' 하는 의문도 남지만, 영화 '토르'의 등장을 학수고대했을 마블 팬들이 아니더라도 입장료가 아까울 수준은 아닙니다. 마음을 비우고, 편안하게 즐기시기 바랍니다. 단 3D 효과는 크게 기대할 건 못 됩니다.

P.S. 마지막으로 저번에도 한번 소개했던 영상 같은데, 무려 20여년전 영화에 나오는 '토르(?)'의 모습입니다. 엘리자베스 슈가 십대 소녀를 연기했던 'Babysitting Blues'의 한 장면이죠. 1985년 노량진의 한 다방에서 자막도 없는 비디오 테이프로 본 영화인데 신기하게 이 장면은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물론 저 토르 역의 배우가 바퀴벌레 외계인 빈센트 도노프리오라는 것은 아주 최근에야 알았습니다.^^)





끝으로 이 영화에서 가장 유명한 개그 컷.





아래쪽 손가락 모양을 누르시면 추천이 됩니다.

여러분의 추천 한방이 더 좋은 포스팅을 만듭니다.

@fivecard5를 팔로우하시면 새글 소식을 더 빨리 알수 있습니다.


728x90
MBC TV '나는 가수다'가 처음 나올 때 썼던 글이 '어쩌다 이렇게까지 됐을까'라는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나서 이 프로그램이 역풍을 맞았고, 담당 PD가 전격 교체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물론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이런 사태를 제가 예견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그런 비슷한 얘기도 한 적이 없습니다.)

'나는 가수다'는 보고 있으면 아쉬움과 한탄을 자아내기도 했지만 몇가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부인할 수 없는 순기능을 갖고 있었습니다. 바로 '진짜 음악'의 가치를 상당수 시청자들에게 다시금 느끼게 했다는 점이죠.

그리고 또 하나의 순기능을 이제 기대하게 됐습니다. 바로 '실력에 비해 대중에게 덜 부각된 가수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부여할 수 있다는 것이죠. 이런 목적을 수행한다면 내일부터 새로 출범하는 '나는 가수다'는 새롭게 존재의 가치를 평가받게 될 겁니다. 그리고 그런 기대를 갖게 하는 이름이 있습니다. 바로 '김연우'라는 이름입니다.




지난해 12월29일, '슈퍼스타K 2'의 열기가 다 식기 전에 썼던 글입니다. 이때만 해도

'위대한 탄생'은 막 시작하고 있었고, '나는 가수다'같은 프로그램이 나타나는 상황은 전혀 예측할 수 없었습니다. 그때 붙인 이 글의 제목은 ‘슈퍼스타 K’가 가수들에게 준 선물은?' 이었습니다. 5개월 정도 시간이 흘렀지만, 현재의 상황은 이때의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는 쪽으로 가고 있는 듯 합니다.



‘슈퍼스타 K’가 가수들에게 준 선물은?'

<슈퍼스타 K 2>(Mnet) 최고의 수혜자는 허각. 이걸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럼 그의 우승으로 가장 크게 덕을 본 사람은 누구일까? 케이블 TV Mnet 사장? 허각의 노래를 만든 작곡가 조영수? 허각의 가족? 여자친구? 사실 다들 허각의 우승으로 만세를 부른 사람들이지만 순서를 매기자면 김태우를 빼놓을 수 없다. 벌써 한 달 이상 지났지만 기억들을 되새겨보시기 바란다.

우승을 결정짓는 마지막 무대에서 허각은 김태우의 ‘사랑비’를 불렀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말했다. “김태우가 그렇게 노래를 잘하는 가수인 줄 몰랐어.”조금 더 시계 바늘을 앞으로 돌려보면 <슈퍼스타 K 2> 심사위원 윤종신은 허각에게 이렇게 말했다. “허각 씨가 앞으로 상대하게 될 가수들은 김태우 김연우 김조한 같은 가창력으로 승부하는 가수들입니다. 그러려면 좀 더 분발해야 합니다.”

솔리드 출신의 김조한은 아는데 김연우는 누굴까 하는 분들을 위해 잠시 설명하자면, 김연우는 토이의 객원 싱어일 때 ‘내가 너의 곁에 잠시 살았다는 걸’ ‘여전히 아름다운지’ 같은 히트곡을 남긴 최강 미성의 가수다. 어쨌든 김태우 김연우 김조한 모두 용모로 따지자면 결코 비디오형으로 분류될 수는 없는 가수들이다. 대신 그런 약점을 소름 끼치는 노래 솜씨로 극복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윤종신은 허각 역시 가요계로 나간다면 그들과 같은 길을 걸어야 할 것임을 정확하게 짚어냈고, 이 말을 처음 들었을 때만 해도 대다수 시청자들은 의아해 했다. “아니, 허각이나 그네들이나 그게 그거 아닌가?” 그리고 허각이 부른 ‘사랑비’는 많은 사람들에게 윤종신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를 깨닫게 해줬다. 그 노래 잘하는 허각도 김태우만큼 ‘사랑비’를 소화하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물론 <슈퍼스타 K 2>가 가르쳐 준 교훈 중 하나는 ‘어울리는 노래’가 가수에게 얼마나 중요한가 하는 것이었다. <슈퍼스타 K>는 몰라도 MBC <스타 오디션-위대한 탄생>(이하 <위대한 탄생>)에서 자신의 목소리와 어울리지 않는 노래를 했다가 멘토 방시혁에게 당장 쫓겨나게 되어 있다. 허각에게 ‘사랑비’가 가장 잘 어울리는 노래는 아니었을 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그 노래 때문에 사람들은 허각이 아직 더 다듬어져야 할 가수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일반인들이 프로에 대한 존중 혹은 존경을 느낄 기회는 사실 그리 많지 않다. <위대한 탄생>의 다섯 멘토 중 하나인 방시혁은 자신 앞에 선 도전자들이, 그리고 시청자들이 이 부분을 잊지 않도록 끊임없이 지적한다. “요즘 가수 되려고 준비하는 친구들이 대부분 ○○○ 씨보다 노래를 잘해요.” “기존 가요계를 비판하려면 실력으로 압도해야 하지 않겠어요?” 농담이 아니다.

요즘 아이돌 그룹 멤버들을 보고 ‘붕어’ 어쩌고 했다간 엄청난 망신을 당할 수 있다. 뮤지컬계가 제정신이 아니라서 앞 다퉈 아이돌 그룹 멤버들을 데려다 주인공을 시키는 게 결코 아니다. 분야에 따라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는 선명하기도 하고, 흐릿하기도 하다. 바둑 실력에 자신이 있는 어떤 사람이 이세돌이나 이창호와 비슷한 실력이라고 주장하면 다른 사람들은 몇 단이냐고 물어볼 것이다.

그때 그 사람이 “인터넷 바둑에선 5단”이라고 했을 때 주위 사람들의 표정을 상상해 보자. 자기가 던지는 공이면 박찬호는 몰라도 김광현 정도는 될 거라고 주장하는 사람에게 어느 팀에서 뛰고 있느냐고 물어봤을 때, “주말마다 직장인 야구팀에서 뛰는데 작년에 10승이나 했다”고 말하면 정신병자 취급받을 것이다.

노래방에서 자신이 마이크만 잡으면 박수가 쏟아진다는 사람들은 동전을 넣고 치는 야구 연습장에서 때릴 때마다 공이 쭉쭉 뻗는다는 사람들과 비교하면 적당하다. 노래방 실력으로 방송에 출연하는 가수들과 자신의 실력을 견주는 사람이야말로 야구 연습장 실력으로 자신을 이승엽이나 이대호와 비교하는 사람과 큰 차이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 것, 그것이 <슈퍼스타 K>와 <위대한 탄생>의 공적이다. 그래서 가수들과 가요계는 <슈퍼스타 K>에 고마워해야 한다.  <끝>




윗글에서 '실력에 비해 덜 알려진 가수'로 김연우를 든 것은 그냥 예로 든게 아닙니다. 개인적으로 '한국에서 가장 노래 잘 하는 가수는 누구냐'는 질문을 받으면 보통 김범수인 것 같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김범수와 어깨를 나란히 할만한 실력파는 누가 있느냐는 질문을 받으면, 김연우와 이승열을 꼽게 되더군요. (아, 물론 조용필에서 신승훈 이승철에 이르는, 이미 레전드의 자리에 있는 가수들을 같은 선에서 비교한 것은 아닙니다.)

물론 제가 김연우나 이승열의 광팬은 아닙니다만, 약간 덜 대중적인 길을 걸어 온 이승열에 비해 김연우는 대단히 대중적인 노선을 걸어왔으면서도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그를 잘 모른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느끼게 합니다. 뭐 '내가 너의 곁에 잠시 살았다는 걸'이란 노래를 들으면 '아, 이 노래 유희열이 부른 거 아닌가?'라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닌 상황에선 더욱 그렇습니다.

이대목에서 김연우의 노래 한 곡. 영화 '사랑을 놓치다'에 삽입된 '사랑한다는 흔한말'입니다.





고음이 가수의 가치를 입증하는 것은 절대 아니지만(야구에서 구속만 빠르다고 최고의 투수가 되는 것은 아닌 것에 흔히 비교합니다), 이런 맑고 투명하면서도 힘찬 고음의 소유자는 정말 찾아보기 힘들다는 면에서 김연우의 목소리는 정말 탁월합니다.

'나는 가수다'에 김연우 같은 가수들이 잇달아 등장한다면, 그리고 그 가치를 새롭게 증명한다면 이건 프로그램에도 정말 좋은 일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울러 이런 가수들도 '나는 가수다'가 끌어들일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728x90

'상실의 시대', 혹은 '노르웨이의 숲'을 읽은 사람 중에(전 세계에 1000만명이 훨씬 넘는다고 합니다) 이 작품이 영화로 만들어 질 경우 절대 보러 가지 않겠다고 결심한 사람은 거의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감독이 쩐 아인 훙(흔히 트란 안 훙이라고 번역되는 Tran anh hung의 실제 발음은 여기에 훨씬 가깝다고 합니다. 한자로는 陳英雄. 베트남어에 '트란'이란 발음은 없다는군요)으로 결정되고, 나오코 역의 배우가 기쿠치 린코로 결정되면서 "이따위 영화는 안 만들어지는게 나을 것 같다"고 생각한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을 겁니다. 특히 쩐 감독의 최신작 '나는 비와 함께 간다'를 본 사람들 사이에선 이런 감독에게 영화화를 허락하다니 무라카미 하루키가 제 정신이 아닌게 아닐까 하는 의견도 있었죠.

막상 그렇게 마음을 먹었으면서도, 시간이 흐르고 흘러 정작 영화가 만들어지자 마음 속 한 구석이 간질간질해지기 시작합니다. 이건 그래도 한번 봐 줘야 하는게 아닐까. 욕을 하더라도 어떻게 만들어 놨나 한번은 봐야 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결국은 이기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나서의 첫 느낌. '못 볼 정도는 아니다'라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역시 만족과는 거리가 멀더군요.


원작을 아니 보신 분에게 '상실의 시대'의 줄거리를 어떻게 요약할 수 있을지는 참 난감합니다. 특히 영화와 연동해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권장사항은, "원작을 읽지 않은 사람은 아예 영화를 안 보는게 낫다"입니다. 줄거리 따라가기도 아마 벅차지 않을까 싶네요.

1960년대말, 와세다 대학 신입생이 된 와타나베(마츠야마 켄이치)에겐 자살한 친구의 연인이었던 나오코(기쿠치 린코)를 짝사랑하고 있다는 마음 속 상처가 있습니다. 어떻게든 나오코와 가까워지고 싶지만 나오코는 연인의 자살이 준 상처로 인해 점점 마음의 문을 닫아 버리고 있죠. 그러는 사이 와타나베는 발랄하고 엉뚱한 동급생 미도리(미즈하라 기코)에게 마음이 끌립니다. 나오코가 있는 산 속 요양원과 미도리가 있는 도쿄의 캠퍼스 사이를 오가며 와타나베의 스무살이 지나갑니다.


'상실의 시대'는 어쩌면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 중에서는 가장 영화로 옮기기 쉬운 작품일 지도 모릅니다. 다른 작품들처럼 어지럽게 현실과 환상을 오가지도 않고, 시간에 따른 내러티브의 진행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상대적으로' 그렇다는 것이지, 분명히 영상화하는 데에는 엄청난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어 온게 사실입니다.

그때문에 원작자 무라카미도 쏟아지는 영화화 제의를 굳게 거절해 온 게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하지만 쩐 아인 훙이 이 영화를 만들게 허락하는 모습을 보니, 무라카미는 아마도 영미권의 감독이 제안을 했다면 진작에 OK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가 원한 건 원작의 감성을 잘 살려 줄 연출이 아니라, 이 작품을 영상물로 만들어서 세계적인 관심을 받게 할만한 연출자가 아니었을까 하는, 약간은 불측한 상상입니다.^^) 그리고 영화는 그런 고심을 그대로 드러내줍니다.


아마도 가장 많은 사람들의 불만은 기쿠치 린코가 과연 나오코 역에 적합한 배우냐는 것으로 모아질텐데, 이 답은 보기 전부터 많은 분들이 생각하신 바와 같습니다. 전혀 아닙니다. 나오코가 단순히 산골 요양원에서 죽어가고 있는 자폐증의 스무살 여자라면 기쿠치는 꽤 좋은 연기를 보여줬습니다. 하지만 나오코는 스무살 와타나베의 가슴을 찢어 놓을 만큼 아름다워야 하는데, 이 배우는 전혀 그런 역할에 적절하지 않습니다. 쩐 감독의 눈이 의심스러워지는 순간입니다.

(물론 위의 속물적인 '세계적인 관심' 이론을 적용하면 또 상황은 달라집니다. 쩐 감독과 무라카미는 이런 대화를 나눴을 수도 있겠죠.

쩐: 아무리 생각해봐도 기구치 린코밖에 없어.
무: 뭐라고! 그건 말도 안돼! 그건 나의 나오코에 대한 모욕이야!
쩐: 이봐, 잘 생각해 보자고. 나는 이 영화를 갖고 유럽 3대 영화제에 갈 수 있는 감독이야. 그런데 거기엔 아시아의 뮤즈가 필요하다고. 유럽의 바보들이 생각하는 아시아 최고의 미녀 여배우가 누구겠어? 일본 유일의 아카데미상 노미네이트 배우를 두고 왜 내가 다른 선택을 해야 하지?
무: 그래도 스무살 나오코 역에 서른살 먹은 못생긴 배우를 쓴다는 건 좀...
쩐: 오우 노우. 유럽의 바보들이 보기에 일본 여배우는 다 베이비페이스야. 당신이 원하는 게 한국 중국 일본의 관객들인가? 그 사람들에게 당신은 이미 더 올라갈 데가 없어. 당신에게 진정 필요한 건, 아직 당신을 모르는 세계의 독자들이야! 그럼 이보다 더 좋은 선택은 없다고!
무: 그, 그럴까?
쩐: 그럼! 당연하지! 유럽 매스컴의 찬사가 보이지 않아? '아시아의 신비로운 미녀 린코가 무라카미의 원작을 환상적으로 재현해 냈다' 부라보! 기쿠치가 들어 오면 우린 벌써 해 낸거나 다름없어!

<= 물론 전부 농담입니다. 절대 도청한 적 없습니다. 제 상상입니다.)

심지어 기쿠치 린코를 나오코로 쓴 것보다 더 나쁜 점은 나오코의 비중이 지나치게 크다는 겁니다. 나오코에게서 벗어나지 못하는 와타나베의 갈등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나오코는 오히려 주인공 와타나베보다 영화 전반에서 더 중시되고 있습니다.

나오코에 집착하는 감독 때문에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일단 미도리. '봄날의 곰처럼'이 없는 미도리를 상상하기는 쉽지 않지만 쩐 감독은 과감하게 미도리 부분을 삭제해 버립니다.


미도리 역의 미즈하라 기코는 한국계라는 말을 듣지 않았다면 0.1초도 의심하지 않고 동남아 혼혈이라고 생각했을 느낌입니다. 아마도 쩐 감독의 취향이 가장 잘 반영된 캐스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아울러 쩐 감독이 이해한 이 작품의 분위기는 대다수 한국 독자들의 느낌과는 분명한 온도차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한국 독자들이 이 작품을 좋아한 이유는 절망과 희망이 5:5 정도로 적절하게 배합된 느낌 때문이 아닐까 생각하지만 쩐 감독은 7:3 정도로 절망에 집착합니다. 심지어 마지막 시퀀스조차도 와타나베의 새로운 희망을 보여준다기보단 여전히 과거의 망령에서 벗어나지 못한 음침함만 풍겨 나옵니다.

마츠야마 켄이치의 연기력이나 외모는 와타나베를 구현하는 데 부족함이 없지만 그 혼자서 건져 내기엔 다른 캐스팅이나 전체적인 영화의 분위기가 너무 무겁습니다. 게다가 충실하게 와타나베의 시선을 따라가는 것이 원작의 매력이라면, 이 영화는 그 시선을 너무 흩어놓습니다. 심지어 나오코나 미도리도 아니고, 레이코의 시선으로도 영화를 보게 만듭니다. (그리고 조 아무개 감독님의 지적대로 이 레이코는 원작과는 달리 너무 미인입니다. 게다가 레이코스러운 농담은 완전히 사라진, 이상할 정도로 심각하고 차분한 레이코입니다.)

쩐 아인 훙이 성공하고 있는 건 다양한 구상을 통해 구현되는 화면의 색채와 영상미입니다. 특히 60~70년대풍의, 다소 정제되지 않은 원색 위주의 색감과 자연이 보여주는 조화는 매우 훌륭합니다. 그러나 이런 장면들이 필요했다면 우리는 훨씬 더 잘 해낼 수 있는 대안이 있었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만약 무라카미가 왕가위의 제의를 받아들였다면 우리는 훨씬 더 마음이 놓이는 '상실의 시대'를 보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 '상실의 시대'는 필사적으로 원작 '상실의 시대'를 요약하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빠져 있는 부분이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과연 살려 놓은 부분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살려져 있는지는 매우 의문입니다. 다소 천박한 용어지만 '선택과 집중'이 분명하지 않습니다. 

어쨌든 80년대에 60년대를 배경으로 쓰여진 '상실의 시대'가 여전히 지금의 20대에게도 유효한 원작이라면, 그 이유는 '스무살'이라는 말 속에 들어 있습니다. 스무살 때에는 이 세상에서 '스무살 전후의 사람들' 이외의 사람들이나 사물은 대체 왜 존재하는지 알 수 없는 법입니다. 아울러 자신의 인생에서도 '열다섯에서 스무살 사이에 일어난 일' 이외의 사건들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매우 힘든 법이죠. 그런 사건들 역시 긴 시선에서 보면 다섯살 때나 일곱살 때 일어난 그저 그런 사건들과 별 차이 없는 일이라는 걸 알게 되려면 10년 이상 더 살아 봐야 합니다.

무라카미는 어느 시대, 일본이란 나라에 살았던 '스무살 짜리' 들의 이야기를 통해 온 세계가 공감한 '상실의 시대'를 써 냈고 그걸로 세계적인 작가가 됐습니다. 그리고 이제 24년전에 쓰여진 이 작품을 영상으로 변신시키는 모험에 참여했죠. 과연 그 결과가 어떤 것이 될지는 전 세계의 '스무살 짜리' 들이 판가름할 일인 듯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매우 비관적이지만, 굳이 영화도 책도 읽지 않은 그 언저리 나이대의 분들에게 권장한다면, 일단은 책을 읽어 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P.S. 레이코의 트라우마 부분은 오히려 영화적으로 매력적이었을 듯 한데 왜 사라졌는지 궁금하군요.^



아래쪽 손가락 모양을 누르시면 추천이 됩니다.

여러분의 추천 한방이 더 좋은 포스팅을 만듭니다.

@fivecard5를 팔로우하시면 새글 소식을 더 빨리 알수 있습니다.


728x90

포스터만 보고도 이렇게 흥미가 가는 영화는 정말 오랜만이었습니다. 물론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의 팬들과는 달리 저는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을 전혀 좋아하지 않았고, '불량공주 모모코'는 단 한번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불끈불끈 일어나게 한 것은 이 영화의 초기 설정입니다. 한 중학교의 종업식날(일본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종업식-짧은 봄방학-새 학년 시작의 순서입니다), 여느 날처럼 아이들은 급식으로 나온 팩 우유를 마시고, 여교사가 학생들에게 평온한 어조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선생님이 이야기를 하거나 말거나 자기 페이스에 열중해 있는 아이들. 하지만 교사의 말이 "여러분 가운데 내 아이를 죽인 사람이 있다"는 데 이르자 일시에 교실 안은 쥐죽은 듯 조용해집니다.


미혼모인 교사는 처음 자기의 아이 아버지가 존경받아온 교사이며, HIV 보균자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결혼할 수 없었다는 것이죠. 그래서 교사는 혼자 딸을 키워왔고, 아이 봐 주는 사람의 사정 때문에 일주일에 하루씩은 아이를 학교에 데리고 왔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아이는 교정에서 시체로 발견됩니다.

경찰의 수사 결과는 사고사. 하지만 몇몇 단서는 사고가 아니라는 단서를 던지고, 결국 교사는 두 명의 자기 반 학생이 이 사건에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네. 의심이 아니라 사실을 '알게' 된 겁니다). 하지만 상대는 처벌할 수 없는 미성년자. 그래서 교사는 더 충격적인 말을 합니다. "그 두 학생의 우유에 뭔가를 주사기로 넣었다"고 하는 거죠.


사실 저는 이 내용이 영화 전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전혀 아니었더군요. 이 내용은 말하자면 2시간짜리 영화에서 앞부분 35분 정도, 즉 도입부에 해당하는 내용입니다. 진짜 '이야기'는 이런 설명이 끝난 뒤, 즉 여교사는 학교를 떠나고 남아 있는 반 아이들과 가해자인 두 아이가 어떻게 학교 생활을 이끌어가는가를 중심으로 이어집니다.

일본 여배우 중에 가장 관심이 가는 배우를 꼽으라면 소(아, 이게 아니구나) 아무래도 마츠 다카코라고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뭔가 살짝 심심한 듯 다소곳하면서도 엉뚱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데 강점을 보여 온 배우죠. 그런 배우가 '아이를 잃고, 아이를 죽인 자기 반 학생들에게 보복하는 미혼모 여교사' 역할을 한다는 건 상당히 흥미로운 변신입니다.


이 대목에서 나카시마 감독의 솜씨를 일단 칭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평소에도 그렇듯 집중 같은 것은 전혀 할 수 없는 아이들, 미소까지 머금은 여교사의 표정, 온갖 장르를 오가는 화려한 음악과 유려한 영상 속에서 뼈속까지 시린 대사들이 부조화 속의 조화를 연출해 냅니다.

아마 전혀 대사를 알아들을 수 없는 사람이 이 영화를 본다면 아름다운 학원드라마 같은 앞부분이 점점 소름끼치는 가면의 공간처럼 변해가는 데 전율을 느낄 듯 합니다. 훌륭합니다. 특히 아래 사진 같은 장면은 배신과 음모의 반전을 다루는 데 매우 효과적입니다.


어떤 이들은 이 영화에서 현실의 고발이나 진지한 문제제기를 보는 듯 합니다만, 저는 제목에도 썼듯 온 사회에 만연한 '중2병' 환자들에 대한 어른들의 반격이야말로 이 영화의 주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중2병에 대한 수많은 접근이 이뤄졌지만, 대부분 어른의 시각에서 아이들을 선도한다는 시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는 느낌입니다. 아무리 아이들이 제정신이 아닌 짓을 해도, 어른이 좀 참고 양보해서 선도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는 식의 시선이 조금은 깔려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죠.

하지만 이 영화는 다릅니다. '너희들이 중2병 수준으로 도발해 오면, 우리 어른들도 중2병의 시선에 맞춰 너를 박살내 주겠다'는, 말하자면 '더 이상 애라고 봐주지 않겠다'는 엄포가 느껴집니다. 이 자체가 유머일 수도 있겠지만, 이 내용을 풀어가는 방식은 사뭇 진지합니다.



자기보다 젊은 세대를 대할 때 어른의 제대로 된 태도라는 것은, '10대는 20대나 30대를 경험해 보지 않았으니 알 리가 없다. 10대를 살아 본 사람이 10대를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었지만 나카시마는 이미 그런 접근으로 세대간 화해를 하기엔 너무 늦었다며 조종을 울립니다. 거기에 희망 같은 것은 없습니다.

'더 이상 대들면 밟아서라도 교정해 주겠다'는 나카시마의 시선이 10대나 20대 관객들에겐 과연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참 궁금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젊은 관객들이 더 봐야 할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아, 물론 이 영화의 재미는 '어른들'이 더 느낄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그들 편에 서 있는 영화기 때문이죠.





(여기까지. 나머지는 스포일러)

'고백'의 구조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갈수록 태산'인 반전의 반전입니다. 나름 좋은 교사가 되겠다고 마음먹었던 여교사가 아무리 살인범이지만 자기 제자들이 먹는 우유에 에이즈 환자의 피를 넣을 수 있었을까. 이런 순진한 믿음은 여지없이 무너집니다. 영화상으로는 피를 넣으려 했지만 남자의 만류로 넣지 못했다고 되어 있는데 어쨌든 방해가 없었다면 넣고도 남았을 겁니다.

마지막 대사, 여교사가 슈야의 의도를 뒤집어 전화 버튼을 누르는 순간 교정이 폭파되는 것이 아니라 엄마를 날려 버렸다는 것을 알려주는 순간 슈야는 발작을 일으키고, 여교사는 이런 요지의 말을 합니다.

"이렇게 절망에 빠지는 것이 너에겐 기회일거야. 그렇게 절망하는 순간에 갱생의 계기가 찾아오는 법이니까..... 물론 농담이지롱."

원작과 영화의 차이는 마지막 대사라고 합니다. 즉 마지막 대사를 넣은 것이 나카시마 테츠야의 의도라는 얘기죠. 이 '농담이지롱'은 한국식으로 하자면 '~~ 막 이래' 라는 식으로 지금 한 말은 나의 진심이 전혀 아니라는 뜻입니다.

대체 저 말의 의도가 뭐냐고 고민하시는 분도 있는 듯 한데, 제가 보기엔 그 말을 하기 직전, 마치 자기가 이렇게 슈야를 절망에 빠뜨린 것이 그가 제대로 성장하기 위해 절망이란 과정을 겪어야 한다는, 교육적인 의도에 의한 것인 양 포장한 것이 농담이라는 뜻입니다. 즉 이 '농담이지롱'은 '내가 너같은 쓰레기의 갱생 따위를 신경쓸 것 같아?'라는 비웃음이라고 봐야 할 듯 합니다.

영화 속 아이들은 말합니다. '어른이니까 참아야죠' '이해해 줘요' '그런건 무책임하다고 생각해요' '어떻게 교사가 자기 학생을 외면할 수가 있지? 그건 교사의 의무 아닌가?' '우리에게도 권리가 있어요' 어른이 기대하는 아이다운 순진함은 어디론가 사라진지 오래. 이 영화에 나오는 아이들은 이미 '어른이라는 이유로 참아야 하는' 어른들의 약점을 다 파악하고 그걸 한껏 사용하자는 영악한 악마들이거나, 욕구와 본능 외에는 아무 것도 없는 하등동물뿐입니다.

어느 쪽이든 더 이상 관용은 없다, 는 시선은 참 신선하긴 합니다. 그런데 정말 영화처럼 할 수 있는 어른이 있을까요? 과연 '모든 어른들이' 그렇게 하면 정말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요?^^


728x90
'위대한 탄생'의 최대 화제 인물은 아무래도 권리세였던 듯 합니다. 과연 12강에 오를 실력이 있느냐 없느냐를 통해 계속 논란을 만들어 냈던 권리세는 결국 12강이 겨루는 첫번째 라이브 무대에서 황지환과 함께 첫번째 탈락자가 됐습니다.

사실 '위대한 탄생', 더 나아가서 '슈퍼스타K' 류의 포맷에서 이 사람의 실력이 결선 출전자 가운데 몇등이냐 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이 프로그램들은 '누가 가장 노래를 잘 하나'를 보는 것이 아니라 '대중이 누구를 가장 좋아하느냐'를 보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권리세의 탈락은 이미 예정돼 있었다고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권리세의 팬덤이 약하다는 뜻이 아니라, 지난번 '슈퍼스타K'  시즌 2의 첫 결선과 마찬가지 결론이라는 의미에서입니다.




벌써 한참 된 지난해 9월17일, '슈퍼스타K' 시즌2도 11명의 도전자가 첫번째 생방송 결선 무대에 올랐고, 이날 3명이 탈락했습니다. 그리고 그 3명은 김소정, 김그림, 이보람이었죠.

김소정과 이보람은 도전자들 중 드물게 댄스와 노래를 함께 하겠다는 쪽이었고, 김그림은 논란이 일었지만 어쨌든 참가자들 가운데 미모로는 첫손에 꼽을만한 후보였습니다. 어찌 보면 첫날 탈락한 세 도전자는 전체 본선 진출자 가운데서도 미모로 TOP3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권리세의 경우에서 보듯 한국에서 이런 류의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할 때 미모는 관심을 끄는 요인은 되지만 특별히 오래 생존하는 데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이미 증명된 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당락의 절대 조건인 시청자 투표에 참가하는 사람들의 성비를 따져 보면 여성이 절대 우위에 있고, 여성 시청자의 절대 다수가 남자 후보에게 투표한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현상은 이미 '슈퍼스타K' 시즌 1에서도 나타났죠. 마지막으로 갈수록 여성 도전자인 길학미의 우승 가능성은 점점 낮게 평가됐습니다. 다른 여성 도전자들에 비해 여자 시청자들의 표를 많이 받아 온 길학미인데도 '성 대결'에서 살아남을 수는 없었던 것이죠.

그렇다고 보면 '미모가 돋보이는' 권리세의 경우에는 그 운명이 예정되어 있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닙니다.



혹자는 '미모가 문제가 아니라 노래 실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탈락한 것'이라고 주장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뭐 지금껏 '위대한 탄생'을 열심히 시청해온 분들의 입장에서 보면 일리가 있는 말입니다. 권리세는 지금까지 바로 그 '실력' 때문에 특혜 논란을 자아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탈락한 바로 그 무대에서 권리세는 빛을 발했습니다. 자우림의 '헤이 헤이 헤이'를 부르면서 권리세는 이제서야 재능의 단초를 발휘했다고 할까요.  이날의 퍼포먼스만 놓고 보면 TOP5 안에 들만한 모습이었습니다. 물론 권리세가 이전보다 훨씬 나아진 모습을 보여준 반면, 나머지 도전자들은 첫 라이브 도전에서 심하게 부진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권리세보다 노래 실력으로는 훨씬 나은 것으로 평가됐던 이태권 등이 큰 무대의 긴장을 이기지 못하고 크고 작은 실수로 안타까움을 자아낸 반면, 권리세는 평소 기량보다 오히려 안정된 모습을 보여 '현장 체질'임을 드러냈습니다.

이미 시청자들에게도 익숙해진 얘기지만, 이런 오디션에서의 성패는 역시 얼마나 현장에 강하냐가 좌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많은 도전자들에게 이런 무대가 처음이겠지만 그래도 노지훈이나 김혜리처럼 평소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인물들이 있으니, '꿩 잡는게 매'라는 얘기가 나오는 거겠죠.



이날 무대를 놓고 보면 노지훈과 김혜리는 감히 다른 후보들이 도전할 수 없는 TOP2의 면모를 보여줬습니다. 특히 김혜리는 고단위 물량 투입의 결과로, 용모에서도 일취월장하는 모습을 보였더군요.^ 백청강도 좋은 무대를 보여줬지만, 그건 아무래도 노련한 김태원의 선곡이 큰 힘을 발휘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015B도 리메이크했던 나미의 '슬픈 인연'은 백청강의 다소 과장된 창법이 잘 녹아들 수 있는 곡입니다. 특히 남자가 소화할 때에는 늘 지적됐던 백청강의 비음 섞인 고음이(본래 여자 노래라는 점에서) 별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백청강의 진짜 실력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고 봐야 할 듯 합니다. (물론 시청자들이 절대적인 성원을 보내고 있으니 이건 별개의 사안이죠.^^)



반면 김윤아를 멘토로 삼은 정희주와 백새은은 앞으로도 고전을 면치 못할 듯 합니다. 정희주는 박상민의 '하나의 사랑'을, 백새은은 주주클럽의 '나는 나'를 골랐는데, 이 두 노래는 전혀 '드라마틱'하지 않다는 점에서 오디션 곡으로는 최악입니다. 노래에 기승전결이 있고, 확실한 클라이막스가 있어야 도전자들의 호소력이 빛을 발할텐데, 둘 다 그런 노래가 아니죠. (전에도 수없이 말해 왔지만, 오디션에서 '드라마틱한 선곡'은 절대적인 요소입니다. 정희주의 경우엔 신승훈도 정확하게 이 부분을 지적했습니다.)

김윤아 본인이 다소 마이너 취향이라 해도, 자기 패밀리의 성공을 위해선 좀 더 대중적인 선곡이 필요할 듯 합니다. 이 부분을 고치지 않으면 결과는 불보듯 뻔합니다.




P.S. 이제 막 시작한 '위대한 탄생', 이번엔 누가 새로운 스타로 떠오를까요. 그런데 프로그램의 컨셉트 상 이미 멘토들에게 너무 초점이 맞춰져서 누가 1등을 하건, 허각이나 장재인 만큼의 파급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P.S.2. 권리세도 재일교포 출신으로 이만큼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지키며 살아왔다는 점을 생각하면 분명 가정사나 성장기에 시청자들의 감정선을 자극할만한 포인트가 있었을텐데, 제작진이 그만큼 세심하지는 않았다는 뜻이 될 것 같습니다(아쉽습니다^^). 앞으로 권리세를 국내에 데뷔시키려는 분들이 있다면 참고하실만한 부분일 듯 합니다. ...어쨌든 앞으로의 대결 관전 포인트는 '실력이냐, 감정이냐'라고 해야 할 듯?




아래쪽 손가락 모양을 누르시면 추천이 됩니다.

여러분의 추천 한방이 더 좋은 포스팅을 만듭니다.

@fivecard5를 팔로우하시면 새글 소식을 더 빨리 알수 있습니다.

728x90

영국 왕이 된다는 건 한때 세계의 제왕이 되는 것과 거의 비슷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비록 베르사이유나 쉔브룬 궁, 자금성 같은 거대한 궁궐도 없고, 음식은 그냥 그렇고, 본토의 인구 역시 프랑스나 독일의 절반도 안 되는 정도였지만 해가 지지 않을 정도로 많은 식민지로부터 거대한 부가 밀려들어오던 시절이 있었죠.

퀸 빅토리아의 기치 아래 영국 신사들은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국제적 감각과 함께 가장 발전된 식민 통치 형태를 개발해가며 인류 역사상 이전의 누구와도 비교될 수 없는 진정한 세계 제국의 엘리트들을 길러냈습니다. 그 덕분에 우리는 아직도 외국어 중 하나만 배워야 한다면 영어를 배우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세계에 살고 있습니다. (물론 이건 이제 영국보다는 미국 때문이라고 할 분도 계시겠지만 그 미국이 영어를 쓰고 있는 것이 바로 영국 때문이라는 걸 생각하셔야겠죠.ㅋ)


19세기 독보적인 세계 강국의 위치에 올라선 영국은 20세기 이후 후발 유럽 국가들과 세계 전역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칩니다. 1차대전의 승전으로 한숨을 돌렸지만 숨을 죽였다고 생각했던 독일은 어느새 원기를 회복, 총통 각하의 영도하에 다른 나라들을 위협하고 있었습니다. 일찌기 수백년 동안 유럽 대륙의 균형자 역할을 자임했던 영국이 보기에 상황은 그리 우호적이지 않았습니다.

이 상황에서 빅토리아 여왕의 손자인 조지5세는 노쇠해갔고, 영국 왕실의 고민이 시작됩니다. 왕위를 이어야 할 왕세자 데이비드(뒷날의 에드워드 8세, 더 뒷날의 윈저 공)는 미국인 이혼녀에게 빠져 보위에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윈저 공은 비록 개인적인 의견이라고 해도 히틀러와 나치즘에 상당한 호감을 보이고 있었기 때문에 장차 독일과 일전을 벌이게 된다면 국가를 대표하는 데 있어 취약점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대안이 될 수 있는 것은 요크 공작으로 불리는(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영국 왕세자는 웨일즈 공작, 그 바로 아래 동생은 요크 공작의 지위를 갖게 됐습니다. 그러니까 'Prince of Wales'라는 말 자체가 '영국 왕세자'라는 뜻입니다) 둘째 알버트. 그런데 이 알버트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습니다. 바로 말더듬이라는 점이었죠. 여기서부터 '킹스 스피치'가 시작됩니다.



요크 공작 알버트(콜린 퍼스)는 대중 연설을 도저히 할 수 없는 자신의 약점을 치료하기 위해 나서지만 뾰족한 효과를 보지 못합니다. 아내(헬레나 본햄 카터)를 통해 호주 출신의 언어치료사 로그(제프리 러시)를 만나지만 역시 마찬가지. 하지만 로그가 녹음해 준 자신의 목소리를 듣고 난 알버트는 서서히 자신이 치료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됩니다.

그러는 사이 아버지 조지5세가 죽고 장남 데이비드가 왕위를 계승, 에드워드 8세가 되지만 이혼녀 심프슨 부인과의 결혼 논란으로 결국 자진 퇴위합니다. 그 결과 별로 왕이 되고 싶지 않았던 알버트가 새로운 왕 조지 6세가 됩니다.



솔직히 이런 이야기로 영화를 만든다는 건 참 어지간한 사람들에겐 상상하기 힘든 일입니다. 영화에 대해 설명할 때 누가 '무슨 영화냐'고 물으면 '응, 영국 왕이 말더듬이라서 연설을 못해. 그래서 치료받는 얘기야'라고 하면 누가 그 영화를 보고 싶을까요. ㅋ

하지만 놀랍게도 이 영화는 재미있습니다. 물론 세 명의 연기 9단이 투입되지 않았다면 이런 영화는 만들어졌을 리가 없겠지만, 그보다는 영국 영화 특유의 탄탄하고 유머 넘치는 대본에 첫번째 공로를 돌릴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 인물들을 다루는 데 있어서도 세심함을 잃지 않았고, 역사의 기록을 거스르지 않으면서도 하고 싶은 얘기를 다 해 냈습니다. (네. 걸핏하면 팩션 타령을 하면서 역사 왜곡을 작가의 창의력과 착각하는 몇몇 작가분들이 참고하셔야 할 작품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걸핏하면 셰익스피어를 인용해대는 이 영화의 대본이야말로 바로 대영제국의 선물이라고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반면 '리처드 3세' 오디션을 보는 로그에게 극단 관계자들이 '호주 사투리 쓰는 너따위가 어떻게 영국 왕 역할을 하겠다는 거냐?' '퍼스? 퍼스에도 극단이 있냐?' 고 빈정대는 장면은 대영제국의 다크 사이드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실제 조지 6세 가족. 콜린 퍼스에 결코 뒤지지 않는 훈남 왕이었습니다.)

이 영화가 갖고 있는 메시지를 따로 얘기할 필요는 없을 듯 합니다. 두 남자 어른 사이의 우정이라는 것은 사실 일반인과 별로 대화할 짬이 없었던 왕자가, 자신을 격의 없이 대하는 호주 출신의 아마추어 배우에게 호감을 가질 가능성은 의외로 꽤 큽니다. (말하자면 바로 "날 이렇게 대한 사람은 니가 처음이야"인 거죠. ㅋ) 얼핏 사기성이 엿보이는 이 호주 출신 아저씨에게, 어느날 제발로 찾아온 환자가 영국의 왕위 계승 서열 2위인 왕자님이라는 건 복음과도 같은 소식이었을 겁니다. 인생 역전의 기회였달까...

그러니까 이 두 남자의 관계가 영화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계급을 초월한 두 남자의 우정'인지 아닌지는 뭐 깊이 생각할 필요가 없을 듯 합니다. (깊이 생각할수록 이상해집니다) 그냥 보이는 대로, 들리는 대로 여유 넘치는 영국식 코미디로 즐기면 되는 겁니다.



단 이 영화가 전해주는 진실 가운데 분명한 것은 왕이나 왕자로 산다는 것이 그리 편안한 팔자만은 아닐 거라는 점입니다. 실제로 조지 5세의 아들 형제들은 참 복잡한 팔자로 살았습니다. 조지 5세는 다섯 아들을 뒀습니다.

장남 에드워드 8세의 얘기는 세기의 러브스토리로 포장됐지만 뒷얘기를 까면 까 볼수록 책임감없는 이상한 왕자와 문란한 이혼녀의 막장 스토리로 가는 기미가 있고, 4남 조지 왕자는 묘한 성적 취향 때문에(bi....) 사회적 물의를 빚었지만 결국 2차대전중 전사하는 바람에 전쟁 영웅이자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표상으로 곱게 포장된 해피엔딩(?)의 주인공입니다.

(조지 5세 가족. 남자 왼쪽부터 데이빗-왕세자, 3남 헨리, 조지 5세, 알버트-조지 6세, 그리고 4남 조지. 앞줄 여자는 왼쪽이 메리 공주, 오른쪽이 왕비.)

흔히 2남이자 '킹스 스피치'의 주인공인 조지 6세야말로 형 때문에 원치 않는 왕좌에 올라 2차대전과 대영제국의 해체를 바라보며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아 형 윈저 공보다 일찍 죽은 비운의 주인공으로 꼽히지만 이들 형제 가운데 가장 불행했던 것은 막내 존 왕자입니다.

존 왕자는 태어난지 얼마 안 되어 간질 판정을 받습니다. 이때문에 가족과 함께 윈저 성에 거주하지도 못하고 시골 농장에서 사실상의 유폐 생활을 하다가 14세에 숨을 거둡니다. 간질에 걸린 왕자라는 것은 왕가의 품위를 떨어뜨리는 것으로 간주됐기 때문입니다. 살아 있는 동안은 물론이고 죽은 뒤에도, 왕가의 가족에 대한 모든 공식 언급에서 존 왕자와 관련된 내용은 제외되어 왔습니다.



(저도 이런 내용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우연히 케이블TV에서 LOST PRINCE라는 BBC 드라마를 보고 나서 살짝 충격을 받았습니다. 20세기에도 간질 때문에 왕가에서 감춰져야 했던 왕자가 있었다니... 케사르도 앓았다는 간질인데...)

아무튼 그렇습니다. '킹스 스피치'는 왕도 사실은 사람이고, 일반인이나 마찬가지로 가족과 자신의 장래, 직업과 친구 문제로 고민하고 괴로워한다는 점을 제대로 풀어냈습니다. 그 내용이 100% 사실은 아니더라도 셀레브리티의 인생도 늘 파티만으로 가득 찬 게 아니라는 이야기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매력적인 스토리로 받아들여지는 듯 합니다.



아래쪽 손가락 모양을 누르시면 추천이 됩니다.

여러분의 추천 한방이 더 좋은 포스팅을 만듭니다.

@fivecard5를 팔로우하시면 새글 소식을 더 빨리 알수 있습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