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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영제국 -사실은 왕국이지 제국이 아니지만- 이 자랑하는 수출품 중 하나로 영화를 꼽게 된 데 대해 공로상을 준다면 아무래도 둘로 나눠서 주어야 할 것 같습니다. 하나는 리처드 커티스가 이끄는 영화사 워킹 타이틀 Working Title이 받는다면 나머지 하나는 마땅히 배우 휴 그랜트에게 돌아가야 할 것입니다.

휴 그랜트와 워킹 타이틀은 <네번의 결혼식, 한번의 장례식> <노팅 힐> <브리짓 존스의 일기> <어바웃 어 보이> <러브 액추얼리>라는 일련의 걸작 로맨틱 코미디들을 만들어 냈습니다.  그가 주연하지 않은 워킹 타이틀의 대표작을 꼽자면 <빌리 엘리어트>나 <사랑도 리콜이 필요해 High Fidelity> 정도를 꼽을 수 있을까요?

아무튼 그랜트와 워킹 타이틀의 호흡은 대단한 찰떡궁합입니다. 그랜트가 주연한 다른 영화들, <투 윅스 노티스>나 <미키 블루 아이즈>, <비터 문> 같은 영화들을 생각해보면 어떤 쪽이 그의 강점을 제대로 살렸는지는 명약관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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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브리짓 존스의 일기>를 제외하고 휴 그랜트의 캐릭터에 매우 짙은 일관성이 느껴진다는 점도 주목할 만 합니다. 그렇습니다. 바로 '소심한 남자'죠. 한발 더 나아가서 말하자면 워킹 타이틀이 만든 대부분의 히트작들이 '소심하고 별 내세울 것 없는 남자가 멋진 여자와 맺어지는 이야기'라는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을 정도고 그 핵심에는 휴 그랜트라는, 그 역할을 똑 따 먹을 수 있는 배우가 있다는 얘깁니다.

 영화 속에서는 약간 얼띤 캐릭터만 맡지만 그는 옥스포드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수재(?)에다가 <노팅 힐>에서 공연한 줄리아 로버츠에 대해 물으면 "입이 크다. 엄청 크다. 어찌나 큰지 키스신을 찍을 때면 어디선가 희미하게 키스 소리의 메아리가 퍼져나가는 걸 느낄 수 있다" 고 말할 정도로 멋진 유머감각도 갖춘 사람입니다. 물론 오랜 연인이던 엘리자베스 헐리가 다른 남자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의 대부가 될 정도로 대범한(한국사람으로선 도저히 이해할수 없는) 남자이기도 합니다.

왜 휴 그랜트 얘기를 이렇게 오래 했을까 하신다면, 다음 이야기를 이끌어 내기 위한 복선이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바로 오늘의 주제, '소심한 남자'를 소재로 한 영화나 드라마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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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심한 남자의 힘, 할리우드를 누를 수 있다

2006년 6월, 온 한국이 월드컵의 광풍에 휘말려 있을 때 일본 영화 한편이 조용히 개봉됐다.
<전차남>은 화제만으로도 국내에도 잘 알려진 작품. 별볼일없는 소심한 남자가 우연한 기회에 꿈에 그리던 미녀와 인연이 닿은 뒤 연애 상황을 인터넷에 올려가며 조언을 통해 사랑을 성취해가는 이야기로 2005년 일본에서 드라마와 영화. 소설 모두 빅 히트했다.

따지고 보면 <전차남>의 직계 조상은SBS TV가 이문식-박선영 주연으로 리메이크해 방송했던 일본 드라마 <백한번째 프로포즈>다. 정말 별볼일 없고 못생긴 노총각이 공주같은 여주인공과 맺어진다는 내용으로 이미 지난 93년에는 문성근-김희애 주연으로 국내에서 영화화되기도 했고 2004년에는 중국에서도 최지우 주연의 드라마로 만들어진 고전 중의 고전이다.

이런 류의 드라마들은 굳이 말하면 신데렐라의 정 반대 스토리(‘개구리 왕자 스토리’라고 해야 하려나). 즉 ‘소심하고 사랑에 서툰 남자의 성공담’이라는 범 인류적인 소재의 연장선상에 있다. 이 소재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기있는 이유는 조금만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사실 남자의 용모는 여자를 사귀는 데 큰 장애가 되지 않지만 소심한 성격과 기술의 부족은 절대적인 장벽이다. 그리고 사랑의 기술이란 결국 능란한 사람보다는 서툰 사람이 많기 때문이고. 관객들도 후자 쪽에 훨씬 감정이입이 쉽다. 그러다 보니 얘깃거리도 풍부하다.

게다가 소심한 남자의 연애담은 찍는 데 돈이 들 일도 거의 없다. 영국 영화를 세계적인 대중문화 상품으로 끌어올린 제작사 워킹 타이틀의 히트작 <네번의 결혼식과 한번의 장례식> <노팅 힐> 그리고 <러브 액추얼리>에 모두 사랑에 서툰 남자(주로 휴 그랜트)들이 등장했다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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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 영화에서도 소심한 남자들의 활약은 눈부시다. 짭짤한 성공을 거둔 <광식이 동생 광태>에서도 김주혁의 캐릭터가 빛났고. <달콤 살벌한 연인>에서도 박용우의 활약이 힘을 발휘했다. 특히 <달콤 살벌한 연인>의 순 제작비가 9억원에 불과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쯤 되면 한국 영화에서도 소심한 남자들의 활약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싸고 재미있으면서 전 인류에게 보편적으로 먹힐 수 있는 소재는 그리 흔치 않기 때문이다. 한국영화 사상 최대 제작비가 투입된 대작 <태풍>이 미국에서 개봉 첫주에 24개 스크린에서 약 6만6000 달러(한화 약 6500만원)의 흥행 수입에 그친 현실이나. <엽기적인 그녀>의 성공 사례를 보나 역시 한국 영화에 활력을 더할 수 있는 것은 작은 아이디어에서 비롯된 강력한 시나리오의 힘이 아닐까하는 생각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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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괴물'이나 '디 워', '놈놈놈' 같은 영화가 한국이 주력해야 할 분야인가 하는 것은 오랜 의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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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 드라마 속 커플인 블레이크 라이블리와 펜 배즐리. 미국에서 화제를 뿌리던 드라마 '가쉽걸' 속의 커플입니다. 드라마나 영화를 함께 찍다가 만들어진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커플들 중 최신 커플에 해당합니다.

자, 이건 극중 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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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건 실제 상황 키스로군요. (구별이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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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경우는 수없이 많이 등장했습니다. 많은 배우들은 '까놓고 하는 얘기'로 "청춘 남녀가 서로 껴안고, 눈 들여다보고, 키스하고, 이런 연기를 한달이고 두달이고 계속하다 보면 서로 정말 좋아하는 마음이 드는게 정상 아니냐"고 반문하곤 합니다. 역으로 말하자면, 정말 그렇게 서로 사랑하는 사이처럼 연기를 하려면, 어느 정도 자기를 속이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난 이 사람을 정말로 좋아해'. 그러다 보면 둘이 사귀는 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 되는 거죠.

그런데 한 작품에 출연하다가 사귀게 되는 경우 말고, 아예 사귀는 커플들이 함께 드라마나 영화를 찍으면 무슨 일이 생길까요. 생각보다는 이런 경우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서로 사귀는 동안에는 오히려 같은 작품에 출연하는 걸 조금 꺼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죠. 그리고 돌이켜 볼 때 그런 작품들은 흥행에서도 그리 성공적이지 않았던 경우가 많습니다.

대표적인 경우가 일세를 풍미한 벤 애플렉-제니퍼 로페즈 커플의 '질리(Gigl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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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도 흥행에서 크게 재미를 보진 못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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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연인들이 드라마 속 상대역으로 나오면 어떤 일이 생길까

드라마에 함께 출연하면서 실제 연인관계로 발전한 연예인들은 수도 없이 많다. 맺어진 커플만 해도 최수종-하희라(영화 <있잖아요 비밀이에요>), 차인표-신애라(드라마 <사랑을 그대 품안에>)에서 김호진-김지호(드라마 <사랑은 아무나 하나>), 그리고 최근의 연정훈-한가인(드라마 <노란 손수건>) 등 십여쌍이나 되고 대강 사귀다 헤어진 경우를 합하면 이루 헤아릴 수가 없을 정도다.

그럼 한창 열애중일 때 같은 작품에서 공연한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조승우-강혜정 커플이 영화 <도마뱀>에 출연한게 화제가 된 것도 이런 경우가 그리 흔치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때 TV에서는 한창 열애중인 커플이 무려 두 커플이나 한 드라마에 동시에 출연한 적이 있었다. 그것도 잘 모르는 배우들이 아닌 당대의 톱스타들이 그랬다는 거다.

여기서 <웨딩드레스>라는 드라마가 떠올랐다면 당신은 상당한 TV 중독자이거나, 연예인 뒷얘기 중독자다. 혹시 이 답을 맞힌 분이 있다면 아래 주소로 메일 보내주시기 바란다. 글쓰기에 재능이 있으면 이 칼럼을 물려 줄 용의가 있다.

97년작인 <웨딩드레스>는 <가을동화>를 비롯한 사계 시리즈의 윤석호 PD와 <프로포즈>의 최윤정 작가가 만난 작품. 이 드라마의 라인업은 사뭇 화려하다. 이승연 김희선 신현준 김민종이 주연했고 당시 김국진과 "밤 새지 말라 말이야"라는 CF 유행어를 히트시키고 있던 무명 신인 송혜교가 이 작품으로 데뷔했다. 더구나 당시 김민종은 이승연과, 신현준은 김희선과 목하 열애중인 상태였다. 도대체 어떻게 해서 이런 캐스팅이 가능했을까?

최윤정 작가가 나중에 털어놓은 바에 따르면 이건 캐스팅이 아니라 "출연자의 요구에 못이겨 쓴 작품"이었다. 연예인들과 친분이 두텁기로 소문난 최 작가는 이승연과 친구, 김희선과는 언니 동생 하는 사이. 하루는 이 두 배우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의기투합, '우리가 남자친구들을 데려올테니 넷이 같이 나오는 드라마를 써 달라'고 하더라는 것이다. 작가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니 나쁠게 없는 캐스팅(솔직하게 말하면 나쁠게 없는게 아니라 정말 하기 힘든 호화 캐스팅)이라 그 자리에서 승낙을 해 버렸다.

하지만 이 드라마를 집필하기 시작하면서 최작가는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됐다. 이유는 두 커플의 치열한 경쟁. 당시 최작가는 이승연과 한 아파트의 위아래층에 살고 있었는데, 집필 이후 이승연은 최소 하루에 서너시간은 최작가의 집에 머물렀다. 이 상황을 지켜보던 김희선은 자기도 걸핏하면 '놀러왔다'는 핑계로 최작가의 집을 떠나려 하지 않았다.

두 사람이 최작가의 집에 출퇴근한 것은 드라마의 매회 엔딩 장면에 대한 관심 때문이었다. 그게 왜 중요하냐고 반문하는 당신은 드라마 마니아로 자처할 자격이 없다.

왕년의 히트작인 <여인천하>가 100회 넘게 방송되는 동안, 드라마의 진행상 가장 큰 배역은 전인화가 연기하던 문정왕후였지만 김재형 PD는 단 한번을 제외하고는 모든 엔딩 장면을 강수연의 클로즈업으로 처리했다. 이는 '드라마 안에서 누가 더 많이 나오건, 누구의 대사가 더 많건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강수연'이라는 것을 분명히 했다는 뜻이다. 그런 만큼 한 드라마에서 매회 엔딩에 누가 등장하느냐 하는 것은 출연자들에게 큰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다.

<웨딩드레스>의 경우, 제작진은 처음부터 '번갈아 가면서 똑같이 엔딩에 나오게 해 주겠다'는 약속을 했지만 두 여배우는 감시의 눈길을 늦추지 않았다. 결국 집필 시간을 지나치게 빼앗은(?) 탓인지, 같은 시간대였던 차인표 송승헌 최불암 주연의 <그대 그리고 나>가 너무 강한 상대였는지 시청률은 예상을 밑돌았다.

사실 실제 연인들인 배우들이 주인공을 맡아 흥행에 성공한 예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영화 <도마뱀>도 고전했고, 왕년 할리우드 최고의 커플로 꼽히던 벤 애플렉과 제니퍼 로페즈가 함께 나온 <질리 Gigli>도 최악의 흥행을 기록했다. 아무래도 일은 일, 사랑은 사랑으로 구별해서 하라는 대박신의 계시가 아닐까. (끝)


아무튼 세월이 흐르다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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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여주인공은 모두 웨딩드레스를 입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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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정말 호랑이 담배먹던 시절 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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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는 뒷전, 전 일본의 주먹대장들이 모이는 스즈란 고등학교에 전학생 겐지(오구리 슈운)가 찾아오면서 전운이 감돌기 시작한다. 현직 야쿠자의 아들인 겐지는 스즈란을 제패하면 대를 잇게 해 주겠다는 아버지의 말에 따라 아직 아무도 성공하지 못했다는 스즈란 전체 짱이 되기 위해 주먹을 날린다. 하지만 스즈란의 3학년에는 이미 스즈란 통일을 눈앞에 두고 있는 괴물 세리자와(야마다 타카유키)가 있다. 난제에 직면한 겐지에게 한심한 야쿠자 켄(야베 쿄스케)이 나타난다...

아무리 봐도 어디선가 본듯 한 스토리. 한마디로 뻔한 얘기 되겠습니다. 일본 만화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학원 폭력물이라는 장르가 아예 따로 있을 정도라는 걸 잘 아실 겁니다. 유명한 '상남 2인조'를 비롯해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작품들이 있죠. 이 '크로우즈 제로'도 만화 '크로우즈'가 원작입니다. 한국에도 이런 장르의 영향을 받은 작품들이 많이 있죠. 허영만의 '비트'가 원조 격이 될 것이고, 조운학의 '니나잘해'도 기억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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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런 작품들의 구조 또한 천편일률적인게 보통입니다. 주먹으로 일본 제일이라는 학교에 전학생이 찾아오고(사실 이런 경우 이 전학생은 무시무시한 과거를 갖고 있지만 새 학교로 전학을 오면서 과거와는 어느 정도 단절을 노리는데도, 워낙 새 학교의 텃세가 심해 어쩔 수 없이 다시 주먹을 든다... 뭐 이런게 전형적인 구조인데, '크로우즈 제로'는 그 부분에서 좀 다르죠), 새 학교에서의 주먹잡이들은 '드래곤 볼'처럼 쑥쑥 여기저기서 등장합니다.

엄밀히 말해 영화 '크로우즈 제로'는 작품으로 평가하기에는 부실한 구석이 꽤 있습니다. 뻔한 구조는 장르의 특징이라고 하더라도, 영상의 대부분이 교복을 입은 꽃미남들의 액션 잔치이기 때문입니다. 그 액션 또한 성룡이나 이연걸의 아크로바틱 액션이 아니기 때문에 나중에는 상당히 지루해집니다. 미이케 다카시는 신이 나서 힘을 주고 찍었을 지 모르지만 '용이 간다'에 비해 달라진 게 없는 솜씨입니다.

하지만 이런 영화를 굳이 찾아 볼 사람들에게는 이런 건 사실 무의미하겠죠. 한마디로 '간지'나는 꽃미남들의 '후까시', 웃기지만 잔뜩 멋을 부린 아드레날린 넘치는 대사, 슬로비디오 속에서 움직이는 펄펄 뛰는 젊음, 비가 오지만 대장이 우산을 버리면 다 함께 우산을 버리고 함성을 지르며 달려들어가는 막가는 청춘들의 이야기라는 걸 잘 알면서도 볼 사람들이니까요. 그래서 이 장르가 살아남는 것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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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 나잖아!)

이런 장르가 살아남기 위해서 갖춰야 할 키워드는 위에서 다 나왔습니다. '간지', '후까시', 그리고 바로 '꽃미남'이죠. 이 영화에선 오구리 슌이 그 역할의 90%를 떠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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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구리의 가장 특징은 아무래도 일본 배우라고는 믿기 어려운 신장에 있습니다. 유지태나 강동원, 조한선, 정우성, 조인성 등이 활보하는 한국이라면 좀 얘기가 다르겠지만 1m75를 넘는 미남 배우들이 극히 드문 일본에서 1m84짜리 아이들 스타의 존재는 한국 농구계에 나타난 서장훈이나 하승진의 충격 못지 않습니다.

1982년생. 고교생 역할을 하기에 얼굴이 늙어보이는 편은 절대 아닌데, 솔직히 말해 과연 꽃미남인가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됩니다. 이 부분에서 한국과 일본의 차이를 적잖이 느끼게 되죠. 물론 겹치는 부분이 적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기무라 타쿠야나 원빈을 미남이 아니라고 말할 사람은 양쪽 나라에서 모두 극소수일겁니다.

야마시타 토모히사나 김현중의 경우(너무 닮긴 했습니다만)도 마찬가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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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진짜 김현중일까요.^^)



그런데 과연 이런 얼굴은 어떻습니까? 과연 한국에서도 이의 없이 꽃미남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얼굴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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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요즘 한국에도 마츠모토 준을 좋아하는 팬들이 꽤 있다고도 합니다만, 일단 한국에선 저 다리 길이로 성공하기가 쉽지 않았을 겁니다.)

뭐 가메나시 가즈야에 비하면 마츠모토 준은 양반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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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친구들도 미남 소리를 듣는 일본인 만큼 오구리라면 당연히 최고 대접을 받을만 합니다(네. 반면 한국에서 잘생겼다는 얼굴이 일본에 가면 안 먹힐 수도 있겠죠). 하지만 이런 오구리도 만약 무명 시절 한국 유명 기획사에 면접을 보러 갔다면 아마 즉시 이런 얘길 들었을 겁니다. "턱 좀 깎고... 치열교정 하면 턱도 들어가. 조금만 손보면 되겠네."

물론 그랬다면 특유의 매력이 사라진 그냥 편안한 얼굴이 돼 버렸겠죠. 일본 스타들도 수시로 성형을 하지만, 그래도 일본의 대형 기획사 중에는 오구리 같은 얼굴의 스타성을 알아보고 그대로 밀어붙이는 회사도 있다는 게 한국과의 차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여배우라면 요즘의 한국의 연예인들 가운데 아오이 유우 같은 매력을 가진 얼굴을 찾아보기 힘든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스타 본연의 매력, 혹은 독특한 개성에 더 높은 점수를 주는 게 일본 쪽인 듯 합니다.


비중은 별로 크지 않았지만 구로키 메이사도 참 특이한 매력을 가진 배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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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많이 본 얼굴인데 의외로 출연작들은 눈에 익지 않더군요. 알고 보니 CF 모델로 너무나 잘 나가던 얼굴이었습니다. 88년생인데 비해 대단히 성숙해 보이는 얼굴. 역시 아버지가 미국인이었습니다.

유명했다는 음료 광고




그리고 최근에 나왔다는 도시바 광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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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리자와 역의 야마다 타카유키. 얼굴은 장동건 느낌이 좀 납니다만, 역시 신장에 원한이 많을 것 같은 타입입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숙원이 '조선여자를 데려다 (신장 면에서) 품종 개량을 좀 해보자'는 것이었다는데, 참 이 분야에선 그게 쉽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아무튼 '크로우즈 제로', 자신이 원하는 영화가 어떤 영화인지를 아는 분들만 보시기 바랍니다. 그냥 '남들이 재미있다던데'라는 말에 부화뇌동해서 보시면 실패하기 십상입니다.



p.s. 학교 이름은 스즈란, 한국말로 하면 '영란(鈴蘭)남자고등학교'더군요. 서울에는 같은 이름의 여고가 유명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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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 와트는 생각보다 겁나게 크다. 그리고 의미가 만만찮다.
관광은 맨 아래, '해자테라스'라고 표시된 부분에서 시작된다. 흔히 이런 대형건물의 입구는 정남쪽에 있을 것이 당연한 일이지만 앙코르 와트의 입구는 서쪽을 바라보고 있다. 이것 역시 의미심장하다. 서쪽은 당연히 망자의 방향. 거대한 앙코르와트는 산사람을 위한 건물이 아니라 죽은 자를 위한 건물임이 뚜렷이 드러나는 부분이다.저 해자테라스에서 앙코르와트 쪽을 바라보면 이렇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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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문이 너무 커서 사원 중앙의 다섯 탑은 이 위치에선 아직 잘 보이지 않는다. 아무튼 저 중앙 탑문까지 약 300m를 걸어가고, 중앙 탑문에서 다시 한 300m를 걸어가야 마침내 사원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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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원 가는 길에서 발견한 기이한 생물. 분명히 고양이의 얼굴인데 사이즈는 쥐 정도다. '고양이쥐'라고 불러야 하려냐? 아무튼 새끼 고양이인 듯 한데 어미도 없이 혼자 돌아다니고 있다. 약간 징그러웠지만 앙코르 와트 주민을 처음 발견한 기념으로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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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와트의 1층은 한쪽 변이 200m에 이르는 거대한 회랑으로 되어 있다. 이 회랑은 윗 그림에서 1번-11번으로 이어지는 거대한 부조들의 행렬이다. 천천히 걸어서 한바퀴 도는 데에만 30분에서 한시간은 걸린다. 거리만 해도 약 1km. 그 벽을 모두 부조로 채운 수리야바르만 왕의 정성이 대단할 뿐이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1번 회랑, 즉 서쪽의 오른쪽 부분으로 자연스럽게 발길이 옮겨진다. 그리고 순서상 이게 맞다고 한다. 아무튼 1번 회랑은 마하바라타에 나오는 유명한 쿠루 평원의 전투가 펼쳐진다.잠깐, 뭐가 유명한 무슨 전투?이 대목에서 흥분하실 분들이 적지 않을 것 같다. 니가 언제부터 인도 문학에 심취했다고 마하바라타를 운운하면서 유명한 전투 어쩌구 하는 거냐. 구라 치지 마라, 라고 하실 분들을 위해서 한마디 준비했다. 앙코르와트를 구경 가실 분들은 일단 마하바라타 와 라마야나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가시는게 신상에 좋다. 안 그러면 대체 뭘 봤는지 헷갈리기 십상이다.

그 긴걸 언제 보냐?라고 하실 분들을 위해 준비된 책이 있다. 서규석 저, <신화가 만든 문명 앙코르 와트>가 바로 그 책이다. 이 책 한권이면 앙코르와트에서 절대 주눅들지 않고 수많은 유적들을 감상할 수 있다. 그리고 요즘은 영 평판이 나쁘지만 유홍준 문화재청장이 남긴 명언, '아는 만큼 보이고, 보는 만큼 느낀다'를 실감하게 된다.아무튼 이 책을 통해, 그리고 이런 저런 문헌들을 통해 접해 보면 마하바라타는 사촌 형제들간의 치졸하다 못해 한심한 질투와 권력투쟁의 과정에 힌두 신화 최강의 영웅이자 비쉬누의 아바타인 크리쉬나가 뛰어들어 벌어지는, 수십년간에 걸친 살육의 대제전을 극도로 미화한 문학 작품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찮고 어리석은 동기에서 시작해 서로 무릎이 피에 잠기는 맹목적인 살육을 하면서도, 이 신화 속의 주인공들은 엄청나게 예의를 차린다. 일단 전쟁에서도 기마부대는 기마대까리, 전차대는 전차대끼리만 교전할 수 있고 해가 진 뒤에 전투를 시도하는 것은 반칙이다. 매복 따위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치졸한 행위로 치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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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에도 유럽 침략자들과 맞서 싸우던 인도인들을 지휘해 본 서구인들이 남긴 기록에따르면 당시 인도의 무사들은 매복 공격을 권유하자 얼굴 가득 수치의 빛을 띄며 강력하게 거부했다고 한다. 이 시절이 이 정도라면 수천년 전에는 '명예로운 전투'에 대한 집착은 저 당시에는 훨씬 강했을 거라는 생각도 든다.

아무튼 이 서사시는, 위대한 왕가의 후손들이 사촌끼리의 반목으로 저지른 이 대혈투 이후로 인간은 급속히 타락해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기도 하다.저런 엉망진창의 전투 부조를 보고 대체 이게 무슨 전투를 묘사한 건지 알게 뭐야, 라고 하실 분들은 미술사에 대한 기본이 부족한 분들이다. 이를테면 서양미술사에서 온몸에 화살이 꽂힌 반나의 청년을 그린 그림이 있다면 설명이 없어도 이건 '성 세바스티아누스의 순교'라고 알아 차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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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찬가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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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가는 원숭이 왕(오른쪽에 길게 누운 캐릭터) 옆에 가족들이 둘러 서 있고, 왼쪽에 활을 든 키 큰 남자가 서 있다면 이건 <라마야나>의 한 장면이고, 서 있는 사람은 역시 비쉬누의 아바타이며 활의 명수인 라마 왕자라는 사실을 알아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앙코르와트를 제대로 봤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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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물소 등에(사진에는 물소가 잘 안 보이지만 오른쪽 아래의 뿔을 보면 물소임이 분명하다) 타고 있는 인상 나쁘고 근엄해 보이는 사람이 있으면 이건 힌두교의 죽음의 제왕인 야마 신, 즉 불교에서 말하는 염라대왕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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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의 왕, 조신 가루다의 양 어깨를 밟고 서 있는 존재는 비쉬누 신 자신이 아니라면 그의 아바타인 영웅 크리쉬나다. 가루다를 탈 수 있다는 것은 비쉬누의 표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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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두 사진에 나오는 사람들은 모두 층층이 쌓인 머리에 수없이 많은 팔로 특징지어진다. 이 인물은 힌두 신화의 중요한 악역인 락샤사의 우두머리 라바나다. <라마야나>에서 라마의 아내 시타를 납치했다가 결국 라마에게 불사의 목숨을 빼앗기고 마는 비운의 주인공이다.

아무튼 앙코르와트 1층을 돌면서 이런 친근한 표상들을 마주치는 사람들에게는 한시간도 그리 길게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그저 무식하게 길고 으리으리하기만 한 돌덩이에 지나지 않는 것이 바로 앙코르와트다.이렇게 1층 관람을 마치고 2층을 지나 3층으로 올라가려면 갑자기 눈앞에 엄청난 급경사가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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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공포의 75도 계단. 사진상으로도 거의 직벽으로 보이지만, 저 앞에 선 사람들의 눈에도 딱 저 경사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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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밑으로 다가가도 이 정도. 네 발을 다 쓰지 않으면 도저히 올라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3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본래 12개가 있는데, 그중 유일하게 50도 정도의 '인간적인' 경사를 갖고 있는 서쪽 중앙 계단은 수리중 푯말이 붙어 있다. 그나마 철제 손잡이가 붙여진 남동쪽 계단은 약간 수월하게 오를 수 있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그런 쪽이 있는 줄 전혀 몰랐다. 후덜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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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게 올라온만큼 전망은 매우 훌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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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게 올라온 만큼 사진은 열심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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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이렇게 해서 앙코르와트 관람을 무사히 마쳤다. 내려올 때? 당연히 남동쪽 계단으로 힘겹게 힘겹게 한발짝씩 내려왔다. 매우 무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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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 다시 봐도 너무나 아찔한.이렇게 해서 첫날 관광은 이걸로 정리. 애고애고.

3편을 보시려면-

2편을 보시려면-

1편을 보시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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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딩크 선생이 내한 일정을 마치고 귀국했습니다.

한번 올때마다 화제를 뿌리고 가시는 히딩크 선생님. 참 개인적으로도 엄청난 업적을 남기셨지만 이분으로 인해 한국과 네덜란드간에 형성된 우호 친선의 분위기는 이루 다 말하기가 부족할 정도입니다. 물론 이분의 후임들인 조 본프레레와 핌 베어벡이 그리 좋은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게 좀 안타깝지만 히딩크와 아드보카트의 업적을 무너뜨릴 정도는 아닙니다.

아무튼 이런 양국간의 우호가 형성된 것은 좋은데, 이 우호관계를 거론할 때 약 400년 전 한국을 찾았던 화란인 하멜이 가장 먼저 거론되는 것은 사실 좀 불만입니다. 자세한 내용을 알면 납득하시겠지만 하멜은 양국 우호를 상징하기에 그리 적절한 인물이 아닙니다. 한국에 정을 붙이고 살았던 사람이 아니라 끝없이 빠삐용처럼 탈출을 시도하다가 마침내 성공한 사람이죠.

그런데도 불구하고 주한 네덜란드 기업인들이 만든 자선단체의 이름이 '하멜협회'로 붙여지는 등 항상 하멜 위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건 좀 안타까운 일입니다. 대안이 없다면 모를까, 정말 그 자리에 들어가야 할 사람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의 이름은 박연, 한국인들이 잊은 이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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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의 정체가 궁금하시면 아랫 글을 자세히 읽어보셔야 합니다.^^)

<두루두루> 박연에서 아드보카트까지

두 차례의 월드컵을 통해 한국과 네덜란드 사람들 사이에는 하나의 공고한 유대가 형성됐다. 특히 히딩크는 일본전을 앞두고 "명예 한국 시민의 자세로 일본을 반드시 꺾겠다"는 멘트까지 날려 한국 팬들의 가슴을 다시 한번 불타오르게 했다. 한 개인의 노력이 두 나라를 그 어느 때보다 친근하게 만들어준 사례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떠오르는 영화 한 편이 있다. 한 이방인이 머나먼 아시아의 한 나라를 방문한 뒤 서서히 그 나라 사람들과 동화되고, 마침내 그들과 목숨을 걸고 어깨를 나란히 싸운다. 그렇다. 바로 일본을 무대로 한 영화 <라스트 사무라이>다. 이 영화는 없는 신화를 만들어 내기 위해 네이선 알그렌이라는 가상 인물까지 동원해 감동을 쥐어 짜려 했지만 우리는 그럴 필요가 없다. 우리 역사에는 우연히 한국과 인연을 맺고 한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네덜란드인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흔히 한국과 네덜란드의 인연을 얘기할 때 1643년 한국에 온 <하멜표류기>의 저자 하멜을 꼽지만, 그는 한국 여자와 결혼해 13년 동안을 살고도 결국 적응하지 못해 결국 탈출한 뒤 고국에 돌아가 책을 썼다. <하멜표류기>의 많은 부분에서 자신의 귀국을 막은 한국인들에 대한 분노를 드러내고 있는 만큼, 그는 사실 '우호의 상징'으로는 그리 적합하지 않은 인물이다.

반면 박연(벨테브레)은 하멜보다 16년 앞선 인조 5년(1627년) 두 동료와 함께 한국에 표류했고, 훈련도감에 배속되어 총포술 교관으로 일하면서 박연이란 이름으로 귀화해 결혼도 했다. 1636년 병자호란이 터지자 조선을 위해 청나라에 맞서 싸우다 두 동료는 전사하고 박연만 살아남았다. <하멜표류기>에 따르면 하멜 일행이 제주도에 표류했을 때 박연은 통역 자격으로 이들을 만나 "이 나라는 살 만한 곳이니 정을 붙이고 살아 보라"고 설득한 것으로 전해진다.

먼 이방의 나라에서 다른 나라와의 전쟁에 뛰어들어 피를 뿌려 가며 이 땅의 사람들과 운명을 같이 했던 벽안의 한국인. 박연과 동료들의 실화를 모델로 드라마나 영화를 만들면 <라스트 사무라이>의 엉성한 감상주의를 능가할 수 있지 않을까? (끝)




그런데 놀랍게도 네덜란드 현지에서도 이 이름을 잊지 않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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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테브레(Jan Janse Weltevree)의 고향인 De Rijp(어떻게 읽는지 모르겠군요) 지방에는 그의 동상이 세워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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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의 가문 홈페이지(http://www.weltevreden.com/Fame/Fame.htm)에도 '우리 조상중에 최초로 한국 땅을 밟은 이런 분이 계시다'는 내용이 올라 있더군요. 참 감개가 무량합니다. (사실 중간의 사또 차림을 한 박연의 사진은 2002년엔가 박연과 하멜의 모습을 재현한 행사 사진 중 하납니다. 당시 주한 네덜란드 대사가 분장한 것이라는군요.^^)




마지막으로 유머 하나:

2002년 당시에도 이런 비슷한 논의가 있어서 회사에서 얘기를 한적이 있습니다.

이 사람 얘기를 했더니 회사의 어떤 선배가 하신 말씀:

"이야, 그럼 아악을 정리한 사람이 네덜란드 사람이었구나? 어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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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딩크형, 언제 또 오시려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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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의 이름을 모르는 한국인은 별로 없습니다. 하지만 신문에 나오는 '저우룬파'라는 중국 배우가 누구인지 당장 모르는 분들은 아직도 제법 많습니다.

사실 중국 배우나 감독들이 한자음으로 이미 굳어진 사람들(성룡, 주윤발, 유덕화 등)과 원음으로 알려진 사람들(장쯔이, 첸카이거, 차이밍량)로 나뉜다는 것은 지금도 심각한 문제입니다. 한 문장 안에서 이런 두가지 표기가 섞이는 경우도 있었거든요.

최근 들어 '무조건 원어 발음으로 표기한다'는 원칙에 따르라는 지적이 내려왔습니다. 이제부터는 성룡, 홍금보, 양조위 등의 표기는 사라지고 청룽, 훙징바오, 량차오웨이 같은 이름들이 지면을 채우게 된 겁니다.

이번 '적벽대전'의 주연 배우들 이름 표기를 보면 이런 난리가 없습니다. 양조위와 금성무가 나왔다가 갑자기 장첸(장진), 장펭이(장풍의), 린즈링(임지령)이 왔다갔다 합니다. 이렇게 한국식 한자음 표기와 원음식 표기가 혼용되는 데서 오는 문제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기자중에도' 너무나 많은 것 같습니다.



결국 어떻게든 통일을 해야 한다는 대의명분 아래, 원음 표기를 우선으로 한다는 대원칙이 세워졌습니다. 물론 그러고 나면 독자와 쓴 사람 사이의 숨바꼭질은 계속될 수밖에 없겠죠. 다행히 개중에는 어떻게 쓰건 금방 알아볼 수 있는 착한 이름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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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궁리라고 썼다고 못 알아볼리 없는 이름입니다. 하지만 가끔 오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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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더화라고 써도 가끔 오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지만 80%는 알아 봅니다.

하지만 심각한 이름이 더 많습니다. 예를 들면 양쯔충이라는 배우가 나왔을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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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배우가 이 양자경이라고 생각할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한자로 병기를 해주는게 원칙이지만 요즘은 한자 제대로 읽는 분들도 그리 많지 않더군요. 어쩌면 미국식인 미셸 여라고 부르는게 나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왕쭈셴은 누군지 아시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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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습니다. 왕조현입니다. 다음 배우는 중국 영화계의 수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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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羞恥는 아닙니다. 서기(舒淇)를 중국식으로 읽으면 그렇게 된답니다.






저우싱츠 정도는 눈치만 있으면 알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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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이죠.

하지만 추수전이라는 배우를 아냐는 질문을 받으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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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을 대표하는 글래머 구숙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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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배우는 고수가 아닙니다. 곽부성도 아닙니다. 궈푸청입니다.





자, 그럼 제목에 나오는 진청우씨는 대체 언제 나오는 걸까요.

가장 쇼킹한 이름은 바로 진청우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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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성무를 진청우라고 써야 하느냐 하는 것은 참 어려운 문제입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그는 일본인 아버지와 중국인 어머니를 둔 일본인입니다. 정확하게 그의 이름을 쓰자면 가네시로 다케시라고 써야겠죠. 아마 이 쪽이 혼동도 적을 것 같습니다.

물론 저는 배우나 감독 이름은 한국식 한자음대로 표기하고 싶어하는 쪽이라서, 지금껏 줄기차게 장쯔이 대신 장자이(章子怡)라고 써 왔습니다. 하지만 첸 카이거를 진개가(陳凱歌)라고 쓰니 역시 못 알아보시는 분이 많더군요.

자오웨이 또한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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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저우성츠와 자오웨이가 주연한 영화 소림축구'라고 쓰는 것은 참 보기 싫을 것 같습니다. 뭐 신문에는 그렇게 쓰겠지만, 이곳만큼은 끝까지 '주성치와 조미'라고 쓸 생각입니다.

그런데 <소림축구>는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군요. 샤오린.... 축구는 뭐라고 해야 하려나.


p.s. 사실 '저우룬파-주윤발'은 좀 문제가 있는 이름입니다. 그는 미국에서 활동할 때 초 윤 팟(Chow Yun Fat)이라는 이름을 씁니다. 이건 周潤發을 광동어 발음으로 읽은 것이죠. 저우룬파는 북경어 발음인 셈입니다.

이름이라는 건 자고로 자기가 자기를 부르는 식으로 써야 하는데 기껏 현지 발음이라고 저우룬파라고 불러도 결국은 엉뚱한 발음이 되고 만다는 게 아이러니컬할 뿐입니다.




'적벽대전' 리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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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여름 시즌은 세계적인 영화 시장의 대목입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5월부터 8월말까지의 석달간이죠. 물론 남반구는 정 반대가 되겠지만, 북반구의 대다수 문명국가에서는 이 시기에 사람들의 외부 활동이 많아집니다.

특히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은 5월 1일 노동절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블록버스터의 계절이 시작됩니다. 이때부터 여름방학을 관통하는 시기에 각 대형 스튜디오들의 그해 농사가 판가름나죠. 물론 한국영화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지만 작년 이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공세가 국내 영화를 압도했습니다. 물론 블록버스터 중에서도 정말 잘 만든 영화들이 많았던 작년이 특히 강한 해였고 올해는 지난해 정도는 아닌 것 같습니다.

올해를 빛낸(?) 블록버스터들을 일단 정리해 보겠습니다.

5월2일 개봉영화들의 미국 흥행 성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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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아이언맨이 개봉 첫 주말에만 1억달러 이상을 벌어들이며 순조로운 출발을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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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9일. '아이언 맨'이 2주 연속 정상을 지배합니다. 비가 출연해 화제였던 '스피드 레이서'는 개봉 첫주부터 3위, 김이 빠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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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16일. '나니아연대기2-카스피안 왕자'가 1위를 먹었습니다. '아이언맨'은 여전히 2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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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3일. '인디애나 존스 4'가 가볍게 첫주에 1억5000만달러를 거둬들이며 1위에 안착. '나니아 연대기2'는 비록 2위로 밀려났지만 이미 1억달러에 육박하는 성과를 거뒀습1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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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30일. '섹스 앤 더 시티'가 1위에 오르지만 지금까지의 다른 1위들에 비해 훨씬 적은 5000만달러 선의 수입에 그칩니다. 1위에 집중되지 않고 그래프가 넓게 퍼졌다는 걸 보여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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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6일 '쿵푸 팬더'도 '섹스 앤 더 시티'보단 낫지만 그리 압도적인 모습은 아닙니다. '인디애나 존스 4'의 관객이 아직 그리 줄지 않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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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13일. '인크레더블 헐크'가 밀고 올라옵니다. '쿵푸 팬더'는 2주 합계 1억달러 흥행을 돌파해버리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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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20일. '겟 스마트'가 1위에 오릅니다. 미국에서만 볼 수 있는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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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27일. 픽사의 'Wall E'가 근소한 차이로 '원티드'를 제치고 1위. 만만찮은 대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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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4일. '핸콕'이 두 영화를 모두 물리쳐 버렸습니다. 그래도 세 작품 모두 1억달러 흥행에는 아무 지장이 없는 상태. 초대박은 아니지만 모두 행복한 결말입니다.

(날짜는 모두 영화들의 개봉 날짜입니다. 통계가 나온 날짜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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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의 집계를 볼 때 올해 여름의 최강자는 3억달러 흥행을 넘어선 '아이언 맨'과 '인디애나 존스 4'로 압축할 수 있습니다. 사실상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할 때도 비슷한 결과가 나올 겁니다. 특히 '아이언 맨'은 경쟁이 치열한 여름 블록버스터시즌에 2주 연속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다는 대단한 위용을 뽐냅니다. (표를 보셨다시피 2주 연속 1위를 차지한 건 '아이언 맨'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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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도 두 영화 모두 400만 고지를 돌파하며 대박을 일궈냈습니다. 차이가 있다면 한국 시장에선 이들 외에도 '쿵푸 팬더'가 400만을 넘어섰다는 것. 이대로 가면 한국에서의 최종 승자는 '쿵푸 팬더'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 뒤를 이어 지난주까지 '강철중'이 340만 정도로 4위권. '원티드'가 200만 고지를 넘어선 것으로 보이고 '나니아 연대기2', '섹스 앤 더 시티' '인크레더블 헐크' 등이 100만 이상의 관객을 불러모았습니다. 그나마 '강철중'이 한국 영화의 자존심을 살렸다...고 해 버리기엔 대단히 의미 있는 숫자입니다. 한국 정도로 로컬 무비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여름 시즌에 정면 승부를 할 수 있는 나라가 거의 없다는 점을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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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이후의 사정도 비슷합니다. 일단 이번 주말은 '적벽대전' 앞에 할리우드 영화들이 자취를 감췄습니다. 미국에서 7월11일 개봉작인 '헬보이 2'와 '삼차원 여행(Journey to the Center of the Earth의 번역 치곤 참 해괴합니다)'는 아예 국내에선 상영 일정도 잡히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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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 주, 한국에선 대망의 '놈놈놈'이 17일 개봉하고 할리우드에서는 크리스토퍼 놀런의 두번째 배트맨 영화, '다크 나이트'와 '맘마미아' 영화판이 18일 막을 올립니다. 두 영화가 붙는다면 그야말로 대 격돌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지만, 이런 대결은 벌어지지 않습니다.

'다크 나이트'가 일단 한국 시장에서는 '놈놈놈'의 위력을 인정하고 8월 7일로 개봉일을 멀찍이 물려 잡았기 때문입니다. '마마미아'는 아예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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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주도 마찬가지입니다. '엑스 파일: 나는믿고싶다'가 7월25일 개봉이지만 한국에서는 7월24일 개봉하는 이준익 감독의 '님은 먼곳에'를 피해 달아났습니다. 국내에선 8월14일 개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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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대작 두 편을 피해간 할리우드 영화는 그 다음주에야 한국과 미국에서 함께 막을 올립니다. '미이라 3'는 한국에선 7월31일, 미국에선 8월1일 개봉이죠. 차승원 한석규 주연의 '눈에는 눈, 이에는 이'와는 승부해 볼 만 하다고 생각한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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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 8월 7일, 할리우드는 이제 파장입니다. 별다른 흥행 후보작인 눈에 띄지 않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월 E'와 '다크 나이트'가 8월7일 정면 승부에 들어갑니다. 두 편 모두 이런 저런 사정을 피해 개봉 날짜를 늦춰 격돌하게 된 거죠.

8월14일 이후는 한국도 소강국면으로 접어듭니다. 류승완 감독의 '다찌마와 리'가 14일 개봉해 '엑스 파일'과 맞붙고, 주성치의 '장강 7호'가 미루고 미룬 끝에 8월21일 개봉될 것 같습니다. 당초 여름 시즌을 노릴 것으로 예상됐던 '신기전', '모던 보이', '고고 70' 등의 기대작들은 모두 9월 이후로 개봉이 연기돼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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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볼 때 현재 한국 영화의 올 여름 시장 '우승 가능 수치'는 약 500만 정도로 잡을 수 있을 듯 합니다. '아이언 맨', '인디애나 존스 4', '쿵푸 팬더', '강철중' 등 지금까지 나선 도전자들이 모두 500만을 넘지 못하거나, 넘어도 아슬아슬하게 넘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죠.

그럼 이 숫자는 아무래도 '놈놈놈'에 물어봐야겠군요. 과연 '놈놈놈'의 스코어는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요? 저도 매우 궁금합니다. '놈놈놈' 리뷰는 다음주에 쓸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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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크로싱'은 여전히 국내 박스오피스 4-5위권에 머물고 있지만 아직 관객 동원은 눈길을 끌 정도는 아니군요. 올 여름이 가기 전에 '크로싱'도 100만 관객을 넘어선 영화 대열에 끼는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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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에 예고했던 '유재석의 성공의 비밀' 편입니다. 유재석의 성공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저번에 언급했던 '서세원 쇼'의 '토크박스'가 나오고, 그로부터 얼마 뒤 시작된 MBC TV의 '동거동락'을 빼놓을 수 없죠.

'동거동락'은 한창 인기있는 젊은 연예인들을 한 방에 몰아넣고 하룻밤을 지새게 하며(물론 중간 중간 잠도 잡니다. 진짜 잤는지는 잘 모르겠군요) 진행했던 초유의 프로그램입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수많은 여자 연예인들이 자다 깬 부스스한 얼굴, 콘택트 렌즈를 뺀 안경 모습 등을 공개했죠. 그리고 MC도 아닌 떼거리로 연예인들이 팀을 이뤄 미션을 이행하고, 볼거리를 만들어 내는 프로그램의 원조로 꼽을 만 합니다. 이후 이 포맷은 '강호동의 천생연분'으로, 또 'X맨'으로, '무한도전'으로, '1박2일'과 '패밀리가 떴다'로 발전해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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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시기는 국내 예능 프로그램 제작자들이 어떻게 하면 서구 TV의 대세인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국내로 들여올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심각하게 하던 시기였습니다. '꽃님이'가 등장한 것도 비슷한 시기였지만, 뭘 하든 한국에선 아직 일반인들을 데리고 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결론이 내려졌습니다. 일부 방송사의 몇몇 젊은 PD들이 과감하게 리얼리티 쇼 형식을 시도했지만 어설픈 설정과 지나친 연출의 개입(즉 '조작'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 때문에 여론의 철퇴를 맞고 사라진 것도 이 무렵입니다.

이때문에 한국의 리얼리티 쇼는 "어쨌든 연예인을 데리고 해야 욕을 안 먹는다"는 전제를 깔고 시작합니다. 다소 잔혹하게 보이는 서바이벌 형식의 프로그램도 연예인들이 대상이 되면 어느 정도 완화돼 보이죠. 하지만 국내에서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서바이버'나 '빅 브라더'같은 프로그램을 진행하면 당장 또 무슨 시민단체에서 인권 문제를 들고 일어났을 겁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서바이벌 리얼리티 쇼는 현재 케이블 TV에서 열심히 실험중이죠. 언제 지상파로 진입할 지는 아직 미지수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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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거동락'은 본질적으로 서바이벌 쇼인데다 콘티 없이 진행되는 라이프 리얼리티 쇼의 스타일까지 가미되어 있었습니다. 자연히 진행자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했죠. 이렇게 많은 스타들을 한꺼번에 통제(?)하는 중임을 맡은 유재석은 이때부터 '배려형 MC'로 일약 자질을 뽐내게 됩니다. 체면 가리지 않고 몸을 던져 망가져 주면서도 워낙 타고난 지적인 외모(?) 덕분에 천박하거나 무식해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 주효했습니다.

자, C양 얘기가 안 나와서 분노하는 분들을 위해 바로 시작합니다. 당시 '동거동락'을 만들어 내고 독립 프로그램으로 육성한 사람은 MBC 예능의 실력자였던 모 PD였습니다. 한때 MBC 예능 프로그램의 라인업을 모두 결정했을 정도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이 분은 새 MC를 찾고 있을 때 한통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전화의 내용은 "요즘 새로 들어가는 프로그램 있으면 꼭 추천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는 거였습니다. 이 추천자는 "이름은 모르겠는데 '메뚜기'라고 하면 다들 안다. '서세원쇼'에서 봤는데, 정말 재미있다. MBC에선 아직 안 나온 것 같은데 맨날 같은 얼굴 쓰지 말고 꼭 걔를 데려다 쓰라"고 말했다는 겁니다.

이런 강력한 추천을 한 사람은 누굴까요. C양입니다. 물론 연예계에 널린게 C양이지만, 이분은 한때 'C양'이란 이니셜을 자신이 독점할 수 있었던 분이죠. 바로 이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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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최진실의 추천 한마디가 그렇게 강력할 수 있었을까요? 이건 당시 전화를 받은 PD의 증언이 더 잘 말해줄 것 같습니다.

"최진실은 괜히 톱스타가 된 게 아니다. 드라마건 예능이건, 최진실만큼 정확한 감을 갖고 있는 사람은 만나 본 적이 없다. 어떤 드라마를 들어가거나 어떤 쇼 프로에 출연할 때 최진실은 본능적으로 그 프로가 대박이 날지, 쪽박을 찰 지를 꼭 짚어 맞추고, 실제로 도움이 되는 조언을 해 줄 수 있는 사람이다. 나는 지금까지 수많은 예능 프로를 만들었지만 항상 첫회 게스트로 최진실을 써 왔다. 대개 예능 프로는 처음엔 조금 엉성한 데가 있기 마련인데, 녹화가 끝난 뒤 최진실은 어디를 보강하고 어떤 코너를 넣어야 하는지를 누구보다 정확하게 짚어냈다. 자기와 친하다고 아무나 추천하는 사람도 아니었다."

놀랍게도 톱스타들 중엔 이런 식의 감각적인 판단력이 발달한 사람들이 많죠(생각해보면 이상한 일은 아닙니다). 논리로는 설명할 수 없지만 뭔가 '이건 되겠다'는 느낌이 온다는 겁니다.

한때 라디오 PD들에게 농담 삼아 '어떤 노래가 히트할 지 가장 정확하게 맞추는 사람이 누구냐'고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그때 들은 대답은 이 사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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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 DJ라 많은 노래를 들어 본 경험도 큰 힘이 됐겠지만 어떤 PD보다도, 어떤 스타 프로듀서보다도 정확하게 '뜰 노래'과 '그냥 말 노래'를 이 분이 짚어내더라는 겁니다.



(또 딴데로 샜지만) 아무튼 그런 최진실의 말이니 허투루 들을 수가 없었겠죠. 당시 메뚜기고 유재석이고 그런 인물의 존재는 알았지만 전혀 관심이 없었던 이 PD는 유재석과 인터뷰를 진행해 본 뒤 그를 전격 발탁했습니다. 그리고 유재석은 '동거동락'을 통해 최진실의 추천이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했습니다.

유재석은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을까요? 이 PD가 유재석에게 그 이야기를 해 준 건 '동거동락'이 정상의 인기를 누리고서도 한참 지나서의 일입니다. 이야기를 들은 유재석이 최진실을 은인으로 모신 건 너무도 당연한 일이겠죠. 이렇게 해서 이들은 지금까지 행복하게 잘 살고 있습니다. (해피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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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이 이야기의 교훈은 많습니다. 아무리 뛰어난 사람이라도 진짜 성공을 위해선 자신을 알아 봐 주고 결정적일 때 추천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것도 있죠. 또 사람을 추천한다는 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도 알 수 있습니다. 평소 자기 주위의 모든 사람이 드러나지 않은 천재라고 생각하는 사람(저는 '주변미화증후군'이라고 부릅니다)은 좋은 추천자가 될수 없죠. 친한 사람이건 아니건, 어떤 자리에 추천할 때에는 보다 냉정한 판단이 필요합니다.

소개팅도 마찬가지. 주위에 싱글들만 보면 아무렇게나 갖다 붙여서 만나게 해 주는 분들은 그분들의 인생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죠. 특히 나중에 당사자들이 항의할 때, '혹시 둘이 만나면 좋아할 지 어떻게 아느냐'는 변명은 하지 않으시는게 좋을 것 같네요. (...그런데 대체 왜 이런 결론이?)






전편을 보시려면



p.s.2. 혹시 자주 오시는 분 가운데 런던 또는 에딘버러에 사시는 분, 메일 부탁드립니다. fivecard@naver.com 몇가지 여쭤볼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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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역시 돈벌이는 쉬운게 없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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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그렇지만 홍콩 영화 감독들은 다작이 숙명입니다. 간혹 그 운명을 거부한 감독들도 있었지만, 그들에게 돌아간 것은 철저한 마이너로서의 길이었죠. 오우삼은 그렇지 않았고, 지금까지 그가 만든 영화는 할리우드와 홍콩을 합해 50편 정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사실 개인적으로 오우삼의 영화들을 되새겨 보면, 기억에 남겨 둘 만 하다고 생각했던 영화들이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일단 '영웅본색' 1편과 2편을 빼놓을 수 없겠고, 밉든 곱든 '첩혈쌍웅'이 있습니다. 이어 그의 홍콩시대를 마무리하는 '첩혈가두'와 '종횡사해'가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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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로 넘어가선 '브로큰 애로우'와 '페이스 오프'가 화려한 액션 거장의 탄생을 알렸죠. 하지만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미션 임파서블'이 나왔고, '페이첵'에서는 그에게 새로운 자극이 필요한게 아닌가 하는 의혹이 일어났습니다. '적벽대전'은 이런 시점에서 등장한 영화입니다. 할리우드 영화로도 적다고는 할 수 없는 800억원의 제작비와 홍콩-중국-대만 영화계를 망라한 올스타 캐스팅. 과연 이 영화가 오우삼에게 어떤 의미를 가진 영화가 될지가 궁금한 시점입니다.

거론한 영화들을 돌이켜 볼 때 오우삼은 이성보다는 감정을 통제하는 데 능력을 발휘해 왔다는 점과 그의 영화 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뛰어난 배우에 많은 것을 의지하는 감독이라는 점이 눈길을 끕니다. 그의 영화는 정교한 플롯이나 영화 전체를 쥐고 흔드는 빼어난 통찰을 보여준 적이 없습니다. 영상미의 완성도에도 크게 관심을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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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의 영화는 관객의 마음을 뒤흔드는 힘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힘은 지금까지 주로 두 명의 배우들을 통해 드러났죠. 바로 주윤발존 트래볼타입니다. 주윤발과 오우삼의 관계에 대해 굳이 얘기하는 건 지면 낭비가 되겠죠. 동아시아인, 특히 수컷들이라면 누구라도 공감할 수 있는 우정과 신뢰, 배신과 복수의 이야기를 주윤발은 깊은 눈빛으로 구현해냈습니다. 솔직히 그 아닌 다른 어떤 배우로도 홍콩에서의 오우삼의 성공을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는 '첩혈쌍웅' 처럼 엉망진창의 플롯을 가진 영화도 사람들의 추억 속에 남게 하는 기이한 매력을 발휘했습니다.

(물론 여자들에게는 아닙니다. '영웅본색' 조차도 여자 관객들에겐 장국영의 영화죠. 장국영이 출연하지 않았다면 '영웅본색'은 남자들만의 컬트가 되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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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에서 오우삼이 발견한 것은 존 트래볼타입니다. 주윤발이 그의 영웅이었다면 존 트래볼타는 그가 창조해 낸 가장 완벽한 악당이었죠. '브로큰 애로우'와 '페이스 오프'에서 트래볼타는 중국 삼십육계 중의 소리장도(笑裏藏刀-웃음 뒤에 칼을 감추다)를 완벽하게 구현해냅니다. 이 두 편의 영화에서 정의의 편인 크리스찬 슬레이터나 니콜라스 케이지 보다는 트래볼타가 훨씬 빛나는 것도 우연이 아닙니다. 오우삼이 어느 쪽에 더 공을 들이고 있는지가 너무도 선명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이 두 배우 없이 오우삼이 남긴 업적을 꼽기는 매우 곤란해집니다. '미션 임파서블 2'는 너무도 노골적으로 '자, 너희가 원하는 게 고작 이런 거지?'라고 말하는 영화였죠. 비평은 형편없었지만 미국 시장에서는 엄청난 수익을 거뒀고, 오우삼은 자신감을 얻어 '윈드토커'를 만들어냅니다. 하지만 불행히도 그가 2차대전을 무대로 그리려 했던 '남자 이야기'는 모든 사람들로부터 외면당합니다. 이 영화에는 존 트래볼타도, 주윤발도 없었죠.

너무 길어졌지만, '적벽대전'은 원작을 보는 오우삼의 시각에서 심각한 문제를 드러냅니다. 소설 삼국지연의(이하 삼국지)는 괜히 베스트셀러가 된 책이 아닙니다. 이 책은 수백년 동안 수천만의 독자들에게 읽혀 왔고, 그 주인공들 사이의 관계며 대사 하나 하나가 명언록에 올랐습니다. 일단 그 소설 전편에서 '적벽대전'을 영화화하기로 결정한 것은 훌륭한 선택입니다. 수천페이지짜리 소설에서 가장 극적이면서도 핵심적인 내용을 뽑아낸 부분이기 때문이죠. 한국에서는 그 부분만으로 판소리 한편(적벽가)을 만들 정도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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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불행히도 오우삼은 이 너무도 잘 알려진 이야기를 '재해석'하겠다는 야심을 품습니다. 대개의 경우 재해석이라는 것은 '기존의 해석'에 사람들이 질려 있을 때 하는 거죠. 불행히도 소설 삼국지의 독자들은 '기존의 해석'에 질릴 기회를 별로 얻지 못했습니다. 그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책으로 읽었던 감동적인 작품의 명장면이 어떻게 영상으로 구현되는가'였는데, 오우삼은 뭔가 자신의 색깔을 입혀야 한다는 공명심이 앞섰습니다. (이건 얼마전 개봉됐던 영화 '용의 부활'과 똑같은 실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 오우삼 아니라 어떤 감독이라도 자신의 의지대로 영화를 만들 권리가 있죠.  하지만 '반지의 제왕'이 거대한 호평을 받은 가장 큰 이유는 원작을 '제대로' 화면에 옮겼기 때문입니다. 물론 오우삼의 선택도 어느 정도 지지를 얻고 있습니다. '삼국지'라는 소설을 제대로 읽어보지 않았거나 남자들의 이야기에 별 관심이 없는 여성 관객들에게는 상당한 호응이 나오더군요.

하지만 원작 마니아의 시각에서 볼 때 오우삼의 '적벽대전'은 남자들과 남자들의 관계를 다루는 데서도 실패했고, 원작에 나오는 대규모 전투의 시각적 변환에서도 신통치 않았습니다. 소설에 나오는 제갈양과 주유는 서로 겉으로는 웃으면서 속으로 마음 속의 칼을 견줘 보는 일대 영웅들입니다. 거기서 풍겨나오는 긴장감이 매력적이죠. 하지만 '적벽대전'의 주유와 제갈양은 서로 전학 와서 주먹 대보기 하는 중학생들 같습니다. 은근하고 깊은 맛이 사라지고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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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우삼이 마지막까지 이 영화에 주윤발을 출연시키기 위해 노력한 것도 이해가 갑니다만, 출연했더라도 주유 역이라는 건 고개를 갸웃거리게 합니다. '주랑(周郞)'이라 불렸던 꽃미남 스타 주유 역에 주윤발이라는 건 납득하기 힘들죠.

전투 신에서도 대규모 기병 액션을 기대했던 사람들에게 남은 건 실망뿐입니다. 맨 땅에서 두 다리로 달리며 싸우는 보병 관우-장비란 게임 '진삼국무쌍'에나 나오는 겁니다. 적토마 갈기를 나부끼며 82근 청룡도를 휘두르는 관운장의 위용을 볼 수 없는 삼국지라는 게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팔괘진을 응용한 것까지는 좋았지만 팔괘진으로 포위해 놓고도 적병을 어쩌지 못한다는 해괴한 진행 역시 관객을 짜증스럽게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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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놈놈놈'을 보면서 몇몇 사람과 함께 대화를 나눴습니다. "그러니까 '적벽대전'을 김지운 감독이 만들었어야 해." '놈놈놈'의 거의 마지막 부분, 일본군을 뚫고 말을 달리며 '장총 돌려쏘기' 묘기를 과시하던 정우성의 모습이 '적벽대전'에 나오는 어느 장수보다 멋졌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정우성은 '적벽대전'의 조자룡 역으로 제일 먼저 물망에 오른 적이 있죠.)

아무튼 원작 팬들의 한숨은 자꾸 깊어만 갑니다. '용의 부활'과 '적벽대전'이 이렇게 흘러가 버리면, 과연 진정한 '영상으로 보는 삼국지'는 언제나 관객들 앞에 나타날까요. 사실 이대로라면 송혜교가 캐스팅된 오우삼의 차기작 '1949'도 크게 기대가 가지 않습니다. 오우삼은 과연 부활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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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마음에 한스 짐머의 걸작 '브로큰 애로우'를 다시 들어 봅니다.

 



아울러 늘 장국영이 부르던 주제가만 나오는데 질린 분들을 위해,





처음 썼던 '적벽대전' 리뷰입니다.




그리고 관련이 꽤 있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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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하 놈놈놈)'이 개봉을 앞둔 역사적인 국내 시사에 나섰습니다. 너무 인파가 밀려 영화를 못 본 기자들 - 개중에는 기자를 사칭한 정체불명의 인사들도 꽤 많았다지요(^^) - 이 분노의 일갈을 터뜨리기도 했습니다만, 아무튼 '놈놈놈' 자체에 대한 얘기는 좀 뒤로 미루고자 합니다.

사실 이 이야기는 영화 '놈놈놈'이 제작에 들어갈 때부터 꼭 해야겠다고 벼르던 얘깁니다. 그리고 지금이 아니면 굳이 할 필요도 없는 얘기죠. 개인적으로는 대단히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만, 주위에선 '그게 뭐 그리 중요해?'라는 식의 반응을 보이는 사람도 있더군요. 하지만 저는 이게 한국 문화의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괜히 심각해졌군요. 이런 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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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원섭의 두루두루] '석양의 무법자'의 제자리 찾기

 

김지운 감독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 칸에서의 프리미어 갈라에 이어 국내에서도 7일 시사회를 열었다. 175억원이라는 막대한 제작비를 투입한데다 송강호-이병헌-정우성이라는 세 톱스타의 무게가 몰린 기대작이라 시사회장부터 초만원이었다.

이 영화의 제목을 듣는 순간 서부극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1966년작 '석양에 돌아오다'를 연상하게 된다. 이 영화의 제목이 영어로 '좋은 놈, 나쁜 놈, 못생긴 놈(The good, the bad, and the ugly)'이기 때문이다(이탈리아어로는 'Il Buono, il brutto, il cattivo'). 클린트 이스트우드, 리 반 클립, 일라이 월락이 남북 전쟁과 보물 찾기를 소재로 인간의 욕망과 승부의 덧없음을 그린 걸작이다.

그런데 이런 설명에 뭔가 이상하다고 느낄 사람도 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의 한국 제목을 '석양의 무법자'라고 잘못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1969년 7월 국내 개봉 때 '석양에 돌아오다'라는 제목이 붙여졌다.

'석양의 무법자'라는 영화는 따로 있다. 이건 이 영화보다 1년 전에 만들어진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Per qualche dollaro in piu'이 1967년 국내 개봉될 때 붙여진 제목이다. 영어 제목은 'For a Few Dollars More'. 역시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리 반 클립이 나오지만 이번엔 악당 잔 마리아 볼론테에 맞서 싸우는 같은 편이다.

정리하면 이렇다.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은 1964, 65, 66년에 클린트 이스트우드 주연의 서부극 세 편을 연속으로 내놨다. 그리고 세 영화의 한국 개봉 제목은 각각 '황야의 무법자', '석양의 무법자', '석양에 돌아오다'다.

하지만 현재 국내에서는 3부작의 첫편 '황야의 무법자'를 제외한 나머지 두 편의 제목이 혼란에 빠져 있다. 왜일까. 거슬러 올라가면 과거 TBC-TV가 '석양에 돌아오다'를 TV로 방송하면서 갑작스레 '속 석양의 무법자'라는 제목을 붙인 데서 비롯됐다.

이후 1980년대 비디오 출시 과정에서 무책임한 제작사가 '석양에 돌아오다'에 '석양의 무법자'라는 제목을 붙여 버렸다. 이렇게 제목을 빼앗긴 진짜 '석양의 무법자'는 '황야의 무법자 2', '석양의 건맨' 이라는 엉뚱한 제목으로 밀려나는 비운을 겪었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실수가 지금껏 고쳐지지 않고 있는 것이 한국 대중문화의 현주소다.

영화의 원제도 중요하지만 국내 개봉 제목 또한 중요한 유산이다. 우리는 '내일을 향해 쏴라'와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를 기억하지, 'Butch Cassidy and the Sundance Kid'나 'Bonnie and Clyde'를 기억하지 못한다. 지금이라도 '석양에 돌아오다'와 '석양의 무법자'는 제 자리를 찾아야 한다.

p.s. '놈놈놈'과 '석양에 돌아오다'는 제목 외에는 그리 비슷하지 않았다. (끝)





뭐든 물증이 필요하겠죠. 이건 1967년 9월 개봉한 '석양의 무법자'의 신문 광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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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광고를 보면 '석양의 무법자'가 '황야의 무법자'의 2탄이라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오른쪽 광고에는 'FOR A FEW DOLLARS MORE'라는 원제가 표기돼 있죠.


그리고 이건 2년 뒤, 1969년 7월 개봉한 '석양에 돌아오다'의 광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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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전작이 '석양의 무법자'라고 명시되어 있죠.

책은 가끔씩 번역될 때마다 새로운 제목이 붙기도 합니다. 하지만 한번 수입된 영화의 제목은 여간해서는 바뀌지 않죠. 더구나 윗글에서도 썼지만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나 '내일을 향해 쏴라'는 영어 원제를 넘어서서 독자적인 생명을 갖고 있습니다.

한 영화의 시사회에 기자만 1000명 넘게 온다는(?) 나라, 할리우드에 맞서는 영화강국을 자처하는 나라, 인터넷 블로그만 뒤져도 자칭 영화평론가가 넘쳐 나는 나라에서 이런 영화사에 남을 걸작의 제목 하나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혼동을 자초한대서야 웬 망신입니까.

심지어 영상자료원까지 혼동을 자초하고 있습니다.

'석양에 돌아오다'를 검색하면 이렇게 나옵니다. 제대로 돼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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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석양의 무법자'입니다.

영화 제목과 출연 배우가 따로 놉니다. '석양의 무법자'에는 엘라이 월락이 나오지 않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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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엔 '석양의 건맨'이란 영화도 등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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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빨리 정비가 됐으면 합니다.



자, 그럼 이 기회에 헷갈릴 수도 있는 세 편의 영화, 세르지오 레오네의 스파게티 웨스턴 3부작을 한번 총정리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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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황야의 무법자(Per un pugno di dollari, 1964)

영어 제목은 A Fistful of Dollars, 즉 '한줌의 달러'입니다. 자꾸 익숙한 영어 제목 대신 이탈리아어 제목을 먼저 쓰는 건 제가 잘난 척 하려는게 아니라 이 영화들의 국적이 미국이 아니라 이탈리아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레오네 본인이 이 시절까지는 영어를 거의 할 줄 몰랐다는군요. 촬영 장소 또한 스페인의 사막지대였을 뿐, 미국과는 아예 거리가 멀었습니다.

이 영화는 구로사와 아키라의 '요짐보'를 번안한 수없이 많은 영화들 중 하나라는 점에서 특이합니다. 바로 이런 내용이죠.

- 라이벌 관계에 있는 두 갱단이 지배하고 있는 마을에 한 총잡이(혹은 칼잡이)가 나타난다. 두 조직은 앞다퉈 이 총잡이를 끌어들이려 하지만, 이들의 경쟁을 이용해 총잡이는 두 조직을 궤멸시키고 여인(?)을 구해낸다. -

네. 더쉴 해미트의 '피의 수확'에서 파생된 이야기는 수없이 많은 영화들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월터 힐 감독의 '라스트 맨 스탠딩', 그리고 코엔 형제의 '밀러스 크로싱' 등이 다 비슷비슷한 얘기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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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석양의 무법자(Per qualche dollaro in piu, 1965)

영어 제목은 'For a Few Dollars More', '몇달러 더 되는 돈을 위해'(?) 정도의 의미가 되겠죠. '황야의 무법자'로 신이 난 레오네 감독과 이스트우드는 또 한편의 영화를 뚝딱 만들어냅니다. 이번엔 냉혹한 눈매의 리 반 클립이 가세합니다.

바운티 킬러인 몽코(클린트 이스트우드)는 묘하게 모티머 대령(리 반 클립)과 합세해 멕시칸 은행강도 무리의 두목 인디오(잔 마리아 볼론테)를 쫓게 됩니다. 이를 위해 몽코는 그의 패거리 안에 뛰어듭니다.

대개 전편보다 나은 속편이 없다는 속설이 깨진 예의 시작을 '스타워즈 에피소드5 - 제국의 역습'과 '대부 2'를 꼽지만 아무래도 '석양의 무법자'를 빼기 힘듭니다. 아, 물론 '황야의 무법자'와 '석양의 무법자'를 전편과 속편으로 보는 것이 무리일 수도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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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석양에 돌아오다 (Il Buono, il brutto, il cattivo)

영어 제목은 그 이름도 유명한 'The good, the bad, and the ugly'.

남북전쟁 말기의 미국. 좋은 놈(클린트 이스트우드)은 못생긴 놈(일라이 워크)를 잡아 현상금을 타고, 사형 집행때 다시 못생긴 놈을 구해 내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느날 좋은 놈은 더 이상 이런 동업의 의미가 없다고 판단하고 청산에 나서죠. 어찌어찌하다 이들 둘과 나쁜 놈(리 반 클립)은 남군의 패잔병들이 빼돌린 20만달러를 찾아 경쟁하게 됩니다.

180분의 상영 시간이 결코 부담스럽지 않은 걸작. 안 보신 분들이 있다면 꼭 찾아 보시기 바랍니다.

세 편 모두 엔니오 모리코네의 가슴 뛰는 음악이 함께 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 세 편의 영화 음악이 모두 똑같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적지 않다는 겁니다. 이번 기회에 비교해서 들어보시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첫번째, '황야의 무법자'입니다.



다음은 '석양의 무법자'.



다음이 '석양에 돌아오다'입니다.



마지막은 '석양에 돌아오다'의 압권을 이루는 '엑스터시 오브 골드' 장면.

메탈리카의 연주곡으로도 잘 알려진 곡이죠. 본래 영화 장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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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상 '놈놈놈'에 대해서는 얘기를 할 기회가 없었군요. 뭐 아직 개봉이 멀기도 했지만... 짧게 한 마디 하자면, 김지운 감독의 전작('반칙왕', '장화홍련', '달콤한 인생' 등)을 재미있게 보신 분들은 보셔도 좋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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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바뀌었는데도 여전히 비가 내린다. 그리 심하게 쏟아지는 비는 아니지만 먹구름 가득한 하늘과 함께 지금이 캄보디아의 우기라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게 하는 그런 비다.
씨엠립 시내에서 앙코르 와트까지는 차로 약 15~20분 거리. 시내를 벗어나 앙코르 와트로 가는 대로변(그래봐야 4차선 정도 된다)에 소피텔과 메르디앙 호텔이 있다.

앙코르 와트가 저 멀리 보이고, 차는 좌회전해 다시 달린다.이내 앙코르 종합 매표소에 도착. 대부분의 사람들이 40불짜리 3일권을 산다. 이 표를 사면 3일간 표를 보여주기만 하는 것으로 모든 주요 관광지의 출입이 자유롭다. 단 3일권부터는 사진을 부착해야 하므로 미리 사진을 가져가는 것이 현명하다. 현장에서 사진을 찍을 수도 있지만 줄의 길이가 장난 아니다.모든 걸 제쳐두고 앙코르 와트부터 보자고 했으나 우리의 드라이버 니르낫 군은 "오전에 앙코르 와트를 보는 법은 없다"고 한다. 건물이 서향이라 오전에 사진을 찍으면 거의 다 역광으로 나온다는 것이다. 게다가 오늘같이 흐리고 비 뿌리는 날은 상관없지만, 앙코르 와트를 보고 나면 다른 사원들은 좀 뭔가 부실해 보이기 때문에 오전에는 다른 곳을 먼저 보는게 보통이라는 얘기다.

앙코르 유적군은 씨엠립에서의 거리에 따라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앙코르 와트와 바로 인접해 있는 앙코르 톰, 그리고 폐허의 사원으로 유명한 따 프롬까지 시내에서 30분 이내에 갈 수 있는 유적들과 그렇지 않은 유적들이 있다. 후자의 대표자로는 가장 아름다운 부조를 갖고 있는 것으로 유명한 반티아이 스레이가 꼽힌다. 이런 식으로 해서 앙코르 지역을 보는 관광객의 90%는 앙코르 톰의 남문에서 관광을 시작한다.바로 여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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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남문 밖에는 힌두 신화의 유명한 장면인 유해교반, 즉 '젖의 바다 젓기'가 다리 위의 양 난간으로 묘사되어 있다. 오른쪽 난간의 신들은 왠지 귀여운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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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이리로 들어가서 앙코르 톰을 다 보고 나오는 줄 알았다. 하지만 웬걸, 문을 통과해 보니 기사 니르낫 군이 다시 차에 타란다. 여기서 차로 3분 정도를 더 달리고 나니 유명한 바욘이 나타난다. 앙코르 톰의 규모를 짐작케 하는 장면이면서, '차 대절 안 하고 그냥 대강 왔으면 큰일 날뻔 했다'는 생각에 안도의 한숨을 쉬게 하는 대목이었다.

대부분의 관광객이 앙코르 톰 안에서 가장 먼저 보게 되는 바욘은 도성 앙코르 톰 안에 있던 가장 큰 사원이며, 사면 벽을 메운 부조와 함께 2층으로 올라가면 인면상을 사면에 새긴 다섯개의 탑 구조가 특히 유명한 곳이다. '앙코르의 미소'라고 불리는 그 미소들은 바로 바욘의 인면상에서 따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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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끼가 좀 끼긴 했지만 지금도 선명한 바욘의 부조들. 귀가 큰 앙코르 전사들은 당당한 모습으로 새겨져 있다. 이 나라에서도 귀 큰게 좋은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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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에서 가장 귀여운 부조. 원숭이 신 하누만을 연상시킨다고 옆의 영어 쓰는 가이드가 그랬다. 가이드가 딸린 팀을 슬쩍 따라다니면 설명을 훔쳐 들을 수 있는데, 한국 가이드의 솜씨는 그리 신통치 않은 것 같았다. 아무튼 바욘은 대강 이런 분위기. 그리고 이것이 바로 유명한 바욘의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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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바욘 하나를 보고 내려온 것만으로 후덥지근한 날씨는 사람 진을 다 빼 놓는다. 별로 중요하지 않아 보이는 유적들을 패스하고 내려와 보니 코코넛 주스를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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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리 인상적이지는 않은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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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품 팔러 다니는 소녀 하나로부터 피리를 1불에 샀다. 아무래도 지나가는 애들 중에서 제일 예쁜 애 것을 사게 된다. ...뭘 해도 예뻐야 먹고 사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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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유명한 코끼리 테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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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둥이 왕의 테라스 밑으로는 역시 부조가 수백개 감춰져 있다.

그중에서 단 둘만이 선탠이 안 됐는지 붉은 얼굴 그대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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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 선탠할때 니들은 뭐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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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치타임. 현지식의 볶음 국수다. 계란과 야채를 넣고 볶은 국수로 그리 나쁘지 않았다. 아니, 매우 훌륭했다는게 맞는 표현일 것 같다. 물론 볶은 것이므로 음식은 안심하고 먹을 수 있었지만 물을 그냥 마실 용기는 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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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이렇게 해서 오전 탐방 끝.






2편을 보시려면-



1편을 보시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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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11 나폴레옹 솔로>는 워낙 유명해지다 보니 한국 아동 소설에도 우정출연을 하게 됩니다. 그 작품의 이름은 조풍연 원작의 <백자바위의 마인>입니다.
6권짜리 장편이었던 이 소설은 70년대라는 배경 탓에 반공 소설의 굴레를 쓰고 있지만 실상은 007 뺨치는 첩보 SF 모험 활극 소설이었습니다.

백자(30m) 높이의 절벽에 비밀 본부를 설치한 마인(결국 정체는 북한이 파견한 거물 간첩입니다)은 부하인 마인단을 이용해 대한민국을 어지럽히고, 몇몇 영웅들이 그에 맞서 싸우는 줄거리입니다. 후반부에 가면 '앙클(?)이라는 첩보기관에서 파견된 나폴레옹 솔로'가 주인공들을 돕는 역으로 등장합니다. 물론 저작권 같은 것은 들어본 적도 없던 시절의 얘깁니다. 하기야 이런 식의 막 갖다 쓰기는 모리스 르블랑 선생의 주 특기였죠.

이 이야기는 70년대 후반 이원복 선생에 의해 <백자바위 마인>이라는 만화로 극화돼 클로버문고에 수록됩니다. 아래 그림을 보시면 '만화판' 나폴레옹 솔로의 모습을 보실 수 있습니다. 제법 닮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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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만화로 바꾸다 보니 중요하다 싶은 이야기가 상당 부분 삭제되어 있고, 원작에서는 사실 조연급인 소년 마호석이 주인공으로 부각되어 있다는 정도의 차이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이 만화도 구하기 힘들어진 셈입니다. 

나폴레옹 솔로의 파트너 일리야 쿠리야킨은 러시아 출신의 전향한 스파이. 둘 다 여자에 강한 캐릭터였지만 나폴레옹이 전형적인 플레이보이라면 일리야는 어느 정도 모성애를 자극하는 스타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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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으로 치면 남성훈-조민기 계열인 듯^^이 역할을 맡은 데이비드 매컬럼 역시 수많은 출연작을 갖고 있지만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은 바로 스티브 매퀸, 찰스 브론슨, 제임스 코번 주연의 <대탈주 The Great Escape> 입니다. 묘하게도 출연진이 <황야의 7인>과 상당 부분 겹치고, 데이비드 매컬럼이 이 영화에 나왔는지 기억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것도 로버트 본과의 공통점입니다. 물론 두 영화 모두 감독은 <OK목장의 결투> 등을 남긴 웨스턴의 거장 존 스터지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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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면을 보시면 아마 기억이 날 지도... 탈출에 성공한 뒤 기차역에서 상관의 적발을 막기 위해 일부러 이목을 끌다가 총에 맞아 죽는 역할이었습니다.매컬럼은 이 시리즈에는 나폴레옹 솔로의 뒤를 이은 넘버2지만 곧 자신이 주역인 시리즈를 갖게 됩니다. 바로 한국에서 <얼굴없는 사나이>란 제목으로 방송됐던 The Invisible Man이죠.  (이렇게 해서 자연스럽게 다음 번 글은 '투명인간의 역사'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참, 맨 위에 사용된 사진은 <0011 나폴레옹 솔로>의 정리판 형식으로 1983년 제작된 TV 영화 <The Return of the Man from U.N.C.L.E.>의 한 장면입니다. 지금부터 23년전이지만 이미 로버트 본의 귀밑머리는 희게 변해 있죠.

로버트 본의 최근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기회는 얼마전 시네마TV를 통해 방송됐던 BBC의 인기 시리즈 <허슬 Hustle>이었습니다. 여기서 본은 왕년의 실력을 살린 노련한 늙은 사기꾼으로 등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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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매컬럼은 지금도 가끔 XTM에서 방송되는 <NCIS>에 고정 출연하고 있습니다. 바로 사진 뒷줄에 있는 말라드 박사 역이죠. 나이를 먹으면서 젊은 날의 날카로운 모습보다는 곱게 늙은 노인의 이미지로 변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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첩보원 0011 이야기는 이걸로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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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는 분들은 다 아시는 얘기지만 저는 냉면에 환장했습니다. 여름이고 겨울이고 없고, 아무 일 없이 지나가다가도 간판을 척 보고 뭔가 있어보이는 냉면집이면 들어가 봐야 직성이 풀립니다. 물냉면이 전공인 집은 비빔이 별로고, 비빔을 잘하면 물냉면이 별로이기 때문에 어떤 때는 혼자 두 그릇 다 시켜서 먹을 때도 있고, 비빔냉면을 먹으면서 찬 육수 한 사발을 따로 청해 먹기도 합니다. 육수 맛을 보면 그 집 물냉면 맛은 8할 이상 본거나 진배 없기 때문입니다.

한 10년 전에 냉면에 대해서 짧게 써 본 글입니다. 그런데 요즘 이 글들이 여기저기 찢어져서 돌아다니고 있더군요. 원작 확인(?)도 해 볼겸, 다시 정리해 봅니다.



제목은 '냉면 FAQ'.



1. 냉면이란 무엇인가?

차게 먹는 국수다. 즉 국수에 찬 국물을 붓거나, 국물 없는 국수에 차가운 양념을 얹어 먹는 국수를 말한다. 여기에 한가지 더 보태자면 통상 냉면이라고 부를때는 밀국수를 뺀다. 메밀이나 감자로 뽑은 국수일 때 냉면이라고 부르는 것이 정상이라는 것이다.

이해가 안 갈수도 있겠지만 밀국수를 빼야 경북지방의 냉국수, 전국적으로 퍼져 있는 냉콩국수, 부산-진해 지역의 밀면 등과 구별할수 있다. 그래서... 결론은 없다. 파는 집에서 냉면이라고 주장하면 냉면이고, 다른 이름으로 부르면 냉면이 아니다.


2. 함흥냉면과 평양냉면은 어떻게 다른가?

물론 원산지가 다르다. 대부분 함흥냉면은 비벼먹고 평양냉면은 물말아 먹는다고 생각하지만 이것은 정답이 아니다. 함흥냉면집에도 물냉면이 있고 평양냉면집에서도 국수를 비벼먹는다. 정답은 국수의 재료다. 함흥에서는 감자 녹말로 국수를 뽑고 평양에서는 메밀로 만든다. 감자로 국수를 뽑으면 삶아 놓은 뒤에 원래 길이의 1.5배까지는 무리 없이 늘어날 정도로 질기고 탄력이 강해진다. 반면 메밀국수는 이빨만 대도 툭툭 끊어질 정도로 연하다.

양념에서 함흥냉면을 구별해주는 가장 큰 요소는 홍어회. 본래 함경도에서는 가자미회로 맛을 냈다고 하나 언젠가부터 홍어 또는 가오리로 바뀌었다. 물냉면의 경우에는 평양냉면이 동치미를 섞어 시원한 맛을 주는 반면 함흥식은 그냥 차게 식힌 고깃국물을 간장으로 간해서 먹는다. 그래서 평양냉면에 비해 물냉면 맛은 확실히 열세라고 한다. 그러나 함흥냉면의 비장의 무기는 온면. 겨울에만 먹는다.


3. 계란은 언제 먹는 것인가?

 대단히 어려운 문제다. '먼저먹는다' 파의 주장은 이렇다. 냉면은 입자가 까끌까끌한 메밀로 만들어졌고, 양념도 자극적인 것이 많기 때문에 먹기 전에 먹어서 위장을 보호하는 것이 좋다는 것.

반면 나중먹기파는 매운 비빔냉면의 경우, 얼얼한 혓바닥을 계란 노른자로 감싸주면 좋다고 주장한다. 역시 정답은 없다. 혹자는 물냉면을 먹을때 계란 노른자를 꺼내먹고 흰자로 국물을 퍼 먹는 엽기적인 먹기 방식을 자랑하기도 한다.


4. 냉면은 어디가 맛있나?

일단 자기의 원산지를 분명히 표시해놓지 않은 냉면집은 한수를 접어야 한다. 함흥식인지 평양식인지, 아직 퓨전이 일어나기엔 너무 이르다. 둘 중 한 노선을 취한 집을 택한다.

평양식으로 서울시내에서 유명한 집은 대한극장 뒤의 필동면옥과 장충동의 평양면옥이 양대산맥이다. 두 집의 차이는 크지 않다. 필동이 약간 단맛이 강하다는 정도. 두 집 모두 돼지고기 수육 맛도 톱클래스다. 평양면옥은 안세병원 뒤에 강남 분점도 있다.

함흥냉면은 영원한 메카 오장동에 가야 한다. 오장동에는 세군데의 냉면집이 있다. 흥남집, 오장동 함흥냉면, 신창면옥의 세 군데가 있는데 두군데는 우열을 가리기 힘들지만 신창면옥의 경우엔 왜 오장동에 있는지 알수없다.

오장동 밖에는 명동에서 한 20년 장사하다가 종로5가로 간 곰보집이 유명하다. 이밖에 명동의 인시네도 일각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으나 그리 신통치는 않다.

평양식에서 서울식으로 많이 옮겨온 맛을 내는 집이 종로5가의 우래옥인데 이집도 고정팬이 많다. 개포동인가 대치동인가에도 분점이 있다.(끝)


10년 전 생각이지만 지금과 거의 차이가 없습니다. 평양냉면집에 을지면옥을 넣지 않은 것은 필동면옥과 완전히 똑같기 때문입니다. 지금 꼽는다 해도 저기에 마포 을밀대 정도나 더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 중에서 가장 사랑하는 집은 역시 오장동 흥남집입니다. 거의 걸음마 할 때부터 다닌 집이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일단 제가 느끼는 냉면 맛의 기준은 저 집을 기준으로 설정됐기 때문이죠.

흥남집에 대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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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냉면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이해할 수 없는 일이지만, 많은 사람들은 냉면이 여름 음식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물냉면은 여름에 먹어야 제 맛이라고들 하는데, 한 겨울에 '씨원한' 냉면 육수를 벌컥벌컥 들이키고 밖으로 나가 찬 바람을 받는 '씨원한' 맛을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얘기다.

아무튼 날이 풀리면 냉면집이 더 붐비기 시작한다. 굳이 '더'라고 쓴 것은 몇몇 유명 냉면집들은 사시사철 붐비기에 하는 말이다.

한 10년 전까지만 해도 오장동 냉면집은 커녕 '오장동이 어디냐'고 묻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이제는 인터넷과 각종 방송의 맛집 프로그램을 통해 엄청난 유명세를 누리고 있다. 오장동 골목에 가면 냉면집이 세 집 있다. 중구청 쪽에서부터 따지면 신창면옥-오장동 함흥냉면-흥남집의 순이다.

본래 두 집밖에 없었던 골목에 어느샌가 슬그머니 한 집이 더 등장한게 바로 이 집이다. 정보 범람의 시대다 보니 가끔 이 신창면옥도 '맛있는 집'에 끼어 소개되기도 하는데, 믿을 수 없는 정보의 대표적인 경우다.

(비슷한 경우로 평양냉면집 중에는 을지로의 '남포면옥'이 대단한 맛집으로 소개되기도 한다. 이 집이야말로 위치가 좋아서 뜬 것 뿐이다.)

그 다음 흥남집이나 오장동 함흥냉면이나 둘 중에 하나는 그야말로 자기 취향인데, 그 차이는 거의 없다고 봐도 좋다. 굳이 말하자면 오장동 쪽이 약간 더 달다.

아무튼 두 집은 함흥냉면이라는 장르에서는 남한에서 최고(그렇다면 당연히 세계에서 최고)의 자리를 굳히고 있다. 간혹, 아주 아주 간혹 이 집을 데려가서 냉면을 먹여 봐도 "글쎄, 내 입맛에는 별로"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은 냉면이라는 음식은 앞으로 먹지 않는게 좋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 모스크바에서 마이클 잭슨의 공연을 같이 보고 난 뒤, 누가 소감을 물어보자 "글쎄, 생각보다 별로"라고 하던 모 일간지 기자가 있었는데, 그 사람에게도 "당신은 앞으로 공연 같은 건 죽을 때까지 보지 말라"는 말을 해주고 싶었다. 맛난 음식이건, 좋은 공연이건, 그 가치를 모르는 사람에겐 정말 아까울 뿐이다.)

전화번호는 2266-0735. 예약 같은 건 아마도 안 받을테니 위치 물어볼때나 필요할 듯. (끝)




이 집 냉면을 먹는 중요한 팁이 있습니다. 단순합니다. 국수와 양념을 비비지 않는 겁니다.

일단 국수 사발을 받은 다음, 간장 양념에 담긴 국수를 한 젓가락 음미합니다. 그 다음에는, 국수를 간장 양념으로만 살짝 비빈 뒤 회를 반찬처럼 먹기 시작합니다. (아, 비빔냉면을 드시는 분에게는 해당 없는 이야깁니다. 아니, 오장동까지 와서 회냉면을 안 먹고 비빔냉면이라니!) 그럼 이 집 냉면의 진정한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무슨 뜻인지 모르는 분들을 위해: 오장동식으로는 냉면에 네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절대 권하지 않지만 물냉면이 있고, 빨간색 냉면에는 회냉면, 세끼미-섞임-냉면, 그리고 비빔냉면입니다. 회냉면에는 회, 비빔냉면에는 쇠고기, 그리고 섞임에는 회 반 고기 반이 꾸미로 들어갑니다.)




자, 마지막은 냉면 챌린지입니다.

진정한 고수는 냉면 사진만 보고도 어디 가게 냉면인지 맞출 수 있어야 합니다.

(물론 동네 분식집을 맞출 수야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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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맞춰 보시고...










정답은 을지면옥, 혹은 필동면옥입니다. 물냉면 위의 고춧가루와 잘게 썬 파가 특징.

이 두 집의 냉면을 육안으로 보고 구별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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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일까요?











정답은 우래옥. 쇠고기 정육만을 쓰고 잘게 썬 배를 잔뜩 올려놓죠.

그리고 도자기 사발만을 쓴다는 점도 힌트가 될 수 있습니다.

바로 우래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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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면과 김치국물, 그리고 찬밥을 만 김치말이. 우래옥의 독문비기라고 할 수 있죠.

먹으러 갈 수 없는데 생각나면 고통스러울 정도로 맛있습니다.



이런 냉면도 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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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은 마포 을밀대. 명가 중에서는 독특하게 얼음을 섞은 육수를 내놓고, 계란을 둥글게 잘라 냅니다. 99%의 냉면집이 가로로 길게 잘라 내는 것과 대조적이죠.

그리고 이건 살짝 반칙인데, 을밀대 가운데 본점의 홀에 있는 테이블은 모두 하얀 색 플래스틱입니다. 저런 테이블의 유명 냉면집은 을밀대밖에 없다는 점도 힌트가 될 수 있죠.



자, 이것도 맞추신다면 진정한 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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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데서 볼 수 없는 두툼하면서도 가벼운 사발, 간장빛 짙은 국물, 두 배 이상 굵은 면발, 색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지만 무우 채 꾸미...


양평에 있는 옥천냉면입니다. 동그랑땡과 함께 먹으면 더 맛있죠.



...대강 이렇습니다. 여러분들이 좋아하시는 냉면은 어떤 계열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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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사한지 한달쯤 된 것 같아서 중간점검을 한번 해봅니다.

아직도 옛날 집에 하루 2000-3000 click 정도씩 꼭꼭 들르시는 분들이 있더군요.

참 신기한 일 아닙니까? 생각을 해 봤더니 이런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1) 습관적으로 들른다 - 그렇죠. 습관이란...

(2) 웹 검색어로 들른다 - 그런데 그것만으로 그렇게 많을 수가?

(3) 새 블로그의 주소를 rss나 즐겨찾기에 등록하지 않아서, 꼭 옛날집을 통해 들어온다.

...네. 세번째가 결코 그리 적은 수라고는 생각하기 힘들 것 같군요.



2. 이벤트 상품은 거의 다 배송된걸로 알고 있습니다.

혹시 당첨됐는데 물건이 안 온 분들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당첨됐는지 아닌지 모르는 분들은 당첨 안 되신 겁니다.)





3. 그리고 잠시 서버가 다운되는 사태가 있었습니다.

불편을 끼쳐드려 죄송합니다만, 좋은 일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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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자세히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뭔가 변화가 있었습니다.

네. 에드센스 협찬을 받기로 했습니다.

여러분들에게도 유익한 기회면 좋겠습니다....만, 주의하실 부분도 있습니다.

동일한 IP에서 한꺼번에 많은 중복 클릭이 있으면 부정 시도 혐의로 짤릴 수도 있답니다.

너무 많은 애정은 살짝 자제하시고, 대신 매일 오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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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책 보면서 연구라도 할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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