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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공개석상에 나오면 그 자체가 뉴스가 되는 스타가 심은하입니다. 애당초 심은하의 남편인 지상욱 자유선진당 대변인이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한다는 얘기가 나올 때부터 '그럼 심은하는?'이라는 얘기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습니다. 아니, 더 나아가서 심은하가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의 측근인 지상욱 박사의 아내가 된다는 얘기가 나왔을 때부터 많은 사람들이 '이러다가 혹시 심은하가 영부인(!)이라도 되는게 아니냐'는 농담을 나눴을 겁니다.

아무튼 대통령은 몰라도 서울 시장 선거에 나왔다는 것은, 아예 당선 가능성을 포기하고 선거전에 임한 것이 아니라면 각 당의 후보들로서는 최선을 다한 진검 승부였을 겁니다. 아예 안 나왔다면 모를까, 객관적인 관측이 어쨌건 일단 선거에 나온 마당에는 1표라도 더 얻는 것이 개인이나 소속 정당의 입장을 위해서라도 최선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이번 서울 시장 선거에서 '왕년의 최고 스타' 심은하는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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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표가 거의 끝난 오전 9시 상황으로 볼 때 지상욱 후보는 89,608표로 전체 유효투표수 4,428,813표 가운데 2% 정도를 득표했습니다. 당선자인 오세훈 한나라당 후보와 2위인 한명숙 민주당 후보의 밤을 새는 대혈전 앞에 다른 후보들의 표수는 별 관심 밖이었을지도 모르지만, 2%는 그리 무시할만한 표수는 아닙니다. 아무튼 3위는 진보신당의 노회찬 후보(14만표, 3.3% 득표- 이 부분에 대해서도 할말이 많은 분들이 있을 겁니다)였고, 지상욱 후보가 그 뒤를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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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9만명 가까운 투표자가 지상욱 후보를 지지했습니다. 진보진영에서 노회찬 후보가 한명숙 후보의 표를 깎았네 말았네 하는 얘기가 나온다면 보수진영에서도 지상욱 후보의 표가 의미가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만약 지 후보가 없었다면 1위와 2위 차이가 저렇게 박빙이 이니었을 수도 있을테니 말입니다.

뭐 이런 얘기로 가면 한계를 넘을테고, 어쨌든 하려던 얘기는 저 9만표라는 숫자가 선거의 형세로 볼 때 절대 적은 표수는 아니라는 겁니다. 그럼 그 과정에서 심은하는 어떤 영향을 줬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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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태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을 수 있습니다. 심은하는 단 한번도 지 후보의 선거 유세에 동참하거나, 단독으로 활동을 하거나, 어쨌든 선거를 지원한 적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이것만으로 심은하의 영향이 전혀 없었다고 말하기는 힘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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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후보 진영은 선거 직전 무가지 광고를 통해 심은하와 결혼 당시 사진을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이보다 앞선 17일에는 심은하가 선거 캠프에 등장해 지 후보의 생일 잔치를 하는 사진이 여기저기에 소개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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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런 활동들은 모두 사소한 것들입니다. 더 나아가서 얘기하면, 지 후보가 지금까지 해 온 어떤 활동보다 대중에게 알려진 것이 바로 심은하와의 결혼이라는 건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야말로 '존재 자체가 선거운동'이라는 얘기가 되겠죠.

이런 심은하가 만약 적극적으로 선거운동에 참여했다면 그 결과는 어땠을까요. 여러가지 정황으로 미뤄볼 때 지금보다는 상당히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 분명합니다. (결과적으로 박빙으로 끝난 이번 서울 시장 선거 결과를 놓고 보면 한명숙 후보 측은 심은하가 활동을 자제한 것이 매우 아쉽고, 오세훈 당선자 쪽에선 반대로 대단히 다행스러운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뭐 지금에 와선 그냥 추측일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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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과연 스타 아내가 선거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일까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그 위력의 크기가 어느 정도일지는 뭐라고 말하기기 쉽지 않습니다. 사례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비교하기도 힘듭니다. 아놀드 슈워제네거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의 아내 마리아 슈라이버도 스타라고 할 수 있지만 이 경우엔 슈워제네거가 훨씬 더 스타죠. 낸시 레이건의 경우도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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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멜다 마르코스가 마르코스의 장기집권에 영향을 줬을 거라고 생각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에바 페론의 경우도 본격적으로 위력을 발휘한 건 대통령 영부인이 된 뒤라고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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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비교를 하려면 70-80년대의 톱가수였던 린다 론스타트를 생각하게 됩니다. 론스타트는 알려진대로 미국 민주당의 유력 정치인이던 제리 브라운과의 열애로 꽤 큰 화제를 뿌렸습니다. 1979년, 이미 공식적인 관계였던 두 사람의 사진이 뉴스위크지 표지에 나왔을 때 제리 브라운은 현직 캘리포니아 주지사였죠.

그래서 미국 연예계와 정계에서는 "(영화배우였던)로널드 레이건이 대통령이 된 것도 놀랍지만, 다음 영부인이 린다 론스타트가 될 거란 걸 생각하면..."이라는 농담이 유행했다고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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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중요한 부분이 있다면, 론스타트는 그 자신이 '자기 목소리'를 가진 활동가였다는 점입니다. 론스타트는 철저하게 민주당 지지자였고, 자신의 소신을 밝히기를 꺼리지 않았고, 제리 브라운과 사귈 때에도 그 소신이 크게 작용한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심지어(꽤 뒷날 얘기긴 하지만) 지난 2004년에는 라스베가스의 한 공연장에서 부시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그를 공격하는 영화 '화씨 911'을 만든 마이크 무어 감독에게 자신의 노래 'Desperado'를 바친다고 밝혔습니다. 이때 객석에선 박수와 야유가 거의 비슷한 크기로 나왔다는군요.

물론 론스타트는 제리 브라운을 공개 지지했지만 브라운은 여러 차례의 도전에도 불구하고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자리에 오르는 데 실패했습니다. 캘리포니아 주지사답게 할리우드와 친분이 두터웠던 그는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가 제작한 30분짜리 선거용 영상물을 이용하기도 했는데, 사실은 이런 저런 행동들 때문에 "팝이냐, 정치냐"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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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이를 비교의 대상으로 삼자면 이렇습니다. 심은하는 물론 현역 스타가 아니고, 현재 가정 주부입니다. 하지만 어떤 현역 스타보다 유명한, 가정 주부입니다.

심은하가 만약 지상욱 대변인을 어떤 식으로든 지원하려 한다면, 스스로 '과거의 스타'가 아닌 다른 명함을 새로 마련해야 합니다. 환경보호 운동이든, 결식아동 돕기 운동이든, 혹은 박지성 선수 후원회이든 뭔가 이 세상과 관련을 맺고, 관심을 가진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심어 주어야 합니다.

만약 심은하가 그냥 '신비주의로 유명한 왕년의 스타' 심은하로서 영향을 미치려 한다면(이번엔 그러지 않았습니다만), 그 영향은 영향력 못잖게 '아내 덕이나 보려는 거냐'는 비난을 이끌어 낼 수(심지어 이번엔 나서지 않았는데도 이런 의혹을 샀습니다) 있을 겁니다.

그러니 장기적으로라도 뭔가 남편의 정치 활동을 지원할 의사가 있다면, 심은하는 조심스럽게 지금부터 뭔가 세상과 인연을 맺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반드시 정치와 관련된 것이 아니더라도 심은하 정도의 지명도를 가진 인물이 어떤 목표를 위해 움직인다면 그건 그리 나쁜 일은 아닐 겁니다. 물론 본인이 원치 않고, 가족을 위해 현재의 위치가 더 중요하다고 여긴다면 아무 의미 없는 얘기겠지만, 그 주변 사람들로선 이만한 잠재력이 그냥 잠자고 있는 건 참 안타까운 일일 것 같습니다.


P.S. 농담처럼 '심은하가 현역 배우가 아니어서...'라고 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현역 배우였다면 비난이 지지 효과보다 크지 않았을까요.^^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말난 김에 린다 론스타트의 노래 한 곡. 'Long long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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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흔히 생각하시는 것보다 매우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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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길들이기'는 '슈렉'과 '쿵푸팬더'를 만든 드림웍스의 2010년 야심작입니다. 솔직히 최근 몇년 사이 국내에서 개봉된 드림웍스의 극장용 애니메이션 가운데 가장 실망스러웠던게 약간 아이디어가 고갈된 듯 보였던 '슈렉3' 정도라면 이들은 어마어마한 성공을 거두고 있는 셈입니다. 그 약했다는 '슈렉'도  3D로 재정비한 '슈렉 포에버'가 이미 1억 달러 흥행을 넘어섰으니 이들의 화양연화는 꺼질 날이 보이질 않습니다.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의 유일한 라이벌로 꼽히는 픽사/디즈니도 올 여름 3D로 '토이 스토리3'를 내놓고 현재 개봉을 기다리고 있습니다(미국은 6월, 한국은 8월). '슈렉 포에버'와 '드래곤 길들이기', '토이 스토리 3' 등 이들 세 작품은 올해 최고의 애니메이션 흥행작은 뭐냐를 놓고 겨룰 후보들이면서, 세 편 모두 3D로 제작돼 세월의 대세가 3D에 있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무튼 그 빅3 중의 첫 작품, '드래곤 길들이기'는 정말 대단했습니다. 활주 장면의 박진감은 그야말로 기가 막히더군요. 스토리 탄탄, 주인공 매력 만점, 특히 나이트 퓨리 투스리스 귀여움 만점. 더 바랄게 없는 홈 엔터테인먼트 상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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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스칸디나비아 북쪽 어느 섬에 사는 소년 히컵(제이 버루첼)은 머리는 좋지만 쓸데없는 공상에 매달리고 체력이 형편없는, 흔히 미국 고등학교를 다룬 영화에서 힘센 깡패나 풋볼 선수들에게 치여 사는 캐릭터의 면모를 갖추고 있습니다. 기계 제작이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현실로 바꿔놓는 데에는 탁월한 재능을 갖고 있지만 마을 전체와 족장인 아버지 스토크(제러드 버틀러)에게 있어 중요한 것은 마을을 용의 습격으로부터 지켜낼 용감하고 날쌘 전사입니다.

또 한번 용들의 습격으로 상당한 피해를 입은 날 밤, 히컵은 자체개발한 장거리용 요격 무기로 다양한 종류의 용들 가운데서도 아무도 잡아 보지 못한 나이트 퓨리를 맞추기 위해 최선을 다 합니다. 결국 나이트 퓨리를 맞혔지만 증인이 아무도 없어 증명하지 못했던 히컵은 마침내 산넘고 바다건너 자신의 무기에 의해 격추(?)된 나이트 퓨리를 발견합니다. 그리곤 우여곡절 끝에 그에게 투스리스(Toothless)라는 이름까지 붙여주고 친구가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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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은 충분히 했으니 이제부턴 그냥 얘기들입니다. 뭐 스포일러라고 할만한 부분도 꽤 있지만, 사실 이 영화에서 그런 걸 따지는 것도 촌스러운 일일 듯 합니다. 대략 읽어 보시고 보러 가셔도 큰 탈은 없을 듯 합니다.

영화 중간 정도까지만 보면 이 애니메이션이 담고 있는 정치적 함의랄까 하는 것을 알아보는 것은 장님만 아니면 다 할 수 있는 일입니다. 똑똑한 초등학교 고학년 어린이라면 충분히 알만한 얘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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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입부에서 인간과 용은 공존할 수 없는 불구대천의 원수입니다. 용에 의해 수많은 바이킹들이 목숨을 잃고, 용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심지어 바이킹들의 가치는 용과 싸울 수 있는 전사냐 아니냐에 의해 정해질 정도입니다.

하지만 투스리스를 직접 대해 본 히컵의 생각은 점점 바뀌기 시작합니다. 서로 맞닥뜨렸을 때 죽음에 대한 공포를 느끼는 것은 인간이나 용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을 알아 버린 것이죠. 공포가 상대에 대한 잔혹한 학살을 이끌어내고, 그 학살이 계속 악순환을 일으킨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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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용들이 그렇게 악착같이 인간들의 삶의 터전을 건드리는 '진짜 이유'에 대해서는 다소 동화적인 설명으로 끝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이 영화의 한계이고, 현실에 대해선 아무런 해결책도 내놓을 수 없는 나이브한 시도인 것도 분명합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라도 영화를 보는 사람들(물론 여기선 미국 관객들을 말합니다)에게 최소한의 메시지라도 전해 보자는 시도가 그렇게 밉게 보이지는 않습니다.

(뭐 이런 정도의 시도까지도 '미국 외 시장에서 좀 더 잘 팔아먹자는 장삿속'이라고 욕하실 분도 있겠습니다만...)

아무튼 앞글에서도 얘기했듯, 영화 '페르시아의 왕자'에도 약간 비슷한 시도가 등장합니다만, 그 시도라는게 영 생뚱맞고 어처구니없었던 반면 '드래곤 길들이기'에서 이런 시도는 영화에 전혀 껄끄럽지 않게 맞아 떨어집니다. 무엇보다 공포의 상징이었던 투스리스가 너무나도 귀엽고 천진난만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는 게 주효했을 겁니다.

(굳이 비교하자면 여러 해 전, 갑자기 '유민'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한 일본 여배우 후에키 유코가 언제든지 현해탄을 건너 돌진할 듯 하던 대한 청년 남아들의 반일감정을 봄눈 녹이듯 사라지게 했던 기억이 되살아나는 느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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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탄탄하고 앙증맞은 줄거리와 캐릭터 외에 가장 칭찬하고 싶은 것은 3D의 박진감을 최대한으로 살려낸 투스리스의 비행 신입니다. 제대로 4D를 가동한다면 멀미를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실감나는 멋진 시각 경험이었습니다. 20여년 전 클린트 이스트우드 주연 영화 '파이어폭스'를 보면서 느꼈던 시원함은 다시 보면 별 감흥이 없겠지만... 아무튼 그 무렵의 감흥이 되살아나는 느낌입니다.

저 위에서도 얘기했지만 결론은 매우 강추.




P.S.1. 문득 히컵의 캐릭터를 보면서 왕년에 국내에서도 방송됐던 '슬기돌이 비키'라는 만화영화가 생각났습니다. 바이킹 족장의 아들이지만 힘과 용기보다는 지혜로 자기 몫을 하는 바이킹 소년 이야기... 뭐 그리 동떨어진 건 아닌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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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엔 이 만화영화의 실사판도 만들어졌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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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2. 히컵의 로망인 아스트리드의 모델은 어쩐지 '윔블던'의 커스틴 던스트가 아닐까 하는 생각. 물론 목소리는 던스트가 아니었습니다만... 어쩐지 일치하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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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시아의 왕자(Prince of Persia)'의 타이틀 롤을 제이크 질렌할이 맡고, 제작사가 디즈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 상태에서부터 어쩌면 결과는 충분히 예상됐다고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어쨌든 이 영화를 구상하면서 제작을 맡은 월트 디즈니사와 프로듀서 제리 브룩하이머의 머리 속에 무엇이 있었을지는 매우 분명합니다. 바로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였죠.

양측이 힘을 합쳐 이뤄낸 '캐리비안' 시리즈는 3편까지 제작되며 수억 달러를 벌어들였습니다. 게다가 이 영화들은 디즈니라는 회사가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방향, 즉 어린이부터 어른들까지 모두 즐길 수 있고, 필요 이상의 폭력이나 피, 성인용 화면을 배제하면서도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재미를 관객들에게 줄 수 있는 영화라야 한다는 점을 충분히 충족시켰습니다.

그리고 '캐리비안'으로 톡톡히 재미를 본 디즈니사와 브룩하이머는 다시 한번 비슷한 프로젝트를 가동시켰습니다. 이번엔 무대가 페르시아로 옮겨졌을 뿐, 두 프로젝트는 역시 여러 모로 비슷한 느낌을 줍니다. 그런데 결과는 어땠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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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는 매우 전형적인 영웅 이야기로 흘러갑니다. 페르시아 제국의 전성기, 지혜로운 샤라만 왕(로널드 픽업)은 동생 니잠(벤 킹슬리)와 함께 제국을 통치하던 어느날, 거리의 씩씩한 거지 소년 다스탄(제이크 질렌할)을 이미 두고 있던 두 아들의 동생으로 입양합니다. 세월이 흘러 다스탄은 두 형인 터스, 카시브와 함께 성스러운 도시 알라무트로 진군합니다.

샤라만은 알라무트를 함부로 침공해선 안된다고 말하자만 이들은 알라무트가 페르시아의 적들에게 몰래 무기를 공급하고 있다는 정보를 믿고 성을 공격해 함락시킵니다. 알라무트의 공주 타미나(제마 아터튼)는 침략군으로부터 가장 중요한 보물인 수정 손잡이의 단도를 지켜내려 하지만 이 단도는 다스탄의 손에 들어갑니다. 다음 왕이 될 터스는 알라무트를 안정시키기 위해 타미나를 자신의 아내로 삼으려 하죠. 하지만 사태는 그렇게 단순하게 돌아가지 않습니다. 이 단도에는 세계의 역사를 바꿔 놓을 수도 있는 힘이 숨어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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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소년이 왕자가 되는 이야기는 아라비안나이트 풍의 이야기에서는 드물지 않게 등장하곤 합니다. 어쨌든 게임 페르시아의 왕자는 많은 사람들이 286 컴퓨터와 VGA용 모니터를 처음 보고 감동하던 시절부터 수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왔습니다. 왼쪽에 있는 초기형 '페르시아의 왕자'가 요즘은 오른쪽의 모양으로 바뀌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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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게임이 있건 없건 간에 제이크 질렌할은 로맨틱 가이에서 액션 영웅으로 변신하고 싶다는 소기의 목적을 충분히 이행했습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득을 본 것은 질렌할 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쁘장한 범생이 이미지였던 이 배우는 이 영화를 통해 텁수룩한 수염으로 병사들과 땀을 흘리며 씨름하는, 병사들이 좋아하는 왕자 이미지로 훌륭하게 변신했습니다.

하지만 영화의 나머지 부분들은 그다지 좋게 얘기하기 쉽지 않습니다. 일단 이 영화에는 가장 중요한 요소, 즉 매력적인 왕자는 있었던 반면 그 하나 빼고는 없는 것 투성이이기 때문입니다. 일단 가장 먼저 결여된 것으로는 '플롯'을 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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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제작진은 이런 얘기에 콧방귀를 뀌었을 겁니다. "플롯? 스토리? 대체 그런게 뭐가 중요해?" 라는 말이 당장 나왔을테죠. 왜냐하면 이 팀은 바로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를 대 히트작으로 만든 그 팀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플롯이 없기로는 '캐리비안의 해적'이나 '페르시아의 왕자'나 거의 차이가 없죠.

하지만 '캐리비안의 해적'에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그리고 '페르시아의 왕자'에는 없는 요소가 들어 있습니다. 바로 조니 뎁이라는 변수입니다. 이 배우는 잭 스패로우 선장의 옷을 입었을 때, 그야말로 다른 모든 요소를 잊게 하는 위력을 발휘했습니다. 심지어 상당수 관객들은 영화의 줄거리가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모른 채(상당히 많은 관객들이 지금도 '캐리비안의 해적'의 줄거리를 기억하지 못합니다^^), 그저 잭 스패로우의 동선을 따라 관람했던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불행히도 '페르시아의 왕자'에는 조니 뎁도, 그 역할을 할 배우도, 그와 비슷한 캐릭터도 나오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왕자와 공주가 전면에 서게 되고, 관객의 눈길을 끌 다른 요소도 없으므로 스토리의 난맥상이 그대로 노출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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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문에 도중에 등장하는 산적 마을이나 타조 경주 같은 에피소드는 별 재미 없는 시간때우기였다는 것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버리고, 다스탄이 천신만고 끝에 자신의 누명을 벗기 위해 달려가는 부분은 지루하게만 느껴질 뿐입니다. ...그리고 이 영화 최고의 볼거리인 모래시계 신은 '아무도 악당이 이길 거라고 예상하지 않는 가운데' 공허하게 지나가 버립니다. 한마디로 12세가 넘은 관객에겐 그냥 허전한 결말일 뿐입니다.

또 '페르시아의 적'들에게 무기를 공급했네, 알라무트에 병기창이 있네 없네 하는 얘기는 정말이지 헉 소리가 납니다. 이런 영화에 무슨 이라크의 생화학 무기와 미국의 2차 걸프전 이야기까지 들어간단 말입니까. 이건 '이누야샤'에서 임진왜란의 역사적 의미를 논하는 거나(물론 다카하시 선생은 그런 짓은 하지 않습니다) 마찬가지인 미친 짓이라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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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세가 넘은 관객들에게 또 하나, 엄청나게 불만스러운 요소는 가장 매력적이어야 할, 그리고 영화 속에서는 '성스러운 도시보다 더 아름다운' 것으로 묘사되고 있는 공주 캐릭터와 등장하는 배우의 불일치입니다.

영미인들에게[는 어떻게 보이는지 모르지만, 대체 이 배우가 왜 이렇게 잇달아 메이저 영화에 중요한 역할로 등장하는지는 제겐 참 불가사의일 뿐입니다. 물론 그 전이라고 비슷한 전례가 없었던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그리 놀랍지는 않습니다. 아무래도 이 배우는 진 트리플혼이나 줄리아 오몬드 같은 선배들의 뒤를 따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아마도 제작진은 페르시아의 왕자 역시 2편, 3편으로 가는 시리즈를 기대했겠지만 일단 지금 만들어진 1편을 봐선 큰 기대는 가지 않습니다. 결국은 '온 가족용 엔터테인먼트'에 대한 지나친 집착이 어른 관객들을 아예 배제해버게 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만약 다른 제작사였다면, 좀 더 나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까요.


(이 다음 줄에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그래도 보실 분은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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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영화를 본 뒤 동행인과의 대화.
그: 악역이 누군지 너무 뻔히 보여. 영화 결말이 다 보이잖아.
나: 왜?
그: 매일 악역으로 나오는 사람이 있으니까 누가 진짜 나쁜놈인지 다 알지.
나: ...그 양반 그래도 왕년엔 '간디' 역으로 나온 사람인데.
그: 그래? 아무튼 너무 악당 얼굴이야.

뭐 다시 보니 그렇긴 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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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 앤 더 시티'의 두번째 극장판이 27일 미국에서 개봉했습니다. 물론 한국에서는 예정대로 6월10일 개봉이라고 합니다. 월드컵의 열기로 극장 비수기겠지만 어차피 '섹스 앤 더 시티'의 가장 열렬한 지지자들은 축구를 발로 하는지 손으로 하는지 별 관심이 없는 분들일테니 과감하게 정면 승부를 해 보겠다는 것이죠. (눈치없이 한국 경기 시간에 이 영화를 보러 가자고 남편이나 남자친구를 들볶는 분들은 안 계시겠죠?^) 어쨌든 잠시 여기서 영화를 미리 볼까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그냥 자막이 있는 고국에서 보기로 맘먹었습니다.

이 영화에 대한 논란은 여전합니다. 이 영화가 표방했던 '매력있고 유능한 뉴욕 여성들'을 연기하기에 이 주연배우들이 너무 나이가 들었다는 주장에서부터, 과연 이런 영화가 존재해야 하느냐는 해묵은 주장이 되살아나는 등 극장판 2편의 개봉에 맞춰 '섹스 앤 더 시티'가 다시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습니다. 어쨌든 이 이제는 '진부해진' 영화가 미국 예매 시장에서 디즈니의 야심작 '프린스 오브 페르시아'를 압도하고 있다는 건 이 시리즈가 가진 위력을 재확인시켜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문득 2년 전, 첫번째 극장판이 개봉할 때 썼던 글이 생각났습니다. (네. 자백하자면 재활용입니다). 2년 전과는 다른 분들의 생각이 얼마나 다른지 궁금합니다. 한가지만 덧붙이자면, 제목에 대한 답으로 '캐리가 너무 못생겨서'라고 댓글을 다시는 분은 3대가 고자가 된다고 합니다. (옛날 집에선 이 댓글만 200개 정도 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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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재미있는 걸 발견했습니다. 2010년 5월말 현재 imdb.com에 올라온 '섹스 앤 더 시티' 1편의 평점은 5.4입니다. 그런데 그 내막을 보니 참 심각한 차이가 있더군요. imdb에 이 영화의 평점을 매긴 사람들 중 남자가 23786명, 여자가 16579명입니다. 그런데 남자들은 평균 4.9점을, 여자들은 7.0라는 꽤 높은 평점을 매겼군요. 그래서 평균이 5.4입니다.

자, 남자들과 여자들의 평점에 차이가 있을 거라는 건 충분히 상식으로 짐작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런데 투표 자체를 남자들이 훨씬 더 많이 했다는 점이 매우 희극적입니다. 남자가 1.5배가 넘는군요. 물론 imdb 이용자 중엔 남자가 더 많겠지만, 이 정도로 남자가 많다는 건 상당한 수의 남자들이 영화는 아예 보지도 않고 낮은 점수를 매겼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으로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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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 가운데서도 가장 많은 지지를 보이는 사람들이 18-29세 연령층이로군요. 즉, '섹스 앤 더 시티'에서 자신의 미래를 보는 사람들입니다. 흥미롭게도 같은 여자지만 18세 이하 계층은 평점이 5.8밖에 되지 않네요. 남자들은 전체 연령층에서 별 차이가 없지만 연령의 상승과 함께 조금씩 평점이 높아지는 반면, 여자들은 오히려 고령으로 갈수록(정작 '섹스 앤 더 시티' 주인공들의 연령층이 될수록?) 지지가 조금씩 낮아집니다.

네. 이 표로 볼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사실은 '한국 뿐만 아니라' 미국에도 '섹스 앤 더 시티'를 그리 탐탁치 않게 여기는 남자들이 널려 있다는 겁니다. 아마도 세계 어디를 가나 이 드라마가 방송되는 나라라면 그럴 거라고 생각되지만, 대체 왜 그런가에 대해서도 상호간의 이해는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제목부터 그렇지만 이 글은 이 드라마(혹은 영화)에 대한 남녀간의 인식 차이에 대한 글입니다. 그리고 아주 당연히, 제 자신의 경험과 시각에 의한 글입니다. 그러니 이 글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비판의 근거는 이 글 안에서 가져오시는게 좋겠습니다.

(워낙 '하지도 않은 말'에 의한 비판에 질린 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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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저를 포함해 상당히 많은 남자들이 이 드라마를 흥미롭게 지켜본 걸로 알고 있습니다. 개인적인 경험을 토대로 얘기하자면, 이 드라마는 스토리의 전개 방식이나 재치있는 대사만으로도 충분히 평가받을 만 한 자격을 갖고 있습니다.
재미도 없는데 꼬투리나 잡아 보자는 마음으로 6시즌 짜리 드라마를 다 봤다면 그건 정신병자죠.

뭣보다 캐릭터의 구축 면에서는 완벽에 가깝죠. 패셔너블하고 매력적이지만(물론 반감을 가질 분도 있겠지만 설정이니까 넘어갑시다) 실제 생활에서는 겉똑똑이인 캐리, 허영심도 강하고 사고도 잘 치지만 의리 하나는 돌쇠인 사만다, 항상 "넌 예쁘니까 잘 될거야" "그래, 그 남자가 널 안 좋아할 리가 없어" 같은 말만 해 주는 착한 공주 샬롯, 머리도 좋고 판단력도 뛰어나지만 많은 남자들이 '그냥 친구'로 생각해버리기 쉬운 미란다 같은 인물들의 묘사는 정말 살아 숨쉰다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뭐 그 주변의 수많은 남자들 중에는 별 이상한 놈들이 다 있지만, 원래 드라마의 지향이 '네 여자가 만나는 오만 이상한 놈들 이야기'이니 그걸로 이 드라마가 편견을 갖고 있다든가 하는 얘기를 하는 건 어리석은 짓입니다.

이 드라마의 장점을 하나 더 얘기하자면, 일단 이 드라마를 통해 많은 남자들은, 여자들이 생활에서 겪는 사안 - 특히 연애 문제 - 에 대해 어떤 시각을 갖고 있는지를 배울 수 있습니다. 아울러, 여자들이 무엇을 바라는지, 그리고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를 느낄 수 있게 하죠. 여기서 더 나아가면 여자들 앞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자신의 약점을 감출 수 있는지도 공부할 수 있습니다. 네. 이 드라마를 열심히 보면 당신도 여자들에게 인기를 얻을 수 있을지 모릅니다. 한마디로 이 드라마를 통해 득을 볼 수 있는 남자들은 여자들을 속이는 나쁜 남자들이 될 가능성이 높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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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으로 이 드라마의 제작진은, 주 시청층인 여자들에게도 가끔 의미 있는 통찰을 제공해 주려고 노력합니다. 예를 들어, 여자들이 얼마나 남자들에 대해 모르는지를 알려 주려고 하죠. 남자들이 여자들에 대해 너무나 모른다는 것이 이 드라마의 네 주인공들이 노상 하는 한탄이지만, 가끔씩 어떤 남자 등장인물들은 "그럼 니들은 남자에 대해 잘 아니?"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이 바로 잭 버거가 말하는 "He's just not that into you"라는 대사죠.



그리고 이 드라마의 여성 캐릭터들은, '때로 이 드라마에 대한 공격에 다소 과민한 자신의 팬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남자들에게 우호적입니다. 이 드라마에 출연하는 남자들 중에는 찌질이도, 훈남도, 악당도, 섹스 중독자도 있지만 대체로 이 드라마의 네 주인공들은 최소한 이 세상이 남자 없이 자신들만으로 돌아간다고 결코 생각지 않습니다.

어찌 보면 지나치게 남성의존적인 모습을 보일 때도 있습니다. 남자들보다 이 드라마를 강하게 혐오하는 사람들이 바로 페미니스트들입니다. 하지만 한국의 자칭 페미니스트 중에는 이 드라마를 여권의 상징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 듯 합니다. 남자들만 이 드라마를 엉뚱하게 이해하고 있는 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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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섹스 앤 더 시티' 옹호자들이 착각하고 있는 것이 있는데, 이 드라마에 나오는 네 친구의 우정, 용기, 세상을 살아가는 낙천적인 자세, 미란다나 사만다의 희생이 의미 없다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리고 이런 부분이 판타지라고(혹은 비현실적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없습니다.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어떤 판타지 영화도 '말이 안 되는 부분'만으로 이뤄져 있지 않습니다. '스타 워즈'도 한 솔로와 레이아의 사랑이나 어린 다스 베이더와 오비완의 우정(혹은 사제간의 정)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진짜' 감정이기 때문에 '스타 워즈'는 판타지가 아니라고 주장하면 바보라는 말 밖에 못 듣겠죠. 판타지는 설정과 장치에 해당되는 말인 겁니다. 그러니 '섹스 앤 더 시티'의 일부만 보고 판타지라고 말하지 말라는 것은 영 남의 다리를 긁는 이야기일 수밖에 없죠.

그리고 무엇보다 결정적으로 판타지가 나쁘다고 생각하는 것 역시 바보짓이죠. 판타지라는 게 뭡니까. 판타지란 '어린이에겐 꿈과 희망을, 성인들에겐 잊혀진 어린 시절의 꿈을' 주는 것이기도 하고 또 피곤한 일상사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는 비상구를 마련해주는 도구입니다. 맞습니다. 남자들이 '007'이나 '친구', '영웅본색'을 보면서 잠시 10대 소년이 되는 것처럼 여자들도 '섹스 앤 더 시티'를 보면서 일상을 잊을 권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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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꽤 많은 수의 사람들이 이 드라마에 적대적인 이유는 뭘까요. 그건 이 드라마가 지향하고 있는 세계관이, 이 드라마를 즐겨 보는 사람들 중 지적으로 취약한 일부 사람들을 아주 형편없는 방향으로 끌고 갈 위험성이 농후한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그런 폐해가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죠.

이 드라마는 어떤 사람들에겐 "아니 옷이나 구두가 중요하지 사람의 교양 같은게 무슨 소용이야?"라고 읽히기도 합니다. 또 어떤 사람들에겐 "요리? 청소? 옷장 정리? 그런건 개나 주라고 해. 캐리같은 멋진 커리어 우먼들은 그따위 건 안 하잖아?"라고 읽히기도 하죠. 또 명품에 대한 남다른 집착, 그리고 소비를 통한 자아실현이라는 비정상적인 가치관에 대해서도 "당연한 거 아냐? 뉴욕에 사는 멋진 성공한 여성들도 원래 다 그렇게 한다구"라는 태도를 유지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죠.

그리고 무엇보다 이 드라마에 나오는 네 주인공이 과연 옷과 백, 구두, 장신구나 미용,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좋은 남자 만나는 일' 이외에 자신의 인생을 어떻게 개척하겠다든가, 어떤 사람이 되어야겠다든가 하는 일로 고민하는 장면을 보신 분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배울 만큼 배우고 벌 만큼 버는 여자들에게도 인생을 채울 일은 저게 전부라고 생각하게 하는 건, 결국 남자들이 그렇게 싫어하는 '머리 텅 비고 명품이나 밝히는 된장녀'들이 자신의 태도를 합리화하는 데 악용될 여지가 크다는 얘깁니다.

(아, '대가리에 든건 술과 여자, 돈과 거드름밖에 없는 이상한 놈들'을 욕하고 싶으시면 마음대로 하세요. 그리고 그런 놈들을 합리화하는 이상한 드라마 - 만약 있다면 - 를 좋아하는 남자들도 욕하고 싶으시면 역시 원하시는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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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드라마의 기획 의도 가운데 상당히 중요한 목표가 바로 '소비 촉진'이라는 걸 인정하지 않을 분들도 없겠죠. PPL이 등장하는 수없이 많은 다른 영상물들과 마찬가지로, '섹스 앤 더 시티' 역시 수없이 많은 브랜드들을 널리 알리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비교의 대상으로 삼는 '007'에 한번 비쳐 보겠습니다. 이 영화를 본 남자들이 애스턴 마틴 스포츠카나 보드카 마티니, 크루그 샴페인 등에 갖는 집착과, '섹스 앤 더 시티'를 본 여자들이 샤넬이나 돌체앤가바나, 코스모폴리탄 칵테일이나 주말 브런치에 보이는 열정이 과연 비교가 되던가요. 여기서 '007'과 '섹스 앤 더 시티'는 결정적으로 결별합니다.

새로운 세대에게는 '가쉽 걸'같은 드라마들이 있습니다. 이 드라마는 결국 10대 때부터 많은 소녀들에게 '나도 저렇게 한번 살아보고 싶다'는 환상을 심어주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합니다. 물론 여주인공은 별로 화려하지 않은 남자 주인공을 좋아하지만, 그 대가로 남자친구(혹은 그와 비슷한 사회경제적 위치에 있는 사람들)에게 초 부유층이라고 해서 사는게 늘 행복하지만은 않다는, 한발 더 나아가 역설적으로, 늘 명품으로 치장하고 다니는 것도 그리 나쁜 삶은 아니라는 점을 '이해'시키려고 노력하죠. (그런데 참 이 드라마 역시 무척 재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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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런 부분이야말로 매우 지엽적인 것이고, '섹스 앤 더 시티'의 굳건한 주제는 한때 사만다가 에미상 수상 소감으로 얘기했듯 "남자들은 항상 스쳐 지나가지만 여자들은 남는다", 즉 주변에서 연애를 어떻게 하고 무슨 일이 일어나건 서로 의지가 되고 힘이 되는 네 친구들은 영원하다는 것이라고 말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충분히 수긍합니다. 이 때문에 여자들은 "우리의 입장이 되어 보지 않은 남자들이 이 드라마의 세계에 대해 이해할 리가 없잖아"라고 말하곤 하죠.

그런데 한번 이런 생각도 해 보게 됩니다. 여자들이 가장 싫어하는게 '계집들이야 가면 또 오는 거지만 친구간의 우정이야 무엇보다 소중하지!'라고 외치며, 집에 잘 들어앉아 있다가도 친구들로부터 '콜'만 오면 달려나가는 '남자들의 진한 우정' 아니었던가요?

여자들의 이런 말을 들으면 수백년 수천년 동안 술취한 남자들이 버럭 내뱉었던 "아녀자들이 대장부의 세계에 대해 뭘 안다고!"가 떠오릅니다. 남자들의 이런 태도가 정당하다고 생각하실 분은 아마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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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리하는 의미로 몇줄 붙입니다.

그래서 여자들이 이 드라마에 대한 추억을 탄성을 토해가며 이야기할 때 옆에서 뭐 씹은 표정으로 앉아있는 남자친구나 남편이 있다면, '아, 저놈이 내가 또 뭐 사달랠까봐 미리 분위기 잡는구나'라고 생각하실 일 만은 아닙니다. 단지 경제적인 압박에서 오는 공포 외에도, 그 남자들에게는 자기가 사랑하는 여자가, 혹은 자기가 친애하는 여자가 '단지 물질에만 집착하는' 여자가 아니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는 점을 이해하시기 바랍니다.

그래서 '섹스 앤 더 시티' 얘기가 나오면 툴툴대는 남자들에게 "너 된장남이지? 이쁘고 능력있는 여자들이 너를 거들떠 보지도 않아서 삐진거지?" 혹은 "넌 남자라서 어쩔 수 없어. 여자들만의 가슴 벅찬 사연을 니가 어떻게 이해하겠어(위에서도 말했지만 이건 지난 1000년간 남자들이 해 오던 대사죠)"라고 말하는 건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경우를 만난다면, 웃으면서 "난 그렇게 물건에 목숨 건 여자가 아니야"라고 설명해 주세요. 그리고 쇼핑과 남자 만나는 일 외에도 여러분의 인생에 의미 있는 일들이 많이 있다는 걸 보여 주시면 더욱 좋습니다. 남자들이 두려워하는 건 '정말 그게 전부인 여자' 들이니까요. 하지만 만약 정말 '그게 전부'라면, 그래서 상황이 심각해지는 건 누구도 말릴 수 없겠군요.^^


P.S. BABY BIG이 나온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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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포스팅했던 오란씨의 새 광고와 함께 요즘 가장 눈길을 끄는 광고는 소녀시대와 2PM이 한꺼번에 등장하는 캐리비안 베이 광고입니다. TV CF에서는 30초 가량의 분량에 별 눈길을 끄는 내용이 없지만 인터넷으로 공개된 4분30초 가량 길이의 '캐비송' 뮤직비디오 형식을 빈 광고 동영상을 보면 흥미로운 점이 한둘이 아닙니다.

물론 엄밀히 말하면 두 그룹의 멤버 중 6명이 주인공 격이긴 하지만, 풀버전 동영상을 보면 마지막 파티 장면에 2PM의 6명과 소녀시대 9명이 모두 등장합니다. 최고 인기의 남녀 아이들 그룹이 한꺼번에 CF 한 편에 출연한다는 건 지금까지 유례가 없던 일이죠. 특히나 최고 인기 여성 아이들 그룹이 다른 남성 아이들 그룹과 함께 광고에서 짝을 이루는 건 예전 같으면 절대 금기였습니다.

그럼 이런 파격적인 광고는, 굳이 따져 본다면 과연 두 그룹 중 어느 쪽에 더 이익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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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세상에서 요란한 터라 못 보신 분이 있을까 싶지만 혹시나 해서 동영상부터 올려 봅니다. 소녀시대의 수영복이 살짝 아쉽긴 하지만 뭐 이 정도면 대단한 수작(?) 광고라고 부르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물론 전제하자면 둘 중 누구도 손해는 아닙니다. 수많은 경쟁자들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현재 걸 그룹들 가운데 최고의 인기 걸 그룹이 단연 소녀시대라는 점을 인정하고 나면, 소녀시대와 짝을 이룰만한 그룹은 2PM 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결론을 내리게 됩니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얘기일 수 있습니다. 일단 슈퍼주니어가 있지만 같은 소속사라는 점이 왠지 좀 걸립니다(아무것도 아니라고도 할 수 있지만 오히려 SM 쪽에서 기피할 일입니다). SS501은 멤버간 인기 격차가 너무 큰 편이고, 빅뱅은 스타일 면에서 소녀시대 멤버들에 비해 왜소해 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비스트나 엠블랙, 제국의 아이들 등도 최근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긴 하지만 앞서 언급한 그룹들과는 아직 넘을 수 없는 차이가 있습니다.

그렇게 놓고 보면 2AM과 2PM이 남지만, 역시 남성미라는 면, 특히 광고의 컨셉트가 수상구조요원을 선발하는 점이었다는 점을 놓고 보면 원조 짐승돌의 손을 들어 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까 남성 그룹들 가운데서 2PM이 현재 걸 그룹 가운데서 소녀시대가 누리는 것 만큼 독보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보기는 힙들지만, 그래도 광고의 컨셉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고르라면 2PM이 최선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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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사실 이런 광고를 찍을 수 있다는 것이야말로 소녀시대와 SM의 자신감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일반적인 경우, 걸 그룹은 주요 팬층인 젊은 남성들을 자극하지 않는 의미에서 웬만하면 다른 남성 아이들 그룹과 '엮이는' 일은 피하는 게 정석이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연말 이후 소녀시대는 어지간해선 이런 상황을 두려워하지 않게 됐습니다. 워낙 두터워진 팬층이 하루 아침에 돌아서지 않을 것이란 자신감도 엿보이지만, '걸 그룹 멤버들도 어쨌든 사람'이라는 식의 이성적인 사고가 가능해졌다는 놀라운 세상의 변화도 한몫을 한 것입니다.

심지어 얼마 전 '강심장'에서 소녀시대 멤버 효연은 자신이 짝사랑하는 남성 아이들 그룹 멤버가 있다느 충격 발언까지 했습니다. 이건 5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그룹이 공중분해 될 수도 있는 발언이었지만 이번엔 얘기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들이나 뭐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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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이번 광고는 윤아/택연, 닉쿤/유리, 찬성/서현의 3개 커플을 등장시켜 알콩달콩한 화면을 연출해내기도 합니다. 심지어 윤아와 택연이 '패떴2'에 이어 또다시 커플로 등장하자 많은 팬들은 '진짜 사귀는 것 아니냐' 혹은 '진짜 사귀었으면 좋겠다'는 반응으로 들끓고 있습니다.

21세기초까지 당대 최고의 여성 인기 그룹이었던 핑클이 멤버들의 사생활과 관련된 소문에 초 민감한 반응을 보인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어쩌면 소녀시대 멤버 개개인의 열애설이 퍼지더라도 팀의 존립에는 아무 영향이 없는 시대가 이미 왔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지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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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위에서 말한 내용을 뒤집어 생각하면 2PM에게는 이번 광고가 대단한 명예일 수도 있고, 좋은 기회일 수도 있습니다. 아주 오래 전에는 남성 아이들 그룹의 멤버들이 다른 여성 아이들 그룹 멤버들과 친하게 지낸다거나 하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것도 인기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꺼리던 시절이 있었지만 요즘은 그런 영향은 거의 나타나지 않습니다.

또 2PM에게 더없이 좋은 기회라는 건 박재범 탈퇴 이후 겪었던 우울한 기억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데서 읽을 수 있습니다. 두 그룹의 멤버들을 한 자리에 모으려면 모델료만 15억원 이상은 될 겁니다. 이런 대형 광고를 집행할 수 있는 광고주가 여전히 현재의 재범 빠진 2PM을 지지한다는 건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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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저는 이번 광고의 승자는 두 그룹 가운데 2PM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2PM이 이번 광고 관련 영상이나 다른 자료, 다른 방송에서 소녀시대와 너무 가까운 모습을 보여 이탈할 팬들도 좀 있겠습니다만 이번 광고를 통해 건재를 만방에 과시한 댓가라고 생각하면 억울할 게 없을 겁니다.

물론 마지막으로 한가지 덧붙이자면, 진정한 승자는 두 그룸을 한방에 모신다는 원대한 야망을 품고, 그 야망을 성공시킨 캐리비안 베이 측일 겁니다. 현재 일고 있는 화제의 크기를 생각하면 그 정도 광고비는 아깝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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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닉쿤이 '우리 결혼합시다'에 나간다면 상대는 역시 유리가 좋을까요? 혹시 달리 생각나시는 분이 있으면 어떤 의견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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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하녀'는 흥미로운 블랙코미디(물론 제 생각입니다)인 것을 넘어서서 한 폭의 흥미로운 숨은 그림 찾기입니다. 영화 속에 흐르는 음악, 잠깐 읽어주는 동화, 그리고 이 가족의 딸 나미가 받는 생일 선물에도 모두 숨겨진 의미가 있습니다.


...물론 이런 숨겨진 의미는 모두 저 혼자 생각일 수도 있습니다(제발 그렇지 않기를 바랍니다만). 이 글을 읽어 보신 분들도 '원 별 생각을 다 했군'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역시 제발 그렇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아무튼 그냥 저는 이렇게 느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암호는 음악, 동화, 그림을 통한 것입니다. 세기에 따라 세가지가 넘을 수도 있겠지만 장르별로 나눠서 그냥 세가지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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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파심에서 안내글을 덧붙이자면, 이 글은 '하녀'에 대한 리뷰가 아닙니다. 리뷰를 보실 분은 먼저 앞의 글을 보시기 바랍니다.



아울러 이 글은 어쩔수 없이 '하녀'에 대한 스포일러가 들어 있습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에게 기대하는 최적의 권장사양은 (1) 영화 '하녀'를 보고, (2) 제가 쓴 앞의 '하녀' 리뷰도 보신 분입니다. 혹시 '너때문에 원치 않는 영화의 내용을 알게 됐어!'라고 화내실 분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이 글을 얼른 닫으시기 바랍니다.

그렇지 않은 분들은 더 앞으로 나가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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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는 음악입니다.

일가족이 모여 있는 장면. 나미는 언제나처럼 무표정하게 앉아 있고, 가족들은 앉아서 오페라 아리아를 들으며 은이가 가져온 와인을 마십니다. 이 대목에서 흘러나오는 것이 조르다노의 오페라 '안드레아 셰니에(Andrea Chenier)'에 나오는 마달레나의 아리아 '돌아가신 나의 어머니(La Mamma Morta)'입니다.

'안드레아 셰니에'는 프랑스 혁명기, 혁명 지도부의 지나치게 과격한 노선에 반발하다 반혁명분자로 몰려 죽음을 당한 시인 안드레아 셰니에를 모델로 한 작품입니다. 극중 셰니에의 연인인 마달레나는 혁명 때문에 몰락한 귀족의 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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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의 내용은 '그들이 내 어머니를 죽였지. 어머니는 나를 보호하려다 돌아가셨어'로 시작해 자신이 부모를 잃고 얼마나 어렵게 살아왔는지, 그리고 하녀 베르시가 자신을 키우기 위해 어떤 희생을 했는지를 한탄하는 것입니다. 임 감독이 주목한 것이 이 노래의 가사가 다루고 있는 어머니와 아이의 관계이든, 혹은 혁명가로서 어정쩡했던 셰니에의 죽음에 대한 자신의 생각이건 이 영화 속에 나오는 이 노래는 매우 의미심장하게 들립니다.

오페라 아리아로는 본래 유명하지만 영화 '필라델피아'에 마리아 칼라스의 노래로 삽입되면서 더욱 유명해졌습니다. 바로 원조격인 칼라스의 노래입니다.

 
그리고 이정재가 전도연이 날라다 주는 아침을 먹기 전 치는 곡은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17번, 일명 '템페스트'의 3악장입니다. 천재 소녀 나미가 출근하는 아빠에게 "베토벤 잘 들었어요"라고 말하는 그 곡이죠. 이 '템페스트'는 바로 셰익스피어의 희극 '템페스트'를 가리킵니다.

아시다시피 '템페스트'는 세상을 피해 외딴 섬에 살고 있는 프로스페로의 딸 미란다가 그 섬에 표류해온 잘생긴 퍼디난드를 보고 한눈에 반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들을(물론 이것보다는 프로스페로의 복수와 용서가 더 큰 주제지만) 다루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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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템페스트'의 내용이 피아노를 멋지게 치고 있는 훈을 보는 은이의 심경을 은근히 암시하고 있다고 봐도 큰 무리는 없을 듯 합니다. 다만 이런 내용을 암시한다고 하면 1악장을 치는 것이 더 적절할 수도 있었겠으나, 화면상의 효과를 위해서라도 알레그로의 3악장을 치는 것이 보다 나을 것이라는 판단도 있었겠죠.

베토벤-리스트의 진전을 잇는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빌헬름 켐프의 연주입니다.





다음은 동화가 등장합니다. 은이가 나미에게 읽어주던 동화죠. 아마 기억하실 분이 있을 것 같습니다. 이 동화의 제목은 '어느 어머니 이야기'입니다. 어려서 안데르센 전집을 읽은 덕에 어렴풋이 기억이 나더군요.

정확하게 찾아 보니 내용은 이렇습니다. 어떤 젊은 어머니가 병든 어린아이를 돌보고 있습니다. 어머니는 밤낮을 새며 죽음의 신이 아이를 데려가지 못하게 하려 합니다. 하지만 어머니가 깜빡 잠든 사이 죽음은 아이를 데려갑니다.

놀란 어머니가 따라나서 죽음이 간 방향을 묻습니다. 질문에 대답하는 밤의 정령은 대답하는 댓가로 어머니의 아름다운 노래를 요구합니다. 이처럼 이 어머니가 가는 길마다 길을 가르쳐주는 댓가로 세상은 여러가지를 요구하죠. 숲의 가시나무는 어머니의 가슴으로 자신을 안아 따뜻하게 해달라고 합니다. 어머니는 가슴에서 피를 뚝뚝 흘리지만 자식을 찾겠다는 집념으로 이겨냅니다.

은이가 읽어주는 대목이 바로 호수가 죽음에게 가는 길을 가르쳐주는 댓가로 어머니의 '파란 사파이어같은 눈'을 요구하는 장면이었습니다. 이렇게 어찌 어찌 해서 어머니는 죽음의 정원에 도착합니다. 이 정원에서 자라는 화초들은 모두 누군가의 목숨이었던 겁니다.

어머니는 눈도 보이지 않지만 심장 박동 소리만으로 어느 것이 자신의 아기인지 알아차립니다. 죽음은 어머니의 도착에 놀라 대체 어떻게 자신을 찾아올수 있었는지 묻습니다. 이때 어머니는 대답합니다. "나는 어머니이니까요." (이 뒤로도 이야기는 길게 이어집니다만 이후는 생략.)

이 동화를 엿듣기라도 했는지 혜라는 은이가 "절대 아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합니다. 그리고 이 '어느 어머니 이야기'는 은이가 그런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복선(?)이라고 할 수 있겠죠. 아무튼 의도적으로 이 동화가 배치된 것은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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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는 미술입니다. 사실 너무 눈에 띄어서 암호라고 하기도 민망합니다. 'LOVE'라는 야외 전시물로 유명한 로버트 인디애나가 마릴린 먼로를 주제로 제작한 실크스크린 작품이죠. 역시 천재소녀 나미가 "비싼 선물"이라는 아빠의 말에 "인디애나 작품이니까 당연히 비싸겠죠"라고 대답하는 그 작품입니다. (위의 작품 말고도 인디애나의 작품 중에는 저 작품과 흡사한 마릴린 먼로에 대한 작품이 또 있습니다. 그중 영화에 나온게 어느 건지는 정확히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그중 하나입니다.)

혹시나 관객들이 이 그림을 못 알아보기라도 할까봐 임상수 감독은 옆에 마릴린 먼로로 분장한 엄마 혜라를 붙였습니다. 혜라는 여기서 그 유명한 "해피 버스데이, 미스터 프레지더언트'를 흉내내 생일 축하 노래를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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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분은 지난번 글에서도 다뤘지만, 그저 마릴린 먼로 역시 대통령과 관계를 맺을 때에는 좀 더 신중하게 주변 상황을 고려했어야 했다는 얘기인지, 아니면 더 깊은 뜻이 있는지 불분명합니다. 대략 먼로의 죽음 역시 좀 더 조심하지 않은데서 온 자업자득이라는 얘기일지... 뭐 돈과 권력을 가진 남자들의 위험성에 대한 얘기일수도... 아무튼 그렇습니다.

마릴린 먼로가 그 노래를 부른 건 1962년 5월19일의 일입니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45회 생일을 열흘 앞둔 날이었더군요.^^ 이런 장면입니다.



제가 발견한 것은 대략 이 정도입니다. 혹시 이와 비슷한 다른 암호를 발견하신 분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물론 제가 암호라고 생각한 것들이 임상수 감독에게는 '어라? 나는 그냥 별 생각 없이 쓴 거였는데?'에 해당할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뭐 저도 확인할 방법은 없습니다. 아무튼 수수께끼 풀이는 항상 재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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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여러분의 일반적인 생각보다 매우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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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이지 오랜만에 방송에서 흘러나오는 '하늘에서 달을 따다/ 하늘에서 별을 따다'라는 CM송에 귀가 쫑긋 움직이는 듯 했습니다. 그 오랜만이라는게 너무 반가웠는지, 동아제약(동아 오츠카?) 측에서 시의적절하게 보도자료를 잘 내보냈는지 온갖 매체에서도 일제히 보도에 나섰더군요.

이쯤 되면 고질병인 호기심이 발동하기 시작합니다. 아주 오래 전, TV에서 '오란씨 걸'이라는 아가씨가 인기를 모은 적이 있었습니다. 1980년대 중반쯤의 일이었죠. 오란씨 CF가 그렇게 인기였는데도 이 아가씨는 드라마든 예능이든 다른 프로그램에 출연한 적이 없어서 어찌 보면 신비주의 마케팅을 실천하는 셈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궁금증에 여기저기 서핑을 해 보다가 그 아가씨의 이름이 '김윤희'라는 걸 알아냈습니다. 왼쪽이 김윤희, 오른쪽이 요즘 새로운 오란씨 모델로 각광받고 있는 김지원입니다. 어딘가 비슷한 느낌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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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궁금증이 났을 때 달려간 곳은 유튜브. 본래 1977년 '하늘에서-'로 시작하는 오란씨의 원조 모델은 임권택 감독의 부인이신 채령씨로 알려져 있지만, 그 영상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늘 느끼는 거지만, 한국은 자료 보존에 대한 한 19세기와 20세기의 차이가 별로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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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그 시기의 느낌을 짐작해 볼 수 있는 사진 한 장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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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발견할 수 있는 가장 오랜 광고는 그 몇년 뒤로 추정되는 것입니다. 어떤 이들은 이 분이 채령씨라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이 CF의 주인공은 70년대말-80년대초의 하이틴 스타였던 이옥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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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응천 감독의 '시집가는 날' 등에 출연했던 배우로 당시 '포스트 임예진'을 다퉜던 배우였죠. 어찌 보면 '고교얄개'의 강주희와 라이벌이었던 셈입니다.
 


이렇게 해서 '하늘에서 달을 따다-'라는 노래는 온 세상에 모르는 사람이 없는 유명한 노래가 됐습니다. '열두시에 만나요 부라보콘'이나 '첫번째 그맛 고소한 그맛' 과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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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80년대 중반, 세상 사람들의 호기심과 관심을 집중시킨 '오란씨 걸'이 탄생합니다. 어렴풋한 기억으로는 이 광고물 이전에 좀 더 프로토타입에 해당하는 광고가 있었고, 이 광고는 거기서 조금 더 발전된 변형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무튼 현재 구해볼 수 있는 광고 중에는 이것이 가장 원형에 가깝습니다.



전형적인 미인형은 절대 아니었지만, 귀엽고 꾸밈없는 모습 때문에 이 '오란씨 걸'(이름을 몰랐기 때문에 이렇게 부를 수밖에 없었습니다)은 등장하자마자 일약 화제가 됐습니다.

이 모델의 인기가 올라가자 아예 '하늘에서 별을 따다' 말고 이 모델 용의 CM송이 새로 등장합니다. 아마도 직접 부른 것은 아닐테고, 이 노래는 그닥 기억이 선명하지 않지만 어쨌든 모델의 인기를 대변해주는 현상입니다.



이 김윤희라는 모델과 광고 전략의 힘으로, 그다지 메이저 음료라고 할 수 없었던 오란씨는 콜라와 사이다를 제외한 과즙 음료 중에서는 상당히 중요한 상품으로 부각됩니다.



그리고는 겨울에도 마실 수 있는 음료라는 광고까지 생깁니다.



기록이 부족한 우리나라의 특성상 정확한 것은 전혀 알 수 없지만, 김윤희라는 모델은 1985년이나 86년부터 88년 무렵까지 활동한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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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인기 높았던 모델이 왜 갑자기 사라졌고, 왜 다른 활동에 나서지 않았는지는 전혀 알 길이 없습니다. 그 시절은 지금처럼 연예 뉴스가 활성화된 시기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오죽 대중 활동을 하지 않았으면 '오란씨 회사 사장의 딸'이라는 소문까지 났을 정도입니다. 일설에는 해외 교포라서 국내 활동이 힘들다는 소문도 있었습니다.

마케팅의 힘을 알아차린 동아제약 측은 좀 더 판을 키웁니다. 이 인기를 몰아 갈 새로운 모델을 공모하기에 이른 것이죠. 이것이 바로 그 선발대회 광고입니다.



신은경, 음정희 등 꽤 낯익은 얼굴들까지 등장합니다. 아무튼 여기서는 송혜령이라는 모델이 발탁됐고, 이 모델은 오란씨 CF를 통해 꽤 활동합니다만 - CF를 봐도 별 느낌이 없습니다. 아마 당시에도 별 느낌이 없었던 듯 합니다.

사실 대단한 미인이라고 할 얼굴이 아니었던 김윤희라는 모델이 크게 성공한 것은 어딘가 열대의 느낌, 그리고 꾸미지 않은 듯한 신선하고도 발랄한 웃음, 무엇보다 건강미 넘치는 모습이 파인애플 과즙이 들어간 음료의 이미지와 맞아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뒤를 이은 송혜령에게선 이중 어떤 것도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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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에서 김지원을 발탁한 새로운 담당자들은 왜 김윤희가 성공하고 후속 모델은 실패했는지를 정확하게 파악한 듯 합니다. 새로 오란씨 모델이 된 김지원은 어딘가 살짝 동남아시아의 느낌을 풍기는 외모에 밝고 건강한 이미지를 발산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얼굴이 닮지는 않았지만, 80년대 김윤희가 당시 사람들에게 주었던 느낌과 비슷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주변에서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몇번 들었습니다. 저만 그렇게 느낀 건 아닌 듯 합니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정말 궁금한 것, 대체 저 김윤희라는 모델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요? 그리고 지금 그 모델은 어디서 뭘 하고 있을까요. 혹시 아시는 분 있으면 좀 귀띔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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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오란씨 자료를 찾다가 이 분에 대한 기억도 다시 한번 해보게 됐습니다. 80년대 음료 광고 한 편으로 무명신인에서 벌떡 일어선 톱스타 한분이 있었죠. 바로 이 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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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녀'가 관객 동원 1위라는 걸 알고 깜짝 놀랐습니다. 정말이지 '하녀'가 '로빈 후드'와 '아이언맨2'를 제칠 거라고는 기대하지 않았으니까요. 칸 영화제와 관련된 마케팅의 힘은 무섭더군요. 물론 1960년작 '하녀' 때문은 아닐 것이고, 아무튼 막강한 부를 지닌 남자와 그 집 하녀 사이의 불륜이라는 소재는 상당히 관객을 끌어들일만한 요소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2010년작 '하녀'에 대해서는 다양한 호평과 혹평이 흘러다니는 걸 볼 수 있었습니다. 가장 많은 평은 '배우들은 잘 했는데 영화가 갸우뚱'이라는 식이더군요. 개인적으로 임상수 감독의 2010년작 '하녀'를 본 느낌의 요약은 '참 잘 만들어진 블랙코미디'라는 것입니다. 이 영화에서 어떤 극적 긴장감이나 스릴러의 느낌을 기대했던 분들이라면 실망했겠지만, 그것이 실소든 폭소든 보고 있으면 꽤 많이 웃을 수 있는 작품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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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강 다 아시겠지만 줄거리 요약부터 하자면-

식당 보조로 일하던 은이(전도연)는 어느날 대단한 집안의 수석 가정부인 조여사(윤여정)에 의해 입주 가정부로 채용됩니다. 들어간 집안에는 훈(이정재)과 만삭의 혜라(서우) 부부, 그리고 이들의 딸인 나미가 살고 있습니다. 은이의 역할은 주로 나미의 육아 부분에 집중되고, 은이는 나미와 급격히 친해지면서 입주 가정부의 나날에 만족합니다. 그러던 어느날 조여사를 뺀 나머지 네 사람이 겨울 휴양차 온천장을 찾은 밤, 거의 나신으로 잠을 자던 은이 앞에 훈이 나타납니다.

영화가 개봉된지도 꽤 시간이 흘렀고, 그냥 영화를 소개하는 걸로는 별 의미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직 안 보신 분들에 대한 의견은, '블랙코미디로 소비하실 분은 보셔도 무방하다' 정도입니다. 뭔가 더 대단한 상징이나 보물을 찾는 분들이라면 다소간 실망하실 수도 있을 듯 합니다. 특히 신기하게도 남성 관객들보다는 여성 관객들의 만족감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보입니다.

스포일러가 싫으신 분들은 여기까지입니다. 이미 보신 분들이나, 절대 이 영화를 안 보실 분들은 계속 읽어보셔도 좋습니다. 그렇지 않은 분들은 지금 떠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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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은이가 일하던 식당의 먹자골목에서 시작합니다. 많은 '아줌마'들이 분주하게 일하고 있습니다. 같은 여자들이지만 '아줌마'들은 일하고, '아가씨'들은 다양한 형태로 젊음을 소비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 '아가씨' 들중 많은 수가 저 일하는 '아줌마'들이 될 것이라는 건 어쩔 수 없는 사실이지만 그 사실은 은폐되어 있습니다. '아줌마'들은 '아가씨'들을 보면서 자신들의 젊은날을 돌이켜볼 수 있을지 모르지만 아가씨들에게 있어 아줌마들은 존재하지 않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문득 패륜녀 사건이 오버랩되기도 합니다.)

은이는 식당에서 일한 마지막 날 밤 한 여자가 투신자살하는 사건을 접합니다. 이 사건을 접한 은이의 반응은 "우리도 구경갈까?"입니다. 그 여자가 왜 뛰어내렸는지, 죽어서 안타깝다든지 하는 감정은 전혀 없습니다.

영화의 전반부에서 거듭 거듭 강조되듯, 은이는 '둔한 여자'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남의 살의 아픔 따위에는 아무 관심이 없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한마디로 은이는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자신이 그런 운명에 처할 것이라고는 조금도 생각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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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의미에서 보면 '하녀'는 은이에 대한 단죄의 드라마입니다. 인생을 민감하게 살지 못한 죄, 자신에게 닥쳐온 중대사들의 의미를 너무 쉽게 판단한 죄, 남의 아픔을 내 아픔처럼 생각해보지 않은 죄, 도덕적이지 않은 유혹에 그냥 쉽게 대처하고 즐긴 죄(다시 말해 '제때 반항하고 항의하지 않은 죄'이기도 합니다)... 아마 이 영화의 이런 요소들이 남자들보다는 여성 관객들을 더욱 불편하게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혹은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듯, 은이가 하층민의 상징이라면, 이 영화는 정치적으로 의식화되지 않은 기층 계급에게 대단히 냉혹한 시선을 던지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이 영화의 시선은 1차적으로 '부자들이란, 혹은 상류층이란 더럽고 냉혹하고 아더매치한 것들'이란 것이지만, 2차적으로는 '상황이 이 꼴이 되게 만든 건 너희들의 방관과 무관심, 비겁함과 안이함'이라고 비웃고 질책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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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이는 정말 아무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잘생기고 매너 좋고 피아노도 잘 치는 멋진 젊은 주인장에게 아침 식사를 날라도 주고는 저도 모르게 주인장이 치는 피아노 소리에 발장단을 맞춰 보기도 할 정도로 즐겁습니다. 나미는 귀엽고 똘똘한데다 착하기까지 합니다. 맛난 음식도 좋고, 아마도 구체적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대우도 부족하진 않았을테죠.

다만 감수해야 할 부분은 분명히 있습니다. 영화의 제목이 '하녀'라는 것을 상기시키듯 혜라는 은이에게 손발톱 관리와 속옷 빨래까지 시키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이는 처지를 비관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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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이는 훈의 '웁스'를 들은 날 이후 줄곧 그가 자기를 덮쳐올 날을 기다렸던 것처럼 묘사됩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은이에게 '빨아!'라고 명령한 뒤, 양 팔을 벌리고 자아도취의 끝을 연기하는 이정재의 표정입니다. 훈의 캐릭터를 설명하는 데 있어 스무마디의 대사보다 효과적인 장면이었다고나 할까요.

어쨌든 은이는 훈과 몇차례 정사를 벌이는 동안 한번도 거부하거나 반항하는 몸짓을 보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훈이 수표를 줬을 때 급격히 실망하는 표정을 지을 정도입니다. 대체 은이는 훈에게 무엇을 기대한 것일까요. 그렇게 잘난 남자가 나에게 매혹됐다는 판타지가 끝까지 지속되기만을 바란 것일까요. 아무튼 이 영화 속의 은이는 확실히 '즐기고' 있습니다.

남의 남편과 정을 통해 아이까지 배고도 은이의 태도는 맹하기 짝이 없습니다. 잘못했다며 맞고 반항도 않고, 무릎까지 꿇으면서도 아이를 포기하란 말에는 '모르겠어요...'라는 식으로 대응합니다. (역시 이 대목에서 "아니 다들 그걸 어떻게 아시고..."라는 은이의 맹한 대사 한마디는 폭소를 자아냅니다.)

그러니까 은이에게는 그냥 사랑스러운 자식일 뱃속의 아이가 '그들'에게는 장차 수백억의 재산이 왔다갔다하는 큰 분쟁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은이는 전혀 짐작하지 못합니다. 관객들이 이렇게 꽉 막힌 은이를 답답해 하는 동안 제 귀에는 '내가 보기엔 당신들이 더 답답해(혹은 당신들이 딱 저래)'라는 임상수 감독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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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기본 설정을 빼면 임감독이 김기영 감독의 1960년작에서 가져온 것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굳이 리메이크라고 할 것까지도 없고, 그냥 based on 정도라면 딱 적절할 겁니다. 1960년의 하녀가 너무 바보같으면서도 때론 영악하고 과격해서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캐릭터였다면, 2010년의 하녀는 너무나 어리숙하고 맹해서 사리분간을 못 합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주인공인 '하녀(혹은 가정부)'가 더욱 멍청하게 보이는 건 '주인집 가족'들이 그만큼 더 진화했기 때문일 겁니다. 대단히 머리 회전이 빠른 조여사가 '무서운 사람들'이라고 말할 정도로 주인집 가족들의 일처리와 판단은 눈부십니다.

딸의 지위를 위협하는 사위의 씨앗을 초전에 제압하려는 혜라 엄마(박지영 - 아직 미모가 싱싱한 40대 여배우가 '나미 할머니'로 등장하는 건 정말 클린 히트입니다)의 전략이나, "그 여자 절대 애 포기 안 해"라는 혜라의 판단에는 한치도 어긋남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대단한 모녀도 훈의 상대는 되지 못합니다. 하룻밤 불장난을 빌미로 사위의 기를 죽이려던 혜라 엄마의 시도는 "당신 딸이 낳아야 내 자식인 줄 알아?"라는 훈의 반격 앞에 산산히 부서지고, 오히려 혜라와 혜라 엄마가 죄인이 되어 버립니다.

한마디로, 정말 대단한 고수들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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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고도로 진화한 '있는 자들'을 상대하는 건 애당초 은이에겐 절대로 무리. 결국 뒤늦게 '찍 소리라도 내고 싶다'며 반항에 나선 은이에겐 카드가 별로 없습니다. 어차피 목숨은 포기할 참이었지만, 불까지 붙는 건 정말이지 계산 밖의 일이었던 것이죠. (이 대목에서 용산 참사가 생각난다는 분도 있었습니다만, 만약 그렇다면 좀 너무 불경스러운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건 코미디 영화라니까요.) 물론 대 저택에는 스프링클러가 있고, 은이의 죽음이 바꿔 놓은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마지막 에피소드에 왜 마릴린 먼로가 조명을 받는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로버트 인디애나의 그림이나, 서우가 패러디하는 마릴린 먼로의 해피 버스데이 송은 대체 왜 삽입된 것일까요. 그저 마릴린 먼로의 비극적인 운명도 권력의 속성에 대한 무지와 철없는 방종으로 인한 자업자득이었다는 정도의 비유라면 좀 싱겁습니다만, 그 밖의 어떤 의미가 숨어있다면 그 또한 생뚱맞을밖에요. 혹시 허공에 뭐라도 있는 듯 화면 바깥쪽의 왼쪽 하늘을 바라보는 나미의 눈동자는 무엇을 향해 있는 것일까요. 은이의 망령이라도 거기 있는 걸까요?

요약하자면 제가 보기에 이 영화는 굳이 '사회 비판'이라는 흔한 말 보다는 임 감독이 대략 뚱그려서 진보 진영이라고 할 수 있는 세력에게 보내는, '농담과 자조 섞인 조언'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이 영화가 지향하고 있는 것은 뭔가에 대한 분노와 극복의 의지보다는 '허허'하는 웃음일 거라는 생각도 듭니다. '어쩔 것이냐. 상대는 저렇게 날로 똑똑하고, 강해지고 있는데 당신들은 대체 어쩔 것이냐'는 식의....

그래서 이 블랙코미디는 더욱 흥미롭습니다. 다만 그 이상의 기대는 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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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다들 배우들의 연기를 칭찬하지만 그 중에서도 최고의 연기를 보여준 건 이정재라고 생각합니다. 그야말로 이 영화가 원하는 나르시즘을 몸에 밴 듯 표현해 낸 솜씨는 최고였다고나... 혹은 적절한 캐스팅의 힘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P.S.2. 개인적으로는 임상수 감독이 여기 저기 심어 둔 암호들이 상당히 흥미로웠습니다. 베토벤의 '템페스트', 오페라 '안드레아 셰니에'에 나오는 소프라노 아리아 'La Mamma Morta', 안데르센의 동화 '어느 어머니 이야기', 그리고 위에서 얘기한 로버트 인디애나의 '마릴린 마릴린'과 서우의 패러디 등은 모두 줄거리와 유기적인 관련을 맺고 있습니다. 이런 얘기들을 여기서 다 하기엔 너무 길듯하고, 다른 포스팅으로 만들겠습니다.

P.S.3. 그런데 어쨌든, 이 영화가 이렇게 관객몰이가 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다른 분들은 과연 이 영화를 어떻게 이해하셨을지 정말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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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TV '커피하우스' 1회는 이래저래 궁금증을 자아냈습니다. 처음에는 표민수 PD가 과연 '작품성은 좋지만 흥행(시청률)이 안 되는 연출가'라는 허울을 벗을 수 있을지, 그 다음엔 송재정 작가가 과연 김병욱 PD의 그늘을 벗어나 드라마 작가로도 히트작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 그리고는 강지환의 출연 여부를 놓고 벌어진 소속사와 전 소속사의 갈등 등이 잇달아 화제를 낳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렇게 관심을 끌던 '커피하우스' 첫회가 방송됐습니다. 제목부터 '커피하우스'라는 것은 어쩐지 '풀하우스'의 영광을 잇겠다는 의욕이 보이는 듯 하더군요. 아무래도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강지환이 연기하는 남자 주인공 이진수 캐릭터였습니다. 요즘 인기를 얻고 있는 까칠남의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는 느낌이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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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이후에만도 까칠한 남자는 줄줄이 사탕이었습니다. '파스타'의 이선균이 버럭 셰프로 포문을 열었고, '개인의 취향'의 이민호가 뒤를 이었습니다. 뭐 넓게 보면 '추노'의 장혁도 이 범주에 들 수 있고 '지붕뚫고 하이킥'의 최다니엘 역시 여기서 빠질 수 없습니다.

대체 왜 까칠남이 뜨는지에 대해서도 수많은 해석들이 있지만 솔직히 말해 이건 여자들의 흔한 착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드라마 속 까칠남이 되려면 일단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무능한데 성격만 까칠한 인물은 까칠남의 범주에 절대 들지 못하죠. 뭐 주인공이니까 당연한 거지만 용모도 특출해야 합니다. 인물이 못났는데 성격이 까칠한 건 역시 절대 까칠남이라고 불리지 못합니다. 이런 남자들은 못된 놈, 미친 놈에서 싸이코, 변태라고나 불려야 제격인 겁니다.

마지막으로 드라마 속 까칠남들은 여주인공 하나에게만 마음을 엽니다. 물론 그런 뒤에도 여자들은 이 까칠남의 매력 때문에 주변을 맴돌지만, 신기하게도 다른 여자들이 접근할 때면 이 까칠남은 얼음장같은 본능이 되살아납니다. 오로지 여주인공에게만 따스한 웃음을 보여줄 뿐, 다른 여자들에게는 재수없고 아니꼽고 잘난체만 하는 이상한 놈으로 돌아서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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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두 여자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우유부단남이 '죄라면 착한게 죄'라는 식으로 인기를 모으던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세상이 아닙니다. 솔직히 시청자들도 많이 이기적으로 변했습니다. 이른바 '1박2일'의 '나만 아니면 돼' 정신이랄까, 세상에 아무리 못되고 형편없는 놈이라도 나한테만 잘 하고 돈만 많으면 용서할 수 있다는 게 요즘 세상의 정서입니다. 오죽하면 '가십걸'의 척 배스 같은 놈도 멋진 놈으로 포장되겠습니까.

그런 의미에서 '커피하우스'의 강지환 또한 까칠남의 분위기를 이어 가고 있다는 것은 좀 너무 편하게 시류에 편승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 캐릭터는 또 다른 특이한 면이 보여 보는 눈이 즐거웠습니다.

문제의 이진수는 수려한 용모의 베스트셀러 작가지만 약속을 밥먹듯 어기고 글을 쓸 때에는 반드시 손으로 깎은 연필만 쓰며, 그 깎인 연필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 던져 버리고 새 연필을 깎아 쓰는 그런 사람입니다. 여주인공 승연(티아라의 은정)은 진수에게 우연한 기회에 도움을 받고 따뜻한 인간미를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이 캐릭터는 알고 보니 보면 볼수록 희한한 별종이었던 겁니다. 1회에서는 그저 참 특이한 사람이구나, 할 정도지만 그냥 단순한 까칠남이 아니라 결벽증과 완벽주의가 한데 뭉친 드문 캐릭터인 겁니다. 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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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이상한 미신 믿는 습관만 있다면 바로 '이보다 좋을순 없다(As good as it gets)'의 베스트셀러 작가였던 잭 니콜슨이 나옵니다. 물론 강지환은 니콜슨과 비교할 수 없는 미남이지만 하는 짓거리는 점점 비슷해질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아무튼 '웃으면서 골 지르는' 이진수의 캐릭터는 강지환의 연기력 덕분에 확 살아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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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맞서는 승연(함은정)은 역시 드라마에서 흔히 보이는 천방지축 실수연발이 특기인 민폐형 여주인공일 것 같지만 오버하지 않는 안정된 연기력 덕분에 보기가 편했습니다. 아울러 끝까지 현실을 인정하지 않고 자기 생각만 고집하는 종래의 짜증나는 민폐형 여주인공들에 비해 적절한 선에서 자신의 현실을 깨닫는("아니 어쨌든 그럼 공짜로 비서가 생긴 셈인데 뭐라도 시켜서 부려먹고 싶지 않아요?") 현명함을 지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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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하고 싶은 얘기는 남녀 주인공의 두 캐릭터가 늘 보던 것 같지만 늘 보던 것과는 사뭇 다른 차이가 있다는 점이 '커피하우스'를 생기있게 만들고 있다는 겁니다. 얼핏 보면 비슷해 보이지만 아주 조금씩의 차이가 전체적인 분위기에선 뻔하지 않은 드라마를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이밖에 어쩌다 늘 청승맞은 비련녀 역할만 하던 박시연이 오랜만에 다소 과장된 만화적인 악녀 연기를 맡은 것 하며, 한때 '발호세'로 불렸던 박재정이 말수 적은 과묵남으로 등장하는 것(알고 보면 심한 사투리 때문에 가능하면 입을 열지 않는 캐릭터라고 합니다^) 등의 설정이 눈길을 끕니다. 정웅인의 코믹 연기는 뭐 굳이 새로 거론할 필요가 없겠죠. 아무튼 아직 첫회밖에 못 봤지만 '커피하우스', 꽤 기대가 가는 드라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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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로 봐선 티아라의 다른 멤버들이 한두 장면씩은 모두 나와줄 것 같더군요. 두고 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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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들리 스코트의 '로빈 후드'가 개봉되기 전부터, 해외 리뷰들은 좀 시끌시끌했습니다. "대체 이게 무슨 로빈 후드 얘기냐!"는 얘기가 대다수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오히려 '마그나 카르타'라는, 많은 사람들이 '그거 게임 이름 아냐?'라고 묻는 1215년의 대사건이 여러 리뷰에서 등장하더군요.

많은 사람들이 전통적인 로빈 후드 이야기에서 벗어났다는 이유로 이 작품에 항변하고 있고, 또 다른 많은 사람들은 이 작품의 스펙터클을 '글래디에이터'에 비교해 비난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럼 이 영화는 형편없는 졸작일까요? 저는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밤늦게 본 영화 '로빈 후드'는 그냥 몇마디 말로 무시하기엔 충분히 볼만한 가치를 갖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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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줄거리: 사자왕 리처드의 십자군 원정에 속해 있던 궁수 로빈 롱스트라이드(러셀 크로)는 어찌 어찌 하다가 리처드의 전사를 지켜보게 됩니다. 리처드의 휘하 기사인 로버트 록슬리로부터 자신의 칼을 고향의 아버지에게 전해 달라는 마지막 부탁을 받게 된 로빈은 어찌 어찌 하다가 로버트 록슬리의 대역을 연기하게 됩니다.

로버트의 고향인 노팅험에는 로버트의 아버지 록슬리 경(막스 폰 시도)과 아내 마리온(케이트 블랜칫)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한편 리처드의 왕위를 이어받은 동생 존 왕은 실정과 무리한 세금 착취로 민심을 잃어가고, 이를 틈탄 프랑스 왕 필립은 존의 측근인 고프리(마크 스트롱)를 통해 잉글랜드 정복의 야심을 불태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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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기존의 로빈 후드 이야기와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은 시점입니다. 전통적인 로빈 후드 스토리에서 로빈 후드가 잉글랜드로 돌아오는 것은 리처드가 유럽 어딘가에서 인질로 잡혀 있던 12세기 말의 어느 시점입니다. 즉 '존 왕이 리처드의 몸값 지불을 명분으로 사방에 행정관(sheriff)들을 보내 닥치는대로 세금을 걷어들이며 포학질을 하고 있던' 시점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스토리의 엔딩은 충신들의 노력으로 리처드 왕이 잉글랜드로 돌아오는 해피엔딩으로 이어집니다. (물론 로빈 후드 자신은 여자 수도원장의 음모에 따라 독을 먹고 죽게 되죠.)

하지만 이번 리들리 스코트의 '로빈 후드'는 아예 리처드의 죽음부터 이야기가 시작해버리니 이건 전혀 다른 얘기가 될 것이라는게 분명해집니다. 게다가 잉글랜드로 돌아온 로빈의 앞에는 만민 평등사상을 그 시대에 구현해 낼 혁명가로서의 운명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한낱 궁수로 십자군 원정에 참가했던 병사가 잉글랜드의 지방 영주들을 규합해 대헌장 Magna Carta를 이끌어내는 시대의 영웅으로 변신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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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가 주장하는 것은, 이 영화가 지금까지 나온 수많은 로빈 후드 영화와 스토리의 프리퀄 역할을 한다는 것이지만 일단 이렇게 시대가 달라져 버리고 나면 이건 역시 이 뭥미...라는 반응에서 크게 벗어날 수 없습니다. 황당함을 느끼게 되는 첫번째 순간입니다. 각본가 브라이언 헬겔런드에게 그리 큰 기대를 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 짝퉁 '마틴 기어의 귀향(혹은 '서머스비')' 스토리는 뭔가 실소를 자아내는 부분이 있습니다.

물론 관객 중에 전통적인 로빈 후드 이야기에 밝은 사람이 그리 많을 리가 없으니(영/미권 관객이라면 너무나 친숙한 얘기겠지만 한국에도 뺑덕어미가 심청전에 나오는지 콩쥐팥쥐에 나오는지 헷갈리는 사람들이 널린 세상이니 이게 그리 큰 흉이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하물며 한국이나 온 세계의 관객들에겐 그러려니 할 일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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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본래의 로빈 후드 이야기는 고작해야 수십명의 셔우드 숲 산적 패거리가 노팅험이라는 한 동네의 지방 행정관 혹은 영주와 벌이는 활극이었습니다. 이 이야기가 갑자기 영화에서는 한 나라의 운명을 건 전쟁과 정치 이야기로 변신합니다. 이에 대한 어색함은 여전히 지워지지 않습니다.

과연 로빈 후드는 마그나 카르타의 주역이었을까요? 물론 그거야 전혀 알 수 없는 일이지만 필립 왕의 잉글랜드 침공 같은 것은 일단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왜냐하면 당시 잉글랜드와 프랑스의 국경은 도버 해협이 아니었기 때문이죠. 리처드가 죽은 것은 1199년, 존 왕이 프랑스에게 결정적으로 패전한 것이 1214년, 그리고 마그나 카르타에 사인한 것이 1215년입니다. 그리고  1214년의 결정적인 패전으로 잃은 영토가 바로 북부 프랑스의 부르타뉴 지방인 것입니다. 그러니 프랑스군과 잉글랜드군이 헤이스팅스 절벽에서 한판 대결을 벌이는 것은 당나라와 연개소문이 대동강 강가에서 싸우는 것 같은 생뚱맞은 장면인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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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물론 이것 역시 절대 다수의 관객들에게는 흠잡힐 일이 없는 사건인게 분명합니다. 많은 관객들은 '어쨌든' 영국과 프랑스가 싸우니 프랑스는 바다를 건너 와야 실감이 난다고 생각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영화의 진짜 약점은 너무 빨리 휙휙 변하는 주인공 로빈 후드라는 캐릭터입니다. 그냥 잘 싸우는 군인이자 동료들에게 야바위 놀이나 하던 로빈이 너무 눈 깜짝할 사이에 시대의 깨인 정신이자 대군을 이끄는 명장으로 변신하기 때문입니다. 뭐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에서 며칠 사이에 당대의 검객으로 변신하는 견자를 탓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까짓거 어차피 영웅이 되고 말 것, 시간 끌지 말자는 거라면 좀 우울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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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충분히 즐길 거리를 제공합니다. 가장 큰 미덕은 이 영화가 자신들의 배경이 12세기의 영국/프랑스 지역이라는 것을 잊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런던의 영국 왕실은 배가 도착해 문이 열릴 때까지 리처드가 살아있는지, 죽었는지를 알지 못합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얘깁니다.

하지만 더 옛날을 다룬 한국 사극에서는, 전장이 도성에서 사흘 거리든 나흘 거리든, 도성에 앉은 주인공들은 너무나 쉽고 간편하게 전장의 사정을 꿰뚫고 있습니다. 유능해서 그런 걸까요? 아니면 무심한 작가가 핸드폰이 있고 무전기가 있는 20세기와 당시를 혼동하기 때문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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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리들리 스코트가 충실하게 재현해 주는 그 시대의 전장은 그 자체로 충분히 감동을 자아냅니다. '글래디에이터'의 첫 신이, 수적으로는 훨씬 많았던 튜튼족이 왜 제대로 훈련받은 로마군에게 정복당했는지를 당시의 전술과 고증을 통해 충실히 보여준 명장면이었다면, 이번 '로빈 후드'의 도입부는 12세기 기준의 공성전을 신나게 보여줍니다.

아울러 이 시기로부터 300년 동안 유럽의 전장에서 잉글랜드군을 강군으로 소문나게 했던 장궁(longbow) 부대의 위력도 이 영화를 볼만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만듭니다. 본격적으로 이 장궁부대를 활용한 것은 100년 정도 지난 뒤의 에드워드 흑태자Edward the black prince이지만, 이 시대부터 그 단초가 있었다는 건 충분히 그럴싸하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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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마지막 해변 전투에서 사정거리 300m에 달하는 장궁부대가 적의 대열을 무너뜨리고, 그 틈으로 기병이 돌진해 기선을 제압하는 방식은 그야말로 장궁대를 이용하는 전투의 모범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관객들이 '300'은 기본적으로 만화라는 사실을 인식한다면 이런 장면들의 가치가 다시 한번 부각될텐데, 아쉽습니다.

한마디로 스코트가 보여주는 전쟁은 그저 시작만 했다 하면 우리편과 적이 엉망으로 뒤섞여 개싸움을 보이는 한국 사극의 전투 신이나, 전투의 상리를 무시하고 무슨 짓을 하건 우리 편이 이기는 '반지의 제왕' 류의 판타지 전투 신과는 격이 완전히 다릅니다. 그 시대의 무기와 그 시대의 상식으로 남자들이 신명을 다해 싸우는 방식을 훌륭한 연출가가 반칙 없이 재현해 낸, 충실함이 느껴지는 장면들입니다. (이 대목에서 다시 한번 오우삼의 '적벽대전'의 어처구니없는 전투 신들이 떠올라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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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이 영화가 스토리나 주인공의 설정, 전개 방식에서 상당한 약점을 갖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이런 박진감 넘치는 신들은 다른 어떤 영화에서도 볼 수 없는 것들입니다. 그런 부분들을 인식하지 못하고 '스펙터클이 글래디에이터만 못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뭐든 크고 화려하면 장땡이라는 식의 수준 낮은 시선일 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로빈 후드'는 개인적으로 충분히 즐길만한 영화였습니다. 마지막으로 극중 비중이 아주 크지는 않지만 리틀 존이나 터크 수사처럼 이미 유명 캐릭터가 되어 버린 로빈 후드의 조연들까지 제대로 살려 낸 감독의 시선은 이 스토리에 대한 애정이 결코 부족하지 않다는 점을 다시 느끼게 해 줍니다.

(물론 여주인공 캐스팅은 대실망이지만 말입니다. 피터 잭슨에 이어 스코트까지 이렇게 실망스러운 선택을 할 줄은 몰랐습니다. 하긴 십자군 전쟁에 시달리던 로빈이라면 누군들 반하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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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1. 그런데 설마 '로빈 후드 2: 마그나 카르타' 같은 작품이 나오진 않겠죠.^^

P.S.2. 케이트 블랜칫이나 메릴 스트립의 외모에 대해 실망하는 얘기를 할 때마다 '어머 눈도 높으셔라 그정도면 환상적인 미녀 아닌가요'하는 댓글을 다는 여자분들이 있는데, 이제 지겨워서 한줄 붙입니다. 죄송합니다. 블랜칫보다 한 천배쯤 예쁜 마누라와 살다 보니 이렇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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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부산 얘깁니다. 뭐 부산엔 놀러 간게 아니기 때문에 저녁 사진밖에 없습니다.

부산은 서울을 제외한 전국 도시 가운데 가장 많이 가는 곳이기도 하고, 또 가장 많이 가 보고 싶은 곳이기도 합니다. 기회가 된다면 가서 살아 보고 싶은 곳이기도 하죠.

부산에 가면 꼭 먹고 와야 한다고 개인적으로 주장하는 음식이 세가지 있습니다. 첫째는 연산동 제일복집의 복불고기, 둘째는 구서동 가야밀면의 밀면, 그리고 세째는 역 건너편 차이나타운 입구에 있는 신발원의 고기만두입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경우, 일정이 부산역과 해운대를 잇는 선상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구서동은 참 들르기가 쉽지 않습니다.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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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일을 하러 가건, 놀러 가건 이때가 제일 들뜨죠. 잇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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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런볼을 벗삼아 달리고 달리고 달리고 달리고 살리고 살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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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달려서 내리면 곧바로 달려가는 곳이 신발원.

죄송합니다. 낱개로 파는 건 아닙니다. 허겁지겁 먹다가 사진 찍는 걸 잊었습니다. 다행히 다 먹기 전에 이성을 되찾고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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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허겁지겁 일처리를 마치고 청사포로 이동했습니다. '아직 해가 보이잖아' 하시는 분들, 요즘 해가 참 길어졌더군요.^^ 그리고 이런데 오면 술자리에서 우의를 다지는 것도 중요한 업무랍니다. 아무튼 참 정겨운 짠물 냄새-.

부산 분들은 다 아시고 서울 분들도 꽤 많이 아신다는 청사포는 달맞이고개 너머에 살짝 숨어 있습니다. 저희는 행사장이 해운대라서 약 10여분만에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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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 트인 바다. 속이 다 후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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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로 난 방. 전망이 그만입니다. 창을 열면 파도 소리가 방안을 채웁니다. g.o.o.d.

스님도 넋을 잃고 바다를 탐닉하고 계십니다. 전망값으로만도 벌써 회 먹은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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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이런건 전국 어디 가나 비슷한 상차림이지만, 그래도 기대 만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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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세 캄캄해지는 하늘. 회 나오기를 기다리며 예술도 해 봅니다.

이른 상차림만으로도 어느새 바닥을 드러낸 C1. 이름은 바뀌었지만 C1을 마시면 왕년에 광안리 오른쪽 끝 방파제에 앉아 구름에 비친 네온사인을 바라보며 대선소주 병으로 돌려 마시던 시절이 절로 떠오릅니다. (누가 보면 술 엄청 잘 마시는 줄 알겠군.^^)

등대야 너는 아느냐 C1의 그리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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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을 맞아 말캉말캉 살이 오른 이 도다리. 뼈채 썬 세꼬시의 아름다운 정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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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염장. 가끔 세꼬시라면 뼈가 들었다는 이유로 거부감을 느끼시는 분들도 있는데, 잘 못 써는 집에 가시면 그런 겁니다. 진짜 세꼬시는 뼈가 있는지 없는지 모를 정도로 부드러우면서도 가끔씩 씹히는 맛이 일품입니다.

된장+다진마늘+다진청양고추+초장 약간이 제격입니다. 듬뿍듬뿍 싸서 상추에 싸 먹고, 잘게 썬 양배추와 콩가루에 비벼 먹고, 밥까지 같이 넣어 비비고 깻잎에 싸 먹고...

(죄송합니다. 이런 상황에선 사진 찍을 정신이 없습니다. 아무튼 맛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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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난 도다리와 매운탕, C1으로 배를 채우고, 모처럼의 부산 술자리가 이대로 끝날 리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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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이 걸린 곳이 어디인지 맞추시면 부산 아는 사람으로 인정.^^

아무튼 부산, 악몽의 2002년을 제외하곤 갈때마다 마음이 푸근해 지는 곳입니다. 한여름 피서철만 아니라면 언제든 또 가고 싶은 곳. 물론 맨 위에 든 게 세가지라고 해서 다른 별미의 가치를 부정하는 건 절대 아닙니다. 미포 할매복국이나 속시원한 대구탕, 동래 온천장 돌판 장어구이나 대변 짚불장어도 모두 탐나는 음식들입니다. 그런데 돼지국밥 먹어 볼 여유는 언제쯤 생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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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아무 생각 없이, 어쩌다 가회동 한옥촌을 가 보게 됐습니다. 왜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 아무튼 갑자기 갔더랬습니다. 물론 40년 넘게 서울에서 산 터라 그곳이 어디인지는 너무나 잘 알았지만 그리 친숙한 곳은 아니었습니다.

아무튼 서울을 잘 모르시는 분들이라면 한번 가볼만 한 곳, 서울에 오래 살았지만 도대체 문화라고는 영 부족해 보이는 강남에만 사시던 분들은 특히 가볼만 한 곳입니다. 담장에 둘러싸인 집과 자그마한 마당, 그리고 담장 밖으로 보이는 날렵한 한옥 지붕이 마음을 푸근하게 합니다.

이 정도면 충분히 약을 판 셈인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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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회동이 어디야, 하실 분도 있겠지만 사실 친숙한 동네입니다. 한창때를 누리고 있는 삼청동길을 광화문에서 북악산 쪽으로 가다 보면 오른쪽으로 한옥들이 쭉 들어차 있는 마을이 보입니다. 그쪽 언덕 위가 바로 가회동입니다.

또는 삼청동길을 내려가다가 감사원쪽으로 우회전해 넘어가는 길, 혹은 현대빌딩에서 헌법재판소 쪽으로 죽 내려가서 있는 길 양쪽이라고 표현해도 됩니다. 오래 전의 가회동은 실제로 진짜배기 한옥들이 꽉 차 있는 길이었는데 요즘은 꽤 고친 집들이 섞여 있더군요.

어찌하다가 들어가게 된 곳이 가회미술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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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화와 부적을 주로 전시하는 미술관... 물론 미술관이라고 부를 수 없을 정도로 작고 아담한 규모지만 들어가서 쉬어갈만 합니다. 입장료가 있습니다. 3000원. 잠깐 구경하고 나면 연근차를 주시는데 그냥 차값이라고 생각해도 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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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 벽에는 하나 가득 부적이 붙어 있습니다. 부적들 옆에는 조그맣게 설명이 붙어 있기도 합니다. 귀신 쫓는 부적, 도둑 안 맞는 부적, 남편 잡아 놓는 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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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에서 제일 귀여운 부적을 골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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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귀 퇴치 부적이라는데, 악귀가 과연 무서워할지, 귀여워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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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마당엔 모란꽃이 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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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기 항아리 안에선 금붕어가 헤엄치고 있습니다. 볕 드는 툇마루에 앉아 그저 가만히 앉아 있어도 심심찮은 뜰입니다. 마음의 여유를 찾을 수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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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꽤 큰 박물관도 있습니다만, 가회동 한옥 마을 안에는 자잘한 박물관이 한둘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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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그날 찍은 건 아니지만 어쨌든 가회동의 한정식집 '마라' 뜰입니다.

한옥 지붕과 잘 가꿔진 마당의 조화. 정감이 넘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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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청동(혹은 가회동)에서 와룡공원을 지나 오르막을 타면 말바위쉼터라는 곳에 이릅니다. 본래는 여기가 막다른 길의 끝점이어서 아는 사람만 오는 곳이었죠. 이 지점은 서울 시내에서 손꼽히는 야경 관람 포인트입니다. 강북 도심이 한 눈에 들어오는 호쾌한 전망이 그만이죠. 개인적으로는 남산 서울타워보다 낫다고 생각합니다.

사진에 나오는 서울성곽이 아래로 죽 이어져 있습니다. 성곽을 따라 긴 계단을 내려가면 혜화동이 나옵니다. 그런데 주변을 정비한다면서 화단을 죽 만들어 놨는데 이거 영 불만입니다. 예전처럼 그냥 성벽을 노출해 놓은 게 훨씬 나았던 것 같습니다.

어쨌든 요즘 너무나 붐비는 삼청동을 잠시 멀리 하시고, 가회동 쪽으로 발길을 돌려 보시면 어떨까요. 요즘 붐이라고 해서 가회동 골목도 미어 터지는게 아닐까 잠시 걱정했는데 다닐만 했습니다.

P.S. 부산 다녀온 얘기는 다음으로 - 이거야말로 짤방 포스팅이군요.^^ 요즘 블로그에 너무 신경을 못 쓴듯 해서 저도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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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이런 노래 들어본 적 있냐고 유튜브 링크 하나를 던져줬습니다. 화면에는 웬 싸움 잘 못 할 것 같이 생긴 비쩍 마른 백인 하나가 나와서 노래를 하고 있었습니다. 노래의 제목은 '내 노래야'. 하지만 분명히 흘러나오는 곡은 씨앤블루의 '외톨이야'였습니다.

노래의 의도는 너무나 분명했습니다. 가사 중간에는 '와이낫'도 나오고 '파랑새'도 나옵니다. 내용 중에도 '니 노래 멜로디는 너무 좋아. 조금 가져다 쓰면 안 되겠니?'라는 이야기가 반복해서 나오죠.

도대체 뭐하는 친구이길래 이런 걸 만들고 있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검색해보니 유튜브에만도 이 친구가 올려놓은 동영상이 100개가 넘더군요. 그리고 그중엔 나름 유명한 '김연아 송'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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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문제의 노래, '내 노래야' 부터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내용은 '외톨이야'를 직접 공격하기보다는 한국 가요계의 전반적인 문제를 꼬집는 것들입니다. '한국 노래에 나오는 영어는 모두 콩글리시야, 영어를 배워' '한국 노래는 왜 다 똑같이 들려' 등등... (이에 대한 마익흘의 본격적인 설명은 저 아래에)

그 다음은 김연아 송. 김연아에 대한 숭배의 감정을 담은 수많은 노래들 중 하나입니다.^^

 

이름은 마이클. 마익흘이라는 예명은 마이클을 한글로 재미있게 쓴 내용입니다. 나이는 27세. 그가 올린 동영상 중에는 한국식의 나이 계산 때문에 자기를 28세라고 표현하는 사람들에 대한 짜증(?)이 담긴 것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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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한국에 대해 좋은 이야기만 해서 호감을 얻으려는 타입은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예를 들면 그가 느낀 한국의 나쁜점: 물론 마이너한 부분입니다만... 한국의 아파트 이웃들이 시끄러운 이유에 대해 제법 한국의 난방 시스템까지 연구한 흔적도 보입니다.
 

그리고 한국 나이계산에 대해 불평하는 내용.

 

그 다음은 자신이 왜 '내 노래야' 같은 동영상을 만들어서 인터넷에 올려 놓았는지에 대한 설명입니다. 내용인즉...

"노래 한 곡이 표절이냐 아니냐를 얘기하는 건 의미가 없다. 내가 듣기에 한국의 히트 가요는 모두 다 똑같다. 그 노래가 그 노래다. 이런 문제는 한국 팝 밴드들이 직접 노래를 작곡하지 않고, 누가 작곡해준 노래를 부르기 때문에 생긴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은 한국에서 앞으로 일어날 10가지를 마익흘이 예언한 것입니다. 뭐 앞으로 대학에 진학하려는 여학생들은 9개 중 하나의 얼굴을 선택해 성형하는 것이 의무화될 것이다.... 이런 등등의 흥미로운 내용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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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앞으로 한국의 작곡가들은 모든 멜로디를 다 써먹고, 90년대에 나왔던 노래들을 제목만 바꿔서 다시 발표할 것이다. 하지만 아무도 그 노래가 예전에 있었던 노래인지 구별하지 못할 것이다"라는 내용도 있습니다. 상당히 심각한 악담...^^



일전에 한국 노래를 부르는, 미국에 사는 흑인 여성을 소개한 적도 있었는데 이번엔 한국 록에 관심이 많은 외국인을 다루게 되고 보니 참 희한한 느낌이 듭니다. 홈페이지도
http://www.timetorocktheworld.com/ 열어 놓고 있으니 궁금한 분들은 방문해보시길.


P.S. 최근에 올린 동영상 중에는 6월2일 지방선거에 투표하라고 촉구하는 내용의 동영상도 있군요.^ 나름 의식있는 친구인 모양입니다.

P.S.2. 오마이뉴스에 꽤 자세한 리뷰가 실렸습니다. 이쪽도 인터뷰를 하지는 않은 듯.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378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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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기의 호가 '허당'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겁니다. 이 '허당'은 겉으로 보기엔 완벽한 스펙을 갖춘 이승기의 엄친아 이미지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뛰어난 외모와 방송을 통해 보여지는 성품, 시청률 40%대의 드라마(찬란한 유산)와 예능 프로그램(1박2일)을 모두 주도한 실력, 그리고 전교 회장 출신이라는 모범생의 똘똘한 이미지가 모두 결합된 것이 이승기의 이미지입니다.

하지만 이런 '완벽남'의 이미지는 자칫 인간미가 없어 보일 수도 있습니다. 이런 요소를 커버한 것이 바로 '1박2일'을 통해 형성된 '허당'의 이미지였죠. 뭔가 부족해 보인다는 것이 오히려 시청자들에게 감정적으로 이승기와 공감할 수 있는 여지를 준다는 점에서 이 '허당' 이미지는 매우 값진 것이었습니다.

그 '허당' 이미지가 최근 흐려졌다는 인식 때문인지 9일 방송된 '1박2일'의 코리안루트 3편은 대대적으로 '이승기 검증'을 실시했습니다. 과연 이승기는 엄친아인가, 허당인가를 파헤쳤죠. 그리고 그 결과, 이승기는 '완벽한 허당'으로 드러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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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O 검증 때의 어리바리한 모습은 일단 통과. 운이 없어 찬물 열바가지까지 당첨. 이어 벌어진 잠자리 복불복 대결에서 이승기는 모든 사람의 예상을 뒤엎고 퀴즈 대결에서 최하위를 차지했습니다. 영화/드라마/만화/ 주인공과 제목을 연결하는 게임에서 다른 출연자들이 하나씩 빠져나가는 가운데서도 이승기는 끝까지 자리를 지켰습니다.

'미래소년 코난'의 포비를 몰라 최하위가 결정된 뒤에도 강호동은 "이 기회에 이승기를 검증해 보자"며 계속해서 퀴즈를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개구장이 스머프'의 아즈라엘을 몰랐고("가가멜이 나오지 아즈라엘이 왜 나와?"), '오즈의 마법사'의 도로시를 몰랐고("그 넷중에 누가 도로시죠?"), 심지어 뺑덕어미를 몰랐습니다("영심이? 아, 맞다. 콩쥐팥쥐!"). 시청자들에게는 상상을 초월한 웃음을 자아냈지만 웃으면서도 과연 정말 저걸 모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물론 그 자리에서 저런 '무식'을 연기했다면 이승기는 아마 예능의 천재일 지도 모릅니다. "그 넷 중에서 누가 도로시죠? 사자는 아니고..."같은 멘트를 그 자리에서 만들 수 있다면 정말 대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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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이날 찬물 열바가지를 뒤집어 쓴 데 이어 바보 취급까지 받게 된 이승기. 이어진 남도 자유여행 프리젠테이션에서도 이승기의 자해 개그는 계속됐습니다. 여기서 이승기/강호동 조는 1박2일의 여행 내내 남도 진미를 모두 맛보며 열끼 가까운 식사를 하는 안을 내놨습니다.

솔직히 강호동/이승기의 강심장 조가 내놓은 여행 계획은 예능으로는 그럴듯 하기도 했지만 진짜 한국관광공사 직원이 심사를 하는데 이런 여행안이 높은 점수를 받을 리 없다는 것은 너무도 당연했죠. 이런 무리한 계획을 세우는 데 이승기가 일조했다는 건 뭐랄까... 역시 '허당' 이미지를 굳히는 결과로 드러났습니다. 이런 계획으로 1등을 노렸다는 건 누가 봐도 상식에서 벗어나는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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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위에서도 말했듯 이승기의 허당 이미지는 연예계에서 이승기가 활동하는데 도움이 되면 됐지 결코 방해가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이승기가 뺑덕어미를 몰랐다고 해서 이승기를 바보로 생각할 사람은 없을 것이고, 오히려 나오는 문제를 두꺼비가 파리 잡듯 척척 맞췄다면 잘난체 한다고 불쾌하게 생각할 사람(물론 이런 사람들이 더 문제입니다. 하지만 세상엔 이런 사람이 얼마든지 있죠)이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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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에서, 설사 9일 방송된 '1박2일'의 이승기 부분이 다소 의도된 것이라고 해도, 크게 탓할 여지는 없을 듯 합니다. 아무리 '리얼 버라이어티'라는 제목이 붙어 있지만 예능 프로그램에 100% 야생 리얼을 기대하는 것은 '우리 결혼했어요'에 나오는 커플들이 모두 진심으로 서로 아끼고 사랑할 것이라고 보는 것이나 마찬가지일테니 말입니다.


[물론 이번 방송분이 조작이라고 단언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그리고 이 글의 요지는 '조작이든 아니든, 아무 상관 없다' 쪽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시기 바랍니다. 이런 프로그램의 목적은 국민을 계도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시청자들에게 행복한 상상을 나눠 주는 것이란 점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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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그리고 뭐니뭐니해도 이날 최고의 웃음은 이수근의 모자이크 쇼. 감동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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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Hot)한 힙합 스타는 드렁큰타이거도, 에픽하이도 아닌 UV입니다. 개그맨 유세윤과 래퍼 뮤지로 결성된 UV는 데뷔곡인 '쿨하지 못해 미안해'로 뜨거운 인기를 모으고 있습니다. 자칭 '비와 효리 사이에 낀 뮤지션', 혹은 '비와 효리 다음은 UV' 정도로 불리고 있을 정도입니다.

도대체 돈이라곤 들어간 데가 없어 보이는 '쿨하지 못해 미안해'의 뮤직비디오는 코믹한 가사와 영상으로 웃음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이들은 데뷔할 때부터 "저스틴 팀버레이크가 나오는 'Dick in the Box'라는 뮤직비디오를 보고 영감을 얻었다"고 말하기도 했죠.

이 뮤직비디오를 만든 그룹의 이름은 Lonley Island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럼 불세출의 그룹 UV를 만들어 낸 그 스승들은 누구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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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못 본 분들은 없겠지만, 만약에라도 아직 UV를 접하지 못한 분들을 위해서 소개합니다. 바로 UV 열풍을 낳은 노래 '쿨하지 못해 미안해'의 뮤직비디오입니다.

 

그리고 이들에게 영감을 줬다는 Lonely Island의 'Dick In A Box' 뮤직비디오를 볼 수 있는 영상입니다. 오른쪽 화면은 이 뮤직비디오, 그리고 왼쪽은 이들을 흉내내어 팬들이 만든 패러디 영상입니다. 왜 이런걸 가져왔는지 설명은 아래로-
 
사실 뮤직비디오만 있는 영상을 가져오고 싶었지만, 이 영상은 미국 NBC TV의 장수 간판 주말 버라이어티 쇼인 'Saturday Night Live(줄여서 흔히 SNL이라고 부릅니다)'라는 프로그램의 일부였습니다. 여기에 출연하던 아담 샘버그 등의 코미디언들이 자신들의 유닛을 론리 아일랜드라는 힙합 그룹이라고 부르고, 여기에 수시로 톱스타들을 초대해 뮤직비디오를 선보였습니다.

[그런데 역시 방송 화면을 그냥 긁은 거라서 유튜브에서도 다른 곳으로 퍼가는 건 금지하고 있는 듯 합니다. 그래서 약간의 편법으로, 비교하고 있는 화면을 가져왔습니다.]

그런데 그 스타 진용이 만만찮습니다. 위의 뮤직비디오에 나오는 건 바로 그 유명한 저스틴 팀버레이크입니다. 흔히 비와 비교되는 최고의 남자 솔로 가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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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론리 아일랜드의 재기발랄한 세 멤버들입니다. 왼쪽부터 앤디 샘버그Andy Samberg, 아키바 섀퍼Akiva Schaffer, 조마 타콘Jorma Taccone]

그런 팀버레이크가 이런 저질스럽고^^ 코믹한 뮤직비디오에 선뜻 나선다는 건 한국적인상식으로는 좀 받아들여지지 않는 일이기도 합니다. 가사가 어떤지 음미해보고 싶은 분들을 위한 가사 중심의 버전입니다.^^ 그림 설명도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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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해서 인기가 폭발하자 이들은 자신들의 앨범과 싱글을 쏟아내기 시작합니다. 심지어 지난해 2월 발매된 데뷔 앨범 Incredibad는 빌보드 차트에서 13위까지 올라가기도 하죠. 이들은 또 Hot Rod라는 코미디 영화까지 제작했습니다.

아래는 이들의 대표작 중 하나인 J***(Jizz) in My Pants의 뮤직비디오입니다. 이 뮤직비디오에도 인기 드라마 시리즈 '라스베가스'의 몰리 심스와 '앙투라지'의 제이미 린 시글러같은 미녀 스타들이 등장합니다.

 

Jizz라는 낯선 단어 뜻을 찾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내용은 참 여기 소개하기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우연히 너무나 마음에 드는 여자를 보게 된 바람에 나도 모르게 바지에다 ....를 해 버렸다는 뜻입니다. 뭐 미국이니까 이런 노래가 나오고 히트할수 있는 거겠죠.^^

또 다른 대표곡. 래퍼 T-Pain이 참여한 'I'm On a Boat'입니다.

 

SNL의 오리지널 화면 가운데 정말 쇼킹하고 재미있는 영상을 하나 가져오려고 했는데, 역시 위에서 말한 이유로 SNL의 영상은 바로 가져올 수가 없습니다. 지성파 여배우 나탈리 포트만이 속사포처럼 랩을 외치는데, 그 내용이 너무나 충격적입니다. 영상을 보실 분은 이 링크를 이용하시면 되겠습니다.

http://www.youtube.com/watch?v=KpMPFGBtE7Q&feature=related


영상이 고프지 않은 분들은 이걸로 들으셔도 되겠습니다. "shut the fuck up and suck my dick" 정도는 그냥 기본으로 깔립니다.^^

 

어쨌든 일각에서는 유세윤과 UV의 활약에 대해 "론리 아일랜드의 조악한 모방"이라고 살짝 폄하하는 시선을 보내고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지금도 수시로 톱스타들이 표절 시비에 휘말리는 한국 가요계의 현실을 볼 때, 모방이라면 모방이랄 수 있지만 이 정도의 컨셉트를 빌려오는 걸로 유세윤에게 뭐라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듯 합니다.

오히려 한국 환경에 맞춰 잘 활용했다고 칭찬을 해주는게 적절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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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헤어스타일을 보면 딱 생각나는 뮤지션이 있습니다. 1980년대 댄스 열풍을 일으켰던 밀리 바닐리입니다. 기억이 안 나신다구요?

그런 분들을 위해 MILLI VANILLI의 "Girl You Know It's True" 비디오를 퍼와 봤습니다. 그런데 어떤 분들에겐 참 보기 불편한 영상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왠지 너무 친숙해서... 아무튼 유세윤에 대한 비난은 매우 부당하다는 생각을 더욱 짙게 해 주기도 합니다.

  

아무튼 '쿨하지 못해 미안해'의 성공 이후 UV는 곧바로 '성공'이라는 자축곡을 내놨습니다. '우린 터졌어'.^^ 참 뻔뻔하다면 뻔뻔하고, 귀엽다면 귀여운 퍼포먼스입니다. 언더그라운드 정신이랄까, B급 정서라고 해야 할까, 세계적인 힙합 뮤지션들을 '친구'라며 그냥 소개하는(?) 순서가 압권입니다. 이 노래는 뮤직비디오가 따로 없습니다.

 

최근 공개된 후속곡 '인천대공원'의 뮤직비디오 촬영 현장 사진입니다. 이번 뮤직비디오는 과연 얼마나 더 '골때리는' 재미를 줄 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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