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제목에는 프랑스 병이라는 이름만 소개했지만, 이 병은 다양한 이름으로 불렸습니다. 프랑스 병, 이탈리아 병, 스페인 병, 영국 병, 터키 병, 폴란드 병... 온갖 나라 이름이 이 병의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 어쩌면 당연한 얘기지만 - 결코 아무도 자기 나라 이름을 이 병에 붙이지는 않았다는 점입니다. 최근 돼지(Swine)이라는 뜻이 들어가는 SI라는 명칭이 폐기되고 신종플루, 인플루엔자 A, 혹은 H1N1이라는 약칭이 대신 사용되게 됐습니다. 이름이 왜 바뀌게 되었는지는 모든 분들이 너무나 잘 알고 계실 겁니다. 이 글을 쓴지도 벌써 2주째로 접어들었군요. 5월 1일, 세계보건기구(WHO)가 SI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천명한 날 쓴 글입니다. 어쩌다 보니 ..
'엑스맨 탄생: 울버린'을 보고 참 많은 분들이 이런 생각을 하게 된 듯 합니다. 지난번에 '울버린'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항상 헤니의 얼굴은 서구인의 얼굴이라고 생각하다가, '울버린'에서 진짜 백인 배우들과 함께 서 있는 헤니를 보니 이건 동양인의 얼굴이더라"라는 얘기를 했는데, 많은 분들이 거기에 공감하시더군요. 그런데 할리우드의 아시아계 남녀 배우들 사이에는 무시 못할 차이가 나타납니다. 남자 배우의 경우, 조금이라도 가능성을 보이는 배우들은 모두 아시아계와 백인의 혼혈입니다. 즉 순수 아시아인의 얼굴로 할리우드에서 뭔가 해보려는 배우들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는 거죠. 반면 여배우들은 혼혈이건 아니건 모두 경쟁력이 있더라는 겁니다. 어찌 보면 좀 기분나쁘게 느껴집니다. 제목: 헤니군, 그러고보니..
한국인 유학생 손수경(24)씨가 '브리튼스 갓 탤런트' 준결승에 진출했다는 소식이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수 손(Sue Son)이라는 이름으로 출연해 '혹시 한국인일까...'하는 궁금증만 낳았지만 곧 발빠른 연합뉴스 런던 특파원 덕분에 한국인임이 밝혀졌습니다. 하긴 중국계 손씨들은 대개 'Son' 아닌 'Sun'이라고 영문 표기를 하죠. 아무튼 손수경씨는 이날 바네사 메이(키가 좀 클 뿐 스타일도 꽤 흡사합니다)의 'Storm'을 신나게 연주해 예선을 통과했습니다. 사람들의 주목도를 생각하면 수잔 보일, 샤힌 자파골리, 홀리 스틸 등과 함께 거의 4강 수준인 셈이죠(과대평가인가...). 그런데 그녀의 이 프로그램 출연에는 친구와의 우정이라는 소재가 개입됐습니다. 어떤 내용이었을까요. 일단 그 경과를 좀 보..
KBS 2TV '꽃보다 남자'가 끝난 뒤 MBC TV '내조의 여왕'이 월-화요일 밤의 강자로 부각되면서 KBS 2TV '미녀들의 수다'가 MBC TV '놀러와'에 밀리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물론 큰 차이는 아니지만, 아무튼 바로 앞서 방송되는 드라마의 시청률이 11시대 예능 프로그램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겠죠. 하지만 시청률 1, 2%를 떠나서 '미수다'는 '놀러와'나 '야심만만 2'와 비교할 수 없는 프로그램입니다. '글로벌 토크쇼'라는 자체 슬로건은 지금까지는 약간 과장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 전까지 없었던, 그리고 앞으로 생겨날 프로그램들의 전범이 될 토크쇼이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말해 '놀러와' 든, '야심만만 2'든, '야심만만'이든, 그 전까지 수없이 명멸했던 수많은 연예인..
수전 보일(Susan Boyle) 동영상은 다들 보셨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유튜브가 폭주하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2년 전 6월,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폴 포츠 열풍이 그대로 재현되고 있습니다. 동영상을 보고 있으면 절로 감동이 밀려옵니다. 솔직히 이쪽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수전 보일이건, 폴 포츠건, ITV의 '브리튼즈 갓 탤런트'가 만들어내는 이런 신데렐라 쇼를 보고 있으면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감동적인 사연과 노래 솜씨를 넘어 이런 사연과 이런 주인공들로 대중문화의 틈새 시장을 공략하는 방송 제작진의 기획력에 우선 감탄하게 됩니다. 게다가 인터넷과 유튜브의 등장은 이런 스타들이 영국이라는 한 지역 안에서 머무는 게 아니라 전 세계적인 스타로 거듭날 수 있게 만들었죠. 그런저런 현상에 대..
YWCA가 최근 종영한 KBS 2TV '꽃보다 남자'에 대한 모니터링 보고서에서 이 드라마를 '절대 실패한 드라마'라고 규정했습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서울YWCA 대학생 방송모니터회의 분석이라고 합니다. 물론 이런 단체에서 이 막장성이 다분한 드라마를 좋게 평가할 리가 없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입니다. TV 시청자들을 상대로 어떤 설문조사를 하더라도, '어떤 TV 프로그램을 더 많이 보고 싶으싶니까'라는 질문에는 누구나 '교양, 다큐멘터리, 사회고발성 뉴스 프로그램'을 더 많이 보고 싶다고 응답합니다. 어떤 조사에서도 '코미디, 리얼 버라이어티, 막장성 드라마'라고 응답하는 시청자는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실제 시청률 조사는 그런 설문 조사와는 전혀 다른 결과를 보여줍니다. 원래 그렇습니다. 이 보고..
오늘 4월 13일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90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1919년, 3.1운동 이후 국외로 탈출한 지사들과 중국에 거주하던 독립운동가들이 한데 뭉쳐 상해에서 임시정부를 세운 날이죠. 또 올해가 백범 김구 선생 서거 60주년이기도 해서 백범의 유품 19점을 문화재로 지정한다는 발표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유품 중에는 어린 시절부터 익히 들었던 '윤봉길 의사와 바꾼 회중시계'도 있더군요. 마침 매주 칼럼을 마감해야 하는 금요일에 이런 발표가 있었는데 이 시계 말고 두 개의 시계가 머리 속을 스쳐 갔습니다. 모두 역사적인 사건이나 사람들의 염원과 관련된 시계들입니다. 특히나 그중 한 시계는 정 반대의 의미를 가진 시계더군요. 그래서 이 시계들의 이야기를 한데 모아 봤습니다. 제목: 시계 미국 ..
이슬람교나 이슬람교의 신자들에 대해 편견을 갖고 있는 분들도 있고, 그 분들을 아예 적대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반드시 기독교도가 아니더라도 그런 생각을 갖고 있는 분들이 적지 않더군요. 물론 어떤 삶의 양식이 등장하는 데에는 그 배후에 문화적인 이유가 있다고 보는게 좋을 듯 합니다. 이슬람교 교단에서 돼지고기나 술을 금하고 있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지만, 초코파이를 '먹을 수 없는 음식'의 범주에 넣는다고 하는 건 좀 생소하실 겁니다. 물론 초콜렛은 먹을 수 있지만, 초코파이는 안 된다고 하는군요. 마찬가지로 우유는 마셔도 되지만 요플레는 먹을 수 없다고 합니다. 대체 왜 그럴까요? 이런 저런 이유가 겹쳐서 썼던 글입니다. 할랄(halal) 미 국무부 법률고문에 내정된 ..
막장 드라마라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요. 당연히 '막장성을 갖춘 드라마', 혹은 '막장스러운 드라마'라고 규정해야 할 겁니다. 막장성이란 스토리상의 막장성(이른바 작가가 원하는 것은 뭐든 이뤄지는 비비디 바비디 부 스토리), 연기의 막장성(소리만 지르고 막말로 싸늘하게 쏘아붙이기만 하면 '탁월한 감정 연기'냐), 연출이나 설정의 막장성(정말 점만 붙이면 아무도 못 알아볼 거라고 생각해?) 등등 여러 가지 요소가 있습니다. 이 모두를 갖춘 막강 드라마도 있겠죠. 그런데 요즘 이 막장성 풍부한 드라마들 가운데 희한한 공통점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제목만 보고 눈치채신 분들도 있겠지만, 드라마에서 죽는 사람이 없다는 겁니다. 죽었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모두 살아 돌아오고 있다는 거죠. 이게 바로 공포영화와의 공..
김연아의 정상 도전이 한껏 끓어올랐던 WBC의 분위기를 쫙 빨아들이는 듯한 느낌이지만, 아직 WBC에 대해 하고 싶은 얘기가 남아 있습니다. 주위 사람들과 하는 얘기지만, 1948년 대한민국 건국 이후 한-일전에서 패하고도 이렇게 성원을 받은 것은 2009 WBC 대표팀 외에는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대체 왜,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한-일전에서 지고도 박수갈채를 받게 했을까요. 문득 또 다른 도전자 한 사람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지고 나서도 퉁퉁 부은 눈으로 "에이드리언!"이라고 외치던 남자의 모습입니다. 그리고 그 모습은, 단지 영화 속에서만 볼 수 있는 건 아니었습니다. 척 웨프너라는 사람에 대해 들어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제목: 도전자 1975년 3월 24일, 미국 오하이오주 리치필..
다른 누구나와 마찬가지로 지난 2주 동안, WBC가 거의 유일한 위안이었습니다. 온갖 환경이 모두 악화되어가는 가운데서도 연일 승전보를 터뜨려 주는 김인식사단이야말로 온 국민의 영웅 칭호를 받을만 한 자격이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가 없더군요. 위대한 승리는 승리 그 자체보다 장면으로 기억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1회 WBC에서 가장 인상적인 순간은 미국과의 대결, 이승엽을 고의 4구로 거르는 메이저리그 투수의 모습이었습니다. 전화를 걸어서 사방에 얘기하고 싶은 장면이더군요. "이봐, 지금 봤어? 미국이 한국에게 지지 않으려고 이승엽을 고의 4구로 거르고 있다고!" 이런 감동적인 장면은 매일 봐도 좋을 겁니다. 그런데 이런 장면을 다시 보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요. 이런 대회만 거치고 나면 일본과 한..
이번 주말 열릴 예정이던 X-재팬의 내한공연이 또 연기됐습니다. 지난해 8월15일, 11월에 이어 세번째 바뀐 날짜가 또 연기라니, 정말 팬들의 입장에선 화가 날만도 합니다. 일본에서 흘러 들어 온 얘기로는 한국 공연만 그렇게 된 게 아니라니 어쩔 수 없는 일 같기도 하고. 이번 연기(사실상 취소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지만)는 멤버간의 불화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있고, 베이시스트 히스의 소속사와의 문제라는 얘기도 있어서 확실치는 않습니다. 물론 지난해 3월 도쿄돔에서 열린 10년만의 재결합 콘서트에서도 요시키가 중간에 실신하는 등 그룹의 핵인 요시키의 건강 문제는 항상 돌발 변수로 남아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한국과의 인연이 계속 꼬이는 것은 아무래도 뭔가 악연이 존재하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
과중되는 업무로 짜증만 늘어가는 나날에 WBC 경기는 단비와도 같더군요. 초반에 류현진이 살짝 흔들릴 때만 해도 잠시 불안하더니, 여지없이 뒤집는 솜씨는 짜릿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일본전 콜드게임패 이후 김인식 감독님을 비방하는 어처구니없는 찌질이들의 손질에 분개하기도 했지만, 결국은 실력으로 이렇게 모든 걸 보여주시는 데 감동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감독님의 '집안 칼' 들인 류현진 김태균 이범호가 이렇게 펄펄 날아 주니 고맙지 않을 수가 없더군요. 나머지 7개 구단 팬들이 한화 팬들에게 점심이라도 사야 할 듯 합니다. 모처럼 이른 야구의 계절을 맞아 옛날 추억을 되살려 써 본 글입니다. 야구 감독과 영화 감독 90년대 초. 처음 신문사에 들어가자 야구 담당을 시켰다. 워낙 야구를 좋아하던 터라 거리..
직업이 직업이다 보니 가끔 주위 사람들이 "우리 애가 (연기에) 재능이 있는 것 같은데 어디 소개시켜 줄 데 없느냐"는 질문을 해 오는 편입니다. 이럴 때 저의 대답은 거의 정해져 있습니다. "웬만하면 클 때까진 시키지 마시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아역 이기는 성인 배우 없다는 건 TV 드라마 시장의 철칙 중 하나입니다. 뒤로 가면서 처절한 실패를 맛보는 드라마도 앞 부분, 아역들이 나오는 부분만큼은 어느 정도 성적을 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히트작도 예외는 아닙니다. 최근 종영한 MBC TV '에덴의 동쪽'역시 장기간 히트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것은 송승헌의 아역으로 출연한 김범의 활약에 기댄 부분이 꽤 큽니다. 그럼 아역배우 본인의 삶은 어떨까요. 실제로 촬영장에 따라다니면서 본 결과, 아역배우들이 ..
아나테이너 어쩌고 하는 얘기가 유행하던게 벌써 오랜 옛날 일 같습니다. 애당초 별 의미가 없는 말이기도 했는데 이름을 지어 부추기다 보니 한때는 떠들썩 했습니다만, 지금은 싹 사라진 분위기입니다. 사실 최근 몇해 동안 아나운서들이 떴던 시절이 있었다지만, 따지고 보면 유명했던 건 훨씬 더 옛날의 아나운서들이었습니다. 지금도 이름을 대자면 숱하게 댈 수 있죠. 그런데 지난해 이후에는 그런 식으로라도 유명한 아나운서들이 자취를 감추고 있습니다. 왜 요즘은 아나운서들이 전처럼 활개를 치지 못할까요? 그런 저런 궁금증에 대한 글을 쓰게 됐습니다. 제목: 스타 아나운서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스타 아나운서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김태희의 외모도, 김제동의 개인기도, 강호동의 우기기도 없이 마이크 하나로 시청자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