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특별한 콘서트를 다녀왔습니다. 제목은 '주철환 음악이야기 - 노래는 불러야 노래'. 주철환 전 OBS 사장-교수-PD께서 음반을 내고 콘서트를 한 현장이었습니다. 9월26일 오후 8시, 이화여대 ECC 삼성홀에서 열렸습니다.
오랜만에 들어가 본 이화여대에는 모세의 지팡이 앞에 갈라지는 바다를 연상시키는 멋진 건물이 들어섰더군요. 초행길이라 허겁지겁 들어가 보니 벌써 700여석의 내부가 꽉 차 있었습니다. 다행히 미리 좌석을 확보(?) 해둔 턱에 서서 구경하는 신세를 면할 수 있었습니다. 이날 콘서트는 거의 2시간30분에 걸쳐 펼쳐졌습니다. 워낙 마당발에 사람을 좋아하시는 분이라 수많은 게스트들이 참가했습니다.
처음 등장한 게스트는 동북고 교사 시절의 제자 최민수. "일곱살 차이밖에 나지 않아 사실 선생님이라기보다는 형"이라는 소개를 받자 최민수는 "그래도 첫 마디에는 '선생님'이라고 딱 한번 불러 드리겠다"며 장단을 맞췄습니다.
최민수는 주철환 선생에 대해 "영화 '작은 시인의 사회(죽은 시인의 사회의 최민수식 표현)'에 나오는 그 선생님 있잖아, 그 선생님 같은 느낌이었어요"라고 고교시절을 회상했습니다. 이어 최민수가 "무슨 선생님이 소줏병을 들고 학생한테 한모금 마시라고 할 수가 있어요?"라고 따지자(?) 주선생은 "전혀 기억에 없다"며 시치미를 떼더군요.
생각해보니 이분이 이렇게 웃으며 공식석상에 모습을 나타낸 것도 참 오랜만이군요.
이어 유세윤이 '건방진 프로필'을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이날 출연자들 중 상당수가 공통점을 갖고 있었습니다. 대부분 주선생이 주례를 봐 준 인물들이라는 공통점이더군요.
주철환 선생의 옆에 선 흰 옷 입은 청년이 바로 아드님 오영군입니다. 이 분의 나이를 잘 모르시는 분들은 저렇게 장성한 아들이 있다는 데 깜짝 놀라기도 하죠. 주변의 청년들은 현재 군복무중인 오영군의 친구들.
한 친구는 "아버님(주선생에 대한 이들의 호칭입니다)과 술을 마시면 꼭 사망자가 생기고 피를 토하는 부상자가 나오기도 한다"는 비화를 공개해 폭소를 자아냈습니다.
처남인 손석희 교수의 영상 메시지. "참 별 짓을 다한다 싶었다"는 멘트에서 빵 터졌습니다.
그리고 의외의 인물인 김창렬. 알고보니 주선생의 수많은 주례 목록 중에서 연예인 1호랍니다.
그리고 이 얼굴이 잘 안 보이는 분은 바로 아래 사진의 왼쪽 분입니다.
네. KBS 뉴스 시청률 상승을 가져온 박영환 앵커. 이분이 바로 MBC TV '퀴즈 아카데미'의 1회 출연자였습니다. 당시 고려대 방송국 국장이었다는 이유로 강제 징발(?)을 당했던 거였죠. 당시 1회 출연자 중에는 영화 '과속스캔들'의 시나리오를 쓴 김영찬 작가도 있습니다.
이밖에도 당시 '퀴즈 아카데미' 출연자 몇명이 무대에 올라 인사를 나눴습니다. (물론 제 사진을 찍어 줄 사람은 아무도 없어서...)
이밖에 비운의 프로그램(?)이던 'TV 청년내각'으로 등용된 이훈, 그리고 이훈이 MC로 나선 1994년 대학가요제에서 대상을 차지한 가수 이한철.
그리고 '희망전도사'로 유명한 강연가 최윤희씨와 박경림.
박경림은 "신인 시절, 모든 사람이 '네가 무슨 방송이냐'고 할 때 주철환 선생님만큼은 유일하게 내게 '넌 앞으로 잘 될 수 있다'며 희망을 주셨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주선생은 "사실은 나도 이렇게 잘 될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고 말해 좌중을 웃겼습니다. 이어진 "이것이 바로 칭찬의 힘, 긍정적 사고가 얼마나 위대한지를 보여주는 실례"라는 해석이 있었습니다.
이 분 사진은 알아볼 수 있게 나온 사진이 단 한장도 없어 바깥 사진을 공수해 왔습니다. 주선생은 자칭 '김혜자의 매니저'입니다. 김혜자 선생은 '연민'이란 노래의 가사를 낭송하기 전, "나는 가사가 하도 좋아서 누가 시를 써 준 줄 알았다"고 말해 다시 폭소를 자아냈습니다.
수많은 덕담이 쏟아졌지만, 방송사 사장을 역임한 55세의 전직 대학교수가 자작곡으로 음반을 내고 콘서트를 개최한다는 건 정말 쉽게 상상할 수 없는 일입니다. 사실 저는 몇달 전에 "요즘 열심히 녹음하고 있다"는 말을 듣긴 했습니다만, 이렇게 일을 크게 벌이실 줄은 몰랐습니다.
제가 저 나이가 됐을 때, 이렇게 끊임없이 사고(?)를 칠 열정이 남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앞으로 12년, 저도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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