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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근석 박신혜가 출연하기로 한 SBS TV의 차기 수목 드라마 '미남이시네요'에 뜻하지 않은 새 캐스팅 소식이 있었습니다. FT아일랜드의 이홍기가 이 작품에 합류한다는군요. 더군다나 장근석+이홍기+남자판 박신혜 등 네명이 아이들 그룹을 결성한다는 얘기라고 합니다.

이 이야기를 듣는 순간 제일 먼저 떠오른 느낌은... '어떻게 구별하나'.

장근석은 알아도 이홍기가 누군지 모르는 분들도 있겠지만,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두 친구는 구별이 안 되게 닮았습니다. 호리호리한 체격은 말할 것도 없고, 그나마 몇살 더 먹은 장근석이 살짝 더 남자 티가 난다고는 하지만, 아무튼 그 얼굴이 그 얼굴입니다.

둘이 헤어스타일을 어지간히 다르게 하기 전에는 시청자들 중 상당수가 둘을 구별 못하는 사태가 빚어질 지도 모르는데 과연 이것이 제작진의 의도적인 캐스팅인지, 아니면 하다 보니 그렇게 된 건지 모르겠습니다. 뭐 '환상의 커플'의 홍자매가 집필하는 드라마라는데, 아무래도 이들 둘을 공연하게 할 때에는 뭔가 복안이 있는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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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눈썰미가 아주 좋은 분들은 '난 암만 봐도 다르구만' 하실테지만... 제 눈에는 똑같습니다(참고로 왼쪽이 이홍기, 오른쪽이 장근석입니다). 신기한 건 연예인 A와 B가 닮았다고 하면 세상 사람들이 모두 인정하는 경우에도 팬들은 "우리 오빠가 훨씬 잘생겼어욧!"하고 발끈한다는 겁니다. 지난번에 한국과 일본 연예인들 사이의 닮은 얼굴에 대한 포스팅을 했을 때에도 김현중과 야마삐가 닮았다는 말에 격분(?)하는 팬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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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런 류의 닮은꼴들은 여기저기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뭐 한예슬-하주희, 정려원-이요원 등등이 닮았다는 건 너무 오래된 얘기고, 이미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으셨을테니 조금 신선한 쪽으로 골라 봤습니다. 성형수술의 보편화 이후로 닮은 연예인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주장도 있죠.

일단 요즘 한창 각광받고 있는 티아라의 지연과 김태희. 그런데 사실은 여기는 비밀이 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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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지연이 정면을 바라보면 김태희와 별로 닮지 않았다는 사실. 물론 어떤 분들은 정면 얼굴도 똑같다고 얘기하곤 합니다. 그리고 살다 보니 느끼는 건데, 닮았다고 느끼는 감각도 개인차가 심합니다. 어떤 사람은 무척 닮았다고 하는데 저는 별로 닮지 않았다고 느끼는 경우도 많습니다.

예를 들면 저는 기태영과 이상우가 잘 구별이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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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둘은 비슷한 나이와 비슷한 모범생 이미지 때문에 더 닮아 보입니다. 하긴 또 이렇게 사진으로 보면 별로 안 비슷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군요.

기태영은 '엄마가 뿔났다'의 장미희 아들, 이상우는 '조강지처 클럽'에 오현경의 상대역인 구세주 역으로 나왔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얘기하면 '어? 걔가 걔 아니었나?'하는 분이 꼭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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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주진모 사진이 둘일까 생각하는 분도 있으려나요. 가운데 김범을 사이에 두고 있는 주진모와 이용우도 참 비슷한 이미지죠. 나이는 주진모가 위지만 혼동할 수도 있는 얼굴입니다.

그런데 서로 별로 닮지 않았는데도 구별이 힘든 경우가 있습니다. 저는 가끔 이 두 배우가 헷갈립니다. 사진을 붙여 놓고 보더라도 분명히 별로 닮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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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김정태와 이종혁은 이상하게 제 머리 속에서 뒤섞여 있습니다. 아마 저만 그럴 겁니다. '친구'에서 김정태가 맡았던 도루코 이미지와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이종혁이 연기했던 못된 규율부장 역할이 교복과 함께 엇갈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저는 이 둘도 최근까지 이름을 구별하지 못했습니다. 둘 중 하나가 따로 있으면 '이 친구가 고명환 아니면 문천식인데... 대체 둘중 누굴까'하는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이건 둘이 닮았다기 보다는 너무 오랫동안 붙어 활동했기 때문일 겁니다. (그런데 아무리 붙어 활동해도 서경석과 이윤석, 이수근과 김병만을 혼동하는 일은 없죠. 대체 왜 이 둘이 헷갈리는지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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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대한민국 연예계에서 가장 닮았으되 가장 다른 길을 걸은 사람이라면 이 둘을 빼놓을 수 없을 겁니다. 90년대 중반, 이 두 사람은 이런 모습이었습니다. 데뷔 시기도 거의 비슷했고, 누가 봐도 우열을 가리기 힘듭니다. 연기력도 둘 다 거기서 거기였습니다. 나이는 이세창이 두살 위.

그 시기의 이세창이 했던 말이 지금도 기억납니다. "동건이가 꽃사슴 이미지라면 나는 들개 이미지"라고 했었죠. 뭐 그렇게 공감 가는 얘기는 아니었습니다. 제가 보기엔 둘 다 꽃사슴 이미지였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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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참... 과연 무엇이 그렇게 두 사람을 갈라 놓았는지 궁금합니다.

어쨌든 맨 처음 얘기로 돌아가서, 장근석과 이홍기가 같이 나오는 드라마... 자칫 영화 '디파티드'를 볼 때 맷 데이먼과 마크 월버그를 구별하지 못해서 곤란을 겪었던 분들(생각보다 꽤 많더군요^^)의 고초가 재현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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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1박2일'이 다음주까지 글로벌 특집으로 진행됩니다. 미국, 영국, 루마니아, 코트디브와르(아이보리코스트), 일본, 인도에서 온 각국 젊은이들이 기존의 1박2일 멤버들과 각각 파트너가 되어 프로그램에 출연했습니다.

이미 친구를 한명씩 데려와 보기도 했고, 일반인 한 부대씩을 이끌고 1박2일을 치러본 적이 있는 멤버들이라 외국인이라고 해서 그리 어려울 것은 없어 보였습니다. 게다가 1박2일 멤버들이야 원래 연예인이라 그렇겠지만, 새로 등장한 외국인 친구들의 끼는 못말릴 정도더군요.

이 대목에서 우리가 느낄 만한 점이 있습니다. 이날 방송에 나온 친구들은 '한국인의 좋은 친구가 될 준비가 되어 있는' 외국인 친구들이라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객지인 외국에 와서도 잘 적응하고, 한국 방송에까지 출연해 시청자들을 웃기고 있는 겁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외국에 나가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리도 사랑받는 외국인이 되면 더 좋지 않을까요?

1박2일 글로벌 특집의 교훈은 '어떻게 하면 사랑받는 외국인이 될 수 있을까'입니다. 어떻게 하면 될까요. 간단합니다. 입장만 바꿔 놓고 생각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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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일단 그 나라 말을 쓰려고 노력해라

제가 아는 사람 중에는 어느 나라로 여행을 가려고 결심하면 6개월 전부터 그 나라 말을 배우는 사람이 있습니다. 뻥 아닙니다. 물론 이렇게 할 수 있는 시간적-경제적 여유와 6개월 사이에 도움이 될 수 있을 정도로 말을 배울 수 있는 지능을 모두 갖춘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겁니다. 이건 그냥 예로 든 겁니다.
아무리 형편없는 가이드북이라도 그 나라 말을 어느 정도 소개하지 않는 가이드북은 없습니다. 하다못해 인삿말이라도 좋습니다. 그 나라 말을 최대한 하려고 노력합시다. 패키지 여행만 가도 가이드는 처음에 그 나라 인삿말과 몇가지 표현을 가르쳐 줍니다.
여행이 끝날 때까지 그 말을 한번이라도 써 보려고 노력하는 사람과, 그냥 듣고 잊어버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과연 그 나라 사람들이 볼 때 어느 쪽에 더 정이 갈까요.
소위 세계 공용어라는 영어를 잘 하는 사람은 웬만한 지역에 가면 불편 없이 지내다 올 수 있을 겁니다. 그렇다고 해도, 현지어 인사말 한 마디는 팁보다 좋은 효과를 낼 때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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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말은 못해도 좋다. 소통하려는 의지를 보여라

자, 인삿말은 할 수 있다. 그래도 의사소통은 언감생심. 특히 '외국어 울렁증'이 많은 분들은 아예 말을 못 꺼냅니다. 미국 같은 나라에서 함부로 영어로 입 열었다가 전혀 '외국인의 사정'을 봐주지 않는 현지인들의 따발총같은 말투(...이건 누가 뭐래도 미국인들의 문제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에 찔끔해 본 경험이 있는 분들은 더욱 그럴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외국을 몇번 나가 본 결과, 양쪽 모두 소통하려는 의지만 있으면 어떻게든 사람과 사람은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습니다. 말을 할 줄 알고 모르고보다는 이 의지가 중요합니다.
'1박2일' 글로벌 편에서 감탄한 건 아프리카 출신의 와프입니다. 한국어 실력이 여섯명중 가장 처지는 사람이지만, 눈치 하나로 뭐든 해결할 수 있는 재치가 돋보였습니다. 눈치 하면 또 한국 사람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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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그 나라에 대해 공부해라.

미국 출신 출연자가 시애틀 출신이라고 하자 강호동이 "오바마의 고향?"이라고 했다가 아니라고 하자 부끄러워하는 장면이 나왔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시카고도 고향은 아니죠. 오바마씨는 하와이 출신입니다) 어쨌든 이런 말이라도 안 하는 것 보다는 낫습니다.
이날 방송에서 가장 감동적인 건 청산도를 걷다가 "아리랑 노래 부를때 이 길 아니야?"(위 사진)하던 단의 말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단은 '서편제'의 명장면으로 꼽히는 세 주인공의 '진도 아리랑 신'(아래 사진)을 보았던 겁니다.
이 말을 들은 한국 사람도 '서편제'를 봤다면, 단의 말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겁니다. 이 말 한마디로 단은 '나는 한국과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람의 친구가 될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을 다른 말 백마디 보다 분명하게 표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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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람이 루마니아에 갔다고 칩시다. "우리(루마니아) 축구 예전에는 잘 했는데 요즘은 영 별로다"라고 말하는 현지인들에게 "무슨 소리냐. 게오르그 하지는 정말 최고의 선수였다"고 말해줘 보십쇼(물론 무투도 좋습니다). 얼마나 좋아하겠습니까. 하다못해 "어려서 코마네치의 팬이었다" 정도만 해 줘도 좋아할 겁니다. 이날 출연한 와프가 제기를 찰 때 "와, 디디에 드록바(코트디부아르 출신의 첼시 스트라이커)의 나라 출신이라 역시 대단하구나"하면 얼마나 좋아할까요.
90년대에도 유럽에서 기차 타고 배낭여행을 하다가 네덜란드 사람을 만나면 아무 맥락 없이 "루드 훌리트, 반 바스텐, 라이카르도, 요한 크루이프!" 라고만 해도 치즈와 하이네켄 맥주를 얻어먹을 수 있었다는 얘기는 결코 과장이 아닙니다(요즘은 오히려 그쪽에서 '박지성!'해서 한국 관광객들로부터 뭘 얻어 먹을지도...).
예를 축구로 들어서 그렇지, 그 나라에 대한 애정이나 관심을 표현하는 방법은 결코 실패하지 않습니다. 공부하고 갑시다.



4. 그 나라 음식을 먹어라.

요즘은 용병 선수들이 흔해져서 그렇지 프로야구나 농구의 용병 도입 초기에는 지겨울 정도로 '토종 용병'이라는 표현이 등장했습니다. 어느 구단의 아무개는 곰탕에 밥을 말아 김치를 척척 얹어 먹네, 아무개는 보쌈에 굴김치가 없으면 못 먹네, 아무개는 청국장도 먹네...
그렇습니다. 음식만큼 친근감을 자아내는 것도 드물죠. '똑같은 것을 먹는 사람=통하는 사람'입니다. 한국에서 6개월 이상 산 외국인 가운데 "개고기 먹을래?"라는 말을 들어보지 못한 사람은 굉장히 붙임성이 없는 사람일 겁니다.
'1박2일'에서도 묵은지에 회를 싸먹는 외국인들의 식성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미녀들의 수다'에 나오는 미녀들도 말합니다. 한국 식당에 가서 한국어로 "아줌마, 소주는 써비쓰!"하면 술값은 안 내도 된다는 거죠.
물론 닳고 닳은 관광객 전용 식당에서는 이런게 통할 리가 없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어느 나라를 가건 현지인들이 가는 식당을 가 봐야 하는 겁니다. 외국인이 발품 팔아 찾아온 걸 신기하게 여기는 그런 식당에서는 "맛있다. 뭐 다른 건 없어?"라고 할 때마다 신이 난 주인들이 더 맛난 걸 가져옵니다. 원래 사람이란 그러게 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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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한국말이라도 조심해라.

이미 2번 항에서 얘기했지만 신기하게 한마디도 모르는 나라 말이라도, 의미는 그대로 전달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특히, 구체적인 내용은 모르지만 말하는 사람의 표정과 억양만 봐도 이게 좋은 말인지, 나쁜 말인지는 귀신같이 알아들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불행히도 해외에 나가면 "한국말로 하는 건 절대 안 들린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큰 소리로 방문한 나라를 욕하는 것도 결코 드물지 않습니다. 이런 사람들이 옆에 있으면 '모진 놈 옆에 있다가 벼락 맞는다'는 속담이 생각나 불안하기 짝이 없습니다.


6. 입장을 바꿔 놓고 생각해봐

해외에서 처음 만나는 미국인들에게 "아프가니스탄 침공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는 건 "나는 미국이 싫으니 내 앞에서 썩 꺼져"라고 말하는 거나 마찬가지일 겁니다. 요즘은 별로 없겠지만 예전엔 일본 사람만 만나면 "독도가 어느 나라 땅이야?"라고 묻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김C가 이날 한 말 중에 위태위태한 것이 있었습니다. 아프리카 출신인 와프에게 "우리보다 이 프로그램에 더 어울리는 사람이다. 야생의 땅에서 왔기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혹시 아프리카 출신이라는 이유로 와프는 야만인이나 원시인 취급을 받는데 진력이 나 있을 지도 모릅니다. 아프리카에 미개척 지역이 많다고 해서 와프가 나무에 매달려 야자열매를 따 먹다가 온 건 아니겠죠. 이런 식의 표현은 매우 위험합니다.
베트남에 가서 "우리 삼촌이 월남전때 와서 무공훈장 받았다던데..."라는 말로 '방문국과 나의 인연을 얘기해서 친근감을 두텁게 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가끔 있습니다. 터키에 가서 친숙하게 보이려고 "아, 나 알란 파커 감독의 영화 '미드나잇 익스프레스'를 보고 터키에 꼭 와 보고 싶었어"라고 말하면 정신병자 취급을 받을 지도 모릅니다. 터키를 소재로 한 영화인 건 분명하지만 이 영화 속의 터키 교도소는 생지옥입니다. 일본에 가서 "태어나서 가장 신났던 영화가 '일본 침몰'"이라고 말하는 식일 겁니다.
3번의 '공부하자'는 말과 통하는 얘깁니다. 어설프게 알면 사실 좀 위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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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얘기하면 "미국 사람들은 우리 나라 와서 제멋대로 하는데 왜 우리라고 나가서 눈치를 보느냐"고 반문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네. 미국 사람 뿐만이 아니라 잘 사는 나라일수록 밖에 나가서 현지인들의 눈치를 안 보는 경향이 있죠. 이런 질문을 받으면 간단하게 대답할 수 있습니다. "현지인들에게 그 사람들처럼 보이고 싶으면 맘대로 하라"고 해야겠죠. 우리가 무시당한 걸 밖에 나가서 다른 사람들을 무시하는 걸로 풀고 싶다면 그걸 누가 말리겠습니까. 다만 그런 이상한 사람들 때문에 괜히 피해보는 동포들을 위해서라도 웬만하면 외국은 나가지 말라고 말리고 싶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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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그나자나 후편에서도 역시 와프의 활약이 돋보일 듯 합니다... 아, 그리고 인도 청년의 '뚫훅송'도 오랜만에 참 반갑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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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정우성의 기무치 파동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보드카의 원조 전쟁(?)에 대한 소개를 간략하게 한 적이 있습니다. 사실 책에서 그 이야기를 보고 시간이 좀 지난 터라 약간 부정확한 인용이 있었는데, 다시 참고해서 정확한 내용을 확인했습니다. 이 이야기가 나오는 책은 일본 작가 요네하라 마리의 '미식견문록'입니다.

최근 한국의 술 막걸리가 일본에서 인기를 얻으면서, 몇몇 일본 대형 주류사들이 막걸리 생산에 참여하고 있다는 보도와 함께 '김치-기무치 전쟁'이 재현되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습니다. 이번엔 막걸리 대 맛코리가 되는 셈이겠죠.

관심있는 분들이 많을 것 같아서 정리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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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막걸리

보드카는 어느 나라 술일까. 스카치 위스키의 고향이 스코틀랜드이고, 사케 하면 일본이듯 보드카라면 러시아가 떠오르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이 '정답'은 공짜가 아니었다. 일본 작가 요네하라 마리의 『미식 견문록』에 따르면 1977년 유럽과 미국의 주류회사들이 소련 정부가 생산한 보드카에는 보드카라는 이름을 쓸 수 없다고 주장한 적이 있었다. 자신들이 보드카를 상품화한 것(1918년)이 소련 정부(1923년)보다 5년 빠르므로 배타적 우선권을 갖는다는 내용이었다.

수백 년 전부터 보드카를 마셔온 러시아인들의 입장에선 황당무계하기 이를 데 없는 얘기였으므로 역사책 한번 들추는 것으로 이 문제는 가볍게 해결됐다. 그러나 같은 1977년 폴란드 정부가 “보드카는 16세기 폴란드에서 발명됐으며, 다른 나라는 보드카라는 이름을 쓸 수 없다”고 주장하자 느긋하던 소련 정부도 정신이 번쩍 들었다. 즉시 자료 조사팀이 발족돼 고문서 창고를 뒤지기 시작했다. 5년간의 분쟁(?) 끝에 1982년 러시아는 '보드카의 조국'으로 공인받았고 보드카의 출생 연도도 1446년으로 확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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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논쟁은 한국인들에게도 낯설지 않다. 한국이 자랑하는 발효식품 김치의 국제 공식 표기가 kimchi 아닌 kimuchi가 될 뻔한 쓰라린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2001년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가 'kimchi'를 공식 표기로 인정하면서 이 분쟁은 끝났다.

최근에는 서민의 술 막걸리가 관심의 초점으로 떠올랐다. 막걸리가 일본에서 인기를 얻으며 일본의 대형 주류업체들이 '일본산 막걸리'를 내놓을 것이란 얘기에 국내 주조사들이 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막걸리 아닌 맛코리(マッコリ)에 시장을 빼앗기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등장했다.

물론 일련의 사태로 인해 막걸리의 국적이 흔들릴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쌀로 만든 탁주가 한국만의 술은 아니다. 일본에도 니고리자케(にごり酒)가 있고 중국도 일찍부터 요(醪)를 만들어 마셨다. 오히려 이들의 존재가 막걸리의 우수성을 더욱 돋보이게 하고 있다.

욕심을 내자면 '막걸리는 본래 한국 술'이란 것만 인정받는 걸로는 부족하다. 이미 러시아는 세계 최대의 보드카 생산국 자리를 미국에 내준 지 오래다. 주류업계가 분발해 상품으로도 '한국산 막걸리'의 인기가 죽 이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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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도 막걸리가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위 사진의 니고리자케 때문입니다.

쌀로 만든 술을 덜 걸러 만든 니고리자케는 눈으로 보기에도 막걸리와 거의 차이가 없습니다. 도수가 한국산 막걸리보다 좀 더 높다는 점을 제외하면 거의 똑같습니다. 굳이 말하자면 그리스의 우조와 터키산 라키의 차이 정도라고나 할까요.

다만 일본에서도 '별반 자극 없는 맛'이라는 이유로 대중들에게 인기있는 술은 아니라고 하는군요. 이런 비슷한 술이 있는데도 한국산 막걸리가 인기를 얻고 있다는 건 이색적이기도 하면서 막걸리의 우수성(?)을 알게 해 주는 부분이라 하겠습니다.

중국에도 막걸리가 있(었?)다는 것 역시 문서자료로 충분히 확인이 가능합니다. 한자로 막걸리를 뜻하는 요(醪)라는 글자는 이미 병서 '육도삼략'에도 나올 정도로 역사가 유구합니다. 사실 조선왕조실록에도 수없이 보입니다. 그런데 정작 현대 중국에서 이 요는 사전에 '강미주(江米酒)를 가리키는 말'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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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미주란 이렇게 생겼습니다. 술보다는 식혜에 더 가까운 모습인 듯 합니다. 이런 술은 들어 본 적도, 당연히 마셔 본 적도 없습니다. 혹시 중국에서 강미주라는 것을 접해 본 분이 있다면 어떤 것인지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우리나라의 역대 제왕 중에는 막걸리에 각별한 애정을 보였던 분들이 많습니다. 농민의 술이라는 이유에서였죠. 그리고 연산군(하필 연산군이라서 좀 그렇지만) 막걸리를 소재로 한 시를 두 편이나 썼다는 사실이 왕조실록에 기록돼 있습니다.

그중 한 편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掉雀爭枝墮, 飛蟲滿院遊。
濁醪誰造汝 一酌散千憂

참새는 가지를 다투다가 떨어지고
비충도 원에 가득히 노니고 있네.
막걸리야 너를 누가 만들었더냐
한 잔으로 천 가지 근심을 잊어버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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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도 말했지만 동양 3국에 모두 탁주 문화가 있다는 사실은 막걸리의 독자성을 절대 훼손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3국 중에서 탁주를 이만한 경쟁력있는 물건으로 키워낸 것은 한국 뿐이라는 사실을 주목해야겠죠.

비교하자면 이 3국 가운데 쌀로 만든 청주(淸酒)문화가 없는 나라도 없습니다. 중국 하면 40도가 넘는 백주의 나라로 알려져 있지만 찹쌀로 만든 소흥주(紹興酒)는 중국을 대표하는 명주입니다. 한국 역시 천년이 넘는 청주 문화를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세계적으로 이 청주 문화의 원조국으로 인정받고 있는 나라는 일본입니다.

심지어 한국에서도 '쌀로 만든 술 = 사케'라는 식의 관념이 널리 퍼져 있을 정도죠. 그냥 사케도 아니고 정종(正宗)이라고 불리면서 말입니다. 이 정종은 일본 사케의 한 브랜드인 마사무네(正宗)를 한국식 한자음으로 읽은 것입니다. 우리 말이 아닙니다.

여튼 황급히 보드카 얘기로 마무리를 하자면, 현재 보드카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주류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인들에게 가장 잘 알려진 보드카도 러시아산이 아닌 스웨덴 원산의 압솔루트라는 점, 세계에서 보드카를 가장 많이 만드는 나라도 미국이라는 점 등은 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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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학교를 다니게 된 덕분에 막걸리를 좀 마셔 봤습니다만, 솔직히 이 술을 값진 술이라고 생각해보지는 않았습니다. 마시고 트림하면 냄새가 환장하는 술, 안주를 덜 먹어도 배 부른 술, 너무 마셔서 토할 때에는 가장 호쾌하게(?) 뿜어 나오는 술, 바지에 튀기면 잘 안 지워지는 술... 유난히 봄날 아침이면 여기 저기 토해져 있어 시큼한 냄새를 풍기곤 했던 술에 대해 그리 아름다운 기억은 갖고 있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희한하게 나이를 먹고 공기 좋은 곳에 가면 시원한 막걸리 한사발(여러 사발은 좀 곤란합니다)에 두부나 파전이 입맛을 당기더군요. 보쌈이나 감자지짐에도 제격이죠. 이런 막걸리 맛을 다른 나라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다는 건 참 좋은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p.s. 그런데 많은 분들이 지적하듯 막걸리의 영문 표기가 Makgeolli 라는 건 좀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이걸 읽으라는 것인지... 그냥 Makoli나 Macoly 정도로 간편하게 쓰는게 낫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의미를 살려서 Takju로 해도 괜찮지 않을까요. 해외 언론들이 막걸리를 Milky Sake라고 표기하는 경우가 있다던데, 빨리 이름 알리기부터 나서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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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책, '미식견문록'은 이번 휴가철에 본 책 중 최고의 강추작으로 꼽을 만 합니다. 해박한 저자가 넓고 광대한 맛의 세계에서, 누구라도 쉽게 들어보지 못했을 이야기를 미주알 고주알 펼쳐놓는데, 그야말로 한번 잡으면 정말 손에서 책을 놓기가 힘들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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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에 할리우드에서 전설의 지존 이소룡의 출연작 리메이크 소식이 속속 도착하고 있습니다. 이소룡이 출연했던 TV 시리즈 '그린 호넷'의 주역으로 권상우가 물망에 올랐다더니 결국 중국의 인기 가수 겸 배우 주걸륜이 이 역할을 따냈습니다.

그와 함께 이소룡의 영화 빅4('사망유희'는 차마 여기에 포함시킬수가 없더군요)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작품인 '용쟁호투'의 리메이크에는 이소룡의 역할로 한국의 정지훈이 주목받고 있다고 합니다. 물론 주걸륜은 캐스팅 확정이고 비는 검토중이라고 하지만 지금의 단계에서는 언제 어떻게 상황이 바뀔 지 알 수 없습니다.

아무튼 이소룡의 리메이크작에서 이소룡 역을 맡는다는 것은 아시아 출신 배우들에게는 더없는 영광이면서 기회인 좋은 조건입니다. '이소룡의 후계자'라는 이름만으로도 대단한 의미가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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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6년 9월 8일 처음 방송된 '그린 호넷'은 이소룡이 복면 속의 쿵후 영웅으로 출연했던 작품입니다. 이 작품에서 이소룡이 연기한 카토는 낮에는 평범한 일본인 운전사고 밤에는 악당을 물리치는 가면 영웅이 되는 캐릭터였죠. 이소룡은 '그린 호넷'의 캐릭터를 그대로 가져가 비슷한 시기에 방송되고 있던 아담 웨스트의 TV판 '배트맨'에도 몇 차례 특별출연했습니다.

'그린 호넷'은 꽤 인기를 끌었지만 한 시즌만에 끝났고, 여러 편의 TV 드라마와 영화에 그리 크지 않은 역으로 출연하던 이소룡은 1971년 홍콩으로 와 골든 하베스트의 레이먼드 초 회장과 의기투합, '당산대형'을 만듭니다. 일설에는 이 영화의 히트와 함께 TV 시리즈 '쿵후'의 주역이 자신이 아닌 '백인' 데이비드 캐러딘에게 넘어갔다는 데 대한 분노로 이소룡은 홍콩에 그대로 남아 '정무문'과 '맹룡과강'을 만들며 영화 속에서 백인 거한들을 때려눕히는 것으로 위안을 삼습니다.

단 세편의 영화로 홍콩-중국어권 최고의 스타가 된 이소룡에게 할리우드는 다시 손을 뻗어 왔고, 이렇게 해서 할리우드와 홍콩의 합작으로 '용쟁호투(Enter the Dragon)'이 만들어집니다. 하지만 1973년 7월 이소룡은 의문의 죽음을 맞고, 그의 사망 한달 뒤 미국 전역에서 개봉된 '용쟁호투'는 대단한 성공을 거둡니다.

이렇게 그가 저 세상 사람이 된 뒤에는 생전 촬영했던 일부 필름을 짜깁고 붙여서 '사망유희'라는 영화가 만들어질 정도로 그의 이름은 전설이 됐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당시 이소룡과 닮았다는 이유로 캐스팅된 당룡(唐龍: 김태정)이란 이름의 한국인 배우에게 기회를 열어주는 역할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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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따지고 보면 '그린 호넷'보다는 '용쟁호투' 쪽이 더 끌리는 작품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일단 '그린 호넷'은 당시 시대가 갖고 있던 '허드렛일 하는 동양인'에 대한 고정관념이 깊이 깔려 있는 작품인데다 감독이 '이터널 선샤인'의 미셀 공드리이고 코믹 연기에 일가견이 있는 배우 세스 로건이 주연과 시나리오를 맡았습니다. 원작의 분위기나 감독의 스타일을 볼 때 진지한 액션 영화라기보다는 오히려 코미디로 리메이크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됩니다.

주걸륜의 캐스팅도 비슷한 의미가 있어 보입니다. 사실 주걸륜에게서 액션 스타의 이미지를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니셜 D'나 '쿵푸덩크'가 있고 '황후화'에서는 무협 액션을 시도하기도 했지만 지금까지 주걸륜이 보여준 가장 훌륭한 모습은 피아노를 두드리는 로맨틱 가이의 모습입니다. 그에게서 이소룡의 카리스마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을 듯 합니다. (물론, '그린 호넷'의 카토라는 캐릭터 자체가 카리스마와는 거리가 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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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비가 물망에 올라 있다는 '어웨이큰 더 드래곤(Awaken the Dragon)'은 '용쟁호투'의 배경을 그대로 현대로 옮겨 놓았다는 설정을 갖고 있습니다. 동양인 무술가가 미국 정보기관의 의뢰로 비밀 무술대회에 침투해 범죄조직의 실체를 파악한다는 내용이죠.

'용쟁호투'는 지금까지도 서구인들이 기억하는 이소룡의 전설을 만든 작품이면서, 그 자체로 미국 대중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작품입니다. '용쟁호투'에서 이소룡의 역할을 연기한다는 것은 이소룡의 후계자로 불릴 만한 자격을 갖춘다는 뜻이 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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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룡의 의미를 모르는 사람들은 '그까짓게 뭐라고'라고 얘기할 수도 있겠지만, 이소룡은 그냥 흔히 치부하는 '무술 액션 잘 하는 중국인 배우'의 범주를 넘어 선 사람입니다. 어찌 보면 한 시대에 있어 동양인 배우의 한계를 넘고, 백인들에게 아시아인의 새로운 이미지를 남긴 사람이기도 합니다.

현대 중국어권 영화계를 대표한다고 할 수 있는 성룡과 주성치, 이연걸이 모두 '정무문', 혹은 '신 정무문'이라고 불리는 영화를 통해 이소룡의 역할을 연기했던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이들은 모두 '제 2의 이소룡'이 되기를 기원했죠. 물론 세 사람 모두 각기 다른 스타일로 최고 스타의 자리에 올랐지만 본래의 이소룡이 갖고 있던 강인한 카리스마를 뿜어내는 사람은 없습니다. 셋 중에서는 이연걸이 가장 가까이 갔다고 할 수 있겠지만... 역시 근본부터 스타일이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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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종합적으로 볼 때 두 작품 중 하나를 고르라면 당연히 '용쟁호투'의 리메이크 쪽입니다. 단지 우려되는 것은 '그린 호넷' 쪽이 유명 감독과 유명 배우들이 출연하는 작품인 반면, '어웨이큰 더 드래곤'은 영화 경험이 없는 감독의 작품이라는 점입니다.

만약 비 측에서 '어웨이큰 더 드래곤'에 관심이 있다면 전체 제작비와 공연하는 배우, 전문적인 무술 감독의 기용 등 주변 조건들을 좀 더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닌자 어새신'도 꽤 관심을 모으고 있는 작품인 만큼 후속작을 그보다 못한 영화로 고를 이유는 없을 겁니다.

아무튼 정지훈군이 그냥 '제2의 이소룡' 에서 그치지 않고 '브루스 리의 신화를 계승한 배우'로 각인되길 바랍니다.



'용쟁호투'의 오리지널 예고편입니다.
70년대의 정서가 그대로 살아 있습니다.^^


이건 21세기의 이소룡 팬이 다시 편집한 버전.
편집만 다시 했는데도 상당히 새로운 감각이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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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성의 '기무치 파동'이 결국 본인의 실수 인정과 사과로 끝났습니다. 전말을 모르는 분들을 위해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일본 후지 TV의 인기 프로그램 '톤네루즈'에 출연한 정우성이 한국의 음식 이름을 'kimuchi chige'라고 쓴 패널을 들어 올리는 장면이 방송되면서 시작된 사건입니다.

김치찌개를 표시하는데 왜 굳이 김치(kimchi)라고 쓰지 않고 일본식 표기인 기무치(kimuchi)라고 표기했느냐는 것이 이 방송을 본 국내 네티즌들의 지적이었죠. 그런데 정우성의 소속사는 초기 대응에서 또 한번의 실수를 합니다. "kimuchi라는 글자는 정우성이 쓴 것이 아니라 일본 방송의 스태프가 쓴 것"이라고 발뺌한 것입니다.

결국 정우성이 이것이 거짓말이었음을 직접 밝히면서 사건의 전말이 드러났습니다. 정우성은 남자답게 사과를 했고, 이번 사건은 해외에 진출한 한국 스타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그게 뭐 대단한 일이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네. 사실 그리 대단한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기억해둬야 할 일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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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가 어느 나라 음식이냐고 물으면 우리는 코웃음을 칠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건 우리만의 생각일 수도 있습니다. 세계인을 대상으로 볼 때 과연 김치와 기무치 중 어느 쪽이 더 인지도가 높을지, 김치가 한국 원산인지 일본 원산인지 얼마나 정확하게 알고 있을 지 단언할 수 없습니다.

한국이 '당연히 김치는 한국이지'라고 생각하고 있을 때 일본은 '기무치'라는 상품을 통해 '김치는 한국산, 기무치는 일본산'이라는 식의 노선을 취해 세계 시장을 차지해갔습니다. 결국 뒤늦게 사태를 파악한 한국이 황급히 노력해 이뤄낸 것이 2001년 CODEX의 식품명 공식 표기 선정입니다. 이때부터 kimuchi라는 상품은 사라지고, 모두 kimchi라는 이름을 쓰도록 공식적으로 지정된 것입니다. 즉, 세계가 공짜로 '김치=kimchi'를 인정해 준 것이 아니라는 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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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kimchi라고 표기한다고 해서 반드시 세계 시장에서 한국산이 일본산이나 중국산보다 우수한 상품으로 평가된다는 법은 없으니 김치 전쟁은 지금도 진행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식품인 kimchi가 자칫하면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kimuchi라는 표기로 알려질 수도 있었다는 것은 생각할수록 악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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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식품 시장에서 이런 식의 원산지 빼앗기 다툼은 드문 일이 아닙니다. 지금은 '보드카=러시아의 국민주'라는 것이 상식처럼 여겨지지만 1977년대에는 폴란드가 "보드카는 폴란드에서 처음 탄생한 술이므로 폴란드 국내에서 생산되지 않은 술에 보드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없다"고 공식적으로 청원한 바 있습니다.
 
이런 주장을 처음 접했을 때만 해도 구 소련 측은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지만, 폴란드가 고문서와 기록 등을 들어 이 주장을 본격적으로 관철하려 해 두 나라 사이에 '보드카 원조 전쟁'이 일어난 적도 있습니다. 결국은 러시아가 100년 정도 앞선 보드카 생산 기록을 제시함에 따라 '보드카 원조는 러시아'라는 내용이 공식 인정되는 것으로 끝났습니다.

이런 세상입니다. 그래서 정우성의 kimuchi는 그동안 kimuchi를 몰아내고 kimchi를 표준으로 하기 위해 애쓴 분들의 노고에 대한 결례로 여기지는 것입니다. 사소하지만 의미는 꽤 큰 차이였던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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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번 사건은 최근 영화 '지.아이.조-전쟁의 서막'에 출연한 이병헌의 한국어 대사와 맞물려 묘한 느낌을 줍니다. 이병헌은 일본 캐릭터도 되어 있는 자신의 역할 스톰 섀도우를 '한국인 출신으로 바꿔 달라'고 요청해 자신의 아역인 소년에게 직접 한국어 대사를 지도하는 열의를 보였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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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의 흐름으로 따지자면 닌자인 스톰 섀도우는 일본인이라는 쪽이 훨씬 자연스러웠겠지만 어쨌든 이병헌은 이 대작 영화를 통해 자신이 한국인임을 좀 더 확실히 해 두려 했고, 혹시나 일부 국내 팬들이 일본인 역할을 연기하는 데 대한 반감을 갖지 않을까 의식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아무튼 이런 세세한 부분까지 생각이 미쳤다는 건 정우성의 경우와 절대적인 차이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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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드 레이서'에 출연한 비가 역시 자신의 캐릭터 이름인 '토고 칸'을 '태조 토고 칸'으로 바꾼 것 역시 같은 시각에서 파악할 수 있습니다. 한국인임을 뜻하는 태조, 일본 식의 성 토고, 그리고 징기스칸에서 따온 듯한 칸으로 이 이름은 한국인이나 일본인이 아닌 '아시아인'을 의미하는 이름이 됐죠.

이걸로 부족하다고 생각했는지 비는 자신의 이름이 한글로 부착된 유니폼을 고집했습니다. 어떻게 해서든 한국인의 아이덴티티를 좀 더 선명하게 하겠다는 의지입니다. 국내용 프로모션이든, 국제용 프로모션이든, 이런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 자체가 칭찬할 만한 일입니다.

여기에 비하면 정우성의 기무치 사건은 그가 한국의 얼굴로 해외에 나가 있다는 사실을 깊이 인식하지 못했다는 것, 그리고 국내 팬들에 대한 배려는 의식하지 않고 있었다는 것을 드러낸 셈입니다. 이것이 바로 이번 사건이 주는 교훈입니다.

물론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정우성의 사과를 인정하되, 해외에 진출하는 한국 스타들이나 주변 사람들이 이번 일을 계기로 비슷한 종류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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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만 관객을 넘어선 영화 '해운대'의 흥행 폭발은 엄청납니다. 공식 집계를 해보지는 않았지만 오래 전 영화 '친구' 때를 생각해 보면 부산 지역에서의 흥행 성과가 상당 부분 기여하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심지어 부산 해운대 지역의 올해 피서철 매출이 예년이 두배 가량 된다는 보도도 있습니다.

그런데 '해운대'를 보다 보면 살짝 아쉬운 구석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출연진 중 부산 사투리를 쓰지 않는 사람이 손으로 꼽을 정도인 이 영화가, 정작 보여주고 있는 '부산 사람'이나 '부산'의 모습이 너무 한정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어찌 보면 '해운대'는 부산 바깥에 사는 한국인들은 물론, 아시아 각국 사람들에게 부산과 해운대를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는 영화입니다. 그렇지만 이 영화는 '부산 사람', 혹은 '부산'의 이미지를 홍보할 수 있는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보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그런 아쉬움이 살짝 느껴져서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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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해운대, 고향 사랑은 좀 더 지나쳐도 좋지 않았을까

여기저기서 사투리 마케팅이 한창이다. 얼마 전 영화 '킹콩을 들다'가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로 어필하더니 방송에선 왕년의 히트작 영화 '친구'의 리메이크 드라마가 "고마 해라, 마이 묵었다 아이가"를 재탕하고 있다. 곧이어 새 드라마 '탐나는도다'를 통해서도 제주도 사투리가 본격적으로 소개되고 있다.

물론 영화 '해운대'를 빼놓을 수 없다. '해운대'는 등장인물 중 90%가 부산 사투리를 구사하는 영화다. 한국어에 능통한 외국 관객이 본다면 꽤 당황할지도 모를 정도다.

'해운대'의 흥행을 위해 제작사는 부산 지역에 특별히 공을 들였다. 부산은 특히 이런 지역 정서가 강하기로 정평이 난 곳이다. 영화 '친구'때는 "전 부산 시민이 두 번씩 봤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모든 지역이 다 이런 것은 아니다. '목포는 항구다'도 향토색에선 결코 뒤지지 않을 영화지만 개봉 초 호남보다 영남 지역의 객석 점유율이 더 높게 나타나 제작사 관계자들을 당황하게 한 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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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해운대'는 선입견에 비해 지역 정서를 그리 적극적으로 활용한 영화는 아니었다. 이 영화에 나오는 '부산 사람'들은 그저 재수없게 엄청난 수해를 입은 사람들이고, 롯데 자이언츠를 광적으로 좋아하는 사람들일 뿐이다. 오히려 윤제균 감독 자신이 부산 출신이라 좀 자제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만약 이 영화가 부산 지역 주민들에게 좀 더 어필하길 바랐다면, 뜻밖의 환난을 맞아 용기있게 대처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좀 더 적극적으로 그렸으면 어땠을까. 무참하게 무너진 도시와 애도하는 사람들보다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재건의 의지를 불태우는 인물들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더 좋지 않았을까. "보소 마, 우리 부산 사람들이 이따우 쓰나미에 기죽을 줄 알았능교?" 이런 식의 분위기 말이다.

물론 이런 분위기에 거부감을 갖는 분들도 적지 않겠지만 안 그런 사람도 많다는 건 이미 확인된 사실이다. 동의할 수 없는 분들은 수백만 관객들이 '감동적이었다'고 칭찬했던, '디 워'의 마지막 장면에 나오는 아리랑을 상기해 보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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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게 지나치게 낯간지러운 짓이라고 생각한다면 이런 대사도 한번 기억해 보시기 바란다. "당신은 타라의 붉은 대지로부터 힘을 얻지. 스칼렛. 당신과 타라는 하나요(You get your strength from this red earth of Tara, Scarlett. You're part of it, and it's part of you)." 바로 불후의 명작으로 꼽히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대사.

이 영화는 구구절절 미국 남부인들의 애향심에 불을 지르는 대사들로 점철돼 있다. 1939년작이라 불만이라면, '러브 어페어'에서 '섹스 앤 더 시티'에 이르기까지 수백편의 영화들이 얼마나 뉴욕이라는 도시와 거기 사람들을 미화하고 있는지도 생각해 보시기 바란다. 혹시 같은 것도 할리우드에서 하면 촌스럽지 않다고 생각하시는 건 아닐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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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첫째는 부산 사람, 그리고 둘째는 부산이라는 도시입니다. 영화 속에서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는 넘쳐 나지만 그 이야기들은 어디 사는 누구라도 해당되는 얘기들입니다. 굳이 이 영화 속에서 '부산 사람'의 정체성을 찾을 수 있는 부분은 롯데 자이언츠 응원 외에는 없다고 봐도 좋습니다. 그리고 훨씬 더 '부산 사람'을 매력적으로 부각시킬 수 있었다는 생각도 듭니다.

두번째는 '부산'의 활용입니다. 역시 이민기와 강예원이 야경을 구경하는 포인트 외에는 '아름다운 부산'의 이미지가 별로 활용되지 못했습니다. 영화를 긴박감 넘치게 진행하는 것만으로도 어려움이 많았겠지만 정작 만들어지고나니 이런 아쉬움들이 자꾸 떠오릅니다.

윗글에서는 부산 지역 사람들의 애향심을 좀 더 자극했어야 한다는 얘기가 주로 다뤄졌지만, 사실 이런 부분들은 부산 바깥에 사는 사람들을 위해서도 필요합니다. 물론 한국 사람들이야 해운대가 뭐고 부산이 뭔지, 더 열심히 홍보하지 않아도 잘 알 겁니다. 그런데 요즘은 한국 영화를 한국 사람만 보는 시대는 아닙니다. 특히 '해운대' 정도 규모의 영화라면, 해외에서 이 영화를 볼 관객들을 위한 대비도 필요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해운대'를 통해 처음 한국의 피서지를 보는 사람들에게 뭔가 좀 더 어필할 수 있는 여지가 있지 않았을까요.

마지막 부분에 대해 혹자는 "로맨틱 무비와 재난영화가 같을 수 있겠느냐"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어쩌면 후자 쪽이 더 파급력이 클 수도 있습니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은 '시애틀의 잠못드는 밤'의 무대가 된 빌딩으로보다는 킹콩이 올라간 빌딩으로 더 유명할수도 있을테니까요. 요즘 사람들은 자유의 여신상을 볼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영화가 이 여신상의 머리가 날아가는 '클로버필드' 일 수도 있을 겁니다.^

물론 '해운대'가 잘 되고 있으니까 하는 얘깁니다. 정작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다면 이런 얘기는 헛소리에 지나지 않았겠죠. 이랬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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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 뒤, 오는 13일이면 마이클 잭슨의 49재가 되겠군요. 한국식 습관이지만 뭔가 의미를 찾고 싶은 날이기도 합니다. 눈물로 그를 보낸 사람들이 뭔가 의미있는 일을 할 법도 한데 들려오는 소식은 논란과 번복, 말다툼의 연속입니다.

한 시대를 지배한 팝의 제왕이 죽은 뒤 정리하는 포스팅도 꽤 많이 올렸습니다. 세 보니 모두 9개더군요. 15년간 취재한 그의 모습은 이제 마지막 한 편만 남겨 놓고 있습니다. 1999년 서울에 마지막으로 왔을 때까지 정리하는 걸로 그에 대한 조상을 마칠 생각입니다.

관련 포스팅을 한데 묶을 방법이 없어서 이렇게 인덱스 포스팅을 하게 됐습니다. 지난 포스팅을 찾을 때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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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으로 15년
 
사망후 첫번째 쓴 글입니다. 그의 일생에 대한 간략한 정리입니다.


1. 모스크바에서 만난 마이클 잭슨
 
1996년, 첫 내한공연을 앞두고 모스크바로 그의 공연을 보러 갔을 때의 일을 정리한 포스팅입니다. 그와 함께 찍은 가보 사진!이 들어 있습니다.


2. 96년 내한공연(1)
 
마침내 서울에 온 잭슨과 당시 국내에서 펼쳐졌던 잭슨 공연 반대 운동의 기이한 열기, 그리고 서울에 온 잭슨의 몇가지 기행들을 다뤘습니다.


3. 96년 내한공연(2) - 그를 껴안은 남자
 
2회 공연중 무대에 오른 마이클 잭슨에게 한 단발머리 남자가 달려들었습니다. 대체 이 남자는 누구였을까요. 그리고 왜 그에게 달려든 것일까요?


4. 평양에 먼저 갈뻔한 마이클 잭슨
 
1997년 갑자기 무주 리조트에 나타난 마이클 잭슨. 그는 왜 돌연 한국에 나타난 것이었을까요. 그리고 평양으로 가려던 그의 노력은 어떻게 됐을까요.


5. 마이클 잭슨의 마지막 서울 무대

<이 포스팅은 준비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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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머지는 그에 대한 이런 저런 화제들입니다.


왜 라이브가 드물까?
 
MBC는 두 차례에 걸쳐 그의 루마니아 부쿠레슈티 공연 실황을 방송했습니다. 놀랍게도 이것이 그의 유일한 공식 공연 영상물이라는 사실을 알고 계십니까? 대체 전설로 남은 그의 공연 영상이 왜 이렇게 상품화되지 않은 것일까요.


사망 직전의 영상들
 
사망 직전, 런던 공연을 준비하던 그의 모습을 담은 다양한 영상들입니다.


영결식 총정리
 
LA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열린 영결식에 누가 왔고 누가 어떤 말을 했는지에 대한 기록.


마이클 잭슨의 여인들
 
다이애나 로스에서 브룩 실즈를 거쳐 데비 로에 이르는, 그의 일생을 스쳐간 여인들에 대한 기록입니다. 그중 진정한 그의 사랑은 누구였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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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잭슨의 사인에 이어 마이클 잭슨의 딸 패리스의 생부가 자기라는 사람이 나왔습니다. 그것도 왕년의 '멜로디' '올리버'의 아역 스타 출신 배우 마크 레스터라는군요('코만도'의 감독인 마크 레스터와는 동명이인). 사후 한달이 넘었지만 잭슨과 관련된 화제는 끊일 날이 없어 보입니다.

저도 마이클 잭슨과 관련된 이야기를 빨리 정리해야 할텐데 막상 쓰기 시작하면 또 얘깃거리가 새록새록 살아나서 어느새 분량이 길어지곤 합니다. 아무튼 기왕 시작한 거니 끝을 보겠습니다.

사실 기자 생활을 10여년 하면서 참 신기한 일을 많이 봐 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느낀 것 중의 하나는 세상에서는 가끔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나곤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어떤 일이 있어도, "내가 손바닥에 장을 지진다"는 식의 말은 함부로 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깨닫게 됐습니다.

제가 태어나서 마지막으로 "그게 사실이면 내 손바닥에 장을 지진다"고 말한 날은 마이클 잭슨 내한공연이 끝나고 1년이 지난 1997년 11월18일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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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18일 오전의 일입니다. 마감을 마치고 점심 약속차 회사를 벗어났는데 당시 친하게 지내던 김 아무개 작가님(지금은 원로급 작가가 되셨죠)이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대뜸 "마이클 잭슨이 지금 한국에 와 있다더라"는 거였습니다.

에이 아무리... 하는 생각이 먼저 스쳤습니다. 마이클 잭슨 쯤 되는 사람이 그렇게 소리 없이 움직일 수 있을리도 만무하고, 우리 나라가 그렇게 마이클 잭슨 같은 인물이 조용히 들어올 수 있을 정도로 허술하거나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그런 나라는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지금처럼 인터넷이 활성화된 시절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저는 "마이클 잭슨이 들어왔으면 지금 온 나라가 난리가 났을텐데 이렇게 조용하다는게 말이 되냐"고 오히려 훈계조(?)의 말을 늘어놨습니다. 마무리는 "지금 잭슨이 서울에 있다면 내가 손바닥에 당장 장을 지지겠다"는 걸로 끝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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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나서 뭔가 찜찜하긴 했는지 회사로 정보보고를 했습니다. 이런 소문이 돈다는 정도였죠. 하지만 회사 안의 반응도 냉담했습니다. "너 할일 되게 없구나"라는 식이었죠. 그런데 오후, 회사에서 긴급 호출이 왔습니다. "알고 보니 정말 왔다"는 거였습니다. 마이클 잭슨이 무주 리조트에 갑자기 떠서 난리가 났답니다.

그때부터 호떡집에 불난 듯 여기저기 확인에 들어갔지만 사실 한국에서 마이클 잭슨의 행적에 대해 취재를 한대봐야 찔러 볼 곳이 뻔합니다. 예나 지금이나 잭슨의 음반 발매사인 소니뮤직으로 문의가 빗발쳤지만 이쪽에서는 "아무것도 아는 바 없다. 연락받은 것 없다"는 멘트만 나올 뿐이었습니다. 확인된 것은 무주 리조트에서 만날 사람이 유종근 당시 전북지사라는 것 정도였죠. 이 경로를 통해 흘러나온 내용은 "리조트 산업에 관심이 많은 잭슨이 무주 리조트에 거액을 투자해 세계적인 관광단지를 개발하려 한다"는 것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이런 얘기는 너무 허점이 많았습니다. 실제로 잭슨이 해외의 리조트 산업에 투자를 했다는 얘기는 아무도 들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리조트를 개발한다면 그게 왜 한국이어야 하는지 납득이 가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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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오후, 국내 최고의 팝 전문가였던 당시 데스크께서 핵심적인 내용을 파악해냈습니다. 잭슨의 이번 극비 방한은 마이클 잭슨의 숙원인 평양 공연을 이루기 위한 전초 작업이었다는 겁니다. 충격적인 얘기였죠.

마이클 잭슨의 야망이 세계의 모든 폐쇄적인 나라에 발자국을 찍는 것이라는 건 이미 유명한 사실이었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나온 얘기지만, 1994년 6월 북한의 핵 문제 해결을 위해 당시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을 특사로 삼아 평양에서 김일성과 협상을 벌이게 했습니다. 그런데 이때 카터가 가져간 카드 중 하나가 마이클 잭슨의 평양 공연이었다는군요.

이야기가 제대로 진전됐다면 잭슨은 서울 공연보다 평양 공연을 먼저 치렀을 지도 모릅니다(그랬다면 상당한 망신이었겠죠. 북한보다 더 폐쇄적이고 장애물이 많은 나라 취급을 받았을테니 말입니다). 하지만 김일성-카터 회담이 있은지 한달만인 7월, 김일성은 갑작스레 사망합니다. 설혹 이때 잭슨의 공연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다 하더라도 그런걸 이행할 정신은 누구도 없었을 겁니다. 만약 김일성이 조금 더 오래 살았더라면... 뭐 역사에서 가정이란 별 의미가 없겠죠. 다행히 1996년 서울에서 마이클 잭슨의 공연이 열렸고, 이로써 북한에 추월될 가능성은 없어졌습니다.

아무튼 그런 사연 속에서 1997년 내한한 잭슨은 1안으로 평양 공연, 이것이 여의치 않으면 판문점이나 비무장 지대 공연을 염두에 두고 그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내한했다는 것이 새로운 정보의 내용이었습니다. 잭슨 혼자 벌이는 공연이 아니라 그와 친한 세계적인 스타들이 함께 할 것이고, 그 수익금으로 북한 어린이 돕기 운동을 벌인다는 명분으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공연장으로 불러낸다는 계획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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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 내용을 대서특필했는데, 취재는 데스크가 거의 다 하셨지만 관례상 이름은 제 이름으로 나갔습니다. '마이클 잭슨의 극비 방한, 진짜 목적은 평양 공연 추진'이라는 화끈한 기사였죠.

그런데 특종이란게 사실 너무 앞서가도 못쓰는 법입니다. 제 이름으로 나간 기사 빼고는 온 사방의 모든 기사가 '마이클 잭슨, 무주 리조트 투자차 방한'이었으니 말입니다. 더구나 경쟁사들이 따라오고 싶어도 도대체 기사를 확인할 곳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잭슨은 21일 서울로 올라와 그해 연말 있을 대선에서 가장 유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인 김대중 당시 아태재단 이사장을 만납니다. 그리고 잭슨이 한국을 떠난 뒤 마침내 26일, 공식 발표가 있었습니다. 잭슨이 판문점에서 세계적인 스타들과 함께 북한 어린이 돕기 공연을 펼칠 것이라는 내용이었죠. 이로써 특종이 헛소리가 아니라는 게 확인됐지만 마음 속으론 '평양에선 결국 공연이 열리지 않는구나'하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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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듬해 2월, 잭슨은 김대중 대통령 취임식 참석차 서울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하도 자주 오다 보니 잭슨이 오는 것도 이제는 그냥 늘 있는 일처럼 여겨지더군요^^. 이때 방한한 잭슨은 무주 리조트에 대한 투자 양해각서(MOU)를 작성하고 1억달러인가 하는 거금을 투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최원석 당시 동아그룹 회장의 자택을 방문해 150만평에 달하는 인천 매립지에 대한 개발 계획을 논의했다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물론 아시다시피 돈 얘기는 그냥 이렇게 나왔다 사라졌습니다. 잭슨은 한국 땅에 단 한푼도 투자한 적이 없습니다. 대신 마이클 잭슨을 통해 한국과 인연을 맺은 알 왈리드 왕자 같은 갑부들이 몇몇 한국 기업에 투자를 했습니다.

하지만 98년으로 예정됐던 문제의 '마이클 잭슨과 친구들' 공연은 연기에 연기를 거듭했습니다. 아마도 잭슨의 개인 사정이 가장 큰 원인이었던 듯 합니다. 그러는 사이 잭슨과 한국의 인연을 만든 최규선씨도 이 공연과 관련된 사기 혐의로 궁지에 몰리고, 잭슨의 공연은 다시 한국에서 열릴 일이 없을 것 같았습니다.

그러던 1999년, 국내 최대의 광고대행사인 제일기획이 참여하면서 꺼져가던 불씨는 확 되살아납니다. 이것이 많은 분들이 기억하시는, 한국 땅에서 열린 '팝의 제왕'의 마지막 무대였습니다. 바로 '마이클 잭슨과 친구들'의 공연이죠. 여기까지 정리를 해야 이 글이 마무리가 될 것 같습니다.


p.s. 최근 클린턴 전 대통령이 대북 특사로 파견되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중태라는 뉴스를 보면서 그야말로 만감이 교차하더군요. 그리고... 여러분도 어떤 경우에든 '손바닥에 장을 지진다'는 말은 함부로 쓰지 마시기 바랍니다.

이 내용의 앞의 사연들이 궁금하신 분들은 다음 포스팅을 참고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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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TV '탐나는도다' 첫회를 봤습니다. 시작하기 전부터 재미있는 설정이라는 생각에 관심이 끌렸던 드라마입니다. 조선 인조 때를 배경으로 제주도에 표류해 온 영국 귀족 청년과 조선의 선비, 그리고 순진무구한 해녀가 펼쳐가는 드라마라는 건 상당히 매력적이지 않습니까?

원작 만화는 보지 못했지만 영국 귀족 청년 역에 프랑스 출신인 금발의 미남 청년이 등장하고 선비 역에 임주환, 해녀 역에 서우가 캐스팅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만 해도 훌륭한 진용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마 대부분의 시청자들도 그렇게 생각했을 겁니다.

하지만 뚜껑이 열린 '탐나는도다'는 실망이 앞서는 드라마였습니다. 뒤로 가면서 좀 더 나아질 지도 모르지만 요즘 드라마의 스타일로 볼 때 이런 1회를 만든 드라마가 살아남을 가능성은 별로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마디로 서우의 열연이 아깝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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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으로 포장된 도입부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1회에 방송된 '탐나는도다'는 시퀀스들이 너무 깁니다. 아마 다른 드라마들이라면 '탐나는도다'의 1회에 방송된 분량은 20분 정도면 정리하고 넘어갔을 겁니다.

1회의 내용은 대략 이렇습니다. 영국 귀족 청년 윌리엄(황찬빈-피에르 데포르트)은 아시아에 대한 호기심과 모험심으로 네덜란드를 넘나드는 일본 상인 얀(이선호)과 함께 나가사키행 배에 올랐다가 폭풍우를 만나 제주도 해안에 표류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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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한양의 선비 박규(임주환)는 부녀자 희롱죄(?)로 제주도로 유배를 오게 되고, 여기서 천방지축에 난채 그대로 있는 해녀 장버진(서우)과 엮이다가 결국 버진의 집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처지가 됩니다. 버진은 우연히 바닷가에서 윌리엄을 발견하고, 몰래 감춰준 뒤 보살피기 시작합니다.

사실 이 내용으로 한시간 가까운 분량을 만들었다는게 놀라울 지경입니다. 물론 다양한 등장인물들이 소개되고, 이런 저런 '코믹' 에피소드들이 끼어들지만 문제는 이 코미디가 그리 효과적이지 않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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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들의 이름을 보는 순간 윌리엄과 버진이 만났을 때 윌리엄이 버진을 virgin이라고 생각할 거라는 걸 모를 사람이 과연 있을까요. 언제가 될 지 모르지만 마찬가지로 박규를 만나게 되면 fuck you라고 생각하겠죠.

그런데 이 드라마의 코미디는 대개 이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네. 한국 드라마에 외국인 캐릭터가 처음 등장하던 1970년대 수준입니다. 말이 안 통하는 외국인이 조선시대 사람들과 만나 벌이는 해프닝이 한동안 방송에 나오지 않아서 신선할 거라고 생각한걸까요. 혹시 보다 보면 윌리엄이 고추장을 보고 "오! 케첩!"하고 퍼먹다가 매워 매워 물좀 줘 하는 내용이 나올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가진의 연구가 영 부족해 보입니다.

버진과 해녀들, 박규와 버진이 벌이는 해프닝도 영 어설프기는 마찬가집니다. 한번 뒤져보기나 하면 될걸 계속 진상패를 내놓으라는 버진과 그런거 안 갖고 있다는 박규의 승강이는 정말 지칠 정도로 이어집니다. "진상패 내놔요!" "어허, 네가 지금 정녕 진상을 떨고 있구나" 이런 식의 말장난이 시청자들에게 통할 거라고 생각한다는게 놀랍습니다.

용변 해결을 위한 버전아비(변우민)와 박규의 나무 판자 놀이...도 제작진은 아마 '너무나 재미있는 에피소드'라고 느꼈을 것 같습니다. 이 제작진은 매주 '개그콘서트'라도 보면서 요즘 시청자들의 수준을 익힐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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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회를 지켜보고 나서 든 생각은 "서우가 아깝다"는 것 뿐이었습니다. 이 드라마에선 볼거리도 서우, 앞으로 발전이 기대되는 것도 서우밖에 없더군요. 조선시대의 4차원 해녀라는 생뚱맞은 캐릭터지만 서우가 연기하고 있으면 생기가 느껴집니다. 이 드라마가 어떤 결과를 내든 서우에게는 그리 나쁠 것이 없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임주환도 재능있고 매력적인 배우이긴 합니다만, 이 드라마를 통해 얻을 것은 별로 없을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탐나는도다'는 매력적인 설정과 관심 가는 배우들로 이뤄진 드라마입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느린 전개와 설정 자체에서 한발도 더 나가지 못한 지루한 대본은 이 드라마를 나락으로 밀어넣는 느낌입니다. 첫 주말이 지나고 나면 제작진도 느끼는 바가 있겠지만 너무 늦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p.s. 사실 제주도 사투리가 낯설기는 박규나 윌리엄이나 별 차이 없었을 듯 한데 그런 부분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더군요.


p.s.2. 댓글들을 보니 이 드라마에 만족하신 분들이 꽤 많군요. 워낙 관심이 가던 작품이라 제가 이 드라마에 너무 많은 걸 기대했었나봅니다.

이렇게 '탐나는도다'를 사랑하시는 분들이 많은 걸 보니 드라마의 앞날이 생각보다 밝은 듯 하군요. 부디 닥본사하셔서 '탐나는도다'가 흥행면에서도 의미있는 성과를 거두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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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장각 각신과 성균관 유생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아무래도 가장 큰 차이는 나라로부터 녹봉을 받는다...가 아닐까요. 뭐 눈치 있는 분들은 사실은 소설 얘기라는 걸 금방 눈치채셨을 겁니다.

휴가철을 맞아 읽은 책이 몇권 있습니다. 뭐 여기 소개할만한 책도 있고, 아닌 책도 있는데 아무래도 재미로 따지면 새로 나온 '규장각 각신들의 나날' 1,2권 만한 책이 또 있을까 싶습니다.

아시는 분든 다 아시겠지만 이 책은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의 속편입니다. 이 책 제목을 지금 처음 들어보시는 분들이 있다면, 인생을 헛사신 겁니다. 지금이라도 yes24나 리브로로 달려가시기 바랍니다. 사실 저만해도 상당히 늦게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을 접한 편인데, 읽어보고 나니 후회되는 부분이 꽤 있었습니다. 이걸 왜 지금에서야 보게 됐을까...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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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성균관'의 배경을 잠시 설명합니다. 때는 정조 초기. 몰락한 남인 가문의 딸 김윤희는 홀어머니와 병약한 남동생 윤식의 생계를 위해 남장을 하고 서책 필사로 돈을 법니다. 그러다 필사 가격을 올려 받을 욕심에 어찌 어찌 해서 과거를 보게 되고, 어찌 어찌 하다 급제까지 해 성균관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그렇게 간 성균관에서 윤희는 노론 벽파 좌의정의 아들이며 조선 최고의 꽃미남이자 천재(...죄송합니다. 설정이 그런걸 어쩌겠습니까)인 이선준, 천재 시인이지만 술과 쌈박질의 달인인 소론 문재신, 그리고 당파도 아리송하지만 사치와 주색잡기, 그리고 네트워킹의 달인 구용하를 만나게 됩니다.

뭐 이 책이 처음 나왔을 때와는 달리 지금은 '커피프린스 1호점'이나 '바람의 화원', 심지어 '선덕여왕'에 이르기까지 '남자들의 사회에 들어간 여장 남자' 이야기가 꽤 보편화되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서 풀어내는 사연들은 시간가는 줄 모르고 지켜볼만큼 재미있습니다. 아울러 여자인 윤희가 '대물'이라는 얄궂은 호칭으로 불리게 되는 과정까지도 무리 없이 풀어낼 만큼 작가의 필력이 뛰어납니다. 여기까지가 '성균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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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인 '규장각 각신들의 나날'은 우여곡절 끝에 성균관을 마치고 규장각에 들어가게 된 이들 4총사(책 안에서는 '잘금 4인방'이라고 불립니다. 이들의 모습을 보면 기생이건 양가집 규수이건 다들 오줌을 찔끔찔끔 싸게 된다는....)의 좌충우돌하는 사연을 그립니다.

문벌도 다르고 당파도 다른 네 인재를 남달리 총애하는 정조. 하지만 이들이 속해 있는 각 당파는 당연히 이들을 한데 묶는데 불만이 있고, 심지어 몰락한 남인 가문의 후예인 김윤식(행세를 하고 있는 윤희)이 규장각에 들어선다는 것 자체가 관료 사회에서는 파격에 가깝습니다.

이들을 불만스러워하는 조정에 대고 정조는 퉁명스럽게 "안 맞는다고 생각하면 테스트를 해서 떨어뜨리렴"이라는 식으로 반응하고, 관료들은 온갖 머리를 짜내 이들을 괴롭히려 하지만... 주인공들의 능력은 워낙 사기 유닛입니다. 세상에 못하는 게 없고, 모르는게 없습니다. 이선준의 폭넓은 지식과 식견, 윤희의 못잖은 실력과 최고의 필사력, 재신의 체력(?)과 문장력, 그리고 용하의 재력과 높은 경험치가 결합되면 난제라는게 존재하질 않습니다.

정은궐 작가에게 탄복하는 것은 규장각과 당시의 조정 구도에 대한 결코 가볍지 않은 연구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규장각' 도입부에서만 봐도 선준과 윤희 앞에 가로놓인 첩첩의 난제들은 결코 가볍지 않은데 그 난제들을 풀어가는 방법에 별 무리가 보이지 않습니다.

'규장각'과 '성균관'의 가장 큰 차이는 정조의 이미지 부각입니다. 성질도 급하고, 막말도 하고, 머리가 좋은 만큼 머리 나쁜 신하들을 차마 눈 뜨고 보지 못하는 인간적인 정조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아마도 얼마 전 발견된 어찰첩의 내용이 상당 부분 반영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는데, 그렇다면 참 정은궐 작가는 선견지명을 갖고 있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재미있는 책을 보신 기억이 있는 분이라면 남아있는 페이지가 점점 줄어들 때의 아쉬움을 아실 겁니다. 위안이 되는 거라면 줄거리나 마무리 방식으로 보아 아무래도 3부가 나올 것 같다는 점(책의 끝부분을 보면 3부의 제목도 '*** **들의 나날'이 될 거라고 짐작할 수 있겠습니다만 스포일러에 해당하기 때문에 굳이 밝히진 않겠습니다), 그리고 머잖아 '성균관'이 드라마판으로 방송될 것 같다는 점입니다.

드라마 판권이 애저녁에 팔렸다는 건 알고 있었기 때문에 책을 읽으면서 과연 누가 주인공이 되면 어울릴까를 곰곰히 생각해봤습니다. 제 생각에는 윤희 역은 똑떨어지는 배우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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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한효주양이죠. '어지간한 남자들만큼' 큰 키. 선량한 눈빛. 게다가 선비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똑똑한 말씨(이 대목에서 많은 경쟁자들이 탈락입니다), 고운 얼굴 선. 뭣 하나 빠지는 게 없습니다. 그냥 윤희 그 자체입니다.

그런데 미리 얘기한게 아니라면, 지금 '찬란한 유산'으로 상한가를 때리고 있다는게 캐스팅의 난제로군요. 한효주 본인으로서도 해볼만한 역할일텐데 말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선준 역에 맞는 배우가 도무지 떠오르질 않는다는 겁니다. 훌쩍 큰 키, 자상한 미소, 조선 시대의 천재 이미지에 맞는 지성미(네. 사실 이 부분에서 턱 막합니다), 적절한 나이... 제가 아는 남자 연예인 중에서는 이 조건을 충족시킬 사람이 영 떠오르질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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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생각하자면 조이병 정도? 그런데 제대할때까지 기다릴 수는 없겠죠.

재신 역도 만만찮은 연기력을 필요로 하는 탓에 딱 떨어지는 캐스팅을 하기는 쉽지 않을 듯 합니다. 사실 책을 봐선 '젊은 김영호' 정도의 이미지인데 조한선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떤 분이 소지섭 얘기를 하시던데 아마 출연료 견적이 안 나올겁니다. 되기만 한다면야 하정우가 최고겠지만 말입니다.

용하 역은 비교적 폭이 넓습니다. 박용우 차태현에서 강지환까지 연출자의 스타일에 따라 다양한 이미지의 용하와 거기에 대응할 수 있는 배우들이 있습니다. 젊은 배우 중에는 김동욱이나 이규한 같은 스타일도 이런 연기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무튼 '성균관' 드라마도 언제쯤에나 보게 될지 궁금합니다. 기다리기 지루한 분들은 '규장각'을 보시면서 시간을 보내셔도 좋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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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스티븐 소머즈 감독의 '지.아이.조 - 전쟁의 서막 (G.I. Joe: The Rise Of Cobra, 2009)'이 할리우드보다 한발 빨리 한국에서 공개됐습니다. 시차를 감안하면 약 사흘 빠른 셈이죠. 이병헌이 연기하는 스톰 섀도우를 마침내 봤습니다.

지난번 포스팅에서도 이병헌의 할리우드 진출을 앞두고 "배역이 스톰 섀도우라는 걸 알고 마음이 놓였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영화를 보고 나니 역시 좋은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나치게 악당으로 묘사된 부분이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에 이어 2연타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근래 한국인 배우가 할리우드에서 맡은 역할 가운데 가장 많은 사람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길 수 있을 거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을 듯 합니다.

'지.아이.조'는 대체 어떤 영화고 이병헌은 어떤 역이었을까요? 그리고 왜 이병헌의 선택이 좋았다고 하는 걸까요?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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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무기제조업체인 MARS사의 대표 맥컬렌(크리스토퍼 에클레스턴)은 NATO의 투자를 유치해 수술이나 의료 목적에 사용되던 미세 로봇 나노마이트를 무기로 개발하는 데 성공합니다. 이 나노마이트가 장착된 탄두를 이송하던 듀크(채닝 테이텀)는 정체불명의 괴한들로부터 습격을 받는데, 습격자 중 하나가 자신의 애인이었던 애나(시에나 밀러)라는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습니다. 괴한들이 탄두를 차지하기 직전, 역시 정체불명의 특공대가 나타나 괴한들을 쫓고 탄두를 되찾습니다.

이들의 정체는 초국가적인 정의의(?) 특전부대 G.I.조. 이들의 리더인 호크 장군(데니스 퀘이드)은 탄두 탈취 시도의 배후에 맥컬렌이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합니다(영화의 진행으로 보아 그건 의심할 바가 없죠^^). 그리고 맥컬렌은 최강의 닌자 스톰 섀도우(이병헌)를 동원해 탄두를 다시 빼앗을 계획을 세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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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 정도는 이 다음에 진행될 사건들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합니다. 이번 '전쟁의 서막' 편은 앞으로 주구장창 나올 '지.아이.조' 시리즈의 맛뵈기임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서 터지는 사건들은 글자 그대로 잠시도 관객을 쉬게 두지 않습니다. 수많은 사건들과 전투 장면을 보여주면서 결코 적지 않은 등장인물들의 캐릭터를 모두 설명하는 건 정말 쉬운 일이 아니죠.

비슷한 경우였던 'X맨' 1편의 궤적을 그대로 따라간다는 느낌도 있지만, 결정적인 차이는 'X멘' 1편에서 브라이언 싱어가 시도했던 철학적인 고민의 흔적은 싹 사라지고 없다는 점입니다. 'X멘' 시리즈를 지배하고 있는 '선택된 민족', 혹은 인종 차별과 인종 청소에 대한 은유 같은 것은 '지.아이.조'에는 아예 존재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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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대신 자리를 차지한 것은 쉴새 없이 뛰고 달리고, 그러면서도 연애질도 하고, 할말 다 하는 만화적인 주인공들과 엄청난 돈이 투입되어 구현한 만화적 비주얼입니다. 네. '지.아이.조'는 그야말로 '대놓고 활극'인 영화입니다. 이 영화를 보는 동안 대뇌는 쉬고 있어도 됩니다. 무릎 반사가 가능할 정도만 살아 있다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영화입니다.

물론 정신을 바짝 차리고 보면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진행의 연속이지만, 이 영화의 강점은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그러니 설사 영화가 마음에 들지 않는 관객이라 하더라도, '두 시간 본 값은 충분히 했다'는 느낌을 갖게 될 겁니다. 굳이 자세히 설명하지는 않겠지만, G.I.JOE라는 완구-만화-애니메이션의 3종 시리즈가 갖고 있는 위력을 생각하면 쏟아 부은 제작비가 아깝지는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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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헌이 연기한 스톰 섀도우는 그 다양한 인물들 가운데서도 꽤 인기있는 캐릭터입니다. 흥미롭게도 이 캐릭터는 시리즈에 따라 어디서는 G.I.조의 편에서, 다른 쪽에서는 G.I.조의 상대편인 코브라 조직의 일원으로 등장한다고 합니다. 아무튼 본래 일본인 캐릭터(이름은 토미 아라시카게)이고, 최고의 기술을 가진 닌자이며, G.I조의 핵심 멤버인 스네이크 아이즈와는 어려서부터 동문수학한 형제 같은 사이라는 설정입니다. 이번 영화에서는 스네이크 아이즈와 '어찌 보면' 철천지 원수의 관계라는 점이 강조됐는데, 앞으로는 변화의 여지가 있을 겁니다.

(영화를 보신 분들이 '앞으로는'이라는 말에 의문을 제기하실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천하의 스톰 섀도우가 이렇게 한번 나오고 말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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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한국의 수많은 배우들이 아시아의 영역에 만족하지 않고 세계 진출을 향해 발을 내딛었습니다. 사실 남자 배우들보다는 여배우들의 경쟁력이 더 뛰어났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남자 배우들이 맡을 수 있는 캐릭터는 21세기가 된 지금까지도 무술의 달인이나 '무표정한 동양인 암살자' 캐릭터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게 사실입니다.

어찌 보면 이병헌이 맡은 스톰 섀도우도 그런 역할의 범주 안에 든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신 분이라면, 이 영화 안에서 이병헌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금까지 할리우드 영화에서 한국 배우가 맡았던 어떤 역할보다 비중이 크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물론 '블러드'를 할리우드 영화로 친다면 전지현의 비중이 훨씬 크겠지만, 그 영화와 '지.아이.조'를 비교하는 건 2차대전때의 제로센 전투기와 F-22를 비교하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이 정도 규모의 영화에서 이 정도 비중의 캐릭터를 맡는다는 건 결코 그냥 무시할 일이 아닙니다.

그런 면에서, 이 역할이 이병헌에게 들어온 것은 행운이지만 이 역할에 전념해서 따낸 것은 이병헌의 탁월한 선택이라고 칭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이병헌은 이 작품을 통해 '영어로 연기가 되는 배우'라는 점을 인식시켰습니다. 이번에 함께 일한 스티븐 소머즈가 아닌 다른 감독이나 제작사도 동양인 역할이 있는 영화를 만들 때 염두에 둘 수 있는 배우의 선에 오른 셈이죠. 배우를 설명할 때 "그 왜, '블러드'라는 영화 있었잖아. 그 영화에서...."라고 설명하는 것과 "'G.I조'에서 스톰 섀도우 역으로 나왔던 배우"라고 설명하는 것은 천지 차이죠. 아무튼 이병헌이 앞으로 할리우드에서 어떤 족적을 남길 지, 매우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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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아이.조-전쟁의 서막'은 똑부러지게 누구라고 할만한 톱스타는 없지만, 알려진 배우들이 꽤 많이 나오는 영화입니다. 일단 설정상 주인공인 채닝 테이텀은 앞날이 크게 기대되는 스타는 아니라는 느낌입니다. 이 배우는 '스텝업' 시리즈를 통해 인기 스타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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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적인 미남형 주인공이라기보단 '유주얼 서스펙트'의 가브리엘 번의 젊은 날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혹시 10년 뒤에 살아남아 있다면, 주인공보다는 성격파 배우로 변신해 있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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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나 밀러가 이병헌과 공연했다는 건 참 감동적인 일이기도 하고... 감독이 스티븐 소머즈이다 보니 '미이라' 군단인 브랜든 프레이저와 아놀드 보슬루(바로 '미이라' 역이죠) 등이 그리 큰 비중 없이 얼굴을 비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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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얼굴과 대사가 한번도 공개되지 않은 스네이크 아이즈. 어떤 분은 이 배우의 이름이 레이 파크(Ray Park)라는 이유로 '혹시 또 하나의 한국계 배우가 있는게 아니냐'고 추론하기도 합니다만, 이 배우는 무술 전문 연기자로는 대단히 유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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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스타워즈 - 에피소드 1'의 다스 몰 역을 맡았던 배우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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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 보시는게 불편한 분을 위해서 결론을 내리자면, '지.아이.조 - 전쟁의 서막'은 결코 영화사에 남을 걸작이 아닙니다. 올해의 '수작'으로 꼽기도 좀 모자랍니다. 하지만 시원시원하게 쏟아 붓는 물량을 생각하면 본전 생각이 나는 영화는 결코 아닙니다. 제가 생각하는 등급은 '볼만한 영화'입니다. 아, 물론 뵹헌사마의 팬들에게는 '놓치면 후회할 영화'인게 분명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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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스톰 섀도우가 한국인(영화 중간에 나오는 회상 신에서 어린 시절의 스톰 섀도우가 "도둑놈이다!" 등 두 마디의 한국어 대사를 합니다^^)으로 바뀐 것은 이병헌의 영향이라고 합니다. 자신의 아역으로 나오는 태국계 배우에게 직접 한국어 지도까지 했다는군요.

노력이 가상합니다. 그런데 스톰 섀도우가 워낙 독한 악역으로 나오다 보니 바꾸지 말고 그냥 두는게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잠시 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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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TV '선덕여왕'에 뛰어든 비담 김남길은 단 2회 출연만에 온 시청자들의 관심을 사로잡았습니다. 축구로 치자면 아주 적절한 시기에 투입된 조커라고나 할까요.

사실 비담이 인기를 모으는 건 당연한 일로 보입니다. 그동안 미실 고현정, 덕만 이요원, 천명 박예진 등 여자 주인공들이 판을 치던 드라마에서 혼자 남자 주인공의 역할을 감당하던 유신 엄태웅은 지나치게 고지식하고 답답한 캐릭터였기 때문입니다. 목검으로 나무등걸을 천번 내리치다가도 한번 정신이 어긋났다고 다시 하나부터 시작하는 에너자이저 유신랑은 진지하고 진솔한 면은 높이 평가할 만 하지만 도대체 잔재미라고는 하나도 없는 캐릭터였습니다.

하지만 비담 김남길은 첫 등장부터 광기가 흐르는 눈빛으로 예사롭지 않은 앞날을 예고하더군요. 특히 약초 캐던 농민들이 비담의 미소를 보고 질겁하는 장면은 이미 비담의 비위를 조금이라도 거슬렀다간 명을 부지하기 어렵다는 것을 이 사람들이 잘 알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신라의 정예 10화랑과 혼자 붙어도 밀리지 않을 만큼 엄청나게 강한 무공과 선악의 구분이 모호한 텅 빈 머리 속, 때로 어린애같은 성정은 비담을 사뭇 매력적인 캐릭터로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캐릭터는 처음이 아니죠. 분명 어디선가 본듯 한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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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담을 봤을 때 처음 머릿속에 떠오른 캐릭터는 바로 이 친구였습니다. 당연히 많은 분들에게 친숙할 겁니다. 바로 '슬램 덩크'의 작가, 이노우에 다케히코가 그린 '베가본드'의 무사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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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는 바와 같이 미야모토 무사시는 일본 전국시대의 지독하게 강한 검객입니다. 긴 검과 짧은 검을 함께 써서 니토류(二刀流)의 대가로 불리는 무사시는 일본의 역사소설가 요시카와 에이지의 베스트셀러를 통해 일반인들에게 알려졌고, 1950년대 이나가키 히로시 감독에 의해 영화화된 뒤 3편까지 시리즈가 이어지는 인기를 누렸습니다.

'베가본드' 역시 같은 원작을 취하고 있으므로 내용은 똑같습니다. 단지 '베가본드'의 무사시에게선 조금 더 강백호의 냄새가 난다는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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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건 만화건 이 시리즈에 나오는 젊은 날의 무사시는 그야말로 야수같은 매력을 뿜어냅니다. 내가 살기 위해서는 누구라도 베어야 한다는, 엄청나게 강하지만 선악이나 다른 사람의 감정 따위에 아랑곳하지 않는 캐릭터죠. 아니, 아예 감정이란 요소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고 보는 게 나을 겁니다. 어찌 보면 요즘 스릴러에 자주 등장하는 사이코패스의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사실 이런 캐릭터의 원형은 중국 고전 '수호지'에 나옵니다. 바로 108영웅들 중 하나인 흑선풍 이규입니다. 쌍도끼를 휘두르는 천하장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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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더 원형을 거슬러 올라가자면 이규의 원형은 삼국지의 장비입니다만, 장비는 어쨌든 배운 사람이고 정규군의 장수이므로 이규처럼 무차별 살인은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천살성(天煞星)을 타고 난 이규는 피를 보지 않으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살인을 즐기는 인물이죠. 그런데도 송강의 명이라면 절대 복종하는 어린이같은 면모도 갖추고 있습니다. 그 뒤로 각종 무협지에 나오는 '천살성'이란 말은 하나의 캐릭터로 정립됐습니다. 선악이나 정사 따위는 가리지 않고 거스르는 자는 무조건 죽이고 보는 단순무식막강한 캐릭터를 가리키는 말이 됐죠.

얼마전에 한 분이 최근 한 일본 만화에 나오는 무겐이라는 캐릭터를 비담의 닮은꼴로 추천하셨는데, 무겐이 나오는 작품을 본 적은 없지만 대략 그림만 봐도 어떤 캐릭터인지 느낌이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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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캐릭터가 아무리 좋아도 그걸 연기하는 배우가 엉망이라면 인기가 있을 리 없습니다. 비담이란 인물이 성공한 데에는 그 역할을 맡은 김남길이라는 배우의 역량이 절대적인 공헌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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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초, IS 연예팀은 '올해의 유망주'로 15명의 각 부문 신인을 선정했습니다. 당시의 명단은 '고아라·민효린·이선호·유연지·정일우·최시원·지서윤·하정우·이한·한효주(이상 연기자)와 김현중·남규리·민선예(가수). 신봉선·정성호(개그맨)'입니다. 이때의 이한은 '굳세어라 금순이'의 금순이 남편과 '굿바이 솔로'의 냉정한 친구 유지안 역을 맡아 연기력보다는 외모로 주목을 끌던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1년 뒤인 2008년 초, 연기자 이한에 대한 평가는 '좀 더 노력이 필요함'이었습니다. (http://isplus.joins.com/article/article.html?aid=870705) 3단계 평가에서 맨 아래 순위였죠(아, 물론 김현중과 하정우도 이때까진 '좀 더 노력이 필요함' 등급이었습니다^^). 영화 '후회하지 않아'와 드라마 '꽃피는 봄이 오면' 등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동성애 소재의 '후회하지 않아'는 애당초 흥행이 될 영화는 아니었고, 이 영화에서의 이한은 장래에 대한 기대를 더욱 크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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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주춤거리는 기간은 그리 길지 않았습니다. 김남길이라는 본명을 되찾은 뒤 이한은 특유의 '섬뜩한 눈빛'을 빛내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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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역은 아니었지만 '공공의 적 1-1'을 본 사람은 김남길이라는 배우의 차가운 매력에 눈을 뜨기 시작합니다. 여기서 김남길은 한 자루의 날선 칼날 같은 모습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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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모던 보이'. 영화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김남길은 친구 해명(박해일)을 싸늘하게 버리는 일본인 검사 신스케 역을 맡아 우아한 잔혹함을 연기해냅니다. 이 정도면 동년배 배우들 중에서는 연기력으로 단연 돋보이는 모습을 보인 셈이죠.

그리고 나서 이번 비담 역할은 김남길의 앞날에 어느 정도 길을 열어 주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우려도 하나 떠오릅니다. 어떤 배우에게 쉽게 굴레를 씌우고 싶어 하는 한국의 영화/ 드라마 판의 속성상 김남길에게도 앞으로 계속 이와 유사한 역할만이 몰려들지 않을까 하는 걱정입니다.

김남길이 잘생긴 얼굴에 머물지 않고 탁월한 성격 연기의 길을 개척한 것은 칭찬할 만 합니다. 하지만 연기를 잘 하는게 오히려 족쇄가 되어 '이상성격 전문배우'의 길을 걷게 되는 것도 걱정스럽습니다. '선덕여왕'이 끝난 뒤, 본인과 주변 사람들의 지혜로운 선택이 필요할 때인 것 같습니다. 아무튼 비담의 활약은 '선덕여왕'의 앞날을 더욱 탄탄대로로 만들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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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덕여왕'이 날로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선덕여왕이 아직 감춰두고 있는 카드(혹은 떡밥, 혹은 비밀무기)'들에 대한 포스팅을 한 적이 있는데 그때 비담 김남길 떡밥을 빼먹었더군요. 비담 공개는 최상의 선택인 듯 합니다. 비담과 문노를 한방에 공개한 걸 보면 꽤 쏠쏠한 완성도를 보이고 있는 '드림'을 초반부터 아예 밟아 버리겠다는 살의(?)가 번득입니다.

사실 비담 얘기로 포스팅 하나를 때우려는 건 아니고... 딴 얘깁니다. 드라마 '선덕여왕'이 는 가운데 요즘 그 원작격인 '화랑세기'를 직접 읽어보겠다는 분들이 점점 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그냥 읽는 분들은 아마 놀라실 일이 많을 겁니다. 사실 '선덕여왕'이 처음 시작할 때에는 미실의 복잡다단한 남자관계에 눈살을 찌푸리셨던 분도 많았겠지만, '화랑세기'를 직접 보신 분이라면 그게 얼마나 빙산의 일각인지도 아실만 합니다.

사실 '화랑세기'에 나오는 이야기들 중 차마 점잖은 자리에서 거론하기 힘든 얘기는 미실과 관련된 이야기뿐만이 아닙니다. 그리고 이 부분은 '화랑세기'가 진짜 역사가 아니라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에게 상당히 유력한 명분으로 작용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런데 반대로, 이걸 다 지어냈다고 치면 참 그 상상력도 대단한 상상력이란 생각도 듭니다.

드라마에서 다 볼 수 없었던 19금판 선덕여왕, 용어해설로 풀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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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선덕여왕, 제대로 만들었으면 19금

MBC TV '선덕여왕'은 왜 인기일까. 타이틀 롤인 선덕여왕 이요원도 잘 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이 드라마의 일등 공신은 미실 역의 고현정이다.

미실. 장희빈도 아니고 정난정도 아니고, 웬만한 시청자들이라면 이 드라마가 시작하기 전까지 생전 듣도 보도 못했을 이 캐릭터가 어떻게 이렇게 시청자들을 빨아들이고 있을까. 더구나 이 미실이라는 인물은 한국 사극에서 전례를 보기 힘들 만큼 문란하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남편 세종(독고영재)이 있으되 정부인 설원(전노민)도 버젓이 옆에 버티고 있고, 진흥왕(이순재)와의 관계가 암시되는가 하면 그 아들인 진지왕(임호)과는 아예 '왕위에 오르면 왕비로 삼겠다(아니, 남편이 뻔히 있는 여자가!)'는 보장을 받고 몸을 섞는다. 아무리 '천추태후'가 사극 여주인공의 사생활의 한계를 넓혔다고는 하지만 이건 좀 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늘 그렇듯 TV 드라마가 전부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이 드라마의 원작 격인 '화랑세기'를 보면 더욱 입이 벌어지는 이야기들이 나온다. 진짜 역사라는 주장과 1930년대에 쓰여진 창작물이라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물려 있는 책이지만, 아무튼 '화랑세기'의 미실은 훨씬 과감하다.

진흥-진지왕에 이어 근 30세 연하인 진평왕과도 몸을 섞는다. 예를 들자면 이런 수준이다. 드라마 속에서 김유신(엄태웅)의 라이벌인 보종(백도빈)이 태어나게 된 계기는 이렇게 기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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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제 8년(579년), 미실궁주가 옥새를 맡아보는 새주(璽主)가 되어 정사당에서 문서들을 보다가 낮 꿈을 꾸었는데 흰 양이 가슴으로 들어왔다. 길한 꿈임을 알고 급히 왕(진평왕)를 끌고 장막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왕은 아직 어려서 궁주의 기분에 제대로 따라 주지 못했다. 이에 설원랑을 불러 들여 보종공을 낳았다. (따라서 누구의 아들인지 분명치 않았지만)보종은 자라면서 모습이 설원랑과 같았으므로 궁주가 설원에게 내려 아들로 삼게 하였다.' 이런 식이다.

사실 내용인 즉 허균의 '홍길동전'에서 홍판서가 길동이를 낳게 되는 대목 - 용꿈을 꾸고 부인에게 동침을 요구하지만 부인이 대낮부터 망측하다며 거절하자 여종 춘섬이를 데리고 방으로 들어간다 - 이나 '삼국유사'의 지철로왕 관련 기사(지철로왕은 지증왕의 다른 이름. 궁금하면 찾아 보시라)를 생각해보면 뭐 충격 받을 수준은 아니지만, 아무튼 '화랑세기'는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이런 얘기들의 연속이다. 이 책을 보고 나면 흔히 '화랑'이란 말을 들었을 때 떠오르는 육사 생도들이나 보이스카우트의 이미지는 싹 사라질 지도 모른다.

그리고 뭐니 뭐니 해도 역사책이다 보니 그 내용을 제대로 소화하기 위해서는 약간의 공부가 필요하다. 자, 그럼 지금부터 시작이다. 이름하여 'TV에는 안 나오는 진짜 선덕여왕 용어 사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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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공(色供) = 글자 그대로 색으로 윗사람을 섬기는 일, 즉 잠자리를 같이 하는 일을 말한다. '화랑세기'에 따르면 왕을 모실 수 있는 모계 혈통에는 진골 정통과 대원 신통이 있는데, 이들의 가문은 왕의 총애를 차지하기 위해 특별한 재능을 갖춘 여자들을 계속 배출했음이 암시되어 있다.
미실의 어머니인 묘도와 이모인 사도(진흥왕의 왕후)는 미실이 세종과 결혼할 때 "우리 가문은 대대로 색공을 바치는 집안"임을 강조하며 어찌 왕의 서자 뻘인 세종 따위(?)에게 시집을 가느냐고 말한다. 하지만 미실은 태연히 "어찌 남편이 있다 하여 임금을 모시지 못하겠느냐"고 맞받아쳤다는 기록이 있다.

음사(陰事) = 군주와 잠자리에 드는 것. 즉 방사(房事)의 높임말이다. '선덕여왕'의 사실상의 주인공 미실은 음사에 특히 능해 그와 한번 잠자리를 같이 하면 군왕들도 헤어나지 못했다. 특히 진흥왕은 미실을 잊지 못해 남편 세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시로 미실을 불러들였다. 심지어 임신중에도 미실을 입궁시킨 기록이 있다.

마복자(磨腹子) = 현대인의 시각으로 볼 때 가장 기이한 성풍속의 하나. 윗사람이 임신한 아랫사람의 아내를 받아들여 관계한 뒤 낳은 아이를 자신의 아이처럼 보살피는 것을 말한다. '화랑세기'는 시작부터 제 1대 풍월주인 위화랑이 비처왕의 일곱 마복자들인 이른바 '마복칠성' 중 하나임을 밝히고 있다. 그의 어머니 벽아부인이 그를 임신한 채로 비처왕의 후궁으로 들어가 낳은 아들이란 얘기다.

방외우(方外友) = 글자대로 풀면 그냥 '신분을 벗어나 사귀는 사이'라는 의미지만, '화랑세기'의 사이에서는 자신보다 신분이 낮은 여자들과 관계하면, 그 여자들 주변의 사람들과도 친구 뻘이 된다는 뉘앙스의 말로 사용됐다.
예를 들어 방탕했던 동륜태자(진평왕의 아버지)는 미실에게 혹하자 신분이 한참 아래인 설원이나 미실의 동생인 미생과도 친구가 된다. 이것이 바로 방외우의 기본 형태인 것이다.

유화(遊花) = 낭도들의 짝이 되는 신분이 낮은 여자들. 본래는 이들도 크게 볼 때 화랑도 조직의 일원인데 역할은 궂은 일에서 밤일에까지 넓게 걸쳐 있다. '화랑세기'의 진흥왕 대창 원년(568년) 기록엔 이런 대형 난교 파티의 기록이 있다.
'...이날 밤, 왕(진흥왕)과 미실은 남도의 정궁에서 합환을 하였다. 낭도와 유화들로 하여금 새벽까지 돌아다니며 노래하고, 서로 예를 갖추지 않고 합방(奔)하게 하였다. 성중의 미녀로서 나온 자가 만여명이었다. 등불의 밝음이 천지에 이어졌고 환성이 사해의 물을 끓어오르게 하였다. (중략) 낭도들이 각기 한 명의 유화들을 이끌고 손뼉치고 춤추며 난간 아래를 지나갈때마다 만세 소리가 진동했다.'
이 광경을 바라보며 진흥왕과 미실은 군중들에게 돈을 던져주며 즐겼다고 한다. 이 땅에서 있었을 것이라고는 상상하기 힘든 환락의 도가니였던 모양이다. 물론 이날의 기록 외에도 유화와 화랑 사이에서 수많은 아이들이 태어난 기록이 전해진다.

용양신(龍陽臣) = 최측근. 항상 곁에 두는 총신의 의미이지만 '화랑세기'의 기록을 살펴 보면 이 단어에서 남색의 냄새가 짙게 풍긴다.
미실의 첫사랑인 사다함의 가계를 살펴보면, 스페인 영화 '하몽하몽'을 연상시키는 난맥상을 발견하게 된다. 사다함은 구리지공과 금진 부부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다.
미남으로 유명했던 구리지공은 한 촌부와 정을 통했는데, 이 촌부는 이미 유화로 나가던 시절 이름도 모르는 화랑과의 사이에서 설성이라는 아들을 두고 있었다. 설성은 어려서부터 '얼굴이 아름답고 교태를 잘 부려' 구리지공은 얼마 뒤 설성을 자신의 용양신으로 삼았다. 어머니와 아들을 모두 파트너로 삼은 셈이다.
그러나 구리지공이 전쟁터에 나가 자리를 비운 사이, 금진은 설성을 잠자리로 끌어들였고 그 사이에서 설원이 태어났다.
이렇게 어지러운 사연 속에서 태어난 아이가 요즘 '선덕여왕'에 나오는 설원랑이다. '화랑세기'에 따르면 뒷날 이 가문에서 원효대사와 설총이 나왔다.

신선골(新善骨) = 출세를 위해 낭도들 가운데 화랑에게 딸을 바치고 청탁을 하는 자들이 나타났다. 이렇게 딸을 바쳐 화랑과 연을 맺은 자들을 신선골이라고 불렀다. 물론 이때의 '골'은 골품(骨品)을 의미한다. 13세 풍월주 용춘 때 대남보라는 낭도가 신선골이 되기를 거부했다는 말을 듣고 용춘이 기특하게 여겨 승진을 시켰다는 기록이 있다. 아내를 바쳐 그 아들을 마복자가 되게 하는 것과 딸을 바쳐 신선골이 되는 것, 과연 어느 것이 더 부도덕하다고 할 수 있을까.

삼서지제(三壻之制) = 한 여자에 대해 세 명의 남편을 허용할 수 있다는 제도. '화랑세기'에는 이에 따라 선덕여왕은 용춘과 흠반, 을제 등 세 남편을 두었다는 기록이 있다.
이것이 여왕의 경우 후사를 얻지 못할 때 세 명까지 남편을 둘 수 있다는 것인지, 아니면 일반인 여성들의 경우에도 세 명의 남편을 둘 수 있다는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
불행히도 정사인 '삼국사기'에는 선덕여왕의 남편이 몇명이었는지는 다루고 있지 않다. 그러나 후대의 진성여왕이 자신의 숙부뻘인 각간 위홍을 연인으로 삼았다가 위홍이 죽자 수십명의 미남 청년들을 끌어들였다는 기사를 싣고 있어 여기에 비쳐 볼 때 선덕여왕의 세 남편 이야기도 그리 황당무계한 것은 아님을 보여줄 뿐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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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복자라는 희한한 풍습에서는 어쩐지 손님에게 아내를 주어 동침하게 하는 북방민족의 풍속이 연상됩니다. 사실 이 방법보다 더 손님-혹은 나그네-에게 '우리는 적이 아니다. 너와 나는 한 가족이다. 내게 무슨 일이 있으면 네가 내 아내와 자식을 보살피기 바란다' 는 뜻을 분명하게 전달하는 방법은 없을 듯 합니다.

마찬가지로 마복자 제도 역시 '뱃속의 아이는 네 아이지만 내 아이기도 하다는 뜻을 강조하기 위해 아이 어머니와 관계를 하겠다. 너의 아내 역시 내 아내인 셈이다' 라는 메시지를 분명하게 전달한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날의 시각으로 보면 정말 엽기적이지만, 일부 기마민족 사이에서는 이와 유사한 풍습들이 전해진다고도 합니다.

아무튼 역사이건 위작이건, '화랑세기'는 오늘날의 잣대가 아닌 신라시대로 떠나는 시간여행의 느낌을 갖게 합니다. 어찌 보면 지나치게 현대적인 시각으로 짜여져 있는 드라마 '선덕여왕'에 지치면 '화랑세기'를 한번 펼쳐 보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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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담 캐릭터, 굳이 말하자면 천살성(天煞星)이라고나 해야 할까요? 상당히 낯익은 캐릭터이면서도 드라마나 영화에서 흔히 공개되지는 않은 캐릭터입니다. 나중에 여기에 대해서도 좀 공을 들여 들여다 보겠습니다.

 




그나자나 이제 남은 떡밥은 김춘추-유승호 떡밥 하나인 셈이군요. 언제 나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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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신기와 SM의 설전이 한차례 오갔고, 이 초대형 아이들 그룹의 앞날이 온 사회의 관심사가 되고 있습니다. 팬 수를 보나 앨범 판매량을 보내 국내 최고의 인기 그룹인 동방신기가 이대로 가다가 해체라도 되는 날이면 반향이 만만찮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사태를 보는 시각도 가지각색입니다. 어떤 분들은 늘 하던대로 '악마같은 소속사의 농간'이라고 치부하고 있고, 어떤 분들은 장자연 사건 이후 늘 말썽이 되어 온 소위 '노예계약' 문제로 한방에 싸잡아 보려 하기도 합니다(상황을 잘 모르는 일부 기자들도 포함됩니다). 제대로 된 정보가 있는데도 외면하거나, 정보의 의미를 해석하는 데 서툰 경우들이 대부분입니다.

과연 이번 사태를 어떻게 봐야 할까요. 핵심적인 논점 세가지를 챙겨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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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동방신기는 수입의 0.4%~1%만 가져간다?

현재 SM에 계약해지를 요구한 세 멤버의 주장 중 핵심적인 부분입니다. 생각하시는 분들이 꽤 있을 겁니다. 일부 팬들은 "동방신기에게 그동안 지급한 돈이 110억원에 달한다"는 SM의 주장을 보고 나서 "몇천억원씩 버는 아이들에게 고작 110억원(?) 주고서 생색이냐" "110억원을 다섯 멤버에게 5년으로 나누면 연간 4억원 정도다. 그걸 많이 줬다고 할 수 있느냐"는 등의 주장을 펴고 있습니다. 과연 어떤지 한번 보겠습니다.

일단 회사 쪽이 지급한 액수가 SM의 주장대로 110억원이라고 믿는 것을 전제로 하겠습니다. 아마도 상대방이 저렇게 눈을 부릅뜨고 있는데 이런 액수로 거짓말을 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다음 표는 네이버 증권정보가 제공하는 SM의 연간 매출액 규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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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신기가 데뷔한 2004년 199억원에서 2008년 434억원까지, 2004년 이후 5년간의 매출액 합계는 148723백만원, 즉 1487억여원이 됩니다. '1년에 천억원씩 버는 동방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매출 1487억원 가운데 얼마가 순익인지는 다음 표에 나옵니다. 역시 네이버 증권정보가 제공하는 SM의 손익 기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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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영업이익은 23, 37, 16억원씩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2005년 12억원의 흑자를 낸 것을 포함하면 4년간의 영업수지는 64억원의 적자인 셈입니다. 이 4년간 동방신기에게 간 돈 110억원을 46억원 이하로 줄였다면 이 기간 내내 SM은 흑자를 낼 수 있었다는 얘기가 됩니다. 무슨 말이냐면, SM의 매출 규모로 볼 때 동방신기가 데뷔후 5년간 받았다는 돈의 총액 110억원은 결코 작은 돈이 아니라는 겁니다.

또 하나의 함정은 계약 해지를 요구하고 있는 세 멤버가 제시한 숫자의 함정입니다. 이들이 발표한 원문을 보겠습니다.

그렇다고 하여 멤버들이 계약 기간 동안 SM으로부터 합당한 대우를 받은 것도 아니었습니다. 계약금이 없음은 물론, 전속 계약상 음반 수익의 분배 조항을 보면, 최초 계약에서는 단일 앨범이 50만장 이상 판매될 경우에만 그 다음 앨범 발매시 멤버 1인당 1,000만원을 받을 수 있을 뿐이고, 50만장 이하로 판매될 경우 단 한 푼도 수익을 배분받지 못하게 되어 있었습니다. 이 조항은 2009. 2. 6. 에 이르러서야 개정되었는데, 개정 후에도 멤버들이 앨범 판매로 분배받는 수익금은 앨범판매량에 따라 1인당 0.4%~1%에 불과합니다.

많은 분들이 이 부분에서 "아니, 0.4에서 1%라니, 이런 노예계약이 어디 있어!"라고 흥분하셨을 것으로 생각됩니다만, 잘 보시면 이 조항은 '앨범 판매로 분배받는 수익금'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동방신기의 수입은 앨범 판매 외에도 공연, 행사, 사인회, 초상권, 방숭출연(물론 이건 무시해도 좋습니다) 등을 통해 나옵니다. 굳이 그 가운데서 앨범에 대한 수익금만을 거론하고 있기 때문에 착시현상을 일으킨 것입니다.

만약 다른 부분의 수입에서도 0.4~1.0%의 수익 배분이라면, 과연 SM의 매출은 얼마가 되어야 할까요. 위에서 본 대로 동방신기 데뷔 후 SM의 총 매출이 1487억원 가량입니다. 이 매출이 모두 순익이라고 하더라도 1인당 1%면 약 15억원. 5를 곱해도 75억원 가량이 됩니다. 순익도 아니고 매출의 1%씩을 줘도 75억원인데 110억원을 줬다면 SM은 미친 회사입니다.

물론 이 매출이 모두 순익일 리는 만무합니다. 게다가 이 매출은 보아, 슈퍼주니어, 소녀시대가 기록한 매출을 모두 합한 것이죠. (설마 매출과 순익을 구별 못하는 분은 없겠죠?) 즉, 동방신기 멤버들은 다른 부분의 수입에 대해서는 1.0%보다 훨씬 높은 분배 비율을 갖고 있다는 얘기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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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신기가 지금까지 판 앨범의 수는 이렇습니다. 이중 SM이 번 돈은 얼마일까요. 앨범과 싱글의 가격이 다르고, 제작사의 수입은 소매가가 아닌 공장도 가격에 달려 있고, 계약에 따라 수익률이 다르기 때문에(게다가 해외 판매 수입의 경우는 정하기 나름입니다. SM의 경우는 또 일본 수입은 AVEX와 나눠야죠) 딱 잘라 얼마라고 말하기 힘듭니다. 얼추 계산해볼 때 SM의 동방신기 앨범 수익은 100억원에서 200억원 사이일 것으로 추정됩니다.

결론적으로, 이 수입에서 동방신기가 나눠 받는 비율을 높였다면 다른 부문의 수입에서는 배분율이 나빠졌을 겁니다. 반대로 동방신기가 이 부분에서의 수익율을 포기했기 때문에(여러 차례에 걸쳐 계약 조건을 수정했다는 것은, 바로 이런 수익 배분율에 대한 조정이 있었다는 뜻입니다) 다른 부분에서는 상당히 큰 부분을 배분받았다는 의미가 됩니다.

결론:
1. '0.4~1.0%'라는 것은 전체 수입 가운데 앨범 판매 수입에 대한 분배 비율이다.
2. 따라서 동방신기가 번 돈중 '0.4~1.0%밖에 못 받았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3. 110억원은 회사의 규모나 전체 매출을 볼 때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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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13년간의 장기 계약은 사실상 종신계약이다?

이 부분은 사실 SM의 가장 큰 약점입니다. 처음 연예계에 입문하는 연습생들은 사실 이런 조건에 크게 얽매이지 않습니다. 일단은 데뷔가 중요하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이 시기에는 이런 조건에 아무 불만 없이(혹시 불만이 있더라도 조용히) 동의합니다.

그나마 동방신기처럼 데뷔해서 스타가 되었다면 모를까, 정작 심각한 문제는 데뷔를 못 하고 세월만 흘러가고 있는 연습생들의 경우입니다. 다른 기획사에서는 충분히 데뷔를 할 수 있는 실력을 갖췄더라도 SM의 내부 경쟁에 밀려 기회를 잡지 못하는 연습생들은 늘 논란의 대상입니다. SM이 이들의 계약을 해지해 주는 데 지독하게 인색하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이건 SM의 문제점이지만, 동방신기 부분과는 직접 관련이 없으므로 여기선 이 정도로 합니다.)

그럼 관건은 동방신기의 13년 계약이 정당하냐...는 것인데, 아주 당연한 얘기지만 고려해야 할 요소가 몇가지 있습니다. (1) 아이들 그룹의 경우는 육성기간이 5년에서 7년에 달한다는 것 (2) 그 육성기간에는 수입을 기대할 수 없으며, 이들이 데뷔하지 못하면 전액 회사의 적자가 된다는 것 (3) 설혹 데뷔한다 해도 히트하지 못하면 역시 순손실이 될 뿐이라는 것(SM도 천상지희나 트랙스처럼 수익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 경우가 꽤 있죠) (4)따라서 회사 전체의 재정에서, 히트하는 연예인이 나오면 이들의 수익을 통해 전체 회사의 수지가 균형을 이루게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4)에 이르러서 논란이 발생합니다. 동방신기를 예로 들자면, 이들의 가족이나 팬들은 당연히 "우리 **(혹은 우리 오빠)가 번 돈으로 온 직원 월급 주는 것도 아까운데, 왜 다른 '못 나가는' 애들의 뒷감당까지 해야 하느냐?"는 입장을 보입니다. 굳이 설명하려면 사실 간단합니다. 동방신기가 열심히 연습생으로 훈련할 때 쓴 비용은 굳이 설명하자면 H.O.T나 신화, 보아가 번 돈이기 때문입니다.

데뷔하는 족족 모두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한 사실이고 보면, 어떤 엔터테인먼트 기업이든 동방신기와의 수입 분배를 할 때에는 회사가 운영하고 있는 전체 아티스트들의 수입을 고려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이 극단적인 형태로 나타난 것이, 거의 모든 소속 연예인이 자기가 버는 수입과 무관하게 용돈(혹은 월급)을 받는 일본식의 매니지먼트 포맷입니다. 일본식에 따르면 한창 떼돈을 벌어 오는 아이들 스타보다 데뷔 15년 된 퇴물 가수가 더 많은 월급을 받는 것도 이상할 것이 없습니다. 물론 한국에서 이런 제도를 들여온다면 당장 난리가 날 겁니다.

그리고 가장 문제가 된 기간, 계약 기간 부분은 바로 이런 이유로, '회사가 연예인 육성에 들어간 자금을 회수하고 순익을 낼 수 있을 때까지'를 기준으로 한 것이라고 SM은 주장하고 있습니다. 물론 솔직히 말해 동방신기처럼 황금 알을 낳는 그룹이 순 흑자로 돌아서는 데 13년이라는 세월이 걸린다고 볼 수는 없겠죠.

여기에 대한 SM의 주장은 "수차에 걸쳐 계약 조건을 조정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세 이탈 멤버들도 이를 부정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그 '조정' 기회 때 왜 계약기간에 대한 조정은 없었는지,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느 쪽이든 설명을 해야 할 겁니다.

결론:
1. 아이들 그룹의 계약기간이 긴 것만으로 무조건 노예계약이라고 할 수는 없다.
2. 장기계약은 정작 스타가 된 쪽보다는 무명 연습생의 경우에 더 심각한 문제다.
3.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13년은 너무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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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째, 과연 해체해도 손해날게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누굴까?

모든 사람이 입을 모아 '해체는 원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지금 상황에서 '해체도 불사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할 바보는 아무도 없겠죠. 누구도 팬들의 심사를 거스르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그럼 거꾸로, 동방신기가 해체되면 가장 타격이 클 것은 누굴까요. 누가 봐도 그건 SM입니다. 동방신기같은 슈퍼 아이들을 다시 만들어내는 데에는 몇년이 걸릴 지 모릅니다. 엄청난 손해죠.

멤버 개개인도 절대 해체를 원할 리는 없다는 데 표를 던지겠습니다. 사소한 의견 충돌이나 분열이 있다 해도 그 오랜 세월, 동방신기라는 이름으로 함께 활동한 정과, 지금까지 어떤 슈퍼 그룹의 멤버들도 흩어졌을 때 원래 그룹으로 활동하던 시절의 1/N(멤버 수 나누기 1이라는 뜻입니다) 이상의 위력을 내지 못했다는 점(핑클의 이효리가 유일한 예외겠군요)을 감안할 때 어떤 경우에든 해체는 막대한 손해라는 걸 잘 알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예외는 '주변 사람들'입니다. 멤버들의 가족도 포함됩니다. 이들은 상대적으로 연예계의 생리도 잘 모르고, 안다 하더라도 '남의 100원보다는 내 10원'이 중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특히 멤버들의 가족들은 전통적으로 어떤 그룹이든 자신의 가족을 뺀 나머지 멤버들은 '우리 **이 때문에 먹고 사는 녀석들'이라고 생각함니다. 10년 이상 연예계를 지켜본 바에 따르면 확실히 그렇습니다.

이런 분들이 흔들기 시작하면 어떤 공고한 그룹도 깨질 수 있습니다. 회사는 버리고, 친구도 버릴 수 있지만 가족은 버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결론:

1. SM은 해체를 원할 리가 없다.
2. 동방신기 멤버들도 해체를 원할 리가 없다.
3. 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까짓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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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목에서 팬들은 과연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까요. 쉽게 얘기하기는 어렵습니다. 어떤 경우든 팀이 깨지고 나면 팬들이 상처를 받을 것은 뻔합니다. 깨지고 나서 네가 잘했니 내가 잘했니 따지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겠죠.

어쨌든 개인 팬이건 팀의 팬이건, 지금 취해야 할 입장은 분명합니다. '깨진 뒤의 동방신기는 의미가 없다'는 입장을 굳게 하는 것입니다. 아무리 오늘까지 개인 멤버의 열렬한 팬이더라도 팀의 존속을 원한다면 '팀이 깨질 경우 단호하게 고개를 돌릴 것임'을 분명히 하는 것이 좋습니다. 다른 말로 하자면 '하나된 동방신기를 믿습니다'가 아니라 '깨지면 알아서 해'라는 입장이 좀 더 도움이 될 때인 듯 합니다. 그리고 만약의 경우, 정말 해체가 현실이 된다면 그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똑바로 보려고 노력하기 바랍니다.


p.s. ...그런데 대개 이런 경우 '기자들 책임이다'라는 주장이 가끔 나오더군요. 이번엔 좀 아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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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의 스포츠 드라마 '국가대표'는 '이 영화는 사실에 기반을 두고 각색한 것'이라는 자막과 함께 시작합니다. 그리고 나서 영화는 스키 점프라는 비인기종목에서 어느날 갑자기 세계 정상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한국 대표팀의 이야기를 해 나가기 시작합니다.

아직도 등록선수는 5명뿐이라는 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는 점, 선수들에 대한 지원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는 점, 국내 유일의 스키점프대인 무주 스키점프대는 사실상 동계 시즌에는 가동된 적이 없다는 점 등등은 확실히 사실입니다. 하지만 영화와 현실이 다른 부분도 꽤 있습니다. 아무래도 영화의 속성상, 부분적으로 과장이 있을수밖에 없는 게 정상입니다.

영화 '국가대표'에서 사실과 같은 부분, 사실과 다른 부분들을 한번 짚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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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국가대표'를 보신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이 영화는 '국가의 도움 없이 개인이 이뤄낸 성과'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올림픽에 국가대표로 출전해 금메달을 따는 선수들에게 '신성한 의무'와 '어깨를 누르는 책임감'을 강조하던 지나간 시대의 관념에 찬물을 끼얹는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말하자면 새로운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죠.

영화 리뷰는 이쪽입니다.

그런데 그런 시각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니 제작진이 무시하고 싶은 내용은 깔끔하게 무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를테면 한국 스키점프 대표팀의 발전 과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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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한국 스키점프 대표팀은 아무도 바라보지 않는 가운데 1997년 창단돼 곧바로 1997년 12월 독일 오베르스트도르프 월드컵에 참가해 월드컵 출전권을 따내고, 이듬해 2월의 나가노 동계올림픽에 나가 아슬아슬하게 메달권에서 벗어나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 속 이야기처럼 봉고차 지붕에 스키 부츠를 매달고 훈련해서 1년만에 올림픽에 나가 세계 수준의 성적을 낸다는 건 정말 꿈같은 이야기일 뿐입니다. 한마디로 '영화니까 있을 수 있는 이야기'인 것이죠.

실제로 한국에 스키점프가 도입된 것은 1991년. 그리고 1994년에는 이미 대표팀이 전지훈련을 간 기록도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 스키점프의 대명사인 네 명의 선수들, 김흥수(현 코치) 최용직 최흥철 김현기 등은 이미 10대 시절부터 유망주로 발탁돼 육성된 선수들입니다. 한국 스키점프 선수 중 최초로 국제대회 개인성적을 낸 최용직은 1997년 오베르스트도르프 대회에 만 16세의 나이로 참가해 40위를 기록합니다. 그리고 그 이전의 기록은 확실치 않지만, 21세기 들어서는 매년 1-2차례씩 해외 전지훈련을 다녀온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 결과가 2003년 타르비시오 동계 유니버시아드 금메달로 이어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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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흥철, 최용직, 김현기, 강칠구 선수.   사진출처=세계일보

물론 해외 전지훈련을 간다고 해서 호화 훈련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지난해 하이원이 실업팀을 창단해 최흥철과 김현기가 입단하기 전까지 이들 국가대표 선수들의 공식 수입은 연봉 380만원이었다고 합니다. 유니폼이 모자라 기워 입어야 하고, 선수들이 직접 스키 날에 왁스를 입혀야 하는 열악함도 사실입니다. 다만 영화에서 보듯, '국가가 스키점프라는 종목을 버리려 했는데 선수 개개인이 살려냈다'는 식의 기술은 사실과 꽤 거리가 있다는 겁니다.

(오히려 선수들이 개인 생활 유지를 위해 각자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벌어야 했다는 얘기는 영화에서 생략되어 있더군요.)

많은 분들의 노력이 있었겠지만 어쨌든 체육회를 비롯한 국가 기관에서는 스키 점프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을 위해 그래도 해외 전지훈련 등의 지원을 했고, 그 결과 도입 12년만에 동계 유니버시아드 금메달이라는 성과가 나왔습니다. 그로부터 5년 뒤에는 실업팀도 생겼습니다. 비인기 종목의 레벨로 따지면 이보다 못한 종목도 수두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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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보듯 황무지에서 어느날 뚝딱 대표팀이 만들어지고, 그해 겨울에 국제대회에 나가고, 그 이듬해에 올림픽에 나가고...하는 식의 황당무계한 스토리는 오히려 스키 점프 발전을 위해 노력한 사람들의 시각에서 보면(선수-지도자 외에 측면에서 지원한 많은 분들이 있을 겁니다) 꽤나 서운한 얘기일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상에 열정만으로 되는 일은 꽤 제한되어 있습니다.

결국 이런 부분들은 '국가로부터 버림받고 스스로를 구제한 작은 영웅들 이야기'라는 영화의 주제를 강조하기 위해 생략된 것입니다. 물론 전에도 한번 강조했지만 이런 부분들이 오락 영화로서 걸작인 '국가대표'의 가치를 해치지는 않습니다. 다만 어디까지나 영화는 영화일 뿐, 영화를 현실로 착각하시는 분들이 있어서는 안되겠습니다. 현실은 현실, 영화는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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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념으로 하나 끼워넣는 얘기라면, 이들 스키 점프 대표팀 선수 가운데 해외 입양 후 귀국한 선수는 없습니다. 해외에 입양됐던 스키 선수의 뿌리 찾기 이야기는 토비 도슨의 실화에서 따온 것인 듯 합니다.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 동메달리스트인 스키 스타 도슨은 자신의 뿌리인 한국을 찾아 아버지와 동생을 만났고, 이어 약혼녀와 한국에서 전통 혼례를 치르기도 했습니다. 도슨은 이후 골프 선수로 변신, 2007년 이후 각종 대회에 출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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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영화 마지막에 봉구가 점프하기 직전, 키를 재고 방코치가 "키가 크니까 스키 더 긴거 타도 돼"라고 어필하는 장면은 시점의 착각입니다. 현재는 스키 점프 선수가 이용할 수 있는 스키의 길이가 자신의 키의 146%로 제한되어 있지만 이 규정이 생긴 것이 바로 나가노 동계올림픽에서 일본이 3개중 2개의 금메달을 가져갔기 때문입니다.

일본은 상대적으로 가벼운 선수들이 큰 스키를 쓰는 전법으로(영화에도 나오는 얘깁니다) 스키점프에서 강세를 차지했고, 나가노 올림픽 이후 유럽 각국이 이 전략을 차단하기 위해 신장 대비 스키 길이 규정을 만든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니 당시에는 없던 규정인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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