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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영이 사건으로 온 세상이 뜨겁습니다. 추석 명절에 이런 얘기를 하고 있어야 한다는게 참 안타깝고 화날 뿐입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오래된 이슈들 - 왜 성범죄자에 대한 양형이 이렇게 솜방망이냐(사실은 우리나라 형법의 양형은 전체적으로 솜방망이입니다. 엄격한 것은 속도위반과 주차위반 단속 등 교통관련 법규 뿐입니다), 성범죄에 대한 대책은 뭐냐, 왜 성범죄자의 신원 공개는 이렇게 실효성이 없게 해 놓은 거냐...등등 - 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와 다시 거론되고 있습니다.

거론되고 있는 것 자체는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또 이렇게 한창 이 이슈가 뜨거운 동안만 분개하다가 다들 잊어버리고 만다는 겁니다. 많은 관련 법규가 미국의 경우를 예로 들고 있는데, 미국의 경우도 모든 관련 규정이 한꺼번에 생겨난 것은 아닙니다. 오랜 시간에 걸쳐 많은 사람들이(특히 성범죄 피해자의 가족들이) 노력한 결과로 정비가 이뤄진 것입니다.

예전에 한번 미국은 어떻게 성범죄자의 신원을 공개하기에 이르렀는지를 조금 조사해 본 적이 있습니다. 그 내용입니다.




미국 법무성에 연결된 NSOPR(www.nsopr.gov) 홈페이지입니다. 성범죄 전력을 가진 사람의 얼굴 사진, 풀 네임, 마지막 주소, 신장과 신체 특징, 심지어 문신을 했으면 문신의 종류와 내용, 별명까지 명시해두고 있습니다. (주요 부분은 제가 지운 겁니다.)

한국보다는 평소 사람들의 인권을 훨씬 중시한다고 알려진 나라가 미국이지만, 성범죄자, 특히 미성년을 상대로 한 성범죄자의 신원 공개는 한국보다 훨씬 철저합니다. 그럼 대체 왜 이렇게 됐을까요. 거저 된 건 아니더군요.

웹 검색을 통해 알아보니 이 과정에서도 엄청난 희생이 따랐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Violent sex attacks lead to tough laws' 라는 제목으로 Lauren FitzPatrick이 정리한 내용을 주로 참고했습니다.




캘리포니아주는 1944년부터 성범죄자들을 추적하기 시작했지만 본격적인 관심이 인 것은 1980년대 이후의 일입니다.

미국 워싱턴주는 1990년 '지역사회 보호법(Community Protection Act)'을 통과시킵니다. 사실 그 배경에는 1989년 일어난 사건이 있었습니다. 정신장애를 앓고 있는 한 남자가 7세 소년을 성폭행하고 숲속에 버려 두어 죽게 만든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 남자는 2년간 옥살이를 한 뒤 출감하자마자 2명의 10대 소녀들을 납치해 폭행합니다.

그리고 나서 또 다른 사건들. 13년간의 수감생활끝에 출감한 남자가 두 여자를 습격했고, 또 다른 범인은 극장에서 6세 소년을 납치하려다 붙잡혔는데, 나중에 공원에서 자전거 타던 소년 두명과 4세 소년을 납치해 살해한 사실을 자백했습니다. 경찰은 그제서야 성범죄 전과자를 석방할 때에는 지역사회에 그 사실을 알리는 것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은 거죠.

그리고 1994년 제이콥 웨터링 법이 등장합니다.



미국 미네소타주 세인트 조셉에 살던 11세의 제이콥 웨터링 은 1989년 10월 집에서 복면을 하고 총을 든 남자에게 납치됐습니다. 이웃들은 물론 안면 없는 사람들도 연대해서 실종 아동 수색을 위한 재단을 설립하죠. 웨터링은 돌아오지 않았지만, 미네소타에서 '제이콥 웨터링 법'을 만들게 합니다.




1996년, 메건 캉카 의 유괴 사건 이후 미국 연방법에 등장한 '메건 법'은 지역사회에서 성범죄 전력자가 이주했을 경우 주민들에게 그 사실을 알려야 한다는 내용을 담게 됩니다.

뉴저지주 해밀턴 타운십에 살던 일곱살의 메건 캉카는 강아지를 주겠다고 유혹한 동네 주민의 집으로 따라갑니다. 그리고 이 주민, 두 차례 성범죄로 유죄판결을 받은 남자 제시 티멘데쿠아 는 메건을 성폭행하고 살해합니다. 그의 집은 캉카 가족과 같은 블록에 있었습니다.



이 남자는 1994년에만도 이미 5세 남아와 7세 남아를 습격한 전력을 갖고 있었습니다.  범인은 사형 판결을 받았지만 집행되지 않았고, 2007년 뉴저지 주가 사형을 폐지함에 따라 종신 복역중입니다.

사건 이후 메건 캉카의 부모들은 "모든 부모는 위험한 성적 육식동물이 이웃에 이주할 경우 그 사실을 알 권리가 있다"는 운동을 펼쳤고, 이들은 40만명의 서명을 받습니다. 법안은 89일만에 통과됐죠. 뉴저지주는 주 법규로 이 메건법을 통과시켰고, 1996년에는 클린턴 대통령도 이 법안에 사인을 합니다.


어린이들만 성범죄의 피해자가 되는 건 아니죠. 휴스턴의 부동산업자였던 팸 리크너 는 집 구경을 하고 싶다는 남자의 연락을 받고 빈 집으로 갑니다. 하지만 두 차례 처벌을 받은 적 있던 이 남자는 그녀를 덮쳤고, 리크너는 근처에 있던 남편의 도움을 목숨을 건집니다. 리크너는 이후 성범죄 관련자들에게 중형을 선고하라는 운동에 나섭니다.



플로리다주의 제시카 런스포드 법은 12세 이하의 아동에게 외설적인 행위를 한 것으로 판정된 성인에게는 최하 25년의 형량과 종신 전자 모니터링(전자 팔찌등을 이용한)을 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아동에 대한 성적 폭행과 강간은 사형이나 감형 없는 종신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되어 있기도 합니다. 이후 12개 주가 이와 유사한 법안을 도입했습니다.

2005년 2월, 당시 9세였던 제시카 런스포드는 한 차례 유죄판결을 받은 적 있는 범죄자에 의해 집에서 유괴됐고, 이후 성폭행을 당한 뒤 암매장됐습니다. 부검 결과, 런스포드는 매장당할 당시 살아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2006년 아담 월쉬 법에 의해 미국 법무부는 50개 주정부에 네트웍을 설치해 전국적인 성범죄 전력자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게 됐습니다. 이 법에 따라 모든 성 범죄자들의 정보는 2009년까지 표준화되어 일반인들에게 노출되게 됐습니다.

아담 월쉬는 1981년 플로리다주의 한 백화점에서 비디오 게임을 하던 도중 실종됐고 몇주 뒤 살해된 채 머리만이 발견됐습니다. 이미 유죄 판결이 난 연쇄 살인범이 그 범행도 자신의 것이라고 자백했지만, 얼마 뒤 주장을 철회하는 일도 있었죠.



2003년 11월, 당시 22세의 여대생 드루 조딘 은 미국 노스 다코타 주의 쇼핑몰 주차장에서 일하던 도중 미네소타주 크룩스턴으로 납치됩니다. 강간당한 뒤 사지가 잘린 조딘의 시체는 눈이 녹은 이듬해 4월에야 발견되죠. 이미 각종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50세의 전력 있는 범인은 차에서 조딘의 혈흔이 발견돼 체포됩니다. 그는 2006년 9월 종신형을 선고받습니다.

조딘이 죽은 뒤 사람들은 NSOPR(National Sex Offender Public Website:www.nsopr.gov)이라는 홈페이지를 만들어 전국 어디에서도 성범죄 전력자의 정보를 검색할 수 있게 됐습니다.






제가 법률 전문가도 아니고 해서 중간에 이상한 부분이 있을 지도 모르지만, 대의는 충분히 전달됐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성범죄자의 신원 공개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습니다. 이중 처벌이다, 법 정신에 위배된다, 범죄자 자신은 몰라도 그 가족까지 희생자가 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정부가 저렇게 엄격하게 범죄자의 신원 공개를 통해 재발을 막도록 하게 된 것은 희생자가 나왔을 때 그 가족과 관계자들이 두번째 희생자가 나오지 않도록 노력한 결과입니다. 특히 희생자의 부모들이 적극적으로 노력해 그 이후의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게 됐죠.

물론 미성년자 성범죄의 많은 부분이 이미 알고 있는 주변 사람들에 의해 일어난다는(미국의 경우 90%에 이른다고 합니다) 통계에 비쳐 볼 때 저런 신원공개가 큰 효력이 없을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불과 몇명이더라도, 저런 공개가 어린이들을 구해낼 수 있다면 그건 효율성으로 따질 문제가 아닐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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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칭 '나영이 사건'에 대한 국민적인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습니다. 사실 늦은 느낌입니다. 대체 왜 이제서야 이런 얘기들이 다시 나오고 있는지 분하기만 합니다. 왜 이런 일들이 자꾸 되풀이되는지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혹시 혜진-예슬법이라는 이슈를 기억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오래 전도 아닙니다. 지난해 4월 경기도 안양에서 두 명의 초등학교 재학생 어린이가 성폭행을 당하고 무참하게 살해되 시신도 버려진 사건이 있었습니다. 당시에도 여론은 불타올랐고, '범인을 극형에 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하지만 그때 뿐이었다는게 결국 또 드러났습니다. '나영이 사건'의 결과는 우리 사회가 얼마나 잘 잊어버리는 사회인지를 다시 한번 확인해 줬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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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지난해 4월, '혜진-예슬법'이 새로운 이슈로 등장했을 때의 시점에 쓰여진 것입니다. 과연 지금과 얼마나 달라졌는지, 비교해보시는 데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놀랍게도 그리 변한 것은 없습니다.>>

엊그제 '혜진-예슬법'이라는 새로운 시사용어가 등장했습니다. 아시는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새로 추진된다는 이 법은 아동 성범죄를 엄벌하자는 내용이라고 합니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01&aid=0002025393

내용중에 눈길을 끄는 대목만 뽑아 봅니다.

법무부는 1일 한승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아동 성폭력 사범 엄단 및 재범 방지 대책'을 보고하고 안양 초등생 살해 사건과 같이 13세 미만의 아동을 대상으로 유사성행위 등 성폭력을 가한 뒤 살해한 경우 해당 범죄자를 사형 또는 무기징역에 처하는 내용의 가칭 '혜진ㆍ예슬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법률 전문가도 아니고 그 근처에도 가 본적이 없는 저로서는 정말 당황스러운 대목입니다. 아니 그럼, 저렇게 나쁜 놈들을 지금까지는 대체 어떻게 다뤘다는 얘길까요.

찾아보면 찾아볼수록 어이가 없었습니다.

미성년인 친딸을 강제로 성폭행한 범죄자에 대한 선고 기사입니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01&aid=0002012279

울산지법 제3형사부(재판장 곽병훈 부장판사)는 자신의 친딸을 상습적으로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A씨에 대해 친족관계에 의한 강간죄, 강제추행죄를 적용해 징역 5년의 중형을 선고했다고 23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이 친딸인 피해자를 수회에 걸쳐 강간 및 강제추행한 사안으로 패륜적 범행에 해당한다는 점과 피해자가 입은 육체.정신적 상처 등을 감안해 중형을 선고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 경우에 5년이면 중형이군요. 아니 대체 5년이 정말 중형이긴 한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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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뿐만이 아닙니다. 어린이나 마찬가지인 정신지체 2급자에 대한 성범죄입니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03&aid=0002001415

전주지법 제2형사부(조용현 부장판사)는 13일 항거 불능의 정신지체 2급 소녀를 성폭행 해 성폭력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장애인 준강간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모씨(60)에 대해 징역 2년 을 선고했다.

다음을 보면 더 기가 막힙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는 점, 피고인이 범행을 끝까지 부인하는 등 뉘우치지 않는 점 등에 비춰 그 죄책이 매우 무거워 중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만약에 피해자(또는 부모)가 합의라도 보고, 탄원이라도 해 주고, 피고인이 범행을 뉘우친다고 연기라도 하면 그냥 풀어줄 태세로군요. 어이가 없습니다.

놀랍게도 실제로 그랬습니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32&aid=0001948921

대전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김상준 부장판사)는 2일 지난해 10월 충북 충주시 한 아파트 계단에서 이 아파트에 사는 김모양(당시 6세)을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던 정모씨(50)에 대한 항소심에서 원심을 깨고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이 정도면 원래 집행유예가 가능한 거였군요.

김 부장판사는 “피해 어린이의 어머니가 수사기관에서 ‘(피고인을) 세상에서 살아 남지 않게 하고 싶은 마음뿐이고 이런 범행이 영원히 존재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해달라’ 고 호소했다”며 “뒤늦은 감이 있지만 그 어머니의 호소에 합당한 답변을 마련하는 일에 우리 모두의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자, 이렇게까지 거룩한 말씀이 있어야만 '징역 3년'이라는 엄청난 중형을 때릴 수 있었단 말이군요. 그럼 위에 나오던 징역 7년은 실로 엄청난 형벌인 모양입니다. 그리고, 수사기관에서 저렇게 말을 했다는 건 1심 재판부도 저 '호소'를 잘 알고 있었다는 건데, 그럼 대체 그때는 왜 집행유예라는 판결이 나올 수 있었을까요.




더구나 이런 것도 있습니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11&aid=0000193854

그러나 오히려 친족간의 범죄라는 점이 처벌이 약화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이동근 공보판사는 “우리 법원의 경우 대체적으로 피해자측이 처벌을 원하는 경우 7년, 처벌을 원치 않는 경우 4~5년의 징역형이 선고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 이 7년이 다른 사건의 경우에는 얼마나 큰 중형인지 한번 보겠습니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08&aid=0000801060

공사업체로부터 1억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된 강종만 전남 영광군수가 1심에서 징역 7년의 중형을 선고받아,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될 경우 군수직을 잃게 됐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01&aid=0001870447

멀쩡한 남편이 숨졌다고 허위 신고해 7억 원 대의 보험금을 챙긴 부부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광주지법 형사6단독 문준섭 판사는 24일 허위 사망신고를 통해 거액의 보험금을 타낸 혐의(사기 등)로 기소된 박모(40)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뇌물 1억원을 받아 드신 군수나 죽었다고 사기를 쳐 보험회사를 등친 범인의 잘못이 가볍다고 말하려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이 정도의 범인들이 7년 형을 받는데, 어린아이나 미성년자들이 평생 안고 갈 정신적인 상처를 받게 한 범인들이 3년, 5년, 심한 경우에나 7년 형을 받는다는 건 너무 약한 처벌이란 생각을 버릴 수가 없습니다.




7년이면 얼마든지 다시 나와서 활개(?)를 칠 수 있는 시간입니다. 일산 어린이 납치미수사건의 범인 이모씨도 본래 12년형을 받았다가 2심에서 10년으로 감형받고 복역한 뒤 출감해 2년만에 이번 사건을 일으켰다고 합니다.

이 어린이가 큰 일을 당했다고 치면(물론 지난 2년 사이에도 피해자가 없으란 보장이 없지만), 대체 10년이 길다고 말할 사람이 누가 있을까요.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32&aid=0001948725

일산 초등학생 납치 미수범 이모씨는 10여년 전에도 5~9세 여자 어린이들에게 똑같은 성범죄를 저질렀던 상습범이었다. 이씨는 1995년 12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5차례에 걸쳐 여자 어린이들을 위협해 성폭행하거나 미수에 그친 혐의로 법원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5건의 범행 모두 이번 사건처럼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중심으로 일어났다. 이씨는 95년 12월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탄 여자 어린이를 흉기로 위협해 6층까지 데려갔다 여아가 소리치며 도망치는 바람에 미수에 그쳤다.

그러나 이씨는 1시간30분 뒤 같은 아파트에서 2층 비상구 계단을 지나던 여아를 위협해 옥상으로 올라가 주먹 등으로 폭행하고 성폭행했다. 이씨는 다음해 2월과 3월에도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여자 어린이를 옥상으로 끌고가 성폭행했고, 반항하는 어린이에겐 흉기로 위협하며 폭행했다.


이 정도의 범죄력을 갖춰야 간신히 10년을 가둬 놓을 수 있었습니다. 그가 저지른 짓을 생각할 때 10년은 너무 짧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십니까?

그런데도 이 10년이 너무 길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 모양입니다.


http://www.freezonenews.com/news/article.html?no=25478

13세 미만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가 최근 잇따라 일어나 국민들을 격앙시키는 가운데 법무부가 ‘혜진.예슬법(가칭)’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아동 대상으로 성범죄를 하고 살해한 경우 법적 형량을 사형 또는 무기징역으로 무겁게 하자는 법률이다.

그러나 진보진영에서는 벌써부터 이 법의 실효가 없을 것이라며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진보신당 이선희 대변인은 2일 논평을 통해 “구멍난 치안은 처벌 강화로 해결이 안된다”며 “아동 성범죄의 경우 낮은 처벌이 범죄 재발의 원인이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 대변인은 “10년을 복역하고도 똑같은 범죄를 다시 저지른 일산 초등생 납치 미수범의 경우를 보라”며 “‘혜진.예슬법’에 의해 예상되는 범죄 차단 효과는 극히 적고 인권 침해의 여지만 넓어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성 범죄자가 형을 사는 동안 잘못된 성 인식과 인권 의식에 대해 교정할 수 있는 방향으로 교도 프로그램이 개선되어야 한다”며 “기존에 있는 법이라도 제대로 시행하고 경찰은 시국 사찰로 넋을 놓지 말고 민생 치안에 주력하라”고 말했다.


이 분의 생각으로는 이런 경우에도 10년이 결코 낮은 처벌이 아니었던 것이군요. 보통 사람의 입장에선 분통이 터집니다. 물론 '교정과 재교육'이 중요하다는 말에도 일리가 있지만, 저 말 속에는 '10년이나 되는 중형을 받고도 결국은 재범이 일어나지 않았느냐'는 말에는 10년이면 매우 무거운 벌이란 생각이 깔려 있습니다.

사실 이런 낮은 양형은 판사들의 직업윤리를 의심하게 합니다. 현직 판사일 때 일반적인 판결의 형량을 낮춰 놓아야 결국 변호사로 개업했을 때 그 득을 보게 될 것 아니냐고 의심하는 시선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현직 판사로 재직할 때에는 엄청나게 엄격한 양형을 매기다가 변호사로 독립하면서 이번에는 피고인의 편에 서서 가벼운 처벌을 호소한다면 아무래도 그만치 설득력이 떨어지겠죠. 한국 사법부가 일반적으로 가벼운 양형에 치우치는 데에는 이런 정서가 배경에 깔려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혹이 고개를 들 때도 있습니다. 물론 아니기를 바랄 뿐입니다.

물론 요즘 들어 젊은 판사들을 중심으로, 죄질이 나쁜 범죄자는 마땅히 법이 규정하는 한도 안에서 엄격한 처벌을 받게 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도 합니다. 하지만 최근 있었던 일련의 사건들을 볼 때, 특히 어린이나 미성년자를 상대로 한 성 범죄자의 경우 언제쯤 일반인들의 법 감정에 어느 정도 부합하는 형량이 매겨질 지 궁금하기만 합니다.

그리고 전자팔찌나 범죄자 신원공개가 인권 침해라는 분들은 제발 이럴 땐 좀 빠져 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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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다시 2009년 10월의 시점으로 돌아오시기 바랍니다. 지난해 6월, 가칭 '혜진-예슬법'은 통과됐습니다. 부모의 간청에 따라 '혜진-예슬법'이라는 이름은 쓰지 못하게 됐지만 아동 성범죄자에 대한 가중처벌이라는 취지는 살려서 입법이 이뤄졌다고 합니다.

물론 4월에 들끓었던 여론은 6월이 되어 어느새 자취를 감췄다는 사실 역시 잊어선 안됩니다. 심지어 4월에는 닥치는대로 기사를 쏟아내던 언론들도 6월에는 잠잠해졌고, 형량 강화 사실을 보도한 매체도 얼마 안 됩니다.

그럼 대체 형량은 얼마나 강화됐을까요.

13세 미만의 여성에 대하여 ‘형법’상 강간죄를 범한 자가 집행유예로 풀려나지 못하도록 법정형의 하한이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서 7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상향 조정됐다. 또 13세 미만의 사람에 대해 폭행 또는 협박으로 유사강간행위를 한 자에 대한 법정형도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서 5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상향 조정됐다. 유사강간행위에는 항문에 손가락 등 신체(성기는 제외)의 일부나 도구를 삽입하는 행위가 추가됐다.

아울러 13세 미만의 사람에 대하여 ‘형법’상 강제추행죄를 범한 자에 대한 법정형도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서 3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10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상향 조정됐고, 13세 미만자를 상대로 성폭력범죄를 범하고 상해를 가하거나 상해에 이르게 한 자에 대한 법정형은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으로 가중 처벌하고 있다.

또 13세 미만자를 상대로 성폭력범죄를 범하고 살해한 자에 대한 법정형은 사형 또는 무기징역으로 함을 명확히 하고, 죽음으로까지 이르게 한 자에 대한 법정형은 사형, 무기징역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으로 가중 처벌하도록 개정됐다.


정말 중형이라는 생각이 드십니까? 이번 사건의 범인은 위 기사의 '강화된 기준'에 따라 처벌됐습니다. 단, 위 기준에 따라 법이 정한 가장 경미한 선의 처벌을 받았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대한민국 법원의 기준에 한탄이 절로 나오는 아침입니다.

(아울러 대체 왜 대한민국 법원은 알코올 중독이나 음주자의 범행이 좀 더 관대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지도 정말 의문이지만, 이것까지 건드리면 감당이 안 될 것 같습니다. 아무튼 우울한 아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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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은 조지 오웰의 소설에 나오는 해, 그리고 아사하라 쇼코가 그 유명한 옴 진리교를 창시한 해입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이 해의 이름에서 9을 Q로 바꿔(일본어로는 발음이 같은 '큐'라고 합니다) 1Q84라는 소설을 써냈습니다.

책을 잡으면 원래 잘 놓지 않는 편이긴 합니다만, 이만치 다음 얘기가 궁금해지는 책은 참 오랜만이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물론 하루키 선생의 책을 처음 읽는 것이 아닌 터라 결국은 끝까지 읽고 나서도 뭔가 한눈에 확 들어오는 명쾌한 설명 같은 것은 기대하면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지 않고는 배길 수가 없었습니다. 그야말로 절묘한 글쓰기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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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 소개된대로 이 책은 2중 구조로 쓰여져 있습니다. 한 장은 남주인공 덴고의 눈으로, 그 다음 장은 여주인공 아오마메의 눈으로 쓰여져 총 48장에 맞춰져 있습니다.

학원 수학 강사이며 데뷔하지 않은 소설가인 덴고는 어느날 편집자 고마쓰로부터 한 소녀가 쓴 미완성 소설을 제대로 된 소설로 만들어 보지 않겠느냐는 제의를 받습니다. 한편 무술 강사인 아오마메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가는 바늘을 이용해 사람을 해치우는 킬러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아오마메는 야나체크의 '신포니에타'에 이끌려 이 세계와 겹쳐 있으면서도 이 세계가 아닌, 즉 1984년이 아니라 1Q84년인 세계로 넘어가게 됩니다.

소설이 진행되면서 이 두 사람은 서로를 잊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드러나지만, 이 둘은 지금껏 한번도 서로를 찾으려 하지도 않았다는 사실이 다른 한 켠에 버티고 있습니다. 과연 이것을 사랑이라고 불러도 좋을까 하는 의문이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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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의문은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질문은 '도대체 리틀 피플이 뭐냐'는 것입니다. 1Q84의 세계에서, 문제의 '교주'는 리틀 피플과 인간을 연결하는 존재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하루키는 칼 융을 인용합니다.

융의 '인간과 상징'을 읽은 분들은 아시겠지만 융은 한 민족, 혹은 한 문화 공동체를 설명하기 위해 '원형'이라는 개념을 사용합니다. 신화나 전설, 꿈은 하나의 공동체를 묶어 주는 역할, 즉 그 공동체를 공동체이게 하는 역할을 한다는 설명입니다.

이 설명이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하루키의 리틀 피플은 인간의 무의식 속에 자리잡고 있는 정령과 같은 존재입니다. 끊임없이 하루키가가 이들을 가리켜 '선이나 악이라는 존재로 막연하게 가릴 수 없는 존재들'이라고 주장하는 것 역시, 이들이 단순한 악령이나 외계인이 아니라는 증거입니다.

하지만 이 소설 속에 나오는 '교단'의 모델이 하루키가 일찌기 논픽션 '언더그라운드'를 집필할 때 대상이었던 옴 진리교 사건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굳이 왜 하루키가 이 교단과 리틀 피플에 대해 호의적인 묘사를 하려 하는지 좀 의아해지기도 합니다. 하루키는 칼 융과 프레이저의 '황금가지'를 인용하면서 이 교단의 존재 의미를 인류 공통의 무의식 속에 존재하는 원시적인 종교성으로 설명하려 합니다. 과연 굳이 그렇게 할 이유가 있는지 의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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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 번데기와 도플갱어에 이르면 하루키에 익숙한 독자들은 '아아, 또 시작이구나'하는 실망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전형적인 하루키 스타일의 '독자 흔들기'입니다. 사실 하루키 선생은 가끔씩 이렇게 변화구를 던지면서 이야기의 진행에 목마른 독자들을 약올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소설을 위해 하루키가 사용하는 소재와 학설들, 칼 융, 마셜 맥루헌, 제임스 조지 프레이저, 그리고 '헤이케 이야기'와 '1984'는 모두 지나간 것들, 흘러간 것들에 대한 참을 수 없는 애착을 드러냅니다. 굳이 2009년에 왜 하루키는 인터넷과 핸드폰이 없는 시대의 이야기를 만들어 냈을까요.

그의 머리 속에서 1984년은 현재, 즉 2009년의 맹아가 될 수 있는 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어느 해, 어느 시점도 마찬가지겠지만 1984년의 우리가 뭔가의 방아쇠를 당겼기 때문에 오늘의 우리가 있는 것이죠. 하루키에게는 아마도 그 시간, 1984년의 시간들이 지금에 와서는 아주 먼 과거도 아니고 그렇다고 현재도 아닌, 별 의미 없이 정의되지 않은 시간으로 흘러가 버린 것이 참을 수 없는 일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울러 제가 이 소설에 끌린 것 역시 1960년대에 태어나 1980년대에 젊은 날을 보냈던 사람으로서의 느낌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피할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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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하루키 특유의 논지 피해가며 변죽 울리기 - 이 소설에는 "나는 말이지, 특히 소설에 관해서는 내가 다 읽어낼 수 없는 것을 무엇보다 높이 평가해. 내가 죄다 알아버리는 그런 것에는 도대체 흥미가 없어. 당연하지. 지극히 단순한 일이야"라는 대사가 나옵니다 - 는 이 소설에서도 여전합니다. 어떤 독자라도 '한 눈에 모든 것을 알아차리기'는 불가능하게 하겠다는 의지가 확실히 빛을 발합니다.

그런 모든 요소를 하루키의 허세라고 치부해 버리더라도, 이 소설이 갖고 있는 고갱이는 아름답기 그지없습니다. 파란 하늘, 두 개의 달이 빛나는 저녁, 두 개의 달을 보면서 문득 어린 시절의 사랑을 떠올리고 여전히 그를 그리워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두 사람의 모습이 그려내는 정경은 하루키의 재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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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하루키의 작품 중에선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유니콘의 꿈)'와 맞닿아 있다는 느낌을 줍니다. 겹쳐지는 세계라는 면에서는 또 다른 무라카미인 무라카미 류의 '오분 뒤의 세계'를 연상시키기도 하죠. 물론 가리키는 방향은 정 반대입니다.

1Q84는 순간의 인기에 따라 사라질 책은 아닌 듯 합니다. 지금이 아니라 내년, 내후년에 읽어 보셔도 좋을 듯 합니다. 어쩌면 한 10년 뒤 쯤이 가장 좋은 시기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일독을 권할 만한 책이라는 건 분명합니다. 한번 '빠져 보시죠'.


P.S. 마지막으로 이 소설의 메인 테마라고 할 수 있는 야나체크의 '신포니에타'를 듣다가 몰랐던 사실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야나체크의 '신포니에타'라는 곡은 태어나 제목조차도 들어 본 적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멜로디는 놀랍도록 친숙했습니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에머슨 레이크 앤 파머(EL&P)의 라이브 앨범에서 들어 본 곡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곡을 찾아냈습니다. 바로 이거였더군요. 'Knife Edge'.

모처럼 추억 속의 EL&P를 되새겨 보는 계기도 됐습니다.

'전람회의 그림' 가운데 '키에프의 대문'입니다. 익숙지 않은 분은 피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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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TV 드라마 '선덕여왕'을 보는 시청자들이 조금만 역사에 관심을 가지면 느끼는 첫번째 궁금증은 대략 비슷합니다. "도대체 미실은 몇살인거야?" 네. 분명 백발의 파파할머니여야겠지만 드라마 속의 고현정은 팽팽하기만 합니다. 보톡스도 없고 리프팅 기술도 없던 7세기 초, 대체 무슨 재주로 미실은 젊디 젊은 얼굴을 유지하고 있는지 모를 일입니다.

(미실이 며칠 전 유신에게 "내 나이만 젊다면 내가 직접 너를 품고 싶다만..."이라고 할 때 사실 많은 분들이 좀 의아했을 겁니다. 실제 고현정과 엄태웅은 세살 차이군요. 충분히 직접 나서셔도 될텐데 딸도 아닌 손녀를 유신과 짝지워 주려고 하는 역할이라니...^^)

물론 나이 얘기를 하기 시작하면 지금의 '선덕여왕'은 당장 무너져 버릴 드라마라는 걸 모르는 분은 아마 없을 겁니다. 28일 방송에서도 그냥 홍안의 청년인듯 하던 보종이 시집갈 나이의 딸 보량(그 시절엔 12-13세에도 결혼을 했다고는 하지만)의 아버지로 급변신하는 모습에 헉 소리가 나왔습니다. 이미 이런 얘기는 많이 한 터라 더 할 생각이 없습니다. 그런데 요즘 새로운 관심인물인 춘추의 활약(?)을 보다 보니 살짝 어이없어지더군요. 바로 춘추의 현재 나이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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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설명은 필요 없습니다. 태종무열왕 김춘추의 출생 연도는 604년, 즉 진평왕 26년입니다. 595년생인 김유신보다는 9세 연하이지만 출생연도가 알려지지 않은 덕만공주와는 몇살 차이인지 알 수 없습니다.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김춘추는 어렸을 때 어머니 천명공주에 의해 수나라로 보내지고, 거기서 약 10년을 머물다 천명공주의 서거 소식을 듣고 귀국한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수나라로 가기 전의 춘추의 모습, 그리고 돌아온 뒤인 현재의 춘추 모습으로 보아 대략 5-8세 정도에 가서 15-18세 정도에 돌아왔다고 하면 적절할 듯 합니다. (아, 물론 김춘추가 수나라에 유학갔다는 것은 드라마 속 설정입니다. 이런 기록은 없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수나라가 망한 것이 618년이라는 점입니다. 수나라는 612년 양제의 고구려 정벌군이 을지문덕에 의해 격파당해 곤경에 놓인 뒤 각지에서 일어난 반란으로 617년, 사실상 궤멸 상태에 이릅니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춘추가 귀국한 것은 최소한 616년 쯤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617년은 뒷날 당나라의 시조가 되는 이연의 반란군이 수도 대흥성을 함락하고 허수아비 황제인 공제를 세웠을 때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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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마당에 인질도 아닌 신라의 왕자가 그렇게 한가하게 남아 있었을 리가 없죠(강제로 억류돼 있었다면 어머니가 죽었다고 쉽사리 귀국할 수 있었을 리도 없습니다). 더구나 28일 방송에서도 설원이며 보종이 "수나라 정세에 대해서도 얘기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덕담을 했건만, 이때에도 수나라가 망할 것 같다는 이야기가 전혀 나오지 않는 걸 보면 이들이 대화하고 있는 시점은 최대한 늦게 잡아 봐야 617년 상반기 이전이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617년이라고 쳐도 춘추는 만 13세. 우리 나이로 열 네살. 그런데 하는 짓은 가관입니다. 미생과 함께 술맛을 논하는 가 하면(논하는 풍을 보니 이미 수나라에서부터 술깨나 마신 분위기입니다. 그 나이에...) 기방에 가서 미색을 논하고, 도박장에선 주사위를 던집니다. 그리고 이제는 보종의 딸과 결혼 얘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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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워낙 옛날이니 조혼을 하고 사람들이 지금보다는 훨씬 조숙했다는 점을 모르는 바 아닙니다만, 그래도 만 13세에 음주에 기방, 도박이라는 건 좀 너무 했다는 얘깁니다. 그리고 '선덕여왕' 제작진도 지금의 춘추가 만 13세라고 설정해놓고 드라마를 만들고 있지 않다는 건 대략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이런 문제가 생겼을까요. 당연히 세심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춘추의 출생 연대와 수나라가 망한 해, 중국의 정세를 결합해 볼 때 춘추가 드라마 속에서 보이듯 10대 후반의 나이로 중국에서 귀국하려면, 그건 수나라로부터가 아니라 당나라로부터 귀국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긴 이 정도로 춘추의 나이가 흔들리는 것 보다는, 그냥 소년 화랑인줄 알았던 보종이 갑자기 보량이라는 다 큰 딸을 데리고 불쑥 나타나는 것이 더욱 황당무계할 수도 있습니다. 좀 어설프긴 합니다만, '판타지 선덕여왕'의 세계에서는 지금까지 줄곧 있어 온 일이죠. 어쩌겠습니까. 그냥 넘어갈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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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케이블TV 사상 최고의 히트 프로그램인 '슈퍼스타K'도 막바지에 달해 최종 승자 가리기에 들어갈 전망입니다. 이 프로그램이 처음 예선을 시작한다고 홍보에 열을 올릴 때가 엊그제같은데 벌써 결말을 향해 달려가고 있군요.

지난 주에 이 프로그램은 MC와 심사위원 한명을 교체했습니다. 예정된 수순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시청자들의 방송평과 일치하는, 적절한 교체였다는 점이 눈길을 끕니다. 심사만 시청자 피드백을 받아서 하는 게 아니라는 점을 확인시켜 준 셈이죠.

'슈퍼스타K'가 본선을 시작했을 무렵, 시청자들로부터 적잖은 불만(?)이 터져나왔던 것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엄격한' 심사위원들의 투표 결과(10%)가 아니라 네티즌들의 투표(70%)에 의해 사실상 상위 입상자가 결정된다는 것은 불공평하다는 의견이 꽤 많았죠. 하지만 조금 더 생각해보면 그것만으로 '공평'과 '불공평'을 나누는 것은 곤란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거기에 대한 의견입니다.



슈퍼스타 K가 불공평하다고?

요즘 QTV '열혈기자'라는 프로그램에 관여하고 있다. '열혈기자'란 연예기자를 지망하는 젊은이들(물론 지원자는 수백명이었다)에게 매주 미션을 부여하고, 수행 결과를 토대로 매주 한두명씩을 떨어뜨리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이렇게 해서 마지막으로 남는 한 사람은 일간스포츠 연예기자로 채용된다. 부상으로는 차를 한대 준다.

이 도전자들에게 기사 연습 삼아 현재 방송되고 있는 방송 프로그램들의 리뷰를 시켰더니 한 친구가 M.net의 '슈퍼스타 K'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기껏 최고 가수들로 구성된 심사위원들이 매긴 점수는 10%만 반영되고 네티즌 투표가 70%를 차지하는 것은 말도 안 되게 불공평한 제도라는 것이다.

과연 이것이 정말 불공평한 제도일까? 수많은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도전자를 탈락시키는 방법은 크게 나눠 세가지다. 같은 도전자들끼리 평가해 떨어뜨리는 방법('서바이버', '배첼러' 등), 심사위원들이 평가를 해 떨어뜨리는 방법('어프렌티스', '프로젝트 런웨이' 등), 그리고 시청자나 네티즌들이 떨어뜨리는 방법('아메리칸 아이돌' 등)이다. 마지막 방법은 앞의 두 방법에 대해 불공평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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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다. 일단 프로그램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슈퍼스타 K'는 대중 가수를 선발하는 프로그램이다. 최고의 대중 가수는 어떤 사람인가? 전문가들이 최고라고 인정하는 사람일까? 사실 그렇지 않다. 어느 시대나 '비운의 명가수'라는 이름으로 소수 마니아들의 칭송을 받지만 최고의 자리에선 한발 비껴 가는 가수들이 있다. 자주 예로 드는 코멘트지만, 한때 최고의 남성 R&B 보컬이었던 브라이언 맥나이트는 내한 공연 때 기자회견에서 "농구에선 가장 골을 잘 넣는 마이클 조던이 최고지만 팝계에선 가장 노래 잘 하는 사람이 최고의 스타가 되는 건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부분을 인정한다면, 전문가들인 심사위원들이 1위를 선정하는 것보다 대중이 직접 ARS 투표를 통해 떨어뜨릴 사람을 결정하는 것이 결코 '불공평한' 일은 아님을 깨닫게 된다. 사실 불공평하다면 대중의 인기라는 것이 본래 '공평'과는 거리가 멀다. 최고의 전문가들이 뽑았다는 칸 영화제 그랑프리작이 흥행에서 성공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심지어 이보다 훨씬 대중적이라는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 역시 정작 일반 관객들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때가 많다.

그렇다고 아예 작정하고 대중적으로 만들면 늘 대박이 나느냐, 그것도 아니다. 그래서 대중을 상대로 하는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는 늘 도박성을 띤다. 그나마 실력과 인기의 차이가 가장 적은 분야는 스포츠다. 그 스포츠에서도 팬들이 뽑은 인기 순위 1위와 전문가들이 뽑은 실력 1위가 항상 일치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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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확장시킬수록 대중의 선택이란 점점 더 믿지 못할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가장 잘 만들어진 자동차가 항상 판매 1위가 되는 것도 아니고, 최고 품질의 상품이 반드시 시장 점유율 1위가 되는 것도 아니다. 온 세상의 민주주의 국가 국민들에게 '지금 당신네 나라의 국가원수는 당신네 정치인들 가운데 제일 뛰어난 사람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면 어떤 답이 나올까?

그런 면에서 '슈퍼스타 K'의 방식(혹은 그 원조인 '아메리칸 아이돌'의 방식)은 대중의 잔혹함과 변덕스러움, 그리고 때로 이해하기 힘든 반응을 그대로 보여주는 좋은 예라 할 수 있겠다. 물론 좋다는 건 아니다. "불공평하다고? 어쩔 수 없어. 그게 바로 세상의 이치니까…"라고 안영미 흉내를 내긴 하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대중과 평단을 모두 감동시키는 진짜 천재가 불쑥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웅크리고 있다. 사실은 이런 희망이 '슈퍼스타 K'를 지탱하는 진짜 힘일 지도 모른다.

P.S. 그럼 '슈퍼스타 K'에서 대중이 선택한 최종 우승자는 켈리 클락슨 같은 슈퍼스타의 자리가 보장되는 거냐고? 어허. 지금까지 뭘 들으셨나. 대중에게 어떤 식이든 변덕 없는 일관성을 기대하는 모든 시도는 결국 좌절로 끝난다니까. 그건 그때 가 봐야 알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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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와 관련된 각종 산업은 모두 동전던지기라고 말하곤 합니다. 그만치 현재까지의 추세로 미래의 경향을 점치는 것이 그야말로 '점치는' 수준에 가깝다는 얘기죠. 가장 믿을만한 생산 단위들을 이용해 콘텐트를 만들어도 기대했던 결실이 나올지 안 나올지에 이르기까지는 너무나 많은 변수들이 있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슈퍼스타 K'는, 말하자면, 대중문화의 생산 단위에서 최종 소비자에 이르는 중간 마진을 제거하려는 시도입니다. 생산자들이 직접 대중 앞에 나서서 우리의 가치를 매겨 달라고 요청하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대중의 직접 평가가 중요한 잣대로 작용하기 때문에, 여기서 배출된 승자들은 그만치 스타가 될 가능성이 높을 겁니다. 다만, 이 가능성 역시 '높다'고 볼 수는 있겠지만 '분명히 뜬다'고 말하기는 힘들 겁니다. 대한민국 연예계로 진출하는 채널이 바로 이 '슈퍼스타 K'하나로 한정되어 있다면 모르지만 반드시 그럴 거란 보장은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이 프로그램이 케이블 TV로서는 경이적인 시청률을 자랑하고 있지만 이 프로그램을 보는 사람이 전체 대중의 취향을 대변해 줄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수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따릅니다.

같은 이유로 미국의 '아메리칸 아이들'의 경우에도, 모든 우승자가 승자가 되지는 못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슈퍼스타 K'는 미국 시장에 비해 턱없이 위축돼 있고 지금 이 순간도 무너져가고 있는 유료 음악 시장을 무대로 삼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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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대중이 직접 뽑은' 이 프로그램의 우승자가 정작 음반을 내놓고 프로로 데뷔했을 때 별다른 반응을 얻지 못한다면 - 물론 그런 일은 없기를 바라지만 - 그거야말로 대중의 두 가지 얼굴을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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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한 퀴즈: 최민수의 스승, 손석희의 매형, 윤석화의 친구이면서 김혜자의 매니저이고 대학가요제 심사위원장인 사람은 누굴까요?

참 특별한 콘서트를 다녀왔습니다. 제목은 '주철환 음악이야기 - 노래는 불러야 노래'. 주철환 전 OBS 사장-교수-PD께서 음반을 내고 콘서트를 한 현장이었습니다. 9월26일 오후 8시, 이화여대 ECC 삼성홀에서 열렸습니다.

오랜만에 들어가 본 이화여대에는 모세의 지팡이 앞에 갈라지는 바다를 연상시키는 멋진 건물이 들어섰더군요. 초행길이라 허겁지겁 들어가 보니 벌써 700여석의 내부가 꽉 차 있었습니다. 다행히 미리 좌석을 확보(?) 해둔 턱에 서서 구경하는 신세를 면할 수 있었습니다. 이날 콘서트는 거의 2시간30분에 걸쳐 펼쳐졌습니다. 워낙 마당발에 사람을 좋아하시는 분이라 수많은 게스트들이 참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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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등장한 게스트는 동북고 교사 시절의 제자 최민수. "일곱살 차이밖에 나지 않아 사실 선생님이라기보다는 형"이라는 소개를 받자 최민수는 "그래도 첫 마디에는 '선생님'이라고 딱 한번 불러 드리겠다"며 장단을 맞췄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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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수는 주철환 선생에 대해 "영화 '작은 시인의 사회(죽은 시인의 사회의 최민수식 표현)'에 나오는 그 선생님 있잖아, 그 선생님 같은 느낌이었어요"라고 고교시절을 회상했습니다. 이어 최민수가 "무슨 선생님이 소줏병을 들고 학생한테 한모금 마시라고 할 수가 있어요?"라고 따지자(?) 주선생은 "전혀 기억에 없다"며 시치미를 떼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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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니 이분이 이렇게 웃으며 공식석상에 모습을 나타낸 것도 참 오랜만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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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유세윤이 '건방진 프로필'을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이날 출연자들 중 상당수가 공통점을 갖고 있었습니다. 대부분 주선생이 주례를 봐 준 인물들이라는 공통점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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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철환 선생의 옆에 선 흰 옷 입은 청년이 바로 아드님 오영군입니다. 이 분의 나이를 잘 모르시는 분들은 저렇게 장성한 아들이 있다는 데 깜짝 놀라기도 하죠. 주변의 청년들은 현재 군복무중인 오영군의 친구들.

한 친구는 "아버님(주선생에 대한 이들의 호칭입니다)과 술을 마시면 꼭 사망자가 생기고 피를 토하는 부상자가 나오기도 한다"는 비화를 공개해 폭소를 자아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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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남인 손석희 교수의 영상 메시지. "참 별 짓을 다한다 싶었다"는 멘트에서 빵 터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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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의외의 인물인 김창렬. 알고보니 주선생의 수많은 주례 목록 중에서 연예인 1호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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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얼굴이 잘 안 보이는 분은 바로 아래 사진의 왼쪽 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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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KBS 뉴스 시청률 상승을 가져온 박영환 앵커. 이분이 바로 MBC TV '퀴즈 아카데미'의 1회 출연자였습니다. 당시 고려대 방송국 국장이었다는 이유로 강제 징발(?)을 당했던 거였죠. 당시 1회 출연자 중에는 영화 '과속스캔들'의 시나리오를 쓴 김영찬 작가도 있습니다.

이밖에도 당시 '퀴즈 아카데미' 출연자 몇명이 무대에 올라 인사를 나눴습니다. (물론 제 사진을 찍어 줄 사람은 아무도 없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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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 비운의 프로그램(?)이던 'TV 청년내각'으로 등용된 이훈, 그리고 이훈이 MC로 나선 1994년 대학가요제에서 대상을 차지한 가수 이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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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희망전도사'로 유명한 강연가 최윤희씨와 박경림.

박경림은 "신인 시절, 모든 사람이 '네가 무슨 방송이냐'고 할 때 주철환 선생님만큼은 유일하게 내게 '넌 앞으로 잘 될 수 있다'며 희망을 주셨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주선생은 "사실은 나도 이렇게 잘 될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고 말해 좌중을 웃겼습니다. 이어진 "이것이 바로 칭찬의 힘, 긍정적 사고가 얼마나 위대한지를 보여주는 실례"라는 해석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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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분 사진은 알아볼 수 있게 나온 사진이 단 한장도 없어 바깥 사진을 공수해 왔습니다. 주선생은 자칭 '김혜자의 매니저'입니다. 김혜자 선생은 '연민'이란 노래의 가사를 낭송하기 전, "나는 가사가 하도 좋아서 누가 시를 써 준 줄 알았다"고 말해 다시 폭소를 자아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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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덕담이 쏟아졌지만, 방송사 사장을 역임한 55세의 전직 대학교수가 자작곡으로 음반을 내고 콘서트를 개최한다는 건 정말 쉽게 상상할 수 없는 일입니다. 사실 저는 몇달 전에 "요즘 열심히 녹음하고 있다"는 말을 듣긴 했습니다만, 이렇게 일을 크게 벌이실 줄은 몰랐습니다.

제가 저 나이가 됐을 때, 이렇게 끊임없이 사고(?)를 칠 열정이 남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앞으로 12년, 저도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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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사랑 내곁에'를 볼까 말까 한참을 망설였습니다. 현대 의학으로 고치지 못하는 환자에 대한 이야기라는 소재가 마음에 걸렸기 때문입니다. 장애나 병을 다룬 영화 중에서도 '나의 왼발'이나 '블랙' 처럼 인간승리의 드라마도 아니고, '러브 스토리'처럼 멜로드라마의 소재로 죽을 병 - 불치의 병이 사용된 경우도 아니고, '병과 환자'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영화에 선뜻 눈길이 가지 않았던 겁니다.

예상을 뒷받침하기라도 하듯, 시사회를 지켜 본 한 지인은 "왜 박진표 감독이 처음에 권상우를 주인공으로 캐스팅하려 했는지 알 것 같다"고 말하더군요. 물론 그 개인의 생각이고, 이유도 얘기하지 않았습니다. 잘 알려진 얘기지만 본래 김명민이 이 역할을 맡기 전에 권상우가 주인공으로 낙점된 적이 있었죠. 그리고 나서 곡절 끝에 권상우가 하차하고 주인공이 김명민으로 결정되자 많은 사람들은 '전화위복(?)'이라며 이 영화 제작사에 축하 인사를 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저도 영화를 봤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서 저도 어렴풋이 지인의 말이 어떤 의미인지를 알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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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게릭병이 어느 정도 진척되어 휠체어 신세가 된 종우(김명민)는 어머니의 장례식을 준비하다가 우연히 어린 시절 알고 지냈던 장례지도사 지수(하지원)를 만납니다. 그 자리에서 지수에게 프로포즈하는 종우.

하지만 이미 끝이 정해져 있는 게임이라 종우는 점점 죽음을 향해 가고, 두 사람은 서로 열렬히 사랑하지만 경제적 위기, 오해, 불신, 갈등이 찾아옵니다.

줄거리를 정리하려니 정말 정리할 게 없는 줄거리입니다. 이미 '불치병에 걸린 것을 알고 있는 남자와 헌신적으로 그를 사랑하는 여자 이야기'라는 전제가 너무도 선명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소재의 영화를 단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영화의 방향과 전개과정은 약간의 상상력만 발휘하면 충분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일단 '줄거리의 진행 방향에 대한 궁금증'은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걸 단점이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특히나 연출자가 박진표 감독이라면 더더욱 그럴 겁니다. 박감독은 이미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에이즈 걸린 여자를 사랑하기로 마음먹은 남자 이야기'라는 역시 끝이 다 보이는 소재로, 그리고 '유괴범은 목소리만 들려줬을 뿐 아직 잡히지 않았다'는 세상이 다 아는 미결의 미스테리로 두 편의 히트작을 만든 전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만치 박진표 감독은 사람의 가장 기본적인 감정, 가장 기초적인 정서를 뒤흔드는 데 있어 오케스트라 앞에 선 명지휘자의 솜씨를 줄곧 발휘해 왔습니다.

그런데 이번 작품에서는 약간 다른 느낌이 듭니다. '너는 내 운명'에서 주인공은 분명 절망적인 사랑을 하는 두 남녀였고, '그놈 목소리'의 주인공은 아이를 잃은 절박한 부모였습니다. 하지만 이번 '내사랑 내곁에'의 주인공은 왠지 인물이 아니라 루게릭 병이라는 이름을 가진 병이라는 생각이 앞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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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명이라면 이건 제 잘못만은 아닙니다. 이 영화가 제작에 착수한 이후 모든 홍보의 포인트는 '김명민의 감량'에 맞춰졌습니다. 즉 다른 모든 것보다 김명민이 엄청나게 말라 죽어가는 루게릭병 환자의 모습을 얼마나 성실하고, 숭고하고, 제대로 재현하느냐에 모든 관심이 쏟아져 버린 겁니다. 당연히 영화를 보는 사람도 다른 모든 조건에 앞서 김명민의 몸 상태에 눈길이 쏠립니다.

그런데 이런 선입관 때문인지, 영화는 두 남녀의 관계를 조명하기 보다는 환자의 상태를 쫓아가는 데 몰두합니다(아니면 감독의 편집 의도와는 달리 관객의 눈에는 뭘 만들든 '환자의 상태'만 보이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온전히 루게릭병 환자가 죽어가는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 형식의 작품이냐 하면 절대 그렇지도 않습니다. 이 부분에서의 스탠스는 약간 어정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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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변명을 한 김에 조금 더 하자면, 이 영화가 '너는 내 운명'과 '그놈 목소리'의 마법을 이어가려 했다면 분명 루게릭병보다는 두 남녀 사이의 사랑이 좀 더 밀도있게 그려져야 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 제 눈에만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 두 주인공 김명민과 하지원 사이에서는 아무래도 화학적인 반응이 느껴지질 않습니다.

김명민 쪽을 보자면, 누가 봐도 '고시 준비를 열심히 하다가 뜻하지 않게 병마로 쓰러졌지만 억울해서라도 그냥 죽을 수는 없다며 분투하고 있는 남자'라는 설정에 수긍하게 됩니다. 하지만 하지원 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두 번 결혼에 실패하고 그래도 열심히 살다가 곧 죽을 남자를 사랑하게 된 여자역을 연기하고 있는 하지원'이 보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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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배우 하지원의 문제가 아니라 캐릭터 설정 때부터의 무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여주인공은 배경 설정에 비해 너무 밝고 씩씩하고 명랑합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죽음을 지켜보고, 나름대로 생사에 대한 생각과 인생의 의미에 대해 어느 정도 정리가 되어 있는 인물로 그려지는 대목이 있는 반면 대부분의 장면에서는 그냥 발랄하고 청순한 20대 초반 여성의 느낌이 그대로 풍겨나옵니다. 이런 두가지 느낌이 하나로 융화되지 못하고 그때 그때 다른 사람처럼 등장합니다.

이렇게 불안한 캐릭터인데다, 김명민과 단 둘이 있는 장면에서도 어쩐지 애틋한 사랑의 감정은 그닥 느껴지질 않습니다. 김명민-하지원 커플보다는 오히려 남능미 부부나 임하룡 부부의 사연이 훨씬 가슴에 와 닿는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더군요. 특히 '그 순간'을 놓쳐 버린 임하룡이 자책하며 쓰러지는 장면에선 절로 가슴이 뭉클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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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애기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갑니다. 결국 실컷 울고 싶은 관객이 기댈 곳은 그냥 보기만 해도 가슴아픈 김명민의 참상(;)입니다. 하지만 냉정을 되찾고 보면, 정작 김명민은 앙상한 갈비뼈로만 연기하고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됩니다. 목소리를 잃은 다음에도 끊임없이 뭔가 말하기 위해 눈으로 연기를 하고 있는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너무도 압도적인 '몸'의 연기 때문에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건강이 위험할 정도로 살을 빼는' 결단은 확실히 아무나 내릴 수 있는 게 아닙니다만, 그 '몸'의 상태 때문에 명배우와 보통 배우의 격차는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습니다.

다시 말하면, 이렇게 '몸'에 초점이 맞춰질 거였다면 김명민 같은 당대의 명배우가 과연 필요했을까 하는게 제 생각입니다. 김명민 팬들에겐 좀 불측한 생각인지도 모르겠지만, 이 영화가 지금처럼 바짝 말라 죽어가는 한 남자의 모습을 통해 관객을 감동시키려는 목적을 가진 영화였다면, 좀 더 젊고 잘생긴 꽃미남 배우가 했어도 큰 문제가 없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오히려 권상우나 송승헌, 소지섭이 이렇게 비참하게 죽어가는 모습이었다면 더 많은 감동을 주지 않았을까요.

다른 말로 하자면, 이 역할에 김명민을 기용한 것은 닭 잡는데 소 잡는 칼이 투입된 것이라는 느낌입니다. (이 주제에 대해서는 따로 얘기를 좀 더 해 볼 생각입니다.) 아마도 이 영화에서의 열연으로 김명민은 몇 개의 트로피를 더 받게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게 이 영화 전체를 구원할 수 있을지를 생각해 보면 아무래도 고개를 갸웃거리게 됩니다.




어쨌든 온 세상이 모두 자신들을 위한 무대와 설정으로 보이는, 한창 뜨거운 연인들은 보실만 합니다. 하지만 솔로부대는... 자제하시는게 나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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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제작발표회때 하지원의 스타일이 어쩐지 낯이 익더군요. ...혹 라키시스 코스프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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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주하다보니 참 쓸건 많은데 쓸 새가 없는 사태를 맞고 말았습니다.

들르셨다가 헛걸음 하신 분들 죄송합니다.

그냥 하고 싶은 일 두가지로 오늘을 때우겠습니다.^


2009. 10. 24 - 25
 



and...

2009. 1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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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초반이지만 김병욱 감독의 '지붕뚫고 하이킥'은 상당히 논란의 대상입니다. 전편(?)이라고 할 수 있는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5초에 한번씩 '빵' 터지는 순도 높은 웃음에 중독된 사람들의 항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시트콤이냐 드라마냐' '왜 전처럼 쉴새없이 웃기지 않느냐'는 게 이유입니다.

하지만 '지붕뚫고 하이킥'은 시청률면에서는 12-14%대의 시청률을 보이며 순조롭게 항행하고 있습니다. 일부의 거부반응에도 불구하고 많은 시청자들이 이 새로운 시트콤의 매력에 빠져 있는 모습입니다.

그리고 뭐니뭐니해도 그 핵심은 아역 서신애(신세경의 동생이므로 극중 이름은 신신애)입니다. 김병욱 감독을 잠시 뵐 기회가 있어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눴습니다. (면도를 안 하고 나왔다고 하셔서 사진 촬영은 할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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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감독이 "어떻게 보고 있느냐"고 묻길래 "(서)신애가 자전거 타다가 넘어지지만 않으면 끝까지 잘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솔직한 의견입니다). 김 감독도 고개를 끄덕이더군요. "바스트샷이 너무 좋아요. 그 안에서 정말 무궁무진하게 표현이 되는 아이에요."

- 어떻게 신애를 캐스팅하게 됐나.
"드라마 '고맙습니다'를 보고 그때부터 꼭 데리고 하겠다고 결심했다. 사실 방송 시작 시점도 신애의 스케줄에 맞춘 셈이다(웃음)."

- 그런데 아동학대라는 지적도 있다.
"극중 이순재의 손녀 해리(진지희)가 자기 집 가정부로 들어온 신애의 따귀를 때리는 장면 때문이다. 이 장면 전후에 웃음(시트콤에서 흔히 나오는 웃음 효과음)을 깔았다는 이유로 반발이 엄청났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는 거였다."

- 신애의 '울다가 먹다가' 연기에 대해서도 반발이 있었다.
(해설: 신애가 언니를 잃어버리고 서울 시내를 해메고 다니는 장면에서, 먹을 것만 보면 울음을 멈췄다가 다 먹고 나면 또 우는 장면이 있었음.)
"나이 먹은 시청자들은 그 장면을 보고 자신들도 따라서 울다가 웃다가 했다는 반응들이다. 하지만 젊은 층은 '왜 애가 배고파 우는데 거기에 웃음 효과음을 깔았나. 제작진이 제정신이냐'는 반응들을 보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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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회에 나왔던 '칡뿌리 캐먹는 신애' 모습.)

- 그런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때리는 척만 한게 아니라 실제로 때리는 걸로 찍었기 때문에 본인에게는 참 미안하지만... 시청자들은 표현하려는 뜻을 봐 줬으면 좋겠다."

- 어린 여배우들(?)과 일하는데 상당히 애로도 있겠다.
"뭐, 워낙 성격들이 좋아서 별 문제는 없다. 사실 열두살이면 다 컸다고 봐야 한다. 둘 다 굉장히 어른스럽다. 특히 신애는 이해력이 대단히 뛰어나다."

- 신애에게는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나나.
"물론 성장해가고... 신애의 러브 라인도 있다. 상대는... 아직 비밀이다."

누구냐고 추궁해서 그 상대를 알아내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발설하지 않겠다고 약속을 했기 때문에 아직 공개하면 안될 듯 합니다. 그런데 참... 대단히 의외의 인물이라는 것만 알아두시면 좋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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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생인 서신애는 아무래도 2007년 영화 '눈부신 날에'와 드라마 '고맙습니다'로 대중의 주목을 확 끌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고맙습니다'에서 치매 노인 신구와 함께 보여준 노-소의 조화는 그야말로 환상의 컴비네이션이었죠. 많은 시청자들에게 웃음과 눈물을 안겼습니다.

신애의 특이한 점은 더없이 귀여운 얼굴이면서도 얼굴 한 구석에 슬픔의 흔적이 보인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가만히 웃는 얼굴을 보고 있어도 왠지 가슴 한 구석이 아려오는 듯한 구석이 있죠. 그동안 신애를 만나 본 연출자나 제작자들이 이 점을 캐치하지 못했을 리가 없습니다.

'눈부신 날에'에서도 불치병, '고맙습니다'에서도 불치병.... 신애가 그동안 비극적인 역할을 주로 맡아 온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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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어디선가 발견한 신애의 데뷔 시절 오디션 모습입니다. 공식 데뷔가 2004...




이번 '지붕뚫고 하이킥'에서도 신애는 부모와 헤어져 언니와 함께 남의 집 살이를 하는 역으로 등장합니다. 신애의 가장 큰 적은 엄청난 식욕. 이 풍요로운 시대에 배고픔이라는 원천적인 동기와 싸워야 하는 신애의 투쟁은 참 재미있으면서도 눈물겹더군요.

사실 '지붕뚫고 하이킥'은 21세기 드라마의 외양을 하고 있지만 자세히 보면 1970년대, 혹은 60년대가 어울리는 광경이 자주 연출됩니다. 이미 기획안에서 '식모'라는 사라진 말이 다시 등장하는 데서도 볼 수 있듯 그 시대에는 충분히 있었을법한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야채는 먹기 싫어하고, 고기와 우유만 좋아하는 덕분에 늘 변비로 고생하는 이기적인 서울 아이 해리와 뭐든 신기한 것 투성이에 순수하기 짝이 없는 산골 소녀 신애의 대비는 참 많은 것을 느끼게 해 줍니다. 그리고 가만히 보고 있으면 가슴 먹먹해지는 신애의 눈빛은, 가능하면 이 시트콤이 신애가 행복해지는 쪽으로 끝나기를 그저 기원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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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런 장면은 '지붕뚫고 하이킥'이 '거침없이 하이킥'을 넘어설 수 있는 작품이라는 걸 보여주기도 합니다. 이 장면을 보다가 그냥 쓰러졌습니다. 서신애의 '마트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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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방송에서 이민정이 자신의 미니홈피에 비키니 사진을 올렸을 때의 반응에 대해 털어놔 화제가 됐습니다. 올린 이유에 대한 해명(?)은 "발리에 웨딩 화보 찍으러 갔다가 모처럼 수영장에 혼자밖에 없어 찍은 사진들"이라는 약간은 빗나간 대답이었습니다만, 어쨌든 상관 없습니다. 올려 주시기만 한 것도 감지덕지인데 뭘 이유까지 따진단 말입니까.

지난해 이후로 미니홈피를 이용한 비키니 마케팅은 점점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하나의 장르로 자리잡을 정도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사실 이런 사진을 미니홈피에 올리는 이유도 제각각입니다. 물론 '일부러 화제 되라고 사진을 올렸다'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저 보는 사람들이 추측만 할 뿐입니다.

그리고 잘 보다 보면 일정한 패턴이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이제 찬바람도 불기 시작했으니 미니홈피 비키니 시즌은 끝물인 듯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의 미니홈피 비키니 상' 후보들을 살펴보겠습니다.

(일각에서는 스타들이 미니홈피에 올리는 사진을 놓고 '성형수술 성과에 대한 대중의 반응을 미리 체크하려는 시도'라고 가시돋친 소리를 하기도 하지만 여기선 그런 의견은 무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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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이민정. 바로 어제 방송에서 얘기한 그 사진입니다. 물론 미니홈피에 굳이 비키니 사진을 올리는 스타들에게 가장 공통적인 요소가 있다면 자신감입니다. 올려서 욕을 먹거나 비난을 받을 수준의 사진을 올리는 바보 연예인은 한국에 없습니다.

그만치 일단 미니홈피에 올라온 사진의 수준은 매우 높습니다. 자체 화보라고나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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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반드시 발리에서만 미니홈피 사진을 찍는다는 법은 없죠. 집에서도 찍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참 집에서 찍은 사진 치고는 광선까지 신경쓴 공이 역력합니다.^ 아, 탤런트 연미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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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콘서트'의 곽현화. 용모도 몸매도 훌륭합니다. 웃기기만 하면 참 좋을텐데...

지금까지는 알려진 스타들이라면 이제부터는 미니홈피 비키니가 큰 역할을 한 신인들입니다. 이들의 이름이 검색어에 오르기까지, 얼마나 노력이 필요했는지 한번 보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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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가수 소리입니다. '효리 말고 소리'라는 구호만으론 좀 부족했던 듯 합니다. 오일이 카메라에도 튄 듯, 절로 뽀사시한 느낌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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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한예슬'이라는 구호를 들고 나온 신인 윤선경입니다. 쇼핑몰도 함께 운영한다는군요. 한예슬과 얼마나 닮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아무튼 이 미니홈피 비키니 활동 외에 어떤 연예활동을 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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탤런트 한예원의 수줍은 비키니(?). 이 정도로는 뭘 기대했건, 별 효과가 없을 게 자명합니다. 예상대로 거의 화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물론 한예원은 지금도 잘 나가고 있습니다. 이런 자체 화보(?) 따위는 필요 없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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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몽 여자친구'가 대표작인 주아민입니다. 이 사진이 공개된 뒤 '공개에서 비공개로 바꾸는 1초 사이에 누가 사진을 퍼 갔더라'고 좀 궁색한 변명을 하기도 하더군요. 아무튼 1초간이라도 공개로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 사진 덕분에 어쨌든 'MC몽 여친=주아민'이란 이름은 대단히 생생하게 아로새겨졌습니다. 네. '올해의 미니홈피 비키니' 상은 아무래도 이 분의 차지가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럼 아주 간단하게 최근 몇년 사이의 미니홈피 비키니 사(史)를 돌이켜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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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홈피 비키니의 역사를 바꿔 놓은 분입니다. 연예인은 아니지만 '4억소녀'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분이죠. 이 분은 미니홈피와 쇼핑몰을 통해 자신의 비키니 사진을 널리 퍼뜨려 쇼핑몰 대박의 신화를 이룩했다고 합니다.

누군가 노출(?)을 비난하자 '그래, 난 사업가야'라고 당당하게 받아쳤다는 분입니다. 많은 남자들이 존경과 감사를 드려야 할 분입니다. 이분이 없었다면, '미니홈피 자체화보'의 유행은 절대 없었을 겁니다.


그 뒤로 황혜영이나 김준희같은 이 부문의 신화적인 존재들이 비키니 사진을 공개했고 그로 인한 화제가 쇼핑몰 대박으로 이어졌다고들 하지만, 이런 분들의 지나치게 프로페셔널한 비키니 사진들은 별 감동을 주지 않는 것도 사실입니다.

'미니홈피 비키니' 장르는 아무래도 좀 덜 연출된 자연스러움이 생명이기 때문입니다. 너무 좋은 카메라를 써도, 너무 전문가의 냄새가 나도 실망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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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의 '미니홈피 비키니 상' 수상자로는 아무래도 '손호영 누나'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손정민을 꼽아야 할 것 같습니다. 하얏트 호텔 야외수영장으로 보이는 공간인데, 아마추어리즘이 빛나는 수작 화보라고 불러야 적당할 듯 합니다.

그리고 이 사진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예견했던 일이 오프라인에서 곧 이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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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손정민 스타화보가 등장한 것이죠. 손정민의 예에서도 보듯 미니홈피 비키니 사진 등장은 얼마 뒤 스타화보 공개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미 미니홈피 비키니 공개때 다 예정됐던 일인지, 아니면 미니홈피 비키니 공개 이후에 섭외가 들어간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천둥이 치면 비가 오고 방귀가 나오면 .... 하듯 그렇게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그런데 두 사진을 비교해 보시면, 프로가 찍었다는 화보보다 위의 자체 화보가 더 훌륭하게 느껴지지 않습니까? 다큐멘터리의 승리라고나 할까...

아무튼 비키니 화보는 아주 신인이 아니더라도, 순간적인 지명도 획득과 새로운 활동의 신호탄으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왔습니다. 사례들을 보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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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4차원'으로 불리던 화요비입니다. 기억하실지 모르지만 지난해 상반기에는 꽤 화제가 됐던 사진이죠. 아무튼 이 사진 이후 화요비는 예능 프로그램 출연이 꽤 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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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현에게는 이 비키니 탑 사진이 '이제 연예인'이라는 신호탄 역할을 한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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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비키니의 일상화 - 혹은 생존 확인 신호화를 이룬 이파니가 있습니다. 그야말로 '수시로' 존재를 확인해주는 목적으로도 미니홈피 비키니는 훌륭하게 가치를 인정받을 만 합니다.

아무튼 결론적으로 - 미니홈피 비키니는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장려해야 할 미풍양속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혹시 이견이 있는 분이라면, 왜 그런지는 각자 블로그를 만들어서 자기 블로그에 쓰시기 바랍니다.




...글쎄 추천은 공짜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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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나연이 LPGA에서 마침내 1승을 올렸습니다. '21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토리파인스 남코스에서 열린 LPGA 투어 삼성월드챔피언십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1언더파 71타를 쳐 최종합계 16언더파 272타로 정상에 올랐다'고 하는군요.

이번 우승이 있기까지 최나연은 무려 55회나 LPGA 대회에 출전해 54전 55기라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올시즌 신인왕과 MVP 동시 석권을 노리는 신지애를 비롯해 이보다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거나, 거둔 선수는 많을 겁니다.

그런데 저는 최나연이 첫 우승이라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골프 문외한인 제가 대체 왜 LPGA 우승 경력도 없는 선수의 이름을 알고 있는 걸까요. 물론 답도 뻔합니다. 당연히 '얼짱 골퍼'라는 호 때문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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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동안 각종 언론들이 '얼짱 골퍼'라는 별칭을 붙여 준 골퍼들은 한둘이 아닙니다. 미셀 위만 얼짱 소리를 들은 게 아닙니다. 좀 과장해서 말하자면 김초롱 외에는 모두 얼짱 골퍼라고 불렸다고 해도 심하게 사실과 다르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최나연은 다른 조작된 '얼짱 골퍼'들과는 차원이 달랐습니다. 이렇게 생각하게 된 건 어느날 보게 된 한 장의 사진 때문이었습니다. 바로 위에 있는 사진입니다. 건강미넘치는 얼굴과 짧은 머리가 흰 미니 드레스와 너무나 생기있게 잘 어울리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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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화장발, 조명발, 뽀샵빨.... 수도 없이 많은 가공이 있었겠지만, 어쨌든 원판이 받쳐주지 않으면 이런 정도의 비주얼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 '이 바닥 10년'의 결론입니다. 그렇다면 생얼은 어떨까. 궁금해졌습니다.

조금만 검색해 보면 '최나연'의 이름으로 된 사진들은 수도 없이 나옵니다. 일단 꽤 가공된 사진들을 먼저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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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예쁜 얼굴이고, 어느 정도 가공이 된 것이 분명한데도 여성적인 매력보다는 산에서 뛰어놀던 야생 소년(?)같은 느낌이 강합니다. 특히 어린왕자 삽화형의 헤어스타일이 그런 느낌을 더욱 강조하는 것 같습니다.

굳이 비슷한 인물을 고르라면 피구왕 통키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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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최나연은 일간스포츠의 '오픈하우스'라는 코너에 등장해 '쌩얼'을 보여준 적이 있더군요. 역시 실물은 보다 더 남자다운(?) 모습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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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하우스: 최나연 편'의 내용이 궁금하신 분들은 이쪽으로.
http://isplus.joins.com/article/article.html?aid=1125488
http://isplus.joins.com/article/article.html?aid=1125494
http://isplus.joins.com/article/article.html?aid=1125502
http://isplus.joins.com/article/article.html?aid=1125506
http://isplus.joins.com/article/article.html?aid=1125509

그 스스로도 자신의 성격을 중성적인 쪽으로 파악하고 있더군요. 여자 화장실에 들어갔다가 '왜 남자가 여자 화장실에 들어오느냐'는 항의를 받은 적도 있답니다. 힙합 스타일을 좋아한다는 평소 취향도 한몫을 했을 겁니다.

하지만 분명히 여자인 건 맞습니다. 이상형이 조인성이라는군요. 게다가 그린에 나갈 때는 피부 관리가 가장 걱정이라는(혹시 성적보다 더...?) 보통 여대생입니다. 그리고는 여고시절부터 가수 채연의 팬이고 지금껏 친분을 이어가고 있다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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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스포츠 스타들이 가장 경계하는 사진은 경기 현장에서 찍힌 사진들입니다. 땀이나 먼지로 엉망이 되기 쉬운데다, 스포츠 사진을 찍는 포토그래퍼들은 연예인을 찍는 경우와는 달리, '실물보다 예쁘게 찍어야 한다'는 쪽으로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나연은 '현장 사진'의 공포를 이겨내는 몇 안되는 스포츠 스타로 꼽힙니다. 물론 스포츠를 얼굴로 하는 건 절대 아니겠죠. 김연아나 박태환이 얼짱이 되기 위해선 용모 못잖은 우수한 성적이 따라 주기 때문입니다.

최나연도 어쨌든 LPGA 1승을 통해 '실력과 외모를 겸비한' 골퍼의 길에 접어들었습니다. 이제는 성적이 얼마나 따라주느냐가 '최나연'이란 이름을 보다 확실히 각인시키느냐를 결정할 것으로 보입니다.

◇최나연 프로필
생년월일=1987년 10월28일
출생지=경기도 오산
신장=168cm
혈액형=O형
학력=대원외고-건국대(재학)
가족=아버지 최병호(44), 어머니 송정미(43), 오빠 창환(24)
소속=SK텔레콤
KLPGA프로데뷔=2004년 11월
KLPGA투어 우승=통산 3승
LPGA 루키 시즌=2008년
LPGA투어 성적=준우승 2회(사이베이스클래식, 에비앙마스터스·2008년)
2008년 상금랭킹=109만6000달러(랭킹 11위)
2009시즌 최고 성적=SBS오픈 공동 3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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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늘 말씀드리지만 추천은 공짜 아닙니까. 소신있게 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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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가 감독판 상영 등으로 화제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흥행 최고점은 지나친 듯 하지만 뒤늦게 이 영화를 보는 분들이 아직 적지 않은 듯 합니다.

'국가대표'가 주는 메시지는 자명합니다. 21세기의 '겉으로는 최첨단'인 대한민국에 대한 다양한 비판이 영화 곳곳에 숨어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타인에 대한 관용의 결여'라는 부분에 대한 비판은 매우 적절하다고 생각됩니다.

영화 속 밥(헌태)은 스키 점프 대표팀의 정체에 대해 안 다음 자신이 이용당하고, 또 버림받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와 비슷하게 국가대표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혼란을 느낀 사람들은 그 이전에도 많았습니다. 그중에는 재일동포인 김성근 SK 와이번스 감독도 있었습니다. 거기에 대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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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국가대표

관객 800만 동원을 앞둔 영화 '국가대표'에는 밥(하정우)이라는 재미동포가 나온다. 어머니를 찾기 위해 한국에 왔다가 아예 스키점프 국가대표가 되지만 밥은 애국가 1절 가사도 모른다. 자연히 '양키 새끼'라며 욕하는 동료와 갈등을 빚는다.

영화 속 얘기만은 아니다. 재일동포 출신 김성근 SK 와이번스 감독은 1961년 1월 1일 대만에서 열린 제4회 아시아야구선수권대회 때 처음 국가대표로 뽑혔다. 당시 나이 19세. 59년 8월 7일 재일동포 학생야구선수단의 일원으로 한국 땅을 밟은 지 1년 반 만의 일이다.

최근 출간된 자전적 에세이집 『꼴찌를 일등으로』에 따르면 가네바야시 세이콘(金林星根)으로 불리던 소년은 한국에 와서야 자기 이름이 '김성근'이라는 걸 알았다. 말은 전혀 통하지 않았지만 동포 여학생의 미소는 따뜻했다. 처음 먹어 보는 불고기 맛에 반했고 영화 '비극은 없다'의 주인공 김지미에게 매료됐다. 동료 선수의 친척들이 숙소로 찾아오면 그때마다 눈물바다가 펼쳐졌다. 뭉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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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좋지만은 않았다. 경기 도중 교포 투수의 공이 경남고 4번 타자 박영길의 머리를 맞히자 관중은 일제히 '쪽발이 물러가라'며 야유를 보냈다. “일본에서 조센진이라고 차별받고 사는 것도 서러운데, 재일동포 선수단을 구성하는 일도 얼마나 어려운데, 쪽발이라니….” 국가대표가 된 뒤에도 '쪽발이'라는 수군거림은 사라지지 않았다.

'단일민족'의 순혈주의는 사그라지지 않았다. 인기 아이들 그룹 2PM의 리더였던 재미동포 출신 박재범은 4년 전 인터넷에 남긴 몇 마디 불평 때문에 하루아침에 미국행 비행기를 타고 고향인 시애틀로 돌아가는 신세가 됐다. '군대도 안 가는 교포'라는 이유가 그에 대한 반감을 더욱 북돋웠다. “한국에서 돈만 벌어 돌아갈 거라면 지금 당장 꺼지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혹시 한국식 생활 방식과 예절에 익숙지 않다는 이유로 4년 전의 그를 몰아붙인 결과가 '난 한국인들이 싫어(I hate Koreans)'라는 불만으로 이어진 건 아니었을까. 그 실수 하나로 등을 떠밀듯 보낸 조국은 과연 그에게 어떤 나라로 기억될까. 그를 바라보는 다른 동포 청소년들에게 '대한민국'은 까다롭고 차갑기만 한 나라로 기억되는 건 아닐까. 2009년 현재 재외 한인의 수는 682만 명에 달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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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 감독은 - 가끔 해설자로 TV에 나오는 걸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 아직도 한국어 발음이 자연스럽지 않습니다. 특히 ㅇ 받침 발음은 절대 안 되는 편입니다.^ 그의 아들 김정준은 그에겐 여전히 '존준'입니다. '꼴찌에서 일등으로'를 보면 '고려왕'이라는 브랜드의 CF 모델로 나섰을 때 '고려왕'이 '고려완'으로 발음되는 바람에 수없이 NG를 낸 이야기도 나옵니다.

그런 그가 1961년, 처음으로 한국 땅을 밟은지 1년 반만에 국가대표가 됐을 때는 어떤 상태였을지 쉽게 상상이 됩니다. 1년 반을 모두 한국에서 산 것도 아닙니다. 학생야구단 원정을 왔다가 일본으로 돌아갔고, 고교 졸업후 프로 구단과 사회인 야구단 진출이 좌절된 뒤 한국 동아대에 스카웃되어 6개월 정도(그러니까 야구 시즌 동안) 선수 생활을 합니다. 그리고 다시 일본으로 돌아갔다가, 철도부 야구단의 선수로 다시 한국에 오게 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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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찌에서 일등으로'에는 '쪽발이라는 말을 들어도 올 수 있는 조국이란게 있다는게 좋았지만, 조국은 날카로운 발톱을 감추고 있었다'는 대목이 나옵니다. 국가대표 투수로, 60년대 실업야구의 에이스로 명성을 떨친 그였지만 워낙 외곬수인 성격 탓인지, 아니면 서투른 한국어 탓인지 그는 수시로 코너에 몰렸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조국'을 따뜻하게만 느끼지 못한 사람들은 한둘이 아닙니다. 한때 삼성에 김성길이라는 투수가 있었습니다. 언더스로로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였죠. 그도 몇 차례 이런 어려움을 털어 놓은 적이 있습니다. "부산이나 광주 경기에서 이기고 있으면 어김없이 '이 쪽발이'라는 야유가 날아왔다. 일본에서는 내가 속한 팀이 이기고 있으면 '조센진'이라는 야유가 날아왔다. 대체 나는 어디로 가야 하나."

불과 15년 전 일입니다. 지금이라고 크게 달라졌을 것 같지도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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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민족과 순혈주의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위에서 말했듯 재외 한인의 수는 700만에 육박합니다. 결혼이나 기타 이유로 아예 이 통계에서 빠져나가는 사람들도 한둘이 아닐 겁니다.

그 자손들이 한국이라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한국인의 생활 방식이나 문화를 자진해서 이어 가라고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먼 해외에서 그런 문화를 갖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그들을 배척하다 보면 결국 한국은 자꾸 작은 나라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윗글에서는 분량때문에 제외했지만, 700만에 달하는 재외 한인은 물론이고 한반도 안에서의 '다문화 가정'도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용모는 같지만 한국말도 못하는' 부류와 '이 땅에서 태어나 자랐지만 어딘가 용모가 이질적인' 사람들은 이미 '한국인'이라는 집단을 구성하는데 있어 무시할 수 없는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더 이상 단일민족의 신화에 매달리는 것은 이 나라의 미래를 포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사회 모든 분야에서, 지금보다는 훨씬 더 개방적인 풍토가 자리해야 합니다. 더 넓게 수용하지 않으면 이 나라 앞에는 점점 더 쪼그라들거나, 쪼개지는 길이 선명해 질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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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의 염원과는 반대로 JYP는 "박재범 없이 6인 체제 2PM의 활동을 재개한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박진영 명의로 된 발표문에는 분칠이나 화장이 없더군요. 직설적으로 "재범이에게 쏟아졌던 비난의 말씀이 과했다고 생각했던 것만큼, 지금 당장 재범군의 탈퇴철회를 요구하는 말씀도 조금 과한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는 말을 통해 당장 팬들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사실 놀랄 일은 아닙니다. 최초 사건 발생 시점부터 JYP의 대처를 보면 처음부터 지금까지 줄곧 일정한 원칙을 따라 움직이고 있는 모습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 움직임과 그 원칙을 보면 앞으로 일어날 일도 예측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팬들입니다. 팬들에게는 그 움직임의 방향이 보이지도 않는 듯 합니다. 네비게이션도 없습니다.

오히려 옆에서 구경하는 입장에서 판단한다면, 현재 박재범의 앞날에 가장 큰 장애가 될 수 있는 것은 팬들로 볼 수도 있을 듯 합니다. 일단 팬들의 주장을 한번 되짚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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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JYP는 박재범을 보호하지 않았다?

이것이 아마도 2PM 팬들의 생각인 듯 합니다. 그래도 나름 이 바닥에서 꽤 오랜 세월을 보낸 사람으로서, JYP의 대처를 볼 때 현재까지 취해진 조치는 박재범을 위한 최선의 배려였다고 생각합니다.

현재의 시점에서 보면 박재범에게 사건 발발과 함께 쏟아진 비난이 그리 정당하지만은 않았다는 데 대해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습니다. 사건 직후의 하늘을 찌를 듯한 네티즌의 분노와 비난은 어느 정도 가라앉은 상태입니다. 말하자면 여론이 어느 정도 이성을 찾았다고 생각됩니다.

2PM 팬들이 판단력이 있다면, 한번 생각해 볼 일입니다. 과연 재범이 그대로 한국에 남아서 어떻게든 '그건 과거의 일'이라며 책임을 회피하는 자세를 보였다면 이렇게 빠른 국면의 전환이 가능했을까요? 박재범의 미국행을 JYP가 막았다면 전체 여론(팬들만의 여론이 아닌)이 그에게 쏟아진 비난이 지나쳤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었을까요?

일부 팬들은 '그렇게 추방하듯, 이코노미 좌석에 태워서 쫓아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참 답답한 일입니다. 당시의 상황에서 한국을 떠나는 박재범이 편안한 퍼스트 클래스에 타고 출국했다면 과연 그를 비난하던 사람들이 가만히 있었을까요.

그리고 지난번 글에서도 거론했지만 2PM은 박재범 혼자가 아닙니다. 과연 나머지 여섯 멤버들이 박재범 때문에 함께 비난받는 일까지 감수해야 했을까요. 그랬다면 JYP는 정말 무능한 회사였을 겁니다. 박재범과 나머지 여섯 멤버를 분리한 것은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중복을 막기 위해.... 이번 사건에 대한 저의 기본 생각은 이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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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박재범을 복귀시킨다는 약속을 해라!

문제는 박재범의 복귀 시점을 결정할 수 있는 것은 팬들이 아니라는 데 있습니다. 4800만 전 국민이 박재범의 팬이라면 모를까, '박재범을 용서'하거나 '다시 활동을 시작해도 좋다는 허락'을 할 수 있는 것은 전 국민입니다.

박재범이 JYP 숙소에서 돈을 훔쳤다거나, 후배 멤버들을 구타했다거나 하는 문제라면 박재범이 계속 한국에서 활동할 수 있는지의 여부는 팬들이 가장 먼저 결정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의 문제는 다릅니다. 박재범이 4년전에 저지른 잘못이 정말 대단한 것이었는지, 아니면 진심으로 반성하는 모습만 보이면 용서받을 수 있는 것인지는 '여론'이 결정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여론'의 성숙은 그 판단의 시기가 매우 중요합니다.

과연 팬들에게 그 시기를 판단할 능력이 있을까요. 미안하지만 그렇게는 보이지 않습니다.
또 하나 지적하고 싶은 것은 팬들이 '탈퇴 철회', 혹은 '나중에라도 반드시 복귀시킨다'고 약속하라고 주장하고 있는 점입니다. 이것이 '당장 복귀시키라는 것이 아니다'라고 팬들은 주장하지만, 과연 그것이 차이가 있을까요. 외부에서 보는 시각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다는 것을 왜 팬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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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박재범 없는 2PM은 보이콧한다?

반대로 한번 생각해 봅시다. 박재범이 언젠가 국내에 복귀해 활동을 하는 날이 온다고 예상해 보겠습니다. 그때 만약 2PM이 없다면, 혹은 2PM이 아무런 의미도 없는 실패한 유닛이 되어 있다면 그때에도 복귀가 가능할까요? 아니, 복귀라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요?

대중의 취향이란 무서울 정도로 빠른 변화를 보입니다. 3주 전 쯤의 2PM은 최고의 인기 아이들이었지만 6개월 전, 1년 전의 2PM을 보고 오늘날의 모습을 상상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마찬가지로 6개월 후, 1년 후의 2PM의 모습을 생각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지금 정상의 위치에 와 있는 2PM이 재범의 문제와 함께 막연히 활동을 쉬는 동안, 또 다른 어떤 신인들이 나와 그 자리를 위협할지 모릅니다. 기존의 다른 팀이 새로운 이미지로 그 인기를 차지할 수도 있습니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안정된 인기란 없습니다. 전성기의 모습으로 어떤 유닛을 평가한다는 것은 가장 초보적인 오류입니다. 한번 얻은 인기가 영원하다면 H.O.T나 god 멤버들은 지금도 톱스타로 군림하고 있어야겠죠.

지금 2PM 멤버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은 사람들이 2PM을 잊지 않도록, 그리고 박재범을 잊지 않도록 열심히 활동하는 것 뿐입니다. 2PM이 건재해야 - 언제쯤 가능해 질지는 아직 모르지만 - 박재범이 복귀할 수 있는 발판이 생긴다는 것은 너무도 분명한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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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이 박재범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려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사랑은 올바른 판단을 전제로 하지 않습니다. 자식을 사랑하는 어머니가 자식을 위해, 남자친구를 사랑하는 여인이 남자를 위해 항상 최선의 판단을 한다고 생각할 수는 없습니다. 바로 '사랑에 눈이 먼다'고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저는 박재범의 팬이 아닙니다. 단지 구경꾼일 뿐입니다. 그리고 이 글은 구경꾼의 눈으로 쓰여진 것입니다. 솔직히 팬들이 이 글을 읽고 태도를 바꿀 거라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다만 옆에서 구경하는 사람의 입장에선 뻔히 보이는 일이 갈등으로 번지고 있는 게 그냥 좀 답답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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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주니어 멤버 강인이 폭력 사건 연루로 시끄럽습니다. 안 그래도 남성 아이들 그룹들이 잇달아 내부 분열, 표절설, 물의와 탈퇴 등으로 수난을 겪고 있는데 이번엔 폭력까지 끼어들어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들이 따갑기만 합니다.

그런데 강인이 연루됐다는 이번 사건이 알려지는 과정에서 뭔가 있어선 안될 일이 있었다는 정황이 눈에 띄고 있습니다. 다름 아닌 경찰과 관련된 인물이 인터넷을 통해 이번 사건을 처음으로 알렸다는 의혹이 일고 있는 겁니다.

이게 왜 문제인지 바로 느낌이 없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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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씨인사이드에 코메디 갤러리라는 곳이 있습니다. 이곳에 강인이 경찰서에 왔다는 사실을 알리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16일 오전 6시58분의 일입니다. (지금은 누군가가 지워서 글이 사라졌습니다.  원래 있던 주소는
http://gall.dcinside.com/comedy/52114310  이었습니다.)

제목은 '강인 술퍼먹고 싸우다 잡혀왔네 ㅋㅋㅋㅋㅋㅋㅋㅋ'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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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말씀드렸지만 원글은 현재 지워진 상태고, 누군가가 글을 그대로 캡처한 내용만 인터넷 여기저기를 떠돌고 있습니다. 아무튼 6시58분은 이 사건이 알려지기 훨씬 전입니다. [단독]이라는 간판으로 이 사건을 보도한 머니투데이 기사가 처음 나온 것이 오전 8시42분. 디씨인사이드에 올라온 글은 최초 보도보다 거의 2시간 가까이 빠릅니다.

그때문에 아래 댓글의 반응도 '장난치는거 아니냐'는 식의 회의적인 반응이 다수입니다. 하지만 글을 올린 사람은 '강인의 본명이 김영운 아니냐', 심지어 '나 경찰서에서 일한다'고 자기의 신원을 드러내기까지 합니다.

물론 진짜 경찰관이나 경찰서에서 일하는 전-의경이 아닌 누군가가 자신의 신분을 사칭해 장난으로 올린 글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최초 보도가 있기 2시간 전이라는 점, 강인의 본명이나 시비가 붙었던 업소의 이름까지 적시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MBC 기자에게 전화왔으니 곧 기사가 나올 것'이라고 장담까지 하는 점 등을 종합해 볼 때 이 글을 올린 인물은 사건이 진행될 당시 경찰서에 있었을 것이라고 추정하게 됩니다. (사진은 클릭하시면 크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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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이 아니라 여러분 자신이라고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글을 올린 사람은 강인이 경찰서에 온 것을 봤을 뿐 피해자인지 가해자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그저 '술먹고 싸우다 끌려왔다'는 내용을 유출했습니다. 사건의 진상이나 수사 과정에 대해서는 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경찰서에서 일하는 사람이 공식적인 채널을 통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경찰서로 조사받으러 온 사람의 신원을 공개해 버린다는 것은 직업윤리의 심각한 부재라고 보게 됩니다. 이 사건이 정말 경찰서에 있던 사람에 의해 저질러진 것이라면 큰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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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과 비교할만한 사건이 몇해 전에 있었습니다.

서울지법 민사84단독 예지희(芮知希) 판사는 26일 탤런트 황수정씨(33)가 “재소자 검색프로그램에 실린 수의(囚衣) 차림의 내 사진이 인터넷에 유포돼 명예를 훼손당했다”며 국가와 사진 유포자 정모씨(교도소 경비대원)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들은 25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정씨가 재소자 검색 프로그램에 실려 있는 황씨의 사진을 인터넷에 유포해 원고의 명예를 훼손하고 사생활을 침해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군인 신분으로 교도소에 배치된 정씨에게 재소자 검색 프로그램을 자유롭게 이용하도록 방치한 국가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하 생략, 동아일보 2003년 6월26일 보도)


문제의 전 교도대원은 황수정과 성현아의 사진을 인터넷에 유출한 죄가 인정돼 손해배상 처분을 받았습니다. 이 두 사람은 실제로 죄가 있었고, 복역중인 상태였지만 죄수복 차림의 사진을 유출하는 것은 명예훼손과 사생활침해에 해당하는 죄였던 겁니다. 그런데 이 유출자는 아무런 죄의식 없이 장난치듯 사진을 흘렸습니다. 그게 잘못이라고 생각했다면 그렇게 쉽게 사진을 유출하지 않았겠죠.

더구나 강인은 지금 실제로 폭행에 가담했는지를 조사받고 있는 상태입니다. 혐의가 범죄로 확정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수사기관들이 피의자의 신상을 개인적으로 흘려 내보낸다면 과연 누가 안심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기관의 종사자들은 자신들이 접할 수 있는 개개인의 사생활과 관련된 정보를 누구보다 충실하게 보호하고 보안을 유지할 책임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책임을 망각했거나, 아예 처음부터 죄의식 같은 것은 전혀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이 있다는 것은 언제든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강인이 폭행에 가담했건 안 했건, 이런 사건은 전에도 있었고 앞으로도 사라지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개인의 신상정보가 너무도 간단하게 빠져나오는 일은 그 몇배나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일부 경찰들이 심부름센터 업자들과 결탁해 용돈을 받고 몇몇 사람들의 신원 정보 등을 유출해 물의를 빚은 사건도 이런 보안의식의 부재와 밀접한 관계입니다.

물론 지금까지 한 얘기가, 모두 전혀 상관없는 사람이 경찰서 근무자를 사칭해 벌인 장난일 수도 있습니다. 제발 저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그게 아니라면, 뭔가 경찰이 내부 기강을 확립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P.S. 노파심에서 덧붙이면 - 이 글은 강인을 옹호하거나 비난하는 글이 아닙니다. 그와는 아무 상관 없지만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는, 사법기관에서의 개인 정보 유출 혐의에 대한 글입니다. 제대로 읽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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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TV '선덕여왕'이 32강 비재 선수권대회로 시청자들을 확 끌어당겼습니다. 이럴 때 역시 불쌍한 건 주인공입니다. 이미 이 대목에서 유신이 풍월주가 된다는 건 정해진 사실인데도, 역으로 유신이 너무 쉽게 우승하면 극의 흥미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개고생을 하니 말입니다.

그래서 제작진이 던진 것은 비담이라는 새로운 변수. 그냥 유신과 보종이 각각 싱거운 4연승으로 결승에 올라 맞붙으면 너무 단순한 얘기가 되는 반면, 검술 실력만으로는 유신과 보종을 앞설 수 있는 비담의 등장이 새삼 긴장을 불어 넣는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이용한 것입니다.

비담이 시청자들에게도 널리 호응을 받는 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바로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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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극중 인물들의 입장에서 보나, 시청자의 입장에서 보나 모두 해당되는 말입니다. 먼저 등장인물들의 입장에서 보겠습니다.

비담이 처음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모두 갸웃거리는 반응을 보입니다. 정상적인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의사 소통에 문제를 겪습니다.

지금까지의 방송 내용으로 볼 때 비담의 문제 해결 방식은 참 독특합니다. 일반적인 사람들이 갖고 있는 도덕관이나 예의범절에 전혀 얽매이지 않고 곧바로 결론으로 치고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떼도둑들로부터 서책이 담긴 가방을 되찾으려면 그냥 그들을 죽이면 됩니다. 범죄나 살인에 대한 공포 같은 것은 갖고 있지 않습니다.

지독하게 단순하면서도 효율적이지만, 감히 일반인들은 상상할 수 없는 방법이고, 상상한다 해도 실행에 옮길 수 없는 행동입니다. 이걸 사이코패스라고 불러도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일반인들과는 매우 다른, 초 효율적인 사고방식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때문에 비담의 존재는 덕만이건 미실이건 진평왕이건, 심지어 그를 키운 스승 문노에게까지도 예측할 수 없는 변수가 됩니다. 이 인물들은 모두 동시대의 신라를 살아왔고, 당시 사회의 가치와 판단 기준을 어느 정도 공유하는 인물들입니다(엄밀히 따지면 덕만이야말로 이런 가치관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유년시절을 보냈지만, 어쨌든 지금은 공주라는 위치에 마치 연습이라도 한 듯 잘 적응하고 있으므로 따지지 맙시다).

하지만 비담은 다릅니다. 아직까지 비담의 마음 속에 있는 목표가 무엇인지, 시청자들은 알게 됐지만 등장인물들은 모르는 상황입니다. 그가 무엇을 하려 할지도 모르는데다, 그 '무엇'을 하기 위해서 대체 무슨 짓을 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점에서 비담은 다른 모든 캐릭터들을 긴장시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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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들에게도 이런 비담의 행보는 흥미를 북돋는 요소입니다. 신선하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천진난만한 어린애같은 모습으로, 또 때로는 음험하고 속 깊은 음모가의 모습으로, 그야말로 수시로 변신하는 비담의 모습은 그의 앞에 펼쳐진 스토리조차도 예측할 수 없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더구나 비담의 이런 모습은 유신과 덕만 등 '고지식 캐릭터'에 답답함을 느끼던 시청자들에게는 청신호입니다. 뻔히 돌파할 길이 있는데, 조금도 곁길이나 속임수를 쓰지 못하는 주인공들은 그저 정도를 갈 것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답답합니다. 이때 비담이 나타납니다. 대략 이런 상황이 펼쳐집니다.

비담: 니가 고민하던 문제, 내가 해결했어.
유신: 네 이놈, 이게 말이 되는 짓이냐! 누가 이런 짓을 하라고 했어!
비담: 왜? 안되나? 원래 이렇게 되길 바란거 아냐?
유신: 결과가 수단을 정당화해주진 않아! 난 정당하게 해야 해! 이건 반칙이야!
비담: 그래? 할수 없지. 그럼 도로 원래대로 해 놓고 올게.
유신: (바짓단에 매달린다) 야, 잠깐만, 사람 말을 끝까지 들어야지. 그게 아니고...

같은 편임에도 불구하고 쉬운 승부는 상상도 할 수 없다는 유신과 알천의 대결을 보면서 시청자들이 모두 '그래, 저게 진정한 승부지'라고 감동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답답해하는 시청자들이 꽤 있을 겁니다. 이런 부분을 해소해 주는 것이 바로 비담입니다.

다른 말로 하자면, 비담에게선 '전통 질서의 파괴에서 오는 쾌감'을 느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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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강 비재에서도 비담은 예측할 수 없는 행동으로 시청자들을 끌어들입니다. "난 엉덩이만 노려"나 엉덩이 춤 같은 기이한 행동을 하는가 하면, 문노나 덕만과 함께 있을 때에는 자신도 신라 정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야망을 드러냅니다.

이런 비담의 행동은 이미 대략 정해져 있는 화랑들의 무공 서열에서 상당한 변수 역할을 합니다. 그것도 흥미의 요인이죠.


물론 비담의 문제 해결 방식이 때로는 더 적절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절차와 관습, 규범이라는 것은 괜히 생긴게 아니죠. 우리 편이라면 이렇게 상대가 행동을 예측할 수 없는 멤버가 하나쯤 있는 것도 좋겠지만, 문제는 비담 같은 캐릭터는 과연 언제까지 우리 편일지도 방심할 수 없게 만드는 인물입니다. 누구를 배신하는 데 있어 죄책감을 느낄 타입이 아니기 때문이죠.

'선덕여왕' 제작진의 가장 큰 성과는 현재까진 비담이라는 새로운 캐릭터의 등장과 그 정착입니다. 이런 캐릭터 활용이 다소 수준 낮은 역사 해석에서 오는 줄거리상의 문제점들을 잘 덮고 있습니다. 아무튼 비담의 활약은 춘추의 등장과 함께 이 드라마의 흥미를 끝까지 끌고 가는 데 큰 역할을 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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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궁을 떠나 오래 생활한 춘추 역시 진평왕이나 미실이 볼 때 도저히 앞날을 예측할 수 없다는 점에서는 비담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비담과 춘추가 대면하면 어떤 일이 생길까요. 그 또한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춘추는 정말 저렇게 꽃미남이었을까요? 거기에 대한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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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2. 보너스 샷은 보종의 암바-^^  전국 화랑 이종격투대회가 돼 버렸군요.

맘에 드시면 팍팍 추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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