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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TV '선덕여왕'에서 성인 연기자들이 처음 등장했습니다. 10화랑을 비롯해 청소년 역으로 나오던 배우들이 모두 어른으로 바뀌었지만 가장 주목을 끄는 것은 아무래도 김유신(엄태웅)과 천명(박예진), 덕만(이요원)의 세 등장인물입니다. 이 셋은 앞으로 아주 뜨겁지는 않지만 아무튼 오묘한 감정의 흐름을 담당하게 될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덕만공주와 김유신은 꽤나 진척된 연인 관계가 될 것 같기는 하나, 어쨌든 드라마가 역사를 바꿀 수는 없기 때문에 두 사람이 맺어지게 하지는 않을 겁니다.

초등학생이라도 '삼국 통일의 명장 김유신'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그만큼 유명한 인물이기 때문에 김유신의 여자관계도 제법 잘 알려진 편입니다. 각종 자료의 기록을 종합해 보면 김유신의 일생에는 최소한 서너 명의 여자가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이 드라마에서는 선덕여왕과의 로맨스(?) 때문에 기존의 여자관계는 모두 묻힐 듯 합니다.

그 사이에 묻힌 다른 여자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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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가장 유명한 이야기는 바로 '김유신의 첫사랑'으로 묘사되는 천관녀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는 삼국사기나 삼국유사에는 절대 나오지 않지만, 훨씬 후대의 문헌인 '파한집' 등에 나오는 것으로 보아 대단히 유명한 이야기였던 듯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수백년이 지나서까지 이렇게 인구에 회자될 리가 없지요.

내용은 잘 아시는 바와 같습니다. 김유신은 기녀 천관에게 정을 두고 향락에 빠지지만, 어머니 만명부인의 엄한 꾸짖음에 정신을 차리고 천관에게 가던 발을 끊기로 맹세합니다. 하지만 술에 취한 유신을 태우고 가던 말은 늘 가던 길대로 천관의 집 앞으로 갔고, 늘 하던대로 천관은 반갑게 맞이합니다. 그제서야 술이 확 깬 유신이 그 자리에서 말의 목을 쳐서 결심을 확인하고, 그 다음부터 향락을 멀리해 뒷날 통일의 영웅이 되었다는 참 아름다운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가 오래도록 남은 것은 그 교육적인 가치 때문일 겁니다. 당시에 비해 훨씬 보수적인 후대의 유학자들에게도 구미에 맞는 얘기였겠죠. 사실 현대적인 시각으로 보면 성공을 향해선 사랑 따위는 가볍게 버릴 수 있다는 냉혹한 현실주의자의 이야기로 비쳐지기도 합니다만..^^

가장 최근에 천관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는 SBS TV '연개소문'입니다. 김유신 역으로는 이종수, 천관 역으로는 박시연이 나왔죠. 이 드라마에도 미실이 나오긴 합니다. 천관의 양어머니 역이고 서갑숙이 연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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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천관녀 얘기도 매력적인 소재임에는 분명합니다만, 이 드라마에 천관녀까지 나왔다가는 영웅 김유신이 어째 너무 난잡한 남자로 보일 가능성이 있을 겁니다. 게다가 덕만과의 애틋한 관계까지 해칠 우려가 있죠. 여기서 천관녀는 아쉽지만 삭제될 듯 합니다.


'화랑세기'에 나오는 유신의 여인은 하종의 딸 영모입니다. '선덕여왕'을 보시는 분들을 잘 아시겠지만 하종이 미실의 아들이니 유신은 미실의 손녀사위가 되는 셈입니다. 이런 혼맥을 봐도 미실이 유신을 멀리 할 생각은 전혀 없었음을 알 수 있죠. 나중엔 영모의 동생 유모도 첩이 된다고 되어 있습니다.

아무튼 미실로서도 가야계의 핵심이자 떠오르는 무장인 유신을 자신의 품에 안을 필요가 있었던 것이고, 하종과 보종이 모두 유신과 지극히 가까운 사이였다는 것은 이미 지난 포스팅에서 얘기한 바 있으므로 여기서는 생략합니다. 특히나 보종은 유신을 두려워 할 정도로 존경했다는 이야기가 '화랑세기'에 나옵니다. - 물론 '화랑세기'의 기록을 신뢰한다는 전제 하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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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까 화랑세기 식으로 하자면 이 분이 바로 유신랑의 장인 되실 분.


세번째. 진짜 사서에 나오는 김유신의 부인은 지소부인입니다. 오래 전 교과서에도 나오던 유치진의 '원술랑'에 원술의 어머니로 나오는 바로 그 분입니다.

그런데 이 지소부인과 유신은 사실 나이 차이가 상당히 크게 나야 정상입니다. 왜냐하면... 이 지소 부인은 김유신의 조카이기 때문입니다.

김유신과 김춘추 사이의 유명한 일화로 '누이 동생 태워죽이기 쇼'가 있죠. 김춘추가 유신의 동생 문희와 정을 나누고도 혼례를 올리려 하지 않자 김춘추가 선덕여왕을 모시고 산에 오른 날 유신이 '불륜을 저지른 문희를 태워 죽인다'며 집에 장작을 쌓아놓고 연기를 피워 올려 혼인을 성사시킨 이야기 말입니다.

사연을 안 여왕이 혼인 허락을 하고, 김춘추가 즉시 집으로 달려와 장작에 불을 끄고 문희를 품에 안았다는 해피엔딩입니다. 이 이야기를 뒤집어 보면, 김춘추가 바람둥이라서 책임지기를 거부했다기 보다는, 두 사람 모두 나라의 중신이라 해도 왕가의 직계인 김춘추와 가야에서 넘어 온 가문의 후손인 김유신 사이에는 함부로 혼인할 수 없는 신분의 벽 같은 것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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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 천관녀 이야기와 연결시켜 볼 때 이 이야기 역시 왠지 아름다운 이야기라기보다는 장차 왕이 될 귀인과 인척 만들기에 골몰한 성공지상주의자의 일화를 보는 것 같기도 합니다.^ 아무튼 참 지모가 뛰어난 사람임에 틀림없습니다.)

김춘추와 왕비가 된 문희는 잘 사는데, 뒷날 김춘추는 손위처남인 김유신에게 문희가 낳은 딸 중 지소 공주를 내려주어 혼인을 시킵니다. (...난감하죠.) 뭐 당시 신라의 분위기로 보아 이 정도가 큰일 날 근친혼은 아닌 듯 하고, 오히려 공주와 결혼하는 것은 가문의 영광일 듯도 합니다.

드라마에도 나오지만 유신의 아버지 서현은 만명공주와 몰래 사통을 해서 멀리 도망친 끝에 유신을 낳습니다. 이걸 봐도 김유신의 가문이 함부로 왕가와 혼인할 수 있는 레벨은 아니었음을 짐작할 수 있죠. 그러니 만년에 진짜 공주와 결혼하는 영광을 안게 된 김유신은 - 비록 조카라고 해도 - 이를 절대 거부하지 않았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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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과 장군의 로맨스는 영국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의 이야기를 보면 수도 없이 등장합니다. 아무래도 우리가 생각하는 선덕여왕의 이미지는 상당 부분 엘리자베스 1세의 이미지에 덧씌워진 부분이 있는 듯 합니다만, 뭐 상상으로는 나쁠 것이 없겠죠.

사실 기록에 나타난 김유신의 모습으로 보아 만약 여왕의 남편이 될 기회가 있었다면 그를 거부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드라마는 드라마로 보도록 해야겠죠.

어쨌든 위 사진에서 보듯 여왕마마와 유신랑의 로맨스는 저렇게 가학적인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어째 이쪽 방향으로 자꾸 상상을 하게 만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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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자나 10화랑이 모두 등장을 하는데 다들 한 미모 하는군요. 아마도 F4에 대응하기 위한 신라시대 F10의 등장이 아닐까 싶은데(미모로 따지자면 엄포스 장군은 아무래도 좀 뒤로...), 나중에는 이쪽으로 정리를 좀 해 보겠습니다.

사실 이름부터 '화랑'이니 F10이라고 해도 이쪽이 더 원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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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이 달린다'가 전혀 거북이같지 않은 걸음으로 달리고 있습니다. 엄밀히 말해 이 영화의 흥행 포인트는 딱 세 글자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김.윤.석'.

애당초 김윤석 이외에 내세울만한 스타가 출연한 것도 아니고(설마 '내조의 여왕'의 선우선을 보러 이 영화를 선택하신 분이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특별히 거액의 제작비가 투입된 것도 아닙니다. 그렇지만 10배가 넘는 제작비가 투입됐다는 '블러드' 같은 영화를 새까맣게 뒤로 제쳐 놓고 있습니다.

'거북이 달린다'의 성공 요인은 무엇일까요. 아무리 봐도 이 영화의 촌스러움이 그 한 비결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거북이 달린다'는 물론 유쾌하고 재미있는 영화입니다만, 재미있고 재미없고를 떠나서, 분명히 이 영화의 어느 한 모서리에 관객들의 마음을 끌어 당기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 핵심에는 김윤석이라는 뛰어난 배우가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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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소싸움 대회를 앞두고 있는 예산 경찰서. 이미 형사들도 치안보다는 소 싸움 대회 사무국 직원들처럼 행동하고 있습니다. 형사 조필성(김윤석)은 다섯 살 연상의 아내(견미리)에게 무능한 남편으로 찍힌 지 오랩니다. 형사라는 무게감? 만화가게를 차릴 때 빌린 돈의 이자 갚기도 급급한 소시민의 지위에 깔려 버린 상태죠. 촌지 봉투를 거부할 자존심 같은 건 애당초 저 멀리 날아가 버린 뒤입니다.

그런데 이 소읍에 전국을 떠들썩하게 한 탈주범 송기태(정경호)가 나타납니다. 잘생긴 용모와 5:1로 싸워도 끄덕 없는 신출귀몰한 싸움 실력이 전설이 되어 인터넷에 팬카페가 있을 정도의 인물이죠. 우연한 사고로 정직을 당한 필성은 아내 몰래 목돈을 만들려고 아내의 통장을 슬쩍했다가 어찌어찌 해서 송기태와 마주 대하게 됩니다.

하지만 올림픽 메달리스트 출신인 강철중 형사도 아니고, 한낱 시골 형사가 전국 최강의 탈주범과 1대1로 맞붙어 어떻게 할 수 있을 리가 없죠. 필성은 개망신을 당합니다. 이렇게 해서 바닥까지 떨어진 필성의 복수, 혹은 체면 회복하기 대작전이 시작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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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친구'가 대표하던 정서가 부산 사투리로 구현되는 '경상도 사나이'의 정서라면, 이 영화를 지배하고 있는 것은 그야말로 은근슬쩍 눙치고 넘어가는 충청도 사투리의 매력입니다. 물론 매우 효과적입니다. 개그맨 가운데 충청도 출신이 많다는 건 우연이 아닌 듯 합니다. 한마디로 '액션은 경상도, 코믹은 충청도' 사투리가 최고라는 걸 제대로 보여준 듯 합니다.

영화는 처음부터 대립의 구도를 촌스러움 대 세련됨, 중년 대 청춘, 시골 대 서울, 생활 대 낭만, 현실 대 판타지라는 식으로 선명하고 잡고 있습니다. 탈주범 신창원을 모델로 하고 있는 것이 분명한 송기태를 세련미 넘치는 꽃미남으로 설정한 것이 가장 대표적인 예입니다. 옆에서 구경하는 사람이라도 중년의 시골 형사보다는 미남 탈주범을 응원하고 싶은 생각이 들도록 말입니다. 이런 경우 많은 구경꾼들의 머리 속에는 어느 쪽이 사회에 도움이 되고, 어느 쪽이 해가 되는 존재인지 따위는 뒷전으로 밀려 버립니다.

바로 그런 대목에서, 과연 우리가 응원해야 할 사람이 누구인가를 짚어 내는 것이 이 영화의 순기능이라면 순기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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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 발맞춰 주인공 조필성이 등장합니다. 도저히 상대가 안 된다는 걸 안 다음에도 조필성은 마지막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 개발에 땀난 듯, 뜨거운 철판 위에 놓인 거북이라도 된 듯 있는 힘을 다해 달립니다. 이 조필성은 정리해고 당한 도시의 40대 가장일 수도, 한 학기 500만원이나 되는 등록금 때문에 자식에게 대학 진학을 다시 생각해보라고 말하는 아버지일 수도 있습니다.

촌스럽고, 술이나 퍼 마시고, 배는 불룩 나온데다 머리는 숭숭 빠지고, 입만 열면 저질스러운 소리나 해 대는 그런 '동네 아저씨'들이 사실은 구멍 뚫린 아내의 팬티에 속상해서 어쩔 줄 모르고 딸이 다니는 학교 1일 교사를 뽀대나게 치르는게 일생일대의 중대사인 아버지들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어떻게든 세상이 돌아가게 하는 이 사회의 주축 구성원들이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이 영화를 더욱 가치있게 합니다.

이런 영화가 깔끔하고 똑똑 떨어지는 영화 문법을 구사해서는 정나미가 떨어질 지도 모릅니다. 촌스러울땐 제대로 촌스러워야죠. 사실 담고 있는 내용 못잖게 '거북이 달린다'의 만듦새는 그리 유려하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장면에서 조명은 지나치게 어둡고, 음향은 울리기까지 합니다. 90년대 초반 영화를 보는 듯한 감각입니다. 그런데 이런 식의 매무새가 희한하게도 시골 소읍이라는 공간과 잘 어울린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김윤석이 무슨 인도 액션 영화 주인공처럼 나온 이 포스터는 뭐란 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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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이 영화엔 '후줄근한 아저씨 연기'라면 국가대표급인 김윤석이 있죠. '거북이 달린다'를 통해 김윤석은 송강호를 대체할 수 있는 영역을 또 한번 넓혔습니다. 물론 차이는 있습니다. '추격자'에 송강호가 출연했다면 아무래도 '추격자'는 소름끼치는 추격전 사이 사이에 훨씬 유머가 많이 개입된 영화가 됐을 겁니다. 마찬가지로 '거북이 달린다'의 필성 역을 송강호가 맡았다면, 필성이 느끼는 무력감이나 좌절감은 많이 희석됐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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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태 역이 잘 어울리는 정경호를 보고 있자니 '자명고'가 더 안타까워지는군요. 그러니까 정경호가 전념해야 했던 건 '거북이 달린다' 쪽이었던 겁니다. '자명고'에서 조명과 의상에 기대기보다는 송기태 같은 캐릭터로 내실을 다져야 했던 단계였다는 게 훨씬 더 선명하게 부각됩니다.

그리고 이 영화로 부각되는 두 명의 조연이 있다면 아무래도 이 분이 1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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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쪽 사진에 나오는 배우의 이름이 신정근이라는 걸 알고 계신 분이 과연 얼마나 있었을까요. 사채업자나 나이트클럽 사장 역, 조폭 두목 역이 적역이었던 이 분이 출연한 작품 가운데 가장 싸움을 못하는 역으로 나오는 게 바로 이 '거북이 달린다'일 겁니다.

이 영화 최고의 명대사가 이 분의 입에서 나옵니다. "그러니까 누가 5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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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번은 사진 왼쪽의 김희원. 필성의 후배인 특공무술 사범 역을 맡아 그리 길지 않지만 간결하면서도 임팩트 있는 연기로 이 영화에 힘을 불어 넣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영화에서 자주 보게 될 분인 듯 합니다.

아무튼 이 영화는 전국에 있는 어깨 처진 아저씨들을 위한 응원가입니다. 절대로 '젊고 잘생긴 놈들'과의 경쟁에서 포기하지 말고,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해 물고 늘어지라는 격려의 박수처럼 보입니다. 그리고 어쩌면 이 영화의 그런 분위기가 가끔 바퀴벌레도 지나가는 비닐 장판처럼 관객들을 쩍쩍 달라붙게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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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네. 저도 열심히 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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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2. 선우선은 더도 덜도 아니고 딱 화면에 나오는 것 만큼의 연기를 보여줍니다. 그렇지만 '내조의 여왕'을 보지 않고 이 영화를 본 사람이라도 '어, 저 배우 누구지?'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 정도는 충분히 해 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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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미씨가 또 책을 냈습니다. 꽤 여러 권 내셨는데 하고 찾아보니 벌써 여덟권째랍니다. 여덟번째 책의 제목은 '얘들아, 힘들면 연락해!'더군요. 그런데 내용 중에서 수많은 연예계 동료들에 대한 이야기가 눈길을 끕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관심이 가는 사람은 아무래도 김혜자씨입니다.

김혜자 선생과 김수미 선생은 대한민국의 수많은 연예계 종사자들에게 모두 '선생님'이라는 호칭으로 불리는 분들입니다. 그리고 대한민국에서 TV 좀 봤다는 사람이라면, 이들 두 사람이 언니 동생 하는 절친한 사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김혜자 41년생, 김수미 51년생. 10년 차이지만 두 분이 얘기할 때 보면 참 격의 없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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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전원일기' 시절 방송국에 나가 분장실에 들러보면(당시에는 여자 분장실에도 기자들이 드나들곤 했습니다.^) 작가 김정수 선생과 두 분이 뭔가 재미있는 얘기를 쉴새없이 하고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두 분 모두 제가 개인적으로 잘 안다고 하기는 힘들겠지만, 아무튼 두 분에 대한 얘기라면 들을 만큼 들었고, 볼만큼 봤다고 생각했습니다. 두 분의 사이에 대한 글은 오래 전에도 한번 쓴 일이 있는데, 필요한 부분만 한번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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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토크쇼에 김혜자와 김수미가 나란히 출연했다. 이런저런 얘기 끝에 김수미가 김혜자에게 물었다.
-수미: 언니,
김치 담글 줄 알아?
-혜자: (천진난만하게 눈을 깜빡이며) 몰라.
-수미: 김치 담가 보긴 했어?
-혜자: (벌써 웃음이 나와 허리가 꺾어진 상태) 아니, 안 해봤어.
-수미: 그런 사람이 무슨 한국의 어머니야? 난 그런 얘기 들을 때마다 웃겨 죽겠어.
김혜자는 김수미보다 나이로 10년, 연기로 9년 선배다. 그런데도 참 스스럼없다 싶었다.


대한민국에서 '국민 어머니'에게 이런 식으로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달리 누가 있지는 않을 겁니다. 그만큼 두 분의 사이가 돈독하고, 또 서로를 잘 아니까 이런 얘기를 할 수 있는 거죠.

그런데 이번 책, '얘들아, 힘들면 연락해!'에서는 또 한번 두 분의 새로운 모습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것도 굳이 요약을 하느니, 그 부분을 직접 옮겨 보겠습니다.

김수미 선생은 한때 연기자로서의 수명이 위태로울 정도로 심각한 위기를 겪었습니다. 빙의현상으로 자살충동을 느꼈고, 연기 생활을 그만두겠다며 삭발을 하고 다니기도 했었죠. 이런 구구절절한 사연도 책에 나옵니다만, 아무튼 여기서 그런 얘기는 생략하겠습니다. 이 이야기는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다시 건강을 회복한 직후의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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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신만고 끝에 병세가 나아져서 다시 재기할 무렵, 나를 둘러싼 모든 상황이 달라져 있었다. 모든 가족이 손을 놓고 틈만 나면 죽을 생각뿐인 나에게만 매달렸던 터라 금전적인 문제도 심각했다. 전엔 지점장이 맨발로 뛰어나오던 은행은 이제 지랄을 하고, 작가 김정수 선생님과 고두심, 나문희 언니에게 몇 백만원씩 꾸어 급한 일들을 해결하고 있었다.

사업을 수십년 한 남편은 어디서 일억도 구해오지 못했고 몇백억 자산가인 시누이도 모른체 했다. 그런데 어느 날 언니가 "너 왜 나한테는 얘기 안 하니? 추접스럽게 몇백만 원씩 꾸지 말고, 필요한 액수가 얼마나 되니?" 하셨다. 언니는 화장품 케이스에서 통장을 꺼내시며 "이게 내 전 재산이야. 나는 돈 쓸일 없어. 다음 달에 아프리카에 가려고 했는데, 아프리카가 여기 있네. 다 찾아서 해결해. 그리고 갚지 마. 혹시 돈이 넘쳐 나면 그때 주든가" 하셨다. 나는 염치없이 통장 잔고를 하나도 남기지 않고 탈탈 털어 모든 은행 문제를 해결했다. 언니와 나의 입장이 바뀌었다면 나는 그렇게 못한다.

얼마 전 언니가 아프리카에 가신다고 하기에 나는 언니가 혹시 납치되면 내가 가서 포로 교환하자고 하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당시 외국에선 한국인 선교사들의 납치 사건이 있었다). 만약 그런 사태가 일어나면 나는 무조건 간다. 꼭 가고야 만다.
(이하 생략)

네. 과연 누가 이렇게 할 수 있겠습니까. 물론 이 책에는 이 얘기 말고도 생판 모르는 모녀가 빨래 하기 힘들어 한다는 얘기를 듣고 세탁기를 사주는 얘기, 불우 아동을 돕는다고 덩치만한 옷 보따리 두 개를 들고 남대문 시장을 헤매던 얘기 등등 김혜자 선생의 남다른 마음 씀씀이에 대한 얘기가 줄곧 나옵니다. 하지만 참 이 '아프리카가 여기 있네' 얘기는 심히 감동적입니다.

나이를 먹어 갈수록 사람을 사귀고, 자기 아닌 남에게 뭔가를 기대하고, 아무런 잇속을 따지지 않고 남에게 뭔가를 해 주고 하는 일이 점점 힘들어집니다. 아니, 부질없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어느 정도 이상의 나이가 되어서도 네 맘 내 맘을 혼동하고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당장 '철없는 사람'이라는 딱지가 붙곤 하죠. 심지어 많은 아버지들이 아들들에게 "우리 집 가훈은 '보증 서지 마라'다. 내가 혹시 서 달라고 해도 빚 보증은 서지 마라"라고 농담 섞인 교훈을 남긴다는 것도 이런 세태를 보여주는 것일 겁니다.

그런데도 참 내 통장을 바로 꺼내 맡길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건 다시 한번 경악할 일입니다. 그리고 그 분이 제가 아는 바로 그 김혜자 선생이라는 게 새삼 놀랍습니다. 갑자기 올 연초 백상예술대상 시상식 때, 약간 섭섭하게 해 드렸던 일이 갑자기 죄책감으로 다가오더군요. (선생님, 다음번엔 절대 그런 일이 없게 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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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 책에는 김혜자 선생 말고도 수없이 많은 동료들에 대한 일화가 소개돼 있습니다. 김수현 작가에 대한 서운함을 얘기하려다 과음해서 유인촌 장관의 차에 실례를 한 이야기, 의외로 대식가라는 황신혜 이야기, 부인 상을 당한 조용필에게 게장을 싸 가 밥을 먹인 이야기, 은근히 사위감으로 눈여겨 봤던 유재석 이야기 등등 다른 사람 같으면 이렇게 속시원히 털어놓지 못할 법한 얘기들이 잔뜩 담겨 있습니다.

p.s. 아무래도 책이 잘 팔리면 '개콘'의 한민관에게 좀 떼 주셔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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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TV '2009 외인구단'이 마지막 주말을 앞두고 있습니다. 40대 정도의 시청자 중에는 원작 만화는 거의 첫 페이지부터 끝 페이지까지 외우다시피 하는 분들이 한둘이 아닐 겁니다만, 드라마 시청률은 지리멸렬을 면치 못했습니다. 뭐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겁니다. 경제 위기가 사람들로 하여금 좀 더 가벼운 이야기 쪽에 눈과 귀를 기울이게 하기도 하고, 지나치게 무거운 분위기가 21세기의 풍조와 맞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물론 무엇보다 원작을 뜯어 다시 드라마를 만든 솜씨가 어쩐지 허술했다는 점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이런 상황을 볼 때 가장 안됐다 싶은 사람은 주인공 까치 역을 맡은 윤태영입니다. 윤태영이 까치라는 말을 들었을 때부터 뭔가 고개를 갸웃하지 않은 분도 아마 별로 없었을 겁니다. 그동안 윤태영이라는 배우에 대해 사람들이 생각했던 것과 까치 오혜성이라는 주인공에서 겹쳐지는 부분은 별로 없는게 정상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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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첫번째 이유는 윤태영이든 누구든, 까치 오혜성 역할을 한다고 나섰을 때 어떤 한 사람과의 비교를 피할 수 없기 때문일 겁니다. 바로 1986년의 최재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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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야인시대'의 마루오카나 지금 방송중인 '천추태후'의 강조를 통해 최재성을 알 젊은 시청자들에겐 황당무계한 얘기겠지만 당시의 최재성은 지금의 조인성이나 송승헌이 부럽지 않은 초절정 꽃미남 스타였습니다. 거기다 만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반항아 특유의 눈빛은 여성 관객들을 흔들어 놓기에 충분했죠.

그 시절을 못 본 분들을 위해 퍼왔습니다. 왕년의 '외인구단' 주제가로 한창 유행했던 정수라의 '난 너에게' 뮤직비디오입니다. '난 네가 기뻐하는 일이라면 - '.



그렇기 때문에 윤태영에게 가해지는 평가에는 좀 부당한 요소들이 많이 개입해 있다는 게 사실입니다. 워낙 원작과 영화판의 최재성이 동일시되는 까닭에, 다른 사람을 그 이미지에 덧씌우기가 쉽지 않은 거죠.

사실 윤태영의 노력은 이미 촬영 전, 1년 전부터 시작된 야구 트레이닝에서부터 잘 알려졌습니다. 이 작품이 준비에 들어간다고 했을 때부터 윤태영은 몸 만들기를 했고, 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였습니다. 하긴, '아르바이트로 연기하는거죠?'라는 말을 가장 싫어하던 그입니다.

그래서 수많은 전-현직 야구인들의 도움으로 집중적인 트레이닝을 받았고, 그 결과 직구 최고 시속이 120km를 넘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일반인이 130km의 공을 던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점을 생각하면 대단한 노력이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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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방송되는 '외인구단'을 보고 있으면 그 고생이 절로 느껴집니다. 방송이 시작된 뒤로 장염에다 크고 작은 부상까지 겹쳐서 발병해서 이중고를 겪고 있기 때문이죠. 가뜩이나 까치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 살을 뺀 뒤라 더욱 수척하게 보입니다. 나이들어보인다는 지적까지 받고 있으면 참...

물론 윤태영에게도 장점이 있습니다. 영화판의 최재성에 비해 훨씬 진짜 선수같다는 것이죠. 실제 윤태영의 체격은 야구선수로 직접 나선다 해도 그리 이상할 게 없을 정도로 탄탄합니다.

연기력 부분도 그렇습니다. 지금은 아니지만 1980년대 중반의 최재성은 '얼굴로 사는 배우'였죠. '외인구단'에서는 워낙 적절한 이미지 때문에 그냥 넘어갔지만 연기력은 사실 크게 기대할 게 없었습니다. 여기에 비하면 윤태영의 연기가 훨씬 돋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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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뭐니뭐니해도 2009 외인구단이 영화판에 비해 갖는 강점이라는 것은 CG의 힘입니다. 조지 루카스의 '스타워즈' 에피소드 4, 5, 6이 어찌해도 극복할 수 없는 것이 1, 2, 3과의 CG 차이죠.
영화판을 만들던 시절의 제작진은 투수가 던진 공의 움직임을 표현하기 위해 깊은 고민에 빠졌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투명한 아크릴 판 위에 야구공을 올려 놓은 다음 회전하는 모습을 찍어 보자는 식이었죠. 당연히 써먹을 수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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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영화판 외인구단은 철저하게 사람의 힘으로(?) 만들어진 작품입니다. 특수효과(?)라면 검도 사범 출신의 나한일을 외팔이 최관 역으로 기용한 것이죠. 검도인답게 나한일은 한팔로 배트를 잡고(자세히 보면 짧습니다) 공을 쳐내는 연기를 훌륭하게 수행합니다. 2009년 드라마에서는 이 역할을 야구선수 출신 이정준이 맡았다더군요.

영화판을 통해선 나한일 외에도 하국상 역의 권용운, 조상구 역의 조상구(아예 이 배역때문에 이름을 바꿨습니다) 등이 데뷔했죠. 이 조상구씨는 외화 번역가로 이름을 떨치기 전에 다른 한 편의 이현세 원작 영화에서 오혜성 역을 맡기도 했습니다. '지옥의 링'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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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판과 드라마 '외인구단'의 공통점이라면 최대한 유명 연기자의 캐스팅을 피하고, 무명 선수들을 대거 기용해 인생 역전을 노린다는 점입니다. 말하자면 '실제 생활에서도 외인구단'이라는 것이죠.

드라마 '외인구단'의 실패와 극장판 '외인구단'의 성공 사이에는 또 하나의 결정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바로 원작에 대한 태도입니다. 영화판은 물론 20여년 전의 작품이라는 점도 그렇지만, 원작의 에피소드들을 최대한 살리고, 새로운 에피소드의 추가를 기피했습니다. 가능하면 원작의 느낌을 그대로 살리려고 노력한 점이 눈에 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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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드라마는 가능한 한 많이 뜯어고치겠다고 작정한 듯한 모습이 눈살을 찌푸리게 합니다. 까치와 마동탁이라는 주축 캐릭터는 물론이고 이해할 수 없이 커진 현지의 비중, 지지부진한 진행 등은 원작에 대한 경외심의 부족과 함께 대체 원작이 왜 성공했는지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결과일 뿐입니다.

드라마 '외인구단'은 오우삼의 '적벽대전' 상-하편과 함께 전설적인 원작을 무시하고 사소한 잔재주에 의존한 결과가 어떤 재난으로 이어지는지를 보여주는 본보기로 남을 듯 합니다. 윤태영을 비롯한 연기자들의 땀방울은 대체 어디서 보상받아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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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이 좀 분주했던 탓에 제가 흥분해서 아드레날린 과다 분비 상태였던 듯 합니다. 정신도 살짝 없고 오바도 좀 하고... 뭣보다 발 사진 찍느걸 까먹고 있다가 부랴부랴 한밤중에 찍게 됐습니다.

인원에 살짝 부침이 있었고 평소답지 않게 중간에 일찍 가는 분들도 눈에 띄었는데, 아침에 눈 뜨고 정리해보니 저까지 16명이 왔다 간 거였군요. 저까지 10명이 지난번 모임에 있었던 분들이고, 다섯 분은 오랜만에 다시 뵈었습니다. 처음 오실 분이 두 분이었는데 가수 아무개씨의 19년 팬이라는 한 분은 어디론가 실종되시고... 다른 한 분이 오셨습니다.

(이 분은 마지막에 "다음에 또 나와도 되죠?"를 저에게 세번이나 물어보셨습니다. 꽤 만족하신 듯 한데, 나머지 한 분은 오셨다면 어땠을지 궁금합니다.)

*일*** 님과 *이* 님이 닉네임대로 1번과 2번으로 오신 듯 합니다. 그리고 K*****a님과 '유일하게 한자 닉네임을 쓰시는 분'이 오셨고, 처음으로 '실명 닉네임'을 쓰시는 분이 오셨습니다.

뭐 이런 식으로 쓰는 건 그냥 다음에 봤을 때 기억하기 위해서입니다. 여전히 고객의 프라이버시를 먼저 생각하는 스핑크스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그밖에 오신 분들을 좀 거론해 보자면,

멀리서 오셔서 일찍 가신 분,
멀리서 오셔서 일찍 가신 분 2(강남에서 모이게 한 분),
회사 여직원이 세상에서 제일 예쁘다고 우기는 분,
집에 식용유가 많다는 기러기 한 분,

1년 반만에 오신 분,
변함 없이 모자를 쓰고 오신 분,
모자 쓰고 오신 분이 불러서 예정에 없이 오신 분(?),
퀴즈 상품을 그 자리에서 아낌없이 기증하신 분(뭐 그러라는 상품이었지만...),
대량의 음료수를 반입해서 뿌리신 협찬자님,

퀴즈용 상품과 대형 청주를 반입하신 협찬 내외님,
상 밑으로 여유있게 통과하는 장화신은 고양이 한 분,
직장 관두고 새로 가게 알아보고 있는 분,
영화배우 고창석씨,
회사가 압구정동이라 장소 섭외하신 분,

이렇게 하면 저 빼고 15명입니다. (빠진 분은 없으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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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한참을 웃고 떠들고 했는데 시간 참 잘 가더군요. 늘 하던대로 아무 주제 없이 아무 얘기나 하는데도 이제 얼굴이 익은 분들이 많아져서 그런지 알아서 잘 노시는 모습이 흐뭇했습니다.

퀴즈 준비가 좀 약하긴 했는데, 출제에 의혹을 가진 분들이 평소보다 좀 많았다는 점이 눈에 띄더군요. 뭐 대략 지금까지 봐 오신 분들은 그 과정을 뻔히 아시지 않습니까? 새삼스럽게... 아무튼 2차에서는 댄스 계열과 말뚝 계열의 벽이 점점 엷어지고 있는 분위기가 참 고무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한국 참 좁더군요. 모임 장소에서 탤런트 김혜선씨를 만나 수십년만에 회포를 푸신 분도 있고, 또 한 분은 모임 자리에서 옛날 한 직장 동료와 예전 같은 건물 근무자를 만나셨습니다. 뭐 지금도 알고 보면 같은 회사에 다니는 두 분이 있군요.

매일 모여도 참 잘 노실듯한 분들인데 어쩌겠습니까. 먹고 사는게 만만찮으니... 다음번에는 좀 더 활기차게 뛰어노실(?) 수 있도록 준비하겠습니다.

그밖에 감사 인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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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 맛있어서 다이어트해야 한다는 사실도 잊어버렸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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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지나가다가 이런 음료가 보이면 꼭 한번씩 사 드셔 보시기 바랍니다. 분홍색 강추.


그럼 다음번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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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냥 아무 이유 없는 안구 정화용 사진. 눈앞이 환해지고 머리가 맑아지는 것 같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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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포츠가 두번째로 한국을 찾았습니다. 지난해 공연을 한 데 이어 이번엔 SBS TV '스타킹' 출연을 포함해 다양한 행사에 참가한다고 합니다.

이제 와서 새삼 폴 포츠가 누구냐고 물을 분은 없을 겁니다. 이미 세계적인 유명 인사가 됐고, 엊그제 그의 판박이같은 수잔 보일이 새로운 스타덤을 시작하려는 시점입니다. 폴 포츠는 최근 두번째 앨범을 냈고, 여전히 세계의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폴 포츠 때문에 속상해 하는 사람은 혹시 없을까요? 과거의 폴 포츠가 성공한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쓸쓸히 속앓이를 했듯, 이번에는 폴 포츠의 성공 뒤에서 좌절하는 다른 사람도 있을 법 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구나 그 사람들이 폴 포츠보다 훨씬 노래를 잘 하는 사람들이라면 어떨까요.

그런 생각이 들어서 썼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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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포츠와 '세상의 이치'에 대한 이야기

KBS 2TV '개그 콘서트'의 '분장실의 강선생님' 팀의 인기가 식을 줄을 모른다. 강유미-안영미 듀오는 '영광인줄 알아 이것들아'와 '고생이 많다'에 이어 이제 '어쩔 수 없어. 세상 이치가 그래'까지 유행어 반열에 올리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 코너의 가장 큰 성공 요인은 가슴에 와 닿는 강렬한 공감이다. 누구나 학교에서, 조직에서, 직장에서 뭔가 혼자 맞설 수 없는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인생 선배들로부터 "야, 세상이 원래 그런 걸 어쩌겠니"하는 위로를 들으며 소주 한 잔으로 가슴 속 응어리를 푼 기억이 있을 법 하다.

이런 '세상 이치'는 다양한 분야에서 불쑥 불쑥 고개를 든다. 얼마 전 "요즘 성악 전공자들에게 가장 '세상 이치'를 한탄하게 하는 사람이 누군지 아느냐"는 우스개를 들었다. 답은 '폴 포츠'였다.

2년 전 영국 ITV의 장기자랑 쇼 '브리튼스 갓 탤런트'를 통해 등장한 폴 포츠는 우스꽝스런 외모와 자신없는 표정으로 우려를 낳았지만, 깜짝 놀랄 만한 미성으로 오페라 아리아를 뿜어내 일약 세계적인 스타가 됐다. 특히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를 통해 한 지역의 스타가 곧장 세계인의 스타가 됐다는 점에서 전 세계를 실시간으로 하나로 만드는 정보 통신 기술의 총아이기도 했다.

폴 포츠는 곧바로 데뷔 앨범을 냈고, 15개국에서 총 400만장이 넘는 판매고를 기록했다. 국내에서도 지금까지 6만 여장이 판매됐다. 하지만 앨범을 들을 때부터 몇몇 사람들은 뭔가 환상이 깨지는 느낌을 받았다. 눈물을 흘리는 심사위원들과 방청객들의 환호가 없는 그의 노래는 어딘가 비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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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2집이 발매됐다. '1집 보다 완성도가 높다'는 리뷰도 나왔지만, 노래 실력은 여전히 '꽤 잘 부르는 아마추어' 수준 이상으로 보기 힘들다. 푸치니의 오페라 '토스카'에 나오는 유명한 아리아 '별은 빛나건만'이 마지막 트랙에 들어 있다. 그의 애창곡이었다지만 듣고 있으면 과연 이 곡을 꼭 불러야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문득 이 아리아를 불러 음반을 내는 게 꿈인 수많은 '진짜 테너'들이 폴 포츠의 노래를 들으면 어떤 기분이 들까 하는 궁금증이 떠올랐다. '폴 포츠보다 잘 생긴게 죄고, 인생에 사연 없는게 죄'라는 씁쓸한 농담을 던지며 소줏잔을 기울이지나 않을까.

한때 최고의 R&B 보컬로 군림했던 브라이언 맥나이트는 "팝계에선 가장 노래 잘 하는 사람이 반드시 최고가 되는 건 아니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때론 인간 승리라는 감동이 '감동적인 노래 실력'으로 둔갑할 수도 있다. 대중에게 '왜 진짜 노래 잘 하는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느냐'고 타박해 봤자다. 하긴 그걸 누가 어쩔 수 있을까. 세상 이치가 원래 그런 건데. (끝)

[로베르토 알라냐가 부르는 '별은 빛나건만(E lucevan le stele)'입니다. 폴 포츠가 부르는 이 노래는... 각자 찾아 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유튜브에는 없습니다. 폴 포츠가 부르는 '공주는 잠 못 이루고(Nessun Dorma)'와 진짜 테너들이 부른 그 노래의 비교는 여기저기서 수도 없이 했기 때문에 생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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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세계에서 가장 노래 잘 하는 가수'로 불렸던 브라이언 맥나이트의 저 말은 내한공연 인터뷰 도중에 나온 겁니다. 전문은 이런 거였죠. "농구에서는 골을 제일 잘 넣는 마이클 조던이 최고 스타지만, 팝계에서는 노래를 제일 잘 한다고 최고 스타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그게 바로 자기라는 뜻을 풍겼죠.

아무튼 '진짜 테너'나 '진짜 테너'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보기에 폴 포츠의 인기는 뭔가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게다가 그의 목소리를 들은 사람들이 '천상의 목소리'라느니 하는 얘기를 들으면 어이가 없기도 하죠. 그런 생각이 윗글에 담겨 있습니다.

오해를 좀 막아 보자는 뜻으로 한줄 덧붙이지면, 여기서 '노래를 잘 한다'라는 것은 반드시 성악적으로 완벽한 소리를 가리키는 것은 아닙니다. 다양한 장르의 다양한 창법을 망라해서, 정말 노래 솜씨만으로 감동을 자아내는 그런 솜씨를 말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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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들어온 폴 포츠. 돈 버신 만큼 치열교정까지 해결됐다고 합니다.^^ 부쩍 표정도 밝아지고... 이 분이 이렇게 성공한 모습만 봐도 사실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부디 안 좋은 소문 없이 계속 이렇게 행복한 모습을 보여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거기에 대해 어떤 분의 의견을 듣게 됐습니다. "노래를 잘 하고 못 하고가 그렇게 중요한가? 수많은 사람들이 폴 포츠의 노래를 듣고 감동을 느끼고 눈물을 흘렸다. 또 많은 사람들이 위안을 얻었다. 그러면 그 사람의 존재 이유는 충분히 증명되는 것 아니냐"는 것이었습니다.

일단 반박할 수 없는 부분은 폴 포츠라는 사람의 가치입니다. 그가 많은 사람들에게 위안과 감동을 주었다는 것 자체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죠. 그런 의미에서 그의 존재 가치는 너무도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의 노래에서 그의 사연과 배경을 털어 버려도 과연 그런 감동이 가능할 것이냐는 의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정말 많은 사람들이, '털어버려도 감동적일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것 또한 분명한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어떤 분들은 '폴 포츠 때문에 다른 진짜 실력있는 노래꾼들이 가려진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생각하시곤 합니다. 그런데 사실입니다. 진짜 '노래'란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아시는 분들은 상관이 없겠지만, 많은 분들이 그 수준의 '노래'가 '노래'의 표준이라고 생각하곤 합니다. 그 너머에 정말 대단한 세상이 있다는 것을 내다 보려고 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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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래도 "우리는 노래 실력을 원하는 게 아니라 인간승리와 감동을 원한다"고 생각하실 분들도 꽤 있습니다. 그런 분들에게는 달리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단지 가끔은, '진짜 가수'나 '진짜 노래 실력'에도 관심을 좀 기울여 주시는 게 어떨까 하는 말 밖에는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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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TV '선덕여왕'이 8회를 맞아 시청률 30% 선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에 대한 포스팅이 요즘 너무 많은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이런게 세상의 이치니까.

그런데 초반 웅대한 구상을 그리며 활기차게 출발한 '선덕여왕'이 7,8회 들어 뭔가 매끄럽지 않다는 느낌이 듭니다. 덕만(남지현-이요원)이 만노군 여래사로 문노를 찾으러 가면서 서라벌에 있던 드라마의 주역들과 드디어 얼굴을 마주하게 되는 내용이었는데, 이 부분이 그리 잘 처리됐다는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특히 그동안 분전하던 미실의 상대로 천명이 부각된 반면, 그토록 총명하던 덕만은 신라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너무 고생을 많이 했는지 총기와 눈치가 사라지고 판단력도 흐려져서 돌연 민폐형 주인공으로 가는 급행열차를 탄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긴급진단입니다.

[두루두루] 선덕여왕, 벌써 이러면 곤란한데

MBC TV '선덕여왕'이 또 하나의 대박 사극으로 성장할 기세다. 시청자들에게 생소한 신라시대의 인물과 제도를 소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방송 8회만에 시청률은 30%에 육박하고 있다.

일단 초반의 물량 투입이 인상적이다. 대규모 인력을 동원한 화랑들의 연무장 신이나 전투 신, 사막에서 벌어지는 어린 덕만(뒷날의 선덕여왕)의 활약 등도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물론 뭐니뭐니해도 초반의 강세는 신라 조정을 장악한 여걸 미실 역을 맡은 고현정을 비롯한 연기자들의 호연 덕분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어린 천명-덕만 자매 역을 맡은 신세경과 남지현, 미생으로 등장하는 정웅인의 코믹 연기도 빛을 발한다.

하지만 벌써부터 시청자들의 크고 작은 지적이 이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연출상의 연결 미숙이나 이른바 '옥에 티'라고 불리는 사소한 실책은 있을 수 있다. 배경이 신라시대인데 죽방(이문식)이 옥수수를 들고 있는 등의 사고도 웃어 넘길 만 하다(옥수수의 국내 전래 시기는 16세기 이후라는게 정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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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드라마의 맥이 탁탁 끊기게 하는 등장인물들의 단세포화는 심각한 문제다. 천명공주는 왜 자신의 목숨을 구해 준 덕만을 서라벌로 데려오고서도 자신이 공주라는 걸 감춰야 하는지, 100명의 증인보다 더 확실한 증거인 보종의 화살 맞은 상처는 왜 아무도 지적하지 않는지, 왜 아무도 덕만에게 미실이 위험한 인물이라는 것을 가르쳐주지 않는지 시청자는 궁금할 뿐이다. 등장인물들에게 "카메라가 비추지 않을 때에는 서로 대화도 안 하는 거냐"고 묻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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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작가진은 천명과 덕만이 쌍둥이라는 설정을 잊은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쌍둥이 중 언니인 천명은 벌써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되어 있는데, 동생인 덕만은 남장을 하고 낭도들과 한 방을 써도 어른이 될 때까지 아무도 그 정체를 모른다. 공부하는 서생도 아니고, 김유신의 용화향도는 매일 진창에서 뒹굴던데 훈련을 마치고 개울에서 시원하게 멱도 감지 않는단 말인가.

아직 8부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허점들이 드러나는 것은 이야기를 풀어 가는 방식에 있어 제작진이 너무 쉽게 타협한 결과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런 수준이라면 당초 우려됐던 문제들, 즉 미실이 왜 악의 축으로 설정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역사관이나 논리의 부재, 지나치게 도식적인 등장인물들의 선/악 구분 같은 큰 문제들은 아예 거론할 수도 없게 된다.

배우들의 연기력으로 문제를 덮거나 물량으로 시청자의 눈을 가리기엔 '선덕여왕' 연출자들과 작가들이 지금껏 쌓아온 명성이 아깝다. 현재 예정만 50부. 아직 초반이다. 지금이라도 제작진이 좀 더 높은 목표를 지향해 주길 기대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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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천명공주역을 맡은 신세경이 세운 기록이 뭘까 하는 질문을 살짝 남겼는데 어느 분이 정답을 맞추셨습니다. 아마도 신세경은 '아역 최초로 애 엄마가 된' 기록을 남기게 될 것 같습니다. 현대극이라도 아마 '제니 주노' 정도가 아니고서는 아역이 임신을 하고 아이를 낳는다는 건 참 상상하기 힘든 일이죠. 아마 이 드라마에서 신세경이 임신이나 출산 장면을 연기하지 않은 데에도 아마 이런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 많은 분들이 지적하셨습니다. 그러고 보니 얼마 전 '천추태후'의 김소은이 아기 낳는 연기를 했군요. 얼마 안 됐는데도 기억이 가물가물^^

물론 신세경은 보기에도 그리 아역의 모습은 아닙니다. 1990년 생이니 만 19세. '어린 신부'때보다는 좀 나이를 먹었지만 아직도 파릇파릇하죠. 그래도 신세경이 어른의 이미지가 강한 반면 그보다 다섯살 어린 덕만 역의 남지현은 여전히 소녀 태가 역력합니다.

생김새가 전혀 닮지 않은 것으로 보아 일란성 쌍둥이는 절대 아닐테니, 쌍둥이 자매간이라도 발육 차이가 날 수는 있을 겁니다. 더구나 덕만은 공주로 길러진 천명과는 달리 친엄마도 아닌 엄마와 도망다니느라 모유도 못 먹고, 고생만 했을테니 키도 작고 발육도 좀 부실할 겁니다. 어른이 되는 것도 훨씬 늦을 것이고, 성징도 늦게 나타날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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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화랑이 되어 내무생활(용화향도 숙사는 어째 20세기 한국 육군 내무반을 참고해서 지은 느낌이 역력합니다^^)을 하면서도 남지현이 자라 이요원이 되도록 남녀 차이가 들통나지 않는다는 건 지나친 욕심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잠을 자기 집에 가서 자는 것도 아니고('커피프린스 1호점'), 비밀을 알고 있는 형(오빠?)랑 방을 쓰는 것도 아니고('바람의 화원'), 게다가 가만히 앉아서 책만 읽는 것도 아니고('양축'), 그렇게 야외 생활에 격렬한 훈련을 하면서 이 용화향도의 낭도들은 단체로 멱도 안 감는답니까. (음... 그런데 갑자기 이 대목에서 '스타십 트루퍼스'에 나오는 미래 군대의 남녀 합동 샤워 신이 생각나는군요.^^)

혹시 '선덕여왕' 제작진도 만약 유신과 덕만의 용화향도 스토리를 풀어가면서 유신이 언제고 덕만에게 "니가 남자건 외계인이건 상관 안 해!" 라는 대사를 내뱉기를 기대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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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식간에... 그런데 이렇게 곱슬머리를 걷어 내고 보니 남지현과 이요원이 꽤 닮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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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런 부분보다도 안타까운 것은 이 드라마가 너무 목표를 낮게 잡고 있다는 겁니다. 미실이 이 드라마에서 악당인 이유는 뭘까요. 백성을 학대해서? 그렇다면 미실 일파가 정권을 잡아서 학정을 하는 바람에 민생이 도탄에 빠지고, 그걸 극복하기 위해 천명-덕만-서현(유신)이 진평왕을 도와 진정한 왕도정치를 펴자는 쪽으로 스토리가 진행되어야겠지만 그건 엄연한 역사 왜곡입니다. 미실이 정권을 잡고 있었다고 가정되는 시기는 엄연히 신라가 대외적으로 팽창하고 날로 국운이 융성하고 있던 시기입니다. 한마디로 미실은 실정을 하지 않았다는 얘기가 됩니다.

학정을 한 게 아니라면 미실이 굳이 진평왕보다 나쁜 점을 찾기 힘듭니다. 진평왕이 대외적으로 미실보다 자주적이었을 것도 아니고(그럴 리도 없고), 화랑들이 더 순종했던 것도 아니고, 도덕적인 우월성을 갖고 있었던 것도 아니고, 심지어 '그래도 진짜 왕이 다스리는게 정의'라는 식으로 설명하려면 그건 민주주의에 대한 부정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 대체 제작진은 어떤 이유로 미실이 악의 축이라고 규정하고 있는 걸까요. 그럴 듯하게 자기 편들을 회의실에 모아 놓고 조정이 아닌 거기서 정치를 한다고 해서 미실이 악녀라는 식의 그림은 생뚱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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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미실이 이 드라마에서 악역인 이유는 "드라마의 제목이 '선덕여왕'이기 때문"이라는 것 외에는 찾아 보기 힘듭니다. 그럼 왜 미실이 잡고 있는 정권이 덕만에게 넘어 가야 하는 걸까요? 여기에 대한 설명은 과연 무엇일까요('역사가 그렇게 돼 있잖아!'라는 설명?).

천명공주는 김유신의 말, "내가 진심이면 최소한 내가 변하고, 그러면 세상이 변할 수 있다"는 말에 감명을 받아 큰 변화를 겪습니다만, 그 변화란 과연 무엇일까요. 좋은 쪽으로의 변화일까요? 하지만 드라마 상으로 보아 그 변화란 천명이 권모술수와 정쟁의 세계에 눈을 뜻 것 뿐입니다. 미실조차도 "천명이 어릴 적 나를 보는 것 같다"고 감탄할 정도로 말이죠. 진심 운운 하는 얘기는 그냥 말장난이 돼 버립니다.

'선덕여왕'은 그냥 드라마가 아닙니다. 현재 대한민국 사극의 대표 선수들이 만들고 있는 드라마라는 점을 제작진 스스로도 잊어선 안 됩니다. 하지만 7-8회 같은 진행은 '대장금'과 '공동경비구역 JSA'를 만든 작가진의 명성에 점점 더 누가 될 뿐입니다. '선덕여왕'조차도 역사관도 없고, 내적인 논리도 없는 막연한 드라마가 되어 버린다면, 대한민국 사극의 희망은 이제 어디 가서 찾아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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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TV '선덕여왕'에 나오라는 문노는 3회 연속 낚시질만 한 끝에, 마침내 소년 김유신이 본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미 지난주 6회에서 얼굴은 잠깐 등장했지만 이번 주에는 천명공주(신세경)를 구해내는 역할을 맡았더군요. 어린 김유신 역으로는 최근 방송된 '돌아온 일지매'에 아역으로 출연했던 이현우군이 등장했습니다.

드라마에서는 서현과 유신 부자가 미실과 좀 적대적인 관계인 양 그려지고 있습니다만, 물론 기록과는 좀 다릅니다. 아무튼 소년 김유신이 천명공주를 포로로 잡아 놓은 상황에서 코믹한 장면이 연출되더군요. 당장 자신을 태수 김서현(김유신의 아버지) 앞으로 데려가라는 천명공주에게 소년 김유신은 "수련이 끝나면 안 그래도 데려갈 것"이라고 또박또박 말합니다. 그리고는 짚 인형을 목검으로 내려치는 수련을 시작하죠. 갯수를 셉니다. "하나" "둘"

이렇게 세기 시작한 숫자가 점점 늘어납니다. "천 하나" "천 둘", 천번이 넘어도 안 끝납니다. 그리고는 "구천구백구십육"... 굉장합니다. 1초에 한번씩 쳐도 만번이면 세시간을 꼬박 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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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개면 끝나겠지 싶었던 내려치기가 10,000개 가까워지면서 천명공주의 얼굴에는 피로와 짜증이 역력합니다. 그런데 만개를 채우나 싶었는데 여기서 소년 김유신은 다시 "하나, 둘, 셋"을 세기 시작합니다. 여기서 천명공주가 버럭 화를 내죠. 왜 만개를 채우려다 말고 다시 시작하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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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답이 이걸 줄 알았습니다.

"세다가 까먹어서."

혹시 저 말고도 이걸 연상하신 분이 있지 않나요? 이건 바로 백만돌이 에너자이저의 모습입니다. "백만 스물하나, 백만 스물둘." 세다가 갯수를 잊어버린 에너자이저, "에이, 처음부터 다시 하지 뭐" 하고 열심히 팔굽혀펴기에 들어갑니다.


물론 소년 김유신이 만개를 채우지 않고 다시 시작한 것은 마지막 순간 정신 집중이 풀어진 자신을 경계하는 의미였다고 설명하지만 아무튼 그 대목의 소년 김유신이 에너자이저를 연상시켜서 웃음이 나왔습니다.

딱 그 푸시업 광고는 구할 수가 없고... 비슷한 느낌이 나는 추억의 광고를 찾았습니다.



아무튼 지난번에는 터미네이터가 등장하더니 이번엔 에너자이저까지... 참 '선덕여왕' 작가들의 유머감각이 끝이 없군요.^

지난번의 터미네이터 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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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부 무력, 아버지 서현 등 김유신의 직계 조상들은 가야 출신으로서 신라와의 융합에 가장 앞장 선 사람들입니다. 김유신의 증조부는 금관가야의 마지막 왕인 구해왕(구충왕)이고, 이들은 신라에 항복해 신라 조정에서 자리를 잡습니다. 그리고 구해왕의 아들 무력은 장군으로 여러 차례 군사를 이끌고 공을 세웁니다. 그 결과 이들 가문은 신라를 대표하는 무장 가문이 되죠.

화랑세기에는 서현이 지금 드라마의 무대가 된 만노(충북 진천)으로 가게 된 계기가 자세히 나옵니다.

15세 풍월주 유신공은 서현 각간의 아들이다. 어머니는 만명부인인데 곧 만호태후의 사녀(남편 이외의 관계로 낳은 딸)이다. 아버지는 숙흘종인데 또한 입종 갈문왕의 아들이다. 처음 만명과 서현이 야합하여 임신했는데 태후는 서현이 대원신통류이기 때문에 허락하지 않았다. 이에 만노로 도망하여 무릇 스무달 만에 (유신공을) 낳았는데 꿈의 상서로움이 많았다. 진평왕은 사매(만명부인)가 괴로움을 받자 서현공을 만노(태수)에 봉하였다.

공은 자라자 태양과 같은 위용이 있었다. 태후가 보고 싶어하여 돌아올 것을 허락하여 보고는 기뻐하며 "참으로 나의 손자다" 하였다. 이로써 가야파가 마침내 받들었다. 호림공의 부제 보종공은 미실궁주의 막내 아들인데 아버지는 설원이었다. 유신공이 중망이 있다 하여 그 자리를 양보하였다. 이는 대개 (미실)궁주가 (만호)태후를 위로하기 위해 명한 것이다. 공의 나이가 15세였는데 커다란 도량을 가지고 있어 낭도들을 능히 다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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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호태후는 진평왕의 어머니이므로 만명부인은 진평왕의 여동생 뻘이 됩니다. 그래서 서현은 매제, 유신은 조카가 되는 셈이죠. 지금까지의 '선덕여왕'을 봐선 서현과 유신이 뭔가 미실의 반대세력이 될 듯한 기미를 보이지만 이는 화랑세기의 기록과는 상당히 다릅니다. 일단 만호태후와 미실이 적대관계가 아니었고, 유신의 할머지, 즉 서현의 어머니인 아양공주가 미실의 직계 상사라고 할 수 있는 사도태후의 딸입니다.

이 드라마에는 사도태후나 만호태후가 전혀 나오지 않는데, 사실은 이 사람들이 모두 미실이 감히 넘보지 못할 절대적인 지위에 있던 인물들이기 때문입니다. 당대의 권력을 손에 쥔 미실을 그리면서 미실이 고개를 숙이고 섬기는 '윗분'들이 나오면 곤란하겠죠.

게다가 서현 또한 미실 쪽의 추천으로 처음 출세를 합니다. 12세 풍월주 보리공 때의 기록.

(12세 풍월주 보리공은) 건복 8년(591년) 정월 (미실의 아들인) 하종으로부터 풍월주의 자리를 물려받아 서현랑을 부제로 삼았다. 서현랑은 아양공주의 아들인데 영특하고 통달한 기운이 있어 태상태후(사도-아양공주의 어머니)가 사랑하였다. 이에 하종공에게 명하여 전방화랑을 삼았고, 건복 2년에 (보리)공과 더불어 우방화랑이 되었다. 건복5년 하종공이 풍월주가 되자 (보리)공을 부제로 삼고 서현랑을 우방대화랑으로 삼아 공에게 속하도록 하였다. 이에 이르러 공이 서현랑을 부제로 삼고, 용춘랑을 우방대화랑으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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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렇게 보면 미실-하종과 서현-유신의 나이가 너무 큰 차이가 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드라마에서는 미실과 서현이 비슷한 또래로 보일 지경이지만 사실은 서현은 미실의 아들인 하종이 자신의 휘하에 두었던 화랑인 만큼, 아들보다도 어린 세대인 것입니다. 유신은 손자뻘이란 얘기가 되겠죠. 아무튼 드라마와는 이렇게 해서 다른 길로 빠집니다.

게다가 미실의 아들인 보종은 유신을 믿고 따르는 사이로 기술되어 있는데, 이 두 사람의 관계는 앞으로 어떻게 될지 궁금합니다. 유신은 자신의 다음 풍월주로 보종을 천거해 앉힙니다.

...(보종공은) 유신공을 엄한 아버지와 같이 두려워하였다. 유신공이 웃으며 "형이 어찌 아우를 두려워합니까"하고 묻자 "유신공은 바로 천상의 일월이고 나는 곧 인간의 작은 티끌입니다. 감히 두려워하고 공경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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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계속 등장하는 서라벌 10화랑은 그냥 작가의 창작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그 10화랑과 비슷한 것이 '화랑세기'에 나오기는 합니다. 바로 칠성우(七星友)라는 것입니다. 14세 풍월주 호림공에 대한 기록에 이 말이 나옵니다.

알천, 임종, 술종, 염장, 유신, 보종, 호림이 칠성우를 이루어 남산에서 만나 놀았다. 통일의 기초가 공 등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성대하고 지극하도다.

이들 일곱명 중 보종을 뺀 여섯명은 나중에 모두 재상이 되어 함께 국사를 논하던 사이라는 기록이 '삼국유사'에도 있습니다. 여섯 사람이 모여 회의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산에서 호랑이가 뛰어 나와 다른 사람들은 모두 깜짝 놀랐는데, 알천은 태연히 맨손으로 호랑이를 때려잡아 용맹을 뽐냈다. 그러나 그런 알천도 유신의 위엄 앞에서는 항상 양보했다... 이런 내용인 것으로 기억합니다. (죄송. 지금 책을 갖고 있지 않아서 결국 틀렸군요. 알천공으로 수정합니다.)

임종과 보종이 이미 10화랑의 일원으로 나오고 있으니 이 칠성우에 몇명을 더 추가해서 만든 것이 10화랑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아, 또 10화랑의 하나로 나오는 석품은 진평왕 말년 선덕여왕이 후계자가 되는 데 반대해 난을 일으킨 인물의 이름입니다. 그리고 그 파트너의 이름이 칠숙이라는 것은 이미 지난번 포스팅에 소개한 적이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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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아무튼 좀 막 가는 것 같기는 하지만 드라마 '선덕여왕'은 여전히 흥미롭습니다. 그런데 천명공주 역의 신세경은 한국 아역사에 남는 새로운 기록을 남기겠더군요. 무슨 기록일까요? (정답은 내일 공개)


 

지금까지 선덕여왕에 대해 썼던 글들입니다.

 


드라마의 전체 개관. 첫번째 글
 


미실과 사다함의 옛 사연, 그리고 미실은 왜 사랑을 잊었나..
 


쉬어가는 글 - 칠숙의 정체에 대한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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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TV '골드미스가 간다'의 시청률이 두 배로 뛰었더군요. 이 시간의 고정시청자 중 상당수에게 있어 '골드미스가 간다', 줄여서 '골미다'는 평균 시청률 8%의 상당 부분을 '1박2일'이 끝난 뒤쪽 시간에 의존하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하지만 6월14일 방송분은 무려 15.6%를 기록했습니다. 평소의 두 배로 뛴 셈이죠. 이건 이 프로그램이 낳은 커플, 노홍철-장윤정이 열애설 공개 후 처음으로 함께 있는 모습이 공개된 상황 때문입니다. 뭐든 처음이 중요한 법인데, 이때문에 '골미다' 제작진은 촬영장에 각종 연예 정보 매체의 취재 금지령을 내렸습니다. 둘이 같이 있는 모습이 먼저 각종 프로그램을 통해 방송되고 나면 14일 방송의 신선도가 떨어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죠.

그걸로도 마음이 안 놓인 제작진은 노홍철과 장윤정의 녹화장 도착 시간에 차이를 두어 두 사람이 녹화장 밖에서 함께 있는 모습이 촬영당하지 않도록 신경을 썼습니다. 예상대로 제작진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이날 녹화가 있었던 서울 청담동의 카페 앞에는 취재진이 장사진을 이뤘지만 두 사람은 각각 도착해 각각 코멘트를 했고, 함께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골미다' 제작진을 위한 배려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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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는 말할 것도 없고,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만나 사귀게 된 커플은 대단히 많습니다. 이미 알려졌고 사귀다 깨진 커플이 무수한데다 일반인들에게 알려지기 전에 사라진 커플도 엄청나게 많습니다. 하지만 이 커플은 유난히 독특한 점이 많이 있습니다. MC와 출연자, 출연자와 출연자 간에 사귀게 된 경우는 많지만 고정 출연자끼리 연인이 된 경우는 상당히 드물죠.

게다가 이런 경우라도 본격적으로 사귀는 것은 두 사람이 더 이상 함께 진행하지 않을 때부터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아무래도 같은 팀 안에 소속돼 있을 때는 스태프들의 눈치도 봐야 하고, 또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낸 사람들이 곁에 있으면 관계가 노출될 가능성이 크죠. 그래서 대부분은 서로간의 감정을 확인한 뒤라도 본격적으로 만나는 건 프로그램이 끝난 뒤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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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들은 프로그램 한 중간에 두 사람의 열애를 사실상 스스로 공개해버렸고, 그리고 나서도 하차 없이 계속 그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로 했습니다. 이건 참 독특한 사례가 아닐 수 없습니다. 물론 바로 옆 채널의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실제 커플인 김용준-황정음이 출연하고 있기 때문에 시청자들의 충격이 좀 덜했는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색다른 경우인 건 분명합니다.

이 커플의 또 하나의 특징은, 이미 노홍철이 수없이 시청자들과 세상 사람들을 향해 '사인'을 보냈는데도 아무도 그 사인을 제대로 읽어 주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이날 방송에서 다뤄진 지난 2월9일 방송분을 봐도 그 부분이 드러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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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홍철은 갑자기 "내가 연예인에게 대시했다가 차인 적이 있다"며 묻지도 않은 고백을 시작했고, 그게 누구냐고 묻는 멤버들에게 "그래서 내가 이 프로그램에 출연 제의가 들어왔을 때 할지 말지를 고민했다"고 폭탄 발언(?)을 했습니다. 인적 구성으로 보아 상대가 될만한 사람은 장윤정뿐이었죠. 그래서 모든 사람이 장윤정을 지목했고, 그 자리에서 과거의 사연이 공개됐습니다.

그 자리에서도 노홍철은 "지금이라도 다시 잘 됐으면 좋겠다"는 뜻을 분명하게 밝혔고(물론 지금 보니까 '분명하게'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멤버들은 다시 그 사건을 거론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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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을 보고 나면 '아, 그게 그거였구나'라고 생각되는데 사실 이와 같은 언급은 또 있었습니다. 1월25일 방송에서도 노홍철은 장윤정에 대한 속마음을 내비친 적이 있었습니다. 멤버들이 모두 설을 맞아 역술가를 찾아 간 대목이었죠.

"노홍철씨가 촛불이면 신봉선씨는 안개다. 촛불은 안개가 끼면 더욱 멋지게 빛날 수 있다"고 말문을 연 사주 전문가는 "신봉선씨는 굉장히 보기 드문 귀한 사주를 타고 난 사람이다. 인동초 같은 사람인데 연예인으로서는 김혜자씨나 전원주씨 말고는 이처럼 귀한 운명을 타고 난 사람이 없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노홍철은 신봉선과의 인연을 거부하며 "신봉선과 장윤정은 같은 동갑내기인데 장윤정은 어떠냐"고 물었고 이에 사주 전문가는 "장윤정씨는 (노홍철씨가) 담기에는 너무 큰 그릇이다. 장윤정씨는 자신보다 더 큰 그릇을 만나야 한다"고 말하며 노홍철에게는 신봉선이 최고의 연분임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그리고 2월15일, '골미다' 촬영장에 기자들이 초청됐을 때의 일입니다. 이때도 노홍철은 장윤정을 지목합니다. 당시 상황을 보도한 기사의 일부입니다.

노홍철은 강렬한 키스를 하지 않으면 행성이 폭파된다고 가정하고 한 명을 고르라는 신동엽의 질문에 "한 명을 꼽는 게 아니라면 두 명만 아니면 될 것 같다. 전 그렇게 까다롭지 않다"고 말했다. 노홍철이 꼽은 '아닌 2명'은 송은이, 신봉선.

노홍철은 이어진 누구와 결혼하고 싶냐는 신동엽의 끈질긴(?) 질문에 "진재영 씨하고 장윤정 씨하고 두 명으로 좁히겠다"며 "장윤정 씨한테 가고 싶다. 돈은 아니다. 저도 없지 않아 있기 때문이다"고 멋쩍은 듯 웃었다.

다른 연예인 같으면 벌써 몇번 주위의 주목을 끌고, 열애설로 비화될 수 있는 발언을 수차례 반복하고도 전혀 화제가 되지 않았던 것은 어찌 보면 노홍철의 복일 수도 있습니다. 아무튼 이들이 주장한 바에 따르면 이때는 두 사람이 아무 관계가 아니었기 때문에 별일 아닌 일로 넘어갈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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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이날 방송은 지난 8개월간을 함께 보낸 멤버들에 대한 예의이자 이 프로그램만이 보여줄 수 있는 것을 다 보여준 프로그램이었습니다. 내용이 닭살스러울 건 당연한 일이었고, SBS 예능 특유의 한박자 늘어지는 편집은 여전했지만 그래도 워낙 내용이 온 국민의 관심사였기 때문에 시청률은 예상을 뛰어넘었습니다.

이날 방송의 의미는 앞으로의 프로그램이 갈 길과도 맞물려 대단한 중요성을 띠고 있었습니다. 노홍철과 장윤정의 만남은 미세하나마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서의 '골미다'의 성격에 상당히 손해가 될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죠. 즉, 노홍철도 여자 변호사와 맞선을 봤고, 장윤정은 어릴적 이상형이라는 김민종에게 어느 정도 끌리는 모습이 방송됐습니다. 두 사람의 애정은 '이런 모든 방송 내용이 설정 아니냐' 는 주장 앞에 한없이 위축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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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윤정이 노홍철의 머리를 만지는 부분을 주목하고 눈치를 챘다는 신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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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두 사람이 만나는 동안 과연 눈치 100단이라는 나머지 멤버들은 뭘 하고 있었을까 하는 것도 시청자들에게 한번쯤은 해명하지 않으면 안 될 부분입니다. 정말 100% 실제인지는 모르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신봉선이 '나는 어느 정도 눈치채고 있었다'고 말하는는 것으로 처리됩니다.

아무튼 이날 방송을 통해 '골미다' 팀은 장윤정과 노홍철의 열애 이야기를 자신들의 방송 소재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합니다. 그나자나 이제 시청자들은 두 개의 채널을 통해 리얼 러브 스토리를 보게 됐군요. 이제부터는 '골미다'와 '우결'을 어떻게 차별화하느냐가 이 프로그램이 살아남느냐, 사라지느냐의 기로일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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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TV '일밤'의 '퀴즈 프린스'부터 KBS의 '퀴즈 대한민국'까지, 요즘 방송가에 퀴즈 프로그램으로 분류되는 프로그램들은 널렸습니다. 다른 각도에서 보자면 KBS의 '도전 골든벨'에서 SBS의 '퀴즈 육감대결'까지 역시 엄청나게 많은 종류의 퀴즈 프로그램이 있지만, 제대로 된 퀴즈는 찾아보기가 힘들 지경입니다.

20년 전, 그리 머지 않은 10년 전까지만 해도 이렇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대한민국은 정말 끔찍한 퀴즈 후진국입니다. 대체 어쩌다 이렇게 돼 버렸는지 모르겠습니다. 문제의 출제 수준은 들쭉날쭉이고, 퀴즈 프로그램이 끝날 때만 되면 대체 왜 부모님과 주변 사람들을 들먹이면서 강제로 감동적인 분위기를 끌어내지 못해 안달인지 모르겠습니다. 당연히 재미도 없고, 감동은 더더욱 없습니다. 기회만 있으면 흐름을 끊어 먹는 사회자들도 짜증을 유발합니다. 재치있는 토크를 보려면 대체 왜 퀴즈 프로그램을 봅니까.

한국 퀴즈 프로그램들이 왜 날로 재미없어지는지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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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한국, 퀴즈인을 무시하는 나라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를 보신 분들은 당연히 그 퀴즈가 어디서 보던 거다, 했을 거다. 맞다. 한국에서도 얼마 전까지 그렇게 생긴 퀴즈를 했다. MBC <퀴즈가 좋다>라는 프로그램이었다. 왕년에 퀴즈 좀 해본 사람으로서 얘긴데(나중에 혹시 시비 거실 분이 있을까봐 써두자면, 지상파 퀴즈 프로그램에 한 열다섯 번 정도 나가봤다), 한 명의 출연자가 열 문제를 연속으로 모두 맞혀야 한다는 건 사기다. 정상적 포맷이 아니다.

퀴즈 프로그램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출연자의 실력을 테스트하는 것과 운을 테스트하는 것이다. 이 <퀴즈가 좋다>는 후자의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다. 생각해 보자. 아무리 박식한 사람이라도 정통한 분야는 서너 개를 넘기 힘들다. 그런데 열 개의 문제를 하나도 틀리지 말고 모두 맞혀야 한다니. 문제 난이도가 중간만 넘겨도 절대 불가능한 과제다.

이 프로그램의 원조는 영국에서 처음 등장한 <누가 백만장자가 되기를 원하나>(Who Wants to be a Millionaire)다. 이 프로그램이 히트하면서 세계 각국이 그 포맷을 사다가 자기 나라 실정에 맞는 퀴즈를 만든 거다. 위에서 거듭 말한 것처럼 이 포맷이 원래 문제가 있기 때문에 외국 제작자들은 상식적인 선에서 타협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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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열 개의 문제를 내되 모두 객관식으로 낸다. 둘째, '장난하냐'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쉬운 문제로 열 개를 채운다. 셋째, 도전자가 다음 문제에 도전할지 말지를 정할 때, 다음 문제와 보기를 먼저 본 다음 결정할 수 있게 한다. 이 정도는 해줘야 도전자에 대한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한국의 <퀴즈가 좋다>는 어땠는지 한번 생각해 보시기 바란다. 뒷부분의 어려운 문제는 모두 주관식이었다. 난이도? 아마도 이 프로그램 포맷을 사간 나라들 중 최고 수준이었다. 세 번째의 '문제 미리 듣기' 배려 같은 건 언감생심.

이런 국제 기준 미달의 불리한 조건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도전했고, 극소수의 운과 실력을 겸비한 사람들이 승리의 기쁨을 맛봤다. 뭐 1,000만 원이라는 최종 상금이 그 자체로 그리 적은 돈은 아니다(형식상 2,000만 원이지만 1,000만 원은 어디엔가 기부하고 도전자는 절반만 갖는다는 설정. 물론 세금을 떼면 800만원 정도다). 하지만 해외 도전자들의 상금 액수를 알고 나면 아마 그 분들도 속았다는 느낌이 들 거다.

대부분의 서방 국가들은 '밀리어네어'라는 제목에 맞게 '백만 단위'의 상금을 줬다. 영국의 100만 파운드, 미국은 100만 달러, 대다수 서유럽 국가들은 100만 유로를 줬다. 환율에 따라 오락가락하지만 대략 10억 원에서 20억 원 사이의 상금이다. 소위 선진국 가운데서는 1,000만 엔이 걸렸던 일본이 가장 적은 편이었다. 어쨌든 최소 1억 원은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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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잘사는 나라만 보지 말라고? 영화로 보신 대로 인도의 우승 상금은 2,000만 루피. 약 6억 원 정도다. 말레이시아도 100만 링깃(약 3억 8,000만 원), 필리핀도 잘나갈 때는 200만 페소(약 6,000만 원)를 줬다. 최근 필리핀의 상금인 100만 페소가 세계 최저 수준이다. 한국과 비슷한 수준의 상금을 주는 나라는 억지로 하나 찾았다. 베트남의 우승 상금 1억 2,000만 동이 한국 돈으로 1,000만 원 정도 되는 모양이다. 이것이 한국 퀴즈계의 현실이다.

그렇다. 하자는 얘기가 바로 이거다. 하다못해 인도에서도 퀴즈만 잘하면 한 살림 차릴 수 있다. 하지만 한국에선 어림없다. 왕년엔 장학퀴즈 기장원만 해도 대학은 공짜로 다녔는데, 이젠 어림없다. EBS 장학퀴즈 7연승을 해도 상금은 3,000만 원. 대학 한 학기 등록금이 500만 원꼴이니 1년은 자기 돈으로 다녀야 한다. 이런 척박한 환경에서 어떻게 퀴즈계의 김연아가 나오길 기대한단 말인가. 정말 비분강개하지 않을 수 없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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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글에서는 퀴즈 상금이 형편없이 싸다는 지적을 했지만, 상금만 싼게 문제가 아닙니다. 그 싼 상금조차도 시청자들에게 내주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방송사들의 꼼수가 더욱 쇼를 저질로 만듭니다.

'1대100' 같은 프로그램의 연출진은 아예 솔직하게 이렇게 말합니다. "매일 우승자가 나오면 저희 프로그램 당장 폐지됩니다. 어떻게든 우승자가 나오지 못하게 해야죠." 이런 자세로 하다 보니, 시청자나 참가 희망자가 도망치지 않게 하기 위해 누군가 상금을 타면 대대적으로 홍보합니다. 얼마 전에는 한 블로거가 박지선이 5000만원 상금 탄 걸 언론이 먼저 기사화하는 바람에 보는 재미가 없었다고 분개했던데, 이런 속사정을 모르니까 하는 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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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 대한민국'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난이도 조정도 안 되는 한심한 문제로 일관하면서 출연자가 수준이 높네, 실력이 대단하네 부추겨 놓고 정작 고액 상금이 걸린 마지막 단계에서는 도저히 '상식'이라는 말을 붙일 수 없을 정도로 어처구니없는 문제를 내 도전자를 좌절시키는 것이 정해진 패턴입니다. 물론 '퀴즈 영웅'이 너무 안 나오면 영업에 지장이 있기 때문에 적절할 때 한두번씩 서비스 문제로 영웅이 나오는 길을 열어 둡니다.

상금 자체도 적은데다 그 상금마저 주지 않으려는 짠돌이 방송사. 이런 프로그램에도 출연하겠다고 줄을 선 시청자들이 참 안됐다는 생각 뿐입니다.

물론 정상적인 퀴즈 프로그램이라고 부를 수도 없는 유치한 짝퉁 퀴즈 프로그램의 범람 또한 문제입니다. MBC에서 EBS로 가면서 완전히 망가져 버린 '장학퀴즈'가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1년이 멀다 하고 프로그램 포맷만 바꾸지 말고, 제발 출제되는 문제의 질에나 신경을 썼으면 합니다. 이 프로그램은 어디까지나 '문제 잘 맞추는 학생'에게 장학금을 주자는 취지의 프로그램입니다. 연예인 흉내내는 얼치기 고교생 스타를 만드는 프로가 아니란 말입니다.

귀신도 하기 힘들, 50문제 연속 맞추기 라는 어처구니없는 포맷의 '도전 골든벨' 또한 큰소리 칠 처지는 아닙니다. 과연 현장에선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별별 얘기가 다 있습니다만, 애당초 사실상 불가능한 포맷을 만들어 놓고 거기에 출연자들을 끼워 맞추다 보니 생기는 일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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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좋은 퀴즈 프로그램이란 어떤 것일까요. 일단 정통 퀴즈란 두 가지 조건을 충족시켜야 합니다. 첫째, 경쟁이 일어나는 동안 출연자가 같은 문제를 갖고 같은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 둘째, 높은 점수를 획득한 사람이 승자가 될 것. 미국 퀴즈 쇼 '제퍼디'의 장수 비결은 이 두 개의 원칙을 충실히 지킨 데서 비롯됩니다.

퀴즈 마니아인 영국인들은 여기서 출발해 잇달아 세계적인 인기 포맷을 개발해냅니다. '후 원츠 투 비 어 밀리어네어'는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를 걸어 두고 문제의 난이도를 통해 여유있는 운영을 합니다. 물론 '100만 파운드'의 상품은 그저 시청자를 유혹하려는 게 아니라 실제로 줄 수 있는 상금입니다.

BBC의 '위키스트 링크' 또한 퀴즈 풀이와 동시에 사람들의 편견과 착각을 관찰할 수 있는 고급 심리 게임입니다. 하지만 이 포맷에서 흥미로운 점은 모두 버리고, 한심한 부분만을 가져 온 것이 오늘날 KBS에서 방송하고 있는 '퀴즈 대한민국'의 포맷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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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억지 감동에 대한 부분. 특히 KBS 계열이 이런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는데, 항상 퀴즈를 풀다가 막판에 가면 꼭 부모님과 주변 사람들을 들먹이면서 출연자를 울먹이게 하려고 합니다. 퀴즈를 잘 푸는 것만으론 불만인가요? '우리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사람들은 모두 효자, 효녀, 효부입니다'를 그렇게 강조해야 하는 걸까요.

프로야구가 열리고 있는 잠실구장에 가서, 9회말 2사 만루에 등판한 구원투수를 붙잡고 "대체 지금 심정이 어떻습니까? 떨립니까? 이 고비만 넘기면 오늘 승리의 수훈이 되는데 부모님께 하시고 싶은 말씀 없나요?"한다고 해 보십쇼. 얼마나 코미디인지.

퀴즈는 스포츠입니다. 잘 풀면 이기는 거고, 잘 푸는 사람이 영웅이 되어야 합니다. 이런 문제점들이 사라지지 않는 한, 한국 퀴즈 프로그램은 계속 퇴보하고 말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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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이유가 중요합니까?

뭐 숫자가 중요합니까?

세월 정말 빠릅니다. 한번 모일까 했던게 5월초였는데 벌써 6월 중순이 돼 갑니다.

그냥 18일, 다음주 목요일 저녁에 시간 되시는 분들, 오랜만에 얼굴이나 뵙겠습니다.

클럽 모임 아닙니다. 당연히 새얼굴 환영입니다.

참가 조건은 있습니다. 머리에 꽃을 꽂은 (아 이런 지나간 유머 다시 쓰지 않겠습니다)

...이 아니고, 균일한 이름으로 댓글을 두번 이상 다신 분입니다.

참가를 원하시는 분들은 이 글에 비밀댓글로 메일 주소를 남겨 주시기 바랍니다.

장소와 시간은 메일로 보내 드립니다.

늘 하는 얘기지만, 인원 예측을 해야 장소 확정이 가능합니다.

모여서 대체 뭘 하는지는 다음 글들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http://isblog.joins.com/fivecard/203

http://isblog.joins.com/fivecard/327

한번도 안 빠지고 다 참석해 본 제가 경험에 비쳐 말씀드리자면,

전혀 지루하거나 어색하지 않습니다. 시간 열라 빨리 갑니다.

그럼 그날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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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왼쪽을 보시면 인터파크부터 없던 광고판이 주루룩 생겼습니다.

링크프라이스(linkprice.com)라는 회사의 제휴 마케팅 버튼입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평소 사용하시던 인터파크나 지마켓, 티켓링크, 반디 앤 루니스 등에서 물건을 구매하실 때 저 버튼을 통해서 들어가시면, 저에게 아주 사소한 혜택이 돌아옵니다.

무슨 물건 사라는 큼지막한 광고도 많은데 그건 좀 아닌 것 같고, 그래서 평소 많이 이용하실법한 온라인 매장의 버튼들을 달아 놨습니다. 이 블로그 통해 구매한다고 절대 더 비싸게 받지 않습니다.^

물론 저에게 도움을 주신답시고 필요 없는 물건을 마구 사들이지는 마시기 바랍니다. 그럴 돈이 있으면 그냥 기부금으로 부쳐 주십쇼. 어차피 돌아오는 혜택은 아주 미미합니다. 다만 이런게 쓸모가 있을지 궁금하기도 하고, 앞으로의 가능성을 시험해 보는 수준입니다. 평소에 이용하시던대로 이용하시면 됩니다.

마지막으로 자주 이용하시는 쇼핑몰이나 온라인 매장 사이트가 있으면 알려주셔도 좋겠습니다. 거기로 들어가는 버튼도 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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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 언급 때문에 몸살을 겪은 MBC TV '트리플' 1회가 방송됐습니다. 사실 크게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깜짝 놀라게 되더군요. 기대 이상의 품질이었습니다.

사실 솔직하게 생각해 봅시다. 대한민국에서 피겨 스케이팅에 대한 드라마를 만든다 치면, 그 얘기를 처음 들은 사람의 머리 속에는 세 글자가 새겨집니다. '김.연.아.' 그렇습니다. 김연아가 지금처럼 스타가 아니라면 이런 드라마를 만들 일도, 만들 PD도 없었을 겁니다.

이 드라마가 기획된 것은 2008년 초. 정상적으로 진행됐다면 지난 겨울 쯤에는 이미 방송됐어야 했겠지만 이윤정 PD의 교통사고 등으로 조금씩 늦어지다 보니 지금까지 밀려온 셈입니다. 주인공 민효린이 스케이팅 연습을 한지는 1년이 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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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든 자신이 '트리플' 제작진이라면, 당연히 최고의 국민 스타인 김연아에게 뭔가 도움을 얻고 싶었을 겁니다. 크게 기대하면 우정출연이고, 적게 기대하면 김연아의 경기 영상 정도는 쓰고 싶었겠죠. 그런데 김연아 측의 반응은 기대 이상으로 냉담합니다. 초상권과 성명권을 앞세워 "절대 드라마 속에서 이름도 언급하면 안된다"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흥분한 것은 "세계대회를 앞두고 강훈 중인 김연아에게 드라마를 출연하라는게 말이 되냐"는 대목인데, 김연아는 1년 내내 대회 기간도 아니고, 이 드라마가 한달 사이에 다 찍는 드라마도 아닙니다. 김연아가 '무한도전'에 출연했고, KBS의 특집 쇼에 출연했으면 드라마에 출연하지 말라는 법도 없습니다.

물론 연출진이 이런 저런 사정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김연아 측의 입장이)너무 빡빡하다"고 아쉬움을 토로한 것은 다소 경솔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말이 어떻게 기사화될 지, 그리고 그 말이 거의 모든 국민이라고 할 수 있는 김연아 팬들에게 어떻게 들릴 지는 너무도 자명했기 때문이죠. 아무튼 사정을 되짚어 생각해 볼 때 다소 경솔했을 지는 모르지만, '무개념'이라고 욕을 먹을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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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런 경솔함이 더욱 아쉬운 것은 만들어진 '트리플'이 기대 이상의 탄탄한 만듦새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족관계가 약간 복잡합니다. 신활(이정재)과 하루(민효린)는 부모가 재혼하면서 만들어진 남매입니다. 하루의 어머니가 하루를 데리고, 신활의 아버지와 결혼한 거죠. 하지만 교통사고로 아버지와 어머니는 모두 사망하고, 어찌 어찌 하다가 하루는 시골로 내려가 친아버지(즉 하루 어머니의 전남편)와 살게 됩니다. 본래 전도유망한 피겨 선수였던 하루는 이렇게 해서 스케이팅을 그만두게 되죠.

하지만 고교 진학 후 다시 꿈을 찾으러 나선 하루는 서울로 가서 스케이트를 계속하고 싶다고 아버지를 졸라댑니다. 몇가지 자연스러운 우연과 오해가 겹쳐 하루는 신활이 자기를 받아 줄 거라고 생각하고 서울로 이주합니다. 그런데 사실 신활은 전혀 하루를 다시 자기 인생에 받아 들일 생각이 없는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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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설정상 주인공은 민효린이지만 이 드라마를 볼 시청자 층의 대부분이 '커피프린스'의 팬들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정작 초점은 신활과 함께 사는 조해윤(이선균)과 장현태(윤계상) 쪽에 맞춰져 있습니다. 이들은 직장에서도 AE(신활)-아트디렉터(조해윤)-카피라이터(장현태)로 광고업계 한 팀의 필수 구조를 이루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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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이렇게 잘생기고 유능한 세 남자가 한 집에 모여서 이렇게 깔끔하고 조용하게 사는 모습은 현실에선 거의 기대하기 힘들지만 아무튼 이 드라마의 소구 대상에게는 매우 끌리는 구도임에 틀림없습니다.

첫회의 스토리만 놓고 보면 뭔가 좀 무리가 있어 보이기도 하는데 이정아 작가-이윤정 PD 팀의 손길은 매우 매끄럽습니다. 왜 신활의 의사와 관계 없이 하루가 서울로 올라오게 되는지가 퍽 자연스럽게 그려집니다. 그러는 사이에도 광고회사의 주변 인물들이나 시골 집의 주변인물들의 캐릭터가 보는 사람들에게 슬쩍 스며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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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가장 놀라운 것은 잘 다듬어진 민효린의 뚱보 연기입니다. 당연히 오버액션인데도 어색하지 않더군요. 목소리를 지적한 평가도 있지만, 오히려 목소리가 캐릭터의 일부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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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드라마 첫회가 발굴한 명배우라면 뭐니뭐니해도 하루의 친아버지 역을 맡은 최백호입니다. 중년층에겐 '영일만 친구'로, 그 이후의 태생에겐 '낭만에 대하여'로 잘 알려진 이 가수가 이렇게 연기에 재능이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 과묵해서 경상도 사투리가 더욱 무뚝뚝해 보이지만 속정이 깊은 아버지 역인데, '혹시 최백호 닮은 배우가 아닐까'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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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는 없지만 피겨계에는 인물이 많더군요. 민효린의 라이벌 선수 역으로 출연한 최선영은 들국화 멤버 최성원의 딸이라고 하는데, 본래 피겨 선수 출신이라는군요. 연기가 너무 자연스러워서 배우인데 스케이트를 연습한 것인지, 스케이트 선수가 연기를 따로 배운 것인지 의아할 정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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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계스케이트계에서 따로 미녀를 찾자면 김연아와 동갑인 신나희가 있죠. 용모만 놓고 보면 주인공을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입니다. 피겨를 하면 예뻐지는 건 아닐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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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결론은, 드라마의 수준으로 볼 때 굳이 김연아를 들먹여 안티 바람을 불게 할 필요는 없었을 거란 생각이 들어서 더욱 아쉽습니다. 현재 동시간대 1등인 '시티홀'이 3주 더 방송될 상황. 과연 '시티홀'의 막판 질주에 '트리플'이 어떤 역할을 할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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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변의 먹을거리들이 얼마나 오염되어 있는가...에 대한 위협은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닙니다. 특히 최근들어 육고기보다 더 인기있는 곱창에 대한 얘깁니다.

사실은 방송 내용보다 더 충격적일지도 모르지만, 10일 MBC TV '불만제로'에서 곱창과 관련된 고발 내용이 방송됐습니다. 간략하게 정리하면 상당수의 곱창집 곱창에서 가정용 세제의 주 성분인 계면활성제가 검출됐고, 이 계면활성제는 곱창의 구불구불한 구조 때문에 웬만큼 물로 씻어서는 제거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얼마나 몸에 안 좋은지는 그리 분명치 않습니다만, 계속 먹다 보면 위장 등 소화기관에 꽤 위험할 수 있다고 합니다. 당연히 몸에 좋을 리는 없겠죠.

그런데 보고 있자니 아주 오랜 기억이 되살아나는 듯 합니다. 20년 전, 그 곱창과 세제에 얽힌 얘깁니다. 세 가지 얘기가 되겠군요.



첫번째 얘기는 미국으로 유학가셨던 은사님의 추억담. 미국인들은 당연히 소 내장을 먹지 않으니 다 버리는 부위였는데 은근히 고향의 곱창전골이 생각났던 은사님과 친구가 내장을 잔뜩 얻어왔답니다.

내장이라는 것이 dung이 지나가는 길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으니 당연히 열심히 씻었답니다. 씻고 또 씻어서 내장이 뚫리는게 아닐까 싶을 때까지. 그리고서 갖은 양념을 하고 드디어 끓이기 시작했습니다.

보글보글 끓는 전골. 그런데 한입 맛을 보니 입안에 도는 것은 바로 그 dung 맛이더라는 겁니다. 우엑! 씻는다고 그렇게 열심히 씻었는데도 내부의 융털 사이사이에 박힌 그 .... 아무튼 대실패.

그 뒤로 곱창전골집에 가서 물어 보니, "곱창은 고리를 걸어서 훌떡 뒤집은 다음 소금과 밀가루로 범벅을 해서 닦아 내야 dung이 다 빠진다"고 하더랍니다. 가끔 우리가 곱창을 씹으면서 '혹시 이게 그 무엇 아닐까'하는 부분은 절대 그 무엇이 아니라는군요. 그만큼 곱창이라는 것은 속 청소가 힘들고 오래 걸리는 작업이라는 점을 뼈저리게 느끼셨다는 얘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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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얘기. 약 20년 전, 서울 시내의 한 대학교 옆으로 슬쩍 가면 J모 시장이 있었습니다(지금도 물론 있죠). 이 시장에는 다른 학교 근처의 술집들이 전부 문을 닫은 뒤에도 영업하는 술집들이 꽤 있어서, 양이 덜 찬 술꾼들이 몰려가곤 했습니다. 당연히 값도 저렴했고 곱창집, 국수집, 횟집, 감자탕집 등 종류도 다양했습니다.

워낙 2차, 3차 대상의 업소들이라 낮에 이런 가게를 가는 손님은 거의 없었죠. 그런데 전날 술자리 끝에 우산인가 뭔가를 곱창집에 두고 온 학생이 있었습니다. 이 학생이 오후 서너시쯤에 문을 열고 식당에 들어섰는데, 당연히 아무도 없는 식당 안에선 정적이 흘렀죠. 그래서 학생은 인기척을 찾아 주방 뒤쪽으로 난 마당으로 갔답니다.

처음 학생의 눈에 띈 것은 아기들이 수영장 대신 들어가서 노는 커다란 고무 대야를 앞에 두고 뭔가 열심히 빨래를 하고 있는 주인 아저씨의 뒷모습이었답니다. 그 다음, 거품이 부족한 듯 하이*이 봉지를 쏟아 붓고 있는 아저씨의 모습을 보고 약 1,2초가 지난 뒤에야 학생은 문제의 빨래가 빨래가 아니라는 걸 눈치챕니다.

순간적으로 입에서 헉 소리가 나더랍니다. 당연히 인기척을 느낀 아저씨가 뒤를 돌아봤고, 범죄의 현장에서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습니다. 뻔질나게 드나들던 단골인 학생을 알아본 아저씨가 씨익 - 약간은 어색한 - 미소를 짓는데, 그 미소가 그렇게 소름이 끼치더라는군요.

그 자리에서 뒷걸음치던 학생은 아저씨의 "학생! 학생!"하는 소리도 뿌리치고, 우산이고 뭐고 다 잊고, 그냥 문을 박차고 달아났답니다. (사실 생각해보면 전혀 도망칠 일은 아니죠. 아저씨가 증거인멸;;을 위해서 살인멸구;;를 시도할 일도 아니고...^^ 오히려 아저씨가 빌어도 시원치 않을 일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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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그 뒤로 학생은 그집에 발을 끊었고, 주변의 친구들도 당연히 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학생은 졸업을 했고, 취직도 했습니다. 근 10여년이 흐른 뒤, 학생은 옛 친구들을 만나러 학교 앞으로 갔습니다. 그리고 어찌 어찌 하다가 3차 쯤에서 다시 옛 추억의 곱창집...으로 가게 된 거죠. 뭐 당연히 잊었을 리는 없지만 워낙 오래 전 일이고, 지금은 어떻게 바뀌었나 궁금하기도 했던, 이제는 학생 아닌 직장인 아저씨도 자연스럽게 뒤를 따랐습니다. 물론 약간 께름칙하기도 했겠죠.

자리를 잡고 앉아서 주문이 끝났을 때, 학생 아닌 직장인 아저씨는 주인 아저씨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짧은 순간, 두 사람의 눈길을 타고 수많은 사연이 교차했죠. 학생(인제 귀찮아서 그냥 이렇게 씁니다)은 금세 시선을 피했습니다. 아저씨는 짐짓 사이다를 서비스로 주더라는군요.

그리고 술자리가 이어졌는데, 학생은 그래도 이 곱창을 집어 먹는 건 어쩐지 찜찜하더랍니다. 그래서 묵묵히 소줏잔을 기울이다가 화장실을 갔는데, 나와 보니 아저씨가 손목을 잡아 끌더라는군요.

학생: 왜, 왜 이러세요.
주인: 학생, 미안해. 사실 나도 그 뒤로 반성 많이 했어.
학생: 뭐, 뭐, 뭘요;;
주인: 에이, 그날 다 봤잖아. 사실 나도 그게 그렇게 좋은 일은 아니란거 알아.
학생: ...;;
주인: 그래서 학생이 그날 너무 놀라는 거 같아서, 나도 바꿨어.
학생: 뭘 바꿔요?
주인: 그거 있잖아. 하이*이 인제 안 써. 퐁*으로 바꿨어. 괜찮아. 인제 먹어도 돼.

... 뭐 제가 직접 겪은 일은 아닙니다만, 아무튼 이런 일이 있었답니다. (아, 그리고 '불만제로' 팀에 따르면 빨래 하는 세제 대신 설거지용 세제를 쓴다고 해서 안전한 건 절대 아니라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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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는 10여년 전 제가 직접 겪은 이야기. 당시 야구 취재 때문에 대구에 한달에 두번 이상 가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쪽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대구 하면 막창구이죠. 경기가 끝난 늦은 밤이면 막창구이 집으로 걸음을 옮겨놓곤 했더랬습니다.

유명한 막창집인데, 막창이야 본래 쫄깃쫄깃한 맛에 먹는다고 하지만 함께 주문한 곱창도 꽤 질겼습니다. 서울에서 먹던 곱창과는 큰 차이가 있었죠. 그래서 물었습니다.

나: 서울 곱창들은 연하던데 이집은 왜 이렇게 질긴가요? 곱창과 대창 차이인가요?

그랬더니 사장님이 픽 웃으면서 하는 말.

사장: 오래 살고 싶으면 연한 곱창 너무 좋아하지 마소.

그러면서 덧붙이는 말.

사장: 내가 소 밥통 창자 주무른지 25년인데, 약 쓰지 않으면 곱창이란게 꾸버 놨을 때 연해 질 수가 없는기라.

그리고는 그 다음부터 무슨 말을 해도 더 이상 얘기를 안 하더군요. 그러니까 자기네 막창이나 곱창은 약품 처리를 하지 않은 것이니 그냥 먹어도 좋다는 것이겠죠. 아무튼 그때도 그러려니 했는데, 막상 곱창이 도마에 오르니 참 별 생각이 다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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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이럴 때마다 먹을 것 갖고 장난하면 천벌을 받아도 싸다는 말이 나오지만, 참 아직도 이런 사건이 TV에 나오는 걸 보면 짜증이 다시 솟구칩니다.

다행히 꽤 많은 업소들의 곱창에서 이런 계면활성제가 검출되지 않았고(이건 모두 돼지곱창의 얘깁니다), 소곱창 집 중에서는 검출된 곳이 없다고 합니다. 이로써 알 수 있는 것은...

1. 세제는 세척보다는 돼지 특유의 냄새를 없애는 목적으로 쓰인다

2. 돼지곱창은 60여군데, 소곱창은 10군데를 조사한 걸 보면 역시 제작비가 변수다

정도겠군요. 소곱창은 안심하고 드셔도 좋을 지 모르겠지만 워낙 비싸서... 아무튼 결과적으로 세제로 빡빡 닦은 곱창이 상에 오르는 데에는 결국 경제 원칙도 큰 몫을 합니다. 세제 아니라 사람 손으로, 밀가루와 소금을 동원해 씻는 것도 가능하지만 그건 긴 시간의 힘과 노동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인건비가 많이 들고, 이는 식당에서 파는 곱창 가격의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즉 앞으로 위생적인 곱창을 공급하려면, 곱창구이의 생산 단가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조금 돌려서 생각하면, 이 방송 이후에도 가격 인상을 하지 않는 곱창집은 종전의 생산 방식을 그대로 고수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듯도 합니다...) 결론적으로 소비자가 깨끗한 곱창을 먹기 위해서는 그 위생에 들어가는 가격을 감수해야 한다는 얘깁니다. 가격은 싼게 좋고, 음식은 깨끗한게 좋고... 세상이란게 본래 항상 좋은 것만 가질 수는 없는 거죠.

...아무튼 저는 저런 일을 듣고 보고도 아직 어디 식당에 가면 곱창을 처걱처걱 잘 먹습니다. 전골이든 구이든 순대 볶음이든 다 좋아합니다. 특히나 추운 겨울날 먹는 곱창전골과 소주 한잔(딱 한잔입니다)은 마음까지 훈훈해지죠. 어째 그런지 잘 모르겠습니다. 머리는 못 믿는데 몸이 그냥 믿어 버리는 걸까요?

 

예전에 반찬 재활용 식당에 대해 썼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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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간 폭스와 메건 폭스가 거의 반반이군요. 어느 쪽으로 통일을 해야 할지... '메건' 쪽이 좀 더 정통성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만... 아무튼)

메건 폭스가 서울에 왔습니다. 안타깝게도 비행기가 너무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오후 8시로 예정됐던 행사가 뒤로 미뤄지고 미뤄져 결국 '하기는 했는데' 그 장면을 기록한 사진이 하나도 없는 상황입니다. 오늘 오전 기자회견 전까지는 공항에서 찍힌 사진이 전부입니다.

온 이유는 당연히 '트랜스포머 2' 때문인데, 6월 초부터 폭스는 계속 외신의 헤드라인을 장식했습니다. 이른바 '폭탄발언' 들 때문이죠. 남성지 GQ와의 인터뷰에서 폭스는 이른바 '여배우는 창녀다'로 요약되는 발언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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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대조 들어갑니다. (사실 메건 폭스가 하는 말은 버락 오바마가 하는 말보다 훨씬 번역하기 힘듭니다. 무슨 뜻인지 모를 말들이 너무 많이 나와요.;;; U님의 도움이 컸습니다.)

아직 GQ 인터뷰의 전문은 구할 수가 없더군요. 대신 문제가 된 부분의 세 문단입니다. 사실 저 위의 사진은 지난해 GQ의 표지고, 이번 GQ의 표지는 이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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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자와 창녀의 비교에 대한 내용:
"한번 생각해보세요. 우리 배우들은 창녀(혹은 남창)과 같아요. 우리는 사랑에 빠진 척 하는 연기를 하는 대가로 돈을 받죠. 사람들은 우리가 서로 키스하거나, 만지거나, 정상적인 일부일처제하에서는 파트너 아닌 사람과 절대 하지 않을 짓들을 하는 걸 보고 그 대가로 돈을 내요. 그건 정말... 멍청한 짓이에요."

Comparing actors to prostitutes:  “When you think about it, we actors are kind of prostitutes.  We get paid to feign attraction and love. Other people are paying to watch us kissing someone, touching someone, doing things people in a normal monogamous relationship would never do with anyone who’s not their partner. It’s really kind of gross.”

자신의 이미지에 대해:
"나는 난잡할 것 같은 이미지를 갖고 있어요. 사람들은 내가 성적으로 엄청나게 적극적이고, 내가 막나갈거라고 추측하죠. 그런데 난 전혀 아니에요. 난 차라리 내가 늘 올곧게 살기 위해서 내 방식을 바꾸는 것 보다는, 그냥 그렇게 난잡한 이미지를 갖는게 나을 것 같아요."

Her image:  “I have this sort of promiscuous image. People assume I’m really overtly sexually aggressive and that I’m this wild child. And I’m not like that at all.  I would rather have an image that is wild and promiscuous than to go out of my way to be proper all the time.

남자들이 그녀를 보는 시선에 대해:
"어떤 남자들은 내가 그저 눈이나 깜빡이면서 자신들의 노리개 구실을 할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당장 꺼지라고 말하고 싶어요."

On guys perception of her: “There are some guys who think I’m going to be this little cupcake who’s going to bat my eyes and be like a receptacle for them. I shut them down immediate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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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발언은 글자 그대로 대단히 충격적입니다. 그동안 '스크린에 비쳐지는 러브신이나 베드신'을 신성화하는 데 동원된 수많은 미사여구와 수사학을 생각하면 이 한마디의 위력은 정말 엄청난 거죠. 보는 사람들이 어떻든, 그걸 연기하는 사람이 저런 생각을 갖고 있다면 그건 한마디로 말 다 한 거니까 말입니다.

즉 포르노와 성애영화, 혹은 성인 클럽에서의 라이브 쇼와 '영상예술가'들이 말하는 고품격 에로티시즘이 과연 어떻게 다르냐는 해묵은 얘기에 대해, 지금까지 수많은 수사학의 방어벽 뒤에 숨어있던 여배우가 불쑥 튀어나와서 "그게 그거 아니야? 난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는데"라는 폭탄을 던져 버린 셈입니다. 참 재미있는 배우죠.

이뿐만이 아닙니다. 이 인터뷰에서 메건 폭스는 "마리화나는 하루 빨리 합법화돼야 한다. 합법화되는 날, 나는 가게 문 열기를 기다리는 긴 줄 맨 앞에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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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메건 폭스의 폭탄 발언사는 지난해 이전부터 이어집니다. 특히 지난해 GQ와의 인터뷰에서는 양성애자라는 사실을 고백했고, 그러면서도 "나는 양성애자지만, 양성애자인 여자는 상대하기 싫다. 내가 상대하는 여자에게서 남자의 냄새가 난다면 정말 끔찍한 일일 것"이라는 얘기를 해 빈축을 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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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인터뷰의 클라이막스는 동료 여배우인 올리비아 와일드(바로 위 사진)를 지목하며 '그녀는 정말 섹시하다. 안아 보고 싶다"고 러브콜을 한 것입니다. 동성애자가 아닌 와일드의 기분이 어땠을지 참 궁금합니다. (솔직히 말해 남자 입장에서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사실 할리우드 스타들의 '폭탄 발언사'는 뭐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죠. 특히 더 강렬하고 와일드하게 보이려는 쪽의 경쟁은 늘 치열합니다. 엊그제는 요즘 인기 상한가인 레이디 가가가 "조나스 브라더스와 자고 싶다"고 말했다더군요. 세 형제가 아직 어리다는 건 차치하고, 한번에 한명씩인지 동시에 세명 다를 원하는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물론 이런 막나가는 스타들 사이에서 리즈 위더스푼은 "이제 아이들을 생각해서 노출 신은 자제하고 싶다"고 말해 대조를 이뤘습니다. 아, 물론 위더스푼의 자세가 올바르고 메건 폭스는 글러먹었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할리우드 스타들 사이에서도 이런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한다는 거죠.

아무튼 메건 폭스가 갖고 있는 생각이야 어떻든, '트랜스포머 2'는 무척 기대되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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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인천공항에 도착한 폭스의 모습입니다. 어젯밤 용산 CGV에서의 검은 드레스가 멋졌다고 하는데 어디를 봐도 사진 찍은 매체가 없군요. 기자회견 사진은 곧 추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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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TV '선덕여왕'에서 드디어 한동안 사라졌던 문노가 돌아올 조짐입니다. 덕만(뒷날의 선덕여왕)은 문노(文奴)라는 두 글자가 쓰인 서찰을 보고, 신라로 돌아가 문노를 찾으면 자신이 누구인지 알 수 있을거란 기대를 갖죠. 하지만 신라로 돌아와도 문노는 어디론가 사라져 찾을 수 없는 사람이 되어 있습니다.

물론 이런 기록은 문노에 대한 모든 것이 담겨 있는 '화랑세기' 기록과는 전혀 다릅니다. 문노는 신라를 대표하는 화랑 중의 화랑이고, 당대 최고의 검술가라는 것 까지는 일치하지만 미실과 적대관계였다는 등의 묘사는 사실과 상당히 다릅니다.

정호빈이 연기하는 문노가 '화랑세기'에는 어떻게 묘사되어 있는지 한번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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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노에 대한 기록은 4세 이화랑이 어린 사다함을 자신의 후계자(5세 풍월주)로 지목하는 무렵부터 등장합니다. 이때 이미 문노는 검술의 대가로 이름을 떨치고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사다함은 지난 포스팅에서 얘기했던 미실의 첫사랑인 유명한 화랑이며, 이화랑은 세속오계를 남긴 원광법사의 아버지로 화랑 계보에서 빠뜨릴 수 없는 인물입니다.

사다함에 대한 자세한 기록은 이쪽 참조



- 이 무렵 비조공의 아들 문노 또한 호걸로 격검을 잘했다. 공(이화랑)은 사다함으로 하여금 문노에게 검을 배우게 했다. 문노가 말하기를 "검은 곧 한 사람만을 대적하는 것인데 어찌 고귀한 사람이 알 필요가 있습니까?" 하자 공이 말하기를 "한 사람을 대적하지 않으면 어찌 만인을 대적할 수 있겠는가. 이 아이(사다함)는 호협을 좋아하니 비록 무리가 많다고는 하지만 그 적이 없다고는 할 수 없으니 네가 그를 보호하라" 하였다. 문노가 이에 낭도 오백으로 따르니 그 위세가 토함(사다함의 친형) 보다 컸다. -

당연히 5세 사다함의 기록에도 문노 이야기가 나옵니다.

- (사다함은) 나이 12세에 문노를 따랐는데 격검에 능했고 사람을 사랑하는 것을 좋아했다. 낭도들이 서로 "구리공(사다함의 아버지)의 음덕으로 받은 복이다"라고 했다. -

사다함이 죽고 세종이 풍월주에 올랐을 때 문노는 세종에게 순종합니다. 하지만 설원랑이 세종의 뒤를 이어 풍월주가 되자 문노는 반발합니다.

- (설원랑이 풍월주가 되었을 때) 문노 일파가 세종을 따라 지방에서 전공을 세웠는데, 위를 얻지 못하여 설원랑에게 불복하고 일문을 새로 세웠다. 이때 낭도들이 마침내 나뉘었다. 설원랑의 파는 정통이 자신들에게 있다고 하고, 문노의 파는 청의가 자기들에게 있다고 하여 다퉜다. 미실이 걱정하여 세종에게 화합을 권고했으나 이루지 못했다. (중략) 이에 왕에게 권해 문노를 국선으로 삼고 비보랑을 부제로 삼았다. 문노의 낭도들은 무를 좋아했고 호탕한 기질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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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랑 중 많은 수가 따르는 문노를 무시할 수 없었으므로 설원랑이 풍월주였음에도 불구하고 문노에게 국선이라는 호칭을 주어 거의 동등한 대우를 해 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어지는 기록을 보면 문노의 무리는 무를 좋아해 '호국선', 설원의 무리는 향가를 짓고 도를 닦는 것을 좋아해 '운상인'이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또 명문거족 출신은 설원을 따르고, 한미한 집안 출신들은 문노를 따랐다고 되어 있습니다.

결국 미실은 진지왕을 폐위하기에 앞서 문노를 자기 편으로 하기 위해 풍월주와 국선을 없애고 스스로 원화가 되어 화랑의 총 자휘자가 됩니다. 그러면서 문노의 파벌이 자연스레 귀족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죠.

- 이로써 문노의 무리는 미천한 사람으로서 고관에 발탁되는 사람이 많았다. 평민 출신의 사람들과 투항하고 귀순한 무리가 (문노를 통해) 출세하는 문으로 삼았기에, 이들은 문노를 신과 같이 받들었다. -

미실의 문노에 대한 호의적인 움직임은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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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실은 이에 설원랑이 문노에 미치지 못하는 것을 알고, 문노를 선도(仙道)의 스승으로 삼는다는 명령을 내리고 설원랑과 미생 등에게 스승으로 섬기게 했다. 설원랑의 무리 가운데 불평하는 자가 있었으나 설원이 "미실 총주의 명을 거역할 수 없다" 하므로 모두 무릎을 꿇고 섬겼다. 그러자 문노의 무리 역시 설원에게 기꺼이 복종하였다. 미실이 기뻐하며 다음 풍월주의 자리를 문노에게 물려주게 했다.

그러자 문노는 "국선이 이미 풍월주보다 낮은 자리가 아니요, 내가 스승인데 어찌 제자로부터 자리를 물려받을 수 있겠는가" 하니 설원은 "국선은 정통이 아니고, 세종전군도 왕자의 귀한 몸으로 사다함공의 뒤를 이어 풍월주가 된 적이 있으니 하물며 내가 사형(문노)을 받을어 섬긴 것은 미실의 명을 따른 것인데, 이제 미실이 양위를 명하니 감히 거역할 수 없다"고 했다. 이에 문노 또한 "궁주가 이미 명령한 것이니 나 어찌 거역할 수 있겠는가" 하고 차기 풍월주가 되었다. -

이를 통해 미실의 권세가 다양한 안배와 깊은 계책에서 나온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드라마 '선덕여왕'에 나오는 미실은 자기 무리를 이끌고 다른 파를 배척하는 수준에 지나지 않지만, '화랑세기'상의 기록에 나오는 미실은 설사 자신의 뜻에 따르지 않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품고 따르게 할 수 있는 대단한 그릇임을 보여줍니다. 또한 자신의 아들 하종 - 드라마에서는 바보로 나오지만 뒷날의 당당한 풍월주입니다 - 을 문노의 제자로 보내 검술을 배우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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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미실이 문노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화랑의 파벌 싸움은 계속됐을 것이고, 어떤 결과로 이어졌을 지 모릅니다. 그리고 문노가 미실을 따른 것은 세종에 대한 존경심 때문이었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문노가 처음에는 설원의 스승이 되었다가 나중에는 설원의 뒤를 이은 풍월주가 되어 후배의 예를 취하게 된 데 대해 문노의 무리 중에도 반발하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합니다. 여기에 대한 문노의 입장입니다.

- (그런 주장에 대해) 문노가 꾸짖어 말하기를, "궁주(미실)는 전군(세종)이 받드는 바이다. 어찌 감히 말이 있을 수 있는가?" 하였다. 이에 문제를 제기한 자는 다시 말하지 못하였다. 대개 문노의 뜻은 미실보다는 세종을 위한 것이었다. 세종이 미실을 지극히 받들고 섬기면서도 오히려 모자람이 있을까 두려워하였다. 그래서 문노는 굽히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튼 미실은 자신의 사촌인 윤궁과 문노를 결혼시키는 등 문노와의 화합에 온 힘을 기울입니다. 윤궁은 본래 동륜태자의 아내였지만 문란했던 동륜태자가 개에게 물려 죽어 과부가 된 뒤 문노의 아내가 되었습니다.

문노는 '화랑세기'에서 정말 드물게 한 아내에게 정성을 다 한 인물입니다. "단 한번도 유화와 물의를 빚은 적이 없다"고 말했을 정도입니다. 정말 끝까지 철저한 바른생활 사나이의 모습이죠. 오히려 윤궁이 "공은 환락을 좋아하지 않아 내가 불편할 정도"라고 말합니다.

아무튼 윤궁은 미실과 문노 사이의 긴장을 완화하는 데 큰 도움을 주고, 그 자손들도 번창합니다. 두 사람은 3남 3녀를 두는데 그중 막내아들 금강은 뒷날 이찬과 상대등의 자리에 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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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해 보면 문노의 일생은 화랑의 무력에 대한 상징이면서 서민들을 대표하는 인물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의 휘하에서 통일의 기초가 된 용사들이 다수 배출됐고, 그는 또 권력을 독점하던 귀족들에 맞서 서민 출신들이 출세하는 길을 연 인물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권력의 중심을 떠나지 않았고, 세종과 미실의 권위를 인정하고 따랐습니다. 부귀와 권력, 공명이나 환락에 머물지 않은 진정한 바른생활 사나이이자 화랑의 귀감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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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화랑세기'의 기록을 보다 보면 정작 출생의 비밀이 있는 것은 덕만공주쪽이 아니라 문노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어떤 비밀일까요. 그건 다음 시간에 - . (아, 사실은 진평왕의 본명이 준표였다 뭐 이런 건 아닙니다. 연기자 정호빈에 대한 얘기도 내일로 미루겠습니다.)


             15일 방송에선 또 어린 김유신이 나와서 뭔가를 생각나게 하더군요.


 

 

그동안 '선덕여왕'에 대해 썼던 글들입니다.

드라마의 전체 개관. 첫번째 글
 


미실과 사다함의 옛 사연, 그리고 미실은 왜 사랑을 잊었나..
 


쉬어가는 글 - 칠숙의 정체에 대한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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