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장자연 사건에 대한 1차 마무리가 있었습니다. 결국 우선 실제 사법처리 대상은 3명으로 좁혀졌더군요. 온갖 언론 보도가 '뭔가 제대로 해 보겠다고 시끄럽더니 이게 뭐냐'는 비난 일변도입니다.

하지만 잘 생각해 보면 경찰로서는 꽤 억울할 법 합니다. 한 방송사 뉴스는 이달초 경찰이 '최선을 다해 수사하겠다'고 말한 걸 꼬투리를 잡아 비판하더군요. 아니 그럼, 수사 시작할 때 '이번 수사는 해봐도 잘 안 될 것 같습니다'라고 하는 경찰도 있단 말입니까.

더구나 이번 사건을 '시끄럽게' 만든 건 경찰이 아니라 바로 언론이라는 걸 모르는 것도 아닐텐데, 판은 언론이 키워 놓고 경찰을 비판하는 건 좀 우스운 일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번 사건은 그야말로 대중을 끌어들일 수 있는 온갖 선정적인 요인을 다 갖고 있었습니다. 여자 연예인의 죽음이라는 자극적인 소재에 '죽은 이유는 따로 있다'고 주장하는 음모설이 가세됐고, 그 음모설에 금융권, IT 산업, 그리고 '유력언론사' 대표가 함께 거론되면서 온 국민의 구미에 딱 맞는 스릴러 3종 세트가 탄생한 셈이죠. 드라마보다 재미있고 영화보다 박진감넘치는 성상납 스캔들 뉴스가 매일 밤 9시 뉴스와 온갖 매체로 중계됐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이 '끝까지 수사해 밝혀낼' 수 있는 것인가 하는 점에는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사실의 입증 문제입니다. 술자리가 있었다는 것을 증명해 낸다 해도 과연 술자리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장자연씨가 술자리에 어떤 경로로 가게 됐는지를 밝혀 내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본인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니고, 또 한 사람은 해외에 꼭 박혀 있습니다. 그럼 수사가 제대로 진행될 수 없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또 '박연차 수사는 그렇게 열심히 하면서 장자연 수사는 왜 그렇게 허술하냐'는 주장도 조금만 생각해 보면 무리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100만원도 아니고 억 단위로 움직이는 돈은 흔적이 남습니다. 더구나 계좌를 이용했다면 결국엔 그 흐름이 드러나게 돼 있습니다. 돈의 흐름이라는 증거를 갖고 하는 수사와, 사람의 말만 갖고 해야 하는 수사의 진도를 같은 선에서 비교한다는 건 언어도단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경찰에게 제대로 된 수사 의지가 있었느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물론 정말 의지가 있었는지 아닌지는 수사 당사자들이 알 일이지만, 수사 의지와 관련해 추궁할 수 있는 부분은 결국 일본에 있는 장자연의 전 매니저 김모씨의 신병 확보에 대한 부분 하나입니다. 일본에 도피해 있는 수사 대상자를 발견해 데려오는 일이 쉽냐, 어렵냐의 문제죠. 쉽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계속 경찰을 욕할 것이고, 이렇게 숨어 버리면 대책이 없다고 생각하는 분들은 처음부터 이런 결과를 예상했을 겁니다. 저도 하루속히 김씨의 신병이 확보되어 제대로 수사가 진행되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전직 대통령의 수뢰 사건과 이 사건이 같은 선에서 다뤄질 사건일까요? 국민이 흥미로우면 그저 중요한 사건입니까. 또 이 사건에 대해 얘기하시는 분들 중 얼마나 많은 분들이 사건의 요체를 이해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매우 비관적인 대답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직도 장자연씨가 남긴 문건을 유서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는 데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습니까.

한달 전에 썼던 글인데 타이밍을 놓쳐서 블로그로 가져오지 못했습니다. 그냥 여기에나 붙여 둬야겠군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제목: 성상납

바즈 루어만 감독의 영화 ‘물랑루즈’는 격동의 시대인 19세기 말 파리의 쇼 비즈니스 세계를 무대로 하고 있다. 최고의 흥행사 지들러는 종전에 없었던 규모의 새로운 무대를 연출하기 위해 투자자를 물색하고, 권력자인 공작은 투자 대가로 물랑루즈 최고의 미녀 사틴과의 하룻밤을 요구한다.

먼 나라 얘기만은 아니다. 이준익 감독의 ‘왕의 남자’ 도입부는 사당패가 판을 벌인 대가로 그 고을 수령에게 하룻밤 노리개로 바쳐진 공길(이준기)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 영화의 공길은 남색의 희생물이었지만 1927년 출간된 이능화의 『조선해어화사』에 나오는 ‘여사당 자탄가’를 보면 비슷한 일은 주로 여사당에게 일어났을 것임을 알 수 있다.

오랜 옛날부터 예인의 세계엔 세인의 관심을 모을 만한 매력적인 남녀가 모여들었고, 그런 만큼 항상 그 주변에는 권력과 돈을 이용한 유혹이 존재해 왔다. 특히 자본주의 발달과 함께 그 결탁은 때로 공공연히 꽃을 피웠다. 에밀 졸라의 소설 『나나』는 여배우와 창부의 구별이 쉽지 않을 지경이었던 시대의 타락을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은밀한 거래의 역사가 워낙 장구하다 보니 그 고리를 끊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자발적인 거래와 강요된 거래의 구분 역시 물 위에 그은 금처럼 불분명하다. 한 젊은 여배우의 죽음으로 드러난 일단의 사실들은 빙산의 일각일지도 모른다. 연예계에선 이미 똑 부러진 활동 없이도 CF를 독식하고 있는 일부 스타에 대해 광고주와의 은밀한 결탁을 수군대온 지 오래다. 하루아침에 떠오른 스타에게는 항상 ‘뭔가 있다’는 소문이 따라다니곤 한다.

이번 사건을 통해 누군가 여배우에게 성을 이용한 접대를 강제 지시한 사실이 드러나고, 일부 관련자의 처벌이 가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제2의 장자연’이 사라지게 할 방안은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대안으로 제시되는 투명한 계약관계나 공개 오디션의 확대, 영세 기획사의 수익구조 개선 등이 모두 해결된다 해도 어두운 거래를 원하는 사람은 쉽사리 새로운 방법을 찾아낼 것이기 때문이다.

권력과 돈이 갖고 있는 특혜에 대한 욕망이 사라지지 않는 한, 이른바 특권층이 연예인에 대한 유혹의 손길을 멈추지 않는 한, 법이나 제도로 막을 수 없는 추악한 거래는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다. 노자가 일찍이 말한 ‘족함을 알면 욕됨이 없고, 멈출 줄 알면 위태함이 없다(知足不辱 知止不殆)’는 유혹하는 쪽이나, 유혹에 끌리는 쪽이나 귀담아들어야 할 경구다.
(끝)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번 사건에 대한 범 국민적인 열광을 지켜보면서 참 씁쓸한 뒷맛을 지우기 힘듭니다.

이 글을 쓴지가 한달쯤 됐습니다. 이 글을 읽은 어떤 분의 지적에 따르면 한국과 같은 아시아 국가가 서구에 뒤지게 된 이유는 사회 문제의 개혁을 개인 도덕의 차원으로 돌린 것이라고 합니다.
 
물론 합리성을 앞세우는 나라에도 장점이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나라에서 매년 수해가 날 때마다 수재의연금이 답지하고, 아뭇소리 없이 서해안으로 가서 기름 묻은 돌을 닦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지는 않습니다. 그 사회의 기준에 따라 일장일단이 있는 법이죠.

규칙과 원칙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은 결국 어느 정도 나이를 먹으면 깨닫게 됩니다. 성상납의 문제가 해결되기 위해서 사라져야 할 것은 우리 사회 전반을 지배하고 있는 배금주의입니다. 걸친 것, 타는 차, 먹는 밥 하나로도 얼마짜리인지 가격을 매기고, 그 가격에 따라 인격까지 평가받는 사회 분위기를 그대로 두고서는 무슨 제도나 어떤 법을 가져와도 이런 풍조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문단은 정의를 추구하지 말라는 뜻이 아닙니다. 당연히 저지른 잘못에 대해서는 엄격한 징벌이 있어야 합니다. 다만 올바른 가치의 변화 없는 정의의 실현이란 언 발에 오줌누기에 불과하다는 뜻이죠.

교육제도에 비교해 볼까요. 대학 나온 사람이 대학 안 나온 사람을 무시하는 사회 분위기가 바뀌지 않는 한, 제아무리 수없이 입시제도를 갈아 치워도 성적이 떨어진 것을 비관해 죽는 청소년은 끊이지 않고 나올 겁니다. 그건 입시제도가 신통치 않아서 생긴 문제는 절대 아닙니다.

대학 못 나와 설움 겪는 사람을 없앤답시고 대학 수만 늘려 준 결과, 대학 나온 사람이 초등학교만 나온 사람도 할 수 있는 일에 지원하는 일까지 생기고 있습니다. 그 많은 대학은 대학대로 신입생을 못 받아서 망하는 학교까지 나올 지경입니다. 그릇된 가치관의 문제를 어설프게 제도로 해결하려다 더 큰 부작용이 생긴 것이죠.

아무튼 결과적으로 고인을 제외하면 가장 큰 피해자는 연예계 종사자들입니다. 몇몇 물을 흐린 업계 관계자들로 인해 제대로 해 보려던 사람들까지 사기꾼 취급을 받는 건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러는 사이 장자연씨의 49재가 열렸군요. 고인은 지금 이런 진행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또 한번 죽은 사람만 불쌍해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 이 글과 관련해서는 댓글을 받지 않겠습니다. 동의하시는 분이건, 반대 의견이신 분이건 할 말이 있는 분들은 트랙백을 거시기 바랍니다.



728x90
'7급 공무원'에 대한 호의적인 평들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군요. 사실 이 영화 시사회에는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한참을 고민했더랬습니다.

언뜻 보기에 이 영화는 '서로 신분을 감춘 정보요원 남녀의 엇갈리는 사연'이라는 출발점만 볼 때에도 안젤리나 졸리와 브래드 피트 주연의 '미스터 앤 미세스 스미스'의 조악한 복제품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았습니다. 게다가 이 영화의 예고편은 지나치게 액션을 강조했는데, 꽤 괜찮기는 했지만 이 영화에서 가장 훌륭한 부분은 액션이 아니라는 점을 생각하면 문제 많은 예고편임이 분명합니다. 마지막으로 영화 촬영 도중 제작비 부족으로 한때 촬영 중단 위기에 놓였다는 소문(대개 이런 경우 영화가 말이 아닌 경우가 많죠)까지 들은 터라 막상 시사회장으로 가면서도 '이거 헛걸음 하는거 아닌가'하는 불안감이 스쳤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볼 때 이런 우려는 모두 기우였습니다. 영화 보면서 엄청나게 웃었습니다. 바로 뒷자리에 김하늘-강지환씨의 관계자가 앉았었는데, 제 웃음소리를 들으니 마음이 놓이더라(?)고 하더군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국정원 요원인 재준(강지환)은 늘 거짓말만 하는 여자친구 수지(김하늘)에게 질려 러시아 근무를 자원해서 떠나 버립니다. 이렇게 이별을 해 버린지 3년, 과거의 아픔을 잊고 새로운 인연을 찾아 분주한 수지 앞에 어느날 갑자기 재준이 나타납니다. 의외의 곳에서 조우한 두 사람은 다시 엎치락 뒤치락 하지만 서로의 정체는 굳게 감춰져 있습니다.

하지만 수지가 뒤쫓는 한국 방위사업체의 노박사(강신일)와 재준이 추적하는 전직 러시아 정보요원인 테러리스트 빅또르가 관련을 맺으면서, 서로 더 이상 얼굴을 보지 않으려는 두 사람은 필연적으로 마주치게 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물론 이 영화에도 많은 단점이 있습니다. 두 사람이 계속 마주치는 것이 좀 부자연스럽다, 액션의 질이 생각보다 높지 않다, 특히 마지막 액션 시퀀스가 필요 이상으로 길다, 등등의 지적이 여기저기서 나오더군요.

하지만 이런 단점들을 모두 뒤엎을만한 강점이 이 영화에는 있습니다. 그것은 순도 높은 웃음입니다. 코믹 액션 영화로서의 장점이 웬만한 약점을 모두 덮어 버립니다. 정말 오랜만에 보는 국산 수작 코미디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뭐니뭐니해도 이 영화는 강지환의 영화입니다. 백전노장 김하늘의 감각은 걱정할 필요가 없지만 '영화는 영화다'에서 거친 모습을 보여줬던 강지환은 '경성 스캔들'에서의 코믹 센스를 유감없이 발휘합니다. 여러가지로 좀 억지스러웠던 '쾌도 홍길동' 풍은 아닙니다. 그야말로 물 만난 고기더군요. 특히 강지환의 개인기가 십분 발휘되는 러시아 미녀와의 러브신(?) 비슷한 장면은 정말 눈물 콧물을 빼놓습니다.

여기에 코믹 연기의 달인 한 사람이 가세합니다. 바로 류승룡. '바람의 화원'의 김조년이나 '천년학'의 절름발이 용택은 보이지 않습니다. 이 영화에서 재준의 직속 상관인 하리마오 팀장 역을 맡은 류승룡은 정말 야수같은 코믹 연기로 관객을 집어 삼킵니다. 특히 강지환과의 호흡은 박진만-고영민의 국가대표 키스톤이 부럽지 않습니다.

물론 극장에 걸리는 것에 비해 원본 촬영분은 훨씬 더 많겠지만, 영화를 강지환-류승룡 라인의 주도하에 놓은 것은 탁월한 선택입니다. 앞부분은 다소 산만한 부분도 있지만, 두 남자가 영화의 주도권을 잡는 중반 이후는 그야말로 순풍에 돛 단듯 흘러갑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배우들의 좋은 연기를 뒷받침하는 신태라 감독의 짜임새있는 구성도 돋보입니다. 한 시퀀스에서 다음 시퀀스로 넘어가는 흐름이 스티브 내쉬가 지휘하는 팀의 패스웍을 보는 듯 합니다. 막힘이 없고, 여유가 빛납니다. 충무로 최고의 편집자 출신이라는 명성이 아깝지 않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단지 이 영화의 흥행에서 가장 걸림돌로 보이는 부분은 액션 일변도에 맞춰져 있는 영화의 홍보 방식입니다. 이 영화의 극장용 예고편을 보거나, 영화 정보 프로그램에서 다뤄지는 소개를 보거나, 거의 모든 부분이 액션 중심으로 되어 있습니다. 이 때마다 빠지지 않고 영화 맨 앞부분에 나오는 김하늘의 웨딩드레스 차림 수상 액션과 공중제비 시퀀스가 등장합니다.

사실 이 장면, 꽤 애써서 찍었다는 건 알겠지만 보는 이에게 '우와'하는 소리를 내게 할 정도는 아닙니다. 그리고 이런 장면들은 자칫 이 영화를 '조폭마누라'의 아류 정도로 착각하게 할 우려가 있습니다. 안 그래도 '미스터 앤 미세스 스미스'의 한국식 각색 정도로 착각될 우려가 있는 영화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런 식의 노출은 잠재 관객들로 하여금 이 영화에 그릇된 인식을 갖게 할 가능성이 다분합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이 영화는 코미디입니다. 액션에 찍힌 방점은 빠지는 게 좋습니다. 같은 액션이라도 저 수상 액션이나 마지막의 격투 시퀀스보다 코미디 쪽에 기울어 있는 강지환과 러시아 테러리스트의 BB탄 액션 같은 쪽이 훨씬 잘 어울립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영화를 볼까 말까 고민하시는 분들을 위해 말씀드리자면, 이 영화는 순도 높은 코미디입니다. 복선이고 영화적 상상력이고 다 집에 두고 가십쇼. 개인적으로는 지난해 '쿵푸 팬더'와 '월 E' 이후 극장에서 가장 많이 웃었습니다.

물론 영화에서 인생의 빛이나 지식인의 고뇌를 찾는 분들은 절대 보시면 안 될 영화입니다. 리얼리티나 창작의 고통은 다른 영화에서 찾으시기 바랍니다. 단지 삶이 너무 짜증스러운 분들, '개콘'을 보는게 일주일의 낙인 분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선택일 겁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p.s. 강지환의 어머니 역으로 아주 귀에 익은 목소리(만 나옴)가 등장합니다. 주의 깊게 목소리를 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p.s.2. 영화에 계속 등장하는 '하리마오'는 언뜻 일본말 같은 어감이지만 인도네시아어로 '호랑이'라는 뜻입니다. 일제시대 건달들에게도 많이 쓰였던 별명이죠.

영화 속 국정원 특별팀의 이름을 하리마오라고 지은 제작진이 나중에는 아예 제작사 이름을 하리마오라고 지어 버렸더군요. 그래서 이 영화의 제작사는 '하리마오 픽처스'라고 되어 있습니다.




728x90

MBC TV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우리 결혼했어요' 코너가 마침내 승부수를 던졌습니다. 기존의 네 커플을 모두 퇴장시키고 가상 커플이 아닌 진짜 커플, SG워너비 멤버 김용준과 슈가 출신 연기자 황정음을 투입한다는 것이죠.

진짜 연인들의 '가짜 동거' 생활. 과연 어떤 반응이 일어날까요. 어찌 보면 한국 방송에서는 초유의 일이라 결과를 짐작하기에는 이를 수도 있습니다. 아무튼 제시카 심슨이 왕년 닉 라세이와의 결혼 생활을 할 때 방송됐던 '밀착취재! 스타의 신혼(Newlyweds)'의 취지에 더욱 가까이 다가가겠다는 뜻이었는데, 잘 될지가 궁금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실 '우리 결혼했어요'는 출범 당시부터 '밀착취재! 스타의 신혼'에 그 뿌리를 두고 있었습니다. 단지 마땅한 후보자가 없는 상황에서 그렇다면 아예 가상 커플을 쓰는 것은 어떨까 하는 구상이 맞아 떨어져 인기 프로그램으로 급부상한 것이죠.

그리고 진짜 커플 투입은 '일밤'의 위기 의식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전통의 일요일 오락 프로그램인 '일밤'은 현재 KBS와 SBS의 협공으로 대 위기에 몰려 있습니다. 당대 최고의 예능 MC인 강호동과 유재석이 각각 '1박2일'과 '패밀리가 떴다'로 양쪽에서 압박해오고 있기 때문이죠. '일밤' 측에서는 둘 중 하나라도 빼내 오고 싶겠지만, 유재석이든 강호동이든 이 상태에서 어설프게 몸을 뺐다가는 그 방송사와 철천지 원수가 되는 상황이라 감히 함부로 몸을 뺄 수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일밤'의 상징이던 이경규까지 KBS로 옮겨 타 서서히 반응을 얻고 있고, 야심차게 시작했던 '대망'은 처참한 내리막을 걷고 있습니다. 정형돈의 열애 뉴스는 그나마 버티던 '우결'에까지 치명상을 입혔습니다. 뭔가 화끈한 돌파구를 열지 않으면 안될 상황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래서 '웬만한 걸로는 화제도 되지 않는다'는 생각에서 최근 2주 동안 '우결'팀은 연예계의 진짜 커플들을 찾아 의사를 타진했습니다. 여러분도 금세 머리에 떠올리실 수 있는 수많은 커플들이 문의를 받았죠. 하지만 출연 결정은 쉬운 게 아닙니다. 남자 쪽에서야 손해날 게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여자 쪽은 심각합니다. 잘 되어서 둘이 맺어진다면야 문제될 게 없지만 행여 갈라서기라도 하면 그 때는 결혼도 하기 전에 이혼녀 취급을 받게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뭐 이미 사귄다는 건 다 아는 사실인데'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냥 사귄다고 막연히 알고 있는 것과 '동거생활'을 보여주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지금은 결혼해서 잘 살고 있는 탤런트 아무개씨도 가끔씩 그 전 결혼을 약속했던 다른 연예인과 '너무 다정한 모습'이 방송에 여러 차례 공개됐었던 탓에 후유증에 시달리기도 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물론 여자 쪽보다야 타격이 적겠지만 남자 쪽도 상당한 피해를 감수해야 합니다. 최근 이경규와 남희석이 왕비호 윤형빈에게 방송을 통해 "그렇게 매번 '국민요정 정경미 포에버'를 외치다가 행여 잘못되기라도 하면 그날로 은퇴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한 것도 이해가 갑니다. 더구나 이런 식의 리얼 버라이어티에서 죽고 못 사는 모습까지 보여준 다음이라면, 시청자들의 배신감도 꽤 클테니 말입니다.

어쨌든 이런 모든 위험 요소를 뚫고 마침내 한 커플이 용감하게 나섰습니다. 이제는 제작진이 고민을 시작해야 할 시점입니다. 진짜 커플인 만큼 정형돈 사태의 재발은 없겠지만, 이제는 과연 어느 선에서 방송과 현실의 선을 그어야 할지가 문제가 될 겁니다. 이를테면, 진짜 연인들인 만큼 자연스러운 신체접촉이 훨씬 원활하게 이뤄질텐데, 과연 그걸 어느 선에서 차단하느냐 하는 것도 결정되어야 할 듯 합니다.

당초 제작진의 목표는 진짜 커플 두 팀이라고 들었는데 두 팀 모두를 진짜 커플로 하는 것은 쉽지 않은 모양입니다. 이 경우 나머지 한 팀은 '서로 실제 호감을 가진 두 연예인', 혹은 '한 연예인이 이미 자기의 이상형이라고 밝힌 연예인' 정도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하는데 사실은 이 쪽이 더 흥미진진할 수가 있습니다. 제작진이나 시청자가 모두 바라마지 않는 '리얼 버라이어티 끝에 진짜로 사귀게 되는' 경우, 즉 '실제 커플 탄생'을 기대해 볼 수 있는 여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실 프로그램 출연자들이 서로 사귀는 것은 모든 버라이어티 쇼 제작진의 꿈이죠. '강호동의 천생연분' 때도 제작진은 '리얼 스캔들'을 지향했고, 'X맨' 역시 실제를 방불케 하는 커플링 설정으로 왠지 사귀지 않고도 충분히 사귀었던 사이로 느껴지는 '김종국-윤은혜 커플'을 낳았습니다. 그런데 이제 '우결'팀은 더욱 두 사람에게 적절한 분위기를 제공해 주며 '커플 인큐베이팅'을 시도하겠다는 의도를 내놓고 드러내고 있습니다.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지만 실제로 '우결' 제작진은 지금까지 출연했던 커플 중의 한 커플에게 "두 사람이 좋은 감정을 갖고 있는 걸 알고 있다. 그걸 실제 관계로 '방송과 함께' 발전시켜 볼 생각은 없느냐"고 권유를 했던 것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이런 경우라면 시청자들의 관심은 100배쯤 증폭되겠지만, 아쉽게도 이들은 출연을 거절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아무튼 '진짜 커플의 알콩달콩 사랑 키우기'도 새로운 시도인 만큼 흥미롭겠지만, 솔직히 진짜 관심은 '방송을 하면서 커플 만들어 보기' 쪽에 더 쏠립니다. 과연 이런 식으로 제작진의 후원 하에 만들어진 커플은 어떤 양상을 보일지, 그리고 만약 그 쪽 커플이 방송이 끝난 뒤에는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가 모두 관심사가 되겠죠. 물론 이런 리얼 버라이어티의 실험은 구경꾼들에게는 더없이 흥미롭겠지만, 그 당사자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 과연 누가 용기있게 이 실험에 참여할지가 궁금합니다.



p.s. 이렇게 해서 리얼 버라이어티는 마침내 환상의 벽을 깨고 현실 진출을 시도했습니다. 이런 과정을 다 거치고 나면 그 다음에는 일반인들이 연예인들의 뒤를 이을 겁니다. 이미 부분적으로는 시작되고 있는 셈이죠. 아마 이 쪽이 더 흥미로울 수도 있습니다.



728x90

제시카 고메스, 혹은 제시카 고메즈라는 이름이 이제 친숙하게 느껴지십니까? 비키니폰으로 시작해 이민호와 함께 촬영한 2X 맥주 광고, 여기에 케이블 TV에서 하고 있는 뉴욕 생활 탐방 프로그램까지, 이제 거의 한국 연예인이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을 듯 합니다. 몸매 하나는 정말 국내 연예인으로는 따를 사람이 없을 정도죠.

(특이하게도 이 사람은 Jessica Gomes라는 이름을 씁니다. 이런 이름을 가진 사람들은 대부분 Gomez라는 스펠링을 쓰기 마련인데... 물론 그 경우에도 실제 발음은 고메즈 보다는 고메스에 가깝습니다.)

물론 고메스는 한국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지명도가 있는 모델입니다. 일단 인기 모델의 척도 중 하나인 미국 스포츠 전문 주간지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의 수영복 특집(Swimsuit Issue - 매년 이 특집은 평소의 두배 이상 많이 팔린다고 하죠)에 2008년에 이어 2009년에도 초대됐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CF 모델에 대한 대우가 좋기로 소문난 나라죠. 또 한번 뜨면 끝장을 보는 의리있는(?) 나라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생각해보면 고메스 외에도 이런 사례들이 꽤 있습니다. 해외에서 열심히 활동을 하다가, 한국에서 열렬한 성원을 받고 아예 한국 연예인 취급을 받게 된 스타들에 대한 이야깁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1985년생인 제시카 고메스는 포르투갈계 아버지와 싱가포르계 중국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고향은 호주 서쪽의 중심지인 퍼스. 흔히 미국 사람들이 호주 사람들 대할 때 벽지에서 온 사촌 보듯 하는 경향이 있죠. 한국 사람들이 접하는 미국 사람들이 대략 부지런하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라 그런지 그 사람들이 보는 호주인들은 좀 뭔가 느리고 순박하면서 약간 게으른 데가 있는 사람들이라는 인식이 강한 듯 합니다.

한국 활동 초기의 제시카 고메스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증언도 비슷합니다. "참 순박하고 의외로 외모에 비해 검소했다"는 얘기더군요. 물론 스타 대접을 받고 있는 요즘은 좀 변했다는 소문도 들립니다.

신장 1m77, 동양적인 외모가 퍽 친근감을 줍니다. 의외로 호칭 사이즈는 33-23-35. 한마디로 새가슴이라는 뜻인 듯 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어쨌든 호주에서 발탁된 고메스는 모델로 각광을 받아 뉴욕으로 진출합니다. 그 과정에서 세계로 뻗어가는 LG 비키니폰 모델이 되어 한국 사람들에게 이름을 알리죠.

물론 이때만 해도 아주 열심히 정보를 추구하는 사람들에게나 알려진 이름입니다. 오히려 한국 핏줄이 조금 섞였다는 빅토리아스 시크릿 모델 제라 마리아노가 조금 더 유명한 정도라고나 할까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하지만 나름 한국과 가까워 지려는 듯 여러 가지 제스처를 취합니다.

그런 과정에서 발빠르게 고메스를 영입한 것이 테이 쪽이었죠. 고메스와 가장 먼저 키스한 한국 남자 연예인은 이민호가 아닙니다. 그 전에 테이가 있었습니다.






그 뒤로 한국 관련 일들이 본격화됐습니다. 케이블 TV에서는 고메스의 일거수 일투족을 촬영했고, 미국 뉴욕 집까지 따라가서 생활을 밀착 취재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 한편으로 진행된 것이 한창 물이 오른 이민호와의 X2 CF 촬영이었죠.

한국 모델이었다면 상당히 악플에 시달릴 각오를 해야 했을 지도...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무튼 딱 여기까지가 제시카 고메스가 한국에서 현재까지 이룩한 업적입니다. 어쩌면 제시카 고메스는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한국어 한 마디 못하는 외국인으로서 지금까지 할만큼 했다고 생각됩니다. 과연 여기서 뭘 더 할 수 있을까요? '패밀리가 떴다'나 '1박2일'에 나오면 상당히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만.^^

지금부터 한국어를 배우지 않는다면 여기까지가 한계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는데, 아무튼 언젠가 연기를 해 보고 싶다고 하니 혹시 또 모르죠. 한국어로 말하지 않는 역으로 한국 영화에도 출연할 수 있을지.

문득 제시카 고메스 생각을 하다 보니 한국에서 유난히 각광받았던 또 다른 제시카가 떠오릅니다. 이 노래를 들어 보시면 아마 누군지 생각나실 겁니다.




제시카 폴커(Jessica Folcker), 우리나라에서는 그냥 '제시카'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는 가숩니다. 다른 히트곡은 꼽기 힘들지만 이 곡, 'Goodbye'는 박신양 전도연 주연의 영화 '약속'에 삽입되면서 엄청나게 히트했습니다. 한국에도 두어번 왔다 갔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제시카는 스웨덴 출신의 어머니와 세네갈 출신 아버지 사이에서 1975년 태어났고 고향은 스톡홀름입니다. 흑-백 혼혈의 이국적인 외모 덕분에 1994년에는 미스 스웨덴 대회 본선에도 나갔다는군요. 굳이 아바 얘기를 하지 않아도 스웨덴은 대단한 팝 강국입니다. 묘하게도 단조 위주의 단순한듯한 선율인데도 착착 감기는 데가 있어서 몇해에 한번씩은 꼭 세계를 휩쓴 히트곡이나 히트 가수가 나오곤 하죠.

스웨덴에서 발굴된 제시카는 1998년, 원래 에어 서플라이가 불렀던 이 노래를 리메이크합니다. 세계 최고의 히트메이커라고 할 수 있는 데이비드 포스터 선생의 곡입니다. 희한하게도 이 음반은 영-미권보다는 동남아시아 일대에서 큰 반향을 일으킵니다(이런 경우는 마이클 런스 투 록 등 꽤 많은 경우에 볼 수 있죠). 제시카가 대만이나 필리핀에도 왔었다느 걸 보면 아마도 제작사의 감이 '이건 동남아 용'이라는 쪽으로 꽂혔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특히 한국에서 대박이 났습니다. 당시 이 음반의 라이센스 담당자 말로는 "전 세계에서 나간 음반의 2/3가 한국에서 나갔다"고 하더군요. '사실상 한국 가수'였던 셈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하지만 제시카는 그리 한국에 대해 크게 애정어린 제스처를 하거나, 그 기회에 아예 '한국 연예인'으로 전업할 생각은 별로 하지 않는 듯 했습니다. 그저 자기 잘난 덕에 히트한 거라고 생각했던 모양이죠. 그 결과 후속 앨범에 대한 반응은 거의 없었고, 제시카는 그냥 잊혀진 스타가 되어 갔습니다. 요즘은 뭘 하는지 전혀 모르겠군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2008년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에서 진흙 장난(?)을 했던 제시카 고메스입니다. 두 명의 제시카만 훑어봤는데도 꽤 길어졌습니다. 이밖에도 '어쩌다 보니 한국 연예인이 돼 버린 외국 연예인' 얘기를 하자면 거론하고 싶은 사람들이 꽤 있는데, 오늘은 이만 하겠습니다. 다음편을 기대하시기 바랍니다.^



다음편입니다.



http://www.egotastic.com/image?path=0811/jessica-gomes-topless-gq-italy-01.jpg&info=Jessica%20Gomes%20Topless%20Pictures%20from%20GQ%20Italy

 

http://www.egotastic.com/image?path=0811/jessica-gomes-topless-gq-italy-06.jpg&info=Jessica%20Gomes%20Topless%20Pictures%20from%20GQ%20Italy

 

728x90

KBS 2TV '꽃보다 남자'가 끝난 뒤 MBC TV '내조의 여왕'이 월-화요일 밤의 강자로 부각되면서 KBS 2TV '미녀들의 수다'가 MBC TV '놀러와'에 밀리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물론 큰 차이는 아니지만, 아무튼 바로 앞서 방송되는 드라마의 시청률이 11시대 예능 프로그램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겠죠.

하지만 시청률 1, 2%를 떠나서 '미수다'는 '놀러와'나 '야심만만 2'와 비교할 수 없는 프로그램입니다. '글로벌 토크쇼'라는 자체 슬로건은 지금까지는 약간 과장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 전까지 없었던, 그리고 앞으로 생겨날 프로그램들의 전범이 될 토크쇼이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말해 '놀러와' 든, '야심만만 2'든, '야심만만'이든, 그 전까지 수없이 명멸했던 수많은 연예인 출연 토크쇼들과 다를 것도 없습니다. 이건 '해피투게더'도, '샴페인'도 마찬가지입니다. 별다른 의미도 없습니다. 하지만 '미수다'에는 이들과 다른 의미가 있습니다.

20일 방송을 보다가 생각난 겁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제목: 태국에선 왜 월요일에 노란 색을 입어야 할까?

20일 밤 방송된 KBS 2TV '미녀들의 수다'에서 문득 귀를 잡아 끄는 발언이 있었다. 태국 미녀 차녹난이 "태국에서는 월요일마다 노란 옷을 입는다"고 말한 것이다. 얼마나 자세히 설명을 하려나 봤지만 뒤의 설명은 편집됐는지 보이지 않았다.

사실 태국과 색깔 이야기는 실제 상황이다.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태국 정국을 좌우한 색깔이 바로 노란 색과 붉은 색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연말 태국의 시위 세력은 노란 옷을 입었다. 반면 최근까지 열기가 뜨거웠던 시위대는 한국의 붉은 악마 응원단을 연상시키는 빨간 옷차림이었다. 대체 빨간 색과 노란 색이 무슨 원수가 졌길래?

이건 태국의 문화와 전통을 이해하지 못하면 얘기가 안 된다. 태국인들은 본래 색깔에 민감하다. 심지어 요일마다 모두 고유색이 정해져 있다. 월요일은 노란 색, 화요일은 분홍색, 수요일은 녹색, 목요일은 오렌지색, 금요일은 파란색, 토요일은 보라색, 일요일은 붉은색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어떤 요일에도 장례식이 아니면 검은색은 기피색이다. 해외의 유명 가이드북들은 "토요일에 보라색 옷을 입은 태국 사람을 만나면 패션 감각을 칭찬하라. 그러면 당신은 태국 문화에 대한 이해가 깊은 훌륭한 이방인으로 존경받을 것이다"라고 권장하고 있다.

지난해 시위 세력이 노란 옷을 입은 것은 푸미폰 국왕을 지지하는 세력이기 때문. 월요일에 태어난 국왕의 상징색은 노란 색이고, 같은 이유로 현 왕비의 상징색은 파란색이라는 것이다.

물론 탁신 전 총리를 지지하는 최근의 시위자들이 붉은 색 옷을 입은 것은 이 요일색과는 관련이 없다. 그렇다고 사회주의자들인 것도 아니다. 그저 붉은 색이 가진 '개혁과 저항'의 의미를 높이 샀다는 설명이다.

이런 설명이 왜 편집됐는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20일의 '미수다'는 평소보다 훨씬 신선했다. 왜일까. 늘 비슷비슷하게 반복되는 미녀들의 한국 생활 경험, 한국 사람들과 한국 연예인들에 대한 칭찬을 벗어나 미녀들이 '자기 문화'에 대해 입을 열었기 때문이다.

핀란드에서는 닭다리보다 가슴살이 훨씬 인기 있는 부위라는 것, 일본에서는 잘생긴 남자를 개와 비교한다는 것, 반면 태국에서는 못생긴 여자를 말에 비교한다는 것, 러시아에서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곡절 많은 인생'을 뜻한다는 것 등 현지인들이 아니고서는 알기 힘든 이야기들이 흘러나왔다.

늘 조금씩 시도되고 있지만, '미수다'라는 프로그램의 진정한 존재 이유는 이해와 소통이다. 금발 미녀가 웃으며 얘기하는 "한국 사람들 너무 친절하구요, 비빔밥 너무 맛있어요. 한국 남자와 결혼하고 싶어요"에 만족하기에는 이 프로그램이 갖고 있는 문화적인 잠재력이 너무 아쉽다. 이방인들이 본 한국의 모습을 넘어, 한국인들이 이방의 문화를 이해할 수 있게 하는 채널로서 '미수다'의 역할이 더욱 커지기를 기대한다. (끝)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구별이 되십니까?^^)


태국에 가 있는 사람들의 말로는 '태국 사람 치고 요일마다 상징색이 있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최근 깨지고 있는 것은 검은 색에 대한 금기입니다. 본래 태국에서 검은 색은 '장례식 외에는 입지 말라'는 색이라는군요.

그런데 세계적인 유행과 함께 젊은 층에게 검은 색은 요일과 무관하게 패셔너블한 색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합니다. 마찬가지로 개성을 뽐내기 좋아하는 젊은이들에게 모든 요일마다 모든 사람이 비슷한 색의 옷을 입는 건 용납할 수 없는 일이겠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실 저만 해도 태국의 노란색 시위대와 붉은색 시위대의 의미를 안 건 최근 일입니다. 무심코 태국 시위대의 모습을 보다가 '이건 뭐 붉은악마 사진이랑 구별이 안 되겠네'하고 생각하고 궁금증을 느껴서 찾아 본 결과입니다. 그 전까지는 오래 전 무협지에서 본 포달랍궁(布達拉宮, 포탈라 궁의 한문 표기)과 홍모파-황모파의 대결을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20일 방송에서 좀 더 노란 옷의 의미를 자세히 소개해 주지 않은 건 좀 아쉽습니다.

(홍모파와 황모파는 모두 티벳 역사에 실제로 존재합니다. 기존의 홍모파에 맞서 달라이 라마를 앞세운 종교개혁을 주장한 세력이 황모파였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일전에 한번 이런 장면을 본 적이 있습니다. 한 출연자가 "한국 사람들은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자기 자신에 대한 이야기로 받아들인다. 그래서 한국에 대해 조금만 비판적인 얘기를 해도 자신에 대한 모욕으로 여기는 사람이 많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MC 남희석은 "미국 사람들은 안 그런가요?"하고 물었죠. 미국 출신 출연자들은 "미국 사람들은 대개 나라는 나라, 나는 나라고 생각한다"는 대답이 나오더군요. 그 자리에서 MC 남이 방청객들에게 미국의 안 좋은 점이 어떤 게 있냐고 물었습니다.

방청객 1: 너무 돈으로 세계를 좌우하려는 것 같다.
출연자 1: 맞아요. 제가 보기에도 안 좋아요.

방청객 2: 큰 나라라고 너무 작은 나라를 무시한다.
출연자 1: 맞아요. 나쁜 점이에요.
출연자 2: 저 그래서 외국 나갈땐 때때로 캐나다 사람이라고 하곤 해요.

.... 뭐 이런 게 미수다에서만 볼 수 있는 장면이 아닐까 합니다.


아무튼 '미수다'같은 프로그램이 미녀들의 연애사나 - 물론 재미있지만 - 늘 되새기고 있기 보다는 다국적 정보 토크쇼로서의 기능이 앞으로 더욱 강화되어 가기를 바랍니다. 같은 현상을 맞닥뜨렸을 때 다양한 문화권에서 어떻게 대처하는지를 알아보는 재미는 다른 쇼에서는 감히 시도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왕년에 진짜 프랑스 미녀 아나이스와 프랑스어가 사용 언어인 캐나다 퀘벡 출신 도미니크 사이에서 있었던 '원조 프랑스 문화'에 대한 신경전 같은 것도 참 흥미롭더군요.)

재미와 정보 사이에서 이 정도의 균형을 이룰 수 있는 건 '미수다'와 MC남 외의 어떤 프로그램이나 어떤 MC도 쉽게 시도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KBS는 시청률 1, 2%에 그리 연연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시청률에서는 '놀러와'가 얼마든지 더 앞설 수 있지만, 과연 10년 아니라 5년만 지난 뒤, 어떤 프로그램이 더 기억에 남을 지 한번만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는 일입니다.





728x90

이번엔 섀힌 자파골리(Shaheen Jafagholi)입니다. 그냥 '샤힌'이라고 쓰는게 더 자연스러울 것 같군요. '브리튼즈 갓 탤런트 2009'는 거의 한국 오락 프로그램이 될 전망인 모양입니다. 벌써부터 수잔 보일에 이어 두번째 스타, 샤힌 자파골리에 대한 뉴스가 온라인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샤힌 자파골리는 12세. 이름으로 보아 아랍계인 듯 합니다만 어쨌든 현재는 웨일즈의 스완시(Swansea)에서 홀어머니와 살고 있는 소년입니다. 뒤에 자세히 얘기하겠지만 자파골리는 이미 아마추어가 아닙니다. 아무튼 자파골리는 등장한 뒤로 한번 퇴짜의 위기를 넘기게 되더군요. '브리튼즈...'에서 이전에 다른 출연자에게도 노래를 중간에 끊고 다른 노래로 바꿔 부르게 한 적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처음 무대에 나온 자파골리는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Valerie'를 조금 빠르게 편곡해서 부릅니다. 하지만 까칠이 사이먼 코웰은 즉시 노래를 끊고, "이건 아니다"를 외치더군요. 그래서 자파골리는 마이클 잭슨이 소년 시절 형들과 함께(Jackson 5) 부른 'Who's loving you'를 다시 멋지게 불러 제꼈습니다.

이 대목에서 심사위원 홍일점인 아만다 홀든은 흥미로운 얘기를 했습니다. "내가 심사위원 하면서 소름이 끼친게 세번째다. 첫번째는 폴 포츠, 두번째는 조지 샘프슨, 그리고 이번이 세번째다." 포츠와 샘프슨은 각각 2007년과 2008년의 우승자들입니다. 그러니 '내가 소름끼치면 바로 우승인데, 너도 그럼 우승 감'이란 뜻일까요? 수전 보일 때에는 기립박수를 보냈지만 소름까지 끼치지는 않았나 봅니다.

(아무튼 그 바람에 goosebump가 '소름'이란 뜻인지 처음 알았습니다.)

사이먼은 왜 첫 노래를 중간에 끊었을까요. 원곡을 들어 보시면 느낌이 있습니다.



아마도 자파골리의 편곡 버전이 원곡의 맛을 해치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아무튼 마이클 잭슨 리메이크는 완벽에 가까웠습니다. 사실 완벽에 가까울 수밖에 없는 것이, 자파골리는 이미 마이클 잭슨 리메이크에는 이력이 나 있다고 봐야 합니다.

아바에게 '마마 미아'가 있듯 마이클 잭슨에게는 'Thriller Live'라는 뮤지컬이 있습니다.



자파골리는 이 뮤지컬의 해외 투어 팀에서 어린 마이클 잭슨 역을 맡았던 소년 스타입니다. 그런 만큼 이 분위기의 노래에는 충분히 훈련이 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뮤지컬 가운데 나오는 잭슨5의 모습입니다. 아래 사진 맨 앞에 나오는 것이 혹시 자파골리군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만...)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럼 이 대목에서 어린 마이클 잭슨으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자파골리와 같은 노래, Who's Loving You입니다.



어떻습니까. 어떤 동영상의 댓글로 누군가 "마이클 잭슨보다 낫다"고 써 놓은 걸 봤습니다만, 과연 이 분이 마이클 잭슨을 안다면 이런 말을 감히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1958년생인 마이클 잭슨의 70년대 초반은 그야말로 노래하는 천사의 강림이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노래 잘 하는 어린이들은 예나 지금이나 흔합니다. 그런데 가끔씩, 어린이이면서도 성인의 감정을 갖고 있는 천재들이 태어납니다. 대체 무슨 인생의 경험이 있어서 이런 재능을 갖추게 됐는지는 알 길이 업지만, 아무튼 가끔씩 그런 이상한 아이들이 태어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잭슨5는 마이클 잭슨의 가수 경력의 시작입니다. 당초 조 잭슨의 아들들인 재키, 티토, 저메인과 두 명의 사촌으로 구성됐던 잭슨5는 나중에 말론과 마이클이 들어서면서 다섯 명의 친형제 그룹이 됩니다. 그리고 마이클이 8세가 되면서 리드 보컬이던 저메인이 뒷전이 되어 버리죠.

60년대 후반 각종 아마추어 콘테스트를 휩쓴 잭슨5는 마침내 모타운의 베리 고디에게 발탁돼 수프림스와 함께 핵심적인 달러 박스로 키워집니다. 그 수많은 스타들 중에서도 고디는 어린 마이클에게 주목해 1971년부터 13세의 나이로 솔로와 그룹 활동을 병행하게 되죠.

이 형님의 일생을 훑자면 역시 일주일을 떠들어도 모자랄테니 여기까지만.

머라이어 캐리의 노래로 잘 알려진 I'll Be There입니다. 마이클의 12세 때.



더구나 이런 재능을 성인이 되어서까지 고스란히 간직하고, 오히려 한 단계 발전시킨 것이 바로 그가 King of Pop으로 불리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문득 신동 자파렐리 때문에 마이클 잭슨으로 넘어갔습니다. 뭐, 매번 나오는 신동들마다 마이클 잭슨이 될 수는 없겠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자파골리의 재능은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지만, 이 쇼의 분위기로 봐서는 인간승리적인 감동의 요소가 좀 적다는 약점도 눈길을 끕니다. 아무튼 보일의 대항마로서는 손색이 없군요. 이미 선수로 뛰고 있는 신동 소년과 인간승리의 주인공인 시골 아줌마, 과연 누가 승자가 될까요?




물론 수잔 보일은 먼저 보고 오셨겠죠?


728x90

MBC TV 'MBC 스페셜-당신은 박지성을 아는가'는 오랜만에 보는 잘 만들어진 스타 다큐멘터리였습니다. 그동안의 소위 '스타 다큐멘터리' 들이 스타의 일상 속으로 들어간다는 간판을 내걸고서 실제로는 가장 바깥쪽 표피조차 뚫지 못하는 제한된 모습을 보여준 반면, 이번 '당신은 박지성을 아는가'는 꽤 충실한 제작기간, 다양한 인물들의 인터뷰, 다각도에서의 접근 등으로 인물 다큐멘터리의 표본 역할을 해 냈습니다.

가장 기억나는 에피소드는 '개구리 삶은 물'입니다. 아버지 박성종씨의 말이었죠. "개구리가 좋다고 해서 개구리를 잡아 왔는데, 요리법을 몰라서 엄마가 그냥 삶으니까 내장 같은 데서 냄새가 심하게 났어요. 그런데도 얘가 군말 없이 그걸 먹더라구요."

양념도 하지 않은 개구리를 삶은 물의 냄새, 생각만 해도 끔찍하지만 그만큼 박지성은 성공에 목말라 있었다는 얘기가 됩니다. 이쯤해선 '대체 성공이 뭐길래...'라는 생각도 잠시 스쳐갑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대한민국 국민 90%에게 '박지성'이라는 이름의 장편 극화는 2002년 월드컵 포르투갈전, 결승골을 터뜨리고 히딩크 감독에게 달려가 반짝 안긴 모습에서 시작합니다. 하지만 2002년 이전에도 박지성은 분명히 존재했고, 최선을 다해 뛰었습니다.

박지성을 가장 가까이서 본 건 2005년, 난데없이 팔자에 없는 축구 기자 생활을 하게 됐을 때였습니다. 그해 6월, 박지성은 월드컵 대표팀의 일원으로 우즈베키스탄-쿠웨이트 원정을 떠났습니다. 그때 저도 취재단의 한 사람으로 그를 따라갔습니다.

그 기간 중 박지성은 인터뷰를 두 번 했습니다. 기자들이 아는 박지성에겐 특유의 화법이 있습니다. 약간 무거운 내용을 물으면 "제 생각에는 ...... 라고 생각한다고 ..... 생각합니다." 혹은 "가장 중요한 것은 ......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유난히 '생각'이라는 말을 한 문장에서 두 번 이상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아무도 웃지 않았습니다. 그때 그는 이미 한국 축구의 지존이었기 때문이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해 박지성은 아인트호벤 소속으로 챔피언스리그 4강에 올랐고, 7월 이적 소문이 돌았습니다. 옮기는 팀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라는 설이 처음 제기됐을 때, 축구를 맡은 경력이 긴 기자들은 "에이, 설마~~~"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지금도 축구에 대해선 쥐뿔도 모르고, 당시에는 더더욱 몰랐던 저로선 맨유라는 팀에 대해서도 '베컴이 뛰던 명문 팀'이라는 정도의 인식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축구에 빠삭한 후배에게 물었습니다.

나: 박지성이 맨유 가면 주전 뛸 가능성이 얼마나 되냐?
후배: 거의 없죠. 형 같으면 긱스를 쓰겠어요, 박지성을 쓰겠어요?
나: 긱스...가 그렇게 잘 하냐?
후배: ...라이언 긱스 몰라요?
나: 몰라.

(이런 제가 EPL 주요 선수들을 알아 보게 된 것도 다 박지성의 덕입니다.^)

물론 지금도, 당시 축구 기자들의 "에이, 설마~~~"라는 말이 그리 과장된 것은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박지성 본인도 어제 MBC 스페셜에서 맨유에 처음 합류했을 때의 심정에 대해 "내가 놀러온게 아닌데, 선수로 온 건데, 구경꾼이 된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고 말했을 정도니까요. 그런데 그의 축구 인생은 결국 그 "에이, 설마~~~"를 현실로 바꿔 온 과정이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날 스페셜을 보다 보면 '참 저런 선수가 어떻게 2002년 무대에서 뛸 수 있었을까'하는 생각이 절로 납니다. 대한민국이 월드컵을 개최한다고 결정을 했으면 당연히 그 대표팀에 들기 위해서는 대한민국 최고의 기량을 가진 선수들이 뽑혔을 겁니다. 그런데 박지성이 축구선수로서 걸어온 길은 엘리트 코스와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문제의 개구리 에피소드가 나온 건 수원공고 이학종 감독이 "몸 불리라고 자주 집에 보냈다"고 말하던 시절의 일입니다. 아버지 박성종씨가 직장을 때려치고 '아들 잘 먹이기 위해' 정육점을 차렸다던 바로 그 땝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어제 방송의 주요 내용은 "이렇게 최고의 선수인 박지성도 2002년 이전엔 국내에서 번번히 외면을 당했다"는 것이었지만, 한편으로는 박지성의 인복이 대단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대학에 못 갈때 만약 김희태 명지대 감독이 현역이 아니었더라면, 김희태 감독과 절친한 허정무 감독이 당시 올림픽 대표팀 감독이 아니었더라면(그럼 굳이 명지대와 문제의 연습경기를 할 이유도 없었겠죠), 2002년 대표팀 감독이 히딩크가 아니었더라면...

사실 세상에는 '실력은 있는데 운이 따라주지 않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재능이 있고 노력을 계속하면 언젠가는 기회가 온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과연 어느 쪽에 인생의 진실이 있을까요?

어제의 'MBC 스페셜'은 거기에 대한 한 답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런 거죠. "천하의 박지성도 그의 능력을 알아보는 사람이 없을 때에는 그렇게 고전했다. 하지만 한 구석에서 쉼 없이 갈고 닦고 노력하고 있으면 언젠가는 그 실력을 알아보는 사람이 나오기 마련이다. 단, 그건 그 노력의 정도에 달렸다. 어느 정도? 박지성 정도로 말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솔직히 말해 정상으로의 길이 그런 것이라면 정말 포기하고 싶었을 것 같습니다. 이날 다큐에서 박지성의 부모는 두 번 울더군요. 아버지는 2002년 월드컵 본선 직전, '대표팀에서 제일 먼저 퇴출될 선수'로 박지성이 꼽혔을 때'를 회상하며 눈물을 흘렸고 어머니는 '제대로 된 청소년기도 겪지 못하고, 친구들과 놀러 다니지도 못하고, 학창시절의 추억 같은 것은 전혀 없는' 아들을 생각하면서 눈물을 흘렸습니다.

아마 누구라도 '박지성처럼 된다는 보장만 있다면' 학창시절을 희생하고, 친구나 젊은 날의 즐거움은 뒤로 미루고, 개구리 삶은 물도 마시며 노력할 겁니다. 하지만 누구에게도, 어떤 사람에게도 그런 보장이란 있을 수 없죠. 거기에 'MBC 스페셜'의 질문이 숨어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보장은 누구에게도 없습니다. '당신은 정말, 당신이 무엇이 된다는 보장이 없을 때에도 박지성처럼 노력할 수 있는가.' 당연히 박지성이라고 해서, 자신이 언젠가 맨유에서 뛸 수 있을거라고 알고 있었을리가 없죠.

물론 진정 박지성처럼 노력한다고 해서 다 박지성이 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학교에서도 왠지 공부는 열심히 하는 것 같은데 성적이 오르지 않는 친구들이 있죠. 노력을 실력으로 바꿔주는 재능이란 원래 불공평합니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지난해 챔피언스리그 우승 결정전에 박지성을 제외시킨 데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불공평하다는 건 안다. 하지만 그런 결단을 내려야 했다. 이것이 축구가 가진 잔인한 면이다.' 문득 인생에 대해서도 똑같은 말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p.s. 이날 어머니는 흥미로운 이야기 하나를 던졌습니다. "어려선 박남정과 똑같이 노래하고 춤추고 하던데... 사람들이 다 연예인 시키라고 했어요." 지금의 진중한 박지성과는 참 어울리지 않는 얘깁니다. 과연 박지성이 혹시 연예인이 됐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728x90

황정민 주연의 탐정 시대극 '그림자 살인'이 2주 연속 박스 오피스 1위를 차지했습니다. 아직 본전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관객 100만을 동원했고, 이번 주까지는 꽤 좋은 성적을 기대할 만 한 상황입니다.

을사조약과 고종 황제 폐위 사이의 어느 시점, 대한제국 시대의 한성을 무대로 하고 있는 이 영화가 흥행 호조를 보이고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영화 속 유머의 성공?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 허점 없는 짜임새? 화려한 액션? 어느 이유를 하나 꼭 집어 내기보다는, 자꾸만 SBS TV '패밀리가 떴다'에 출연해 예능인으로서의 변신 가능성을 뽐낸 황정민의 공로가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컸던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줄거리부터 살펴보겠습니다. 1905년에서 07년 사이의 어느 날, 내부대신의 아들이 의문의 실종을 당합니다. 요즘으로 치자면 인턴 쯤 될 의사 견습생 광수(류덕환)는 얼마 전 자신이 주워다 쓴 해부용 시체가 바로 대신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알고, 살인 혐의를 벗기 위해 시중의 명탐정 진호(황정민)에게 진범을 찾아 달라고 의뢰합니다.

진호는 (당대에 도저히 있었을 거라고 상상하기 힘든) 여류 발명가 순덕(엄지원)이 만들어 준 갖가지 과학적 수사 도구들을 활용해 수사에 착수합니다. 그러는 사이 두번째 희생자가 등장하고, 진호는 사건 뒤에 커다란 음모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립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영화의 개봉 시기는 그리 좋은 편은 아닙니다. 일단 영화를 꽤 보는 관객들에게 이 영화의 영상은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입니다. '원스 어폰 어 타임', '모던 보이', '라듸오 데이즈', 뭐 좀 넓게 잡으면 '놈놈놈'이 보여줬던 일본 풍이 가미된 이국적인 분위기의 도시 그림은 이제 더 이상 신기하게 보이지 않습니다.

또 이 영화가 규정하고 있는 시공간은 1910년 이전 대한제국의 수도 한성이지만, 아무리 봐도 복색이나 거리는 1930년대 이후, 그러니까 일제에 의한 근대화가 꽤 진행된 다음의 상태로 보입니다. 1907년 치고는 너무나 세련되어 보이죠.

뭐 관객이 그런 데 신경 쓸 이유는 없으니 넘어갑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들이 수사하고 있는 것은 두 건의 연쇄 살인사건인데, 관객이든 제작진이든 모두 일련의 사건들의 진짜 범인은 '조선을 삼키려는 일제의 음모' 여야 한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물론 얼마든지 그 밖의 결과도 상상할 수 있지만, 이 영화를 20분만 보면, 이 영화의 결말이 상식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거라는 안도감이 찾아옵니다). 그러다 보니 수사는 은근히 겉돌게 됩니다. .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실 이 영화의 전반부는 영화의 플롯에 반드시 필요하다기 보다는 '야, 이런 영화면 당연히 이런 장면이 나와야 하지 않겠어?'라는 식의 클리셰들로 가득합니다.

예를 들자면 삿갓 쓴 남자가 자신들을 감시하고 있다는 걸 눈치챈 진호와 광수가 벌이는 복잡한 거리의 추격 신입니다. 사실 성룡 형님의 수많은 작품들에서 '본' 시리즈의 맨다리 추격전까지 섭렵한 관객들에게 이런 골목 추격전이 신기하게 보일 리는 만무합니다. 물론 제한된 세트 안에서 이 정도의 박진감을 내는 장면을 보여줬다는 건 꽤 칭찬받을 일이겠지만, 제작진은 과연 이 장면이 영화의 흐름에 반드시 필요했던 것인지, 아니면 박대민 감독이 '이런 장면을 꼭 한번 찍어 보고 싶어서' 들어간 것인지 따져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영화의 흐름과 이 장면이 따로 놀기 때문입니다. 사실 말이 되려면 이 삿갓 쓴 인물은 뒤에 나오는 서커스단 단장(윤제문)이거나 그 주변 인물이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진호와 광수는 이 사건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수사중이라는 사실이 이미 노출된 셈이죠. 하지만 진호와 광수가 수사를 위해 서커스 공연장을 찾아 갔을 때, 이 둘을 알아보고 경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심지어 '범인' 조차도 아무 행동을 취하지 않죠. 실컷 경주까지 벌이고 나서도 못 알아볼 정도면 대체 감시는 왜 한 겁니까.

이런 식의 진행이라면, 들인 공이 아깝긴 하지만 결국 그 삿갓맨과의 추격전은 통째로 들어 내도 영화의 흐름에 아무 지장이 없다는 얘기가 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더 들어가자면 플롯의 허점은 계속 쏟아져 나옵니다. 영화 첫 장면, 의생 광수는 자연스럽게 사지가 묶인 시체의 포승을 풀어 수레에 싣고 갑니다. 아주 태연하죠. 하긴 조선시대에는 역병에 걸려 죽은 시체를 자연스럽게 시구문 밖에 내다 버렸다고도 하죠. 우호적으로 생각해서 그 풍습이 구한말까지 계속 이어져 내려왔다고 칩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냥 시체도 아니고, 묶여 있는 시체라는 건 이미 범죄를 전제로 하고 있는게 아닐까요? 그런 시체를 그렇게 태연히 가져갈 수가 있단 말입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의 허점들은 눈에 그리 잘 띄는 편은 아닙니다. 첫째로는 다소 복잡한 시대상(이 영화를 본 사람들 중 상당수는 "일제시대인데 왜 황제폐하가 나오냐?"고 궁금해 하더군요)이나 용어에 이해의 한계를 느낀 관객들이 대충 넘어가자는 태도("뭐 그런게 있었나보지")를 취하기 때문이고, 둘째로는 가능한 한 최대한 속도감을 살린 편집이 그런 허점에 주목할만한 시간 여유를 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자, 자, 자세한 건 넘어가고 일단 결말을 향해 달리자"라는 작전이 꽤 먹혀 든 듯 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세 주인공의 연기는 훌륭합니다. 엄지원의 경우 배역이 너무 작아(원래 작았는지, 편집 과정에서 작아진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캐릭터가 낼 수 있었던 풍성한 효과가 사라진게 아쉬울 정도였습니다. 황정민이나 류덕환이야 이미 자타가 공인하는 배우들이죠. 류덕환의 캐릭터가 너무 바보 연기로 일관하는 것 정도는 애교로 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가 수많은 허점들을 우수수 뿌린 채 결말을 향해 돌진하기만 하기 때문에, 배우들의 호연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부분으로 갈수록 영화의 힘은 점점 떨어집니다. 이 영화 속의 야심찬 트릭은 서커스 단장의 알리바이를 설명해 주는 데에도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하고 맥없이 벗겨져 버리고 말죠. 애당초 미스터리가 이 영화의 주인공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이 영화의 제작진은 여러 모로 흡사한 윌 스미스 주연 '와일드 와일드 웨스트'의 흥행 실패에서 좀 더 많은 걸 배웠어야 했다는 생각이 들지만, 어쨌든 영화는 흥행에 성공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뭘 더 바라냐는 얘기가 나올 법 하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래도 다음 작품을 위해 고칠 부분은 고쳐져야 합니다. 언제가 될 지 모르지만 박대민 감독의 다음 작품 때에도 '패밀리가 떴다'가 인기리에 방송되고 있다는 보장은 없을테니 말입니다. 다음번에는 좀 더 신선하고 정교한 작품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림자 살인'의 스피드로 볼 때 더 좋은 작품을 내놓을 수 있는 역량은 충분해 보입니다.

코믹 액션 영화에 도대체 얼마나 정교한 플롯이 필요하냐고 반박하실 분도 있을 겁니다. 그런 분들은 곧 개봉할 '7급 공무원' 을 보시기 바랍니다. 제대로 만든 코믹 액션 영화는 이런 것이라는 걸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p.s. 이 영화에서 궁금한 점 중 하나는 무라타 '총감' 이라는 인물의 정체입니다. 처음에는 무슨 특별한 이유로 인해 1905년 을사조약으로 설치된 통감을 '총감'으로 표기한 줄 알았습니다. 취임 1주년 기념식에 황제가 초청받을 정도의 인물이라면 당연히 통감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죠. 행동거지나 위세를 보아 이 무라타는 거의 통감급의 인물로 보이긴 합니다. 그런데 통감이라면 이토 히로부미여야 할테니 실제 역사에 혼선이 오겠죠? 그래서 굳이 '총감'이라는 이름으로 슬쩍 바꿔 넣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만약 통감이 아니라 진짜 '총감'이라면, 총감이라고 불릴 만한 직위로는 경시총감(경찰 총수)이 있겠더군요. 하지만 한국에 경시총감이라는 자리가 생기고, 그 자리에 일본 사람이 취임한 것은 1907년 7월의 일입니다. 경무고문을 맡고 있던 마루야마라는 사람이 초대 경시총감이 됐죠. 그런데 그 7월, 고종 황제는 헤이그 밀사 사건으로 인해 폐위됐습니다.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무라타 총감의 취임 1주년이 영화의 배경이라면, '황제 폐하'는 이미 야인이 되어 있어야 합니다. (네. 사소한 일에 목숨 걸지 않겠습니다. 여기까지만.)



728x90

수전 보일(Susan Boyle) 동영상은 다들 보셨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유튜브가 폭주하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2년 전 6월,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폴 포츠 열풍이 그대로 재현되고 있습니다. 동영상을 보고 있으면 절로 감동이 밀려옵니다.

솔직히 이쪽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수전 보일이건, 폴 포츠건, ITV의 '브리튼즈 갓 탤런트'가 만들어내는 이런 신데렐라 쇼를 보고 있으면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감동적인 사연과 노래 솜씨를 넘어 이런 사연과 이런 주인공들로 대중문화의 틈새 시장을 공략하는 방송 제작진의 기획력에 우선 감탄하게 됩니다. 게다가 인터넷과 유튜브의 등장은 이런 스타들이 영국이라는 한 지역 안에서 머무는 게 아니라 전 세계적인 스타로 거듭날 수 있게 만들었죠.

그런저런 현상에 대해 생각나 쓴 글입니다.




제목: 반짝 스타

2007년 6월 9일, 영국의 신설 TV쇼 ‘브리튼즈 갓 탤런트’ 첫 방송에 폴 포츠라는 37세의 휴대전화 세일즈맨이 나왔다. 빈약한 외모와 자신감 없는 표정. 오히려 실수라도 하지 않을까 시청자들이 가슴을 조일 지경이었다.

하지만 그의 입에서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의 유명한 아리아 ‘공주는 잠 못 이루고’가 흘러나오자 장중은 경악과 환호로 들끓었다. 여유 있는 형편이 아니면서도 자신의 꿈을 위해 자비로 성악 레슨을 받았다는 사연이 알려지며 그의 이름은 전 세계인에게 인간 승리의 대명사가 됐다.

‘브리튼즈 갓 탤런트’가 셋째 시즌의 첫 방송을 내보낸 지난 11일, 무대에 오른 수전 보일은 누가 봐도 폴 포츠의 재림이었다. 촌스러운 옷차림과 머리, 47세까지 남자와 키스 한번 해본 적이 없다는 이 시골 아줌마는 깜짝 놀랄 만한 미성으로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아이 드림드 어 드림’을 불렀다. 관객들은 모두 그의 팬이 됐다.

이날 방송은 1000만 명 정도의 시청자가 본 것으로 추정됐지만 그 뒤 1주일 사이,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 올려진 보일의 모습은 전 세계에서 200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봤다. 이번 시즌 우승 여부와 관계없이 또 한 명의 스타 탄생이 예고된 셈이다.

깜짝 스타의 등장은 한국에서도 그리 드물지 않았다. 지난 1984년 강변가요제에서는 키 작은 여대생 이선희가 ‘J에게’ 단 한 곡으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4년 뒤, 같은 무대를 통해 꺽다리 여학생 이상은이 등장했던 순간도 지금껏 인구에 회자된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이들은 자취를 감췄다. 일반인 참여 프로그램은 날로 늘고 있는데 왜 한국에선 더 이상 깜짝 스타가 나오지 않는 걸까. 1990년대 이후 가요계가 기획사에서 다년간 훈련된 신인들 위주로 재편됐다는 점, 외모를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 등 꼽자면 수십 가지 이유가 있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폴 포츠의 승리는 ‘노래 한 곡을 통한 인생 역전’을 멋지게 포장해낸 방송 제작진의 쾌거라고 봐야 한다. 어떤 원석도 손대지 않은 상태에서 절로 빛을 발하지는 않는다. 경쟁력 없는 외모와 탁월한 노래 실력, 여기에 실패자로 살아온 인생까지 다 갖춘 후보들을 골라내 히트 상품으로 포장해낸 연출진의 기술은 실로 장인의 솜씨라 부를 만하다.

하나 더 보태자면, 이들에게 지갑을 열어 성원할 수 있는 대중의 저변이 없는 한 깜짝 스타의 출현은 기대하기 힘들다. 폴 포츠의 데뷔 앨범 ‘원 찬스’는 영국에서만 68만 장이 판매됐다. 한국에서라면 과연 어땠을까. (끝)

사용자 삽입 이미지


수전 보일의 깜짝 등장에 이어 영국과 미국의 각종 TV 프로그램들은 보일에 대한 기동력 있는 특집 취재에 들어갔습니다.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는 짙은 사투리를 구사하는 보일은 영국의 벽지 스코틀랜드에서도 벽촌인 블랙번에 홀어머니와 고양이 한 마리를 데리고 살고 있다고 합니다.

당연히 전문적인 음악 교육은 받아 본 적이 없고, 취미는 동네 호텔에 있는 가라오케 머신 앞에서 노래하는 것이라는군요. 네. 이미 주변 사람들로부터 "인물은 좀 그렇지만 효녀 중의 효녀"라는 코멘트까지 모두 기사화됐습니다.

'브리튼즈 갓 탤런트' 팀의 내공이 돋보이는 것은 바로 이런 부분입니다. 이미 이들은 폴 포츠의 경험을 통해, 아무리 처음엔 외모에 대한 저항감이 심했더라도 빼어난 노래 실력은 그것을 한방에 역전시킬 수 있다는 것, 그리고 한번 이런 호감 역전 현상이 벌어지면 그 다음부터는 인간적인 감동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주변 이야기거리가 다시 한번 화제를 폭발시킨다는 점 등을 파악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거기에 딱 맞는 사람을 찾아내기도 쉬워지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


2007년 첫 방송 때에는 누가 봐도 루저 형상인 폴 포츠가 그 역할을 맡았습니다. 2회 때에는 덩치는 크지만 노래를 좋아한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는 순박한 눈매의 소년 앤드류 존스턴이 등장했죠. 존스턴의 폭발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이번에 찾아낸 것이 바로 보일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존스턴에 대해서는 별도의 포스팅을 한 적이 있습니다.


보일의 외양과 사연은 이미 위에서 다뤘으니 생략합니다. 포츠와 보일의 차이가 있다면 누가 봐도 넘치는 자신감. 소심하고 내성적인 포츠에 비해 보일은 "엘레인 페이지처럼 되고 싶다"며 자신감을 뽐내고 있습니다.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단골 주인공인 페이지는 웨스트엔드의 여왕으로 군림해온 영국 최고의 뮤지컬 스타죠.

'브리튼즈...'의 연출진에게서 다시 한번 감탄하게 된 것은 이렇게 준비된 스타를 무대에 내놓기 위해 포장하는 기술입니다. 제아무리 폴 포츠와 수전 보일이 천재의 노래 실력을 갖췄다 한들, 태어나서 처음으로 수천 관중 앞에서 그렇게 노래할 수 있을 리는 없습니다. 노래방에서 혼자 부르는 실력과 관중 앞에서 부르는 실력은 전혀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걸 극복하는 길은 부단한 훈련 뿐이죠. 어떤 노하우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들이 보여준 놀라운 라이브 실력은 누가 뭐래도 철저한 트레이닝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하나 더 보태자면, 무대에서의 코멘트 역시 상당히 연구된 흔적이 보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실 처음 용모와 태도가 준 임팩트를 떼놓고 생각한다면 폴 포츠의 노래 실력은 전문 성악가로는 한참 부족합니다. 음색에서 오는 표현력도 한정되어 있죠. 그걸 커버해 준 것이 노래 '공주는 잠 못 이루고'의 힘입니다. 전에도 한번 얘기한 적 있지만 이 팀의 선곡 실력 또한 감탄을 자아냅니다.

앤드류 존스턴의 '피에 예수' 역시 보이 소프라노의 매력을 최고로 뽑아낼 수 있는 곡이고, 보일이 부른 '아이 드림드 어 드림' 또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선곡이죠. '레미제라블'에서 팡틴이 미혼모가 되어 공장에서 일하며 코제트를 부양하는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며, 짧았던 인생의 봄을 그리는 노래입니다. 다른 가사를 모두 접어 둔다 해도, '현실로 인해 말살당한 나의 꿈(Dream)'이라는 부분만으로도 충분히 보일의 현재 상황과 연쇄반응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물론 노래의 아름다움이야 이미 전 세계의 뮤지컬 팬들이 공감한 터이고.

전문 가수가 부른 노래를 한번 비교해 보는 것도 좋겠죠. 레아 살롱가가 부른 브로드웨이의 팡틴입니다. 도촬 동영상이지만 노래와 영상이 볼만 합니다. 지금까지 살롱가가 부른 팡틴의 정식 동영상은 없는 것 같습니다. 지난해 내한공연에서 이 노래를 들었을 때의 감동은 지금도 생생합니다.

 

뮤지컬 레미제라블과 이 노래에 대한 이야기는 이쪽에 정리돼 있습니다. 레아 살롱가를 포함해 네 명의 가수들이 부른 서로 다른 I Dreamed a Dream이 있습니다.
 


보일의 노래 실력 역시 전문 가수들과 비교하자면 좀 어폐가 있습니다. 첫날 무대에서 보여준 노래도 박수에 가리긴 했지만 살짝 불안한 부분도 있었죠. 물론 아마추어로는 대단히 훌륭한 수준이고, 그 노래를 더욱 훌륭하게 보이게 뒷받침해준 전문가들의 솜씨 또한 기억할 만 합니다.

이런 식으로 가수를 포장하는 솜씨는 미국의 '아메리칸 아이들' 제작진도 탁월합니다. 그리고 이 프로그램에서도 제니퍼 허드슨을 비롯한 스타들이 배출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에게 1% 부족한 것은 바로 감동이죠. 루저가 위너로 바뀌는 순간의 감동, 그것까지 빠뜨리지 않은 것이 바로 '브리튼즈 갓 탤런트' 팀의 성공 요인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제목의 질문, '왜 한국에선 이런 깜짝 스타가 나오지 않을까'에 대한 답은 이미 다 한 셈입니다. 사실 한국 방송 제작진에게는 좀 억울할 수도 있는 이야기입니다. 매주 촬영과 편집을 진행해야 하는 한국 방송의 성격상, 1년에 3개월 정도 방송하고 빠지는 '브리튼즈 갓 탤런트' 같은 수준의 제작비와 지원, 연출력을 기대해선 안된다는 이야기가 당연히 나올 겁니다.

하지만 현재 3대 지상파의 인력구조를 감안할 때 제작비는 몰라도 사람이 부족해서 할 수 없다는 얘기는 곤란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럼 나머지는 기획력으로 커버할 수 있는 부분이 꽤 클 겁니다. 비단 신인 발굴 프로그램에 한정해서 하는 얘기가 아니라, 전반적인 예능 프로그램에 대한 생각입니다.

물론 깜짝 스타의 등장을 마무리하는 절대적인 조건은 사회의 저변입니다. 스타 하나가 똑바로 서려면, 그 스타나 제작자를 부자로 만들어 줄 수 있는 대중의 소비가 있어야 합니다. 그동안 국내에서 등장했던 수많은 UCC 스타들이 잠깐 주목을 끌었다 사라진 이유는 뭘까요. 한때 그들에게 열광했던 대중이 그들을 먹여살리기는 거부했기 때문입니다. 문화와 스타는 공짜가 아닙니다.


p.s. 수전 보일을 보고 감동했다는 분들의 기분을 상하게 하기 위해 이런 글을 쓴 것은 아닙니다. 단지 현대 사회에서는 어떤 감동도 '날 것 그대로'는 아니라는 점을 생각해 보시라는 뜻입니다. '브리튼즈 갓 탤런트'에 대해서도 칭찬만 할 생각은 없습니다. 수전 보일과 같은 날 출연한 파비아 체라(Fabia Cerra)라는 출연자의 벌레스크 댄스 광경입니다. 이런 지상파 쇼 무대에서 가슴을 드러내고 춤을 추다니...

 

이런 분위기라면 체라는 화제만 뿌린 뒤 결국 보일의 들러리가 되고 말겠죠. 그렇습니다. 이런 화려한 인생 역전 쇼에도 루저는 있습니다. 물론 이렇게 방송에 출연도 하지 못하고 예심에서 떨어진 사람들도 헤아릴 수 없이 많겠죠. 쇼란 그런 것입니다.

p.s. 유튜브의 수전 보일 동영상은 벌써 퍼가기 금지 조치가 한창이더군요. 폴 포츠도 거의 블록돼 있어서 어렵게 찾았습니다.




샤힌(섀힌) 자파골리에 대해서는 들어 보셨습니까?



728x90
수전 보일(Susan Boyle)이라는 아줌마가 '제2의 폴 포츠로 떠오르고 있다는 소식은 다들 알고 계실거라고 생각합니다. 그 분에 대한 포스팅은 다른 사정으로 조금 미루기로 하겠습니다. 아무튼 쇼가 시작하자마자 올해의 히트 상품으로 나온 아줌마, 매우 강력합니다.

하려고 하는 이야기는 그렇다면 올해로 3년 째를 맞은 이 쇼, '브리튼즈 갓 탤런트(Britain's got talent)'에서 2008년에는 누가 배출되었을까요. 아마도 잊어버리신 분들이 꽤 있을 겁니다. 바로 앤드류(안드루) 존스톤이라는 소년입니다. 그런데 왜 기억이 안 날까 하시는 분들을 위한 글입니다. 보시면서 기억을 되살려 보시기 바랍니다.

수전 보일에 대한 내용은 자연스럽게 곧 올라올 겁니다.




영국 ITV '브리튼즈 갓 탤런트(Britains got talent)'는 그저 노래자랑이 아니라 춤과 노래 등을 복합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장기자랑 프로그램입니다. 2008년 이 프로그램에는 앤드류 존스톤이라는 소년이 등장했습니다. 그런데 너무도 폴 포츠와 흡사한 분위기를 풍겼던 겁니다.

첫 등장은 이랬습니다. (아무래도 직접 보시는게 가장 빠를 겁니다.)




열 세살이라지만 사실은 또래들보다 훨씬 큰 덩치. 그러면서도 너무나 앳되게 보이는 얼굴과 어딘가 불안한 듯한 소년다운 눈빛, 그리고 사연.

사이먼이 장래 희망을 묻자 소년은 "무대에서 노래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친구들도 너를 성원하니?"라고 묻자 소년은 "사실 학교에서 또래들로부터 이지메를 당한다(bullied)"고 말을 합니다. 노래를 시작한 것도 여섯살 때, 처음으로 아이들로부터 학대를 당한 것도 여섯살 때라는군요.

하지만 막상 노래를 시작하자 그야말로 천사같은 목소리가 흘러나옵니다. 여자 심사위원인 아만다 홀든의 입에서 '오 마이 갓'이라는 입말이 나오는게 전혀 무리가 아닙니다.

노래는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Pie Jesu'. 사라 브라이트먼을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만든 노래 중 하납니다. 특히 어린이들의 목소리로 부를 때 위력적인 곡이죠.

예선 통과는 당연한 일. 이 프로그램은 예선 통과자들을 적당히 묶어서 여러 차례의 세미파이널을 치르고, 여기서 수위권에 든 출연자들을 다시 파이널에서 겨루게 합니다.

세미파이널에 등장했을 때의 모습입니다. 노래는 'Tears in Heaven'.




뭐 통과를 못할 리가 없겠죠.

그리고 바로 5월 31일, 결승전이 열렸습니다.


파이널에서의 모습입니다. Pie Jesu. 하지만 예선 때보다는 확실히 자신감이 붙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복병이 등장합니다.



지난 2007년에도 예선을 통과할 수 있었던(사이먼 혼자 통과시키자고 우겼다고 합니다) 조지 샘프슨(George Sampson)이라는 14세의 소년 춤꾼입니다.

세미파이널도 있지만 같은 노래와 같은 춤입니다. 파이널에 진출한 조지 샘슨의 춤을 한번 보시죠. 노래는 Singing in the Rain입니다.



얼핏 보기만 해도 얼굴에서 벌써 끼와 재능이 넘쳐 흐르는 것 같은 소년이죠. 조지 샘프슨과 앤드류 존스톤, 둘 다 대단하죠. 자, 여러분이라면 누구의 손을 들어 주시겠습니까.

여기서 영국 시청자들과 제작진은 조지를 우승자로 뽑았습니다.

물론 여기엔 또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가장 큰 이유는 앤드류가 지나치게 폴 포츠를 연상시킨다는 것일 것 같군요.



숫기 없어 보이는 아름다운 목소리의 소유자, 다소 인간승리의 냄새를 풍기는 사연, 오페라 풍의 목소리... 올해에도 앤드류를 우승자로 뽑는다면 그건 너무나 '브리튼즈 갓 탤런트'라는 쇼의 성격을 한가지로 규정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을 것 같습니다.

게다가 올해 참가자 중에는 공교롭게도 12세의 오페라 소녀가 있었습니다.



소녀의 이름은 패럴 스미스. 앞니 치열 교정만 한다면 몇년 안에 아름다운 숙녀 가수로 성장할 가능성이 보이더군요. 물론 어렸을 때의 얼굴로 커서의 얼굴을 짐작하는 건 - 특히 백인에게는- 굉장히 위험한 일이지만 말입니다.

패럴 스미스라는 경쟁자의 존재도 상당히 앤드류에게 가야 할 표를 분산시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아무튼 그래서 올해에는 조지 샘프슨이 1위, 앤드류 존스톤은 3위에 그쳤습니다. 물론 3위라도 이 정도의 관심이 몰렸으면 우승자 못지 않죠.



그리고 무엇보다, 누가 선곡을 도와주는지는 모르지만 '브리튼즈 갓 탤런트'의 선곡은 기가 막힙니다. 사실 폴 포츠의 경우도 'Nessun Dorma'가 그의 목소리에 그렇게 어울리는 노래는 아니었지만, 일단 현장에서 불렀을 때의 폭발력은 다른 아리아들과 비교할 바가 아니죠.

마찬가지로 Pie Jesu도 특히나 때묻지 않은 어린 아이의 목소리로 들었을 때 감동은 형언하기 어려운 곡입니다. 저만 해도 이 노래를 들을 때 우선은 사라 브라이트먼이 생각나지만 그 다음엔 바로 샬롯 처치가 생각나거든요.



1997년, 11세때의 샬롯 처치입니다.




물론 이랬던 미소녀가 지금은 이렇게 컸지만 말입니다.




아무튼 앤드류 존스턴, 만약 폴 포츠가 없었다면 정말 최고의 깜짝 스타가 될 수 있었을 것 같은 소년인데 무척 아쉬울 것 같습니다. 물론 이 정도의 성과도 대단한 거죠. 다만 특수체질(?)이 아닌 한은 저 목소리로 죽을 때까지 노래하는 건 불가능할텐데 커 가면서 어떤 모습으로 변해갈지도 궁금합니다.


물론 이 쇼에 나오고 나서 듣보잡이 됐다든가 그런 건 아닙니다. 그렇게 내버려 둘 사이먼 코웰이 아니죠. 작년 9월에 앨범도 냈고, 무럭무럭 잘 크고 있습니다.

 





수전 보일 현상에 대한 글은 이쪽입니다.


샤힌 자파골리를 빼놓으면 안되겠죠?



728x90

이민호, 김현중, 김범, 김준 등 F4와 구혜선의 일본 방문이 화제입니다. 16일 공식 팬미팅에는 2회에 4000명의 팬들이 몰렸다고 하는군요. 이 4000명이 모두 국내에서 따라간 팬들은 아니겠죠.^

이민호와 김현중은 드라마 '꽃보다 남자'가 방송되는 동안 치열한 경쟁을 펼쳤습니다. 드라마가 끝난 시점에서 볼 때, 아무래도 이 대결에선 이민호가 판정승을 거뒀다고 보는 게 좋을 듯 합니다. 하지만 한류 시장을 놓고 벌이는 F4 2라운드, 일단 김현중이 앞서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국 드라마 '꽃보다 남자'는 오는 여름방학에나 일본에서 방송될 예정이지만, 15일 당일의 TV 출연과 약식 팬미팅에 운집했던 김현중 팬들의 뜨거운 반응이 놀라움을 던졌습니다. 또 김현중은 다른 멤버들과는 달리 유창한 일본어를 구사하며 일본에서 F4의 대표 및 대변인 자리를 굳히는 듯한 느낌을 던졌습니다. 누가 MC라도 일본어로 즉답이 가능한 김현중에게 질문을 집중할 수밖에 없겠죠.

사실 관계자들에게는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닙니다. 4월15일 방일 계획이 발표됐을 때부터 그동안 김현중과 SS501이 미래를 내다 보고 했던 투자가 빛을 발할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예상된 거였으니까요. SS501이 일본 활동을 시작한 것이 2007년 3월. 벌써 만 2년이 지났습니다. 그리고 이제 그 결실을 거둘 시점이 된 겁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엄밀히 말하면 SS501의 일본 활동이 시작된 것은 2006년이라고 봐야 합니다. 물론 이때는 단발성 활동이었고, 일본은 커녕 국내에서도 SS501의 팬덤은 그리 탄탄하지 않았던 시점입니다.

하지만 SS501의 소속사 DSP는 2006년 연말 일본 홈페이지를 오픈하면서 열도 공략 계획을 본격화합니다. 그리고 2007년, 3월부터 10월까지 8개월 가량을 일본에서 머물며 활동을 한다는 과감한 작전에 나섭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SS501이 활동을 시작한 것이 2005년이니 데뷔 만 2년을 맞아 일본행을 하는 셈이었죠. 솔직히 말해 가요계에서도 반응은 그리 신통치 않았습니다. 극단적인 경우엔 '국내에서 잘 안 풀리니까 일본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였죠. 또 보아나 윤하 등 극소수 예외를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의 한류 가수들은 한국에서의 인기를 배경으로 하고 일본에 진출하는 게 상식이었습니다. 이런 저런 상황을 감안할 때 과연 당시의 SS501이 갖고 있던 지명도가 '한국만으로는 좁아서 일본으로 넘쳐 가는' 상황이었느냐 하는 데에는 의문의 여지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일본에서의 성과가 기대 이상이었던 겁니다. 2007년 첫 싱글 '코코로'가 오리콘 데일리 차트 5위에 올랐고, 지난해 3월에는 일본 골드디스트 대상에서 뉴 아티스트상을 수상했습니다. 가장 주목받는 신인 10팀 중 하나로 꼽힌 거죠. 도일 1년만의 성과로는 쾌거가 아닐 수 없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리고 무엇보다 큰 자산은 다양한 일본 내 활동을 통해 일본어에 대한 자신감과 일본 내 지명도를 높였다는 것입니다. 또 SS501의 외모와 퍼포먼스가 일본 팬들에게 어필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얻었죠.

여기가 끝은 아닙니다. 사실 이 정도로 만족하려고 그렇게 객지에서 멤버들이 고생했을 리는 없죠. 여기서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의 스타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뭔가 극적인 이벤트가 필요했고 마침내 그게 2009년 터졌습니다. 네. 드라마 '꽃보다 남자'의 성공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물론 '꽃보다 남자'가 일본에서 큰 반응을 일으킨다는 것을 전제로 한 얘기입니다. 하지만 이 드라마가 방송된다는 것 만으로도 어느 정도 한정되어 있던 SS501, 그리고 김현중의 팬덤을 확대시키는 데에는 큰 역할을 할 것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강점이 있다면 김현중의 외모가 누군가와 꽤 닮았다는 겁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지금까지 김현중을 몰랐던 사람들(SS501의 일본 내 팬덤은 기존 한류 팬들인 중년 이상층과는 좀 맞지 않았죠)에게 이런 외모가 주는 효과는 꽤 의미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제 김현중과 SS501에게 일본 시장은 잘 차려놓은 밥상처럼 보이는 시점입니다.

해결해야 할 문제도 있겠죠. 이를테면 일본 팬들에게 있어 김현중과 김형준의 이름 구분은 설탕 알갱이를 젓가락으로 집어먹으라는 수준의 난제일 겁니다. (대부분의 일본 팬들은 그래서 김현중을 그냥 '리다(leader)'라고 부른다는군요. 그래서 일본에서 그냥 김횬쥰이라고 하면 그냥 김형준이라네요.) 그리고 뭐니뭐니해도 가수는 노래가 좋아야 히트한다는 만고의 진리 또한 무시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 '캡틴'은 뭔가 전달 과정에서 혼선이 있었던 듯 합니다. 다시 확인해 보니 '리다'가 맞군요. 그리고 팬들의 지적에 따르면 김형준군은 '막내'나 '스에꼬'라고 불린다네요. -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일단은 김현중이 다른 멤버들보다 한발 앞서 가지만 F4의 나머지 멤버들의 폭발력은 드라마 방송 이후인 오는 7월에나 확인될 수 있을 듯 합니다. 사실 한국과 일본 사이에서는 똑같은 듯 하면서도 미묘한 취향의 차이가 있어서 정말 한국에서와 같은 붐이 일어날지는 그때를 지켜 봐야 알 수 있을 듯 합니다.

한국에서의 1라운드 때에도 드라마 방송 전까지는 김현중의 인기가 단연 이민호나 다른 멤버들보다 앞서 있었다는 점 또한 잊어선 안되겠죠. 진짜 승부는 7월 이후가 될 겁니다.


728x90
'동안할배'라는 별명이 김래원에게 붙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MBC TV '무릎팍도사'에 나온 김래원의 모습이 퍽 신선했던 것은 우선 이런 프로그램에서 김래원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본 것이 언제인지 잘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라는 것 때문이었을 겁니다.

지난 2003년 MBC TV 드라마 '옥탑방 고양이'에서 정다빈과의 공연으로 스타덤에 올랐지만, 사실 기억을 더 더듬어 보면 김래원은 한방에 올라선 반짝 스타는 아닙니다. 데뷔가 너무 빨랐던 셈이죠. 1997년 김수근 최강희 등이 주연이었던 청소년드라마 '나'에서 이미 모습을 비쳤고 2001년-2002년에 이미 주연급으로 얼굴을 비쳤지만 히트작이 없었을 뿐입니다. 얼마 전 '꽃남' 이민호가 "김래원 선배를 롤 모델로 생각한다"고 말한게 우연이 아니었던 셈입니다.

다른 청춘스타들에 비하면 훨씬 긴 시간을 이미 활동해 왔고, 그런 동안 천천히 성장해서 어느새 정상에 위치하게 된 김래원. 그야말로 '요란하지 않은 스타덤'인 셈인데 그의 이런 성장사를 돌이켜보다가 기억나는 얘기가 있습니다. 그리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지난번 이민호의 태국 방문 얘기 때 잠깐 소개드린 분이 다시 등장합니다. 요즘 태국에서 열리는 거의 모든 한류 관련 행사를 떠맡고 있는 KTCC의 이유현 사장님입니다. 그동안 태국에 다녀온 수많은 스타들 중 이분의 손길을 거치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죠. 그런 이사장님이 유독 칭찬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김래원입니다.

김래원은 지난해 10월, 방콕에서 열린 한국-태국 수교 50주년 기념 행사에 한류 스타를 대표해 참석했습니다. 당연히 공항에까지 많은 팬들이 몰렸고, 경찰들이 삼엄하게 경비를 했습니다. 호텔까지 경찰들이 에스코트를 해 주는 건 당연한 일이었고, 여기까지는 여느 스타들과 똑같았다는 거죠.

그런데 김래원은 여기서부터 달랐습니다. 호텔에 도착한 김래원은 자신을 호위해준 경찰관들에게 일일이 다가가 감사 인사를 하더라는 겁니다. "이때부터 김래원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는 것이 이사장님의 증언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중간의 사소한 일들은 생략. 그 다음은 행사를 마치고 귀국하던 날의 김래원입니다. 이사장님의 부하 직원의 증언은 대략 이렇습니다.

호텔에서 떠날 채비를 하고 있던 김래원은 진을 치고 있던 많은 팬들이 택시를 타고 자신을 따라 공항까지 오려고 준비하는 모습을 보게 됐습니다. 그리고는 가이드를 통해 태국 현지 직원(바로 이사장님의 부하 직원이죠)에게 '공항까지 택시비가 얼마나 드냐'고 물었다는 겁니다. 얼마라고 대답하자 김래원은 그 팬들에게 다가갔습니다.

김래원은 통역을 거쳐 "공항까지 멀고, 택시비도 많이 나온다. 또 중간에 들를 곳이 있어 바로 공항으로 가지도 않는다. 공연히 고생할 필요 없이 여기서 이별을 하자"고 한 뒤 단체로 사진 촬영까지 마쳤다고 합니다. 이 현지 직원이 "이런 사람은 태어나서 처음 봤다"고 하더라는군요.

뭐 더 많은 팬 인파를 경험해 본 사람들은 '호텔에 와 있던 팬들이 별로 없어서 그게 가능했나 보지'라고 웃어넘길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다른 사람의 입장을 생각하는 사람이 흔치 않다는 건 인정해야 할 겁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런 이야기를 알고 나서 '무릎팍 도사'를 보면 절로 웃음이 나옵니다. 김래원은 스스로 '재미 없는 사람'이라는 식으로 자신이 남을 웃기거나 즐겁게 하는 데 큰 재능이 있는 게 아니라는 얘기를 털어놓더군요.

이날 방송 분량은 평소 다른 스타들에 비해 조금 짧았습니다. 브라운관에서의 '재미'를 위해 뽑아낼 부분이 그리 많지 않았다는 것을 뜻하죠. 글자 그대로 '예능에는 최악의 출연자'라고 꼽을 만 했습니다. 물론 그런 경우라도 '무릎팍 도사'의 재미를 보장하는 것이 강호동과 유세윤의 몫인 만큼 어제는 두 MC의 활약이 유난히 빛났습니다. (강호동의 사과 개인기 쇼까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무튼 연예계에서 '겸손하고 좋은 사람'이라는 평판을 굳혀가고 있는 김래원이 말한 일화 중에서 유난히 기억에 남는 건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가 끝날 때까지 말을 놓지 못하고 (상대역인 김태희에게) '태희씨'라고 물렀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사실 사회생활을 할 때에는 이런 사람 보다는 오히려 약간 오버하는 사람이 상대를 더 편하게 해 줄 때도 있습니다. 결코 장점이라고만 말할 수는 없는 경우지만, 여기서 또 떠오르는 사람이 있습니다.

제가 아는 연기자 중에는 차인표가 상대방에게 '말 못 놓는 배우'로 유명합니다. 영화 '닥터 K'를 다 찍도록 상대역 김혜수에게도 '혜수씨'라고 불렀다는 것을 비롯해 함께 출연한 배우들 가운데 말을 놓고 오빠-동생, 혹은 형-동생 하는 경우가 더 드믈 지경입니다. 이 부분에서 묘하게 두 배우의 모습이 겹쳐 보이는 것은 우연한 일은 아닐 듯 합니다.




728x90

YWCA가 최근 종영한 KBS 2TV '꽃보다 남자'에 대한 모니터링 보고서에서 이 드라마를 '절대 실패한 드라마'라고 규정했습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서울YWCA 대학생 방송모니터회의 분석이라고 합니다.

물론 이런 단체에서 이 막장성이 다분한 드라마를 좋게 평가할 리가 없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입니다. TV 시청자들을 상대로 어떤 설문조사를 하더라도, '어떤 TV 프로그램을 더 많이 보고 싶으싶니까'라는 질문에는 누구나 '교양, 다큐멘터리, 사회고발성 뉴스 프로그램'을 더 많이 보고 싶다고 응답합니다. 어떤 조사에서도 '코미디, 리얼 버라이어티, 막장성 드라마'라고 응답하는 시청자는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실제 시청률 조사는 그런 설문 조사와는 전혀 다른 결과를 보여줍니다. 원래 그렇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보고서가 어떤 내용을 지적하고 있는지 역시 안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이 보고서는 성공의 요인을 ▲가장 원초적인 욕구의 종합선물세트 ▲캐스팅의 대 성공 ▲노이즈마케팅의 위력 ▲힘들고 지친 일상에 대한 아스피린 등 덕분이라고 꼽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그렇고 그런 식상한 이야기 ▲고등학생이라고 믿을 수 없는 폭력, 유흥 문화 ▲갈 곳을 잃은 어설픈 스토리 ▲CG의 남용과 폐해 ▲카스트 제도를 뺨치는 계급주의 ▲두 번 말하면 입 아픈 외모지상주의 ▲한숨짓게 하는 여주인공 캐릭터 등을 들었다는군요.

아울러 여주인공 금잔디 캐릭터에 대해 "한마디로 이처럼 수동적이고 비독립적이며, 안하무인이고 종속적인 캐릭터는 본적이 없다"고 지적했고(이 부분에서는 심히 공감합니다), "철저한 배금주의와 신데렐라 콤플렉스로 무장한 '꽃보다 남자'는 새로운 막장 드라마의 개념을 확립했다"고 주장했다고 합니다. (이상 연합뉴스 기사를 인용했습니다. 사실 이 보고서를 직접 읽어보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더군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정리하자면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 대한 비판은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째는 이 드라마가 담고 있는 사상의 문제, 즉 이 드라마가 우리 사회를 그릇된 방향으로 이끌고 갈 우려가 크다는 것이고 두번째는 드라마의 완성도에 대한 문제입니다. 아무리 이 드라마를 좋게 본다 한들 두번째 부분에 대한 비판에는 누구라도 할 말이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과연 첫번째 부분에 대한 비판이 이 드라마의 폐해인가 하는 점은 좀 생각해 볼 여지가 있을 듯 합니다. '▲카스트 제도를 뺨치는 계급주의 ▲두 번 말하면 입 아픈 외모지상주의'가 이 드라마로 인해 장려되고 있을까요? 이 드라마 보다는 현실이 훨씬 이런 현상을 잘 뒷받침해주고 있지 않을까요? 과연 이 드라마를 본 사람들이 저 두 부분에 대해 '현실은 그렇지 않아! 이 드라마는 현실을 오도하고 있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물론 드라마의 저런 부분들이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말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러나 다행스러운 것은 이 드라마는 보는 이로 하여금 충분히 현실과 선을 긋게 해 주는, 즉 '대놓고 비현실적인' 드라마라는 점입니다. 차라리 이 드라마보다는 '내조의 여왕'이 훨씬 현실과 맞닿아 있는 드라마죠.

'꽃남'이 끝난 뒤 지난주에 '꽃보다 남자가 남긴 것 - 아저씨가 본 꽃남'이라는 제목으로 원고 청탁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드라마 초반에도 얘기한 적이 있지만, 저는 이 드라마가 가진 수많은 문제는 문제로 치고, 이 드라마가 '한국 사회에서 나이든 여자들의 욕망이라는 부분을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올리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의를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밖에 - 왜 중년 남자들은 이 드라마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었나에 대한 내용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제목: 아저씨들은 왜 '꽃남'에서 소외됐나

지난달 31일 KBS-2TV ‘꽃보다 남자’의 마지막 회는 방송위원회의 경고 처분을 알리는 자막과 함께 방송됐다. 이 드라마에 지속적인 적대감을 표방해 온 사람은 적지 않다. 폭력 묘사, 지나친 간접 광고 등의 이유에서부터 형편없는 완성도라는 치명적인 약점에 이르기까지 ‘마음먹고 보면’ 비판할 구석이 넘쳐나는 드라마인 것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가 용서받아야 한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꽃보다 남자’의 존재 이유, 이 드라마의 미덕을 묻는 질문에 다음과 같이 대답한 적이 있다. 그 답변을 요약하자면, 이 드라마가 ‘그동안 엄마·아내·이모 등 관계 중심의 호칭으로 규정되어 왔던 한국의 성인 여성들로 하여금 오랫동안 잊고 있던 본연의 욕망을 깨닫게 하는 데 공헌했다’는 것이다. 자칫 난해하게 들릴 수도 있겠다. 다시 풀어 말하면 ‘여성들은 꽃미남을 보며 흐뭇해한다’는 당연한 사실을 온 세상이 피부로 이해하게 해 줬다는 뜻이다.

남자들에게는 오래전부터 이런 욕망의 은근한 표출이 그리 추하지 않은 것으로 허용되어 왔다. 사십이 넘은 나이에도 소녀시대를 보면서 헤벌레 웃는 것이 그리 주책 맞은 일이 아니라는 사회적인 합의가 있었다는 얘기다. 물론 ‘롤리타 콤플렉스’나 ‘원조교제’와 음습한 동기가 개입되어 있지 않다면 말이다.

반면 비슷한 연령대의 여성들이 스무 살 언저리의 해사한 청년들을 보고 헤벌쭉 미소를 짓거나, 지나가는 미남 청년을 돌아보다가 맞은편에서 오는 사람과 부딪치거나 하는 것은 쉽게 상상하기 힘든 일들이었다. 하지만 ‘꽃보다 남자’ 이후 많은 것이 변했다. ‘아내의 유혹’에 열광하던 주부들이 동시에 ‘사실은 꽃남 팬’이라며 커밍아웃하는 광경은 요즘 그리 낯설지 않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물론 이 드라마는 여자들에게만 꽃미남과의 우발적인 연애, 혹은 그와 관련된 바랜 옛 추억을 꿈꾸게 한 것은 아니다. 10대에서 20대에 이르는 남성 시청자에게도 이 드라마는 욕망의 대상을 구현한 판타지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들 역시 자신의 등장만으로 주위 여자들이 웅성거리는 모습을, (고교생임에도 불구하고) 멋진 스포츠카를 몰고 화려한 레스토랑에 여자친구를 데리고 가는 장면을, 보다 나은 장래를 위해 공부 따위에 매달릴 필요가 없는 재능과 환경을 꿈꾸기 때문이다.

사실 ‘꽃보다 남자’는 학교나 부모의 가르침보다 훨씬 더 현실을 잘 반영하고 있다. 제아무리 공부를 잘하고 운동을 잘하는 학생이라 해도 ‘서민 가정’ 출신인 한 유력가의 자제들에 비해 사회에서는 성공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을 요즘의 10대들은 너무도 잘 알고 있다.

그러고 보면 이 드라마에서 유일하게 소외된 계층이 중년 남성층이다. 당연한 일이다. 이들은 이 드라마에서 어떤 욕망의 대상도, 자신을 투영할 만한 대상도 발견할 수 없기 때문이다. F4 멤버들에게서 젊은 날의 자신을 볼 수 있는 사람이라면 참 다행이겠지만, 대다수 중년 남성에겐 ‘미워도 다시 한번’의 박상원 같은 캐릭터 하나 없는 이 드라마가 영 낯설기만 하다.

‘꽃남 현상’의 이해를 위해 시청을 시도했다가 좌절하고 말았다는 중년 남성들의 경험담도 드물지 않다. 갑자기 궁금해진다. 만약 F4 대신 소녀시대 멤버들이 출연한 ‘꽃보다 소시’가 방송된다면 어떤 결과가 나타날까.

아무튼 이 드라마의 사회적 의미를 아무리 미화한다 해도 드라마 본연의 가치인 극의 완성도를 거론하기 시작하면 이 드라마의 가치는 바람 빠진 공이 되고 만다. 가장 기본적인 플롯의 개연성에서 벌써 무너지기 시작하고, 뮤직비디오를 연결해 붙인 듯한 흐름은 대체 연출자의 역할이란 무엇인가 회의를 느끼게 한다.

‘꽃보다 남자’의 최고 시청률은 가장 우호적인 수치를 따져도 35%를 넘지 못했다. 대단한 숫자지만 기록적인 높이는 아니다. 이 드라마가 방송되는 동안에도 경쟁작인 MBC-TV ‘내조의 여왕’이나 SBS-TV ‘자명고’도 모두 10%를 넘는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런 숫자들은, 그래도 드라마 한 편이 40%, 50%의 시청률을 기록하기 위해서는 좀 더 나은 완성도를 갖춰야 한다는 사실을 드러내기도 한다. 어찌 보면 꽤 다행스러운 일이다.
(끝)


사용자 삽입 이미지

물론 윗글은 YWCA의 보고서 전에 쓰여진 것이고, 그 내용에 대한 반박도 아니지만 다만 마지막으로 그 YWCA의 조사 보고서에 대해 하고 싶은 얘기라면, 어떤 분야에서든 천편일률적인 잣대로 늘 똑같은 문제점만 지적하고 있어서는 어떤 발전도 기대할 수 없다는 겁니다.

세상은 자꾸 변하는데 늘 똑같은 19세기 서도 민요만 부르고 있으면 뭘 어쩌자는 겁니까. 더구나 대학생들이 본 시각이라면 30년 전에 어른들이 사용했던 용어들 말고 좀 더 참신한 시각으로 판단할 필요가 느껴집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리고 올 하반기 쯤에는, '꽃보다 소시(물론 가제)'같은 드라마 한편이 세상사에 지친 아저씨들의 가슴에 살포시 내려앉기를 슬쩍 기대해 봅니다. 만약 그때 대한민국의 온갖 아저씨들이 소주잔을 던지고 오후 9시 50분이면 칼같이 귀가해 TV 앞에 앉는다면, 그때 아줌마들의 표정은 어떻게 될지도 궁금합니다.^^




728x90

이 영화를 봐야겠다는 굳은 마음의 다짐 같은 건 별로 없었습니다. 그런데 우연히 측근 한 사람이 이 영화를 극찬한 꼴을 봤고, 그러다 보니 마음이 변했습니다. 결국 예매했던 '분노의 질주-오리지널'을 취소하고 '우리 집에 왜 왔니'로 바꿔타기에 이르렀습니다.

사실 다소 실험적이고 새롭게 보이는 영화들을 고르는 건 상당히 모험입니다. '달콤 살벌한 연인'이나 '미쓰 홍당무'처럼 신선하고 상쾌했던 기억이 있는 반면, 차마 거론하기도 싫은 실패들도 꽤 있었기 때문이죠. 그래서 약간은 불안한 기분으로 극장에 들어섰는데, 나올 때에는 무척이나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첫째는 엎치락 뒤치락 코미디일 것이라는 처음 생각과는 달리 무척이나 슬픈 영화였기 때문이고, 두번째는 이 잘 만든 영화에 관객이 그리 많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줄거리부터 먼저 짚고 넘어갑니다. 아내의 죽음 이후 삶에 모든 의욕을 잃고, 자살여행에서도 실패하고 돌아온 병희(박희순)는 자살을 감행하려던 순간, 자기 집처럼 불쑥 나타난 노숙자 차림의 수강(강혜정)에 의해 오히려 결박당하는 신세가 됩니다.

수강과의 기묘한 동거생활이 시작되고, 병희는 수강이 자기 집에 들어온 이유가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등장인물'인 지민(이승현 - 빅뱅 멤버 승리의 본명입니다)을 감시하기 위한 것임을 알게 됩니다. 지민 때문에 두번이나 교도소까지 갔다왔다는 수강은 "저 자식을 납치해다 산 채로 묻어버리겠다"고 투지를 불태웁니다. 네. 수강은 그리 정상적인 성인의 지능이나 판단력을 가진 인물은 아닙니다.

한 여자의 지독한 짝사랑 이야기라는 면에서 이 영화는 살짝 '미쓰 홍당무'의 분위기를 풍깁니다. 강혜정의 깜찍한 표정에서 '아멜리에'의 오드리 토투가 생각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겠죠. 그리고 극중에서는 노골적으로 대놓고 '미저리'와 '아웃 오브 아프리카'를 차용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 영화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작품은 일본 영화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이라는 점을 부인하기 힘들겠지만,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이 전혀 마음에 들지 않았던 저도 '우리 집에 왜 왔니'에는 퍽 만족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하긴 영화가 시작하고 한 30분 동안은 솔직히 좀 불안했습니다. 박희순의 도주와 추격 장면에서의 핸드헬드 풍 화면은 관객을 어지럽히는 것 외에는 다른 효용을 발휘하지 못합니다. 또 강혜정의 등장 직후에서 박휘순과 강혜정이 어느 정도 친분(?)을 쌓기까지의 전개는 좀 아슬아슬합니다. 관객에게 마음 놓고 웃을 수 있는 포인트를 맞춰 주지 못하기 때문이죠.

관객과 영화의 만남 역시 사람과 사람의 만남과 비슷한 데가 있습니다. 관객은 이제 막 박희순과 어느 정도 친해졌고, 강혜정의 갑작스런 등장으로 강혜정과도 친해져야 합니다. 그런데 처음 등장한 이수강은 살짝 정신이 이상한 노숙자 치고는 너무 새침떼기처럼 행동합니다. 조금은 관객의 기대에 맞게 행동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무튼 뭐 그건 그렇다 쳐도 됩니다. 왜냐하면 나머지 90분이 충분히 관객을 빨아들여버리기 때문이죠. 수강에게 지민이 어떤 의미가 있는 인물인지, 병희는 왜 서서히 수강에게 마음을 열어 가게 되는지를 두 배우와 황수아 감독이 설득력있게 풀어 줍니다.

물론 지민에게 있어 이 영화의 수강은 스토커입니다. 그것도 매우 위험천만한 스토커죠. 하지만 영화가 끝나 갈수록 관객이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는 수강에게 안타까움을 느끼게 된다는 게 이 영화의 힘입니다. 만약 이 영화의 수강과 지민이 성별이 바뀌어 있었다면, 황수아 감독은 '스토킹을 미화한다'는 이유로 여론의 지탄을 받았을 지도 모릅니다. (갑자기 '오아시스' 때 생각이 나는군요.)

촬영 순서와 영화의 진행 순서가 같았다면, 강혜정도 이 영화에 적응하는 데 꽤 시간이 걸렸던 듯 합니다. 영화 뒷부분으로 갈수록 영화에 푹 젖어드는 듯 보이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에서는 몰입을 방해하도록 예쁘다는 게 문제긴 합니다만, 연기력만큼은 한국 영화계의 보물이라는 걸 다시 한번 증명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박희순도 그리 두드러질 데가 없는 역할이었지만, 무리해서 돋보이려 하지 않고 영화의 흐름을 제대로 끌어 주는 솜씨가 일품입니다. 승리 이승현군도 비중이 크거나 대단한 연기력을 요하는 역할은 아니었지만 딱 어울리는 캐스팅이었다는 건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무래도 이 영화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이라면 '머리 감겨주는 신'일 겁니다. 두 주인공이 이해의 폭을 넓혀 서로를 받아들이기 시작하는 장면이기 때문이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영화에 대한 추천은 이 정도입니다만, 지난번 '미쓰 홍당무' 때도 강추했던 영화가 흥행에서는 참패한 전력이 있기 때문에 보실 분들은 가능하면 서두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매란방'과 '노잉' 등 대작들이 쏟아지는 가운데서 이 영화가 얼마나 버틸 수 있을 지 모르겠습니다. 굳이 비교를 하자면 '그림자 살인'보다는 훨씬 만족도가 높을 겁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하는 아주 약한 수준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아마도 영화를 보지 않은 분들은 무슨 말인지 전혀 이해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지만, 그래도 일단은 경고 표지를 붙여 두겠습니다. 영화를 보실 때 다른 사람의 생각이 개입하는 걸 꺼리는 분들은 여기까지만.<


결국 이 영화가 가리키고 있는 것은 '다른 사람의 인생에 들어 서는, 혹은 다른 사람을 내 인생에 개입시키는 데 대한' 두려움입니다. 사회생활을 통해 조심성을 다진 사람들은 쉽사리 남의 일에 개입하려고도, 다른 사람이 내 일에 개입하는 것을 허용하려고도 하지 않습니다. 물론 그 이전에도 누구나 내 인생에 남이 함부로 개입하는 것은 원하지 않죠. 다만 내가 남의 인생에 개입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할 때가 있을 뿐입니다.

어린 지민은 수강에 대한 자신의 개입이 자신의 인생에 수강을 들여 놓는 것이라는 점을 몰랐습니다. 그래서 인생이 꼬이기 시작했죠. 하지만 어른인 병희는 어느 한 순간에 선을 그어 놓습니다. 호빵을 사다 준 것이 수강에 대한 마지막 감정의 표현이었고, 그 이상은 없다는 것을 스스로 설정하는 행동이기도 했던 거죠. 만약 그 이상이 있었더라면 면회를 가든가 편지를 쓰든가 했을 겁니다.

놀랍게도 아무 분별력이 없을 것 같던 수강은 어느 선에서, 어른이 되어 이런 상황을 이해합니다. 그래서 더 이상은 지민의 인생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바라보는 데 만족하게 됩니다(물론 그러기 위해서 병희의 인생에 무단으로 침입하지만, 수강에게 그런 것까지 기대하는 건 무리입니다^). 만약 지민이 위기에 놓이지 않았다면, 수강과 지민이 다시 마주치는 일은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결국, 병희가 그 선에서 수강에게 잠시 뻗었던 손을 거둬들인 탓에 영화는 지금대로의 결말을 갖게 됩니다. 이 이야기를 도구로 황수아 감독은 우리가 귀찮아서, 혹은 귀찮은 일이 생길까봐, 혹은 나도 먹고 살기 바빠서 다른 사람에게 내민 손을 너무 빨리 거둬들였던 사람들의 마음 한 구석을 예리하게 파고 듭니다. 물론 병희의 죄책감(혹은 관객의 죄책감)을 씻어 주기 위한 마지막 장면이 기다리고 있기는 하지만, 아무튼 이 영화의 마지막 시퀀스는 보는 이의 가슴을 먹먹하게 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p.s. 조은지와 오광록의 카메오 출연에서 빵 터집니다. 그런데 그러고 보니, 강혜정은 '꽃찾으러 왔단다' 라는 TV 드라마에 출연한 적이 있군요. 이 제목과 희한한 인연입니다.




728x90

'꽃남' 이민호가 태국에 가 있다는 건 팬들이면 다 아실만한 얘기죠. 시위 때문에 걱정하신 분들도 있었을 겁니다. 그런데 현지에서 보내온 소식 중에 '송크란(Songkran) 기간인데도 정말 많은 취재진과 인파가 몰려들었다'는 부분이 특히 눈길을 끌었습니다. 태국에 대해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죠. 송크란 때 사람들이 이런 일에 신경을 쓴다는 건 좀 이례적인 일입니다.

송크란이란 굳이 말하자면 태국의 설날에 해당합니다. 저도 태국 전문가는 아닙니다만 여러 해 전 마침 송크란 기간에 태국을 방문한 적이 있고, 그때 너무나 즐거웠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태국에는 설날이 셋 있죠. 양력설, 음력설, 그리고 송크란입니다. 그런데 그 중에서도 가장 신나는 설날은 바로 송크란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아마도 태국 기자들은 이민호의 갑작스런 방문 앞에서 "왜 하필 송크란때 오고 난리야"라고 중얼거렸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먼저 이민호 관련 이야기. 방콕에서 한류 행사를 주로 맡아 하시는 분 가운데 KTCC의 이유현 사장님이 계십니다. 한때는 현장을 누비는 대한민국 최고의 야구 기자였고, 그 뒤로는 연예 기자로 변신해서 역시 업계의 최고로 인정받았던 분인데 이제는 한류 사업가로 변신했습니다.

우연히 다른 일로 통화하다가 이민호의 태국 입국 일정이 바뀌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런데 그러고 보니 딱 송크란 기간이더군요. 이사장님도 "송크란 기간 중에는 대개 무슨 행사가 열리건 사람들이 무관심하기 마련인데, 이민호의 영향력이 대단하더라. 아직 태국에서는 '꽃보다 남자' 방송 얘기도 없는데 다들 인터넷으로 다운 받아 봤는지, 이민호에 대한 성원이 이만저만 아니었다"고 증언했습니다.

국내에서는 태국의 시위 때문에 걱정했는데 시위대는 마주치지도 않았다는군요. 태국도 사람들이 워낙 시위에 둔감해져서 한쪽에선 시위를 해도 관광이나 일상생활엔 아무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합니다. 오히려 이유현 사장님은 "시위 때문에 집회 금지령이 내려졌는데도, 그리고 무엇보다 송크란 기간인데도 이만한 취재진이 모인 건 정말 이례적인 일"이라더군요.

사실 이민호는 기자회견 하러 간 게 아니라 바빠서 못 찍은 화장품 CF를 찍으러 간 거였는데, 현장에서 겸사겸사 행사를 갖게 된 거였습니다. 이민호로서는 뜻깊은 생애 첫 해외 기자회견인데 다행히 성황을 이뤘다는군요. 최근 파타야에 소녀시대와 샤이니가 다녀가는 등 요즘 태국의 한류 붐이 한껏 물이 올랐다는데 이민호가 그 뒤를 곧 이을 듯 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취재진 뿐만 아니라 구경 온 팬들도 만만찮습니다. 아직 드라마는 방송도 안 했는데.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송크란은 매년 4월 13일에서 15일까지 열리는 축전인데 주말과 겹치면 자동 연장됩니다. 기후를 따지자면, 태국에는 건기와 우기, 그리고 그 중간의 봄철이 있습니다. 한국으로 치면 늦가을에서 겨울, 그리고 양력 3월까지는 건기입니다. 태국을 여행하기 가장 좋은 날씨죠. 파란 하늘과 무덥지 않은 날씨가 그만입니다. 그리고 송크란은 건기의 끝, 그러니까 봄의 시작을 알리는 축전입니다. 이때부터 비가 조금씩 오기 시작하고, 한국의 여름철이 되면 본격적인 우기를 맞아 매일같이 비가 내립니다.

그렇기 때문에 송크란은 농사의 시작을 알리는 날이기도 하고, 생명의 근원인 물을 기념하는 축제가 곳곳에서 열립니다. 뭐 굳이 축제랄 것도 없더군요. 거리를 달리는 차들(픽업 트럭이 유난히 많습니다)에는 물을 가득 담은 드럼통과 물총을 든 사람들이 빼곡 타고 있습니다. 곳곳에서 물총을 이용한 총격전이 벌어집니다. 좀 심하게 노는 사람들은 밀가루나 색소를 뿌리며 물총을 쏘아대기도 합니다.

문득 한 9년 전에 송크란을 구경하고 돌아온 감상을 쓴 글이 생각나서 붙여 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송크란: 1년에 계절이 3개인 태국에서 건기(dry season)가 지나고 여름(hot season)이 시작되는 것을 알리는 명절. 과거 태국의 설날. 4월 13~15일 정도를 가리키며 이 기간중에 비가 와야 풍년이 든다는 뜻에서, 길거리에서 마구 서로 물을 쳐 뿌리는 축제 기간이기도 하다...

  라고 여행안내서에는 써 있었다. 사실 무슨 아침 여성프로에서 본 적은 있었지만 세상에 길 다니는 사람에게 마구 물을 뿌리다니, 뭐 저런 무식스런 놈들이 다 있어. 거기다 그 물에서 냄새가 얼마나 나겠어, 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난 월요일, 어떤 후배 한 놈(노는데 환장해서 미친듯이 놀면서도 여자들도 수십명 거느리고, 이번엔 박사학위를 한꺼번에 3개를 따는 아주 요상한 놈이다)이 "형, 금요일 출발로 대한항공타고 방콕 파타야 3박5일가는 34만원짜리 투어가 나왔는데 갑시다. 마침 송크란이야. 송크란"하고 나섰다. 그 바람에 송크란이 뭔지 확실히 알게 됐다.

  으윽.. 금요일 가는걸 월요일에... 라고 잠시 고민했지만 어느새 "마일리지는 얼마나 쳐 준대냐?"를 물어보고 있었다. 아. 이 충동구매 인생.

  그러던 수요일, 나보다 한술 더 뜨는 충동구매 황제 한놈까지 자기도 가겠다고 나서 결국 남자 셋이 여행을 떠났다. 가보니 투어 전체 인원이 남자 셋. 분위기 싸아 했을건 다들 보이지? 이 정도 인원이면 원래 투어 취소했어야 정상이지만 남자 셋이니 어디 음흉한데 가서 부수입이라도 짭짤할줄 알았던 모양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송크란, 가보니 장난 아니었다. 태국은 세계에서 픽업트럭이 두번째로 많은 나라다. 방콕에서 파타야로 가는 도로 위에 가득 찬 그 많은 픽업 트럭 뒤에 애들이 빼꼭 타고, 가운데 커다란 드럼통 하나 가득 물이 실려 있다. 그리고 그 많은 애녀석들이 전부 손에 손에 물총을 들고 있는 거다. 달리는 차에서 서로 물총을 쏴 대느라 정신이 없다. 개중에는 밀가루 탄 물도 있어서 잘못하면 바로 문둥이 꼴이 된다. 우리는 그거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는데 철없는 가이드는 판촉에 헛고생만 한다.

가이드: 씨푸드(가이드 가격 40불, 실제 가격 15~20불)라도 드시죠?
우리: (멀뚱멀뚱 창밖만 본다)
가이드: 알카자쇼(게이쇼. 가이드 가격 30불, 실제가격 10불) 아세요?
우리: (멀뚱멀뚱)
가이드: 한밤 시내 투어 어떠세요?
우리: (멀뚱멀뚱)
가이드: 악어농장이라도 함 가실래요?
우리: (멀뚱멀뚱)

가이드: 마사지(가이드 가격 20불, 실제 가격 5불), 이거 꼭 하셔야 합니다.
우리:(멀뚱멀뚱. 한놈이 창문을 열고 애들한테 소리지르는 걸 말리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
가이드: (포기한듯) 개인적으로 시내 가시게요?
우리: (헤벌레)
가이드: 조심하셔야 합니다. 여기 총기 소지가 허용되는 나리에요. 뭐 불교국가라지만 범죄율, 만만치 않습니다. 또 송크란 축제 기간이라 교통 엄청 막혀요. 시내까지 한 40분 걸릴겁니다. 택시비도 한 400바트(10불) 나올거구요. 영어 쓰는 사람 한명도 없습니다. 무슨 일 생기시면 전 절대 책임 못 집니다.
우리: (멀뚱멀뚱)

사용자 삽입 이미지

  시내까지 150바트에 딱 10분 걸렸다. 시내 나가자 마자 숙원사업인 50바트짜리 물총(거대한 주사기에서 바늘을 뺐다고 생각하면 된다)을 샀다. 잠시 후, 이 '물총을 들고 있는 행위'가 바로 '제발 날 좀 물총으로 쏴 주세요'라는 뜻임을 알게 됐다. 다행인 것은, 이 사람들이 반드시 깨끗한 물로 물총을 쏜다는 에티켓을 철저하게 지키고 있었다는 점이다(밤에만 그런 모양이다). 양놈 일본놈 조선놈 태국놈 할것 없이 죄 물총들고 시내를 뛰어다니고 있었다. 이야아. ... 다 젖었다.

  외국 나가서 이렇게 재미있었던 적도 별로 없었다. 이런거 좋아하는 사람은 내년 송크란때 태국에나 가 보길. 편하게 입고 한번 뛰어 보라니까. 애 있는 사람들은 애들 물총 하나씩 사서 들려 주고 말이야.

  암튼 가이드를 울리면 여행이 즐겁다. "제발 여러분같은 분들은 웬만하면 패키지 여행 하지 마세요"라던 가이드의 마지막 절규가 아직도 귀에 선하다
. (끝)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지금은 어떤지 모르지만 예전의 송크란은 여행 성수기가 아니라서 요금도 싸고, 덤핑 패키지도 많이 나올 때였습니다. 지금도 사방에서 물총 쏴 대던 어린이들, 어른들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올해는 벌써 지나갔지만 내년쯤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물총 하나씩 들고 태국으로 가 보시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