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렌타인데이는 초콜렛 주고 받는 날입니다. 뭐 이 날이 일본 제과업계의 상혼에서 비롯된 거니 뭐니 케케묵은 얘기를 하자는 게 아닙니다. 이 글에서 밝히고 싶은 것은 축복받은 연인들의 날인 발렌타인데이가 아닌, 저주받은 암흑의 발렌타인데이가 따로 있다는 것입니다. 매우 충격적인 날입니다. 힌트를 드리자면 이 발렌타인데이는 Ballantine's Day라고 씁니다. 스펠링은 어차피 잘 모르셨죠? 참고로 여러분들이 잘 아시는 발렌타인 데이, 언론이 밸런타인데이라고 쓰는 Valentine's Day와는 다른 날이란 말입니다. 이 두개의 차이는 뭘까요? 기왕 얘기를 꺼낸 김에 발렌타인데이의 유래를 잠시 살펴보겠습니다. -자코포 바사노, 성 루칠라를 세례하는 성 발렌타인, 1575 - 이 날은 3세기 후반, 로마 ..
같은 주간에 그래미상과 서울가요대상이 함께 열렸습니다. '소 핫'과 '노바디'의 원더걸스가 대상이라면 누구라도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물론 두 다른 그룹의 모습이 눈앞을 스치고 지나가는 것도 인지상정이죠. 이 자리에 우주의 기원을 이름으로 삼은 그룹은 등장했지만 무협지적인 이름을 가진 그룹은 왜 나타나지 않았을까요. 그리고 시상식의 여파는 과연 어떻게 미칠까요. 서울가요대상 3일 전에 쓴 얘깁니다. 제목: 한국에 그래미상이 생긴다면 국내 팝 시장의 몰락과 함께 그래미상 시상식 결과에도 별 관심이 쏠리지 않던 차에 올해는 뜻밖에도 반가운 이름의 수상 소식을 들었다. 로버트 플랜트. 전설의 록 밴드 레드 제플린의 리드 보컬인 그가 만 61세에 5개 부문을 휩쓸었다는 것은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동방..
취미이자 인생의 활력소가 가끔은 부담이 되기도 합니다. 가끔은 이 짓을 왜 시작했을까 후회하기도 하고, 갑자기 멈춰선 방문자 수가 위산을 분비하게 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해서 블로그라는 놈을 시작한게 2006년 5월 1일, 지금의 집으로 옮겨 온게 작년 5월입니다. 정든 옛 집을 떠날 때에는 그동안 쌓아온 히스토리가 아깝기도 했지만 옮기고 보니 훨씬 요란한 새집이 돼 버렸습니다. 800만 조금 넘었을 무렵에 떠나온 그 옛날 집에도 하루에 1000명, 2000명씩 방문자가 발생해서(검색 엔진의 힘인지, 아직도 즐겨찾기를 움직이지 않고 옛날 집을 통해서 들어오시는 분들이 있는지^) 그래도 조금씩은 숫자가 늘고 있었는데, 간밤에 숫자가 역전됐습니다. 그렇게 해서 처음으로 900만을 넘었습니다. 물론 최근 몇달..
과연 KBS 2TV '꽃보다 남자'의 연출진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요? 10일 방송된 12부를 보다가 쓴웃음이 절로 나왔습니다. 구준표(이민호)는 이날 제하(정의철) 패거리에게 죽도록 맞다가 나머지 F3에 의해 구출됩니다. 다음 장면. 구준표가 여기 저기 다친 얼굴로 금잔디(구혜선)의 병상을 지킵니다. 이어지는 닭살 신을 생략하고, 사채업자들에게 납치된 금잔디 아버지를 건너 뛰어 F4와 금잔디는 스키장으로 갑니다. 놀랍게도 구준표의 모든 상처가 말끔히 나아 있군요! 얼굴 어디에도 죽도록 맞은 상처의 흔적은 전혀 없습니다. 타박상과 멍이 그렇게 말끔하게 다 가시려면 한달은 걸렸을텐데(폭행 내용으로 보아 갈비뼈도 몇개 부러졌을텐데 스키 타는 몸놀림을 보면 전혀 부상의 흔적은 보이지 않습니다. 갈비뼈가..
방송 심의의 잣대라는 건 참 균형이 없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 TV에서 여자 연예인의 비키니 차림이라는 건 대단히 음란한 표현으로 취급되곤 합니다. 여름의 특집 예능 프로그램에 나오는 여자 연예인들이 모두 수영복 위에 티셔츠를 껴입거나 반바지를 입고 나오는 건 패션 감각이 없어서가 아닙니다. 저 어딘가에 있는 '누군가'가 수영복만 입고 출연한 프로그램에 대해 '보기에 편치 않다'고 눈살을 찌푸리기 때문입니다. 그 분들에게는 '아니 수영장만 가도 요새는 일반인들도 다 저러고 다니는데...'라고 해 봐야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이런 말을 하면 또 청학동에서 인터넷 하시는 분들이 '그럼 TV를 수영장으로 만들겠다는 거냐'고 수염을 부르르 떨고 하시는데, 뭐 꼭 그럴 필요가 있는지 모르..
이민호 김현중 김범 김준의 '꽃보다 남자'가 한창 인기를 얻고 있는 상황에서 살인마 강호순의 얼굴이 공개되고, 그가 뜻밖에도 인상 좋은 호남형 얼굴을 갖고 있었다는 사실이 미국의 전설적인 미남 연쇄살인범 테드 번디를 연상시키면서 잇달아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모든 연쇄살인자가 연예인 수준의 미남인 것도 아니고, 미남이 평범한 외모의 남자들보다 더 위험한 것도 아닙니다. 다만 위험한 성향을 가진 사람, 전문 용어로 사이코패스인 인물들이 일반적인 사람들보다 빼어난 용모를 가지고 있을 때 그 위험성은 배가될수밖에 없을 겁니다. 특히 미남 연쇄 살인범에 대한 기록들은, 이들이 잘생긴 외모 때문에 일찌감치 수사선상에서 제외되거나 체포된 뒤에도 수많은 추종자들을 거느렸던 전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유죄라는 증거가 ..
지난주, 미국 박스 오피스 1위를 차지한 영화의 제목은 '테이큰'입니다. 네. 혹시나 해서 다시 봐도 우리가 아는, 리암 니슨이 주연한 그 '테이큰'입니다. 작년에 이 영화가 개봉됐을 때 '김회장이 생각난다'는 제목을 달아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테이큰'은 실종된 딸을 찾기 위해 어떤 폭력도 무릅쓰는 비밀 요원 출신 아버지의 맹활약을 그린 영화입니다. 벌써 기억에서 희미해진 분들도 있겠지만, 당시 한국에서는 술집에서 싸우다 맞은 아들의 복수를 위해 수십명의 조폭을 이끌고 현장으로 돌진하신 김 모 회장님이 화제가 됐었죠. 참 어처구니없는 얘기지만 중년 남성들 가운데에는 '내 자식이 어디서 맞고 왔으면 야구 방망이라도 들고 보복하러 가는게 인지상정 아니냐'며 은근히 김회장을 이해한다는 식으로 ..
지난 여름, 중국 연예계의 대부 성룡이 김장훈에게 돌연 편지 한장과 함께 1만 달러의 돈을 보내왔습니다. 선행에 앞장서고 있는 김장훈의 노력을 치하하면서, "젊은 친구가 어렵고 힘든 이들을 위해 아낌없이 봉사하고 있다는 점에 감동했다"며 자신의 선의를 보탠 것입니다. 김장훈이 성룡을 직접 만난 적은 한번도 없지만 아시아권에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성룡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겠죠. 게다가 기부의 액수로 따진다면 성룡은 그야말로 자선의 황제 격입니다. 지난번에도 4000억원에 달하는 재산을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써 달라고 내놓기도 했습니다. 그의 이런 자선활동, 한국에 대해 보여온 지속적인 호의, 그리고 무엇보다 영화배우 겸 감독으로서의 탁월한 성과 때문에 아마도 성룡은 한국인에게 친숙한 해외 스타 중에서..
영화 '작전명 발키리'는 그렇게 재미있는 영화는 아닙니다. 물론 재미를 어떻게 규정하느냐는 대단히 미묘한 문제지만 상식적으로 판단할 때 이 영화를 보고 '재미'를 느낄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겁니다. 이 영화를 보다가 문득 생각난 것이 있습니다. 이 영화의 제목 '발키리'는 본래 국내에서는 '발퀴레'라는 표기가 더 익숙한 단어입니다. 바그너의 악극 제목이자, 북구 신화의 등장인물이죠. 이 '발퀴레'라는 음악과 관련된 지휘자 중에 다니엘 바렌보임이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본래 세계적인 명지휘자였던 이 사람은 '발퀴레'를 잘 연주해서가 아니라 '발퀴레'를 연주하려다 좌절한 사연 때문에 세계의 주목을 끌었습니다. 바렌보임의 '발퀴레'와 톰 크루즈의 '발키리'는 과연 어떤 관계일까요. 거기에 대한 글입니다. 제목..
KBS 2TV '꽃보다 남자'의 도입부를 보면 구준표는 참 찌질하기 그지없는 인물입니다. 허우대는 멀쩡하지만 집안 돈으로 학교에서 왕 노릇이나 하고, 말도 안되는 사소한 이유로 동급생을 자살 위기에 몰아넣기도 합니다. 이 드라마의 전체 구조를 모르는 사람의 눈에는 저런 '이상한 놈'이 주인공으로 인기를 얻는다는게 의아할 정도입니다. '찌질한 남자'라는 점에서 구준표 말고도 생각나는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천추태후'의 경종입니다. 어느 순간, 갑자기 KBS 2TV '천추태후'를 볼 맛이 없어졌습니다. 잘 나가던 드라마에서 휙 하고 바람 빠지는 소리가 난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천추태후'의 도입부에는 상당히 매력있는 배우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어린 천추태후 역의 김소은('꽃보다 남자'의 가을이기도 하죠)과..
'꽃보다 남자'의 인기, 그 가운데서도 이민호와 김현중의 인기 다툼이 얼마나 치열한지를 엿볼 수 있는 공간이 있습니다. 두 사람은 모두 오는 27일 열리는 백상예술대상 인기상 후보로 나란히 올라 있습니다. 현재도 온라인으로 진행중인 인기투표 득표 현황(http://isplus.joins.com/100sang/vote/vote.html)으로 들어가 보면 정말 박빙의 대결이라는 말이 어떤 상황을 가리키는 지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득표율 면에서 0.1% 단위까지 차이가 없는 40.4% 동률. 줄곧 0.1% 이내의 승부입니다. 투표가 시작된 이래 지금까지 0.2% 이상 벌어진 모습을 본 적이 없을 정도입니다. 3위인 이준기가 10%도 안 나올 정도로 두 사람에게 투표가 집중되고 있습니다. 드라마가 ..
설 연휴가 지나고 나자 '꽃보다 남자'의 위력이 더욱 확실해졌습니다. 물론 취재 일선에서는 이미 처음 1,2주 사이에 '이건 대형사고다'라는 것을 체감하고 있었지만, 회사 위쪽으로 올라갈수록 이런 느낌은 늦게 전달됩니다. 특히 대부분의 중년 남성들은 '꽃보다 남자'가 뭔지를 모르거나 어쩌다 눈에 띄어도 "뭐 저런 유치찬란하고 황당한 드라마가 있어"하기 마련이죠. 하지만 설 연휴는 온 가족이 모이는 시기입니다. 70대 할머니와 10대 손녀가 함께 앉아서 이민호와 김현중의 화려한 미모에 정신을 잃고 빠져드는 걸 눈으로 확인하고 나면 다들 "아, 이 드라마에 뭔가 있구나"라는 걸 절로 깨닫게 됩니다. 여전히 '배운 사람들'에게 이 드라마는 '아내의 유혹' 못잖은 막장 드라마고, 교훈도 없고 메시지도 없고 생각..
1987년, '쇼! 비디오자키'라는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감히 말하자면, 이때가 바로 한국 코미디의 전성기였습니다. 지금도 '개그콘서트'나 '웃찾사'같은 프로그램들이 있지 않느냐구요? 몇해 전 '개그콘서트' 초창기의 인기는 정말 대단하지 않았냐구요? 그건 그 시대를 모르는 사람들의 얘깁니다. 당시 '쇼! 비디오자키'의 인기는 지금의 '개그콘서트'와 '패밀리가 떴다'를 합쳐 놓은 수준이었습니다. 당시에는 '쇼! 비디오자키'에서 유행어가 하나 뜨면 그게 전 사회의 유행어였죠. 매주 화요일에 방송되던 '쇼! 비디오자키'를 보지 않으면 1주일 동안 사람들의 대화에 끼기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그 시절의 김형곤 최양락 이봉원 장두석 심형래는 정말 최고의 스타들이었습니다. 오프닝 코너로 는 임하룡과 김정식의 '도시..
'작전명 발키리' 흥행의 최대 강적은 일단 폰 슈타우펜베르크 대령(영화 속에서는 슈타펜버그라는 미국식 발음으로 나옵니다. 앞으론 슈타펜버그로 통일합니다)의 음모가 실패했다는 역사적인 사실입니다. 슈타펜버그와 그밖의 음모가들이 꾸민 1944년 7월20일의 히틀러 암살과 쿠데타 시도가 실패했다는 건 모르더라도, 히틀러가 베를린 함락 직전인 1945년 4월30일 벙커에서 정부 에바 브라운과 함께 자살했다는 건 거의 모든 사람이 알고 있는 일이죠. 정확한 날짜까진 모르더라도 최소한 '히틀러는 암살당한게 아니라 자살했다'는 것만 알고 있는 관객이라면 이미 이 영화의 결말은 노출되어 있는 셈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봐야 할 가치가 있을까요? 물론 이런 경우는 한둘이 아닙니다. 워털루에서 나폴레옹이 패한..
지난 23일 올해 아카데미상 후보들을 발표됐습니다. 올해는 좀 특별한 해였죠. 작품상, 남녀 주연상 후보보다 남우조연상 후보가 더 관심을 끌었습니다. 브래드 피트가 남우주연상 후보, 안젤리나 졸리가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라간 것도 흥미로웠지만 히스 레저라는 이름이 올라가기를 기대한 사람들이 꽤 있었기 때문이죠. '다크 나이트'가 작품상 후보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히스 레저는 남우조연상 후보에 들어갔습니다. 사실 주연상 후보래도 뭐 크게 탈이 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 이런 경우 조연상 후보로 올라가는 쪽이 수상 가능성이 훨씬 높은 편이죠. 이미 골든글로브를 수상한 히스 레저가 과연 오스카에서도 사상 두번째로 사후 수상에 성공할 수 있을까요? 가능성은 매우 높아 보이지만 오스카라는 상이 이미 세상을 떠난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