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우삼의 '적벽대전 2: 최후의 결전'이 설 연휴를 맞아 개봉했습니다. 지난해 여름 개봉한 1편은 형주를 차지한 조조가 마침내 장강을 건너 동오까지 평정하려는 각오를 품고, 오의 손권은 유비와 제갈양의 협력을 얻어 조조와 맞서 싸우기로 하는 데에서 끝났습니다. 그리고 2편. 동시에 촬영된 영화긴 하지만 2편을 보고 나니 1편에 쏟아진 비판을 상당히 의식한 듯한 느낌이 듭니다. 하지만 그러다 보니 일관성이 없어져 보이기도 합니다. 두 편을 합치면 5시간 가까이 되는 대작이니 그 긴 작품을 통제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지만 만약 두 편을 한번에 연결해 보시는 분이 있다면 '이거 왜 이래?'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더군요. 1편과 2편을 모두 본 뒤의 느낌을 한마디로 정리하라면 이렇습니다. ..
주철환 피디, 주철환 사장, 주철환 교수, 이 분의 변신을 가리켜 손석희 교수는 "인생을 삼모작하는 사람"이라고 표현하시기도 하지만 정말 자주 신분이 바뀌는 분입니다. 최근 다시 야인으로 돌아시겠다고 발표하기도 했지만, 이 많은 호칭 중에서 가장 어울리는 직함은 아무래도 아직 '주철환 피디'가 아닐까 감히 생각해 봅니다. 이 분이 일간지에 연재하던 칼럼 '주철환의 사자성어'가 책으로 묶여 나왔습니다. 주로 방송-연예계를 중심으로 한 그 주의 최신 화제를 사자성어로 풀어 내는 코너였죠. 시사적인 관점을 강조하다 보니 책으로 묶여 나오기는 어렵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막상 책이 되어 나온 모습을 보니 전혀 어색하지 않더군요. 뵐 일이 있어서 책 한권을 선물받았습니다. 이 분의 저서나 말씀을 들어보면 탁월한 정리..
제가 아는 1955년생 중에서 성형수술 안 하고 이 분만큼 곱상한 분은 없습니다.^ 이 분과의 인연을 생각하면 무려 25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인기 프로그램이던 '장학퀴즈' 출연자 예비 심사 자리에서 저는 "안녕? (가슴에 손을 얹고)나는 주철환 선생님이야"라고 말하는 PD 한 분을 만났습니다. 학생 다섯을 앉혀 놓고 몇가지 규칙을 설명하던 이 분은 "그러니까 '반복'은 되지만 '번복'은 안 된다"고 설명하다가 대뜸 저를 가리키면서 "니가 반복과 번복의 차이를 설명해 봐"라고 지목하시더군요. 더듬거리며 설명했더니 "그래, 똑같은 답을 되풀이하는 건 되지만 바꿔서 대답하면 아무 소용이 없어. 그게 퀴즈의 원칙이야"라고 하셨습니다. 최근들어 소란스럽기도 했지만 이 분이 OBS 대표가 되셨을 때의 ..
'꽃보다 남자'의 이민호가 인기 상종가를 누리고 있습니다. 스타들 중에는 가끔 아무런 어려움을 겪지 않고, 어느날 갑자기 딱 한 작품이나 노래 한 곡으로 곧바로 톱스타 진용에 합류하는 사람들이 있죠. 하지만 이민호는 그렇지 않습니다. 2006년 EBS 드라마 '비밀의 교정'으로 데뷔한 이래, 아슬아슬하게 오디션에서 떨어지면 그 작품은 대박이 나고, 천신만고끝에 캐스팅된 작품은 조기종영을 하거나 흥행에서 참패했기 때문입니다.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성형수술을 한 것도 아니죠. 이런 건 그냥 운이라고 해야 할 듯 합니다. 마침내 '꽃보다 남자'의 히트가 이런 설움을 모두 씻어버리는 순간입니다. 그렇다면 현재 이민호가 뜬 걸 보고 가장 아쉬워하는 건 누굴까요. 뭐니뭐니해도 영화 '울학교 이티'의 제작진..
쌍화점과 동성애, 공민왕과 자제위 얘기는 요즘 갑작스레 너무 조명을 받고 있는 듯 합니다. 지겨우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동성애와 남성 무장 집단의 관계는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유구합니다. 조선시대 실학의 대가인 성호 이익이 쓴 '성호사설'에 보면 화랑의 유래에 대한 고찰에서 '화랑(花郞)이라는 것은 꽃같은 남자를 가리키는 것이며 이는 남색의 무리임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구절이 나옵니다. 그런 부분에서 보면 그 시절의 동성애라는 것은 요즘 얘기하는 유전자의 결정설이나 피치 못할 끌림과는 좀 다른 부분이 있다고 봐야 할 듯 합니다. 어찌 보면 남성성을 좀 더 강화하는 데 있어 결속을 다지는 일종의 스포츠같은 측면도 엿보인다고 해야 할까요? 아무튼 그런 내용입니다. 제목: 쌍화점 고대 그..
'꽃보다 남자'가 불같은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당연히 예상됐던 궤적입니다. 이 드라마의 주요 소구 대상인 10대 후반-20대 후반의 여성층 중에서 원작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겁니다. 사실 이 원작은 기본적으로 남자들이 이해하기에는 적절치 않은 부분이 많습니다. 네 명의 엄친아들에게 전교생이 노예처럼 굴종하는 상황이라는 건 남자들이 상상할 수 없는 세계입니다. 한마디로 '꽃보다 남자'는 자신의 모습을 여주인공 츠쿠시에게 투영하는 여성들을 위한 완벽한 판타지 상품이죠. 이런 부분을 일단 접고 볼 때 현재 방송중인 KBS판 '꽃보다 남자'는 꽤 볼만한 드라마입니다. 에피소드끼리의 연결이 억지스럽지 않고, 다소 설익은 듯한 주인공들의 연기도 싱싱합니다. 일본 드라마 '부호형사' 식의 부자들에 대한 희화화..
이걸 안 하고 한해를 넘기니 어째 좀 껄적지근합니다. 뭐 며칠 늦었지만 그래도 한번은 짚어 봐야 할 것 같더군요. 리뷰를 쓴 영화도, 안 쓴 영화도 있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 한해도 여름 기간에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폭격이 대단했다는 걸 다시 느끼게 됩니다. 올해도 '트랜스포머 2'가 벌써부터 기세를 올리고 있더군요. 그래도 지난해 한국 영화 중에는 꽤 건질 작품이 많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돈 많이 안 들인 영화 중에서 희망을 볼 수 있어 참 다행입니다. 반면 대작들 중에는 그리 기대에 부응하는 작품이 많지 않았다는 게 아쉬움 반, 걱정 반으로 남습니다. 그만큼 수업료들을 냈으니 이제 앞으로 잘 만들지 않을까 하는 기대와 함께 이제 그분들이 그만한 투자를 받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동시에 들기 때문이..
마블 코믹스의 세계가 참 깊고도 넓다는 것은 일찌기 알았지만, 아이언맨이라는 캐릭터는 이 영화의 제작 소식이 들릴 때까지 전혀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예고편만큼은 대단한 수준이라고 느꼈는데, 역시 영화를 보니 좋은 예고편에서 좋은 영화가 나온다는 이론이 별로 틀리는 법이 없다는 걸 다시금 깨닫게 되더군요. 예고편 마지막 장면에서 은은하게 울려퍼지는 블랙 사바스의 '아이언 맨' 부터 이 영화에 대한 기대를 뭉클뭉클 부풀게 했습니다. 어쨌든 아이언 맨이라는 주인공은 참 생소합니다. 그 세계를 모르니 일단 영화 중심으로, 줄거리부터 시작합니다. 스타크 인더스트리의 사장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최초의 핵무기 개발에 참여한 아버지로부터 초대형 군수산업체를 물려받은 부자이자 17세에 MIT를 수..
직업이 '사냥꾼'으로 되어 있는 르웰린 모스(조쉬 브롤린)는 어느날 갱들의 총격전 현장에서 거액의 현찰이 담긴 가방을 발견하고 횡재를 기뻐하지만 이내 갱들이 보낸 프로페셔널 킬러 안톤(하비에르 바르뎀)의 추격을 받게 됩니다. 은퇴를 앞둔 보안관 에드(토미 리 존스)는 사건의 수사에 착수하지만 쫓는 자와 쫓기는 자의 발빠른 움직임에 비해 그의 발걸음은 영 느리기만 합니다. 코엔 형제의 문법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도 '노인들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참 특이한 영화로 여겨질 법 합니다. 코엔 형제의 지난 날을 살펴보면 이들의 영화는 아무 생각 없어질 정도로 웃기는 코미디와, 범죄라는 창을 통해 인간의 내면과 본질을 들여다보는 소름끼치는 범죄 스릴러의 두 축을 왕복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주목하게 됩니다 물론 코미디라..
'천추태후'를 보다 보면 참 요즘과 다르고, 조선시대와도 또 다른 사회상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 드라마의 위험성 - 굳이 천추태후가 역사의 주역으로 나서야 하는가 - 등에 대해서는 심히 공감하고 있고, 대체 왜 그래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분들이 지적을 했지만 차후에 다시 모아서 포스팅할 생각도 갖고 있습니다. 오늘은 그보다 먼저, 이 드라마가 보여주는 희한한 고려 왕조의 가족내 혼인상(사촌 정도는 근친혼이라고 부를 수도 없었던)에 대해서 조금만 얘기를 해 보고자 합니다. 물론 근친혼이라는 말이 갖고 있는 의미가 오늘날에 와서는 더없이 부정적인 것이 사실이지만, 오래 전에는 이것이 상식인 시절도 있었다는 것을 그냥 알아 두는 선에서 그쳐야 할 것입니다. 여기에 대한 도덕적인 판단은 금물입..
원의 부마국으로 전락한 고려 말. 왕(주진모)은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란 건룡위를 측근에 두고, 특히 그 수장인 홍림(조인성)을 총애합니다. 홍림과 왕은 이미 그냥 군신 이상의 관계를 갖고 있죠. 그런 왕인 만큼 원의 공주인 왕비(송지효)와는 전혀 잠자리를 함께 하지 않고 있습니다. 왕은 후사가 없다는 것을 명분으로 한 일부 친원파에 의해 권력 유지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를 피하기 위해 왕은 자신의 심복인 홍림을 왕비와 동침시켜 그 소생으로 후사를 이으려 하죠. 하지만 그 한번의 잠자리 때문에 홍림과 왕비는 이성애에 눈을 뜨고, 불안한 삼각관계가 시작되고 맙니다. '쌍화점'이 개봉해 좋은 성적을 거뒀습니다. 아무래도 개봉 전 켜켜 쌓인 화제가 이 영화에 대한 관심으로 곧바로 연결되는 듯 합니다...
'박중훈 쇼'를 진행하며 엔터테이너로 변신한 박중훈이 자신의 토크쇼 진행에 대해 입을 열었습니다. '박중훈쇼'가 재미 없다는 지적에 대해선 "지나치게 자극적인 맛에 길들여진 세태가 안타깝다"고 언급했습니다. "촬영 끝나면 멱살 잡을 얘기를 하면서도 게스트가 질문에 꼬박꼬박 대꾸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말이 인상적이더군요. 일면 수긍이 가는 이야기지만 또 일면 반발하고 싶은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한국에서 연예계 스타들은 좀 너무 심하다 싶게 대중과 동떨어진 삶을 살고 있습니다. 한류스타급의 톱스타들은 어쩌다 한번씩 방송에 모습을 드러내도 자신이 노출하고 싶은 곳까지만 보여주고 말죠. 이들을 관리하는 사람들의 정성은 삼대독자를 돌보는 과보호 어머니 수준입니다. 다른 나라에서도 그럴까요? 글쎄요. 아무래도 ..
새해부터 중앙일보에 매주 토요일마다 '분수대'라는 칼럼을 연재하게 됐습니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칼럼인 터라 감히 제가 거기에 숟가락을 디민다는게 좀 과분하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어쨌든 상명하복. 시키는 일은 다 하자는게 좌우명인 만큼 열심히 해 보려고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 첫회 원고를 넘겨야 하는데 문득 '재석아, 이 상 내가 받아도 되나'를 외치는 강호동의 모습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지난해 백상예술대상 TV부문 대상 수상자로 결정되고 나서도 "재석아! 재석아! 재석아아!"를 외쳤던 그입니다. 강호동은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수시로 '대한민국 최고 MC는 유재석'을 주문처럼 사용합니다. 얼마 전, '무릎팍도사'에 김건모가 두번째 출연했을 때에도 "죄송합니다. 제가 무능해서... 대한민국 ..
매년 시끄러웠고, 매년 잊혀졌습니다. 방송 3사의 연말 연기대상 결과 얘깁니다. 매년 연말 연기대상 결과가 발표되면 시청자들과 인터넷 게시판은 수상 결과에 대해 한 순간 파르륵 불타 오릅니다. 욕을 먹는 이유도 매년 같습니다. '왜 그렇게 상의 갯수가 많냐' 에서부터 '그 많은 상에 공동 수상은 또 왜 그리 많으냐', 그리고 마지막으로 '진짜 상을 받아야 할 사람은 못 받고 엉뚱한 데로 상(특히 대상)이 갔다'는 식의 푸념입니다. 올해만 그랬을 것 같습니까? 천만의 말씀입니다. 작년에도 그랬고, 재작년에도 그랬습니다. 그리고 단언컨데, 내년에도 그럴 것입니다. 왜냐하면 방송 3사의 연말 연기대상 시상식은 진짜 시상식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고 수상 결과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건 그야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