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바이러스'가 끝난지 2주가 지났습니다. 후속 드라마 '종합병원 2'도 시청률 고공 행진을 하고 있지만, '베토벤 바이러스'는 2008년의 가장 인상적인 드라마 중 하나로 기억될 전망입니다. 시청률은 간신히 20%에 턱걸이한 정도였지만, 화제성과 파급력은 시청률 40%대를 넘나드는 드라마 이상이었습니다. 수천개의 기사와 블로그 포스팅이 쏟아졌고, 저도 이 드라마와 김명민이 연기한 강마에 캐릭터의 인기 원인에 대해서는 다른 포스팅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간혹 해괴한 주장들이 발견되더군요. '우리도 강마에같은 지도자가 필요하다' '강마에 리더십의 요체는 무엇인가' 하는 류의 주장들이었습니다. 과연 이 드라마에서 '강마에 리더십'이라고 부를만한 긍정적인 부분이 발견된 일이 있던가요? 실력만 좋으면..
(지난 포스팅에서 이어집니다) 그러니까 '동방불패' 이전에도 여러번 임청하를 접했지만 그게 임청하인지 몰랐던 분들이 한둘이 아닙니다. '촉산'에서 선녀, '폴리스 스토리'에서 기업형 악당 두목 애인 역할로 이미 국내에서 꽤 많은 관객들에게 노출됐었지만 한참 지나고 나서야 '아 그게 임청하였어?'라고 하시는 분들이 꽤 있습니다. 성형수술을 해서 얼굴이 바뀐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성룡의 대표작 중 하나인 '폴리스 스토리'는 4편까지 제작될 정도로 대단히 히트하고, 국내에서도 흥행에 성공하지만 사람들은 '폴리스 스토리'하면 장만옥만 기억할 뿐입니다. 1편에서 성룡과 경찰들은 한 기업형 악당을 처벌하기 위해 그의 내연의 여자인 임청하를 검찰측 증인으로 이용하려 합니다. 당연히 보호가 필요하고, 그 보호자 역할..
사실 블로그를 하는 사람들 중 이걸로 진짜 돈(돈이라고 생각되는 액수의 돈)을 만지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겁니다. 해외에는 엄청난 규모의 돈을 버시는 분도 있다고 하는데, 한국에서는 아직 그 정도 되는 사람은 없는 듯 합니다. 보시다시피 이 블로그에는 두가지 광고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하나는 유명한 구글 애드센스고 또 하나는 다음 광고입니다. 매커니즘 차이는 잘 모르겠지만, 전자는 클릭을 하면 돈이 되고, 후자는 눈으로 보면 돈이 된다고 합니다. 지난번에 구글에서 난생 처음 수표를 받아 봤다는 얘기는 한 적이 있었는데, 그 뒤로 궁금해서 여기저기 엿보고 다녔더니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블로그 트래픽은 이 블로그의 1/10 쯤 되는 분들이 한 10배쯤 되는(여기서 뻥이라는게 들통난다) 수익을 올리고..
얼마 전 영화 '화피' 때문에 왕조현에 대한 옛 기억이 되살아났는데, 이번엔 임청하가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벌써 14년이나 됐군요. 임청하는 최근 홍콩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감동을 주는 시나리오가 있다면 다시 해보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됐습니다. 물론 그 사이에도 몇 차례 컴백설이 흘러나온 적이 있지만, 대개는 임청하의 이혼 가능성을 보도하면서 곁다리로 나온 소식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이혼설은 전혀 거론되지 않고 컴백 가능성만이 부각되었다는 점이 특이합니다. 어쩌면 정말로 임청하를 촬영장으로 다시 끌어낼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올해 나이 54세. 대개의 여배우들이 50대가 되면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는게 정상일 겁니다(간혹 과도한 성형 수술이나 미용 시..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합니다. 아무리 다니엘 크레이그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해도, 어쨌든 흥행에서는 날로 일취월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래도 그의 모습에서 '세련된 영국제 스파이'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건 영 아쉬운 부분입니다. 비록 왕년의 선배 007들은 이제는 서민용 대출 광고나 상조 광고에 나올 정도로 노장들이 되어 버리셨지만 말입니다. 아랫 글은 '카지노 로열'때 쓰여진 글입니다만, 대부분은 지금도 유효한 내용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007이 본 시리즈를 모방했다든가, 다니엘 크레이그에게서 션 코너리의 냄새를 느낄 수 없다든가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이후에 수많은 논의가 있었고, 본 시리즈야말로 결국 고전 007 시리즈에서 많은 부분을 모방했다는 것(엄밀히 따지만 제이슨 본, J.B.라..
윌 스미스와 스티븐 스필버그가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를 리메이크한다는 소식이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줬습니다. '올드보이'를 보신 분들이라면 누구라도 어이없어 할만한 얘기였죠. '올드보이'가 담고 있는 어둡고 음침하며 염세적인 분위기가 윌 스미스와, 스티븐 스필버그와 과연 어울리기나 한단 말입니까. 윌 스미스가 가발 쓰고 성형수술 하고 특수분장이라도 해서 최민식의 얼굴이 된다는 것 만큼이나 어이없는 얘기라서 많은 국내외 팬들은(국외에도 '올드보이' 마니아들은 많습니다) 격렬하게 반대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 대해 그동안 언급을 하지 않던 윌 스미스가 모든 사람을 안심하게 할만한 대답을 내놨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올드보이'는 '올드보이'인데 박찬욱의 '올드보이'는 아니랍니다. Film Scho..
'에덴의 동쪽', '가문의 영광', '너는 내 운명', 현재 방송중인 드라마 제목입니다. 공통점은 모두 재탕 제목이라는 거죠. 왕년에 히트한 제목을 그대로 갖고 오는 작품들을 보면 그렇게 새로운 제목 짓기가 힘든가 하는 안쓰러움이 앞섭니다. (박진표 감독의 영화 '너는 내 운명'도 사실은 재탕 제목입니다. 70년대 한국 영화 중에 이미 '너는 내 운명'이라는 제목을 가진 작품이 있었죠.) 한국 영화와 드라마는 '썼던 제목 또 쓰기' 중독에 걸려 있습니다. 정말 그렇게 이미 있던 제목을 꼭 가져 와야 하는지 의문입니다. 대다수 관객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최소한 제게는 이런 제목 재활용은 창의성의 결여를 예감하게 합니다. 그리고 이 영화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더구나 이 영화의 제목은 어딘가 내용과 겉돈다..
이 영화가 완성되기 전부터 '뭔가 괴물같은 영화가 하나 나올 것 같다'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나홍진이라는 신인 감독은 '어쩌면 천재일 지도 모른다'는 소문의 주인공이었고, 두 명의 주연 배우 역시 역량이 입증된 사람들이었습니다. 김윤석은 '타짜'를 통해 대한민국 최고의 연기파 배우들과 같은 선에 설 수 있는 실력을 갖고 있음을 보여줬고, 하정우 역시 뭔가 터뜨리고 말 재목이라는 게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고 있었죠. 그래서 정작 영화의 세부 사항(잔혹한 스릴러라는 것 외에는)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기대가 꽤 영글었습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원래 큰 법. 하지만 진짜 물건은 그런 큰 기대를 넘는 파도를 만듭니다. 저 말고도 꽤 많은 사람들에게 2008년 최고의 영화로 기억될 '추격자'는 그렇게 다가왔습..
사실 저는 이 영화를 굉장히 재미 없게 보았어야 정상입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번째. 저는 원신연 감독의 전작 '구타유발자'를 매우 불쾌하게 봤습니다. 게다가 한국산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의 영화에 대해 심각한 불신을 갖고 있습니다. 김윤진의 연기력 또한 전혀 신뢰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 사람의 연기를 볼 때면 '싱글벙글쇼'의 진행자 김혜영씨의 목소리를 들을 때와 비슷한 느낌을 갖게 됩니다. 즉 '기본적으로 오버하는 목소리'라는 생각이죠. 뭘 해도 자연스럽지 않고, '연기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줍니다. 셰익스피어 극을 대극장에서 공연한다거나 할 때에는 이런 과장된 스타일의 연기 방식이 반드시 필요할 지도 모르지만, 배우의 털구멍까지 다 보여주는 HDTV나 스크린에서 이런 배우는 아무래도 좀 ..
청룡영화상 작품상을 '우생순'이 받았습니다. 다소 의외이기도 했지만 워낙 잘 만들어진 영화라는 점에는 별로 이의를 달 생각이 없습니다. 개봉된지 좀 지난 영화라 기억이 가물가물하신 분들도 있을 듯 합니다. 그 뒤로 또 한번 올림픽이 있었고, 또 한번 한국 여자 핸드볼의 선전을 성원하시는 분들이 있었죠. 하지만 예상대로 핸드볼은 역시 그때만 관심을 끌고 말았습니다. 어쩌면 마음만 갖고는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영화 개봉 그때의 기분을 다시 한번 느껴보기 위해 리뷰를 리뷰하기로 했습니다. 스포츠에 관심이 없는 분들도 올림픽 때가 되면 몇몇 종목에 갑자기 관심이 생기곤 하죠. 평소에 양궁 선수권대회를 중계하는데 그걸 보고 있는 분은 아마 없을 겁니다. 필드하키도, 유도도, 핸드볼도 ..
청룡영화제가 치러졌습니다. 화려했습니다. 이번에는 처음으로 청룡영화상 몇몇 부문에 대해 수상자를 예상해 봤습니다. 전에도 재미로 수상자를 찍어 본 적은 많았지만 이렇게 공개적으로 예측을 발표한 건 처음인데 9개 부문을 예측해서 4개 맞췄습니다. 신기하게도 남자 수상자는 모두 맞추고, 여자 수상자는 모두 틀렸군요.^ 4개면 많이 맞춘 편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후보작 중 비디오 2개만 보셨다는 echo님이 5개나 맞추신 걸 보고 좌절했습니다(대단하십니다.^^;). 아, 물론 9개 중에 단 하나도 못 맞춘 분도 계셔서 자못 위로가 됩니다. 아무튼 이번 행사를 주의깊게 지켜보신 분들로는 영화계 관계자를 넘어 전국 유명 성형외과 원장님들과 드레스샵 대표들, 액세서리나 주얼리 등 명품 수입업체 관계자들을 빼놓을 수..
'종합병원2'는 전형적인 추억 마케팅입니다. 어찌 보면 14년 전의 인기 드라마 '종합병원' 동창회라고 할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1994년 '종합병원'이 방송될 때에 비해 환경은 사뭇 달라졌습니다. 당시의 '종합병원'은 그저 배우들이 하얀 가운에 차트 들고 왔다 갔다 하면서 애정행각을 벌였던 기존의 메디컬 드라마와 달리 '본격' 병원 드라마라는 평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현재, 최근 들어 메디컬 드라마는 아예 순번이 돌아가면서 고정 배치될 정도로 많이 만들어졌습니다. '하얀 거탑', '외과의사 봉달희', '뉴 하트'의 순으로 방송되면서 모두 일정선 이상의 히트를 기록했죠. 그렇다고 셀레브리티들의 성형수술 열풍을 풍자한 미국 드라마 '닙턱' 처럼 특이한 설정을 담고 있는 것도 아니고 보면, 방송 전의..
제 29회 청룡영화상이 20일 개최됩니다. 물론 경쟁 매체의 행사지만 이 정도면 칭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마도 다른 건 다 접어 둔다 해도, 여자 MC가 김혜수라는 것만으로도 다른 행사보다는 30점 정도 가산점이 있다고 봐야 할 것 같기도 하지만, 아무튼 시상식의 규모나 수준에서 볼 때 한국 영화 시상식 중에서는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 행사를 준비하고 지키기 위해서 노력한 사람들의 수고가 제대로 평가받아야 할텐데 말입니다. 아무튼 올해는 이 불황의 그늘이 영 어둡긴 하지만 그래도 시상식이 가까워지고, 후보들이 발표되면 누가 상을 받을지에 관심이 몰리기 마련입니다. 과연 올해는 누가 트로피를 안고, 누가 통한의 눈물을 흘리게 될까요? 청룡영화상 수상자는 시상식 직전에나 결정되는게 관례..
벌써 오래 전 일입니다. '군사평론가' 지만원씨와 대표적인 우익 인사로 꼽히는 원로 작가 이문열씨가 논쟁을 벌인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이문열씨는 미국에서 열린 한 강연회에서 "요즘 우익에 자살골을 넣는 사람들이 많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이 발언에 대해 지만원씨는 "지적한 내용으로 보아 나를 지칭한 것이 분명하다. 나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 좌경 방송이 내 발언의 요지를 왜곡한 것인데, 그것을 보고 나를 매도하다니 믿을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이 사건은 이문열씨의 사과로 대략 마무리가 된 듯 합니다. 이 사건에서 누가 잘못을 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사실 별로 궁금하지 않습니다). 다만, 최근의 일들을 눈여겨 보니 대체 자살골이란 게 어떤 것인지는 잘 알 수 있을 듯 합니다. 아니면..
빌리 조엘의 공연을 보러 가기 전에 미리 몇 글자 써 놓고 가도 좋을 듯 하다는 생각을 했더랬습니다. 하지만 막상 뭔가 글을 쓰려고 하는데도 키보드 위에서 손가락이 멈춰 버리는 듯 하는 경험을 하게 되더군요. 1949년생. 내년이면 환갑. 언제 다시 오실지 모른다는 생각이 앞섰습니다. 중요한 다른 일정도 있었지만, 이 공연을 뒤로 미루고 할 만한 일이라는 건 있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형님'은 그런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멋진 공연으로,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안겨 주셨습니다. 아마도 앞으로의 제 인생에서 2008년은 '빌리 조엘의 공연을 본 해'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팝의 역사를 정리할 때 흔히 50년대는 엘비스 프레슬리, 60년대는 비틀즈, 70년대는 엘튼 존/ 빌리 조엘, 80년대는 마이클 잭슨..